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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지원 출연 ‘목숨 건 연애’, 감독 “하하 특별출연, 7억원 이상 활약”

    하지원 출연 ‘목숨 건 연애’, 감독 “하하 특별출연, 7억원 이상 활약”

    하지원이 출연하는 ‘목숨 건 연애’ 송민규 감독이 하하의 특별출연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8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목숨 건 연애’ 언론시사회에는 배우 하지원, 천정명과 송민규 감독이 참석했다. 송민규 감독은 앞서 MBC ‘무한도전’에서 재능기부 형식으로 하하가 ‘목숨 건 연애’에 700만원 개런티로 낙찰을 받아, 극 중 짧게 출연한 것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무한도전’을 정말 좋아하는데, 10년 넘게 장수하는 프로그램에 내가 출연하고 내 영화가 소개된다는 것이 무한한 영광이다. 하하 씨가 출연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700만원이 아니라 7억원 이상의 활약을 해줬다”라며 “하지만 많은 배역이 들어가면 흐름이 깨질 수 있어서 그 정도로만 제한을 뒀다”라고 말했다. 한편 ‘목숨 건 연애’는 비공식 수사에 나선 허당추리소설가의 아찔하고 스릴 넘치는 코믹 수사극으로 오는 14일 개봉 예정이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목숨 건 연애’ 천정명 “하지원, 예전부터 팬..11년 전 꿈 이뤘다”

    ‘목숨 건 연애’ 천정명 “하지원, 예전부터 팬..11년 전 꿈 이뤘다”

    배우 천정명이 하지원의 팬임을 고백했다. 17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는 영화 ‘목숨 건 연애’(감독 송민규)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날 천정명은 “예전부터 누나 팬이었다. 2005년에 처음 뵀다. 당시 ‘패션 70s’ 출연 중이었는데 누나가 카메오로 출연했다. 현장에서 뵀는데 그때 처음 보고 꼭 한 번 같이 촬영하고 싶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유명한 배우가 된다면 촬영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같이 하게 되서 너무 즐거웠다”고 고백했다. ‘목숨 건 연애’는 비공식 수사에 나선 허당 추리 소설가의 아찔하고 스릴 넘치는 코믹 수사극이다. 허당추리소설가 한제인 역 하지원, 이태원지구대 순경인 설록환 역 천정명, FBI 프로파일러 뇌섹남 제이슨 역 진백림을 비롯해 오정세, 정해균, 윤소희 등이 출연한다. 오는 12월 개봉 예정. 사진=더팩트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하지원 주연 ‘목숨 건 연애’ 메인 예고편

    하지원 주연 ‘목숨 건 연애’ 메인 예고편

    하지원과 천정명, 중화권 배우 진백림이 출연한 영화 ‘목숨 건 연애’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공개된 예고편은 스릴러 영화처럼 진지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금세 코믹한 분위기로 반전되며 유쾌한 추리극임을 알린다. 특히 베스트셀러를 꿈꾸는 허당 추리소설가 ‘한제인’ 역을 맡은 하지원의 엉뚱하면서도 코믹스러운 연기가 시선을 모은다. ‘한제인’ 역을 맡은 하지원을 비롯해 그녀만을 바라보는 순경 ‘설록환’ 역의 천정명과 미스터리한 매력을 풍기는 ‘제이슨’ 역의 진백림까지, 세 사람의 로맨스가 재미를 기대케 한다. 이렇듯 스릴러와 코미디, 로맨스가 한데 어우러진 ‘목숨 건 연애’는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연쇄살인사건을 둘러싼 세 남녀의 아찔하고 달콤한 비공식수사를 그렸다. 영화는 오는 12월 개봉한다. 사진 영상=오퍼픽쳐스, 네이버 TV캐스트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김영삼 평전(김삼웅 지음, 깊은나무 펴냄) 한국 현대인물 평전의 대가 김상웅 전 독립기념관장이 쓴 김영삼 대통령 평전. 임기 말 ‘제2의 국치’라는 IMF 환난을 막지 못하고 쓸쓸히 퇴임했지만 민주주의 회복을 갈망하는 현실에서 ‘40대 기수’로서 거침없이 격동의 현대사에서 대도무문을 걸어왔던 ‘정치 지도자 김영삼’에 대한 방대한 통사적 기록이다. 저자는 지난해 11월 서거한 김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한다. 전체 6부로 나눠 정치입문 시기와 야당 정치인으로서의 위상을 갖추는 과정, 40대 기수론, 3당 합당, 문민정부의 전광석화 같은 정치개혁, 서거까지 김 대통령의 공과와 그에 대한 정치사적인 의미를 되짚어 본다. 696쪽. 3만 3000원. 약속의 땅 이스라엘(아리 샤비트 지음, 최로미 옮김, 글항아리 펴냄)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저명한 칼럼니스트이자 작가가 쓴 이 책은 시온주의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전제하에 ‘왜 이스라엘이어야 하는가’, ‘무엇이 이스라엘인가’, ‘이스라엘은 존속할 것인가’ 등 세 가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증조부가 영국에서 배를 타고 이스라엘로 건너와 정착한 1897년부터 미국과 이란이 핵 협상을 타결한 2015년까지 120여년간의 역사를 시간순으로 돌아본다. 그는 이스라엘과 유대인이 생존을 위해 피로 얼룩진 길을 걸어왔다고 자평한다. 저자의 가족사뿐만 아니라 심층 면담, 일기와 편지, 각종 문헌 등 개인적 사건들을 통해 현대사를 재구성했다. 696쪽. 3만 2000원.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애덤 니컬슨 지음, 정혜윤 옮김, 세종서적 펴냄) 이 책은 ‘호메로스는 어디에서 왔으며, 왜 호메로스가 중요한가?’라고 묻는다. 문명이 태동한 순간에서 원전이 구전되고 번역되고 서양 정신을 형성하기까지 4000년의 시간을 관통하고 있는 작가 호메로스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저자는 호메로스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들을 추리소설처럼 추적하면서 문학사적 가치를 탐구한다. 문학, 역사, 예술, 고고학, 지리학, 신화학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서술을 바탕으로 욕망, 광기, 명예, 폭력, 사랑, 죽음, 모험, 비극, 복수 등 서양 문학을 규정하는 가치들의 원형을 탐색해냈다. 저자의 박식함과 신중함이 돋보인다. 488쪽. 1만 9500원.
  • 로맨틱 수사극 ‘목숨 건 연애’ 티저 포스터&예고편

    로맨틱 수사극 ‘목숨 건 연애’ 티저 포스터&예고편

    하지원, 천정명, 진백림 주연의 영화 ‘목숨 건 연애’가 티저 포스터와 예고편을 공개했다. ‘목숨 건 연애’는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연쇄살인사건을 둘러싼 세 남녀의 아찔하고 달콤한 비공식수사를 그렸다. 하지원은 베스트셀러를 꿈꾸는 추리소설 작가 ‘한제인’ 역을, 천정명은 그녀만을 바라보는 순정파 지구대 순경 ‘설록환’ 역을 맡았다. 또 중화권 배우 진백림은 미스터리한 매력을 풍기는 ‘제이슨’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공개된 포스터에는 시체 보존선이 새겨진 사건 현장에서 미묘한 표정을 지은 채 누워 있는 하지원, 천정명, 진백림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살.인.사.건.현.장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라는 카피가 더해져 연쇄살인과 엮인 이들의 독특한 관계를 궁금케 한다. 앞서 공개된 티저 예고편에는 이태원 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수배령 뉴스와 함께 사건 현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자료와 범인을 쫓는 추리소설작가 ‘제인’(하지원)의 모습이 긴박하게 펼쳐진다. 이태원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신작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한 제인과 그녀를 둘러싼 두 남자 ‘록환’(천정명)과 ‘제이슨’(진백림)의 모습은 살인범을 쫓는 세 남녀의 스릴 넘치는 로맨스를 예고한다. 또 섹시한 파티의상부터 웨딩드레스까지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는 하지원과, 귀여운 이태원지구대 순경으로 변신한 천정명, 정체불명의 젠틀맨으로 분한 진백림의 모습이 기대를 모은다. 이렇듯 살인범을 쫓는 세 남녀의 독특한 로맨스를 예고하는 ‘목숨 건 연예’는 오는 12월 개봉 예정이다. 사진 영상=오퍼스픽쳐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열대야도 오싹~ ‘납량 스릴러 소설’ 북캉스족 책임진다

    열대야도 오싹~ ‘납량 스릴러 소설’ 북캉스족 책임진다

    수은주가 30도를 넘나드는 슈퍼 열대야로 밤을 잊은 이들, 혹은 꽉 막힌 고속도로 체증이 끔찍하고 바가지요금에 진저리 치는 ‘북캉스’(책+바캉스)족의 더위를 식혀 줄 ‘스릴러 소설’이 쏟아지고 있다. 올여름에는 일본 추리 소설계를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천하다. 3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가장 많이 팔린 스릴러 소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 30주년 기념작인 ‘라플라스의 마녀’다. 교보문고 상반기 판매 순위 50위 가운데 그의 작품 17권이 순위에 들 만큼 히가시노 게이고는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추리·스릴러 작가다. 한국 작가로는 정유정이 유일하게 ‘종의 기원’(2위), ‘7년의 밤’(5위)으로 추리·스릴러 소설의 여왕으로 자리잡았다. 히가시노 게이고와 더불어 일본 추리소설의 대가로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의 ‘음의 방정식’, ‘사라진 왕국의 성’, ‘모방범’ 등이 스테디셀러를 기록 중인 가운데 신작으로는 ‘고백’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리버스’(비채), 사진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미카미 엔의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아르테), 청춘 학원물 추리소설로 인기 있는 아오사키 유고의 ‘도서관의 살인’(한스미디어) 등이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프랑스의 추리소설 작가 미셸 뷔시의 작품 ‘내 손 놓지 마’(달콤한책)도 여름 시장을 겨냥해 출간됐다. 미셸 뷔시는 ‘그림자 소녀’로 프랑스 문학계에 돌풍을 일으킨 후 최고 반열에 오른 작가다. 신작은 해외령인 레위니옹 섬을 배경으로 대자연의 풍광과 역사, 사회, 문화를 관통하며 서스펜스를 버무려냈다. 평화롭고 나른한 열대의 시간을 만끽하던 어느 날, 호텔 방에서 핏자국만 낭자한 채 아내가 사라진 뒤 용의자로 떠오른 남편은 경찰의 추격을 피해 딸을 데리고 섬 반대편으로 도망치면서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이 펼쳐진다. 스릴러 소설 팬이라면 최근 출간된 스웨덴 소설 ‘크로우 걸’(민음사)도 눈여겨볼 만하다. 3권으로 이뤄진 이 책은 도덕적 한계와 긴박감이 넘치는 범죄 수사, 스릴러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페미니즘적 시선이 섞인 등장인물과 함께 정신 분석학적 내용으로 극찬을 받았다. 저자 이름인 에리크 악슬 순드는 스웨덴 작가 예르케르 에릭손과 호칸 악슬란데르 순드퀴스트가 함께 쓰는 필명이다. 끔찍한 소년 연쇄 살해사건을 둘러싼 아동 인신매매와 아동학대·폭력 등 사회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영화로 제작 중이거나 판권이 팔려 곧 스크린에서 만나게 될 작품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독일 시나리오 작가인 사샤 아랑고의 소설 데뷔작 ‘미스터 하이든’(북폴리오)은 전 세계 20여개국에 저작권을 수출하며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심리 묘사가 탁월한 걸작 스릴러’라는 평가를 받았다. 성공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유부남 헨리 하이든이 내연녀 베티의 임신 소식을 듣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고교 교사인 메리 쿠비카를 베스트셀러 소설가로 만든 데뷔작 ‘굿걸’(레디셋고)은 출간 4개월 만에 미국 인기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의 제작사인 어나니머스 콘텐츠가 스크린 판권을 사들였다. 미국 시카고 명문가의 막내딸 미아가 납치됐다가 몇 달 만에 귀환하지만 기억을 모두 잃은 채 스스로를 정체불명의 클로이라고 주장한다. 영국 작가 루스 웨어의 데뷔작인 ‘인 어 다크, 다크 우드’(예담)는 배우 리즈 위더스푼에 의해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 루스 웨어는 이 소설로 ‘현대판 애거사 크리스티’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노르웨이 작가 사무엘 비외르크의 첫 스릴러 소설인 ‘나는 혼자 여행 중입니다’(황소자리)는 베테랑 수사관이 숲속에서 인형 옷을 입은 소녀의 시체를 발견하면서 겪는 이야기로, 전 세계 32개국 언어로 번역돼 작가의 이름을 알린 작품이다. 영화화가 기다려지는 작품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문학의 또 다른 진화, 문예지 ‘색다른 초대’

    문학의 또 다른 진화, 문예지 ‘색다른 초대’

    민음사 새 문예지 ‘릿터’ 공개 아이돌·드라마 등 장르 다양화창비 새 잡지·문지 혁신호 출간 “스타 작가 의존성 여전” 지적도 문예지가 ‘변혁의 시대’를 맞았다. 지난해 민음사의 ‘세계의 문학’ 종간은 문예지의 쇠락을 단적으로 상징하는 ‘사건’으로 여겨졌다. 정부의 문예지 지원 삭감으로 ‘폐·휴간’ 사태도 잇따랐다. 하지만 최근 문예지들은 스스로 ‘변신’을 꾀하며 외면하던 독자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민음사는 2일 “‘세계의 문학’의 전통을 이으면서 혁신을 가한다”는 기치를 내세운 새 문학잡지 ‘릿터’(Littor)를 공개했다. 영어로 문학(Literature)과 ‘~하는 사람’(tor)이란 뜻의 접미사를 합쳐 ‘문학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은 ‘릿터’는 소설가, 시인, 평론가들이 편집위원단을 구성해 이끌어 가던 기존 문예지와 달리 편집자들이 직접 기획하고 만든다. 기존의 문학 콘텐츠뿐 아니라 아이돌 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의 인터뷰부터 영화, 드라마, 만화, 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품고 있다. 책임편집을 맡은 서효인 민음사 국내문학팀장은 “문학을 평소에 많이 찾아보는 독자뿐 아니라 다른 장르의 팬들도 문학의 독자로 들어왔으면 했다. 그래서 그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부분을 초대장처럼 넣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신경숙 표절 사건으로 촉발된 문학권력 논란에 휩싸였던 주요 문학 출판사들도 하반기 새로 창간하거나 기존의 것을 재정비한 문예지를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다. 창비는 30~40대 시인, 소설가, 평론가들이 편집위원을 맡아 이끄는 젊은 감각의 문예지를 이르면 오는 10월 선보인다. 강영규 창비 문학출판부 부장은 “기존 문예지나 문단 질서에 편중된 작가군에서 벗어나 지역, 세대 구분 없이 주목받지 못하던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장르·르포 문학 등도 아울러 문학의 외연을 확장할 것”이라며 “종이잡지뿐 아니라 온라인도 연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간 ‘문학과 사회’(문학과지성사)도 이달 말 출간될 가을호부터 ‘혁신호’로 꾸민다. 이근혜 문학과지성사 문학 담당 편집장은 “‘문학과사회’ 본권에 별권을 더해 2권으로 펴낼 예정이며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해외 논문 등을 적극 소개하는 등 그간 ‘문사’가 견지해 온 인문사회학적 가치를 지키면서도 이를 심층적으로 파고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최근 나란히 창간 1주년호를 낸 ‘악스트’(은행나무)와 ‘미스테리아’(문학동네)는 ‘문예지도 독자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 소설가들이 꾸려 가는 ‘악스트’는 매호마다 1만부가 소진되고 1, 4, 5호는 품절돼 “중쇄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올 만큼 호응이 높다. 추리소설 마니아층을 겨냥한 ‘미스테리아’도 창간호 5000부에 이어 매호 4000여부씩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꾸준하다. 전통적인 문예지의 형태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들의 구미에 맞는 감각적인 디자인·편집에, 내용 면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꾀하면서 차별화를 이뤄냈다는 평을 받는다. 새로운 형태의 문예지들이 잇따라 생겨나는 현상에 대해 이경재 문학평론가는 “침체를 벗어나려는 고육책이기도 하지만 창작집단과 독자들의 다양성, 일반인들의 높아진 인문학적 소양 등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며 “이에 따라 평론가 등 전문가들이 생산한 문학 담론이 중심인 전통적인 문예지에서 벗어나 출판사 편집자가 기획하고 등단, 비등단 작가를 가리지 않는 ‘경계 해체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우리 문학의 또 다른 진화”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형식의 변화가 내용의 변화를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광호 문학평론가는 “새로 선보이는 문예지들이 출판 자본으로부터의 자율성, 스타 작가에 대한 의존성 등 기존 문예지가 갖고 있는 문제들을 극복했다고 보기는 여전히 어렵다”며 “디자인의 혁신, 판매 부수의 증가도 긍정적이고 중요한 현상이지만 얼마나 새로운 글쓰기와 담론, 글쟁이들을 배출하느냐가 진정한 혁신일 것”이라고 짚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조선 명탐정 된 셜록 홈스…표창원 의원 첫 추리소설

    조선 명탐정 된 셜록 홈스…표창원 의원 첫 추리소설

    경찰과 경찰대 교수, 프로파일러를 거쳐 20대 국회에 입성한 표창원(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첫 추리소설 ‘운종가의 색목인들’(엔트리)을 출간했다. 추리소설 작가인 손선영과 함께 쓴 소설로, 셜록 홈스가 스위스 폭포에서 떨어진 뒤 아편에 중독돼 죽기 직전의 상태로 조선 땅까지 흘러들어온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조선에 와서 기생이 된 색목인 여성들이 차례로 죽어나가는 연쇄 살인 사건이 이어지고, 홈스는 특유의 통찰력으로 이 사건을 파헤쳐 나간다. 표 의원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이들이 희생당하는 이야기를 통해 그들 각각이 인격과 꿈을 지닌 소중한 사람들이었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세계가 한강에 빠진 날… ‘읽히는 책’ 문학 한류 뜬다

    세계가 한강에 빠진 날… ‘읽히는 책’ 문학 한류 뜬다

    정유정·신경숙 등 4050 작가 작품 주도 아시아 넘어 유럽·남미 등서 인기몰이 한국적 소재 ‘작품성·대중성’ 모두 잡아 소설가 한강(46)이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문학 한류를 이끌고 있는 국내 작가들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으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도 배출돼 한국 문학의 금자탑을 세울지 주목된다. 최근 문학 한류는 40·50대 작가들의 작품이 주도하고 있다.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을 비롯해 신경숙(53), 황선미(53), 천명관(52), 정유정(50), 편혜영(44), 구병모(40) 등 순문학부터 추리소설, 아동문학까지 폭넓게 번역 소개되고 있다. 정유정의 장편소설 ‘7년의 밤’은 지난해 말 독일 유력 주간지 ‘디 차이트’가 선정한 ‘올해의 추리소설 리스트’ 9위에 오르며 한국 추리 문학의 저력을 과시했다. 천명관의 장편소설 ‘고령화 가족’은 미국 잡지 ‘오늘의 세계문학’(WLT)에 ‘주목할 만한 번역도서’로 선정됐다. 배수아의 중편소설 ‘철수’는 지난해 국제펜클럽이 주관하는 ‘PEN 번역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아동문학가 황선미의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은 28개국에 번역 소개됐고, 구병모의 청소년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는 멕시코에서 초판만 1만부를 찍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편혜영의 장편소설 ‘재와 빨강’과 ‘홀’은 내년과 2018년 미국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이 세계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11년 미국에서 출판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부터라는 게 문학계의 중론이다. 이 책은 현재 34개국에 번역, 출간돼 있다. 출판계 관계자들은 “이전 책들은 해외에 번역 소개됐다는 정도였는데, ‘엄마를 부탁해’는 많이 팔리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고은(83)을 비롯해 1990년대 문학 한류의 초석을 쌓은 이문열(68), 황석영(73) 등 원로작가들의 작품들도 프랑스, 독일, 미국 등지에서 꾸준히 조명을 받고 있다. 올 들어 세계 유수의 문예지들도 한국문학에 눈을 돌리고 있다. 홍콩에서 발행하는 아시아 문학 전문 영자 문예지 ‘ALR’은 지난달 천명관, 김애란, 김사과 등 한국문학 특집호를 실었고, 미국의 ‘마노아’, 프랑스의 ‘마가진 리테레르’, 러시아의 ‘외국문학’ 등도 한국문학 특집을 선보일 예정이다. 문학평론가 이경재 숭실대 국문과 교수는 “한강은 문학 한류와 관련해 주목을 받지 않았다. 문학 본질에 충실하며 자기 문학 세계를 구축했다. 세계에서 인정받으려는 강박에서 벗어나 문학 본령과 자기가 추구하는 문학에 충실하면 세계적인 보편성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은 “해외 독자들은 추리소설이나 판타지 같은 장르 소설을 많이 읽는다. 국내 순문학 작가들이 장르소설 기법을 바탕으로 한국적인 소재를 세계적인 주제로 살려낸다면 해외 독자를 쉽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세계에서 저력 인정받는 한국문학

    세계에서 저력 인정받는 한국문학

     소설가 한강(46)이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문학 한류를 이끌고 있는 국내 작가들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으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도 배출돼 한국 문학의 금자탑을 세울지 주목된다.  최근 문학 한류는 40·50대 작가들의 작품이 주도하고 있다.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을 비롯해 신경숙(53), 황선미(53), 천명관(52), 정유정(50), 편혜영(44), 구병모(40) 등 순문학부터 추리소설, 아동문학까지 폭넓게 번역 소개되고 있다.  정유정의 장편소설 ‘7년의 밤’은 지난해 말 독일 유력 주간지 ‘디 차이트’가 선정한 ‘올해의 추리소설 리스트’ 9위에 오르며 한국 추리 문학의 저력을 과시했다. 천명관의 장편소설 ‘고령화 가족’은 미국 잡지 ‘오늘의 세계문학’(WLT)에 ‘주목할 만한 번역도서’로 선정됐다. 배수아의 중편소설 ‘철수’는 지난해 국제펜클럽이 주관하는 ‘PEN 번역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아동문학가 황선미의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은 28개국에 번역 소개됐고, 구병모의 청소년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는 멕시코에서 초판만 1만부를 찍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편혜영의 장편소설 ‘재와 빨강’과 ‘홀’은 내년과 2018년 미국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한국 문학이 세계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11년 미국에서 출판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부터라는 게 문학계의 중론이다. 이 책은 현재 34개국에 번역, 출간돼 있다. 출판계 관계자들은 “이전 책들은 해외에 번역 소개됐다는 정도였는데, ‘엄마를 부탁해’는 많이 팔리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고은(83)을 비롯해 1990년대 문학 한류의 초석을 쌓은 이문열(68), 황석영(73) 등 원로작가들의 작품들도 프랑스, 독일, 미국 등지에서 꾸준히 조명을 받고 있다. 올 들어 세계 유수의 문예지들도 한국문학에 눈을 돌리고 있다. 홍콩에서 발행하는 아시아 문학 전문 영자 문예지 ‘ALR’은 지난달 천명관, 김애란, 김사과 등 한국문학 특집호를 실었고, 미국의 ‘마노아’, 프랑스의 ‘마가진 리테레르’, 러시아의 ‘외국문학’ 등도 한국문학 특집을 선보일 예정이다. 문학평론가 이경재 숭실대 국문과 교수는 “한강은 문학 한류와 관련해 주목을 받지 않았다. 문학 본질에 충실하며 자기 문학 세계를 구축했다. 세계에서 인정받으려는 강박에서 벗어나 문학 본령과 자기가 추구하는 문학에 충실하면 세계적인 보편성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은 “해외 독자들은 이데올로기나 어두운 현실을 다룬 소설보다는 추리소설이나 판타지 같은 장르 소설을 많이 읽는다. 국내 순문학 작가들이 장르소설 기법을 바탕으로 한국적인 소재를 세계적인 주제로 살려낸다면 해외 독자를 쉽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열린세상] 고령화와 고고학의 지혜/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고령화와 고고학의 지혜/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유명한 추리소설가 애거사 크리스티는 나이 40에 14살 연하였던 고고학자 맥스 맬로완과 두 번째 결혼을 했다. 이후 범상치 않은 그들의 결혼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부부는 ‘고고학자는 오래될수록 흥미를 더 느끼니 여자에겐 최고의 남편감’이라는 재치 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실제로 크리스티가 85세로 죽을 때까지 이 부부는 금실 좋게 살았다. 게다가 상대방의 일에도 큰 도움을 주었으니, ‘메소포타미아 살인사건’을 비롯한 그녀의 여러 추리소설에 고고학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흔히들 고고학을 값진 보물을 캐는 직업으로 생각하지만, 정작 고고학에서는 유물보다는 유물이 놓인 위치, 즉 층위를 기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유물이 아무리 귀하다 한들 발견된 위치를 모른다면 그 유물을 만들어 낸 인간들의 역사를 제대로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고고학자들에게는 화려한 보물보다는 한 자리에서 살아온 수천 년 인간의 역사가 더 소중하다. 사람이 늙는다는 것도 마치 고고학의 층위처럼 인생의 경험이 한층 한층 쌓여 가는 과정이다. 사람이 노화된다고 과거의 경험과 기억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마치 풀숲에 가려진 옛 유적처럼 그들의 지혜는 오히려 무의식의 저편에 묻혀 있다가 필요할 때에 발현되기 때문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는 언제나 늙은이의 지혜를 믿어 왔다. 그렇지만 전근대 사회에서 인간의 수명은 매우 짧았기에 늙어 가는 것은 극히 소수에게만 주어진 기회였다. 동북아시아에서 최초의 청동기시대인 4000년 전 하가점하층문화의 무덤 유적인 다뎬쯔에서 700여기의 무덤에 묻힌 인골을 분석한 결과 그중 40대 이상은 10% 이하였다. 문명의 발생 이후에도 여전히 늙어 가는 것은 운 좋은 소수만 가능했다. 인생 100세를 넘보는 지금의 고령화 사회는 지난 수백만 년의 역사에서는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경지다. 더욱이 의학의 발달로 수명뿐 아니라 지적인 능력도 계속 유지가 된다. 예전에는 진즉에 은퇴했을 법한 백발의 전문가들이 녹슬지 않은 전문적인 지식에 연륜을 더해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는 것을 그리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고고학의 층위처럼 쌓인 인간의 지혜와 경험이 유감없이 발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늙어 가는 모습이 언제나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자신들의 젊을 때 경험과 생각을 앞세우며 막무가내로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는 일부 노년 세대도 있고, 반대로 늙은 세대가 자신들의 기회를 빼앗아 간다고 갈등의 각을 세우는 일부 젊은 세대도 있다. 이런 모순은 늙어감을 지혜의 축적보다는 생산성의 퇴보로만 생각하는 사회적 통념과도 관계 있다. 그러니 사람들은 늙음을 거부하려고만 한다. 동안 열풍도 결국은 쓸모없는 늙은이가 되기를 거부하려는 열망이 표현된 것이다. 흔히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한다. 원래 나이에 관계없이 인생을 적극적으로 살라는 말이지만 요즘은 늙음을 거부하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 사실 세상 모든 것을 바꾼다고 해도 나이는 바꿀 수가 없다. 매스미디어는 동안을 유지하는 사람들을 경쟁적으로 비추어 주지만, 사실 수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서 노화를 늦추는 것일 뿐이다. 메소포타미아의 영웅 길가메시도, 중국의 진시황도 찾지 못한 영원한 젊음의 길을 우리라고 찾을 수 있을까. 오히려 늙어감의 기쁨을 찾는 것이 더 빠르지 않을까. 100세 인생이라고 한다면 인생의 절반은 생식을 비롯한 육체적 그리고 사회적인 능력이 감퇴한 채로 산다는 뜻이다. 이 절반의 인생을 위해 물질적인 연금은 물론 노년의 지혜가 제대로 발휘되는 정신적인 연금을 쌓기 위해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지난 세기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탈식민지, 민주화와 그리고 경제발전을 이룩해 왔다. 그 소중한 역사를 담은 세대들이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함께하며 그 경험을 공유하고 함께 앞날을 모색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축복이 아닐까. 유적의 층위 사이에서 인간의 역사를 찾아내면서 우리의 앞날을 모색하는 고고학의 지혜가 급격히 고령화되는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시사점을 준다.
  • 한국 문학 위상 10년 새 크게 올라 세계 시장서 통할 매력·가능성 충분

    한국 문학 위상 10년 새 크게 올라 세계 시장서 통할 매력·가능성 충분

    세계 최대 도서전인 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는 ‘리트프롬’(litprom)이라는 산하 기관이 있다. 우리말로 옮기면 ‘아시아아프리카남미문학 진흥 위원회’. 1980년 세워진 비영리단체로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독일 입장에서는 ‘제3세계 문학’인 이들 문학에 대한 정보를 축적·홍보하고 번역, 출간을 돕는다. 최근 리트프롬의 아니타 자파리(63) 대표가 한국을 찾았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초청으로 관심 있는 한국 작가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카페창비에서 만난 자파리 대표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전날 맨부커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에 “마침 며칠 전 ‘채식주의자’를 읽었는데 이게 웬 우연인지 모르겠다. 나도 행복했다”며 담뿍 반가워했다. “2005년 한강 작가와 독일 여러 도시를 돌며 ‘채식주의자’ 낭독 투어를 열었어요. 그때 문학에 관심도 없던 제 친구들을 데려갔는데 이번에 제가 한국에 간다고 했더니 한 친구가 그러더군요. ‘나 그때 한국 작가가 쓴, 여자가 식물로 변하는 이야기 아직도 기억해.’ 여성의 문제를 예술적으로 풀어 간 그런 얘기는 쉽게 잊히지 않는 법이죠. 한강 작가의 소식을 듣고 그게 떠오르며 얼마나 반갑던지요.” 자파리 대표와 우리 문학의 인연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7년 리트프롬에서 해당 문화권 여성 작가들에게 주는 문학상을 오정희 작가의 ‘새’가 수상하면서 처음 한국 소설을 접했다. 이후 우리나라가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초청된 2005년에는 30여명의 한국 작가를 데리고 독일 내 낭독 투어를 진행했다. 최근 영미권 출판계에서는 한강 작가가 화제를 모은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정유정의 ‘7년의 밤’이 독일 유력 주간지 차이트에서 ‘올해의 추리소설 톱 10’ 가운데 8위로 뽑히며 매력적인 서사로 인정받았다. 자파리 대표에겐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상황들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한국 문학을 펴내려는 출판사도 없었고 소형 출판사에서 냈다 한들 팔리지도 않았어요. 한국 문학은 전후 상황이라는 특수한 역사를 담고 있는 주제로만 알려져 독자들이 다가가기 쉽지 않았던 거죠. 좋은 책을 선별할 만큼 한국 문학을 잘 아는 번역가도 거의 없었고요.”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 한국 문학요? 세계 출판 시장에서 통하기 위해 바꿀 것도 없습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 매력과 가능성이 충분하거든요. 소재도 현대사회의 공통된 고민과 맞물리고 한국 문학과 문화에 눈이 밝은 번역가들도 늘어났어요. 출판시장도 아시아 여러 나라 중에서 선진적이고요. 이 때문에 리트프롬에서 배포하는 도서 추천 리스트, 작가 소개 브로슈어 등을 보고 한국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을 보이고 출간하겠다는 독일 출판사들도 많아졌죠.” 그가 이번에 성석제, 정유정, 윤성희, 황선미 등 여러 국내 작가들을 만난 것도 그 때문이다. “정유정 작가는 독일에서 성공적이라 할 만한 게 책을 낸 출판사에서 다른 한국 작품도 출간하겠다고 의사를 밝혔어요. 성석제의 ‘위풍당당’은 올해 독일에서 출간될 예정이고요. 윤성희 작가는 흥미로운 작품을 쓰기 때문에 작가 교환 프로그램에 올 수 있는지 물어봤죠. 한국 문학을 다른 문화권에 알리려면 낭독 행사처럼 독자와 직접 만나 작품을 접하게 하는 게 제일 효과적이거든요.” 그래서 리트프롬은 주한독일문화원 등과 함께 연간 10~15명 규모의 양국 간 작가 교환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문학이 읽히지 않는다는 자조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자파리 대표는 문학의 미래를 낙관했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역사, 문화를 교감하는 데 이야기의 힘만 한 게 있을까요. 결국 모든 문화의 기초이자 인류의 기본적인 욕구는 스토리텔링이니까요.” 글 사진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재미있는 韓문학” 해외서 출간 러브콜… 1년 새 4배↑

    “재미있는 韓문학” 해외서 출간 러브콜… 1년 새 4배↑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최근 영미권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해외 출판사들의 우리 문학 출간 요청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해외 출판사가 자발적으로 우리 문학을 출간하겠다고 번역 지원을 신청한 건수는 2014년 13건에서 지난해 58건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이 가운데 번역 지원이 이뤄진 건수는 같은 기간 12건에서 42건, 출간 계약을 맺고 출간 지원을 신청한 건수는 같은 기간 0건에서 20건으로 각각 늘어났다. 과거에는 우리가 작품을 정해 번역한 뒤 해외 출판사에 ‘책을 내 달라’고 요청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발품을 팔며 섭외에 나서도 “성공 확률은 1%도 안 된다”고 할 정도로 출간 성사가 어려웠다. 하지만 요즘은 우리 문학에 대한 해외 출판계의 관심이 커지면서 아예 ‘A 작가의 B 책을 내겠다’고 출간 계획을 밝히며 번역 지원을 신청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번역원은 2014년 4월부터 해외 출판사 번역·출판 지원 사업을 따로 마련했다. 해외 출판사들이 먼저 ‘러브콜’을 보내면서 작품 번역부터 출간까지의 기간도 대폭 줄었다. 번역원 조사에 따르면 과거(1987년~2014년 1분기)에는 평균 4년 3개월 걸리던 것이 1년(2014년 2분기~2015년 4분기)으로 대폭 앞당겨졌다. 이윤영 한국문학번역원 영어권 팀장은 “기존에 해외에 소개된 우리 작가들의 책을 읽고 관심을 가지게 된 해외 편집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미국 명문 출판사 달키아카이브를 통해 2013년부터 펴낸 한국문학총서(25종)의 다양한 작가들이 해외에 노출되면서 그걸 접하고 해당 작가의 다른 작품을 내겠다는 출판사들의 요청이 여럿 들어왔다”고 말했다. 미국 딥벨럼 출판사는 국내 작가의 책을 향후 3년간 3종을 출간하기로 했고,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역자 데보라 스미스가 운영하는 영국 출판사 틸티드악시스도 황정은, 김연수의 작품 등 3종을 더 내기로 했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34개국 출간),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28개국 출간) 등을 해외에 소개해 성공을 거둔 한국문학 수출 에이전시 KL매니지먼트의 이구용 대표도 이런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요즘 분위기는 ‘엄마를 부탁해’가 해외 시장에서 주목받던 2011년 상황과는 또 다르다”면서 “그 이후 해외 출판계나 언론, 비평가들이 한국문학에 대한 경험이나 정보가 더 많아졌기 때문에 각 언어권 시장에서 우리 문학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독자들의 관심과 판매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이런 경향이 계속 누적되다 보면 케이팝처럼 ‘문학 한류’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최근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 미국, 영국의 주요 언론들로부터 좋은 리뷰를 받은 한강의 ‘채식주의자’ 판권은 지금까지 세계 20개국에 팔려 나가며 빠르게 세를 넓히고 있다. 해외 편집자들은 올해 나올 한강 작가의 신작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관심을 갖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은 지난해 12월 독일 유력 주간지인 자이트에서 ‘올해 최고의 추리소설 톱10’ 가운데 8위로 꼽히며 화제를 모았다. 한강, 정유정 작가는 다음달 17~20일 열리는 프랑스 파리국제도서전에서도 각각 책 출간 행사를 가지며 관심을 불러일으킬 예정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정원·카페·아틀리에서… 그녀들은 쓰고 또 썼다

    정원·카페·아틀리에서… 그녀들은 쓰고 또 썼다

    “나 자신을 글쓰기로 몰아넣으려면 내 방이 있어야 해요.” 미국 노예 해방의 도화선이 된 소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의 작가 해리엇 비처 스토의 말이다. 남편에게 ‘자기만의 방’을 요구했던 스토와 달리 추리소설의 대모 애거사 크리스티는 “튼튼한 책상과 타자기 외엔 필요한 게 없다”고 했다. 이렇듯 모든 작가들에겐 글이 풀리는 저마다의 공간과 조건이 있다. 독일 작가 타니아 슐리는 ‘글쓰는 여자의 공간’(이봄)에서 여성 작가들의 창작 공간에 주목했다. 집안일과 육아가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과거 일부 여성 작가들은 집이 아닌 제3의 장소로 내몰려야 했다. 중국 작가협회 부주석인 장제(張潔)는 화장실 변기 위에 널판을 올려놓고 앉아 600쪽의 장편을 쓰기도 했다. 종이나 펜만 있으면 세계 어디서든 글을 쓸 수 있는 방랑형,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시킨 채 골몰하는 골방형도 있다. 저자는 작가의 사진이나 초상화, 일기, 편지, 소설, 인터뷰 등을 통해 작가가 어디에서, 어떻게 썼는지 두루 살폈다. 18세기 제인 오스틴부터 동시대 작가들까지 35명의 여성 작가들에게 창작 공간은 ‘피난처이자 낙원, 지옥’이었다. 책에는 사실이 아니라 관찰, 감상에 그치는 애매한 대목이 많다. 하지만 작가들의 재능이 움트고 발산된 공간을 담은 사진들이 이런 아쉬움을 압도할 만큼 아름답다. 유명 시인인 남편 테드 휴스와 달리 살림에 아이 돌보기까지 떠맡아야 했던 실비아 플라스의 사진에서는 집 앞 정원 등 야외에서 타자기를 두드리는 모습이 눈에 띈다. 글쓰는 공간을 공개하기 싫었던 건지 집에서 쓸 수가 없었던 건지 분명치 않지만 재능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에 닿지 못해 내내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던 작가의 내면이 들여다보이는 듯하다. 공공장소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의 대표주자는 시몬 드 보부아르였다. 가사야말로 여자들의 자유와 삶, 글쓰기를 방해하는 덫이라고 여겼던 보부아르에게는 카페가 진정한 생활 공간이었다. 그는 카페에서 세상을 관찰하며 지금은 고전이 된 저작들을 완성했다. 자신만의 아지트를 고수하는 작가들도 많다. 미국의 소설가이자 현대미술 화가들의 후원가로 유명했던 거트루드 스타인은 모두가 부러워할 ‘호화판’ 집필 공간을 갖고 있었다. 피카소, 마티스 등의 명작으로 가득 찬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작품을 썼던 스타인은 그림을 먼저 감상하고 글을 쓰곤 했다. 오빠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피카소를 사들여 걸어놨을 때는 “입맛을 떨어지게 할 뿐 아니라 글쓰기마저 방해한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셜록홈스, 기호학자를 만나다(움베르토 에코·토머스 세벅 엮음, 김주환·한은경 옮김, 이마 펴냄) 기호학과 추리소설의 구조적, 방법론적 유사성에 주목한 책이다. 현대 기호학의 체계를 수립한 찰스 퍼스의 난해한 기호학과 논리학의 핵심 내용을 셜록 홈스와 뒤팽 등 탐정·추리소설에 나오는 논리학과 비교 분석한 책이다. 이탈리아 사상가이자 소설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움베르토 에코와 기호학자 토머스 세벅을 비롯해 언어학, 기호학, 역사학 등 각 분야 권위자들이 쓴 10편의 글을 통해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기호학적 단서를 찾아 나갈 수 있다. 440쪽. 1만 7000원. 고독한 나에서 함께하는 우리로(유범상 외, 지식의 날개 펴냄) 각자 따로 살아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한 인문학적 소통과 상상을 그려냈다. 전공이 다른 대학교수 14인이 함께 집필해 독립적인 주제의 담론을 펼치면서 나와 나를 둘러싼 공동체의 의미를 묻는다. 1부는 개인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주제들을, 2부는 건강 격차와 사회적 고통 등 공동체를 성찰해 볼 수 있는 주제를 다룬다. 3부에서는 100세 시대를 맞아 베이비부머의 가족 관계, 제2의 인생과 협동조합 등 미래 사회에 대해 탐구한다. 부조리한 상황을 회피하거나 순응할 게 아니라 스스로와 공동체에 대해 더 나은 삶을 질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416쪽. 1만 8000원. 인터넷 플러스 혁명(마화텅·장샤오평 외, 강영희·김근정 옮김, 비즈니스북스 펴냄) 차이나 파워의 실체와 향후 경제 전략을 분석한 2025년 중국에 대한 미래보고서다. 지난해 3월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에서 주창된 중국 경제의 차세대 성장동력인 인터넷 플러스 계획을 소개하고 있다. 전통 산업에 인터넷을 접목시키는 인터넷 플러스 전략을 중국이 국가적으로 전개하게 된 배경과 텐센트 등 개별 기업의 추진 과정, 노동집약형 제조업 국가에서 기술집약형 스마트 제조업 강국으로 발전하겠다는 향후 10년간의 구상을 낱낱이 해부해 놓았다. 544쪽. 3만 5000원. 스페이스 크로니클(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박병철 옮김, 부키 펴냄) 뉴욕 헤이든 천문관의 천체물리학자인 저자는 인류가 왜 우주를 동경하게 되는지, 왜 우주로 나가야 하는지 등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우주 탐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망한다. 현존하는 최고의 우주 스토리텔러로 꼽히는 저자는 과학적 사례와 대중문화를 섞어 가며 활기찬 화법과 유머 감각으로 어려운 과학 얘기를 풀어 나간다. 저자는 2029년 4월 12일 통신 위성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지구를 스쳐 지나가는 대형 축구 경기장 크기만 한 소행성을 향후 인류의 생존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로 지목한다. 448쪽. 1만 8000원. 문화로 읽는 세계사(주경철 지음, 사계절출판사 펴냄)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가 10년 만에 개정·증보판을 냈다. 판면 디자인을 바꾸고 100여컷이 넘는 컬러 도판을 담아 가독성을 높였다. 내용 측면에서는 루이 14세의 절대왕권을 문화적으로 조명한 ‘베르사유’ 장을 추가했고, 선사 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에서 인간이 어떤 문화를 일궈 왔는지를 36가지 주제에 나눠 담았다. 저자는 “문화는 가장 폭넓고 다양한 광경을 보여주는 창일 것이다. 문화는 결국 사람들이 살아가고 생각하며 느끼는 방식을 가리키므로, 문화로 보는 역사는 인간과 사회를 가장 넓게 이해하는 틀” 이라고 말한다. 412쪽. 1만 8900원.
  • 따뜻할 땐 함박눈… 추울 땐 싸락눈·가루눈

    따뜻할 땐 함박눈… 추울 땐 싸락눈·가루눈

    “눈(雪)을 읽는 것은 음악을 듣는 것과 같다. 눈에서 읽은 내용을 묘사하는 것은 음악을 글로 설명하려는 것과 같다.” 1992년 덴마크 작가 페테르 회가 쓴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은 추리소설 역사상 가장 철학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이 책의 주인공 스밀라는 얼음과 눈의 미세한 변화나 차이에 대해서도 인식하는 놀라운 감각을 갖고 있다. 12월이 되면 많은 사람이 크리스마스와 함께 소담스럽게 내리는 함박눈을 기대한다. 하얀 눈에서 느껴지는 포근함과 푹신함은 예전 사람들에게도 똑같았던 모양이다. 먹음직스럽게 하얀 우리나라 전통 시루떡인 백설기도 흰 눈 같은 떡이라는 ‘백설고’(白雪?)가 변형된 것이다. 기상청은 올겨울 우리나라에는 엘니뇨 현상의 간접 영향으로 눈이 많이 올 것이라고 예보해 눈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하얗게 떨어지는 눈은 단순해 보이지만 다양한 과학이 숨겨져 있다. 눈은 구름에서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는 얼음의 결정이다. 일반적으로 상층 기온이 영하권이고 지상 기온이 2도 이하일 때 눈이 내린다. 간혹 지상 기온이 4도일 때도 눈이 내릴 때가 있다. 눈의 종류는 크게 ▲함박눈 ▲싸락눈 ▲가루눈 ▲진눈깨비 등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함박눈은 여러 개의 눈 결정이 달라붙어 눈송이를 형성해 내리는 것이다. 1.5㎞ 상공에서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일 때 만들어지는데, 비교적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공기에서 형성된다. 싸락눈은 함박눈보다 추울 때 내리는 눈으로 흰색의 불투명한 얼음 알갱이가 떨어지는 현상이다. 1.5㎞ 상공의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로 내려가는 찬 공기에서 만들어진다. 가루눈은 밀가루처럼 잘 뭉쳐지지 않는 눈으로 함박눈보다 미세한 눈 조각 상태로 내린다. 습도와 기온이 낮고 바람이 강하게 불 때 많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싸락눈이나 가루눈이 내릴 때는 함박눈이 올 때보다 춥다. 진눈깨비는 상공의 기온이 높아서 눈이 오다가 비와 섞여 내리는 현상이다. 이 밖에 땅에 쌓여 있는 눈이 바람 때문에 날려 눈이 내리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날린 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눈의 종류는 4가지 정도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눈의 결정 모양은 6000여개나 된다. 흔히 눈송이 하나에 6개의 가지가 달린 육각형 모양으로 알고 있지만 바늘 모양, 기둥 모양, 장구 모양, 콩알같이 둥근 모양, 불규칙한 입체 모양 등 완전히 똑같은 눈 모양은 없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별 모양의 눈 결정은 상공 1.5㎞의 기온이 영하 20~영하 10도 사이일 때 만들어진다. 이보다 낮은 기온일 때는 기둥형이나 판상 결정이 만들어지고, 영하 10도보다 높을 때는 바늘이나 육각기둥 모양의 결정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마법으로 알려진 연금술을 화학적 수준까지 높여 ‘닥터 우니베르살리스’(백과전서적 박사)라고 불리는 알베르투스 마그누스가 1260년쯤 처음으로 눈이 결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러나 눈송이가 육방정계에 속하는 결정이란 사실을 밝혀낸 것은 1611년 ‘육각형 눈송이에 대해’라는 책을 쓴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다. 케플러는 눈송이가 육각형이라는 것을 밝혀내기는 했지만, 대칭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1665년 현미경을 만들어 세포를 발견한 로버트 훅이 ‘별 모양의 눈 결정에서는 큰 가지에서 뻗어 나온 작은 가지가 인접한 큰 가지와 평행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1820년 영국 포경업자 W 스코레스비가 96개의 눈꽃 결정을 찾아내고, 1855년 영국 기상학자 제임스 글레이셔가 151개의 눈 결정을 제시했다. 그러나 눈 결정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말년까지 6000종의 눈 결정을 찾아낸 미국의 농부이자 아마추어 눈 사진가인 윌슨 벤틀리다. 벤틀리는 1907년 1300종, 1923년 4000종 등 1931년 죽을 때까지 6000여 종류의 눈 결정을 찾아내 사진을 찍었다. 1931년에는 이 중 3000종의 사진을 골라 ‘눈 결정’이라는 사진집을 발간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눈 구조에 대한 세계적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눈이 내려 쌓이는 것을 ‘적설’이라고 하는데 기상관측에서 내린 눈의 깊이와 양은 ‘적설량’을 사용한다. 적설량은 적설판을 평평한 곳에 놓고 쌓인 눈의 깊이를 자로 재서 측정한다. 적설량은 쌓인 기간에 관계없이 관측하기 때문에 관측 시점에 쌓여 있는 눈의 높이를 말한다. 이렇기 때문에 오전에 적설량이 6㎝였는데 오후에 적설량이 그 이하로 줄어들 수도 있다. 최근에는 적설량뿐만 아니라 ‘최심적설’과 ‘신적설’도 쓰고 있다. 최심적설은 0시부터 24시까지 가장 눈이 많이 쌓여 있을 때 깊이, 신적설은 0시부터 24시간까지 정해진 시간 간격(6시간, 12시간, 24시간)에 내려 쌓인 눈의 높이다. 신적설은 대설특보를 내릴 때 활용된다. 기상청의 대설특보 기준에 따르면 주의보는 24시간 동안 신적설이 5㎝ 이상일 때, 경보는 24시간 신적설이 20㎝ 이상일 때 내려진다. 산간 지역의 경우는 24시간 신적설이 30㎝ 이상일 때 발령된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日 추리소설 여왕 ‘괴수전’ 韓 출간

    日 추리소설 여왕 ‘괴수전’ 韓 출간

    일본 SF대상, 추리작가협회상, 나오키상 등을 수상한 일본 추리소설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55)가 괴물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국내 독자들을 찾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을 보고 깊은 영감을 받았다고 밝혀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미 ‘화차’, ‘모방범’ 등으로 국내에서도 두툼한 팬층을 갖고 있으며, ‘미미 여사’라는 애칭으로 통하는 미야베의 신작 ‘괴수전’(북스피어)은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나가쓰노 번’과 ‘고야마 번’이라는 가상의 지역을 무대로 삼고 있다. 마을 하나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괴멸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이를 조사하러 간 무사들까지 연락이 끊기며 사건의 실체는 더욱 미궁에 빠진다. 하지만 뜨거운 물을 뒤집어쓴 것 같은 화상을 입은 채로 겨우 목숨을 건진 이 마을 소년에 의해 사건의 실마리가 풀린다. 정체는 식인 괴수였다. 서로 증오하는 두 마을이 안고 있는 문제와 그 문제로 인해 갈등하는 인간의 악한 의도가 절정에 달하는 순간 백일하에 모습을 드러낸 괴수는 거대하고 민첩한 데다 영리하기까지 하다. 괴수와 인간의 사투는 치열하고 그 속에서 괴수를 이용하려는 자와 이를 막으려는 자들의 싸움도 점점 잔인해진다. 미야베 작품의 미덕은 단순한 미스터리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 시대의 문제를 작품의 배경으로 깔아 놓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작품 역시 괴수가 날뛰는 무대를 후쿠시마가 있는 동북지방으로 설정해 이 대재앙이 ‘3·11 후쿠시마 원전 참사’를 염두에 뒀음을 넌지시 알려준다. 인간의 어리석음이 빚어낸 돌연변이 괴수가 인간을 습격하고 세상을 멸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상황을 빗댔다. 그는 지난해 일본에서 이 작품을 발표하며 “저는 괴수물을 무척 좋아하고 ‘울트라 시리즈’도 보고 자란 세대여서 언젠가 나만의 괴수물을 쓰자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몰랐다”면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다가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서 영감을 얻어 괴물이 날뛰는 이야기를 쓸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낙향해서 터 잡고 세상과 소통하는 ‘전국구’ 예술인들

    낙향해서 터 잡고 세상과 소통하는 ‘전국구’ 예술인들

    지난 4월 말 충남 논산시 탑정호 호숫가에 있는 2층짜리 집 뜰에서 올해 세 번째인 ‘와초문학제’가 열렸다. 와초(臥草)는 영화 ‘은교’의 원작 소설가 박범신의 호. 박 작가가 낙향한 곳이 가야곡면 조정리 집필관이다. 축제가 열리면 작가는 수백명의 방문자와 함께 문학과 고향 얘기를 오랫동안 나눈다. 탑정호의 아름다운 풍치 속에서 사람들은 온종일 문학의 향기에 취했다. ‘전국구’ 예술가들이 지역 문화를 이끄는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이름값을 무기로 낙후된 지역의 문화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관광객이 늘어나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으며 세속과의 절연을 선언한 중국 도연명과 달리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지역문화의 내·외연을 넓히는 덕분이다. 자발적이든, 자치단체가 유치하든 그들의 낙향은 은둔이 목적이 아니다. 과감한 낙향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눈부신 통신의 발전도 한몫한다. ●박범신,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논산일기 박범신은 29일 “고향은 내 생명과 문학이 태어난 모태”라며 “원래 논산은 기호학의 본산이고 문화도 유서 깊은 곳인데 논산훈련소 등으로 이미지가 삭막해졌다. 고향을 ‘문화논산’으로 되살리고 싶다”면서 “‘작가 아무개가 산다’는 것만으로 문화적 업그레이드가 됐다. 요즘은 전국적 관광지가 돼 소설을 쓰려면 거꾸로 서울로 피난(?) 갈 지경”이라고 웃었다. 그는 10월 24~26일 세 번째 인문학 탐방도 연다. ‘소풍’을 타이틀로 참가자들과 탑정호 둘레길을 돈다. 수백명의 독자들이 소풍 올 것을 기대한다. 그는 지난해 시에서 처음 주최한 황산벌 청년문학상 심사위원장을 맡는 등 2011년 말 낙향 후 지역문화 고급화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낙향 덕분에 그 지역이 작품에서 숨쉬게 된다. 박 작가는 “소설 ‘소금’의 배경이 당초 부산이었는데 낙향하면서 논산 강경으로 바꿨다”고 귀띔했다. 논산생활을 담은 에세이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논산일기’도 썼다. 다음 작품인 ‘당신’도 배경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논산을 연상시킬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객주’ 작가 김주영, 청송에 머물며 청송 관련 소설 집필 중 서울신문에 ‘객주’를 연재했던 작가 김주영(76)은 1년 전부터 고향인 경북 청송에서 거의 살다시피 한다. 1년 전 문을 연 ‘객주문학관’을 찾는 관람객을 맞기 위해서다. 도우미 역할에 직접 강의도 한다. 관람객이 두 번, 세 번 다시 찾는 이유다. 질펀한 장이 섰던 작가의 고향은 벌써 고품격 문학 명소로 바뀌고 있다. 청송군은 지난해 6월까지 75억원을 들여 진보시장 인근에 문학관을 짓고 김 작가의 집필실 ‘여송헌’을 두었다. 작가 스스로 문학관을 이끌게 한 것이다. 김 작가를 찾는 문인과 문학 청소년들이 머물도록 카페와 숙박시설도 지었다. 낙향했다고 해서 창작열이 식지 않는다. 김주영도 최근 청송에 머물면서 청송과 관련된 소설을 집필하고 있다.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리는 작가 이외수(70)가 춘천에서 강원 화천 감성마을로 옮겨 둥지를 튼 지 10년째다. 지난해 암 투병으로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지만, 씩씩하게 견뎌내고 있다. 작가는 산천어축제는 물론 동계올림픽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산천어축제 하이라이트인 선등(仙燈)문화제 이름을 직접 지어 홍보하는 등 곳곳에 작가의 열정이 묻어 있다. 전국 꿈나무 문인을 위해 ‘세계 평화·안보 문학축전’를 열고, ‘이외수문학상’을 제정해 첫 수상작도 냈다. 배추, 멜론, 옥수수 등 마을 농산물 판매에도 팔을 걷어붙여 왔다. ●‘섬진강변살이 하는’ 전북 임실군의 김용택 ‘섬진강 시인’ 김용택(68)은 요즘 전북 임실군 덕치면 장산리 고향에 집을 짓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08년 8월 교직을 떠나 전주의 아파트에 살았지만 도무지 정도 안 들고 도시 삶이 사는 것 같지 않아서다. 오는 11월쯤 이사한다. 그는 “집을 지으면서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 유유자적하다 보니 다시 삶의 의미를 찾은 것 같아 기쁘기 그지 없다”면서 “공사가 끝나면 새 집에 노모를 모시고 시작 활동에도 힘을 더 쏟겠다”고 전했다. 시인 이진우(50)는 올해 초 세 번째 시집 ‘보통씨의 특권’을 냈다. 이씨는 “시집을 찬찬히 읽어 보면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98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이 시인은 잘 나가던 서울생활을 접고 2000년 경남 거제시 남부면 저구리로 낙향해 15년째 살고 있다. 이씨는 통영이 고향이다. ●‘마음이 닿는 곳이 고향이다‘ 추리작가 김성종, 시인 박남준 추리문학의 대부 김성종(74)은 고향이 전남 구례지만 부산으로 낙향했다. 서울에서 집필에 몰두하다 머리를 식히러 가끔 내려온 해운대 앞바다와 안개에 반해 1981년 둥지를 옮겼다. 1992년 해운대 달맞이언덕에 추리문학관을 지었다. 국내 사설문학관 1호다. 작가는 이곳에서 여전히 집필 활동이 왕성하다. 창작교실을 열어 후진도 양성한다. 관람객이 하루 30~40명씩 찾는다. 부산을 추리문학의 ‘메카’로 키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생활 중 10여권의 장편 추리소설을 쓴 김성종은 “작가의 상상력은 끝이 없고, 때와 장소를 초월한다”고 했다. 그는 장편 ‘계엄령의 밤’, ‘도망 간 여자’, ‘1973년 여름, 베를린 안개’ 등 세 편을 동시에 쓰고 있다 시인 박남준(58)도 고향인 전남 영광 법성포가 아닌 지리산 자락으로 내려와 ‘지리산 시인’이 됐다. 2003년 9월 경남 하동군 악양면 동매마을에서 13년째 살고 있다. 평사리 끝 마을, 끝 집이다. 양철지붕이 덮인 10평 남짓한 작은 토담집에서 살지만 많은 지역 문학행사에서 강의를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7번째 시집 ‘중독자’도 “지역에 사는 예술인들이 지역문화 발전에 힘을 보태야 한다”며 지역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제천에 판화가 이철수, ‘서귀포 작가’ 이왈종 대중적 인기에서 앞서는 작가와 시인 외에도 낙향한 예술가는 많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목판 화가 이철수(61)는 1987년 충북 제천시 백운면 평동리로 내려왔다. ‘울고 넘는 박달재’ 아랫마을이다. 아내와 농사를 지으며 판화를 새기는 반(半)농사꾼으로 살다 지난해 새 직업(?)이 생겼다. 제천참여연대 공동대표다. 1980년대 판화로 시대와 맞섰던 그로서는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화가는 “지역사회에서 시민들의 작은 목소리는 매우 소중하다. 나도 시민의 한 사람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화가는 지난해 11월 지역에서 판화전을 열어 수익금을 제천참여연대에 기부했다. 서울은 물론 독일, 스위스 등에서 개인전을 열어온 것과 비교해 성에 안 찰 수 있지만, 그는 정성을 쏟았다. 2007년에는 주민 대표로 마을에 들어서는 리조트 반대운동을 벌이는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삶은 낙향 이후에도 여전하다. 그는 매일 아침 일상과 생각들을 담은 ‘나뭇잎 편지’에서도 치솟는 집값과 전·월세에 걱정하는 집 없는 자들을 위로했다. 회원이 무려 8만여명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화가 이왈종은 고향인 경기도 화성을 떠나 서귀포시에 거주한 지 오래됐다. 경기도 출신이지만, 이제 ‘제주도의 화가=이왈종’을 연상한다. 제주도 출신으로 제주도에서 활동한 서양화가 강요배와 함께 서울화단을 좌지우지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이 화백은 지난 15일 서귀포시청에 유니세프 후원금 3000만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완주에 막사발 작가 김용문, 부여에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막사발 작가로 유명한 도예가 김용문(60)은 2013년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 둥지를 틀었다. 전라선 이설로 폐쇄된 옛 삼례역에서 세계막사발미술관을 운영한다. 임정엽 전 군수가 그의 작품 세계를 인정해 미술관, 창작실, 장작 가마를 제공하겠다고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작가는 그해 8월 완주 세계 막사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자신이 교수로 있는 터키 하제테페국립대 제자들과 함께 전시회를 했고, 지역 작가 도예전도 열었다. 요즘에는 방학 때 도예체험 교육을 한다. 관광객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진다. 일제강점기 때 쌀 수탈의 기지 역할을 했던 삼례역이 소박한 서민들의 전통 도자기를 세계에 알리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전 문화재청장 유홍준(66)은 충남 부여군 외산면 반교리 청년회원이다. 집 ‘휴휴당’을 지어 놓고 ‘5도 2촌’ 생활을 하지만 유 전 청장 덕에 마을이 유명해졌다. 유 전 청장은 수년 전부터 서울에서 관람객을 이끌고 부여로 역사탐방을 온다. 정림사지 5층석탑 등 부여의 백제유적을 직접 미학적으로 설명해 인기가 높다. 유 전 청장과 역사탐방을 왔던 김용택 시인이 ‘껍데기는 가라’의 시인 신동엽 생가 등 부여 문학탐방을 하고, 민중화가 임옥상 등이 자신의 특기와 연관시켜 역사탐방에 나서면서 연쇄 효과를 낳고 있다. 이미영 부여문화원 팀장은 “이 때문에 백마강 유람선 이용객이 많이 늘었다고 선장이 말하더라”고 전했다. 논산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기고] 공인 탐정 도입, 이제 시간이 없다/정수상 경기 고양경찰서장

    [기고] 공인 탐정 도입, 이제 시간이 없다/정수상 경기 고양경찰서장

    모든 국가에는 피해 회복절차와 법 규정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형식적인 정의에 그친다. 영화 ‘변호인’이나 드라마에서처럼 변호사가 의뢰인을 위한 증거수집에 적극적으로 뛰는 사례는 보기 어렵다. 있어도 변호사는 시간과 인력이 부족한 데다 정보수집 기법이 부족해 성과를 얻기 힘들다. 결국 비전문가인 의뢰인이 직접 증거 등을 수집해 변호사에게 줘야 한다. 민형사 사건을 겪는 개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증거나 정보 수집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누군가’ 도와줘야 한다. 그 누군가는 법률 지식과 경험을 갖춘 합법적인 신분이어야 한다. 누군가가 없으면 지인에게 부탁하거나 심부름센터와 같은 불법 흥신소를 이용해야 한다. 방법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처럼 변호사와 탐정이 협업하는 것이다. 탐정 역사가 200년에 가까운 미국에선 탐정 도움 없이 형사사건을 변호하는 변호사가 드물다. 한번쯤 읽어 봤을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셜록 홈스 같은 명탐정을 말한다. 그러나 탐정은 우리나라에서 불법이다. 탐정을 허용하는 법이 17년 가까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탐정법은 16대 국회 때 당시 한나라당 하순봉 의원이 처음 입법을 논의했고 17, 18대에서도 법안이 제출됐지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19대에서도 ‘경비업법 전부 개정 법률안’과 ‘민간조사업에 관한 법률안’ 2건이 제출돼 있지만 내년 3월이면 또다시 국회임기가 만료돼 자동 폐기된다. 국무조정실과 경찰청, 법무부가 지난해부터 협의체를 구성해 민간조사업 도입을 논의하고 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청과 법무부가 탐정 관할권을 놓고 이견이 있고 대한변호사협회의 반대도 거세다. 탐정이 생기면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3월 1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선진국에 있는데 우리에게 없는 잠재적 직업을 발굴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을 지시했고, 정부는 지난해 3월 탐정을 새로운 직업군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탐정 도입으로 돈과 권력, 연에 의지하기보다 증거를 기초로 한 공정한 재판을 받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시간이 없다.
  • 물길 따라 예술이 흐른다… Norway 또 다른 물의 도시 ‘올레순’

    물길 따라 예술이 흐른다… Norway 또 다른 물의 도시 ‘올레순’

    예이랑에르와 직선 수로로 연결된 산간 마을 헬레쉴트 인근에서 655번 도로를 타면 웅장한 노랑스달과 만난다. 렌터카 여행의 묘미는 바로 이런 점에 있을 터다. 가고 싶고 보고 싶은 곳을 제 마음대로 갈 수 있다는 것. 이름에서 눈치챘겠지만, 노랑스달은 빙하가 흘러간 흔적을 제대로 살필 수 있는 거대한 협곡(달)이다. 노랑스달에서 시작된 피오르는 외예를 거쳐 우르케 선착장까지 이어진다. 이 길에서 호텔 유니온을 만난 건 뜻밖의 소득이었다. 19세기에 지어진 호텔은 고풍스럽다.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리크 입센, 탐험가 로알 아문센,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 아서 코난 도일 등이 이 호텔에서 묵어갔다고 한다. 방문마다 묵었던 인사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여정의 마지막 목적지는 올레순이다. ‘올레’는 노르웨이 말로 장어를 뜻한다. 그러니 이름을 풀자면 장어 형태의 좁고 굴곡진 수로를 끼고 있는 마을쯤 되겠다. 올레순은 아르누보(신예술) 양식의 건축물이 아름다운 항구도시다. 모두 7개의 섬에 마을이 형성돼 있다. 악슬라 산 전망대에 오르면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레고 블록 같은 고풍스런 건물들과 좁은 수로를 오가는 크고 작은 배들, 그리고 넓게 펼쳐진 주변 섬들이 ‘북유럽스러운’ 풍경을 펼쳐낸다. 올레순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아틀란테하브스파르켄(대서양 수족관)이다. 주변 바다 지형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인 친환경 수족관으로 유명하다. 건물 안팎으로 다양한 체험, 관람시설이 조성돼 있다. 올레순은 흔히 ‘아르누보의 도시’라 불린다. 도심의 건축물들이 아르누보 양식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1904년 겨울, 화마가 도시를 휩쓸었다. 당시 건물 대부분이 목재로 지어져 피해가 더 컸다. 이때 아르누보 양식에 영향을 받은 젊은 건축가들이 도시 재건에 나섰다. 이들은 3년에 걸쳐 대리석과 벽돌로 건축물을 지었다. 20세기 중반 들면서 아르누보 양식은 본거지인 서유럽에서조차 영향력을 급속히 잃었지만, 올레순은 유럽 전체에서도 보기 드문 아르누보 건축 양식이 밀집한 도시로 남게 됐다. 올레순 중심가에 들면 둥글고 뾰족한 첨탑, 건물의 벽면과 출입구를 다양한 문양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건축물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아치형 창문들과 층별로 다른 모양의 창문들도 아르누보 건축 양식의 특징이라고 한다. 1907년 지어진 시내 중심가의 아르누보 센터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주변 섬을 돌아보는 맛도 각별하다. 바람에 몸을 누이는 사초와 바다 위에 견고하게 선 빨간 등대, 그리고 그 너머 웅장한 자태로 서 있는 설산까지, 그야말로 이국적인 풍경이 한가득이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섬 주민들과 눈인사라도 나눌 때면 가슴이 저릿해진다. 올레순에서 엘링쇠위아 섬과 발데뢰위아 섬, 이스케 섬을 거쳐 고되위아 섬까지 갈 수 있다. 3개의 해저터널과 1개의 연도교를 지난다. 4㎞ 안팎의 해저터널은 내리막 구간과 굽잇길이 많아 운전에 조심해야 한다. 특히 내리막의 경우 저단 기어로 엔진 브레이크를 걸어도 금방 시속 100㎞에 달할 만큼 경사가 급하다. 해저터널에서 빠져나올 때마다 섬들은 다양한 풍경을 선사한다. 고되위아 섬의 호그스타이넨 등대가 특히 인상적이다. 섬에서 바다로 돌출된 곶부리 끝에 홀로 서 있다. 북대서양의 변화무쌍한 날씨를 이겨내고 있는 모습에서 강인함이 잔뜩 묻어난다. 등대 주변엔 옛 고분 흔적과 두 개의 커다란 빗돌도 남아 있다. 마지막 밤. 숙소 맞은편의 빨간 등대가 눈에 띈다. 지어진 지 150년이 넘었다는 등대는 객실 1개짜리 실제 호텔이다. 이웃한 호텔에서 운영하고 있는 특별 객실이다. 1층은 침실, 2층은 욕실이라는데 하루 묵는데 550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그 붉은 등대 너머로 백야의 해가 저문다. 글 사진 올레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한진관광이 6월 20일~7월 11일 매주 토요일, 총 4회(6월 20·27일, 7월 4·11일) 인천~오슬로 직항 대한항공 전세기를 운항한다. 일년 중 피오르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국적기를 타고 방문할 수 있는 기회다. 환승 없이 오슬로까지 곧장 날아가는 덕에 비행시간도 대폭 줄어든다. ■인천~오슬로 상설 직항 편은 없다. 카타르 항공에서 인천을 출발해 카타르 도하를 경유, 오슬로까지 가는 항공 편을 운항하고 있다. ■본격적인 백야는 6월부터 시작된다. 밤 10시 무렵까지 훤하다.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 늦다. 서머타임은 10월 25일까지다. 평지 기온은 우리의 늦은 봄쯤에 해당되지만 산 꼭대기는 여전히 눈이 쌓여 있다. 늘 겉옷 하나쯤은 준비해야 한다. ■화폐는 노르웨이 크로네다. 1크로네는 약 150원. 전압은 한국과 같은 220V다. ■렌터카 비용은 오슬로 수령·반납의 경우 중형 경유차가 1일 180달러(볼보 S60 기준)다. 크리스티안순 수령, 올레순 반납의 경우 비용이 추가돼, 1일 276 달러다. 내비게이션 13달러는 별도다. 한데 스웨덴에서 만든 차라 탑재된 내비게이션 지도 또한 스웨덴 중심이다. 노르웨이에선 다소 불편하다. 구글 맵과 병행해 사용하길 권한다. ■올레순에 간다면 꼭 바칼라우를 맛볼 것. 소금에 절여 말린 대구를 요리한 것으로, 우리의 황태 비슷한 식감을 준다. 곁들인 소스도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 시내 중심부의 ANNO 식당이 잘 한다. ■오슬로 시내 관광 때 ‘오슬로 패스’를 구입하면 편리하다. 버스·트램 등과 박물관·전시관 등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24시간권 어른 320크로네, 48시간권 470크로네. 오슬로공항·철도역 등의 관광안내소에서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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