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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큰롤 황제’ 척 베리 91세로 타계, 아끼던 이들의 추모사는

    ‘로큰롤 황제’ 척 베리 91세로 타계, 아끼던 이들의 추모사는

    ‘로큰롤 황제’ 척 베리가 91세를 일기로 미국 미주리주의 한 리조트에서 세상을 떴다. 세인트찰스 카운티 경찰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8일 점심 식사를 마친 뒤인 낮 12시 40분쯤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으나 불행히도 의식을 되찾지 못했으며 오후 1시 26분쯤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고인의 본명은 찰스 에드워드 앤더슨 베리였다. 고인은 70년 동안 ‘롤 오버 베토벤’ ‘자니 B 굿’과 같은 로큰롤의 고전들을 발표하는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1984년 그래미 평생공로상을 수상했고 1986년 로큰롤 명예의전당에 맨처음 입회할 정도로 로큰롤 역사를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수많은 유명 뮤지션들이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모타운의 레전드 ‘잭슨스’는 “고민은 블루스와 스윙을 접목해 초기 로큰롤의 기적을 일궜다. 음악에서 그는 가장 긴 그림자를 드리운 인물 중 한 명이다. 척 고마워요”라고 애도했다. 싱어송라이터인 휴 루이스는 “아마도 모든 로큰롤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고인을 돌아본 뒤 “그의 음악과 영향력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록그룹 비틀스의 드러머 링고 스타는 생전 고인의 가사 하나를 인용해 트위터에 올렸다. ‘Just let me hear some of that rock ‘n’ roll music any old way you use it’ 비틀스 뿐만아니라 ‘롤링스톤스’, ‘비치 보이스’와 엘비스 프레슬리 등이 고인의 음악을 리메이크했다. 생전의 존 레넌은 “로큰롤에 다른 이름을 붙이려고 하면 아마도 ‘척 베리’라고 붙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롤링스톤스의 믹 재거는 고인이 “우리의 10대 시절을 밝혔고 우리의 꿈들 속으로 삶을 밀어넣었다“고 돌아본 적이 있다. 유명 추리소설 작가인 스티븐 킹은 ”척 베리가 죽었다. 마음은 아프지만 그러나 그가 살아온 90년은 로큰롤에 결코 나쁘지 않았다. 자니 B 굿이여 영원하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지난해 고인은 1955년 첫 히트곡 메이벨린(Maybellene)이 담긴 첫 앨범을 발매 40년 만에 재발매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68년 동안 함께 지낸 아내 테메타 토디에게 헌정한다고 밝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책 향기 나는 골목으로 봄마실 어때요

    책 향기 나는 골목으로 봄마실 어때요

    지역 특색 담은 책거리 곳곳에 인문·추리·시집 등 전문성 살려날씨가 풀리면서 가족과 주말 봄나들이를 준비하는 이들이 많다. 멀리 갈 것 없이 서울의 동네책방을 탐방해보는 건 어떨까. 서울시가 이색 서점이 몰려 있는 동네책방 탐방 코스 11곳을 선정해 16일 소개했다.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마포구에서는 홍대앞책방길과 연남책방길, 망원책방길 등이 가 볼만하다. 홍대앞책방길은 홍대 특유의 개성 있는 문화를 살린 책방이 많다. 책방 주인이 방문객의 취향과 심리상태 등을 상담한 뒤 알맞은 책을 권해주는 책방과 국내외 독립출판물이 빼곡한 책방도 있다. 또, 마포구가 경의선 폐철길 주변에 책을 주제로 조성한 쉼터인 ‘경의선 책거리’가 있다. 지역 놀이터 같은 책방들이 있는 망원, 인문·철학, 여행, 시각예술 등 전문 책방이 모인 연남 등도 함께 들러 보면 좋다. 이대앞책방길에는 지역 문화인들이 재개발 위기에서 지켜낸 홍익문고와 술 한잔 마시며 책을 보는 서점과 추리소설이나 시집만 파는 고집 있는 전문서점 등이 있다. 경복궁책방길에서는 1934년 문을 연 유서 깊은 서점 ‘통문관’은 물론 개인 서재를 옮겨놓은 듯한 작은 책방들을 만날 수 있다. 스토리지북앤필름과 고요서사 등 개성 있는 서점들이 모인 해방촌길과 1970년대를 재현한 서점 등이 있는 이태원, 헌책방거리 등이 있는 종로도 가 볼만하다. 혜화에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된 서점 등이 있고 신림동 고시촌이 있는 관악에는 고시전문 서점과 인문사회과학서점, 오래된 헌책방이 공존한다. 강남에는 제일기획 최인아 전 부사장이 차린 책방과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을 내세운 트렌디한 책방 등이 있다. 서울시책방길 11곳의 지도는 4개 국어로 번역돼 서울시 관광사이트 비지트서울(www.visitseoul.net)과 서울스토리(www.seoulstory.kr)에 올려진다. 시는 또 책방길 관련 상세정보를 담아 ‘책방산책 서울’로 펴낸다. 오는 20일부터 시민청 서울책방과 동네책방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마지막 의식(이르사 시구르다르도티르 지음, 박진희 옮김, 황소자리 펴냄) 대학 내 잔혹한 살인사건을 중세 흑마술, 마녀사냥, 북유럽 신화 등으로 대담하게 직조한 추리소설. 500쪽. 1만 4800원. 제2차 세계대전(앤터니 비버 지음, 김규태·박리라 옮김, 글항아리 펴냄) 인간 본성의 최선과 최악을 보여준 전쟁의 본질과 그 안의 인간 서사를 치밀하게 되살린 전쟁사의 역작. 1288쪽. 5만 5000원. 라멘의 사회생활(하야미즈 겐로 지음, 김현욱·박현아 옮김, 따비 펴냄) 일본인의 ‘소울푸드’ 라멘의 진화를 통해 일본의 사회사, 일본인들의 집단 기억을 들여다본다. 304쪽. 1만 6000원. 낯선 시선(정희진 지음, 교양인 펴냄) ‘부끄러움을 모르는 시대’로 요약되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주요 사건들을 여성의 언어로 새롭게 규정한다. 304쪽. 1만 4000원. 희망의 도시(서울연구원 엮음, 최병두 외 12명 지음, 한울 펴냄) 인문, 지리, 도시계획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본의 폭력에서 벗어난 새로운 도시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544쪽. 2만 9000원. 고사리밭에 공룡이 살까?(류정희 지음, 자정 그림, 문화기획달 펴냄) 지리산 소년 동이는 고사리밭에서 공룡을 봤다는 할머니의 이야기에 기대에 부푼다. 지리산에 깃들어 사는 여자들이 짓고 그린 소담한 그림책. 32쪽. 1만 3000원.
  • [문화마당]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윤가은 영화감독

    [문화마당]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윤가은 영화감독

    언제부터인가 ‘해외 출장’이란 말을 들으면 묘하게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상한 노릇이었다. 꽤 어린 시절부터 너무나 꾸준하고 당연하게 영화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면서 마음 한 구석엔 이국 만리를 옆집처럼 오가는 바쁜 비즈니스맨의 판타지를 품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런 것이다.작은 하드캐리어에 두세 벌의 세련된 정장과 노트북, 중요한 문서 몇 개를 담고, 혹시 비행기에서 읽을지 모를 추리소설 한 권을 들고 가볍게 공항으로 떠나는 경력 8년차의 베테랑 커리어우먼. 비행기에 오를 때도 슈트 차림은 기본이다. 도착하자마자 세미나에 참석해 프레젠테이션을 완수하고, 이어 저녁까지 중차대한 계약을 몇 건 더 진행해야 하니까. 모든 일정을 마치면 극도로 피곤하면서도 뿌듯한 기분이 들겠지. 그러면 호텔 1층의 비즈니스 바에 들러 코스모폴리탄을 주문하는 거야. 언제 바빴냐는 듯 느긋하게 한잔하면서 피아노 연주도 즐기고, 영국에서 왔다는 커리어맨 마크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곧 나는 세계의 중심에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냈다는 충만함과…. 아, 영화를 너무 많이 봤네. 아무튼 이제 난 어쩔 수 없이 본격 영화인의 삶에 진입하고 있고, 그런 멋진 기회는 다음 생에나 주어지겠지 싶었는데. 이게 웬일. 내게도 ‘해외 출장’이라 불릴 만한 일거리가 들어왔다. 단편과 장편을 한 번씩 상영한 적이 있는 베를린국제영화제의 ‘제너레이션 케이플러스’ 부문에서 본선 심사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이미 두 차례 초청받아 갔던 터라 분위기도 낯설지 않았고, 영화제를 운영하는 직원들과도 친분이 있어 꽤 기대가 됐다. 하지만 그만큼 두려움도 컸다. 제너레이션 부문은 전 세계에서 만들어진 어린이 청소년 영화들이 매년 처음으로 소개되는 가장 크고 중요한 자리다. 그런데 이제 고작 첫 장편을 만든 내가 뭘 안다고 감히 다른 영화들을 평가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고민을 하다 결국 수락해 버렸다. 나를 포함한 6명의 제너레이션 심사위원들의 일정은 이랬다. 아침 7시쯤 기상해 간신히 샤워하고, 부랴부랴 내려가 허겁지겁 호텔 조식을 먹는다. 중요한 점은 영화제 차량이 이미 9시부터 대기하고 있으므로 눈물을 머금고 먹다 만 접시를 밀어내야 한다. 차를 타면 9시 반. 그때부터 오후 5시까지 정해진 일정에 따라 이 극장 저 극장 이동하며 하루 3편 이상의 영화를 본다. 최소 6시간 동안 전 세계 아이들이 각자가 처한 고난과 역경을 어떻게 마주하고 극복해 나가는지 꿋꿋이 지켜보는 것이다. 그렇게 너무나 아름답고 또 무지막지하게 피곤한 영화적 체험이 가까스로 끝나면 저녁을 먹으며 간단한 회의를 한다. 각자 서로 다른 감상을 나누고, 싸우고, 화해하고, 완벽히 탈진한다. 그러면 누군가는 현실 도피용 파티로, 또 누군가는 응급처치차 호텔로 향한다. 잠시 후 모두 어딘가에서 기절하듯 잠이 든다. 그리고 불현듯 아침 7시. 겨우 일어나 샤워하고, 조식 먹고, 영화를 본다. 그렇게 남은 일주일 동안 30여편이 넘는 영화를 보고, 또 보고, 다시 보고…. 너무 많은 영화를 보고서야 끝이 났다. 이것이 나의 생애 첫 해외 출장기다. 혼자 수많은 영화를 보며 상상해 온 판타지와는 전혀 다른 체험이었지만, 이를 통해 다시 영화를 너무 많이 보게 되는 기이한…. 이것이야말로 환상이 실제가 되고 다시 환상이 되는 영화적 체험. 하, 대체 영화란 뭘까. 고민만 늘었다.
  • 신동욱 “박근혜 300억 뇌물수수…박근혜 깨끗한 것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

    신동욱 “박근혜 300억 뇌물수수…박근혜 깨끗한 것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

    신동욱 공화당 총재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6일 발표한 박근혜 대통령 300억 뇌물수수 수사결과에 대해 소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신동욱 총재는 7일 자신의 트위터에 “박영수 특검 ‘박근혜 300억 뇌물 수수 혐의’는 엮은 게 아니라 ‘강력본드로 붙인 격’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추리소설 치곤 셜록 홈즈의 ‘죄와 벌’이다. 국민적 인기는 얻었지만 소설은 소설일 뿐이다. 박근혜가 깨끗하다는 것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특검이 안다”고 밝혔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오전 5시 ‘책 주가’ 따라 울고웃는 출판사

    오전 5시 ‘책 주가’ 따라 울고웃는 출판사

    책 사재기로 인한 수치 조작 거의 불가능 도서 정렬 순서·웹 노출·검색순위 결정 출판사 ‘책 주가’따라 마케팅 긴급 처방 알라딘 “초베스트셀러 징조도 예견 가능” 서울의 한 출판사 사장 김모씨는 매일 아침 사무실에 출근하면 컴퓨터부터 켠다. 인터넷 서점인 예스24와 알라딘의 웹사이트에 접속해 자사 책뿐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경쟁사 책들의 판매 동향을 확인하기 위해 ‘특정 숫자’를 주시한다. 또 다른 출판사 사장은 “그날그날의 희로애락이 이 숫자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매일 등락하는 기업의 주가처럼 국내에 출간된 모든 책에도 ‘주가’가 있다. 예스24의 도서 ‘판매지수’와 알라딘의 ‘세일즈 포인트’다. 두 인터넷 서점이 웹사이트에 공개하는 이 수치는 매일 바뀐다.지난 10일 자정 방탄소년단의 신작 뮤직비디오 ‘봄날’ 티저가 공개된 후 출판계의 이목은 미국의 SF 판타지 작가 어슐러 르 귄의 단편집 ‘바람의 열두 방향’에 쏠렸다. 2014년 12월에 출간된 후 줄곧 1000여 포인트에 머물던 이 책의 예스24 판매지수와 알라딘의 세일즈 포인트는 뮤비 공개 사나흘 만에 3만 포인트로 급상승했다. 이른바 ‘대박 시그널’이다. 하루 5~6권 남짓 팔리던 르 귄의 단편집은 주말 새 시중 서점에 출고된 책들이 싹쓸이되면서 일주일도 안 돼 7000부가 나갔다.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에 르 귄의 소설 속 가상 도시 이름인 ‘오멜라스’가 등장하면서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두 인터넷 서점 모두 매일 오전 5시 정각에 자사의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계산된 ‘업데이트 수치’를 공개한다. 가령 소설가 김훈의 신작 ‘공터에서’의 경우 지난 20일 예스 24에서는 24만 4908포인트, 알라딘에서는 11만 8500 포인트였다가 23일에는 각각 25만 9194포인트, 11만 7285포인트로 한쪽은 오르고 한쪽은 하락했다. 일본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출간된 지 4년이 넘었지만 웬만한 국내 작가의 신간보다 포인트가 높다. 독자들이 꾸준히 책을 구입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수치가 책 판매량은 아니다. 두 서점 관계자들은 자신들만의 알고리즘을 통해 수치를 산출한다고 설명했다. 영업 기밀이자 각사의 노하우인 셈이다. 알라딘의 경우 특정 책의 어제와 1주일, 보름, 한 달, 3개월, 6개월 등 시기별 판매량에 ‘기간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한다. 예스24도 일일 판매량, 주·월·연 단위의 주문건수와 기간 가중치 등을 종합한다. 출판사의 사재기로 인한 수치 조작을 막기 위한 장치도 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특정 책을 100건 주문하는 것과 100명이 100건을 사는 경우의 가중치를 차별하는 식이다. ‘절대 평가’는 불가능하고, ‘상대 평가’만 가능한 이 수치는 그러나 출판사의 책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두 서점이 각자 산정한 포인트를 기준으로 웹에 노출되는 책의 정렬 순서나 검색 순위를 정하기 때문이다. 일반 독자들도 같은 장르나 주제의 책 중 어느 책이 더 많이 선택받고 있는지 포인트 비교만으로 알 수 있다. 국내에 유통되는 도서 판매량은 각 출판사들의 영업 비밀이다. 그러다 보니 주먹구구식의 ‘숫자 전쟁’이 벌어진다. 출판사마다 자사 책의 포인트 정보와 판매량을 토대로 자체 ‘공식’을 만들어 경쟁사 책들의 판매량을 추산한다. 한 단행본 출판사 편집자는 “경쟁 책이 더 팔린다고 판단될 경우 자사 책의 마케팅 활동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노출을 강화하는 식의 긴급 처방을 한다”고 전했다. 알라딘 관계자는 “출판사마다 꿈꾸는 초베스트셀러 징조도 포인트 등락을 통해 예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출판계에서 포인트를 판매량으로 변환하는 공식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출판사 자체 집계는 거의 공신력이 없다”며 “사람이 계산할 수 없어 컴퓨터 시스템에 맡길 정도로 산출 공식이 복잡하다”고 덧붙였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눈의 젖은 왈츠

    [황인숙의 해방촌에서] 눈의 젖은 왈츠

    글쎄…, 입춘도 지나고 우수도 지났으니 이번 겨울이 끝나가는 거겠지? 몹시 추운 겨울이 될 거라고들 했는데 겁먹었던 것에 비해 춥지 않았다. 매사 지레 겁먹는 건 마음을 위축시키지만, 정작 겪을 때면 각오한 것보다는 덜하다는 다행감으로 그럭저럭 견딜 만하게 하는 좋은 점이 있다. 비관주의, 엄살, 호들갑도 비슷한 효과를 내는 삶의 처방일 테다. 봄이 완연한 자태를 드러내기까지 꽃샘추위 등등이 기세를 떨칠 수도 있지만, 돌연 한파가 몰아쳐도 겨울이 남은 한기를 부르르 털어 내는 것이라 여기며 기죽지 않으리라.  그래도 오늘 낮부터 비가 올 거라는 라디오 예보를 들으니 가슴께가 서걱서걱 살얼음 지는 걸 어쩔 수 없네. 이맘때의 비는 젖은 눈처럼 추적추적 내린다. 어차피 올 비라면 꾸물꾸물하지 말고 얼른 시작해서 늦어도 오후 4시에는 그치렷다! 언제부터인가 비 오는 게 싫다. 그토록 좋아했는데 꺼리게 된 세 가지, 눈과 비와 긴 계단. 하, 라디오 방송 진행자가 상큼한 목소리로 전하네. 많은 비가 예상되며 중부지방에는 비가 눈으로 바뀌리라고. 그리고 이어서 자기 하트에 빗방울이 떨어진다고 기꺼워하는 팝송을 들려준다. 그 빗방울은 한여름의 빗방울, 청춘의 빗방울이지. 나도 비가 오면 가슴이 설렜었다. 어떤 날은 티셔츠와 짧은 바지, 어떤 날은 한 겹 미니 원피스, 최소한의 옷을 입고 샌들을 신고 보슬비건 폭우건 하염없이 빗속을 걸었던 여름날들….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갈 때면 샌들을 벗어들고 맨발로 걸었지. 아스팔트 위를 개울로 만든 빗물이 콸콸 흘러가며 발가락 새에서 간질거렸지. 하하, 비 맞고 다니면 머리카락 빠진다는 걱정 어린 충고에 나는 머리카락 빠지면 더 좋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머리숱이 무거울 정도로 많았단 말이지. 쳇, 언제부터 이렇게 됐지? 좋은 건 다 과거형이로군. 그때는 그렇게 좋은 줄 몰랐건만. 젊은 날에도 빈약했던 내 좋은 것들이여, 빈약했기에 이제 와서 이리 생생한 건가. 그러니 무엇이든 다 괜찮은 구석이 있네. 며칠 전 M C 비턴의 추리소설 ‘매춘부의 죽음’을 읽다가 거기 인용된 T H 베일리의 글귀에 한참 울가망했었다. ‘나는 나비가 되고 싶어. 방랑자처럼 살면서. 아름다운 것들이 사라지면 죽어 가면서.’ 그 허망함, 그 연약함, 그 오만함, 그 초연함. 유치찬란하고 아름다운 꿈을 품던 뭘 모르던 시절, 정확히 말하면 그 시절의 나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감에 가슴이 아렸다. 베일리는 알았을까? 그건 요절에의 꿈이다. 그 꿈을 이루려면 나비처럼 딱 한 시절만을 살아야 한다. 늙지 않으려면 죽어야 하고 죽지 않으려면 늙어야 하는데, 늙는다는 건 아름다운 것들이 사라진 다음에도 꾸역꾸역 사는 것이다. 아, 모든 건 다 좋은 점이 있다. 그렇게 살아 내서 ‘아름다운 것들이 사라지면 죽어 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더욱 생생히 느끼고, 그러지 못해 통절한 상실감을 너희는 결코 모를 거라고, 요절한 사람들에 대한 질투를 상쇄할 수도 있구나.내 삶이 나비 같기를(그 짧음이 아니라 아름다움으로) 바랐던 시절, 방랑(그것이 정작 어떤 것인 줄도 모르면서)을 꿈꾸고 아름다움만이 지선이라고 여겼던 시절을 생각하니 나비 같은 소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던 장면이 떠오른다. 점심시간이었다. 학교 안 어딘가 갔다가 돌아오는데, 교실 문 앞 복도에서 귀에 익은 음악이 울려 퍼지고 거기에 맞춰 급우 예닐곱 명이 춤을 추고 있었다. 한 옆 녹음기의 릴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보케리니의 미뉴에트가 끝나자 한 애가 무리에서 나와 쪼그려 앉아서 테이프를 되돌렸다. 아마 그 애는 제 언니에게 배웠을 포크댄스를 친구들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었을 테다. 다시 아이들은 즐거운 얼굴로 그 애의 리드를 받으며 춤을 추고, 나는 둘러서서 구경하는 무리에 끼어 있었다. 춤추는 무리에 친한 애도 서넛 있건만 나는 그저 부러워할 뿐 바라만 보고 있었다. 지금 같았으면 “거참 재밌겠다!” 하면서 끼어들었으련만. 무용 수업 시간에조차 전부 춤출 때는 몰라도 한 줄씩, 혹은 혼자 춤을 춰야 할 때면 꼼짝도 안 해 선생님께 야단을 맞곤 했으니, 나는 수줍기도 수줍고 시선 공포증이 있었던 거다. 나이 들면서 낯이 두꺼워지니 남의 시선의 가림막이 생긴 듯 다소 편하다. 아, 눈이 오네….
  • 10년간 가장 사랑받은 日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10년간 가장 사랑받은 日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하루키·에쿠니 상위권 쏠림 여전지난 10년간 한국 독자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일본 작가는 히가시노 게이고였다. 20일 교보문고 팟캐스트 낭만서점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교보문고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일본 소설을 조사한 결과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1위에 올랐다. 이어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가 2위,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가 3위였다. 한국 독자들의 일본 작가 사랑은 쏠림이 여전했다. 누적 판매 순위 10위권 안에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이 4편,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이 4편에 달했다. 30위권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이 8편,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이 4편, 에쿠니 가오리 작품이 4편으로 세 작가가 절반을 차지했다. 구환회 교보문고 문학 담당 MD는 “세계적으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력이 크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전문소설, 추리소설이 강점이고 다작임에도 일정 수준의 질을 보장해 마니아층이 두껍게 형성돼 있다”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경우 2012년 말 출간됐는데 감동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국내 독자 성향에 잘 맞고 표지 디자인에 대한 호감도도 높아 출간 이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서 내려간 적이 없는 이례적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10위권 안에는 하루키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 집중돼 있지만 30위권에는 미나토 가나에(고백), 다자이 오사무(인간 실격), 미야베 미유키(화차), 모리사와 아키오(무지개 곶의 찻집), 릴리 프랭키(도쿄타워) 등 다양한 작가들이 호명되고 있다. 허희 문학평론가는 “끊이지 않고 다양한 작품이 한국에 번역된다는 것이 일본 소설이 가진 최대 강점”이라며 “몇 년 뒤에 리스트를 조사하면 순위가 많이 바뀌어 있을 것이고 이런 역동성이 일본 소설이 국내 출판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라고 평가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노벨상 수상자 등 위대한 문호들 한국 온다

    노벨상 수상자 등 위대한 문호들 한국 온다

    무수한 개인들의 목소리를 채집해 역사의 콜라주를 완성해 온 노벨문학상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①, 정신분석학자, 페미니즘 이론가, 소설가 등 전방위로 활약하는 세계적 사상가 줄리아 크리스테바②, 미국 문단의 스타인 중국계 작가 하진③, 중국 현대 문학을 이끄는 소설가 위화④ 등 세계적 문호들이 한국을 찾는다.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 주최하는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에서다. 오는 5월 23~25일 서울 광화문 교보컨벤션홀 등에서 열릴 이번 행사의 주제는 ‘새로운 환경 속의 문학과 독자’다. 이번 포럼에는 노벨문학상 등 세계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거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해외 작가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끈다. 프랑스 문단의 살아 있는 신화로 불리는 르 클레지오, 아프리카 탈식민주의 문학의 거장 누르딘 파라, 롤랑 바르트의 적자로 불리는 유럽의 지성 앙투완 콩파뇽, 체 게바라의 아들인 쿠바 시인 오마르 페레즈, 독일의 유명 추리소설 작가 얀 코스틴 바그너, 소설 ‘종군위안부’로 일제 강점기 당시 한국 여성의 상처와 정체성을 그려 화제를 모은 한국계 미국 작가 노라 옥자 켈러⑤ 등 10개국에서 15명의 작가들이 내한한다. 고은, 정현종, 이시영, 신달자, 도종환, 진은영, 김사인(이상 시인), 황석영, 이승우, 김연수, 김숨, 김애란, 백민석, 장강명(이상 소설가) 등 한국 작가 50여명이 해외 작가들과 어울리며 다채로운 문학 담론을 나눈다. 집행위원장을 맡은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상무는 “서울국제문학포럼은 다국가·다문화·다양성을 바탕으로 한국 문학과 세계 문학이 공공의 어젠다를 찾아보자며 2000년부터 4회째 열어온 국제 문학 축제”라고 소개했다. ‘새로운 환경 속의 문학과 독자’를 큰 주제로 한 포럼은 ▲작가와 시장 ▲다매체 시대의 문학 ▲우리와 타자 ▲세계화 시대의 문학 등 4개의 부문별 주제로 나눠 진행된다. 참여 작가들은 기조강연, 포럼, 문학의 밤 등의 다양한 세부 행사를 통해 급변하는 세계가 작가와 문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폭넓은 사유를 들려준다. 1회 행사부터 조직위원장으로 포럼을 이끌어온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세계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작가의 세계를 침범하는 상황에서 작가들이 부딪히는 문제, 독자들이 받는 영향 등 세계와 작가, 문학 간의 다양한 상호작용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포럼은 누구나 무료로 참관할 수 있으나 홈페이지(www.seoulforum.org/2017)에 미리 좌석을 신청해야 한다. 신청은 5월에 받는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알렉시예비치·르 클레지오·위화 …세계 문학 거장 한국 온다

    벨라루스 언론인 출신 노벨문학상 작가 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프랑스 문단의 살아있는 신화로 불리는 르 클레지오, ‘허삼관 매혈기’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중국 작가 위화, 일본 현대문학을 이끄는 히라노 게이치로 등 세계 문학 거장들이 한국을 찾는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오는 5월 23∼25일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을 연다고 7일 밝혔다. 서울국제문학포럼은 국내외 작가들이 오늘날 문학의 위상과 역할을 논의하고 서로의 문학세계를 공유하는 자리다. ‘새로운 환경 속의 문학과 독자’를 주제로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내 컨벤션홀과 세미나룸에서 열리는 이번 포럼에는 줄리아 크리스테바, 누르딘 파라, 로버트 하스, 아미타브 고시 등 10개국 작가 15명이 참석한다. 소설 ‘종군위안부’로 주목받은 한국계 미국 여성작가 노라 옥자 켈러,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 독일 추리소설 작가 얀 코스틴 바그너도 초청됐다. 번역가, 음악가, 승려 등 다양한 이력을 지닌 쿠바 시인이자 남미 혁명가 체 게바라의 아들로 알려진 오마르 페레즈도 참석한다. 고은, 황석영, 김연수, 오정희, 은희경, 도종환, 신달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 50여 명도 함께 한다. 포럼은 ‘작가와 시장’, ‘다매체 시대의 문학’, ‘우리와 타자’, ‘세계화 시대의 문학’ 등 부문별 주제에 따라 발제와 토론으로 진행된다. 알렉시예비치와 크리스테바, 르 클레지오는 사흘간 차례로 기조강연을 한다. 문학의 밤 행사와 낭독회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열린다. 서울국제문학포럼은 2000년, 2005년, 2011년에 이어 네 번째다. 그동안 오에 겐자부로, 가라타니 고진, 가오싱젠, 월레 소잉카, 피에르 부르디외 등 저명한 작가와 이론가들이 다녀갔다. 오르한 파묵, 르 클레지오, 모옌은 2005년 포럼에 참석한 이후 차례로 노벨문학상을 받아 화제가 됐다. 조직위원장을 맡은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작가는 자기에 충실하면서도 만인에게 통하는 보편적 진실을 얘기한다”면서 “세계 여러 나라 작가들이 서로를 들여다보고 교섭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수로 제작 창작 뮤지컬 ‘인터뷰’ 브로드웨이 진출

    김수로 제작 창작 뮤지컬 ‘인터뷰’ 브로드웨이 진출

    창작 뮤지컬 ‘인터뷰’가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2017년 2월 7일 막을 올린다. 창작 뮤지컬 ‘인터뷰’는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큐레이터 김수로가 2016년 처음 선보였다. 작품은 극 중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담고 있는 추리소설 ‘인형의 죽음’을 둘러싸고, 이 소설의 작가이자 심리학자인 유진과 추리소설 작가 지망생 싱클레어 사이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심리 싸움을 그렸다. 한국과 일본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끈 김수로 프로듀서는 “정말 자부심 있게 잘 만들고 싶고, 어느 도움 없이 저희 힘으로 만드는 작품이다. 잘되어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고,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라며 뉴욕 공연에 기대를 걸었다. 뮤지컬 ‘인터뷰’는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 걸맞게 기존 공연과 차별화했다.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은 최초 한국 창작 영어 번역 뮤지컬로, AEA (배우노조) 배우들과 뉴욕 프로덕션팀이 만나 미국에 진출하는 첫 한국 창작 뮤지컬이다. 공연에 앞서 연출과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연출 김현준은 “한국 뮤지컬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과정이 처음이라, 번역부터 정서까지 많은 부분을 섬세하게 준비했다. 하지만 라이선스 시장에 잠식되어있던 한국 시장의 작품이 TKTS (뉴욕 타임스퀘어 한가운데에 있는 예매처)에 올라갈 생각을 하니 기쁘다. 배우노조와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뿌듯하다”고 밝혔다. 한국 창작 뮤지컬 ‘인터뷰’ 초연의 오프브로드웨이 주인공을 맡게 된 주인공들은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세 명의 배우로 공연 기간 동안 원캐스트로 공연한다. 여섯 개의 인격을 소화해야 하는 주인공 Sinclair 역에는 최근 오프브로드웨이 월드 프리미어 ‘Hoi Polloi’에서 Alfie 역, ‘Neil Simon’s The Eugene Trilogy’에서 Eugene 역을 소화해 화제를 모았던 배우 조쉬 바디어가 캐스팅되었고, Sinclair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 Eugene Harper 역에는 최근 디즈니 ‘미녀와 야수’의 첫 인터내셔널 투어에서 Gaston 역과 오프브로드웨이 작품 ‘Shelter’에서 Joshua 역을 연기한 아담 디엣레인이 낙점됐다. 또, 작품의 유일한 여자 주인공인 Joanne Bevington 역에는 뮤지컬 명문이라 불리는 보스턴 음악원을 졸업해 이 작품으로 오프브로드웨이 데뷔를 앞둔 신예 에린 코머가 주인공으로 선택됐다. 뮤지컬 ‘인터뷰’는 2017년 2월 7일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세인트 클레멘츠 (St. Clement‘s) 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사진제공=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깨알같이 찾아냈다 재미있는 한국소설

    깨알같이 찾아냈다 재미있는 한국소설

    ‘한국 소설이 재미없다고?’ 당신의 편견을 야심 차게 무너뜨리는 서평집이 나왔다. 소설가 윤후명, 음악인 요조, 작가이자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등 한국 문화계 50인의 국내 소설 서평을 실은 ‘한국 소설이 좋아서’(월간 책)다. ‘한국 소설이 좋아서’는 소설가 장강명의 아이디어에 뿌리를 냈다. ‘한국 소설이 어렵고 재미없다’는 불평(?)을 자주 들으면서 그는 이를 보기 좋게 반격하는 무료 서평집을 독자들에게 뿌리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지난해 40회 오늘의작가상 수상 소감에서 이런 뜻을 미리 선포했다. “상금으로 재미있는 한국 소설을 소개하는 서평집을 전자책으로 만들겠다”고. 장강명은 기획자의 말에서 “실은 재미있는 한국 소설들이 지난 몇 년 사이 꽤 나왔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되지 않았나 의심한다”며 “과거의 한국 소설에 비해 동시대 한국 소설은 독자 입장에서 모험일 수밖에 없는데 그 모험을 북돋우려면 누군가 옆에서 ‘그 책 재미있어’라고 권해 줘야 한다”고 책을 낸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힘겹게 운신하는 한국 문학과 소설가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 ‘댓글부대’가 이미 고액의 상금을 받은 작품이라 재차 상금을 받기가 민망했던 마음이 함께 작용했다. 그가 벌여 놓은 판에 월간 책이 다독가 50명을 섭외했다. 온라인 서점 MD, 라디오 PD, 번역가, 책 마케터, 동네서점 대표, 독립잡지 편집인, 독서학교 원장 등 누구보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은 지난 10년간 발표된 한국 소설 한 권을 추천하고 그에 관한 서평을 원고지 15장가량 써냈다. 이미 베스트셀러에 올랐거나 문학상을 받아 인지도가 높은 작품은 제쳐놨다. 무엇보다 작품성이나 교훈보단 ‘소설 읽는 재미’에 방점을 찍었다는 게 다른 서평집과 결을 달리하는 특징이다. 목차만 봐도 이런 기준은 선명하다. 추리소설, SF, 판타지, 로맨스, 무협소설 등을 아우르며 본격문학에만 무게를 두는 기존 문단의 질서와는 거리를 둔다. ‘주인공은 호랑이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공방을 벌이고, 손도 뜯기고 허리도 잘린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역시 ‘나만 죽을 수 없다’ 정신이고, 주인공은 발광하며 호랑이의 죽빵을 날린 덕에 위기를 탈출한다. 자나 깨나 잊지 말자 격렬한 생난리와 재빠른 죽빵. 도대체 주인공이 왜 이런 파란만장한 일에 휘말리는지는 다 읽어보면 알게 된다.’(이진송 ‘계간홀로’ 발행인의 ‘씨앗’ 서평 가운데) 재기발랄한 서평 위에는 감성성, 오락성, 선정성, 난이도 등을 표시한 지표가 실려 독자들의 선택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책은 전자책 전용 단말기, PC, 모바일 등을 통해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추리소설 주연 수사기법 현실에선 과학수사 됐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추리소설 주연 수사기법 현실에선 과학수사 됐다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명탐정 셜록 홈스로 등장하는 영드(영국드라마) ‘셜록’의 네 번째 시즌이 새해 첫날 시작됐습니다.영드 ‘셜록’도 원작처럼 주인공 탐정의 천재성에 많이 기대고 있기는 하지만 다양한 최신 정보기술(IT)과 과학을 이용해 수사하는 장면이 군데군데 등장합니다. ●‘혈액분석법’ 소설 자극받아 현실로 코넌 도일의 작품에도 당시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수사기법이 등장합니다. 사실 1887년 ‘주홍색 연구’라는 작품으로 홈스가 세상에 나타나기 전까지 사람들은 과학과 범죄 수사는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기껏해야 당시 최첨단 수사법인 ‘지문’을 활용하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이지요. 그렇지만 홈스를 통해 과학기술이 실제 사건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알게 된 것입니다. ‘주홍색 연구’에는 사람의 혈액을 분리해 내는 ‘혈액 동정법’에 관한 대목이 나옵니다. 19세기 후반에는 범죄 현장에서 나오는 혈흔이 사람의 것인지 동물의 것인지의 구분은 맨눈으로 하거나 묽은 암모니아수를 이용해 겨우 알아내는 수준이었습니다. 현재처럼 사람의 것인지 아닌지, 혈액형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기는커녕 동물의 피를 사람의 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았다고도 합니다. 이후 화학자와 의학자들이 100만분의1g 정도의 작은 핏방울까지도 분리해 낼 수 있는 혈액 동정법을 개발한 것도 ‘주홍색 연구’에 자극을 받았던 덕분이라고 합니다. 도로시 세이어스가 만들어 낸 귀족 탐정 피터 윔지 경이나 추리소설의 여왕이라는 애거사 크리스티가 만들어 낸 에르퀼 푸아로, 미스 마플 같은 탐정들도 당시 일반인들은 접하기 어려운 과학적 발견과 독물학 지식을 소설 속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1907년 영국의 의사이자 소설가인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은 요즘 CSI 요원들처럼 작은 현장분석 가방을 들고 다니는 손다이크 박사를 창조하기도 했습니다. 당시는 물론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손다이크 박사처럼 분석세트를 들고 다니며 범죄 현장을 조사한다는 것은 경찰들에게도 그저 소설 속 상상으로만 받아들여졌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과학수사 전문가 콜린 에번스는 “홈스의 등장 이후 많은 추리소설 주인공이 소설 속에서 다양한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범죄와 수사의 역사를 바꿨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CSI 현장 가방도 소설에서 먼저 등장 최근 과학기술은 가장 고전적인 지문을 이용한 수사법까지도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영국 셰필드대 연구진은 지문에서 미세한 화학입자를 분석해 지문 주인이 무엇을 먹었고 생활 습관이 어떤지를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또 사건 현장의 공기를 분석해 현장에 있던 사람의 숫자는 물론 사용하는 화장품이나 향수가 무엇인지까지 알아낼 수 있는 기술도 등장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범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기술까지 연구되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뛰는’ 범죄자 위에 ‘나는’ 과학기술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싶습니다. edmondy@seoul.co.kr
  • 출구없는 세계, N포세대 정서 담겨… SF소설 소재·기법 차용 작품 늘어

    출구없는 세계, N포세대 정서 담겨… SF소설 소재·기법 차용 작품 늘어

    기본기 탄탄·저력 있는 신인들 많아 시조 제외한 모든 부문서 편수 급증 “작가 지망생들이 사랑하는 신춘문예인 만큼 기본기가 탄탄한 작품들이 많았다.”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한국 문단에 활력을 불어넣을 저력 있는 신인들이 대거 문을 두드렸다. 한강, 하성란, 강영숙, 편혜영, 백가흠, 김경주 등 한국 문단의 주요 작가들을 배출해 온 문단 진입로인 만큼 세대를 아우른 문청들의 간절함이 유독 뜨거웠다. 지난 8일 마감한 응모작은 모두 4626편으로, 시조(446편)를 제외하고 모든 부문에서 지난해보다 편수가 대폭 늘었다. 시는 3215편으로 지난해에 비해 600여편, 단편소설은 518편으로 100여편 가까이 증가했다. 동화(265편), 희곡(161편), 평론(21편)도 모두 지난해 출품작 편수를 가볍게 넘어섰다. 올해 작품들은 시, 소설, 희곡 등 부문을 가릴 것 없이 포기와 체념을 삶의 조건으로 받아들인 N포세대의 정서를 반영한 작품들이 많았다고 심사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소설 예심 심사위원인 정용준 소설가는 “청년실업이나 결혼 문제 등 팍팍해진 요즘 세대의 고민을 특별한 주제나 문제의식으로 다룬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으로 들여온, 체념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장성희 연극평론가는 “N포세대의 현실을 비추거나 지진, 싱크홀 등 불안한 우리 사회 현상을 극의 환경으로 가져온 설정도 많았다”며 “때문에 작품 전반적으로 이 세계를 ‘해결 없음’, ‘출구 없음’으로 바라보는 아득한 정서가 강하다”고 짚었다. 소소한 일상, 생활사의 세목을 더듬는 작품이 많았다는 데서 “픽션 특유의 상상력이 많이 줄고, 언어적 미학이나 전위적인 실험에 나선 소설들이 드문 것은 아쉽다”(정용준 소설가)는 지적도 나왔다. 장르를 막론하고 SF소설(과학소설)의 소재와 기법을 차용한 작품이 한 줄기를 이뤘다는 것도 올해 출품작의 특징으로 꼽혔다. 소설 예심 심사위원인 편혜영 작가는 “인간의 장기를 대체하기 위해 양성되는 클론 얘기, 로봇들이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는 이야기 등 단편에서 잘 쓰이지 않는 SF소설의 이야기 방식을 활용하는 경향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편 작가는 “이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장르문학과 순문학의 경계에서 자유로워서일 것”이라면서 “다르게 해석하면 단조롭고 어두운 이야기가 많은 만큼 일상적이고 미시적인 관계에 집중하는 데 대한 반작용으로도 보인다”고 풀이했다. 시와 동화에서도 이런 경향이 뚜렷이 감지됐다. 김선우 시인은 “올해 시는 가난, 생활사, 촛불시위, 국정농단 사태 등 개인사부터 정치 이야기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해졌는데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게 SF적 요소”라며 “서사 욕망을 가진 시가 많아진 가운데 추리소설, 스릴러 등 대중문학에 대한 관심이 시로도 들어왔다”고 했다. 동화 부문 심사위원인 채인선 작가는 “과거에는 아버지의 실직, 부모의 이혼 등으로 빚어진 아이들의 문제를 탐구하는 작품이 많았는데 올해는 그런 소설들이 많이 줄고 소재가 다채로워졌다”며 “아이들이 게임기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거나, 미래 우주를 탐험하는 등 시간과 차원을 넘나드는 SF동화들이 한 무리를 이룰 정도로 많아졌다”고 했다. 심사위원들은 인간을 이긴 알파고처럼 인공지능에 대한 높아진 관심, 살기 힘들어진 현실에서 다른 세계에 구원을 얻으려는 욕구 등을 배경으로 짐작했다. 평론에서는 세월호 사건이나 페미니즘 등 당대 현실과 보폭을 같이하는 작품이 드물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광호 평론가와 김미현 평론가는 “평론은 항상 당대를 깊이 있게 정면으로 응시해야 하는데 연대, 공동체 의식과 같은 우리 시대의 문제들을 너무 보편적으로 몰고 가거나 지나치게 간접화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며 “신춘문예는 문단에 내미는 첫 얼굴인 만큼 현재에 대한 질문들을 더 적극적으로 담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나는 죽을 때까지 성장하고 싶다(이복실 지음, 클라우드나인 펴냄) 여성가족부 차관을 지낸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이사가 정리한 여성 인재들의 성공 비법. 저자는 마인드셋(사고방식)·태도·전략을 제시한다. 277쪽. 1만 5000원. 음악의 재발견(김형찬 지음, 스코어 펴냄) 음악을 사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공지능, 뇌과학, 물리학, 심리학, 미학, 철학, 종교학, 문학, 역사학, 음악치료학, 정치학 등 다양한 관점으로 음악의 효용성을 살펴 나간다. 285쪽. 1만 3800원. 굿바이 사이비 전성시대(박순찬 지음, 비아북 펴냄) 촌철살인의 만평 ‘장도리’의 대한민국 현재사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으로 신랄한 풍자와 재치를 담아냈다. 268쪽. 1만 3000원. 장희창의 고전 다시 읽기(장희창 지음, 호밀밭 펴냄) 고전연구가가 건네는 38편의 산문. 고정관념의 더께를 박차고 신화를 해체하는 정신의 꿈틀거림을 보여 준다. 256쪽. 1만 2000원. 빈대는 어떻게 침대와 세상을 정복했는가(브룩 보렐 지음, 김정혜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제목 그대로 흡혈곤충 빈대와 인류가 벌여 온 침실 속 공존과 퇴치의 25만년 역사를 조명한 흥미로운 책. 408쪽. 1만 8000원. 미스터리는 풀렸다!(박광규 지음, 눌민 펴냄) 코넌 도일에서 애거사 크리스티를 거쳐 미야베 미유키까지 200년 추리소설사의 미주알고주알 사연들을 소개하는 책. 304쪽. 1만 8000원.
  • ‘목숨 건 연애’ 하지원, 포스터 들고 셀프 홍보 “오늘 개봉!”

    ‘목숨 건 연애’ 하지원, 포스터 들고 셀프 홍보 “오늘 개봉!”

    ‘목숨 건 연애’ 하지원이 영화 개봉일을 홍보했다. 14일 하지원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목숨 건 연애’ 12월 14일 오늘 개봉!”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에는 하지원이 환한 미소로 영화 포스터를 들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번 영화에서 하지원은 이태원 민폐녀로 통하는 추리소설작가 ‘한제인’ 역을 맡았다. ‘민폐녀’라는 캐릭터 이미지와는 다르게 포스터를 들고 있는 하지원은 청순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한편, 이날 개봉한 영화 ‘목숨 건 연애’는 비공식 수사에 나선 허당 추리소설가의 아찔하고 스릴 넘치는 코믹 수사극이다. 사진=인스타그램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하지원 “망가지는 역할 두려움 없어… 평소에도 덤벙거리는 스타일”

    하지원 “망가지는 역할 두려움 없어… 평소에도 덤벙거리는 스타일”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요. 전작들에서 무게감 있는 정극 캐릭터들을 했기 때문에 가벼운 캐릭터를 해 보고 싶었죠. ‘목숨 건 연애’는 로맨틱 코미디이면서도 스릴러가 섞여 있어 마음에 들었어요.” ●2002년 ‘색즉시공’ 이어 웃음보따리 선물 하지원(38)이 14일 개봉하는 영화 ‘목숨 건 연애’(감독 송민규)에서 헐렁한 캐릭터를 맡아 관객들에게 오랜만에 웃음보따리를 선물한다. ‘색즉시공’(2002) 등에서 웃음에도 탁월한 감각을 뽐냈던 하지원이다. 5년 전 히트작 하나 내놓고 개점 휴업 상태인 추리소설 작가 한제인을 연기한다. 매사에 의심이 지나쳐 112 범죄 신고를 밥 먹듯이 하다가 연쇄 살인 사건과 마주치며 한바탕 소동을 겪는다. 어려서부터 함께 해 온 경찰관 설록환(천정명)과 FBI 프로파일러 제이슨(진백림) 사이에서 삼각 로맨스를 펼치기도 한다. 귀엽고 엉뚱하고, 섹시한 모습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하는 것은 물론 여배우로서는 다소 민망하게 망가지기도 한다. 한제인은 하지원과 얼마나 겹쳐지는 것일까. “인간적이고 털털한 모습이 비슷한 것 같아요. 한제인은 허당끼가 다분한데 저도 덤벙거리는 스타일이죠. 지갑도 자주 잃어버리고요, 해외 팬 미팅을 갔다가 호텔에 옷을 두고 왔는데 한국에 돌아와 일주일이 지난 뒤에야 생각난 적도 있어요.” ●사드 배치로 中 개봉 불투명… 무척 아쉬워 ‘목숨 건 연애’는 개봉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 말 촬영을 완료한 이 작품은 4월 한 차례 개봉을 미루며 한·중 동시 개봉을 추진했다가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 개봉이 불투명해졌다. 최근에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해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피부과 진료를 받으며 ‘시크릿 가든’의 여주인공 이름인 길라임을 가명으로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길라임을 연기했던 하지원도 함께 거론된 것.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지만 하지원은 ‘목숨 건 연애’의 제작보고회에서 “한제인 이름은 쓰지 말아 달라”라며 위트 있게 대처해 주목받았다. “중국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장르의 작품이라 무척 아쉬워요. 지난 6월 상하이 영화제 때 현지 반응이 무척 좋았거든요. 저는 성격상 무슨 일이 생기면 발을 동동 구르기보다 해결책을 찾는 스타일이에요. 길라임 논란이 있었을 때도 분명히 질문이 나올 것 같아 먼저 소신 있게 발언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죠.” ●내년이면 마흔… 사람 냄새 나는 배우 될 것 청소년 드라마를 통해 연기를 시작한 지 벌써 20년.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마흔에 접어든다. 배우에게는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것 같아 실감 나지 않는다며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는 하지원이다. “한번에 큰 변신을 한다기보다 조금씩 변화하는 배우이고 싶어요. 그동안 캐릭터가 강한 역할을 많이 해 왔는데, 앞으로는 누군가의 인생을 깊이 있게 보여줄 수 있는, 조금 더 사람 냄새가 나고 메이크업이 필요하지 않은 그런 역할을 많이 만나 보고 싶네요.”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틀 깬 고전삽화

    틀 깬 고전삽화

    ‘그림 형제 환상동화’, ‘오즈의 마법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셜록의 모험’…. 이 고전들의 제목을 들으면 누구나 비슷한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다 읽지 않았어도 이미 샅샅이 알고 있는 느낌이다. 이야기를 아우르는 이미지는 어릴 적 넘겨본 삽화로 고정돼 있다. ‘이미 알고 있다’는 이 게으른 생각을 화르륵 휘저어 놓는 고전 시리즈가 나왔다. 세계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돌올한 개성과 상상력을 만끽할 수 있는 ‘새로 그린 고전소설 시리즈’(스윙밴드)다. 이미 초판부터 현재까지 무수한 일러스트레이션 버전으로 독자들과 만나온 책들이지만 우리 시대 젊은 아티스트들은 기존의 그림을 우리 기억에서 지워낸다. 예쁘장한 소녀로 그려져 온 앨리스는 뉴욕 유명 광고회사에서 아트디렉터로 활약해 온 안드레아 대퀴노의 손길에서 신비롭고 재치 있는 ‘21세기형 앨리스’로 다시 태어났다. 맑은 수채화 그림 위에 패치워크, 콜라주 기법이 입혀지며 환상과 유머가 단짝처럼 직조됐다. 초판 삽화를 싫어했다는 원작 작가 루이스 캐럴은 영감의 원천인 자신의 서사에 어울리는 그림으로는 이 버전을 꼽을지도 모르겠다. ‘뉴욕타임스’, ‘GQ’ 등에 그림을 실어 온 프랑스 작가 얀 르장드르는 환상적이고 대담한 색채와 필치로 현대 여성의 당당함이 엿보이는 신데렐라, 초현실주의 그림 속 주인공을 연상케 하는 부엉이 등을 그려냈다.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소피아 마르티네크는 추리소설의 서늘함과 셜록 특유의 위트를 영민하게 조합한 그림으로 ‘셜록의 모험’을 읽는 맛을 더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우리 뇌도 ‘셜록 홈스’처럼 작동한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우리 뇌도 ‘셜록 홈스’처럼 작동한다

    눈을 뗄 수 없는 스릴과 숨 막히는 반전, 촘촘한 플롯, 책을 덮는 순간까지 계속되는 작가와 두뇌싸움. 추리소설은 이런 매력으로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추리소설을 읽는 또 다른 이유는 복잡하게 얽힌 사건을 막힘없이 풀어내는 탐정 때문이기도 합니다.1841년 에드거 앨런 포가 만들어 낸 최초의 사설탐정 오귀스트 뒤팽을 시작으로 175년 동안 수많은 탐정들이 등장했습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탐정은 코넌 도일의 셜록 홈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셜록 홈스는 영국 BBC 드라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연한 영화 등 최근까지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재탄생하고 있으니까요. 이 셜록 홈스는 추리소설 마니아들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BBC 드라마 ‘셜록’에 등장한 ‘기억의 궁전’(mind palace) 기법을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연구가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5일자에 실렸습니다. 이 연구에는 미국 프린스턴대와 존스홉킨스대, 스탠퍼드대, 캐나다 토론토대의 뇌신경과학자들이 참여했습니다. 기억의 궁전은 머릿속에 궁전이나 집 같은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여러 개의 방으로 나눈 다음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시각적 이미지로 바꿔 카테고리별로 각 방에 저장하는 기억법입니다. 홈스뿐만 아니라 역사 속의 여러 인물들도 사용했던 기억법으로 훈련을 통해 익힐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연구팀은 ‘셜록’ 시리즈를 한번도 보지 않은 18~26세의 남녀 참가자 22명에게 드라마 ‘셜록’ 시즌 1의 첫 번째 에피소드 ‘분홍색 연구’를 시청하도록 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실험대상자들이 드라마를 보는 동안 뇌혈류를 측정하고,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촬영했습니다. 시청이 끝낸 뒤 실험참가자들이 내용을 설명하며 기억을 회상할 때 다시 한번 뇌혈류와 fMRI를 측정했습니다. 줄거리를 설명하는 시간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등장인물들의 의상이나 대사, 배경의 색깔 등을 설명할 때 활성화하는 뇌 부위가 대부분 일치했다고 합니다. 전체적인 줄거리 같은 낮은 수준의 기억을 꺼낼 때는 해마, 소뇌, 편도체 등이 활동했고, 복잡하고 세부적인 사항을 기억할 때는 후방내측 전두엽피질과 전(前)전두엽피질이 활성화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사람들이 기억을 할 때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기억의 궁전을 만들어 활용하며 그 궁전의 위치는 비슷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 같이 기억과 관련한 퇴행성 뇌질환이 시작되면 정보의 입출력이 기억의 궁전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결과를 알츠하이머 예측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동차 키를 어디에 놨는지 몰라 주머니와 가방을 뒤적거리고 외출 후 도시가스 밸브를 제대로 잠궜는지 기억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일반인들은 선명한 기억력을 갖고 싶어합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모든 것을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은 일종의 재앙입니다.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의 경험을 세밀히 기억하는 과잉기억증후군은 과거를 잊지 못하고 계속 상기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의 일종이랍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완벽한 사람보다는 가끔은 깜박깜박하는 기억력을 갖는 것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청문회장에서 ‘모른다’로 일관하는 기억상실증 환자들은 혐오감과 짜증만 유발시킬 뿐이지 말입니다. edmondy@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우리 뇌도 ‘셜록 홈스’처럼 작동한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우리 뇌도 ‘셜록 홈스’처럼 작동한다

    눈을 뗄 수 없는 스릴과 숨 막히는 반전, 촘촘한 플롯, 책을 덮는 순간까지 계속되는 작가와 두뇌싸움. 추리소설은 이런 매력으로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추리소설을 읽는 또 다른 이유는 복잡하게 얽힌 사건을 막힘없이 풀어내는 탐정 때문이기도 합니다.1841년 에드거 앨런 포가 만들어 낸 최초의 사설탐정 오귀스트 뒤팽을 시작으로 175년 동안 수많은 탐정들이 등장했습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탐정은 코넌 도일의 셜록 홈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셜록 홈스는 영국 BBC 드라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연한 영화 등 최근까지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재탄생하고 있으니까요. 이 셜록 홈스는 추리소설 마니아들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BBC 드라마 ‘셜록’에 등장한 ‘기억의 궁전’(mind palace) 기법을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연구가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5일자에 실렸습니다. 이 연구에는 미국 프린스턴대와 존스홉킨스대, 스탠퍼드대, 캐나다 토론토대의 뇌신경과학자들이 참여했습니다. 기억의 궁전은 머릿속에 궁전이나 집 같은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여러 개의 방으로 나눈 다음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시각적 이미지로 바꿔 카테고리별로 각 방에 저장하는 기억법입니다. 홈스뿐만 아니라 역사 속의 여러 인물들도 사용했던 기억법으로 훈련을 통해 익힐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연구팀은 ‘셜록’ 시리즈를 한번도 보지 않은 18~26세의 남녀 참가자 22명에게 드라마 ‘셜록’ 시즌 1의 첫 번째 에피소드 ‘분홍색 연구’를 시청하도록 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실험대상자들이 드라마를 보는 동안 뇌혈류를 측정하고,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촬영했습니다. 시청이 끝낸 뒤 실험참가자들이 내용을 설명하며 기억을 회상할 때 다시 한번 뇌혈류와 fMRI를 측정했습니다. 줄거리를 설명하는 시간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등장인물들의 의상이나 대사, 배경의 색깔 등을 설명할 때 활성화하는 뇌 부위가 대부분 일치했다고 합니다. 전체적인 줄거리 같은 낮은 수준의 기억을 꺼낼 때는 해마, 소뇌, 편도체 등이 활동했고, 복잡하고 세부적인 사항을 기억할 때는 후방내측 전두엽피질과 전(前)전두엽피질이 활성화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사람들이 기억을 할 때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기억의 궁전을 만들어 활용하며 그 궁전의 위치는 비슷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 같이 기억과 관련한 퇴행성 뇌질환이 시작되면 정보의 입출력이 기억의 궁전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결과를 알츠하이머 예측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동차 키를 어디에 놨는지 몰라 주머니와 가방을 뒤적거리고 외출 후 도시가스 밸브를 제대로 잠궜는지 기억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일반인들은 선명한 기억력을 갖고 싶어합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모든 것을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은 일종의 재앙입니다.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의 경험을 세밀히 기억하는 과잉기억증후군은 과거를 잊지 못하고 계속 상기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의 일종이랍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완벽한 사람보다는 가끔은 깜박깜박하는 기억력을 갖는 것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청문회장에서 ‘모른다’로 일관하는 기억상실증 환자들은 혐오감과 짜증만 유발시킬 뿐이지 말입니다.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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