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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소설 왜 뜨나?

    한국소설이 ‘역사’쪽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작가들이 내놓는 신작 가운데는 역사 소재의 작품들이 부쩍 많아졌다. 물론 그 자체를 커다란 트렌드라고 흥분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침체된 문학시장의 활로를 뚫는 기제로 역할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심장한 흐름이라는 게 출판가의 중론이다. ●꾸준히 ‘발언’하는 역사소재 소설들 역사는 지금까지 변함없이 인기있는 소설 소재였다. 하지만 근년들어 이른바 ‘역사소설’들이 문학시장에서 차지하는 가치는 사뭇 달라졌다. 역사소설을 쓰는 작가군이 몇몇으로 한정됐던 예전과는 달리 젊은 인기작가들의 참여가 두드러지는 추세다. 이순신 장군의 내면세계를 새로운 각도로 그려낸 김훈의 베스트셀러 ‘칼의 노래’ 이후만 봐도 그 분위기는 감지된다. 예술을 위해 조국을 등지고 신라로 망명한 우륵의 예술혼을 다룬 김훈의 또 다른 역사소설 ‘현의 노래’에 명기 황진이를 주인공으로 불러낸 전경린의 ‘황진이’가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8권으로 완간된 김탁환의 ‘불멸의 이순신’, 여성화가 나혜석의 실제 삶에서 모티프를 따온 함정임의 ‘춘하추동’, 신라왕실을 주름잡은 요부 미실의 삶을 그린 김별아의 ‘미실’이 최근작들. 베스트셀러 ‘풍수’의 작가 김종록도 이번주 조선시대 천문학자 장영실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장영실은 하늘을 보았다’(전2권)를 내놓았다. 특정인물을 벗어나 역사 자체를 글감으로 잡은 작품들로 눈을 돌리면 사례는 더 많아진다. 장정일이 여성적 시각에서 썼다는 ‘소설 삼국지’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는 작품이다. ●한승원도 ‘정약전 주인공’ 곧 출간 출간 ‘예약’된 작품들도 눈에 띈다. 이달 말엔 중진작가 한승원이 정약전을 주인공으로 한 장편소설 ‘흑산도 하늘길’(문이당)을 내놓는다. 정약전은 조선 후기의 학자이자 천주교 선교사로 다산 정약용의 형이다.“주인공을 가상인터뷰 형식으로 정약전의 잘 알려지지 않은 삶을 복원해낼 것”이라는 게 출판사측의 설명이다. 또 조선후기의 실학자 이덕무가 주인공인 김탁환의 추리소설 ‘열녀문의 비밀’(황금가지)이 여름에 출간된다. 황금가지는 미 군정기에 암약했던 여간첩 김수임을 그린 김탁환의 또 다른 소설(제목 미정)도 겨울쯤 내놓을 계획이다. 김별아도 내친김에 조선시대가 배경인 역사소설을 잇따라 쓰고 있는 중이다. 역사소설 특히 인물을 소재로 한 역사소설 쓰기의 경향은 크게 두가지 배경에서 출발한다. 먼저 이전의 역사소설들과는 달리 최근엔 개인주의적인 서술방식으로 씌어지고 있는 추세다. 문학평론가 장은수씨는 “영웅담에 의존하는 국가주의적 서술태도나 성적 흥미를 추구하는 야사 중심에서 벗어나 요즘 작가들은 개인주의와 페미니즘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집단 속에서 개인을 발견하는 게 아니라 개별인물을 통해 거꾸로 집단을 발견하는 방식으로 시각이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칼의 노래’,‘황진이’,‘미실’, 장정일의 ‘삼국지’ 등이 모두 그런 유형에 든다. ●일부 작가들 “아이디어 빈곤 극복 대안” 일부 작가들은 아이디어 빈곤을 극복하는 하나의 대안으로 역사소설 장르를 택하기도 한다. 김별아는 “현실의 변화속도가 너무 빨라 그 속에서 문학적 가치를 짚어내기가 너무 어려워졌다.”고 고백한다. 상대적이긴 하지만 독자들의 관심 또한 역사소재 소설 쪽으로 쉽게 쏠리는 게 사실. 전경린의 ‘황진이’는 15만부나 팔렸고 ‘미실’도 출간 보름여 만에 4쇄(5만부)를 찍었다. 초쇄 3000부를 소화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국내 소설시장의 현실에서 놀라운 성적이다. 민음사 이수은 문학팀장은 “역사소재 소설은 픽션이면서 동시에 실재의 이미지를 가미할 수 있어 상업적으로 봐도 불리할 게 없다.”며 “그들의 선전은 하향 문학시장에 대한 경고이자 반동으로 읽혀야 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프루프’ 캐서린역 추상미

    ‘프루프’ 캐서린역 추상미

    2005년을 ‘여배우의 해’로 만들기 위해 추상미도 동참한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2003년 처음 소개됐던 ‘프루프’.2월4일부터 3월13일까지 서울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무대에 오른다.2000년 초연돼 이듬해 토니상 여우주연상과 최우수 감독상, 퓰리처 드라마상까지 거머쥔 미국 작가 데이비드 어번의 작품이다. 다시 만난 추상미와 연출 김광보가 초연 때의 흥행과 감동을 재현할지 주목된다. 주인공 캐서린(추상미)이 등장하지 않는 시간은 고작 7∼8분. 추상미는 모든 에너지를 무대 위에 쏟아낼 작정이다. 연극은 천재 수학자 로버트의 노트에서 발견된 엄청난 수학 증명이 딸 캐서린이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에서 시작된다. 캐서린이 아버지의 제자 핼, 언니 클레어와 벌이는 팽팽한 삼각구도는 추리소설 같은 긴장감을 준다. 동시에 속도감 있고 유머러스하게 관객을 감싸는 것도 연극의 장점. 천재 수학자 로버트 역은 연극과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최용민이, 언니 클레어 역은 초연 때 함께 했던 추귀정, 핼 역은 ‘남자충동’으로 입지를 굳힌 최광일이 맡았다.(02)764-8760.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박정희 저격사건’ 문서 공개] 당시 수사 맡은 김기춘의원

    [‘박정희 저격사건’ 문서 공개] 당시 수사 맡은 김기춘의원

    육영수 여사를 저격한 혐의로 1974년 8월15일 낮 중앙정보부에 체포된 문세광은 다음날 오후까지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중정 요원들은 여권에 적힌 일본인 이름 말고는 문세광의 인적사항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이때 중정부장의 법률보좌관으로 파견 중이던 서른 다섯살 ‘김기춘 검사’가 투입됐다. 신직수 중정부장의 명이었다. 김 검사는 링거를 꽂은 채 누워 있던 문세광에게 첫 질문을 던졌다.“‘자칼의 날(The day of the Jackal)’을 읽어 봤는가.” 하루 종일 묵비권만 행사하던 문세광이 그제서야 눈을 번쩍 뜨더니 “네. 혹시 센세(선생님)도 읽어 보셨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김 검사는 빙그레 웃으며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고 답한 뒤 “혁명을 하기 위해 왔다면서 이렇게 비겁하게 입을 다물면 되겠는가. 당당하게 밝힐 것은 밝히라.”고 추궁했다. 그러자 문세광은 입을 열어 범행을 자백하기 시작했다. 검찰총장·법무부장관을 지낸 한나라당 김기춘 의원이 20일 기자들과 만나 설명한 문세광 수사 뒷얘기다. 그는 “‘자칼의 날’은 프랑스의 샤를 드골 대통령 암살 미수사건을 담은 추리소설로 사건 보름 전쯤 대천 해수욕장에 휴가차 내려가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 수사에 응용해 봤다.”고 전했다. 또 “문세광은 38구경 권총을 분해한 뒤 라디오에 넣어서 공항 검색대를 통과했는데, 소설 주인공도 장총의 총구를 라디오에 숨겨 들여왔다. 암살자에겐 교과서 같은 책”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문세광은 나중에 육 여사가 숨졌다는 말을 듣고 ‘정말 미안하다. 잘못했다.’고 참회했다.”면서 “젊은 나이에 포섭이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이것은 살인 사건일 뿐 정치적으로 악용할 소지는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편 당시 서울지검 공판부장으로 수사 실무책임자이던 정치근 변호사는 “문은 처음에는 ‘빨리 죽여 달라.’는 말만 하다가 나중에 ‘한국군에 입대하겠으니 살려만 달라.’며 삶의 집착 같은 것을 보였다.”고 회고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2005 문화코드] ① 팩션(팩트+픽션)

    [2005 문화코드] ① 팩션(팩트+픽션)

    새해에는 어떤 문화적 현상 혹은 흐름이 주목받을까. 새로운 문화현상을 지금 여기서 어떻게 해석하고 바라볼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가장 의미있는 답을 얻기 위해선 이른바 ‘코드’ 접근법에 기대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신문은 5회에 걸쳐 2005년 문화현상을 전망하고 해석한다.‘팩션’‘신(新)한류’‘미래담론’‘생명사상’‘녹색진보’등 다섯 갈래로 나눠 다양한 문화현상의 본질을 짚는다. ■ 출판 상상력의 시대다. 문화장르에 ‘상상’의 메타포가 빠진 적이 한순간이라도 있었을까마는 현실은 사뭇 다르다. 출판·방송·영화할 것없이 부쩍 전에 없던 창작기류가 흐른다. 이른바 2005년에도 현재형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감되는 문화코드 ‘팩션(faction)’이다. ●‘다빈치 코드’로 촉발된 열풍 식지않을듯 지난해 하반기 출판가에서 비롯된 용어 ‘팩션’이란, 사실(fact)과 허구(fiction)를 결합한 문학형태다. 주로 역사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추리기법으로 가미하는 만큼 역사추리소설 혹은 지식소설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해 6월 국내 출간된 세계적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로 촉발된 팩션열풍은 좀체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례없는 출판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베텔스만)는 출간 6개월여 만에 무려 100만부를 넘게 팔아치웠다. 댄 브라운의 저작으로 ‘다빈치 코드’의 전작에 해당하는 역사추리소설 ‘천사와 악마’도 잇따라 전략적으로 출간돼 쏠쏠한 재미를 봤다. 이후 서점가에는 팩션소설들이 줄을 잇고 있다. 르네상스시대 문헌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죽음과 계시의 사건들을 다룬 ‘4의 규칙’(랜덤하우스중앙),17세기 이탈리아의 한 여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진실을 캐는 과정에 당대 유럽의 역사가 화려하게 펼쳐지는 ‘임프리마투르’(문학동네)도 그 범주에 속한다. ‘다빈치 코드’의 성공으로 그 효과를 덤으로 누린 책도 적지 않았다.‘성배와 잃어버린 장미’(루비박스),‘다빈치 코드의 진실’(예문),‘다빈치 코드 깨기’(규장) 등이 그들이다. ●인문학적 지식 바탕으로 추리력 발휘 이 소설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한 사건을 실마리로 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사건해결에 필요한 수많은 단서들이 제시되고 그들을 통해 역사이해 등 인문학적 지식이 바탕이 된 추리력을 발휘하게 된다. 사실 팩션이란 개념이 처음 도입된 분야는 문학이 아니라 저널리즘쪽이었다.1960∼70년대 텔레비전에 신문의 인기가 밀리자 독자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기사문체를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픽션화한 데서 유래했다는 것. 그렇다면 팩션의 불씨가 문화전반으로 옮겨붙은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정답은, 당연히 문화소비자인 ‘대중’의 변화된 욕구다. 문학평론가 김동식씨는 “대중적 흥미에다 폭넓은 인문학적 교양을 쌓을 수 있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소설읽기는 현대인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누릴 것”이라고 해석했다. 팩션열풍에서 새삼 ‘팩트’(사실)가 강조되는 이유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의미심장하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예전에는 정보의 실체가 보였으나, 인터넷 시대에는 그것들을 구체적으로 볼 수가 없다.”고 전제,“(대중은)정보의 실체로 연결될 수 있는 계기를 찾는 것”이라고 분석했다.‘단테클럽’을 읽은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단테의 ‘신곡’을 찾게 되고,‘다빈치 코드’ 독자들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궁금해 한다는 것이다. ●‘팩션’ 1960~70년대 부드러운 신문기사서 유래 획일화된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욕구와, 실체적 정보에 다가서려는 인터넷 시대의 반동적 욕망이 결합해 팩션을 낳고 있는 셈이다. 새해에도 출판가에서는 팩션식 소설의 인기는 계속될 것 같다. 인기작가 이인화가 7년 만에 선보여 화제인 신작 ‘하비비’(해냄)도 팩션형태.‘삼국지’의 영웅 조조가 남긴 비밀지도의 행방을 놓고 암투를 벌이는 이야기 얼개다.‘다빈치 코드’가 표절작품이라는 논란을 제기한 루이스 퍼듀의 ‘다빈치 레거시’(팬아스)도 최근 새로 서점가에 합류했다. 베텔스만도 상반기 중 댄 브라운의 또다른 인기추리소설 ‘디지털 포트리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영화 역사적 사실에 허구를 가미한 ‘팩션 영화’를 국내외에서 한 편씩 꼽으라면 누구나 ‘황산벌’(2003)과 ‘포레스트 검프’(1994)를 떠올릴 듯 싶다.‘황산벌’은 김유신, 계백 장군을 사투리 때문에 싸우게 만들었고,‘포레스트 검프’는 IQ 75인 청년으로 하여금 미국 현대사의 중심축을 가로지르게 하는 상상력을 발휘했다. ‘실감나는 상상력’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했던 이같은 팩션 영화는 최근 들어 국내외 할 것 없이 그 수가 늘고 있다. 한국영화의 올해 개봉·제작 리스트에도 여러 편이 올라있다. 하지만 추리 코드를 전제로 하는 문학 분야와 달리, 영화에서는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것이 그 특징이다. 2월 개봉예정인 ‘그때 그사람들’은 10·26을 기초로 캐릭터와 모든 정황을 허구로 구성한 블랙코미디. 크랭크업을 거의 앞둔 ‘혈의 누’는 구한 말 천주교박해를 배경으로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추리 공포 사극이고, 올 여름 개봉예정인 ‘천군’은 남북한 병사가 과거로 휩쓸려가 이순신 장군을 만난다는 내용의 팩션 영화다. 하반기 개봉을 목표로 준비 중인 ‘대한독립만세’는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을 배경으로 양아치들의 활약을 그린 코믹 액션 영화다. CJ엔터테인먼트 한국영화팀 관계자는 “한국영화에서는 스릴러 장르가 발전하기 못했기 때문에 ‘다빈치 코드’류의 추리물을 발견하기는 어렵지만, 픽션을 가미한 실화 소재의 영화는 많이 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상영중인 ‘내셔널 트레저’는 미국 건국 초기의 거물들이 속해있던 프리메이슨이라는 단체를 바탕으로, 이들이 지폐나 건축물에 보물지도를 숨겨놓았다는 상상력을 동원했다.‘다빈치 코드’도 내년 중에 미국 컬럼비아사에서 영화화될 예정이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실제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엄밀히 말하면 모두 팩션”이라면서 “항상 새로운 소재를 고민하는 제작자들에게 팩션 영화는 창작보다 쉬우면서도 지금까지 덜 다뤄졌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드라마 안방극장에도 ‘팩션’바람이 거세다. 현재 방영되고 있거나 곧 전파를 탈 TV드라마들을 보면, 역사적 사건과 과거 성공한 인물 등 과거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한 ‘팩션’작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달말 첫 전파를 타는 MBC 주말드라마 ‘제5공화국’은 10·26 사태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12·12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의 혼란의 정치사를 드라마화한 작품.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등 전직 대통령들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정치사가 리얼하게 재연될 예정이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KBS2TV 대하드라마 ‘해신’은 해상왕 장보고의 생애와 당대 사건 등을 ‘팩션’에 입각해 재구성한 작품. 방영 초기부터 ‘원균 재조명’을 둘러싼 뜨거운 논란에 휩싸인 KBS1TV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도 이순신과 원균이라는 역사적 인물과 임진 왜란 등 역사적 사실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실존 인물인 삼성 고 이병철 회장과 현대 고 정주영 명예 회장을 모델로 한 MBC ‘영웅시대’도 과거 60∼70년대 격동기의 ‘재벌 이야기’와 ‘정경유착’ 등 격동의 정치·경제사를 기초로 모든 정황을 허구로 구성한 ‘팩션 드라마다. ‘팩션’요소를 이야기 전개의 중심축으로 삼은 드라마들은 올 한해에도 속속 기획되거나 제작될 예정이다. 지난 2000년 무기도입을 둘러싼 정치권 불법 로비 의혹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재미교포 로비스트 ‘린다 김’과 군 전력 증강 사업(일명 백두사업)을 소재로 한 TV드라마가 올 하반기 이후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성공 벤처기업을 모델로 한 TV 드라마도 곧 선보인다. KBS 김현준 드라마 1팀장은 “최근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소재로 한 ‘팩션’작품이 속속 등장하는 것은 과거를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하려는 사회내 분위기와 제작진의 창작 욕구가 맞아 떨어져 생겨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팩션’외에도 고전을 리메이크 하는 등 ‘과거 지향’적인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다 빈치 코드’ 이 소설 베꼈다?

    “‘다 빈치 코드’는 정말 베꼈을까?” 2004년 최고의 베스트셀러 ‘다 빈치 코드’에 표절시비를 걸었던 미국 작가 루이스 퍼듀의 ‘다 빈치 레거시’(전2권, 심수연 옮김, 팬아스 펴냄)가 국내 출간됐다. 표절논란과 명예훼손 공방 속에 현재 소송에 휘말린 ‘다 빈치 레거시’는 1983년 발표된 추리소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남긴 문서 ‘다 빈치 코덱스’에는 바티칸이 숨기고자 하는 비밀이 들어 있다. 그 비밀의 열쇠를 손에 넣으려 각축하는 다 빈치 학자들은, 성 베드로와 마리아 막달레나 사이에서 태어난 자손이라고 주장하는 ‘성 베드로 선민 수도회’ 사람들에게 차례로 살해된다. 아마추어 지질학자로 우연히 코덱스를 입수한 주인공도 그들에게 쫓긴다. 작가는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가 이 소설을 비롯해 아직 국내 출간되지 않은 자신의 두 작품 ‘The Linz Testament’(1985)와 ‘Daughter of God’(2000) 을 표절했다고 주장한다. ‘다 빈치 코드’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문서가 아마포가 아닌 양피지에 기록됐다고 잘못 쓴 대목은 자신의 책을 베낀 결정적 증거라는 것. 두 화제작을 직접 비교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겠다. 각권 9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生生인터뷰] 7년만에 장편 ‘하비로’ 내놓은 이인화

    [生生인터뷰] 7년만에 장편 ‘하비로’ 내놓은 이인화

    ‘영원한 제국’의 인기작가 이인화(38·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가 돌아왔다. 장편 ‘초원의 향기’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새 소설은 ‘하비로’(해냄). 제목에서부터 물음표 몇개쯤 찍게 만드는 이번 작품은 연쇄살인사건을 따라가며 지적 게임을 즐기게 하는 역사추리물이다. 세계 최대의 마약시장이었던 1937년 상하이를 무대로, 조선인 청년예술가집단 ‘보희미안 구락부’의 연쇄살인을 추적하는 한 조선인 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작중 주인공은 삼국지’의 영웅 조조가 남긴 비밀지도의 행방을 쫓고 있는 조선 중국 일본 등 3국 암흑세력의 암투에 휘말리게 된다.‘하비로(霞飛路)’는 상하이의 실제 거리이름이다. “20대 초반 게임세대를 위한 소설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지난 14일 인사동에서 만난 이씨는 “한때는 소설을 외면하는 독자들을 원망도 했지만, 문학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새로 찾아야 한다는 판단에서 추리소설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무려 7년 동안 소설을 접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이상문학상(‘시인의 별’·2000년)을 받고 작품선정에 문제가 있다는 구설에 오르는 바람에 상처를 무척 많이 받았어요. 소설 동네를 어떻게든 벗어나 보겠다는 생각에서 자꾸 밖으로 눈을 돌렸고 그러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작했던 ‘외도’가 이제는 ‘본업’이 되다시피 했다.2000년 창작발레 ‘신시21’의 대본을 쓴 뒤 오페라 대본, 영화·게임 시나리오 등을 가리지 않고 썼다. 한국 최초의 여성비행사 박경원의 삶을 다룬 영화 ‘청연’, 한·일 합작으로 제작중인 영화 ‘기운생동’ 등의 시나리오가 그의 작품이다. 설치미술, 온라인 게임 등 ‘이야기 얼개’가 필요한 장르라면 무조건 달려들었던 것이다. ‘하비로’는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이 손잡은 이른바 ‘팩션(faction)’소설.‘삼국지’의 영웅 조조가 도굴로 부를 축적했다는 대목에서 작가는 상상의 불꽃을 지폈다. 조조가 남긴 비밀지도 한장 때문에 1930년대 상하이 암흑세력들이 뒤엉켜 대결하는 소설의 구도에 대해 그는 “이전의 어느 작품에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 소재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누아르 분위기가 짙은 소설에 끌어다 쓴 기억상실의 모티프는 ‘사일런트 힐’이란 게임에서, 웅장한 배경은 ‘리니지 2’에서 각각 착안했다고 덧붙였다. 상상의 성취는 크지만, 솔직히 문학적 순도면에서는 옹색해지는 작품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나름의 작가적 신념이 확고하다.“온라인게임·시나리오 작가로 오락가락하는 건 전업작가로 살기가 불가능한 한국문단 현실의 특수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영원한 제국’ 서문에서도 밝힌 적이 있듯 무엇보다 나는 소설가가 아니라 이야기꾼으로 남고 싶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중간쯤에 자리잡은 이문열, 최인호 선배가 부럽다.”는 그는 “지나치게 리얼리즘을 견지하는 소설은 요즘 독자들을 감동시킬 수가 없다.”며 최근의 소설경향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의 새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국내 메이저 영화사 두 곳과 협상 중인데, 계약이 마무리되는 대로 시나리오도 직접 쓸 계획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책꽂이]

    ●계용묵 전집(계용묵 지음, 민음사 펴냄) ‘백치 아다다’의 작가 계용묵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그의 소설과 산문을 나눠 묶은 전집. 단·장편으로 일관해 문단의 조명을 받지 못했던 작가의 미발표 작품까지 수록됐다. 소설집 2만 5000원, 산문집 2만원. ●백년여관(임철우 지음, 한겨레신문사 펴냄) 한겨레신문에 연재된 소설가 임철우의 새 장편. ‘봄날’ 이후 5년 만에 쓴 작품으로 일제시대,6·25 보도연맹 사건, 광주항쟁 등 한국사 100년을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재구성했다.9000원. ●그해 여름(전4권)(이영숙 지음, 한글 펴냄) 천재작가 이준수 등 직업이 다른 세 사람의 욕망과 사랑, 인간의 이중성을 그린 장편소설. 미술출판 기자 출신인 작가는 1992년 단편 ‘환상의 나라’ 이후 ‘함박눈이 내린 새벽’‘대바람 소리’ 등 중단편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각권 8000원.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고은 등 71명 지음, 열화당 펴냄) 고은 이윤기 최인호 김지하 한수산 강석경 신경숙 등 한국의 대표 문인 71명이 문학을 향한 순수열정과 글쓰기의 아픈 여정을 고백했다. 붓을 꺾을 수 없는 작가들의 육성이 ‘문학론’으로도 손색없다.1만 2000원. ●책 읽어주는 남자(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이레 펴냄) 15세 소년과 36세 여인의 사랑을 빌려 독일 현대사의 아픈 기억을 반추한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재출간됐다. 작가의 단편집 ‘사랑의 도피’(1995년)도 나란히 선보였다.9500원. ●핑거포스트,1663(전2권)(이언 피어스 지음, 김석희 옮김, 서해문집 펴냄) 내란과 혁명으로 점철된 17세기 영국을 무대로, 과학 의학 신학 인식론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아우르는 미스터리 역사추리소설.1권 1만 3800원,2권 1만 2800원.
  • [책꽂이]

    ●개 같은 신념(정철훈 지음, 문학동네 펴냄) ‘살고 싶은 아침’‘내 졸음에도 사랑은 떠도느냐’ 등을 내놓은 정철훈 시인이 현실을 비판적으로 사유한 새 시집을 내놓았다.“…삐죽삐죽 흰 털이 나기 시작한 사십 중반의 힘없는 물건을 대체 누가 살까…”(‘생활의 배반’ 중) 실존을 고민하는 현실비판적 글쓰기가 치열하게 연기를 뿜는다.7000원. ●별밭에서 지상의 시를 읽다(곽재구 지음, 이가서 펴냄) 김지하 황지우 정호승 김용택 안도현 등 국내 시인 78명의 시 80편에 곽재구 시인이 해설을 붙였다.“따뜻한 시 한편으로 생의 따뜻한 면면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대로 삶의 옹이를 쓸어주는 넉넉한 시들로 꽉 찼다.8900원. ●하늘이 담긴 손(김영래 지음, 민음사 펴냄) 1997년 ‘소금쟁이’로 ‘동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시인의 첫 시집. 이승하 시인은 “시냇물처럼 흘러가던 한국 현대시사의 물줄기를 육중한 언어의 힘으로 가로막는다.”는 표현으로 작가의 강건한 시세계를 압축했다.7000원. ●벨라스케스의 거울(전2권)(페드로 J 페르난데스 지음, 김현철 옮김, 베텔스만 펴냄) 17세기 대표적 궁정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그림 ‘시녀들’을 복원하던 아버지가 실종되자 아들은 살해와 자살 두가지 가능성을 놓고 죽음의 의문을 풀어나간다.17세기 스페인의 역사와 미술 지식을 넓힐 수 있는 추리소설. 각권 8000원.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행복한책읽기 펴냄) 외계인과 접촉하는 언어학자의 이야기를 다룬 표제작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비롯해 8편의 중단편 과학소설 묶음. 작가는 미국 브라운 대학에서 물리학과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중국계 2세 신인. 휴고·네뷸러·로커스·아시모프상 등 환상소설이나 과학소설 등 장르문학을 대상으로 한 세계적인 상들을 휩쓸었다.1만 4000원.
  • ‘강한 금감위’ 유도 총력전

    ‘강한 금감위’ 유도 총력전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퍼즐 풀듯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우리 감독 당국자들이 참고할 만한 대목이 많은 것 같습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주변사람들에게 미국 작가 댄 브라운의 추리소설 ‘다 빈치 코드’를 선물했다.‘시장자율 확대’와 ‘금융의 공공성 확보’라는, 양립하기 힘든 두개의 코드를 한 틀에 담아내겠다는 자신의 포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사람들은 해석한다. 금감위와 금감원이 ‘선 굵은 감독’,‘힘 있는 감독’을 위해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그 중심에 지난 8월4일 취임 이후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내부혁신 노력을 해온 두 기관의 최고경영자(CEO) 윤증현 위원장이 있다. 윤 위원장은 “시장자율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금융기관의 공공성을 회복하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해 왔다. 기업활동을 도와야 할 은행들이 오히려 위축시킨다고 몇차례에 걸쳐 원색적으로 비난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윤 위원장은 법과 원칙을 지킴으로써 ‘인위적인 관치(官治)’의 경계는 절대로 넘어서지 말라고 주문하고 있다. 특히 이를 위해 ‘감독당국의 위상 강화’를 강조한다. 금감위 관계자는 “감독당국의 위상이 높아져야 책임감도 확실히 부여되고 전문성이 높아진다는 게 위원장의 생각”이라면서 “반면에 오랫동안 외부의 불만을 사온 고압적 자세를 버리라는 말도 자주 한다.”고 전했다. 윤 위원장은 취임 후 첫 행보로 은행, 보험, 증권 등 각 금융권역 기관장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들었다. 시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메시지였다. 또 금감위 인터넷 홈페이지에 위원장과 금융소비자를 잇는 ‘핫라인’도 개설했다. 직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취임 한달여만에 사무관급 이상 금감위 직원과 국실장급 이상 금감원 직원 100여명 전원과 점심·저녁을 갖는 강행군을 했다. 윤 위원장 취임 이후 크게 달라진 것 한 가지. 주요 회의에 금감위와 금감원 담당자들이 동시에 참석한다. 이전에는 따로따로 위원장실에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두 기관이 업무를 이중으로 처리해 비생산적이고, 의사결정도 늦어진다.”며 윤 위원장이 오자마자 취한 조치다. 11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윤 위원장이 방카슈랑스 2단계 확대, 집단소송제 도입, 경기침체 속 금융기관 건전성 확보 등 산적한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시장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다빈치 코드’ 열풍 어디까지 갈까

    출판가에 ‘다 빈치 코드’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댄 브라운의 미스터리 추리소설 ‘다 빈치 코드’(전 2권·베텔스만 펴냄)의 국내 인기는 세계적인 추세에 뒤지지 않는다.지난 6월 국내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무려 63만부가 팔려나갔다.추리물이 강세인 여름 시즌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세를 불려가고 있는 중이다. ‘다 빈치 코드’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주요 출판사들의 추리신간이 계절을 잊고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것이 그 방증.‘다빈치 코드’로 기대 이상의 재미를 챙긴 베텔스만은 댄 브라운의 또 다른 추리물 ‘천사와 악마’(전 2권)를 최근 전략적으로 내놓았다.“‘다 빈치 코드’의 초판 때보다 독자들의 반응이 확실히 빠르게 나타난다.예측대로 댄 브라운의 독자들이 다시 찾는 것 같다.”고 출판사측은 밝혔다. ‘천사와 악마’는 ‘다 빈치 코드’의 전작에 해당하는 역사추리소설.과거 역사에 기반한 ‘다 빈치 코드’와 달리 현재 진행형인 각종 첨단과학과 종교의 충돌을 다룬다.이번에는 가톨릭 역사에 다양한 물리학적 지식이 뒤섞였다. 랜덤하우스중앙도 ‘4의 규칙’(전 2권)을 출간했다.졸업을 앞둔 두 명의 프린스턴 대학생이 ‘히프네로토마키아 폴리필리’라는 르네상스시대 문헌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죽음과 계시의 사건들을 다뤘다.‘다 빈치 코드’식의 대중적 흥미에다 ‘장미의 이름’ 스타일의 폭넓은 교양을 두루 만족시키는 소설의 지은이는 이안 콜드웰과 더스틴 토머슨.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를 각각 졸업했다.미국에서는 출간 사흘 만에 초판 20만부가 동이 나는 기록을 세웠다. ‘다 빈치 코드’의 센세이셔널리즘을 못마땅해하는 독자들을 겨냥한 추리소설도 가세했다.이탈리아 부부 작가의 저술로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임프리마투르(리타 모날디·프란체스코 소르티 지음)’가 그것.17세기 이탈리아의 한 여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진실을 캐는 과정에 당대 유럽의 정치·종교·예술사가 화려하게 펼쳐진다.음악·미술·의학·점성술 등 방대한 인문지식을 드러낸 부부작가에게는 ‘움베르트 에코의 적자(嫡子)’란 애칭이 붙었다.‘다 빈치 코드’보다 심도있는 인문학적 교양을 원하는 독자에게 맞춤할 작품이란 평가다. 지난 8월 나온 마거릿 스타버드의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루비박스 펴냄)도 ‘다 빈치 코드’ 효과를 덤으로 챙기는 경우.이 역시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딸까지 낳았다는 가설을 전제하고 있다. 역사 추리소설의 인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게 출판가의 전망이다.문학동네 차창룡 편집장은 “‘다 빈치 코드’가 서구문명의 뿌리인 기독교사를 흔든 만큼 그 흥분을 이어줄 후속작에 대한 기대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학평론가 김동식씨는 “인문학적 호기심을 동시에 채울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식의 소설 읽기는 바쁜 현대독자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4의 규칙’은 서점에 책이 깔리자마자 하루 1000질 이상의 주문이 들어온다고 출판사측은 귀띔했다.베텔스만은 내년 초 댄 브라운의 인기 추리소설 ‘디지털 포트리스’를 국내 출간할 계획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임프리마투르/리타 모날디·프란체스코 소르티 지음

    ‘임프리마투르(Imprimatur)’란 ‘그것이 인쇄되게 하라.’는 뜻의 라틴어다.로마 가톨릭 주교가 인쇄물의 내용이 가톨릭 신앙과 윤리에 위배됨이 없음을 확인하고 내리는 인쇄허가를 가리키는 말이다.이탈리아의 부부작가 리타 모날디와 프란체스코 소르티는 이와 같은 제목의 소설 하나로 ‘에코의 적자’라는 영광을 안았다.‘에코 학파’라는 말이 있을 만큼 움베르토 에코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은 적지 않다.‘스키피오의 꿈’의 이언 피어스,‘단테 클럽’의 매튜 펄,‘다빈치 코드’의 댄 브라운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모날디와 소르티는 역사추리소설에 관한 한 이들보다 한 수 위라는 평이다.‘임프리마투르’를 쓰기 위해 이 부부작가는 10년이란 세월을 바티칸의 고문서실과 도서관에서 보냈다. 소설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임프리마투르’(최영애 옮김,문학동네 펴냄)는 독자들을 고도의 지적 추리 세계로 이끈다.무대는 절대왕정의 치세가 극에 달한 17세기 말 유럽.소설의 문을 여는 것은 한 주교가 바티칸 시성성(諡聖省)에 보낸 편지다.코모라는 주교가 보낸 편지에는 한 뭉치의 원고가 따라간다.원고엔 17세기 교황 인노켄티우스 11세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이 적혀 있다.1683년 오스만투르크군은 오스트리아의 빈을 압박하고 교황 인노켄티우스 11세는 불안한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한다.그러던 중 로마의 한 여관에서 노인이 죽으면서 이야기는 본궤도에 오른다.당국은 노인이 페스트 때문에 죽은 것으로 보고 여관을 봉쇄하지만,부검 결과 노인은 독살된 것으로 밝혀진다.투숙객 가운데 한 명인 카스트라토 멜라니 사제는 여관의 사환과 함께 석연치 않은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한다.유럽의 패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와 재정총감 사이의 알력,오렌지공 윌리엄과 교황간의 거래 등이 드러나게 된다. 문학적인 장치를 빌려 역사적인 사실을 이야기하는 이 액자구조 형식의 소설은 여러 각도에서 읽힌다.치밀하게 짜여진 추리소설이자,풍요롭고 화려한 이면에 한없이 뒤틀리고 기괴한 풍속이 판치던 바로크 시대를 그린 역사소설이다.한 소년이 시련을 겪으며 어른으로 성장하는 빌둥스로만(성장소설),나아가 절대왕정 시대를 통렬히 비판한 사회소설이기도 하다. ‘임프리마투르’는 작가가 구상한 4부작 가운데 첫 작품.앞으로 ‘세크레툼’‘베리타스’‘미스테리움’ 등 세 권이 더 나올 예정이다.이 모든 작품의 라티어 제목 ‘임프리마투르 세크레툼 베리타스 미스테리움(Imprimatur Secretum Veritas Mysterium)’을 우리말로 옮기면 ‘모든 비밀은 공표될 수 있지만,진실은 끝내 미스터리로 남는다’는 뜻이다.여관의 사환과 노련한 사제가 엮어가는 ‘임프리마투르’ 이야기가 겨냥하는 바는 소설 속 사환의 말처럼 “진실이라는 미친 말의 갈기를 붙잡는 것”이다.1만 88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책꽂이]

    ●사당 바우덕이(김윤배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조선후기 안성 남사당패의 유일한 여자 꼭두쇠였던 바우덕이의 삶을 김윤배 시인이 마당극 형식의 장편 서사시로 엮었다.신분과 성차별에 맞선 바우덕이가 선구적 여성상으로 그려지고,그의 가족사를 통해 동학정신이 조명되기도 한다.9000원. ●폭스 이블(미네트 월터스 지음,권성환 옮김,영림카디널 펴냄) 미네트 월터스는 마흔살에 늦깎이로 데뷔해 영국 추리소설계의 간판이 된 여류작가.한 여인이 의문사하면서 그 가문의 비밀이 벗겨지고,폭스 이블이라는 사내가 이끄는 부랑자 단체가 마을 한편을 점유하는데….치밀한 플롯으로 인간 내면에 도사린 위선과 가식,폭력성을 예리하게 들춘다.1만 2000원. ●헤르만 헤세와 임어당(김주연 지음,작가 펴냄) 문학평론가 김주연(숙명여대 독문과) 교수의 산문집.지은이는 “우리 문화에 필요한 것은 분열이 아닌 다양성,독선이 아닌 사랑이며 문학과 종교를 ‘한 뿌리의 쌍생아’”로 보면서 “지적 교만과 방탕한 젊음을 보낸 자들에게 헤세와 임어당은 큰 위안의 이름”이라고 말한다.8500원. ●나두야 가련다(박용철 지음,시로 여는 세상 펴냄) 시인 박용철(1904∼1938)의 탄생 100주년 기념시집.‘떠나가는 배’‘비에 젖은 마음’ 등 현행 철자법에 가깝게 수정한 대표시 49편 수록.7000원. ●지상의 그 집(홍윤숙 지음,시와시학사 펴냄) 57년째 한국시단을 지켜온 원로시인 홍윤숙이 15번째 시집을 냈다.마치 구도자처럼 지나온 삶을 시로 회고하는 시인은 “나아갈 때와 들어갈 때를 분명히 하자고 다짐하면서 고별사를 쓰듯이 이 책을 묶는다.”고 책머리에 썼다.7500원. ●포스트맨(무라카미 류 지음,하마노 유카 그림,양억관 옮김,문학동네 펴냄) 일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퍼포먼스 오페라 ‘Life’(1999년)에서 세계적 테너 호세 카레라스가 낭독했던 무라카미 류의 글에 일러스트를 덧붙였다.반전과 희망의 메시지가 강렬하다.8800원. ●4의 규칙(전2권)(이안 콜드웰·더스틴 토머슨 지음,정영문 옮김,랜덤하우스중앙 펴냄) ‘다빈치 코드’를 연상케 하는 역사추리소설.르네상스시대의 고문헌인 ‘히프네로토마키아 폴리필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각권 8000원.
  • [책꽂이]

    ●선방(禪房) 가는 길(정찬주 지음,열림원 펴냄) 소설가 정찬주가 전국의 선방과 암자를 탐방하고 쓴 명상산문집.신록에 잠긴 선방 사진들,향기 그윽한 법어 등 심산(深山)의 고즈넉한 아취를 물씬 피워 올리는 책은 여행 길라잡이로도 훌륭하다.1만 1000원. ●외롭고 높고 쓸쓸한(안도현 지음,문학동네 펴냄) 1994년 초판 출간 이후 꾸준히 독자층을 넓혀온 안도현 시인 대표작품집의 개정판.20대 청년기를 통과하던 무렵의 열정이 스민 ‘서울로 가는 전봉준’도 개정판으로 함께 나왔다.각권 7000원. ●체 게바라의 빙산(아리엘 도르프만 지음,김의석 옮김,창비 펴냄) 칠레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의 신작장편.피노체트 군부정권 퇴각 이후를 배경으로,칠레 혁명 2세대의 눈에 비친 칠레의 현실과 미래.1만 3000원. ●안녕 내 사랑(레이먼드 챈들러 지음,박현주 옮김,북하우스 펴냄) 미국 대도시에서 활약하는 사립탐정 필립 말로를 주인공으로 세운 추리소설.정의롭지만 냉소적 영웅이란,틀에 박힌 분위기에서 벗어나 순수한 로맨스를 엮는 말로의 캐릭터가 신선하다.9500원. ●최배달의 세계격투기행(최배달 지음,자음과모음 펴냄) 극진 가라테를 창안한 전설의 무술인 최배달이 직접 쓴 세계격투 평정기.뉴욕 갱단과 맞선 일화 등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극한상황들이 사실감 넘치게 묘사된 자서전.9700원. ●영원의 다리(상·하)(리처드 바크 지음,공보경 옮김,현문미디어 펴냄) 베스트셀러 ‘갈매기의 꿈’으로 알려진 작가의 1984년작 소설.이혼과 재혼을 겪은 작가의 실존적 경험,윤회사상에 바탕한 동양철학적 접근법이 국내 독자들에게 익숙한 글맛을 안겨줄 듯.각권 9000원. ●기쁨 아니면 슬픔(칼릴 지브란 지음,조성범 엮음,지현 펴냄) 레바논의 철학자이자 명시 ‘예언자’를 남긴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적 성찰이 돋보이는 시 모음.7000원.
  • [삶과 경영 이야기] (22) 구조조정 전도사 김재우(주)벽산 사장

    [삶과 경영 이야기] (22) 구조조정 전도사 김재우(주)벽산 사장

    ㈜벽산 김재우 사장은 영락없는 용장(勇將)의 이미지다.180㎝ 큰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삼국지 관운장의 풍모다.올해로 벽산 CEO(최고경영자)가 된 지 7년째.IMF(국제통화기금)사태 속 붕괴 직전에 놓였던 적자회사를 단단한 흑자회사로 돌려놓은 능력이 장수하는 전문경영인으로 자리매김시켰다.불황기를 맞아 회사 업무 외에도 ‘구조조정의 전도사’로 바쁜 강연 일정이 잡힌 그를 만나 36년 경영 이야기를 들어봤다. ●‘위기=위험+기회’ -1998년 1월3일 사장 취임식장은 바깥 날씨보다 더한 한기가 돌았다.정부가 IMF 관리체제를 선언한 지 딱 1개월 되던 시점.40년 된 회사와 1000명 직원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있었다. 97년 적자는 300억원에 달했고,부채는 1800억원이 넘었다.외상매출의 5분의1 정도는 대금을 못받는 악성채권들이었다.모든 사람들이 패닉상태였다.새 사장은 건축자재회사를 경영해 본 경험이 없었고,직원들은 극도의 패배감에 젖어 있었다. -“위기(危機)는 위험(危險)과 기회(機會)를 합친 말 아닌가.”취임한 지 3개월째 들면서 지난 2개월동안의 구상을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우선 직원을 980명에서 450명으로 절반 이상 줄였다.하지만 사람들을 그냥 내보낸 것은 아니었다.150명에게 우리회사 제품의 총판점을 차릴 수 있도록 창업을 지원했다.건축자재 시장이 불황으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넘어가면서 시장수요를 잘 예측·분석하는 최일선 전문가들이 필요했다.노련한 벽산의 직원들이야말로 우리 제품을 제대로 팔아줄 사람들이었다.당시 2∼3명씩 한 조가 돼 창업한 총판점 가운데는 현재 연 매출액이 100억원에 가까운 곳도 있다. -당시 금리는 살인적이었다.1개월짜리 CP(기업어음) 이자가 연 30%에 달했다.반면 회사매출의 60%는 외상거래여서 자금이 제대로 안돌았다.그나마 이 중 30%는 부도 등으로 대금을 고스란히 떼이는 판이었다.차라리 물건을 안 파는 게 나았다.거래처를 4000개에서 400개로 10%만 남기고 다 없앴다.판매목표는 전년의 60%로 낮췄다.목표를 무리하게 잡아 ‘부실판매’를 낳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대신에 거래조건은 강화해 반드시 담보가 있는 곳에만 납품하게 했다.그 외에는 100% 현금거래였다.얼마 안 지나 취임 때 16%에 달하던 부실채권 발생률이 0.1% 이하로 떨어졌다. -인력과 고객의 구조조정에 이어 그해 5월에는 의사결정의 슬림화에 착수했다.내가 가진 결정권을 10%로 줄이고 일선 책임자에게 90%를 넘겼다.조직원에게 성취동기를 부여하려는 뜻도 있었지만 더 큰 것은 CEO가 바빠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미국의 경영학자 알프레드 스로운의 “1%를 경영하라.”는 말처럼 CEO가 바쁜 이유가 책상에 앉아 결재할 서류 때문이어서는 안된다.지금도 나는 “반드시 내 결재가 필요한 일인가.” 자문해 본 뒤 그렇다고 생각되지 않으면 몇십억원이 집행되는 일이라도 직원들에게 맡긴다.CEO가 바쁘면 변화를 제대로 짚어낼 수 없다. ●“나한테 걸레면 남한테도 걸레” -그해 8월6일 워크아웃이 시작됐다.회사 전체매출의 40%를 차지하던 전남 여수와 경남 진해의 석고보드 공장을 프랑스 라파즈(유럽 최대의 시멘트 골조회사)에 매각했다.생산량의 절반은 우리가 판매권을 갖는다는 조건이었다.벽산의 대명사 ‘석고보드’를 매각하려는 데 임직원의 반대가 거셌지만 나는 “나에게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라며 일축했다.나에게 소중한 것을 팔아야 남이 사준다는 얘기였다.그 이면에는 내가 생각한 구상이 있었다.“글로벌화는 불가피하다.하지만 우리 업역의 특성이나 규모로 볼 때 글로벌화를 선도하기는 어렵다.그렇다면 글로벌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우리의 역할을 더 키워야 한다.”지금도 여수·진해 공장에서 생산된 석고보드는 각각 50%씩 ‘벽산 석고보드’와 ‘라파즈 석고보드’란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워크아웃 조기졸업을 목전에 두고 있던 2001년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경영정상화 성공사례를 책으로 내고 싶다고 했다.임직원 30여명과 함께 97년 300억원 적자회사에서 2000년 30억원 흑자회사로 전환시킨 과정을 책으로 만들어냈다.제목은 ‘누가 그래? 우리 회사 망한다고’.이어 2002년 워크아웃 공식졸업 이후에는 2탄으로 ‘거봐! 안망한다고 했지’를 출간했다.벽산이 금세라도 망할 것처럼 떠들던 사람들에게 보란듯이 던진 성공리포트였다. -70년대 중동에서 불모의 열사를 누볐던 일들은 두고두고 나에게 재산이 됐다.특히 75년 1억달러 수주기록은 김재우라는 이름 석자를 세상에 각인시킨 일로 남아 있다.73년 나는 30세에 삼성물산 영국 런던지사장으로 갔다.이제 막 산업화의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한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선진국.하지만 그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이듬해 나는 레바논 베이루트지사장으로 발령났다.오일쇼크로 세계경제가 휘청거리던 당시는 거꾸로 중동 ‘오일달러’를 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회사에서는 해결사로 나를 보냈지만 나의 상심은 대단했다.여유로운 생활은 물론이고 그룹내 최고의 영어전문가가 되겠다는 꿈도 물거품이 되는 듯 했다. ●“끝날 때까지는 결코 끝난 게 아니다” -분노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날,나보다 열 살 정도 많은 아랍의 현자(賢者) 한사람을 만났다.그는 “사람의 운명은 능력과 비례하지 않는다.당신은 경쟁자보다 무엇 하나라도 더 나았기에 원치않는 선택을 강요받게 된 것이다.장기적으로 더 나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뜨거운 모랫바람을 맞아가며 중동 각국의 정부와 기업 인사들을 만났다.어느날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방성 관료가 나를 찾았다.“군복,탄띠,요대 등 군대 비축물품을 300여가지 장만하려는데 삼성물산에서 공급할 수 있겠느냐.”그때 우리 회사에서는 그런 것들을 다루지 않았지만 나는 자신있게 “예스”라고 했다. 수주금액은 무려 1억 100만달러.당시 삼성물산의 연간 전체 수출액이 2억달러였다.다행히 모든 게 잘 맞아 떨어져서 나와 회사는 중동지역에서 커다란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81년 우리나라가 이라크와 국교수립을 하는 과정에서 민간교류단장으로 미력이나마 공헌한 것도 그때 인연이 컸다. -우리 직원들은 매월 한권씩 책을 돌려본다.같은 책을 150권 사서 서로 돌려보고 독후감을 작성한다.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50여권을 읽었다.책 한권을 고르기 위해 나는 두 세권을 읽는다.얼마 전에는 조난당한 남극탐험대원 27명을 2년 만에 무사히 생환시킨 어니스트 새클턴 함장의 이야기를 다룬 ‘인듀어런스’를 감명깊게 봤다.고등학교 때 읽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만큼 큰 감동이었다.둘 다 살아있는 한 결코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마찬가지로 요기 베라(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선수)의 명언을 후배들에게 들려준다.‘끝날 때까지는 결코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회의시간에 고개 숙이고 자료 읽는 사람과는 얘기를 안한다.생각을 안해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나는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 셜록 홈즈를 자주 인용한다.생각을 통해 실마리를 찾아내는 홈즈와 단서를 뻔히 눈앞에 보고서도 추리를 하지 않는 그의 친구 존 왓슨이 비교대상이다.내가 최고로 치는 가치도 의사결정의 속도다.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위기상황에서 리더가 내려야 할 의사결정은 ‘무엇’(What)이 아니라 ‘언제’(When)”라고 했다.빨리 내린 잘못된 결정이 늦게 내린 바른 결정보다 차라리 낫다는게 내 신조다.나는 회의를 마칠 때 반드시 논의된 사항들의 중간점검을 하게 한다.그래야 나중에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는 낭비를 줄일 수 있다.아무 것도 결정짓지 못하는 회의는 쓰레기다. -벽산은 98년 워크아웃 개시와 동시에 정보화 투자를 시작했다.전 사원이 상여금을 반납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추진한 게 ‘1인 1PC 갖기’였다.이를 ‘사치’라고 느낀 사람도 많았지만 나는 “평생직장은 없다.이곳을 떠나 다른 조직에 가더라도 정보기술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앞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며 다독거렸다.우리가 빠르게 수렁에서 벗어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정보화를 통한 생산효율 향상이었다. -기업이 위기에 빠지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전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는 재임 중 업적으로 보면 실패한 인물로 평가받는다.하지만 그는 만 80이 된 지금도 대통령 특사로 세계 곳곳을 누비며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다.그는 ‘희망보다 후회가 많을 때 늙는다.’고 했다.나는 항상 ‘오늘은 내 여생의 첫 날’이라고 생각하라고 직원들과 아이들에게 말한다.그런 점에서 아침시간은 ‘황금을 물고 있는’ 귀한 시간이다.하루에 1시간만 일찍 움직이면 1년에 보름이 내 손에 들어온다. ■ 김재우 사장은 ㈜벽산 김재우(金在祐·61) 사장은 별명이 많다.삼성에 있을 때에는 ‘일공일’(101)로 통했다.1975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01백만달러(1억 100만달러) 납품을 따낸 게 인연이 됐다.98년 벽산에 온 뒤에는 ‘구조조정 전도사’란 별명을 얻었다.요즘은 온갖 강연이나 세미나에 연사로 초청받는 ‘스타 강사’다.30년 삼성맨 생활을 마치고 벽산의 최고경영자로 와서 경영권한 이양,매출목표 감축,거래선 축소 등 역(逆)발상을 통해 회사를 빠르게 정상화시켰다.97년 1816억원(부채비율 297.1%)이던 부채는 현재 210억원(59.2%)에 불과하다.지난해 매출은 2000억원이며 OA플로어,슬레이트,재래식 천장,미네랄 울,압출발포 폴리스틸렌 등에서 업계 1위다.그의 경영철학은 ‘착안대국 착수소국’(着眼大局 着手小局)이다.어떤 일을 왜 해야 하는 지 알면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다는 얘기다.▲44년 경남 마산 출생 ▲경북사대부고·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삼성물산 특수사업본부장·정보산업 총괄전무,삼성항공·삼성물산·삼성중공업 부사장 ▲97년 벽산건설 사장 ▲98년 벽산 사장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추리소설 삼매경 더위도 오싹오싹

    누가 뭐래도 여름은 추리소설의 계절이 아닐까.더구나 불황을 반영하듯 한 설문조사에서 휴가를 가겠다는 사람이 절반을 겨우 넘을 정도의 가계 사정을 감안하면 올 추리소설의 한계효용(?)은 부쩍 늘어날 전망이다.엎치락뒤치락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범인이나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다 보면 일상에 전 피로가 조금이나마 가실 것도 같다.게다가 최근엔 인문학적 교양을 듬뿍 담은 작품들까지 등장해 추리소설의 가치가 한결 높아진 느낌이다. ●인문학적 교양도 함께 올 추리소설계 새 코드는 ‘인문학적 교양의 가미’다.이 작품들은 사실과 허구,역사와 현재를 조화시키면서 지적 호기심과 대중적 재미를 동시에 안겨준다.3주째 전체 도서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올라있는 ‘다 빈치 코드’(베텔스만코리아 펴냄)는 루브르 박물관장의 피살을 중심으로 ‘모나리자의 미소’‘최후의 만찬’ 등에 숨겨진 암호를 풀어간다. 한편 ‘단테클럽’(황금가지 펴냄)은 19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보수·자유주의의 대립을 ‘신곡’의 지옥편에 나오는 형벌을 모방한 살인사건 등을 통해 긴박하게 펼쳐간다.또 ‘자본론 범죄’(생각의나무 펴냄)는 100년전 죽은 사상가이자 혁명가인 칼 마르크스가 죽지 않았다고 가정한 뒤 벌어지는 상황을 통해 ‘자본론’에 대한 해석과 자본주의에 냉소적 비판을 동시에 담고 있다. ●고전적 의미의 추리소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귀찮다고?그러면 서스펜스·음모 등이 뒤범벅된 작품이 제격일 듯.미스터리 문학의 거장인 반 다인의 작품 ‘그린 살인사건’(동서문화사 펴냄)‘비숍 살인사건’(〃)이 인기를 끌고 있다.지난해 나온 이 두 추리소설은 반스탐정의 안내로 얽히고설킨 사건을 추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또 추리물로는 보기 드물게 아프리카로 무대를 펼치는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북@북스 펴냄) 등이 독자들이 많이 찾는 추리물이다. 법정스릴러의 대가 존 그리샴의 최신작 ‘최후의 배심원’(북@북스 펴냄)도 놓치면 아까울 듯.혹 그리샴 마니아라면 그의 작품 가운데 ‘펠리컨 브리프’ ‘의뢰인’ 등 ‘알짜’만 골라놓은 ‘존 그리샴 베스트 컬렉션’(시공사 펴냄)에 도전하는 것은 어떨까. ●한국 추리소설 축소판 이도 저도 다 부담스럽다면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엮은 ‘슈퍼모델’(화다 펴냄)로 눈길을 돌려야겠다. IT업계를 무대로 숨가쁘게 벌어지는 ‘검은 머리의 외국인’등 국내 작품 9편을 모았다.에로티시즘을 소재로 한 작품이 주류인 것도 이채롭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추리소설 삼매경 더위도 오싹오싹

    누가 뭐래도 여름은 추리소설의 계절이 아닐까.더구나 불황을 반영하듯 한 설문조사에서 휴가를 가겠다는 사람이 절반을 겨우 넘을 정도의 가계 사정을 감안하면 올 추리소설의 한계효용(?)은 부쩍 늘어날 전망이다.엎치락뒤치락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범인이나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다 보면 일상에 전 피로가 조금이나마 가실 것도 같다.게다가 최근엔 인문학적 교양을 듬뿍 담은 작품들까지 등장해 추리소설의 가치가 한결 높아진 느낌이다. ●인문학적 교양도 함께 올 추리소설계 새 코드는 ‘인문학적 교양의 가미’다.이 작품들은 사실과 허구,역사와 현재를 조화시키면서 지적 호기심과 대중적 재미를 동시에 안겨준다.3주째 전체 도서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올라있는 ‘다 빈치 코드’(베텔스만코리아 펴냄)는 루브르 박물관장의 피살을 중심으로 ‘모나리자의 미소’‘최후의 만찬’ 등에 숨겨진 암호를 풀어간다. 한편 ‘단테클럽’(황금가지 펴냄)은 19세기 미국을 배경으로 보수·자유주의의 대립을 ‘신곡’의 지옥편에 나오는 형벌을 모방한 살인사건 등을 통해 긴박하게 펼쳐간다.또 ‘자본론 범죄’(생각의나무 펴냄)는 100년전 죽은 사상가이자 혁명가인 칼 마르크스가 죽지 않았다고 가정한 뒤 벌어지는 상황을 통해 ‘자본론’에 대한 해석과 자본주의에 냉소적 비판을 동시에 담고 있다. ●고전적 의미의 추리소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귀찮다고?그러면 서스펜스·음모 등이 뒤범벅된 작품이 제격일 듯.미스터리 문학의 거장인 반 다인의 작품 ‘그린 살인사건’(동서문화사 펴냄)‘비숍 살인사건’(〃)이 인기를 끌고 있다.지난해 나온 이 두 추리소설은 반스탐정의 안내로 얽히고설킨 사건을 추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또 추리물로는 보기 드물게 아프리카로 무대를 펼치는 ‘넘버원 여탐정 에이전시’(북@북스 펴냄) 등이 독자들이 많이 찾는 추리물이다. 법정스릴러의 대가 존 그리샴의 최신작 ‘최후의 배심원’(북@북스 펴냄)도 놓치면 아까울 듯.혹 그리샴 마니아라면 그의 작품 가운데 ‘펠리컨 브리프’ ‘의뢰인’ 등 ‘알짜’만 골라놓은 ‘존 그리샴 베스트 컬렉션’(시공사 펴냄)에 도전하는 것은 어떨까. ●한국 추리소설 축소판 이도 저도 다 부담스럽다면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엮은 ‘슈퍼모델’(화다 펴냄)로 눈길을 돌려야겠다. IT업계를 무대로 숨가쁘게 벌어지는 ‘검은 머리의 외국인’등 국내 작품 9편을 모았다.에로티시즘을 소재로 한 작품이 주류인 것도 이채롭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은행CEO 스타일 탐구] (하) 여가도 업무의 연장

    은행장들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골병이 들어 있다.‘고독한 1인자’의 무한 책임,끝없는 경쟁,자신과의 싸움 등이 어깨를 짓누른다.이들에게 유일한 낙은 주말이다.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성격에 따라 주말 여가생활은 다양하다. 한때 입원한 적이 있는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은 주말이면 빠지지 않고 부인과 함께 경기도 화성의 800평 규모의 주말농장을 찾는다.시골출신이어서 농사일에는 익숙하다.지난 주말에는 임원들을 초대해 ‘전통음식’으로 막걸리 회식을 가졌다.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직을 겸하고 있는 우리은행 황영기 행장은 토요일에는 가족들과,일요일에는 부모님과 함께 저녁자리를 빠뜨리지 않는다.토·일요일 오전에는 회사에 나와 밀렸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조용히 챙기는 ‘주말구상’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조흥은행 최동수 행장은 주말을 직원들과 보내는 경우가 잦다.축구와 등산대회를 통해 지난해 파업 때 생채기난 직원들을 다독거린다. 미술에 조예가 깊은 하나은행 김승유 행장은 미술관을 찾으며 머리를 식힌다.서울 평창동지점에 조그마한 화랑을 설치한 것도 김 행장의 뜻이 담겨있다. ●CEO는 독서광? 대부분의 행장들은 일주일에 평균 3∼4권을 책을 읽는 것으로 조사됐다.주로 경영·경제·금융산업 등 직업과 관련된 것들이다. 황영기 행장은 틈이 나면 언론사이트를 뒤지며 세상얘기를 챙긴다.‘속독’으로 유명한 김승유 행장은 1년에 평균 100권 이상의 책을 읽는 것으로 유명하다.테마섹 등 해외투자자 사이트 등 해외 사이트를 자주 방문해 아이디어를 얻는다. 수출입은행 신동규 행장은 최근 김훈의 ‘칼의 노래’와 김광수경제연구소의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등을 읽는다.두뇌를 쓰는 게임인 체스·브리지를 즐기는 제일은행 로버트 코헨 행장은 경영·경제관련뿐 아니라 추리소설도 집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시간없어 골프 못즐겨 최근 들어 골프치는 행장들이 크게 줄었다.골프실력이 싱글 수준인 김정태 행장은 요즘 골프를 치지 않는다.김승유 행장도 골프실력이 대단하지만 지난해 5월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사태 이후 끊었다.술자리에서 폭탄주는 8잔가량 마신다. 황영기 행장도 시간이 없어 골프는 즐기지 못한다.하지만 술은 웬만큼 먹는다.폭탄주는 5잔 정도.하지만 최근 사내에서 ‘수요일은 술먹지 않는 날’로 정하는 바람에 수요일에는 술을 안 먹는다.최동수 행장도 술에는 누구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관료출신인 산업은행 유지창 총재와 신동규 행장,기업은행 강권석 행장 등 국책은행장 ‘3총사’도 골프를 자제하는 대신 술은 마다하지 않는다. 반면 로버트 코헨 행장은 비즈니스를 위해 최근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사진찍는 것도 별난 취미다. ●건강 비결,따로 있었네 김승유 행장은 매일 반신욕으로 건강관리를 한다.최동수 행장은 타고난 건강체질이다.학창시절 검도를 했을 정도로 만능 스포츠맨이며,지금은 마라톤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신한은행 신상훈 행장은 등산으로 몸을 다진다.부하직원이 행장을 따라잡으려다 신 행장이 산을 너무 잘 타는 바람에 중간에 포기한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알려졌다.건강 체질인 황영기 행장은 아침 저녁으로 야채를 갈아 먹는 남다른 비법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유지창 총재는 ‘헬스·탁구·긍정적 사고’의 3박자로,신동규 행장은 자택인 분당의 뒷산을 오르내리며 몸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외환은행 로버트 팰런 행장은 등산광.지난 1월 행장직에 취임할 때도 ‘등반휴가’를 갈 수 있느냐가 수락 조건이었다.지난달 말에 보름일정으로 세계 7대봉 가운데 하나인 북미 매킨리봉 등반에 나섰다.평일에는 아침 5시30분에 일어나 조깅을 한다. 주병철 김유영기자 bcjoo@seoul.co.kr˝
  • 기발한 추리소설 3選 지적호기심과 재미 한꺼번에

    ‘추리 소설도 달라야 산다?’ 최근 소재나 상상력 등에서 독특하고 기발한 추리소설이 잇따라 선보여 눈길을 끈다.이 작품들은 그냥 배배 꼬인 이야기나 사건을 추적하는 게 아니라 100년전 죽은 사상가이자 혁명가인 칼 마르크스,불후의 명작 ‘신곡’을 남긴 단테,가톨릭의 교파 등에 현대적 의미를 부여하거나 새롭게 해석해 되살려 낸다.흥미진진한 사건 전개의 틀 속에 그들의 사상과 작품 등 인문학적 교양을 보태는 이들 작품은 앞으로 소설이 나아갈 길의 한 갈래를 예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가운데 ‘자본론 범죄’(생각의나무 펴냄)는 작가의 역사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저자인 칼 마르크스는 자신과 동명인 사상가 마르크스의 삶을 소설의 모티프로 삼는다.마르크스의 삶을 단순히 연대기적으로 추적하는 게 아니라,그가 현대에 노숙자로 살아 있다는 가정아래 자본주의의 폐단을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작품은 출판사 편집자인 칼 마르크스가 우연히 이탈리아에서 걸인이 떨어뜨린 일기장을 주우면서 시작한다.일기장을 찬찬히 읽던 주인공은 이것이 100년전 사망한 마르크스가 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출판사에 보내며,이 일기를 둘러싸고 의문의 살인사건이 이어지면서 흥미를 더해간다. 특히 사건 중간중간에 마르크스의 일기를 병행하는 액자식 구조의 소설은 일기를 둘러싼 사건과,노숙자로 ‘부활한 마르크스’가 보는 자본주의의 맹점이며 현대의 문제점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게 한다.쓰레기통을 복권에 비유한 두번째 일기인 ‘부랑자 복권 추첨기’는 자본주의를 꼬집는 기지가 돋보인다. 마르크스의 일기도 실제 사실에 저자 특유의 상상력을 가미해 소설의 묘미를 더해준다.자본주의를 타파하자는 고귀한 이상을 강조했지만 현실에서는 하녀를 범해 아이를 낳거나 엥겔스에게 기생하는 추악한 면을 보였다고 상상하는 장면 등이 그 예다. ‘단테 클럽’(황금가지 펴냄)도 추리소설의 외연을 한껏 넓힌 작품.지난해 출간돼 미국 역사추리소설의 붐을 일으켰다. ‘단테클럽’은 미국 문학사의 황금기인 1865년 미국 시인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등이 의기투합해 단테의 ‘신곡’을 번역,소개하기 위해 만든 모임.소설은 이 모임이 실제 겪은 일에다 작가적 상상력의 옷을 입혀 흥미롭게 펼쳐진다.남북전쟁이 끝난 뒤 혼돈에 싸인 사회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단테클럽’이 들여올 유럽문학의 자유주의를 경계하는 미국 문단의 보수주의자들과 신교도 측이 조직적으로 꾸미는 방해 공작과 음모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다른 한편 ‘돈이면 능사’라는 신념을 가진 사업가가 온 몸이 찢긴채 갈고리에 매달리는 등 ‘신곡’ 지옥편의 형벌을 흉내낸 엽기적 살인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궁금증을 더해간다.연쇄사건 등 허구의 세계에다 신·구교간의 갈등,이주 노동자들과 시민들과의 다툼 등 당시의 시대상황을 촘촘히 재현해 소설 읽는 맛을 더해준다. ‘다 빈치 코드’(베텔스만 펴냄)는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에 제격인 장편.지난해 미국에서 700여만부가 팔린 화제작으로 루브르 박물관장 소니에르의 피살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수수께끼 풀듯 풀어진다. 다 빈치의 스케치인 ‘비트루비우스의 인체비례’처럼 원을 그린 뒤 벌거벗고 팔과 다리를 날개처럼 활짝 펴고 죽은 할아버지 소니에르의 시신과 그가 남긴 암호 같은 글을 본 손녀인 프랑스 사법경찰 암호 해독요원 소피 느뵈.그녀가 살해범으로 몰린 하버드 대학 종교 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과 함께 한꺼풀씩 의혹을 풀어간다.‘모나리자’‘최후의 만찬’‘암굴의 성모’에 숨겨진 암호를 풀면서 주인공들은 1099년 결성된 비밀단체 시온 수도회에 얽힌 비밀과 함께 할아버지가 보티첼리,빅토르 위고,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의 뒤를 잇는 시온 수도회 수장이었음을 밝혀낸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사실과 허구,역사와 현재를 절묘하게 조화시키면서 지적 호기심과 대중적 재미를 동시에 안겨준다는 점이다.전문성이 강화된 추리 소설이 인문학적 교양의 바다로 나아가면서 본격 소설과 만날 가능성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황금가지 출판사의 장은수 편집부장은 이들 소설에 대해 “이야기 자체의 재미에 충실하던 추리소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수준높은 교양을 함께 전달한다.”며 “특정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에 이른 저자들이 기존 정보검색으로는 검색할 수 없는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교양소설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최불암 vs 콜롬보 “20년을 기다렸다”

    ‘미국에 콜롬보가 있다면 한국에는 수사반장이 있다.’ 1970∼80년대 브라운관을 주름잡던 ‘형사 콜롬보’와 ‘수사반장’이 20여년만에 DVD에서 다시 맞대결을 펼친다.1968년 미국 NBC에 의해 탄생한 ‘형사 콜롬보’(유니버설 픽쳐스 코리아)는 국내에서는 70년대 중반부터 전파를 탔다. 언제나 후줄근한 트렌치코트 차림에 별 표정이 없는 로스앤젤레스의 경위 콜롬보.언뜻 보기에는 어수룩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하는 주인공이다. 추리소설 같은 드라마 전개와 명석한 추리,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반전이 시리즈의 특징.국내에서는 74년,78년,81년에 각각 방송됐다.당시 성우 최응찬씨와 배한성씨가 연기한 주인공 콜롬보의 코맹맹이 음성이 유행을 타기도 했다. 다음달 중순 출시되는 DVD 타이틀은 첫번째 시리즈의 에피소드 3편.영어 음성만을 담고 있으며 자막은 영어,일본어,한국어,스페인어를 제공한다.2만 5300원. 최근 DVD로 출시된 ‘수사반장’(비트윈)은 ‘형사 콜롬보’식의 숨막히는 두뇌 플레이는 아니지만,서민적인 화면과 휴머니즘적 접근으로 시대적인 향수를 자아내고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를 고발해왔다. 71년부터 18년 동안 모두 880회가 방송되며 서민의 사랑을 받아온 이 드라마는 구깃한 옷차림으로 친근감을 주었던 형사반장 최불암을 비롯해 함께 형사로 출연한 조경환,남성훈,김상순 등을 스타로 만들었다.최근엔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수사반장의 시그널 음악이 쓰여 다시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 출시된 DVD는 4장의 디스크에 13편의 방송분을 실었으며 출연진과 기획 연출자 이연헌 PD의 음성해설도 곁들였다.4만 8000원.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책꽂이]

    ●그곳이 멀지 않다(나희덕 지음,문학동네 펴냄)98년 시인에게 김수영문학상을 안긴 시집의 개정판.7년전을 돌아보는 겸허한 마음결을 담은 시인의 서문에다 섬세한 언어감각으로 그린 맑은 서정을 다시 만날 수 있다.7000원 ●문(나쓰메 소세키 지음,유은경 옮김,향연 펴냄)아사히 신문사 전속작가가 1910년 연재한 장편소설.친구에게 양보했던 옛 여인을 다시 만난다는 내용을 복선과 암시가 깔린 추리소설식으로 전개한다.9000원 ●오래도록 내 안에서(김정인 지음,문학수첩 펴냄)99년 등단한 시인의 첫 작품집.65편의 시에서 이미지 기법을 쓰되 관념에 머물지 않고 엄숙한 시적 자아로 고양된 삶의 의식을 노래한다.7000원 ●4teen­포틴(이시다 이라 지음,양억관 옮김,작가정신 펴냄)일본 신세대 감성을 대표하는 작가의 성장소설.14세 소년 사인조와 주위 인물을 통해 10대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눈으로 다루며 어른의 세계를 꼬집는다.129회 나오키상을 받았다.8900원 ●카프카와 만나는 잠의 노래(박주택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지난해 현대시 작품상을 받은 시인의 네번째 시집.‘판에 박힌 그림’ ‘시간의 육체에는 벌레가 산다’ 등 시편을 통해 이유없는 불안과 허무에 사로잡힌 내면의 심층을 형상화한다.6000원 ●울 준비는 되어 있다(에쿠니 가오리 지음,김난주 옮김,소담 펴냄)베스트셀러 ‘냉정과 열정사이’의 작가가 낸 단편집.표제작 등 12편의 작품에서 결혼했거나 결혼할 여자들이 맛보는 고독감,자유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9000원 ●당신은 꽃보다 아름다운가(최홍길 지음,민미디어 펴냄)현직 교사가 11편의 이야기 형식으로 들려주는 학교 이야기.매일 복잡한 일들이 벌어지는 그 공간에서 고민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담았다.7000원 ●검은 전쟁(서종건·송명흡 지음,자음과모음 펴냄)한국과 일본 사이에 10년 뒤 전면전이 벌어진다는 가상 아래 쓴 장편.인터넷 작가로 이름을 날린 두 저자가 분 단위로 사건을 빠르게 전개한다.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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