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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그런 오월 그분들의 글향기가…탄생 100주년 문인들 조명 활발

    싱그런 오월 그분들의 글향기가…탄생 100주년 문인들 조명 활발

    5월 햇살을 받으며 서울 청계천을 걷는 사람들은 모두 멋을 아는 멋쟁이다. 잘 차려입은 한 벌 옷도 빛나고 넥타이도 참 단정하다. 하지만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소설가 구보 박태원(1909~1987)만큼 서울 청계천을 사랑한 멋쟁이가 있을까. 양복에 넥타이는 기본이요, 최신유행 아이템이던 대모테 안경에 단장까지 쥐고 1930년대 모던보이 구보는 청계천 광교와 수표교 사이를 거닐었다. 7일 구보가 사랑하는 청계천 변에 서 있는 프레스센터에서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가 열렸다. 박태원은 물론이요, 시인 모윤숙과 신석초, 소설가 김내성, 안회남, 현덕, 평론가 김환태, 이원조 등 1909년생 문인들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벌어졌다. 또 ‘문학의 밤’ 등 다양한 행사도 함께 치러졌다. 심포지엄은 1930년대에 문학지형에 초점이 맞춰졌다. 기조발제를 맡은 최원식 인하대 교수에 따르면 1930년대는 “한편에서는 ‘순수문학의 황금시대’로 찬미했고, 다른 편에서는 탈이념의 수렁에 빠진 시기로 애도”했던 시기. 하지만 최 교수는 1930년대를 “두 경향이 날카로운 긴장의 형태로 대화하며 상호진화를 거듭한 시기”라고도 평가했다. 이날 다룬 8명의 1909년생 문인들은 그 치열하던 1930년대 문단에서 모두 하나씩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이다. 박태원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천변풍경’으로 익히 유명하다. 박태원 주제 발표를 맡은 강상희 경기대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의 이분법을 무색하게 만듦으로써 한국 소설사의 평균 키를 크게 웃도는 높이를 확보했다.”고 그를 평가했다. 평론가 김환태는 예술을 중심에 둔 인상주의 비평을 창안한 순수문학주의자다. 이원조와 함께 ‘1930년대 순수문학논쟁’에 참여한 인물. 김환태와 이원조의 순수문학논쟁을 주제로 발표한 하정일 원광대 교수는 이 논쟁을 ‘계몽론 대 자율성론’, ‘파시즘에 대한 상반된 대응’, ‘이식성을 보는 다른 시각’이란 세 측면에서 보고 분석했다. 김내성은 국내 장르 소설의 아버지격인 인물이다. 그는 ‘마인(魔人)’을 비롯한 추리소설로 1930년대 대중소설계를 휘어잡았다. 최근 장르 문학의 활성화로 그가 재조명 받고 있는 가운데, 조성면 인하대 교수가 그의 작품세계를 훑어내렸다. 식민지 시기 대표적 여성 시인인 모윤숙과 고전적이고 목가적 세계를 그린 시를 많이 남긴 신석초도 두말할 필요가 없는 거물급 문인들이다. 이날 행사에는 주제 발표를 맡은 연구자들 외에도 소설가 박태원과 시인 신석초의 유가족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심포지엄이 끝나고 같은 날 오후 7시에는 서울 산림문학관에서 ‘문학의 밤’ 행사도 개최했다. 여기서는 현덕의 ‘남생이’, 김내성의 ‘마인’을 원작으로 한 판소리 및 연주, 마임 공연 등이 벌여졌으며 김내성, 박태원, 현덕 등 1909년생 문인들의 유가족이 참석해 생전 문인들에 얽힌 추억들을 나눴다. 한편 같은 날 이화여대에서는 ‘영운 모윤숙 탄생 100주년 기념 세미나’가 열려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 김용직 서울대 명예교수, 시인 김남조 등이 참석했다. 또 오는 7월에는 이화여대에서 ‘박태원과 세계문학, 세계문학 속의 박태원’이란 주제로 구보학회의 학술대회도 열린다. 구보는 10월 말 그가 사랑하던 청계천에서도 만날 수 있다.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을 바탕으로 한 화가들의 그림 20여점이 청계천을 주제로 한 다른 작품들과 함께 전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황정민 “내 나이 마흔 연기도 즐길 줄 알게됐다”

    황정민 “내 나이 마흔 연기도 즐길 줄 알게됐다”

    “스스로를 믿는 계기가 된 작품입니다.” 탐정추리영화 ‘그림자 살인’(감독 박대민, 제작 CJ 엔터테인먼트) 개봉을 앞두고 지난 25일 만난 황정민(39)은 이렇게 운을 뗐다. 국내 대표 연기파 배우로 꼽히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언뜻 믿기지 않는 말이었다. 한국 나이로 마흔, 데뷔한 지 14년이란 수치가 이제서야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줬다는 얘기일까. 그는 “나를 집요하게 못살게 군 결과”라고 설명한다. “예전에는 늘 자문자답하고 고민했어요. 내가 지금 잘하고 있나, 이게 맞을까 저게 맞을까 등.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컸죠. 이 작품을 하면서 비로소 나를 놔둘 수 있게 됐어요. ‘대사 좀 틀리면 어때?’, ‘너 잘하고 있으니까 그냥 즐겨.’라고 말했죠. 종이 한 장 차이지만 제겐 굉장히 큰 변화였어요.” ●“추리감각 타고난 탐정 홍진호役… 4개월간 밤낮없이 찍었죠” 한결 편안하게 연기한 ‘그림자 살인’의 홍진호는 ‘너는 내 운명’의 순정파 노총각 석중, ‘사생결단’의 악랄한 형사 도 경장, ‘검은 집’의 마음 약한 보험사직원 전준오 등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바람난 부인을 쫓거나 떼인 돈을 찾아주는 일로 생계를 잇는 홍진호는 속물적이면서도 뛰어난 머리의 소유자. 대가 없이는 절대로 움직이지 않지만, 한번 사건을 물면 만시경·은청기 같은 수사장비와 타고난 추리력을 동원하며 제값을 톡톡히 한다. 당초 대본대로라면 ‘그림자 살인’의 색깔은 지금과 딴판이었을지도 모른다. 일제 강점기에 일어난 살인이란 소재에서 유추할 수 있듯 전체 분위기도, 주인공도 침울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감독은 “유쾌하게 가자.”는 황정민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건들거리면서도 동물적 감각으로 번뜩이는 캐릭터는 이런 과정을 통해 빚어졌다. “탐정은 제도권에 속한 경찰과는 다르잖아요? 해도 되고 안 해도 그만이죠. 사건도 심각한데 굳이 탐정까지 심각할 필요는 없다고 봤어요. 흥미진진하게 하고 싶었죠.” ‘제5열’, ‘피아노 살인’ 등 김성종 추리소설을 좋아했던 20여년 전 고등학생은 자신이 훗날 탐정 연기를 하게 될 줄 알았을까. 어찌됐건, 남들처럼 한때 추리물 광이었던 황정민은 셜록 홈스, 뒤팽, 손 다이크, 에르큘 포와로 등과는 사뭇 다른 자신만의 탐정을 창조해냈다. 모든 격랑이 지나간 뒤 황제가 고마움을 표시했을 때 대답한 말, “딱히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닙니다.”는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홍진호의 캐릭터를 그대로 함축하고 있다. 촬영은 지난해 6월부터 4개월 동안 진행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수상한 인물을 쫓는 추격신. 구한말 경성거리와 즐비한 지붕 위를 질주하는 모습은 색다른 묘미와 긴박감을 자아낸다. 2분 50초쯤 되는 이 장면을 위해 일주일 동안 하루 15시간씩 매달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시사회 관객 평점 5점 만점에 4.24점… 내 작품 중 최고점수” 영화의 마지막은 2편을 암시하며 끝난다. 황정민도 시리즈화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영화 막바지에 황제가 그러죠. ‘이런 걸 서양에선 탐정이라고 하는데.’라고요. 비로소 탐정이 된 홍진호의 뒷모습이 무척 기대가 돼요. 어떤 사건을 의뢰 받느냐에 따라 수만가지 영화가 나올 수 있죠. 하지만 정확히 2편이 나오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몰라요. 제작자가 하자고 해야 하는 거잖아요.”(웃음) 무엇보다 기분 좋은 일은 일반 시사회를 본 관객들의 평점이 좋다는 것. 5점 만점에 4.24점, 자신의 작품들 중 최고점수를 받았단다. ‘네이버 평점’으로 속이 타던 중이라 더 반갑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네이버 평점’ 해프닝은 ‘그림자 살인’의 주인공 이름이 스타크래프트 분야 ‘2인자’로 통하는 프로게이머 홍진호와 같은 바람에, 팬들이 영화코너에 몰려가 10점 만점에 ‘2점’을 투표한 데서 비롯됐다. “정말 애가 탑니다. 3~4년 고생하면서 만들었는데, 영화와 관계도 없는 일로 낮은 평점을 받으니 제작진이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차라리 영화를 보고 점수를 내리는 거라면 괜찮겠죠. 하지만 영화를 보지도 않고 상관도 없는 일로 그렇게 하는 것이라면 조금만 참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황정민의 팔색조 변신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첫 TV드라마 출연작이 될 KBS 수·목극 ‘식스먼스’(4월29일 첫방영)에서는 톱스타와 계약결혼한 우체국 말단직원을 연기한다. 오는 6월에는 일본에서 연극 ‘웃음의 대학’을 한국어판으로 무대에 올리며, 연말에는 뮤지컬 한 편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림자 살인’은 새달 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그림자 살인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그림자 살인

    소설이나 영화에서 탐정은 익숙한 인물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탐정이란 직업이 합법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까, 추리소설과 추리물이 도처에 널렸음에도 불구하고 가공의 인물이든 실제 인물이든 기억에 남는 탐정의 이름이 없다. 박대민의 ‘그림자살인’은 탐정을 표방한 인물이 사건을 파헤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조선시대 말기의 경성을 배경으로 활동하는 탐정의 이야기가 관객의 사랑을 얼마나 받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시리즈를 염두에 둔 듯한 이 영화가 계속 이어진다면, 한국산 유명 탐정의 이름 하나쯤 남길 수 있겠다. 의학도인 광수는 해부실습용으로 주워온 시체가 높은 양반의 실종된 아들임을 알고 놀란다. 그가 살인 누명을 피하려고 찾아간 사람은 진호. 기껏 실종자를 찾거나 자질구레한 일을 처리하면서 살아가던 진호는 거액의 현상금에 대한 욕심으로 광수의 간절한 부탁을 들어준다. 며칠 뒤, 또 다른 권력자가 살해되자 진호는 두 사건 사이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다. 신분을 숨긴 채 여류발명가로 활동하는 순덕의 도움을 얻어 사건의 심장부로 접근해 가던 진호와 광수는 상상하지 못한 비밀과 대면하게 된다. ‘그림자살인’의 시나리오를 써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당선된 박대민이 연출까지 겸한 결과물에는 좋고 나쁨이 뚜렷하다. 세세하게 배열된 장치들과 짜임새가 있는 인물구성에는 아기자기한 맛이 있지만, 추리물에서 지나친 친절과 과다한 의욕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관객은 단지 ‘범인의 정체와 범행 동기’를 궁금해하는 게 아니라, 추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재미를 찾는다. 하지만 ‘그림자살인’은 너무 많은 음식이 차려진 정식코스 같아서 감독이 건네주는 대로 음식을 받아먹는 기분이 든다. 박대민은, 관객이 영화보기에 창조적으로 개입할 때 최선의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잊은 것 같다. 사라진 것과 드러난 것 너머로 숨겨진 진실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구축된 주제는 좋은 편이다. 주인공들이 마침내 맞닥뜨리는 비극은 어쩔 수 없이 영화의 배경인 일제강점기와 연결되어 있다. 짐승 같은 야만인들과 권력자들이 ‘보호받지 못한 순수’를 파괴한다는 설정은 일제에 의해 희생당한 조선 민중의 메타포나 다름없다. 내내 경쾌한 발걸음을 유지하던 영화는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비밀을 폭로하면서 적지 않은 감동을 자아내지만, 그 때문에 극의 분위기가 심하게 요동치기도 한다. ‘그림자살인’ 속의 애사는 얼마 전 자살한 한 연예인으로 인해 불거진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두 얼굴을 가진 권력자들은 그들의 추악한 욕망을 채우고자 힘없는 자들이 살기 위해 벌이는 투쟁을 가차 없이 짓밟곤 한다. 영화에서처럼 우리들의 영웅이 악당들을 척척 처단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만, 현실은 그 반대다. 죽은 여배우의 스캔들은 무관심속에 차츰 잊힐 것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폭력의 역사는 다시 반복될 것이다. ‘그림자살인’의 해피엔딩이 슬프게만 보이는 요즘이다. 감독 박대민, 새달 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평론가>
  • 日 장르소설의 공습

    추리·호러·판타지 등 대중적인 일본 장르소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순문학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일본 소설이 국내에서 여전히 인기가 높음에도 고환율에 따른 저작권료 부담이 커지는 바람에 번역 출간이 주춤한 틈을 탄 것이다. ●원작소설 영화 개봉·드라마 기획도 이번주에도 일본 장르소설이 무더기로 출간됐다.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북스피어 펴냄)은 범죄 동기를 중시한 이른바 ‘사회파 미스터리’의 창안자인 작가의 초기작을 모았다. 그는 추리소설가이지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호러 판타지 ‘나비’(노블마인 펴냄)의 온다 리쿠도 학원소설에 미스터리, 판타지, 호러 등 다양한 장르에서 인기를 모은 작가이다. 추리작가 협회상,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하고 나오키상이나 판타지 노벨 대상 후보로도 올랐다. 연애소설 ‘블랙티’(창해 펴냄)의 야마모토 후미오는 나오키 상, ‘6시간 후 너는 죽는다’(황금가지 펴냄)의 다카노 가즈아키도 에도가와 란포 상 수상자이다. 출판계에서는 이 같은 일본 장르소설 출간 러시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출판 관계자는 “외국문학의 경우 영·미권보다는 아무래도 익숙한 일본 문학이 전망이 좋다.”면서 “엔고로 전처럼 유명 작가 출판권을 두고 과열경쟁을 하기보다는 이왕이면 대중적으로 검증받은 작가의 작품으로 리스크를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본 장르소설은 다른 문화콘텐츠로 전환이 용이하다는 점을 무기로 영화나 드라마 등과 공동작전을 펴며 국내 독서층을 공략하고 있다. 추리·호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X의 헌신’은 새달 9일 동명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판매량이 급증했다. 올해 탄생 100주년인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도 드라마로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작품집을 출간한 북스피어 관계자는 “SBS에서 그의 단편을 원작으로 12부작 드라마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일본 장르소설의 공세에 국내 작가들은 순문학에 이어 장르문학까지 독자를 빼앗기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창작집단 매드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호러 소설가 이종호는 “판타지를 제외하고는 국내 작가층이 허약한 상황에서 일본 소설이 쏟아져 들어와 일본식 독서층이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장르문학까지 독자 뺏길까 우려” 그는 또 “유서 깊은 대중문학상을 통해 대형 소설가를 배출하는 일본과 달리 국내에는 관련 시스템이 전무한 상황”이라면서 “연속성 있는 상도 없고 국가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 한국 장르소설은 시스템 자체가 일본에 상대가 안 된다.”고 걱정했다. 실제로 우리 장르문학 중 해외에서 번역된 작품은 이형도의 ‘드래곤 라자’와 이종호의 ‘분신사바’ 정도이다. 한국문학번역원 관계자는 “지원사업에서 장르소설을 따로 배제하지는 않고 있지만, 응모한 번역의 질이 낮고 심사위원들이 적극적으로 장르소설을 추천할 만큼 개방적이지도 않다.”라고 부진의 이유를 설명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이사람] 경남 함안군 조정래씨

    [이사람] 경남 함안군 조정래씨

    “찬란했던 아라가야 역사가 제대로 정립됐으면 하는 뜻에서 소설을 쓰게 됐습니다.” 경남 함안군 문화관광과에서 홍보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조정래(45·6급)씨가 아라가야의 총체적인 역사를 조명하는 장편 역사추리소설을 펴내 눈길을 끈다. 그는 모두 10권의 장편으로 기획된 아라가야 역사소설 가운데 제1권인 ‘잊혀간 왕국, 아라 1편-사라진 뱃사공’을 최근 발간했다. 조씨는 10권의 소설 시리즈를 통해 단기 2692년부터 단기 3030년(서기 359년~697년)까지 아라가야의 시대상과 문화, 주변정세 등 총체적인 역사를 추리소설 기법으로 흥미롭고 생동감 있게 그릴 계획이다. 조씨는 소설 속에서 아라 지역의 옛 지명과 산천, 당시 시대 정황 등을 역사서 등을 바탕으로 사실감 있게 조명했다. 빠른 이야기 전개와 인물묘사, 탄탄한 구성력으로 역사소설 읽는 재미를 더했다. 그는 “마갑총과 말갑옷을 비롯해 철기문화를 주도한 찬란했던 아라가야 역사가 김해 금관가야와 고령 대가야 등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일본에 의해 축소되는 현실이 안타까워 아라가야를 재조명하는 소설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역사적 사실에 바탕한 소설을 쓰기 위해 단재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와 ‘조선상고문화사’를 비롯해 백제에 의한 왜국통치 삼백년사, 삼국사기, 환단고기, 안라국의 역사와 문화 등 아라가야에 관한 많은 역사서적을 여러 번 탐독했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인 조씨는 “평소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 독서습관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1991년 함안군 군북면에서 공무원생활을 시작했으며 현재 함안군 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함안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이사람] 경남 함안군 조정래씨

    [이사람] 경남 함안군 조정래씨

    “찬란했던 아라가야 역사가 제대로 정립됐으면 하는 뜻에서 소설을 쓰게 됐습니다.” 경남 함안군 문화관광과에서 홍보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조정래(45·6급)씨가 아라가야의 총체적인 역사를 조명하는 장편 역사추리소설을 펴내 눈길을 끈다. 그는 모두 10권의 장편으로 기획된 아라가야 역사소설 가운데 제1권인 ‘잊혀간 왕국, 아라 1편-사라진 뱃사공’을 최근 발간했다. 조씨는 10권의 소설 시리즈를 통해 단기 2692년부터 단기 3030년(서기 359년~697년)까지 아라가야의 시대상과 문화, 주변정세 등 총체적인 역사를 추리소설 기법으로 흥미롭고 생동감 있게 그릴 계획이다. 조씨는 소설 속에서 아라 지역의 옛 지명과 산천, 당시 시대 정황 등을 역사서 등을 바탕으로 사실감 있게 조명했다. 빠른 이야기 전개와 인물묘사, 탄탄한 구성력으로 역사소설 읽는 재미를 더했다. 그는 “마갑총과 말갑옷을 비롯해 철기문화를 주도한 찬란했던 아라가야 역사가 김해 금관가야와 고령 대가야 등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일본에 의해 축소되는 현실이 안타까워 아라가야를 재조명하는 소설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역사적 사실에 바탕한 소설을 쓰기 위해 단재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와 ‘조선상고문화사’를 비롯해 백제에 의한 왜국통치 삼백년사, 삼국사기, 환단고기, 안라국의 역사와 문화 등 아라가야에 관한 많은 역사서적을 여러 번 탐독했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인 조씨는 “평소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 독서습관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1991년 함안군 군북면에서 공무원생활을 시작했으며 현재 함안군 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함안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재조명 받는 ‘문학적 상상’

    재조명 받는 ‘문학적 상상’

    이해조는 1908년 제국신문에 ‘쌍옥적(雙玉笛)’을 발표하며 ‘정탐소설(偵探小說)’이란 이름을 붙였다. 한국에서 추리소설이 처음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00돌이 된 한국추리소설의 현실은 서글프다. 여전히 ‘방계의 문학’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힘이 있다. 바로 꾸준한 대중적 인기다. 탄생 100년이 넘어서야 한국 추리소설의 원류를 찾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김내성(1909-1957)이 그 중심에 서있다. 한국 최초의 추리소설은 이해조가 썼지만, 두말할 것 없이 한국 최초의 본격 추리소설가는 김내성이다. ●1930~70년대 독보적 추리작가 장르문학 전문 계간지 ‘판타스틱’은 봄호에서 김내성 특집을 마련했다. 그의 초기 대표작은 물론, 김내성에 대한 에세이와 연보, 사진자료도 함께 실었다. 김내성은 1930년대부터 죽은 뒤인 1970년대까지도 한국문단에서 독보적인 추리작가였다. 일본 와세다 대학 유학 시절인 1935년 일본 추리소설 잡지 ‘프로필’에 단편 ‘타원형의 거울’, ‘탐정소설가의 살인’이, ‘모던 일본’에 ‘연문기담’ 등이 잇달아 당선되며 화제가 됐다. 판타스틱은 이 데뷔작 3편을 처음으로 한꺼번에 번역해 실었다. 문학적 상상력으로 미궁에 빠진 살인 사건을 풀어 간다는 설정의 ‘타원형의 얼굴’은 7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신선한 반전과 흥미를 전한다. 특히 ‘탐정소설가의 살인’에서는 이후 김내성의 필명이자 대표작 속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탐정 유불란(劉不亂)의 탄생을 목격할 수 있다. ‘연문기담’은 1950년 이후 대중소설작가로도 사랑받았던 김내성의 ‘끼’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지금껏 학계에서는 김내성을 외면했고, 문단에서도 논외로 취급했다. 최근에서야 몇몇 학자나 출판계를 중심으로 그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김내성을 연구하고 있는 박진영 연세대 박사과정 연구원은 판타스틱에 김내성 연보와 작품목록을 정리해 실었다. 그는 “지금껏 김내성 연구는 대표작 ‘마인’ 정도에만 국한돼 있다.”면서 “대중을 문학으로 끌어 들인 그의 힘을 인정하고 본격적 연구를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단·학계, 탄생 100주년 집중조명 오는 5월 한국작가회의와 대산문화재단이 공동 개최하는 ‘탄생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에서도 김내성을 다룬다. 탄생 100주년 맞은 시인 신석초, 소설가 박태원, 평론가 김환태 등과 함께 한국 추리소설의 비조로서 김내성을 집중 조명한다. 조성면 인하대 교수가 ‘김내성과 장르문학’이라는 주제의 논문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1월에는 김내성의 ‘진주탑’이 재출간됐다. 프랑스 소설가 알렉상드르 뒤마 ‘몽테크리스토백작’을 번안한 ‘진주탑’은 한국전쟁 중에도 쇄를 거듭할 만큼 인기가 있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이야기 따라가다 보면 숫자가 보여요

    이야기 따라가다 보면 숫자가 보여요

    산수, 수학을 좋아한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정답을 가지고 있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서술형 문제까지도 지시대로 따라가며 곱셈과 나눗셈, 덧셈과 뺄셈을 하다보면 먹구름이 잔뜩 낀 머릿속이 개운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연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초시계까지 마련해서 아이들에게 반복적인 학습을 강요하기도 하는데, 산수와 수학에 정나미가 떨어지게 하는 지름길이다. 주니어 김영사가 펴낸 ‘기초잡는 수학동화(위 사진)’ 아홉권은 글을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어린이가 산수에 흥미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동화책이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쉽게 숫자의 기초와 원리를 익힐 수 있다. 우선 1권인 ‘곱셈 마법에 걸린 나라’(팜 캘버트 글, 웨인 지핸 그림, 나영훈 옮김 및 도움말)는 줄거리를 고전 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차용했다. 하지만 공주 대신 왕자가 등장한다. 또 마녀 대신 등장한 난쟁이는 마법 지팡이로 20마리의 젓소를 4마리로 줄이거나, 10명의 신하 중 8명을 사라지게 한다. 성벽의 벽돌들이 사라져 구멍이 뻥뻥 뚫리기도 한다. ´곱하기´탓이다. 급기야 난쟁이는 마법 지팡이로 왕의 코를 가리키고는 ‘곱하기 6’을 소리친다. 왕의 얼굴에 6개의 코가 생겨났다. 결국 난쟁이의 볼모로 끌려간 왕자는 난쟁이가 잠자는 사이에 마법 지팡이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 낸다. 어떻게 곱하면 마녀를 없앨까? ‘부자가 된 나눗셈 소년’(네이선 지머먼 글, 브린 버나드 그림, 박영훈 옮김 및 도움말)은 그 자체가 동화책이고, 반전의 결말이 마치 추리소설 같다. 어느날 ‘나’는 아빠와 중고물품 경매장에 갔다. 사람들은 필요한 그 물건을 낙찰받기 위해 손으로 코를 만진다든지, 팔짝팔짝 뛴다든지 한다. ‘나’는 절반의 잉크가 남은 잉크병과 깃털 펜을 산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벽에 걸린 그림 위로 나방이 날아가는 거다. 나방을 잡으려고 손을 뻗쳤는데, 경매인 아저씨가 그 그림은 “저기 있는 꼬마 신사분에게 팔렸습니다.”고 소리친다. 그림 값은 3만원이고, 나는 일주일 용돈이 5000원이다. 몇 주일 동안이나 용돈을 모아야 값을 치를 수 있을까. 나방 때문에 ‘나’는 그날 커다랗고 칙칙한 그림까지 온갖 잡동사니를 다 사야 했다. 그런데 반전은 뭐냐고? 도형과 측정(2권), 대칭과 등식(4권), 수와 단위(5권), 합동과 넓이(6권), 길이재기와 비례(7권), 수의 규칙(8권), 정수와 마방진(9권)에 소개돼 있다. 책 뒤에는 연습문제가 달려 있고, 책마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모두 달라서 지루하지 않다. 각권 89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新귀거래사] 추리 소설계 거장 김성종씨

    [新귀거래사] 추리 소설계 거장 김성종씨

    부산 해운대 달맞이 언덕에 있는 국내 유일의 추리문학관을 찾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해운대 옛 도로인 송정으로 넘어가는 달맞이길을 따라 자동차로 5분쯤 가다 왼쪽으로 핸들을 돌리면 ‘달맞이집’ 쪽이다. 여기서 2분여 달리면 언덕배기에 5층짜리 건물, 추리문학관이 나온다. ●‘여명의 눈동자’ 등 베스트셀러 문학관 입구에 서서 앞을 바라보면 시원한 동해가 한눈에 잡힐 듯 들어온다. 창작을 업으로 삼는 이들이 동경할 만한 곳이다. 추리문학관장이자 작가 김성종(68)씨를 7년여만에 다시 만났다. 그는 여전히 도수 높은 뿔테 안경을 끼고, 덥수룩한 곱슬머리에 캐주얼 차림이었다. 근엄한 표정이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일흔이 가까운 탓인지 얼굴에는 또 다른 연륜이 느껴졌다. 건강은 여전히 좋단다. 작가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추리소설계의 거장이다. 그가 부산에 둥지를 튼 지는 강산이 세번이나 변했다. 중·장년층이라면 1970, 80년대 최고 반열에 올랐던 그를 들추어내기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여명의 눈동자’, ‘최후의 증인’, ‘나는 살고 싶다’ 등 수많은 작품이 그의 베스트 셀러였다. ‘여명의 눈동자’는 TV드라마로 제작돼 당시 공전의 히트를 쳤다. 작가가 처음부터 해운대에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다. 1989년엔 남천동에 터를 잡고 창작활동을 하다 1992년 이곳에 지하 1층, 지상 5층짜리 추리문학관을 개관했다. 그의 고향은 지리산 자락인 전남 구례다. 그가 왜 부산을 ‘제2의 고향’으로 택했을까. 작가는 “당시(80년대) 왕성한 집필활동을 하던 시절이었는데 문득 번잡한 서울을 떠나고 싶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고향은 교통과 통신수단이 대도시에 한참 뒤떨어졌다.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 가끔 머리를 식히러 찾던 부산 바다가 떠올랐다. 문화와 통신수단도 흡족해 부산에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서울 생활이 그립지 않으냐는 물음에 노() 작가는 “이 애물단지(추리문학관)만 없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 이젠 체념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문학관엔 책 4만여권 빼곡히 추리문학 전문 문학관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곳에는 국내·외 추리소설 6000여권을 포함해 모두 4만여권의 책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세계 문호들의 사진 100여점도 걸려 있다. 해운대 주민을 넘어 부산시민이 추리문학관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느낀다. 김성배 해성출판사 대표는 “부산에 추리문학관과 추리 소설계의 거장이 있는 것만으로도 큰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작가는 창작 외에도 후진양성과 지역 문화발전에도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운영해온 추리소설 창작교실 수강생이 30명에 이른다. 추리소설 이해, 추리소설 걸작읽기, 추리소설 작법, 추리영화 보기 등을 강의한다. 최근에는 그의 지도를 받은 3명이 추리작가로 등단,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13년째 ‘달맞이 축제’ 이끌어 또 부산시 소설가협회장 등을 지내면서 10명 안팎이던 회원을 60여명으로 끌어올렸다. 해운대 지역 문화계 인사와 인근 화랑·카페·레스토랑 등 업주들과 함께 ‘달맞이 축제’를 만들었다. 13년째 접어든다. 몇년 전부터 축제 이름을 ‘달맞이 철학 축제’로 바꿨다. 여름밤에 철학과 사랑을 가지고 달을 바라보며 토론을 해보자는 뜻이라고 했다. 축제에는 전시회와 재즈공연, 문화공연 등도 곁들여진다. 작가는 “여생을 제2의 고향인 부산 문화발전에 힘쓰겠다.”며 말을 맺었다. 글ㆍ사진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김성종 작가 약력 -1941년 12월31일생 -조선일보 신춘문예, 한국일보 ‘최후의 증인’ 당선(1969년) -한국추리문학대상 수상(1986년) -부산으로 이주(1989년) -추리문학관 개관(1992년) -한국추리작가협회 부회장, 봉생문화상 수상(2001년) -제17회 평화문학상 수상(2002년)
  • [씨줄날줄] 정조 독살설/이용원 수석논설위원

    1993년 나온 ‘영원한 제국’은 요즘 유행하는 팩션소설의 원조격인 작품이다. 조선 22대 임금인 정조가 세상을 뜨기 직전 24시간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절대왕권을 추구하는 정조와 이에 맞서 ‘사대부의 나라’를 지키려는 노론 벽파 사이의 음모·갈등을 스릴 넘치게 묘사해 큰 인기를 모았다. 작가 이인화씨(현 이화여대 교수)는 책 후기에서 소설을 쓰게 된 계기를 고향인 영남 일대에서 어려서부터 들어온 정조 독살설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책은 허구”라고 강조하고 “허구화를 위해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 등 여러 추리소설의 모티프를 응용했다.”고 공개했다. 허구에 불과한 정조 암살설에 치밀한 논증을 가해 역사 영역으로 끌어들이려 한 이는 역사평론가 이덕일씨이다. 이씨는 2005년 내놓은 책 ‘조선 왕 독살사건’에서 조선왕조실록 등 사서를 동원해 벽파가 정조를 제거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열거했다. 특히 정조가 ‘급서(急逝)’할 즈음 약을 처방한 심인이 벽파의 영수 심환지의 친척이고, 임종할 때 유일하게 곁을 지킨 이가 최대의 정적인 정순왕후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어쨌거나 이인화·이덕일 두 사람이 지목한 독살의 주범은 심환지였다. 그러나 정조 연구의 대가인 정옥자 국사편찬위원장을 비롯한 역사학자들은 그동안 정조 독살설을 전면 부정해 왔다. 학계가 추정하는 정조의 사인은 일종의 과로사이며 그 직접적인 원인은 종기 때문이었다는 것. 정 위원장은 서울대 규장각 관장 시절에 한 인터뷰에서 정조는 “암살을 피하고자 새벽 닭이 울 때까지 잠을 자지 못하며 공부했고” 그러다 보니 “옷을 입은 채 잠자리에 드는 버릇이 생겨” 이에 따라 생긴 지병인 “피부병으로 돌아가셨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조의 어찰 299통을 분석한 결과 심환지는 정조의 대척점에 섰다기보다 심복인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붕어(崩御) 열사흘 전 편지에서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호소했다. 또 정조는 의서 ‘수민묘전(壽民妙詮)’을 편찬할 만큼 의학에 조예가 깊어 제 병에 대한 처방과 약 조제를 직접 관장했다. 독살당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들이다. 정조 독살설은 정사(正史)의 영역에는 아직 비껴나 있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조선시대도 ‘정치깡패’ 있었네

    조선시대도 ‘정치깡패’ 있었네

    ‘조선시대의 조폭이라….재미있다.손에 슬며시 땀도 쥐인다.  ‘역사팩션’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한 작가 이수광(54)이 새 소설을 냈다.제목부터 솔깃하다.‘조선의 조직폭력배,검계’(청어람 펴냄).  실제 문헌과 사료(史料)에 근거해 당시 민중의 생활상을 생생히 고증한 것을 보면 역사소설인가 싶지만,음험한 암투와 역모의 냄새 풍기는 정치소설인 듯도 하고,또 의리와 배신이 판치는 뒷골목 느와르풍 협객소설인 듯하다가 모호한 연쇄살인사건의 실마리를 풀어야 하는 추리소설의 얼개도 눈에 띄는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든다.  배경은 숙종~경종~영조로 이어지는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초반.조선시대에서 가장 피비린내나는 당쟁의 시기였다.쿠데타(반정·反正)와 또다른 쿠데타로 해가 뜨고 저물었다.  ‘검계’는 실존한 조직폭력배를 일컫는다.작가는 당시 가장 이름짜했던 ‘이영’과 ‘표철주’를 내세워 이야기의 얼개를 풀어 간다.이들은 남인과 서인,노론과 소론이 벌이는 당쟁의 틈바구니에서 마치 해방 직후 ‘정치깡패’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정치권에 이용당하고 환멸을 느끼기도 한다.  이 씨는 “정사(正史) 속에서 제대로 기억되지 못한 낮은 곳에 있던 이들을 통해 그 시대를 다시 들여다 보는 민중사적 복원에 대한 소명의식이 있는 것 같다.”면서 “10여년 동안 이 작업을 하면서 자료에 묻혀 살다 보니 마치 조선시대를 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아하,조선 후기 어느 시절에 대한 탄탄한 고증,당시 민초들의 풍습과 생활상의 성실한 재현 등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진득하게 이뤄진 사료 수집과 끊임없는 연구의 산물이었다.  그는 TV 드라마로 더욱 유명한 ‘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을 썼고,‘조선시대를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명성황후,나는 조선의 국모다’,‘조선의 방외지사’ 등으로 자신만의 소설세계를 굳혀가고 있다.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바람이여 넋이여’로 등단한 ‘정통파’지만,근작들은 평단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씨는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지만 열과 성을 바치는 작업을 하고 있는 만큼 스스로 자부심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다음 작품은 조선시대 한 시인의 순애보적인 사랑을 아름답게 펼쳐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책꽂이]

    ●창씨개명(미즈노 나오키 지음, 정선태 옮김, 산처럼 펴냄) 창씨개명 자체의 법적 장치에 주목한 것이 아니라 식민지 지배의 전체적 맥락에서 그 의미를 재조명했다. 창씨개명 정책 결정과정에서 일본 당국 내부의 의견대립까지 자세히 파악했다.1만 6000원.●Do-2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행기(이렌 도르니에 등 지음, 이은실 옮김, 오픈하우스 펴냄) 독일의 비행조종사이자 사진작가인 저자가 독일산 수상 비행기 Do-24를 타고 세계일주한 과정을 글과 사진으로 엮은 에세이집. 수상 비행기의 역사에 관한 모든 것.3만 2000원.●자유와 존엄을 넘어서(B F 스키너 지음, 정명진 옮김, 부글 펴냄) 세계적 행동주의 심리학자인 스키너의 인간관을 압축해 보여 준다. 인류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성격보다는 행동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1만 5000원.●슈퍼 토마토와 백신 바나나(마르쿠스 브라이언 지음, 김일형 옮김, 열음사 펴냄) 쏟아지는 기능성 식품에 대해 한번쯤 의문을 가져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 기능성 식품과 영양섭취에 관한 오해 바로 잡기.1만 2000원.●괜찮다, 다 괜찮다(공지영·지승호 지음, 알마 펴냄) 전문 인터뷰어인 저자가 수개월에 걸쳐 인기작가 공지영을 만나 그의 삶과 사랑, 문학, 종교 등 다양한 세상의 관심사에 대해 나눈 이야기. 솔직담백한 공지영의 세계를 또 한번 대면할 듯.1만 2000원.●아이 마음 부모 생각(김환 지음, 바오로딸 펴냄) 심리학자이자 현장상담가인 저자가 자녀의 마음상태에 따라 부모가 취해야 할 태도 등을 이론과 실제사례를 들어 귀띔.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조언 40가지도 제시.8500원.●갈릴레이 죽이기(전2권)(권순규 지음, 스토리텔링컴퍼니 펴냄) 아폴로 달 착륙에서부터 9·11 테러 등 굵직한 사건들을 음모론적 시각으로 접근,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형식의 추리소설. 한국인 여성이 워싱턴을 무대로 거대 음모론을 파헤치는 줄거리. 각권 9000원.●제목 저널리즘(김지용 지음, 미디어포럼 펴냄) ‘큰 글씨로 쓰는 기사’라고 일컬어지는 신문의 제목. 수십년 신문제작 현장에서 편집을 맡았던 저자가 국내 신문 제목의 변천사, 제목달기의 노하우 등을 두루 일러 준다.1만 5000원.
  • [길섶에서] 도서관 휴가/박재범 수석논설위원

    휴가철이다.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콘크리트의 복사열을 피해 피서지로 향하는 차량들이 긴 행렬을 이룬다. 또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인천국제공항은 반바지에 배낭을 멘 해외여행객들로 붐빈다. 국내의 호텔도 인기를 끈다. 풀을 갖춘 호텔은 아이들과 며칠 지내기에 좋다. 피서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피서는 어떨까.‘도서관 피서´ 이다. 물놀이를 가자는 어린 자녀들이 없다면 해봄직한 이색 피서법이다. 예컨대 서울이라면 정독도서관이나 남산도서관 등을 찾는 것이다. 요즘 공공 도서관은 피서철을 맞아 시험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대폭 줄어들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속에서 책을 읽다가 학생 시절처럼 입가에 침을 좀 흘리며 졸아도 좋다. 무협지나 추리소설이 제격이다. 정독도서관 같으면 구내 나무그늘 아래에서 매미 울음을 들어도 된다. 구내 매점에서 파는 1500원짜리 김밥이나 2000원짜리 국수도 맛있다. 하루이틀쯤 ‘도서관 피서’를 해보면 어떨까. 박재범 수석논설위원 jaebum@seoul.co.kr
  • [책꽂이]

    ●탁림고수(정건섭 지음, 연인M&B 펴냄) 대한민국 최초의 본격 탁구소설.2008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금메달을 노리는 탁구선수들의 사랑과 야망을 그리고 있다. 유명한 추리작가이기도 한 작가 자신이 열렬한 탁구팬이어서 체험을 바탕으로한 생동감이 넘친다.264쪽,1만원.●광개토대왕비(정현웅 지음, 자음과 모음 펴냄) 소설 ‘마루타’의 작가가 쓴 역사추리소설. 광개토대왕 담덕을 사랑했던 여인 여화를 통해 정복 군주의 전쟁사를 이야기하고, 당시 고구려의 역사를 조망하면서 고구려 서민들의 삶과 사랑을 그렸다. 고구려 시대 여화의 시점과 광개토대왕비를 연구하는 사학자 등의 시점을 교차시키며 소설을 전개했다.416쪽.1만 1700원.●슬픈 갈릴레이의 마을(정채원 지음, 민음사 펴냄) 일상적인 삶의 풍경 속에서 깨달은 성찰의 아름다움을 신비롭게 그려내는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경계에 서서 삶의 이쪽과 저쪽에 발을 담가놓고 치열하게 살피는 ‘경계의 시인’이자 ‘고통의 연금술사’라는 평을 듣는 시인이 자정의 부엌에서 맛있게 튀겨 낸 59편의 시가 담겨 있다.7000원.●왕의 밀사:일본 막부 잠입사건(허수정 지음, 밀리언하우스 펴냄) 1655년 교토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조선통신사의 활약상을 그린 한국형 팩션. 조선통신사가 교토에 도착한 날 밤, 쇼군의 직속무사가 목이 잘려 죽은 채 발견된다. 조선통신사는 파행 위기에 놓이고, 종사관은 살인범의 누명을 쓰고 억류된다. 일본 막부의 권력암투에 조선통신사가 휘말리면서 전쟁의 위기에 처하는 상황을 긴장감 있는 스토리로 풀어냈다.335쪽,1만 1000원.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웃기는 수학자’ 이광연 한서대 교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웃기는 수학자’ 이광연 한서대 교수

    흔히 연인의 사랑을 ‘달곰쌉쌀함’에 비유한다. 이런 사랑을 수학으로 흥미롭게 풀어낸다고 하니 귀가 절로 솔깃해진다. #상황 1 막 사랑을 시작한 젊은 남녀가 있다. 둘은 시간이 흐를수록 깊은 사랑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하찮은 일로 싸운다. 화가 난 여자는 사랑하는 마음이 식어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때 남자는 진심이 가득 담긴 편지를 보냈다. 여자는 감동했다. 둘은 다시 뜨거워졌고 예전보다 더욱 깊은 사랑을 하게 됐다. 이 전개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그래프를 그려 본다. 수평좌표는 둘의 만남을 유지하는 시간이고 수직좌표는 사랑의 양으로 정한다. 처음에는 연속적으로 변하던 상승곡선이 말다툼을 하고 난 후에는 갑자기 하락했고 다시 뜨거워지면서 곡선이 올라간다. 이런 현상을 어떤 곡면 위에 모두 나타낼 수 있으며 그 성질로부터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수학자들이 말하는 ‘파국이론(Catastrophe Theory )’이다. #상황 2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어느날 수업 도중 사랑도 방정식으로 풀 수 있느냐는 한 학생의 질문을 받았다. 잠시 생각하던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칠판에 썼다.Love=2□+2△+2○+2∨+8< (그림 참조). 그런 다음 “가지 않으면 안될 길을 마지 못해 떠나가며, 못내 아쉬워 되돌아 보는 그 마음! 갈 수 없는 길인데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간절한 마음! 그 마음이 바로 사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재치있는 사랑 방정식은 사랑의 감성적인 면을 나타낸 것이다. 이와 관련, 수학자들은 ‘위상수학(位相數學)’에서 사랑도 수학적으로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심장은 적분으로 뜁니다. 혈액은 정맥을 통해 우심방으로 들어가 폐동맥을 거쳐 폐에서 산소와 결합하지요. 그리고 폐정맥에서 좌심방으로 들어가서 대동맥을 거쳐 다시 몸전체로 전달됩니다. 이때 심장 박출량은 적분법을 이용해 계산됩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만날 때의 심장은 당연히 더 뛰겠죠. 적분을 모른다고 해도 우리의 혈관 시스템은 수학적으로 매우 아름답게 설계돼 있습니다.” ‘웃기는 수학자’로 유명한 이광연(45·한서대 수학과)교수. 수학을 알고 나면 온세상이 아름답고 경이롭다고 주창하는 수학 전도사다.‘웃기는 수학이지 뭐야’‘밥상에 오른 수학’‘신화속 수학 이야기’ 등 색다른 수학관련 저서만 10여권을 펴내 20여만명의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다. 다들 골치 아프게 여기는 수학을 재미있는 말투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웃기는 수학자’라는 별명도 여기에서 생겼다. 최근에는 ‘수학 블로그’라는 또 하나의 저서를 펴냈다. 여기에서 ‘게임의 법칙’‘자연의 비밀’‘역사의 명장면’‘생활의 발견’ 등 생활주변을 흥미로운 수학적 각도로 풀이해 눈길을 끈다. 이런 그가 요즘 방학을 맞아 집에서 새로운 집필을 하고 있다. 앞으로 관련서적 50여권은 더 낼 작정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래저래 궁금증이 생겨 서울 서초동의 자택에서 그를 만났다. 마침 더운 날씨로 냉장고에서 과일과 시원한 캔맥주를 꺼내온다. “수박을 비롯해 모든 과일이 왜 둥근 모양을 하는지 아세요?” 이 교수의 느닷없는 질문에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과일을 맛있게만 먹을 줄 알았지 한번도 그 의문을 안가져 봤으니까. 주저하자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자연은 항상 뛰어난 수학자입니다. 자연이라는 수학자는, 과일이 과육에 품고 있는 수분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어떤 모양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물체의 수분 손실은 그 물체의 겉넓이에 비례하지요. 즉 표피가 넓으면 넓을수록 더많은 수분이 증발됩니다. 따라서 모든 과일은 과육의 부피를 최대로 하면서 겉넓이를 가장 작게 하는 쪽으로 진화하게 됐습니다. 그 답이 바로 둥근 모양의 과일입니다. 이 것을 우리는 디도의 문제(Dido’s Problem)라고 하지요.” 그는 또 겨울날 내리는 눈이 왜 육각형이고, 하루는 왜 24시간인지 등도 얼마든지 수학적으로 풀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수학은 우리가 매일 걸어다니는 보도블록에도, 명절날 가족들이 모여 하는 윷놀이와 화투에도 있다고 했다.48장인 화투놀이 중 고스톱에 숨어 있는 재미있는 수학을 소개한다. 고스톱은 몇 명이 치느냐에 따라 나누어 주는 화투의 장수와 바닥에 까는 장수가 달라진다.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장수를 x라 하고 바닥에 까는 장수를 y라 할 때 뒤집는 장수가 나누어 주는 장수와 같아야 꺼내는 것과 뒤집는 것이 같이 끝나게 된다. 2명이 치는 일명 ‘맞고’일 때는 나누어 주는 장수가 2x이고, 바닥에 까는 장수는 y, 또 뒤집는 장수도 2x이므로 이들을 모두 더하면 48이 되어야 한다. 즉 2x+y+2x=4x+y=48. 이 식을 만족시키는 x,y를 각각 순서쌍으로 나타내면 (1,44),(2,40),(3,36)∼(11,4) 등이다.3명이 칠 때는 3x+3x+y=6x+y=48과 같은 식이 성립한다. 또 4명이 칠 때는 5장씩 나누어 가진 후 5×4=20장을 뒤집어 놓고 8장을 깔면 된다. 이렇게 이론적으로 따지면 고스톱은 무려 24명까지 함께 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느끼건 느끼지 못하건 수학은 자연, 역사, 생활속에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수학을 공부하는 까닭입니다. 수학을 통해 인류문명을 발전시키고 역경을 극복하고 또 미지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대개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수학이 어려워져 3분의2는 중도 포기한다는 것. 이를 안타까워해 수학을 왜 해야 하는지, 우리 주변 여기저기에 온통 ‘수학밭’이며 그걸 자각시키고 흥미를 유발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남다른 저술활동에 전념했다. 충남 서산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좋아했다. 어려운 문제와 10∼20분 씨름하다가 어느 순간 정답을 맞혔을 때 느껴지는 쾌감과 감동 때문에 수학을 점점 더 좋아했다. 1983년 경문고를 졸업한 뒤 자연스럽게 성균관대 수학과에 지원, 합격했다.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와이오밍주립대학교에서 박사후과정 등을 마쳤다. 슬하에 아들 딸 둘을 두었으며 부인과는 같은 대학 수학과 선후배 사이. 식구들끼리 신문이나 영화를 볼 때에도 머릿속에는 온통 수학으로 가득차 있는 ‘수학집안’이다. 앞으로 계획을 물었더니 “삼국지와 세종대왕에 대한 구상을 다 마쳤다.”며 웃는다.2009년 7차 개정교육과정 ‘중·고등학교 수학 교과서’ 집필자이도 한 그는 “수학은 우리 일상과 아주 밀접하며 따라서 아이들에게 수학 알레르기를 없애 주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그 알레르기를 없애기 위한 방법.▲체스와 바둑, 윷놀이를 자주 시켜라. 두뇌회전에 좋기 때문이다. 종이접기도 좋다.▲수학을 이야기로 들려 줘라. 종이접기를 응용해 미 항공우주국 첨단 망원경을 72조각으로 만들어 우주로 운반한 사례, 그리고 뫼비우스의 띠로 컨베이어벨트를 만들어낸 것, 수학을 통해 최초로 시간을 나누었던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의 얘기 등이다.▲추리소설과 만화책이라도 읽게 하라. 다독은 최고의 수학공부 방법이며, 수학을 잘 하려면 텍스트에 대한 이해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 그가 걸어온 길 ▲1964년 충남 서산 출생 ▲83년 서울 경문고 졸업 ▲87년 성균관대 수학과 졸업 ▲93년 성균관대 수학과 박사과정 졸업 ▲94∼96년 한서대학교 수학과 학과장 ▲96∼97년 와이오밍대학교 수학과 포스트닥터.(한국과학재단지원) ▲98년 독학사 학위취득 종합시험 선제위원. 독학사 전공심화과정 문항개발위원, 독학사 학위취득 종합시험 문항개발위원 ▲현재 한서대학교 수학과 교수 ●주요 저서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2000년), 또 웃기는 수학이지 뭐야(2002년), 신화 속 수학이야기(2004년), 밥상에 오른 수학(2004년), 피타고라스가 보여 주는 조화로운 세계(2006년), 자연의 수학적 열쇠 피보나치 수열(2006년), 수학자들의 전쟁(2007년). 이광연의 수학블로그(2008년) 등.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직지심경 대모’ 在佛 사학자 박병선박사

    [김문기자가 만난사람]‘직지심경 대모’ 在佛 사학자 박병선박사

    “박사님, 올해 여든하나이신데 아주 정정해 보이십니다.” “(잠시 창밖을 응시하더니)세월이 그렇게 흘렀네요.” 짧은 생머리, 나이만큼 백발이 묻어났지만 주름살은 별로 없었고, 눈썹과 입술 화장이 잘 어울려 보였다. “여전히 얼굴이 고우십니다. 젊었을 땐 참 예쁘고 미인이었겠습니다.” “어이구 그런 얘기 하지 마세요. 어릴 때 친척들한테 ‘너는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잘생긴 언니와 오빠, 동생들과는 비교가 안됐지요. 미인이라뇨? 천만의 말씀입니다.” 약간 홍조 띤 얼굴로 변한다. “죄송한 질문이지만 결혼은 왜 안 하셨는지요?” 보통 같으면 증손자까지 봤을 법한 할머니에게 던진 질문 자체가 우스웠나 보다. “뭐 특별한 이유가 없어요. 한 가지 일을 끝내면 또 다른 일을 시작하고, 그것에 파고들다 보면 정신없이 시간 가고, 어디 (연애할) 틈이나 생겨야 말이지요. 호호.” 노(老) 박사의 웃음 짓는 모습은 해맑은 소녀의 그것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하시는 일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젠 나이도 그렇고 쉬셔도 되는데 젊은이들보다도 정열이 더 뜨겁습니다.” 잠시 한숨을 쉰다.53년 동안 도도히 흐르는 역사와 함께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한우물을 팠다. 또한 해야 할 관련 숙제 역시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인 듯하다. “더 늙기 전에, 총기가 사라지기 전에 선명하게, 뚜렷하게 규명해야 일들이 많이 있네요. 개인이 한다는 게 외롭고 어렵긴 하지만….” 또박또박 힘주어 말하는 노 박사의 말과 표정이 경외스럽도록 다가온다. 문득 노 박사를 모델로 한 역사 추리소설(외규장각도서의 비밀)이 생각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까.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한국학중앙연구원 게스트하우스.‘직지심경(直指心經·직지심체요절)’의 대모(代母) 박병선 박사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됐다. 그가 직지심경의 대모로 불리는 까닭은 1967년 파리에서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을 발견해내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시킨 1등 공신이기 때문이다. 이런 그가 최근 방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언론의 인터뷰가 쇄도했다. 그래서인지 박 박사는 직지심경이나 외규장각도서 얘기는 하도 많이 해서 가급적 피해달라고 먼저 주문한다. 재불(在佛) 역사·서지학자인 그가 잠시 방한한 이유는 1985년 국내에서 발간했던 ‘조선조(朝鮮朝)의 의궤(儀軌)’ 증보판을 내기 위해서다. 이번 증보판은 300쪽 중 100쪽가량을 프랑스어로 썼다는 점이 눈여볼 대목. 그는 평소 프랑스인들이 병인양요를 거의 모른다는 점을 안타깝게 여겼다. 그래서 증보판 앞 부분에 병인양요에 대한 설명과 ‘왜 한국 사람들이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해 달라.’고 요구하는지 등을 프랑스어로 자세히 언급한다. 또한 의궤의 내용과 그것이 프랑스로 가게 된 사연, 당시 프랑스 해군의 일기와 공문서 등도 새롭게 첨부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의 출간을 염두에 두었음은 물론이다. 특히 이번 증보판에는 당시 프랑스 해군들의 행적을 어렵게 추적, 이른바 ‘작전루트’를 처음 공개할 예정이어서 중요한 역사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병인양요와 의궤 반환문제로 프랑스 국영 3TV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이때 방송사 간부한테 ‘프랑스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 대부분 모르고 있다.’는 말을 듣고 더 이상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때마침 한국학중앙연구원측의 도움으로 이번에 작업을 하게 된 것. 증보판은 한달 후쯤이면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당시 프랑스 해군들의 흔적과 관련된 자료는 많이 있는지요. “프랑스가 1차 원정 왔을 때 일기를 보면 강화도의 문수산성과 적성산성 등을 왔다갔다는 기록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2차 원정때의 군함, 당시 그림과 자료, 관청의 위치도 등을 종합해볼 때 황해도 연안까지 갔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 행적을 찾는 일이 힘들기는 하지만 최초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최대한 자세하게 그려볼 생각입니다. 현재 이 작업만 남아 있습니다.” 그는 방한에 앞서 당시 프랑스 로즈함대장의 후손을 만나 여러 번 설득 끝에 강화도 등에서 프랑스로 압수해간 ‘압수목록표’를 어렵게 얻을 수 있었다(이번 증보판 부록에 실린다). 그는 “로즈함대장의 후손은 할아버지를 영웅으로 알고 있으며 곧 ‘할아버지 전기’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프랑스인들은 병인양요나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해달라는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지요. “도대체 그걸 왜 반환해야 하느냐고 묻는 프랑스인들이 많습니다. 이때마다 ‘만약 루이 14세의 왕실 행사를 자세히 기록한 유일한 문서본이 다른 나라에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되묻지요. 그럼 프랑스인들은 당연히 찾아와야 한다고 대답합니다.” 프랑스에서 지내는 50여년 동안 한국과 관련된 신문기사를 대부분 스크랩해 놓을 만큼 자료 수집에 많은 애착을 갖고 있다. 특히 프랑스 외무부 고문서관 등에서 3·1운동 당시 한국에 주재했던 프랑스 영사관이 본국에 보낸 많은 공문서를 찾아냈다. 또 일제때 일본과 중국에 주재했던 프랑스 공관이 본국에 보낸 공문서 중 한국의 독립운동과 관련된 내용을 모은 자료 등을 합하면 무려 2000상자 1만 5000쪽 분량에 이른다. 이 귀중한 것들을 정리하고 책으로 펴내는 일이 그의 마지막 숙원사업. 파리에도 우리나라 독립운동과 관련된 자료가 그만큼 많다고 강조한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혼자서 어렵게 해왔습니다. “개인이 한다는 게 사실 엄두가 안 나지요. 국가에서는 (반응이)냉랭합니다. 아무튼 어렵게 자료들을 모았으니 그냥 놔둘 수도 없겠고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다가…. 지금이라도 국가에서 도움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는 1919년 파리 강화회의 당시 독립을 호소했던 김규식 박사의 자취도 추적했다. 파리 시내 서쪽 쇼토 거리에서 이들이 머물던 곳을 찾아냈고 2006년에 겨우 건물 현판 정도만 걸 수 있었다. 기념관이라도 만들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박 박사의 어릴 적 꿈은 유치원을 설립해 서구식 교육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서울대 사대에 진학했지만 나중에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방향을 틀었다. 대학 때는 손보기(사학자)·이두현(민속학자) 선생 등과 친하게 지냈다.6·25전쟁이 끝난 후 프랑스 유학을 택한 것은 평소 가톨릭 신자로 프랑스 출신 수녀들과 가깝게 지낸 덕분. 이후 소르본대학에서 종교사를 전공한 뒤 파리국립도서관에서 근무하던 중 1979년 의궤를 찾아낸 직후 ‘비밀을 누설했다.’는 질책과 함께 파리국립도서관을 그만두었다. 이후 여러 파란곡절을 겪었지만 결혼도 하지 않고 오로지 고문서와 귀중한 자료들 속에 파묻혀 ‘여자의 일생’을 걷고 있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28년 서울에서 5남매 중 셋째딸로 태어났다. 서울대 사대 사회생활학과(역사학과)를 졸업한 뒤 1955년 6·25 이후 민간 여성으로는 첫 프랑스 유학비자를 받고 떠났다. 소르본대학에서 종교사를 전공(석·박사)한 뒤 1967년 파리국립도서관에 근무할 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심경’을 발견해 냈다. 이어 1972년 파리에서 열린 ‘책의 역사 종합전람회’에 출품, 구텐베르크의 성경책보다 무려 73년이 앞선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임을 전 세계에 알렸다.1979년에는 조선 왕조의 의식에 관련된 세세한 기록문인 외규장각 도서 279권을 프랑스국립도서관 창고에서 발견, 한국에 알렸다. 이같은 공로로 대한민국훈장 동백장과 제7회 비추미여성대상특별상 등을 받았다. 특히 1919∼1920년 사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파리위원부가 있던 청사를 찾아내기도 했다. 현재는 파리 근교에서 살면서 한국 관련 각종 고서연구와 프랑스에서 본 한국의 3·1운동 등에 관한 독립운동사를 정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의 인쇄사’(프랑스어·스페인어·영어·한국어)가 있고, ‘한국의 무속사’‘한국의 역사’ 등을 프랑스어로 펴냈다.
  • 伊현대사 되짚는 시간여행

    ‘장미의 이름’‘푸코의 진자’로 널리 알려진 기호학자이자 세계적인 작가인 움베르토 에코(76)가 다섯번째 소설을 내놓았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이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가는 과정을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하듯 종횡무진 넘나드는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전2권,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펴냄). ●기억상실 주인공 추억과 사랑 되찾아 ‘로아나 여왕’은 하나의 ‘큰 이야기’와 하나의 ‘작은 이야기’가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탈리아 파시즘에 관한 거대 서사에 자신의 첫사랑이라는 소소한 이야기가 절묘하게 결합돼 있다. 그런 만큼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지 아니하면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옮긴이 이세욱씨는 “무솔리니 시대의 파시즘 등 이탈리아 현대사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며 “그러나 조금 집중해 전체적 맥락을 파악하면 에코의 그 어느 작품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소설 그 자체로서도 독특한 실험성을 띤다. 소설에는 단테의 ‘신곡’ 등 고전 문학에서부터 영국 작가 렌 데이턴의 첩보소설 ‘국제첩보국’ 등 현대 대중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학 텍스트들이 정교하게 얽혀져 있다. 그 위에 1940∼50년대 이탈리아를 생생하게 되살리게 해주는 이미지들을 섞고 작가 자신의 개인적 추억까지 불어넣었다. 그런 복잡다단한 작업을 거쳐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삽화소설’이다. 소설은 밀라노에 사는 고서적 전문가 잠바티스타 보도니(일명 ‘얌보’)가 심혈관 계통의 사고로 혼수상태로 빠졌다가 깨어나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얌보’의 기억상실증은 좀 특이하다. 공적인 기억이나 백과사전적인 기억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개인적인 기억은 모조리 사라져버린 것이다. 온갖 소설의 구절들이나 곱셈과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뚜렷하게 기억나지만 정작 자신의 이름은 나올듯 말듯 혀끝에서 맴돈다. ‘얌보’의 부인은 개인적 기억을 되살려주기 위해 그의 고향인 솔라라로 데리고 간다. 시골집에서 ‘얌보’는 다락방에 잔뜩 쌓여 있는 수많은 읽을 거리들을 만난다. 장난감과 판화, 만화, 모험소설, 추리소설, 파시스트의 정치선전 팸플릿…. 그의 손때가 묻은 읽을 거리들은 단순한 읽을 거리가 아닌 추억이다. 이 시간여행을 통해 ‘얌보’는 첫사랑을 되살리고 전쟁을 만나며 자기 삶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그러나 자신만의 기억은 떠오르지 않고 그 수많은 자료들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알 수 없어 ‘얌보’는 더 큰 혼란에 빠지고 만다. ●에코 “인터넷은 아주 멍청한 신이다” 고대, 중세에 달통한 에코는 온라인 매체와도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렇다고 인터넷광은 아니다. 에코는 인터넷 이용 시간의 대부분을 이메일과 날씨를 확인하는 데 사용한다.“인터넷을 통해서만 정보를 접하게 된다면 우리는 남들과는 전혀 고립된 나만의 백과사전을 만드는 우를 범하게 된다. 인터넷은 모든 정보를 담고 있되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 인터넷은 신이다. 하지만 아주 멍청한 신이다!” 에코의 ‘인터넷관(觀)’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로아나 여왕’의 출간에 맞춰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작품인 에밀리오 살가리의 ‘산도칸-몸프라쳄의 호랑이들’, 에드몽 로스탕의 ‘시라노’,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 등 세 편의 소설도 이번에 함께 나왔다. 각권 1만 8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서울대생 소설·에세이 ‘편식’?

    서울대 재학생이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빌린 책 1∼10위가 모두 소설이나 에세이였던 것으로 집계됐다.18일 서울대 중앙도서관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도서별 대출 빈도를 집계한 결과 정신과 의사의 좌충우돌 치료 행각을 그린 일본의 코믹소설 ‘공중그네’(오쿠다 히데오)가 110차례 대출돼 1위를 차지했다. ‘남한산성’(김훈)은 104회로 2위였으며,3∼5위는 브라질의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의 ‘11분’, 일본 작가 쓰쓰이 야스타카의 소설집 ‘시간을 달리는 소녀’, 신경숙의 소설 ‘리진’ 등이었다. 손미나 전 아나운서의 해외 생활기 ‘스페인, 너는 자유다’가 6위를 차지했다. 이어 공지영과 쓰지 히토나리가 여성과 남성의 시각에서 공동 집필한 소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 각각 7위와 9위를 차지했고, 미국 예일대 법대 교수인 제드 러번펠드의 추리소설 ‘살인의 해석’이 8위, 불치병에 걸려 숨진 소녀 키토 아야의 자전적 소설 ‘1리터의 눈물’이 10위였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30년 함께 지내며 관찰 고양이의 모든것 해부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은 분명히 구분된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은 고양이가 귀찮게 하지 않고 독립심이 강한 점을 높이 사는 반면 싫어하는 사람은 눈빛이 매섭고 충성심이 없으며, 심지어 ‘요물’로 생각한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고양이 문화사’(데틀레프 블룸 지음, 두행숙 옮김, 들녘 펴냄)는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전해져 내려 오는 문헌들과 자료들을 추적해 고양이의 모든 것을 탐색하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포착해 낸 책. 저자는 30년간 함께 지내며 세세하게 관찰해온 고양이 전문가이다. 책은 고양이의 역사부터 살핀다. 고양이는 고대 이집트시대에는 여신의 현신으로 추앙받았으나 기독교가 득세하면서 ‘이교도 동물’이라는 딱지가 붙어 마녀사냥이라는 이름 아래 화형당하는 등 파란곡절을 겪었다. 저자는 파란곡절을 겪은 고양이가 근현대 들어서는 세계적인 거물들을 쥐락펴락하는 능력을 지니게 됐다고 ‘찬사’를 보낸다. 교황 레오 12세, 빌 클린턴 등 미국 대통령에서 혁명가 레닌에 이르기까지 세계를 움직인 이들 지도자가 고양이와 같이 살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지 생생하게 보여 준다.“빌 클린턴이 대통령에 선출된 직후, 백악관 대변인은 ‘사진기자는 가축을 평온하게 생활하도록 놔두는 섬세한 감정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작은 첼시아 클린턴이라 불리는 고양이일지라도’라고 경고했다.” 이 결과로 백악관 경호원들은 신경쇠약에 걸렸을 정도다. 저자는 나아가 고양이가 예술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에드거 앨런 포는 추리소설 ‘검은 고양이’로 인기작가 반열에 올랐고 ‘멋진 신세계’의 작가 올더스 헉슬리는 에세이 ‘고양이 안의 설교’에서 “만약 당신이 인간에 대해 쓰겠다면 고양이를 키우는 게 가장 좋다.”라는 충고를 남기기까지 했다. 직업을 가진 고양이의 이야기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1990년대 미국의 50개 우체국에서는 300마리의 고양이들이 쥐 등 설치류들이 우편물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 일을 맡았다는 등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해준다. 저자가 밝혔듯이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인 만큼 책의 곳곳에 ‘너무하다.’싶을 정도로 고양이 편을 들고 있다.1만 98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책꽂이]

    ●시계탑·즐거운 장난(전아리 지음, 문학동네 펴냄) 청소년 문학상을 석권해 청소년의 우상이 된 작가의 첫 장편과 첫 소설집. 첫 장편 ‘시계탑’은 틴 에이저 시절의 꿈과 고민을 진솔하게 담아낸 성장소설. 첫 소설집 ‘즐거운 장난’에는 ‘강신무’ 등 작가의 각종 문학상 수상작 중에서 고른 단편 10편이 실렸다. 각각 9000원,1만원.●움직이는 기억의 풍경들(유성호 지음, 문학수첩 펴냄) 199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으로 등단한 저자가 3년만에 내놓은 다섯번째 평론집. 서정의 원리를 탐색해온 저자는 “서정시가 갖는 항구적 심미성의 비밀은 구체적 경험과 초월적 상상력에 있다.”고 강조한다.1만 5000원.●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전2권, 조완선 지음, 휴먼앤북스 펴냄) 1997년 중편 ‘반달곰은 없다’로 등단한 작가의 장편 추리소설. 외규장각 도서 반환협상을 둘러싸고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을 퍼즐 짜맞추듯 긴박감 넘치게 그려냈다. 각권 9500원.●그냥 놔두라 쓰라린 백년소원 이것이다(고은 등 지음, 화남 펴냄) 고은, 김규동, 유안진, 정희성, 강은교, 이원규 등 한반도 대운하에 반대하는 시인 203명의 공동시집. 대운하에 반대하는 시인들의 신작시와 함께 이철수, 홍성담, 류연복, 여태명 등 화가, 서예가 11명의 작품도 실렸다.1만원.●첫경험(김종광 지음, 열림원 펴냄) 1998년 ‘경찰서여, 안녕’으로 등단한 작가의 장편 소설.71년생 보고서인 이 소설은 90학번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겪은 첫 경험을 맛깔스럽게 그렸다.1만원.●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최혁곤 등 지음, 황금가지 펴냄) 70년대생의 젊은 추리 스릴러 작가 10명의 단편을 묶은 앤솔러지.‘푸코의 일생’‘훈민정음 암살사건’ 등 10편이 실렸다.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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