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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스쿨 탐방] (4)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로스쿨 탐방] (4)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서울신문이 더 나은 법조인 양성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로스쿨 탐방’ 4회는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찾았다. 인천에 뿌리박은 로스쿨답게 물류 관련 법조인 양성을 강조하는 인하대는 인권법과 노동법 등 사회적 정의를 고민하는 데도 열심이다. 전임 대법관으로서 이름을 날린 뒤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는 박시환 원장을 23일 만났다. →인천에서 유일한 로스쿨로 지역의 관심이 크다. -인하대란 이름 자체가 인천과 하와이의 첫 글자를 땄다. 하와이 교민들이 보내 준 성금으로 세운 학교다. 인하대 로스쿨은 인천이라는 지역사회에 뿌리박은 로스쿨을 지향한다. 지역사회에서도 기대가 크다. 남동공단, 자유무역구역 등에 진출하는 졸업생도 꽤 된다. 앞으로 송도에 국제기구가 많이 들어서면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인천은 하늘길과 바닷길을 통해 세계로 나가는 관문이다. 인하대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물류대학원이 있는데 로스쿨도 지적재산권, 국제통상 등 물류 관련 전문가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물류와 법률은 얼핏 연결이 잘 안 되는데. -물류는 넓은 개념이다. 생산 이후 소비자 손에 들어가기 전까지 계약, 운송, 보험, 해상, 결제, 창고, 세관, 대외 지급 등 모든 과정을 포괄한다. 다른 로스쿨에는 없는 물류 관련 과목을 교육 과정에 많이 포함시켰다. ‘물류와 법’, ‘물류행정법’, ‘국제통상 사례연구’, ‘국제물류분쟁해결법’ 등이 대표적이다. 본교 물류대학원과 학점 교류도 한다. 교수 중에는 판사로 일하면서 물류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은 분도 있다. →현직 배우가 교수로 활동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홍승기 교수는 아역배우 출신으로 연기 활동을 하면서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이기도 하다. 그것도 국내 유일이 아닐까 싶다. 덕분에 엔터테인먼트 관련 법 과목이 여럿 있다. 그쪽으로 공부하고 싶어서 일부러 우리 학교를 찾아오는 학생도 있을 정도다. →장학금 혜택이 눈에 띈다. -장학금이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전임교수 40명에 1년 신입생이 50명이기 때문에 학생 수 대비 교수 비율도 전국 1등이다. 특히 현장 경험이 풍부한 실무교수 숫자가 가장 많고 교육 내용도 우수하다는 건 자랑하고 싶다. 매년 3명은 사회적 취약계층 특별전형으로 뽑는다. 1기 졸업생 중에 지체장애인이 있었는데 잘 졸업해 현재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소아마비인 그 학생은 이주민이나 난민 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쪽 일을 하는 법률사무소를 열고 활동하고 있다. 특히 기억나는 한 학생은 성격이 밝고 학생회 활동도 열심이라 생활이 어렵다는 사실을 한참 뒤에 알았다. →인권법과 노동법 전통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순옥 명예교수와 이영희 명예교수의 영향이 큰 게 아닌가 싶다. 현직 교수 중에도 그쪽에 관심과 애정을 가진 교수가 많다. 자연스레 학생 중에도 그 분야를 공부하려는 신입생이 꾸준히 들어온다. 노무사 자격증을 갖고 우리 로스쿨에 입학해 공부하는 학생이 해마다 한두 명씩 있는데 지금은 9명이나 된다. 아마 이것도 전국에서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 보니 인권법학회나 ‘등대지기’(청소년 노동인권 교육 동아리) 같은 활동도 활발하고 로스쿨 인권연합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살고 관련 책을 낸 학생도 있다. ‘리걸클리닉센터’에서는 정신병원 강제입원 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을 만큼 건강한 법조인으로 사는 길에 관심이 많은 분위기다. →알게 모르게 지방대 로스쿨이 차별받는다는 우려는. -우리는 지방대가 아니라 수도권대학이다(웃음). 법조계에서 오래 일한 경험에 비춰 본다면 우수한 학생들은 출신 학교가 큰 상관이 없다. 자질 있는 학생들은 어디 가도 티가 난다. 일정 수준 이상이 되는 졸업생을 모아 놓는다면 대학 구별이 무의하다는 걸 금방 느끼게 된다. →대법관까지 지낸 뒤 연고도 없는 인하대에 온 계기는. -초임 판사 시절 인천에서 일한 게 연고라면 연고다. 대법관 임기를 마친 뒤 전관예우 소리를 듣기 싫어 변호사는 하지 않아야겠다 생각했고, 학교 쪽으로 알아봤다. 마침 아는 분을 통해 이 소식을 들은 인하대에서 적극적으로 접촉을 해 왔다. 달리 불러 주는 곳도 없어서 퇴임하고 한 달 만에 오게 됐는데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 아닐까 싶다. →로스쿨 운영 철학은 무엇인가. -논리적인 추론과 사고 능력, 사람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눈, 불의에 분노하는 정의감이 있는 학생들을 법조인으로 많이 배출하자는 게 소박한 목표다. 막상 학교에 오니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합격률을 너무 낮게 설정한 제도적 모순 때문에 학생들이 법 정신을 충분히 고민하지 못하고 시험 준비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시험에 판례가 많이 나오다 보니 자꾸 세세한 부분만 공부하게 되고 큰 틀에서 생각하는 공부가 부족해진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박시환 원장 ▲1953년 김해 ▲서울대 법학과 ▲사법시험 21회 ▲해군본부 군법무관 ▲인천·춘천지법 판사 ▲서울민사지법 판사 ▲전주·인천·서울지법 부장판사 ▲법률사무소 변호사 ▲대법관
  • 우주 대폭발 ‘빅뱅’ 겪은 최초의 은하 포착

    우주 대폭발 ‘빅뱅’ 겪은 최초의 은하 포착

    관측 사상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은하가 확인돼 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7일(현지시간) ‘세구에 원’(Segue 1)이라는 왜소은하가 지금껏 알려진 어떤 은하보다도 오래된 빅뱅 초기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연구결과를 학자들이 밝혀냈다고 전했다. 학자들은 이 은하에 있는 별들은 지난 138억년간 그 어떤 새로운 별도 생산하지 않고 있어 그야말로 우주에 남겨진 ‘화석’이라고 설명한다. 이번 성과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안나 프레벨 교수가 이끈 연구팀이 칠레 라스캄파나스천문대(LCO)와 하와이 W.M.켓천문대에 있는 데이터를 조사하면서 밝혀졌다. 지구로부터 약 7만5000광년 떨어진 이 은하에 있는 별들의 성분은 대부분 수소와 헬륨 같은 가벼운 원소이며 철 등의 무거운 원소는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 은하가 지금까지 알려진 은하 중에서 가장 화학적으로 별의 진화가 더딘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하고 있다. 즉 우주 초기 때 형성된 은하일수록 그 내부에 있는 별들에는 수소와 헬륨 같은 가벼운 원소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런 별이 진화를 거듭한 끝에 초신성 폭발을 하면서 철 등의 무거운 원소를 방출한다. 따라서 이후 형성된 별에는 이런 무거운 원소의 함량이 점점 높아지는 것 이를 통해 추론해볼 때, 중량이 가벼운 별이 주를 이루는 ‘세구에 원’ 왜소은하가 지금껏 알려진 어떤 은하에 있는 별들보다도 형성 시기가 더 오래됐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은하는 (약 150억년 전 발생한) 우주의 시작인 ‘빅뱅’을 경험하고 살아 남은 최초의 은하가 될 수 있다”면서 기대감을 표했다. 이번 결과는 미국 코넬대학 도서관이 운영하는 물리학 분야의 권위있는 온라인논문저장 사이트(arxiv.org)를 통해 공개됐으며 국제학술지인 천체물리학회지(Astrophysical Journal) 최신호에 실릴 예정이다. 사진=세구에 원 은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간첩사건 증거조작 파장] 김씨는 누구… 자살 시도 왜

    [간첩사건 증거조작 파장] 김씨는 누구… 자살 시도 왜

    증거 조작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자살을 시도한 중국 국적의 탈북자 김모(61)씨는 중국에 사업체를 두고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국가정보원에 대북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는 중국 정부가 위조라고 밝힌 유우성(34)씨의 출입경기록 문서 가운데 하나인 싼허(三合)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의 답변서를 입수해 국정원에 전달한 인물로 이번 사건의 핵심 참고인으로 지목돼 왔다. 7일 공개된 유서 중 “유우성은 간첩이 분명합니다”라는 내용을 볼 때 김씨는 이번 사건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두 아들에게 보내는 유서에서 “중국 공장은 버려라. 너무 힘들게 일하는 모습이 안타깝구나”라는 말을 남겼다. 김씨가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씨는 중국에서 조선족 사업가 단체에서 활동했으며 공장 외에도 각종 사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밝힌 김씨의 신상 정보는 중국 국적의 탈북자 출신이라는 게 전부다. 그러나 유서의 “대한민국 국정원에서 받아야 할 금액이 있다. 2개월 봉급 300×2=600만원, 가짜 서류제작비 1000만원, 그리고 수고비? 이 돈은 받아서 네가 쓰면 안 돼”라는 내용을 볼 때 김씨는 일정한 보수를 받고 중국과 북한의 접경 지역에서 수집한 정보를 국정원에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오래전부터 국정원의 정보원 역할을 하면서 사업 편의를 제공받았다고 전해졌다. 김씨의 국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도 있다. 중국은 탈북자에게 중국 국적을 원칙적으로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경을 몰래 넘은 탈북자가 중국 공안을 통해 호구증(주민등록증)을 위조하거나 남한으로 이주한 조선족의 호구증을 바꿔치기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보아 김씨가 중국 공안을 통해 호구증을 위조했을 가능성도 큰 상태다. 김씨의 신상 정보가 자세히 드러나면 본국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만큼 국정원이 일부러 가짜 신분을 밝혔을 가능성도 있다. 김씨가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압박을 받으면서 관계가 틀어졌을 거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김씨가 국정원의 협조자이긴 하지만 스스로 중국 기관의 공문서를 위조하면서까지 국정원을 도울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또 자살 시도를 한 모텔 벽면에 자신의 피로 ‘국정원’이라 적은 것을 보면 그가 느꼈던 심리 상태를 추론할 수 있다. 그는 유서에서 “지금 국정원은 ‘국조원’(국가조작원)입니다. ‘국민생활보호원’ ‘국보원’이라든가 이름을 바꾸고 거기에 맞게 운영하세요”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중앙은행의 달라진 위상과 소통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 콘서트] 중앙은행의 달라진 위상과 소통

    서울신문은 오늘부터 ‘한국은행과 함께하는 톡톡 경제콘서트’를 매주 월요일 연재합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앙은행으로서 거시·통화·신용·외환 등 부문별 최고의 두뇌들이 포진한 한국은행의 전문가들이 매주 하나씩 주제를 잡아 독자 여러분에게 알찬 경제지식과 시사정보를 1년여 동안 전달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첫 회는 한국은행이 서울신문 지면을 통해 독자들과 직접 만나게 된 데 의미를 담아 조홍균 경제교육팀장이 과거보다 한층 중요해진 각국 중앙은행의 대외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다뤄봤습니다. 포스트 모더니즘의 세계적 권위자로 알려진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이미지’의 관점에서 현대 사회의 여러 현상을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실재보다는 각종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현대 사회를 지배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는 21세기 미디어 사회를 이해하는 데 토대가 되는 이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이론은 현실 세계의 다양한 현상에 대하여 통찰력 있는 설명을 가능케 한다. 현대전(戰)에서 세계는 미디어를 통해 전쟁의 참상이 아닌 미사일 발사 장면만을 목격하며 이에 따라 전쟁을 일으킨 죄책감도 느낄 수 없게 된다. 이는 미디어가 만들어낸 이미지가 실재인 것처럼 작용한 예이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소비할 때 제품 자체보다는 TV 광고에서 보았던 유명 모델의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중앙은행이 수행하는 통화정책도 실재보다는 미디어 등을 통해 표출된 이미지가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미지가 실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상정도 가능할 것이다. 예컨대 외부인에게는 장시간 심사숙고한 정책 수립 및 결정 과정이 아니라 TV 화면에 비친 중앙은행 총재의 모습과 발언이 정책에 대한 평가에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생각할 때 사람들은 뉴스매체에 나타나는 벤 버냉키(Ben Bernanke)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기자회견 모습을 먼저 떠올린다. 오늘날의 통화정책은 상당부분 그 ‘실재’(내부적 측면)보다는 ‘이미지’(대외적 측면)에 의해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중앙은행 내부의 정책 결정자와 외부의 경제주체 간에는 이른바 정보의 격차 및 경제관의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이미지의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커뮤니케이션(소통)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대의 통화정책은 시장 메커니즘 및 시장과의 피드백에 그 운영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더욱 중시된다. 과거에는 정책 수행과정을 외부에서 잘 모르도록 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1920∼44년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총재를 역임한 몬태규 노먼(Montaqu Norman)의 모토는 “설명하지도 사과하지도 말라”였고 1980년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를 심층 분석하였던 언론인 윌리엄 그라이더(William Greider)의 책 이름이 ‘사원(Temple)의 비밀’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이 1987년 9월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내 말이 분명하게 이해되었다면 그것은 나의 의도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라고 밝힌 것은 당시의 통화정책이 투명성과 다소 거리가 있었음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중앙은행이 자신을 밖에 드러내지 않은 채 정책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중앙은행과 금융시장이 선도자와 추종자의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1990년대 이후 금융 자유화와 혁신의 진전으로 금융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자 중앙은행은 일방적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위치가 아닌 시장과의 동반자 관계라는 구도에서 정책을 수행하지 않으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 상황에서는 시장이 스스로 중앙은행의 의도를 따라오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동반자 간의 신뢰 형성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서로에 대한 신뢰는 상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상대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 수 있을 때 굳건해질 것이므로 중앙은행은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할 때 중앙은행과 시장 간 정보 비대칭이 축소되고 상호 이해가 증진될 수 있다. 이런 바탕 위에서 수행되는 통화정책은 보다 적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그 유효성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위기의 수습 과정에서 범세계적으로 중앙은행의 역할이 매우 커짐에 따라 중앙은행의 정책과 활동에 관한 정보의 수요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대중과 매스 미디어의 강렬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중앙은행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중요성과 필수 불가결성이 집중 조명되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거시 건전성 정책이 중앙은행의 새로운 정책 과제로 부각되면서 중앙은행에 금융안정 권한을 부여하거나 강화하는 각국의 입법적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성 제고의 측면에서 보다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기대하는 사회적 인식이 강화되는 흐름도 주목할 만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중앙은행의 권한 확대가 책임성과 투명성의 제고를 통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 이처럼 중앙은행을 둘러싸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여건은 마치 진화하는 생물체와도 같이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지고 있어 이에 어떠한 방법으로 접근해 나갈 것인가는 각국의 중앙은행에 주어진 중차대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조홍균 한국은행 경제교육팀장·미 워싱턴대 법학박사 [쏙쏙 경제용어] ■중앙은행 한 나라의 통화시스템의 중심이 되며 은행제도의 정점을 구성하는 은행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한국은행, 미국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및 연방준비은행, 영국은 영란은행 등이 각국의 특별법에 의해 설립돼 있다. 부분적으로 역할의 차이는 있지만 ‘발권은행’, ‘은행의 은행’, ‘정부의 은행’으로서 기본 공통점을 갖고 있다. ■통화정책 중앙은행이 물가안정 등을 통한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통화량이나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정책을 말한다. 통화정책은 공개시장조작, 지급준비제도, 여수신제도 등의 정책수단을 통하여 수행된다. 공개시장조작이란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에서 국공채 등의 유가증권을 매입 또는 매각함으로써 시중유동성을 조절하는 가장 대표적인 통화정책수단이다. 지급준비제도는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에 대한 법정지급준비율을 변화시킴으로써 금융기관의 신용공급능력을 조절하는 정책수단이다. 여수신제도는 중앙은행이 금융기관과의 대출 및 예금 거래를 통해 자금의 수급을 조절하는 정책수단이다.
  • [김문이 만난사람] 한글 세계화에 앞장서는 국어학자 이상규 경북대 교수

    [김문이 만난사람] 한글 세계화에 앞장서는 국어학자 이상규 경북대 교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서울 세종로 한복판에서 묵묵히 앉아 백성을 살피고 있는 세종대왕을 잠시 알현한다. “전하, 한글날이 다시 공휴일로 돌아왔다고 하옵니다.” 아무 말이 없다. 다시 아뢴다. “공휴일로 재지정된 것이 23년 만의 일이라고 하옵니다. 기쁘지 아니하십니까.” “….” 이번에는 주변에 있던 남녀노소 여러 사람이 세종대왕 앞으로 모였다. 다같이 노래를 부른다. “강산도 빼어났다 배달의 나라/긴 역사 오랜 전통 지녀온 겨레/거룩한 세종대왕 한글 펴시니/ 새 세상 밝혀 주는 해가 돋았네/ 한글은 우리 자랑 문화의 터전/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기르자~” 세종대왕은 그제서야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이 한글날 567돌이다. ‘돌아온 공휴일’이어서 한글에 대한 사랑과 세종대왕의 업적을 다시 한번 뜻깊게 되새기게 한다. 한글날의 유래를 잠시 되짚어 본다. 일제강점기 식민 통치 아래서 조선어학회는 우리의 말과 글을 지키고 국권을 회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1926년 음력 9월 29일(양력 11월 4일) 한글 창제 480돌을 맞아 ‘가갸날’이라는 이름으로 기념식을 가졌다. 바로 한글날의 시작이었다. 그러다가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된 이후 정인지 서문에 ‘구월 상한(上澣)’이라는 기록을 근거로 양력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한글날은 조선어학회의 한글운동, 즉 민족 정체성을 한데 뭉쳐 주권을 회복하자는 실천적 저항운동에서 출발했던 것이다. 이상규(60) 경북대 교수는 열정적으로 한글 세계화에 앞장서는 국어학자로 알려져 있다. 남북 언어학자들이 참여하는 ‘겨레말큰사전’ 편찬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국어 연구와 어문정책을 총괄하는 국립국어원장 시절에는 ‘세종학당’ 설립을 통해 한글 세계화의 기반을 다졌다. 특히 그는 ‘한글 고문서 연구’ ‘언어지도의 미래’ ‘한국어방언학’ ‘둥지 밖의 언어’ ‘방언의 미학’, 그리고 최근에는 한글날을 앞두고 조선어학회 33인의 열전을 담은 ‘민족의 말은 정신, 글은 생명’이라는 책을 펴내는 등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한글의 과학성과 우수성을 전파하고 있다. 한글날 직전 서울 세종로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만났다. 잠시 사진 촬영을 마친 뒤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세종로에서 열리는 이번 한글날 행사 때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논문집 ‘훈민정음, 영인 이본의 권점 분석’ 2500권을 나눠 주면서 훈민정음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다시 알릴 예정이라고 이 교수는 말했다. 최근에 펴낸 책 ‘민족의 말은 정신, 글은 생명’을 꺼낸다. 그는 “우리의 말과 글이 일제의 굴레에서 말살의 위기를 겪는 동안 우리의 말과 글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는 일이라는 신념으로 희망의 땅을 일군 조선어학회 33인의 이야기를 다뤘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시가 추진하는 마루지 사업의 일환으로 광화문거리에 조선어학회 33인 기념탑 조성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문화재청에서는 ‘광화문’ 한글 현판을 떼어내고 ‘光化門’이라는 한자 현판을 달았고 그 앞에 세종대왕 좌상이 있지 않느냐”면서 “대한민국은 한글 공동체임을 다시금 깨달아야 한다. 한글날이야말로 5대 국경일 가운데 한글공동체의 진정한 축제적 의미와 가치를 지닌 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세종대왕은 한자와 한자를 빌려 쓴 이두와 구결의 불편함으로 인한 지배계층과 백성들 사이 소통의 단절, 그리고 이로 인해 생겨나는 지식과 정보의 차등을 뛰어넘기 위해 한글을 만들었지요. 다시 말해 일반 백성을 교화하고 지식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탁월한 애민정신에서 탄생한 결과물입니다.” 문자 자체에도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한글은 인류가 만든 문자 가운데 유일하게 창제자와 창제 연대가 밝혀진 문자라는 점, 그리고 문자의 구성과 조직 면에서도 매우 과학적이기 때문에 전 세계 언어학자들이 한글 표음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글의 창제 원리를 담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으며, 한국어가 유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서 국제특허협력조약(PCT) ‘국제공용어’로 채택돼 세계 속의 한글, 한국어로 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재 한국어 사용자는 8000만명이 넘을 정도로 세계 8~10위의 주요 언어권에 속하며, 근래 ‘세종학당’의 세계 진출로 그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세종학당’은 현재 유럽, 아시아,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51개국 113곳에 세워져 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한글과 한국어가 계속해서 꽃을 피워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 “문자는 사용 공동체가 강한 결속력을 갖게 하고 상상의 공동체를 구성하도록 하는 인자입니다. 로마자는 이라크 지역에서 만들어져 로마에서 유럽 여러 나라와 미국으로 물 흐르듯 퍼져 나갔습니다. 이렇듯 우리 한글도 자연스럽게 상대 국가의 문화를 존중하는 문화상호주의를 기반으로 한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특히 문자가 없는 종족과 그런 국가의 표음문자로 전파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외국의 언어학자들도 충분히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 부처 간의 효율적인 지원과 운영이 절실하고 반듯한 표준학습 교재, 교원, 교육시설 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비정부기구(NGO) 등에서도 봉사정신을 바탕으로 한글을 전 세계에 나눠 주는 ‘한글나눔운동’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이 한국어 배우기가 너무 어렵다는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 국어 어휘 기반의 70%가 한자어에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정부의 외래어와 전문용어 관리가 느슨한 틈을 타 우리말의 생태 기반이 매우 열악한 상황에 이르고 있지요. 사전에도 없는 외국어 한글 표기가 마치 표준어인 양 언론을 통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학문 연구의 성과로 과학, 인터넷에 등장하는 낯선 용어들이 물밀 듯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 외국인의 한국어 배우기는 훨씬 쉬워집니다.” 맞춤법이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는 “언어 기계화를 통해 역기능을 줄이는 것, 즉 사전을 활용하고 또 워드에 어문 교정기를 장착해 불편을 최소화하면 된다. 띄어쓰기 문제는 이미 자동교정 기술의 정확도가 거의 90%를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화제를 바꿨다. 아직도 ‘한글파’니 ‘한자파’니 하는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지 않느냐고 했다. “민감하고 난해한 문제이긴 하지만 국민 소통의 원칙을 지식인이나 국가 지도자의 눈높이에 맞추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한자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언어를 학습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 있듯이 전혀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국민도 있거든요. 말과 글은 하나입니다. 한글이 중심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그러나 수천년 누적돼 온 우리 문화유산이 대부분 한문으로 돼 있기 때문에 이를 정밀하게 연구하려는 사람에게 한문의 학습은 너무나 당연하겠지요. 이런 특수 상황을 고려해 정부에서는 한글로 읽을 수 있도록 번역 사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문화의 창의적 발전을 위해 한글과 한자를 이념적 대립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한글 중심의 소통구조 속에서 필요하다면 대량 번역 작업을 통해 조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한글날의 공휴일 재지정이 한글의 가치를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단다. 한글의 미래에 대해서는 “앞으로 컴퓨터 언어가 인지와 추론까지 가능한 기술로 발전한다면 미래 로봇산업과 직접 연결될 수 있는, 부가가치가 대단히 높은 분야라고 할 수 있다”면서 걸어다니면서 한글 텍스트 입력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 언어의 자동 번역이 가능한 단계가 눈앞에 와 있다고 전망한다. 따라서 한글을 단순한 의사소통 차원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 융성과 미래 지식 정보화 기술력의 한 축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글은 풍화하지 않는 주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은 순간처럼 흩어지지만 글자는 지식과 정보를 고정하는 창고의 기능을 하는 순기능과 더불어 개인과 세상을 어두운 감옥으로 유폐시킬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한글공동체 구성원입니다. 우리 모두 나라 말과 글을 사랑하며, 언어 질서를 우리 스스로 순화시키려는 의지와 노력을 보여야겠습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이상규 교수는 국립국어원장 시절 ‘세종학당’ 설립 주도 1953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났다. 경북대학교 및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경북 방언의 통시 음운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방언조사 연구원과 울산대학교 조교수를 거쳐 도쿄대학교 대학원 객원연구교수, 중국해양대학교 고문교수 등을 거쳤으며 국립국어원장, 남북겨레말큰사전 편찬위원 및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경북대 국문학과 교수 외에 한국문학언어학회장, 국어정책학회장, 한글학회 이사, 방언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방언학’ ‘경북방언사전’ ‘둥지 밖의 언어’ ‘방언미학’ ‘언어지도의 미래’ ‘한글고문서연구’ ‘민족의 말은 정신, 글은 생명’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집으로는 ‘훈민정음, 영인 이본의 권점 분석’ ‘디지털시대의 한글미래’ ‘우리말 연구’ 등이 있다. 일석학술장려상(1986년), 외솔학술상(2011년), 봉운학술상(2012) 등을 수상했다.
  • 결정적 증거는 유전자 검사뿐… 법정서 진위 가려질 듯

    결정적 증거는 유전자 검사뿐… 법정서 진위 가려질 듯

    채동욱(54) 검찰총장이 ‘혼외 아들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 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적인 소송전이 시작됐다. 채 총장이 법무부 감찰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혼외 아들 의혹에 대한 진위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채 총장이 낸 소송은 언론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합의부에서 맡게 된다. 이후 소장을 전달받은 조선일보가 답변서를 보내면 본격적인 법정 공방이 시작된다. 조선일보는 이날 “당사자들의 유전자 감정을 위한 증거보전 신청을 포함해 관련 법 절차에 따라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정정 보도 청구 소송의 경우 접수된 지 3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심리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법정 공방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채 총장과 조선일보는 각자의 주장을 입증하는 증거들을 재판부에 제시해야 하지만 진위를 가리기 위한 결정적인 증거는 사실상 유전자 검사밖에 없다. 혼외 아들로 지목된 채모(11)군이 채 총장과 혈연관계에 있는지 정확하게 확인하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부도 조선일보 보도에 의해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54)씨와 채군에게 유전자 검사에 응하라고 강제할 근거는 없다. 이 때문에 채 총장은 임씨 모자를 설득해 유전자 검사에 대한 동의를 받은 후 재판부에 별도로 감정 신청을 낼 방침이다. 재판부가 감정 신청을 받아들이면 검사를 할 병원을 지정하게 된다. 채 총장이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등 추가적인 법적 조치를 취할지도 주목된다.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재판부는 보도의 사실 여부와 함께 실제로 채 총장의 명예가 훼손됐는지, 위법성이 사라지는 사유는 없는지 등을 심리한다. 채 총장은 “10여년간 임씨와 혼외 관계를 유지하면서 아들을 얻은 사실을 숨겨 왔다는 조선일보의 보도는 명백한 오보”라는 입장이라 향후 양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채 총장은 소장에서 “조선일보는 보도 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본인이나 임씨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소수의 전언(傳言)만을 근거로 ‘추론의 함정’에 빠져 단정적으로 보도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며 보도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임씨와의 혼외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임씨가 운영했던 레스토랑의 손님 중 한 명이었을 뿐 어떠한 부적절한 관계도 가진 바 없다”면서 “만일 혼외 관계였다면 후배 검사들이나 수사관과 함께 그의 레스토랑을 방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채군의 학교 기록에 아버지 이름이 채동욱으로 기재돼 있는 점에 대해서는 “학교의 어떤 기록에 어떤 내용이 기재돼 있는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조선일보는 학교 관계자 등의 전언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일 혼외 아들이었다면 2009년 고검장 승진으로 인사상 민감한 시기에 학교 기록에 굳이 자신의 이름을 기재하도록 하지 않았을 것이고, 법조인들의 자녀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해당 초등학교에 입학시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채 총장은 과거 고(故) 장자연씨 문건 등 확인되지 않은 사안과 공직자 사생활 문제에 대한 보도 태도를 비판하는 취지의 조선일보 칼럼을 언급하면서 “조선일보가 스스로 밝혔던 원칙에 비춰 볼 때 과연 이를 제대로 준수한 것인지 강한 의문이 있다”고 보도 태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어 “지난 6일자 첫 보도에서는 ‘밝혀졌다’라는 단정적인 표현을 썼지만 11일부터 ‘의혹’이라는 표현을 쓰는 등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였다”면서 “7일자에서는 유전자 검사에 응하라고 하더니 검사 의사를 밝히자 시간 끌기용이라고 호도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사태의 또 다른 축인 청와대 불법 사찰 등 배후설에 대한 의혹도 검찰이 나서 조속히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등 시민단체들은 채 총장 사퇴를 둘러싼 청와대 민정수석의 외압 의혹과 조선일보 보도의 명예훼손 여부, 혼외자로 지목된 학생의 개인 정보 불법 유출 등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오늘의 눈] 식약처 ‘환자엔 눈감고 해명엔 발 빠르고’/김민석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식약처 ‘환자엔 눈감고 해명엔 발 빠르고’/김민석 사회부 기자

    서울신문이 지난 15일 ‘식약처, 발암물질 인체 유입 알고도 묵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발 빠르게 설명 자료를 냈다. ‘존슨앤드존슨이 인공 고관절 제품을 자진 회수(리콜)하기 전부터 총 네 차례에 걸쳐 유관 기관과 병원 등에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식약처만큼이나 발 빠른 이들은 또 있었다. 바로 문제의 인공 고관절로 수술받은 환자들이다. 환자들은 지난 15일부터 기자에게 하소연을 쏟아냈다. 그들은 “그렇게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인공 고관절 수술을 받았는데 해당 제품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한 환자는 자신이 존슨앤드존슨 제품이 아니라 독일산 인공 고관절로 수술을 받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털어놨다. 식약처는 설명 자료에서 “지난 5월 존슨앤드존슨에 환자 사후 관리를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도록 조치하고 운영 중인 보상 프로그램을 시술 병원에 직접 알리도록 공문을 통해 지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환자들은 그동안 해당 제품이 리콜된 것조차 모르고 있다가 기사를 보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지난 3년간 단 한 번이라도 제품 회수 공표 명령을 내렸다면 더 많은 환자들이 앞서 알았을 것이고, 뼈가 녹아 재수술을 받은 환자의 수가 줄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조 업체와 시술 병원에 대한 식약처의 직무 유기를 꼬집을 수밖에 없다. 식약처가 ‘할 일을 다했다’고 주장하는 근거인 안전성 서한도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2건만 확인할 수 있었다. 내용도 ‘인공 고관절의 금속부품 마찰로 발생한 잔해물이 연조직 괴사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사용시 주의하라’, ‘매년 환자의 혈액을 검사해 혈중 크롬과 코발트 이온 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재검사를 하라’는 등이었다. 환자에게 부작용을 전달하고, 리콜 제품이라는 점을 설명하라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철저한 사후 관리로 국민 건강을 챙겨야 할 식약처가 ‘편지’(안전성 서한)를 보냈다는 것으로 책임 완수를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염치없는 노릇이다. 식약처는 여전히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은 환자에게까지 모든 정보를 알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재수술을 받았고, 몇 개의 제품이 회수됐는지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이다. 식약처의 안일한 태도 탓에 환자들이 방치됐다고 하면 지나친 억측일까. 지난달 부작용으로 재수술을 받은 김병준씨는 2009년 1차 수술을 받은 뒤 2011~2012년 병원을 찾을 때마다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달 재수술 뒤에 병원에 수차례 질문하자 그제서야 2010년 리콜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그의 뼈는 지난 3년간 녹고 있었다. 식약처는 지금이라도 회수되지 않은 920개의 제품으로 수술받은 환자가 몇 명이고, 재수술받은 환자가 몇 명인지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 일부 환자는 자신의 고통이 3년 전 리콜된 제품의 부작용이라는 것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shiho@seoul.co.kr
  • 독일 과학자 “우주는 팽창하지 않는다”

    독일 과학자 “우주는 팽창하지 않는다”

    독일의 한 과학자가 지금까지 정설로 여겨왔던 ‘우주 팽창론’에 반기를 들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과학지 네이처가 운영하는 네이처뉴스(Nature News)는 16일(현지시간) 최근 온라인 논문 초고 사이트(arXiv.org)에 공개돼 화제와 논란을 낳고 있는 새로운 우주론을 소개했다. 네이처뉴스는 “우주는 빅뱅(태초의 대폭발)으로 시작됐으며 그 이후로 계속 팽창해 왔다. 거의 한 세기 동안 이는 보편적인 우주론이었다”면서 “지금 한 우주론자가 우주는 전혀 팽창하지 않았다는 근본적으로 다른 해석을 내놨다”고 전했다. 이런 주장을 펼친 이는 독일의 이론물리학자인 크리스토프 베테리히(Christof Wetterich) 하이델베르크대학 교수. 그는 우주는 팽창하지 않지만 모든 물질의 질량이 계속 증가해 왔다는 우주론을 내놨다. 베테리히 교수는 “내 해석이 학자들에게는 빅뱅의 ‘특이점’(singularity)으로 불리는 문제가 많은 이슈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특이점은 빅뱅이 일어나기 직전 부피가 없고 온도와 밀도가 무한대인 상태를 의미하며 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으로도 해석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이 매체는 “아직 과학자들이 검토(리뷰) 중이기는 하지만 누구도 이 논문이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지 못하며 일부는 이 이론이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천문학자들은 원자가 방출하거나 흡수하는 특유의 색과 주파수의 빛을 분석함으로써 천제가 지구로부터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는지를 측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질이 멀어지면 주파수는 낮은 대역으로 이동해 스펙트럼 상에서는 붉은색으로 변하는 ‘적색이동’(red shift)을 한다. 이는 구급차가 멀어질 때 사이렌 소리의 음높이가 낮아지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1920년대 조르쥬 르메트르나 에드윈 허블과 같은 천문학자는 은하 대부분이 스펙트럼 상에서 적색이동하며 먼 은하일수록 더 심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관측으로부터 우주론자들은 우주가 반드시 팽창하고 있다고 추론했다. 그러나 베테리히 교수의 지적처럼 원자가 방출하는 특유의 빛 또한 전자와 같은 원자를 구성하는 기본입자의 질량에 지배받는다. 만일 원자 질량이 증가하면 원자가 방출하는 광자 에너지는 증가할 것이다. 한때 모든 질량이 지금보다 적었고 그후 항상 증가해 왔다면 은하의 색상은 현재 주파수보다 적색이동한 것으로 보일 것이며 그 정도는 지구와의 거리에 비례할 것이다. 따라서 적색이동은 마치 은하가 우리에게서 멀어져가는 것처럼 여기게 하는 것이라는 게 이 매체의 설명이다. 이러한 식으로 적색이동을 수학적으로 보면 모든 우주론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베테리히 교수에 따르면 초기 인플레이션(초팽창)에 앞서 빅뱅에는 우주의 밀도가 무한해지는 특이점이 없을 것이다. 대신 빅뱅은 본질적으로 무한의 과거에 발생한 사건이 돼 버리며, 현재의 우주는 정적이거나 수축이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그 이론은 그렇듯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큰 문제가 있다고 한다. 바로 실험으로 검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질량은 차원을 갖는 양이라서 다른 것과 비교해야만 측정할 수 있다. 그 예로 지구 상의 모든 질량체는 프랑스 파리 외곽에 있는 국제도량형국(International Bureau of Weights and Measures)에서 정의한 질량표준 즉 1kg을 비교한 것에 정의해 비교해 상대적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만일 모든 물질의 질량이 함께 증가해 질량표준도 함께 증가한다면 질량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알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 베테리히 교수는 “실험적으로 내 이론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주장은 주제를 벗어난다”면서 “내 해석법이 우주모델을 새로운 시각으로 생각하는데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물리학자들이 양자역학을 수학적으로는 일치하지만 다양하게 해석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또 베테리히 교수는 “내 이론에서 빅뱅의 특이점이 없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캐나다 워털루 페리메터 연구소의 천체물리학자 니야예시 아프쇼르디 박사는 “그의 이론이 갖는 장점과 참신함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아프쇼르디 박사에 따르면 우주론자들이 우주가 팽창한다고 말하는 것은 단지 은하의 적색이동을 해석하기에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학자들은 그의 해석이 한가지 생각에만 너무 사로잡혀 있는 우주론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영국 에든버러대학의 물리학자 아준 베레라 박사는 “오늘날 우주론 분야는 인플레이션과 빅뱅 이론에 중심을 둔 표준적인 모델에만 국한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너무 편해지기 전에 알려진 모든 관측 결과와 일치하는 다른 설명들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4대강 살리기, 정치적 논란 돼 유감” 불쾌한 MB·친이계

    이명박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내 친이명박계 인사들은 11일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에 대해 맞대응은 자제했으나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은 보도자료를 내고 “대운하를 전제로 했다면 세종보를 제외한 전체 보 위에 다리를 설치할 이유가 없다. 4대강 살리기가 본질을 떠나 정치적 논란이 되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조해진 의원은 “앞서 두 번의 4대강 감사에서는 크게 문제가 안됐는데 그동안 바뀐 것이라곤 대통령과 감사원장뿐”이라면서 “전형적인 ‘청와대바라기’식 감사 결과”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날 감사 관련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서도 “청와대가 야당과도 상생을 강조하는 시점인데 적전분열식의 정국운영을 해야 하나”라고 날을 세웠다. 김영우 의원 역시 “입찰 업체들의 공사 담합 의혹은 마땅히 비판받고 조사받아야 한다”면서도 “MB 정부에서 대운하 사업은 국민여론에 의해 포기했는데 왜 4대강과 연결시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직 청와대 참모 출신 인사는 “당시 청와대가 대운하 사업을 지시한 것도 아닌데 감사원이 추론을 통해 관계가 있다고 한 것은 직무 한계를 넘어선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4대강 전도사’였던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 측은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여야는 조만간 국토위 등 관련 상임위를 열고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보고받기로 했다. 민주당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검토한 후 국정조사를 요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집안 일” → “불미스러운 행위” 번복…靑, 성추행 알고도 도피 방조했나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의 행보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정황상 청와대가 사건 당시 윤 대변인의 도피를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특히 청와대 측의 첫 해명과 전혀 다른 내용의 기자회견, 짐도 현지 호텔에 두고 서둘러 한국으로 도피한 행적, 현지 경찰의 기록 등을 고려하면 이 같은 의혹에 무게가 실린다. 이남기 홍보수석은 당시 윤 대변인의 갑작스러운 귀국에 대해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집안에 일이 생겨 먼저 귀국했다. 공식 일정은 끝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귀국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통령 수행 일정에 개인적인 사정이 어디 있느냐’는 기자들의 추궁에 “나도 곤혹스럽다”고 답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미주 한인 여성들이 운영하는 ‘미시 유에스에이’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윤 대변인의 ‘성폭행설’이 급속하게 퍼지면서 이 수석은 9일(현지시간) 긴급 브리핑을 갖고 “(윤 대변인이) 불미스러운 행위를 했다”며 경질 배경을 설명했다. 현지에서 성폭행설이 일파만파로 확대되자 윤 대변인의 귀국 배경이 ‘개인적인 집안일’에서 ‘불미스러운 행위’로 바뀐 셈이다. 또 윤 대변인이 사전에 윗선에 보고 없이 도망치듯 귀국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도 제기된다. 청와대와 윤 대변인이 이와 관련해 소통이 있었으며 청와대가 윤 대변인의 도피 행보를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윤 대변인은 기자단과 함께 묵은 자신의 숙소에 놓아둔 짐을 전혀 챙기지 않는 등 무언가에 쫓기듯 황망히 귀국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도 청와대가 ‘윤창중 사건’의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배재정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사건의 인지 및 대통령 보고 시점 등 경질 과정에 대해서도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가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을 ‘국격을 훼손한 세계적 대망신’으로 규정한 뒤 “윤 대변인이 박 대통령에게 사전 보고 없이 귀국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미국 경찰에 사건이 접수되기 직전 사전에 정보를 입수하고 미리 도망시킨 ‘짜고 친 고스톱’이 의심된다”고 귀국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로스앤젤레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서울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대성독서논술 리딩게임, 독서흥미 프로그램 ‘책이 좋아’ 출간

    대성독서논술 리딩게임, 독서흥미 프로그램 ‘책이 좋아’ 출간

    디지털대성이 운영하는 초·중등 독서논술 프랜차이즈인 ‘대성독서논술 리딩게임’(www.readinggame.co.kr)에서 미취학 7세부터 초등 3학년까지 아동들을 위한 독서 흥미 프로그램 ‘책이 좋아’를 출간했다. 총 3호(3개월 과정)로 발간된 ‘책이 좋아’는 호마다 주교재 1권과 학습도서 3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 주에 한 권씩 책을 읽고서 독서 후 활동을 하는 학습방식이다. 마지막 주에는 그 달의 학습 도서 3권에 대해 종합표현 활동을 수행한다. 디지털 대성은 “쉽고 재미있는 활동을 통해 독서 흥미를 유발하도록 구성했다.”면서 “특히 읽기전략을 적용한 활동을 통해 읽기능력과 사고력을 키우고, 주제 관련 어휘 활동 및 여러 가지 표현 활동 등 재미있고 체계적인 독후 활동을 통해 어휘력과 창의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이해·분석→비판→적용·표현의 3단계를 수행하도록 구성돼 있으며 학습자는 흥미 유발→사실적 이해→어휘력 활동→추론적 이해→비판적 이해→창의적 표현 등 세분화 된 6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처럼 대성독서논술 리딩게임은 단순히 책 읽는 방법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을 동반하는 코칭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학습자가 스스로 차별화된 창의력을 기를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문의 (02)2104-8665.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통합진보 내분 격화] 경기동부연합의 페르소나 이정희의 한계

    [통합진보 내분 격화] 경기동부연합의 페르소나 이정희의 한계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지난 4일 트위터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에 대해 “이정희는 그들의 추한 모습을 가리는 예쁜 얼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얼굴 마담도 궁하니까 적나라하게 본색을 드러냈다. 대중 정치인으로 그의 정치 생명은 끝났다. 안녕 이정희씨.”라고 작별을 고했다. 트위터에서 진 교수가 지칭한 ‘그들’은 민주노동당 자주파(NL) 계열인 ‘경기동부연합’이다. 그리고 ‘이정희’는 경기동부연합이 자신들의 실체를 가린 채 내보인 ‘정치적 페르소나’(가면)인 셈이다. 40대 여성 당대표로 진보 진영의 대표 정치인으로 떠오른 이정희 대표.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3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뒤 그는 서울 용산참사 현장, 쌍용차 노조파업,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등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호명할 때마다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이런 그를 두고 “이 시대에 보기 드물게 진정성이 있는 정치인”이라고 상찬했다. ●정파이익의 틀에 갇힌 숙명 이 대표는 지난 3일 총체적 부실·부정 선거로 드러난 19대 총선 비례대표 경선에 대해 “상황과 이유가 어찌 됐든 가장 무거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면서도 즉각적인 대표직 사퇴는 거부했다. 그러고는 하루 뒤인 4일 당 전국운영위원회에서는 “불신에 기초한 의혹만 내세울 뿐 합리적 추론도, 초보적인 사실 확인도 하지 않았다.”며 경선 부정 진상조사 결과 자체를 불용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정파 이익의 틀에 갇힌 숙명적 한계라는 게 당 안팎의 해석이다. 경기동부연합은 이 대표를 정치권에 발탁시키고 그를 대표 인물로 키워낸 정파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정치적 분기점에서 줄곧 정파의 이익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였다. 4·11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이 대표 보좌관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서울 관악을 경선 여론조사 조작 파문 때도 이 대표는 “경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며 재경선을 하자고 막판까지 버텼다. 당시에도 이 대표가 사퇴를 하지 못한 배후로 주류 당권파인 경기동부연합의 힘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정치적 역할은 이제 끝났다” 당 지분 55%를 쥐고 있는 당권파 가운데 경기동부연합은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울산·인천연합과 민주노총과도 사실상 결별했다. 민노총 위원장 출신인 조준호 공동대표에 대해서는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맹공했다. 비당권파인 국민참여당(유시민), 진보신당 탈당파(심상정·노회찬)와도 극한 대립을 하면서 당내 고립감이 깊어지고 있다. 판을 깨지 않는 이상 당내 세력 재편 과정에서 퇴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대표가 여차하면 판을 깰 수도 있다는 사인을 주며 ‘벼랑 끝 전술’로 나온 데는 경기동부연합의 몰락을 막아야 한다는 정치적 절박감이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이다. 비당권파가 쇄신책으로 제시하는 비례대표 사퇴를 수용할 경우 당권파의 외형이 대폭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정치공학적 셈법도 크다. 진보당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이정희 대표의 정치적 역할은 이제 끝났다.”며 “이 대표가 혁신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은 권력투쟁으로 인식하며 더 이상 진보당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편파적 조사 수용 못해” 이정희대표 사퇴 거부

    “편파적 조사 수용 못해” 이정희대표 사퇴 거부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4일 비례대표 부정 경선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단이 즉각 총사퇴하라는 요구를 거부했다. 이 공동대표는 당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에 대해 “편파적 부실조사로, 공동대표단의 논의에서도 배제된 단순 보고 사안”이라며 이를 채택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부정 경선 파문을 둘러싼 진보당 내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의 갈등이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분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이 국회 원내로 처음 진입한 2004년 17대 총선 후 8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전국운영위에서 “책임져야 할 현실을 피하지 않겠으며 6·3 당직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면서도 “지도부의 즉각 총사퇴와 비상대책위 구성은 장기간 당을 표류시킬 옳지 못한 선택”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오는 12일 향후 정치 일정이 확정될 중앙위가 끝나는 즉시 제게 주어진 무거운 짐을 내려놓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와 관련, “불신에 기초한 의혹만 내세울 뿐 합리적 추론도 하지 않았다. 부풀리기 식 결론은 모든 면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진상조사위는 진실을 밝힐 의무만 있지 당원들을 모함하고 모욕을 줄 권한은 없다.”며 “당원 누구도 그런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역공했다. 경선 부실 관리의 책임자로 지목되고 있는 김승교 중앙선관위원장은 “경선 한 달 전부터 당비 5000원을 납부하고 유권자가 된 당원이 1만 9000명에 달할 정도로 이미 과열됐고 선관위는 뒤처리도 벅찼다.”며 “지역구 당선자들도 현재 문제가 된 동일한 온라인 시스템으로 경선을 치렀다. 총체적 부실·부정 딱지를 붙이면 지역구 후보라고 안전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비당권파인 유시민 공동대표는 “부정이냐 부실이냐를 떠나 우리 당의 비례대표 경선이 민주주의 일반 원칙과 상식에 어긋났다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대립했다. 앞서 진보당 윤금순 비례대표 1번 당선자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의 조직 후보로서 비례대표 경선 사태에 대한 입장을 같이해 당선인으로서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 당선자는 직접 사퇴를 언급하지는 않아, ‘경기동부연합’의 핵심인물인 비례대표 2번 이석기 당선자의 사퇴를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안동환·송수연기자 ipsofacto@seoul.co.kr
  • [통합진보당 갈등 최악] 계파갈등만 재확인 참담한 진보… 결국 ‘파국의 길’ 걷나

    [통합진보당 갈등 최악] 계파갈등만 재확인 참담한 진보… 결국 ‘파국의 길’ 걷나

    4일 오후 국회 도서관 지하 소회의실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는 진보정당이 처한 참담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공동대표단으로 단상에 나란히 앉은 이정희·유시민·심상정·조준호 공동대표는 케이블 채널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저마다 다른 소리를 쏟아냈다. 4·11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비례대표 후보 경선 부정 사건을 보고하고 수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당권파인 이 공동대표와 나머지 세 명의 비당권파 공동대표는 서로의 면전에서 거칠 것 없는 공방을 주고받았다. 이 공동대표는 사퇴를 거부하며 비당권파를 공격했고 그가 말하는 동안 유·심 두 대표의 얼굴은 낙담한 듯 일그러졌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유 공동대표는 “민주주의 일반 원칙과 상식에 어긋난 선거였다.”고 개탄했으며 심 공동대표는 “얘기를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가슴이 먹먹하다.”고 한숨 지었다. 경선 부정 진상조사위원장인 조 공동대표는 “정파의 이해를 떠나 조사한 것”이라며 이 공동대표의 주장을 치받았다. 국민적 충격을 안겨준 선거 부정 앞에서조차 골 깊은 당내 계파 갈등으로 인해 통합진보당은 이날도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통합 넉 달 만에 돌아올 수 없는 분열의 길로 들어서는 모습이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4일 비례대표 부정 경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즉각 총사퇴하라는 요구를 거부했다. 당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도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 공동대표는 오후 3시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 개의와 함께 시작된 모두 발언에서 “책임져야 할 현실을 피하지 않겠으며 6·3 당직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면서 “오는 12일 향후 정치 일정이 확정될 중앙위가 끝나는 즉시 내게 주어진 무거운 짐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를 중심으로 짜일 당권 구도는 이제 없다.”면서 “나를 내려놓고 호소한다. 지도부 즉각 총사퇴는 옳지 못하다. 또 비대위는 장기간 당을 표류시킬 옳지 못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 공동대표는 “참담하고 죄송하다.”면서도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불신에 기초한 의혹만 내세울 뿐 합리적 추론도 하지 않았다.”면서 “부풀리기식 결론은 모든 면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보고서에 명시된 당원들은 조사위로부터 아무런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전혀 소명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부정의 당사자로 내몰렸다.”면서 “특정 IP를 추적해서 유령당원으로 몰아세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진상조사위는 진실을 밝힐 의무만 있지 당원들을 모함하고 모욕을 줄 권한은 없다.”며 “당원의 명예를 헌신짝 취급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자신을 당권파의 ‘얼굴마담’으로 압박하는 데 대한 억울함도 토로했다. 이 공동대표는 “사실관계를 밝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당권파와 함께 철수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내 삶을 모두 걸고 말하겠다. 민주노동당에 어려운 시기에 제 발로 들어가 한 파의 수장으로 당 대표를 맡지 않았다. 국민의 편에서 함께 땀흘렸다.”고 항변했다. 이 공동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발표문을 읽는 동안 목소리가 떨리고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이 공동대표가 진상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요지의 발언을 마치는 순간 장내에서는 당권파 인사들로 추정되는 참석자 다수의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그의 강경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를 비롯한 비당권파는 이 공동대표·당권파의 2선 퇴진을 위해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통합진보당 안에 내재해 있던 계파 간 갈등 구도가 이날을 고비로 최악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현정·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기고] 스마트 대한민국과 빅데이터/김성태 한국정보화진흥원장

    [기고] 스마트 대한민국과 빅데이터/김성태 한국정보화진흥원장

    흔히 ‘숲과 나무를 함께 봐야 한다.’고 하지만 숲과 나무를 한꺼번에 보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숲을 보려면 적당한 거리에서 전체 모습을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나무를 보려면 가까이 다가가 세부적 변화 양상을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흐름을 정확히 읽고 판단하려면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보는’ 탁월함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각은 정부의 국정 운영에도 요구된다. 그 결정에 따라 국가의 융성과 쇠락이 좌우되는 막중한 책임을 지는 정부는 숲과 나무의 상호보완적 관점을 양립해야 하는 중요한 집단 중 하나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의 국정 운영은 단기정책의 수립과 현안의 신속한 해결에만 치중됐던 아쉬움이 있다. 21세기는 한마디로 불확실성과 변화의 시대이다. 단지 내일이 아닌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준비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한국사회의 미래 100년을 책임질 국가발전전략 중 하나는 최근에 화두가 된 빅데이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보기술(IT)의 일상화가 실현되는 스마트시대에는 다양한 종류의 대규모 데이터가 급속하게 축적된다. 이러한 데이터를 잘 활용한다면 의미 있는 사회현상을 읽어내고 중요 사안의 발생 가능성을 미리 추론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는 합리적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선진적 국가정책을 수립하는 데 긴요하게 활용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빅데이터는 국가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낭비요소를 절감하는 데에도 유용하다. 유럽연합(EU)은 비용 절감, 오류에 따른 손실 감소, 세수 증대 등 공공분야의 빅데이터 활용에 따른 비용 효과가 220조~440조원에 이른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미국은 국립보건원 사이트를 통한 알약 검색 정보를 활용하는 ‘필박스(pillbox) 프로젝트’만으로도 연간 약 560억원을, 독일은 연방 노동기관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고용으로 3년간 약 15조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국가발전전략은 세계 일류국가 진입의 설계도가 될 수 있다. 현안에 치중된 단기적 국정 운영이 사회 문제와 어려움에 대한 일시적 해결에 그치는 것이었다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분석 기법에 기반을 둔 장기적 관점의 국가발전전략은 사회 전체를 발전적으로 디자인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2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해라고 할 수 있다. 총선과 대선이 차례로 예정되어 있어 앞으로 대한민국 국정 운영의 기본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새로운 변화의 시작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성공적인 마무리와 함께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을 위하여 방향성 있는 바통을 차기정부에 넘겨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차기정부 국정을 새롭게 준비하는 측에서는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이 그 이후의 50년을 좌우한다는 믿음으로 구체적 실천방안을 갖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청사진이 단지 장밋빛 미래만을 그려낸 사상누각에 불과해서는 안 된다. 한 단계 긴 호흡으로 널리 그리고 멀리 보는 혜안, 나아가 그 혜안을 빛나게 해줄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데이터 분석 기반의 국가발전전략 수립만이 스마트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줄 굳건한 초석이 될 것이다.
  • “한국불교, 30년후 심각한 위기”

    “한국불교, 30년후 심각한 위기”

    지금 사찰들엔 한국불교에 귀의하기 위한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경향 각지의 절집이며 선방엔 불교적 수행을 통해 ‘참 나’(眞我)를 찾기 위한 사람들이 넘쳐난다. 조계종을 비롯한 각 종단들이 시도하는 템플스테이는 비단 신자들만의 종교적 신행에 머물지 않고 때를 가리지 않는 일반의 문화적 체험으로 각광받는다. 그러면 한 세대, 그러니까 30년쯤 후에도 한국불교가 지금처럼 성황을 누릴까. 한국불교가 한 세대 후엔 교세가 엄청나게 줄어들 뿐 아니라 출가자의 급속한 감소와 종단의 고령화로 심각한 상황에 빠질 것이란 예측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조계종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부설 불교미래사회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44년, 한국불교의 미래’ 보고서가 그것. 한국불교의 맏형 격인 조계종 종단 내에서 자체적으로 미래의 한국불교를 비관적으로 내다본 자화상이 그려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불교미래사회연구소가 ‘자화상’의 시점으로 삼은 2044년은 1994년 종단개혁 이후 50년이 되는 해. 보고서는 지금 종단 안팎에서 이런저런 자정과 쇄신운동이 번지고 있고 신행과 종단운영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리 밝지 않은, 어찌 보면 암담한 한국불교의 미래를 예측해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조계종 자료집·통계청 조사 연구 조계종 통계자료집과 통계청 종교인구조사 자료에 바탕한 미래의 자화상은 불교 교세의 하락에 우선 주목한다. 1995년 이후 불교 인구를 그래프로 보면 수평을 유지하고 있는 편. 이에 비해 천주교는 10년 단위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결국 한 세대 후에는 불교 신자는 감소하고 가톨릭 신자는 빠르게 늘어 가톨릭이 한국의 최대 종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구소는 “총 인구 수가 2018년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한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천주교 신자가 꾸준히 늘어나기만 한다는 예측 자체는 비현실적일 수 있지만 2044년쯤 천주교가 한국 최대 종교가 되리라는 정도는 충분히 추론해 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불교계의 출가자가 급감해 조직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인력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들어 있다. 조계종 출가자 수는 2000년 당시엔 500명이 넘었지만 10년 뒤인 2010년에는 300명에도 못 미쳐 감소 비율이 연 7%에 이른다. 이 추세라면 2044년쯤 연간 출가자는 고작 20여명에 불과할 것으로 점쳐진다. 출가자 감소는 바로 승가의 노령화를 뜻한다. 2008년 조계종단에서 65세 이상의 승려 비율은 12.3%였지만 30년 후엔 36.94%까지 올라간다. 종단 내에서 노스님 인구가 현재의 3배가 되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젊은 승려 1.7명이 나이 든 승려 1명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을 갖는다. 노스님 부양 부담이 커지면 당연히 노후복지제도 유지를 위한 종단 집행부의 지출이 점점 늘어나게 되고 결국 재정적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고 연구소는 보고 있다. ●젊은층 포교 여부가 관건 중앙종단의 재정 운용폭이 축소되면 사찰 간에 심한 양극화를 불러올 수 있다. 지금 추세대로 불교가 젊은층을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 30년쯤 후에는 각 불교 종단이 심각한 인력부족과 노화현상에 시달리게 될 것이며 다시 신자 수가 급감하는 부메랑 현상을 불러올 게 뻔하다. 결국 전국의 사찰들이 통폐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1994년 종단개혁을 통해 조계종은 엄청난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었지만 현재 추세라면 위험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만들어 낼 것인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전방위 3각 이동경로 추적… 빈틈없는 IT방역 뜬다

    전방위 3각 이동경로 추적… 빈틈없는 IT방역 뜬다

    2010년 11월 28일 경북 안동시 양돈 농장에서 구제역 발생이 확인됐을 때 그곳을 떠난 ‘사료 차량’은 이미 경기 파주를 다녀간 뒤였다. 충청 지역은 ‘축산업자’(사람)로 인해 구제역이 확산된 것으로 추정됐다. 강원 원주, 횡성, 홍천 지역은 양돈 농장들이 상호 간 위탁농장 등을 운영하면서 ‘가축’을 통해 질병이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사람, 차량, 가축의 이동 중 하나라도 잡지 못하거나 이동 경로를 재빠르게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 구제역 확산을 막을 방법은 없는 셈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 ‘3대 요소’를 제어하기 위해 정보통신(IT)기술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재 소는 한 마리당 귀에 기표가 달려 있다. 따라서 구제역이 발생하면 그 지역의 소가 이동하는 경로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돼지는 2014년이 돼야 농장별로 돼지의 움직임을 모두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사료 차량이나 사람의 경우 지금까지는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단이 없었다. 이에 따라 수의과학검역원의 질병 역학조사는 대부분 발생 지역의 축산인들에게 직접 물어본 결과를 가지고 질병의 이동 경로를 조합하는 방식이다. 정부 관계자도 14일 “역학조사에 추론이 개입하다 보니 축산농민이 베트남에 다녀와 구제역 바이러스를 국내에 반입한 것이라는 조사 결과에 대해 모든 책임을 축산업자에게 뒤집어씌운다는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는 축산인의 경우 휴대전화를 통해 질병 발생 시에만 동선을 추적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사료차량에는 GPS(위성항법장치)를 장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문제는 가축이다. 개체별 일련번호가 부여된 소의 경우도 아직 유통, 판매 단계 등에서 일련번호를 손으로 직접 적어 기록을 남기는 방식이어서 실수나 누락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9일 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ion·전파를 이용해 먼 거리의 정보를 읽는 기술)를 이용한 기표 시연회에 참가했다.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100m 밖에서도 식별이 가능하다. 가격은 1000원대인 일반 기표에 비해 2~3배에 달하지만 국내에서 개발할 경우 가격 인하도 가능할 전망이다. 돼지의 경우 짧은 출하 기간 때문에 가격에 비해 RFID 기표의 효용성이 적다. 기표는 재활용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돼지는 소와 달리 한곳에서 태어나 도축되는 것을 고려해 돈사 단위로 관리하게 된다. 정부는 IT기술을 접목한 ‘사람, 차량, 가축’ 이동 경로 추적 시스템을 몇몇 종축에 시범적으로 도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다른 도구도 속속 개발 중이다. 청와대와 과천종합청사 2동에 설치돼 있는 연기형 소독약 분사기는 고정식 외에 커튼식으로도 설치가 가능해 축사의 천장에서 제어장치에 의해 정해진 시간과 순서에 따라 소독약을 분사한다. 바이오칩 스캐너를 장착한 구제역 ‘간이 확진키트’도 개발 중이다. 현재는 간이 항체키트로 구제역의 양성·음성 여부를 판단한 후 수의과학검역원에서 확진 판정 및 구제역 바이러스 유형 판단을 한다. 하지만 간이 확진키트를 이용하면 현장에서 바로 바이러스 유형까지 판별할 수 있다. 안동시에서 첫 구제역이 신고되기 전인 지난해 11월26일 구제역 의심 증세를 보인 가축을 간이 항체키트로 검사한 결과 음성으로 판정된 후 수의과학검역원에서 양성 판정이 나오면서 간이 확진키트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이 외에 공항 드나드는 축산인들이 감지를 못하는 상황에서 소독을 진행하는 기술의 개발도 추진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011년 농식품부의 R&D사업비는 1339억원으로 지난해 1092억원에 비해 247억원(22.6%)이 확대됐다.”면서 “특히 이 중 신규 투자액인 430억원은 구제역 등 현안 연구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경주·황비웅기자 kdlrudwn@seoul.co.kr
  • 전문가도 이해못하는 3가지 의문

    지난 11일 오후 발생한 ‘KTX산천’ 탈선 사고 원인과 관련, 국토해양부와 코레일의 해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측 설명은 기술적으로 이해가 안 되고, 불가능한 추론”이라는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문제 제기는 철도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어 최종 사고 조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사고의 단초가 된 너트는 선로전환기의 밀착쇄정기 컨트롤러 5번단자 접점 고정용이다. 사고 발생 후 빠진 것이 발견됐다. 이에 대해 익명의 한 전문가는 “경험이 많은 감독관이 선로전환기 컨트롤박스를 열었을 때 한눈에 알 수 있는 5번 단자의 빠진 너트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낮 12시 53분 하행선을 이용해 광명역으로 진입하는 열차에 맞춰 구로에 있는 관제센터에서 선로전환기를 우측(하행선)으로 작동시켰다. 그러나 불일치 표시가 발생해 직진(상행선)으로 재전환했다. 코레일은 레일이 처음 갈라지는 진입부는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고 중간부(크로싱)만 직진으로 전환되면서 열차가 이탈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른 해석을 내놨다. 전환기는 진입부와 중간부가 동시에 움직이고 열차가 일정거리에 오면 전환이 불가능하도록(쇄정) 장치가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다만 수동 시는 ‘해정’(전환)이 가능한데 오전 작업 내용을 모르는 관제센터가 재전환을 시도한 것은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반증이다. 적색신호로 전환하는 등 비상조치가 뒤따랐어야 했다. 진입부 장애를 관제센터가 인지했는지 여부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게 됐다. 코레일은 지난 14일 이번 사고와 관련해 “작업자 과실로 유지보수 매뉴얼의 금지사항이 명백히 있는데 지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매뉴얼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철도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한 관계자는 “자체 제작한 매뉴얼이 있지만 업무 처리나 작업상 주의사항 등을 담은 일반적 사용설명서”라고 전했다. ●열차 운영·신호체계 점검 한편 국토해양부는 KTX 탈선사고와 관련, 철도공사의 열차운영과 신호제어체계 등에 대한 특별점검을 한다고 15일 밝혔다. 국토부는 철도정책관을 단장으로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교통안전공단, 철도시설공단, 외부전문가 등 13명으로 구성된 합동점검단을 오는 21일 출범시킨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오상도기자 skpark@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 기억 상실 정치가 폭력 국회의 뿌리

    [김형준 정치비평] 기억 상실 정치가 폭력 국회의 뿌리

    올해 12월에도 어김없이 ‘폭력, 개그, 허무’가 판을 치는 ‘난장판 국회’가 연출됐다.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자, 민주당이 극렬하게 저항하면서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패싸움이 난무하는 폭력의 전쟁터로 전락했다. 그런데 예산안 강행 처리를 진두지휘했던 한나라당 원내 대표는 “이것이 바로 정의이다.”라는 개그성 멘트를 날리기도 했다. 더구나 이런 난장판 국회 속에서도 지역구 예산을 챙기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예산을 강행 처리하면서 서민을 위한 주요 예산들이 누락되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초당적 대응이 필요한 시기에 왜 한나라당은 기습적으로 예산안을 강행 처리했을까? 경제를 살리고 서민들을 위한 예산을 연초에 바로 집행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지만 정치적인 이유를 추론해 보면 이렇다. 첫째, 흔들리고 있는 대통령의 리더십을 바로 세워 조기 레임덕을 막기 위한 전략일지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MB)은 한나라당 지도부에 정기 국회 폐회 시일인 9일까지 예산안을 통과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엄밀하게 따지면 요청이 아니라 지시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가뜩이나 북한의 기습 포격으로 MB의 안보 리더십이 도전받고 있는데 만약 이런 지시가 먹혀들지 않으면 권력누수가 심화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둘째, 최근 정부 여당에 불거지고 있는 악재들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목적일 수도 있다. 우여곡절 끝에 한·미 FTA 추가 협상이 마무리되었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익의 균형이 깨진 굴욕적 협상이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더구나, 박근혜 전 대표도 민간인 사찰 의혹의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당 내 친박계의 반발이 고조되고 있었다. 따라서, 이런 악재 속에서 시간을 끌면 끌수록 정부는 불리하고 야당의 목소리는 강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기 위해 선제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보여진다. 셋째, 4대강 사업은 타협이 있을 수 없다는 MB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것 같다. 지난 3일 서울행정법원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취소할 이유가 없다.”고 판결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법원의 판결로 4대강 예산 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의 명분이 약해졌다는 점이 강행 처리의 동력이 된 것 같다. 독립적인 헌법 기관인 의원들이 당 지도부의 명령이 떨어지면 피 터지고 깨지면서도 농성, 점거, 폭력에 가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천권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당 지도부에 “강한 인상을 남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강박관념이 작동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치 광대처럼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싸움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폭력 국회의 악순환의 고리를 깰 수는 없는가? 지난 2월 국회 운영위에 의사당 내 폭력에 대해 가중 처벌하고 의원직도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폭력방지법‘이 제출됐다. 하지만 예상대로 이 법은 논의되지 못한 채 계류돼 있다. 국회 내 폭력을 없애기 위해서는 법이 아니라 정치권에서 의식의 대전환이 있어야 한다. “예산안의 통과를 막는 것은 나랏일을 멈추게 하는 것이며 국회의 직무유기를 넘어 범죄행위이다.” 이것은 한나라당 원내 대표의 말이 아니다. 2004년 12월 당시 집권 여당이자 현재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정세균 예결위원장이 한 말이다. “앞으로 모든 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국민들과 장외투쟁을 포함한 모든 투쟁 방안을 강구, 실천해 나가겠다.” 이것은 민주당 지도부가 한 말이 아니다. 2005년 12월 여당인 우리당이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여당이 강행 처리하자 한나라당 지도부가 예산안 심의를 전면 거부하면서 한 말이다. 국회 파행은 똑같이 일어났지만 정치권의 말과 행동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과거에 자신들이 무슨 말과 무슨 행동을 했는지 까맣게 잊어버리는 기억 상실의 정치 속에서 폭력 국회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앞으로 여당이 야당이 될 수 있고, 야당이 여당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국민을 두려워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역지사지의 정치를 펼칠 때만이 ‘폭력 제로의 상생 국회’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 교포주주 답례금? 이행장 실제 썼나?

    ‘신한 사태’가 본격적인 ‘치고받기’식의 결투로 전개되고 있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백순 은행장과 직무정지된 신상훈 지주 사장 간의 법정 다툼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 행장이 수백억원대 재산가인 한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5억원’을 받은 돈의 성격이 도마위에 올랐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 행장에게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이 폭로전에 ‘혼자 죽지 않겠다.’는 신 사장 측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조사를 앞둔 반격카드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이 과정에 노조가 의문의 ‘정보 창구’가 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같이 죽는다는 싸움으로 해석한다. 재일교포 주주가 지난해 4월 이 행장 측에 ‘좋은 곳에 써달라.’라는 의미로 5억원이 입금된 통장과 도장을 전달한 진짜 배경이다. 신한은행 측은 “써야할 좋은 곳이 떠오르지 않고 바쁘다 보니 이 행장도 잊고, 돈을 전달받은 이모 전 비서실장도 깜박 잊은 것 같다.”며 돈의 성격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문제는 5억원을 받은 시점이 묘하다. 신한지주는 지난해 2월 운영자금 마련을 위한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이어 그 다음달 이사회에서 재일교포 주주 42명에게 ‘실권주(회사가 증자할 때 기존 주주들이 신주를 포기할 때 발생하는 주식)’ 147만주 가운데 130만주 배정을 결정했다. 유상증자의 신주 가격은 주당 1만 6800억원, 납일 기준일의 주가는 2만 5100원이었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각각 3만~7만주를 배정받았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2억 5000만~5억 8000만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얘기다. 신한지주 측은 “신한금융그룹의 로열티와 주식보유 이력을 고려할 때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가장 많이 배정받은 재일교포 주주의 주식이 7만주이므로 5억원을 답례로 하기엔 너무 큰 금액”이라면서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5억원을 개인이 아닌 재일교포 주주 42명의 ‘대표 답례금’으로 확대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신한은행 측은 문제의 5억원 전액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돈을 관리했던 이 전 비서실장은 일부를 현금화했다. 돈을 쓰기 위해 통장에서 5억원의 일부를 출금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신한은행 측은 “일부를 현금화한 뒤에 바로 금고에 넣었기 때문에 총액 5억원이라는 사실엔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돈을 통장에서 뺀다는 것은 쓰겠다는 뜻”이라면서 “문제가 불거지자 5억원을 맞춰 넣을 수도 있다.”고 추론했다. 이 행장의 5억원 수수엔 노조도 개입해 있다. 김국환 신한은행 노조위원장은 “2~3주 전에 계좌출금 내역 등과 함께 제보를 받았다.”면서 “이전에도 비서실이 기탁금을 받아서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번엔 확실한 자료와 제보였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검찰 조사를 앞둔 양측 간의 폭로전이 또다른 양상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김경두·오달란기자 golder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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