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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 영어·‘불’ 국사… 작년보다 쉬워진 지방직 공채

    ‘물’ 영어·‘불’ 국사… 작년보다 쉬워진 지방직 공채

    올해 지방직 7급 공무원을 선발하는 공개경쟁 신규임용시험(공채)이 지난 1일 전국 16개 시도(서울 제외)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275명 선발에 3만 3548명이 몰리면서 122대1의 평균경쟁률을 보인 이번 시험은 지난해보다 난도가 평이했다는 게 수험가의 반응이다. 앞서 지난 8월 시행된 국가직 7급 공채 필기시험에 비해서도 무난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합격자는 오는 24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각 시도 홈페이지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서울신문은 공단기의 도움을 받아 2주에 걸쳐 2016년도 지방직 7급 공채 필기시험의 출제 경향과 난도를 살펴본다. 경제학은 예년에 비해 계산문제 비중이 커진데다, 다소 생소한 유형의 문제가 출제됐다. 신경수 강사는 “2014년부터 계산문제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가 그대로 반영됐다”며 “문제를 푸는 데 시간이 부족했던 수험생은 이번 시험을 어렵게 느꼈을 수 있지만, 기존 경제학 이론을 벗어나는 문제가 나오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최근 몇년간 출제됐던 재무관리 문제는 올해 빠졌다. 대신 소비자 잉여를 계산하면 쉽게 접근이 가능한 경매 문제와 비용 편익분석, 조세 관련 문제가 나왔으며, 국제경제학에서는 최적관세와 관련한 문제가 나왔다. 변별력이 있었던 것은 실효보호관세율을 계산하는 문제였다. 신 강사는 이와 관련, “이미 문제 속에 답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차분히 생각하면 크게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출제 비중이 낮았던 현금보조, 현물보조, 가격보조를 비교하는 문제도 나왔다. 영역별로 보면 올 시험은 미시경제학에서 9문제, 거시경제학에서 7문제, 국제경제학에서 4문제가 출제됐다. 국어는 출제방향이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달라졌다. 김병태 강사는 “지난해에는 음운 탈락, 품사 찾기, 훈민정음, 문장 고쳐쓰기, 어법에 맞는 문장, 복수 표준어, 비유법 등이 출제된 반면, 올해는 지난해와 겹치지 않는 문제가 주로 나왔다”며 “지난해 시험과 차이를 두려는 출제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현대소설에서 사평역, 역마, 해방전후 등 3문항을 출제했으나, 올해 시험에서는 현대소설이 아예 등장하지 않았다. 독해 지문의 비중은 지난해 3문항에서 올해 5문항으로 커졌다. 김 강사는 “출제 방향을 결정하고 공부하면 절대 안 된다는 점이 또 한 번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기출 경향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고 공부한 수험생에게 전반적으로 불리한 시험이었다. 다만, 논리적 오류에서 무지의 오류를 찾는 문제를 푸는 데는 지난해 서울시 7급 기출을 풀어 봤던 수험생이 훨씬 유리했다. 또 지난해에는 한자성어 2문항이 출제된 반면, 올해는 한자성어가 아닌 한문(논어 학이편, 맹자의 양혜왕편)에서 2문항이 나왔다. 김 강사는 “한문을 등한시한 수험생은 크게 당황했을 것”이라며 “한자, 한자성어, 한문을 익혀야만 고득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사는 전반적으로 어렵게 출제됐다. 신명섭 강사는 “한국사 A형이 이번 지방직 7급 필기시험 전 과목 가운데 체감난도가 가장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무단통치, 서긍의 ‘고려도경’, 조선시대 통치기록, 박지원을 다룬 4문제 정도가 가장 어려웠다. 자료 제시형(사료형) 문제 중에서 고려 인종 시기 송나라 사신으로 왔던 서긍의 ‘고려도경’과 조선후기 연암 박지원에 관한 제시문에 수험생이 가장 난감해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자료 제시형이 사료분석과 사고력에 관한 문제였다면, 이번 문제는 출처나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였다. 이론서의 내용을 암기했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근초고왕, 과전법, 삼국시대 도성, 혼인풍속, 아관파천, 조선시대 사행, 광무개혁, 신라 경덕왕, 군역의 변화, 여운형을 다룬 10개 문항은 중간 수준의 난도였으며, 신석기, 흥선대원군, 한국광복군, 고구려와 옥저 비교, 고구려 순서, 동학농민운동을 다룬 6문항은 수월하게 풀릴 만한 문제였다. 출제 유형별로 보면 자료 제시형이 10문항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사건의 순서와 시기를 묻는 문제는 3문항 정도로 난도는 높지 않았다. 그 밖에 단순 문답형 문제가 7문항 정도였다. 한편 삼국시대 도성의 구조, 조선 시대 사행, 경덕왕 시기 불국사와 석굴암 문제 역시 수험생의 체감 난도를 높였다. 영어는 평이한 수준으로 출제됐다. 조태정 강사는 “특히 어휘가 쉽게 출제됐기 때문에 수험생 대부분이 쉽게 시험을 치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역별로 보면 어휘 4문제, 문법 5문제(영작 3문제), 생활영어 2문제, 독해 9문제 등 20문항으로 구성됐다. 문법은 박스 형태의 틀린 부분을 고르고, 영작을 하는 문제가 고루 나왔다. 독해는 지문의 길이가 길지 않았으며, 주어진 지문의 주제, 제목, 필자의 주장 등을 묻는 유형을 비롯해 빈칸 추론, 통일성, 어순배열, 요약문, 내용의 일치, 어휘추론 등 다양하게 출제됐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우리 아이 아직 거짓말 못 해”… 그건 엄마의 착각

    “우리 아이 아직 거짓말 못 해”… 그건 엄마의 착각

    복잡한 심리 추론·공감 능력 확인 어른, 아이 거짓말 절반만 간파 SF영화 ‘엑스맨’에는 초능력을 가진 돌연변이들과 그들의 리더인 찰스 자비에가 나온다. 일명 ‘프로페서 X’로 불리는 그는 다른 사람의 머릿속과 감정을 읽는 강력한 텔레파시 운용 능력을 갖고 있다. 일종의 독심술이라고 할 수 있다. SF영화에서는 독심술을 초능력자만이 갖는 특별한 능력으로 표현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누구나 타인의 마음을 인식하는 능력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 바로 발달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마음이론’(theory of mind)이다. 마음이론은 마음과 행동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것을 설명하는 심리학적 이론으로, 비교적 최근에야 등장했다. 어린아이들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할 때와 무생물과 상호작용할 때 다르게 행동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마음을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어린아이들은 아직 두뇌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도 발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과 침팬지나 오랑우탄 같은 유인원들은 사람의 공감 능력 같은 마음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와 법심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법과 행동’에 마음이론과 관련한 재미있는 연구가 소개됐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잠깐 동안 눈을 뗐을 뿐인데 아이들이 우유를 엎질러 놓는다거나 애지중지하는 접시나 꽃병을 깨는 ‘대형 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때 아이들은 애완동물이나 동생 등 다른 핑계를 대는데, 과연 정말일까 거짓말일까. ‘법과 행동’ 최신호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대(UC어바인) 사회심리학과 연구팀은 50편의 논문에 나온 45개의 실험을 메타분석한 결과 속설과는 달리 어른들이 아이들의 거짓말을 간파하기는 쉽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메타분석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연구나 결과들을 통계적 기법을 사용해 통합하고 종합하는 문헌 연구의 한 방법이다. 메타분석에 사용된 실험 대상은 1만명의 어린이와 어른으로, 어린아이들의 거짓말을 어른이 알아내 맞히는 경우는 4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어른들의 거짓말을 어른이 간파하는 확률은 63.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해도 들키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는 말이다. 또 부모보다 경찰이나 선생님, 기타 교육심리 전문가들이 아이들의 거짓말을 쉽게 알아차린다는 속설도 틀린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과 일반 부모들의 거짓말 탐지 능력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넘어지고 쓰러지는 등 과장된 행동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고 웃을 수 있는 것은 코미디언의 행동에 숨겨진 생각과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고 웃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특징 중 하나로만 여겨져 왔는데 미국 듀크대, 일본 교토대,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공동연구진이 지난 6일자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침팬지나 오랑우탄, 고릴라, 보노보 같은 유인원도 코미디를 보고 웃을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유인원들도 사람들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추론하고 실수를 예상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욕구, 감정과 같은 복잡한 심리 상태에 대해 생각하고 추론하는 능력은 사람도 3~4세 이후에 얻어지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동물들에게서는 발견되지 않는 능력으로 전해져 왔다. 이 때문에 타인의 욕망과 신념, 생각을 인식하는 능력인 마음이론과 공감 능력이 더이상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논쟁을 다시 촉발시켰다. 예를 들어 아빠와 아이가 바닷속 이야기 놀이를 하다가 아빠가 아이가 보는 앞에서 돌고래 인형을 바닷속 궁전인 상자에 넣었다. 때마침 회사에서 전화가 와서 아빠가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그때 아이가 돌고래 인형을 궁전에서 꺼내 동굴인 이불 속에 넣었다고 하자. ‘아빠가 전화를 받고 와서 돌고래 인형을 어디서 찾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많은 사람이 당연히 바닷속 궁전(상자)을 찾아볼 것이라고 답하지만 3~4세 이전 아이들은 동굴(이불 속)에서 찾을 것이라는 답을 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욕구, 감정 같은 복잡한 심리 상태에 대해 생각하고 추론하는 능력을 갖췄는지를 알아보는 데 쓰이는 마음이론의 ‘틀린 믿음 실험’이다. 크리스토퍼 크루펜예 듀크대 진화인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인원들도 타자의 틀린 믿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냄으로써 마음을 읽고 공감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 사람뿐이라는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IT 신트렌드] 인공지능과 클라우드컴퓨팅의 만남/김두현 건국대 인터넷미디어공학과 교수

    [IT 신트렌드] 인공지능과 클라우드컴퓨팅의 만남/김두현 건국대 인터넷미디어공학과 교수

    이제 인공지능 기술은 산업과 사회 곳곳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컴퓨터는 사람의 음성을 인식하고 의미를 추론하며 행동하는 능력을 갖게 됐다. 또한 주식시장을 예측하고, 의사의 진료를 돕는 등 산업 분야에서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저변에는 학습 기반의 인공지능이 있다. 데이터로부터 패턴을 인식하고 그 결과를 의사 결정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양질의 데이터가 많을수록 더 정확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데이터를 계산하고 처리하기 위해 막대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간과하기가 쉽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에는 얼마나 많은 계산이 필요할까? 알파고를 예로 들어보면, 바둑 기보 16만개를 익히는 데 3억원에 달하는 고성능 컴퓨터를 활용해 5주간 학습했다.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학습하는 과정을 상당수 반복했을 것이다. 이것은 학습 기반의 인공지능에는 막대한 양의 계산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막대한 계산을 처리할 수 있는 대안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이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쉽게 말해서 컴퓨터를 빌려 쓰는 서비스이다. 직접 구축하고 유지하기 어려운 고성능 컴퓨터 자원을 일정 기간 대여함으로써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하드웨어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학습기반 인공지능 분야에는 그래픽카드 연산처리장치가 가장 적합하다고 알려졌다. 그래픽카드는 모니터에 정보를 출력하는 것이 본질적인 기능이었으나, 그 성능이 발전해 계산에 활용될 정도에 이르렀다. 현재 클라우드 컴퓨팅은 단순한 웹서버를 제공하는 기조에서 벗어나 그래픽카드와 같은 고성능 계산 자원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 연구자는 직접 구축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고성능 자원을 빌려 쓸 수 있다. 이러한 시장의 잠재성을 파악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고성능 계산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실제로 서비스하고 있다. 하드웨어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에 최적화된 컴퓨팅 환경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하드웨어의 발전을 바탕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은 다시 한번 그 성능의 한계를 뛰어넘을 것이며 이를 통해 지금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인공지능 토양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토양이 마련되면 드디어 산업 전반에 인공지능의 활용이 현실화되는 대변혁이 가시화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인공지능이 있다는 것은 이제 보편화된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자 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인공지능을 위한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개발에 연구 역량을 모으고 범국가적 인프라 확충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씨줄날줄] 北 장수연구소/구본영 논설고문

    [씨줄날줄] 北 장수연구소/구본영 논설고문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에 근무하던 북 보건성 간부와 그 가족이 지난달 말 탈북했다는 소식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건강을 돌보던 인사의 탈북이라 그런지 정부는 아직 시인도 부인도 않고 있다. 다만 일가족이 이미 서울에 와 있다는 등 보도는 꼬리를 물고 있다. 이 간부는 북한에서는 생산되지 않는 약품을 구매하는 ‘무역 일꾼’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과 장관급 이상 고위 간부들의 진료를 담당하는 평양 봉화진료소에서 쓰는 약재를 공급해 왔다는 것이다. 국내외 정보기관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더구나 그는 김정은 등 김씨 일가의 건강을 연구하는 북한의 ‘장수연구소’ 출신이라고 한다. 어쩌면 김씨 일가의 과거 병력이나 현재 건강 상태 등을 추론해 볼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무병장수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인간의 생래적 소망이다. 돈과 지위 등 가진 게 많을수록 그런 욕망은 더욱 강렬한 게 인지상정이다. 진시황 이래 불로장생(不老長生)은 동양 사회 권력자들의 ‘로망’이었다. 하지만 중국 현대사의 거물 중 술은 마셨으나 담배는 피우지 않았던 저우언라이는 73세에 죽고,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웠던 마오쩌둥은 83세에 사망했다. 반면 술과 담배는 물론 카드놀이까지 즐겼던 덩샤오핑은 93세까지 살았다. 권력자의 장수도 인위적으로는 이룰 수 없는 허망한 욕망임을 일깨우는 ‘블랙 유머’다. 같은 유교 문화권에서 사회주의를 표방해 왔지만, 중국보다 북한 집권층이 더 장수에 집착해 온 인상이다. 생전의 김일성 주석은 ‘만수무강연구소’를 만들었다. 그가 일상적으로 마시고 먹는 물과 음식은 물론 각종 약재까지 장수에 도움이 되는 최적화 상태로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여기에서 10대 젊은 여성의 피를 김 주석에게 수혈하는 엽기적인 의료법까지 고안했다는 탈북자들의 증언도 있다. 김일성·김정일 시대 ‘만수무강연구소’가 김정일 사망 후 ‘장수연구소’로 이름은 바뀌었다. 그러나 이름값을 못한 것은 매한가지다. ‘불로초’에 버금갈 영약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83세와 69세의 일기로 사망한 김일성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말할 것도 없고, 김정은도 과체중 등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북한은 1998년 사회주의 헌법을 고쳐 주석제를 폐지했다. 김일성의 직위를 ‘영구 결번’으로 남겨 놓기 위해서였다. 북측이 사회주의 이념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그의 ‘영생’(永生)을 기원하며 북한 전역에 영생탑 등 상징 조형물을 세운 것도 이때부터다. 금수산태양궁전 내 그의 시신을 보존하고 있는 방 이름도 영생홀로 부를 정도다. 그러나 장수연구소 출신을 비롯한 북한 특권층의 잇단 탈북은 뭘 말하나. 북한이 지금처럼 보통 주민들의 민생을 돌보지 않는다면 김정은의 건강이 아니라 세습체제 그 자체에 먼저 적신호가 켜질 듯싶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트럼프, 검찰총장들에게 30년간 정치자금 기부했다”

    “트럼프, 검찰총장들에게 30년간 정치자금 기부했다”

    “보험용 아니냐” 의혹도 제기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30년간 자신의 사업을 감독하는 주(州) 검찰총장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해 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는 주 검찰이 자신의 사업에 대해 조사하거나 승인 심사를 할 때에도 총장에게 돈을 준 것으로 드러나 ‘보험용’이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WSJ는 트럼프의 정치자금 기부 내역을 들여다본 결과 2001년부터 2014년까지 여러 주의 검찰총장과 총장직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총 14만 달러(약 1억 5570만원)를 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2001년 이전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트럼프는 1980년대와 90년대에도 사업 핵심 지역인 뉴욕주의 검찰총장에게 지속적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했다고 WSJ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는 현 뉴욕주 검찰총장인 에릭 슈나이더맨이 2010년 총장 선거에 도전했을 당시 1만 2500달러를 그의 캠페인에 기부했다. 2011년 6월에는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와 그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가 슈나이더맨 후원회를 주최했는데, 이 즈음 뉴욕주 검찰은 트럼프가 세운 트럼프대학과 관련한 사기 사건을 조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3년 슈나이더맨은 트럼프대학을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트럼프는 뉴욕주 공공윤리위원회에 슈나이더맨이 트럼프대학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자신에게 정치자금을 요구했다고 고소했지만, 위원회는 트럼프의 주장을 기각했다. 트럼프는 2011년부터 2년간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이었던 카말라 해리스에게 6000달러를 기부했다. 2014년에는 자신의 자선단체 예산으로 플로리다주 검찰총장 팜 본다이의 재선 캠페인에 2만 5000달러를 건넸다. 캘리포니아주와 플로리다주 검찰은 모두 트럼프대학의 사기 사건을 관할하고 있었다. 트럼프의 정치자금 기부 역사는 19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는 1985년 당시 뉴욕주 검찰총장인 로버트 에이브람스에게 1만 5000달러를 기부했다. 트럼프는 당시 아파트 세 곳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이는 뉴욕주 검찰의 승인이 필요한 사업이었다. 1989년 이 일을 조사한 뉴욕주 정부진실성위원회는 “트럼프가 자신의 사업에 대한 호의적인 행동을 바라고 총장에게 돈을 줬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또 1997년부터 2007년까지 뉴욕주 검찰총장으로 재임한 엘리엇 스피처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했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는 이 같은 기부금으로 기소된 적은 없다. 트럼프가 그동안 힐러리 클린턴을 비롯한 기성 정치인들이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받아 현재 정치 시스템이 망가졌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측은 “기존 정치 시스템이 망가졌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이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어리디킨슨대학이 5일 공개한 양자 가상대결에서 클린턴은 50%, 트럼프는 40%로 나타났다. 로이터와 입소스 조사에서는 클린턴이 44%로, 트럼프를 4% 포인트 앞섰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2016 서울미래컨퍼런스] 농사짓고 간호도… 로봇, 사람과 협업한다

    [2016 서울미래컨퍼런스] 농사짓고 간호도… 로봇, 사람과 협업한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에서 언급되는 핵심 기술은 ▲사물인터넷(IoT) ▲로보틱스 ▲3D 프린팅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이다. 이 기술들이 정보통신(ICT), 물리학, 생물학 등과 융합돼 스마트 공장, 무인자율주행자동차 같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된다. 로봇의 능력은 기계 몸체가 수행할 수 있는 동작과 두뇌가 계산하고 제어할 수 있는 업무에 좌우된다. 최근 로봇에 들어가는 전기 및 기계부품의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인터넷을 통해 지능형 기계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도 한층 커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기의 로봇은 기존 로봇공학 기술에 생물학적 구조를 접목시켜 보다 뛰어난 적응성과 유연성을 갖추게 된다. 이에 따라 정밀 농업에서 간호까지 다양한 분야의 광범위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만큼 활용도가 다양해지게 된다. 더군다나 AI와 결합되면 빅데이터와 센서에서 입력되는 정보들이 딥러닝 알고리즘을 거쳐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고 말하는 것은 물론 외국어 번역까지 가능해져 인간과의 협업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로 IBM과 퀄컴 등 글로벌 기업은 인간 신경망을 흉내낸 뉴로모픽 칩을 개발했다. 이들은 뉴로모픽 칩을 로봇에 장착해 스스로 다양한 외부 자극을 인식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현재 로보틱스 분야 연구는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의 경계를 확장하는 것과 로봇의 제조, 제어능력, 추론, 협동 능력을 향상시키는 두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사인 보스턴컨설팅은 2000년 74억 달러였던 세계 로봇 시장규모가 매년 9% 수준으로 성장해 2025년에는 66억 900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개인용 로봇, 상업용 로봇, 산업용 로봇, 군사용 로봇 가운데 산업용 로봇 시장의 비율은 가장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며 2000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7.6%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우려도 적지 않다. 인공지능과 로보틱스의 발달에 따른 일자리 절벽 시대가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대표적이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제4의 실업시대’ 우려”라며 “올 초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된 ‘미래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주요 15개국에서 향후 5년간 약 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열린세상] 인공지능의 발전과 우리의 미래 준비/이성엽 서강대 ICT 법경제연구소 부소장

    [열린세상] 인공지능의 발전과 우리의 미래 준비/이성엽 서강대 ICT 법경제연구소 부소장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바둑에서 완승을 한 것도 놀라운 일이었는데, 이제는 실생활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파고들고 있다. 얼마 전 구입한 로봇청소기는 자기 몸을 여기저기 부딪쳐 멍드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청소를 하다가 배터리가 떨어지면 원래 위치로 돌아와 스스로 충전을 한다. 골프장의 무인 자율 카트는 운전자의 핸들 조작 없이 정해진 속도로 티박스와 그린으로 사람을 태워 나른다. 위의 사례와 같이 마치 살아 있는 생명 같은 느낌을 주는 기계, 더 나아가 인간의 사고능력, 즉 인지, 추론, 학습 등을 모방하는 기술을 인공지능 기술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로봇기술, 빅데이터 기술,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결합하면서 소위 제4차 산업혁명 또는 지능정보사회로의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 지능정보사회는 모든 사물과 인간이 연결되는 초연결 기반과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인간과 사물의 사고능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문제해결 능력이 제고되는 사회다. 컴퓨터와 인터넷 혁명으로 대표되는 정보사회와는 달리 판단의 주체가 점차 인간에서 기계(인공지능)로 바뀌어 기계가 자율적인 처리, 제어, 예측을 할 수 있는 사회다. 산업혁명에서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했다면 지능정보사회에서는 기계가 인간의 정신노동을 대체하게 된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 전망에 대해서는 비관론과 낙관론이 교차한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나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인공지능이 100년, 200년 내에 인류를 몰아낼 것이라고 한다. 반면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의 지성이 인공지능을 지배하기 때문에 인류 파멸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창의성, 예술성에서는 확실히 인간 지성이 여전히 인공지능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는 견해가 많지만 종전의 기술혁명과는 다른 엄청난 생산성 향상, 일자리 변화 등의 경제, 사회적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어쨌든 우리는 인공지능이 가져올 엄청난 미래의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3월 지능정보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한 데 이어 10월에는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개발(R&D)을 포함한 미래전략으로서 지능정보사회의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하면서 다음의 몇 가지를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선 그동안 항상 우리 계획에서 보여 왔던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는 조급증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대개는 정부나 조직 수장의 임기와 관련해 단기간 내 가시적 실적을 중요시하는 경향이나 감사나 평가에 대비해 정량적 실적을 강조하는 경향이 원인이다. 수십년 앞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해 온 선진국과 달리 우리에게는 충분한 전문 인력도 원천기술도 없다. 따라서 최소 10년 이상의 중장기를 고려해 실행 가능한 목표와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다음 백화점식, 나열식 정책이 아닌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의 기술수준 격차는 지능형 소프트웨어(3.5년), 인프라 컴퓨팅(3.7년), 하드웨어(4.6년), 뇌과학·뇌공학(7.8년) 순인데 음성인식 등 지능형 소프트웨어의 경우 비교적 기술수준 격차가 낮으며, 최근 딥러닝·기계학습 등의 분야에서 기술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내비게이션과 결합한 음성인식 기술 등 우리가 강점이 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되 다른 기초 분야의 경우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끝으로 지능정보사회화 촉진을 위한 제도적 여건의 정비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 의료, 교통, 금융 등 인공지능 응용 분야의 기존 규제를 과감히 혁신해야 한다. 특히 지능정보화의 기초인 대량의 데이터 공유와 처리를 원활히 하려면 지나치게 엄격한 정보보호법제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구호 아래 진행된 1990년대 이후 정보화 추진으로 우리는 네트워크와 하드웨어 중심의 정보기술(IT) 강국을 실현했다. 이제 정보화를 넘어 지능정보화에서도 앞서가려면 소프트웨어에 집중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장기간의 투자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진땀 흘린 한국사… 기본서 넘어서 ‘난도 상’

    진땀 흘린 한국사… 기본서 넘어서 ‘난도 상’

    올해 두 번째인 경찰공무원 필기시험이 지난 3일 전국 80여개 고사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전 과목이 대체로 평이한 수준으로 출제됐으나, 필수 과목인 한국사 등은 다소 변별력이 있었다. 올해 상반기에 치른 경찰 필기시험과 비교하면 난도가 소폭 상승했다는 게 수험가의 반응이다. 박문각 남부경찰학원 강사진의 도움을 받아 과목별 출제경향 및 난도를 분석했다. <영어> 필수 단어·숙어 등 무난 영어는 평이한 수준이었다. 최근 기출 경찰 영어시험에 맞춰 전략적으로 공부했다면 문제를 풀어내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남지해 강사는 “지엽적인 내용보다는 역대 시험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내용이 예상대로 출제됐다”고 말했다. 필수 단어, 숙어를 확실히 익힌 뒤 기출 문제를 중심으로 고난도 어휘를 꾸준히 챙겨온 수험생이라면 당황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독해 영역에서는 빈칸 추론, 순서 맞추기 등 다소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는 지문이 일부 포함됐다. 그럼에도 대부분 독해 문제가 큰 뜻만 파악하면 정답을 고를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한국사> 해방 후 현대사 빠져 의외 이번 경찰 시험에서 수험생이 진땀을 뺀 과목은 한국사다. 이운우 강사는 “한국사는 난도가 ‘상’에 해당할 정도로 어려웠다”며 “기본서에 나오지 않는 내용까지 추가된데다, 알고 있는 내용도 확실하게 암기하지 않았을 때 헷갈릴 만한 문제들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사 출제 경향과 유사하면서도 기본서를 넘어선 부분에서 문제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평년보다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대부분 평이한 난도로 출제된 이번 시험에서 한국사만 유독 변별력이 있었다. 다만, 해방 이후의 현대사 부분에서 단 한 문제도 출제되지 않은 것은 의외였다고 이 강사는 전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사에서는 골고루 문제가 나왔다. 시험이 어려워질수록 기본서를 소홀히 한 수험생이 고득점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필기노트 요점정리에만 의존해 한국사를 공부해온 수험생은 앞으로 반드시 기본서를 정독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경찰학개론> 총론·각론 균형 출제 ‘경찰학개론은 총론과 각론에서 각각 10문제씩 나와 균형을 이뤘다. 총론에서는 한국경찰의 역사와 제도 부분을 제외하고, 경찰학의 기초 2문제, 경찰과 법적 토대 6문제, 경찰관리 1문제, 경찰통제 1문제가 나왔다. 각론에서는 생활안전 3문제, 외사 2문제를 비롯해 나머지 영역에서 각각 1문제씩 출제됐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법률’의 출제 비중이 가장 높았다. 경찰법, 경찰공무원법, 경찰관직무집행법, 경찰감찰규칙, 경범죄처벌법,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보안관찰법, 출입국관리법, 범죄인 인도법에서 각각 1문제씩 모두 12문제가 나왔다. 이론을 다룬 문제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비교, 경찰의 지역관할, 훈령,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셉테드·CPTED), 계급제와 직위분류제, 개괄적 수권조항 인정 여부, 다중범죄의 정책적 치료법에서 각 1문제씩 7문제가 출제됐다. 교통판례에서도 1문제가 나왔으며 박스에서 개수를 고르는 문제 유형이 역대 기출 가운데 가장 적게 출제돼 난도가 낮아졌다는 평가다. 공병인 강사는 “이미 경찰시험에서 다뤘던 경찰관의 경찰장구·분사기·최루탄·무기 등의 사용 관련 규정, 시보임용, 계급제와 직위분류제, 즉시강제, 절대적 인도거절 사유 등이 또다시 등장했으며, 기출 내용이긴 하지만 오랜만에 다뤄진 내용도 있었다”며 “전반적으로 난도가 평이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한번도 출제되지 않았던 ‘개괄조항 인정에 관한 학설’과 ‘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상 임시조치’는 수험생이 까다롭게 느꼈을 내용이다. 공 강사는 “범위가 방대한 과목이지만 기출문제를 많이 차용하기 때문에 80점 정도까지는 쉽게 득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형법> 90% 지문이 판례서 나와 형법에서는 역시 판례의 출제 비중이 높았다. 김승봉 강사는 “결과적 가중범의 법조문,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 착오 2개 지문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든 지문이 판례에서 나왔다”며 “경찰 채용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법조문을 보면서 새로운 판례를 꾸준히 숙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다만, 기본 이론을 숙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맹목적으로 기출 문제 지문을 외우는 것은 금물이다. 지문이 변형돼 출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판례 중에서도 이번 시험에서는 최신 판례와 기본 판례, 판례와 이론, 판례와 법조문 등 다양한 지문이 혼합돼 어느 한 부분에 치중되지 않고 골고루 출제됐다. <형소법> 상소·재심 부담없는 지문 형사소송법도 적정한 수준의 난도로 전 영역에서 고루 출제됐다는 분석이다. 김승봉 강사는 “수사, 증거 부분을 중요하게 다루면서도 전 범위에서 문제를 내려고 한 출제 의도가 드러난다”며 “기본적인 문제와 최신 판례도 균형 있게 배치됐으며, 상소나 재심의 경우 무난한 지문으로 출제돼 수험생 부담이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헌법의 명문규정 여부, 함정수사, 불심검문, 피의자신문, 현행범체포, 구속, 압수수색, 증거보전제도, 공소시효, 간이공판절차, 국민참여재판, 공소장 변경, 엄격한 증명,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전문법칙에서의 피의자신문조서, 탄핵증거, 보강법칙, 동의, 재심, 즉결심판 등이 이번 시험에서 다뤄졌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아하! 우주] 인류의 오랜 호기심, 우주는 얼마나 클까?

    [아하! 우주] 인류의 오랜 호기심, 우주는 얼마나 클까?

    -1920년 4월 26일 섀플리 - 커티스 논쟁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우리은하가 우주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920년대 후반 미국의 한 천문학자에 의해 우리은하 뒤로도 무수한 은하들이 늘어서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우리은하는 우주 속의 조약돌 한 개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발견 하나로 일약 천문학계의 영웅으로 떠오른 사람은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었다. 그는 얼마 뒤 다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놀라운 발견을 하여 인류를 경악케 했다. 그러니까 우주란 상당히 오래 쓰여진 말 같지만, 그 진정한 뜻은 20세기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밝혀지게 된 셈이다. 허블의 발견이 있기 전에도 사람들은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미리내(은하수)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이미 300년도 더 전에 갈릴레오가 자신이 만든 망원경으로 들여다보고는, 어마어마한 별무리들이 뭉쳐 있는 게 은하수라고 인류에게 고한 바가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백년 뒤 칸트라는 18세기 독일의 철학자는 은하수에 대한 놀라운 추론을 내놓았다. 회전하는 거대한 성운이 수축하면서 원반 모양이 되고, 원반에서 별들이 탄생했으며, 은하수가 길게 한 줄로 보이는 것은 우리가 원반 위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들어 보아도 입이 딱 벌어지는 해석 아닌가. 칸트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우리 은하 바깥으로도 무수한 은하들이 섬처럼 흩어져 있으며, 우리 은하는 그 수많은 은하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섬우주론'을 내놓았던 것이다. 이 섬우주론이 끈질기게 살아남아 200년 뒤 미국에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차대전의 연기가 채 가시기도 전인 1920년, 우주를 사색하는 일단의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여 세기의 대논쟁을 벌였다. 장소는 워싱턴의 미국과학 아카데미, 주제는 '우주의 크기'였다. 그리고 그 크기를 결정하는 시금석은 안드로메다 성운이었는데, 그 성운이 우리은하 안에 있는가 바깥에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논쟁은 두 논적을 축으로 하여 불꽃을 튀었는데, 하버드 대학의 할로 섀플리와 릭 천문대의 히버 커티스로, 둘 다 우주에 대해서는 내로라하는 일급 천문학자였다. 두 사람의 이력서를 잠시 살펴보면, 먼저 섀플리는 1919년 최초로 우리 은하계의 구조와 크기를 밝히고, 우리 태양계가 은하계 속에서 자리하는 위치를 찾아냄으로써 태양계가 은하 중심에 있을 거라는 종전의 생각을 뒤집어놓았다. 그리고 안드로메다 성운은 우리 은하 안에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선언했다. 태양계가 우리 은하의 중심에 있지 않다는 섀플리의 우리 은하 모형은 학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고 우주관에 큰 변혁을 가져왔다. 이는 지구 중심설을 몰아낸 코페르니쿠스의 업적에 버금가는 업적이라 할 수 있다. 가난한 농가 출신인 섀플리는 특이한 내력을 지닌 사람이었는데, 그가 천문학을 공부하게 된 것도 꽤나 터무니없는 이유 때문이었다. 언론학을 전공하려고 대학에 갔는데, 그 학과 개설이 1년 지연되는 바람에 다른 과를 찾기 위해 전공분야 안내 책자를 뒤적였다. 처음에 'archaeology(고고학)'가 나왔지만 읽을 수가 없었다. 책장을 넘기니 'astronomy'가 나왔다. 그건 읽을 수 있었다. 이게 섀플리가 천문학을 공부하게 된 이유의 전부다. 그는 나중에 천문대장이 되어 관측을 하지 않는 낮에는 천문대 밖에 나와앉아 개미를 관찰하는 일에 열중하여 개미에 관한 논문을 쓰기도 한 괴짜였다. 이러한 섀플리의 반대편에 선 커티스는 허셜-캅테인 모형을 받아들여 칸트의 섬우주론을 지지하는 쪽이었다. 허셜-캅테인 모형이란 우리 은하 구조를 최초로 연구한 허셜의 이론과 캅테인의 이론에서 나온 우리은하 모형으로, 우리은하의 모양은 지름 4만 광년의 타원체이며, 태양은 그 중심에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 이 모형을 받아들인 커티스는 안드로메다 성운까지의 거리를 50만 광년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섀플리 모형에서 주장하는 우리은하 크기를 훌쩍 넘어서는 거리였다. 즉, 커티스는 안드로메다 성운은 우리 은하 안에 있는 성운이 아니라, 우리 은하 밖의 외부 은하임이 틀림없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대논쟁은 승부가 나지 않았다. 판정을 내려줄 만한 잣대가 없었던 것이다. 해결의 핵심은 별까지의 거리를 결정하는 문제로, 예나 지금이나 천문학에서 가장 골머리를 앓던 난제였다. 그러나 판정은 엉뚱한 곳에서 내려졌다. 3년 뒤 혜성처럼 나타난 신출내기 천문학자 허블에 의해 승패가 가려졌던 것이다. 안드로메다 성운은 우리 은하 밖에 있는 또 다른 은하였다. 이로써 칸트의 섬우주론은 200년 만에 다시 화려하게 등장하게 되었다. 논쟁의 진정한 승자는 칸트였던 셈이다. 허블로부터 안드로메다 성운까지의 거리를 결정한 편지를 받았을 때 섀플리는 "이것이 내 우주를 파괴한 편지다"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판 마넌의 관측 결과를 믿었지. 어쨌든 그는 내 친구니까." 섀플리는 당시 윌슨산 천문대에 있던 동료이자 친구인 판 마넌의 관측값에 근거해 논문을 썼던 것이다. 여담이지만, 섀플리는 학문적으로 반대편에 섰던 허블에게 여러 차례 거친 말로 모욕당한 적이 있었지만 끝까지 허블에게 관대하게 대했다. 뿐더러 "허블은 뛰어난 관측자다. 나보다도 몇 배는 더 훌륭하다" 고 상찬했다니, 섀플리는 대인배였던 모양이다. 평생을 은하 연구에 바쳤던 새플리는 1972년 콜로라도주의 한 노인 요양원에서 영면했다. 향년 87세. 그는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우리는 뒹구는 돌들의 형제요, 떠도는 구름의 사촌이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英연구팀 “‘불의 고리’ 일본 활화산 사쿠라지마 30년 내 대폭발 가능”

     일본 규슈 남부 가고시마현에 있는 활화산 사쿠라지마가 30년 내에 대규모로 폭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브리스톨대학의 제임스 하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사쿠라지마 화산활동연구센터와 함께 발표한 논문에서 사쿠라지마 화산의 마그마 축적량을 분석한 결과 이러한 결론을 발표했다고 BBC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쿠라지마는 1914년 대분화로 58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일본의 대표 활화산으로 현재까지 활발한 분화활동을 보이고 있다.  연구팀은 사쿠라지마 화산이 매년 1400만㎥의 마그마를 축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축적 속도가 사쿠라지마 소규모 분화 때의 배출 속도보다 빨라지고 있어 향후 30년 내 대분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연구팀은 1914년 대분화와 같은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사쿠라지마의 위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히키 교수는 “1914년 사쿠라지마 대분화 당시 마그마는 1.5㎦로 측정됐다”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와 비슷한 규모의 분화를 일으키는 마그마가 축적되기 위해선 130년이 걸린다. 이는 앞으로 대분화까지 약 25년이 남았다는 뜻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이번 연구가 분화가 임박했을 때 일본 당국이 사람들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교토대학의 나카미치 하루히사 조교수도 “1914년 대분화 이후 이미 100년이 지났기 때문에 다음 대분화까지 30년이 채 남지 않았다”며 “가고시마 시는 대분화에 대비해 새로운 대피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전했다. 가고시마 시에는 현재 60만 명이 살고 있다. 특히 사쿠라지마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재가동된 센다이 원자력발전소로부터 49㎞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대분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사쿠라지마가 분화하자 일본 기상청은 사쿠라지마의 분화 경계 수준을 ‘화구 주변 규제’에 해당하는 2에서 ‘입산 규제’에 해당하는 3으로 올리는 등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환태평양 지진대인 ‘불의 고리’ 위에 있는 일본에는 사쿠라지마를 포함해 100개가 넘는 화산이 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이광식의 천문학+] 세기의 대논쟁-’우주는 얼마나 큰가?’

    ​​[이광식의 천문학+] 세기의 대논쟁-’우주는 얼마나 큰가?’

    -1920년 4월 26일 섀플리 - 커티스 논쟁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우리은하가 우주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920년대 후반 미국의 한 천문학자에 의해 우리은하 뒤로도 무수한 은하들이 늘어서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우리은하는 우주 속의 조약돌 한 개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발견 하나로 일약 천문학계의 영웅으로 떠오른 사람은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었다. 그는 얼마 뒤 다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놀라운 발견을 하여 인류를 경악케 했다. 그러니까 우주란 상당히 오래 쓰여진 말 같지만, 그 진정한 뜻은 20세기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밝혀지게 된 셈이다. 허블의 발견이 있기 전에도 사람들은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미리내(은하수)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이미 300년도 더 전에 갈릴레오가 자신이 만든 망원경으로 들여다보고는, 어마어마한 별무리들이 뭉쳐 있는 게 은하수라고 인류에게 고한 바가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백년 뒤 칸트라는 18세기 독일의 철학자는 은하수에 대한 놀라운 추론을 내놓았다. 회전하는 거대한 성운이 수축하면서 원반 모양이 되고, 원반에서 별들이 탄생했으며, 은하수가 길게 한 줄로 보이는 것은 우리가 원반 위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들어 보아도 입이 딱 벌어지는 해석 아닌가. 칸트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우리 은하 바깥으로도 무수한 은하들이 섬처럼 흩어져 있으며, 우리 은하는 그 수많은 은하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섬우주론'을 내놓았던 것이다. 이 섬우주론이 끈질기게 살아남아 200년 뒤 미국에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차대전의 연기가 채 가시기도 전인 1920년, 우주를 사색하는 일단의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여 세기의 대논쟁을 벌였다. 장소는 워싱턴의 미국과학 아카데미, 주제는 '우주의 크기'였다. 그리고 그 크기를 결정하는 시금석은 안드로메다 성운이었는데, 그 성운이 우리은하 안에 있는가 바깥에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논쟁은 두 논적을 축으로 하여 불꽃을 튀었는데, 하버드 대학의 할로 섀플리와 릭 천문대의 히버 커티스로, 둘 다 우주에 대해서는 내로라하는 일급 천문학자였다. 두 사람의 이력서를 잠시 살펴보면, 먼저 섀플리는 1919년 최초로 우리 은하계의 구조와 크기를 밝히고, 우리 태양계가 은하계 속에서 자리하는 위치를 찾아냄으로써 태양계가 은하 중심에 있을 거라는 종전의 생각을 뒤집어놓았다. 그리고 안드로메다 성운은 우리 은하 안에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선언했다. 태양계가 우리 은하의 중심에 있지 않다는 섀플리의 우리 은하 모형은 학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고 우주관에 큰 변혁을 가져왔다. 이는 지구 중심설을 몰아낸 코페르니쿠스의 업적에 버금가는 업적이라 할 수 있다. 가난한 농가 출신인 섀플리는 특이한 내력을 지닌 사람이었는데, 그가 천문학을 공부하게 된 것도 꽤나 터무니없는 이유 때문이었다. 언론학을 전공하려고 대학에 갔는데, 그 학과 개설이 1년 지연되는 바람에 다른 과를 찾기 위해 전공분야 안내 책자를 뒤적였다. 처음에 'archaeology(고고학)'가 나왔지만 읽을 수가 없었다. 책장을 넘기니 'astronomy'가 나왔다. 그건 읽을 수 있었다. 이게 섀플리가 천문학을 공부하게 된 이유의 전부다. 그는 나중에 천문대장이 되어 관측을 하지 않는 낮에는 천문대 밖에 나와앉아 개미를 관찰하는 일에 열중하여 개미에 관한 논문을 쓰기도 한 괴짜였다. 이러한 섀플리의 반대편에 선 커티스는 허셜-캅테인 모형을 받아들여 칸트의 섬우주론을 지지하는 쪽이었다. 허셜-캅테인 모형이란 우리 은하 구조를 최초로 연구한 허셜의 이론과 캅테인의 이론에서 나온 우리은하 모형으로, 우리은하의 모양은 지름 4만 광년의 타원체이며, 태양은 그 중심에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 이 모형을 받아들인 커티스는 안드로메다 성운까지의 거리를 50만 광년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섀플리 모형에서 주장하는 우리은하 크기를 훌쩍 넘어서는 거리였다. 즉, 커티스는 안드로메다 성운은 우리 은하 안에 있는 성운이 아니라, 우리 은하 밖의 외부 은하임이 틀림없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대논쟁은 승부가 나지 않았다. 판정을 내려줄 만한 잣대가 없었던 것이다. 해결의 핵심은 별까지의 거리를 결정하는 문제로, 예나 지금이나 천문학에서 가장 골머리를 앓던 난제였다. 그러나 판정은 엉뚱한 곳에서 내려졌다. 3년 뒤 혜성처럼 나타난 신출내기 천문학자 허블에 의해 승패가 가려졌던 것이다. 안드로메다 성운은 우리 은하 밖에 있는 또 다른 은하였다. 이로써 칸트의 섬우주론은 200년 만에 다시 화려하게 등장하게 되었다. 논쟁의 진정한 승자는 칸트였던 셈이다. 허블로부터 안드로메다 성운까지의 거리를 결정한 편지를 받았을 때 섀플리는 "이것이 내 우주를 파괴한 편지다"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판 마넌의 관측 결과를 믿었지. 어쨌든 그는 내 친구니까." 섀플리는 당시 윌슨산 천문대에 있던 동료이자 친구인 판 마넌의 관측값에 근거해 논문을 썼던 것이다. 여담이지만, 섀플리는 학문적으로 반대편에 섰던 허블에게 여러 차례 거친 말로 모욕당한 적이 있었지만 끝까지 허블에게 관대하게 대했다. 뿐더러 "허블은 뛰어난 관측자다. 나보다도 몇 배는 더 훌륭하다" 고 상찬했다니, 섀플리는 대인배였던 모양이다. 평생을 은하 연구에 바쳤던 새플리는 1972년 콜로라도주의 한 노인 요양원에서 영면했다. 향년 87세. 그는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우리는 뒹구는 돌들의 형제요, 떠도는 구름의 사촌이다."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사설] 지진 대비책, 기본부터 따져 총점검 나서라

    경북 경주에서 그제 밤 규모 5.1과 규모 5.8의 지진이 연이어 발생해 전국이 지진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 7월 5일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5.0의 지진이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을 심어 줬다면 이번 지진은 지진에 따른 재앙과 공포가 어떤 수준인지를 짐작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근본적이고 상시적인 지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지진 발생 후 하루가 지난 어제까지만 해도 여진이 무려 220회 이상 발생하는 등 경주를 비롯한 인근 지역 주민들은 지진 공포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지진 발생 위치가 지표로부터 약 12㎞ 이상 떨어져 대재앙은 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경주 인근에는 원자력발전소가 밀집돼 있어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어제 기준으로 20여명의 부상자와 280여건의 시설물이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돼 지진의 규모에 비해서는 피해 규모가 적은 편이다. 규모 5.8 지진은 1978년 우리나라 기상청이 지진을 관측한 이후 가장 강력한 것으로 기록됐다. 기상청은 우리나라에서 규모 6.0 정도의 지진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대비책은 너무나 허술하다. 우리나라도 내진 설계 기준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건축물 중 90% 이상이 지진 발생 때 적절하게 저항하도록 설계돼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형식적인 내진 설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인구 밀집 지역에서 발생할 경우 그 참상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진 원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점이다. 울산 앞바다 지진처럼 이번에도 지난 4월 일본 대지진 때 발생한 힘이 양산 활성단층대에 쌓인 것을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추론에 불과하다. 올해 초 발표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경주 일대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지진은 기상청이 발표한 규모 0.9 이상 3.5 이하의 21회보다 10배나 많은 310회나 관측되기도 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주를 비롯한 경북 남동부와 황해도 지역인 북서 지역에서 빈번한 지진 활동이 관측되고 있지만 이들 지역의 활성단층대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렇다 할 기초자료도 없이 지진을 예측하거나 제대로 된 대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문가 육성을 비롯해 기본적인 지식 축적이 선행돼야 한다. 아울러 지진복구 대책도 총점검할 필요가 있다. 먼저 피해 복구와 함께 대형 건축물과 저수지, 댐을 포함한 모든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이 필요하다. 외형상 괜찮아도 피로 누적으로 손상된 시설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국민안전처는 재난문자 하나 보낸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지진대피 훈련이나 요령을 평소에 해 두어야 한다.
  • 몬스터 성유리, 박기웅 두 얼굴 알았다..박영규와 접선 목격 ‘충격’

    몬스터 성유리, 박기웅 두 얼굴 알았다..박영규와 접선 목격 ‘충격’

    ‘몬스터’ 성유리가 약혼자 박기웅의 두 얼굴을 결국 목격하며 향후 필연적으로 이어질 위기와 그에 따른 폭풍 전개를 예고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12일 방송된 MBC 월화특별기획드라마 ‘몬스터’(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주성우, 제작 이김프로덕션) 46회에서는 오수연(성유리 분)이 도충(박영규 분) 회장의 위장 죽음을 사주하고, 유언장 또한 위조한 주인공이 다름 아닌 도건우(박기웅 분)임을 확인하고 충격에 휩싸이는 내용이 전개됐다. 도건우의 행동에서 수상함을 느끼고 뒤를 쫓고 있던 오수연은 이날 도건우가 변일재(정보석 분)와 내통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며 모든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게 됐다. 앞서 도충 회장이 생존해 있는 사진을 전송받았으면서도 아버지의 죽음을 일관되게 주장한 도건우의 거짓말과, 도충 회장의 비밀금고를 열람한 적이 있음에도 최종 유언장의 존재를 모르는 척 했던 도건우의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적이 변일재와의 만남을 통해 오수연의 촉각을 곤두세우며 더 큰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임을 추론하는 단서가 됐기 때문. 이에 오수연은 증거 수집에 나섰고, 오충동(박훈 분)의 뒤를 밟던 중 도건우가 버젓이 살아있는 도충 회장을 찾아가 원망을 쏟아내는 현장을 목격하게 됐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도도그룹 일가에 원한을 품게 된 도건우의 상처와, 위조 유언장을 통해 도도그룹 회장이 된 진실이 비로소 오수연 앞에 모두 밝혀진 셈이다. 오수연의 마음을 얻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며 약혼에까지 이르게 됐지만, 변일재와의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고 매번 악수(惡手)를 두는 데 이어,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도도그룹 일가에 대한 복수심으로 비틀려 버린 도건우의 욕망이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을지 주목된다. 더불어 이 같은 비위행위를 모두 파악한 현재 오수연이 약혼자 도건우를 상대로 어떤 선택을 내릴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그런 가운데 이날 방송에서는 도건우와 변일재가 서로의 약점을 지독히 파고들며 아슬아슬한 연합을 이어가는 전개 또한 펼쳐져 위기감을 더했다. 도충 회장의 위장 죽음을 사주한 도건우의 약점을 쥔 변일재와, ‘판도라의 상자’를 통해 수도병원 이사장 부부의 죽음에 얽힌 변일재의 살해 증거를 쥔 도건우의 오월동주는 물리고 물린 관계만큼이나 위험천만한 행보로 눈길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한편, ‘몬스터’는 변일재와 도도그룹에 처절한 복수를 하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긴 채 복수의 칼을 갈고 있는 강기탄(강지환 분)의 파란만장 인생이 담긴 드라마로 강지환, 성유리, 박기웅, 조보아, 정보석, 박영규, 이덕화, 김보연 등이 출연한다. 매주 월,화요일 밤 10시 방송.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1층은 시장 2층 주차장… 여왕벌 같은 Y자 아파트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1층은 시장 2층 주차장… 여왕벌 같은 Y자 아파트

    # 특이하면서도 합리적인 Y자형 평면 건축 평면의 형태와 관련해서 특이한 것의 하나가 Y자다. Y자 평면은 일단 만들기가 어렵고 그 안에서 방향을 쉽게 잃기 때문에 자주 시도되지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사례가 있다. 우선 서울 한복판의 유서 깊은 웨스틴 조선호텔(1970)이 그렇다. 사각형 건물 일색의 도심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특히 인근의 원구단 황궁우와 묘한 관계를 이룬다. 건축가 화이팅과 이광노가 설계한 서울대병원 본관(1978)은 심지어 Y자가 두 개 붙은 건물이다. 지금은 철거되고 없지만 본격적인 한국 아파트 시대를 여는 서막이었던 마포 아파트(1962)도 일자형과 Y자형 타워의 조합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유명한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도 알고 보면 Y자형 평면을 갖고 있다. Y자 평면은 종종 사람들의 불만을 산다. 서울대병원 본관의 경우 Y자 하나만으로도 그 안에서 방향을 잃기 쉬운데 심지어 두 개를 붙여 놓아 도대체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컬트적 온라인 백과사전인 나무위키는 병동 부분은 간호의 편의를 위한 직관적인 구조임을 인정하면서도 저층부에 대해서는 ‘완전히 던전’(지하 감옥)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건축가들은 왜 불만이 나올 것을 알면서도 Y자형 평면을 시도하는 것일까? 일단 구조적 안정성 때문이다. 특히 팔 3개의 길이, 그리고 벌어진 각도가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다. 고층 건물의 경우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대한 안전성이 필수적인데 이 경우 Y자는 좋은 해답이다. 위에서 언급한 부르즈 칼리파가 그런 경우다. 또 다른 장점은 관찰의 용이성이다. Y자의 중심에 있으면 세 방향을 모두 볼 수 있다. 그래서 심지어 감옥의 평면으로도 합리성이 있고, 같은 이유에서 병원에도 잘 맞는다. 물론 원형이 가장 이 점에서 뛰어나지만 현실적으로는 Y자가 좋은 대안이 된다. 마지막으로 외기에 접하는 면을 늘려 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 채광이나 환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건물에서 이것은 큰 장점이다. 서울대병원 본관의 설계자들이 공간적 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Y자 두 개를 붙이는 판단을 한 것에는 이런 생각의 흐름이 있었다. 어느 병실에서나 밖이 보이고 심지어 북향 병실에도 어느 정도 햇빛이 든다. 건축학 개론 같은 다소 장황한 설명이 됐지만, 사실은 매우 특이한 상가아파트 하나를 소개하기 위한 준비다. 재미 건축가 강승현씨의 서울대 석사 논문인 ‘1960-1970년대 서울 상가아파트에 대한 연구’를 통해 알게 된 사례다. 영등포구 신길동 116-15에 있는 대신 아파트가 바로 그것이다. # 시장 위에 올라앉은 Y자형 아파트 신길동은 좀 애매한 동네다. 같은 영등포구인 여의도 샛강의 바로 남쪽이지만 정치와 금융의 중심지라는 성격은 전혀 나눠 받고 있지 않다. 또한 문래동이나 당산동 등 근대 공업 지역이 갖는 후기 산업사회적 특성과도 거리가 있다. 굳이 신길동의 특징을 이야기하자면 군사 관련 시설들이 많고 이에 따라 군인 인구 비중도 높다는 것인데, 그나마 지금은 공군회관, 해군회관, 서울지방 병무청 정도만 남아 있다. 한강대교를 건너 노량진 학원가를 지나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 한국 도시의 흔한, 그렇고 그런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군데군데 삐죽삐죽하게 올라선 고층 빌딩의 배경만 아니면 어디 지방 소도시의 중심지 같은 그런 분위기다. 큰길인 도산로를 건너 서서히 주택가로 들어서는 초입에 시장 지역이 있다. 두 개의 길이 도산로의 한복판을 향해 모이면서 만들어진 사다리꼴 블록이 중심을 이룬다. 이름하여 대신시장이다. 사다리꼴 대지 전체를 가득 매운 단층의 기단이 시장이고 지하에 창고가 있다. 항공사진으로 보면 거의 정확하게 좌우 대칭의 사다리꼴이다. 그 한쪽에 자동차가 오르내리는 램프가 있고 이를 따라 올라가면 시장의 옥상, 즉 2층 바닥에 주차장이 있다. 그 반대쪽에도 주차장이 있어서 좌우대칭을 이룬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역시 하늘에서 보면 완벽한 좌우 대칭의 Y자형 건물이 놓여 있다. 주차장을 들락거리는 자동차들 속에서 마치 일벌의 무리에 둘러싸인 여왕벌 같이 보인다. 특이하게도 외장이 붉은 벽돌이다. 콘크리트 외벽에 시멘트 미장을 하고 수성 페인트를 바르는 여타 아파트와는 차원이 다르다. 고급 아파트로 지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분명히 아파트지만 옥탑에는 희미한 글씨로 ‘대신시장’이라는 이름이 보인다. 즉 시장과 아파트가 완전히 결합된 건물이다. 통인시장과 효자아파트, 인왕시장과 원일아파트의 관계와도 또 다르다. 완벽한 수직적 체계를 갖춘 상가아파트, 아니 본격적인 시장아파트인 것이다. 1971년 2월 24일에 사용 승인을 받았다. 역시 1960년대 말 1970년대 초의 산물이다. 건물 주변 지역도 모두 시장이다. 언뜻 생각하면 상당히 혼잡할 것 같지만 넓은 기단 위에 아파트를 올려놓았기 때문에 공동 주거와 시장, 그리고 거리 간에 적절한 심리적 여유가 존재한다. 주변 거리를 걷다 보면 위치와 시선에 따라 아파트가 보였다 안 보였다 하면서 지상 5층의 건물이 주는 중압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비교적 잘 정리된 1층 높이의 가게들이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밖에서 보면 그냥 상가일 뿐이어서 그 안에 시장이 있는지도 알기 어렵다. 시장 입구의 간판도 작고 소박하다. 지역 주민을 상대로 하는, 고객 대부분이 단골인 상황이 이렇게 간판에서도 드러난다. 그러나 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다. 말하자면 실로 기하학의 향연이다. 상부의 아파트를 지지하는 기둥들이 저마다의 방향을 가지고 아름드리 나무처럼 서 있다. 마치 울창한 숲속에 들어간 것 같다. 시장 내의 통로는 사방으로 흩어졌다 모이고 가게는 모두 생긴 모습이 제각각이다. 자세히 보면 남북 방향으로 대체적인 축선을 잡고 이에 따라 여러 방향의 요소를 잘 정리해 최대한 혼란을 줄이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그 결과 실제 현장에서 여러 번 오가다 보면 나름의 질서가 느껴진다. 다만 한 가지 지적할 것이 있다. 물론 기존 건축물에 대한 이런저런 특례의 결과겠으나, 요즘의 복합건물이라면 마땅히 있어야 할 스프링클러 같은 것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아파트는 물론 수많은 상가아파트가 그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해 왔던 것은 이처럼 제반 법규의 미비, 관리의 소홀 등으로 화재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던 탓도 크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오르면 주차장, 그리고 아파트가 시작된다. 주거 부분의 바닥은 주차장이나 마당보다 높다. 가급적 주거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는 의도다. 2층 바닥의 외부 공간은 모두 5개로 나눠져 있다. 그중 두 개가 동서쪽의 주차장이다. Y자의 두 팔 사이 남쪽에 비워져 있는 마당 하나, 그리고 두 팔의 끝부분에 각각 작은 삼각형 마당이 하나씩 있다. Y자가 사다리꼴의 각 변에 바짝 닿아 있기 때문에 이 5개의 마당은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 각 영역별로 별도의 옥외 공간을 제공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추측한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바닥의 레벨이 여러 번 변한다. 북쪽이 가장 낮고 남쪽이 높다. 자동차도 사람도 이 바닥의 경사를 의식하며 다녀야 한다. 지하에서도 이 상황은 반복된다. 그렇다고 건물이 경사진 대지에 놓여 있는 것도 아니다. 왜 그랬을까? 건물의 단면에 답이 있다. 대신 아파트는 스킵플로어 형식의 건물이다. Y자의 중심축에 해당하는 북쪽의 C동과 양팔에 해당하는 남쪽의 A, B동이 계단실을 중심으로 반 층씩 엇갈려 있다. 스킵플로어는 설계와 시공이 어렵기는 하나 일단 만들어 놓으면 건물 안에서 위아래로 다니기는 매우 좋은 방식이다. 그 결과 대신 아파트의 공동 주거 부분은 C동이 4개 층, A, B동이 3개 층이다. 이 건물의 도면을 들여다보면 신기한 것이 있다. 엘리베이터가 표기돼 있는 것이다. 건축적으로 매우 도전적인 상황이다. 스킵플로어 형식의 건물에서 엘리베이터 로비는 어느 쪽에 만들 것인가? 지금 같으면 양쪽으로 열리는 엘리베이터도 있으니 층마다 번갈아 가며 내리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에 그런 제품은 없었을 것이다. 1970년대 초반에 지하층 포함해 전체 6개 층의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재 이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도면상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할 위치의 1층 시장 바닥에는 시멘트로 메꾼 흔적이 있을 뿐이다. 건물 경비원과 시장 상인들에게 문의하니 ‘원래 이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몇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우선 도면과 실제 시공된 상황이 달랐다는 것인데,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또 다른 가능성은 원래 엘리베이터가 있었으나 후에 철거했다는 것이다. 건물의 나이를 감안하면 현재의 경비원이나 입주민도 그 사실을 모를 수 있다. 건물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감안할 때 만약 엘리베이터가 있었다면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인 경우다. 지하에 시장을 위한 창고가 있으므로 사람뿐 아니라 화물을 오르내리는데도 유용하게 쓰였을 것이다. # 실험과 도전의 정신 대신 아파트는 여러 가지 점에서 숙제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 건물이다. 1971년이면 와우 아파트가 붕괴된 바로 다음해다. 한국 사회가 여러 모로 기초적인 것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던 시절이다. 심지어 그때는 북한이 더 잘살았다. 대신 아파트도 허술함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1979년 3월 18일 그러니까 건물이 지어진 지 10년도 되기 전에 큰 화재로 신문지상을 장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신 아파트가 새로운 주거 유형을 시도했던 실험적 시도였다는 사실은 여전히 중요하다. 우선 비록 지금은 그 흔적을 볼 수 없으나 적어도 도면상으로 엘리베이터가 있었다는 것에 주목한다. 주거 가구의 단위 면적도 79㎡에서 135㎡로 지금 기준으로도 결코 작지 않았다. 게다가 외부는 붉은 벽돌로 한껏 치장을 했다. 주차장법이 제정되기 훨씬 이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여유 있는 주차장까지 완비됐다. 그리고 모든 가구의 적절한 채광과 환기를 위해 좀처럼 보기 드믄 Y자형 평면을 시도했다. 한마디로 어느 모로 보나 최첨단의 고급 아파트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건물이 시장 바로 위에 자리 잡았다니?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다. 기본적으로 전원형 개발 방식인 단지형 아파트가 대세를 이룬 것을 보면 도시의 복합성에 대한 이해와 실천은 오히려 갈수록 더 퇴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도시에서 이 정도 수준의 시도를 하는 공동 주거는 언제 나올 것인가. 새로운 것을 기꺼이 시도하려는 실험과 도전의 정신은 그 당시가 지금보다 훨씬 강했다고 생각하니 이 글을 쓰면서도 가슴이 답답하다.
  • 국가직 7급 시험 총평

    국가직 7급 시험 총평

    올해 국가직 7급 시험이 지난달 27일 전국 93개 고사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총 6만 6000여명이 응시한 이번 시험은 국어, 행정법 등을 제외하면 대체로 무난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신문은 2주에 걸쳐 공무원시험 전문학원 공단기 강사들의 도움을 받아 과목별 출제 경향을 살펴본다. ●국어, 한자어·한자성어 등 5문항 출제 수험생이 시험지를 받고 가장 당황했을 과목은 국어다. 문법을 중요하게 다룬 지난해 시험과 비교해 출제 경향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가직 7급 시험에서는 통사적 합성어, 동사 찾기, 주어 찾기, 주체 높임법, 이중 피동 등 문법만 5문항이 출제된 반면 올해는 단 1문항도 출제되지 않았다. 김현석 강사는 “전년도 출제 경향을 참고해 많은 시간을 문법 공부에 투자했다면 시험 치는 내내 큰 혼란에 빠졌을 것”이라며 “올해는 한자어, 한자성어, 한시 뜻풀이 등 한자 관련 5문항이 출제돼 한자와 한문이 변별력을 나누는 기준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고 말했다. 평소 한자, 한문을 등한시한 수험생에게는 올 시험이 지난해보다 어려웠을 것이다. 반면 앞서 올해 국가직 9급 시험에서 한자 관련 문항 출제 비중이 3개로 늘어난 것을 보고, 학습량을 늘린 수험생이라면 문제를 풀어 나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출제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글맞춤법 2문항, 표준 발음법 1문항, 고전 산문 열전 명칭 1문항, 한자어 2문항, 한자성어 2문항, 한시 뜻풀이 1문항, 어법에 맞는 문장 1문항, 국어사 1문항, 언어 예절 1문항, 담화의 기능 1문항, 고전 가사 1문항, 현대 소설 1문항, 현대시 귀천 1문항, 비문학 4문항이다. ●영어, 세부적 문법 포인트 다뤄 영어는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다소 어려웠다. 문법을 다룬 문항이 지난해 5개에서 6개로 늘어난 데다 독해 영역에서는 문제를 푸는 데 꽤 시간이 걸리는 유형이 많아 수험생들이 진땀을 뺐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기 강사는 “최근 몇 년간 국가직 7급 시험 출제 경향을 분석해 보면 어휘, 문법, 생활영어 영역은 기출 문제를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독해 영역 난도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다만, 이런 추세는 국가직 7급 시험뿐만 아니라 공무원시험 전반에서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독해 문제에 꾸준히 대비해야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전에는 국가직 7급 영어 시험에 나오는 문법 문제 난도가 꽤 높은 편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평이하게 출제되고 있다. 다만, 올해 시험에서도 다소 세부적인 문법 포인트를 다뤄 국가직 7급 시험의 특징을 보여 줬다. 독해 영역에서는 추론 능력을 요구하는 빈칸 문제가 4문항이 나왔다. 제목 찾기나 정보 일치, 불일치는 비교적 수월한 유형으로 꼽히지만 올해는 해당 문제 지문에 사용된 단어가 어렵고 추상적이었다. ●한국사, 꼼꼼하고 정확한 암기가 관건 대체로 어렵게 출제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2008년, 2009년과 비교할 때 적당한 수준이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신영식 강사는 “지난 15년간 출제 경향이나 난도를 살펴볼 때 올해 시험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며 “다만, 수험생이 헷갈려 할 만한 지문이 여러 문제의 선택 지문으로 나와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암기하지 않은 수험생은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최치원의 사산비명(四山碑銘)과 법장화상전(法藏和尙傳), 원효의 일대기를 적은 고선사(高仙寺) 서당화상비(誓幢和上碑) 같은 내용은 국가직 7급 전용 수험서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면 맞히기 어려운 문제였다. 또 고려의 조운(漕運)제도(지방 세금을 서울로 수송하는 제도) 문제도 정답률이 낮았다. 신 강사는 “문제 자체가 어려웠다기보다는 대부분 수험생이 공부하는 과정에서 내용을 이해하지 않고 요약서 등을 단순 암기했기 때문에 문제가 까다롭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한국사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으려면 전체 흐름에 대한 이해와 지엽적인 내용 암기가 함께 이뤄졌어야 한다. ●행정법, 행정작용·행정쟁송 문제 최다 출제 올해 국가직 7급 시험에서 변별력이 있었던 과목 중 하나가 행정법이다. 행정법총론 14문제, 행정법각론 2문제, 행정법총론과 각론이 결합된 형태로 4문제가 출제됐다. 출제 영역을 살펴보면 행정법총론에서는 행정법통론 1문제, 행정작용 4문제, 행정절차법 등 2문제, 행정의 실효성 확보 수단 2문제, 손해전보 1문제, 행정쟁송 4문제가 출제됐다. 전범위에 걸쳐 문제가 나왔다. 행정법통론은 학습량 대비 비중이 낮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전효진 강사는 “수험 전략상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진도를 나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반면 행정의 실효성 확보 수단은 분량 대비 비중이 높았다. 논점이 무난해 쉽게 점수를 낼 수 있는 영역이라는 평가다. 행정작용과 행정쟁송은 올 시험에서 가장 많은 문제가 출제됐으며,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보상에 관한 법률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지방자치법, 경찰관 직무집행법, 행정조직에서도 대다수 수험생의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문제가 나왔다. 지방자치법 관련 최신 판례 역시 다뤄졌다. 각론에서는 조문과 최신 판례를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지금껏 한번도 출제된 적이 없었던 조문이 등장하고 기출에서 변형된 형태로 판례 문제가 나와 수험생들이 어려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9월 모평처럼 올 수능도 대체로 평이”

    “9월 모평처럼 올 수능도 대체로 평이”

    수학 나형 고난도 문항 출제… 변별력 있는 문항 고득점 좌우 1일 치러진 9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수능 모평)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모의평가가 올해 수능 경향과 난이도를 보여 주는 시험이란 점에서, 올해 수능 문제도 대체로 평이한 가운데 일부 변별력 있는 문항이 고득점을 가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직후 입시업체들은 대체로 지난해 수능, 올 6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변별력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전반적으로 평이한 문제들이 출제됐고, 일부 변별력 있는 문항이 눈에 띄었다. 국어는 전반적인 난이도가 지난해 수능과 비슷했지만 현대소설과 시나리오가 섞인 24번 문항이나 제시문의 정보량이 많았던 28번 문항처럼 낯선 형식의 문제가 다소 어려웠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투스는 “6월 모평에서 시도한 변화의 틀은 대부분 유지하되 새로운 시도가 엿보인다”고 했다. 메가스터디는 “전체적인 유형은 6월 모평과 비슷해 올 수능에서도 비슷하게 출제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특히 문항의 지문 길이가 상당히 늘어나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학은 이과가 치르는 가형은 지난해 대비 쉽거나 비슷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다만 문과가 치르는 나형은 다소 어려웠다는 의견이 많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수학 가형은 1등급 컷이 100점 만점일 정도로 쉽게 출제됐다”면서도 수학 나형에 대해서는 “21번(4점), 30번(4점)은 매우 어려워 상위권 학생들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학 가형은 평소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21, 29, 30번 모두 쉽게 출제되고 신유형도 없었다. 3교시 영어 영역에 대해 대성학원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빈칸 추론 문제와 간접 쓰기 문제가 다소 어렵게 출제됐고, 문법 문제도 약간 까다로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평이했다는 분석이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번 모평에 대해 “이미 출제됐던 내용이라도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핵심적인 내용은 문항의 형태, 발상, 접근 방식 등을 수정해 출제했다”고 설명했다. 9월 모평은 수험생에게는 수능 시험체제와 문제 유형에 적응할 기회가 된다. 평가원은 모평 출제·채점 과정에서 개선점을 찾아 실제 수능에 반영한다. 한편 이번 모평에는 재학생 52만 1614명, 졸업생 8만 5775명 등 모두 60만 7389명이 지원했다. 모의평가 정답은 오는 12일 발표된다. 채점 결과는 27일 수험생들에게 통보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9월 모의고사 변별력 유지…국어 지난해 수능보다 어려웠다”(종합)

    “9월 모의고사 변별력 유지…국어 지난해 수능보다 어려웠다”(종합)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1일 치러진 9월 모의평가(모의고사)에 대해 입시기관들은 영역(과목)별로 난이도 차이를 보였으나 대체로 지난 6월 모의고사 및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게 변별력을 유지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영역별로 살펴보면 국어영역의 난이도는 전반적으로 지난해 수능에 비해 약간 어려웠으나 지난 6월 모의고사보다는 쉬웠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수준별 시험에서 올해 통합형으로 전환되면서 지문 길이가 길어지고 융복합 등 새로운 문제 유형이 등장해 체감 난도가 높았다는 분석이다. 유웨이중앙교육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6월에 비해 쉽게 출제됐으나 독서영역의 기술과 예술 복합 제시문, 문학영역의 고전산문과 평론, 현대소설과 시나리오 복합 제시문이 출제돼 본 수능에서도 융합 또는 복합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메가스터디도 “전체적인 유형은 6월 모의평가와 비슷해 올 수능에서도 비슷하게 출제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특히 문항의 지문 길이가 상당히 늘어나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학영역의 경우 상위권·중하위권 수준별로 난이도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메가스터디는 “수학 전범위가 출제된 이번 모의평가는 가형의 경우 6월 모의평가에 비해 최고난도 문항은 비슷하고 그 외 문항의 전반적 수준이 높아 중위권 학생들의 체감 난도가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수학 가형은 평소 변별력 확보를 위해 출제되는 21, 29, 30번 모두 쉽게 출제되고 새로운 유형도 없어 최상위 1등급 커트라인이 96점 정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영어영역도 전반적으로 평이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이투스교육은 보도자료릍 오해 “전반적으로 평이했으나 어법 난도가 높았고(28번), 고난도 비연계 빈칸 추론 문제(34번)도 출제되는 등 학생들의 체감 난도는 다소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올해 수능부터 필수로 지정되는 한국사는 지난 6월 모의고사와 마찬가지로 평이하게 출제돼 약 15%가 1등급을 받을 것으로 이투스교육은 예상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국어 1등급 커트라인이 90점, 2등급은 83점, 수학 가형의 1등급은 96점, 2등급은 92점, 수학 나형의 1등급은 92점, 2등급은 88점, 영어의 1등급은 97점, 2등급은 93점으로 각각 추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C형간염 감염에도 치료 못 받는 국민 최대 25만명···‘백신도 없는데’

    C형간염 감염에도 치료 못 받는 국민 최대 25만명···‘백신도 없는데’

    국내 C형간염 환자 수가 약 30만명으로 추정되지만 그 중 14∼30%만 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25만 5000여명의 국민들이 C형간염에 걸리고도 치료를 못받는 현실이다. 3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명연 의원(새누리당)은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C형간염 관리대책’ 관련 자료를 토대로 C형간염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4만 5000~7만명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012∼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C형간염 항체 양성률(10대 이상)은 0.6%로, C형간염에 감염된 적이 있거나 감염된 상태인 국민은 최대 3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23만∼25만5천명이 C형간염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C형간염은 치료하지 않으면 20년 정도 지나 30% 정도가 간경화로 진행하고, 그 중 절반은 간암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감염 초기에는 거의 아무런 증상이 없어 자신이 감염자인 줄도 모르고 병을 키우는 경우가 태반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감염자의 50% 이상은 간경변으로 악화한 뒤에야 병을 알아채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C형간염은 오염된 기구를 이용한 문신, 일회용주사기 재사용, 수혈 등 혈액 등을 통해 전염된다. 문제는 백신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C형간염 감염자가 감염 사실을 몰라 병을 악화하지 않도록 만 40세에 실시하는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에 C형간염 검사 항목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C형간염을 3군 감염병으로 전환해 모든 병원에서 C형간염 환자를 신고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집단발생 사실을 즉시 파악하려는 목적이다. 현재 C형간염은 3군 감염병으로 167개 표본 감시기관에서만 C형간염 환자를 신고하게 돼 있다. C형간염은 다행히도 발견만 하면 90% 완치가 가능하다. 다만 건강보험을 적용받아도 본인부담금이 최대 750만원에 달하는 비싼 약값이 문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자살의 심리학/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자살의 심리학/강동형 논설위원

    자살하는 동물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유서까지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 고래가 뭍으로 밀려와 죽음을 맞는 스트랜딩(Stranding)을 일종의 자살 행위로 보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론일 뿐이다. 자살에도 이기적인 자살과 이타적인 자살이 있지만 어떤 자살이든 행동에 옮기는 그 순간에는 심리적으로 비정상 상태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자살이 실패로 돌아간 뒤 왜 살려 주었느냐고 항변하다가도 결국에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줘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고 한다. 이러한 예만 봐도 자살하는 사람의 의지는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연간 100만명 정도가 자살을 한다. 하루 평균 3000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얘기다. 이러한 숫자는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를 능가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만 연간 13만명이 자살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10만명당 약 7.8명꼴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살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무려 12년 동안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0년 인구 10만명당 31.7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4년에는 28.5명으로 완화됐지만 여전히 평균치의 두 배 이상이다. 자살률은 잘살고 못살고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건강하냐 건강하지 못하느냐의 문제이고 가치관과 문화의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대부분의 자살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원인이라고 한다. 사회 저명 인사들의 자살도 마찬가지다. 며칠 전 검찰 소환을 앞두고 롯데그룹 이인원 부회장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가신으로 불린 그의 자살 역시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일반인과 달리 자살을 통해 지키려고 했던 게 있었을 것이다. 그게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가 남긴 유서를 통해 어느 정도 짐작은 할 수 있다. 이 부회장 외에도 멀리는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가까이는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등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사례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자살은 전통적으로 죽음을 통해 자신의 분함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최후의 수단이었다. 혹시 이들도 이러한 이유로 자살을 선택한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 보지만 그럴 만한 명분은 찾을 수가 없다. 자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이해할 수 있지만 자살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오는 9월 10일은 WHO가 정한 세계자살방지의 날이다. 자살하는 사람은 계속 주변에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혹시 우리 주변에 자살의 신호를 보내는 사람은 없는지 세심한 관심을 가져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 ‘찜통방’ 부산교도소 재소자 잇단 사망

    폭염 속에서 선풍기도 없는 부산교도소 조사수용방에 격리된 재소자 2명이 고열 증세를 보이며 잇따라 숨지는 사건이 발생,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인권위는 지난 19일 부산교도소에 수용됐다가 숨진 이모(37)씨 유가족으로부터 진정서가 접수됨에 따라 조사에 나섰다고 23일 밝혔다. 인권위 부산사무소는 진정 접수와 별개로 부산교도소에서 재소자가 잇따라 숨진 만큼 재소자 인권 실태 전반을 살펴보기로 했다. 부산교도소에 따르면 숨진 이씨는 지난 17일 오후 2시 30분쯤 교도소 운동장에서 동료 재소자와 몸싸움을 하다가 얼굴을 다쳤다. 병원에서 코뼈 골절과 가벼운 뇌진탕 진단을 받고 교도소로 돌아와 이날 오후 5시 10분쯤 규율을 위반한 재소자를 위한 조사수용방에 격리됐다. 이후 고열 증상을 보이던 이씨는 지난 19일 오전 6시 30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시간여 뒤 숨졌다. 지난 18일에도 조사수용방에 격리됐던 서모(39)씨가 열이 39.9도까지 오르고 몸에 경련이 일어난 상태로 교도관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체장애 3급, 뇌전증, 당뇨 등으로 교도소 내 치료방에 수용됐던 서씨는 지난 9일 동료 재소자와 싸움을 벌인 뒤 조사수용방에 격리돼 열흘째 생활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서씨는 패혈증, 저나트륨증으로 치료받다가 지난 20일 숨졌다. 넓이 7.6㎡의 조사수용방에서는 규율 위반 재소자 3명이 함께 생활한다. 부산교도소에는 21곳이 있다. 자살 등을 방지하기 위해 선풍기가 없으며 부채와 하루 3번 물이 지급된다. 열악한 환경 속에 이들의 몸 상태가 악화돼 결국 사망까지 이르렀다고 추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씨와 서씨의 부검 결과 둘 다 직접적인 사망 사인은 관상동맥경화증(심장병)인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교도소 측은 “두 재소자 모두 숨지기 하루 전날까지도 식사를 잘하는 등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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