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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월드 놀이기구 타다 추락사

    6일 오후 5시40분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에서 직원 성모(29)씨가 고속열차 놀이기구를 타다 10여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롯데월드 안전과 직원인 성씨는 이날 쉬는 날을 이용해 동료 직원과 놀이공원을 찾아 최고 시속 75㎞인 고속열차 ‘아틀란티스’ 놀이기구를 타고 출발한 지 30여초 만에 열차가 360도 회전하던 중 튕겨나와 지상으로 떨어진 뒤 석촌호수에 빠졌다. 성씨는 출동한 구조대가 30분 만에 건져냈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아틀란티스는 롯데월드가 지난 2003년 10월부터 운영해온 놀이기구로 레일 길이 670m에 최대 높이 22m, 최대 수직각도 72도에 이르는 고속열차다. 경찰은 성씨가 기구에서 떨어졌을 당시 무릎쪽 바와 허리쪽 안전벨트 등 안전장치가 풀어져 있었던 점에 주목하고 CCTV를 통해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머리 위에서 무릎쪽으로 내려와 탑승자를 고정하는 안전바의 경우 한번 내려오면 사람의 힘으로 들어올리기 힘들어 출발 시점부터 안전점검상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파악하고 있다. 성씨는 점심식사때 친구 1명과 함께 동동주 3병을 나눠 마셨던 것으로 알려져 안전요원들이 음주 사실을 알고도 제지하지 않았거나 방치한 점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수원 청소년 자살예방센터를 찾아

    수원 청소년 자살예방센터를 찾아

    매년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그 가운데 상당수가 우리 청소년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4년 한 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10대는 245명,20대는 1088명이라고 한다.20대의 사인(死因) 1위가 자살이고,10대의 사인 2위가 자살이라는 통계치에서 청소년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감지할 수 있다. “자살, 그런 거 하지마. 힘내! 내가 도와줄게.” 자살을 생각하는 청소년들을 자원봉사자와 또래 청소년들이 보듬는 곳이 있다. 지난 2001년 문을 연 수원시자살예방센터가 바로 그곳이다. 전문상담교육을 받은 자원봉사자 10여명이 인터넷상으로 상담을 해주고, 학생·시민 등 일반 자원봉사자가 지역 주민의 수호천사로 활동하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자살 고민을 무료로 상담해주는 국내 유일의 기관이다. ●가족이 문제해결의 열쇠 ‘엄마, 아빠가 이혼을 했어요. 다 내 탓인 것만 같고, 날 이해해주는 사람도 없고….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죠?” 수원시자살예방센터에는 이같은 청소년들의 고민이 매월 60∼70건씩 접수된다. 부모와의 갈등 등 가족문제를 상담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학교에서의 대인관계를 걱정하는 고민이 그 다음으로 많다. 센터의 김연숙 간사는 “청소년들의 고민이라고 하면 성적 걱정이 가장 많을 것 같지만 이곳에 올라오는 고민들을 보면 가족문제가 가장 많다. 성적 비관으로 자살했다고 전해지는 소식도 알고 보면 가족문제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청소년들의 고민이 단순하지 않다는 얘기다. 한 중학생은 “지금 중 3인데 갑자기 전학을 가야 한대요. 전 정말 내성적이라 친구를 사귀는 데 오래 걸려요. 솔직한 심정으로는 딱 죽고만 싶어요.”라며 도움을 청했다. 대인관계를 걱정하는 듯 보이지만 더 깊이 알고 보면 부모의 이혼과 갑작스러운 이사 등의 문제가 한데 얽혀 있다. 때문에 센터의 상담사들은 잘 될 거라는 말은 함부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김 간사는 “학생들이 고민을 얘기하면 우선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짚어주고 해결방법을 제시한다. 또 정도가 심각한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 준다.”고 설명했다. ●자살예방 교육이 중요 청소년들이 이처럼 복잡한 문제로 고민하지만 문제는 자신의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는 데 있다. 조기에 발견하면 치유할 수 있는 상처를 방치해 악화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센터에서 운영하는 ‘친구사이’라는 청소년 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센터에서는 수원시내의 중·고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학생들을 상대로 교육을 하고 있다. 자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청소년들 스스로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 딱딱하고 무거운 강의가 아닌,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게임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효과가 높다. 빙고게임을 통해 자살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친구들과 함께 고민을 풀어보는 시간도 갖는다. 센터측은 “‘자살’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학교에서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교육에 나서면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의 반응도 적극적으로 바뀐다.”고 전했다. ●청소년이 전하는 생명사랑 센터에서는 또 청소년을 위한 교육과 함께 청소년에 의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아름다운 사람지킴이’ 활동이 그것이다. 중학생들로 구성된 아름다운 사람지킴이는 거리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하고, 연극이나 동영상물을 만들어 자살예방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또 홍보활동을 위해 직접 스티커를 제작하고, 센터에서 발행하는 계간지 제작 과정에도 참여한다. 지난해 6개월간 아름다운 사람지킴이로 활동했던 이예진(권선중 2년)양은 “왕따를 당해 괴로워하는 친구의 얘기를 연극으로 꾸며 봤는데, 자살하는 사람들이 고민하는 불행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현재 활동 중인 정영준(매원중 2년)군도 “누구나 한 번쯤 자살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주위에 고민하는 친구가 있다면 부모님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또래 지도자’ 키워 청소년고민 해결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한 ‘또래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9일 “올해 자살예방 계획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중점 추진할 것”이라며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청소년의 경우 어른과 달리 주위 도움만 있으면 쉽게 자살을 포기하기 때문에 중점적으로 관리하면 자살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복지부는 우선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의 협조를 받아 ‘또래 지도자 양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또래 지도자에게 자살예방 교육을 시켜 청소년들 스스로 친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수원자살예방센터의 교육 프로그램이 그 모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고민을 털어놓는 대상이 같은 또래이기 때문에 부모나 교사들을 상대로 자살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것보다 또래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청소년들이 자아 존중감을 향상시키고 자기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의사소통법 ▲갈등조정법 ▲스트레스 자가진단법 등의 내용을 담은 부교재를 제작하고, 청소년이 쉽게 접하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자살예방 홍보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안전환경조성’ 작업도 추진된다. 농약 등 자살도구가 될 수 있는 품목에 대한 제도적 관리를 강화하고, 건물 옥상에 유리벽을 설치하는 등 추락사의 환경요인 자체를 안전하게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현재 연구 중인 자살 원인과 예방법에 대한 용역결과가 나오는 대로 관련 부처와 협의해 자살예방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노래방 비상구서 또 추락사

    계단이 없는 노래방의 비상구에서 추락사고가 잇따르고 있으나 단속규정이 없어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지난 2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 모 노래방 2층에서 손님 박모(32·여)씨가 화장실에 가려다 계단이 없는 비상구 문을 열고 나가면서 6m 아래로 떨어져 뇌수술을 받았으나 8일 밤 숨졌다. 경찰 조사결과 노래방 복도 끝에 있던 이 비상구는 안에서 밖으로 여는 구조였고 문앞 바닥에는 접이식 철제사다리가 있었다.또 문에는 ‘추락주의’라는 스티커만 붙은 채 노끈이 안전고리처럼 걸려 있었다. 지난해 9월 경북 안동의 한 노래방에서도 손님 2명이 계단이 없는 비상구로 나갔다가 추락해 1명이 숨지기도 했다. 뒤늦게 2004년 개정된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은 비상구에 발코니와 계단 등을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규정을 어길 경우 영업주에게는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이 오는 5월29일까지 경과규정에 따라 유예되면서 단속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광주시소방본부는 지난해 10월 노래방 1312개 가운데 비상계단이나 로프·완강기 등 피난기구가 설치돼 있지 않은 노래방 17개를 확인했다. 도내에는 5753개 가운데 추락위험이 있는 곳은 58개라고 밝혔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영업주가 비상계단을 설치하려고 해도 건물주가 외벽을 허물고 계단을 만드는 일에 반대해 행정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새 광고] 강남역 스크린도어에 ‘X노트’ 홍보

    LG전자가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 설치된 스크린 도어를 통해 X노트 광고를 시작했다. 지하철 내 추락사고 예방을 위해 설치된 스크린 도어는 행인들의 시선 집중도가 높으며 특히 강남역은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어서 LG전자는 이번 광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한승헌 LG전자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상무는 “X노트는 최근 만능 엔터테이너의 이미지가 강한 비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며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강남역은 X노트 홍보를 위한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2006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동국제강-철인 3대

    [2006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동국제강-철인 3대

    대궁(大弓)양행, 남선(南鮮)물산, 조선(朝鮮)선재, 동국(東國)제강…. 고 대원(大圓) 장경호 회장이 1929년 설립한 가마니 회사 대궁양행을 시초로 한 동국제강그룹의 사명 변천사에는 웅대한 포부가 담겨있다. 활을 숭상하는 민족사를 표방한 대궁이나 바다건너 남쪽으로 뻗어나가길 소망한 남선, 조선, 해뜨는 나라의 긍지를 담은 동국 등 장경호 회장이 강조한 민족사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1974년 락희(현 LG), 삼성, 현대, 한국화약에 이어 5대 그룹까지 올라섰던 동국제강그룹은 잇단 계열분리로 인해 지난해 4월 현재 자산 5조 8000억원으로 재계 26위에 랭크돼 있다. 하지만 가마니와 못을 팔며 시작한 이 전통의 그룹은 3세인 장세주(53) 회장대에 이르러 범양상선(현 STX팬오션) 인수전에 뛰어들고 IT사업에 진출하는 등 의욕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지남철로 수집한 철사 토막에서 연산 860만t체제로 장경호 창업주는 1899년 동래군 사중면 초량동에서 부농인 부친 장윤식씨와 모친 문염이씨 사이의 4남 2녀 가운데 3남으로 태어났다. 지금의 부산 초량동 중앙시장 주변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창업주는 1913년 서울의 보성고등보통학교에 진학했다. 당시 보성학교에는 부산출신 유학생이 단 두명 있었는데 나머지 한명이 4·19직후 과도정부 수반이었던 허정씨다. 둘은 광복 이후 각각 정치인, 기업가로 재회했는데 허정씨가 정계 은퇴 후 어렵게 살 때 장 회장이 음으로 양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장 회장은 은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 맏형 장경택씨가 운영하던 목재소 일을 돕고 농사를 크게 짓고 있던 두 형에게 가마니를 공급하는 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30세 되던 해인 1929년 대궁양행을 설립, 본격적인 가마니 장사에 나서면서 사업인생을 시작했다.1935년에는 남선물산을 세워 수산물 도매업, 미곡사업, 창고업 등으로 발을 넓혔다. 장 회장과 철(鐵)과의 인연은 우연찮게 시작됐다. 남선물산 창고에서 신선기(伸線機)를 설치해 철사와 못을 생산하던 재일교포가 창고에 화재가 발행하자 장 회장에게 신선기를 넘긴 것이다. 동국제강의 모태가 된 조선선재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당시 장 회장은 검정 고무신을 신고 보퉁이를 맨 채 지남철을 들고 다니며 고철을 수집해 못을 만들었다고 한다. 현재 동국제강의 연간 철강 생산량은 유니온스틸을 합쳐 무려 860만t에 이르지만 그 출발은 길거리에 굴러 다니는 쇠붙이였던 것이다. 한국전쟁 후 재건사업으로 못 수요가 폭발하자 조선선재는 큰 돈을 벌게 됐고 1954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동국제강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민간 제철소 시대를 개막했다. 당산동 공장으로는 늘어나는 철강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장 회장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분개 소금’으로 유명했던 부산시 남구 용호동 일대 갯벌을 매립해 20만평 규모의 부산제강소를 완공한다. 1965년에는 50t 규모의 국내 첫 ‘고로(高爐)’를 준공, 한국 철강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당시 동국제강의 위상은 박정희 대통령이 1964년 부산제강소를 방문, 종합제철소 건설을 맡아달라고 당부할 정도였다. 장경호 회장은 “종합제철소는 민간기업이 하기에는 역부족이므로 국책사업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완곡히 사양했다. 이후 정부는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포항제철을 설립, 오늘날 포스코를 탄생시켰으니 장 회장이 박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한국 철강사가 새로 씌어질 뻔했다. ●아내 반지를 빼서라도 투자하겠다, 강철왕 송원 장상태 장경호 창업회장이 동국제강그룹의 기틀을 닦았지만 장 회장은 워낙 불심(佛心)이 깊어 수시로 절에 들어가 100일간의 수행정진에 들어가는 등 현대적 의미의 경영자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동국제강의 본격적인 역사는 1956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당시 부흥부(경제기획원)에서 일하던 고 장상태 회장이 전무로 입사하면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큰 형(고 장상준씨)과 공직에 있던 둘째 형(고 장상문씨)과 함께 동국제강을 키워 온 장상태 회장은 1964년 동국제강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2세경영’을 시작했다. 장 회장은 2000년 4월 지병으로 별세할 때까지 국내 첫 후판공장 설립, 부산신철(현 한국특수형강) 설립, 동일제강 인수, 한국철강·한국강업 인수, 연합철강·국제기계·국제통운 인수, 기업 상장, 직류전기로 도입, 포항 후판공장 준공, 국내 첫 항구적 무파업 선언, 부산제강소의 포항 이전, 일본 가와사키제철(현 JFE스틸)과의 포괄적 협력 체결 등 굵직굵직한 발자국을 남겼다. 64년 취임 당시 4만 8000t에 불과했던 동국제강의 철강 생산량은 2000년 705만t으로 147배 증가했다.5억 6000만원이던 매출은 1조 5442억원으로 불어났다. 장 회장은 약간의 여유만 생겨도 설비투자에 나섰는데 주변에서 자금 걱정을 하자 “내 아내의 반지를 빼서라도 투자금을 마련할 테니 설비만큼은 최고를 써라.”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장 회장의 존재감은 JFE홀딩스 스도 후미오 사장이 동국제강 사보 편찬팀과의 인터뷰에서 “장 회장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 때문에 지금도 동국제강 본사에 있는 장 회장 흉상 앞에 설 때면 자연스럽게 차렷자세로 ‘고맙습니다’하고 인사를 하게 된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다. 스도 사장은 2005년 4월 방한했을 때도 경기도 광주에 있는 장 회장 납골탑을 참배하는 등 존경심을 감추지 않았다. ●디지털경영 시도하는 3대 장세주 회장 동국제강은 장상태 회장 별세 직후 포항제철 사장을 역임한 김종진씨를 부회장으로 영입,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김 부회장은 취임 1년여만인 2001년 7월 헬기를 타고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소를 방문하다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졸지에 수장을 잃은 동국제강 계열사 사장단은 ‘회장 주청의 글’을 통해 당시 장세주 사장을 회장으로 추대키로 하지만 장 사장은 본인의 미흡한 점을 이유로 몇번을 사양했다. 장 사장은 선친과 교분이 두터웠던 박태준(현 포스코 명예회장) 전 국무총리와 해외 철강업계 수장, 모친인 김숙자(74)여사 등에게 차기 회장감을 상의했고 10여일의 고민끝에 “이젠 자네가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라는 박태준 회장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장세주 회장은 중앙고와 연세대를 졸업하고 학사장교(ROTC)로 포병장교 근무를 마친 뒤 미국 타우슨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1978년 말단 사원으로 입사, 경리부·일본지사·인천제강소장·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쳐 98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았다. 그가 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입사 22년만인 2000년이다. 장 회장은 “동국제강에 입사해 부장때까지 다른 신입사원들과 똑같이 현장에서 일하면서 라면도 끓여먹고 술도 마시곤 했다. 아버지는 늘 현장에 있으라고 강조하셨는데 현장에서 쇳가루를 마시고 커야 나중에 본사에 오더라도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고 회고했다. 귀공자풍의 장 회장은 골프, 스키 등 만능 스포츠맨이다. 쉰이 넘은 나이에도 젊은이들이 즐기는 스노보드도 수준급이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스키를 즐겼던 선친과 많이 닮았다. 골프실력도 남다르다.74년 한국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오를 만큼 프로급인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과 ‘자웅’을 겨룰 정도다.2오버파 정도를 친다고 한다. 장 회장은 또 어린시절을 함께 보낸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도 친분이 두텁다. 방 사장과 허광수 회장이 사돈이고, 장 회장 역시 범 LG가(家)와 사돈이어서 눈길을 끈다. 장 회장 취임 이후 동국제강은 매출이 2001년 1조 7852억원에서 2004년 3조 2674억원으로, 순이익은 149억원에서 4562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장 회장은 2004년 7월 동국제강 창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CI(기업이미지)를 선포하면서 2008년 그룹 매출 7조원 달성 목표를 내걸었다.2005년 들어 휴대전화 부품 제조업체인 유일전자(현 DK유아이엘)와 시스템통합업체인 탑솔정보통신(현 DK유앤씨)을 인수하는 등 IT영역으로도 발을 뻗고 있다. 중앙기술연구소 설립,MBA급 인재 100명 육성, 경영혁신운동 가동 등 인재육성과 기술개발에 정성을 쏟고 있다. 장 회장이 2005년 7월 ‘그룹경영회의’에서 주문한 내용들을 보면 그가 얼마나 동국제강의 ‘체질’을 바꾸고 싶어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경영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 철강업, 물류업 등 우리 사업의 개념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져야 할 때이다. 선대 회장 시대의 경영패턴과 지금 시대에 해야 할 일이 바뀌었다는 점을 인식하자.” ●창업회장 시절의 수수한 혼맥 장경호 창업회장은 보성고보 2학년 때 같은 고향 출신의 추명순씨와 결혼, 슬하에 6남 5녀를 뒀다. 창업회장이 성사시킨 11번의 혼사 가운데 유력가문이라고는 동명목재뿐이다. 장남으로 동국제강 회장을 지낸 고 장상준씨는 부산에서 사업을 하던 박상선씨의 딸 명년씨와 결혼,4남 2녀를 낳았다. 장상준씨의 장녀 옥자씨는 부산세무서장을 지낸 송귀범씨와 결혼했고 장남인 세창씨는 타워호텔 회장이었던 고 남상옥씨의 딸 덕자씨와 결혼했다. 덕자씨는 남충우 타워호텔 회장의 누나로 남덕우 전 국무총리의 사촌동생이다. 차녀 옥빈씨는 태광그룹 이임룡 창업주의 둘째 아들인 고 이영진씨와 결혼했다. 장상준 회장의 자녀들은 동국제강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조선선재 경영을 맡았는데 선친에 이어 아들들도 일찌감치 유명을 달리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1978년 시집 ‘여(旅)’를 펴내는 등 문학에도 조예가 깊었던 장남 장세창 전 동일제강 사장은 2000년 지병으로 별세했고 차남인 장세명 전 조선선재 사장도 2005년 12월2일 59세로 사망했다. 조선선재는 곧바로 장세명 전 사장의 아들인 장원영씨를 대표이사로 추대해 새출발했다. 보스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원영씨는 불과 서른살이다. 3남인 장세승(57)씨는 조선선재 상무로 일하고 있다. ●불사를 이어받은 둘째 창업회장의 둘째 아들인 고 장상문씨는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공직자의 길을 걸었다. 장상문씨의 부인은 부산의 대표기업이었던 동명목재 창업주인 고 강석진 회장의 딸 강정자(76)씨다. 장경호 창업회장과 동향인 강 회장은 같은 불자로 친분이 두터웠다. 외무부 차관보, 스웨덴·멕시코 대사, 유엔대사 등을 역임한 장상문씨는 공직에서 물러난 뒤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1989년 사재 10억원을 출연해 전통문화 전문 출판사 ‘대원사’를 세웠다. 대원사는 현재 그의 아들인 장세우(57)대표가 맡고 있다. 장상문씨가 3대 이사장을 지낸 불교진흥원은 선친이 1975년 임종 직전 박정희 대통령에게 한국불교의 중흥을 염원하는 서한과 함께 헌납한 31억 6000만원(현재가 2000억원)으로 설립됐다. 불교진흥원 초대 이사장은 LG그룹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인 구태회 당시 제2무임소장관이 맡았다. 동국제강과 LG그룹은 이후 사돈지간으로 발전하는 등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2004년 동국제강 창사 50주년 기념식에 구본무 LG회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었다. ●두 아들을 장교로 보낸 장상태 장남인 장상준씨가 일찍(1978년) 타계하고 차남은 회사 경영에 뜻이 없던 터라 동국제강은 3남인 고 장상태 회장 체제로 운영돼왔다. 부산 동래고와 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장 회장은 미국 미시간주립대 석사를 마치고 귀국, 잠시 부흥부(경제기획원)에서 일하다 1956년 동국제강 전무로 회사에 발을 내디뎠다. 장 회장은 부산에서 무역업을 하던 김영희씨의 외동딸인 김숙자씨와 결혼해 2남 3녀를 뒀다. 김숙자씨는 이화여대 영문과를 나온 미모의 재원이었다. 김숙자씨는 시부모, 시동생 등 대가족을 모시고 살았는데 워낙 검박한 시아버지가 생활비(당시돈 500원)를 매일 매일 나눠주는 바람에 살림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남편인 장상태 회장도 농림부 장학금으로 미국유학을 다녀오면서 부친이 용돈을 많이 주지 않아 고생을 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도 미국 유학시절 부친이 차를 사주지 않아 걸어다녀야 했다고 한다. ROTC 출신인 장남 장세주 회장은 상명여대 교수를 지낸 남희정(44)씨와 결혼했다. 두 아들은 아직 학생이다. 막내인 장세욱(44) 동국제강 전무는 육사 41기생으로 육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 96년에야 동국제강에 입사했다. 이후 남가주대 MBA를 졸업했다. 장 전무는 소위시절 친구 소개로 경제기획원 차관, 산업은행 총재, 금호석유화학 회장 등을 역임한 김흥기씨의 딸 남연(42)씨와 연애 결혼했다. 장 전무의 처남도 육사를 졸업했다. 장 전무는 “원래는 신문기자가 되고 싶었는데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선친의 권유로 진로를 바꿨다.”고 말했다. 장상태 회장의 장녀인 영빈씨는 지병으로 이미 세상을 떴다. 차녀인 문경(48)씨는 울산대 의대 교수로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의사인 윤준오(52)씨와,3녀 윤희(45)씨는 부산지역 실업가이자 8대 국회의원을 지낸 고 이학만 화양실업 회장의 아들 철(47)씨와 결혼했다. 이철씨는 현재 철강유통회사인 세광스틸 사장이다. ●강철가문의 철 박물관 장상태 회장의 바로 아랫동생인 장상철씨는 부산제강소 공사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등 동국제강 경영에 활발히 참여하다 1991년 세상을 떴다. 장상철씨 사후 유족들은 세연문화재단을 설립해 고인의 뜻을 이어갔다. 세연문화재단은 2000년 충북 음성에 세연철박물관을 개관, 전통제철 복원실험, 대장간 조사 등 철강문화 발굴·보급에 힘쓰고 있다. 장녀 인경(47)씨가 관장을 맡고 있다. 장남인 세훈(44)씨는 동국제강 계열사인 국제기계 전무로 일하고 있고, 차남 세한(41)씨는 철강판매사인 ㈜동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차녀 은주(45)씨의 남편인 송봉헌(49)씨는 주 인도 공사다. ●불사와 사업을 동시에 장경호 창업회장의 5남인 장상건(71) 동국산업 회장은 부산지역 사업가인 김대성씨의 큰딸 명자(64)씨와 결혼,1남 3녀를 뒀다. 장 회장은 부산상고와 동국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1960년 동국제강 감사로 입사했다. 이후 동국제강 부사장, 동국건설 사장을 지낸 뒤 1977년부터 동국산업 경영을 맡아왔다. 장경호 창업회장이 1967년 설립한 대원사가 전신인 동국산업은 2001년 동국제강에서 계열분리됐고 현재 동국S&C, 대원스틸, 한려에너지개발, 동국내화, 신안풍력발전, 고덕풍력발전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장상건 회장의 형인 고 장상준 회장 자손들이 운영하고 있는 조선선재 지분도 16.6% 갖고 있다. 동국산업은 현재 장상건 회장의 외아들인 장세희(38) 전무(경영관리본부장)가 21.52% 지분으로 최대 주주다. 장 전무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96년 동국산업에 입사했다. 장 전무의 부인은 동방그룹 창업주인 김용대 회장의 차녀 유경(36)씨다. 장 회장의 차녀 혜경(42)씨는 김장&리 법률사무소 설립자인 고 김흥한 변호사의 아들 유동씨와 결혼했다. 아직 미혼인 막내 혜원(36)씨는 국민대 시각디자인과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화려한 혼맥, 눈부신 성장 장경호 창업회장의 여섯 아들 가운데 현재 가장 주목받는 이는 막내인 장상돈(69) 한국철강 회장이다. 경복고와 동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62년 조선선재에 입사, 동국제강 상무·전무를 거쳐 82년 한국철강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이후 85년부터 98년까지 동국제강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고 2001년 한국철강을 갖고 독립했다. 한국철강은 계열분리 뒤 환영철강, 영흥철강, 대흥산업을 인수하며 한국특수형강, 세화통운, 마산항5부두운영과 함께 6개 계열사를 거느린 철강 전문그룹으로 도약했다. 한국철강 자체만으로도 지난해 매출 6861억원, 순이익 1120억원을 거둔 알짜기업이다. 환영철강 역시 매출이 4000억원이 넘고 한국특수형강도 지난해 매출이 2500억원에 달한다. 장 회장은 동국대 재학시절 이화여대 미대생이던 신금순(66)씨와 연애결혼했다. 장인인 신종식씨는 한때 동국제강 계열사인 부산신철(현 한국특수형강) 사장으로도 일했었다. 장 회장은 3남 2녀를 뒀는데 혼맥이 가장 화려한 편이다. 장남인 장세현(42) 한국특수형강 대표이사 부사장은 뉴욕대 경영학과를 마치고 한국철강에 입사했고 환영철강 부사장을 거쳤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화학과와 일본 와세다대학원을 나온 차남 장세홍(40) 한국철강 전무는 고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차녀인 박은경(34)씨와 결혼했다. 박 전 회장은 재계혼맥이 두텁기로 유명한데 맏사위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아들인 김선협씨, 셋째 사위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남인 허재명 일진소재산업 대표이사다. 3남 세일(35)씨는 영흥철강 기획이사를 맡고 있다. 차녀인 인영(38)씨는 구두회 극동도시가스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은(42) LS전선 상무와 결혼했다. 구 명예회장은 구인회 LG 창업주의 동생이다.LG가와 동국제강의 남다른 인연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ukelvin@seoul.co.kr ■ 장씨일가 불교와 인연 동국제강 장씨 일가를 이야기하면서 불교와의 인연을 빼놓기 어렵다. 창업주인 고 장경호 회장의 묘비에는 ‘대원거사(大圓居士)’라고 새겨져 있다. 부인 고 추명순씨도 적선화라는 법명으로 통했다. 장 회장이 불교에 귀의한 계기는 17세 때 목격한 막내동생의 죽음이다. 사랑하는 동생의 죽음으로 인간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갖게 된 장 회장은 양산 통도사 주지 구하 스님을 통해 처음 불교에 눈을 뜨게 된다. 이후 1925년 통도사에서 첫 안거를 하면서 인생의 방향을 잡았고 수시로 금강산 마하연, 통도사, 청도 운문사, 부산 금정사, 금정산 무위암 등에서 안거와 정진을 거듭했다. 장 회장의 불사는 이후 불서보급사 설립, 대중포교당인 대원정사 설립 등으로 발전한다.1973년 대원불교대학까지 설립한 장 회장은 죽음을 예감한 1975년 스웨덴 대사로 있던 차남 장상문씨에게 불사를 부탁하고 사재 30억원을 불교사업에 희사, 대한불교진흥원을 탄생시킨 뒤 스스로 자리에 누워 입적했다. 그가 임종 직전 남긴 열반송은 ‘심즉시불(心卽是佛), 마음이 곧 부처이니 이를 믿고 깨달으라.’는 말로 끝난다. 창업 회장을 이어받은 장상태 회장도 부산제강소를 이전하면서 1996년 100억원을 출연해 대원복지재단(현 송원문화재단)을 설립, 장학사업·아동복지사업 등을 펼치며 선친의 유지를 이어갔다. 장 회장은 또 2000년 임종 직전 화장을 부탁해 장묘문화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는데 이 역시 그의 불심과 무관치 않다. 부인 김숙자씨, 아들인 장세주 회장, 장세욱 전무도 이미 화장을 약속했다. 창업회장이 생전에 불사를 부탁한 둘째 아들 장상문씨는 1981년 대원정사 이사장과 신행단체인 대원회 회장에 취임하면서 선친이 못다이룬 사업에 속도를 냈다. 장상문씨는 1989년 불교진흥원 이사장에 취임한 뒤 불교계의 숙원이었던 불교방송을 개국하는데 성공했다.UN방송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초대 불교방송 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장상건 동국산업 회장도 현재 대원정사 이사장직을 맡아 선친의 뜻을 받들고 있다. 동국산업은 1992년 재단법인 ‘불이원’을 설립, 소외된 이웃을 돕고 있다. 장 회장은 2004년 12월 부산에 대원정사 지원을 마련, 불교 포교에 힘을 쏟고 있다. 또 2005년에는 사재를 털어 부산 대원불교대학을 개교, 부산·경남지역 불교 인재 양성에 나섰다. 장상건 회장과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이 불교계열인 동국대를 졸업한 것도 이 집안과 불교와의 남다른 연을 짐작케 한다. ukelvi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박건승 부장(반장) 정기홍·류찬희·최용규 차장 이기철·강충식·주현진·류길상·김경두·서재희 기자
  • [사회플러스] 영흥발전소 노동자 3명 추락사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화력발전소에서 노동자 3명이 굴뚝에서 작업을 하던 중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6일 오후 1시30분쯤 영흥화력발전소 3,4호기 건설현장에서 한모(54) 김모(47) 서모(44)씨 등 3명이 높이 200m 지점에서 거푸집 해체 작업을 하던 중 승강기 철제줄이 끊어지면서 바닥으로 추락했다. 경찰은 줄이 끊어진 이유와 안전규칙 준수 여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영흥화력발전소 3,4호기는 설비용량이 160만㎾(80㎾ 2기)로 2004년 3월 착공해 2009년 3월 완공 예정이다.
  •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당선작] 블랙홀/김미정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당선작] 블랙홀/김미정

    ●블랙홀/김미정 등장인물 광식 정애 남자 가인 등을 들고 있는 아이 인철 그 밖의 배우들 각 에피소드들의 시간적 배경은 같다. 에피소드 1 전체 무대는 1,2층의 구조로 되어 있다.2층은 오랜 병원생활을 했음을 짐작하게 해 주는 병실의 내부가 있다. 병실에는 환자용 침대와 보호자용 침대가 있고 침대를 바라보며 유리창이 있다. 유리창 밖으로는 도시의 풍경이 보인다. 양끝으로는 줄을 연결해서 빨래를 걸어 놓았다. 한쪽에는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이 있고 그것은 병원 비상계단의 모습이다. 침대 옆에는 인공호흡기와 심장모니터기가 놓여져 있다.1층은 어느 산동네를 연상케 하는 배경들이 있고 계단의 정반대쪽에는 지하철 입구의 표시가 그려져 있다. 계단의 앞쪽으로는 벤치가 있고 그 벤치 옆에는 어느 노숙자가 놓고 간 듯한 신문지들과 소주병들이 나뒹군다. 멀리서 들리는 소리, 얼핏 들으면 기차소리와도 같은 규칙적인 소리.2층의 무대가 조금 밝아지면서 기차소리는 심장 모니터기의 소리로 바뀐다.2층의 무대가 완전히 밝아지면 모니터의 소리는 잦아들고 보호자용 침대에 앉아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광식의 모습이 보인다. 유리창 밖에는 어깨에 끈을 매단 남자가 유리창을 닦는다. 유리창을 닦다가 소주를 꺼내어 마신다. 광식의 앞에는 먹던 중이었던 김치그릇과 밑반찬 그릇들 그리고 밥그릇이 있다. 나머지 두 침대는 비어있다. 광식:(입맛을 다시며)거 참 맛있겠네. 저 양반 저거 세상을 아는 양반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소주 한 병 사오는 건데.(혼잣말로)거 혼자만 잡숫지 말고 나눠 먹읍시다.(먹던 밥을 계속 먹는다.) 남자가 유리창을 두드리더니 소주병을 내민다. 광식:한 잔 주시게요?아이고 그럼 나야 고맙지요. 유리창 남자가 소주를 따르는 시늉을 한다. 광식이 술잔을 받는 시늉을 한다. 광식:(마시는 시늉)원샷! 캬! 안주는? 안주도 줘야지. 남자가 씩 웃는다. 광식:사람 참 싱겁소. 남자도 하!웃는 모양. 그러고는 유리창을 닦는다. 광식:하, 취한다.(침대의 이불을 젖히니 아이가 반듯이 누워 있다. 광식이 아이의 몸을 옆으로 돌려서 등을 문지른다)우리 딸입니다. 예쁘죠?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이 예수님 귀 빠진 날이래요. 뭐 대단한 양반인지는 몰라도 병원 전체가 들썩들썩 합니다. 우리 병실 환자들은 모두 외출을 나갑디다. 세상을 구원하신 독생자 그리스님인지 놈인지 덕분에 오랜만에 조용하고 좋수.(등을 문지르다가 손을 동그랗게 하고 두드린다.)하나요, 할머니가 지팡이 들고서 달달달, 둘이요, 두부장수 두부를 판다고 달달달, 셋이요, 새 각시가 빨래를 한다고 달달달. 광식이 부르는 노래의 반주와 함께 빨간 등을 든 여자아이가 등장해서 1층의 무대를 돌아다닌다. 아이가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남자가 내려다보고 있다. 아이:(가만히 서서)아빠!일곱은 뭐라고 그랬죠? 남자가 뭔가를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유리창을 두드린다. 광식이 쳐다본다. 남자가 손가락 일곱 개를 유리창에다 댄다. 광식:일곱이요. 일본 놈이 순찰을 돈다고 달달달! 아이:아!(아이가 다시 노래를 부르면서 무대를 돌아다니다가 퇴장한다.) 광식:(아이의 등에 베개를 대주고 이불을 덮어주면서 남자를 빤히 쳐다본다.)우리가 언제 한 번 본 적이 있죠?(유리창에 입김을 불어서 글씨를 쓴다.‘나 몰라요?’큰 소리로 입 모양이 보이게)초등학교 어디? 난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공주에서 살다가 중학교 올라가면서 서울로 이사 왔는데…. 고향이 공주?아닌가?아무튼 형씨 인상 한 번 좋수다. 어쩌다 이런 일…. 뭐 오해는 마슈. 위험하니까. 이런 일 하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잘 될 거요. 인상 보면 알지.(아이를 쳐다보며)우리 애는 십 년째 이러고 누워 있어요.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거든.(사이)원무과에서는 석 달에 한 번씩 청구서가 나옵니다. 일년 만에 집 날리고 벌써 팔 년 짼데 뭐가 남았겠습니까?지금은 월세 낼 돈도 없어서 병원에서 살아요. 뭐 그런 얘기를 밥 먹으면서 하냐고 그러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게 현실인걸. 만날 울고 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니까. 그냥 하루하루 간신히 넘기는 거죠. 하루의 끝은 웃으면서 보내려고 해요.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죠.(한숨을 쉬며)그래도 하루에도 몇 번씩 울화가 치밀어요.(조금 작은 소리로)이건 형씨한테만 하는 말인데요. 처음에는 살아준 것만으로도 고맙더니 딱 일년이 지나니까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길어야 삼년이겠지. 웃기죠?딱 일년 만에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걸 우리 마누라가 알면 난리 날 겁니다. 긴병에 효자 없죠?맞습니다. 부모라면 벌써 포기했을 겁니다. 자식이니까 붙들고 있는 겁니다.(큰소리로)진짜 나 몰라요?(한참의 사이 후 고개를 숙인다. 어깨를 들썩인다. 다시 한참의 사이를 두고 고개를 든다.)제길, 소주 한잔에 취했네. 다 잘 될 거요.(사이)그거 하면 하루 얼마나 줍 니까? 남자가 유리창에다 손가락을 대고는 여섯, 다섯, 넷, 셋, 둘, 하나를 세더니 칼을 꺼내어서 줄을 끊는다. 순식간에 남자가 사라진다. 광식:어?(광식은 잠시 아무 움직임이 없다가 주머니에서 전화를 찾는다.)씨!지가 왜 죽어. 죽을 놈이 누군데.(한참 만에 전화를 찾는다. 떨리는 목소리로)저 여기 13층인데요.(사이)네?병원(사이)한영병원요. 사람이 떨어졌어요.(사이)아니 안이 아니고 밖인데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누구냐면…유리창을 닦는 사람인데…. 인상이 좋고…. 어디서 많이 본 것도 같고…. 저 위 동네에 사는…. 헉!(갑자기 입을 막는다. 전화를 놓친다.) 광식이 정신없이 병실을 빠져나가 비상계단으로 내려간다. 머리를 벽에다 반복해서 박는다. 무언가 모를 괴로움에 몸부림을 친다. 그러다가 미친 듯이 웃는다. 한참 만에 다시 병실로 돌아온다. 아이를 바라보고 유리창 밖을 바라본다. 두 손바닥을 유리창에다 댄다. 이제부터는 모든 행동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아이의 호흡기 전원을 끈다. 호흡기 소리가 점점 잦아들다가 멈춘다. 침대 위 아이의 몸이 위로 한 번 뛰었다가 털썩 내려앉는다. 심장모니터의 박동소리가 완전히 멈춘다. 광식의 몸이 털썩 밑으로 내려간다. 무대가 서서히 어두워진다. 광식의 손바닥 자국이 드러난다. 소리:2005년 12월25일 서울의 모 병원에서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생명을 유지하던 15세 김모 양의 아버지가 아이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김모 씨는 병원 소각장에서 아이의 신발을 태우다가 붙들렸습니다. 김모 양은 지난 1998년 교통사고를 당해 그 이후로 계속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서 살아왔던 걸로 밝혀졌습니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아이의 목숨마저 끊어버리게 된 김모 씨는 현재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씨의 다른 가족으로는 아이의 어머니 최모 씨와 8세의 아들이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김씨는 아내 최모 씨에 의해 경찰에 신고 되었다고 합니다. 같은 날 김모 양의 병실 밖에서는 병원의 유리창을 닦는 강모 씨의 추락사가 있었습니다. 강모 씨의 주머니에는 마시다 만 소주병이 있었고 리프트의 한 쪽에는 분골함으로 보이는 상 자에 하얀 재가 반쯤 들어 있었습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아 한층 들뜬 분 위기의 한 쪽에는 이런 어두운…. 암전 에피소드 2 빗소리와 함께 무대가 밝아진다.2층 무대의 소품들은 여전하다. 정애가 지하철 입구를 통해 밀고 다니는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들고 등장하고는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더니 그냥 그 자리에 선다. 주머니에서 수건을 꺼내어서 닦는다. 남자가 벤치에 앉아 있다가 정애가 있는 곳으로 온다. 정애:(남자를 힐끗 보더니)크리스마스에 눈이 안 오고 비가 오네요. 남자가 쭈그리고 앉는다. 정애도 쭈그리고 앉는다. 정애:(남자를 바라보며)묘한 기분이 들어요. 남자:…. 정애:(천천히 고개를 돌리며)나 좀 봐 주책이야. 남자가 담배를 피운다. 정애:(가방에서 칫솔을 꺼낸다. 혼잣말로 연습한다.)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학교에서나 공부하시느라 살림하시느라 일하시느라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으십니까. 오늘 제가 가지고 나온 물건은 여러분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해소시킬 수 있는 건강 칫솔입니다. 이 건강 칫솔은 아이에스오 9002 인준을 받은 칫솔모를 사용한 칫솔로서 여러분의 이와 잇몸의 구석구석까지 들어가서 찌꺼기와 치석을 제거해 줄 것입니다. 몇 달이 지나도 칫솔모가 상하지 않아 칫솔을 자주 바꾸실 필요가 없습니다.(남자를 쳐다보며)한영병원 1002호에 입원해 있는 가인이를 아시죠? 제 딸이에요. 남자:(그제서야 고개를 돌려서 정애를 본다) 정애:그동안 잘 지냈어요? 남자:…. 정애:당신, 많이 늙었네요. 남자:…. 정애:먹고 살만 하시면 칫솔 두 개만 사주세요.5천원이에요. 이 칫솔은 아이에스오 9002를 인정받았어요. 그게 뭔지 아시죠? 남자가 주머니에서 5천원을 꺼내서 정애에게 준다. 정애가 남자에게 칫솔을 준다. 정애:우리 가인이는 저 혼자 이빨도 못 닦아요. 그래서 칫솔도 필요 없죠.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무대 가운데로 간다. 뒤돌아서 정애를 바라본다. 남자:봉천동 산27번지에 사는 소영이는 어제 바다에 뿌려졌습니다. 며칠 전에 돌에 깔려서 죽었거든요. 그 아이도 이제 칫솔은 필요없을 겁니다. 정애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남자:가인이는 오래오래 살길 바랍니다. 정애가 남자에게 달려들어 옷을 잡고 흔든다. 남자와 정애의 몸싸움. 슬프고도 정열적인 음악이 흐른다. 얼핏 보면 두 사람이 춤을 추는 것 같다.2층 병실로 검은 옷을 입은 조폭이 등장한다. 쇠방망이를 들었다. 조폭:으메 씨벌, 병실 한 번 좋구마잉, 으메 씨벌, 돈 빌려준 놈은 지 엄니 병원비도 없어서 집구석에서 다 돌아가시게 생겼는디 돈 빌려간 놈은 지 자식을 번듯하니 이런 큰 병원에다 모셔두고 있어 잉?니들이 사람이여?개, 돼지만도 못한 것들 아녀 이것!씨발!(방망이를 한 번 내리친다) 정애:병원비가 없어서 사채를 썼어. 갚은 이자만으로도 원금을 까고도 남는데 이 새끼들이 이자가 한달만 밀려도 병실로 찾아오네. 아이의 아빠가 작업복을 입고 1층으로 등장한다. 같은 복장의 배우들이 방망이를 들었다. 광식:이 집은 재개발 지역 내에 있습니다. 나 난 이, 이렇게까지 하긴 싫어요. 어서 어서들 나가세요. 안, 안 그러면 가만 두지 않겠어. 어, 어서 나가!셋을 셀 거야. 하나!둘!씨발 나가요!셋!(방망이를 치켜든다.) 배우들이 같이 치켜든다. 남자:봉천동 산 27번지 재개발 지역. 거기서 살고 있는 사람들. 조폭:울 엄니도 몇 년째 똥오줌 받아내고 있다니까. 니 자식만 자식이고 울 엄니는 늙었응께 고만 돌아가시라 이거여 뭐여!잔말 말고 돈 내놔!안 그러면 자식이고 뭐고 없응께. 인철이가 피에로 분장을 하고 등장한다. 남자와 정애는 본격적으로 춤을 춘다. 광식:인철아!이 자식 여기 있었구나. 나 좀 살려주라!이게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난 못 하겠다. 내가 그 돈은 꼭 갚을게. 인철아. 나 좀 놔 주라. 내 이 손으로 우리 엄니같은 노인네 허리를 치고 머리를 잡고 집에다 불을 지르고 그랬다. 야!인철아!나 좀 ! 인철:아직 먹고 살 만한가 보구나, 니가. 알아서 해. 광식:야, 우리가 불알친구 아니냐. 이 자식아. 인철:어렵게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생각해. 자식을 생각하라고. 광식:인철아. 나 이제 이 짓 못하겠다. 나 좀 봐주라. 인철:야 이 자식아. 일할 사람은 많아. 너 당장 돈 갚을 수 있어? 광식:내가 벌어서 갚을게. 인철:오다가 떨어져서 말이야. 니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나도 곤란해져. 이쪽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 지는 알지? 광식:그래도 난, 난 못해. 인철:이 자식아. 그럼 돈을 가져와. 광식:으으으으으! 인철:쉽게 생각해. 아이의 호흡기 소리가 거칠어진다. 음악이 고조되면서 2층 병실의 조폭과 1층의 광식과 다른 배우들이 방망이를 휘두르고 정애와 남자가 무대를 빙글빙글 돈다. 배우들의 모습은 마치 무협영화의 한 장면 같다. 정애:있는데 안 주는 것 아닌데. 조폭:그려? 갚을 능력이 없으면 몸으로라도 때워야지. 아줌니 아직 탱탱하구마잉. 남자:일곱 살 난 딸이 집 마당으로 뛰어들다가 돌에 깔려 죽었네. 정애:그럴게요, 그럴게요, 제가 가서 일해 드릴게요. 빚만큼 일해 드릴게요. 제발 가주세요. 조폭:오메, 이렇게 쉬운 길이 있었는데 괜히 힘써 부렀네. 현란한 조명이 무대 전체를 채우고 이어서 공사장의 먼지 같은 희뿌연 연기가 무대를 가득 메운다. 무대에 탬버린 소리가 울린다. 연기가 걷힌다. 화려한 옷을 입은 정애가 탬버린을 치고 있다. 정애는 노래를 부른다.2층의 유리창 밖으로 어깨에 끈을 매단 남자가 유골함에서 하얀 재를 허공에 뿌린다. 조명이 서서히 암전된다. 에피소드 3 웨딩마치 흐르면서 무대가 밝아지면 2층의 무대에는 하얀 천이 내려와져 있다. 무대의 곳곳에는 두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단들이 있고 단위에 사람들이 둘씩 앉아 있다. 그들은 모두 광식과 정애다. 첫번째 단 광식:오늘은 입질이 영 시원찮네. 정애:아이 재미없어. 광식:그러게 왜 따라왔어. 정애:집에 있어도 재미없어. 광식:그러셔?가인이는? 정애:아까부터 곯아 떨어졌어. 텐트 치고 잔다고 좋아하더니. 당신은 낚시가 그렇게 좋아? 광식:그러엄. 정애:우리보다도? 광식:그러엄. 정애:치, 그럼 왜 결혼했냐? 평생 혼자 낚시나 하고 살지. 광식:니가 결혼해 달라고 하도 쫓아 다녀서 할 수 없이 했다. 정애:뭐야?내가 언제? 광식:물고기 머리냐? 정애:하이구 그러셔?그래서, 그래서 후회해? 광식:글쎄에. 정애:이이가 정말.(광식을 꼬집는다.) 광식:아야!조용히해. 물고기들 다 도망간다. 정애:똑바로 말하란 말야.(또 꼬집는다.) 광식:아야. 왜 이래 마누라. 똑바로 말하면 잡아먹으려고? 정애:뭐야? 광식:하하하. 두번째 단 정애:방송국에서 우리 가인이를 찍어간대. 광식:그래?방송국에서 어떻게 알고? 정애:간호사들이 편지를 써 줬대. 광식:정말? 세번째 단의 배우들이 플래시를 터트린다. 정애:아이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광식:가끔씩 눈을 맞추고 울기도 합니다. 정애:가인아. 어서 일어나서 엄마랑 밖에 나가 놀아야지. 광식:(얼굴을 찌그러트리고 입을 크게 벌려서 운다.) 정애:그럴 땐 우리말을 알아듣는 것 같아요. 그럼 가인이가 곧 일어날 것 같아요. 광식:(정애의 등을 두드린다.)두 시간에 한 번씩 체위를 바꿔주고 등을 이렇게 두드려 줘야 합니다. 정애:가래도 뽑아줘야 하고요. 낮에는 어머니가 와 계시고 밤에는 우리가 교대로 하죠. 낮에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정애와 광식의 역할을 바꾸어 정애가 광식의 등을 두드린다. 광식:가장 필요한 거는 역시…. 정애:(얼른)아이의 병원비를 석 달에 한 번씩 계산해야 해요. 셋째 단의 배우들이 플래시를 터트린다. 세번째 단 정애:밑 빠진 독에 물붓기지. 벌써 통장이 바닥났어. 광식:인수가 걱정이야. 정애:왜? 광식:장모님이 병원으로 데리고 왔어. 정애:그래서? 광식:데리고 가서 자장면을 사줬는데, 아이가 이상했어. 정애:이상해? 광식:자장면을 먹다가도 눈을 깜빡하고 얘기도 잘 하지 않고 그저 눈만 깜빡거렸어. 정애:하도 오랜만에 보니까 낯설어서 그랬겠지. 광식:그게 아니야. 정애:그럼, 아이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 광식:장모님이 그러는데 신경증 증세가 있대. 정애:뭐? 광식:우리가 잘 돌봐주지 못해서 그래. 태어나고 얼마 있지 않아 가인이가 그렇게 되고…. 아무리 장모님이 신경 써 줘도. 정애:그래서 엄마가 잘 못 돌봐서 그런단 거야? 광식:이 사람이!누가 그렇대? 정애:그럼 뭐야, 그럼 뭐냐고. 광식:으이구, 왜 억질 부려. 내가 뭐라고 했다고. 정애:몰라. 정말 미치겠다. 다른 배우들이 세번째 단을 쳐다본다. 네번째 단 광식:당신 저녁마다 어디를 나가는 거야. 정애:내가 말했잖아. 친구 식당일 도와준다고. 광식:당신 정말! 정애:어서 밥이나 먹어. 광식:…. 정애:유리창 닦는 아저씨가 죽었어. 광식:뭐? 정애:집이 재개발돼서 다 부숴지고 식구들이 다 뿔뿔이 흩어지고 그랬대. 광식:그래서, 죽었어? 정애:줄을 끊었어. 광식:다, 당신이 봤어? 정애:아니, 들었어. 깡패들이 와서 집을 다 부쉈대. 참 기분이 묘해. 그 아저씬 우리 가인이가 바깥세상을 잘 볼 수 있게 유리창을 깨끗하게 잘 닦아줬는데. 광식:…. 정애:불쌍하다. 그치?그런 거 보면 우리만 힘든 것도 아냐. 가인이는 이렇게 살아 있잖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도……. 광식: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그게 어울리는 말이니? 정애:왜 이래?오늘?짜증이 컨셉트야? 광식:힘들겠다. 자기는. 정애:새삼스럽게 왜 이래. 광식:밤마다 춤추고 노래하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 정애:뭐? 광식:…. 정애:어, 어떻게 알았어? 광식:더럽다. 정애:누가? 광식:내가. 정애: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당신이 사채만 안 썼어도. 광식:당신이 다른 남자들 앞에서 웃고 있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쏠려. 정애:그럼 가서 일억만 벌어와. 광식:제길! 정애:당신이 신체 포기각서도 썼다며. 콩팥하나 떼어줬는데 이번에는 뭘 주려고?눈?간?심장?그럼 우리 가인이는?당신이 죽으면 가인이도 죽어. 광식:개새끼들한테 돈을 빌리는 게 아니었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정애:허풍 떨지 마. 광식:뭐? 정애:어렵지 않아. 그냥 노래만 불러. 광식:거기가 그런 데냐?노래만 부르는 데냐고. 정애:정 못 믿겠으면 따라와서 보면 되잖아. 광식:꿈에도 생각 못했어. 당신이…. 정애:아까 어머니가 호박죽 끓여 오셨던데 먹을래? 광식:…. 정애:총각김치도 있어. 광식:개새끼. 정애:애 듣는 데서 왜 자꾸 욕을 하고 그래. 광식:듣긴 누가 듣는다고 그래. 병신이! 정애:(광식의 뺨을 친다.) 광식:인생이 억울하다. 정애:…. 광식:…. 정애:가인이가 다 들어. 세 단의 배우들이 일어나서 계단으로 올라가서 하얀 천을 내린다. 침대위의 아이가 호흡기를 단 채 침대에 앉아있다. 빨래가 매달려 있는 줄 사이에는 등이 여러 개 걸려 있다. 등이 하나둘씩 켜지면서 정애의 얼굴 몽환적이 된다. 무대에는 등의 불빛만이 있다. 정애:이상하지. 유리창 아저씨가 우리 병실 앞에서 하얀 재를 뿌리는 꿈을 꿨어. 그게 우리 가인이가 죽어서 태운 재 같아서 가슴이 저려 죽는 줄 알았어.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당신 얼굴이랑 똑같이 생긴 거야. 광식:그 사람. 자기 아이가, 무너지는 집에 깔려서 죽었어. 정애:어떻게 알아? 광식:나도 꿈을 꿨어. 둘이서 장난삼아 주거니 받거니 소주 한 잔 하는데 그 사람 얼굴이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 거야. 초등학교 동창인가 중학교 동창인가 물어보려는 참에 줄을 끊더라. 그러고 나니까 생각이 나는 거야. 죽은 그 아이를 많이 닮았더라. 내가 그 사람을 닮고 죽은 아이가 가인이를 닮고 ……. 정애:꿈을 꾸는 것 같다가 일어나보면 꿈이랑 별 차이가 없는 현실이 돌아와. 광식:내가 거기 있었어. 아이가 죽을 때 내가 거기 있었어. 죄책감 때문에 미칠 것 같다. 배우들이 등 앞에 서있다. 하나의 등에 하나의 광식과 정애. 두 사람이 조금 더 몽환적인 상태가 된다. 정애:지금도 꿈을 꾸는 것 같아. 광식:꿈에서 보면 우리의 머리맡에 등이 하나씩 걸려 있어. 정애:예쁘다. 광식:등이 하나씩 꺼져. 정애:슬프다. 배우들이 등을 차례로 끈다. 광식:가인이 머리위의 등은 아직 켜져 있어. 정애:다행이다. 광식:(두 팔을 천천히 들어올린다)나는 꺼진 내 등을 부여잡고 울어. 당신 등을 부여잡고 울어.(울음을 터트린다.) 정애:부모란 게 그런 거야. 자식이란 게 그런 거야. 광식:저기 아직 꺼지지 않았지만 많이 희미해진 등들이 있네. 정애:그건 누구의 등일까? 광식:인수. 정애:저게 우리 인수 등이야?어머, 정말 빨갛고 작은 등이네. 광식:그 아이, 그 아이 아빠. 정애:어쩜, 저렇게 예쁜 등을 가진 아이였어. 광식:(손을 원을 그리며 돌린다.)나는 가인이의 등을 꺼. 정애:어?그럼 안돼. 광식:천천히, 조금씩 심지를 줄여. 미안해. 정말 미안해. 배우가 가인이의 등을 끈다. 앉아있던 아이의 눈이 무섭게 커진다. 호흡을 거칠게 쉰다. 그러다 점점 잦아든다. 앉은 채로 숨을 멈춘다. 정애가 광식의 목을 조른다. 남아 있는 등들이 무대를 비춘다. 숨을 멈춘 가인의 눈이 등불처럼 떠져 있다. 암전. 에피소드 4 1층 무대의 한곳에 햇빛처럼 조명이 드리우고 광식이 벤치에 쭈그리고 앉아있다. 광식의 그림자가 무대 전체에 비추어지면서 광식의 외로움이 극대화된다. 정애가 계단을 통해 내려와서 무대 가운데로 천천히 걸어간다. 소복을 입고 있다. 광식의 그림자에 정애의 모습이 겹친다. 정애:(허공에 손을 대본다.)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면 뭐라고 그러지? 광식:메리 크리스마스. 정애:치, 화이트 크리스마스 아냐? 광식:알면서 왜 물어봐? 정애:어서 일어나서 이리로 와. 집에 가야지. 광식:왜 이래? 당신이 이쪽으로 와야 해. 병원으로 가는 길은 이쪽이야. 정애가 광식의 쪽으로 걸어오다가 멈춘다. 정애가 당황해하며 멈춰 서서 양쪽을 바라본다. 정애:어디로 가지?가인이가 죽었는데. 광식:(놀라며)무슨 소리야?가인이가 죽어? 정애:균에 감염이 돼서 열이 40도까지 올라갔어. 누가 때리지 않았어도 온몸에 멍이 들고 입과 항문으로 피가 줄줄 나왔어. 당신이 없는 동안에 가인이가 죽었어. 지금 가면 볼 수 있어. 광식:(가슴을 쥐어짜며)아! 정애:죽는 건 너무 순간이라 처음엔 나도 믿을 수가 없었어. 집으로 데려와서 씻기고 옷을 입히고 당신을 기다렸어. 오늘쯤 당신이 병원으로 올까봐 이리로 왔어. 광식:우리한테 집이 있었나? 정애:가인이를 보내려고 집을 구했어. 며칠동안만이라도 있을 수 있었어. 오늘 나가야 해. 주인이 죽은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는 걸 보고는 당장 나가라고 그러는데 며칠만 봐달라고 빌었어. 광식:난 꿈을 꾸는 것 같아. 정애:다른 병실 아이도 죽었어. 아이 아빠가 호흡기를 껐어. 뉴스에도 나왔어. 그 아이 아버지는 잡혀 갔어. 나도 꿈을 꾸는 것 같아. 아니 잘 모르겠어. 지난 8년이 꿈인지, 아니면 지금이 꿈인지. 광식이 운다. 그림자가 흐느낀다. 정애의 몸에 겹쳐져서 두 사람의 흐느낌이 된다. 광식:장례비는? 정애:아이 옷하고, 염할 것 하고, 화장터 가서 화장할 것 하고 집세 내고 그리고……. 시간이 흐른다. 무대 위를 비추는 조명이 시간이 흘러감을 알게 해준다. 그림자가 점점 작아진다. 광식:하나요, 할머니가 지팡이 들고서 달달달…. 정애:차내에 계시는 승객 여러분, 여기를 잠시 봐 주십시오. 우리가 흔히 쓰는 칫솔은 한달만 써도 칫솔모가 쉽게 닳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칫솔로는 치석까지 제거되지 않습니다. 광식:둘이요, 두부장수. 정애:여기 새로운 칫솔이 나왔습니다. 몇 달을 써도 칫솔모가 손상되지 않는 칫솔입니다. 이를 닦으면 부드러운 칫솔모가 이의 구석구석까지 파고 들어가 찌꺼기와 치석을 제거해 줍니다. 광식:낙원으로 갔니? 정애:이를 닦는 동안 여러분을 낙원으로 데리고 가줄 칫솔이 두개에 오천원입니다. 광식:정말 하루저녁이 꿈같다. 아이들이 죽고 어른들은 자살하고 마치 블랙홀에 빠진 것 같아. 정애:하얀 옷을 입어서 니 모습이 성모 마리아처럼 성스럽고 숨소리는 너무나 고요해서 세상의 모든 소음을 덮어주었어. 엄마는 꿈을 꾼다. 니가 등불을 들고 나타나 아빠를 위로해주고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고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선하게 해주는 꿈을……. 죽은 이들이 등불을 들고 등장한다. 자신의 영정사진을 들었다. 환하게 웃고 있다. 조명이 서서히 암전된다. ■ 당선소감 “수술후 벅찬 소식… ‘이런게 인생이구나’ 느껴” 갑자기 배에 기형종이 생겨 수술을 받게 되었고 수술 직후 당선 소식을 들었다. 통증과 전신마취 후의 몽롱함 속에서 들은 가슴 벅찬 소식이었다.‘이런 게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부터 나는 ‘대전여민회’라는 여성운동단체의 연극 소모임 ‘돼지꿈’에서 활동을 해 왔다. 다양한 계층의 수많은 여성 문제를 연극으로 만들어 공연을 하면서 ‘연극’이라는 것이 사람의 다친 마음을 치료해주고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 최고의 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간호사로서 막연히 연극에 대한 동경만 가지고 있던 나를 연극판으로 이끌어주고 몇 년을 한결같이 믿어준 대전여민회의 언니와 동생들 그리고 진연 언니에게 가장 먼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나와 같이 몇 년을 울고 웃으며 연극을 했던 모든 돼지꿈 단원들과도 술 한 잔 하면서 기쁨을 나누고 싶다.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다. 단 몇 평의 무대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신 김상열 교수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부모님, 대전대의 모든 교수님들과, 같이 스터디했던 동료들, 그밖에 작품을 열심히 읽어주고 평을 해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아 주었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과 함께 개인이나 가족의 병이 아닌 사회의 병으로 인식해 같이 치료할 날을 바라며 당선 소감을 마친다. 김미정 ●약력 1971년 대전 출생 충남대학교 간호학과 졸업, 대전대 문예창작대학원 수료 대전여민회 문회위원장(연극모임 ‘돼지꿈’ 연출 및 극작 활동) ■ 심사평 “꿈·현실 넘나들며 존재의 불가사의 부각 돋보여” 신춘문예에도 유행은 있는가 보다. 올해 응모작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심사를 하면서 그 작품이 그 작품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다른 말로 하면 개성 있는 작품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말이다. 자의식과 관념이 과잉되어 작가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작품들, 고통의 아우성만 보여주고 고통의 근원을 성찰하지 않으려는 엄살과 감상(感傷)덩어리의 작품들, 무뇌아적 형식실험에 진부한 소재를 안이하게 결합한 작품들, 존재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 보이려는 도살의 욕망은 보이나 존재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나 깨달음은 보이지 않는 작품들 등. 개성이나 독창성의 기준을 떠나 극작의 기본기를 중심으로 작품을 선별하려고도 해보았으나 단편희곡이 지녀야 할 덕목을 지닌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소한 소재를 의미심장하게 구성해내는 능력, 압축적이면서 오랜 울림을 줄 수 있는 내공, 존재의 심연을 깊고 섬세하게 응시하는 통찰력을 지닌 신인을 만날 수 없었다. 정말 심사를 하는 입장에서 독창성보다 기본기에 충실한 신인을 기대했다. 그 이유는 대개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들이 등단과 함께 사라져가는 경우가 너무나 허다하기 때문이다. 등단은 시작일 뿐이다. 그런데 시작과 동시에 끝을 내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미정의 작품과 박재원의 작품이 최종적으로 거론되었다. 박재원의 희곡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서라운드(surround), 다시 말해 삶의 조건에 대한 성찰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그러나 형식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삶의 조건에 대한 중심인물의 대응이 자폐적이라는 지적 또한 면할 수 없었다. 김미정의 ‘블랙홀’은 공간, 인물, 사건의 혼재와 병치, 꿈과 현실의 넘나듦을 통해 존재의 불가사의한 면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연극 공간의 활용과 극적 이미지의 연결이 돋보였고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와중에도 코믹함을 잃지 않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철리 김태웅
  • 눈 치우다 잇단 추락사고

    폭설 복구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무너진 비닐하우스나 축사지붕 위로 올라가 제설작업을 하던 자원봉사자들이 잇따라 추락사고를 당하고 있다.24일 오후 3시쯤 전북 정읍시 과교동 삼산마을에서 소축사 지붕 위에서 눈을 치우던 경북경찰청 315 전투경찰대 황모(22) 상경이 슬레이트가 부서지면서 5m 아래 바닥으로 추락해 등뼈 골절상을 입었다. 앞서 21일 오후 3시쯤 전북 부안군 상서면 통정리 농업기술센터 육묘농장의 비닐하우스가 무너지면서 제설작업을 하던 공무원 이승희(48·6급)씨가 철제파이프에 깔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나머지 직원들은 이씨와 1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작업 중이어서 사고를 피했다.20일 오후 4시쯤 전북 정읍시 덕천면 도계마을에서도 축사 위에서 눈 치우기를 하던 경기경찰청 기동 13중대 소속 김모(21)·백모(20) 일경이 지붕에 구멍이 뚫리면서 5m 바닥으로 떨어져 목과 엉덩이뼈를 다쳤다.지난 8일 전남 함평군 월야면 양정리 천지양계영농조합 조립식 지붕 위로 올라가 눈을 치우던 전남경찰청 전투경찰대 김모(23) 수경 등 대원 8명이 지붕이 꺼지면서 4.5m 바닥으로 한꺼번에 추락해 머리와 허리 등을 다치기도 했다. 자원봉사자와 농민들은 “축사는 대개 낡은 슬레이트 지붕으로 돼 있어 사람이 올라가 작업하기에는 너무 위험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삼일교 강화유리 안덮나 못덮나

    청계천에서 첫 사망사고가 났던 삼일교 중앙 조형물이 바리케이드로 둘러싸인 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특히 사고 직후 추락의 원인이 됐던 조형물 아래 구멍을 강화유리로 막겠다던 서울시는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그대로 두고 있다. 청계천 삼일교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10월1일. 접근이 금지된 삼일교 중앙의 조형물에 다가가 구경하던 50대 여성 유모씨가 조형물 아래 구멍으로 떨어져 숨졌다. 서울시는 사고가 나자마자 대변인 발표를 통해 “조형물 아래 구멍을 강화유리로 덮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유족들이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시의 한 관계자는 “유족들이 사고 원인으로 제시한 구멍을 덮으면 서울시의 ‘실수’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면서 “이 경우 소송에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공사인 D사도 같은 이유로 현장을 그대로 두고 있다. 구멍을 덮을 강화유리는 사고 발생 다음 날 이미 제작이 끝난 상태. 구멍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우는 데는 길어야 2∼3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강화유리로 구멍을 덮는 것이 서울시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라면, 사고 이후 조형물 주변에 설치된 바리케이드 역시 ‘실수’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남산1호터널을 이용하기 위해 매일 삼일교를 지나는 회사원 박모(30·여)씨는 “강화유리로 구멍을 덮지 않는 서울시의 이유가 군색하다.”면서 “하루빨리 바리케이드를 치우고 강화유리로 덮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청계천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조형물이 될 법한 ‘하나의 빛’(조형물 이름)이 바리케이드 때문에 흉물이 돼 버린 느낌”이라고 언급했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승무원·주민 최소119명 숨져

    승객과 승무원 94명을 태운 이란의 C-130 군용수송기가 6일 수도 테헤란 남부 주택가에 추락, 수송기에 타고 있던 사람 전원과 건물 안에 있던 사람 등 최소 119명이 숨졌다고 AP통신이 이란 국영 라디오와 테헤란 시장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추락사고로 수송기에 타고 있던 승객 84명과 승무원 10명 등 94명 전원이 숨졌다고 테헤란 시장이 밝혔다. 또 수송기가 추락한 10층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던 주민 25명이 숨지고 90명이 다쳤다고 이란 국영 라디오가 보도했다. 수송기는 테헤란 메흐라바드 공항에서 이륙 직후 ‘엔진 이상’으로 비상 착륙을 시도하다 공항 인근 주택가인 야프타바드 지구의 10층짜리 아파트에에 추락했다. 수송기가 추락한 직후 10층짜리 건물은 불길에 휩싸였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남부 반다르 아바스 항구로 가려던 수송기에는 지역 군사훈련 취재차 탑승한 지역 언론인들이 대부분이라고 이란의 IRNA통신은 밝혔다. 정확한 피해 규모가 공식 발표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탑승객 수를 놓고 현재까지 알려진 94명보다 많은 106명이 탑승했다고 반관영 FARS통신이 현지 경찰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테헤란 AP AFP 연합뉴스
  • 청계천 난간 문제없나

    청계천에서 추락사고가 또 발생했다. 복원 개통 첫날 삼일교에서 50대 여성이 추락해 사망한 사고가 있은 이후 한달 만이다. 이번 사고로 청계천 전반에 걸쳐 안전문제를 집중 점검하겠다는 서울시의 약속이 무색해졌다. ●서울시 “분명한 개인의 실수” 지난 2일 오전 1시51분쯤 청계천 광교 부근 조흥은행 본점 앞 쪽에서 청계천 야경을 구경하던 이모(35)씨가 다리 난간 아래로 떨어졌다. 이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뇌수술을 받았으며 현재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지점을 포함해 청계천 난간은 전체적으로 1.1m 높이다.‘건설교통부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가운데 ‘난간 겸용 차량 방호울타리’기준(1.1m)에 정확히 부합하는 높이다. 아파트 베란다 등 실내 난간의 경우 기준이 1.2m다. 청계천관리센터 관계자는 “청계천 전 구간은 대림·현대 등 굴지의 시공사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법적 기준을 철저히 따랐다.”면서 “이번 사고는 술에 취한 개인의 명백한 실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고 지점에는 난간 바로 아래에 폭 70㎝의 녹지대가 있어서 청계천으로 직접적인 추락을 방지하게 돼 있다.”면서 “사고 당사자가 난간을 넘어서 녹지대 위에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키 큰 사람의 경우 난간이 허리 아래 그러나 “법 기준을 준수했다.”는 서울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난간이 너무 낮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키가 180㎝ 가까이 되는 사람의 경우 난간이 허리 부근밖에 못미친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이씨도 179㎝의 비교적 큰 키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청계천 난간에는 일반 난간이나 방호울타리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청계천을 관람하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난간에 위험스럽게 기대어 아래를 내려다 보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 비해 사고 위험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위험이 산재한 곳에 일반 난간이나 방호울타리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야간순찰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야간에는 청계천 5.8㎞(양안 11.6㎞)를 16명이 순찰을 돌고 있다. 그마저도 공익요원과 청원경찰, 용역회사 직원들로 구성돼 유기적 업무협조가 어려운 상황이다. 청계천관리센터에서는 최첨단 폐쇄회로(CC)TV를 통해 청계천 전체를 관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번 사고처럼 긴급사고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장애인의 性과 결혼] “결혼이오?…총각딱지 떼는게 평생 소원이죠”

    #1 7년 전 추락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이양신(33·여)씨는 타고난 여성성을 박탈당할 뻔했다. 입원상태에서 생리를 하자 어머니는 이를 없앨 방법을 찾았고, 이씨도 “이제 결혼도 못 할텐데.”라는 생각에 남성호르몬제 투여에 동의했다. 그러나 부작용으로 한달 동안 하혈만 하다 그만뒀다. 5년쯤 지나자 어머니는 아예 자궁 적출 수술을 권했다. 장애인에게 성이란 귀찮고 사치스러운 것이란 인식이 깔려 있었다. 이씨 자신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 수술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지금도 ‘감각이 없는데 섹스하고 싶은 생각은 드냐.’ ‘임신도 할 수 있느냐.’는 어처구니없는 얘기를 듣곤 한다. ●“결혼도 못할텐데” 생리하자 자궁적출 #2 뇌성마비 1급 장애인 김광태(가명·33)씨는 한달에 한번꼴로 성매매 여성들을 찾는다. 물론 “오빠, 그 몸으로 섹스할 수 있겠어.”라는 얘기를 들은 적도 많다. 시간이 갈수록 “이렇게 불법적인 방법으로 죄 짓듯 욕구를 해결해야 하나.”라며 자조해 보기도 하지만 어차피 이 길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도 자기는 낫다며 온몸을 꼼짝 못해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자위행위를 하는 친구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씨는 “먹고 자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욕도 인간의 본능”이라면서 “강아지도 발정이 나면 접붙여줄 생각을 하면서 장애인의 성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시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몸으로…” 윤락업소서도 기피 #3 중증 정신지체 장애인인 딸이 성욕을 못 이겨 온 몸을 자해한다. 보다 못한 아버지는 돈뭉치를 들고 거리에 나가 청년들을 붙들고 통사정을 한다.“제발 우리 딸과 한번만 자 달라.”고. 미친 사람 취급을 받고 경찰서에 잡혀가기도 하지만 그의 지상과제는 ‘남들과 똑같은’ 욕망을 표출하는 딸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다. 결국 아버지는 자기 스스로 나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야 만다.(독립영화 ‘아빠’의 줄거리-감독 이수진) ●‘무성(無性)적 존재’로 인식 장애인의 성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장애인들이 성기능은 물론 성욕도 없을 것이라는 편견, 먹고 살기도 힘든데 성은 사치라는 인식, 불편한 몸으로 결혼해 아이를 낳아봤자 키울 수나 있겠냐는 동정 등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러나 시각·청각장애 등은 물론 뇌성마비·전신마비 장애인들도 대개 비장애인과 똑같은 성기능과 성욕구를 갖고 있다. 감각과 운동신경이 마비된 척수손상 장애인 역시 성욕구가 크게 다르지 않고, 임신·출산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성과의 만남을 통해 자연스럽게 성을 익히고 결혼으로 가정을 꾸민다는 것은 요원한 꿈이다.8년 전 교통사고로 불완전 전신마비 장애인이 된 이전형(38)씨는 지난 겨울부터 지역신문에 배우자를 구하는 광고를 냈다. 몇번의 만남 끝에 올 4월 한 여인과 결혼식을 올렸지만 패물을 노리고 접근한 사기결혼이었다. 이씨는 “장애인도 똑같이 성욕이 있고 평범한 결혼생활을 하고 싶어 한다.”면서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 만날 기회 자체가 적고, 경제적인 문제가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숨지었다. ●교류의 장·경제력 없어 걸림돌 이런 문제는 결국 장애인의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의 총체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수지 간사는 “중증 장애인의 경우 이동 자체가 불편하기 때문에 학교에도 다니지 못하고 당연히 직업활동도 하지 못해 사회에서 소외된다.”면서 “비장애인에 비해 이성을 만날 기회 자체가 차단되고 경제력도 갖지 못하면서 성과 결혼의 문제가 원천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장애인연맹 김미선 부회장은 “장애인의 성 문제가 사회적으로 한번도 공론화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장애를 개인이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는 것과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인의 성 문제를 ‘인간의 기본적 욕구’의 문제로 인정하고 장애의 종류와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세심한 제도를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효용 나길회기자 utility@seoul.co.kr
  • 충북 제천시 월악산

    충북 제천시 월악산

    평화롭게 졸고 있는 충주호와 함께 하는 월악산, 유명짜한 산정호수를 끼고 있는 명성산, 의암호를 굽어보는 삼악산, 합천호 맑은 물에 제 그림자를 띄운 악견산…. 아름다운 호수를 거느리고 있어 더욱 가보고 싶은 우리의 산 산 산. 세상에 산 좋고 길 좋고 또 물까지 좋은 곳이 있다면 그곳이야말로 바로 무릉도원이 아닌가. 이번 주말엔 힘겨웠던 날들을 뒤로 하고 ‘호반산행’에 나서 보자. 가을산이 부른다. 우리의 지친 영혼에 햇살처럼 다가와 어서 동참하라고 손짓한다. 이젠 그 별유 풍경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차례. 푸른 호반에서 불어오는 삽상한 바람을 가슴 깊숙이 들이켜 보자. 제천 글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북으론 충주호반이 휘감아 돌고, 동으론 단양 8경과 소백산국립공원, 남으론 문경새재와 속리산국립공원이 에워싸고 있는 곳. 충북 제천의 월악산은 진정 이름 값을 하는 산이었다.‘제2의 금강산’‘동양의 알프스’라는 말이 결코 헛말이 아님을 입증이라도 하듯, 월악은 의연히 그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주중에 찾은 월악은 인적이 드물어 호젓한 느낌마저 안겨줬다. 월악산은 백두대간이 소백산에서 속리산으로 연결되는 중간에 자리잡고 있다. 험준한 산세와 맹호처럼 치솟은 기암단애에 먼저 압도되고마는 한국의 대표적인 ‘남성적’ 분위기의 산이 바로 월악산이다. 산행 길은 덕주사∼마애불∼960고지∼영봉(정상)∼송계삼거리∼동창교에 이르는 덕주골 코스로 잡았다. 덕주사에서 정상인 영봉까지는 4.9㎞. 총 소요시간은 왕복 6시간 가까이 걸린다. 월악산에는 통일신라 말기 마의태자와 그의 누이 덕주공주의 전설이 서려있다. 신라 진평왕 9년에 창건한 덕주사의 원래 이름은 월악사. 달이 뜨면 영봉에 걸린다고 해서 ‘월악’이란 이름을 얻었다. 경순왕의 딸 덕주공주가 망국의 한을 품고 이곳에 피신하면서 덕주사로 불렸다고 한다. 절이 있는 골짜기가 덕주골이다. 덕주사에서 능선에 오르려면 10여분 계곡을 끼고 가다 갈림길에서 덕주사 마애불(보물 406호) 표지판을 따라 가야 한다. 덕주사에서 ‘중간기착지’인 960고지까지는 대략 2시간 거리.960고지 뒤로는 포암산, 주흘산 등 다양한 형태의 산들이 저마다 들쭉날쭉 제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960고지에서 보면 영봉은 바로 코앞에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정상까지 가려면 바위 봉우리를 뒤로 한참 돌아 철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정상에 이르는 길은 그리 녹록지 않다. 곳곳에 보호망이 쳐져있지만 정규 등산로를 이용하지 않으면 낙석·추락사고의 위험이 있다. 산길에는 크고 작은 날선 돌들이 널려 있어 초보 등산자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마침내 월악산의 주봉인 영봉. 국사봉으로도 불리는 영봉은 해발 1097m, 높이 150m, 둘레가 4㎞에 이르는 거대한 암봉이다.‘신라 5악’의 하나로 예로부터 신령스러운 봉우리로 여겨졌다. 사방이 훤히 트인 영봉에서는 평화로운 충주호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월악산 주변에는 충주호반을 비롯해 문경새재도립공원, 제천 의림지, 단양 적성의 선사유적지 등 문화경관자원이 곳곳에 있다. 또 송계계곡, 용하구곡 등 명승지들이 깃들여 있어 장관을 이룬다. 송계계곡은 한때 명성왕후의 별궁이 있었다는 곳이다. 월악산 국립공원 안에는 덕주사, 신륵사 등 전통사찰과 마애불, 덕주산성 등 수많은 문화재들이 있어 살아 있는 역사교육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승용차로 가면 중앙고속도로 서제천 IC∼5번국도∼제천시내∼597지방도(청풍경유)∼36번국도(충주방면)∼한수면 송계리(월악산국립공원) 코스를 택하는 것이 좋다. 버스편으로는 동서울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제천에서 하차, 청풍행 시내버스를 타면 월악산이 있는 제천 덕산면에 이른다. 월악산국립공원 입장료는 어른 1600원 중·고등학생·군인 600원 어린이 300원. 문의 월악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043-653-3250) ●경기 포천 명성산 경기도 포천군 영북면과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사이에 위치한 명성산(922m)은 호반유원지로 유명한 산정호수를 끼고 있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뻗은 주능선의 서쪽과 남쪽은 산세가 가파르지만 동쪽은 완만한 초원지대를 이루고 있다. 산정호수를 끼고 있는 초원능선이 절경. 산정호수∼자인사∼삼각봉∼정상에 이르는 코스를 권할 만하다. 산행시간은 왕복 약 3시간. 산정호수 관광지부(031-532-6135). ●전남 담양 추월산 전남 5대 명산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추월산(731m)은 담양읍에서 13㎞ 정도 떨어져 있다. 담양군 최북단인 용면 월계리와 전북 순창 북흥면과 도경계를 이루는 곳. 울창한 수림과 기암괴석, 깎아지른 듯한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처져 있다. 정상에서 굽어보는담양호와 주변경치가 압권. 추월산은 인근 금성산성과 함께 임진왜란 당시 격전지였으며, 동학군이 마지막으로 항거했던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담양군 문화레저관광과(061-380-3141). ●강원 춘천 삼악산 서울에서 북쪽으로 80㎞쯤 떨어진 삼악산은 경춘국도변에서 가까운 만큼 수도권 시민들의 일일 여행코스로 추천할 만하다.10m 높이의 아담한 제1폭포를 시작으로 제2,3폭포와 선녀탕을 경유해 삼악산 주봉(654m)을 오르는 등산로는 그다지 험하지 않아 초보자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의암호와 북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정상에 서면 마치 다도해에 떠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협곡과 아기자기한 바위능선이 절경을 연출한다. 왕복 3시간 소요. 춘천시 시설관리공단(033-242-2035). ●경남 합천 악견산 경남 합천군 대병면에 자리잡고 있는 악견산(491.7m)은 주변의 합천호를 조망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산이다. 인근의 금성산, 허굴산과 더불어 세 산이 합천호 맑은 물에 잠긴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 같다. 악견산 정상에는 임진왜란 때 의병들이 왜적과 격전을 벌였던 악견산성이 있다. 민족혼이 살아 숨쉬는 유서깊은 곳이다. 합천군청(055-930-3751).
  • 새물길 열린 청계천 이모저모

    새물길 열린 청계천 이모저모

    청계천이 시민의 품에 안겼다.청계천 복원 이틀째인 2일 청계천의 전구간을 감싸고도 남을 시민들의 발걸음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져 청계천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어린이들은 강물에 뛰어들어 물장구를 치고,어른들은 산책로를 따라 청계천변을 산책했다.그러나 너무 많은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질서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 빠져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서울시는 연휴 이틀 동안 약 100만명의 시민이 청계천을 찾은 것으로 추산했다. ●‘청계천 가자’ 개통 이틀째에도 청계천에는 아침 일찍부터 붐비기 시작했다. 학창시절 매일 청계천을 지나 학교를 다녔다는 박계동(67·서울 종로구)씨는 “배고픈 때였지만 청계천에서 물장구를 치고 놀 때는 마냥 즐거웠다.”면서 “그때와는 많이 다른 모습을 띠었지만 어렸을 적 추억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반갑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경우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충남 당진군에서 왔다는 정상구(57)씨는 “칠순이 넘은 부모님이 청계천을 보고 싶어해 아침 일찍 상경했다.”면서 “부친이 청계천에서 장사를 하던 이야기를 자주 하셨는데 직접 보여드리게 돼 뿌듯하다.”며 활짝 웃었다. 몰려든 인파 덕분에 도로변 음식점과 매점은 ‘특수’를 누렸다.청계천 인근의 한 분식가게에는 20∼30명이 줄지어 기다렸고,한 주점은 밖에 내놓은 간이 테이블까지 꽉 찼다. 이날 오전 9시에는 서울광장부터 청계천,중랑천,한강을 거쳐 여의도까지 달리는 ‘청계천-한강마라톤대회’가 열려 참가자 1만여명이 서울광장과 서울신문사옥 옆 무교로를 가득 메웠다. 특히 정오를 넘기면서 청계천 시점부에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 경찰이 긴급 출동해 질서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이명박 시장도 오후 5시30분쯤 청계광장 부근으로 현장 점검을 나섰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발길을 옮기기도 어려웠다.특히 이 시장이 청계천 부근에 출현하자 “이명박”을 연호하는 청계천 관람객 수십명에게 둘러싸여 오히려 청계천 주변 통행을 완전히 가로막는 상황이 발생했다. 또 조선조 과거 재현(경복궁),국악한마당과 궁중의상 패션쇼(서울광장),서울시향 콘서트(세종문화회관) 등 각종 행사가 이어졌다. ●물맞이 행사 1일 오후 6시 시작된 ‘청계천 새물맞이’행사는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시장 내외를 비롯,각계의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특히 한반도 전역에서 채수된 물을 합쳐 흘려보내는 합수식이 진행되자 이곳저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가족들과 행사를 지켜본 김민규(36·회사원)씨는 “노 대통령과 이명박 시장이 한 자리에서 행사를 치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면서 “정부와 서울시도 오늘처럼 화합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기념 축하공연에서는 소프라노 조수미와 가수 보아·김건모 등이 출연해 청계천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청계천 5.8㎞를 따라 꼬리를 문 행렬은 새벽 2시가 넘어서도 이어졌다.서울시는 이날 하루 58만여명이 청계천을 찾았다고 밝혔다. ●행사 뒷얘기 노 대통령은 축하 인사말을 통해 “청계천이 새로 태어나는 이 사건이 서울의 새로운 역사를 상징적으로 열어줄 것”이라면서 “언젠가는 청와대 뒤의 북악산도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착공 한달전인 2003년 6월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의 의견이 여럿이었으나,노 대통령이 청계천 복원의 뜻을 이해해 주시고 지원을 약속해 주신 것이 성공적 착공을 하는데 큰 힘이 돼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화답했다. 이 시장은 행사가 끝난 뒤 “왜 하필 청계천 복원 슬로건이 ‘열린 청계,푸른 미래’냐.열린우리당 좋은 일만 시키는 게 아니냐.”고 비판을 받은 일이 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이 시장은 주변으로부터 들은 말이라고 전한 뒤 “그럼 시민들의 품으로 되돌려줬다는 뜻에서 ‘우리 청계’로 하면 어떠냐고 했더니,그것은 더 안된다고 해 예정대로 갔다.”고 덧붙였다. ●안전은 어디에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친데 안도하던 서울시는 삼일교 추락사고와 교통편의 실종에 비난이 쏟아지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마라톤대회 등 이틀째 이어진 온갖 행사로 대혼잡을 빚은 도심에 막상 우회도로 등 교통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없어 혼란을 더욱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도심 볼일로 강남지역에서 남산2호 터널을 통해 자동차를 몰고온 박모(47)씨는 “구체적인 교통통제 내용을 모르고 간선도로를 탔다가 속수무책으로 가로변에 주차시킨 뒤 목적지에 갈 수 있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송한수 김기용 서재희기자 onekor@seoul.co.kr
  • 새 청계천서 첫 추락사고

    새 청계천서 첫 추락사고

    47년 만에 청계천 물길이 열린 첫날인 1일 밤 50대 여성이 청계천 다리 아래로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일 밤 10시56분쯤 서울 종로구 관철동 청계2가 삼일빌딩 옆 삼일교에서 ‘청계천 새물맞이’ 행사를 구경하던 유모(50)씨가 5.5m 다리 아래로 떨어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유씨는 이날 낮 친구들과 나들이를 나왔다가 행사를 보러 나온 인파에 휩쓸려 친구 2명과 헤어져 혼자 다니다 사고를 당했다. 유씨는 사고 즉시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날 새벽 4시28분쯤 사망했다. 사고가 난 삼일교에는 차선 중앙분리대 역할을 하는 ‘하나의 빛’이라는 가로 13m짜리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다리 중앙에 설치된 이 조형물 바닥에는 가로 1.47m, 세로 1m가량의 구멍이 7개 뚫려 있다. 경찰은 유씨가 조명이 켜진 조형물을 가까이에서 보려고 다가섰다가 구멍을 발견하지 못하고 북쪽 첫번째 구멍에 빠져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삼일교 조형물은 차로의 중앙선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접근해서는 안 되는 시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들은 조명이 아름다워 가까이 다가선 사람들이 많았는 데도 특별히 주변을 통제하거나 바닥에 구멍이 있다는 안내를 해주지 않았다며 서울시가 안전에 신경을 썼어야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재 삼일교 조형물에 임시 바리케이드를 치고 시민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이효연 김기용기자 belle@seoul.co.kr ▶관련기사7면
  • 추락사고 비상걸린 청계천 안전

    청계천 복원 개통 첫날부터 청계 2가 삼일교에서 50대여성이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나 ‘청계천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청계천 안전문제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개통 이틀 동안 무려 100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리는 등 앞으로도 많은 시민들이 청계천을 찾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개통에 앞서 안전사고 방지에 만전을 기했다고 자부해 왔던 서울시는 사망사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홍수 등에 따른 비상 탈출을 위해 ‘사다리형 비상계단’ 30여개를 준비하고,16개의 CCTV 외에 안전요원을 곳곳에 배치하는 등 사고에 대비한 다양한 대비책을 세워 뒀기 때문이다.서울시는 2일 부랴부랴 안전문제 재검검에 들어가는 한편 시민에게 청계천 혼잡 구간 진입 자제를 당부했다. ●좁은 보행로,낮은 차단벽 청계천은 두 곳의 보행로가 있다.하나는 청계천 아래의 산책로이고,또 하나는 청계천과 인근 도로와의 사이에 있는 보행로다.도로상의 보행로는 폭이 1.5m로 너무 좁다.서울시는 이 도로가 보행로가 아닌 차량의 청계천 추락 등을 막기 위한 안전통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틀 동안의 경험에서 보았듯이 시민들은 이 길을 보행로로 이용하고 있다.보행자들이 서로 비껴가기에도 좁아서 위험한 차로를 침범하기 일쑤다.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청계천과 보행로 사이의 철제 차단벽도 1.5m가 채 안된다.자칫 구경하다가 4∼5m아래 청계천으로 추락할 우려도 있다.청계천을 찾은 시민들이 많이 지적한 문제점이다. 또 청계천 진입계단도 너무 가파르고 좁다.이번 처럼 인파가 많이 몰리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교통사고도 복병 청계천은 양 옆의 2∼3차선 도로와 나란히 동쪽으로 이어진다.문제는 사람들이 이 도로를 동네골목길처럼 건너 다닌다는 것이다.실제로 점심 때나 저녁무렵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또 관람객들은 보행로가 좁을 경우 차도를 이용하기도 한다.사고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철저한 교통단속을 하든지 아니면 차로와 보행로 사이에 차단 울타리를 두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또한 운전자들이 규정 속도를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보행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도 요구된다. 김기용 서재희기자 kiyong@seoul.co.kr
  • [월드이슈] ‘날아다니는 棺’ 퇴출령

    [월드이슈] ‘날아다니는 棺’ 퇴출령

    최근 항공기 운항 사고가 급증하면서 항공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행기 제작기술이 발전하고 운항 기술의 숙련도가 높아지면서 항공사고 발생 빈도는 1960년대에 비해 30분의1로 줄어든 게 사실이다. 사고발생 확률은 100만번의 이·착륙 가운데 1.5회로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이용객이 빠르게 늘고 있고, 항공사간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사고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파리 함혜리특파원|지난해 전세계에서 여객기 승객수는 18억명이며 매년 6%씩 증가하고 있다. ●급증하는 항공기 이용객 안전 기준이 강화되지 않을 경우 오는 2020년에는 매주 한차례 꼴로 사고가 빈번해질 것으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경고한다. 그러나 각국의 안전조치는 요구 수준에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아프리카 등 항공운항 역사가 일천한 개발도상국과 저가 항공사들의 안전수준은 국제 기준에 미달, 상대적으로 사고가 잦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잉사가 1994∼2003년 발생한 항공기 사고 177건을 분석한 결과 아프리카의 항공사는 미국 항공사에 비해 위험도가 3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저가 항공사 및 전세기의 경우도 비슷한 수준이다. ●항공사 블랙리스트 제도 확산 각국 항공당국은 최근 사고가 빈발하자 안전수준이 국제적 기준에 못미쳐 사고 위험도가 높은 항공사 명단을 공표하는 블랙리스트 제도를 서둘러 도입하고 있다. 미국, 영국, 스위스가 이미 시행 중인 블랙리스트 제도는 항공기 이용객들이 안전도가 낮은 항공사들을 인터넷으로 조회해 사고를 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188개 회원국 가운데 ICAO가 제시하는 안전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국가가 30개국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는 내년 초부터 항공사 안전실적을 증명하는 ‘청색 라벨’제도를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한 콜롬비아 여객기 추락사고로 프랑스령 마르티니크섬 거주 자국인 152명이 사망하면서 블랙리스트 제도를 서둘러 도입했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늦어도 올 연말부터 블랙리스트 공표 제도를 도입,‘날아다니는 관’으로 비유되는 위험한 항공기를 역내에서 추방한다는 계획이다. 영국은 콩고,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스와질랜드, 타지키스탄 국적의 항공기에 대해 자국 영공내 운항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1992년 이후 ICAO 기준에 부합되는 국가들(1군)과 그렇지 않은 국가들(2군)을 구분해 관리 중이다. 스위스는 블랙리스트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이용객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알려주는 방식을 취해왔으나 다음달부터는 인터넷에 이를 공표할 예정이다. ●통일된 기준 마련 시급 자크 바로 EU 교통담당 집행위원은 “EU 집행위원회에 전달되는 정보들을 토대로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공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 방안이 유럽의회에서 통과되면 올해 말까지는 시행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25개 회원국의 기준을 통일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25개 회원국은 지난 4월 항공기 블랙리스트 제도의 도입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피에트로 루나르디 이탈리아 교통장관은 “우리의 안전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운항할 수 없다. 따라서 별도의 블랙리스트는 필요없다.”는 입장이다. 이탈리아는 블랙리스트와 상반되게 안전도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항공사를 선정해 ‘화이트 리스트’를 공표하고 있다. 문제는 이탈리아 민항감독국(ENAC)이 작성한 명단에 영국에서 운항이 금지된 키르기스스탄과 시에라리온의 두 항공사가 포함돼 있다는 점. 마찬가지로 프랑스가 자국내 영공에서 운항할 수 있는 항공사로 분류한 이집트의 에어 멤피스는 벨기에의 블랙리스트에 포함되는 등 각국의 선정 기준이 달라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사고요소 제거 노력 강화 각국 항공당국은 대형사고가 잇따르자 국내 항공기의 정기 안전점검 외에도 외국 항공기에 대한 수시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DGAC의 프레데릭 르퓔 검사관은 “과거에 안전상의 결함이 발견된 항공기 및 문제가 있는 항공사, 저가 항공사 소속의 항공기들을 중심으로 불시 안전점검이 집중적으로 실시된다.”고 말했다. 르퓔 검사관은 “외형상으로 보이는 부분에 국한된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수시 검사방식은 항공사가 자체 점검을 강화하도록 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ICAO 회원국들도 상시 점검 외에 수시 점검을 강화하는 추세다. 도미니크 페르뱅 프랑스 교통장관은 DGAC 소속 검사관을 증원하고, 연간 검사건수를 지난해 1600건에서 2000건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각국에서 실시된 점검 결과는 외국 항공기 안전평가기구(SAFA)의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돼 각국이 정보를 공유한다. ICAO는 또 지상 관제탑과 항공기 조종사들의 의사소통 장애가 사고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 주목,2008년까지 모든 민항기 조종사와 관제요원이 ICAO가 요구하는 수준의 정확한 영어구사 능력을 검증받도록 했다.ICAO에 따르면 1976∼2000년 의사소통 문제로 발생한 사고로 1100명이 목숨을 잃었다. lotus@seoul.co.kr
  • 佛 ‘항공사 블랙리스트’ 띄운다

    |파리 함혜리특파원|프랑스 정부는 항공사고 위험도가 높은 항공사 명단을 담은 ‘블랙 리스트’를 오는 29일(현지시간)부터 인터넷상에 공표할 계획이다. 도미니크 페르뱅 교통장관은 이달 들어 항공사고가 잇따르자 항공안전을 위해 이같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25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최근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한 콜롬비아 여객기 추락사고로 프랑스령 마르티니크섬 거주 자국인 152명이 사망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항공사는 앞으로 프랑스 영공에서 비행이 금지된다. 페르뱅 장관은 “다음주 월요일부터 민간항공기구(DGAC) 인터넷 사이트에 프랑스 영공에서의 비행이 금지된 항공사, 허가를 얻은 항공사, 안전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믿고 탈 수 있는 항공사의 명단을 공개할 것”이라며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유통돼 이용자들이 안전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항공사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사고를 낸 콜롬비아의 웨스트 커리비안 항공사가 콜롬비아 정부로부터 안전조치 미흡으로 4만 6000달러의 벌금을 받은 것이 뒤늦게 알려지는 등 항공사의 안전과 관련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페르뱅 장관은 아울러 올 연말부터 여행객들은 자신이 탑승할 비행기와 소속 항공사에 대한 안전상의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제도화할 방침이며, 프랑스 영토내 공항에 중간 기착항공하는 비행기를 포함해 비행허가를 얻기 위한 항공기의 안전검사 기준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lotus@seoul.co.kr
  • “절벽서 떨어졌다 하기엔 몸이 너무 깨끗했습니다”

    “절벽에서 떨어졌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선생의 몸은 깨끗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재야 운동가인 고 장준하 선생의 변사체가 발견된 장소에 처음 도착했던 전직 경찰관 이수기(59)씨는 “당시 장 선생이 추락사했다는 당국의 조사 결과는 믿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장 선생은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5년 8월17일 경기도 포천군 이동면 약사봉에서 변사체로 발견됐으며, 이씨는 당시 포천경찰서 이동지서에 근무했었다. 이씨는 “당직 근무 중 경기도경으로부터 ‘장준하씨가 추락사했다.’는 연락을 받고 현장에 처음 출동했다.”며 “지서로 첫 신고가 들어오기 전 상급기관인 도경에서 먼저 연락이 온 것은 장 선생의 집이 도청당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장 선생의 변사체 상태는 14m 높이의 절벽에서 떨어졌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했다.”며 “귀 뒷부분에 조그만 핏자국 말고는 별다른 상처가 없었으며 머리는 비스듬히 동쪽을, 다리는 북쪽을 향하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의료진으로 보이는 군인 2∼3명이 먼저 와 있었다.”며 “목격자 확보차원에서 동행자가 있었는지를 물었고 그들로부터 김모씨가 동행했다는 말을 들었으나 그를 찾지는 목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사고 직후 각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할 때마다 길 안내를 맡았고,26년 후인 2001년 의문사진상규명위의 첫 현장조사에도 동행했다. 또 의문사위의 조사과정에서 목격자인 김씨와 대질신문도 했다. 그는 대질 신문에서 “김씨는 당시 자신이 현장에 있었고 경찰에 신고했다는 거짓말을 하는 데 당황했다.”며 “현장에서 목격자를 찾았을 때 김씨는 없었고, 지서에 신고를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의문사위로부터 9차례의 조사를 받으면서 장 선생의 죽음과 관련, 보고 들은 것은 다 얘기했다.”며 “당국이 발표했던 대로 장 선생이 추락사했다고 믿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장 선생 의문사 사건은 의문사진상규명위 1기와 2기에서 모두 ‘진상규명 불능’ 판정을 받았으며 최근 국정원의 과거사 진상 우선조사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장 선생의 30주기 추모제는 17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광탄리의 천주교 나자렛묘지에서 열린다.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부부싸움 흥분상태 자살도 보험금 줘야”

    서울고법 민사15부(이진성 부장판사)는 15일 부부싸움 도중 아파트 밖으로 몸을 던져 추락사한 Y씨의 남편 등이 D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피고는 종신보험 피보험자 가족인 원고측에 1억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Y씨는 일단 고의로 자살했다고 볼 수 있으나 자녀출산 후 여러차례 수유장애 등으로 치료를 받으면서 신체·정신적 쇠약을 겪은 데다 남편과 과격하게 부부싸움을 하다 정신적 공황상태를 못 이기고 몸을 던진 만큼 보험금 면책제외 사유인 ‘정신질환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딸 출산 후 수유장애와 맹장수술 등으로 수차례 병원을 찾았던 Y씨는 2003년 10월 자기가 살던 경기도 평택 아파트에서 보증문제로 친정과 갈등을 겪던 남편에게 멱살을 잡혀 베란다로 끌려 나오는 등 격렬하게 부부싸움을 하다가 베란다 밖으로 몸을 던져 숨졌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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