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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대통령 “北, 핵포기가 유일한 생존의 길”

    “배우자는요?” 26일 ‘천안함 용사 3주기 추모식’. 박근혜 대통령은 ‘고(故) 해군 상사 강준’ 묘비에 멈춰서 묘비를 어루만지다 ‘강준 상사는 혼인 신고를 하고 훈련 갔다 와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는데 돌아오지 못했다’는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의 설명에 걱정스러운 듯 질문을 던졌다. 박 대통령은 ‘배우자 역시 군인으로 이 묘역을 자주 찾고 있다’는 답변을 듣고서야 다음 묘비로 옮겼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순직한 용사들의 뜻이 절대 헛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평소와는 달리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면 지원과 협력을 하겠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북한의 도발로 희생된 장병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자리에서 대북지원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핵무기가 체제를 지켜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민들은 굶주림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체제 유지를 위해 핵무기 개발에 국력을 집중하는 것은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뿐”이라며 “핵무기와 미사일, 도발과 위협을 스스로 내려놓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변하는 것만이 북한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우리 젊은이들의 희생과 대결의 악순환을 가져오는 도발을 즉각 중지하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선순환의 길을 선택해야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보조를 맞춰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우리의 강한 대비태세와 확실한 응징 준비만이 적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천안함 피격사건 3주기를 맞아 전 군에 하달한 지휘서신에서 “차디찬 바닷물 속에서 숨져간 천안함 용사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김 장관은 “지난 3년 동안 북한의 태도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고 반성은커녕 오히려 연평도 포격도발을 감행했으며, 최근에는 3차 핵실험에 이어 ‘남한 최종파괴’와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하는 등 도발 양상을 다양화하며 연일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장관은 지난 25일에는 백령도 해병부대를 방문, “적이 도발하면 선 조치, 후 보고를 통해 도발 원점을 응징하고 지원세력을 타격한 뒤 상급 부대의 지원을 받아 지휘세력까지 타격하라”고 강조했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지방시대] 지역중추도시권 육성에 대한 제언/이성근 대구경북연구원장

    [지방시대] 지역중추도시권 육성에 대한 제언/이성근 대구경북연구원장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지방거점도시의 지역중추도시권 육성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국민 대통합과 지역균형 발전정책의 일환이다. 지역중추도시권의 개념 정의를 통해 정책 방향과 내용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먼저 지방거점도시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의 거점도시를 의미하고, 지역중추도시권에서 지역은 광역경제권 차원의 광역지역을, 중추도시권은 정치·행정, 교육·문화, 산업·금융 등 중추관리기능을 담당하는 대도시 지역을 가리킨다. 따라서 지방거점도시의 지역중추도시권은 지방의 중추관리기능을 담당하는 광역권 차원의 대도시로 정의할 수 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국토 공간의 정책대상은 광역경제권에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대도시와 그 주변지역을 포함한 지방대도시권이다. 해외에서도 지방거점도시를 중심으로 한 중추관리기능 강화 사례를 찾을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계획을 총괄하고 지원하는 중앙정부와 지역주민이 필요한 사업을 계획·추진·감독하는 코뮌(Commune) 연합 간의 협력을 통해 기능적 효율성을 제고하는 메트로폴(Metropole)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지방대도시권을 중심으로 한 육성정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글로벌 시대에는 대도시권의 형성과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한경쟁시대에 국가책임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지방역량 강화가 중요하고, 따라서 지방대도시권을 중심으로 글로벌 지역거점 육성이 필요하다. 둘째, 지방과학기술과 정보기술(IT)에 기반한 특화된 융복합산업거점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요구된다. 셋째, 창의인재 양성을 위해 교육국제화 특구제도를 활용한 지방교육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 넷째, 지역의 정체성 확립과 건전한 여가생활 등 지역문화와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 다섯째, 경제금융 등 중추서비스 거점 형성이 필요하다. 여섯째, 기후변화에 대응한 녹색성장과 도농 상생의 순환형 사회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일곱째, 광역 교통·통신, 생활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계획통합과 지방정부 간 네트워크의 거점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박근혜 정부는 국가적 차원에서 교육, 산업, 문화, 복지, 지역창조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한 글로벌 거점도시를 지방대도시권을 중심으로 형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한 기대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글로벌 국가경쟁력 확보이다. 세계 도시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지방을 육성할 수 있다. 둘째, 수도권에 대응한 지방거점 육성을 통해 국토균형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이룰 수 있다. 균형적 국토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핵심적 지방거점 육성이 가능하다. 셋째, 행정구역의 한계 극복을 위한 지자체 간 연합과 연대를 통해 공공서비스의 효율적 공급과 기반시설의 효과적 투자가 가능하다. 넷째, 그간 실효성이 낮은 행정구역 통합에서 협력중심의 지자체 간 연합체 구성이 가능하다.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한 지자체 간 연합을 도모하고 성장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 2005년엔 盧만찬 보이콧… 입장 뒤바뀐 朴

    박근혜 대통령은 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야당이 정부조직법개정안 처리에 비협조적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도 과거 야당 대표 시절에는 지금의 야당 못지않은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 임기 중반인 2005년 6월 당시 이재용 환경부 장관 후보자 임명 및 윤광웅 국방장관의 유임을 반대했다. 같은 달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윤 후보자 유임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려고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 오찬에 초청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표와 강재섭 원내대표 등 당시 야당 지도부는 ‘서해교전 전사자 추도식’을 이유로 불참했다. 8년 만에 정반대의 입장이 된 것이다. 박 대표는 당시 “지난번에도 전날 갑자기 만찬에 참석해 달라고 했다. 한 번 정도는 그럴 수 있으나 매번 그렇게 하는 것은 문제”라며 “대통령이 강조해 온 게 권위주의 타파였는데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야말로 권위주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현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인 문희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은 “노 대통령처럼 탈권위주의에 애쓴 대통령이 어디 있다고 권위주의라는 말을 하느냐”고 맞받았다. 8년이 지난 현재는 박 대통령이 문 비대위원장을 초청했다가 거절당했다. 또 당시 한나라당은 여당의 정부조직법개정안도 당론으로 반대했다. 박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충분한 분석이나 의견 수렴 없이 밀어붙이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인사청문회와 관련한 입장도 바뀌었다. 2006년 2월 한나라당은 김우식 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 등의 인선에 반대하면서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대표 신분으로 “대통령이 국무위원 청문회의 입법 취지를 존중하지 않고 무시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선인 시절 박 대통령은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자 “신상털기식 검증은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에 누가 청문회를 하려고 하겠느냐”고 정반대의 입장을 취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금융권 머니게임에 서민들 놀아나고 있다”

    “금융권 머니게임에 서민들 놀아나고 있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이진명(35)씨는 매일 아침마다 신문의 경제면을 빼놓지 않고 읽는다. 괜찮은 재테크 정보는 오려 두기도 한다. 1년에 한두 권꼴로 읽는 책은 재테크서가 유일하다. 온라인서점 ‘비즈니스·경제’ 분야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 가운데 고른다. 요즘에는 주식 투자에 관련된 책을 읽고 있다. 온라인 재테크 카페도 하루에 서너 번은 들어가 본다. 변액연금보험에 가입하면서 알게 된 카페인데 각종 재테크 정보가 올라와 가끔은 신문보다 낫다는 생각도 든다. 이씨는 “친구들과 만나도 부동산, 주식, 펀드 이야기를 주로 한다”면서 “요즘 은행 이자가 워낙 낮아서 주식 투자를 시작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재테크 과잉 시대다. 본격적인 저금리 시대에 접어든 데다 경기 부진 장기화로 소득마저 줄어들면서 돈 불리기가 핵심화두로 떠올랐다. 인터넷 공간에는 수많은 재테크 카페들이 활거 중이다. 재테크 서적이 홍수를 이룬 지는 이미 오래다. 최근에는 각 금융사의 재테크 강연이 중장년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다. 부동산에서 펀드로, 펀드에서 다시 뉴타운으로 대박 신화가 옮겨가면서 재테크 열기는 더욱 공고해졌다. 그러다 보니 재테크를 하는 사람은 하는 대로, 하지 않는 사람은 하지 않는 대로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테크 신화는 허상”이라고 잘라 말한다. 현대인의 조급증과 금융권의 과도한 마케팅이 ‘재테크 거짓 신화’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사들이 자사 상품 팔기에 집중하면서 그것이 마치 재테크인 양 둔갑시켰다”고 비판했다. 언제 직장에서 잘릴지 모르는 불안감에 월급쟁이들이 자산 불리기에 급급해하는 것도 이 같은 허상을 키웠다는 게 조 대표의 분석이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재무상담사)도 “월급쟁이들의 로망이 월세 받고 사는 것 아니냐. 이 사회가 극히 드문 성공사례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과대포장했다”면서 “금융권의 머니게임에 대다수 서민, 중산층이 놀아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5년 ‘주(住)테크’ 광풍으로 ‘하우스 푸어’(빚을 내 집을 샀다가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는 빈곤층)가 양산된 것은 그 단적인 예라고 제 대표는 덧붙였다. 저축률이 크게 떨어진 데는 저금할 여력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요인이지만 이렇듯 너도나도 재테크 신화를 꿈꾸는 현상과도 무관치 않다. 우리나라 총저축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30.4%다. 1982년 3분기(27.9%) 이후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가계 순저축률(처분 가능한 가계소득 대비 저축 비율)은 2011년 말 2.7%로 떨어졌다. 재테크에 쏟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계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빚은 오히려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가계빚(대출+외상구매)은 959조 4000억원이다. 석 달 전보다 23조 6000억원 늘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자영업자를 포함하면 1000조원이 훨씬 넘는다. 빚 부담이 커지면서 중산층도 줄었다. 1990년까지만 해도 중산층 비중은 75.4%였지만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2010년 67.5%로 감소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재테크가 아니라 재무 관리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빚을 먼저 줄인 다음 수입·지출 균형을 맞추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 대표는 “우리 부모님 세대는 적금이 만기가 되면 가전제품을 교체하는 식으로 조금씩 살림을 불려왔는데 그것이 현명한 재무관리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도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은 나라의 공통점은 저축률이 높다는 것”이라며 “국민 스스로가 ‘카더라’식의 재테크 허상을 좇을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정보를 얻어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과도한 재테크 열기는 버블(거품)을 낳고 이는 결국 가계부채와 국가부채로 돌아온다는 경고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대구지하철 참사 10주기 ‘끝나지 않은 가슴앓이’

    대구지하철 참사 10주기 ‘끝나지 않은 가슴앓이’

    대구지하철참사 10주기 추모행사가 18일 대구시내 곳곳에서 열렸다. 2·18 대구지하철참사 10주기 추모위원회와 대구지하철화재참사 비상대책위원회는 대구문화예술회관과 경북대 글로벌프라자에서 각각 10주기 추모식을 거행했다. 대구문예회관 비슬홀에서는 10년 전 지하철 화재사고 발생 시각인 9시 53분에 맞춰 1분간 묵념과 함께 추모식이 시작됐다. 이어 퍼포먼서의 넋 모시기 몸짓이 펼쳐졌고 종교의식, 추도사 낭독, 추모의 노래, 넋 보내기 퍼포먼스, 분향·헌화 순으로 추모식이 진행됐다. 참석한 유족들은 참사 10주기가 어느 때보다도 슬픔에 사무치는 듯 추모식 내내 눈물을 쏟아내 분위기는 숙연했다. 황명애씨는 사고로 잃은 딸을 기리며 “가슴앓이 10년 동안 엄마는 우리 고운 딸의 멈춰버린 시간들을 가슴 속에서 키워 왔었지”라며 추도사를 낭독하고 “추모사업을 완성하겠다”고 다짐했다. 황씨가 추도사를 읽는 동안 유족들의 흐느낌이 거세졌다. 참석자들은 추모식을 마친 뒤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로 자리를 옮겨 추모 조형물 앞에서 참배했다. 같은 시각 경북대 글로벌프라자 경하홀에서는 대구지하철화재참사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하는 추모식이 유족 등 15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대구시도 참사 발생 10주기를 맞아 간소하게 추모 행사를 치렀다. 대구시청과 산하 211개 기관에서는 조기가 게양됐고 9시 53분에 맞춰 묵념이 진행됐으며, 직원들은 희생자들을 추념하는 검은 리본을 달았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유족 단체들이 주최하는 추모식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이날 오전 대구도시철도 중앙로역 지하 1층에 마련된 추모대를 찾아 헌화했다. 2·18 대구지하철참사 10주기 추모위원회는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추모주간을 19일까지 운영하기로 하고 심포지엄, 사진전 등 다양한 추모행사를 벌일 계획이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육해공 3군 본부 있는 충남 계룡시 ‘행정기관 3無’

    육해공 3군 본부 있는 충남 계룡시 ‘행정기관 3無’

    ‘우리나라 군의 심장부 계룡대(鷄龍臺).’ 3군 본부가 있는 국내 최고 군사도시 충남 계룡시에 경찰서, 소방서, 세무서가 있을까. 답은 ‘노’(NO)다. 이기원 계룡시장은 12일 “미국 국방부 펜타곤의 알링턴카운티와 육사의 웨스트포인트, 일본 해군기지의 사세보 등 군사도시는 국가의 특별관리를 받는다. 그런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육해공 3군 본부가 몰려 있어 위상이 더 높은 계룡대의 계룡시는 찬밥 신세”라며 “계룡대 군인들이 행정서비스를 제대로 못 받고 있는 점을 대통령직인수위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북한 도발시 서울 다음 공격 타깃이 계룡시다. 국가 안보의 중추도시 위상이 이래서야 되겠느냐”고 호소했다. 계룡시는 현재 공공기관이 시청밖에 없다. 경찰서, 소방서, 세무서는 물론 교육지원청과 국민건강보험지사는 설치되지 않았다. 고작 지구대와 119안전센터가 있을 뿐이다. 전국 230여개 시·군 중 자치단체 청사 외 공공기관이 하나도 없는 곳은 계룡시가 유일하다. 김광희 육군본부 부이사관은 “집사람이 운전을 못 하면 군인들이 휴가를 내 일을 볼 때도 많다. 군인들은 이동이 잦아 부동산 관련 세 등 세무서에서 볼일이 많은데 집 가까이에 있는 것도 아니고”라면서 “논산세무서까지 차로 30~40분이 걸리는데 평일에 퇴근 후 일을 보려면 그쪽 근무시간 안에 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주민생활이 불편하면 군생활에도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 그는 “대중교통도 불편하지만 치안이 구석구석까지 미치지 못해 학교 다니는 자녀들의 안전도 불안하다”면서 “국방 도시답게 제대한 군인이 많이 살지만 재향군인회관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계룡시 엄사면 유동리 주민 반경희(61)씨는 “소방서가 없으니까 주민들은 119를 부를 때 빨리 와도 으레 늦게 온다는 불만을 갖게 된다”면서 “군인아파트 등 밀집 지역이 많아 불이 나면 20여명이 3교대 하는 지금의 119안전센터 인력으로는 초동 대처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불안감을 털어놨다. 계룡시가 출범한 것은 2003년 9월. 계룡대 이전 이후 인구 증가와 함께 행정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우리나라의 핵심 국방 도시라는 특성을 고려해 논산시에서 분리됐다. 군인 가족이 시민의 절반을 차지하고, 이들이 몰려 사는 신도안면은 16개 마을 이장 모두 군인 부인이 맡고 있다. 계룡대는 1983년 이른바 ‘620사업’에 따라 논산시로 이전했었다. 현 계룡시 인구는 4만 2000여명으로 충남 15개 시·군 중에서 청양군에 비해 많다. 시민들은 공공기관 터가 모두 마련된 상태에서 시 출범 10년이 됐는데도 “인구와 면적이 적다”는 이유로 경찰서 등이 설치되지 않자 지난해 8월 ‘공공기관 유치위원회’를 만들어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희옥 시 도약전략계장은 “충남도에서 2015년 소방서를 설치해 준다고 했지만 시기를 더 앞당겨야 한다”면서 “경찰서 등이 설치될 수 있도록 올해는 지방경찰청은 물론 중앙정부를 상대로 유치 활동에 발벗고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룡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中 면피용 빈부격차 해소안”

    중국이 국민들의 최대 불만인 빈부격차를 해소하겠다며 6일 소득분배개혁안을 발표했다. 개혁안 도출까지 무려 9년이나 걸렸다. 하지만 원론적인 선언 외에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아 벌써부터 ‘면피용’ 이라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국무원이 이날 비준한 ‘수입(소득)분배제도 개혁 심화에 관한 약간의 의견’에 따르면 당국은 오는 2020년까지 주민소득을 2010년 수준의 배로 확대하고,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근로소득의 비중을 높이는 한편 사회보장성 재정지출을 늘리기로 했다. 또 부동산 보유세 부과 시범지역을 확대하고, 양도세 등을 차등화해 고가주택을 매매할 때 더 많은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상속세 도입도 검토키로 했다. 특히 과도하게 많은 임금을 지급하는 국유기업에 대해서는 임금 상한선을 설정하고, 고위간부의 임금인상률을 직원 평균 이하로 낮추도록 했다. 이번 개혁안에 대해 베이징이공대 경제학과 후싱더우(胡星斗)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부가 공평한 소득분배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이 모호해 실질적인 의미는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국가자산을 독점하는 국유기업 개혁 방안이 빠져 있는 데다, 지하경제나 음성·불법소득 해소에 대한 강력한 의지도 담겨 있지 않아 변죽만 울렸다는 것이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日 징용 해저 수몰 희생자 넋 71년만에 달랬다

    日 징용 해저 수몰 희생자 넋 71년만에 달랬다

    일본 조세이 해저탄광에서 사고로 수장된 한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기리는 추도비 건립 행사가 참사 71년 만인 지난 2일 사고현장이 있는 야마구치현 우베시 니시키와 마을에서 유족과 일본인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조세이 탄광에서는 태평양전쟁중인 1942년 2월 3일 일제가 전쟁물자 조달을 위해 바다에서 무리하게 조업을 하던 중 붕괴 사고가 발생, 조선인 징용피해자 136명 등 모두 183명이 수몰됐다. 참사 71주기를 하루 앞둔 이날 한국 측 희생자 유족 20명과 일본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조세이 사고 모임) 관계자 등 일본 측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사고 현장에서 약 500m 떨어진 주택가에 세운 추도비의 제막식과 제사, 추도 집회 등을 잇달아 갖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유족과 조세이 사고 모임의 숙원사업이었던 이 추도비에는 강제징용 희생자들의 창씨개명전 한국 이름이 한자로 새겨졌다. 일본 측 인사들은 추도식 후 인근 노인복지관에서 한인들이 징용된 뒤 수몰되기까지의 비극적 삶을 묘사한 연극을 공연, 객석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행사를 주도한 조세이 사고 모임은 1993년부터 매년 2월 초 자체 모금한 돈으로 유족들을 사고 현장에 초청, 추도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모임의 도움으로 유족들은 지난 20년간 사고 현장 근처에서 제사를 지낼 수 있었지만 고정된 추모 장소가 없어 이곳저곳 옮겨 다녀야 했다. 올해는 조세이 사고 모임 측이 모금한 돈으로 매입한 추도비 부지에서 행사를 가질 수 있었다. 특히 올해의 추모 행사는 일본 사회가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일본인들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자리여서 의미가 더욱 크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무솔리니, 많은 부분서 잘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추모일인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1883~1945)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AP·AFP통신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날 밀라노에서 열린 홀로코스트 추도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솔리니가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1889~1945)와 동맹을 맺은 것과 관련, “독일이 승리할 것을 두려워해 같은 편이 되려고 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대인 등 소수자를 억압하기 위해 제정한 인종법은 무솔리니가 저지른 최악의 실수지만 다른 많은 부분에서는 잘 했다”고 역성을 들었다. 무솔리니는 1938년 이른바 ‘반유대인법(인종법)’을 통과시켜, 유대인들은 이탈리아에서 대학에 다닐 수 없었고 직업 선택에서도 제한을 받았다. 베를루스코니는 또 “이탈리아는 독일과 같은 책임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6일 나치 범죄에 대해 ‘영원한 책임’을 가진다고 밝힌 것과는 딴판이다. 유력 우파 정치인인 그가 평일도 아닌 홀로코스트 추모일에 이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남해 외딴섬 ‘추도’의 겨울

    남해 외딴섬 ‘추도’의 겨울

    해마다 겨울이면 전체가 물메기덕장으로 변하는 섬이 있다고 했습니다. 큰놈들은 얼추 아기 기저귀만 해서 물메기 말리는 풍경이 겨울 추위를 떨쳐버릴 만큼 넉넉해 보인다고도 했지요. 경남 통영의 난바다에 뜬 섬, 추도(楸島) 이야기입니다. 추도 사람들은 물메기 등을 따고, 널고, 말리고, 펴고, 열 마리 한 축으로 묶는 일을 제철 석 달 동안 쉬지 않고 되풀이합니다. 엄동설한을 마다 않는 그 정성은 고스란히 맛이 되지요. 통영 사람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추도 메기를 장독대 등에 보관했다가 설날 제삿상에 올리기도 하고, 곶감 빼먹듯 겨우내 조금씩 꺼내 먹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독에 넣어둔 추도 메기가 바닥을 드러낼 쯤 푸른 봄이 찾아오는 거지요. 거제 외포항에선 긴 방파제 전체가 대구덕장으로 변한 이색적인 풍경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펄떡대는 대구들이 파란 바다 위에 내걸린 모습, 상상이 되십니까. 오전 7시. 해가 뜨는 시각이다. 통영여객터미널은 이때가 가장 번잡하다. 주변 섬들로 향하는 배들이 대부분 이 시간대를 전후해 출발하기 때문이다. 추도는 가깝다. 통영에서 한 시간 남짓 걸린다. 관광객들에게는 그게 장점이다. 이른 아침, 배를 타고 들어가 섬을 한 바퀴 둘러본 뒤, 오후에 배를 타고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숙박하는 것도 좋다. 오후 배로 들어가 하룻밤 잔 뒤 다음 날 아침 일찍 나올 수 있다. 남해 난바다에 떠있는 섬이니, 날씨만 좋다면 해넘이와 해돋이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여객선에서 마주한 새벽 풍경이 기막히다. 멀리 한산도 등 섬 위로 빠알간 해가 얼굴을 내민다. 바다도 덩달아 붉게 충혈됐다. 배는 새벽이 선사하는 몽환적인 파란빛과 붉은 여명의 경계를 내달린다. 속도는 느리다. 통영에서 14㎞ 남짓 떨어진 추도까지 한 시간이 넘게 걸리니 말이다. 한 시간여 금파(波)를 헤친 배가 미조마을에 승객들을 내려놓았다. 섬의 첫인상은 평이하다. 불퉁스러운 표정으로 배에서 물건을 싣고 내리는 섬 사내들과 초점 없는 시선으로 뭍 사람들을 구경하는 촌로들, 그리고 겅중대며 뛰어다니는 검둥개까지, 외딴 섬의 전형적인 풍모다. 한데 도드라진 풍경 하나가 이방인의 시선을 끈다. 물메기덕장이다. 강원도 황태덕장처럼, 물메기를 말리는 곳이다. 한곳에 몰려 있는 황태덕장과 달리 물메기덕장은 마을 곳곳에 퍼져 있다. 게딱지만 한 공간이라도 있다면 어디건 물메기덕장이 된다. 선착장에서 마을로 오르는 고샅길이며 골목 여기저기 물메기로 꽉꽉 찼다. 심지어 집 지붕 위에서도 물메기들이 꾸덕꾸덕 말라간다. 잡아서 널기까지의 과정이 힘들지, 말리는 일이야 어려울 게 없다. 덕장에 걸어 놓으면 볕과 바닷바람이 알아서 말린다. 섬 주민 박금도(75)씨는 올해 물메기가 최고 조황이라고 했다. 자신을 포함해 4대째 추도에서 물메기를 잡고 있다는 그의 설명은 걸쭉하고 시원시원하다. “미기(물메기)는 (바닷)물이 뜨시면 안 나. 추붜야 나오지. 올겨울에 유난히 추붜가 (물메기가) 마이 났지.” 추도는 물메기의 고향이다. 통영 등에서 판매되는 물메기의 팔할은 추도산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물메기는 우리나라 모든 바다에서 난다. 그런데 왜 하필 추도일까. 추도 앞바다가 산란지라는 설명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동중국해 등에서 여름을 난 물메기는 겨울이면 산란을 위해 한국 연안을 찾는데, 그곳이 바로 추도 인근 해역이라는 것이다. 한겨울의 물메기가 맛있는 것은 산란을 위해 살을 찌우기 때문이다. 물메기 수명은 1년 남짓. 대부분 산란을 마친 뒤 죽는다. 추도 사람들은 물메기란 표현을 내심 싫어한다. 조경렬(68) 대항마을 이장은 “그기 미기(메기)지 왜 물메기고?”라며 마뜩잖다는 표정이다. 오래전부터 섬 사람들에게 불려온 이름이 더 가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주민들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게 또 있다. 뭍사람들이 흔히 ‘옛날에는 물메기를 생선으로 취급하지 않아 잡혀도 그냥 버렸다’고 평가절하하는데, 이게 틀렸다는 거다. 조 이장은 “여기선 (물메기를)버리지 않았다고. 묵고 살 것도 없었는데 애써 잡은 걸 와 버리겠노?”라며 아쉬워했다. 지금처럼 귀한 대접은 아닐망정, 몹쓸 생선 취급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추도 어민들은 모두 대나무 통발로 물메기를 잡는다. 플라스틱 통발을 쓰는 다른 지역의 어선들에 견줘 환경친화적인 전통 어법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그 탓에 대나무 통발을 수리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11월 말쯤 마을 앞바다에 통발을 내린 뒤, 수선을 거듭하며 이듬해 3월까지 쓴다. 추도 사람들은 물메기가 본격적으로 나는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 정도 번 돈으로 1년을 버틴다. 올해는 어장 형성이 다소 늦어 12월 중순쯤부터 본격적으로 물메기가 나기 시작했다. 다행이라면, 예년에 견줘 훨씬 많은 양이 잡히고 있다는 것. 집집마다 3동(100마리)쯤 수확하는 건 흔하고 5~6동씩 잡는 날도 있다. 이른 아침에 조업을 나갔던 어선들은 점심 무렵 돌아온다. 남정네들이 배에서 물메기를 내리면 아낙들은 마을 우물가에 모여 이를 손질한다. 물메기의 등을 따 내장과 알, 아가미 등을 깨끗하게 발라낸다. 아가미와 알은 젓갈을 담고, 두툼한 몸체는 여러 번 민물에 씻은 뒤 덕장으로 보낸다. 핵심 포인트는 여느 바닷물고기와 달리 민물에 씻어 말린다는 것. 주민들은 “바닷물에 씻으면 짭아서 못 먹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물메기 손질은 일종의 품앗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너나없이 돕는다. 품삯은 물메기로 받는다. 이 또한 오랜 전통이다. 섬 사람들에게 물메기는 현금과 다름없을 터. 1동에 두 마리가 묵계다. 물메기는 꼼칫과의 물고기답게 살이 흐물거린다. 섬 주민들은 회가 별미라며 ‘강추’하지만, 쫀득한 살점에 길들여진 도시인들에겐 어색할 수 있다. 맑은탕으로 끓인 국물은 더없이 시원하다. 매생이죽처럼 ‘술술’ 넘어간다. 남해 지역 술꾼들이 속풀이 음식으로 즐겨 먹었던 것도 그런 까닭이겠다. 물메기는 무엇보다 말려서 먹는 게 일품이다. 가격도 생물보다 훨씬 비싸다. 국에 넣어 끓이면 딱딱했던 물메기가 부드럽게 풀어지며 먹기 좋은 상태가 된다. 술안주로도 최고다. 굽거나 튀긴 다음 고추장 등에 찍어 먹는다. 말린 물메기는 택배의 경우 한 축(10마리)에 10만원부터 17만원까지 4등급으로 나눠 팔고 있다. 현지에서 사면 훨씬 싸다. 상품의 경우 10만원을 훌쩍 넘기지만, 하품은 4만~5만원짜리도 있다. 추도는 작은 섬 치고 은근히 볼거리가 많다. 무엇보다 물색이 곱다. 맑은 날이면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져 파란색 젤리처럼 보인다. 한 술 떠먹으면 입가에 파란 물감이 묻을 것 같다는 식의 농짓거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두 시간이면 넉넉하다. 추도는 ‘큰산’을 경계로 대항마을과 미조마을로 나뉜다. 외지인들이 종종 큰산을 ‘희망봉’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섬 주민들은 이를 영 탐탁지 않게 여긴다. 기암들로 이뤄진 해안은 인적 드문 섬 동쪽, 그러니까 샛개부터 펼쳐진다. 샛개 아래로 내려가 꼼꼼하게 살펴야 기골이 장대한 해안절벽과 만날 수 있다. 샛개는 해돋이 풍경이, 미조마을 용두암은 해넘이 풍경이 멋들어지다. 큰산 정상까지 오를 수도 있다. 다만 30년 넘게 사람의 발길이 끊겨 오르는 길이 녹록지는 않다. 큰산 정상엔 뜻밖에 너른 안부가 펼쳐져 있다. 사방을 병풍처럼 둘러친 나무들 사이로 남해의 쪽빛 바다가 얼굴을 내민다. 오르는 길에서 세월의 더께를 걷어 내면 옛 다랑논과 집들의 흔적이 튀어나온다. 조 이장은 농촌체험을 원하는 도시인들에게 작은 다랑논들을 임대한다든지, 큰산을 통해 미조와 대항마을을 잇는다든지 해서 섬 관광을 활성화시키고 싶다고 했다. 그때쯤 되면 오르기 수월하고 볼 것도 많은 ‘큰산’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작은산엔 무인등대가 있다. 추도에서 오후 배로 통영에 나왔다면 반드시 산양일주도로에 들를 일이다. 맑은 날이면 피보다 붉은 노을과 만날 수 있다. 산양일주도로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달아공원이다. 예서 마주하는 남해 풍경이 장쾌하다. 당포대첩지 인근의 원항마을 해넘이 풍경도 빼어나다. 당포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함대가 왜구의 배 21척을 괴멸시킨 전승지다. 달아공원이 웅장하고 서사적이라면, ‘장군봉’ 중턱의 마을 언덕에서 맞는 해넘이는 한결 소박하고 서정적이다. 겨울 남해의 풍성한 맛과 만나고 싶다면 거제 장목면의 외포항으로 향하는 게 순서다. ‘대구의 본고장’쯤 되는 포구다. 대구는 동해안에 서식하다 겨울철 산란을 위해 남해안으로 내려오는데, 장목 앞바다가 그 길목 노릇을 한다. 해마다 12~2월이면 장목 일대에 대구어장이 형성된다. 대구는 수컷이 비싸다. 암컷은 알을 빼고 나면 먹을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맑은탕이야 익숙한 음식이고, 대구찜이 독특하다. 묵은 김치에 대구를 싼 다음 쪄 낸다. 외포항 주변 대부분의 식당들이 대구찜 2만 5000원, 맑은탕 1만 5000원(이상 1인분)을 받고 있다. 생대구 수컷 최상품은 6만~7만원선, 말린 대구는 2만 5000~5만원 선이다. 외포항에서 가거대교 방향으로 10분 남짓 가면 장목항이다. 적요한 포구에 들면 일부 혹은 전체가 노랗게 칠해진 배들이 눈에 띈다. 잠수기 어선들이다. 일반 어선과 달리 잠수부들이 바닷물 속에서 어패류를 캐는 것이 주업이다. 현지에선 ‘머구리’라고 부른다. 배가 한결같이 노란색인 건 ‘잠수부들이 바닷속에서 작업 중이니 지날 때 조심해 달라’는 경고의 뜻이다. 요즘 주로 나는 건 키조개와 대합 그리고 우럭(조개)이다. 특히 키조개는 관자가 가장 통통해지는 시기여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한 개 1000~1500원. 우럭은 1㎏에 1만 5000원선이다. 대합은 시세 차가 큰 편인데 1㎏에 1만 5000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포구 바로 앞의 ‘제1, 2구 잠수기 수협거제지소공판장’에서 살 수 있다. ■ 여행수첩 →가는 길:통영여객터미널(644-0364)에서 한려페리호가 오전 7시, 오후 2시 30분 추도까지 오간다. 오전 배는 미조마을을 먼저, 오후 배는 대항마을을 먼저 들른다. 어느 마을에서 타도 상관없지만, 시간 안배는 잘 해 두는 게 좋다. 어른 편도 7550원. 조경렬 이장(017-566-7115), 미조마을 심춘우 이장(010-9313-2628). →잘 곳:여관은 없다. 민박을 해야 한다. 하루 4만~5만원. 음식점도 없다. 민박집에서 주문해 먹어야 한다. 한 끼 7000원이다. 메기탕은 1만원. 샛개 쪽에 명리의 집(010-4571-7759) 펜션도 있다. 글 사진 통영·거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60% 더 넓어진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60% 더 넓어진다

    종로구는 건강한 녹색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현재 5800㎡ 크기의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을 상반기까지 9100㎡로 60% 넓히는 ‘마로니에 공원 재정비 사업’(조감도)을 추진한다고 23일 밝혔다. 젊음의 상징 대학로에 위치한 마로니에 공원은 1975년 조성 이후 수많은 시민이 찾는 문화 공간이지만 시설이 낡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구는 곳곳에 있는 담장을 허물어 공간을 대폭 확대하고 관람객을 위한 공중 화장실을 확충하기로 했다. 또 기존 150석 규모의 야외공연장을 계단이 없는 경사 형태의 250석 규모 노천 공연장으로 개선하고 북카페, 다목적홀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도록 했다. 입주하는 카페테리아에 화장실 관리책임을 맡겨 호텔급 관리가 이뤄지도록 했다. 반면 통행에 불편을 주는 각종 전기 구조물은 지하에 배치한다. 구는 이 밖에 한옥 문화 보존을 위해 북촌·세종마을을 특별건축지역으로 지정해 고유의 한옥 형식을 살리면서 한옥의 보존 및 활성화를 촉진할 계획이다. 한옥을 철거할 때 나오는 각종 부재를 그냥 버리지 않고 재활용은행에 저장해 다시 재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사직공원 내 국궁전수관 등 공공건물에도 텃밭을 조성하고 도시농업 교육을 실시하는 등 텃밭 사업도 꾸준히 진행한다. 도시텃밭 수확물은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과 경로당에 기부해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할 예정이다. 매월 넷째주 수요일 아침은 ‘종로 클린데이’로 지정해 물청소로 공기질을 개선하고 마을길 경관 개선사업을 실시해 주제와 이야기가 있는 걷고 싶은 길로 조성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인수위, 지방재정위기 해법 찾을까

    대통령직 인수위의 지방 행정 관련 해법은 딜레마와의 싸움이다. 지역균형발전은 시급하지만 중앙정부가 중심이 되면 오히려 지방자치의 발전을 저해한다. 또 영유아 무상보육 등 복지공약 실현도 미룰 수 없지만 칼자루를 쥔 기획재정부의 거센 반발 속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이 커진다. 인수위의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15일 인수위 업무보고를 앞두고 있는 행정안전부는 현안인 지방분권 가치의 지속, 국세와 지방세 조정, 지방자치단체별 불균형 발전 개선 등 지방 관련 정책을 총괄적으로 마련해 보고해야 한다. 문제는 행안부의 업무보고에 기반해서 만들어질 수 있는 지방 관련 정책이 모순적이거나 중앙부처인 재정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이런 점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지방 관련 정책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박 당선인은 지방분권 측면에서 ▲지방분권 추진 기구 설치 ▲분권교부세와 지방교부세 통합 ▲복지정책의 지방분담시 사전에 중앙·지방 합의 등을 공약했다. 예컨대 ‘분권교부세와 지방교부세의 통합’은 오히려 지방재원의 악화를 부추기고, 일부 지자체의 지방분권 거부라는 역작용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또 지방재정 위기 타개 측면에서는 ▲지방소비세 인상 ▲지방재정정보공시제 ▲지방재정건전시스템 구축 등을 약속했지만 새로운 공약이라기보다는 현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내용의 확인에 가깝다. 그나마 현재 부가가치세의 5%인 지방소비세의 인상 공약은 재정부와 쉽지 않은 협의가 예고되기 때문에 자칫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나름대로 구체적으로 제시한 ‘지방거점도시 10+알파’라는 지역중추도시권 육성, 동서통합지대 조성 등 8대 핵심 지역발전정책 역시 ‘중앙정부의 시혜에 불과하다’는 본질적 문제를 안고 있다. 하혜수 경북대 교수는 “국가중심의 자원 배분이 효율적 지역균형발전을 가능하게는 하지만 지방의 자주재원 확보라는 중장기적인 과제에 역행하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개별적 정책에 연연하지 않고 보편적 지역 발전과 지역별 맞춤형 발전이 가능할 수 있는 지방자치의 세제와 분권 등 시스템의 장기 플랜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실장 역시 “이명박 정부의 지방분권촉진위가 5년 동안 대통령 보고를 한 차례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의미심장한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것”이라면서 “새 정부에서 여러 모순적 상황과 국무조정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방재정과 지방분권을 아우르면서 집행기능까지 담보하는 독립적인 행정위원회로서 지방분권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중용·탕평의 케네디, 됨됨이 따진 박정희…朴, 인사 벤치마킹

    중용·탕평의 케네디, 됨됨이 따진 박정희…朴, 인사 벤치마킹

    “케네디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앞으로 보여 줄 인사 스타일에 대해 박 당선인의 한 측근 인사는 이같이 강조했다. 이 인사가 언급한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을 대표하는 ‘정치 아이콘’이다. 대통령직을 수행한 기간이 2년(1961~1963년)에 불과했지만,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꼽힌다. 인사 등에서 보여 준 통합의 리더십 때문이다. 케네디 대통령은 수많은 교수들을 관료로 임명하는 이른바 ‘중용 인사’를 펼쳤다. 학문 분야에서 이미 전문성을 인정받은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의 교수들을 백악관 보좌관 등으로 임명한 뒤 자신이 시대 정신으로 내세운 ‘뉴프런티어’ 정책 등을 주도하게 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하버드대 교수를 자신의 보좌관으로 기용한 게 대표적이다. 케네디 대통령은 또 정적까지 포용하는 ‘탕평 인사’도 보여 줬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놓고 경합했던 애들라이 스티븐슨을 유엔대사에 임명했다. 국무부 장관에 딘 러스크, 국방부 장관에 로버트 맥나마라 등 공화당 성향의 보수 인사들도 대거 중용했다. 실제 박 당선인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선 과정에서 9개 분과별 인수위원 22명 중 16명을 전·현직 교수들로 채웠다. 한광옥 전 민주당 대표를 인수위 국민대통합위원장에 앉히는 등 탕평 인사의 첫 단추도 뀄다. 박 당선인의 한 측근은 “박 당선인이 케네디 대통령과 유사한 인사 원칙을 보여 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역대 정권을 끈질기게 괴롭힌 문제가 바로 크고 작은 인사 실패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 당선인은 ‘코드 인사’와 ‘회전문 인사’ 등의 논란을 차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김영삼·김대중 정부 때는 ‘연고주의 인사’가 기승을 부렸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진보 진영 인사들을 중용하는 ‘코드 인사’ 논란을 낳았다. 이명박 정부도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내각’, ‘영포 라인’(경북 영일·포항 출신) 등의 오명을 썼다. 여기에는 ‘박정희식 용인술’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자신이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인상 등을 기록하는 ‘인사 수첩’을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보여 줬던 모습과 닮은꼴이다. 박 당선인 측 인사는 “박 전 대통령은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으면 오찬 등을 함께 한 뒤 됨됨이를 봐 뒀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 찾아 썼다고 한다”면서 “이때 능력 이상으로 거품이 끼어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과 함께 갈 수 있는 인물인지 등 두 가지를 봤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박 당선인도 잘 알려지지 않았어도 능력이 뛰어난 인사들을 끊임없이 찾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박 당선인의 탕평 인사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로는 정치쇄신특위가 신설을 예고한 기회균등위원회가 될 전망이다. 특정 지역·대학 출신 등이 과도하게 편중되지 않는지 등을 점검하고 바로잡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인수위는 적재적소의 인재를 포진시키기 위해 현 정부 들어 폐지된 중앙인사위원회와 같은 독립적 인사전문기구를 부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비운의 ‘흉탄 고아’… 22세에 퍼스트레이디 역할

    비운의 ‘흉탄 고아’… 22세에 퍼스트레이디 역할

    박근혜 당선자의 당선은 우리나라 최초의 부녀(父女) 대통령 탄생이라는 기록도 만들었다. 청와대에서 영애(令愛)로 유년기를 보낸 퍼스트레이디 대리는 34년 만에 다시 청와대에 들어가게 됐다. 박 당선자의 삶과 정치 여정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빼놓을 수 없다. 박 당선자도 자신의 인생에 가장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부모님을 꼽는다. 그는 1990년 일기에서 “비범하셨던 부모님을 모셨던 것부터가 험난한 내 인생 길을 예고해 주었던 것”이라고 기록했다. 20대에 부모님을 모두 흉탄에 잃은 비운의 삶을 표현한 것이다. ●전차 타고 등교한 대통령의 딸 박 당선자는 1952년 2월 2일 대구시 삼덕동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맏딸로 태어났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대구 주재 육군본부 작전·교육국 작전차장이었고 육 여사는 중등학교 교사 출신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경북 선산군 구미면 상모리(현 구미시 상모동)에서 소작농 박성빈과 부인 백남의의 5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구미보통학교, 대구 사범학교(현 경북대 사범대학)를 거쳐 만주군관학교 예과와 일본육군사관학교 본과를 졸업하고 만주군 소위로 임관하여 중위 때 해방을 맞아 귀국, 국방경비사관학교(현 육군사관학교) 제2기로 임관해 재직 중이었다. 육 여사는 충북 옥천군의 대지주인 육종관과 부인 이경령의 차녀로 태어나 배화여자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옥천공립여자전수학교(현 옥천여중)에서 가정과 교사로 1년 반 동안 일했다. 박 당선자의 외조부인 육종관은 육 여사가 과거 혼인 경력이 있고 가난한 군인에 불과한 박 전 대통령과 결혼하는 것을 반대했으나 육 여사는 어머니 이경령, 동생 육예수와 함께 대구로 가서 결혼식을 강행했다. 박 당선자는 자서전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딱딱한 군인 이미지와 달리 가족에게 더할 수 없이 다정한 분”, “젊은 시절 아버지는 로맨티스트”라고 회상했다. 육 여사에 대해서는 “고등학생이 될 무렵부터 내 안에 가장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어머니가 자리 잡았다.”고 할 만큼 신뢰와 애정을 가졌다. 특히 육 여사에 대해서는 단아한 외모와 검소하고 겸손한 성품을 떠올린다. 육 여사는 박 당선자의 어린시절 의장 또는 대통령의 자녀라고 해서 특권의식을 갖지 않도록 평범한 생활을 강조했다고 한다. 박 당선자는 자서전에서 “대통령의 자식이기 때문에 혜택을 누린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 내게 청와대 생활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청와대 생활에서 하지 말아야 할 금기사항이 빼곡한 날이었다.”고 적었다. 박 당선자는 서울 장충초등학교에 입학해 1964년 졸업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초등학교 동창이다. 이어 성심여자중학교와 성심여자고등학교를 거쳐 1974년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수석 졸업했다. 학점은 4.0 만점에 3.82였다. 육 여사는 박 당선자가 사학을 전공하길 바랐으나 박 당선자는 산업 역군이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전자공학을 택했다. 졸업 직후에는 프랑스 그르노블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을 마친 뒤 강단에 서는 것이 꿈이었지만 순식간에 운명이 바뀌었다. ●육 여사 장례 6일 만에 퍼스트레이디역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한 육 여사가 조총련계 재일교포 문세광에 의해 저격당해 서거했다. 프랑스에서 유학 중이던 박 당선자는 급히 서울로 돌아왔다. 영문도 모른 채 귀국길에 올랐다가 가판대에 놓여진 신문 1면에 육 여사의 사진과 ‘암살’이라는 글자를 보고 “온 몸에 수만 볼트의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쇼크를 받았다. 날카로운 칼이 심장 깊숙이 꽂힌 듯한 통증이 몰려 왔다.”고 회상했다. 박 당선자는 육 여사의 장례식을 치른 지 엿새 만에 영부인배 쟁탈 어머니 배구대회에 참석하면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았다. 청와대에 들어온 민원을 점검하고 영세 기업, 소외 계층을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국토시찰이나 산업현장을 수행했고 아침마다 신문을 읽어 주며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주고받기도 했다. 1974년부터 걸스카우트 명예총재를 맡고 새마을운동의 일환인 새마음운동을 전개하며 퍼스트레이디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박 당선자는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삶은 누에고치에서 깨어나 나비가 되어 가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외국 귀빈들을 접대하며 외교적 식견도 넓어졌다. 1979년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 내외가 방한했을 당시 주한 미군 철수 문제로 팽팽하게 맞섰으나 박 당선자가 로절린 여사와 대화를 나누며 상황을 원활하게 풀어가 ‘근혜·카터 회담’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육 여사를 잃은 박 전 대통령은 맏딸인 박 당선자에게 많은 의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느 날 아침 식사를 마친 박 전 대통령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근혜가 없으면 못 살 것 같아. 네 어머니가 그렇게 일찍 돌아가려고 너를 두었는가 봐.”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당선자는 1974년 11월 일기에서 “지금 나의 가장 큰 의무는 아버지로 하여금, 그리고 국민으로 하여금 아버지는 외롭지 않으시다는 것을 보여드리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1979년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마저 갑작스럽게 서거하면서 또다시 비극을 맞았다. 27일 새벽 박 전 대통령의 소식을 접한 박 당선자는 가장 먼저 “전방에는 이상이 없습니까?”라고 물었지만 ‘그날 밤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고 기록할 만큼 충격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의 피 묻은 넥타이와 와이셔츠를 직접 빨면서 평생 흘릴 눈물을 다 흘렸다고 한다. ●평범한 일상을 꿈꾸며 박 당선자는 장례를 치른 뒤 청와대를 떠나 신당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공개되지 않은 생활을 하면서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1980년대 후반에는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매진했다. 박 당선자는 이 기간을 “외롭고 긴 항해”라고 표현했다. 박 당선자는 육 여사가 청와대 시절 자신들에게 겸손을 강조한 이유도 신당동에 돌아와서야 절실하게 느꼈다고 회고했다. “권력의 중심부인 청와대라는 공간에서 자식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것이다. 당시 박 당선자가 적은 일기들에는 특히 사람들의 배신에 대한 언급이 많다. 청와대에 있을 때에는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돌아서는 모습을 보며 느낀 감정들이다. 신뢰를 가장 중시하고 배신에 대해서는 체질적인 반감을 갖게 된 것도 그 당시의 상황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신뢰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모든 것을 슬프고 우울하게 만든다. 아예 처음부터 마음을 달리 먹고 배신을 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처음에는 진정으로 충성을 맹세했지만 어차피 약한 인간이기에 차츰 권세와 명예와 돈을 따라 마음을 바꾸는 사람도 있다.”(1981년 8월), “계속해서 인간에 대해 실망을 하게 되는 일들이 생긴다. 충성을 얘기하고 뭐가 어떻고 말이 많았던 그도 결국 마음에 있는 것은 자리 하나였다.”(1989년 1월 17일) 등 박 당선자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실망을 느끼게 된 기간도 오래 지속됐다. 박 당선자는 1980년대 후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를 바로잡는 등 기념사업회 활동에 주력했다. 특히 1989년 박 전 대통령의 10주기를 맞아 적극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하고 추도식을 준비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다. 청와대를 떠난 18년의 세월이 은둔, 칩거로 표현되는 것에 대해 박 당선자는 “쓴웃음이 나온다.”면서 “그때도 나는 대한민국의 하늘 아래 살고 있었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국민의 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박 당선자는 ‘평범함’을 갈구했다.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이라는 제목으로 1980~1990년 사이 일기를 묶어서 책으로 냈다. 박 당선자는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이란 결국 평범함 속에 있다고 느껴진다.”면서 “마음의 평화,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배로 여기는 것이며 가장 누리고 싶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를 계기로 박 당선자는 1997년 정치에 입문한다. 퍼스트레이디 시절, 뿌리 깊은 가난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한 박 전 대통령을 따라 경제 안정에 주력했고 가까스로 일으켰는데 무너져 내렸다는 허탈함과 위기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국회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해 야당 대표를 지내면서 대통령이 되기까지 박 당선자의 정치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원칙과 신뢰의 수첩공주… 鐵의 리더십, 위기에 더 빛나

    원칙과 신뢰의 수첩공주… 鐵의 리더십, 위기에 더 빛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선이 굵다. 작은 것에 집착하지 않고 큰 방향을 보고 나아간다. 말과 행동에 군더더기도 거의 없다. 원칙을 강조하는 박 당선자 특유의 리더십이다. 이 때문에 위기에 처할 때마다 자기 희생과 신뢰 정치로 바닥을 딛고 일어나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 방향을 읽는 능력, 결단할 줄 아는 힘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부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 효과를 뛰어 넘는 것이다. 이러한 박 당선자의 리더십은 향후 5년 동안 ‘대한민국호(號)’를 이끌어 나갈 통치 스타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멘토… 영국 여왕, 대처 총리, 아버지 박 당선자는 ‘롤 모델로 삼는 정치인’으로 16세기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을 꼽았다. 여성성보다는 위기를 극복하는 강한 리더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 당선자는 지난 8월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 5명이 출연한 MBC ‘100분 토론’에서 “엘리자베스 1세는 어려서 고초를 많이 겪었다. 그 시련을 다 이겨내고 지도자가 됐다.”면서 “자기가 불행을 겪었기 때문에 남을 배려할 줄 알았고 관용의 정신을 갖고 합리적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파산 직전의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 당선자는 2007년 지지자들에게 공개한 ‘90문 90답’에서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라고 답했다. 박 당선자는 당시 “위기의 대한민국을 살릴 리더십은 영국병에 신음하던 영국을 되살린 대처리즘”이라면서 “대처 총리가 영국을 살려낼 수 있었던 힘은 ‘시대에 맞는 원칙’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렇듯 박 후보의 멘토가 대처 전 총리에서 엘리자베스 1세로 바뀐 배경에는 ‘상황 논리’가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고질적 병폐인 파업 등 노조 문제에 단호히 대응해 영국 경제를 부흥시킨 대처의 방식은, 5년 전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우자)를 앞세웠던 박 당선자의 공약과 맞닿아 있었다. 반면 박 당선자는 이번 대선에서 국민 대통합과 경제 민주화, 복지 확대 등을 내걸었다. 이는 동인도회사 설립, 빈민구제법 강화, 가톨릭·개신교 간 종교 갈등 해소 등 엘리자베스 1세의 정책 노선과 닮은 꼴이다. 박 당선자는 또 지난해 말 자신의 정치 철학에 가장 영향을 미친 인물에 대해 ‘아버지’라면서 “아버지는 고뇌하시고 정책을 발표하고 현장에서 실행되는지 계속 확인을 많이 했다. 아버지가 갖고 계신 역사관이나 안보관, 세계관을 들으면서 많이 배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박 당선자는 이어 지난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의 33주년 추도식에서는 “이제 아버지를 놓아드렸으면 한다.”면서 “아버지 시대에 이룩한 성취는 국민들께 돌려드리고 그 시대의 아픔과 상처는 제가 안고 가겠다.”면서 ‘탈(脫)박정희’를 선언하기도 했다. ●키워드… 정치공학·전략은 금기어 박 당선자의 트레이드 마크는 ‘원칙과 신뢰’다.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2010년 세종시 수정안 논란 과정에서 박 당선자는 정치 생명을 걸고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원안을 지켜낸 뒤 이러한 이미지는 훨씬 강해졌다. 이 때문에 박 당선자에게 ‘정치공학’이나 ‘전략’은 금기어에 가깝다. ‘속임수’와 비슷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가식적인 ‘쇼’는 안 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대로 ‘국민’, ‘민생’ 등의 표현은 박 당선자의 결단을 이끌어내는 촉매제라고 한다. 한 측근은 “박 당선자를 설득하려면 ‘이렇게 하는 게 유리하다.’보다 ‘이렇게 하는 게 옳다.’고 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참모들 사이에서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모시기는 쉽다. 하지만 선거에는 적합하지 않은 후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투수로 치면 화려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기교파라기보다는 묵직한 돌직구를 뿌리는 정통파인 셈이다. 이를 통해 박 당선자는 위기에 강한 리더십을 갖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 왔다.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으로 한나라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대표를 맡은 뒤 ‘천막당사’로 배수진을 쳤다. 곧이어 치러진 4·15 총선에서 121석을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2006년 지방선거 때는 ‘커터칼 테러’를 당한 뒤에는 병원에서 한 “대전은요?”라는 한마디로 위기에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2년 3개월여 동안 당 대표로 각종 선거에서 잇따라 승리하며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해 말에는 여권 주요 인사들의 잇단 비리와 구속 등으로 위기에 처하자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컴백’ 했다. 당을 뜯어 고쳐 새누리당을 출범시킨 뒤 지난 4·11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대선 후보직까지 거머쥐었다. 15년여의 정치 인생 동안 선거에서 ‘아픈 경험’은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패배가 유일하다. 박 당선자는 “우리나라는 큰 위기에 있다. 경험 많은 선장은 파도 속으로 들어가 (위기를) 이겨낸다.”면서 자신을 ‘경험 많은 선장’에 비유하곤 했다. 박 당선자는 이 시대에 필요한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위기 극복과 신뢰, 국민 통합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 4일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국정의 80%가 위기 관리 문제”라면서 “무엇보다 다음 대통령에게는 위기 극복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를 해오면서 신뢰를 생명같이 생각해 왔다.”면서 “실천과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정치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해 국민 대통합과 국민 행복 시대를 열겠다.”고 덧붙였다. ●스타일… “탱크 중무장한 여사령관” ‘수첩공주’로 대표되는 꼼꼼하고 세심한 리더십도 박 당선자의 장점이다. 퍼스트 레이디 시절 청와대 참모들의 보고를 기록하면서 생긴 메모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는 메모 습관에 대해 “책임감 때문에 그렇다.”면서 “민생 현장에서 수많은 얘기를 듣는데 어떻게 메모를 안 하고 다니는가. 전부 메모해서 가능한 한 그것은 책임있게 해결하고 답을 한다.”고 말했다. 박 당선자에게 수첩은 국민과 소통하는 수단이자 민생을 챙기는 도구인 셈이다. 한 측근은 “(박 당선자가) 수첩에 뭔가 적으면 이는 나중에 반드시 챙기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박 당선자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해 ‘탱크로 중무장한 나바론 요새의 여사령관’으로 요약했다. 최 소장은 “7년간 지지율이 40%를 넘는 부동의 인기로 난공불락의 위치(나발론 요새)를 구축했으며, 하드파워가 강력한 참모그룹(탱크)이 포진해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용인술은 박 당선자의 리더십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선 박 당선자는 사람을 쓸 때 신뢰를 가장 중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단 한 번 맺은 인간 관계는 소중히 생각한다. 때문에 박 당선자는 참모를 자주 바꾸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인자’를 두지 않는 것도 박근혜식 용인술의 대표적 특징이다. 주요 측근들에 대한 평가는 “성실하다.”는 게 가장 많다. 개인기보다는 조직력에 초점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박 당선자는 ‘공식 라인’을 중시한다. 박 당선자는 일을 맡기면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상당한 권한을 주는 스타일이다. 의사 결정 구조가 왜곡되는 일을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다만 ‘믿을 수 있는 사람’만 쓰다보니 인재풀이 좁다는 평가도 받는다. 박 당선자가 ‘불통’(不通) 이미지를 갖게 된 원인 중 하나다. 보안을 중시하는 폐쇄적인 의사 결정 구조도 불통 논란을 낳는 또 다른 원인이다. 역으로 얘기하면 의사 결정 과정에서 높은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중앙선관위 정당국 폐지 등 조직 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정당 지원 및 후원회 관리 등을 맡는 정당국이 폐지되고 정책연구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이 개편된다. 중앙선관위는 유사·중복 업무를 기능 위주로 통합하는 등 기존 25개 실·국을 23개로 개편하는 내용을 담은 선관위 사무기구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공포했다고 11일 밝혔다. 개정안은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기존 재외선거국과 정당국이 폐지되거나 축소되고, 선거·정치자금·사이버 등 선거법 위반 사안에 대한 조사업무가 조사국으로 일원화된다. 기존에는 선거법 위반행위 조사는 선거실에서, 정치자금법 위반행위 조사는 정당국에서 맡는 등 업무가 나뉘어 있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업무를 기능적으로 재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당 운영 및 발전지원, 창당준비위 등록 및 관리, 당내 경선관리 등 기존 정당국 업무는 관리국 내 새롭게 생기는 정당과가 맡는다. 관리국은 선거관리와 전자선거 업무, 재외선거 관리 등을 맡고 있는 조직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정당의 역할이 축소되는 현상을 반영한 조직개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앞으로 국장이 아닌 과장급 간부와 당 관련 업무를 논의하게 되는 것 아니냐.”면서 “업무 중요도가 낮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본질적인 정당 지원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선거 관련 공무원 연수, 시민교육 등을 맡는 선거연수원 내에 제도연구부를 신설, 정책연구 기능을 강화한다. 선거연수원는 기존 업무 외에 ▲공직선거·재외선거 등 제도의 연구·분석에 관한 사항 ▲기타 정책 개발·연구에 관한 사항 등의 업무를 맡아 선거 정책연구 기능을 갖게 된다. 선관위 안팎에서는 전문성을 가진 연구 조직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헌법재판소 연구기관인 헌재연구원과 같은 형태로 선관위 소속기구로 선거연구원을 설치하거나, 독립법인으로 설치하는 방안 등이 검토돼 왔다. 선관위 관계자는 “연구개발(R&D) 등 정책연구 기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선거연구원 설립은 아직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선거연수원에서 연구 업무를 맡는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또 선거업무 특성을 반영해 중앙-시도-시·군·구간 일원화된 업무조직체계를 갖추도록 기구를 정비하고, 행정국을 설치해 청사 관리, 기록물 관리, 정보공개 등 행정지원 기능을 강화하는 등 조직을 전체적으로 개편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어린이집 통학버스 80% 안전벨트 착용않고 운행

    지난해 3월에는 세 살배기 남자아이의 귀가 찢어졌고 7월에는 한 살 된 남자아이가 뇌진탕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12월에는 4살 여자아이의 이마가 깨졌다. 모두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서 발생한 사고다. 안전벨트만 맸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이기도 하다. 한국소비자원이 6일 공개한 ‘어린이집 통학 차량 안전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집 통학 차량 10대 가운데 약 8대(77.1%)는 어린이들이 안전띠를 매지 않은 상태에서 운행했다. 36개월 미만 영유아가 탑승하는데도 보호장구를 갖추지 않은 차량도 54%나 됐다. 안전인증을 받은 보호장구가 장착된 차량은 단 한 대에 불과했다. 영유아보육법은 반드시 규격에 적합한 보호장구를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단속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유명무실한 상태다. 어린이통학버스로 담당 경찰서에 신고조차 하지 않은 차량도 17.6%에 이르렀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NHN, 해외서 낯뜨거운 ‘19금’ 서비스

    NHN, 해외서 낯뜨거운 ‘19금’ 서비스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일본 자회사가 2년 넘게 음란물이나 다름없는 나체 사진을 무더기로 실은 성인남녀 만남사이트를 운영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의 최대 포털 사이트인 야후 재팬에서도 만남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이 같은 성인사진 게시판을 운영하지는 않는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음란물에 가까운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신문 취재 결과 NHN재팬의 자회사 라이브도어는 2002년부터 일본어로 된 ‘YYC’라는 남녀 연결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운영해 오고 있다. NHN은 2010년 이 회사를 인수했다. 남녀 연결서비스란 회원가입 뒤 나이, 직업, 사는 곳, 사진 등을 올려 프로필을 작성한 뒤 마음에 드는 상대와 쪽지 교환 등을 통해 실제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 주는 서비스다. YYC 측은 300만명 이상의 회원이 이용 중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문제는 성인사진 게시판이다. 이 게시판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나체 사진이 올라와 있다. 게시판 첫 화면에 공개된 수십장의 나체 사진들은 뿌옇게 처리되긴 했지만 한눈에 봐도 어떤 사진인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심지어 상·하반신, 속옷, 야외 등 사진 내용에 따라 항목을 상세히 분류해 놓기도 했다. 서울신문이 취재에 들어가자 사이트 측은 지난 3일 ‘유지보수를 위해 성인사진 게시판 이용을 일시 중단한다.’는 공지를 올리고 게시판 접속을 차단했다. YYC 같은 온라인 만남사이트는 일본에서 수십개가 운영 중이다. 이러한 사이트를 통해 ‘세후레’(성관계 파트너)를 찾거나 ‘엣지’(변태적 만남)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내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이 지적돼 2009년부터 성인인증 절차를 갖추도록 했다. 이에 대해 NHN 관계자는 5일 “현지법인에서 콘텐츠를 사전에 미처 모니터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한다. 성인사진 게시판은 앞으로 서비스를 중단할 예정”이라면서도 “국내 본사가 현지 서비스에 관여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NHN이 2010년 라이브도어를 인수한 뒤에도 성인사진 게시판을 유지해 온 것이 일본 내 인터넷검색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NHN재팬은 한게임재팬과 더불어 최근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라인’이 가입자 7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인터넷검색 분야에서는 야후 재팬과 구글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위기의 검찰] ① 정권사수 ‘첨병’

    [위기의 검찰] ① 정권사수 ‘첨병’

    사상 초유의 내부 반발로 검찰총장이 불명예 퇴진했다. 항명 파동은 정권에 휘둘리는 정치 검찰,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 등 검찰의 고질적인 병폐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검찰 스스로 이번 사태를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자정에 나설 경우다. 위기에 빠진 검찰 조직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쇄신 해법을 시리즈 5회로 모색한다. “검찰이 정치적이지 않았을 때가 있었습니까. 늘 정권 사수의 첨병 노릇을 했습니다.” 검사들도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걸 굳이 부정하지 않는다. 권력에 줄을 서서 권력을 창출하고 그 권력의 입맛에 맞는 수사 결과를 내놓는 악순환을 되풀이해 온 것이다. 한상대 검찰총장의 중도 사퇴를 초래한 ‘특수부발 검란(檢亂)’은 검찰 조직의 누적된 병폐를 단적으로 보여줬을 뿐이다. ‘정치 검찰’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검찰 간부는 “검찰 출범 이후 김대중 정권 때까지 권력이 검찰을 좌지우지했다.”면서 “검찰은 권력의 입맛에 맞게 야당 의원을 수사 미끼로 여당에 입당시키는 등 검찰 본연의 자세를 잃었고, 반정권 인사들의 도청도 비일비재했다.”고 털어놨다. 다른 관계자는 “노무현 정권 땐 검찰과 청와대가 사이가 나빠 정권 차원에서 검찰 수사에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권부 입김은 곳곳에서 작용했다.”고 말했다. 심재륜 전 대구고검장은 1999년 항명파동 당시 검찰 수뇌부를 향해 ‘정치권력의 시녀화’ ‘정치권력에 영합하는 집단’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정치 검찰은 권력의 ‘기형아’다. 검찰을 잡아야 정권을 효율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여겼다. 이명박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취임 뒤 대구·경북(TK) 및 고려대 출신을 검찰 요직에 전진 배치했다. 김경한(경북 안동) 법무부 장관은 검찰 내 대표적인 TK 인사로, 요소요소에 TK 인사들을 심었다. 지난해 8월에는 대구 출신의 권재진 민정수석이 법무장관에 기용돼 논란을 일으켰다. 민정수석이 곧바로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적은 역대 정권에 한 번도 없어 사법 중립성 훼손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검찰총장에는 인사청문회에서 자질시비가 있었던 고대 출신의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을 임명, 정치 검찰의 막장을 보여줬다. 정치 검찰의 폐해는 컸다. 반정권 인사들의 표적 수사가 속출했다.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문화방송 ‘피디수첩’, 정연주 KBS 사장,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수사 등 검찰 안팎의 비판을 받는 수사가 이어졌다. 정권 관련 수사에서는 ‘왜곡·은폐·조작’시비가 끊이질 않았다.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BBK 가짜편지,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등 이 대통령 일가와 그 측근 인사들이 관여된 대형 권력비리 수사는 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 전 검찰총장이 최태원 SK 회장에 대한 구형을 최저 형량 수준으로 낮추도록 압력을 넣었다거나 LIG그룹 회장 일가의 사법처리 수위 결정에도 관여했다는 의혹도 마찬가지다. 검찰의 한 고위 인사는 “노무현 정권 때를 제외하곤 어느 정권이나 수사 개입이 심했다. 현 정권도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관여했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치 검찰의 문제는 인사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검찰 수장 임명에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검찰이 정치권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검찰 인사를 독립해야 한다.”면서 “정권이 조직내부의 신망 있는 사람보다 정권 유지에 검찰을 이용하기 위해 자기 사람을 뽑기 때문에 사건 왜곡이나 편파 수사 등이 빚어진다.”고 지적했다. 한상훈 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인사 독립이 정치 검찰 척결의 최우선 과제”라면서 “판사, 변호사 등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총장 등 주요 보직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결혼이민자 ‘교육 따로, 취업 따로’

    결혼이민자 ‘교육 따로, 취업 따로’

    결혼이민자 직업교육이 ‘교육 따로 취업 따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기 교육 프로그램일수록 취업률은 더 낮았다. 정부가 취업 프로그램을 늘리는 데만 급급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내일배움카드제’(직업능력개발계좌제)에 참여해 직업훈련을 받은 결혼이민자 945명 가운데 취업자는 91명(9.6%)에 불과했다. 10명 중 1명도 안 된다는 얘기다. 내일배움카드제는 고용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구직자들에게 자기 주도적인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취업 능력을 갖추도록 돕는 사업이다. 내년에도 1006억 6400만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컴퓨터·전산(251명), 음식·조리(248명), 미용·피부(80명) 등이다. 하지만 취업률은 비인기 직종 프로그램 수료자가 더 높았다. 수료자가 7명에 불과한 무역·회계·전산실무가 20.0%, 8명인 통·번역이 19.5%로 1, 2위를 다퉜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결혼이민자나 다문화가정에 대한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민간의 취업 지원은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정도로 다양하고 많다.”면서 “하지만 훈련을 소화할 능력이 있는지, 출산·육아 등으로 취업에 곧바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은 아닌지 등은 따지지 않고 무작정 지원을 하다 보니 실제 취업과 연결되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직업훈련 프로그램만 늘릴 것이 아니라 취업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도록 인턴제를 시범 적용하거나 미취학 자녀가 있는 젊은 결혼 이민자들에게는 재택 근무나 파트타임 형태의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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