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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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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농담/황진선 특임논설위원

    소설가 박완서씨는 작고 전에 “멀지 않은 곳에 김수환 추기경의 묘소가 있는 게 저승의 큰 ‘빽’이다.…실없는 농담 말고 후대에 남길 행적이 뭐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영국의 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을 연상하게 한다. 죽음을 앞두고 두려워하거나 슬픔에 잠겨 있는 것보다 농담을 하면 스스로 초연해질 수 있을 듯싶다. 주변 사람도 편안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게 한다. 임종을 앞둔 사람들이 떠올리는 행복한 순간은 즐겁게 놀았던 때다. 그러면서 “그렇게 심각하게 살지 않았어야 하는 건데….” 하고 후회한다고 한다. 잠언시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은 자신의 육체와 단단한 생명력을 즐기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 춤을 추지 못하고 입맞춤을 많이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요즘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우리는 더 농담을 하고 덜 고민하고 덜 초초해해야 한다. 농담과 익살은 열린 마음을 갖게 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다. 황진선 특임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 [씨줄날줄] 말의 허물/김성호 논설위원

    인간 뇌 세포의 98%는 말의 지배를 받는다고 한다. 말을 하면 뇌에 입력되고 뇌는 척수를 지배해 행동을 좌우한다는 과학적 논리다. ‘말은 행동을 지배한다.’는 사회학적 주장이나 ‘말이 씨가 된다.’는 격언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말의 중요함에 대한 강조다. 중국 당대 인재 등용 기준인 신언서판(身言書判)의 둘째 항목도 말 씀씀이의 정교한 관찰이다. 말을 가려 쓰자는 신중함의 당부는 양의 동서와 시대의 고금을 가리지 않는다. ‘말로써 말 많으니 말을 말까 하노라.’의 시조며, 귀는 두개인데 입은 하나인 까닭도 잘못된 말이 부를 화를 경계해서다. 불교도 인간이 살면서 몸·말·뜻으로 짓게 되는 세 가지 죄업(三業) 가운데 하나로 세치 혀의 잘못된 놀림인 구업을 놓고 있다. 말은 이렇게 끊임없이 경계의 대상으로 신중함이 강조되지만 보통 사람들의 입은 여전히 오염과 허물의 씨앗이다. 우리 사회 속 잘못된 말의 폐해는 심각하다. 지식인은 물론 정치인, 학생 할 것 없이 폭언을 쏟아낸다. 안방극장에 저질 말이 넘치고 공식석상에서 정치인의 시정잡배식 막말도 예사다. ‘헛소리하는 이명박 정권을 확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나.’라는 막말에 이어 성형 안 한 여성을 ‘자연산’이라 빗댄 비하의 후유증이 심하다. ‘두번 감옥간 사람이 세번은 못가겠냐.’며 ‘착각하는 현 정부 한번 붙어보자.’고 했다는 한국노총 위원장의 폭언은 또 어떤가. 그런데 종교계의 막말도 험악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사찰 주지 스님이 법회에서 ‘총무원을 찾아가 내 승적을 불태우겠다.’고 하더니 사찰 대웅전을 점령한 개신교 신자들은 ‘이 절이 무너지게 해주십사.’고 소리 높여 기도를 했단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사제들의 극언은 또 어떤가. 기자간담회에서 추기경이 한 발언을 놓고 ‘골수 반공주의자’로 몰아세워 사퇴까지 요구했다니 한국 천주교 초유의 반란이란 비아냥이 무색하지 않다. 세속과 구별되는 사랑·배려의 가치를 외면한 독선의 일탈이 심상치 않다. 엊그제 조계종 총무원장, 한기총 대표회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의 회동이 화제다. 모임에서 한기총 회장은 “가장 큰 허물은 언어의 허물”이라고 했다. 심해져 가는 이웃종교 간 갈등을 의식한 발언일 터. 종교 간 충돌을 저어하는 말의 자제와 신중함에 대한 당부. 그런데 지금 우리 종교의 허물을 인정하는 언사로 비쳐짐은 왜일까. 인류가 가진 최고의 도덕률이라는 종교인데, 말 그대로 말의 허물만이라도 벗겨낼 수 있다면….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문학의 기둥 사라졌다” 각계 애도… 인터넷도 추모 물결

    “문학의 기둥 사라졌다” 각계 애도… 인터넷도 추모 물결

    소설가 박완서 선생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는 전날에 이어 23일에도 추모객들이 줄을 이었다. 특히 50~70대 여성 조문객들이 많았다. 그들은 방명록에 “4년 전 작은 찻집에서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도란도란 말씀 나누시던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여학생’이었던 저의 꿈 많던 시절, 선생님과 함께했던 그 시간이 참으로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라고 적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빈소에는 이명박 대통령,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각계에서 보낸 조화가 가득했다. 빈소를 찾은 시인 황동규(73) 서울대 명예교수는 “선생님은 글과 삶이 일치했다. 그분의 글은 정직했고 트릭이 없었다.”면서 “문학의 기둥이 사라졌다.”고 애통해했다. 고인의 조카며느리인 김모(56)씨는 고인이 생전에 “온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다. 히로시마 원자폭탄을 맞은 사람들의 심경을 알겠다.”면서 방사선 치료 때문에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트위터, 블로그 등 인터넷 공간에서도 추모 물결이 넘쳤다. 소설가 이외수씨는 “선생님께서 이 세상 소풍을 끝내시고, 저 세상으로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애도했다. 소설가 은희경씨는 “봄이 오면, 영화 보고 맛있는 거 사주신다던 약속을 지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강한 분이 앓을 때 얼마나 두려울까 하면서도 오지 말란다고 안 갔던 게 후회되어 눈물 흐른다.”고 그리움과 자책감을 드러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고인의 유해는 천주교식으로 장례를 치른 뒤 25일 오전 경기 용인 천주교 묘지에 안장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박완서(세례명 정혜 엘리사벳) 작가님은 가톨릭 신앙인으로서도 훌륭한 모범을 보이신 분이셨다.”고 애도를 표했다. 고인과 함께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한 영화배우 안성기씨는 “에티오피아에 함께 갔을 때 앙상한 영양실조 아이들을 본 뒤 식사조차 못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회고했다. 유족으로는 장녀 호원숙(작가)·차녀 원순·삼녀 원경(서울대 의대 교수)·사녀 원균씨와 사위 황창윤(신라대 교수)·김광하(도이상사 대표)·권오정(성균관대 의대 학장)·김장섭(대구대 교수)씨가 있다. 박록삼·이영준·김소라기자 apple@seoul.co.kr
  • 세상의 모든 상처받은 것 위로… 문단 보듬은 ‘큰 나목’

    세상의 모든 상처받은 것 위로… 문단 보듬은 ‘큰 나목’

    늘 수줍어하던 문학소녀였다. 가까운 후배들에게조차 제대로 곁을 주지 못할 정도로 부끄러움을 탔다. 하지만 후배들은 어려움이 있으면 늘 그를 찾곤 했다. 친정 어머니 같고, 큰누이 같던 그의 마음 씀씀이 한 자락을 살며시 내비친 것이 빈소 입구에 붙여진 ‘부의금은 정중히 사양한다.’는 글귀다. 생전에 했다는 “나 죽으면 가난한 문인들에게 부의금을 받지 말라.”는 말이 뒤늦게 전해지며 후배들을 더욱 사무치게 했다. 세상의 모든 상처받은 것들을 위로해 주던 ‘영원한 현역 작가’ 박완서는 그렇게 먼 길을 떠났다. 80세. 지난해 뒤늦게 발견된 담낭암으로 투병해 오던 그는 지난 22일 새벽 서울삼성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1970년 불혹의 나이에 늦깎이로 등단한 뒤 꼬박 40년을 한결같이 써온 글쓰기도 함께 끝냈다. 지난해 여름 펴낸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와 같은 박완서 특유의 넉넉한 성찰과 위안의 글은 이제 활자로만 남게 됐다. ☞[포토] 한국 현대문학의 거목 박완서 타계●“6·25 없었으면 선생님 됐을 수도” 한국현대사의 굴곡은 그 시대 누구에게나 그러했듯 그에게도 굵직한 생채기를 남겼다. 서울 숙명여고를 졸업한 그는 1950년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한국전쟁이 터져 곧바로 중퇴해야 했다. 의용군으로 나간 오빠는 부상을 입고 돌아온 지 여덟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학교 중퇴 이후 미8군 PX에서 일하다 박수근 화백을 만나 등단작 ‘나목’(裸木)의 모티브를 얻기도 했다. 상처는 쉬 가시지 않았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박완서는 일관되게 한국전쟁을 들여다봤다. 전쟁이 보통의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게 어떻게 억압이자 상처로 작용했는지에 대한 탐구였고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지난해 계간문예지 ‘문학의문학’과 나눈 대담에서 그는 “6·25가 없었으면 글을 쓰지 않고 선생님이 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전쟁·참척의 고통까지 관조 1980년대에는 ‘살아있는 날의 시작’(1980), ‘서 있는 여자’(1985),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1989) 등의 작품을 통해 작가 입지를 굳혔다. 특유의 부드럽고 다독이는 문체 속에 급속한 산업화 속에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소외감과 상실감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문단으로 본격 호출한 것이다. 1988년 남편을 폐암으로 잃었다. 석달 뒤 외아들마저 떠나보내는 참척(慘慽)의 고통을 겪었다. 가톨릭에 귀의한 그는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1994),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 ‘너무도 쓸쓸한 당신’(1998) 등을 통해 개인적 상처마저 관조하는 힘을 보여 줬다. “경인년 꽃다운 20세에 6·25전쟁을 겪고 어렵게 살아남아 그 해가 회갑을 맞는 것까지 봤으니 내 나이가 새삼 징그럽다. 더 지겨운 건 육십년이 지나도 여전히 아물 줄 모르고 도지는 내 안의 상처다. 노구지만 그 안의 상처는 아직도 청춘이다.” 깊은 상처 속에서도 늘 글 속에 유머를 잃지 않았던 그는 가장 최근에 쓴 ‘내 식의 귀향’이란 글에서 이런 말을 한다. “남편과 아들이 잠들어 있는 천주교 공원묘지를 다녀왔다.…비석엔 내 이름도 생년월일과 함께 새겨져 있다. 다만 몰(沒)한 날짜만 빠져 있다. 멀지 않은 곳에 김수환 추기경의 묘소가 있는 게 저승의 큰 ‘빽’이다.” 이어지는 글. “다만 차도에서 묘지까지 내려가는 길이 가파른 것이 걱정스럽다. 운구하다가 관을 놓쳐 굴러떨어지면 늙은이가 살아날까 봐 조문객들이 혼비백산(하겠지)…실 없는 농담 말고 후대에 남길 행적이 뭐가 있겠는가.” ●유니세프 활동 ‘한국의 오드리 헵번’ 그는 소설 바깥의 활동도 소홀하지 않았다. 1993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친선대사를 맡은 이래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몽골, 인도네시아 등을 찾아다녔다. 암을 발견하기 직전인 지난해 9월에도 부산까지 내려가 유니세프 후원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유니세프 한국위 직원들은 “한국의 오드리 헵번 모습을 발견했다.”며 그 웅숭깊은 속내를 기렸다. 이제 지상에서 글쓰기는 끝났다. 그는 천상으로 자리를 옮겨 또 다른 소통과 위로의 글쓰기를 시작할 것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영화리뷰] ‘시즌 오브 더 위치:마녀호송단’

    [영화리뷰] ‘시즌 오브 더 위치:마녀호송단’

    도미닉 세나. ‘식스티 세컨즈’와 ‘스워드 피쉬’를 통해 액션 스타일리스트로 이름을 알린 영화감독이다. 전자는 화려한 명품 자동차의 스피드 향연이, 후자는 폭탄이 터지는 순간을 360도 회전으로 묘사한 장면이 압권이었다. ●액션 영웅·스타 감독 의기투합 우리에겐 ‘케 서방’으로 더욱 친숙한 니콜라스 케이지. 1995년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로 미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고 이후 ‘더 록’(1996), ‘콘에어’, ‘페이스 오프’(이상 1997)를 통해 액션 영웅으로 거듭난 스타다. 그리고 개성 있는 외모의 론 펄먼. 1980년대 후반 TV 시리즈 ‘미녀와 야수’로 인기를 얻었고, 여러 영화에서 감초 역할을 도맡다가 ‘헬보이’(2004·2008) 시리즈로 주인공-비록 분장을 했지만-으로 거듭났다. 이 세 명이 의기투합했다면 기대치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오는 13일 개봉하는 판타지 영화 ‘시즌 오브 더 위치: 마녀호송단’은 이러한 기대를 여지 없이 깨뜨린다. 십자군 전쟁에서 수천 명의 이교도를 거꾸러뜨리며 ‘전설’이 된 용맹한 기사 베이맨(니콜라스 케이지)과 펄슨(론 펄먼). 어느 날 부녀자와 어린아이까지 죽이는 십자군의 만행에 환멸을 느끼고 전쟁터를 떠난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은 흑사병이 돌아 곳곳이 폐허다. 탈영병 신세가 발각되는 바람에 추기경에게 붙잡히지만, 자유를 대가로 한가지 임무를 떠맡게 된다. 바로 흑사병을 퍼뜨린 검은 마녀로 지목된 한 소녀(클레어 포이)를 머나먼 수도원까지 호송하는 일. 추기경은 마녀가 지혜로운 수도사들의 심판을 받아야 대재앙이 멈출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베이맨과 펄슨을 비롯한 6인의 호송단이 마녀를 호송하는 여정이 영화의 전반적인 골격이다. 그런데 이야기는 영화에 등장하는 외줄기 벼랑길처럼 단조롭기 그지 없다. 영화 초반 이교도들과의 격렬한 전투에 견주면, 썩은 다리를 아슬아슬하게 건넌다든가, 늑대 무리에게 장검을 휘두르는 정도는 어린아이 장난처럼 여겨진다. 막판 반전에 이어 최후의 싸움이 등장하긴 하지만 스크린에 걸맞은 수준으로 보기에는 무리다. ●중세로 퇴보한 듯한 작품수준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부분은 다소 신선했던 마녀 이야기가 ‘떡밥’에 불과하다는 것. 신의 뜻을 빙자해 대학살을 벌인 중세 교회에 대한 환멸, 중세 교회가 희생양으로 삼았던 ‘마녀’에 대한 연민은 온데 간데 없고 퇴마로 서둘러 마무리되는 결말을 보면 허전함을 지울 수 없다. 중세를 배경으로 삼았다고, 작품 수준마저 과거로 퇴보하는가. 2000년대 들어 내리막을 걷고 있는 케 서방이 여전히 반전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한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 94분. 15세 이상 관람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송년기획] 천막 장외투쟁… 손학규의 ‘소신’

    정치권의 ‘저평가 우량주’라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 정치인이다. 당 대표 취임 이후로만 보자면, 손 대표는 강한 집념과 소신이 두드러졌다.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에 맞서 천막 장외투쟁을 한다고 결정했을 때 지지율이 떨어진다며 많은 사람들이 말렸다. 그러나 손 대표는 “순간적인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 길게 보겠다.”고 했다. 결국 서울광장에 천막을 쳤다. 한나라당에 있을 때도 국가보안법 철폐와 국가균형발전 정책, 햇볕정책에 동의했다. 이쯤 되면 손학규 식(式) 정치적 결단의 원천은 뚝심이 전부라 해도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역 광장에서 본 손 대표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유시민·강금실 전 장관이 상주였다. 유 전 장관이 손 대표의 오른쪽 팔뚝에 상주 완장을 채워 주려 했지만 손 대표는 끝내 거절했다. “완장 찰 자격이 없다.”는 거였다. 고인을 향해 ‘경포대’ ‘산송장’이라고 공격한 데 대한 참회였던 셈이다. ‘저평가 우량주’의 가치를 끌어올리기만 한다면 집념과 소신, 뚝심도 꽤 괜찮은 기반이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對與조율 박지원 ‘제2 전성시대’ 정치인 박지원은 올해도 손발이 부지런했다. 예순여덟살의 노장이지만 “기자는 맨 먼저 접하는 국민”이라며 기자들에 대한 ‘콜백’(답신전화)에도 적극적이었던 모습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0년은 그에게 ‘제2의 전성시대’라 할 만했다. 지난 5월 원내대표로 취임해 7·28 재·보궐 선거 직후 공석이 된 대표직을 겸한 비상대책위 대표 자리에 올랐다. 별 잡음 없이 마무리된 비대위는 당내 그의 리더십이 인정받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정보력을 바탕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지휘,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및 2명의 장관 후보자를 줄줄이 낙마시키는 ‘성과’도 거뒀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손발을 맞춰 원만한 여야 관계를 이끌어온 것도 그의 ‘능력’인 동시에 ‘복’이었다. 전성시대가 내년에도 이어질까. 정통성과 통솔력, 조정능력 등으로 당 안팎에서 유력한 차기 당 대표 주자 중 하나로 거론된다. 대표가 된다면 민주당은 강력하고 새로운 세력의 출현을 맞게 될 수도 있다. 여야를 통틀어 대선 판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다만 ‘손학규 체제’와의 잦았던 충돌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이회창 속 시원한 ‘대쪽’ 언행 두각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비교섭단체라는 한계가, 2010년 그와 자유선진당의 입지를 좁혔다. 지역기반마저 출렁였다. 총선·대선의 전초전격인 6·2 지방선거에서 쓴맛을 봤다. 텃밭 충남에서조차 대전시장 한 자리만 건졌을 뿐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틈바구니에서 펼친 소신행보가 일부에선 양비(兩非)론으로 평가절하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는 ‘대쪽 이회창’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주요 이슈마다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정진석 추기경과 설전을 벌인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한 질타는 그 정점이었다. 교권추락 실태에 대해서도 체벌을 재도입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의 ‘대쪽’ 언행에 “속 시원하다.”는 격려가 쏟아졌다. 천안함·연평도 사태에는 강력한 무력 응징론을 내세워 ‘보수’의 신뢰를 샀다. 친북좌파세력의 정권 재창출을 막자며 보수대연합론이라는 소신을 펼쳤다. 혼돈의 외교·안보, 무기력한 정치력의 혼재 속에서 펼친 개인기여서 더욱 돋보였다. 당장은 원내 교섭단체 복귀가 최대 숙제다. 결전의 2012년을 한해 앞둔 2011년, 제3당의 공간이 최대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열린세상] 추기경의 성탄절 메시지와 사제단의 ‘쿠데타’ /김진 울산대 철학 교수

    [열린세상] 추기경의 성탄절 메시지와 사제단의 ‘쿠데타’ /김진 울산대 철학 교수

    정진석 추기경(서울대교구장)의 성탄절 메시지가 정의구현사제단에 의하여 철저하게 유린되었다. 이는 천주교의 전통적 권위 체계를 부정한 것으로서, 한마디로 ‘사제들의 쿠데타’나 다름없다. 그것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도 닮은꼴이었다. 추기경은 지난 12월 8일, 마흔아홉 번째 책 “하느님의 길, 인간의 길”을 펴내는 자리에서, ‘성탄’은 오셨던 구세주를 기념하고 오실 구세주를 기다리면서 차별 없는 세상을 이루려는 마음 속에 있다고 했다. 추기경은 민심을 굴절하거나 조작하지 않고서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이라고도 밝혔다. 그리고 종교 갈등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었다. 진리와 영원한 생명을 지향하는 종교인들이 신앙의 문제로 갈등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추기경은 연평도 포격이 북한 지도자들의 그릇된 욕망에서 나왔으며, 1949년 이후 동료 사제들의 행방에 대해서 북한이 침묵해 온 사실을 지적했다. 주교회의가 4대강 사업 반대를 천명한 것이 아니라 자연 환경의 ‘파괴’를 우려한 것이며, ‘개발’이 ‘발전’인가 ‘파괴’인가의 문제는 종교인보다는 해당 전문가들의 일이라고 정리하기도 했다. 그러자 정의구현사제단은 12월 10일, 추기경의 4대강 발언을 ‘거짓 예언’ 또는 ‘궤변’이라고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리고 13일에는 25명의 진보적 원로 사제들이 추기경의 4대강 발언은 주교단의 의사에 반하는 그릇된 해석이라고 주장하면서 서울대교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추기경이 주교회의의 결정을 잘못 해석했다면 당연히 주교회의가 그 진의를 확인했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왜 천주교의 공식기구가 아닌 정의구현사제단이 ‘추기경 죽이기’에 나섰던 것일까? 그 이유는 너무나 분명하다. 지난 3월 10일, 5명의 주교와 1104명의 사제가 서명했던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의 성명서 사건의 실질적 주체가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4대강 반대에 서명한 5명의 주교 가운데 주교회의 소속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가 있다는 사실이다. 5명의 주교와 정의구현사제단의 결속이 4대강 문제를 신앙의 차원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12일의 미사에서 강우일 주교회의 의장은 4대강 사업 반대가 ‘교회의 가르침’이라고 일방 선언함으로써 천주교 신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들의 세몰이는 결국 “생명지킴과 4대강 살리기 성명서”를 주교회의의 이름으로 발표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22명의 주교가 승인한 3월 12일의 주교회의 성명서는 이용훈 주교 등 5명의 주교가 서명한 3월 10일자 천주교 연대의 4대강 개발 반대 성명서와는 내용이 다르다. 이 성명서는 현재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는 4대강 사업이 우리나라 전역의 자연 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을 뿐, 교회가 4대강 개발에 반대한다는 직접적인 표현을 담고 있지 않다. 추기경은 주교회의가 4대강 개발 반대를 천명한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정의구현사제단과 그 후원세력들이 반발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들은 추기경을 ‘골수 반공주의자’라고 매도하면서, 교회 분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윽박질렀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이용훈 주교도 12월 16일, 4대강 사업 반대가 세상을 복음화하고 올바른 인간의 길을 제시해야 할 교회 본연의 사명에 해당한다고 재천명하면서 추기경과 대립각을 세웠다. 어떤 개인이나 사제이든지 간에 4대강 사업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자유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복음이 아닌 정치 문제를 교회가 신봉해야 할 진리로 세우고자 할 때 교회 안팎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설사 그들이 정치적 이슈를 천주교회의 일치된 의견으로 포장하더라도 결코 신앙적 구속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주장하기 위해서 오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시기 위하여 오셨다. 사제들이라면 마땅히 따르고 본받아야 할 가르침이다.
  • “생각 다름 인정해야 모두가 행복” 정진석 추기경 신년메시지

    “생각 다름 인정해야 모두가 행복” 정진석 추기경 신년메시지

    “모든 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고 수용하여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이 23일 2011년 신년 메시지를 발표했다. 한마디로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자는 내용이다. 추기경 자신이 최근 4대강 사업 발언과 관련해 원로 사제들에게서 용퇴 요구까지 받은 직후라 더욱 시선을 끈다. 정 추기경은 “백인백색(百人百色)이라는 말처럼 사람마다 생각과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모두가 행복하려면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고 수용해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의견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지혜와 슬기를 갖춘 공동체를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새해에는 뿌리 깊은 갈등과 분열의 골이 메워지고, 한국 교회도 상호 신뢰와 배려를 바탕으로 일치되기를 소망한다.”는 내용의 신년 메시지를 발표했다. NCCK는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준 나눔과 섬김의 삶을 따라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인간의 탐욕 때문에 생명을 파괴하는 난개발은 죄악이므로 4대강 사업은 객관적, 과학적 토의 후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때까지 잠정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교황청, 피임 목적의 콘돔사용 “승인 안 했다”

    교황청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특수한 경우에 한해 콘돔 사용을 허락할 수 있다.”는 최근 발언과 관련, 피임을 목적으로 한 콘돔 사용을 교황이 승인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교황청 신앙교리성(CDF)은 성명을 통해 지난달 교황이 인터뷰에서 한 발언을 일부 분석가들이 곡해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BBC가 22일(현지시간) 전했다. CDF는 가톨릭 신앙과 윤리 도덕에 대한 교리를 증진, 보존하는 역할을 하는 최고 기관이다. 베네딕토 16세는 추기경 시절에 이 기관의 책임자를 맡았었다. CDF는 성명에서 “교황의 논리는 가톨릭 교회의 도덕적·신앙적 전통에 부합한다.”며 “교황의 발언을 가지고 ‘원하지 않는 임신을 피하고자 콘돔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추론하는 것은 다분히 자의적인 해석으로 절대 정당화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CDF는 또 동성애와 피임에 대한 교황의 입장은 전혀 바뀐 바 없다면서 해당 서적의 다른 구절에서는 동성애와 피임에 반대하는 교회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국진기자 betuolo@seoul.co.kr
  • 서울대교구 긴급 사제 회의 전격 취소 왜?

    서울대교구 긴급 사제 회의 전격 취소 왜?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최근 정진석 추기경의 4대강 발언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16일 열기로 한 긴급 사제 회의<서울신문 12월 16일자 6면>를 전격 취소했다. 논란이 더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임시처방으로 풀이되지만 교계 내부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교구 측은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이 ‘사제들의 뜻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은 교회 화합과 일치를 위해 기도하자’고 당부하셔서 사제 회의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제 회의를 소집한 염수정 총대리주교가 오전 정 추기경을 만나 논의한 끝에 취소를 결정했다는 게 교구 측의 설명이다. 당초 정 추기경은 오후 2시 사제 회의가 시작되면 인사말을 한 뒤 곧바로 퇴장할 예정이었다. 추기경 퇴장 뒤 염 주교 주재로 비공개 난상토론을 진행할 계획이었던 것. 군사정권 시절 이후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인 사제 회의 소집을 재가했던 정 추기경이 하룻밤 새 마음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회의 소집 사실이 언론에 알려져 부담스러울 만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데다 교회 신도들도 크게 불안해해 자칫 더 큰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신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원로 사제들이 정 추기경의 서울대교구장직 용퇴를 요구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회의를 앞두고 교계 안팎에서 정의구현사제단 징계설, 교구장직 거취 표명설 등 온갖 억측이 난무했다. 최홍준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장(평협)은 “이런 때일수록 말을 많이 하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고 분열과 갈등을 부추길 공산이 크다.”면서 “모두가 화합과 일치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사제 회의 결과를 본 뒤 입장 표명 여부를 결정하려던 평협도 사실상 ‘침묵’에 들어갔다. 한편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이광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김주원 원불교 교정원장, 최근덕 성균관장,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 등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 소속 6개 종교 지도자들은 15일(현지시간) 로마 교황청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만나 얘기를 나눴다. 이들은 지난 9일부터 이스라엘 예루살렘 등 기독교 성지를 순례하는 ‘2010 이웃종교 체험 성지순례’를 하고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대교구 사제 16일 긴급회동

    원로 사제들이 정진석 추기경의 서울대교구장 용퇴를 촉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과 관련해 서울대교구 사제들이 16일 오후 2시 긴급 회동을 갖는다. 회동은 총대리 주교인 염수정 주교가 소집했다. 주교평의회, 사제평의회, 서품 기수별 대표 사제 등 6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교구 측은 15일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서울대교구장직 사퇴 문제로까지 비화돼 당사자들이라 할 수 있는 서울대교구 차원의 논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면서 “이에 따라 16일 명동성당에서 비공개로 긴급 사제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15일) 오전 주교평의회를 열어 사제 회의에서 논의할 안건을 정리했다.”고 전했다. 지도급 사제들이 사회문제와 관련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가톨릭교회 관계자는 “피정(일상에서 벗어나 침묵기도 등을 하는 종교 수련) 등 신앙 문제와 관련해 사제 회의가 열린 적은 있으나 시국현안으로 소집된 것은 과거 군사정권 이후 거의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교구 소속 신부는 모두 722명이다. 긴급 사제 회의에는 이 가운데 대표성을 띤 지도급 위치의 사제들이 참석한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는 중재안 또는 해결책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게 주위의 기대 섞인 관측이다. 서울대교구 소속 한 신부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교회의 사제, 신도들도 (원로 사제들의) 교구장 사퇴 요구 등 초유의 사태에 대해서는 불안감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긴급 사제 회의를 통해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평협)도 당초 이번 사태와 관련해 15일 성명서를 내려다가 긴급 사제 회의가 소집된다는 소식에 회의 이후로 미뤘다. 최홍준 평협 회장은 “주교들은 교황을 중심으로, 각 교구는 교구장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전통을 갖고 있다.”면서 “교구장의 발언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 자체가 교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 추기경은 4대강 사업에 반대 입장을 밝힌 주교 회의 성명을 두고 “꼭 반대한 것으로 해석되지 않는다.”라고 발언해 거센 논란을 야기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대교구장 용퇴 가능한가

    지난 13일 천주교 원로 사제들이 정진석(79) 추기경의 서울대교구장 용퇴를 촉구하면서 정 추기경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추기경은 일절 공식 언급을 꺼리고 있다. 그렇다면 교구장 직은 자의로 물러날 수 있는 자리일까. 교회법을 따져 보면 ‘절반은 가능’하다. 1966년 신설된 천주교 교회법 성직자 정년 퇴임 조항에 따르면 신부, 주교, 추기경 등은 만 75세가 되면 의무적으로 로마 교황청에 사임서를 제출해야 한다. 사의 수용 여부는 교황의 몫이지만 지금까지 관례상 한국 사제들이 표명한 사의는 모두 수용됐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도 75세 때 서울대교구장 직에서 물러났다. 서울대교구 측은 “정 추기경도 사임서를 제출했으나 교황께서 수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 천주교 주교는 모두 32명이다. 현역 주교 가운데 만 75세가 넘은 주교는 서울대교구장을 겸하고 있는 정 추기경이 유일하다. 역대 주교 중에서도 75세를 넘겨 주교 직에 머물렀던 경우는 없었다. 정 추기경은 1931년 12월 7일생으로 만 79세다. 교회법상 추기경은 만 80세가 되면 자동적으로 모든 직무가 끝난다. 그보다 하위 직인 대교구장은 자동적으로 내놓게 된다. 정 추기경이 원로 사제들의 용퇴 요구를 거부하더라도 임기는 1년밖에 남지 않은 실정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권력이 먼저 중심 세워야 종교의 정치 세력화 막는다”

    “권력이 먼저 중심 세워야 종교의 정치 세력화 막는다”

    템플 스테이 예산 삭감으로 촉발된 불교계와 정부여당의 대립, 4대강 반대 운동을 둘러싼 천주교 내 추기경과 주교회의 간 갈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다종교 사회이면서도 종교 분쟁이 없는 거의 유일한 국가로 정치와 종교가 독립적이면서도 상호보완적인 안정적 관계를 유지해 온 우리나라의 전통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나온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 정권 들어 ‘종교적 정치갈등’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종교와 정치권력의 결탁 또는 종교의 항거라는 두 흐름이 형성됐고, 문민정부·국민의정부·참여정부 때는 종교계의 정치적 발언이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천주교와 불교에서 이 정권을 개신교 기반의 정권으로 의심했고, 실제로 오해를 살 만한 일들이 계속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평소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도 계속 쌓여 온 ‘피해의식’ 때문에 문제가 커졌다.”면서 “군사정권 시절에도 좀처럼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사찰의 주지들과 천주교 주교회의가 왜 시국 발언을 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정권이 먼저 중심을 세워야 제 종교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고, 종교의 정치 세력화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인 고성국 박사는 정치와 종교의 지나친 유착과 갈등으로 인한 ‘종교의 정치과잉’은 사회 전체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 박사는 “종교와 정치의 갈등 심화는 다종교·다문화·다인종의 융합과 통섭 추세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교가 대중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실 정치와 동떨어질 수는 없다.”면서도 “종교가 과도하게 정치에 개입하거나 압력을 넣어선 안 되고, 정치도 종교를 지나치게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의도된 것은 아니지만 특정 대형 교회 인맥이 정부 요직에 많이 들어가고, 특정 종교 지도자나 단체가 정치운동을 조직하고 이끄는 모습은 사소한 문제까지 거대한 종교갈등으로 증폭시킬 수 있는 만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종교 별로 나눠서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불교계는 자신들의 이익 침해에 저항하는 측면이 강하고, 천주교의 내분은 주교회의의 집단적인 결정을 권위주의적인 추기경이 뒤집으려 한 데 대한 반발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그러나 “개신교는 불교·천주교와 달리 정치세력화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종교의 냉철한 현실 인식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종교가 사회갈등을 봉합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도리어 정치 갈등의 한 축이 되고 있다.”면서 “종교의 근본이 사랑과 자비인데 이를 배제한 채 스스로 선을 자처하고 상대방을 악으로 몰아세우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일반시민단체와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4대강 반대 등이 과거 민주화운동처럼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슈인가를 먼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템플 스테이 예산 누락 문제도 종교계의 편협성, 이기주의로 비쳐질 수 있다는 걸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종교의 세속화에 주목했다. 송 교수는 “천주교 사태는 우리사회 권위체계의 대표적인 상징인 천주교 안에서도 위계에 도전하는 흐름이 생겼다는 것을 보여 주고, 불교계가 정권 반대를 강하게 외치는 것도 큰 틀에서 보면 종교의 세속화 현상”이라면서 “전통주의적 입장에서 보면 위험한 일이지만 사회변화 차원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만 송 교수는 “우리나라의 정치가 아직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종교가 지나치게 정파에 편향돼서는 안 되며, 정치와 종교가 보다 현명한 관계 구축을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종교가 세속적인 권력이나 친분을 떠나 고유 논리에 근거해서 활동하기는 쉽지 않지만 정치 이슈나 사회 현상에 대해서는 되도록이면 종교 논리에 기초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 절제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구·홍성규·허백윤기자 window2@seoul.co.kr
  • 명동성당 재개발 논쟁 다시 불붙다

    명동성당 재개발 논쟁 다시 불붙다

    명동성당 주변 재개발안이 지난 2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회의에서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심의는 통과했지만 시민사회와 학계의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1898년 지어진 명동성당(사적 제258호)의 역사성과 오랜 세월 민주화의 성지로 자리 잡아 온 상징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또한 명동성당 건물 자체의 안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안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신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및 강의 시설과 편의 시설, 만남·소통의 공간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공간 확보가 요구되고 있으며 건물 안전성 판정을 받은 만큼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대교구는 지난 4월 서쪽 사도회관과 사회복지관 뒤쪽 테니스장 및 주차장 주변에 지하 4층에 지상 9층, 지상 13층 고층 건물 두채와 지하 임대 시설, 주차장 등을 짓는 재개발안을 문화재위에 내놓았다. 문화재위는 이에 대해 역사 경관 훼손과 안전성 우려를 제기하며 부결시켰다. 이후 여섯 차례에 걸쳐 심의했으나 지난달까지 부결시켰다. 그러나 서울대교구 측에서는 문화재위 의견을 일부 반영해 당초 13층에서 1개층을 줄인 12층 건물(42m) 신축 등의 수정안을 제안, 심의를 통과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명동성당 서울대교구가 역사적인 의미를 애써 외면하는 근시안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명동성당보다 오래된 주교관도 허물려고 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황 소장은 “문화재위원회에 관련 재심을 요청하는 한편, 시민사회단체의 문제의식을 전달하면서 천주교계에 내부적인 논의와 성찰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종헌 배재대 건축학부 교수의 우려는 더욱 구체적이다. 김 교수는 “현재 명동성당 지반이 어떻게 구성됐는지도 알지 못한다.”면서 “지하 4층, 지상 12층의 거대한 건물을 짓다가 자칫 힘의 균형이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그 책임을 누가 감당할 수 있겠나.”라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문화재위원들이 정부 압박에 굴복해 명동성당의 역사성 훼손을 거든 것”이라면서 4대강 사업을 용인해주는 대가로 명동성당 주변 재개발을 승인받은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허영엽 천주교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은 “명동성당 재개발과 4대강을 연결짓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면서 “벌써 20년 이상, 김수환 추기경 때부터 추진해온 중요한 사업 중 하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의를 통해 추진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사 시기에 대해서는 “이제 문화재위 심의를 통과했을 뿐 앞으로 도시계획심의, 건축심의, 교통환경영향평가 등 행정적 절차가 많이 있다.”면서 “언제쯤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지 전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사설] 종교계 ‘정치적 갈등’ 자성과 지혜로 풀어라

    종교계의 내우외환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불교계는 현 정부에 등을 돌리며 여권 인사의 입산을 거부하는 산문(山門) 폐쇄로 초강수를 던지고 나섰다. 가톨릭계는 4대강 사업을 둘러싸고 찬반 소용돌이에 빠지면서 최고 어른인 추기경마저 공격하는 ‘자해식 논란’을 벌이고 있다. 종교계가 안팎으로 빚는 갈등 양상은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최악의 상황이다. 현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제자리를 잡아야 할 때다. 여권은 불교계와 소원해진 관계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템플스테이 예산 지원을 여러 차례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를 챙기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현 정부 들어 불교계가 홀대 받는 것으로 인식할 만큼 갖가지 일들이 벌어졌고, 템플스테이 예산문제가 이를 폭발시킨 것이다. 불교계가 단지 돈 몇푼에 이처럼 등을 돌리게 된 것만은 아니다. 불교계의 이반을 가져온 원인은 정부·여당에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정진석 추기경이 4대강 사업을 편드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원로사제와 정의구현사제단으로부터 호되게 당하고 있다. 사제단은 ‘추기경의 궤변’이라며 거칠게 대들고, 원로사제들은 ‘추기경의 과오’라며 서울대교구장직 용퇴를 요구한다. 이 모든 게 정치와 종교의 경계선이 모호해진 데서 출발한다. 현 사태의 심각성은 이같은 갈등이 종교를 넘어 정치적 갈등으로 확산된다는 점에 있다. 무엇보다 여권이 종교계 표심을 의식해 정치적으로 접근하면서 화근을 키웠다는 점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종교계가 편향 시비를 제기할 만큼 적지 않은 실수를 저지른 과오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종교계 역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보편적 가치로 보기 어려운 세속적 이슈에 지나치게 깊숙이 관여하는 것이 과연 이 시대 종교의 본분인지를 되돌아 볼 일이다. 정치권의 자성과 종교계의 지혜가 절실하다.
  • 정추기경 4대강 발언 책임 서울대교구장직 사퇴 촉구

    정진석 추기경의 4대강 개발 관련 발언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천주교 젊은 사제들에 이어 원로 사제들까지 가세해 정 추기경이 겸임하고 있는 서울대교구장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함세웅, 김병상 몬시뇰, 문정현 신부 등 천주교 원로 사제 25명은 13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 추기경의 말씀에 부끄럽고 비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추기경이 주교회의의 구체적 결론에 위배되는 해석으로 사회적 혼란과 교회 분열을 일으킨 것은 분명히 책임져야 할 문제인 만큼 추기경은 용퇴의 결단으로 그 진정을 보여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앞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생명과 평화라는 보편 가치에 위배되는 발언이며 주교회의 결정을 왜곡했다.”고 추기경의 발언을 반박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자선단체 비리로 기부 위축돼 안타까워”

    “자선단체 비리로 기부 위축돼 안타까워”

    “TV에서나 보던 유엔 본부 총회장이 눈앞에 펼쳐지니 감개무량하더라고요.” UN본부 무관단이 주는 ‘평화메달’을 받은 세계적인 팝페라 테너 임형주(24)씨의 소회다. 한국인 최초이자 역대 최연소 수상자다. 시상식 뒤 미국 뉴욕에 며칠 더 머무르고 있는 임씨는 9일 서울신문과의 국제전화 통화에서 “솔직히 어깨가 너무 무겁다.”면서도 “미력하나마 세계 평화를 위해 기여했다고 하니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17개국 참전용사에 공연수익 전액 기부 ‘평화메달’은 전 세계 각 분야의 대표적 인물들 가운데 세계평화와 인권신장을 위해 힘쓴 인물들에게 주어진다. 미국의 ‘자유메달’과 더불어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상이다. 지난 5일 뉴욕 카네기홀에서 ‘6·25 한국전쟁 60주년 기념공연’을 가졌던 임형주씨는 수익금 전액인 2만 달러(약 2280만원)를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17개국 참전용사 후손들의 장학사업을 위해 기부했다. 이 공로 등이 인정돼 평화메달 수상자로 낙점됐다는 후문이다. 임씨는 “평화메달 후보자 명단에 오른 사실은 (카네기홀 공연차) 출국하기 전에 알고 있었지만 기대하지는 않았다.”면서 “출국 직전 유력하다는 얘기를 들어 비행기 안에서 가슴을 졸였다.”고 웃으며 털어놓았다. 임씨의 카네기홀 공연도 ‘최초’란 수식어가 붙었다. 이로써 그는 카네기홀 3개 공연장(아이작 스턴 오라토리움, 웨일 리사이틀홀, 잔켈홀) 무대에 모두 선 최초의 한국인이 됐다. 그는 “경사가 겹쳤다.”며 쑥스러워했다. 임씨는 평소에도 기부 활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에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 추모 공연 수익금 전액을 각막·장기 기증 캠페인에 내놓았다. 임씨는 “지금껏 내게 항상 좋은 일만 있어 ‘너무 좋은 일이 많으면 안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주변에서 걱정하곤 했다.”면서 “이 때문에라도 내가 받은 만큼 되돌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카네기홀 3개 공연장 모두 선 기록도 “기부자들도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임형주. 참전용사 후손에게 장학금을 기부한 것도 용사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그는 재능 기부에도 열심이다. 새해에는 그가 운영하는 비영리 교육기관인 영재교육원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20여명의 학생을 선발, 멘토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내년 2월쯤 오디션을 실시할 생각이다. “요즘 일부 자선단체의 비리 때문에 기부가 많이 위축됐다고 들었어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하지만 액수가 중요한가요. 단돈 1000원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닐까요.” 그는 13일 귀국한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4대강사업 선용될지 악용될지 아직 몰라”

    “4대강사업 선용될지 악용될지 아직 몰라”

    “소외받는 이, 차별받는 이 없이 모든 백성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지금 한국 사회에서 행해져야할 하느님의 뜻입니다. 지도자라면 백성의 일치된 소리를 듣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뜻을 받드는 것이지요.” 8일 서울 명동성당 옆의 천주교 서울대교구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정진석(79) 추기경은 만남 내내 지도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는 그가 며칠 전 펴낸 책 ‘하느님의 길, 인간의 길’(가톨릭출판사 펴냄)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부제도 ‘성경을 토대로 살펴본 이스라엘 예언자들과 임금들’이다. 내년에 사제 서품 50주년을 맞는 정 추기경은 “국가의 최고 지도자를 비롯해 모든 단위의 지도자들은 자기 자신의 탐욕이 아닌, 백성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가장 신경써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고조되고 있는 남북 갈등과 관련해서도 “북한의 생존, 진리, 자유 가치가 보장되느냐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데 이 역시 백성 탓이 아니라 지도자의 탓”이라고 말했다. 연이어 밝힌 성탄 메시지에서는 “우리가 인류공동체임을 자각했으면 좋겠다. 맹수와 맹수의 먹이가 함께 어우러져 사는 세상, 즉 평화롭고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일고 있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는 “화학이나 비행기, 식칼 등은 모두 선하게 사용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악인이 사용하면 파괴의 도구가 된다. 4대강 사업 또한 선용할지, 악용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결과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교단에서도 (4대강 사업이) 자연 파괴와 난개발의 위험이 보인다고 했지, 반대한다고는 안 한 만큼 ‘우려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개발하라’는 식으로 적극적인 해석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주교 주교단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낸 것과는 다르게 해석될 소지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추기경이 사회 현안에 관한 발언을 너무 자제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정 추기경은 “전문이 아닌 부분은 (앞으로도)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세상을 바꾸는 열두가지 바보 리더십

    바보는 ‘밥보’란 말에서 나왔다. 밥만 축내는 아둔한 사람이라는 뜻이니 이 말을 듣고 기분 좋을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바보가 긍정적인 의미로 재해석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바보 자화상’이 대표적이다. 요즘 젊은층에선 바보를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보고 싶은 사람’ 혹은 ‘바라보는 힘이 있는 사람’의 줄임말로 쓴다고 한다. ‘바보 zone’(차동엽 지음, 여백 펴냄)은 21세기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바보 철학에 대한 예찬서다. 베스트셀러 ‘무지개 원리’의 저자인 차동엽 신부(인천 가톨릭대 교수)는 바보 안에 숨겨진 가능성에 주목하고, 역사 속 세상을 바꾼 바보들의 이야기와 우리 안에 내재한 무한 에너지를 일깨울 열 두가지 실천적 바보 철학을 소개한다. 세상에 변화를 가져오고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들은 하나같이 바보였다. 세계적 기업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2005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 졸업 축사에서 “Stay hungry, stay foolish” (계속 배고프고, 계속 바보스러워라)라는 명언을 남겼다. 지난해 방한한 윌리엄 바넷 스탠퍼드대 교수는 “최고 경영자는 바보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렸던 고(故) 장기려 박사는 생전 제자들에게 “바보 소리 들으면 성공한 거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저자는 얕은 지혜와 지식을 발판으로 약삭빠르게 행동하는 대신 우직하고 순수한 성품으로 창조적인 세계를 개척하는 바보의 속성과 리더십이야말로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가치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바보 본능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단언한다. 내 안의 바보 지대, 즉 바보 존(zone)을 찾는 일은 신대륙을 발견하는 것 만큼이나 값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이를 위한 실천 방안으로 열 두가지 바보 블루칩을 제시한다. 1만 28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교황 “콘돔 사용 許하라”

    콘돔 등 피임기구의 사용을 공식적으로 금해 온 가톨릭 교회의 입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보수적인 교리 해석으로 유명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확산 방지 등을 위한 ‘특정한 경우’에는 콘돔 사용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난 20일(현지시간) 교황청 일간지는 가톨릭 전문 독일 언론인인 페터 시발트가 쓴 ‘세상의 빛’이라는 책이 조만간 출간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하며 “인터뷰를 통해 콘돔 사용에 대해 교황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고 소개했다. 이 책에서 교황은 “가톨릭 교회는 콘돔 사용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는가.”라는 시발트의 질문에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이라는 ‘악’에 대처하는 데 콘돔 사용은 현실적이고 도덕적인 방법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남자 매춘부의 콘돔 사용은 ‘교화를 위한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고 허용 의사를 내비쳤다. 지금까지 가톨릭 교회는 인위적으로 신의 섭리에 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콘돔 사용을 반대해 왔다. 미국 뉴욕교구의 존 오코너 추기경을 비롯해 일부 지도자급 인사들이 에이즈 확산 방지를 위해 콘돔 사용 허용 문제를 거론한 바 있지만, 이 문제를 교황이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BBC는 “교황은 지난주 카메룬 방문 당시 콘돔 사용이 에이즈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고 발언했다가 국제적인 비난을 산 바 있다.”면서 “교황의 이번 발언은 교회의 산아제한 금지가 에이즈 발견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현대 신학자들의 의견과 뜻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동성애단체, 교회개혁단체 등은 일제히 교황의 발언을 환영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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