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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 류샹과 당대(當代) 중국/이지운 베이징 특파원

    [특파원 칼럼] 류샹과 당대(當代) 중국/이지운 베이징 특파원

    베이징올림픽 육상 경기가 열리는 동안 주 경기장 냐오차오(鳥巢)에서 관중은 두 차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첫번째는 100m 남자 결승전이었다. 금메달리스트 우샤인 볼트가 결승점을 한참 남겨 놓은 지점에서부터 승리의 세리머니를 하면서 속도를 늦추자 모두들 어안이 벙벙했다. 두번째는 중국의 스포츠 영웅 류샹(劉翔)이 110m 허들 예선전을 기권했을 때다.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류샹’과 ‘중국 만세’를 외치던 중국 관중은 그가 쩔뚝거리며 퇴장하는 모습에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류샹의 일은 곧 묻혀 버린 줄 알았다.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류상에게 위로의 편지를 보낸 뒤로 중국 언론들은 이 문제를 더 이상 다루지 않았고 인터넷에서도 논쟁은 사라졌다. 그러나 정부가 나서 여론을 무마하려 했을 정도의 ‘중대 사안’이 그리 쉽게 해결되지는 않는 것 같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류샹은 중국인들의 화제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모임에 나가 보면 ‘류샹의 일을 어떻게 보느냐.’고 먼저 중국인들이 얘기를 꺼낸다. 적당히 대답을 하고 나면 반응은 거의 한결같다. 류샹에 대한 분노다. 지식인일수록 더했다. 실망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국인에게 류샹의 존재감이 어떤 것이었는지 새삼 느꼈다. 올림픽 기간 TV에 날마다 쏟아지는 ‘인간 승리’의 스토리에 중국인들은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감동을 느꼈다. 선수 생명을 위협할 만한 부상에도 경기장에 나선 의지에 어려운 환경을 딛고 극적으로 메달을 목에 건 투혼이 더해지면서 많이 울었다. 어느 나라의 어떤 선수인지, 신상에 스토리까지 줄줄 꿰고 있었다. 그리고 나면 류샹의 이야기가 나온다. 갑자기 목소리가 높아지고 술잔 돌아가는 속도도 빨라진다. 처음 한두차례는 그러려니 했던 것이 점점 범상치가 않아 보인다. 지난 6일 장애인올림픽이 시작된 뒤로는 더욱 그렇다. 경기장마다 눈물바다를 이룬다. 사지가 온전치 않은 이들의 수영경기가, 앞 못보는 이들의 축구경기가 중국인들을 숙연하게 했다. 경기장에 나설 수 있게 되기까지,TV에 소개된 장애인들의 훈련 과정은 중국인들로 하여금 올림픽 때와는 또 다른 생각을 갖게 했다.‘올림픽과 스포츠 정신’을 거론하더니,‘인간’을 얘기하기 시작한다.‘전에 장애인 경기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적어도 기자 주변에는 봤다는 사람은 없었다. 장애인올림픽에서 느낀 감동이 커질수록 류샹에 돌아가는 비난의 강도도 날로 높아짐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많은 중국인들은 류샹의 퇴장이 류샹 개인의 결정이 아닐 것이라고 믿고 있다. 떠도는 갖가지 루머는 중국 지도자들에게 압력이 될 정도였나 보다. 류샹 문제가 중국 당국의 민심 관련 주요 회의에 안건으로 올랐다는 소리도 전해진다. 시진핑 부주석이 편지를 띄우기까지, 관련 보고 선상에 있었던 이들에 대한 조사와 징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국가체육총국이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되면 당초 류샹 문제를 덮은 ‘정치’의 무게와 압력은 그만큼 고스란히 정치로 되돌아 가는 셈이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추궁은 예상보다 엄중할 수 있다. 과거 ‘쓰레기 만두’ 사건으로 베이징TV와 중국중앙방송(CCTV)의 고위직이 줄줄이 해고됐다. 또 전국의 수습기자들이 정리되는 등 최소 2만명이 영향을 받았다고 하니, 중국에서는 ‘찻잔 속의 폭풍’이라도 그 강도와 규모는 엄청나다. 쓰촨(四川) 지진 때도 경험했거니와,‘새로운 것’을 보아가는 중국과 중국인은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변해가는 중국인의 얼굴 모습을 확인하려면 우리도 지금 중국인들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이지운 베이징 특파원 jj@seoul.co.kr
  • [상임위 초점]與 “美·中 협력” 野 “신중 대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휘몰아친 1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하루 종일 술렁거렸다. 여야는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와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김 위원장의 신변 확인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여야는 분명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한나라당은 이상 기류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대책을 추궁한 반면, 민주당은 추이를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외통위에서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김 위원장이 건군 60주년 행사에 불참한 것은 이례적이므로 이상징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남경필 의원은 “문제는 이후의 혼란을 어떻게 감당할지가 중요한데 미·중과 긴밀히 협력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북한 사회의 특수성 때문에 정부는 여러 추측이나 소문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과의 대화’ 이후 김 위원장과 관련된 중대 보고가 공개된 것은 국민의 불안감과 의혹만 증폭시켰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하중 통일부장관은 시종일관 “현재 진위를 파악하고 있다.”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한편 여야 의원들은 전·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설전을 벌였다. 한나라당이 지난 10년은 퍼주기식으로 일관했다며 실패한 대북정책이었다고고 지적하자, 민주당은 전 정권의 대북정책을 계승해야 한다며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악화됐다고 맞섰다. 오후에 열린 정보위는 이번 사태의 중대성을 감안한 듯 회의가 소집되자마자 곧바로 비공개로 전환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나라당 이철우 의원은 “김 위원장이 수술을 해서 잘못됐다면 군부가 움직였을 텐데,(군부 등에) 이상징후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은) 대미관계 등 국내외 상황이 꼬이니까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 원혜영 의원은 국정원의 체제개편 논란과 관련,“최근 정부여당 쪽에서 국정원이 국내 정보 수집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은 정보기관을 정권의 하녀로 만들려는 시도”라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구혜영 김지훈기자 koohy@seoul.co.kr
  • [시론] 정보보안은 기업의 존립을 좌우한다/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

    [시론] 정보보안은 기업의 존립을 좌우한다/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

    올해들어 잇따라 발생한 정보 유출 사고는 해킹을 통해서나 고객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내부자에 의해 수많은 사용자의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일련의 사건은 개별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금전적 이익을 노리는 조직적 범죄와 연결돼 있다. 갖가지 지능적인 방법으로 대량의 개인 정보를 수집한 이들은 각종 스팸 발송 업체나 보이스 피싱 업자, 대규모 온라인 게임 작업장 등에 판매한다. 정보를 구입한 업자들은 ‘그들만의 비즈니스’를 한다. 무고한 사용자들만 아무것도 모른 채 스팸 홍수에 시달리거나 보이스 피싱의 피해자가 되거나 아이디(ID)를 도용당하는 등의 피해를 당한다. 이런 사건은 우선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출발한다. 필자가 정보보안 산업에 뛰어든 10년 전의 정보기술(IT)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정보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인터넷이 이제는 금융 거래, 정부 민원, 통신, 상거래 등 전 분야에서 우리생활의 필수 도구가 되었다. 하지만 보안에 대한 기본 인식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포털을 비롯해 쇼핑몰이나 게임업체, 심지어 금융권에서도 인터넷 회원을 끌어들이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그 회원들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에는 인색하다. 보이는 성과를 우선시하는 우리나라 IT 현장에서는 정보보안이 소홀하게 다뤄지는 것이 사실이다. 또 어떤 보안 사고가 터지면 실무자의 책임을 추궁하는 데만 몰두한다. 정보보안은 자신의 사업을 지탱하는 고객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선진국의 개인정보보호 정책은 고객이 맡겨놓은 정보를 보호할 대책이 구축되어 있지 않으면 사업을 전개할 자격이 없다는 게 기본 개념이다. 지난 4월 열린 해외 콘퍼런스에서 한 외국 참석자는 우리나라의 정보 유출 사고 배상 금액을 보고 “소비자들이 그 정도로 물러서느냐.”고 되물었다. 미국에서 그런 사고가 났다면 회사 전체가 휘청거릴 정도로 배상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은 현실을 차치하더라도, 글로벌 기준에 비추어 우리가 얼마나 뒤떨어진 체계와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재발방지를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정보보안의 핵심은 정보보안 정책의 설정과 규정 준수이다. 우리 나라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정립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미국의 경우 올해 정부의 IT 투자 예산 중 10% 정도를 정보보안에 투자한다. 이는 기업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하도록 가이드라인이 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그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제 정보보안은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존립을 좌우하는 중요한 사안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전사적인 보안의식 강화는 물론 전체 IT 투자에서 최소 5% 이상은 보안에 인적·물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웹사이트에 대한 보안뿐만 아니라 기업 내 보안을 점검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최근 일련의 사태는 결코 예사롭지가 않다. 안타깝게도 여기에 대응하는 체제가 비전문적이고 일관성이 없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IT 강국이 유해 정보와 불법 거래만 득실거리는 세상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절실히 필요하다.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
  • “전화 벨소리만 나도 겁이 덜컥…”

    “전화벨이 울리면 덜컥 겁이 납니다. 경찰이 나를 계속 감시하는 것 같고….” 휴학생 김모(20·서울시 동대문구 제기동)씨는 지난 6월7일 저녁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촛불집회를 보다 호기심에 광화문에 나갔다. 처음이자 마지막 집회 참가였다.8월23일 경찰들이 갑자기 찾아왔다. 집에 사람이 없자 경찰은 이웃주민에게 채증사진을 보여주며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사진 속 인물이 옆집 남자가 맞느냐.”고 물었다. 김씨는 다음날 자진 출석했다. 경찰은 마스크를 쓰고 쇠파이프로 전경버스를 내리치는 남성의 사진을 보여주며 “주민등록증 사진과 대조한 결과 당신으로 추정된다.”고 추궁했다. 집회 참가 당시 회색 재킷을 입었던 김씨는 보라색 티셔츠를 입은 사진 속 인물을 보고 자신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경찰 10여명은 그를 세워 놓고 “맞는 것 같다.”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집회 참가 때 김씨는 전경이 쏜 소화기 분말을 맞고 백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진료기록카드 사본을 제시하며 “폭력시위를 벌이다 다쳐 치료받은 것 아니냐.”고 따졌다. 김씨는 “그냥 구경만 했다.”고 대답했다. 경찰은 병원으로 찾아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끝에 김씨의 복장과 채증사진 속 남성의 복장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10시간 만에 풀어줬다. 김씨는 그 후 휴대전화에 모르는 전화번호가 뜨면 받지 않는다. 도청이 두려워 친구들과 전화하기도 두려울 정도로 피폐한 생활을 하고 있다. 김씨는 “경찰관들이 나를 둘러싸고 사진을 찍을 때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면서 “졸업 후 취직이 안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경찰이 이웃주민들에게 ‘체포될 남자’라고 얘기하는 바람에 이웃의 시선도 곱지 않다.”고 호소했다. 김씨를 연행했던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이웃주민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김씨를 확인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내려온 하명 수사이고,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아 자세한 해명을 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특별교부금 집중분석] 교과부 “필요하면 검토” 모르쇠

    특별교부금에 대한 문제제기는 감사원,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최근 몇년동안 끊임없이 이뤄졌다. 교과부도 이런 ‘따가운 지적’에 “예산의 투명성을 살려야 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면서 ‘맞장구’를 쳐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누이 좋고 매부 좋은 현재의 관계’를 굳이 번거롭게 바꿀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다. 국회의원들의 소극적인 문제제기와 달리 국회 예산정책처는 회계연도 결산분석 보고서를 통해 여러 차례 특별교부금의 문제점을 제기해 왔다.2006 회계연도 결산분석 보고서를 통해 “교육부는 특별교부금을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한 내부지침에 근거해 운영한다…. 이에 따른 문제는 국민에게 공개되지 않아 정보접근성과 투명성이 낮다는 점, 운영지침에 따른 일관된 재정계획 수립이 가능한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 등”이라고 돼 있다. 2006·2007 결산분석 보고서를 통해서는 더 구체적으로 ‘주문’한다. 국회 보고의무가 없어 국회의 예산통제를 벗어난 점을 지적했다.2006년 12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개정되면서 당시 교육부는 ‘특별교부금 교부·운용 기준’을 개정해 전년도 특별교부금의 내역을 국회에 보고하는 것으로 기본방침을 바꿨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내부 지침으로서 법을 바꿔 국회보고 절차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적한 것이다. 문제는 특별교부금의 ‘잠정적 수혜자’들인 국회의원들이 이런 대안 마련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러다보니 “진행 중인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고 필요하다면 국회 보고도 검토하겠다.”는 교과부의 원론적 답변만 “다람쥐 쳇바퀴 돌듯” 나오고 있다. 감사원에서도 특별교부금의 문제점을 제기했다.2004년 감사원이 당시 교육부 재무감사를 한 결과보고서를 보면 교육부는 2001년 현안사업 명목으로 교부받은 특별교부금 8억 6400만원을 3년이 넘도록 집행하지 않고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기간 집행되지 않은 예산은 반납하거나 용도변경승인을 받도록 한 지침에 어긋난 것이다. 감사원은 또 시·도 교육청에서 회계연도 독립 원칙에 따라 그해 지출되지 않은 예산은 특별한 경우에 한해 다음해로 넘기도록 한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잉여금으로 보관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시민사회의 특별교부금에 대한 문제점 추궁은 강도가 더 높았다.2002년 경실련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지역구와 특별교부금의 관계를 폭로한 데 이어 지난 5월 교과부 간부들의 자녀 학교 지원 사건이 불거진 이후에는 시민행동·전교조·참여연대·YWCA·흥사단·참교육학부모회가 중심이 되어 특별교부금 집행내역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교육부와 서울·부산 교육청, 충남·전남도 교육청 등 4개 시·도 교육청을 상대로 특별교부금 운영실태 전반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는 이르면 이달 말쯤 나올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교과부에 특별교부금 집행 계획서를 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결산내역도 달랑 총액으로만 국회에 보고하고 세부사항은 아예 보고를 하지 않는다.”라는 전직 국회 관계자 A씨의 폭로가 이번 감사원 결과를 계기로 실질적인 대책마련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기획탐사부 조현석 강국진 김민희기자 tamsa@seoul.co.kr
  • “軍기강 해이” 한목소리 질타

    “軍기강 해이” 한목소리 질타

    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탈북자로 위장해 간첩활동을 해온 혐의로 구속된 원정화 사건과 관련, 군의 기강 해이를 질타하는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특히 여간첩 원정화가 군의 안보강사로 활동한 점과 강의 내용을 사전 점검하지 않은 점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원정화가 국정원과 기무사의 검증을 통해 안보강사로 선정된 것은 문제”라면서 “강의내용에 대해서도 사전 점검하지 않고 집중 관리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군이 안보관이 많이 해이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영우 의원은 “3년이 넘는 내사기간 동안 많은 장병들이 원정화의 안보교육을 받고 전역했다.”며 “이런 사람을 안보교육자로 둔 것은 사실상 군 안보를 방치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육군 대장 출신인 민주당 서종표 의원은 “기무사령부와 경찰이 이 사건의 내사 착수 시점을 2005년 5월이라고 발표했다.”며 “지금에서야 간첩임을 알았다면 지난 3년간의 내사활동이 잘못된 것이며, 최초 내사 시점에 이를 알았음에도 미뤄왔다면 각종 첩보를 북한에 넘긴 꼴”이라고 말했다. 친박연대 서청원 의원은 “여간첩 원정화의 강연 내용이 이상하다는 보고가 들어왔을 때 군부대 강연을 금지했어야 하는 데도 계속 강연을 다니며 북한 체제를 선전하도록 방치한 것은 직무유기 아니냐.”며 군과 국가 정보기관 간의 체계적 정보 공유·관리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 의원들의 질타에 김종태 기무사령관은 “(원정화가) 그렇게 교묘하게 빠져나간 것을 찾아낸 것은 보안기능이 살아있다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표절’ 배우는 초등생

    개학을 맞은 초등학교들이 학생들의 천편일률적인 여름방학 과제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학부모들이 돈을 주고 대행 업체에 맡기거나 학생들이 포털 사이트에서 그대로 베낀 과제물이 많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별다른 죄의식 없이 ‘표절’을 배우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28일 학생들의 방학숙제를 걷어 본 경기 부천시의 A초등학교 김모(28) 교사는 깜짝 놀랐다.‘한국을 빛낸 조선시대의 위인들’에 대해 조사해 오라는 숙제의 내용이 열에 아홉은 똑같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추궁하자 “인터넷에서 검색한 내용을 그대로 긁어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방학기간 동안 인터넷에는 방학숙제대행 전문사이트도 성행했다.H대행사이트 관계자는 “방학기간에 초등학교 학부모로부터 많은 문의가 왔고, 학부모들이 실제로 방학숙제를 돈으로 결제해 많이 내려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이런 현실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초등학생들이 숙제를 베낀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 사실이라면 현장 지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제18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결승전 1국] 중국,도요타 덴소배 우승예약

    [제18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결승전 1국] 중국,도요타 덴소배 우승예약

    제7보(64∼70) 지난달 29일 일본기원에서 열린 제4회 도요타 덴소배 세계바둑왕좌전 준결승전에서 중국의 구리 9단이 일본의 장쉬 9단을 흑불계로 꺾음으로써 중국은 사실상 대회 우승을 확정지었다. 구리 9단은 얼마 전 후지쓰배에서 이세돌 9단과 이창호 9단을 연파하고 우승컵을 차지한 데 이어 또 한번 세계대회 결승에 오르는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중국기사들끼리 대결을 펼친 준결승전 다른 한판에서는 박문요 5단이 셰허 7단을 누르고 결승에 진출, 구리 9단과 우승을 다툰다. 결승전 3번기는 내년 1월6,8,9일 일본 도쿄에서 치러지며, 우승자에게는 3000만엔(약 3억원)의 우승상금과 별도로 도요타 승용차가 부상으로 주어진다. 백64는 하변 백진을 넓히면서 귀의 뒷맛을 노리기 위한 점. 흑65로 들여다본 것은 백대마의 약점을 추궁하면서 자연스럽게 귀를 지키겠다는 의도다. 이때 백이 66으로 붙인 것은 찬성하기 힘든 수. 물론 백은 끊어지는 단점을 선수로 보강하겠다는 의도로 둔 것이지만,(참고도1) 흑1,3으로 백 한점을 잡힌 결과는 결코 백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백이 (참고도2)와 같이 두는 것 역시 흑7로 몰려 신통치 않은 그림이다. 그런데 여기서 흑도 덩달아 67로 물러서 오히려 백의 악수가 호착으로 변했다. 어차피 흑이 69를 둘 의도였다면 (참고도1)의 진행이 실전보다 훨씬 깔끔했다. 게다가 백70의 날카로운 맥점으로 흑은당장 응수가 궁해졌다. 최준원 comos5452@hotmail.com
  • 호텔방의 허망한 미스테리

    호텔방의 허망한 미스테리

    「호텔」방에서 손님의 시계가 없어졌다. 무슨 증거가 있는건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수상해 보이는 귀부인 차림의 여인. 경찰이 혹시나하고 몸을 뒤졌는데 이건 정말 놀랄놋자. 생리대라고 우기던 곳에서 시계와 열쇠꾸러미가 나왔는데-. 혹시나 했던 것이 열쇠꾸러미까지 나와 사건의 발단은 9일 아침 9시50분쯤 대구시내 동일동23 안평「호텔」별관에「부부 도둑」이 들었다는 신고가 대구경찰서 형사과에 들어 온데서 부터. 20분쯤 전에 312호실에 묵고 있는 서울의 K중학 재단이사 김(金)용길씨(37)가 책상위에 싯가 5만원짜리 팔뚝시계를 풀어 놓고 목욕탕에 간사이 시계가 감쪽같이 없어졌는데 301호실에 든 부부가 수상쩍다는 것. 그렇다고 뭐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301호실의 여자가 이날 아침 8시쯤 202호실에 들어 갔다 나오다 변소에 다녀온 방주인 송(宋)두한씨(43·서울영등포구 봉천동)와 마주치자『내방인줄 잘못 알고 실례했다』고 하더라는 송씨의 말을 듣고「호텔」종업원 송경자여인(34)이 지레 짐작으로 301호실「부부」에게 혐의를 둔것. 신고를 받고「호텔」로 달려 온 박성종(朴聲種)형사(42)등 2명의 형사는 신고에 확실한 증거가 없어 실망했지만 일단 301호실에 들어가 잠든체하고 있는「부부」를 불심검문했다. 여자는 김영순(金英順r·42·전남 광주시 계림동), 남자는 김재식(金在植·30·가명)씨로 신원이 밝혀졌다. 그러나 부부라던 이들은 부부아닌 친오누이. 형사들은 이들의 소지품과 방을 수색한 결과 이렇다할 물증은 잡지 못했으나 이들의 태도에서 아무래도 부자연스러움을 직감, 경찰서에서 철저한 조사를 해 보기 위해 이들을 연행했다. 박형사의 눈에 김여인의 아랫도리가 수상했다. 그래서 여경의 협조로 김여인의 몸을 뒤져 보기로 했다. 오누이가 함께「호텔」들곤 이방저방 기웃거려 슬쩍 검색을 맡은 신(申)모 여경사(43)는 머리부터 뒤져 내리기 시작했다. 별이상이 발견되지 않는것 같았다. 그런데 김여인의 아랫도리를 만져 내리던 신경사의 손이 주춤했다.「팬티」속에 딱딱한게 느껴지지 않는가. 김여인은 생리대를 찬 것이라고 고집했으나 신경사는 기어코 김여인의「팬티」를 벗기고 생리대를 확인해 봤다. 아니나 다를까, 9개의 열쇠와 시계를「비닐」에 싸서 그위에 붕대를 두겹으로 싸 차고 있었다. 증거물이 드러나자 김여인은 갑자기 기가 꺾이며『한번만 눈감아 달라』고 신경사에게 매달렸으나 그게 어디될법이나 한말인가. 결국 증거물과 함께 형사과에 넘겨진 김여인은 주거침입, 절도 미수등 혐의로 구속됐다. 비록 안평「호텔」에서는 문이 열린 방에만 드나들었지만 그녀가 지닌 열쇠꾸러미로 보아 적어도 잠겨진「호텔」방문을 따고 도둑질할 계획이었던 것만은 증거가 드러난 셈. 그러나 김여인은『문이 열려 있기에 들여다 보니 너무 좋은 시계가 있길래 나도 몰래 한 짓』이라고 고집하면서 열쇠꾸러미는『하숙을 치느라고 방이 많기 때문에 갖고 다닌 것』이라고만 진술, 우발적인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하여 경찰은 어쩔수 없이 같이 연행했던 동생을 풀어 놓지 않을 수 없었다. 전당잡힌 보관증이 7장 여죄 다그쳐도 입다물어 동생이 풀려나자 김여인은 묵비권을 행사. 경찰의 여죄 추궁에 꼬리를 감추려고 했으나 경찰은 그녀의「백」속에서 서울, 부산등지의 전당포에 시계를 잡힌 전당포 보관증 7장을 찾아냈다. 김여인이 잡힌 시계의 값은 모두 20여만원어치. 김여인이 한사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기때문에 아직 장물인지의 여부는 밝혀지지 않아 현재 조회중이다. 경찰의 조회결과 김여인에게서 전과사실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그녀가 하숙을 치고 있다는 주소지에는 주민등록만 돼 있을 뿐 지난해 부터 무단 전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김여인이 지녔던 열쇠가「호텔」방문이면 대부분 열수 있는 종류라는 점으로 미루어 남매가 부부로 꾸며 도회지의 일류「호텔」을 돌며 동생은 망을보고 도둑질을 해온 것으로 추리했으나 끈질긴 그녀의 침묵에 지고 말았다. 꼬리가 잡힌 이번 범행에는 열쇠는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전당포보관증을 근거로 다른 피해자의 신고등 새로운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한 일단「상습범」이란 혐의는 벗어나게된 것이다. 경찰조서에 의하면 이들은 친남매. 김여인은 1남4녀중의 맏딸이고 동생은 외아들인 셈. 고향에는 아버지 홀로 농토 한평없이 복덕방을 하고 있다. 박모씨(45)와 결혼했으나 일찍 애를 낳기도 전에 이혼, 친정살이를 해왔다. 동생 김씨는 육군 중위로 제대한 뒤 직업없이 전전해 온 형편. 남매는 지난 8일 장사를 하기위해 돈 2만원을 지니고 대구에 왔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잡혀온 이들이 몸에서는 4천원의 현금밖에 나오지 않았다. 「호텔」숙박료 1천2백원을 선불했다니까 1만6천원을 써버린셈이 되었는데『어디 썼는냐』는 물음엔 묵묵부답. <대구(大邱)=배기찬(裵基燦) 기자> [선데이서울 71년 11월 21일호 제4권 46호 통권 제 163호]
  • 女간첩 원정화 계부 국내 2년 행적 추궁

    위장 탈북 여간첩 원정화의 간첩 행각을 수사 중인 합동수사본부는 원정화의 계부인 김모씨가 국내에서 벌인 간첩활동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29일 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원정화 계부 김씨가 2006년 말 캄보디아를 통해 국내에 입국한 뒤 간첩활동을 했다는 의심스런 정황이 포착돼 확인 중이다. 김씨는 원정화에게 간첩활동에 필요한 공작금을 지원하고 북한 공작원과 수차례 걸쳐 회합ㆍ통신한 사실이 적발돼 공안당국에 구속됐다. 김씨는 2006년 탈북자로 당국에 자수했으나 합수부는 김씨가 원정화와 같이 간첩활동을 위해 위장 탈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김씨가 지난 2년여 동안 국내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추궁하고 있다. 합수부는 김씨가 북한 대남공작 관련 부서의 고위 간부로 근무했다는 경력에 비춰 김씨가 단순히 원정화의 간첩활동을 지원한 것 외에 자체적인 주요 임무가 주어졌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씨가 중국에 있을 당시 북한 정보기관의 도움 없이는 북한산 물건을 내다 파는 무역업에 종사하면서 큰돈을 벌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정보기관과의 연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원정화도 합수부 조사에서 “아버지가 중요한 임무를 띠고 내려온 것 같지만 그 임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정보업무를 담당하던 인민무력부 정찰국 소좌를 지냈으며 북한 최고인민회의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먼 사돈으로 알려져 있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軍 의문사’ 최우혁씨 서울대 명예졸업장

    ‘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사망’이었음을 공식 인정받고도 명예졸업장 수여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됐던 서울대 제적생 고(故) 최우혁씨가 명예졸업장을 받게 됐다. 서울대는 27일 열리는 2007학년도 후기 인문대 학위수여식에서 서양사학과에 1984년 입학해 1986년 미등록 제적됐던 최씨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운동권 출신인 최씨는 제적된 뒤 군에 입대했다가 보안사령부의 사찰대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혹행위를 당하고 부대 내 비밀초안지 분실사건에 대한 책임추궁을 받자 분신자살했다.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제18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결승전 1국] 도요타 덴소배,한·중전 완패

    [제18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결승전 1국] 도요타 덴소배,한·중전 완패

    제2보(13∼23) 25일 도쿄 일본기원에서 열린 도요타 덴소배 16강전에서 한국은 32강전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이세돌 9단, 조한승 9단, 목진석 9단 등 3명만이 8강에 올랐다. 이창호 9단이 박문요 5단에게 불계패당한 것을 비롯해 한국은 4차례의 한·중 맞대결에서 모두 패하는 부진을 보였다. 중국은 한국전의 완승으로 한층 기세가 오른 가운데 16강에 오른 4명의 기사가 그대로 8강에 진입했다. 반면 일본은 장쉬 9단이 러시아의 샤샤 3단을 꺾으며 간신히 전원 탈락의 수모를 모면했다. 8강전에서는 이세돌 9단과 셰허 7단, 조한승 9단과 구리 9단, 목진석 9단과 박문요 5단, 장쉬 9단과 류싱 7단이 각각 맞붙는다. 흑이 좌하귀를 직접 움직이지 않고 먼저 흑13과 같이 우하귀를 굳힌 것이 최근 들어 유행하는 수법. 백으로서도 흑이 손을 뺀 만큼 14로 협공한 것은 당연한 돌의 흐름이다. 백20은 언뜻 발이 느린 수처럼 보이지만 자체로 한수의 가치가 충분한 곳. 백이 이곳을 게을리 하면 흑이 (참고도1) 흑1로 붙이는 수가 통렬해진다. 계속해서 백이 2로 막아 버티는 것은 상당한 무리. 흑3,5로 뚫고 나오는 순간 백의 포위망은 속절없이 돌파 당한다. 흑21을 선수한 뒤 다른 큰 곳을 향할 수 있다는 것이 흑의 자랑. 좌하귀는 백이 (참고도2)와 같이 삶을 추궁해도 흑4로 찌르는 수가 항상 선수로 듣고 있어 흑이 두 눈을 만드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최준원 comos5452@hotmail.com
  • [속삭임] 참외 서리, 추억도 아찔아찔한

    [속삭임] 참외 서리, 추억도 아찔아찔한

    “야, 숯검댕이 가져 왔지?” “어….” “그럼 빨리 얼굴에 발라. 들키면 죽는다.” 원식이네 참외 서리 계획이 잡힌 날이다. 먼저 낮에 모여 장소를 선택한 다음, 도당에 끌어들인 참외밭 아들 원식이가 밭의 상황을 알려주면, 밤에 다시 모인 친구들은 얼굴에 숯가루를 바르고 살금살금 참외밭을 향해 낮은 포복으로 기어간다. 서리는 반드시 야음을 틈타 해야 한다. 달 없는 칠흑이면 더할 나위 없다. 손전등도 쓸 수 없으니, 봉사 문고리 잡는 식으로 더듬어 만져지는 참외의 크기와 촉각만으로 따는 거다. 작전이 끝나고 다들 한자리에 모여 노획물 중 익지 않은 건 골라내어 땅에 묻고 잘 익은 것만 골라 먹었다. 새벽 한 시. 완전범죄를 꿈꾸며 잠자리에 들지만 원식이 아빠는 우리들 머리 꼭대기에 있었다. “빨리 말 안 해 이눔아.” “난 안 그랬어요. 아부지….” 원식이 아버지는 늘 그쯤에서 추궁을 끝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완전범죄라도 저지른 양 의기양양했다. 그러면서 다음에 할 또 다른 서리 대상을 물색하고는 기회를 엿보곤 했다. 서리 해 먹는 참외는 기차게 맛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원식이네 집에 가서 잘 익은 참외 몇 개는 쉽게 얻어먹을 수 있었지만 그건 재미없는 일이었다. 아찔한 스릴과 서스펜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리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무장공비처럼 동네 야산에서 모기떼에 시달리면서 손전등 하나 밝혀놓고 둘러앉아 먹는 그 참외의 짜릿한 맛을. 참외 서리의 기억을 내내 안고 살았을 원식이 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셨다. 참외 철이다. 길거리나 과일가게 좌판에 쌓인 노란 참외들을 볼 때마다 나는 어둠 속에 서 있던 원두막을 떠올린다. 한여름의 늦은 어둠이 자꾸만 그리움의 가장자리로 나를 끌고 간다. 괜시리 미안해진다. 아득한 저쪽의 추억에게, 소식을 알 수 없는 원식이에게. 굵은 빗물이 처마를 타고 떨어지는 날이면 난 또 한 번 함께 참외 서리를 감행했던 용감무쌍한(?) 어린 전우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다. 차를 세우고, 길가 가게에서 아이들에게 줄 참외 몇 개를 사서 검은 비닐봉지에 담는다. 길 저쪽, 환하게 켜진 전깃불에 비치는 참외밭에 둘러쳐진 철조망의 침묵이 장마철의 저기압처럼 무겁다. 이제 알 것도 같다. 원식이 아버지의 마음을. 원두막을 힐끔거리며 지나가는 나에게 잘 익은 참외 한 개 건네주시며 웃던 그 웃음의 의미를…. 글·사진 문근식 시인     월간 <삶과꿈> 2008년 8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병자호란 다시 읽기] (84) 다시 화친을 시도하다(Ⅱ)

    [병자호란 다시 읽기] (84) 다시 화친을 시도하다(Ⅱ)

    1637년 1월3일, 도성으로부터 가슴 아픈 소식이 전해졌다.12월 그믐과 정월 초하루, 몽골병들이 도성으로 몰려들어 사람들을 붙잡아가고 약탈을 자행했다는 내용이었다. 병자호란을 일으키기 전, 홍타이지는 휘하 장졸들에게 군기를 확립하고 함부로 약탈을 자행하지 말라고 지시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시’일 뿐이었다. 더욱이 몽골병들은 무엇인가 보상을 바라고 청에 귀순했고, 또 전쟁에 참여한 자들이었다. 군기를 강조하여 그들의 ‘욕구’를 언제까지고 묶어두기는 어려웠다. 자신들을 지켜 줄 군사도, 이끌어 줄 조정도 없는 상황에서 도성 백성들은 몽골병들의 분탕질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안쓰러웠지만 남한산성의 조정은 도성 사정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칭신(稱臣) 여부를 둘러싼 고민 1월3일, 화친을 다시 추진하기로 결정한 조정은 당장 홍타이지의 ‘조유(詔諭)’에 회답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조유를 건네받는 자리에서 목숨을 바칠 각오로 거부하지 못한 이상, 조선은 이제 ‘오랑캐의 신하’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인조는 무거운 마음으로 대신들을 불러모았다. 회답서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영의정 김류가 입을 열었다.‘나라가 살아남은 뒤에야 명분을 논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나라가 망한 뒤에 장차 무슨 명분을 논하겠습니까?’ 김류는 자신이 총대를 메겠다고 나섰다. 청에 대해 ‘칭신(稱臣)’하는 문제를 자신이 담당하여 ‘천하 후세의 죄인’이 되더라도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김류가 울자 인조도 울기 시작했다. 죽지 못하고 살아남아 망극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탄식했다. 남한산성에 들어온 뒤 벌써 여러 차례 눈물을 보인 인조였다. 숙부 광해군을 몰아내고 용상에 오를 적에만 해도, 아니 정묘호란 직후까지만 해도 자신이 이렇게 막다른 골목까지 몰리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강화도로 들어가지 못한 것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하더니 이젠 오랑캐에게 신하를 칭하며 머리를 숙여야 할 판이었다. 눈물이 잦아질 만도 했다. 이홍주(李弘胄)는,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이상 ‘대청황제(大淸皇帝)’라는 호칭을 써야 한다고 했다. 홍서봉은 한 걸음 더 나갔다. 지금 상황에서는 군부(君父)를 보호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니, 저들의 지적대로 요금원(遼金元) 시절의 고사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들에게 신속(臣屬)하는 것이 유일한 방도라는 주장이었다. 김신국은 두 사람의 의견에 동조하면서도 선을 그었다. 그들에게 칭신하는 것을 포함해 모든 것을 다 하더라도 인조가 직접 홍타이지를 대면하게 되는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1월30일, 인조가 성을 나가서 항복할 때까지 조선 조정이 끝까지 피하려고 했던 것이 바로 이 문제였다. 장유(張維)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일단 ‘조유’에서 홍타이지가 질책한 내용에 대해서는 사과하되,‘칭신’ 여부는 그들의 반응을 본 다음에 다시 논의하자고 했다. 이식(李植) 또한 ‘대청황제’라는 칭호는 그냥 사용하되 ‘칭신’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료들은 답서의 서식(書式)과 시작하는 단어, 내용에 들어가는 글자 한 자 한 자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 외로운 성에 갇혀 버린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하지만 수백 년 동안 ‘오랑캐’로 멸시해 온 여진족 추장에게 ‘칭신’한다는 것은 생각하기조차 싫은 일이었다. 논란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황제’임을 인정하다 고민과 논란 끝에 홍타이지에게 보내는 답서를 완성했다. 답서의 맨 앞에 ‘조선국왕은 삼가 대청국관온인성황제(大淸國寬溫仁聖皇帝)께 올립니다.’라는 표현을 썼다. 조선에 보내는 서신을 ‘조유’ 운운하면서 ‘제국의 위엄’을 과시하려 했던 홍타이지와 청의 위상을 처음으로 인정한 표현이었다. 답서는 과거의 잘못을 사과하는 내용으로 채웠다.‘소방(小邦)이 대국에 잘못을 저질러 스스로 병화(兵禍)를 불렀습니다. 특사(特使)를 보내 정성을 드리려 했으나 병과(兵戈)에 막혀 통할 길이 없었습니다. 황제께서 궁벽한 구석까지 오셨다는 소식에 의심과 믿음, 기쁨과 두려움이 엇갈렸습니다. 지난해 봄의 일은 소방이 그 죄를 사과할 길이 없습니다. 소방 신민들의 식견이 얕고 좁아 대국의 노여움을 불러일으키고 말았습니다.’. 위기에 처한 조선의 고민이 형식과 내용 모두에 절절히 담겨 있었다. 눈앞에 닥친 망국의 위기를 벗어나려고 시도하되, 자존심을 최대한 살리려는 몸짓이었다.‘조유’ 속에 넘쳐나는 홍타이지의 ‘질책’ 내용을 대부분 사실로 인정하면서 사죄했다. 주목되는 것은 호칭이었다. 홍타이지를 ‘황제’라고 불렀지만 조선을 ‘소방’으로, 인조는 ‘조선국왕’이라 했다. 맨 마지막에는 의연히 숭정(崇禎) 연호를 사용했다.‘조선 국왕 신(臣) 모(某)’란 표현을 쓰지 않음으로써 ‘칭신’은 일단 거부했다. 또 청의 연호 대신 명의 연호를 사용함으로써 명에 대한 충성 또한 쉽사리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담았다. 답서의 뒷부분은 홍타이지에게 선처를 호소하는 내용을 담았다.‘죄가 있으면 치고, 죄를 뉘우치면 용서하는 것이 대국의 도리입니다. 정묘년의 맹약을 생각하고, 생령(生靈)을 불쌍히 여기시어 소방에게 새로워 질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하지만 대국이 용서하지 않고 기어이 병력으로 추궁하려 한다면 소방은 스스로 죽음을 기약할 뿐입니다.’ 개과천선할 기회를 달라고 부탁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죽을 수밖에 없다고 하여 청의 감성에 호소하고 있다. 홍서봉(洪瑞鳳), 김신국(金藎國), 이경직(李景稷)이 답서를 들고 다시 청 진영으로 갔다. 황제는 만나지 못했다. 답서를 접수한 마부대는 상의한 뒤에 회답을 주겠다고 했다. ●비변사의 독주에 대한 반발 상황에 밀려 화친을 다시 추진하기로 결정하면서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았다. 우선 비변사의 몇몇 신료들이 중심이 되어 비밀리에 화친을 추진하는 것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비변사 신료들은 과거 척화·주화 논쟁 때처럼 논란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여 적진에 보내는 문서의 초안을 철저히 비밀에 부친 채 주고받았다.‘인조실록’의 사평(史評)에는 승지와 사관(史官)이 보지 못하도록 소매에 넣어 출납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동양위(東陽尉) 신익성(申翊聖)이 상소했다.‘우리는 참월(僭越)하게 스스로를 황제라 칭하는 오랑캐에 맞서 명나라를 대신하여 화란을 당하는 것’이니 ‘의열(義烈)에 당당하고 해와 달에 비춰도 부끄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의 국서를 태워버림으로써 장졸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화친을 포기하라고 강조했다. 답서를 보낸 다음부터 삼사(三司)의 관원들은 다시 최명길(崔鳴吉) 등 비변사 당상들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최명길에 대해, 적의 세력을 과장하고 화친을 주도하면서 나라를 치욕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류에 대해, 하는 일 없이 겁만 많아 군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유백증(兪伯曾)은,‘칭신’한다고 해서 포위가 풀린다는 보장이 없다며 나라를 그르친 김류와 윤방(尹昉) 등의 목을 베라고 외쳤다.‘조유’에 대한 답변 여부를 놓고 논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었다. 인조는 최명길 등을 감쌌다. 병자호란이 일어나기 직전, 격렬한 논란이 벌어졌을 때 보였던 태도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신료들 사이의 논란을 다시 방치할 경우, 화친의 시도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1637년 1월 초, 청과 조선은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그것은 홍타이지의 ‘조유’와 조선의 답서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조선의 ‘꿈’은 청과의 형제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비록 홍타이지를 ‘황제’라고 불러주었지만 그를 ‘조선의 황제’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명목상 ‘홍타이지의 동생’이자 ‘조선국왕’으로 남아 명과의 관계도 그대로 유지하고자 했다. 홍타이지는 ‘조선국왕’이란 표현 대신 ‘신(臣) 이종(李倧·인조의 이름)’을,‘숭정’ 대신 자신들의 ‘숭덕(崇德)’ 연호를 원하고 있었다. 누구의 꿈이 실현될지를 알게 되기까지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주승용 민주당 간사 “靑서 특위 무력화 활동기간 연장을”

    주승용 민주당 간사 “靑서 특위 무력화 활동기간 연장을”

    국회 공기업 특위 민주당 간사인 주승용 의원은 공기업 선진화 방안과 관련해 정부와 한나라당의 자세를 집중 성토했다. 지난달 10일부터 특위가 가동됐지만 정부에서 어떤 구체안도 제시하지 않아 회의가 아무런 성과없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오는 14일 특위 활동이 끝나지만 충실한 논의를 위해 활동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그동안 특위의 활동을 평가하면. -정부와 한나라당이 형식적인 특위 활동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청와대가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공기업 개혁을 주도했는데 청와대 관련 인사들을 특위에 불러도 불참하는 등 철저히 ‘무시 전략’으로 일관했다. ▶공기업 특위가 가동 중인데도 일부 공기업 기관장들의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 -바로 그게 문제다. 청와대가 국회의 특위 활동에 대한 검토 없이 문제 있는 인사들에 대한 ‘낙하산 인사’를 단행하는 등 철저히 반개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위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이 든다. 공기업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대선 논공행상을 하는 낙하산 인사를 지양해야 한다. ▶11일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발표되는데. -우리도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발표 내용을 보고 정부의 방침을 집중적으로 따질 것이다.11일 오후에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과 오연철 공기업 선진화 특위 위원장을 불러 추궁할 계획이다. 그리고 12일에는 주무 장관들을 상대로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을 추궁하겠다. ▶특위 활동이 14일에 끝나므로 제대로된 검토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대책이 뭔지.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특위 활동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정부의 발표가 있은 뒤 서둘러 특위 활동을 마무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른 특위와 보조를 맞춰야겠지만 충분한 검토 작업이 부족하면 활동 기간 연장을 추진하겠다. ▶공기업 통폐합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무언인가. -방만 경영을 하고 구조적 비리가 있는 공기업에 대해서는 통폐합 등 개혁을 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개혁 작업이 투명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해 자료 요구를 묵살한 채 언론을 통한 여론 점검에만 몰두하고 있다.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한 용역결과를 공개한 뒤 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거쳐 철저한 검증과 검토 작업을 벌이는 게 필요하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연예기획사 로비’ 前 PD 체포

    연예기획사의 방송사 PD들에 대한 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문무일)는 8일 기획사에게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모 방송사 PD 출신 이모씨를 체포했다. 검찰 수사 착수 이후 전·현직 PD가 체포되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팬텀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기획사 3,4곳에서 소속 연예인을 출연시켜 주는 대가로 현금 수천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씨를 상대로 돈을 받은 경위와 수수액 등을 추궁하고 있으며,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동안 팬텀 등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방송사 PD들을 상대로 주식·카지노 로비 등을 벌인 정황을 잡고 압수한 회계장부 등을 토대로 수사해 왔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구의회 의장 릴레이 인터뷰] 오세철 용산구의회 의장 “재개발 지분쪼개기 차단”

    [구의회 의장 릴레이 인터뷰] 오세철 용산구의회 의장 “재개발 지분쪼개기 차단”

    오세철(65) 용산구의회 의장은 ‘사진 찍는 구의원’으로 통한다. 생생한 민원현장을 찾아 용산의 구석구석을 누비는 오 의장의 오른쪽 어깨에는 어김없이 묵직한 카메라 가방이 걸려 있기 마련이다. 가방에는 캐녹스 D6와 캐논 EOS 1D 카메라, 소니 SR-11 캠코더가 들어있다. 사진에 대해선 문외한이나 다를 바 없던 그가 ‘현장 출사’를 감행한 건 지난 2004년. 구정질의에 필요한 자료사진을 확보하기 위해 군에 간 아들의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나선 것이 계기가 됐다. 사진의 위력은 대단했다. 구정질의 시간 노트북에 저장해 놓은 현장 사진을 영사막에 비추며 문제점을 추궁하자 발뺌과 변명으로 일관하던 담당 공무원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던 것. “기초의원의 집무실은 ‘현장’이어야 합니다. 열심히 뛰고 만나며 기록한 자료를 토대로 현안을 치밀하게 파고들지 않으면 관료들이 쳐놓은 전문성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습니다.” 30년 전부터 줄곧 동부이촌동에 거주해온 까닭에 용산의 눈부신 변화과정을 두 눈으로 목격해 왔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투기 과열 양상이 빚어지면서 오 의장의 고민거리도 늘었다.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지역이라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투기행위로 서민들이 피해를 입는 일만은 없어야 합니다.” 후반기 의회의 핵심적인 의정목표 역시 ‘주민생활 안정’에 두고 있다. 특히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지분쪼개기’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소규모 공동주택 건축허가에 대한 행정사무 조사특위’까지 구성해놓은 상태다. 특위는 주거용으로 불법 용도변경되고 있는 근린생활시설 건축물에 대해 일제조사를 벌여 투기과열로 인한 주민피해 방지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주민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한강변 랜드마크 빌딩 사업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중재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오 의장은 “지역 주민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시와 개발업자 사이의 갈등에 적극 개입해 효과적인 중재역할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中신장 폭탄테러 16명 사망…올림픽 ‘비상’

    中신장 폭탄테러 16명 사망…올림픽 ‘비상’

    |베이징 이지운특파원|2008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나흘 앞둔 4일 중국 북서부 신장(新疆) 위구르(維吾爾)자치구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초비상이 걸렸다. 사회주의식 철통 보안이 예상됐던 중국에 테러로 추정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안전 올림픽’에 대한 의구심도 증폭되고 있다. 특히 올 초부터 테러 관련 사건이 자주 일어나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온 신장지역에서 커다란 허점이 드러나면서 중국 공안 당국은 크게 당황하고 있다. 앞서 공안 당국은 지난달 이번 사건이 발생한 위구르 카스(喀什·카슈가르)에서 국제테러조직 12개를 적발해 분쇄했다고까지 발표했었다. 관영 신화통신은 카스 변경지역에서 이날 오전 8시쯤 폭탄을 실은 트럭 두 대가 훈련하고 있던 무장경찰 부대로 뛰어들면서 수류탄 2개를 던져 16명이 죽고 16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공안 당국은 현장에서 검거한 운전자 2명을 상대로 범행 동기 및 배후 세력 존재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지난 5월 상하이(上海)에서 버스 폭발사건이 일어난 것을 비롯해 윈난(雲南)성 쿤밍(昆明) 연쇄폭발사건, 지난달 17일 원저우(溫州)시 경찰서 습격사건, 광저우(廣州)시 플라스틱 공장 폭발사건 등 테러로 의심되는 폭발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투르키스탄 이슬람당(TIP)’을 자처하는 한 단체가 상하이·쿤밍·원저우·광저우 등의 폭발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올림픽을 겨냥한 테러를 감행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신장의 위구르족 분리주의자들이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와 손잡고 테러를 벌여 ‘동(東)투르키스탄’이라는 이슬람 국가를 세우려 한다고 보고 있다. jj@seoul.co.kr
  • 연예 로비 연루 PD 줄소환 시작

    연예기획사들의 방송사 PD 상대 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문무일)는 4일 한 지상파 방송사 현직 국장급 PD를 불러 팬텀엔터테인먼트 등에 금품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조사했다. 검찰은 또 다른 PD 10여명을 줄소환해 특정 연예기획사 소속 연예인들의 출연 대가로 주식이나 금품 로비를 받았는지를 추궁할 방침이다. 소환 대상에는 이날 소환된 PD를 비롯, 전·현직 국장급 PD들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소환 대상 PD들에 대해 사안의 경중에 따라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형사처벌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동안 팬텀 쪽이 기획사 합병과 상장 정보를 PD들에게 알려주거나 해당 주식을 헐값에 넘긴 정황을 잡고 수사를 벌여왔다.검찰은 또 팬텀 등 연예기획사들이 강원랜드나 중국 마카오 카지노에서 PD들에게 고액 칩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로비를 벌인 정황도 수사해왔다.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여성&남성] 혼전동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성&남성] 혼전동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몇년 전까지만 해도 혼전동거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지만 점차 긍정적으로 바뀌는 추세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달 28∼31일 서울·경기 지역에 사는 미혼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혼전동거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59%가 혼전동거에 호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연인과 함께할 수 있고, 살아보고 결혼해야 안전하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최근 공중파와 케이블TV 드라마에서는 혼전동거 커플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부모 세대가 들으면 깜짤 놀라겠지만 혼전동거에 대해 여성과 남성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함께살다 안 맞으면 미련없이 갈라서 보험업계에 종사하는 이모(32)씨는 ‘동거’ 예찬론자다.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결혼을 위해 꼭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고 여긴다. 동고동락하면서 서로의 부족한 점을 지적해주고, 서로에게 맞춰가는 과정을 거친다면 결혼 생활이 순탄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긴 연애 끝에 결혼해도 성격이 안 맞는다는 등의 이유로 이혼이 늘고 있는 요즘 세태를 보면서 확신으로 굳어졌다. 아무래도 함께 살다 보면 서로의 단점을 속속들이 알 수 있다. 씻는 것, 잠자는 모습, 식성 등 생활 습관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도 있다. 그런 모습을 수용할 수 있다면 결혼하고, 그렇지 않다면 깨끗하게 갈라서자는 것이다.“동거 과정에서 서로에게 실망해 헤어져도 양가 부모가 모르기 때문에 큰 파장이 없습니다. 무턱대고 결혼해 인생을 망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생 박모(23·여)씨는 남자친구와 동거한 지 4개월째다. 평생 함께 할 사람이라면 미리 살아보고 결혼하는 게 바람직스럽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외모나 성격 못지않게 속궁합도 중요하게 여긴다. 결혼한 선배들에게서 밤 생활에 만족하지 못해 바람을 피우거나 이혼하는 부부도 적지 않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가 현실에서도 상당히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속궁합은 살을 맞대고 부대껴봐야 확실히 알 수 있기에 먼저 살아본 뒤 결혼 여부를 결정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겉과 속이 동시에 충족돼야 진정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물론 동거 조건이 있다.‘임신을 피한다.’는 것이다. 결혼 전 임신은 서로에게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결혼 후 발생할지도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보험을 든다고 생각하면 주위 사람들의 시선은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아요. 혼전동거가 제 자신의 삶을 더 책임있게 꾸려나가게 하는 행동이 아닐까요.” 회사원 윤모(32)씨는 혼전동거는 결혼을 위한 예행연습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TV 오락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더욱 굳혔다. 프로그램은 남녀 연예인을 출연시켜 실제 결혼 생활을 상정한 뒤 사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시청자들에게는 혼전동거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서로 결혼을 하지 않은 사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혼전 남녀가 같은 공간에서 알콩달콩 사는 모습이 윤씨에게는 몹시 부러웠다. 하지만 이런 사고는 윤씨만의 것이었지, 공유되지는 못한다. 최근 윤씨는 직장 회식 자리에서 “혼전동거를 해봤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심경을 고백했다 큰 낭패를 봤다. 선후배나 동료 직원들이 그를 플레이보이 취급을 하며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결혼은 개인의 만남 못지않게 가족의 얽힘도 중요 반면 결혼 전 동거한 사람과 헤어진 뒤 다른 사람과 결혼했을 때 그 행위는 현 배우자에게 평생 죄의식으로 작용하거나 살아봐도 상대방의 집안 사람은 알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하모(31)씨는 ‘순결론자’이다. 동정은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 결혼 뒤 바쳐야 한다고 믿는다. 젊은 시절 한때의 기분으로 성관계를 갖는 것은 훗날 맞이할 배우자에게 죄를 짓는 행위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하씨에게 혼전동거란 청천벽력 같은 소리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결혼 전 함께 지내고서는 서로 맞지 않는다고 헤어진 뒤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는 것은 더더욱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 같은 결벽증(?) 때문에 하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구닥다리 취급을 받는다. 세상은 변했는데 사고방식은 여전히 조선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조롱마저 듣는다. 하지만 하씨는 개의치 않는다. 자신이 떳떳해야 사랑하는 이에게 당당할 수 있고, 결혼 생활의 행복도 지킬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혼전동거는 결혼의 신성함을 깨뜨리는 행위예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날밤에 대한 환상, 가슴 설렘 등 결혼이 주는 따뜻한 이미지를 망가뜨리기 때문이죠.” 결혼 3년차인 회사원 윤모(33)씨는 혼전동거를 해도 자신과 맞는 짝을 찾기 힘들다고 믿는다. 윤씨는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기 전에 함께 살면 서로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다른 여성과 동거를 했다. 하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다. 같이 지내면 속궁합은 알 수 있을지언정 여자 쪽 집안에 대해서는 모르기 때문이다. “결혼은 개인과 개인의 만남 못지 않게 가족과 가족의 얽힘도 상당히 중요하더군요. 가족 간의 관계가 안정돼야 결혼 생활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런 점은 혼전동거로는 절대 알 수 없죠.” ●“남녀에 대한 이중잣대 없어져야” 남자와 여자에게 다른 잣대를 들이대 남자에게는 관용을, 여자에게는 냉대를 보내는 사회적인 모순을 비판하는 견해도 있다. 직장인 장모(27)씨는 혼전동거를 원치 않는다. 대학시절 알고 지내던 동거 커플의 안타까운 말로를 본 뒤 ‘여자를 위해서라도 절대 혼전동거는 하지 않겠다.’고 작심했다. 함께 살던 친구 커플은 2년 전 헤어졌는데 남자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다른 여자를 만나며 잘 지냈지만, 여자 쪽은 주위 사람들에게 ‘노는 여자’로 알려져 대학생활을 제대로 못할 정도였다. 결국 그녀는 휴학을 하고 말았다.“서로 책임질 수 있고 동거하다 헤어져도 주변에서 뒷말이 나오지 않는 문화라면 결혼 전 동거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여자에게만은 냉혹한 것 같습니다.” 대학원생 김모(29·여)씨도 혼전동거에 대해 여자에게 더 큰 책임을 묻고 추궁하는 이중 잣대에 좌절감을 느껴야 했다. 김씨는 평생 함께 할 반려자라면 살아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3년 전 사귄 남자친구와 동거에 들어갔다. 지내면서 서로에게 맞추려 노력하고, 위해주며 잘 지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남자들의 전형적인 버릇이 나왔다.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어긋나기 시작하더니 결국 헤어지고 말았다. 문제는 이별 뒤 찾아왔다. 대학원에 소문이 이상하게 퍼졌다. 교수와 대학원생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모멸감을 느낀 김씨는 자퇴했다. 자신과 헤어진 남자친구는 다른 여자를 만나 동거하며 잘 지냈다.“남자와 여자를 보는 시각이 너무 다르더군요. 혼전동거를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시각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혼전동거, 옳고 그름 판단 사항 아니다” 혼전동거는 개인적인 선택일 뿐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 사람도 있다. 직장인 최모(28·여)씨는 혼전동거는 개인의 선택 사항이기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요즘 대부분의 남녀는 결혼을 염두에 둔다면 혼전에 성관계를 갖더라도 함께 사는 건 별 문제가 없다고 여긴다. 최씨도 2년전 남자친구와 3개월간 동거했다. 너무 사랑한 나머지 늘 붙어 있고 싶었고, 결혼도 생각했다. 하지만 함께 지내는 동안 남자친구의 좋지 않은 면을 알게 되면서 결혼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기혼자들의 말을 뼈저리게 느꼈다. 결국 그 남자와 헤어졌다. “개인의 판단에 사회적인 잣대를 들이대 ‘옳다, 그르다.’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봐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개인 사생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간섭을 하거나 관심이 높은지 모르겠어요.” 장형우 김정은 황비웅기자 zangza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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