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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인영 “신상구두 모으다 2번 파산위기” 고백

    서인영 “신상구두 모으다 2번 파산위기” 고백

    가수 서인영이 파산을 겪을 뻔한 일화를 털어놨다. 24일 방송된 SBS ‘밤이면 밤마다’에서 서인영은 과거 돈 관리를 제대로 못해 재정 위기에 빠졌던 사실을 고백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신상녀’(새로 나온 명품을 바로 구입하는 여성을 일컫는 신조어)라는 자신의 별명에 대해 만족스러움을 보이며 “나 자신에게 지루함을 느끼기 싫다. 옷과 구두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신상녀가 된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MC 대성이 “신상품 좋아하다가 두 번이나 파산하지 않았냐”고 추궁하자 서인영은 “개인적으로 파산할 뻔했다”며 설명을 이었다. 서인영에 따르면 당시 수입 관리를 직접 했음에도 구두 욕심이 많아 구매욕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해 결국 파산 위기까지 맞았다. 특히 그는 이야기 중 구두를 ‘아가’로 표현해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다이아몬드 계에도 가입한 적 있다”고 실토하며 “지금은 부모님이 모든 수입을 관리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 서인영은 후배들로부터 무서운 선배로 불리는 소문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에 MC 유이는 “서인영과 애프터스쿨 리더 가희 둘 다 무섭다”고 솔직히 고백하기도 했다. 사진 = SBS ‘밤이면 밤마다’ 화면 캡처 서울신문NTN 임재훈 기자 jayjhlim@seoulntn.com
  • 재소환 강 前 청장 유씨와 대질

    재소환 강 前 청장 유씨와 대질

    ‘함바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는 23일 함바 브로커 유상봉(65·구속기소)씨에게서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강희락(59) 전 경찰청장을 재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강 전 청장에 대한 보강수사를 통해 조만간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수사가 탄력을 받고, 기각되면 수사가 좌초위기에 빠질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영장 발부 여부가 이번 수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감색 코트 차림의 강 전 청장은 오전 9시 30분쯤 검찰에 출석, 심경과 혐의 인정 여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변호사와 함께 곧바로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강 전 청장을 상대로 2009년 유씨에게서 경찰관 승진 인사 청탁과 함께 1억 1000만원을 받고, 지난해 8월 유씨에게 4000만원을 주면서 해외 도피를 권유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강 전 청장이 일부 혐의에 대해 강력히 부인함에 따라 유씨와 대질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강 전 청장이 유씨를 통해 이동선(58) 전 경찰청 경무국장의 인사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았는지를 확인하는 등 금품 수수의 대가성을 입증하기 위한 사실관계 확인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0일 강 전 청장을 처음 소환해 조사한 뒤 다음 날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당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박성웅 “신은정에 사기결혼 당했다?”

    박성웅 “신은정에 사기결혼 당했다?”

    배우 박성웅이 아내 신은정에 사기결혼을 당했다고 고백해 충격을 줬다. 그러나 ‘박성웅 사기결혼’ 발언은 팔불출 발언으로 드러났다. ’박성웅 사기결혼’ 팔불출 발언은 24일 방송될 MBC ‘미라클’ 녹화현장에서 돌출됐다. ‘미라클’ 제작팀은 최근 2008년 ‘태왕사신기’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것이 계기가 돼 결혼에 골인한 박성웅 신은정 부부의 집을 찾아갔다. MC 서경석과 오상진, 살림멘토 선우용여가 단란한 세 가족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보금자리를 둘러보며 박성웅 신은정 부부의 러브스토리를 듣던 중, 박성웅이 갑자기 “나는 사기 결혼을 당했다”며 충격 발언을 해 촬영장을 술렁이게 했다. 이에 당황한 MC들이 박성웅에게 사기결혼이라고 말한 이유를 추궁하자 “결혼 전 신은경에게 무엇을 잘하냐고 묻자 신은정은 ‘아무 것도 잘하는 것이 없다’고 대답했는데 결혼하고 보니 뭐든지 잘하더라”고 대답했다. 긴장했던 스태프들은 닭살돋는 ‘박성웅 사기결혼’ 팔불출 발언 에 몸서리를 쳤다는 후문. MC들은 이들 부부와 함께 살림살이는 줄이고 수납은 두 배로 하는 효율적인 공간 활용법과 전자제품에서 발생하는 유독성 물질인 ‘방염제’에 대해 알아 보는 시간을 가졌다. 박성웅의 팔불출 닭살 고백담은 오는 24일 오후 6시 50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 MBC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서인영 왕따 고백에 前쥬얼리 멤버 홈피 ‘악플 몸살’

    서인영 왕따 고백에 前쥬얼리 멤버 홈피 ‘악플 몸살’

    가수 서인영이 쥬얼리 활동 시절 왕따를 당한 사실을 고백한 가운데 전 멤버들의 미니홈피가 팬들의 악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인영은 24일 방송되는 SBS 예능 프로그램 ‘밤이면 밤마다’(이하 밤밤) 녹화에 ‘나 기 센 여자 아니에요’라는 안건을 들고 참여해 “쥬얼리로 활동하던 시절 겪었던 루머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날 서인영은 새로 들어온 멤버들을 왕따 시켰다는 소문에 대해 “오히려 쥬얼리 때 왕따는 나였다”고 고백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는 “한 방송에서 멤버들이 돌아가며 장점을 말하는 때가 있었는데 내 차례가 오자 장점이 아닌 돌발발언을 해 상처를 입었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또한 청문위원 MC박명수가 “서인영이 쥬얼리의 새로운 멤버로 합류했을 때, 기존 멤버들의 텃세는 없었냐”고 추궁하자 “인사를 했지만 상대방이 받아주지 않았고 나중엔 오히려 인사 왜 안 하냐는 말을 듣는 등, 사소한 일들로 속앓이를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일부 네티즌들은 왕따를 시킨 장본인이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쥬얼리 전 멤버였던 조하랑과 이지현의 미니홈피에 찾아가 “왕따시킨 범인이 당신이냐?” “어떻게 한 멤버한테 그럴 수가 있냐?” “남에게 상처 주고 얼마나 잘되나 보자” 등의 악플을 다는 등 섣부른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편 서인영의 왕따 사연은 오는 24일 밤 11시 15분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신문NTN 오영경 기자 oh@seoulntn.com
  • “아버지 유지 이어 한·일 평화연대 노력”

    “아버지 유지 이어 한·일 평화연대 노력”

    오는 3월 히로시마 총영사로 부임하는 신형근(57) 중국 선양 총영사가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의 2세인 것으로 알려져 일본에서 화제다. 1999년 80세로 타개한 신 총영사의 부친 신영수씨는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장을 지내면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추궁하고 피해자 보상문제를 환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신씨는 1942년 히로시마의 군 지정 제약회사에 징용돼 출근길에 원자폭탄 피해를 입었다. 이후 1945년 광복 이후 귀국한 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살던 한국인 피폭자들에 대한 보상을 일본 정부에 요구하기 위해 1967년 피해자 협회를 결성했다. 1974년에는 일본 이외의 해외에 사는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피폭자 건강 수첩을 받았다. 일본 언론은 한국 정부가 원폭 피해자의 심정을 잘 아는 외교관을 히로시마 총영사로 임명해 한·일 관계의 평화적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 총영사는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평화를 위해 봉사하라’는 말씀을 듣는 기분”이라며 “선친은 생전에 인류와 대의를 위해 살라고 가르치셨다.”며 소감을 전했다. 1978년 외무고시에 합격했을 때 누구보다도 부친이 기뻐했다는 신 총영사는 “히로시마는 아버지가 일생을 바쳐 한·일 친선에 힘쓴 곳”이라며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한·일 간 평화 연대를 확대하는 데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신정환 “5년 같았던 5개월… 너무 죄송”

    신정환 “5년 같았던 5개월… 너무 죄송”

    해외 원정도박 파문을 일으키며 5개월여간 외국에 체류해 온 방송인 신정환(36)씨가 19일 귀국, 세간에 알려진 도박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신씨를 체포한 상태에서 9시간 동안 조사하고, 종로경찰서 유치장에 입감했다. 경찰은 상습도박 및 외환관리법·여권법 위반 등의 혐의가 확인되면 신씨를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신씨는 오전 11시 10분쯤 일본 하네다발 항공기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경찰은 미리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공항에서 영장을 집행하고 신씨를 곧바로 서울경찰청으로 연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정 점퍼 차림에 흰 모자를 덮어쓴 그는 원정도박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못난 놈인 것 같다. 많은 분이 많은 사랑을 주셨는데 실망으로 갚아드려 너무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물음에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신씨는 낮 12시 25분쯤 서울지방경찰청에 도착한 뒤 취재진에게 “지난 5개월이 5년 같이 느껴졌다. 남자답지 못했고, 솔직하지 못해서 팬 여러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 어떤 말씀을 드려도 변명이고 핑계일 거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어디 있었는지 묻자 “네팔에 있었다.”고 대답한 그는 원정도박설에 대한 질문에 “경찰로부터 성실히 조사받고 말하겠다.”고 답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경찰은 낮 12시 30분쯤부터 신씨를 상대로 지난해 8월 필리핀 세부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억대 바카라 도박을 했는지와 도박 기간, 자금 규모 및 출처 등을 추궁했다. 신씨가 원정도박을 한 사실을 시인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20일 다시 신씨를 서울경찰청으로 데려와 재조사한 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신씨는 지난해 원정도박 의혹이 제기되자 필리핀, 네팔 등지에서 체류해 왔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최중경 지경부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

    최중경 지경부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

    “까도 까도 의혹이 남는 ‘까도남’이다.”(민주당 강창일 의원) vs “부동산 투기는 없었다.”(최중경 후보자) 18일 국회 지식경제위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를 ‘까도남’에 빗대며 투기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반면 최 후보자는 “투기는 없었다.”고 맞섰다. 하지만 부동산 매입 경위와 자금 출처 등에 대해선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최 후보자는 여당 의원들마저 투기 의혹을 캐묻자 “(부동산 차액의)사회환원 문제를 숙고해 보겠다.”, “(역삼동 오피스텔 탈세 의혹과 관련) 깊이 반성한다.”며 한 걸음 물러섰다.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로서 신뢰성의 바닥을 보였다.”며 부적격 의견을 모았고, 한나라당은 “충분한 역량을 가진 인물로 공직수행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국회 지경위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한다. 여야 의원들은 최 후보자의 부인과 처가가 1988년 공동 매입한 충북 청원군 임야 1만 6562㎡와 대전시 유성구 복용동 168-1 밭 850㎡, 장모에게서 상속받은 복용동 168-8 일대 농가와 대지 1276m² 등의 매입목적을 검증하는 데 집중했다. 청원군 임야는 취득 3개월 만에 토지수용으로 6배의 수익을 냈고, 유성구 토지는 가격이 15배나 올랐다. 최 후보자는 “청원군 임야는 처가의 선산용으로, 유성구 토지는 주말농장용으로 매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노영민 의원은 “시집간 딸 명의로 선산을 사는 게 상식에 맞느냐.”고 따졌다. 한나라당 이상권 의원도 “1988년 32살 사무관이던 후보자의 월급이 40만원 미만이었을 텐데 그 땅들을 절대 살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솔직히 장모가 (투기)했다고 시인하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최 후보자는 “당시 처남 셋이 군복무 중이거나 학생이었다. 아내의 급여와 축의금을 관리하던 장모가 알아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유성구 농지 매입과 관련, “서울 청담동에 사는 부인과 장인이 158㎞나 떨어진 곳에 주말농장을 두고는 실제 경작도 안 했다.”면서 “비자경농가의 농지소유를 엄격히 제한한 농지개혁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최 후보자는 “투기가 아니다.”면서 “청와대에서 이미 충분히 스크린(검증)했다.”고 항변했다. 다만 최 후보자는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이 “두 땅은 투기 성격이 분명하다. 투기로 불린 돈에 대해선 사회 환원을 하는 게 어떠냐.”고 묻자 “심사숙고해 보겠다.”고 말했다. 또 부인이 오피스텔 임대업을 하며 부가세 600여만원을 탈루한 사실에 대해 “복잡한 세무제도로 세무당국조차 몰랐던 것이고, 청와대 검증에서도 체크가 안 됐다.”면서도 “결론적으로는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문회 전 강남세무서에 징세소멸시효가 지난 것까지 포함, 총 793만원(의 세금)을 다 냈다.”고 설명했다. 여야 의원들은 정책검증에도 공을 들였다. 미래희망연대 정영희 의원은 “최 후보자가 기획재정부 2차관 때 고환율 정책을 고집해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한 중소기업의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최 후보자는 “키코 피해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선진국 진입을 위해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는 최근 유가 경직성 논란에 대해선 “유류세(탄력적용)나 유통마진 문제를 취임하면 자세히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의 ‘국민주’ 전환 방안에 대해선 “소유구조와 산업적 효과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규·허백윤기자 cool@seoul.co.kr
  • ‘함바 비리’ 배건기 전 靑감찰팀장 소환

    ‘함바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는 18일 배건기(53) 전 대통령실 감찰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밤 늦게까지 조사했다. 검찰은 배 전 팀장을 상대로 ‘함바브로커’ 유상봉(65·구속기소)씨를 알게 된 경위와 금품 수수 여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하지만 배 전 팀장은 “유씨와 2차례 정도 만나 하소연을 들어줬을 뿐 어떠한 청탁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배 전 팀장은 유씨에게서 건설현장 식당인 함바 운영이나 수주와 관련된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가 검찰 조사에서 배 전 팀장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사실이 알려지자 그는 지난 9일 “함바 비리와 연루됐다는 의혹만으로도 부적절하다.”며 청와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에 파견 중인 서울경찰청 소속 A경감도 이날 참고인 조사를 받아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경감은 배 전 팀장의 인사청탁 혐의와 관련한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배 전 팀장도 A경감처럼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 서울시에 파견돼 근무했다. 배 전 팀장은 강희락(59) 전 경찰청장과 서울시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한방’ 없었던 정병국 청문회

    ‘한방’ 없었던 정병국 청문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이 호언장담했던 추가 의혹은 나오지 않았다. 반대로 정책 검증에 초점을 맞추겠다던 한나라당은 ‘편들기’에 가까웠다. ●양평 영농계획서 등 잘못 시인 인사청문회에서는 지난해 ‘12·31 개각’ 발표 이후 인사 검증 과정에서 제기됐던 의혹들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사실상 재탕에 그친 것. 다만 일부 의혹에서 정 후보자로부터 잘못에 대한 시인을 이끌어냈다는 점은 성과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경기 양평군 개군면에 지목이 논인 땅을 취득하면서 직접 농사를 짓는 것처럼 허위로 농업경영계획서를 작성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정 후보자는 “부모님으로부터 유산으로 증여받았다가 형제 간에 명의 이전하는 과정에서 법이 바뀌어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최 의원은 “이 땅을 실제로 증여받은 것이 1995년인데 정 후보자 명의로 이전한 것은 2004년”이라면서 “부동산 취득 후 3년 이내 등기를 이전토록 한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이라고 추궁했다. 정 후보자는 “거기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사업을 하던 형님의 땅 지분이 차압당하는 등 사정이 있어 바로 명의 이전을 못한 것”이라고 일부 잘못을 인정했다. 정 후보자는 ▲자녀 이중 소득공제 ▲주유비 과다 사용 ▲잦은 교통신호 위반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일부 잘못을 인정했다. 민주당 장병완 의원은 “정 후보자와 부인이 최근 5년간 두 자녀의 소득공제를 이중으로 받았으며, 총 307만 2000원에 이른다.”고 질책했다. 이에 정 후보자는 “청문회하면서 인지했다.”면서 “착오로 못 챙겨 결과적으로 법 이행을 충실히 못했다.”고 수긍했다. ●부인 땅투기 의혹 강력 부인 또 민주당 정장선 의원은 “2009년 한해에만 주유비로 2900만원을 쓰고, 정작 국회로부터 지급받은 연간 1140만원의 유류비는 엉뚱한 곳에 쓴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정 후보자는 “주유비 조로 나오는 돈은 사무실 운영계좌에 입금해 다른 명목과 함께 사용됐다. 미처 그 부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달에 두번꼴로 과속 위반 스티커를 부과받은 것과 관련, 정 후보자는 “국정 활동과 지역구 활동을 욕심내 다니다 보니 교통법규 준수문제를 챙기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남한강 예술특구 특혜 지원 ▲박사학위논문 표절 ▲배우자 땅투기 등의 의혹에 대해서는 강한 어조로 부인했다. 민주당 천정배 의원은 ‘남한강 예술특구’ 사업과 관련한 7가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사업은 문화부가 정 후보자의 지역구인 경기 양평군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남한강연수원 37만㎡ 부지에 예술특구를 조성하는 것으로, 지난해 말 예산 484억원 전액이 국회를 통과했다. 천 의원은 정 후보자가 한나라당 예결위원에게 보낸 ‘쪽지예산’과 코바코 이사회 회의록을 제시하며 “예산 편성 과정에서 원칙을 어겼다.”면서 “(사업 부지) 소유자인 코바코의 동의가 없었고 뒤늦게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도 정치적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후보자는 “(예산 배정을 위해) 의견을 적극 개진했지만 결코 사리사욕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정 후보자는 또 “논문은 2003년에 심사를 받았고, 문제 제기한 표절 심의 기준은 2005년 행정학회에서 만든 것”이라면서 “배우자의 기획부동산 투기 의혹은 친목 모임에서 회비를 모아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역대 문화장관중 박지원 가장 뛰어나” 아울러 정 후보자는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의 문화부 장관 10명 중 가장 뛰어난 장관을 꼽아달라는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 질문에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정 후보자는 “박지원 원내대표가 장관을 할 당시 문화부 예산이 전체 예산의 1%를 넘는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의 각종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부적격 결론을 내리고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정 후보자의 충분한 해명으로 논란이 해소됐다며 적격 의견을 밝혀 19일 청문경과 보고서 채택에 진통이 예상된다. 장세훈·강주리기자 shjang@seoul.co.kr
  • ‘귀국’ 신정환, 경찰조사 쟁점 4가지는?

    ‘귀국’ 신정환, 경찰조사 쟁점 4가지는?

    필리핀 원정도박혐의로 해외 도피 중인 신정환(36)이 오는 19일 오전 입국한다. 방송을 돌연 중단하고 도박파문을 일으킨 지 5달만. 신정환은 입국 직후 간단히 심경을 밝힌 뒤 서울 경찰청에 연행돼 원정도박 혐의와 관련된 의혹을 조사 받을 예정이다. 신정환은 경찰에서 크게 4가지 혐의를 집중 조사 받을 것으로 보인다. 1. 해외 상습도박 가장 큰 사안은 해외에서 상습도박을 벌였는지 여부. 신정환은 지난해 8월 세부 W호텔 카지노에서 억대의 바카라 도박을 벌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신정환은 이 사실을 부인한 바 있다. 해외 상습도박 혐의가 확인될 경우 형법 제246조 제2항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및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에 처할 수 있다 2. 불법 외환거래 신정환은 원정도박을 하기 위해서 해외에 갖고 나갈 수 있는 금액을 초과하는 등 불법적인 외환거래가 있었는지도 집중 조사 받을 예정이다. 소위 환치기로 불리는 불법외환거래는 외환거래법 제27조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3. 여권법 위반 또한 신정환은 여권법 위반혐의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필리핀 현지에서 한인대부업자에게 여권을 맡기고 자금을 빌려 도박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경찰은 이러한 증언을 바탕으로 여권법 위반 혐의 관련 내용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4. 일명 ‘신정환 리스트’ 의혹 이밖에도 신정환은 그동안 연예가에서 ‘신정환 리스트’로 불리며 떠돌던 해외원정도박 연루 연예인들에 대한 의혹과 고발장에 적시된 혐의 외에도 추가 범법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수사할 예정이다. 한편 신정환은 2005년에도 도박 혐의로 한차례 입건된 바 있으며, 지난 7월에는 강원도 정선 강원랜드에서 1억80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아 사기혐의로 피소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신정환을 둘러싼 이른바 ‘세부 도박파문’이 터지자 9월 한 시민이 신정환을 도박 및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한 바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정동기 “재판없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정동기 “재판없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12일 후보자직에서 사퇴했다. 정 후보자는 통의동 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단 한분의 청문위원이라도 계신다면 끝까지 청문회에 임해 제 진정성을 보여드리고 싶었으나 저 한 사람으로 인해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고 향후 초래될 국정의 혼란을 감안하니 차마 이를 고집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내정된 이후 12일 만으로, 2000년 감사원장에 대한 청문회가 도입된 이후 후보자가 청문회를 하기도 전에 사퇴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이번 감사원장 후보자 지명을 계기로 저의 경력과 재산 문제뿐 아니라 개인의 모든 사생활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악의적으로 왜곡되고 철저하게 유린됐으며 청문회 없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재판 없이 사형 선고를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어 “저는 평생 소신에 따라 정직하게 살아오며 남에게 의심받거나 지탄받을 일을 삼가며 철저히 자기관리를 하고 살아왔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자의 사퇴로 4개월 이상 끌어온 감사원장 공백은 더욱 장기화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정 후보자가 사퇴함에 따라 후임 물색 작업에 착수했으나, 정 후보자가 임명 12일 만에 낙마함에 따라 곧바로 후임 인선을 발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날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 비공개회의에서 “당·청 충돌을 촉발했던 원인이 사라진 만큼 당분간 마찰을 유발할 언급을 자제해 사태를 안정시키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갈등의 근본 원인이 ‘인사’였던 만큼 책임 추궁 및 재발 방지책 마련 등 마무리 과정에서 추가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여당 내부는 벌써 이 문제를 둘러싼 엇갈린 의견으로 내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한나라당은 이번에 청와대의 결정에 ‘반기’를 든 것처럼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론을 의식, 당의 주도권 선점 행보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지운·강주리기자 jj@seoul.co.kr
  • 이선애 태광상무 오늘 소환

    태광그룹 비자금 조성과 관리를 지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왕상무’ 이선애(83·여) 태광그룹 상무가 12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이 상무를 소환, 차명주식과 채권·부동산·유선방송사 채널 배정 사례비 등으로 최대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관리했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이호진(49) 태광그룹 회장에 대한 두 차례 소환조사 이후 이 상무에 대한 검찰의 직접 조사로 태광그룹 오너가에 대한 사법 처리 수순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해 한 차례 더 소환, 혐의점에 대한 보강 수사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이 상무는 고령에 건강이 좋지 않아 불구속 기소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2003년 흥국생명 보험설계사들의 계좌를 이용해 3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지만 약식기소에 그쳤다. 2006년 쌍용화재 인수 직전 차명계좌를 통해 주식을 집중매입하다 적발됐지만 역시 약식기소에 그쳤다. 특히 2007년 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이 발견됐지만 국세청은 상속세만 추징하고 고발하지 않아 의혹이 불거졌다. 이 상무는 앞서 두 차례 소환 통보를 받았으나 고령과 건강 악화를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다. 검찰은 세 번째 소환에도 불응하면 강제구인 등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형제가 아버지 생매장 ‘브라질판 고려장’

    형제가 아버지 생매장 ‘브라질판 고려장’

    두 형제가 아버지를 생매장한 충격적인 사건이 브라질에서 벌어졌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18세, 21세 형제는 지난해 12월 29일(현지시간) 잠든 아버지를 인근 공터에 파묻어 죽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브라질 AP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사체를 부검한 결과 아버지의 사인은 질식사였다. 살아있는 아버지에게 다량의 수면제를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생매장한 잔혹한 범죄수법이 드러나 더욱 충격을 줬다. 아버지의 실종을 두고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삼촌이 형제들을 추궁하자 최근 이들은 살해사실을 자백했다. 이들은 “아버지가 술을 좋아했으며 굉장히 폭력적이었다. 게다가 자신들이 동성애자인 사실을 받아들여주지 않아서 이일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망한 남성이 아프리카계 브라질인들의 종교 지도자였으며, 땅을 파는데 이웃사람이 동참한 정황을 포착, 일반적인 존속 살해사건이 아닌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newsluv@seoul.co.kr
  • “강희락, 유씨에 해외도피 권유”

    사회 비리에 대한 수사권을 가졌던 전직 경찰청장이 자신에게 금품을 건넨 함바 브로커에게 해외도피를 권유한 정황이 나와 검찰이 수사 중이다. 함바 운영권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 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는 7일 함바 브로커 유상봉(64·구속기소)씨에게서 강희락(58) 전 경찰청장이 유씨에게 해외도피를 권유했다는 진술이 나와 사실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씨로부터 “지난해 8월 강 전 청장이 자신에게 외국에 가 있으라며 4000만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유씨가 검거될 경우 자신과의 연관성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강 전 청장이 유씨에게 도피자금을 주면서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당시 통화내역을 추적하는 등 사실관계 파악에 들어갔다. 강 전 청장은 유씨에게서 경찰 승진 청탁 대가 등으로 1억 3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동부지검 관계자는 “유씨로부터 강 전 청장이 해외로 나가 있으라는 진술이 나온 것은 맞지만, 유씨의 진술이 사실인지는 수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길범(56) 전 해양경찰청장은 최근 베트남으로 가족여행을 가려다 출국금지조치가 내려져 나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강 전 청장과 이 전 해경청장을 다음 주 초 소환, 유씨에게서 금품을 건네받은 경위와 인사청탁 및 함바 알선 여부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 유씨에게서 현직 차관급 기관장에게 각종 청탁과 함께 2500만원을, 현직 광역단체장에게도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 등을 각각 확보하고 진위를 조사 중이다. 또 민주당 조영택 의원 외에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의원 2~3명에게 유씨가 건설업 관련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함께 전직 장관 L모(61)씨의 동생, 현직 공기업 사장인 C모(58)씨, 전직 공기업 사장인 J모(62)씨 등이 유씨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진술이 나와 대가성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이호진 태광회장 “물의 빚어 죄송”

    이호진 태광회장 “물의 빚어 죄송”

    태광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4일 이호진(48)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지난해 10월 13일 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수사에 들어간 지 83일 만이다. 이 회장은 오전 9시 50분쯤 검찰에 출석하면서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고 짧게 답했다.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에 검찰 수사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잠시 망설이더니 “그것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비자금 조성, 유선방송사 내부 부당거래, 청와대 로비설 등 각종 혐의를 인정하냐고 묻자 “(검찰청) 안에서 성실히 답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해 무기명 채권, 차명주식, 부동산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구체적인 경위와 사용처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태광화섬, 티시스, 티알엠 등 계열사 주식을 헐값에 부당취득하고 골프장 인근 부동산을 계열사로 소유권을 이전해 ‘세탁’한 의혹에 대해서도 캐물었다. 이 회장은 유선방송사업 계열사들을 동원해 협력업체와 거래대금을 부풀리는 등 방법으로 4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주식 일부를 차명 관리하고,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저가로 발행해 아들에게 물려주는 방식으로 회사 자산을 편법 증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을 한두 차례 더 불러 조사한 뒤 혐의를 확정해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 어머니이자 태광 그룹 비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이선애(82) 태광산업 상무에 대해서도 조만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4일 소환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4일 소환

    태광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4일 오전 10시 이호진(48) 그룹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다. 검찰이 이 회장을 소환하는 것은 지난해 10월 13일 태광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공개수사에 들어간 지 83일 만이다. 이 회장이 소환조사를 받는 것으로 보아 태광 오너가에 대한 사법처리가 임박한 것으로 여겨진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의 모친이자 태광그룹 비자금의 본류로 알려진 이선애(82) 태광산업 상무에 대해서도 조만간 소환조사할 방침을 세우고 세부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에 대한 질문 분량이 꽤 많다.” 면서 “조사한 다음 소명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한 차례 더 불러 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해 무기명 채권, 차명주식, 부동산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구체적인 경위와 사용처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유선방송사업 계열사들을 동원해 협력업체와 거래대금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4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고(故) 이임용 그룹 창업주에게서 물려받은 주식 가운데 14만여주를 100여개의 계좌로 쪼개 차명 관리하고,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저가로 발행해 아들에게 물려주는 방식으로 회사 자산을 편법 증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등장인물 꾸부정 지금 막 해고된 초보 해고자. 40대 후반. 키 크고 꾸부정하다. 대머리 해고된 지 1년이 넘은 베테랑 해고자. 40대 후반. 키 작고 대머리다. 단발 꾸부정의 아내. 40대 초반 파마 대머리의 아내. 40대 중반 *연출에 따라 남편들이 부인들의 역할을 겸하는 2인극이 가능하다. ●시 간 현대 ●무 대 놀이터. 놀이터를 구체적으로 꾸밀 필요는 없다. 그네 두 개만으로도 연출이 가능하다.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으면 좋다. #1 해가 질 무렵의 저녁, 놀이터. 양복 차림의 남자가 힘없이 놀이터로 걸어 들어온다. 고개를 푹 숙이고 꾸부정한 모습으로 보아 무언가 고민이 있는 듯하다. 꾸부정한 이 남자, 그네에 주저앉는다.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어색하게) 여…… 여보… … 나 오늘, 해, 해, 해고……. 고개를 흔들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여보, 훌쩍, 나 오늘 해고당했어. 머리통을 때리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호탕하게 웃으며) 사랑하는 여보! 나! 오늘 짤렸어! 멋지지? 하하하! 머리를 쥐어뜯으며 주저앉는다. 한참을 그렇게 쥐어뜯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히 일어나 열정적인 독백을 시작한다. 꾸부정이 열심히 말하는 동안, 양복 차림의 대머리가 천천히 걸어 들어와 옆에 있는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자기 상상에 빠진 꾸부정은 대머리를 눈치채지 못한다. 꾸부정 여보. 우리가 결혼한 지 이십 년이 넘었구나. 단칸방으로 시작해서 전세를 거쳐서 우리 집을 갖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어. 비록 평수는 작지만 우리 집이라는 게 중요하지. 애들도 건강하게 잘 컸어. 얼마 안 있으면 큰애는 대학에, 작은애는 고등학교에 가겠지. 이 정도면 우린 잘 산 거야 그렇지? 당신,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아니? 뭐라고? 내가 제일 고생 많았다고? 십오 년을 변함없이 회사에 다녀주어서 고맙다고? 때론 가기 싫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했을 텐데 가족을 위해서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아이, 당신도 참 부끄럽게…… 뭐라고? 이제 나이도 먹고 간도 안 좋을 텐데 생각 같아서는 한 몇 년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이럴 수가, 당신이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다니! 정말 고마워 여보! 하하하하……말이 나와서 말인데 여보……사실……내가……오늘……회사에서. 대머리 (불쑥) 소용없을 겁니다. 꾸부정 (화들짝)네 넷? (돌아본다) 아니, 언제부터 거기? 대머리 죄송하군요.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닙니다만. 꾸부정 괘 괜찮습니다. 그런데 방금……소용없다고……. 대머리 (단호) 네, 소용없습니다. 불쌍하게 말하든 호탕하게 말하든 부드럽게 말하든 소용없습니다. 해고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는 순간 부인께서는 엄청난 쇼크를 받으실 겁니다. 부인이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휘청거리거나 털썩 주저앉거나 뒤로 넘어가게 될 겁니다. 부인이 건강하신가요? 꾸부정 아……아니요, 혈압이 조금. 대머리 혈압이라, 뒤로 넘어가겠군. 꾸부정 새……생각해보니 골다공증도.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겠군. 꾸부정 얼마 전부턴 심장이 답답하다고.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진 다음 호흡 곤란을 일으키겠군. 꾸부정 뭐……뭐라구요! 대머리 집이 몇 층이죠? 꾸부정 시……십오층인데? 대머리 완벽하군요. 해고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선생의 부인은 혈압이 높아져서 뒤로 넘어지고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러진 다음, 심장 이상으로 호흡 곤란을 일으킬 겁니다. 놀란 선생은 어떻게든 해보려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혈압과 뼈와 심장이 동시에 문제를 일으켰거든요. 우물쭈물하다가 선생님은 119에 전화를 하겠죠. 119 요원들은 잽싸게 아파트에 도착하지만 선생님의 집은 십오층입니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맨 꼭대기 층에 있군요. 요원들이 계단을 뛰어올라 옵니다. 일층 이층 삼층 사층 선생의 부인은 점점 호흡이 가빠집니다. 오층 육층 칠층 더더욱 가빠집니다. 팔층 구층 부인의 의식이 점점 없어집니다. 십층 십일층 선생이 말합니다. 여보, 조금만 참아. 십이층 십삼층 선생이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여보, 제발 조금만 더 참아. 그렇게 십사층을 지나고 십오층에 도착해 마침내 선생의 집으로 왔을 때 선생의 부인은 이미……. 꾸부정 (이야기에 몰입해 있다가)아……안 돼! 안 돼! 여보오! 꾸부정, 털썩 쓰러진다. 대머리 그렇다고 말을 안 할 수는 없겠죠. 해고는 해고니까요. 이왕이면 부인의 컨디션이 최상일 때, 119가 바로 올 수 있는, 뒤로 넘어가도 뼈가 부러지지 않을만한 장소에서 하시죠. 부드러운 모래라든가……이 놀이터가 딱이로군요. (다시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한참의 정적. 꾸부정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죠? 대머리 사실 저도 해고잡니다. 꾸부정 동업자…… 아니…… 동반자셨군요. 대머리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꾸부정 고참…… 이시네요. 혹시……선생님 부인께서도 뒤로? 대머리 아니요. 꾸부정 뼈가? 대머리 전혀. 꾸부정 호흡 곤란이라든가. 대머리 천만에요. 멀쩡합니다. 멀쩡함을 넘어 건강하죠. 김치찌개에다 밥을 두 그릇이나 비운 다음, 남은 찌개를 밥통에 넣고 비벼먹으니까요. 꾸부정 ……대단하군요. 대체……비결이……. 대머리 간단합니다. 해고됐단 얘기를 안했으니까요. 꾸부정 그, 그럼? 대머리 계속 다니는 줄 압니다. 꾸부정 아니 그게 일 년 넘게 가능한가요? 대머리 보통 사람은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하지만 선생님은? 대머리 전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영특, 기특,똑똑, 비범이란 말을 달고 다녔으니까요. 한마디로 머리가 좋았죠. 꾸부정 (대머리의 머리를 한참 쳐다본다) 대머리 지금, 대머리 주제에 머리가 좋아봤자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어쨌든, 저 정도의 두뇌라면 충분히 속이는 게 가능합니다. 분명한 원칙 규칙 법칙만 확립한다면 말이죠. (시계를 가리키며) 이 시계도 그런 원칙 중의 하납니다. 퇴근시간 여섯시, 전철 타고 내리면 여섯시 삼십분, 역 앞에서 버스 타고 동네까지 오면 여섯시 오십분, 동네에서 아파트까지 오는 데 여섯시 오십오분, 아파트에서 우리 집까지 오면 딱 일곱시, 그렇지만 시간을 너무 딱 맞춰 오면 이상하니까 적당하게 일곱시 삼분 정도……마침 지금이 일곱시 삼분이군요. 더 늦으면 어색합니다. 그럼 이만. 대머리, 일어나서 가려고 한다. 꾸부정 (벌떡 일어나며) 자……잠시만요. 대머리 ……. 꾸부정 저한테도 그……원칙 규칙 법칙을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대머리 (위아래로 훑어보며) 딱 보니 보통 사람이시군요.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앞을 막아서며) 부탁드립니다.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닙니다. 꾸부정 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대머리 미안합니다. 늦으면 의심합니다. (가려고 한다) 꾸부정 (바짓가랑이에 매달리며) 제발요, 제발. 이렇게 빕니다. 우리 집사람이 뒤로 넘어가고 뼈가 부러지고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 사람은 저 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이랑……결혼을 해준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그렇게 되는 건 절대 안 됩니다. 조금이라도, 일분일초라도 더 웃게 해주고 싶습니다. (무릎 꿇으며) 허락하실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겠습니다. 무릎 꿇은 꾸부정을 계속해서 지켜보는 대머리. 꾸부정, 점점 다리가 저려온다. 대머리 다리 저리죠? 꾸부정 ……조금. 대머리 이쯤 되면 좀 봐주지 저 대머리 진짜 독한 놈이다,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요? 대머리 다리 저리면,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아……아닙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대머리 괜찮습니다.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그럼……조금만 꼼지락을. 꾸부정, 슬며시 꼼지락거린다. 대머리 (시계를 들여다본다) 시간이 꽤 지났군요. 어중간한 시간입니다. 지금 들어가면 뭔가 부조리합니다. 이럴 때는 회식을 한 것처럼 아예 늦게 들어가는 게 좋은 방법이죠. (전화를 건다) 나야, 별일 없지? 부장님이 딱 한잔만 하자고 하시네. 당신도 알잖아 부장님이 회사일 힘들면 나한테 털어놓는 거. 일찍 갈 테니까 밥은 먼저 먹어. (전화 끊자마자 가방에서 반병 정도 남은 소주를 꺼내 한 모금 마신다) 회식이라고 했기 때문에 입에서 술 냄새가 나야 됩니다. (오징어 다리를 꺼내 우물우물 씹는다) 술 냄새만 나면 이상하니까요. 자, 그럼, 훈련을 시작해 볼까요? 꾸부정 (기쁨) 저……정말이십니까? 대머리 시간이 없으니까 3단계로 요약 학습을 하죠.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꾸부정 (차렷 자세로) 옛! 대머리 가장 중요한 1단계는, 변화입니다. 꾸부정 변화? 대머리 많은 해고자들이 그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만 대부분 들킵니다. 왜일까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떠한 행동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한숨을 쉰다든가, 소파에 푹 주저앉는다든가, 밥 먹다가 숟가락을 멈추고 한참을 멍하니 있는다든가, 밤이 깊도록 식탁에서 소주를 마신다든가, 아들한테 사립대 말고 국립대로 가는 건 어떠냐고 한다든가, 잠자리에서 등을 돌린 후 웅크리고 잔다든가, 자다가 자기도 모르게 흐느낀다든가. 이런 변화들이 해고를 들키는 가장 큰 이유죠. 꾸부정 (감탄) 그렇군요. 대머리 변화되지 않는 것. 일상적인 평범함을 유지하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꾸부정 (감탄의 연속) 으음……. 대머리 이론만 가지고는 감이 안 옵니다. 실전훈련을 해보죠. 이 놀이터가 집이고 제가 부인이라고 설정을 해봅시다. 선생은 회사 일을 마치고 막 퇴근한 상탭니다. 바깥에서 벨을 눌러보세요. (꾸부정이 멍하니 있자) 시간 없습니다. 빨리. 꾸부정 (얼떨결에) 예…… 옛! (바깥으로 달려 나가) 띵동! 대머리 (부인 흉내)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대머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풉……. 대머리 ……. 꾸부정 그게……집사람이 대머리라고 생각을 하니까 너무 웃겨서……. 대머리 ……. 꾸부정 죄……죄송합니다. 제대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아, 먹었어. 대머리 (손을 잡으며) 고생 많았지? 꾸부정 …… 흐흑. (흐느낀다) 대머리 뭡니까? 왜 울죠? 꾸부정 (흐느끼며) 집사람이 손을 잡아주니까 갑자기 미안하고, 고생만 시킨 것 같고, 젖은 손이 애처롭고……. 대머리 어허, 이러니까 들키는 겁니다. 마음을 강하게 먹으세요. 돌부처처럼! 꾸부정 네……넷! 돌부처! 다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과장되게) 밥? 먹었지! 아주 많이! 대머리 (손을 잡으며) 별일은 없었어? 꾸부정 (더더욱 과장되게) 별일은 무슨, 평소랑 또오오옥 같았어 하하하하! 대머리 잠깐, 왜 이렇게 들떠 있죠? 회사에서 좋은 일이 있었나요?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월급날입니까?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부인 생일인가요? 꾸부정 아니요……별일 없었는데 대머리 그런데 왜 그렇게 오버를 합니까? 별일 없었는데 그렇게 오버 하면서 별일 없었다고 하니까 마치 별일이 있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꾸부정 아……거기까지는 차마. 대머리 자, 눈을 감으세요. 상상을 해봅시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반복적인 회사의 하루, 위에서 눌리고 밑에서 치이고 정리해고의 소문이 뒤숭숭하게 들려오고, 선생은 그 틈바구니에서 간신히 하루를 버티고 퇴근을 합니다. 지하철이 붐빕니다. 버스가 막힙니다. 심신이 지쳐있습니다. 터덜터덜 걸어옵니다. 그 상황에서 초인종을 누릅니다. 띵동! (부인 목소리) 당신 왔어? 별일 없었지? 꾸부정 (상상하다가 정말 지친 듯, 무심하게) 뭐, 똑같지 뭐. 대머리 나이스! 그겁니다! 하니까 되잖아요? 꾸부정 아? 정말? 정말 되네? 환호하는 꾸부정. 대견한 듯 지켜보는 대머리. 대머리 (느닷없이)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재빨리)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능숙하게)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완전 능숙) 뭐, 똑같지 뭐.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대머리. 대머리를 부둥켜 안는 꾸부정.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2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초조한 듯 그네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상하게도 잠옷 차림. 그의 발밑에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들. 대머리가 체육복 가방을 들고 놀이터로 들어온다. 그네에 타고 있는 꾸부정을 의식 못한 채 양복바지와 윗도리를 벗는다. 아아, 그 속에 입고 있는 축구 유니폼. 대머리 (부인에게 전화하는 듯) 나야. 사내 축구대회가 이제 끝났어. 오늘은 두골밖에 못 넣었어. 부장님은 후보였지 뭐. 밥?……부장님이 같이 먹자고는 했는데…… 정 그렇다면 집에서 먹지 뭐.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모래밭에 뒹굴며 유니폼을 더럽히는 대머리. 만족한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꾸부정을 발견하고는 놀란다. 대머리 뭐……뭡니까? 꾸부정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대머리가 꾸부정을 잡아채어 그네 밑으로 숨는다.(숨어질 리가 없으니 웃기다) 대머리 오랜만? 헤어진 지 하루 만에 만났는데 오랜만이라구요? 꾸부정 오랜만은……아니네요. 대머리 이 놀이터는 제가 찜했으니까 다른 놀이터에서 시간을 때우라고 몇 번을 말했습니까? 꾸부정 그건……알지만. 대머리 대체, 40대의 못생긴 남자 둘이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다는 게 주민들이 봤을 때 얼마나 평범하지 않은 일인지 모르시는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방금, 솔직히 이 대머리보다는 내가 더 잘생겼는데 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쌓여있는 담배를 본다) 맙소사, 이 아까운 담배. 이 담배값이면 김밥이 두 줄이거늘…… 왜 이런 비행을 일삼는 겁니까? 혹시…… 걸린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세상에, 하루 만에 걸리다니……시키는 대로 안 했죠? 꾸부정 아…… 아닙니다. 배운 그대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변수가 있었어요. 대머리 변수라니요? 꾸부정 스승님께 배운 1단계를 계속 되뇌면서, 심호흡을 하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대머리 순간? 꾸부정 첫째 둘째가 쪼르륵 달려오더라구요. 그러고는 갑자기……. 대머리 갑자기? 꾸부정 아빠 생일을 축하한다면서 첫째 놈이 어깨를 주무르고 둘째 놈이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이러면서 .(갑자기 목이 멘다) 대머리 세상에……본인 생일인지도 몰랐나요? 꾸부정 저는 집사람이랑 애들이랑 부모님이랑 장인 장모랑 부장님 상무님 전무님 사장님 생일밖에 모릅니다. 대머리 ……. 꾸부정 자식들이 생일노래를 불러주는데 어떤 아빠가 목이 안 멥니까. (흐느낀다) 대머리 잠깐, 이상하군요. 선생 말대로 대한민국의 모든 아빠들은 자녀들이 생일을 챙겨줄 때 웁니다. 자녀들의 생일 축하에 감동한 아버지가 고개를 돌리고 조용히 운다. 이건 튀는 게 아닌데? 평범한 건데? 꾸부정 조용히 운 게 아니라……. (갑자기 바닥에 뒹굴며 통곡한다) 대머리 음 ……그렇게 울었군요. 꾸부정 (끄덕이며 계속 통곡) 대머리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나 할 법한 울음을 생일 축하를 받는 자리에서. 꾸부정 (더 크게 통곡) 대머리 가족들은 가장의 뜬금없는 대성통곡에 당황했을 테고. 꾸부정 (그야말로 대성통곡) 대머리 그래서……그 다음 행동은? 꾸부정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도망치듯 안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대머리 도망치듯 이라, 이런. 꾸부정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안방 문을 잠그고. 대머리 맙소사. 꾸부정 밖에서 두들겨도 열어주지 않다가 . 대머리 하느님. 꾸부정 눈을 떠보니 아침이더군요. 대머리 ……부인은? 꾸부정 ……거실에서. 대머리 ……. 꾸부정 눈을 뜨자마자 너무 당황스러워서……몰래 집을 나왔습니다. 대머리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더군다나……잠옷 차림. 꾸부정 공원에 계속 숨어 있다가 시간 맞춰서 나온 겁니다. 스승님…… 저 어쩌죠?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했거늘. 꾸부정, 흐느낀다. 대머리, 눈을 감은 채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천천히 축구 유니폼을 벗는다. 속옷 차림으로, 꾸부정에게 축구 유니폼을 건네는 대머리. 대머리 회사원인 남자가,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나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러나 체육대회를 했다면 알리바이가 생기죠. 입으세요. 꾸부정 ……하지만……스승님도……. 대머리 저는…… 심판 봤다고 하겠습니다. (가방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목에 걸며) 이건……다음 달에 쓸 거였는데……. 꾸부정 이 은혜……잊지 않겠습니다. 스승님. 대머리 들어가자마자 아버님 사진을 꺼내세요. 꺼내자마자 사진 부여잡고 우세요. 어제 선생은, 돌아가신 아버님 때문에 울었던 겁니다. 꾸부정 (경이로움) 과연……스승님은……. 대머리 이제, 뒹구세요! 꾸부정, 열심히 모래바닥에 몸을 뒹군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3 불이 켜지면 단발머리를 한 여성이 놀이터에 서 있다. 그녀는 양손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다. 단발 (냉랭하게) 여보, 솔직히 말 안 하면 나, 집 나갈 거야……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울먹이며) 당신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빨리 말해?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화통하게) 호호호호! 괜찮아 여보! 딱 보니까, 짤렸네? 호호호호!! 힘없이 주저앉는 단발머리.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천천히 일어나 차분하게 독백을 시작한다. 단발머리가 독백을 하는 동안 파마머리를 한 여성이 조용히 들어온다. 그러고는 옆 그네에 앉아 벼룩신문을 보기 시작한다. 단발 (이성적으로) 여보, 나 당신과 지금까지 함께 했고 앞으로도 함께할 거야. 당신도 알겠지만 우린 부부야. 부부가 뭔데? 비밀이 없는 게 부부야. 내가 열을 셀 동안 당신이 끝까지 비밀을 말 안 해준다면 나……집 나갈 거야. 이게 당신의 마지막 기회야. (눈을 감고) 하나, 둘, 셋, 넷……. 파마 (불쑥) 대답 안 할 거예요. 단발 (화들짝) 네 넷? 파마 그쪽 아저씨한테 짤렸냐고 추궁해도 대답 안 할거라구요. 단발 ……. 파마 오히려 추궁하면 추궁할수록 그쪽 아저씨는 위험해질 거예요. 단발 위험해……진다구요? 파마 남편 성격이? 단발 조금……소심해요. 파마 소심하다라……열을 세자마자 바로 집을 뛰쳐나가겠네. 단발 약간 다혈질이기도. 파마 다혈질이라……바로 옥상으로 올라가서 뛰어내릴 수도 있겠네. 단발 조금 고전적인 면도. 파마 고전적이라……고전적으로 약국마다 돌면서 수면제를 살 수도 있겠네. 단발머리, 비틀거리다가 그네에 주저앉는다. 파마 너무 걱정하진 말아요. 뛰쳐나가면 잡으면 되고 옥상 문은 잠가놓으면 되고 약 먹어도 응급실이 있으니까. 그래도……상처는 남겠죠. 돈 없어도 살지만 자존심 없으면 못사는 게 남자니까. (일어나며)그럼 이만. 단발 저……저기……. 파마 ……. 단발 어떻게……그렇게……잘……. 파마 우리 아저씨도 짤렸거든요. 그것도 1년째. 단발 그쪽 아저씨가 혹시……뛰쳐나가셨나요?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옥상에서?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약을? 파마 전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건조하고, 재미없고, 대머리고. 단발 그게 어떻게 …… 가능하죠? 파마 모르는 척 했거든요, 해고당한 걸. 단발 모르는 척……그게……그렇게 쉽게……. 파마 평범한 주부들은 안 돼요. 어느 정도 비범해야만 가능하죠.(시계 본다)늦었네요. 잠시 후면 우리 아저씨가 이 놀이터로 올 거예요. 항상 여기 들렀다가 시간을 맞춰서 퇴근한 척하거든요. 파마머리, 벼룩시장을 챙겨서 집으로 걸어가는데. 단발 사모님! 파마 ……. 단발 저도……저도 비범하게 만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파마 일반 주부가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에요.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단발 (무릎 꿇으며) 부탁이에요, 사모님. 저희 남편이 때때로 소심하고 때때로 한심하고 때때로 답답하기는 하지만……좋은 사람이에요. 오로지 집이랑 애들이랑 저밖에 모르는……그 사람이 옥상으로 올라가거나 약을 사러 돌아다니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 그 사람이 계속해서 맘 편히 집으로 오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무릎 꿇으며) 부탁드려요! 한동안의 정적. 파마 제자로 받아주면……가끔 소금 설탕 간장 같은 거 빌려줄 수 있어요? 단발 그럼요! 파마 맛있는 반찬 하면 나눠줄 수도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그쪽 애들 통닭이나 피자 시켜주면 우리 애들도 불러 먹일 수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좋은 마음가짐이에요. 제자님이 그렇게 해주면 나도 제자님한테 그렇게 해주겠어요. 서로 서로 나눔으로써 감소된 경제력을 최대한 이겨내는 거예요. 단발 방금, 제자라고? 파마 그래요. 제자로 받아주겠어요. 단발 (큰절) 스승님! 파마 (대머리에게 전화하는 것일까) 여보, 퇴근하는 중이지? 미안한데 올 때 계란 좀 사다줘요. 동네 슈퍼 말고 꼭 유기농 파는 데로 가서, 그래 큰길가에 있는, 고마워요. (전화 끊는다) 우리 아저씨가 놀이터로 오는 시간을 지연시킨 거예요. 수업을 해야 하니까 단발 그런 깊은 뜻이! 그럼 저도 전화할까요? 파마 비싼 거 말고, 계란이나 당근처럼, 싸면서도 깐깐하게 골라야 하는 걸로, 그래야 남편에게 부담이 안 가면서 시간도 벌어지니까. 단발, 꾸부정에게 열심히 전화한다. 파마, 대견하게 지켜본다. 통화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가는 두 사람. 파마 상태 체크부터 해보죠. 그쪽 아저씨가 해고당했을 거라는 판단을 하게 된 이유는? 단발 그게……집에 왔을 때만 해도 평소랑 똑같았어요. 별일 없었냐고 물어보니까. 파마 “뭐, 똑같지 뭐.” 라고 했죠? 단발 (놀란다) 그걸 어떻게? 파마 그게 1단계니까요. 단발 그런데 그날이……남편 생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애들이 노래를 불러줬어요. 그런데. 파마 그쪽 아저씨가 한참을 가만있다가 대성통곡을 한 거죠? 단발 맞아요! 파마 그러다 울먹이면서 안방으로 뛰쳐들어갔을 테고. 단발 맞아요! 파마 문을 잠가놓고 밤새 안 열어주다가 다음 날 아침에 잠옷 바람으로 나갔는데 들어올 때는 축구 유니폼을 입고 들어오더니 아버님 사진을 꺼내놓고 울지는 않던가요? 단발 맞아요! 그것도 멀쩡히 살아계신 아버님을……. (흐느낀다) 파마 분석을 해보니, 짤린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나오는 증상이네요. 지금이 가장 위험할 때에요. 걸릴까 말까 말할까 말까 집에 들어올까 말까를 가장 고민할 때죠. 단발 그……그러면……어떻게? 파마 제자님이 실력을 발휘할 때인 거예요 일명 ‘모른 척’의 실력을. 단발 모른 척의 실력? 파마 생각해봐요. 남편들이 “아, 걸릴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을 언제 하게 될까요? 단발 글쎄……. 파마 바로 ‘눈빛’이에요. 단발 눈빛? 파마 가장들이 고달프고 괴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힘이 뭘까요? 그건 바로 가족들의 눈빛이에요. 힘들게 일을 마치고 돌아 왔을 때,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가족들의 애정 어린 눈빛. 그럴 때 가장들은 힘을 얻는 거예요. 단발 아! 그렇다면, 앞으로 그 눈빛을 더 열심히 보내주면 되겠네요? 파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요. 그건 그 사람들이 ‘일’을 할 때잖아요. 단발 ……. 파마 지금은 일을 못 하고 있는 상태죠. 일을 못 구해서 미안하고 돈을 못 버니까 미안하고, 그런 가슴 아픈 상태에서 집에 들어왔는데 가족들이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낸다고 생각해봐요. 어떻겠어요? 단발 (서서히 깨달음을 얻는다) 아아……. 파마 애들이 노래를 불렀을 때 그쪽 아저씨가 왜 대성통곡을 했는지 알겠죠? 단발 (깨달음) 이제야 알겠습니다. 스승님. 파마 그렇기 때문에 그 1단계가 바로 ‘눈빛 돌리기’ 인 거예요. 단발 눈빛 돌리기! 파마 시간이 없으니 바로 실전으로 들어가 봐요. 남편이 퇴근한 척하고 집에 들어왔어요. 대꾸를 해 보세요. “여보, 나 왔어.” 단발 (눈빛을 의도적으로 피하며) 으……응……별일 없었어? 파마 그렇게 어색하게 눈빛을 돌리면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느낌이 바로 오잖아요. 단발 그렇네요. 파마 다시 한 번 해봐요. “여보, 나 왔어.” 단발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며) 응, 별일 없었지? 파마 그렇게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면서 얘기하면 냉랭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단발 아아…… 어렵네요. 파마 눈빛을 피하되, 의도적이지도 냉랭하지도 않게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피해야 되는 거예요. 상상을 해봐요. 남편이 집에 왔을 때 눈빛을 돌리고 있을만한 자연스러운 무엇. 단발 자연스러운 무엇이라……. 파마 시범을 보여주죠. 역할을 바꿔 봐요. 단발 (남편 흉내) 여보, 나 왔어. 파마 (뒤돌아 요리하는 척) 왔어? 계란 사왔어? 단발 (계란 건네주는 척) 응, 여기. 파마 (계란 받자마자, 다른 곳으로 가며) 빨래가 다 됐나? 당신은 빨리 씻어. 단발 (씻으러 가는 척) 응, 그래. (씻으러 들어갔다 나온 듯) 다 씻었는데? 파마 (식탁을 가리키는 듯) 밥 차려놨어. 단발 당신은? 파마 당신 기다리다 배고파서 먹었어. 아이고, 내 정신? 드라마 녹화해 놨는데. (거실로 달려가는 시늉) 단발 (껄껄 웃는다) 허허 당신도 참! (편하게 밥을 먹는 시늉을 하다가) ……어머? 한 번도 안 마주쳤어요! 파마 그리고 자연스럽죠? 단발 남편 입장에서도 정말 자연스럽고 편하겠어요! 파마 이 1단계를 여러 가지로 조합해서 써먹으세요. 요리-빨래-드라마, 드라마-요리-빨래 같은 식으로. 여기서 중요한 건, 요리가 맨 마지막에 가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 밥을 같이 먹게 되고, 같이 먹게 되면 눈이 마주치게 되니까. 단발 (경이로움) 스승님……. 파마 통닭 시키면, 꼭 우리 애들 불러줘요. 단발이 파마를 껴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4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대머리를 기다리고 있다. 대머리가 생일 때 쓰는 고깔모자를 쓰고 천천히 걸어온다. 꾸부정 스승님! 대머리 (고깔모자가 부끄러운 듯) 오늘, 생일이거든요. 오늘 컨셉은 직원들이 해준 생일파티 컨셉입니다. 1년에 한번밖에 못 써먹는 게 아쉽긴 하지만…… (꾸부정의 상태를 보고) 좋아 보이는군요. 꾸부정 그럼요! 집사람이 완전히 속아 넘어갔습니다. 우연의 일치이긴 하지만 집에 갈 때마다 빨래를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드라마를 보고 있더라구요. 눈이 안 마주치니까 더더욱 마음이 편합니다. 하하하하! 대머리 참으로……대단한 우연의 일치로군요. 꾸부정 네? 대머리 아닙니다. 그런 우연이 겹칠 때가 있죠……저도 그랬으니까. 어쨌든 다행입니다. 꾸부정 (비닐봉지를 내밀며) 저어……이거……. 대머리 이건? 꾸부정 스승님 생신 선물입니다. 대머리 ……해고자들끼리는……경조사를 모른 척 하는 게 불문율인데……. 꾸부정 그건 알지만, 스승님의 생신이니까요. 자판기 커피를 서울역에서 영등포 쪽으로 옮기니까 50원이 절약되더라구요. 그걸 두 달 동안 모아서 산 겁니다. 대머리, 천천히 봉지를 열어본다. 그 안에는 소주 한 병이 들어있다. 꾸부정 한 달 치 회식 아이템입니다. 대머리 ……직원들도……챙겨준 적 없었는데……선물……. 꾸부정 ……약소합니다. 한동안 말없이, 소주병을 만지작거리는 대머리. 대머리 (분위기 전환) 흠흠, 두 달이 지났으니 2단계로 들어갈 차례로군요. 꾸부정 그 생각을 하니까 두근거려서 잠이 안 왔습니다. 대머리 배우고 익히면 때때로 즐겁지 아니하죠. (선물 받은 소주를 따서 권하며) 일단, 한 모금 하시죠. 꾸부정 하지만……이건 스승님의 대머리 오늘은 제 생일이니까 특별히 보름치만 마시죠 (오징어 다리 네 개를 꺼내며) 안주도 사치스럽게 1인당 무려 두 개씩. 소주병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맛있게 소주를 마시는 두 남자. 대머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뭐라 생각하십니까? 꾸부정 글쎄요, 명함? 대머리 (고개 흔든다) 꾸부정 그럼, 양복이나 작업복? 대머리 이렇게 물어보죠. 직장에 다니는 이유가 뭡니까? 자아실현 같은 뻔한 답 말고. 꾸부정 돈을 벌기 위해서죠. 돈을 벌어야 가족들 먹여 살리고 집도 사고. 대머리 그렇습니다. 돈, 바로 월급이죠. 직장을 다닌다는 가장 큰 증거는 바로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입니다. 꾸부정 (이마를 치며) 아아 그렇구나. 대머리 선생이 그 어떤 실수나 튀는 행동을 하더라도 월급을 꼬박꼬박 가져다주는 한 쉽게 의심받지 않습니다. 1단계보다 더 강력한 2단계는 바로 ‘월급’입니다. 꾸부정 월급이라……무슨 수로 월급을……. 대머리 퇴직금과 저축과 비자금을 포함하면 얼마나 됩니까? 꾸부정 한……삼천 정도…….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당겨쓰는 바람에……. 대머리 월급은? 꾸부정 이백이 조금…….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성과급제 인지라……. 대머리 봅시다, 재취업의 목표를 일 년으로 잡았을 때, 총자본 삼천에서 하루 용돈 만원 곱하기 365해서 빼면 2635만원. 중간 중간 부인과 아이들 생일 선물 챙겨주고, 가끔 부모님 외식도 시켜드리고, 아프면 병원 가야되고, 친구 만나면 술 한잔도 해야 되니까 100만원 빼면 2535만원. 이걸 열두 달로 나누면 211. 25만원. 딱 맞아떨어지는군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맞아 떨어지다니! 대머리 아직 감탄은 일러요. 변수를 따져봅시다. 올해 안에 큰돈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 뭐가 있죠? 꾸부정 음……올해 봄에 어머니 금니를 해드리기로.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임플란트 해드린다고 하세요. 꾸부정 음……올해 여름에 가족들하고 제주도를.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하와이 가자고 하세요. 꾸부정 처제가 연애를 하는데 가을쯤 결혼하고 싶다고. 대머리 어떻게든 둘이 깨지게 만드세요. 꾸부정 겨울에 큰애가 수능을 보는데 그럼 대학 등록금을. 대머리 어떻게든 재수하게 만드세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쉽게 해결되다니! 선생님은 천재예요! 대머리 지금 당장, 은행으로 가서, 입금 하세요. 꾸부정, 대머리를 부둥켜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5 불이 켜지면, 단발과 파마가 그네에 앉아있다. 단발은 통닭을, 파마는 장조림 통을 들고 있다. 그들의 발밑에는 반쯤 남은 소주병(남자들이 마신)이 남아있다. 단발 다 먹으면 살찐다고 애들한테 강제로 뺏어 온 통닭이에요. 파마 우리 애들 좋아하겠네. 이건 우리 엄마가 보내준 장조림이야. 단발 이 귀한 걸. 파마 미국산일 거야. 단발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죠. 두 여자, 웃는다. 단발 (소주병을 내려다보며) 회식을 보름치나 빠뜨려놓고 갔네요. 불쌍한 그이. 파마 남은 보름은 축구대회로 때우겠지. 모래판에 뒹굴고 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파. 단발 이번 달엔 월급을 두 번이나 입금했더라구요. 파마 우리 아저씨는 실수로 우리 딸한테 입금한 적도 있어.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월급날이니까 당당하게 들어오겠네. 오랜만에……하자고 할지도 몰라. 단발 어머, 스승님도. 파마 안 좋아도……좋은 척해 줘야지 뭐. 단발 난 그냥……좋은데. 파마 역시, 젊구나.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소주병 집으며) 이 회식 보름치는, 우리가 마시자구. 곗날이었다고 하지 뭐. 단발 곗날이라……짤린 지 1년 넘은 곗날. 파마 난 2년. 두 여자, 한참을 웃다가, 사이좋게 소주를 나눠 마신다. 파마 그 아저씨들…… 앞으로 1년 버티기도 간당간당할 거야. 퇴직금은 한계가 있지. 단발 우리 남편은…… 당겨썼을 텐데. 파마 중간에 큰돈 들어갈 일 있으면 알아서 짤라줘. 어머니 금니라든가 제주도로 떠나는 가족 여행이라든가 자식들 학자금이라든가 동생 결혼식 같은 것들 있잖아. 단발 어머?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파마 사는 게 비슷비슷하니까 돈 들어가는 것도 비슷비슷하겠지 뭐. 단발 정말이지……스승님은. 파마 대놓고 짜르면 의심하니까 자연스러워야 돼. 나 같은 경우는 뉴스를 많이 활용해. 요즘 뉴스에 경제 어렵다는 얘기 많이 나오잖아. 등록금에 목숨 끊고 효도 못 해 목숨 끊고 결혼 못 시켜줘서 목숨 끊고……그런 뉴스 나올 때마다 호들갑을 떠는 거야. “어머머머, 저걸 어떡해? 우리라고 안심하면 안 되겠네. 여보, 경제도 어려운데 당분간 허리띠 좀 졸라맵시다.” 그럼 남편이 그러겠지. “그래도……할 건 해야 되잖아?” 그럼 이러는 거지. “그거 안 한다고 당장 죽어? 다 내년에 합시다. 금니는 임플란트로, 제주도는 하와이로, 그리고 첫째 너는 조금만 더 공부하면 ‘인 서울’ 가능해. 그냥 재수해. 그리고 동생 결혼식은……으이그 나 그 남자 맘에 안 들어!” 두 여자, 배꼽을 잡다가, 다시 기분 좋게 마시는 소주. 파마 자기도…… 빨리 일을 구해야 돼. 단발 ……그래야죠. 파마 일을 구할 때도 튀지 말아야 돼. 집에만 있으니까 갑갑하다, 옆집 엄마들이 마트에 가서 일하니까 돈도 벌어 좋고 심심하지도 않아서 좋지 않느냐, 일도 엄청 편하다더라…… 물론 편하지는 않지……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단발 ……. 파마 그래도 마트를 구하면 다행이야. 술집을 돌면서 전병을 파는 아줌마들도 있어. 단발 ……. 파마 더 심하면……도우미로 나서는 거지. 단발 ……. 파마 남자들도 마찬가지야……일을 도저히 못 구하면 아빠방 같은 데로 가기도 하거든. 알지? 그, 남자 도우미 같은……. 단발 ……. 파마 대단한 거야……그렇게 해서 가족이 유지되니까. 단발 대단하네요……저로서는 엄두도 못 낼……. 파마 더 지나면……엄두가 날 거야……. 단발 ……. 파마 ‘뭐든’이라는 단어가 중요해. 뭐든. 단발 ……뭐든. 파마 2단계가 바로 그 ‘뭐든’ 이야. 단발 ……. 파마 (벼룩시장을 건넨다) 생일 축하해. 선물이야. 단발 ……고마워요. 파마 꼼꼼히 읽어 보면 일을 구할 수 있을 거야. (소주병을 들고) 마시자고……곗날인데 말없이, 소주를 마시는 여자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6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축구 유니폼 차림으로 모래판에 열심히 뒹굴고 있다. 잠시 후,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대머리. 그러나, 대머리가 아니다. 윤기 흐르는 리젠트 헤어스타일에 삐까번쩍한 양복, 광나는 구두. 그러나, 왠지 어색한. 어찌 보면 우스꽝스러운. 꾸부정 스승님! …… 머리가? 대머리 가발입니다. 꾸부정 결혼식이라도?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이제, 완벽하게 홀로서기를 하셨군요. 꾸부정 스승님 덕분이죠……덕분에 집사람이 뒤로 자빠지지 않을 수 있게 되었네요.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어머니 금니도 가족들 여행도 다 내년으로 미뤄졌어요. 처제는 결혼 상대가 갑자기 마음에 안 들고 아들놈은 갑자기 ‘인 서울’을 노리겠다더군요. 4년제도 힘든 놈이……. 대머리 그건 정말로……완벽한 행운이군요. 꾸부정 예……그야말로 완벽한……. 대머리 ……. 꾸부정 집사람이 일을 시작했어요. 집에만 있으니까 심심하다면서. 대머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겠군요. 꾸부정 전병을 팔고 있더라구요……술집을 돌아다니면서.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하다고 할 만할 일일까요……전병을 파는 게…….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해서겠죠……분명……. 좋은 건지, 씁쓸한 건지 모를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네를 타는 두 남자. 대머리 마지막 3단계를 배울 차례로군요. (양주를 꺼낸다) 양주 한잔 하시죠. 꾸부정 양주가……어디서?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졸업 선물입니다. 어떠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양주를 받아 마시는 꾸부정. 대머리 3단계는 ……시간입니다. 꾸부정 ……시간. 대머리, 그네에서 일어나 놀이터를 천천히 거닌다. 대머리 어릴 때 놀이터에서 소꿉놀이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꾸부정 ……. 대머리 의사도 됐다가 선생님도 됐다가 과학자, 대통령, 경찰관, 소방관, 백화점 사장, 옷가게 사장, 슈퍼마켓 사장……그렇게 소꿉놀이를 하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시간이 더 많으면 나는 더 많이 놀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생각했죠. 시간이 많다는 게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 걸……이제야 깨닫게 되는군요. 꾸부정 ……. 대머리 선생님이 해고된 순간부터 선생님에게는 엄청난 시간이 생겼습니다. 이제 선생님은 직장을 구할 때까지 평범함을 연기하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시간과 싸워야 합니다. 늦잠을 잘 수 없습니다. 출근 하는 척해야 되니까요. 밖에서 시간을 때워야 합니다. 퇴근 시간이 되어야 집에 갈 수 있으니까요. 밥도 혼자 먹어야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직장에서 먹으니까요. 비싼 걸 먹으면 안 됩니다. 돈이 없으니까요. 꾸부정 ……. 대머리 동네 주변에 있으면 안 됩니다.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극장도 있고 피씨방도 있고 커피숍도 있지만 갈 수 없습니다. 돈이 드니까요. 아침이 되면 꾸역꾸역 밖으로 나가서 저녁이 될 때까지 아는 사람 없는 곳에서 돈 안 드는 방법을 택해서 시간을 죽여야 됩니다. 시간이 많다고 책을 읽어서도 안 됩니다. 취직을 위해서 교차로 벼룩시장 가로수만 죽어라 읽고 읽고 또 읽어야 합니다. 매일매일 그런 시간과 싸워야 됩니다. 그게……마지막 3단계입니다. 꾸부정 ……. 대머리 (놀이터를 둘러 본 후) 어릴 때는 이 놀이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놀이터에서 대머리의 어른이 미끄럼틀을 타고 있으면 웃기잖아요……어른이니까……. 꾸부정 ……. 대머리 (시계를 본다) 이제 가야겠군요. 저도 오늘은 축구대회라고 한지라 ……. 대머리, 가발을 벗고, 비까번쩍한 양복을 벗으면, 그 안에 입혀져 있는 유니폼. 그 상태로 모래바닥에 사정없이 뒹굴고, 꾸부정도 말없이 뒹굴고. 꾸부정 (뒹굴면서) 스승님……우리…… 소꿉놀이 한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어릴 때처럼? 대머리 (역시 뒹굴면서) 우리 같은 중년의 가장에겐……조금은 괴로운 소꿉놀이군요. 그런데……어릴 때 소꿉놀이 할 때는 왜 한번도……회사원 역할을 안 했을까요. 꾸부정 ……. 대머리 시시해서였을까요? 꾸부정, 말없이 더욱 열심히 뒹굴고, 대머리도 그런 꾸부정을 보며 더더욱 열심히 뒹굴고……. 암전. 잠시 후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두 남자의 목소리. 목소리 나 왔어…… 별일은 무슨…… (심호흡을 한번 하고) 뭐, 똑같지 뭐. 작은 멜로디. -막-
  • 女아나운서를 ‘덥석’ 애정추태 관리 논란

    “주책이다” vs “관례일 뿐“ 지난 달 25일, 중국 산시성의 한 현 서기가 공식석상에서 중국 CCTV 미녀 아나운서에게 지나친 애정공세를 하다 도마에 올랐다. 이날 대규모 문화예술 축제의 사회자로 나선 아나운서는 CCTV에서 관록을 자랑하는 아나운서 관퉁(管彤). 관퉁은 이날 매끄러운 진행으로 축제 분위기를 한껏 높였다. 분위기가 한참 무르익을 무렵, 산시성 관료들이 인사차 무대에 올랐다. 이중 해당지역의 현 서기를 맡은 한 관리는 시민들에게 “관퉁 만한 미인은 없다.”고 치켜세운 뒤 그녀를 덥석 품에 안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관퉁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애써 웃으며 상황을 넘겼다. 하지만 이 현 서기는 포옹에 그치지 않고 마치 추궁하듯 “내가 남자답다고 생각하나?” 등의 질문을 던져 당혹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같은 관리의 행동이 언론에 알려지자 그는 “산시성 사람들에 대한 열정을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그의 한 측근은 “자신이 담당하는 현에서 행사를 진행해 준 아나운서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의 행동이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네티즌들은 “정말 역겨운 순간이다. 아나운서의 실력이 아닌 미모에 홀린 모습이 역력했다.”, ”여자만 밝히는 색귀의 이미지“라며 현 서기를 비난하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軍의문사 소멸시효 ‘엇갈린 판결’

    #사례 1. 최모(75·여)씨의 아들 임모씨는 1985년 보병 3사단 GP 경계병으로 근무하던 중 수류탄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군은 단순 자살로 결론지었지만, 24년 뒤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한 자살이었다고 규명했다. 최씨는 국가를 상대로 3억여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2심에서 소멸시효(5년)가 이미 지났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사례 2. 권모(89·여)씨의 아들은 1978년 육군 21사단에서 동계훈련을 받다 숨진 채 발견됐다. 군은 아들이 군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것으로 처리했다. 권씨는 아들이 자살이 아닌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군의문사위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가 권씨 주장을 인정, 국가로부터 2억원의 배상금을 받도록 판결했다. 소멸시효를 인정하지 않았다. 과거 아들을 군대에 보냈다가 잃은 부모들이 뒤늦게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있지만, 소멸시효 인정 여부를 놓고 재판부마다 다른 판결이 나와 ‘자식 잃은’ 부모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최씨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군이 아들 사인을 은폐하거나 왜곡했다고 보기 어렵고 유가족들의 권리행사를 곤란하게 했다고 할 수도 없다.”며 패소 판결을 내렸다. 반면 권씨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적극적으로 사인을 다시 규명했다. 군의문사위도 명확한 아들 사인을 가려내지 못했지만, 재판부는 ▲군 간부들이 책임 추궁을 우려해 사망경위를 사실과 달리 보고할 가능성이 있고 ▲아들 시신을 본 병사 대부분이 “동사한 모습”이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으로 결론 내렸다. 대법원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할 경우 국가의 소멸시효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례를 세웠지만 재판부의 판결은 달리 나오고 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3차소환 김승연회장 “잘 모르겠다”

    3차소환 김승연회장 “잘 모르겠다”

    15일 간격으로 검찰의 세 번째 소환조사를 받은 김승연(58) 한화그룹 회장은 30일 소환조사에 앞서 ‘세 번이나 소환된 것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짧게 말했다. 지난 1일과 15일의 1, 2차 소환 때 김 회장이 “제 팔자가 센 것 아닙니까.”, “이건 좀 심한 것 아니에요.”라고 거침없이 말했던 것과 비교하면 발언을 아낀 셈이다.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가 김 회장을 세 번째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하면서 김 회장에 대한 사법 처리가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김 회장을 또다시 부르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해 김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마지막임을 암시했다. 검찰은 김 회장에 대해 조만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회장에 대해 불구속 기소하는 것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김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 측은 그러나 검찰조사에서 부실 계열사에 지원한 3000억원에 대해 ‘경영행위’라고 주장하면서 배임 혐의를 강력 부인, 법정에서 무죄를 다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오전 11시 45분쯤 출석해 ‘지난 조사에서 소명이 부족했다고 보느냐.’고 묻는 기자들에게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편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과 관련, 검찰은 이호진(48) 회장의 최측근인 오용일(60) 태광산업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비자금 조성 경위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오 부회장의 소환에 따라 오너가의 소환이 임박했다. 검찰은 이 회장을 다음달 4일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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