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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두율 15년刑 구형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오세헌)는 9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재독철학자 송두율 교수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4부(부장 이대경)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논고를 통해 “피고인은 73년 노동당 입당 이후 30년간 북한의 지령에 따라 대남 공작활동을 벌여왔다.”면서 “국가보안법이 적용돼 기소된 최고위급 인사인 데다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아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최후진술에서 “국보법은 지상유일의 분단국가가 통일된 민족국가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는 반통일적 장애물”이라면서 “학문적 양심에 따른 학술활동을 시대착오적 법률로 재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검찰은 “피고인은 91년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임된 뒤 ‘경계인’이란 가면을 쓰고 주체사상을 남한사회에 전파하는 대남공작활동을 펼쳐왔다.”면서 저서·기고문 작성과 남북학술대회를 사례로 들었다.이어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명언을 들어 검찰은 “피고인은 남파공작원으로 남한 주요인사를 암살하진 않았지만,선전·선동 활동으로 우리 사회에 더 많은 해악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 변호인단은 이날 “황장엽 북한 전 노동당비서도 ‘외국인이 정치국 후보위원이 될 순 없다.’고 진술한 데다 국정원 자료에서도 북한은 ‘김철수’란 이름을 외부인사를 부를 때 흔히 사용했다.”며 정치국 후보위원이란 증거 또한 발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은주기자 ejung@ ■ 송두율교수 최후진술문 존경하는 재판장님 국내외의 지대한 관심 속에서 진행된 이번 재판에 많은 노고를 기울여주신 재판부에 우선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씀 드려 여러 재판 과정을 거쳐 지금에까지 이른 저의 심정은 여러 가지로 착잡합니다. 한편으로는 악몽 같기만 했던 지난 일이 일단 끝난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분단시대를 뒤로하고 이제 바야흐로 통일시대로 접어들었다고 기뻐하며 가슴 가득 희망에 부푼 많은 분들에게 이번 재판의 결과가 어떤 의미를 던질 것인지를 가늠해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가 보안법의 실체 외국 땅에서 40년 가까이 살아온 저로서는 지금까지 ‘국가보안법’ 하면 겨우 ‘반국가단체’, ‘고무-찬양’, ‘잠입-탈출’, ‘회합-통신’과 같은 단어정도를 연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넉 달 넘게 ‘국정원’ 조사로부터 시작해서 검찰의 심문조사를 거치며 지금까지 숨 가쁘게 이어져온 수 차례에 걸친 재판 과정을 통하여, 저는 ‘국가보안법’의 실체를 몸으로 터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국가보안법’을 저에게 적용하려는 검찰의 시도가 얼마나 심각한 모순을 안고 있는가 하는 것을 저의 변호인단 측에서 법적으로 충분히 지적했기 때문에 그것을 재차 여기서 반복할 필요를 느끼지는 않습니다. 그 대신 ‘국가보안법’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에 대해서는 짧은 언급이나마 절실한 듯이 보입니다. 여러 가지 가운데 우선 두 문제만 지적하고자 합니다. 베를린 시의 중심에 있는 쇠네베르거 우퍼(Schoeneberger Ufer) 거리에는 재독 ‘대한민국’ 대사관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부터 자동차로 겨우 10분 정도 떨어진 글린카 거리(Glinkastrasse)에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대사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외국인이 평양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 대사관을 방문하여, 입국사증의 신청 등 필요한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그런데 검찰의 ‘공소장’은 제가 이 대사관을 방문한 것이 “국가를 참칭한 반국가단체가 지배하는 지역”으로 들어가 ‘반국가단체’의 성원과 ‘회합-통신’한 죄를 범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지금 평양에 상주하는 독일대사관 직원들은 모두 ‘국가보안법’의 위반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서울에 있는 괴테 문화원(Goethe-Institut) 원장은 평양에 있는 괴테 문화원의 ‘독서실’을 함께 관장해야 하기 때문에, 자주 평양을 방문해야 합니다. 검찰의 논리를 따른다면 이러한 행위 역시 당연히 ‘잠입-탈출’ 죄를 범한 것이 됩니다. 그래서 제 사건을 보고 충격을 받은 독일인들은 한국이 드디어는 ‘국가보안법’을 독일에까지 수출하려 하느냐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합니다. 뿐만 아니라 16년 전에 제가 독일말로 쓴 책의 내용을 문제삼아 역시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 양 검찰이 논리를 세우는 것을 보고 모두 아연실색하고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매년 10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국제 도서박람회(Buchmesse)’가 열립니다. 이 행사기간 1871년 독일제국헌법을 제정 통과시킨 제국의회가 열렸던 파울교회(Paulskirche)에서는 인류문화의 지적보고인 책을 통해서 평화에 기여한 인사에게 유명한 평화상(Friedenspreis)도 수여됩니다. 내년 2005년에는 한국이 이 박람회 측에서 특별 선정한 ‘손님나라’(Gastland)가 되었습니다.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해서 ‘고금상정례문’이나 ‘직지심경’등을 인쇄해서 인류문화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문화 국에 대한 당연한 예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나라임에도 아직도 사상 관련 저술에 중세 때나 가능한 마녀 사냥 식의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반문화적인 현실을 이 세계는 어떻게 이해하겠습니까? 오늘의 세계는 문화를 존중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데도, 우리의 공안 검찰은 이러한 반문화적인 작태를 태연히 자행함으로써 한국의 국위를 너무나도 심각하게 실추시키고 있습니다. 검찰은 ‘실정법’이라는 이유를 들어 ‘국가보안법’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은 지상유일의 ‘분단국가’가 통일된 민족국가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반통일적 장애물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 법은 세계화의 기치아래 ‘세계 시민사회(Weltbuergergesellschaft)’를 지향하는 오늘의 국제적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습니다. 제가 가르치고 있는 대학이 있는 뮌스터 시에는 ‘30년전쟁(1618~48)’을 종결시킨 ‘베스트팔리아 평화조약(Westfaelischer Friedensvertrag)’이 체결된 회의실에 아직도 보존되어 있습니다. 근세 국제법적인 의미에서 최초의 평와 조약이라고 불리우는 이 평화조약의 정신은 칸트의 ‘영구평화론(Zum ewigen Frieden)’을 거쳐 나치 독일을 피해 미국에 망명, 법을 통한 평화를 설파해서 초국가적인 평화기구인 UN의 설립정신에 기여한 한스 켈젠(Hans Kelsen)의 법철학의 근간을 이루었습니다. 민족국가를 기초로 해서 국성 이러한 평화개념은 이제 민족 국가의 국경개념을 희미하게 만드는 ‘세계화’의 과정 속에서 국가대신에 ‘시민사회’에 근거한 보다 보편적이고 사해동포적인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탈현대적(postmodern)인 법 이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은 ‘남북기본합의서’가 이미 밝히고 있는 원칙, 즉 남북은 통일을 지향하고 있는 ‘특수한 관계’도 인정치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에 말한 ‘베스트팔리아 평화조약’이 전제하고 잇는 국민 , 국토, 그리고 주권이라는 기본요건마저 무시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17세기 중반의 법 이해수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법 아닌 법입니다. 나의 ‘통일철학’ 그러나 저는 이 기회에 -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심정으로 - 이러한 ‘국가보안법’이 이해하려고 시도하지도 않고 또 이해할 수도 없는 저의 통일 철학의 핵심을 간략히 밝히고자 합니다. 통일 문제를 말할 때, 언제나 저는 제일 먼저 ‘상생(相生)’의 원칙을 강조해 왔습니다. 불교적 용어로 이해되고 있는 ‘상생’은 ‘연기(緣起)’라는 개념을 전제합니다. 즉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는 이 가르침은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의 민족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이는 ‘남이냐, 북이냐’라는 양자택일의 논리가 아니라 ‘남과 북’이 공유하는 관계를 중시하는 논리로서, 저는 큰 대나무와 저 작은 대나무가 실은 땅속에서 뿌리를 통하여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비유를 들어 이 관계를 설명합니다. 1989년 봄, 비엔나에 있는 유명한 ‘문학의 집(Literaturhaus)’에서 행한 ‘탈현대의 고고학(Zur Archaelogie der Postmoderne)’이라는 강연에서 저는 대나무와 도토리나무의 비유를 들어 현대의 인식론적인 문제를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어미 대나무(母竹)로부터 뿌리가 옆으로 퍼지면서 일정한 거리에 죽순이 나오는데 이들이 서로 연결되어 번식하면서 무성한 대나무밭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러나 도토리나무는 도토리가 땅에 떨어져 떡잎이 나오고 어느 정도 성장하지만 어미 도토리나무의 무성한 잎의 그늘 때문에 이 어린 나무는 자라지 못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습니다. 대나무는 ‘관계철학’, 도토리나무는’주관철학’을 각각 상징합니다. 또 ‘관계철학’은 ‘상생’을, ‘주관철학’은 나만이 옳다는 ‘아만(我慢)’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상생’의 원칙에 입각할 때, 비로소 남과 북은 서로를 ‘자기 속의 타자(他者)’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게 됩니다. 남과 북이 똑같다면 이미 통일이 이룩된 상태일 것이고, 남과 북이 완전히 다르다면 통일이야기를 꺼낼 필요조차 없는 상황일 것이기 때문에,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은’ 남북은 긴장 속에서도 계속 줄기찬 여유를 지니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태도는 통일을 어떤 ‘사건’이 아니라, 끊임없이 전개되는 ‘과정’으로서 바라보는 훈련을 요구합니다. 왜냐하면 반세기 이상 서로 이질적으로 형성되어온 남북의 체험공간은 서로의 기대 지평을 달리 만들어 왔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라는 ‘과정’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서로가 ‘주인’과 ‘종’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는 그리하여 서로의 관점을 바꾸어 보는 ‘합리적인 대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폭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평화적 수단을 통해 갈등을 해결한다는 이러한 원칙을 우리의 현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분명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비록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체제의 수립이라는 ‘적극적’ 의미의 평화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전쟁이 없다는 의미에서는 ‘소극적’인 의미의 평화 정도만이라도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오늘의 한반도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상생’, ‘자기 속의 타자’, ‘과정’, ‘합리적인 대화’ 그리고 ‘평화’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제 스스로의 ‘통일철학’의 실현을 위해 ‘배제하고 동시에 통합하는 제3의 무엇’을 지향하고자 하는 ‘경계인’의 삶을 “기회주의적”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제 뇌리 속에는 초기 불교의 성전 ‘쌍윳따 니까야’의 함축적인 비유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즉, 흰 소와 검은 소가 서로 묶여 있는 것을 보고, 대개는 검은 소가 흰 소에, 또는 흰 소가 검은 소에 묶여있다고 보는데, 사실은 이 두 소를 서로 묶고 있는 것은 단지 ‘끈’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남과 북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비유는 남이 북에게, 또는 북이 남에게 묶여 있는 것으로 보기보다는, 이 남북의 ‘사이’를 생각해보라는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 남북을 가르는 휴전선이라는 ‘제3의 공간’이 전 한반도로 확장된다면, 위에서 지적했습니다만, 전쟁이 없다는 뜻에서의 소극적인 평화 정도는 가능하다는 발상으로 통하기 때문입니다. ‘경계인’의 의미 37년 만에 ‘경계인’으로서 제 조국 땅을 밟으면서, 저는 ‘조직 사회학’에서 종종 거론되는 다섯 마리 원숭이에 대한 우화를 생각했습니다. 원숭이 사육사가 매일 아침 나무 꼭대기에 신선한 바나나를 매달고, 그 근처에 전류를 통하게 했습니다. 첫 번째 원숭이가 바나나를 따먹으려고 나무에 오르다가 흐르는 강한 전기에 놀라 곧 포기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네 번째 원숭이도 흐르는 강한 전기에 놀라 연이어 포기했습니다. 이튿날 새롭게 우리 안에 들어온 다섯 번째 원숭이가 걸려있는 바나나를 보고 나무에 오르려고 하자 이미 혼난 경험이 있는 네 마리 원숭이가 다 나서서 그를 말렸습니다. 그러나 이 다섯 번째 원숭이는 이 만류를 뿌리쳤습니다. 사육사가 이미 전류를 끊었는데도 네 마리 원숭이는 그 사실을 몰랐던 것입니다. 이 우화는 지식의 역할이 사회에서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드러내고자 한 것입니다. 즉 ‘지식은 조직을 멍청하게 만든다(Intelligenzmacht Organisation dumm)’는 역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회를 항상 깨어있게 하는 지식은 기존의 선입견을 파괴하고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는 이른바 ‘달리 생각하는 사람들(Andersdenkender)’을 요구합니다. 국가보안법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국가정보원’과 ‘공안검찰’ 및 이른바 ‘거대 언론’,그리고 이에 덧붙여 기존의 선입견을 ‘지식’으로 포장하고 확대 재생산시켜온 이른바 ‘지식인들’이 바로 위에서 지적한 네 마리 원숭이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저는 동시에 이 사회를 항상 깨어있게 만드는 많은 ‘달리 생각하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다섯번째 원숭이는 ‘해방 이후 최대간첩’이니 ‘말 바꾸는 지식인’이라고 저를 매도하는 네 마리의 원숭이가 벌이는 그 시끄러운 굿판(Affentheater) 속에서도 달리 생각하고 행동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회를 건강하고 새롭게 만드는 지식체계의 구성은 사실 그리 간단치는 않습니다. 특히 사회의 위기를 미리 감지하고 이를 예방하는 문제는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복잡해질수록 더욱 어려운 과제로서 등장합니다. 또한 ‘위험사회’니 ‘보험사회’니 하는 말처럼, 위험이 항시적으로 도처에 도사리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우리들의 감각이 둔화하기 때문에 위험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생태철학자 그레고리 베이트슨(Gregory Bateson)은 재미있는 비유를 들어 설명합니다. 개구리를 미지근한 물에 넣어 점차적으로 조금씩 온도를 높여서 가열하면 이 개구리는 끊는 물 속에서 그만 죽습니다. 그러나 만약 끊는 물에 개구리를 집어넣으면 이 개구리는 펄쩍 뛰어 밖으로 도망치려고 시도합니다. 이 비유는 분단 시대를 오래 살아온 우리에게도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국가보안법’이 민주화 진전에 따라 유명무실하게 되었다고 믿었던 많은 사람들에게 저의 입국을 전후해서 생긴 소용돌이는 분명히 큰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민족분단을 확대 재생산해온 우리의 의식구조 속에서 제 문제가 충격적이라면, 저는 차라리 이 충격이 지속적이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놀라게 했던 모든 사건도 곧 잊혀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또 한번의 가능한 충격을 곧 있을 재판의 결과에서 기대해 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네 마리 원숭이가 벌였던 그 시끄러운 굿판이 결국 도깨비장난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몰고 올 또 한번의 충격을 기대해 봅니다. 그러한 충격은 우리의 정신적 위기상황을 적극적으로 깨닫게 하는 일종의 ‘정신 생태학(Oekologie des Geistes)’을 가능케 할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이러한 ‘정신생태학’은 자연환경을 문제시하는 ‘생태학’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저의 문제를 계기로 해서 분단된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서로 화해할 수 있는 그러한 아름다운 나라로 한 걸음 더 다가섰으면 하고 저는 바랍니다. 최후진술을 마치면서 저는 부모가 난 땅을 난생처음 밟았다가 기대가 실망으로 뒤바뀐 엄청난 충격을 경험했던 저의 자식들이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거는 기대도 같은 맥락이라고 믿습니다. 이 나라가 깨어있고 또 건강해서 바로 그 때문에 사랑할만하다는 확신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판결을 저의 가족들이 기다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민족과 세계를 함께 생각하면서 걸어온 지난 40년 가까운 학자생활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전기(轉機)를 맞아 또 한번 비상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는 그러한 재판의 결과를 기대합니다. 온 나라와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재판부의 미래지향적인 판결에 희망을 걸면서 저의 최후진술을 경청해주신 재판부에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 2004년 3월 9일 송두율 ˝
  • 송교수 우화 인용 최후진술

    “사육사가 매일 아침 나무 꼭대기에 신선한 바나나를 매달고,근처에 전류를 통하게 했다.첫번째 원숭이가 나무에 오르다가 강한 전기에 놀라 곧 포기했다.두번째,세번째 그리고 네번째 원숭이도 마찬가지였다.이튿날 새로운 원숭이가 우리 안에 들어왔다.다섯번째 원숭이가 나무에 오르려 하자 나머지가 그를 말렸다.그러나 그는 만류를 뿌리치고 바나나를 따 먹었다.네 마리 원숭이는 사육사가 이미 전류를 끊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송두율 교수는 9일 남한사회라는 ‘우리’속에 국가보안법이란 ‘바나나’에 얽매여 있는 국가정보원·공안검찰·거대 언론과 달리 ‘경계인’인 자신은 기존의 선입견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통일의 시대를 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그는 A4용지 6장 분량의 최후진술서에서 원숭이 이야기 이외에도 대나무와 도토리나무,흰 소와 검은 소,물에 빠진 개구리 등의 우화를 들며 자신의 철학을 담담하게 진술했다. 남북통일과 관련,송 교수는 ‘상생의 원칙’을 강조했다.‘그는 “대나무는 뿌리가 옆으로 퍼지면서 죽순이 나와 서로 연결,번식하지만,도토리 나무는 도토리가 땅에 떨어져 떡잎이 나와도 그늘 때문에 성장하지 못한다.”며 통일을 위해선 ‘나만이 옳다.’는 아만(我慢)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송 교수의 내재적접근법과 맞닿는 얘기다. 공판 4시간 동안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던 송 교수도 자녀들을 거론할 때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부모가 난 땅을 난생 처음 밟았다가 기대가 실망으로 뒤바뀐 충격을 경험한 자식들”이란 말로 자녀에 대한 심경을 드러냈다.이어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통해 (자식들에게)조국이 사랑할 만하다는 확신을 심어달라.”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
  • 권노갑 “나는 정말 억울하다”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검찰이 짜맞추기 수사로 나를 파렴치범으로 모는 것은 민주화 세대의 불행이며 모욕”이라며 끝까지 결백을 주장했다. 6일 서울지법 형사3단독 황한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대검 중수부는 현대 비자금 20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권 전 고문에게 알선수재 법정 최고형인 징역 5년을 구형했다.또 200억원 중 검찰이 압수한 50억원은 몰수하고,압수되지 않은 150억원은 추징해줄 것을 요구했다. 권씨는 1심 마지막 재판인 이날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결백을 주장했다.구형이 끝나자 권씨는 구치소에서 자필로 작성해온 최후변론서를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감정이 북받치는 듯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지만 200억원 수수 혐의에 대해선 “참으로 황당하고 생사람 잡는 허위사실”이라고 말했다. 권씨는 “61년 정계에 입문한 뒤 중앙정보부의 고문과 억울한 옥살이를 견디며 민주화를 위해 40년간 정진했다.”고 말문을 열었다.그는 자신이 걸어온 정치인생을 조목조목 언급한 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잠시 기쁨을 누렸지만 ‘진승현게이트’ ‘월드컵 휘장사업’ ‘현대비자금’ 등에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고통은 더해간다.”고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권씨는 이어 “정몽헌·이익치씨 등의 거짓말 때문에 인생 말년에 불명예를 떠안아 억울하다.”고 덧붙였다.김옥두·최재승·이훈평 의원 등 법정을 가득 채운 권씨 지인들은 두 눈을 감고 착잡한 심정으로 조용히 최후진술을 들었다. 변호인 역시 1시간 가량의 긴 진술을 통해 “검찰은 범죄사실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했다.”면서 “진술도 엇갈려 신빙성이 없다.”고 무죄나 공소기각을 주장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국민의 정부 최고 실세가 기업 업무 청탁의 대가로 200억원이라는 거액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정경유착의 전형”이라면서 “깨끗한 정치문화 달성을 위해 엄정한 처벌이 마땅하다.”고 논고했다. 정은주기자 ejung@
  • 박지원씨에 징역20년 구형 28억 추징·몰수 121억 함께/박씨 눈물의 최후진술

    대검 중수부(부장 安大熙)는 1일 현대비자금 15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지원 전 문화부 장관에게 징역 20년에 추징금 28억 6000여만원,몰수 121억 4000여만원을 구형했다.유기징역의 상한선은 25년형이다. 검찰은 이날 오후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金庠均)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이 정부 실세로서 카지노사업 허가 등 청탁 대가로 거액을 받은 것은 정경유착의 전형”이라면서 “깨끗한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저버린 처사이기에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논고했다. 박 피고인은 최후진술에서 수감번호를 적은 표지를 포함,9장 분량의 자필진술서를 30여분간 읽으며 정치역정을 되짚어 갔다.진술서엔 여러번 고쳐쓴 흔적이 남아 있었다.그는 “전남 진도,섬에서 태어나 초·중·고 및 대학교를 소위 일류학교로 다니지 못했다.”면서 “20년 동안 미국에서 생활하다 91년 정계에 입문,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해 12∼13년을 밤낮으로 일만 했다.”고 말했다.결혼 36년을 맞이한 아내와 대학생인 두 딸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박피고인은 끝내 눈물을 글썽였다.목메인 목소리로 “구속수감중 새삼스럽게 가족과 휴가 한 번 떠나지 못한 게 생각났다.”면서 “아내에게 옥중에서 매일 편지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박 피고인은 “변명할 점도 많지만 역사 속에 묻고 민족과 국가,통일을 위해 어떤 처벌이라도 감수하겠다.”고 담담히 밝혔다. 반면 현대비자금 150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주장하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특검에서 이익치(전 현대증권 회장)씨로부터 양도성예금증서(CD) 150억원을 받았다는 얘길 들었을 때 어안이 벙벙해 할 말을 잊었다.”고 말한 뒤 고 정몽헌 회장,해외도피중인 김영완씨,이 전 회장 등 진술의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박 피고인은 “2000년 초 정 회장과 만난 뒤 금품을 요구하거나,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또 자금관리책으로 알려진 김씨에 대해 박 피고인은 “죄를 짓고 해외에 체류하면서 변호인을 만나 자술서를 보내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검찰을 공격했다. 이 전 회장에 대해서는 검찰조사 때 여러 차례 진술을 번복,신뢰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박 피고인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송금을 주도하고,카지노사업 허가 등 청탁 명목으로 현대비자금 150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6월 구속기소됐다.선고공판은 오는 12일 오후 2시이다. 정은주기자 ejung@
  • “조폭처럼 지하서 거액 주고받고 시간지나도 정치는 야만이 지배”김근태대표 항소심 진술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법을 어기고,법을 집행하는 검찰을 ‘물 먹이는 것’은 야만을 넘어선 폭력입니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불법 선거자금’ 양심고백을 한 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열린우리당 김근태 원내 대표는 서울지법 형사항소7부 심리로 일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피고인은 최후진술에서 “시간이 흘러도 정치현실은 여전히 야만이 지배하고 있다.”면서 “국민들이 꿈조차 꿀 수 없는 엄청난 돈을 어두컴컴한 지하주차장에서 갱스터 영화에 출연하는 조폭처럼 현금으로 받고도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한나라당을 공격했다.이어 “불법정치자금 관련자들은 반성은커녕 ‘집단을 위해 일하다가 억울하게 희생당했다.’고 항변하고 있다.”면서 “국민이 앞장서 이같은 한국 정치의 속물주의와 야만성을 단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피고인은 또 “잘못된 정치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양심고백’ 사실을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재판부의 현명한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검찰은 재판부에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라고 요청했다. 김 피고인는 지난해 3월 “2000년 8월 최고위원 경선 당시 5억4000만원 가량을 사용했으며,이중 2억 4000여만원은 선관위에 공식 등록하지 못한 사실상 불법 선거자금”이라고 양심고백했다. 검찰은 김 피고인이 권노갑 전 고문에게서 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했고,1심에서 벌금 500만원에 추징금 2000만원이 선고됐다.항소심 선고공판은 다음달 5일 오전 10시. 정은주기자 ejung@
  • ‘安風’ 강삼재·김기섭씨 징역9년 구형 / 선거비 지원 1197억 추징도

    대검 중수부는 26일 안기부 예산을 신한국당 선거자금으로 불법지원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강삼재(姜三載) 한나라당 의원과 김기섭(金己燮) 전 안기부 운영차장에게 각각 징역 9년을 구형했다.또 두 피고인에게 연대 추징금 940억원을 구형하고,김 피고인에게는 257억원을 추가로 구형했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이대경)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국가의 중요한 기관인 안기부의 제도적 약점을 이용,1000억원이 넘는 국고손실을 초래한 범행이 크고 무겁다.”면서 “정보기관의 어두운 과거를 바로잡고 반민주사범을 척결하기 위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최후진술에서 “정권교체 후 전 집권당 사무총장이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기소되는 수난을 겪었다.”면서 “공소내용이 사실이라면 의원직을 사퇴하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겠지만 안기부 자금을 선거자금으로 받은 일이 없다.”고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도 “피고인에 대한 해명기회도 주지 않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기소한 것은 전형적표적수사”라면서 “권력의 시녀인 검찰과 집권여당이 손잡고 야당을 탄압한 행위는 용서받지 못할 작태”라고 비난했다. 강 의원과 김 전 차장은 95년 안기부 예산 가운데 옛 재정경제원 예비비와 안기부 일반회계,옛 남산청사 매각보상금 9억원 등 1197억원을 조성해 95년 6·27지방선거 자금으로 257억원을 신한국당의 전신인 민자당에 지원하고,96년에는 4·11총선 자금으로 940억원을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에 각각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은주기자 ejung@
  • “법조인 양심과 용기가 가장 중요”한국법률문화상 유현석 변호사

    “인권을 옹호하려 노력만 했지 결실은 없었어.느닷없이 상을 준다고 하니 참….” 25일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한국법률문화상을 받은 유현석(사진·76)변호사는 다소 쑥스러운듯 이같이 말문을 열었다. 그는 박종철·강경대 사망사건,강기훈씨 유서대필사건,권인숙양 성고문 재정신청 사건 등 수없이 많은 공안사건 변론을 맡았던 국내의 대표적인 인권변호사. 그는 “별로 인권 사건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면서 “과거 우리나라는 인권변호사가 좌절할 수밖에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80년 광주민주화운동 때 구속기소된 변호사,신부들을 변론하러 내려갔지.나 말고는 아무도 없더라고.서슬퍼런 군사독재시절에 군사법정에서 변론을 하는 게 정신나간 짓이지.그때도 졌어.내 맘대로 된 적이 없다니까.” 그래도 유 변호사는 지난 88년 조선대 총장이던 이돈명 변호사를 ‘성공적’으로 변론한 경험이 있다.당시 이돈명 총장은 학교운영비를 부당하게 사용해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시위중 다리를 크게 다친 학생에게 학교운영비에서 치료비를 제공했는데 검찰이 배임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장시간 변론 끝에 이 총장이 취임 전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항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해 무죄를 이끌어 냈다. 50여년간 법조인으로 살아온 그에게 법조인의 덕목을 물었다.그는 80년 광주민주화운동 때 군사법정에서 발표한 최후진술을 꺼냈다. “법조인에겐 우선 법률 지식과 통찰력이 필요하지.다음은 권력과 돈에 흔들리지 않을 양심이야.사법시험을 통과했고 대부분 타고난 천성이 맑으니 여기까진 문제없어.마지막 한가지가 제일 중요해.관행과 판례를 뒤집더라도 양심에 따라 판결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해.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나.” 최근 대법관 제청 파문과 관련,유 변호사는 대법관 한 사람이 바뀌었다고 사법개혁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단언했다.조금씩 고쳐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의 중요성에 대해선 열변을 토했다.“대법원이 판결을 잘못하면 고칠 수가 없어.똑같은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올 때까지 몇년이고 기다려야 하는 거야.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거지.” 정은주기자
  • 이석희·서상목씨 징역4년 구형/‘세풍사건’ 결심공판

    서울지검 특수1부는 28일 서울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황찬현) 심리로 열린 이른바 ‘세풍사건’ 결심공판에서 정치자금법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에게 징역 4년에 추징금 25억원,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동생 회성씨에게 징역 4년에 추징금 31억 5000만원,서상목 전 한나라당 의원에게는 징역 4년에 추징금 13억원을 구형했다.검찰은 “97년 외환위기 상황에서 국세청이란 막강한 권력을 이용,기업들에 16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모금한 죄가 무겁다.”고 밝혔다. 서 전 의원은 최후진술을 통해 “세풍사건은 DJ정권이 야당을 탄압하기 위해 검찰이 정치적으로 기획한 사건”이라면서 “검찰이 당시 DJ정권의 대선자금을 무혐의 처리하고 자민련으로 자리를 옮긴 차수명 전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을 기소하지 않은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회성씨는 “공무원을 동원해 선거자금을 모금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특히 피고인들은 이날 “검찰이 차씨를 이 사건의 공범으로 공소장에 적시하고도 사법처리하지 않은 것은 형평성에어긋난다.”며 검찰을 비난했다.선고공판은 다음달 18일 오전 11시. 정은주기자 ejung@
  • ‘정치자금 양심선언’ 김근태의원 징역6월 구형 / “야만의 세상, 선처 간청않겠다”

    지난해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양심선언을 한 김근태 민주당 의원에 대해 징역 6월이 구형됐다. 서울지검 공안1부(부장 金英漢)는 24일 서울지법 형사5단독 유승남(劉承男) 판사의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 의원에 대해 징역 6월에 추징금 2000만원을 구형했다. 김 의원은 최후진술을 통해 “우리 사회는 원칙과 상식을 가지고 살아가려고 하면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추해지도록 만드는 야만이 지배하고 있다.”면서 “이런 야만을 그냥 둔채로 저만 예외로 해달라는 ‘선처’를 간청할 생각은 없으며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해 당당하게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정치자금을 투명화해야 한다는 시대적 흐름에 나의 양심고백이 작지만 의미있는 계기가 됐다고 자부한다.”면서 “책임있는 정치인들이 먼저 자신의 정치자금에 대해 정직하게 밝히고 국민의 이해와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정치인이 이중성과 동행하는 한 개혁도,미래도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날 법정에는 민주당조순형·설훈·정범구·임종석 의원,개혁당 김원웅 의원 등 지지자 70여명이 참석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3월3일 “2000년 8·30일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 당시 5억4000여만원을 사용했으며 이 가운데 2억4000만원은 선관위에 신고못한 ‘불법 선거자금’이었다.”고 양심선언을 해 같은해 11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그러나 검찰은 지난달 일부 공소사실을 취소,권노갑 전 고문에게서 2000만원을 받은 부분만 공소사실에 넣었다.선고공판은 다음달 14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박지원씨, 조지훈詩로 소회 피력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18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고 소회를 피력했다.박 전 장관의 발언은 조지훈의 시 ‘낙화(落花)’의 첫째연으로 박 전 장관이 말하는 ‘꽃’의 의미가 여러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한때 ‘부통령’이라는 별칭을 들으며 국정을 장악했던 박 전 장관 본인을 가리키는 말일 수도,좌초위기에 처한 햇볕정책일 수도 있다.또 정치적 공세 속에 위기에 몰린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의미한다는 해석도,한때 만개했다 지는 꽃처럼 무상한 권력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박 전 장관은 실질심사 최후진술에서 “정상회담이 없었으면 지금도 한반도는 전쟁위협에 시달리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외국기업들의 투자 유치로 IMF위기를 극복한 것도,성공적인 월드컵도,부산 아시안게임의 북측 참석도 모두 정상회담의 결과”라고 말했다.이어 “북한은 적성국가이지만 동시에 형제국가로 통일해야 한다.”면서 “실질심사 신청은 구속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상회담 소회를 밝히고 150억원 수수 의혹을 풀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시 낙화는 ‘꽃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로 끝맺는다. 정은주기자 ejung@
  • 눈물보인 손길승 SK회장 / “주식맞교환 DJ정부정책 따른탓”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손길승 SK회장이 9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심경을 처음으로 밝히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주목을 끈 부분은 최태원 SK㈜ 회장의 지배권 강화를 위한 주식 스와핑이 ‘국민의 정부’ 정책을 따르다가 일어난 결과라는 것. 손 회장은 “이전 정부는 대주주 지분을 10% 이하로 낮추라고 요구하면서 위협받는 지배권을 보호하기 위한 계열사 순환출자를 허용해 줬다.”면서 “그러나 국민의 정부에서는 대주주 지분이 너무 낮다며 문제를 삼고,계열사 순환출자도 금지해 결국 주식 맞교환까지 하게 됐다.”고 주장,정책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이어 손 회장은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들 수 없었다.”면서 “선대의 무거운 짐을 떠안은 최 회장과 임직원들이 본연의 업무로 돌아와 건전하고 강한 기업을 만들 수 있도록 해달라.”며 이들의 선처를 간청했다.특히 “푸른 옷을 입은 최 회장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고 말할 때는 강단있기로 소문난 그도 어쩔 수 없는 듯 울먹였다. 손 회장은 전날 밤늦도록 직접 최후진술 내용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식회계혐의 최태원 SK㈜ 회장 징역 6년 구형 한편 서울지검 금융조사부(부장 李仁圭)는 이날 SK글로벌의 1조 50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SK㈜ 최 회장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또 손 회장에게는 징역 5년을,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에게는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박홍환 안동환기자 stinger@
  • ‘DJ 내란음모’ 재심 첫 공판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던 20명에 대한 재심 첫 공판이 21일 열렸다.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全峯進)의 심리로 열린 공판에는 고 문익환 목사의 부인 박용길씨,한완상 전 교육부총리,한승헌 전 감사원장,민주당 이해찬 의원,시인 고은씨 등 17명이 참석했다. 한 전 부총리는 최후진술에서 “당시 공소장을 보면 내란음모를 꾸민 날은모친이 돌아가신 날이었다.”면서 “상을 치르면서 내란음모를 꾸몄으니 상가에 찾아온 친구들도 모두 내란죄를 저지른 셈이 돼 친구들에게 미안했다.”고 말해 법정 안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재판부는 민주당 김상현 의원 등 불참자 3명에 대한 심리를 다음달 10일 재개,결심공판을 가질 예정이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인혁당재건위’ 죄없는 옥살이 7년 임구호씨/“뒤늦은 규명 땅속 선배에 죄송”

    “오로지 민주화와 통일을 외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선배들이 오늘 너무나 그립습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연루돼 ‘죄없이’7년10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던 임구호(林久鎬·54)씨는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임씨는 12일 28년만에 국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을 독재정권의 조작사건으로 인정하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들었다.그리고 길고 긴 터널을 지나온 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국가가 진실을 인정할 때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당시 숨진 민주화운동 선배들과 모진 고문과 수감생활을 견딘 동지들의 한이 이제야 풀리나 봅니다.” 1974년 4월30일 오후 3시쯤 대구에서 학원강사를 하던 임씨의 집에 중앙정보부 요원 3명이 들이닥쳤다.영문도 모른 채 중정 대구분실에서 끌려간 임씨는 간단한 기초조사를 받은 뒤 다음날 서울 남산의 중정 분실로 이송됐다. 중정 요원들은 임씨에게 강요한 범죄사실은 단 두가지였다.하재원이 작성한 북한의 대남방송 청취 노트를 보았느냐는것과 데모를 사주했느냐는 것이었다.경북지역의 민주화운동을 이끌던 하재원씨는 당시 서도원,여정남씨 등 8명과 함께 인혁당재건위 사건의 주범으로 몰려 75년 4월9일 사형당했다. 자백을 거부한 임씨에게는 표현할 수 없는 공포와 고통을 몰고오는 ‘전기의자’ 등의 고문이 뒤따랐다.결국 고문을 견디다 못해 요구하는 대로 자백했다.재판과정에 이를 다시 부인했지만 재판정에서 최후진술은 채택되지 않았다.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죄목조차 제대로 모른 채 수감생활을 하던 임씨는 공소장을 보고서야 ‘인혁당 재건위’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붙잡히기 직전에 나왔던 인혁당 사건 중간발표 때만 해도 내 이름이 빠져 있었고,당시만 해도 후배들에게 시위를 자제하라고 당부하는 입장이어서 내가 사건에 연루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경북대 재학 시절부터 인혁당에 연루된 희생자들과 민주화운동을 벌여온 임씨는 “당시에는 아무리 정당한 민주화운동이라도 지하운동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이어 “순수한 민주화운동선후배의 인간관계를 체제전복 조직으로 엮고,사법 살인까지 감행했던 우리의 어두운 과거를 생각하면 지금도 잠이 오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임씨는 82년 3월 당시 전두환 대통령 취임 1주년 기념 특사로 풀려나왔다.출소 직후 사형당한 선배 서도원씨의 딸 서전희(50)씨와 결혼,다시 민주화운동에 투신해 87년 6월 항쟁을 이끌었다. 해마다 사법 살인이 일어난 날이면 악몽에 시달린다는 임씨는 “이제 이 악몽에서 풀려난 것 같다.”면서 “그러나 아직 청산하지 못한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를 생각하면 웃을 수만은 없다.”며 씁쓰레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
  • 의문사委가 밝힌 인혁당 재건위 사건 조작 전모/ 유신 ‘공작살인’ 국가서 첫 인정

    의문사규명위원회의 인혁당 재건위 사건 발표 내용을 수사부터 재판까지 부문별로 간추린다. ◆조직결성의 증거 유·무-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1차 인혁당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조직결성과 관련한 증거가 없다.트랜지스터 라디오,공식 출판 서적,학생들 선언문,민주수호국민협의회 관련 자료 등이 있을 뿐 강령,규약,조직문서,감청 기록 등 지하당 결성과 관련된 물증이 없다.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이 가한 고문의 실상- 중정 수사관들과 중정에 파견된 경북도경 등의 경찰관들은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구타,몽둥이(야전침대봉 등)찜질,통닭구이고문,물고문,전기고문 등의 고문을 자행했다고 당시 서울구치소 교도관들은 증언했다. 서울시경 소속 경찰 전○○는 국방색의 야전용 전화기로 피의자를 전기고문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다.경북도경 경찰 이○○은 물고문하는 것을 보았다고 하며 지하 보일러실은 고문을 하는 장소라고 진술했다. ◆각본에 의한 수사- 수사 마무리 단계에서 중정에서 갑작스럽게 조사했다.당시에 중정간부가 1차 인혁당 관련 기록을 보고 있었으며 중정에서 짜놓은 각본에 맞춰 조사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수사팀장인 윤○○이 수사관들에게 “물건(조직사건)을 만들라.”고 지시한 일도 있다고 진술했다. ◆고문을 통한 피의자 자백 강요- 수사관 이○○,신○○는 중정의 지시가 사실관계 및 상식과 어긋나는 것이 많이 있었지만 윤○○이 지시하면 무조건 조서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다.피의자들이 처음에는 혐의사실을 부인하더라도 중정 수사팀이 고문을 한차례 하면 그 다음에는 별다른 저항 없이 시인조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검찰관 조사 때 중정 수사관이 참여- 피의자들을 고문 당시 수사관들,검찰서기,피의자들은 검찰관 조사 과정에 중정의 수사관들이 수시로 입회하였으며 “혐의를 부인하면 6국 지하보일러실로 끌려나가 고문을 당하였고 검사가 물으면 예라고 답할 것을 강요당했다.”고 진술하고 있다.서울시경 소속 경찰 나○○은 “대구팀이 중정에서 검찰관과 같이 조사를 한 것은 중정에 있었던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고,그 목적은 혐의사실을부인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고 진술했다. ◆공판조서 허위 작성- 재판을 지켜본 변호사들 교도관들,피고인의 가족들은 공판기록에 나타난 허위기재 사실은 크게 두 가지라고 입을 모은다.첫째는 부인한 혐의 사실을 정반대로 기록하는 것이고 둘째는 불법적인 고문 수사에 항의하는 발언을 기록에서 누락시키는 것이다. ◆위법한 재판과정- 변호인들이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결정적인 증언을 해줄 증언자를 재판부에 신청을 해도 재판부에서 받아준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더구나 피고인들이 고문당한 사실을 증언하면 재판부에서 막는 경우도 있었다.임구호 피고인의 경우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난 뒤 법정 밖으로 끌려나가 검찰관들로부터 집단구타를 당하기까지 했다.피고인 가족도 방청이 한 피고당 1인으로 제한됐으며 기자들도 방청이 제한되어 보도하지 못했다. ◆전격적인 사형집행- 인혁당 재건위 사건 사형수들의 형 집행은 1975년 4월8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다음 날 법무부장관의 지시에 의해서 새벽에 전격적으로 집행됐다.일반적으로 사형수들은 최소한 몇개월,길면 2∼3년 지난뒤 집행된다. ◆유언의 허위작성- 사형수들은 사형장에서 최후진술을 할 수 있고 사형집행명령부 비고란에 기록된다.그런데 사형집행명령부에는 도예종이 “조국이 하루 속히 적화통일 되기를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고 기록돼 있고 8명의 비고란 가장 아래에는 모두 종교의식을 거부한다고 기록돼 있다.그러나 당시에 사형 장면을 목격했던 교도관 김○○은 도예종이 “통일을 못 보고 죽는 것이 억울하다.”는 단 한마디만 했다고 진술했다. ■조사과정 이모저모/ 18개월간 400명 진술받아 조작 관여자 “시키는 대로” 의문사진상규명위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연루돼 지난 75년 옥중에서 병을 얻어 사망한 장석구씨 사건을 직권 조사하기로 지난해 3월 결정한 뒤 1년6개월에 걸쳐 수사와 재판에 관여했던 400여명의 진술을 들었다.이 가운데 120여명은 정식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규명위 관계자는 “대부분이 현직에서 퇴직한 상태였으며 치매로 조사가 어려운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참고인들은 고문과 사건 조작에 관여한 사실을 강력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규명위측이 유족과 관련자의 진술을 토대로 추궁을 하자 조금씩 사실을 털어 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규명위 조사관들은 당시 중앙정보부에 파견돼 수사에 나섰던 경북도경 소속 경찰관들은 대체로 고문과 강압수사 사실을 시인했다고 밝혔다.그러나 중정 직원과 간부들은 “상부에서 시키는 대로 했다.”거나 “중정은 경찰 수사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수사과정에서 파견 경찰관과 중정 직원간의 갈등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규명위 관계자는 “경찰관 중에는 ‘공은 중정이 가로채고 나중에 문제될 일은 경찰에 떠밀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한 사람도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심지어 중정 간부들이 헌병을 동원해 반발하는 경찰관을 감금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구속하겠다.”고 협박한 사실도 밝혀졌다. 당시 검찰 관계자들도 책임을 부인하기는 마찬가지였다.규명위 관계자는 “대부분의 검찰 수사관들이 ‘우리는 군인이었기 때문에 상부의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며 발뺌했다.”고 전했다. 일부는 “빨리 사건을 끝내주는 것이 피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사형 당할 수 있는 중대한 혐의사실도 너무 쉽게 시인해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당시 재판부 판사들은 현재 해외에 체류중이거나 소재 파악이 안 돼 규명위로서도 접촉이 쉽지 않았다. 규명위 관계자는 “어렵사리 연락이 닿아 진술을 요청해도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거나 ‘협조는 하겠으나 조서에는 남기지 말아달라.’며 답변을 회피했다.”고 밝혔다. 이세영기자 sylee@ ■재심 어떻게 - 최초 판결 법원 다시 재판 시작 재심은 법원에서 이미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에서 사실 오인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은 피고인을 구제하기 위한 제도이다.원심의 판결을 뒤집을 명백한 증거가 확보되거나 새로운 사유가 생겼을 때 구제받는 비상절차로 현행 형사소송법은 사법 판단의 안정을 위해 그 요건을 엄격히 한정하고 있다. 재심청구 신청서가 제출되면 재심 사유가 있는 심급의 법원이 심리에 착수,사건 관련 수사기록과 재판기록을 검토하게 된다. 1974년 “북한의 지령을 받아 국가 전복을 기도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가 이듬해 4월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판결을 선고받은 다음날 곧바로 사형이 집행된 제2차 인민혁명당 사건 관련자 8명의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최초 판결을 내린 법원에서부터 다시 재판을 진행해야 하다. 당시 관련자들이 1심인 보통군사법원을 거쳐 2심인 고등군사법원과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통해 형이 집행된 만큼 재심 판단은 군사법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안동환기자 sunstory@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인혁당 조종받는 민청학련 정부전복기도””/사형선고 20시간만에 핵심8명 전격 형집행 유신시절인 1974년 정부가 발표한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은 제2차 인혁당사건으로도 불린다. 도예종씨 등 23명이 인혁당 재건위를 결성한 뒤 북한의 지령을 받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을 배후 조종,정부 전복을 기도했다는 것이 정부의 발표 내용이었다.당시 구속기소된 23명 가운데 75년 4월 대법원에서 8명이 사형선고를 받았고 20시간 만에 가족들도 모르게 형이 집행됐다.나머지 15명도 무기징역에서 징역 15년까지 중형을 선고받았다.일부는 수사 도중 구속정지 등으로 풀려났으며,구속기소된 인사 가운데 현재 9명이 생존해 있다. 민청학련 사건은 73년 8월 김대중(金大中) 납치사건을 계기로 반유신 체제운동이 가속화되자 박정희(朴正熙) 정권이 민주인사와 학생들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이용됐다.당시 박 대통령은 “반체제운동을 조사한 결과,민청학련이라는 불법단체가 불순세력의 조종을 받고 있었다는 확증을 포착했다.”고 발표하면서 긴급조치 제4호를 발동,학생들의 수업거부와 집단행동을 일체 금지시켰고,위반자를 잡아들였다. 앞서 64년 8월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이 “북한이 사주한 대규모 지하조직에 의해 국가 전복기도가 있었다.”고 발표한 사건이 제1차 인혁당 사건이다.그러나 인권단체에 의해 고문사실이 알려지고 담당 검사들이 사퇴하는 등 홍역을 치르면서 13명이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세영기자
  • 장재국씨 ‘장존’명의 도박 시인

    서울지검 외사부(부장 朴永烈)는 22일 해외 원정도박을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 한국일보 회장 장재국(張在國·사진)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서울지법 박동영(朴東英) 판사의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장 피고인은‘장존 명의’로 돈을 빌려 도박을 한 사실을 순순히 시인했다. 장 피고인은 최후진술에서 “모든 면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켜 얼굴을 들 수가 없다.”면서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검찰은 또 장 피고인의 원정도박 사실을 감추기 위해 허위 진술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K호텔 카지노 전 사장임무박(59) 피고인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장 피고인은 지난 95년 8월부터 96년 3월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미라지 호텔 카지노에서 모두 10차례에 걸쳐 344만 5000달러를 빌려 도박을 하는 등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홍지민기자 icarus@
  • 정연씨 병적기록표 새 의혹/ 면제판정 11일 신검결과 12일 뒤바뀐 날짜

    이정연씨가 정밀신검 결과를 받기도 전에 병무청으로부터 최종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다는 의혹이 새로이 제기돼 정연씨 병역면제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뒤바뀐 신검판정 날짜와 최종 병역면제 처분 날짜- 정연씨의 병적기록표만으로 보자면 정연씨가 102보충대와 국군춘천병원에서 신검을 받은 날짜는 각각 91년 2월11일과 12일이다.그러나 병무청이 정연씨에 대해 최종 병역면제처분을 내린 날짜는 ‘91년 2월11일’로 돼 있다.정밀신검 결과가 나오기도전에 병무청에서 병역면제 처분을 받은 셈이다. 검찰은 이 때문에 병적기록표 위·변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정연씨 병적기록표 작성에 관련된 당시 병무청 직원 등을 상대로 집중 조사하고 있다.또 비슷한 시기에 병역면제 처분을 받은 사람들의 병적기록표도 입수해 대조해 보고 있다.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병무청의 판정은 행정절차에 불과해 담당 직원이 착오를 일으켰을 수도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녹음테이프 진위 논란- 김대업씨가 제출한 녹음테이프에는전 국군수도통합병원 부사관 김도술씨와의 대화가 담겨 있다. 김도술씨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대업씨에게 조사받은 적이 전혀없다.”면서 “테이프에 나오는 목소리와 군사법정에서 한 최후진술의 목소리와 비교하면 거짓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그러나 지난 98년 당시 병무비리 책임자였던 이명현 소령은 “김도술씨처럼 혐의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는 피의자는 김대업씨가 조사를 맡았다.”면서 “김대업씨는 기무사조사에 대비해 관련 피의자들의 진술을 녹음해 왔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검에 의뢰한 녹음테이프의 성문(聲紋) 분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김대업씨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검찰 수사는 탄력을 받겠지만 거짓으로 드러날 경우 정치적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책회의 관련 증인 또 있나- 민주당 천용택(千容宅) 의원은 이날 “지난 97년 병역비리 대책회의를 입증할 수 있는 추가 증인이 있다.”고 말했다.천의원은 “그 사람은 대책회의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대책회의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서 “(당시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인물의) 운전기사 등이 있을수 있다.”고 설명했다.민주당은 검찰 수사 상황을 봐가며 관련 증인을 추가로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단병호씨 징역5년 구형

    서울지검 공안2부(부장 黃敎安)는 25일 지난 2000년 5월불법집회 및 파업을 주도,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기소된 민주노총 위원장 단병호(段炳浩) 피고인에게 징역5년을 구형했다. 서울지법 형사21부(부장 朴龍奎)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단 피고인은 최후진술을 통해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노·정 관계가 틀어진 것일 뿐 불법파업을 주도한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선고공판은 3월18일. 이동미기자 eyes@
  • 大盜 조세형 日서 3년6월刑

    일본에서 절도를 벌이다 구속 기소된 대도(大盜) 조세형(趙世衡·63)씨가 일본에서 3년6월형을 선고받았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조씨는 이날 도쿄지법 공판에서 주거침입과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가 적용돼 이같은 형을선고받았다. 조씨는 최후진술에서 흉기를 소지하고 주택에 들어가 절도를 저지른 사실은 인정했으나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일본 경찰이 자신의 실수를 은폐하기 위해 조작한것”이라며 부인했다. 조씨는 지난해 11월24일 오후 3시30분쯤 일본 도쿄 시부야의 아파트 등 주택 3곳에 침입,손목시계 등 13만엔(130만원)어치의 금품을 훔쳐 달아나다 검거돼 일본 검찰에서징역 5년을 구형받았었다. 조현석기자 hyun68@
  • 조희준前회장 6년 구형

    서울지검 특수2부(부장 朴用錫)는 2일 조세포탈과 횡령혐의로 구속기소된 전 국민일보 회장 조희준(趙希埈) 피고인에게 징역 6년에 벌금 50억원 구형했다.국민일보사 법인에 대해서는 벌금 10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논고문을 통해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언론사가 거액을 횡령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밝혔다.조 전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오랫동안 미국에 살다가 귀국해 한국 실정을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회사를위해 열심히 일하다가 이런 일이 생겼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모범적으로 회사를 경영하겠다”고 말했다. 이동미기자 eyes@
  • [김삼웅 칼럼] 최익현과 ‘얼빠진’ 지식인들

    충남 청양에 모덕사(慕德寺)란 사당이 있다.해방후 환국한 백범이 임정요인을 이끌고 이곳을 찾아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환국고유제(還國告由祭)를 지낸 곳이다. 고유제란 임정주석이 휘하 요인들과 함께 ‘정부가 조국땅에 돌아왔음’을 아뢰는 의식을 말한다.6·25전쟁후 피란지에서 서울로 환도한 국회의장 신익희도 국회의원들과모덕사를 찾아 ‘환도고유제’를 지냈다. 모덕사가 어떤 곳이기에 나라를 되찾은 임정 주석과 서울을 수복한 국회의장이 고유제를 지냈을까.“대한민국 28년(1947년)4월23일 후생 김구는 삼가 맑고 깨끗한 술을 따르고 향을 지피어 제사를 올리며 아뢰오니,춘추의 대의시며일월같이 높은 충절이었습니다”로 시작된 백범의 ‘환국고유제문’을 더 들어보자. “외로운 소자(小子)는 어렸을 때 스승의 가르침에 선생의 말씀을 받잡고 내내 잊지 못하였습니다.나라잃고 안팎의 난리속을 헤매다가 지쳐 쓰러질 때마다 선생의 위대한훈업에 격려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선생이시어!이제야 저의 힘을 다하여 산넘고 물건너서 여기선생의봉롱(封瓏)가까이 왔사옵고 산같이 높으신 뜻을 받들고 조촐한 차림으로 모시옵니다” ‘고유제문’의 주인공은 면암(勉庵) 최익현이다. 흥선대원군을 실각시키고 극심한 탄압을 받으면서도 을사조약후 8도에 격문을 보내 의병을 일으킨 의병대장,일본군에 체포돼 쓰시마(대마도)에 끌려가서도 단식으로 저항했던 지사,순국 뒤에 돌아와 묻힌 곳에 세운 사당이 바로 모덕사이다. 국적(國賊)을 포살한 안중근의사가 최후진술에서 “실로만고에 얻기 어려운 고금 제일의 우리 선생이다”,매천 황현은 “재상과 유림이 모두 한몸에 맺혀지니 해동(海東)천년에 공의 말만 있으리다”,중국의 원세개는 “굴원(屈原)과 개자추(介子推)를 합한 절의(節義)”라고 격찬했던 분이 면암선생 아닌가. 한말과 왜정시대에 자진(自盡)하거나 창의(倡義)한 분이많거늘 유독 면암의 사당에서 고유제를 지낸 까닭은 을사조약 후 전국 의병장의 9할이 그의 문도 출신이란 이유다. 이는 곧 “면암이 의병장을 낳고 의병장은 독립군을 낳고독립군은 항일투사를 낳고…” 독립운동사의 요람인 셈이다. 국민의 기억에서 멀어진 모덕사의 사연을 꺼낸 것은 면암을 지식인의 사표처럼 받들어온 우리 근대 지성 풍토가 너무나 크게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과거 행적으로 보아 ‘사회원로’로 대접받기 어려운 사람들까지 포함된 지식인들이 급조단체를 만들고 “옛 역사의 ‘낡은장부’를 뒤적이면서 적과 동지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가르는”운운하는시국성명을 발표했다.매명주의 속성의 지식인들은 탈세언론의 비호에 나서고,평양 8·15통일축전에 참석했던 또다른 지식인들은 돌출행위로 남남갈등을 촉발시킨다.이래저래 지금‘얼빠진 지식인’의 공해가 심각하다. 족벌언론의 탈세를 꾸짖고 색깔론 따위의 시대착오를 질책하고 남북화해를 기피하는 북측의 태도를 비판하면서,사회정의와 민족화합을 주도하는 것이 ‘원로’나 지식인의도리이고 책무이다.친일도,헌정파괴도,탈세도,곡필도,용공음해도 묻어두자는 무책임한 반지성의 목소리야말로 “적과 동지의 이분법으로 세상을 가르는”‘칼춤’이 아닐까. 진실을 밝히고 양심세력을 옹호하고정의를 수호하는 것이 지식인의 본령일진대 칼 뺄 때와 붓 잡을 때를 분별하지 못하고,선악시비도 가리지 못하면서,먹구름 덮이면 단시론(單是論),햇볕들면 양비론,안개끼면 양시론을 펴는 허명의 군상들이 날뛴다.면암의 선비 정신을 아는가 모르는가. 위당 정인보는 왜정시대 다수 지식인들의 정신상태를 ‘얼빠진 상태’라 규정하면서 “얼을 남이 빼앗아가는 것이아니라 자기 자신이 스스로 잃는 것이라”지적했다. 그렇게 ‘얼빠진’지식인의 전통이 지금도 활개치는가. 김삼웅 주필 kim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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