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최첨단
    2026-03-10
    검색기록 지우기
  • 아스널
    2026-03-10
    검색기록 지우기
  • 역전승
    2026-03-10
    검색기록 지우기
  • 아이들
    2026-03-10
    검색기록 지우기
  • 요양
    2026-03-10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132
  • 옛것과 현대가 함께 숨 쉬네, 울산 너른 품에서

    옛것과 현대가 함께 숨 쉬네, 울산 너른 품에서

    울산 하면 각종 공업단지와 조선소 등의 산업 시설을 퍼뜩 떠올리기 마련이다. 물론 울산 쪽만 보면 그렇다. 한데 울산시의 70%를 차지하는 울주는 조금 다르다. 예부터 이어져 오던 독 짓는 방식을 여태 고수하는 옹기마을이 있고, 비구니 스님들의 오래된 도량에선 청아한 풍경 소리가 울려 나온다. 반구대 암각화 등 그보다 더 오래된 선인들의 흔적도 만날 수 있다. 말쑥한 현대와 푸석거리는 옛것이 함께 숨을 쉰다고 할까. ‘숨을 쉬는 그릇’ 옹기. 우리의 독특한 음식 저장 용기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이야 김치냉장고 등 현대 기술에 밀리는 기색이 역력하지만, 몇 가지 불편함만 해결된다면 사실 냉장고 대신 선택하고 싶은 것이 옹기다. 표면의 구멍을 통해 ‘숨을 쉬는’ 옹기 특유의 장점은 현대 기술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것이니 말이다. 옹기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얼추 보름 이상 시간이 걸린다. 좋은 재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물레와 흙을 다루는 옹기장이의 정교한 손기술이 필수적이다. 표면을 다듬는 것에만 ‘아씨부채질’과 ‘두번부채질’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후 전통 가마에서 1200도가 넘는 뜨거운 불에 9일 밤낮을 구운 뒤 4일 동안 식힌다. 요즘엔 고온의 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 굽는 과정이 예전보다 꽤 단축됐다. 바로 이 과정에서 옹기의 생명이라 할 공기구멍, 이른바 ‘기공’이 표면에 만들어진다. 깨끗한 공기는 들여보내고, 빗물 등의 침투는 막는다. 김치 등의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불순물이나 소금쩍(소금기가 허옇게 엉긴 것) 등은 숨구멍을 통해 옹기 밖으로 배출시킨다. 어디 최첨단 원단으로 만든 아웃도어 의류의 기능이 이만 할까. 우리 선조들은 이미 1000년 전에 이 같은 기술을 실생활에 적용시키고 있었던 셈이다. 외고산 옹기마을이 처음 형성된 건 50여년 전이다. 1950년대 후반 경북 영덕에서 옹기공장을 운영하던 고 허덕만 장인이 한국전쟁 이후 이 지역으로 옮겨 오면서 옹기마을의 역사가 시작됐다. 운도 따랐다. 이웃한 부산에 피란민이 몰려들면서 옹기 수요가 급증했다. 원료 확보가 쉽고 유통은 원활했으니 마을이 불길처럼 흥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이후 외고산 옹기마을은 한국 옹기시장의 50%를 책임지는 최대 공급처로 발돋움했다. 그런데 왜 하필 울주였을까. 허덕만 장인의 제자인 배영화 장인은 “따뜻한 기온과 옹기의 재료가 되는 흙, 땔감으로 쓸 나무가 풍족한 것” 등을 요인으로 꼽았다. 옹기는 기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흙반죽으로 모양을 만들 때 기온이 영상 3도 아래로 내려가면 형태가 깨진다. 서울 경기 등 겨울이 길고 혹독한 곳에선 겨우내 작업장을 멈출 수밖에 없다. 울주는 다르다. 겨울에도 영하권으로 내려가는 날이 많지 않다. 게다가 운송수단이 발달하면서 옹기 제작의 원료인 흙이나 땔감으로 쓸 나무에 대한 걱정도 사라졌다. 사실 오래전엔 ‘옹기마을’이란 것이 없었다. 땔나무와 흙이 소진되면 다른 곳을 찾아 이동해야 했다. 그게 옹기장이들의 숙명이었다. 이젠 달라졌다. ‘명성’을 좇아 흙과 땔감이 몰려드니 말이다. 요즘도 7명의 외고산 옹기장인들은 전통 방식으로 옹기를 만든다. 숙련된 이라도 오랜 시간 땀을 쏟아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그 과정을 옹기마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어른 키를 훌쩍 넘기는 옹기부터 작은 장식용 옹기까지, 그야말로 옹기의 모든 것과 마주할 수 있다. 그 덕에 마을 전체가 거대한 장독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을 뒤엔 옹기박물관이 들어섰다. 국내 최대 규모의 옹기 등 전국의 재래식 옹기와 세계 각국의 옹기를 만날 수 있다. 8일까지 마을 곳곳에서 ‘울산옹기축제’도 열린다. 옹기 제작 과정에 참여하거나 직접 옹기를 만드는 등 다양한 체험 위주로 진행된다. 울주까지 와서 간월재(900m)를 둘러보지 않을 수 없다. 간월재는 이른바 ‘영남알프스’의 하나다. 신불산(1159m)과 간월산(1068m)의 능선이 내려와 만난 자리다. 원래 억새 명소로 명자깨나 날리는 곳인데, 진달래 피는 봄 풍경도 제법 빼어나다. 특히 기온차가 큰 간절기엔 구름이 파도치듯 언양 읍내를 휘감아 도는 장관과 종종 마주할 수 있다. 간월재는 우리나라에도 빙하기가 있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마지막 빙하기였던 신생대 홍적세(12만 5000년 전) 동안 간월산과 신불산을 덮고 있던 빙하가 무게를 견디지 못해 거대한 돌들과 함께 산 아래로 이동했고, 그 과정에서 ‘V’자 형태의 급경사의 계곡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빙하와 함께 내려온 큰 바위들은 미아석(표이석), 이른바 ‘집 잃은 돌’을 남긴다. 신불산과 간월산에서 작천정에 이르는 동안 유난히 자갈더미와 미아석이 많은 건 이 때문이다. 간월재 아래로 내려오면 곧 석남사다. 비구니 도량으로 이름 높은 절집이다. 일주문에서 절집까지는 숲길이 펼쳐져 있다. 숲은 깊다. 굴참나무, 소나무 등 노거수들이 우거졌다. 거리는 700m 정도. 늙은 나무들 사이를 자박자박 걷다보면 산소 알갱이가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 든다. 대웅전 앞의 3층 석탑이 웅장하다. 임진왜란 때 무너진 대석탑 자리에 1973년 스리랑카에서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셔 오면서 개축한 것이다. 강선당 뒤로 난 작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부도가 나온다. 예서 가람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가지산을 짓쳐올라가는 신록과 절집 지붕의 진회색 기와들이 그럴싸하게 어우러진다. 이제 바다를 둘러볼 차례다. 방어진항 끝자락의 슬도(瑟島)를 찾아간다. 모래가 굳은 사암으로 형성된 작은 섬이다. 원래 무인도였으나 최근 도로가 놓이면서 뭍이 됐다. 슬도라는 이름의 유래가 재밌다. 섬 주변 바위마다 작은 구멍들이 나 있는데, 이 위로 파도가 칠 때면 촤르륵 촤르륵~ 거문고 뜯는 소리가 난다 해서 이름 지어졌다. 이를 슬도명파(瑟島鳴波)라 부른다. 슬도는 최근까지도 옛 풍경이 많이 남아 있던 곳이다. 거대 도시의 외곽 치고 뜻밖에 소박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투박한 돌을 쌓아 만든 예전 방파제며, 슬도 뒤편 성끝마을 언덕 위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이 그랬다. 마을 앞바다는 현대미포조선소의 거대한 선박들로 막혀 있지만, 되레 그 탓에 더 안온한 느낌을 받곤 했다. 도로가 놓인 뒤로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조형물이 들어서고, 낡은 집들은 깔끔한 건물로 빠르게 대체되는 중이다. 깔끔하고 번듯해졌지만, 그게 나은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낚시를 즐기는 이라면 낚싯대 한 대 챙겨 가시길. 방파제 뒤에 놓인 데크 위에서 바람 한 점 맞지 않고 편안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다. 글 사진 울산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지역번호 052) → 가는 길: 울주와 울산으로 나눠 돌아보는 게 효율적이다. 울주 쪽 간월재는 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 나들목으로 나와 울산 방면 24번 국도로 갈아탄 뒤 금곡교차로에서 우회전, 아불삼거리에서 우회전, 이어 배내사거리에서 좌회전해 파래소 유스호스텔 앞까지 가면 된다. 석남사와 반구대 암각화, 천전리 각석 등을 돌아보는 것으로 동선을 짠다. 석남사 264-8900. 외고산옹기마을은 부산울산고속도로 청량나들목으로 나와 14번 국도를 따라가면 된다. 간월재와 서생포왜성, 간절곶 등의 명소를 함께 돌아본다. 울산옹기박물관 229-7961. 슬도와 방어진, 대왕암공원, 장생포고래박물관 등은 울산 동쪽에 있다. → 맛집:간월재가 있는 언양은 불고기로 이름났다. 언양 읍내 외곽에 맛집들이 몰려 있다. 다만 유명한 만큼 지갑 털릴 각오는 해야 한다. 공중파 방송에 자주 이름을 올렸다는 한 식당의 경우 3인분 이상만 팔기도 한다. 울산 쪽도 비슷하다. 국내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지역이어선지 음식값이 녹록지 않다. 슬도의 한 식당의 경우 회와 각종 코스 요리를 포함해 1인 3만 5000원이다. 2인 이상만 판매하니 7만원이 기본인 셈이다. → 잘 곳: 석남사, 등억리 온천단지 등에 깔끔한 숙소가 많다. 가격도 ‘착한’ 편이다. 어린이가 포함된 가족 단위 여행객은 간월재 입구의 펜션을 찾는 게 좋겠다. 주중 5만~7만원 선이다.
  • 대한항공, ‘동양의 하와이’ 오키나와 주7회 취항

    대한항공, ‘동양의 하와이’ 오키나와 주7회 취항

     대한항공이 인천~오키나와 노선에 신규 취항한다. 대한항공은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이진호 한국지역본부장과 인천공항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인천~오키나와 노선 신규 취항 행사를 가졌다고 6일 밝혔다.  인천~오키나와 노선은 주 7회(매일 1편) 운항한다. 출발편(KE735)은 오후 3시 30분 인천을 출발해 오후 5시 55분 오키나와 공항에 도착한다. 돌아오는 비행기(KE736)는 오후 7시 5분 오키나와를 떠나 오후 9시 35분 인천에 도착한다. 비행시간은 약 2시간 20분이다. 주력 기종은 코스모 스위트 및 프레스티지 슬리퍼 등 최신 좌석과 최첨단 주문형 오디오비디오시스템(AVOD)이 장착된 248석 규모의 B777-200이다.  신규 취항 기념 이벤트도 진행한다. 오는 29일까지 온라인으로 항공권을 구입하고 퀴즈 이벤트에 참여하면 추첨을 통해 188명에게 경품을 제공한다.  오키나와는 일본 최남단에 위치해 ‘동양의 하와이’로 불리는 유명 관광지다. 겨울에도 평균 17도의 온화한 날씨를 유지해 해마다 약 7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기고] 스몸비와 중독화 현상/김경우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

    [기고] 스몸비와 중독화 현상/김경우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놓은 스마트폰 중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은 성인 10명 중 1.4명이다. 청소년들의 중독 정도가 가장 높게 측정됐다. 성인보다 약 2배 높게 나타났다. 특히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사고를 당한 경우는 2014년 1만 9450건에서 2015년 2만 1200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대학 교정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횡단보도를 건너던 여대생이 차량에 부딪혀 생명까지 잃었다. 또 다른 청년은 정면으로 차가 와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중상을 입었다. 지하철과 버스에서 주위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시비와 분쟁이 오간다. 뉴욕에서는 스마트폰에 집중한 채 길을 걷던 한 여성이 강으로 추락해 숨졌다는 기사도 있었다. 스마트폰은 매력적인 최첨단 전자기기다.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 가능하다. 현대인은 한시도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해한다. 스웨덴에는 아예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 표지판이 등장했고, 뉴욕에도 ‘앞을 보고 다니시오’라는 경고가 도로 바닥에 쓰여 있다. 미국 일부 도시에서는 길을 걸으며 스마트폰을 이용할 경우 벌금까지 부과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몰입해 주변을 살피지 않는 사람을 스마트폰과 좀비라는 단어를 합성해 ‘스몸비’라고 부른다.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 정도를 실험한 결과 길을 걸을 때 시야는 120도이나 스마트폰을 보면 20도 이하로 급격히 좁아진다. 평소 같으면 차량 접근을 금방 알아채지만 스마트폰에 집중했을 땐 위험한 상황이 연출된다. 청소년들은 충동적이고 호기심이 왕성한 신체적·정서적 발달 특성상 스마트폰 유혹에 빠지기 쉽다. 자제력 또한 약하기 때문에 헤어 나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을 방치한다면 정서적 발달에도 영향을 끼쳐 가족 간 대화를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나아가 대인관계, 우울증과 같은 사회 부적응의 폐해를 초래하기도 한다. 결국 시각적인 부분에만 치우치기 때문에 일방향 소통으로 사회성 및 정서 발달에 장애를 유발시켜 주의력 결핍과 같은 증상을 동반하게 만든다. 사람들에게 중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손을 덜덜 떨고 술이나 마약이 없으면 견디지 못하는 모습만을 생각한다. 이러한 모습은 중독의 마지막 단계의 병리적 증상이지 그것만이 중독은 아니다. 중독의 특성은 내가 나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고위험 사용자군은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장애를 보이면서 내성 및 금단현상이 나타나며 비도덕적 행위에 둔해진다. 카를 융은 중독이란 정당한 고통을 회피한 결과라고 말한다. 이럴 경우 가족은 지속적으로 정서적인 접촉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독은 삶의 진정한 기쁨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파괴적인 속성을 갖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스마트폰 중독 경향성이 강한 청소년일수록 자기 통제력이 낮아지고, 이런 경우 자살 생각까지 높아질 위험이 있다. 스마트폰의 중독적 사용으로 자기 통제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큰 청소년들을 위한 개별적 개입과 사회적·정서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 아베, 푸틴엔 경협 당근… 메르켈엔 경기 부양 거절당해

    아베, 푸틴엔 경협 당근… 메르켈엔 경기 부양 거절당해

    메르켈 “히로시마 방문? 안 간다” 캐머런에 브랙시트 반대 입장 표명 아베 신조(얼굴) 일본 총리가 이세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방위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를 향해 당근을 꺼내들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는 재정지출 확대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였다. 아베 총리는 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 독일, 영국 등 서유럽 5개국 방문을 마치고 6일(현지시간) 귀국 길에 러시아 소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협력 방안으로 ▲석유·가스 등 에너지 개발 ▲항만·공항 정비 등 인프라건설 ▲농지개발 등 극동지역 산업진흥 ▲교통정체 완화 및 상하수도 개선 등 도시정비 ▲최첨단 병원 건설 등이 포함돼 있다고 NHK가 5일 전했다. 아베 총리는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를 포함한 평화조약 협상 진전과 함께 이런 협력들을 구체화해 관계를 발전시키자고 제안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인 이번 정상회담은 오는 26, 27일 일본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을 앞두고 아베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을 비롯한 각료들의 주요 지역에 대한 전방위 외교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뒤 국제적 고립 속에서 힘겨워하는 러시아를 향해 당근을 흔들면서 양자 관계 및 국제 이슈에서 양보와 지원을 받아내려는 시도다. 아베 총리는 앞서 영국,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과 글로벌 경제정책을 조율했다. 아베 총리는 5일 영국 런던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회담한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한다면 일본 기업에 매력적이지 않은 투자처가 될 것”이라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독일 브란덴부르크에서 가진 메르켈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글로벌 경기후퇴에 대한 대응으로 선진국들의 재정 투입 확대 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양 정상은 G7 정상회담에서 이를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아베 총리는 회담에서 선진국들이 재정 지출을 확대해 글로벌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메르켈 총리는 “나는 재정투입의 선두주자가 아니다”며 신중론을 견지했다. 메르켈 총리가 G7의 재정투입 확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함에 따라 G7 정상회담에서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한 글로벌 경기 부양’이라는 아베 총리의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메르켈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이세시마 G7 정상회담 참석을 계기로 일본의 피폭지인 히로시마를 방문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내 일정은 이세시마”라며 “그곳 외에는 방문할 예정이 없다”고 말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지구상 딱 3마리, 북부흰코뿔소 지켜라

    지구상 딱 3마리, 북부흰코뿔소 지켜라

    지구상에 단 3마리밖에 남지 않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으로부터 ‘멸종 위급’ 동물로 지정된 북부흰코뿔소를 살리기 위해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생물학자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미·일·독 등 15개 기관 공동 연구 독일 라이프니츠 동물원 야생동물연구소, 이탈리아 볼로냐대, 일본 규슈대, 미국 샌디에이고 국제동물원, 호주 멜버른대, 체코 드부르 크랄로베 동물원 등 6개국 15개 기관 연구자들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와 시험관 시술 기술을 활용해 북부흰코뿔소의 숫자를 늘리는 연구에 본격 착수했다. 이 사실은 동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주(Zoo) 바이올로지’ 3일자에 발표됐다. iPSc는 다 자란 세포에 유전자를 집어넣어 줄기세포의 성질을 갖도록 유도한 것으로, 배아줄기세포와는 달리 윤리적 논란이 없는 줄기세포 기술이다. 북부흰코뿔소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사하라사막 이남의 중부와 동부 아프리카에서 2000여 마리가 넘게 존재했다. 그렇지만 1㎏당 6만 5000달러(약 7510만원)에 이르는 높은 뿔 가격 때문에 밀렵꾼들의 표적이 돼 1980년대 초에 15마리로 줄었고, 현재는 아프리카 케냐의 올페제타 보호구역에 수컷 1마리를 포함해 3마리만 살아 있다. 그러나 수컷은 나이가 많아 정자 수가 모자라고 암컷 두 마리는 자궁에 문제가 있어 자연 번식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시험관 시술로 개체수 늘리기 나서 연구팀은 기존에 채취해 놓은 정자와 현재 살아 있는 암컷 두 마리에게서 난자를 채취해 배아를 만든 뒤 대리모인 남부코뿔소에게 착상시킬 계획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코뿔소처럼 몸집이 큰 동물들의 시험관 시술에 성공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라이프니츠 동물원 토마스 힐데브란트 박사는 “역분화줄기세포 기술을 이용해 동물의 종 복원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연구성과 내려면 맞춤형 장비부터 갖춰야”

    “연구성과 내려면 맞춤형 장비부터 갖춰야”

    “과학자에게 연구 장비는 군인들로 치면 총이나 마찬가집니다. 군인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무기를 갖고 제대로 전쟁을 할 수 있겠습니까. 우수한 연구성과를 위해 우리 연구자들에게 맞는 맞춤형 연구장비가 제공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이광식(53) 원장은 3일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연구장비 국산화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기초지원연은 연구시설 및 장비, 분석기술 개발과 연구 지원을 목적으로 1988년 설립된 정부 출연연구기관이다. 이 원장은 연구원 초창기 멤버로 환경과학연구부장, 재난분석과학연구단장, 부원장을 거쳐 지난 2월 원장에 취임했다. 약 30년의 연구원 역사에 첫 내부 출신 원장이다. 이 때문에 연구원의 강점과 약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이 원장은 “국가연구시설장비를 총괄 관리하고 관련 기술 개발을 이끌어가야 하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런 부분이 취약했다”며 “누구나 개발할 수 있는 연구장비가 아닌 세계적 수준의 첨단 연구시설과 장비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연구원은 이달 말 충북 오창 본원에 생체물질의 3차원 분자구조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최첨단 전자현미경 ‘바이오-HVEM’을 설치하고 이를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7테슬라급 자기공명영상장치(MRI)도 개발이 끝나 뇌 지도 완성 등 뇌과학 분야 연구에 본격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원장은 “외국에서는 연구장비를 관리하는 테크니션들도 연구자들만큼 대우를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실험실에서 비커나 시험관을 닦는 기능인 정도로만 생각한다”며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연구장비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 육성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김포시 ‘2016 대한민국 ICT Innovation 대상’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표창

    김포시 ‘2016 대한민국 ICT Innovation 대상’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표창

    경기 김포시가 ‘2016 대한민국 ICT 이노베이션(Innovation) 대상’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김포시는 지난달 29일 지자체로서는 유일하게 이 상 시상식에서 장관상을 받았다고 2일 밝혔다. 미래부가 매년 주는 이 상은 국가 경제발전 및 창조경제 실현에 기여한 우수기업·기관 및 유공자를 선정해 수여한다. 시는 국민안전을 최우선으로 스마트안전도시 구현을 위해 ‘스마토피아 김포’ 건설을 추진해 왔다. 스마토피아센터는 범죄나 재난, 응급환자 등을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융합과 민관 협력으로 시민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시 관계자는 “시민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도시 건설은 전 세계 도시들의 공통된 목표”라며 “앞으로 ‘스마트안전도시 김포’ 모델이 세계에 확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황금연휴’ 아직도 갈 곳 못 정했다면…이색 축제 BEST 5

    ‘황금연휴’ 아직도 갈 곳 못 정했다면…이색 축제 BEST 5

    어린이날 다음 날인 5월 6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다. 직장인의 경우 사실상 5월 4일 퇴근 이후부터는 일요일인 8일까지 ‘황금연휴’가 주어진다. 갑자기 툭 떨어진 황금연휴, 아직 연휴 계획을 짜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국내 이색 축제’ 다섯 곳을 소개한다. 1. 가족과 함께 궁중에서 하룻밤을? <궁중문화축전> - 기간 : 2016.4.29 ~ 2016.5.8 - 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로 161 (세종로) - 장소 :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종묘 문화재청은 한국문화재재단과 함께 ‘오늘, 궁을 만나다’를 주제로 ‘제2회 궁중문화축전’을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종묘에서 개최한다.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의 개막제로 시작되는 이번 축전에서는 왕실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특히 궁궐의 일상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참여형 행사’가 마련된다. 경복궁의 부엌인 소주방에서는 전통음식을 만들고 맛보는 ‘수라간 시·식·공·감’(4.30∼5.8)이 운영되고, 가족과 함께 궁중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고궁문화체험’(4.30∼5.8)은 경복궁 함화당과 집경당에서 펼쳐진다. 또 흥례문 광장에서는 태국·일본·베트남 무용단의 ‘세계 왕실문화 교류공연’(4.30∼5.7)이 상연된다. 아시아 3개국의 왕실 무용단이 세계왕실문화 교류를 위해 각 왕조의 악무를 뽐내는 이번 공연은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만큼 꼭 감상해야 할 포인트다. 이번 궁중문화축전에는 즐거운 이벤트가 숨어 있다. 한복의 대중화, 세계화를 위해 한복을 입은 사람은 누구나 무료로 야간 특별 관람이 가능하도록 한 것. 야간 특별 관람 시간은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입장마감 오후 9시)로, 궁중문화축전 기간에는 휴일 없이 야간 관람을 진행한다. 2. 경마장에서 말도 타고 말 이름도 지어보아요! <어린이 승마축제> - 기간 : 2016.5.5 ~ 2016.5.5- 위치 : 경기도 과천시 경마공원대로 107 (주암동)- 장소 : 렛츠런파크 서울(지하철 4호선 경마공원역)  렛츠런파크 서울은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국내 최대 어린이 승마축제를 연다. 유소년 승마대회는 물론 말퍼레이드, 말운동회, 승마체험 등 다채로운 행사가 준비돼 있다.  메인 행사는 유소년 승마대회다. 초등학교 선수 40명은 트랙경기에 출전하며 중학생 20명은 코스프레 장애물 경기에 출전할 예정이다. 특히 코스프레 장애물 경기의 경우 지난 4월 15일 개막한 렛츠런파크 승마대회의 결승전으로, 만화나 영화 속 주인공들의 의상을 따라 입는 코스프레를 가미한 경기다.  지난해에 이어 말운동회도 다시 열린다. 말에 대한 지식을 겨루는 ‘말 상식퀴즈’, 행운을 의미하는 편자를 고리에 던져 거는 ‘편자 던지기’, 장난감 인형 말을 타고 반환점을 돌아오는 ‘스틱홀스게임’과 조그마한 마차에 일행을 태우고 직접 말이 되어 끌어보는 ‘포니마차 끌기’까지 말을 소재로 한 창의적인 놀이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색행사로 ‘말 이름 짓기’도 함께 펼쳐진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말도 출생 시 신고를 해야 하는데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들이 직접 마음에 드는 말의 이름을 지어주는 의미 있는 행사다. 렛츠런파크 서울 관람대 앞 행사장에서 개최되며 참가자들에게는 멋진 응원봉도 증정한다. 3. 아이와 아빠가 함께 하는 ‘드론 조종 체험’ <2016 플레이쇼 키즈&키덜트> - 기간 : 2016.5.5 ~ 2016.5.8 - 위치 :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한류월드로 408 (대화동) - 장소 : 일산 킨텍스 제 2전시장 9A홀  종합 전시회 ‘2016 플레이쇼 키즈&키덜트’는 취미, 과학, 교육, 놀이, 체험을 테마로 구성된 전시회다.  방과 후 교육을 주제로 한 ‘제1회 애프터스쿨쇼’와 취미·레저 교육용 드론 전시회인 ‘제2회 드론쇼(Drone Show)’, 아이들의 재능 개발을 위한 창의과학체험 전시회인 ‘제2회 사이언스쇼(Science Show)’, 취미모형 전시회인 ‘제2회 하비쇼(Hobby Show)’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드론쇼에서는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한 위치제어기술, 충돌회피 등 최첨단 기능을 갖춘 드론의 공연을 볼 수 있다. 대형 행사장에서 음향과 조명장치를 활용한 국내 첫 ‘드론댄싱쇼’도 관람할 수 있다. 이외에도 로봇자동차 조종 체험, 동물 먹이주기 체험, 드론 조종 체험, 드론 안전교육 등 다채로움 체험프로그램 등이 준비돼 있다. 종이모형 카페에서 직접 운영하는 ‘종이로 만드는 세상(Paper Craft 2016)’과 국내 철도모형 전문기업에서 출품하는 ‘디오라마 철도 모형전’ 등 특별 전시관도 선보인다. 4. 내 취향에 맞춰 코스를 선택하는 축제 <C-Festival 2016 > - 기간 : 2016.5.4 ~ 2016.5.8 - 위치 : 서울특별시 강남구 영동대로 513 (삼성동) - 장소 : 무역센터 전역 및 영동대로  ‘2016 씨-페스티벌’은 아시아 최대 ‘사진영상기자재전’부터 씨샵(C#), 아트토이, 문화놀이터, 수제맥주축제, 벌룬퍼레이드, 케이팝 콘서트 등으로 5일 내내 풍성한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전시컨벤션코드’부터 ‘나들이코드’, ‘일상탈출코드’, ‘설렘코드’, ‘힐링코드’ 등 코스를 선택해 축제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 페스티벌의 특징이다.  5일 어린이날에는 초대형 벌룬 퍼레이드인 ‘C-퍼레이드’가 오후 2시부터 약 3시간 동안 경기고부터 삼성역까지 코엑스 주변 영동대로 위에서 펼쳐진다. 약 30팀 1500여명이 참여하는 이번 행사는 대형 캐릭터 벌룬 퍼레이드 및 거리 공연, 화합의 피날레 공연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5. 어서와, 과자축제는 처음이지? <봉화 한국과자축제> - 기간 : 2016.5.5 ~ 2016.5.6- 위치 : 경상북도 봉화군 봉화읍 충재길 - 장소 : 봉화 내성천, 닭실마을, 후토스동산  제6회 한국과자축제가 경북 봉화군 봉화읍 내성천 체육공원과 후토스 동산에서 열린다. 가정의 달, 어린이 날에 맞춰 열리는 한국과자축제는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닭실마을 한과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닭실마을은 봉화군 봉화읍 유곡리에 자리잡은 전통마을로, 닭이 알을 품은 형상을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찹쌀과 조청으로 만든 한과는 명품 한과로 유명하며, 이날 닭실마을 부녀회원들이 나와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후토스 뮤지컬, 마술쇼, 칵테일쇼, 애완견쇼 등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과 4D체험관, 드론체험존, 인형탈 포토존 등이 운영된다. 또 각종 민속놀이를 체험하고 놀이기구를 타보는 즐거움도 있다.  추억의 7080학창시절 전시관에는 당시의 교실과 놀이도구, 군것질거리 등으로 꾸며 옛 추억을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 이지연 인턴기자 julie31080@seoul.co.kr 
  • 해상 조난자 탐색 오차 10m 이내로 축소

    실시간 탐지로 구조 확률 높여 해상에서 조난자를 탐색하는 위성의 정확도가 500배 높아진다.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는 선박 및 항공기에서 사고 때 자동으로 보내는 조난신호를 수신하는 저궤도 위성 조난 시스템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5년 만에 차세대 중궤도 시스템을 오는 8월 말 도입한다고 1일 밝혔다. 연말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현재 5㎞인 조난자 위치 오차가 10m 미만으로 좁혀진다. 탐지에 걸리는 시간도 현재 1시간에서 실시간 가능해진다. 조난신호는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마지막 희망인 만큼 새 시스템 도입으로 신속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 수색·구조 확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새 시스템은 중궤도인 약 2만㎞ 상공에서 위성 75기를 이용해 지구 전체를 커버하는 최첨단 방식이다. 위성 하나가 반경 5000㎞를 맡는다. 저궤도 시스템은 1000㎞ 상공에서 위성 7기를 이용해 신호를 탐지한다. 위성 하나가 맡는 영역은 3000㎞를 밑돈다. 안전처는 6월부터 40억원을 들여 충남 금산군 금성면 새말에 자리한 위성센터에 수신안테나 4개를 설치한다. 조난당한 선박이나 항공기에서 신호를 쏘면 위성에서 받아 정확한 위치를 금산센터로 알려 곧장 해경에 전달한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인류 최강의 군함, 닻을 올리다!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인류 최강의 군함, 닻을 올리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고, 전쟁의 역사는 무기 발전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는 전투에서 상대를 압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냈고, 이 새로운 무기에는 당대 최고의 첨단 기술들이 적용되어 왔으며, 이러한 기술들은 사회 전체로 파급되며 문명의 진보를 이끌었다. 특히 군함은 더더욱 그랬다. 대항해시대가 시작되고 해양력이 곧 국력이었던 시절, 각국은 경쟁적으로 더 크고, 더 빠르며 더 많은 대포를 싣는 군함들을 만들어냈다. 특히 20세기 이후 군함은 그 나라의 과학기술력과 경제력의 척도였고, 각국은 자신들의 첨단기술과 국력을 과시하기 위한 군함 건조에 열을 올렸다. 20세기 초 등장해 전 세계 해군을 충격에 빠뜨렸던 영국의 드레드노트(Dreadnought) 전함이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을 긴장하게 했던 세계 최대의 전함 야마토(大和), 냉전으로 인해 탄생한 신의 방패 이지스 구축함이 한때 전 세계의 바다를 호령했던 강자들이었다면, 이제 21세기의 바다를 지배할 강자는 바로 이 군함일 것이다. 줌왈트 : 파격적 혁신의 이름 지난 4월 20일(현지시간) 미국 메인주(State of Maine) 배스(Bath)에 소재한 배스 아이런 웍스(Bath Iron Works) 조선소에서 거대한 배가 바다로 나섰다. 구축함으로 불리지만 길이가 무려 183m, 폭 24m 크기에 배수량은 무려 14,000톤이나 된다. 한때 서방 세계 최대의 구축함이라 불렸던 우리나라의 세종대왕함보다 길이는 거의 20m, 폭은 3m, 배수량은 3,000톤 이상 크다. 하지만 이러한 거대한 덩치보다 주목을 끌었던 것은 바로 이 배의 생김새였다. 이 배는 텀블홈(Tumblehome)이라 해서 마치 19세기 후반에 등장했던 전함과 같은 함수(艦首) 즉, 뱃머리 모양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배 위의 구조물 역시 마치 잠수함처럼 사각형의 물체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레이더나 함포, 미사일 등 군함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 장비들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배의 전방 갑판에 쐐기형의 둥근 돌출물 2개만 튀어나와 있을 뿐, 매끈하게 생긴 이 배의 표면에는 배라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 안전난간 조차도 없다. 마치 바다가 아니라 우주를 향해 날아오를 것 같은 형상이다. 이 배의 정체는 미 해군의 차세대 구축함 줌왈트(USS Zumwalt)였다. 줌왈트라는 이름은 제19대 미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엘모 R. 줌왈트(Elmo R. Zumwalt) 제독에게서 따온 것이다. 그렇다면 미 해군은 왜 이 차세대 구축함에 줌왈트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미 해군의 현용 주력 구축함인 알레이버크(Arleigh Burke)급 이지스 구축함이 해상전과 대공전에 특화되어 개발된 군함인 것과 대조적으로 줌왈트급은 지상 공격 능력에 많은 비중을 두고 개발된 군함인데, 줌왈트 제독 역시 주요 실전 경험을 연안작전, 그러니까 넓은 대양보다는 해안·항만 경비나 하천 경계 작전에서 쌓은 해군(Brown water navy)으로 분류되는 사람이었다. 줌왈트 제독이 미 해군 역사상 최연소 참모총장으로 취임하여 재임 당시 주류 세력으로부터 적지 않은 반발을 이겨내며 가히 파격적이라 할 만큼의 개혁 조치들을 단행했던 것처럼 줌왈트급 구축함에도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와 혁신적인 최첨단 기술들이 대거 적용되었다는 점도 미 해군이 이 군함에 왜 줌왈트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짐작해볼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SF 영화 속 무적의 군함이 현실로 지금으로부터 약 30여 년 전, 기존의 기계식 레이더가 아닌 위상배열레이더(Phased Array Radar)를 장착한 새로운 형태의 군함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이 군함의 압도적인 성능에 감탄하며 그리스 신화 속 무적의 방패 이지스(Aegis)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하지만 줌왈트급이 등장함에 따라 이지스함은 이제 최강의 군함이라는 타이틀을 내주어야 할 판이다. 우선, 줌왈트급은 보이지 않는다. 이 배가 아주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해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하다면 보이겠지만, 레이더나 적외선 탐지기, 음파탐지기 등 해상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탐지장비들로는 줌왈트급을 볼 수 없다는 말이다. 스텔스 설계가 대대적으로 도입된 줌왈트급은 길이 183m, 폭 24m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지만, 먼 거리에서는 레이더에 거의 잡히지 않고, 가까운 거리에서도 소형 어선 정도의 크기로 탐지된다. 연돌(굴뚝)에도 적외선 피탐 방지 장치가 되어 있어 해상을 수색할 때 흔히 사용되는 적외선 센서로도 잘 탐지되지 않는다. 또한 줌왈트급은 통합전기추진방식, 그러니까 평상시 항해할 때 모터를 이용해 추진하기 때문에 그 소음 수준이 미 해군의 주력 원자력 잠수함인 LA급 정도에 불과해 수중에서 음파탐지기에 탐지될 가능성도 아주 낮다. 이처럼 적은 줌왈트급을 볼 수 없지만, 줌왈트급은 아주 먼 거리에서도 적을 발견해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강력한 공격 능력도 가지고 있다. 줌왈트급의 등장 이전까지 최강의 군함으로 평가받던 이지스함의 이지스 레이더는 공중으로부터의 모든 위협을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는 무적의 레이더로 알려졌으나, 사실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배의 상부구조물 측면에 설치되는 레이더가 지구곡면효과의 영향을 받아 해수면에서 일정 고도까지는 상당한 수준의 사각(死角)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이지스 레이더는 1,000km 밖의 표적도 탐지할 수 있다는 카탈로그 데이터와 달리 낮은 고도로 접근하는 물체는 30~40km 범위 내에 들어와야만 탐지가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은 이러한 약점을 파고들기 위해 수면 위를 아주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미사일, 일명 시-스키밍(Sea Skimming) 방식의 미사일들을 개발했고, 이러한 방식의 미사일들은 기존의 이지스함으로는 완벽하게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줌왈트급의 차세대 레이더는 이러한 사각지대를 없애버렸다. 이 레이더는 반경 320km 내의 모든 물체, 심지어 스텔스기나 해수면 위에 떠 있는 잠수함의 잠망경까지도 탐지가 가능한 엄청난 탐지 능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바다 위와 공중에서는 그 어떤 물체도 줌왈트급에 몰래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해상과 공중의 위협을 레이더가 감시한다면, 수중의 위협은 최첨단 소나(SONAR)가 감시한다. 줌왈트급에는 1기의 가격이 한국형 구축함보다 비싼 AN/SQS-90 AUWCS(Advanced Undersea Warfare Combat System, 선진수중전투시스템)가 탑재된다. 이 소나는 소음을 거의 발산하지 않는 저속 또는 정지 상태의 잠수함을 원거리에서도 탐지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미 해군의 최신형 잠수함조차도 줌왈트급의 수중 감시망을 피해 줌왈트급에 접근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 고성능 레이더와 소나의 탐지범위 안에 적이 들어왔다면 이제는 공격할 차례다. 줌왈트급은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냈던 모든 종류의 군함들 가운데 항공모함을 제외하고 가장 압도적인 공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80셀이 설치된 최신형 수직발사기(VLS : Vertical Launch System)에는 370km 밖의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SM-6 함대공 미사일을 비롯해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 함대공 미사일, 최대 1,600km 밖 지상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전술 토마호크 미사일 등의 미사일 80발 또는 50km 밖의 공중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ESSM 함대공 미사일 320발을 탑재할 수 있다. 하지만 줌왈트급에서 주목해야 할 무장은 미사일이 아니다. 줌왈트급에는 그동안 SF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최첨단 무기들이 탑재됐거나 탑재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우선 함포로는 차세대 함포 AGS(Advanced Gun System) 2문이 탑재된다. 우리해군을 비롯해 세계 각국 해군의 함포들이 20~24km 정도의 사정거리를 갖는데 반해 AGS는 GPS 유도포탄을 이용해 185km 밖의 표적을 포격할 수 있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해 줌왈트급이 동해나 서해에 떠 있으면 미사일을 사용하지 않고도 북한 내륙 그 어디든 15분 이내에 300발 이상의 포탄을 퍼부을 수 있다는 것이다. AGS는 현존하는 모든 함포를 압도하는 성능을 가지고 있지만, 미 해군은 오는 2020년대 초반까지 이 함포를 레일건(Rail gun)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미 해군이 줌왈트급에 탑재하려는 64MJ급 레일건은 최대 사정거리 410km, 포탄 속도 마하 7 이상에 5m 안팎의 명중오차를 가질 예정이다. 이는 보이지 않는 군함이 400km 밖에서 평양이나 베이징 도심 속 어느 블록의 몇 번째 건물을 족집게처럼, 그것도 연속해서 연타로 포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성국 입장에서는 두렵다 못해 소름이 끼칠만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이밖에도 줌왈트급은 적함이나 적 항공기의 레이더나 전자장비를 먹통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강력한 전자전 능력, 가까이 접근하는 항공기나 소형 함정을 태워버릴 수 있는 레이저 무기(Free Electron Laser Weapon System) 등 SF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첨단 무기들을 탑재하고 있거나, 가까운 시일 내에 탑재할 계획이다. 문자 그대로 상식을 뛰어넘는 무지막지한 성능을 가진 인류 최강의 군함이라 할 만하다. 최강 전함의 유일한 천적은 ‘돈’ 군함 자체의 성능만 놓고 보자면 줌왈트급은 어지간한 나라의 1~2개 함대 정도는 손쉽게 궤멸시킬 수 있을 만큼의 막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이 군함에는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력을 자랑하는 미국이 가진 가장 첨단의 기술들이 모두 녹아 있다. 그러나 그만큼 최첨단의, 최고급의 기술과 무기들이 집약되어 있다면 가격이 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미 의회에 보고된 줌왈트급 구축함의 1척 가격은 35억 달러, 현재 환율로 4조 원이 넘는다. 어지간한 항공모함 가격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이 돈이면 이지스 구축함 4척이나 한국형 구축함(KDX-II) 8~9척을 사서 어지간한 중소국가의 해군력을 건설할 수 있다. 공군에 투자한다면 KF-16 전투기 80대를 사서 2개 전투비행단을 새로 만들 수 있는 돈이며, 육군에 투자한다면 K-2 흑표전차 500대를 사서 3개 기계화사단을 무장시킬 수 있는 돈이다. 즉, 3척이 건조되는 줌왈트급 도입 사업에 들어가는 돈이면 어지간한 중소국가의 육해공군 전력을 몇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아무리 돈이 많고 군함의 성능이 ‘넘사벽’에 가깝더라도 이런 천문학적인 가격의 군함을 구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미 의회도 넌-맥커디(Nunn-McCurdy Amendment) 규정에 따라 줌왈트급 도입 사업의 폐기를 요구했지만, 미 해군은 필사적으로 이 사업을 지키려했고 결국 사업 규모를 1/10 수준으로 축소하는 조건으로 3척의 건조가 승인되었다. 그러나 이 3척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현재 2번함인 마이클 몬수어(Michael A. Moonsoor) 건조 사업이 완료 단계에 있고, 3번함 린든 B. 존슨(Lyndon B. Johnson)도 건조가 한창 이루어지고 있지만, 미 의회가 천문학적인 도입 비용을 문제 삼으며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으며, 미 국방부 역시 비용 절감 차원에서 3번함의 건조 취소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줌왈트급 구축함 3척이 모두 예정대로 전력화되어 태평양 지역에 배치된다면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미국의 군사력 우위는 한동안 계속되겠지만, 미 해군이 과연 의회와 국방부가 휘두르는 예산 삭감의 칼날로부터 이 차세대 구축함 사업을 지켜낼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카시트 미착용 단속 강화...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카시트 미착용 단속 강화...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지난 28일 정부에서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카시트를 착용하지 않은 차량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과태료도 크게 인상한다는 ‘어린이 안전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독일(96%), 미국(94%) 등 교통 안전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유아용 카시트 장착률은 2015년 기준 45.05%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교통사고 사망자수에서도 바로 나타나 작년 한해 어린이 사망자 9명에서 올해 26명으로 크게 늘었다. 정부에서는 이번 ‘어린이 안전 종합 대책’을 통해, 카시트 미장착 차량에 3만원에서 100% 인상된 6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며, 단속도 상시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6세 미만 어린이가 차량에 탑승할 때에는 카시트에 앉아야 한다. 교통 안전 전문가에 따르면 “카시트 없이 사고를 당했을 경우, 머리를 심하게 다칠 확률은 장착 시에 20배가 높아지며, 부상 가능성에서도 미장착 시 3,5배 이상 늘어나는 만큼 아이를 위해 카시트를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각종 테스트를 통한 안전성과 사용의 편의성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 카시트 기본은 아이 머리 보호카시트의 경우에는 교통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장착하는 육아용품이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부분은 안전인증 부분이다. 제품이 어떤 안전인증을 획득했고, 테스트 항목은 무엇이지 꼼꼼히 확인해야 하는 것. 특히 국내 교통사고 발생률 가운데 48% 이상이 측면사고로 측면 충돌 시 아이머리 충격을 보호 할 수 있는 카시트 선택이 필수적이다. ● 카시트는 반드시 뒷자석에신생아와 함께 자동차로 이동 시 엄마가 품에 안고 있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12개월 이하의 영아는 반드시 차량 내 후방장착이 가능한 카시트를 선택해야 한다. 후방장착 기능은 충돌 시 충격을 등과 엉덩이 쪽으로 분산시키도록 설계돼 있어 전방장착보다 안전하게 아이를 보호해 줄 수 있으며 최근에는 카시트 오장착률을 최소화 시키는 아이소픽스 타입의 카시트가 인기가 있다. ● 크기는 7세까지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정도로카시트를 구입할때는 비교적 고가이므로 여러해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신생아부터 7세까지 사용이 가능한 대표적 제품으로 영국 유아용품 ‘조이’의 카시트인 ‘스테이지스 LX 아이소픽스’가 있다. 이 제품은 국내 런칭 4년만에 매년 100% 이상씩 성장할 정도로 폭넓은 사용기간과 안전성이 특징이다. 최신 카시트 안전 시스템인 아이소픽스와 기존 벨트형 장착이 모두 적용 가능해 2중으로 아이 안전을 책임질 수 있으며, 유럽안전 인증 기준을 통과, 전후방 테스트 및 측면 충돌테스트까지 완료하였다. 또한, 후방장착 기간 역시 다른 카시트 대비 긴 18kg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전용 캐노피도 있다 이 밖에도 뉴나 레블 카시트는 신생아부터 5세(19.5kg)까지 사용할 수 있는 아이소픽스(isofix)형 카시트로 최첨단 ‘360도 시트 회전 시스템’을 적용하여, 별도의 카시트 재설치 없이 전후방 전환이 가능하며, 옆보기 상태로 아이의 카시트 탑승과 하차를 할 수 있어 편리하다. 아이의 성장에 따라 7단계까지 헤드레스트 (머리보호대)의 높이를 조절해 사용이 가능하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목소리 연금술사… 성우 양지운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목소리 연금술사… 성우 양지운

    그의 평소 목소리는 ‘인디아나 존스’의 해리슨 포드와 비슷할까, ‘보디가드’의 케빈 코스트너와 닮았을까. 아니면 ‘체험 삶의 현장’ 같은 TV 프로그램에서의 코믹 내레이션에 더 가까울까.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 카페에서 만난 성우 양지운의 목소리는 그가 연기했던 무수한 인물 중 누구와도 닮아 있지 않았다. 50년 가까운 성우 인생의 대부분을 주인공으로만 살아온 그가 실제 인생의 주연으로서 달려온 68년을 들어봤다. -“이봐, 손님한테 그렇게 따지듯이 말하는 웨이터가 어딨나? 그 짧은 대사 하나 제대로 못해서 어떻게 성우를 해.” 1970년 서울 서소문 TBC 사옥의 라디오 녹음실에 성난 PD의 호통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차갑게 나를 보는 선배들의 시선. 성우가 되고 나서 처음으로 대사 한마디를 얻었던 그날, 나는 얼굴이 벌게져 당장이라도 녹음실을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이 돼 있었다. 라디오 드라마 속 내 역할은 레스토랑 웨이터. 대사는 딱 한 줄 “뭘 드시겠습니까?”였다. 주인공에게 정중히 물어야 하는데, 긴장한 탓에 “당신 뭐 먹을 거야. 빨리 말해!”라는 식으로 따지는 것처럼 딱딱한 연기가 되고 말았다. 무수한 NG 끝에 넋이 완전히 나간 상태로 녹음을 마쳤다. ‘기회만 주어지면 신성일이나 찰턴 헤스턴(영화 ‘벤허’의 주연배우) 역할이라고 못 하겠나.’ 평소 가졌던 그 생각은 얼마나 만용이었나. 어쨌든 나의 단독 대사 데뷔전은 그렇게 엉망으로 끝이 났다. 이후로도 녹음실의 ‘고문관’ 노릇은 상당 기간 이어졌는데, 그 와중에 위안거리는 하나 있었다. “신참이 목소리 하나는 괜찮구먼”이라는 선배들의 평가였다. -나는 고등어와 고구마를 아주 싫어한다. 절대로 안 먹는다. 고등어 머리만 모아 끓인 국과 고구마를 먹으며 비린내와 복통에 잠 못 들었던 어릴 적 기억 때문이다. 1948년 내가 태어난 곳은 경남 통영의 두메산골이었다. 바닷가 쪽 어촌이라면 차라리 좀 나았을까. 논도 밭도 제대로 없는 곳에서 할 거라곤 고구마 농사뿐이었다. 어머니는 며칠에 한 번씩 부두에 나가 손질하고 버려지는 고등어 머리들을 받아와 가마솥에 넣고 끓여 주셨다. 방안을 가득 채운 고등어 비린내는 이불에 스며 들고 옷에 배어 나를 어디든 따라다녔다. -고향이 싫었다. 분명히는 가난이 싫었던 것이지만, 나에게 고향은 곧 가난이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님 세 분은 일찌감치 생계를 위해 고향을 떴기 때문에 어릴 적 우리 집은 부모님과 나, 이렇게 세 식구였다. 부모님은 무학(無學)이시기도 했지만, 끼니도 제대로 못 잇는 상황에서 막내아들의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으셨다. 때가 됐는데도 학교에 보내지 않으셨다. 친구들이 국민학교(초등학교)에 가고 나면 혼자 남은 나는 산으로 바닷가로 마냥 쏘다녔다. 그러기를 2년. 울며불며 아버지를 졸라 열 살에 처음 학교에 들어갔다. -내 학력은 국졸로 끝날 뻔했다. 친구들이 중학교에 등교할 때 나는 농사를 지으러 갔다. 국민학교 때 나보다 공부를 못했던 아이들이 통영중 교복을 입고 다니는 걸 보면 어린 마음에 속이 뒤집어졌다. “사범학교 학생들이 가르치는 고등공민학교라는 곳이 있다던데 거기라도 가 볼래?” 마흔둘에 나은 늦둥이가 실의에 빠져 있는 걸 어머니 스스로 견디질 못하셨다. 그때 어머니의 배려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머니, 막내 데리고 같이 올라갈게요.” 어떻게 하면 이 지긋지긋한 집을 탈출할 수 있을까 궁리하던 차에 서울에 살던 둘째 형님이 같이 올라가자고 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고향에서 내 표정을 보곤 ‘저 놈을 여기에 계속 두면 안 되겠다’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게 또래들은 고1이던 만 16세, 1964년이었다. -손잡고 올라온 건 작은형이었는데, 어쩌다가 자리를 잡게 된 건 경기도 의정부 큰형님 댁이었다. 형과 함께 의정부중학교에 갔다. “저 통영에서 고등공민학교 1학년 다녔으니까, 여기서는 2학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고등공민학교는 정규과정이 아니니 1학년으로 입학하라고 했다. ‘안 그래도 친구들보다 3년이나 늦었는데….’ 내 한숨이 너무도 깊었던지 교무주임 선생님이 그 전해에 봤던 1학년 기말고사 시험문제지를 갖고 오셨다. “여기 문제들 풀어봐. 잘 보면 2학년으로 해주마.” 다음날 나는 2학년 교실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아니 세 살 어린 동생들을 만났다. -큰형님은 아이가 셋이었다. 가뜩이나 작은 단칸방에 다섯 식구가 사는데 내가 끼니까 여섯이었다.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밥만 형님 댁에서 먹고 잠은 보급소에서 잤다. 공부는 쉬웠다. 경상도 말씨 심한 시골 형이 순식간에 공부에서 자기들을 따라잡자 아이들은 놀라는 눈치였다. 공부 좀 한다는 게 알려져 우연히 큰형님이 셋방 사는 주인집 국민학생 아이를 가르치게 됐다. 나한테 배우고 그 아이가 성적이 확 올랐는데, 그 덕에 과외 학생을 많이 소개받았다. 국민학교 5~6학년 15명을 가르친 적도 있었다. 한 달에 최고 5000원도 벌었는데 대졸 직장인 월급 수준이었다. 절반 정도를 떼어 형님 생활에 보탰다. -당시 내 유일한 취미는 라디오를 듣는 것이었다. 집안에 TV가 거의 없던 당시에 라디오 드라마는 최고의 인기였다. 저녁이면 동네 아낙들이 밥상 치우고 삼삼오오 라디오 있는 집으로 몰려들었다. 구민, 고은정, 이창환 같은 성우들은 톱스타였다. 우리 집에는 라디오가 없었지만, 과외 선생의 지위를 이용해 제자의 집에 가서 듣곤 했다. -중3 때에는 유도를 했다. 전국대회에서 우승도 했다. 그때 함께 운동했던 친구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던 장은경(1996년 별세)이었다. 그런데 운동만 하기엔 학업 성적이 너무 좋았다. 은경이는 유도를 위해 인천 선인고에 갔고 나는 일반고인 의정부고에 진학했다. 의정부고는 학력이 꽤 좋은 편이었는데, 나는 전교 10등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서울대에 대한 꿈 같은 건 없었다. 연기자가 되기로 마음을 굳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나면 의정부에서 서울까지 차를 타고 와서 명동국립극장과 영화관에 살다시피 했다. 배우들의 대사를 따라했고, 라디오 드라마 대사도 받아 적은 뒤 연습을 했다. 영화배우나 TV 탤런트도 생각해 봤지만 내 외모에 목소리만큼의 강점은 없다는 걸 알곤 빠르게 포기했다. -한양대 토목학과에 들어갔는데 얼마 다니지는 못했다. 대학 1학년 때인 1969년 10월 TBC에 입사(성우 공채 5기)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성우로서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경상도 사투리였다. 나는 ‘경제’라고 말하는데 사람들은 ‘갱제’로 알아들었다. ‘쌀’이라고 하는데 사람들 귀에는 ‘살’로 들렸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희화화 유머에도 등장하는 이런 상황은 당시 나에게는 심각한 핸디캡이었다. 그때 방송사에서는 표준어만 써야 한다는 인식이 유난히 강했다. ‘서울말’, 그러니까 표준어를 외국어 배우듯이 익혔다. 퇴근을 하면 매일 서울 사람들만 만났다. 경상도 사람은 의도적으로 피했다. 서울말을 듣고 통으로 외웠다. 그야말로 사투리와의 사투였다. -그러는 중에도 나의 사투리 억양에 대한 지적은 계속됐다. 당시 TBC의 인사 평가 시스템은 매우 가혹했는데, 어느 날 불쑥 해고 통지를 하는 식이었다. “고생 고생해서 성우가 됐는데 결국 사투리 때문에 잘리는 건가.” 불안한 날들이 이어지는데 뜻밖의 기회를 얻게됐다. 당시 ‘광복 20년’이라는 정치 드라마의 ‘이승만 시해미수 사건’ 편에 김시현이라는 분이 나왔다. PD가 경상도 말을 써야 하는 그 역할을 나에게 주었다. 방송이 나간 뒤 반응이 아주 좋았다. “저렇게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성우가 누구냐”는 격려 전화가 빗발쳤다. ‘퇴출’ 후보에서 갑자기 ‘TBC의 보물’이 됐다. -그러다 1976년 인생의 전기가 찾아왔다. ‘600만불의 사나이’의 주인공 스티브 오스틴(리 메이저스) 역을 맡게 됐다. 입사한 지 6년을 갓 넘겼을 때였다. 원래 ‘600만불의 사나이’는 길게 방영할 게 아니었다. 단발 편성이었다. 그래서인지 PD가 주인공을 나에게 맡겼다. 공군 조종사 출신 대령이 사고로 양쪽 다리와 한쪽 팔, 한쪽 눈을 잃었지만 최첨단 기술로 다시 태어나 차도 한 손으로 번쩍 들고 시속 100㎞로 달린다는 설정은 당시로선 충격이었다. 방송이 나가자 전국에서 난리가 났다. 드라마 자체도 그렇지만 주인공 목소리 성우가 너무 잘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결국 ‘600만불의 사나이’는 장기 편성으로 바뀌었고 나의 역할도 계속됐다. 선후배 기수 개념이 강한 방송국에서 고참들을 제치고 고작 입사 6년에 주인공이라니. -드라마가 인기를 얻자 광고가 어마어마하게 들어왔다. 점심 먹을 시간도 없어서 별명이 ‘김밥맨’일 정도였다. 아침에 방송국으로 출근하면 밤 10시는 넘어야 퇴근할 수 있었다. 어린이들이 600만불의 사나이 흉내를 내면서 사고도 많이 났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다 사망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아주머니는 방송국으로 찾아와 ‘주인공 흉내를 내다가 크게 다쳤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600만불의 사나이’가 인기를 모으면서 ‘두 얼굴의 사나이’, ‘소머즈’, ‘원더우먼’ 등 비슷한 장르의 미국 드라마가 속속 국내에 들어왔다. -과거 ‘주말의 명화’, ‘명화극장’ 등 주말 외화들이 방송사를 먹여살리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는 더빙이 시원찮으면 “성우 때문에 영화를 망쳤다”고, 반대로 괜찮으면 “성우가 영화를 살렸다”는 편지와 전화가 방송국에 쇄도했다. 로버트 드니로, 멜 깁슨, 해리슨 포드 등의 목소리가 내 단골이었다. TBC 전속에서 풀린 뒤 방송국마다 나를 붙잡기 위해 경쟁이 벌어졌고 내 인기는 그야말로 상한가였다. “극장에서 볼 때보다 더 낫다”는 것만큼 기분 좋은 말은 내게 없었다. -‘맥가이버’, ‘형사 가제트’를 맡았던 배한성 선배는 외부에서 필생의 라이벌로 꼽지만, 우리 둘 사이는 별로 그렇지는 않다. 배 선배는 나이는 두 살 위, 방송국 기수로는 3기 위(TBC 2기)다. 사실 서로 경쟁할 부분도 없었다. 배 선배는 부드러운 콧소리 음성이지만 난 쇳소리에 가깝다. 서로가 서로를 빛나게 해준다. 형사물인 ‘스타스키와 허치’도 함께 했다. 난 냉정한 독일계 형사인 허치를, 배 선배는 다혈질의 유태계 형사 스타스키를 맡았다. -나에게 목소리 관리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목을 잘 관리하려면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어야 한다. 피곤하면 목소리부터 변한다. 감기도 조심해야 한다. 목소리는 지문처럼 타고나는 것이지만, 과음을 하거나 흡연을 하면 망가지기 마련이다. 목소리 관리를 위해 물병을 갖고 다니며 하루에 2ℓ 이상을 마신다. -언제부턴가 ‘성우’보다는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가’로 더 많이 활동한 것 같다. 큰아들이 스무 살이 되던 2000년 입대영장이 나오자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다. 군사법원에서는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그 전까지는 내 종교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아들이 그렇게 되니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에 앞장설 수밖에 없었다. 내가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된 건 1987년부터다. 주변에서 “왜 하필…”이라는 반응도 나왔지만 “난 그저 내 길을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종교를 강요한 적은 없었지만 자연스레 부모를 따라왔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가족협의회’ 공동대표를 맡아 청와대나 법무부 등을 쫓아다녔다. 세상이 날 싸움꾼으로 만든 셈이었다. 그 이후 광고 출연 요청 등도 완전히 끊겼지만 개의치 않는다. 사정은 다른 아이들도 비슷한데 둘째도 2011년부터 감옥살이를 했고 지금 스물네 살인 셋째는 재판을 받고 있다. 요즘 많이들 물어보는 게 ‘걸그룹 며느리’(‘카라’ 출신 김성희) 얘기다. 그 아이는 나에게 막내딸과 같다. 결혼한 지 5년이 다 돼가는데 아직도 그렇게 예쁠 수 없다. 김태균 사회부장 windsea@seoul.co.kr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성우 양지운 1970년대 이후 중후하고 담백한 목소리로 늘 최고의 자리를 유지해 온 우리나라의 대표 성우다. ‘600만불의 사나이’의 리 메이저스(왼쪽·스티브 오스틴)를 비롯해 해리슨 포드(인디아나 존스, 도망자, 스타워즈), 로버트 드니로(오른쪽·히트, 대부2, 미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알 파치노(애니 기븐 선데이), 리엄 니슨(테이큰, 쉰들러 리스트), 멜 깁슨(가운데·리썰 웨폰, 브레이브 하트), 케빈 코스트너(보디가드, 워터월드), 러셀 크로(글래디에이터), 숀 코너리·로저 무어(007 시리즈), 크리스토퍼 리브(슈퍼맨) 등이 그의 목소리를 통해 한국 시청자들을 만났다. 2000년대 이후에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 가족협의회 공동대표로 활동해 왔다. ▲1948년 경남 통영 출생 ▲경기 의정부중·고 ▲한양대 토목공학과 중퇴 ▲TBC 성우 5기 입사(1969년) ▲MBC 라디오 연기대상(1984년), KBS 최우수 외화 연기상(1999년), 한국방송대상 성우상(2010년) ▲한국성우협회 부이사장(2004년),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겸임교수(2005년)
  • ‘2016 KPCA’ 28일까지 킨텍스서 전시... 혁신적 제품 한눈에

    ‘2016 KPCA’ 28일까지 킨텍스서 전시... 혁신적 제품 한눈에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전자회로산업협회가 주관하는 ‘국제전자회로산업전(KPCA SHOW 2016)’이 일산 킨텍스에서 26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이번 행사에는 기판 제조업체과 설비, 약품업체 등 15개국 239개사에서 720부스 규모로 전자회로기판 전시회가 마련되고, 심포지움, 신제품·신기술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PCB 및 IC 기판 제조업체를 위한 혁신적이고 다양한 디지털 제조 솔루션업체인 오보텍(Orbotech)도 이번 전시회에 참여하는데, 오보텍은 킨텍스 2관 홀7, 415번에 부스를 마련, Sprint ™200 PCB 잉크젯 프린터(최신 Sprint 시리즈), Ultra Fusion™300 AOI(Automatic Optical Inspection), Ultra PerFix™120 AOS(Automatic Optical Shape) LDI(Laser Direct Imaging) 및 CAM / Engineering software를 선보인다. Yair Alcobi 동아시아 사장은 “8년 연속 KPCA에 디지털 생산 솔루션 제공해 오면서 한국의 Flex 제조업체들을 위한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Nuvogo™ 1000(LDI)이 핵심”이라며 “PCB 및 IC 기판 구조가 더 복잡해짐에 따라 수익성 개선과 제조비용을 절감시키며 수율을 증가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Sprint 200 잉크젯 프린터는 PCB 생산을 위한 최첨단 대량 생산 디지털 잉크젯 프린팅 솔루션이다. 시간당 95면까지 인쇄가 가능하며, 다양한 기판 두께 및 광범위한 재질의 PCB에서 우수한 인쇄 품질을 제공한다. 강력한 Multi-Image Technology™과 함께 Ultra fusion300 ™은 기존 AOI에 비해 최대 70%까지 False Alarm 비율을 줄이고, 고급 IC 기판 검사를 위한 스캔 당 최저 검사 비용을 보장함으로써 우수한 검출 정확도 및 운영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다. 또한 전시회에서는 Flex 혹은 IC-Substrate 기판상의 Short 불량에 대한 솔루션으로 Ultra perfix 120 AOS(Automated Optical Shaping, 자동 광학 쉐이핑, 혹은 자동 재 작업)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계획과 생산을 위한 컴퓨터 지원 제조(Computer Aided manufacturing, CAM)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만나 볼 수 있다. 오보텍(주)은 전자 및 인접 산업 전반에 걸쳐 정교한 가전 및 산업용 제품의 제조에 사용되는 기술을 가능하게 한 글로벌 혁신 회사이다. 수율 향상 및 읽기, 쓰기 및 인쇄 회로 기판, 평판 디스플레이, 고급 포장, 미세 전자 기계 시스템 및 기타 전자 부품의 제조에 사용, 연결하는 전자 제품 생산 솔루션 업체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中企 성장 토양 있어야 혁신 가능…대기업은 ‘배려형 성장’ 집중해야

    中企 성장 토양 있어야 혁신 가능…대기업은 ‘배려형 성장’ 집중해야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의 KMBA(Korea MBA) 인기 강좌들이 수강신청이 인터넷으로 시작되자마자 마감됐다. 학생들 사이에 불만이 빗발쳤다. 학교 측은 해결 방안으로 경매 시스템을 도입했다. 수강생들에게 1000포인트를 배당한 뒤 각자 수강 욕구에 맞춰 포인트로 입찰하는 방식이다. 한 과목에 1000포인트를 올인하거나, 3과목에 200-400-400포인트씩으로 나눠 입찰할 수도 있다. 문제는 곧바로 해결됐다. 꼭 들어야 할 과목을 놓친 학생이 상당수 줄어들었다. 뜻밖의 효과도 뒤따랐다. 강의별 경매가 시세가 암암리에 회자됐고, 이는 의례적인 강의 평가보다 더 정확한 척도로 인식돼 교수들에게 강의 질 개선 동기를 부여했다. ●관계자간 불만 해결이 상생의 열쇠 이달 초 한국중소기업학회장으로 취임한 박광태(55)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24일 서울신문과 만나 몇 년 전 이 대학 MBA 부원장을 지낼 때 불거진 수강신청 불만 문제를 이렇게 풀어 냈다고 소개했다. 이해관계자의 불만을 줄이려는 노력에 집중했는데, 강의 품질 개선이란 의외의 혁신 결과가 나왔다고 소개했다. 박 교수는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역시 이해관계자들 간 불만을 적극 제거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는 쪽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첨단 기술보다 적정한 기술을, 과대 마케팅보다 맞춤형 마케팅을 원하는 쪽으로 고객이 변한 만큼 고객과 접하는 말단에서부터 ‘혁신’하려면 중소 협력업체들이 성장할 토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은 마른 수건 짜기 식의 비용 최소화 경영은 지양하고 협력업체와 같은 이해관계자를 감싸 안는 ‘배려형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배려형 성장’의 모범으로 코스트코와 애플의 사례를 지목했다. 코스트코는 마진 15%만 자신들의 수익으로 챙기고, 나머지를 제조사인 협력업체 몫으로 돌린다. 그러면 협력업체들은 코스트코 입점을 위한 가격·품질 경쟁에 더해 자신들의 마진을 높이기 위해 제품 혁신을 이어 가게 된다. 애플 아이폰·아이패드 앱스토어 입점사는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실제 소비자에게 소구하는 획기적인 서비스 개발을 이들이 전담한다. 대기업인 애플은 앱스토어 품질 심사를 전담하는 식의 분업이 이뤄진다. ●대·中企간 기술 공유는 큰 변화 그는 최근 대·중소기업 간 기술·경영 노하우 공유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등 우리 기업들 역시 괄목할 만한 변화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중소기업을 위한 대기업의 배려형 성장 모델을 발굴, 소개하는 포럼을 구상 중이다. 학회 차원에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중소기업 지원 검색 시스템 구축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대·중소기업 실무자들이 상시적으로 만날 수 있는 소규모 상설위원회 구성 방안도 고민 중이다. “대·중소기업이 어우러져 혁신 방안을 모색하고 각자의 위상에 최적화된 노력을 기울인다면, 해외 수출 파이가 커지는 등 양쪽 모두 새 사업 기회를 더 많이 찾게 될 것입니다. 그러려면 대·중소기업 실무자들이 자주 만나 신뢰를 쌓고 협업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더라도 신뢰만은 디지털화되기 어렵습니다. 만나야 합니다. 학회가 그 장을 만들겠습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부동산 투자 심층 분석]GTX연결 기대심리↑…들썩이는 가산디지털단지

    [부동산 투자 심층 분석]GTX연결 기대심리↑…들썩이는 가산디지털단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을 서울 삼성역으로 연결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수혜 지역 일대가 술렁이고 있다. 인천 송도를 출발해 여의도를 거쳐 서울 청량리까지 이어지는 기존 노선에서 소사-가산디지털단지-신림-사당-교대-강남-양재-선릉-삼성까지 연결되는 것으로 수정이 검토되면서 기대심리가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 중에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곳은 가산디지털단지 인근이다. 가산디지털단지 역은 이미 1·5호선 더블 역세권과 서부간선도로 지하화(2020년 예정)로 교통의 요충지로 자리매김하던 곳이다. 특히 최첨단 고부가가치 IT산업과 패션 아울렛 중심지였던 가산디지털단지에 GTX개통 호재가 겹치면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오피스텔 업체들도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오피스텔의 경우 공급과잉 논란이 계속 되어 왔지만 지역별로 오피스텔 공급이 부족한 곳은 다른 부동산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특히 가산디지털단지 인근은 현재 기업체 종사자수가 약 16만명에 달하며, 서울시의 ‘글로벌 디지털 수도 2020프로젝트’로 인해 배후 수요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가산디지털밸리 미소지움 오피스텔’이 제3차 국가산업단지에는 처음으로 분양을 실시한다. ‘가산디지털밸리 미소지움 오피스텔’은 지하 2층~지상 10층, 전용면적 35~73㎡, 총 411실 규모이다. 특히 무이자 융자 혜택은 물론, 입주시까지 이자 없이 묶이던 계약금에 연 5% 이율로 수익을 보장하는 계약금 수익률 보장제를 실시한다. 또한 서울에서 보기 드문 1억 1000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비교적 저렴한 분양가와 주력 평형 기준 44.4%의 높은 전용률을 선보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무슨 냉장고가 차보다 비싸?…3800만원짜리 스메그 화제

    무슨 냉장고가 차보다 비싸?…3800만원짜리 스메그 화제

    자동차보다 비싼 냉장고가 나와 화제다. ‘강남 냉장고’라는 별명이 붙은 이탈리아 복고풍 가전 브랜드 스메그가 명품 업체 돌체앤가바나와 함께 만든 제품이다. 1950년대 레트로 디자인의 스메그 대표 모델 FAB28에 화려한 그림을 입힌 이 냉장고의 가격은 3만 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3800만원이다. 현대자동차의 중대형 세단 그랜저의 최고급 사양과 맞먹는 값이다. 돌체앤가바나와 스메그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냉장고를 처음 선보였다. 고급 인테리어 가구같은 가전의 면모를 뽐내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았다. 이 제품은 예술적인 핸드 페인팅이 특징이다. 돌체앤가바나의 창업자이자 대표 디자이너인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의 지휘 아래 시칠리아 수공예 장인인 살바로테 사피엔자, 아드리아나 잠보넬리와 티지아나 니코시아 모녀 등이 냉장고에 손수 그림을 그렸다. 이들은 중세 시칠리아 문화를 상징하는 문양과 당시 수레바퀴, 기사들의 전투 장면 등을 세밀한 터치로 그려냈다. 냉장고 바닥과 뒷면을 제외한 4개면을 빈틈 없이 채우는 작업이어서 한 대를 만드는 데 240시간이 걸렸다고 돌체앤가바나는 밝혔다. 돌체앤가바나 스메그 냉장고는 전세계에 100대만 한정 판매될 예정이다. 출시 가격은 미정이지만 희소성 있는 디자인과 소장가치를 고려하면 대당 가격이 4만 3000달러(약 4800만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국내를 대표하는 가전업체도 최근 디자인과 기능 면에서 최고급을 지향하는 초프리미엄급 냉장고를 선보였으나 가격은 1000만원을 밑돈다. 두번 두드리면 투명한 유리를 통해 냉장고 내부를 보여주는 LG전자의 시그니처 냉장고의 가격은 850만원(905ℓ 기준)이며 냉장고 문에 21.5인치 크기의 태블릿을 단 삼성전자의 패밀리허브 냉장고는 650만원(837ℓ 기준)이다. 최첨단 기능과 사양을 넣은 이들 가전과 달리 스메그 냉장고는 디자인을 빼면 일반 냉장고와 큰 차이가 없다. 디자인에 초점을 둔 스메그는 이전에도 다양한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다. 주얼리 브랜드 스와로브스키와 함께 금과 크리스털 장식이 들어간 황금색 냉장고와 독일 완성차업체 BMW의 미니쿠퍼와 이탈리아 자동차 피아트500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각각의 냉장고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당신의 손·눈이 될게요… 장애 보듬는 ‘IT 도우미’

    당신의 손·눈이 될게요… 장애 보듬는 ‘IT 도우미’

    ‘불어서 클릭’ 호흡마우스 등 출시… 보조기기 84종 비용 80% 지원 “빨대를 한 번 불면 클릭, 두 번 불면 더블 클릭이 됩니다. 커서는 고개를 움직이면 됩니다.” 18일 서울 강동구에 자리한 장애인 보조공학기기 전문업체 케어라이프코리아. 노트북 PC 화면 속 커서(화살표)가 목의 방향 변화를 따라 움직임을 같이 했다. 이 장치는 빨대 및 헤드셋으로 커서 움직임을 제어하는 ‘호흡 마우스’. 이 회사 박정민(42) 본부장은 “첨단 기술들이 장애인의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박 본부장은 이번에는 ‘립스틱 마우스’를 써 보라고 했다.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거치대에 고정된 8㎝ 길이의 막대를 물고 고개를 움직이자 노트북 PC 화면 속 커서가 움직였다. 아랫입술에 힘을 주자 클릭이 됐고, 윗입술에 힘을 주고 움직이자 드래그가 됐다. 루게릭병 등 전신마비 장애인이 쓰는 제품이었다.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장애인 정보통신 보조기기가 정부의 재정 지원에 따라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하지만 1년에 한 번만 보조기기를 신청할 수 있는 점이나 특정 장애분야에 지원이 쏠리는 점 등은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정보화진흥원은 2003년부터 장애인들을 위한 정보통신 보조기기 보급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신청자는 시·도의 심사를 거쳐 보조기기 구입비용의 80%를 지원받는다. 지원 제품은 첫해 11종류에서 올해 84종으로 늘었다. 예산도 2005년 약 13억원에서 올해 약 48억원으로 증가했다. 대표적인 보조기기는 시각장애인용 독서확대기·점자정보단말기, 청각·언어장애인용 영상전화기·음성증폭기 등이다. 김태성 정보화진흥원 디지털격차해소팀 수석연구원은 “청각·언어장애인용 소프트웨어의 경우 과거에는 PC용으로만 출시됐지만 요즘에는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모바일 단말기에 내장된 채 나온다”며 “로봇기술을 적용해 A4 용지에 적힌 텍스트를 판독한 뒤 음성으로 변환해 주는 독서 확대기도 보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장애인 정보통신 보조기기 지원 수량은 한 해 평균 4300대인 데 반해 신청자는 1만명에 이른다. 시각장애 1급인 정모(36) 특수학교 교사는 “2012년부터 3년간 화면 확대기를 신청했지만 선정되지 못했다”며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보조기기가 시급한데 정부는 저소득층만 지원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10년째 거주 중인 신경호(48·시각장애1급)씨는 “일본의 경우 장애인 보조기기에 대해 상시 지원을 받으며, 신청하는 모든 중증장애인에게 보조기기를 지급한다”며 “하지만 한국은 1년에 단 한 번만 신청을 받고 한정된 인원에게만 지급하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올해 신청기간은 이날부터 다음달 20일 까지다.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기기의 ‘쏠림 현상’도 문제로 지목된다. 올해 지원 제품 84종류 중 시각장애인 보조기기는 43종, 청각·언어장애인 보조기기는 29종인 반면 지체·뇌병변장애인 보조기기는 12종이었다. 한 장애인 보조기기 제작회사 관계자는 “(등록장애인 기준) 전체 장애인의 절반 정도가 지체장애인이지만 대부분 외부 활동을 안 하다 보니 신청이 저조해서 국내 업체들의 개발 수요도 적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사이언스 톡톡] 노벨상 받고도 교수 못 된 퀴리…차별에 울고 육아에 울고

    [사이언스 톡톡] 노벨상 받고도 교수 못 된 퀴리…차별에 울고 육아에 울고

    안녕들하신가, 난 프랑스 출신의 물리학자이자 화학자인 피에르 퀴리(1859~1906)일세. 익숙한 이름 같긴 한데, 누군지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 같군. 난 흔히 ‘퀴리 부인’이라고 불리는 마리 퀴리(1867~1934)의 남편이야.천성이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다보니 학교 교육 대신 집에서 수학과 과학을 독학해 16세에 대학 입학자격을 얻었지. 과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던 소르본대에 들어가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했지. 내가 관심을 가졌던 분야는 당시 최첨단 과학이라고 할 수 있었던 ‘열(熱)역학’이었지. 그런데 대학에서 광물학을 전공했던 형 자크가 광물 결정체에 대해 함께 연구하자고 하더군. 그래서 1880년에 발견한 것이 요즘도 활용되는 압전기의 기본원리인 ‘피에조 전기현상’이었어. 쉽게 말하면 특정한 방향으로 자른 수정과 전기석의 얇은 조각을 압축하면 탄성적 변형이 생기는데 여기에 압력을 주면 전압이 발생한다는 거야. ●공동연구에도… 남편은 교수, 퀴리는 실험실 주임 그때만 해도 난 이성에 대한 관심보다는 과학 연구가 더 재미있었고, 실험장비에 사랑을 느낄 정도였지. 그런데 사랑은 벼락같이 온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아. 1894년에 소르본대학에서 수학과 물리학 분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마리라는 친구를 우연히 만난 거야. 1년 정도 열심히 쫓아다닌 덕분에 서른여섯이라는 늦은 나이에 결혼에 골인했지. 마리는 연구에서는 나보다 더 열정적이었지. 결혼 후 우리는 방사능이라는 최신 연구분야에 함께 뛰어들어 방사능의 성질을 밝혀내고 ‘폴로늄’(Po, 원자번호 84)과 ‘라듐’(Ra, 원자번호 88)을 발견했지. 1903년 우리 부부가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사실 마리의 노력이 컸지. 노벨상을 수상한 이듬해 나는 소르본대 이학부 교수가 됐고 마리는 실험실 주임으로 취임했어. 사실 마리도 교수가 될 수 있는 실력과 자격은 충분했지만 당시 과학계에서는 여성을 교수로 임용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던 분위기였으니 어떡하겠나. ●47세에 남편 떠난 뒤 연구·육아 병행 피나는 노력 하지만, 좋은 일 뒤에는 마(魔)가 낀다고 하지.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1906년 4월 19일 저녁, 난 마리와 함께 연구하던 주제에 대해 골똘히 생각에 빠져 도로를 가로지르다가 건너편에서 달려오는 마차를 보지 못해 그만 47세 젊은 나이에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지. 아홉 살 이렌과 두 살 이브, 그리고 사랑하는 마리를 두고서 말이야. 내가 떠난 이후에도 마리는 연구와 가정생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기 위해 눈물 나는 노력을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우리 가문이 노벨상 가족으로 불리게 된 것도 모두 마리의 덕분이지. ●지금도 유리천장 여전… 제도·인식 확 바꿔야 요즘 한국에서는 ‘경단녀’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더군. 경력 단절 여성을 이렇게 부른다지? 이들을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드는데도 실질적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지. 21세기가 됐음에도 여전히 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적 시선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일’과 ‘가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제도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성역할에 대한 인식전환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구호만으로 경단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최첨단 슈퍼노트, 특급·B급 차이는 오돌토돌 ‘손맛’

    최첨단 슈퍼노트, 특급·B급 차이는 오돌토돌 ‘손맛’

    “이 지폐가 북한산이라는 걸 증명해 주실 수 있나요.” 이달 초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지하 1층 위변조대응센터. 경찰청 외사과 소속 경찰관이 창구에 10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내민다. 평범한 미화 100달러로 보이지만 정밀하게 위조된 슈퍼노트(초정밀 위조지폐)다. 얼마 전 한 탈북자가 국내 환전을 시도하다 적발된 돈이다. 감식을 요구한 경찰관은 ‘메이드 인 노스 코리아’(Made In North Korea)라는 답을 꼭 듣고 싶어했다. 위폐 한 장이 탈북자 개인의 일탈을 넘어 북한을 위조지폐 제조국가로 지목할 수 있는 증거로 삼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했다. 안타깝게도 센터 측의 답은 “불가능하다”였다. 1989년 필리핀 마닐라 은행에서 슈퍼노트가 처음 발견된 이후 북한은 끊임없이 슈퍼노트 제조국이란 의심을 받아 왔다. 화폐전문가들은 슈퍼노트 제작에 필요한 천문학적 비용(슈퍼노트 제조 라인 하나당 2000억원 이상)과 기술 수준, 장비, 재료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개인이나 범죄조직의 소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화폐 제작 노하우를 지닌 국가 장인급 전문가 집단도 필요하다. 또 이런 일을 수십년 이상 은밀히 진행하려면 철저히 통제된 사회여야 가능하다. 꼬리가 밟힌 사례도 있다. 1994년 북한 무역회사 간부들이 외교관 여권을 들고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위폐 25만 달러를 입금하려다 체포됐다. 1998년엔 모스크바 주재 북한대사관 직원이 위폐 3만 달러를 지니고 있다 발각됐다. 4년 후 망명한 그는 “북한이 슈퍼노트를 만들고 있다”고 증언했다. 단 모든 것은 증언과 정황 증거일 뿐 물증은 없는 상황이다. ●해외 위폐 입금 들킨 北노동자 “北 슈퍼노트 제작” 슈퍼노트는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질까. 전문가들은 미국 조폐청이 100달러를 찍어내는 공정과 똑같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 장의 고액권 화폐가 만들어지려면 ‘평판 인쇄→스크린 인쇄→요판 인쇄(뒤/앞)→활판 인쇄 등 한 달이 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슈퍼노트도 이런 공정을 거쳐 만든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슈퍼노트는 “인쇄만 다른 곳에서 했을 뿐 사실상 진짜 돈이나 다름없다”고 얘기된다. 위조 지폐는 만드는 수준에 따라 저급, 중급, 초정밀 위조지폐(슈퍼노트) 등 3단계로 구분한다. 저급 위조지폐는 일반 레이저 프린터나 컴퓨터 스캐너, 컬러복사기 등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중급은 평판 인쇄기 등 실제 인쇄 단계를 거치는 것을 말한다. 최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위폐를 만드는 것이 저급기술로 여겨지는 것은 만들기는 손쉬운 반면 아날로그 방식의 독특한 느낌을 구현하지 못해서다. 우선 촉감부터 다르다. 요판 인쇄를 거친 진폐는 만지면 오돌토돌한 느낌이 나지만 디지털 프린터 등으로 만든 돈은 인쇄 면이 평평하고 밋밋한 느낌이다. ●고급 슈퍼노트, 개인·일개 조직은 만들 꿈도 못 꿔 돈을 확대하면 차이는 더 도드라진다. 활판 인쇄를 하면 인쇄된 곳의 경계선이 진하고, 요판 인쇄를 하면 끝이 미세하게 번지는 모습을 보인다. 레이저 프린터 등을 이용하면 모든 인쇄선이 매끈하다. 특수 확대경으로 처음 위폐와 진폐를 비교해보는 사람은 오히려 인쇄면이 말끔한 위폐를 진폐라고 생각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디지털의 한계도 있다. 실제 화폐 속 미세한 선으로 이어진 등심원은 아무리 좋은 컴퓨터 스캐너와 프린터를 써도 선이 선명하게 나타나지를 않는다. 광학적으로 ‘간섭 효과’가 발생하는 까닭이다. 때문에 진지하게 범행을 모의하는 이들은 사람을 사서라도 꼭 아날로그 인쇄과정을 거친다. 위폐를 만드는 종이를 만드는 일도 쉽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권의 용지는 모두 동일 규격(156×66㎜)으로 매사추세츠 제지공장에서 만들어진다. 독특하게도 종이를 만들 때 많이 쓰는 목재나 펄프는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 대신 면 섬유(75%)와 마 섬유(25%)를 혼합해 부드러운 감촉을 유지하면서도 질기다. 또 흡수력이 강하고 특정방향으로 찢어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돈을 햇빛에 비춰보면 나타나는 위인 실루엣은 제지과정에서 두께 차를 둬 만든다. 중급의 위조지폐는 화학물감을 이용해 실루엣을 나중에 그려 넣기 때문에 자세히 보면 모양이 다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종이가 아니다 보니 돈으로 돈을 만드는 꼼수도 나온다. 일부 위조지폐 사범들은 1달러나 5달러짜리 지폐를 특수약품으로 표백해 인쇄내용을 깨끗이 지운 후 그 위에 고액권을 인쇄하기도 한다. 물론 완벽할 순 없다. 표백 처리 과정을 거치면 표면이 딱딱해져 만졌을 때의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원진오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과장은 “한때 5달러짜리 지폐를 표백제로 지운 후 100달러짜리를 인쇄하는 방식이 유행처럼 번졌다”면서 “이런 위폐는 불에 비춰보면 숨은 그림이 프랭클린이 아닌 링컨이 나오기 마련인데 일반인들은 숨은 그림이 있는지만 확인할 뿐 누군지는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속는 일이 많다”고 말한다. ●신권 뜨면 “재고 풀어버리자” 슈퍼노트도 ‘인플레’ 이렇듯 슈퍼노트는 진폐와 거의 차이가 없어 일반인이 구분하기 어렵다. 진폐보다 약간 누렇다고 하지만 오래 사용한 지폐와는 차이가 나지 않는다. 특히 최근 만들어진 슈퍼노트는 지폐 안에 숨겨진 미세한 문자와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리 보이는 기술까지 구현하는 데다 일련번호까지 각각 다르게 찍어낸다. 돋보기로 들여다봤을 때 미세문자가 약간 흐릿하게 나타난다지만 역시 전문가가 짚어주기 전에는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다. 적외선과 자외선 검사 등으로 구분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은행 본점이나 수사기관 등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만큼 오랜 기간과 정성을 들여 만들어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위조지폐는 금융권의 골칫거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3년 달러·위안화 등 위조 외화 적발 규모는 국내 금융권을 통틀어 773건, 5만 3800달러(미국 달러화 환산 기준)다. 2014년에는 998건, 10만 9700달러로 껑충 불었고 지난해에는 1732건, 26만 2813달러로 치솟았다. 실제 시중에 유통되는 위조지폐는 적발량의 20배에 이른다고 금융권은 예상한다. 최근 위폐가 급증한 것은 신권 때문이다. 2013년 10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100달러짜리 신권을, 지난해 11월 중국 인민은행은 10년 만에 100위안짜리 신권을 각각 발행했다. 신기술로 위·변조를 막겠다는 취지지만 신권이 나오면 위조지폐 유통은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위조지폐를 만드는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렵게 만든 위폐가 휴짓조각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만들어 놓은 물량을 빨리 풀기 때문이다. 얼마 전 중국에서 정교하게 제작된 100위안(약 1만 8000원) 지폐가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슈퍼노트급은 아닐 것으로 본다. 같은 기술력이면 100달러를 찍는 것이 100위안을 찍는 것보다 6배 이상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최첨단 슈퍼노트, 특급·B급 차이는 오돌토돌 ‘손맛’

    최첨단 슈퍼노트, 특급·B급 차이는 오돌토돌 ‘손맛’

    “이 지폐가 북한산이라는 걸 증명해 주실 수 있나요.” 이달 초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지하 1층 위변조대응센터. 경찰청 외사과 소속 경찰관이 창구에 10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내민다. 평범한 미화 100달러로 보이지만 정밀하게 위조된 슈퍼노트(초정밀 위조지폐)다. 얼마 전 한 탈북자가 국내 환전을 시도하다 적발된 돈이다. 감식을 요구한 경찰관은 ‘메이드 인 노스 코리아’(Made In North Korea)라는 답을 꼭 듣고 싶어했다. 위폐 한 장이 탈북자 개인의 일탈을 넘어 북한을 위조지폐 제조국가로 지목할 수 있는 증거로 삼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했다. 안타깝게도 센터 측의 답은 “불가능하다”였다. 1989년 필리핀 마닐라 은행에서 슈퍼노트가 처음 발견된 이후 북한은 끊임없이 슈퍼노트 제조국이란 의심을 받아 왔다. 화폐전문가들은 슈퍼노트 제작에 필요한 천문학적 비용(슈퍼노트 제조 라인 하나당 2000억원 이상)과 기술 수준, 장비, 재료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개인이나 범죄조직의 소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화폐 제작 노하우를 지닌 국가 장인급 전문가 집단도 필요하다. 또 이런 일을 수십년 이상 은밀히 진행하려면 철저히 통제된 사회여야 가능하다. 꼬리가 밟힌 사례도 있다. 1994년 북한 무역회사 간부들이 외교관 여권을 들고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위폐 25만 달러를 입금하려다 체포됐다. 1998년엔 모스크바 주재 북한대사관 직원이 위폐 3만 달러를 지니고 있다 발각됐다. 4년 후 망명한 그는 “북한이 슈퍼노트를 만들고 있다”고 증언했다. 단 모든 것은 증언과 정황 증거일 뿐 물증은 없는 상황이다. ●해외 위폐 입금 들킨 北노동자 “北 슈퍼노트 제작” 슈퍼노트는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질까. 전문가들은 미국 조폐청이 100달러를 찍어내는 공정과 똑같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 장의 고액권 화폐가 만들어지려면 ‘평판 인쇄→스크린 인쇄→요판 인쇄(뒤/앞)→활판 인쇄 등 한 달이 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슈퍼노트도 이런 공정을 거쳐 만든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슈퍼노트는 “인쇄만 다른 곳에서 했을 뿐 사실상 진짜 돈이나 다름없다”고 얘기된다. 위조 지폐는 만드는 수준에 따라 저급, 중급, 초정밀 위조지폐(슈퍼노트) 등 3단계로 구분한다. 저급 위조지폐는 일반 레이저 프린터나 컴퓨터 스캐너, 컬러복사기 등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중급은 평판 인쇄기 등 실제 인쇄 단계를 거치는 것을 말한다. 최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위폐를 만드는 것이 저급기술로 여겨지는 것은 만들기는 손쉬운 반면 아날로그 방식의 독특한 느낌을 구현하지 못해서다. 우선 촉감부터 다르다. 요판 인쇄를 거친 진폐는 만지면 오돌토돌한 느낌이 나지만 디지털 프린터 등으로 만든 돈은 인쇄 면이 평평하고 밋밋한 느낌이다. ●고급 슈퍼노트, 개인·일개 조직은 만들 꿈도 못 꿔 돈을 확대하면 차이는 더 도드라진다. 활판 인쇄를 하면 인쇄된 곳의 경계선이 진하고, 요판 인쇄를 하면 끝이 미세하게 번지는 모습을 보인다. 레이저 프린터 등을 이용하면 모든 인쇄선이 매끈하다. 특수 확대경으로 처음 위폐와 진폐를 비교해보는 사람은 오히려 인쇄면이 말끔한 위폐를 진폐라고 생각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디지털의 한계도 있다. 실제 화폐 속 미세한 선으로 이어진 등심원은 아무리 좋은 컴퓨터 스캐너와 프린터를 써도 선이 선명하게 나타나지를 않는다. 광학적으로 ‘간섭 효과’가 발생하는 까닭이다. 때문에 진지하게 범행을 모의하는 이들은 사람을 사서라도 꼭 아날로그 인쇄과정을 거친다. 위폐를 만드는 종이를 만드는 일도 쉽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권의 용지는 모두 동일 규격(156×66㎜)으로 매사추세츠 제지공장에서 만들어진다. 독특하게도 종이를 만들 때 많이 쓰는 목재나 펄프는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 대신 면 섬유(75%)와 마 섬유(25%)를 혼합해 부드러운 감촉을 유지하면서도 질기다. 또 흡수력이 강하고 특정방향으로 찢어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돈을 햇빛에 비춰보면 나타나는 위인 실루엣은 제지과정에서 두께 차를 둬 만든다. 중급의 위조지폐는 화학물감을 이용해 실루엣을 나중에 그려 넣기 때문에 자세히 보면 모양이 다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종이가 아니다 보니 돈으로 돈을 만드는 꼼수도 나온다. 일부 위조지폐 사범들은 1달러나 5달러짜리 지폐를 특수약품으로 표백해 인쇄내용을 깨끗이 지운 후 그 위에 고액권을 인쇄하기도 한다. 물론 완벽할 순 없다. 표백 처리 과정을 거치면 표면이 딱딱해져 만졌을 때의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원진오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과장은 “한때 5달러짜리 지폐를 표백제로 지운 후 100달러짜리를 인쇄하는 방식이 유행처럼 번졌다”면서 “이런 위폐는 불에 비춰보면 숨은 그림이 프랭클린이 아닌 링컨이 나오기 마련인데 일반인들은 숨은 그림이 있는지만 확인할 뿐 누군지는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속는 일이 많다”고 말한다. ●신권 뜨면 “재고 풀어버리자” 슈퍼노트도 ‘인플레’ 이렇듯 슈퍼노트는 진폐와 거의 차이가 없어 일반인이 구분하기 어렵다. 진폐보다 약간 누렇다고 하지만 오래 사용한 지폐와는 차이가 나지 않는다. 특히 최근 만들어진 슈퍼노트는 지폐 안에 숨겨진 미세한 문자와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리 보이는 기술까지 구현하는 데다 일련번호까지 각각 다르게 찍어낸다. 돋보기로 들여다봤을 때 미세문자가 약간 흐릿하게 나타난다지만 역시 전문가가 짚어주기 전에는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다. 적외선과 자외선 검사 등으로 구분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은행 본점이나 수사기관 등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만큼 오랜 기간과 정성을 들여 만들어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위조지폐는 금융권의 골칫거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3년 달러·위안화 등 위조 외화 적발 규모는 국내 금융권을 통틀어 773건, 5만 3800달러(미국 달러화 환산 기준)다. 2014년에는 998건, 10만 9700달러로 껑충 불었고 지난해에는 1732건, 26만 2813달러로 치솟았다. 실제 시중에 유통되는 위조지폐는 적발량의 20배에 이른다고 금융권은 예상한다. 최근 위폐가 급증한 것은 신권 때문이다. 2013년 10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100달러짜리 신권을, 지난해 11월 중국 인민은행은 10년 만에 100위안짜리 신권을 각각 발행했다. 신기술로 위·변조를 막겠다는 취지지만 신권이 나오면 위조지폐 유통은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위조지폐를 만드는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렵게 만든 위폐가 휴짓조각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만들어 놓은 물량을 빨리 풀기 때문이다. 얼마 전 중국에서 정교하게 제작된 100위안(약 1만 8000원) 지폐가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슈퍼노트급은 아닐 것으로 본다. 같은 기술력이면 100달러를 찍는 것이 100위안을 찍는 것보다 6배 이상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