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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GP 총격사건 부실 대응, 군 환골탈태해야

    합동참모본부는 그제 부실 대응 논란에 휩싸였던 전방 감시초소(GP) 총격사건의 당시 상황을 공개했다. 북의 총격 후 20여분 만에 대응사격을 시도했으나 원격조종이 가능한 K6 중기관총의 공이가 파손돼 실패했고 이후 10분 뒤 K3 경기관총으로 첫 대응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총격사건 32분이 지난 후에야 겨우 대응한 원인을 밝힌 것이다. GP는 북과 대치한 최전방 감시초소로 사시사철 24시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곳이다. 북에서의 총격 등 예기치 않은 돌발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곳에서 벌어진 총격사건의 초기 대응이 이렇게 허술했다는 데 의아해하지 않을 국민이 없다. 한 네티즌은 “너무 늦은 대응에 북한 군이 오히려 더 놀랐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더군다나 매일 점검해야 할 기관총의 핵심부품이 파손된 채 아무도 모르고 지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해이해진 군 기강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암구호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떠돌고 병사가 여군 지휘관을 폭행하고 부사관들이 장교를 집단 성추행하기도 했다. 취객이 부대 영내를 제집 드나들듯 하고 전투기 조종사들은 비상대기 근무 중 수차례 술판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영관급 장교를 포함한 장병 수십명이 무단 외출해 서울 이태원 유흥주점을 방문해 코로나19의 병영 확산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그때마다 장관이나 군 수뇌부가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기강해이 사건은 이어지고 있다. 군을 걱정하거나 비판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군이 외부의 적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는커녕 국민이 되려 군을 걱정하며 불안해하는 상황이다. 국방부에만 맞겨 놓기보다는 정부 차원의 진단과 대책이 필요하다. 대대적인 인적쇄신 등 환골탈태하는 고통과 반성 없이 군이 달라질 것 같지 않다.
  • 전북의 ‘닥공’은 어디로 갔을까

    전북의 ‘닥공’은 어디로 갔을까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닥공(닥치고 공격)’은 어디로 갔을까.전북은 지난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K리그1 2020시즌 개막전에서 1-0으로 가까스로 이겼다. 후반 38분 이동국의 결승골이 아니었다면 코로나19 사태 전에 치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포함해 3경기 연속 무승에 그칠 뻔했다. 전반 중반부터 수원에 크게 우세한 모습을 보였지만, 정작 골로 연결되는 위협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훵해진 옆구리의 공백이 더 커 보인다. 문선민은 군에 입대해 상주 상무 유니폼을 입었고, 로페즈는 상하이 상강(중국)으로 이적했다. 이들의 공백은 사실 시즌 전부터 불안 요소로 꼽혔다. ‘비프로일레븐’의 개막전 분석 자료가 수치로 증명한다. 플레이메이커 이승기에 이어 왼쪽날개 무릴로, 오른쪽 풀백 이용 순으로 공을 많이 잡았다. 그러나 공은 득점 지역보다 다시 중앙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전북은 5명의 미드필더가 중원을 두텁게 했는데, 공·수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김보경과 동선이 겹쳐졌다. 그러다보니 최전방의 조규성은 고립됐다. 크로스 성공률은 27%에 불과했다. 되레 56%의 수원보다 낮았다. 리그 4연패를 노리는 전북이 뜻을 이루기 위해선 무뎌진 측면의 날을 예리해져야 한다.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A급 측면 자원’을 수혈하는 게 가장 확실한 해결 방법이지만, 경기 수가 27라운드로 크게 줄었기 때문에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울산 현대에서 돌아와 원래 친정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지난해 최우수선수(MVP)이자 ‘베테랑’ 김보경의 자리매김이 시급한 이유다. 전북은 올 시즌 2선 자원은 많다. 하지만 한교원을 제외하면 스피드와 돌파력을 갖춘 자원이 부족하다. 2, 3선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김보경은 지금까지는 중앙이 익숙하긴 하지만 왼발잡이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윙어로의 역할이 지금은 더 필요하다. 이건 확실한 포지션과 전술적 역할을 맡기고 꾸준히 신뢰를 주는 코칭 스태프의 몫이다. 김보경이 얼마나 빨리 전북의 축구에 다시 녹아드느냐가 4연패를 저울질하는 전북의 시즌 초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추억이 된 칼주름…‘전투복 다림질’이 사라진 이유 [밀리터리 인사이드]

    추억이 된 칼주름…‘전투복 다림질’이 사라진 이유 [밀리터리 인사이드]

    다림질하면 ‘적외선 산란 기술’ 사라져2011년부터 병사 다림질 전면 금지방상내피, ‘누빔’에서 ‘발열체’까지 진화 40대 이상 군복무자라면 아마 ‘전투복 칼주름’에 대한 추억 하나쯤 갖고 있을 겁니다. 멋을 부리기 위해 다리미로 밤잠까지 설쳐가며 옷에 주름을 잡는 모습은 해외에서는 보기 힘든 아주 독특한 문화였습니다. 이런 칼주름 잡기 문화는 2011년 완전히 금지됐습니다. 왜 갑자기 전투복 다림질이 사라졌을까요. 10일 군과 국방기술품질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디지털무늬 전투복이 보급되면서 2014년에는 ‘개구리복’으로 불리던 구형 얼룩무늬 전투복이 군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얼룩무늬 전투복은 한국의 자연경관을 적용한 녹색, 갈색, 검정색, 카키색(탁한 황갈색) 등 4가지 색상을 넓게 펴 바르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여름에는 위장효과가 높았지만 겨울과 도시, 숲에서는 위장효과가 낮았습니다. ●신형 전투복에 숨겨진 ‘적외선 산란 기술’ 특히 위장색 사이 경계선이 너무 뚜렷해 경계가 모호한 ‘픽셀’ 형태의 디지털무늬를 적용한 미국, 러시아 등에 비해 기능이 뒤쳐지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2008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새로 흙색, 침엽수색, 수풀색, 나무줄기색, 목탄색 등 5가지 색상을 추출하고 지형 형태에 따른 위장무늬를 개발하게 됩니다. 신형 전투복에는 야간 투시장비의 기술발달에 대응하기 위해 ‘적외선 산란 기술’도 적용했습니다. 야간 투시장비는 밤에도 존재하는 가시광과 일부 근적외선 대역의 미약한 빛을 증폭시켜 눈으로 볼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야간 작전을 하는 병사들의 생존율을 높이려면 전투복에 적외선 산란 기능을 포함시켜야 합니다. 실제로 한국군 전투복은 야간 투시장비 감지 가능 근적외선 파장영역인 1100㎚를 넘어 1260㎚까지 야간위장 성능을 확보했습니다. 군이 장병들에게 다림질을 하지 못하게 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열을 가하면 적외선 산란 기능과 방수 기능 등 전투복 기능성이 사라집니다. 일부 장병들은 “신형 전투복은 구김이 적어 다림질을 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기능성에 초점을 맞춘 지침 때문이었던 겁니다.이런 높은 기능성에도 불구하고 2012년 ‘사계절 전투복’이 땀 배출과 통풍이 안돼 ‘찜톡 전투복’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사계절 전투복과 하계절 전투복을 따로 지급합니다. 정부 연구진은 현재 미군 전투복처럼 방염 기능과 내구성을 강화한 제품을 개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겨울에 장병들이 착용하는 ‘방한복 상의 내피’(방상내피)의 변화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방상내피를 우리는 흔히 ‘깔깔이’라고 부릅니다. 겉감과 안감 사이에 솜을 넣고 누빈 것으로, 보온성을 강화해 겨울이 오면 최고의 관심을 받는 군용 피복입니다. ●방상내피의 진화…전역 때 갖고 나오기도 2018년 국방부는 군은 물론 사회에도 널리 퍼진 ‘깔깔이’라는 은어를 ‘방상내피’로 바꾸는 행정용어 순화 캠페인까지 벌였는데, 적어도 일반 국민이나 군인들의 입에선 큰 효과를 보진 못한 것 같습니다. 지난 수십년간 사용된 데다, 입에 착 감기는 발음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 ‘깔깔이’라는 단어는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요. 과거 방상내피는 카키색이었는데 이 때문에 ‘칼칼이’라고 불렸다가 ‘깔깔이’로 바뀌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또 과거 방상내피 질이 좋지 않아 겉면이 이빠진 칼날처럼 거칠다고 해 ‘칼칼이’로 불리다가 ‘깔깔이’로 바뀌었다는 설명도 전해집니다. 우리 군은 광복 후 창군 과정에 미군으로부터 군복을 지원받아 입었는데, 그 중에 ‘M1941 야전 재킷’과 내피가 있었습니다. 방상내피의 시초인 이 내피 안감은 ‘울 원단’을 사용해 제작됐고, 울 원단의 특성상 피부에 닿았을 때 느낌이 까칠까칠해 ‘깔깔이’로 불렸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이후 탈부착 가능한 모자와 방한내피가 포함돼 보온성을 크게 높인 미군 군복 ‘M65 파커’가 대량 보급됐는데, 나일론 소재로 만들어진 이 방한내피가 본격적으로 깔깔이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방상내피는 장병들에게 인기가 많아 일부는 전역할 때 군에서 가지고 나오기도 합니다. 방상내피는 전역자 지급품 목록에 포함돼 있어 외부 반출이 가능한 제품입니다. 전역 이후까지 전역자들이 이용할 정도로 방상내피가 사랑받는 이유는 얇고 가벼우면서 보온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방상내피는 안감과 겉감 사이에 솜털, 우레탄 폼 등을 넣어서 마름모꼴의 ‘다이아몬드 무늬’가 생기도록 바느질을 하는 누빔 기법으로 제조합니다. 누빔이 된 천 중간에 공기층이 형성돼 열이 밖으로 잘 방출되지 않도록 합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국가들이 이런 방식을 이용합니다. ●혹한기에도 ‘발열체’ 넣어 야외근무 가능 하지만 최전방 지역의 혹한에는 방상내피로도 견디기 어렵습니다. GOP(일반전초)에서 근무했던 분들이라면 몸 속을 파고드는 그 칼바람을 기억할 겁니다.이 때는 2010년부터 보급한 ‘기능성 방상내피’를 사용합니다. 기능성 방상내피는 최대 50~60도의 온도를 내는 ‘발열체 판’을 등 부위에 넣을 수 있습니다. 6시간 동안 발열 효과가 있고, 온도 조절을 4단계로 할 수 있습니다. 혹독한 겨울을 나게 해줘 ‘슈깔’(슈퍼깔깔이)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과거엔 방상내피 허리에 고무줄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단추형, 지퍼형으로 차츰 개선됐습니다. 또 2011년 디지털무늬 전투복이 보급되면서 노란색 방상내피 대신 갈색 방상내피로 진화했고 2018년부터는 디지털무늬 방상내피가 생산돼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해군은 자체적으로 검은색 방상내피를 사용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美 응급실 의료팀장 극단적 선택… 코로나19 의료진 수난시대

    美 응급실 의료팀장 극단적 선택… 코로나19 의료진 수난시대

    엘리트 의사, 자신도 코로나 감염 뒤 회복“구급차서 나오기도 전 환자들 숨져” 고통 수많은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던 미국 뉴욕 맨해튼의 병원 응급실 의료팀장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장로교앨런병원의 로나 브린(49) 의료팀장은 전날 가족과 함께 지내던 버지니아주 샬럿츠빌에서 자해를 한 뒤 인근 병원에서 숨졌다. 브린의 아버지이자 의사인 필립 브린은 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데는 코로나19로 인한 정신적 피해의 탓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딸이 자신의 일을 하려 했고, 그 일로 인해 죽었다”고 말했다. 아버지 브린의 말에 따르면 고인은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약 열흘간 요양한 뒤 다시 출근했다. 병원 측은 그를 돌려보냈지만 다시 출근해 가족들이 샬럿츠빌로 데려가야 했다. 딸은 정신질환을 겪은 적이 없었다고 아버지는 말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대화했을 때, 딸은 고립된 것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고인은 구급차에서 꺼내기도 전에 죽어간 수많은 환자들에 관해 아버지에게 설명하곤 했다. 브린 박사는 “딸은 정말 최전방 참호 속에 있었다”면서 “그는 영웅으로 칭송받아야 한다. 왜냐면 영웅이었으니까”라고 말했다. 고인의 직장인 앨런 병원 측은 성명에서 “브린 박사는 응급 부서의 힘든 최전선에서 가장 이상적인 의학을 실현해 온 영웅”이라면서 “우리는 이미 엄청나게 어려운 이 시기에 그의 가족, 친구, 동료가 이 슬픈 소식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숨진 브린 박사는 생전에 매우 활기차고 외향적이었으며, 일 외에도 친구, 취미, 스포츠에 열정적이었다고 친구들이 전했다. 그는 뉴욕 스키클럽의 열정적인 회원이었고 매주 노인 거주 세대에 자원봉사를 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앨런 병원은 200개 병상 중 170개에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고 있다. 내부 문서에 따르면 이 병원에서만 59명이 사망했다. 고인은 이 병원이 소속된 뉴욕장로교병원 네트워크 전체에서 존경받는 의사였다. 이 병원 품질관리 담당 부소장인 로렌스 멜니커는 “앨런 병원에서 재능이 뛰어나지 않고는 그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멜니커 박사는 코로나19 미국 위기의 진원지인 뉴욕 전역의 응급의들에게 특별한 정신 건강 문제가 제기된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들은 온갖 끔찍한 비극을 대하는 데 익숙해져 있지만 유독 스스로가 병에 걸리거나, 동료, 친구, 가족이 감염되는 일엔 취약하다”면서 “자신의 동료를 치료하는 일에도 그렇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전세계 의료진이 사투의 현장 밖에서도 수모를 당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에선 의료진이 셧다운 해제를 요구하는 성난 시위대에 맞서고 있다. 멕시코에선 이들이 오히려 코로나19를 퍼뜨린다며 폭행과 학대를 당하기도 한다. 필리핀에선 한 간호사가 표백제 공격을 받고 시력을 영구적으로 잃게 됐다. 인도에선 의료진이 돌을 맞고 파키스탄에선 자녀와 함께 자신의 집에서 쫓겨났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여기는 동남아] 코로나19로 어려운 이웃 위해 무료음식 전하는 배달의 기사들

    [여기는 동남아] 코로나19로 어려운 이웃 위해 무료음식 전하는 배달의 기사들

    이동 제한 명령이 5주째 시행 중인 말레이시아에서 유일하게 경제 활동이 가능한 영역이 바로 음식 배달 서비스다. 이런 가운데 말레이시아의 대표 온라인 음식 배달업체 직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어려운 이웃에게 음식을 전해주는 사연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선행의 시작은 오토바이로 음식을 배달하는 하미드 씨의 작은 결심에서 시작됐다. 온라인 배달업체 푸드판다에서 배달 일을 하는 그는 최전방에서 코로나19 치료에 고생하는 의료진들을 위해 무료 음식을 제공하기로 마음먹었다. 지난달 중순 직장 동료 25명과 함께 100인분의 음식을 의료진들에게 전달했다. 이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동종업계 가장 큰 경쟁사인 그랩푸드 직원들도 동참 의사를 밝혀온 것. 푸드판다 직원들의 선행은 그랩푸드 직원의 관심을 끌었고, “무료 음식배달 서비스를 함께 하자”면서 손을 내밀었다. 경쟁 업체 직원과 손을 잡자 선행의 규모는 좀 더 확대됐다. 의료진뿐 아니라 노숙자, 실직자 등 사회 곳곳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음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들은 매주 금요일을 무료 음식 배달의 날로 정했다. 금전적 도움을 줄 형편이 못 되는 직원들은 가족들을 동원해 직접 음식을 요리했다. 그랩푸드에서 배달 일을 하는 이르판 씨는 “부모님과 아내가 전날 밤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요리를 하고, 새벽 5시까지 포장을 했다”고 전했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이렇게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은 배송지 주소가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매일 도시 곳곳에 음식 배달을 해왔던 이들은 어느 곳에 굶주리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 한 달 전 150세트의 음식을 전하던 손길은 이제 600세트로 늘었다. 이들은 “우리는 아직 일할 기회가 있고, 돈을 벌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실직한 사람들, 가게 문을 열 수 없는 사람들, 수입이 없어 먹을 게 떨어진 이들에게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종실 호치민(베트남)통신원 litta74.lee@gmail.com
  • 최순호·김기동 소환한 포항, K리그 랜선 토너먼트 우승

    최순호·김기동 소환한 포항, K리그 랜선 토너먼트 우승

    준결승 동해안 더비 승리 기세 몰아 우승까지프로축구 K리그 포항 스틸러스가 18~19일 양일간 펼쳐진 ‘K리그 랜선 토너먼트 TKL컵’에서 김기동 감독과 최순호 기술이사를 가상현실 속 ‘현역’으로 내세워 우승을 차지했다.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20시즌 K리그가 코로나19로 개막이 지연되자 축구 팬들을 위해 온라인 축구 대회를 개최했다. ‘K리그 랜선 토너먼트 TKL컵’로 명명된 이 대회에는 군팀인 상주 상무를 제외한 K리그1 11개 팀(2020시즌 기준)에서 선수들이 한 명씩 나서 인기 게임 ‘FIFA 온라인4’로 승부를 펼쳤다. ‘포항 대표’로 나선 송민규는 중앙 미드필더에 김기동 감독, 최전방 공격수에 최순호 기술이사를 기용했고, 현실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이 같은 스쿼드로 우승까지 내달렸다. 준결승에서는 울산 현대 조수혁을 상대로 ‘동해안 더비’를 펼쳐 3-1로 승리를 거둬 홈 팬들을 기쁘게 했고, 3판 2선승제로 진행된 결승전에서는 광주 두현석을 상대로 2승1패를 거두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송민규는 “우승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동해안 더비에서 반드시 승리한다는 생각으로 토너먼트에 임했다”면서 “진짜 축구든 게임 축구든, 울산을 상대로는 반드시 이기는 게 포항 팬들의 바람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임은 휴식 시간에 조금씩만 하고 있으니 팬들께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충실히 훈련하며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코로나19에 맞서 우리 모두 함께 싸우자”…2020 라이브 에이드 ‘원 월드:투게더 앳 홈’

    “코로나19에 맞서 우리 모두 함께 싸우자”…2020 라이브 에이드 ‘원 월드:투게더 앳 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세계적인 위기입니다. 우리는 이것과 싸우기 위해 함께 모여야 합니다. 우리의 지도자들에게 전 세계의 건강관리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합시다. 그래야 이런 위기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팝의 전설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는 영국 런던 자택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세계 정상들의 적극적인 대처와 세계인의 연대를 촉구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간호사였던 어머니에 대한 추억도 소개하면서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진들을 향해 “당신들이 진짜 영웅”이라고 덧붙이며 ‘레이디 마돈나’(Lady Madonna)를 열창했다. 매카트니의 연주와 노래가 끝나자 2019년 그래미상을 받은 미국 가수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가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머스그레이브스 역시 공연장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연주와 노래를 이어갔다.18일(현지시간)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전 세계 의료진을 응원하고, 세계인들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촉구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및 글로벌 시티즌(Global Citizen)과 함께 개최한 온라인 자선 콘서트 ‘원 월드: 투게더 앳 홈’(One World: Together At Home)에는 매카트니를 비롯해 롤링스톤스, 엘튼 존, 스티비 원더, 롤링스톤스, 셀린 디온, 테일러 스위프트, 빌리 아일리시 등 세계 팝의 전설과 현재 최고의 인기 가수들이 총출동했다. 공연은 총 8시간 동안 각자의 집에서 셀프카메라 형식으로 릴레이 중계됐으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와 빌 게이츠 부부, 데이비드 베컴 부부, 오프라 윈프리 등도 자택에서 찍은 영상 메시지로 동참했다. 또 코로나19 환자가 급감하고 최근 총선까지 치르며 정상화를 되찾고 있는 한국을 방역 모범 사례로 소개하며 국내 의료진의 인터뷰 영상도 담았다.레이디 가가는 이 공연을 통해 “우리를 위해 자기 생명의 위험을 감수한 모든 의료 종사자에게 나는 매우 마음을 쓰고 있다. 매일 그들을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라고 말한 뒤 냇 킹 콜의 ‘스마일’을 불렀다. 엘튼 존은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최전방에서 일하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며 “당신들의 전문 지식과 사랑, 헌신, 인류애에 감사드린다”며 자신의 곡 ‘아임 스틸 스탠딩’을 불렀다. 배우 잭 블랙은 특유의 코믹하고 유쾌한 표정과 동작으로 ‘홈 트레이닝’ 영상을 공개하며 모두 집에서 안전하고 유익한 시간을 갖기를 촉구했다.공연의 대미는 레이디 가가와 셀린 디온, 존 레전드, 안드레아 보첼리가 피아니스트 랑랑의 연주에 맞춰 부른 ‘더 프레이어’가 장식했고, 한국 가수 중에는 아이돌 그룹 슈퍼엠이 유일하게 참여했다. 공연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 스트리밍 중계됐고, 모금액은 5000만 달러(약 608억원)를 넘어섰다. 국적을 가리지 않고 세계 정상급 음악·예술인들이 8시간 넘게 자선 공연을 펼치면서 1985년 아프리카 난민과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해 개최한 대규모 자선공연 ‘라이브 에이드’ 2020년 버전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평소라면 그냥 ‘빨간 날’… 역사 한 페이지 당사자 돼 뜻깊어”

    “평소라면 그냥 ‘빨간 날’… 역사 한 페이지 당사자 돼 뜻깊어”

    청소년 54만 8986명에 참정권 부여 친구들과 후보들 공약 공부·토론하고 ‘내 인생의 첫 선거’ 영상 만들어 올려 “당선자 공약 안 지키면 어떡하나” 걱정 입시·교육정책에 더 많은 관심 당부도“평소라면 그냥 ‘빨간 날’이었을 텐데, 이번엔 처음으로 선거 공보물도 꼼꼼히 읽고 뉴스도 찾아봤어요. 너무 떨리고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고등학교 3학년인 송성은(18)양은 15일 생애 첫 투표를 마치고 이렇게 말했다. 이날 치러진 21대 총선은 만 18세 청소년(2001년 4월 17일~2002년 4월 15일 출생자)의 참정권이 처음 허용된 선거였다. 청소년 유권자는 54만 8986명. 전체 유권자(4399만 4247만명)의 1.2%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2002년 4월 12일 태어난 손양은 “생일이 지나지 않아 투표를 못 하는 친구들이 엄청 부러워했다. 며칠 차이로 얻은 내 표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며 “처음이라 후보도 정당도 너무 헷갈렸지만, 일부러 부모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 정보를 다 검색했다”고 전했다. 대학교 새내기인 윤지형(19)양은 “투표소 앞에 줄을 섰을 때만 해도 이 후보자와 정당을 뽑는 게 맞는지 고민되고 떨렸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전교 학생회장 선거랑 비슷하더라”면서 웃었다. 그는 “역사책에 ‘여성 선거권 획득’이라는 한 줄이 있듯이, 후대에 ‘대한민국 최초 만 18세 선거’라고 적힐 역사의 당사자가 돼 뜻깊었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 성사청소년문화의집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양은 투표 이후 친구들과 ‘내 인생의 첫 선거’라는 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10대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면면과 공약을 따져 보고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 양아영(19)양은 “대중교통이나 문화시설 확충 등 실현 가능성 있는 공약이 눈에 들어왔다”며 “앞으로 공약이 잘 이행되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이지혜(18)양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례처럼 후보를 잘못 뽑으면 손실이 크다는 걸 경험했으니 잘못을 반복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후보의 공약을 믿고 선택했는데 당선되고서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선거연령이 낮아진 만큼 정치권이 앞으로 학생을 비롯한 젊은 세대를 위한 정책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등학교 3학년 노경민(18)군은 “민주주의 사회로 한 걸음 내딛는 것 같아 뿌듯했다”면서도 “이번 선거에서 청소년을 위한 공약은 없었던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어른들은 학생을 어리다고 보지만 친구들과 함께 비례정당이 뭔지 공부하고, 어떤 공약이 좋은지 토론도 한다”며 “청소년도 1~2년 후면 사회로 나갈 텐데, 이런 유권자의 삶을 윤택하게 해 줄 수 있는 정치인이 나오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윤양은 “만 18세 유권자 대부분이 입시 최전방에 놓인 고등학생이다. 이제 학생들이 직접 투표할 수 있게 됐으니, 국회의원들이 입시와 교육정책에 더 신경을 쓰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美 합참의장, 北 순항미사일 발사에 “도발적이라 생각 안한다”

    美 합참의장, 北 순항미사일 발사에 “도발적이라 생각 안한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 의장은 북한이 지대함으로 추정되는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한 데 대해 특별히 미국에 도발적이거나 위협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밀리 의장은 14일(현지시간) 국방부 언론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평가의 관점에서 지금 당장은 뒤섞여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은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강원도 문천 일대에서 지대함으로 추정되는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동해를 향해 발사했다. 그는 “우리에 대한 어떤 의도적인 도발이 아니라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떤 기념행사와 연결돼 있을지 모른다”며 “하루나 이틀 지나면 정보 채널에서 얻은 것을 통해 분명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거리나 단거리 어느 것도 아니라는 말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건 단거리였다. 특별히 큰 미사일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밀리 의장은 “우리가 어느 곳에서 날아오는 어떤 미사일에 대해서도 하는 것처럼 우리는 아주 면밀히 감시하고 분석을 행한다. 보통 이틀 정도 걸린다”며 이번 미사일 발사를 놓고서도 한국군과 긴밀히 협력하고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과도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고 말했다. 밀리 의장의 반응은 북한이 발사한 순항미사일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금지한 탄도미사일 시험이 아닌 데다 그동안 미국이 그다지 문제 삼지 않았던 단거리 미사일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또 그가 언급한 북한의 기념행사란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밀리 의장은 이날 코로나19와 관련해 미군 입장에서 불안정성을 가장 우려하는 지역이 어디냐는 질문에 “우리가 관여하는 상당수 지역이 있다”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시리아를 꼽았다. 이어 북한은 어떠냐는 질문이 나오자 “우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북한에 관해 좋은 통찰력을 갖고 있지 않다”며 “그러나 북한에게도 도전받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브리핑 모두발언을 통해 미국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국가안보 임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며 중동에서 아프간까지 대테러 임무, 항행의 자유 보장, 이란의 나쁜 행동 억제 등과 함께 북한의 무기시험 감시를 사례로 꼽았다. 에스퍼 장관은 한국이 미국에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제공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우리 동맹이 우리에게 준 물자, 지원 등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무부 대변인도 미국이 한국 기업에서 지금까지 75만개의 진단 키트를 구입했고 15일까지 모두 도착할 예정이라며 구매를 가능하게 한 한국의 지원에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 또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축(린치핀) 동맹으로서 한국은 이 전염병 대유행의 최전방에 있었다”며 “우리는 이 질병과 공개적이고 투명한 방식으로 싸우는 데 있어 한국의 협조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사업 본궤도… 강원 판도 바꾼다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사업 본궤도… 강원 판도 바꾼다

    국토 최북단 동서로 가로지르는 철도 2026년 서울~속초 100분도 안 걸려 춘천·화천·양구·인제·백담·속초역 설치 6개 역세권 숙박·상업·관광단지 개발 낙후된 최전방 지역 ‘상전벽해’ 기대 최문순 지사 “유럽까지 잇는 교두보”우리나라 최북단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고속화철길시대가 열린다. 서울~춘천(81.3㎞) 경춘선 전철에 이어 춘천~속초(93.74㎞)를 잇는 동서고속화철길이 뚫리기 때문이다. 철도 노선은 지난달 말 입찰 공고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1987년 대선 공약으로 처음 언급된 이후 33년 만이다. 모두 2조 284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단선으로 개통되는 고속화철도는 시속 250㎞의 준고속열차(EMU250)가 투입될 예정이다. 서울 용산역에서 속초까지 빠르면 1시간 20분, 늦어도 1시간 40분이면 갈 수 있다. 춘천·화천·양구·인제·백담·속초 등 역사가 놓이는 지역마다 개발에 대한 희망에 부풀었다. 남북 평화시대 북한을 경유해 시베리아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철길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14일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만나 동서고속화철도의 청사진을 들여다봤다.통일시대 이후 ‘미래의 땅’으로 남은 강원 북부지역이 고속화철도시대를 맞아 기대에 부풀었다. 백두대간 험준한 산악지형과 비무장지대(DMZ)를 가까이에 두고 있어 개발에서 소외됐던 강원지역이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주민들은 “가난한 산촌에서 전국 최고의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남북한 첨예한 대결지대에서 평화시대를 이끄는 허브지역으로 변신하고 있다”며 “분단된 군사지역, 험준한 산악지역, 산업이 낙후된 지역에서 벗어나 청정 자연자원을 기반으로 힐링의 고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환영 일색이다. 동서고속화철도사업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지난달 31일 전체 8개 공구 가운데 6개 공구의 기본설계 입찰을 공고하면서 본격화됐다. 오는 6월 공구별로 용역사가 선정되면 1년간 설계작업에 들어간다. 사실상 행정절차를 모두 마치고 착공을 위한 첫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최대 난코스인 1공구 구간의 춘천역 지하화와 7공구 미시령터널 구간은 이번 입찰에서 빠졌다. 유청담 강원도 철도시설팀 주무관은 “이들 구간은 많은 공사비와 기간이 필요한 구간으로 이르면 5월 중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시행하는 턴키방식으로 별도 입찰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춘천역구간 1공구(춘천 근화동 춘천역~의암호~신북읍 산천리)는 7.4㎞ 구간 가운데 6.5㎞가 지하터널로 건설된다. 현재 춘천역 정거장의 궤도와 시스템을 개량하고 환기구 등을 추가로 만들면서 모두 2454억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공사다. 미시령터널 7공구(인제 북면 용대리~고성 토성면 원암리)도 터널 2곳(14.13㎞)과 경사갱 3곳(5.01㎞)을 포함해 14.3㎞ 구간으로 2339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된다. 역사는 화천군 간동면 간척리와 양구군 양구읍 하리, 인제군 원통리, 용대리 백담사 입구로 정해졌고 종착역은 속초시 노학동 인근으로 정해졌다. 상반기에 모든 공구별 설계가 시작되면 남은 행정절차는 내년 실시설계 과정의 환경영향평가만 남게 된다. 손창환 강원도 건설교통국장은 “수년간의 행정절차를 마치고 설계에 본격 착수하면서 동서고속화철도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며 “동서를 가로질러 철길이 완성되면 개발에서 소외됐던 강원 북부권의 발전과 남북 철도시대를 여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철도가 지나는 춘천, 화천, 양구, 인제, 백담, 속초 등 6개 역세권의 개발계획 밑그림도 그려졌다. 춘천역은 철도역사와 문화상업시설이 들어서는 도심권 복합환승센터로 개발된다. 주변의 의암호와 레고랜드, 캠프페이지를 연계하고 인근의 근화동 하수종말처리장을 복합용지로 개발해 대단위 호텔·콘도미니엄 등 숙박·상업·관광의 중심지로 가꿀 전망이다. 첫 경유지인 화천역에는 스타트업 빌리지를 조성해 청년층과 탈북민 유입을 꾀한다. 지역의 농특산품을 가공하는 생산가공단지로 구상 중이다. 양구역에는 인근 스포츠타운을 연계한 체험형 문화·레포츠시설을 배치하고 인문학 마을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제군 북면 원통리에 들어설 인제역은 버스터미널을 역사 주변으로 이전해 환승시스템을 갖추고 시간여행을 주제로 한 테마형 상업시설이 세워진다. 이곳에는 산과 계곡, 내설악을 이용한 모험스포츠를 활성화시키고 상업 카페거리와 군장병 테마거리도 만들 예정이다. 미시령터널 입구에 위치할 백담역에는 목공예 테마 상업단지와 펜션 등 수익형 주거단지를 건립하고, 종착역인 속초역은 양양국제공항 등을 연계한 복합환승센터와 함께 호텔과 복합전시산업(MICE) 시설을 유치해 고층형 고밀도 개발을 유도할 방침이다. 또 화천역 인근과 고성군 토성면 청간리에는 철도 배후도시로 귀촌·귀농·은퇴자들이 머물 수 있는 주거단지를 만든다. 은퇴자들의 생활공간인 전원타운, 시니어타운 등의 뉴라이프시티를 건설한다. 민자 유치로 건설되는 역세권 개발에는 8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한효종 도 역세권개발과 개발지원팀장은 “설악권의 수려한 자연자원 등을 활용해 특성화된 역세권 개발이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춘천~속초 고속화철도가 놓이면 서울(용산역)에서 속초까지 1시간 20~40분이면 갈 수 있다. 현재 서울(청량리역)~춘천 경춘선 전철구간은 시속 180㎞급 준고속열차인 ITX로 50분가량 소요된다. 하지만 속초까지 연장되고, 노반공사가 업그레이드되면 시속 250㎞로 달릴 수 있는 준고속열차가 투입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에서 속초 간 왕복 반나절 생활권이 가능해진다. 오후 퇴근길에 동해안을 찾아 저녁을 먹고 귀경해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사업은 1987년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처음 등장한 이후 선거 때마다 주민들의 숙원사업으로 회자됐다. 올해 입찰 공고가 되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것은 꼭 33년 만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기본설계에 이어 1년간의 실시설계를 거치고, 2022년 하반기 시공업체가 선정되면 일사천리로 공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당초 목표대로 2026년 개통된다면 2010년 서울~춘천 경춘선복선전철 완공 16년 만이고, 대선 공약으로 거명된 지 39년 만에 동서 최북단 고속화철길이 완전히 뚫리는 셈이다. 2018 동계올림픽을 전후해 뚫린 서울·양양고속도로와 강릉선 KTX에 이어 춘천~속초 고속화철길까지 놓이면 동해북부 관광산업에도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양양국제공항과 동서축 고속도로, 철길 등으로 해마다 강원 동해안을 찾는 관광객이 1억 5000만명 이상 될 것으로 점쳐진다. 부산~강릉 전철, 제천~영월~삼척 고속도로까지 완공되면 강원 관광은 또다시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춘천~속초 고속화철도사업의 본격화로 분단의 상징이고 발전에서 소외됐던 강원 최전방지역이 각광받는 시대가 열렸다”며 “남북평화시대 북한을 경유해 시베리아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가족에게 모자랐다” 지상욱, 부인과 선거유세

    “가족에게 모자랐다” 지상욱, 부인과 선거유세

    미래통합당 지상욱(서울 중구성동을) 후보는 지난 5일 부인 심은하와 함께 집중유세를 다녔다. 지 후보는 아나운서 출신인 민주당 박성준 후보와 여론조사 결과에서 경쟁하고 있다. 지상욱 후보는 이날 “정치 최전방에서 일할 때 가족들이 외로워했다. 저에게 서운함을 많이 느꼈다는 걸 최근에 와서 알게 됐다. 그동안 서운함을 가졌던 가족들에게 이 자리를 통해 제가 많이 모자랐다는 말씀을 드린다고”고 말했다. 지 후보는 “남편을 내조하기 위해 남편을 도와 애써주시는 여러분들을 위해 제 집 사람도 함께 나와서 인사를 드린다”고 심은하를 소개했다. 갈색 코트를 입고 마스크를 낀 심은하는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했다. 직접 발언을 하지는 않고 유세차량에서 10분간 조용히 지 후보 옆에 서 있었다. 심은하는 1993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스타배우로 활약하다 2001년 돌연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고, 2005년 지상욱 후보와 결혼 후 정치인의 아내로서 내조를 해 왔다. 슬하에 두 딸이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軍, 기능성 전투복 ‘컴벳셔츠’ 34만 벌 구매한다

    [김대영의 무기 인사이드] 軍, 기능성 전투복 ‘컴벳셔츠’ 34만 벌 구매한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3월 20일 2020년 신규품목으로 컴벳셔츠 조달계획을 공고했다. 이 공고에 따르면 조달수량은 34만 벌로 올해는 14만 벌 그리고 내년에는 20만 벌을 구매할 계획이다. 사업금액은 약 120여억 원(20년 49억 원, 21년 71억 원)에 달한다.컴벳셔츠란 땀을 흡수하고 빨리 마르게 하는 흡한속건성 소재를 몸통 앞판과 뒷판에 사용한 기능성 전투복이다. 우리 육군과 해병대가 입게 될 컴벳셔츠는 하계용 반짚업형 피복으로 알려져 있다. 난연(방염) 성능이 포함되었고, 소매 및 옆구리용 원단에는 디지털 무늬가 적용될 예정이다. 우리 군의 컴벳셔츠 도입은 지난해 12월 말 국방부가 발표한 ‘2020년부터 달라지는 국방 업무’를 통해 알려졌다. 피복류 보급 개선을 위해 최전방 부대 병사를 대상으로 보급했던 패딩형 동계점퍼를 입대 병사 전체로 확대 보급하고, 컴벳셔츠를 신규로 모든 입대 장병에게 보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구매예산과 수량은 이번 공고에서 최초 공개되었다.컴벳셔츠는 미군이 만든 최신형 군복상의이다. 대표적인 것이 미 육군의 ACS(Army Combat Shirt) 즉 육군컴벳셔츠로, 지난 2002년 'Objective Force Warrior' 프로그램을 통해 시제품이 처음 공개되었다. 고온의 중동지역 특히 아프간과 이라크전을 통해, 방탄복을 입은 병사들의 열 피로도 문제가 제기되면서 빠르게 보급이 진행되었다. 우리 군도 육군과 해병대의 몇몇 부대에서 컴벳셔츠를 입고 있지만, 정식 보급품이 아니라 사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육군이 지난 2018년부터 워리어 플랫폼을 본격화하면서 컴벳셔츠 도입에 속도가 붙었다. 워리어 플랫폼이란 육군이 장차전을 대비해 추진 중인 5대 게임체인저 중 하나로, 개인 전투장비 현대화를 위해 추진 중인 사업이다. 개인 전투원의 전투복과 방호장비 등을 강화해 생존성과 전투력을 증대시키는 내용이 핵심이다.최초의 우리 군 군복이 탄생한 것은 지난 1954년으로 당시 복장 규정이 정비되면서 비로서 대한민국 군복이 만들어진다. 복장 규정이 생기기전에는 임의로 군복을 착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1954년 만들어진 군복은 미군 군복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상의에 다섯 개의 단추를 붙이고 하의에 바지주머니를 붙인 형태였다. 1967년에는 윙칼라에 바지 주머니를 속 주머니로 개정토록 했다. 1971년부터는 활동의 편리성 증대를 위해 전투복 상의를 하의 밖으로 착용토록 했으나, 1973년 외관상 불량하다는 이유로 다시 전투복 상의를 하의 안으로 착용토록 했다. 그리고 1990년대에는 민무늬 색상의 군복을 얼룩무늬로 개정했다. 2000년대부터는 디지털무늬 군복이 도입되었으며 실용성이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kodefkim@naver.com
  • 해군 경계실패 ‘후폭풍’…해군기지 경계에 해병대 투입 논란

    해군 경계실패 ‘후폭풍’…해군기지 경계에 해병대 투입 논란

    해군기지의 잇단 경계실패 대책으로 군 당국이 해군기지 경계작전에 해병대와 육군을 추가 투입하는 방안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군 당국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는 제주에 신속기동부대로 순환 배치되는 해병대 1개 대대를 제주 해군기지 경계 임무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군 당국은 지난 7일 민간인 2명이 제주 해군기지의 철조망을 절단하고 약 2시간가량 침입한 사건과 관련해 기지 경계력 보강 차원에서 해병대 투입 방안을 꺼냈다. 정경두 장관도 해군과 해병대의 의견을 수렴에 검토해 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만일 해병대대가 제주 해군기지로 이동할 경우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육군 특수전 병력에 대해 제주 신속기동부대의 임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군 당국이 이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군 안팎에서는 여러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간인에 대한 경계실패를 두고 군이 ‘돌려막기’를 하는 것 아니냔 목소리도 있다. 또 그간 군 당국의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방부와 합참은 2005년부터 최전방 지역 등에 CC(폐쇄회로)TV 감시 장비 위주의 과학화 감시·경계 장비를 설치하면서 줄어드는 병력을 대신할 최선의 방안이라고 홍보를 해왔다. 이런 장비를 설치해 놓고도 해병대 병력을 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그간 홍보해온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또 제주기지에 육군 특수전 병력이 신속기동부대의 역할을 할 경우 국군조직법을 손봐야 한다는 절차상의 문제도 남아있다. 반면 군의 이런 방안이 꼭 나쁘지만은 않은 것이란 의견도 있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부족한 병력과 짧은 경계교육 기간으로 해군의 기지 경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육상 경계작전에 최적화된 해병대와 육군이 해군 기지방어를 지원한다면 해군의 해상 경계라는 주 임무가 원활히 될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합참 관계자는 “합참 차원에서 주요 해군기지 경계력 보강을 위해서 기지의 중요성이나 경계 제반 여건 등을 고려해서 최적의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며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를 통해서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최종적으로 검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전도사 당대표 황교안의 무리수 발언 뭇매 [이슈있슈]

    전도사 당대표 황교안의 무리수 발언 뭇매 [이슈있슈]

    종교시설 집단감염 반복…전날 한 교회 최소 12명 감염진중권 “당 대표인지 전도사인지…당대표 할 말 아냐” 대구 신천지 예배를 통해 대규모 집단 감염이 일어난 이후 정부는 국내 코로나19의 종식을 위해 다중이 모이는 집회와 종교행사 등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행정기관 등을 동원해 종교시설에 대한 방역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성남 은혜의강교회, 경기 부천 생명수교회, 서울 동대문구 동안교회, 경기 수원 생명샘교회 등 종교행사를 통한 소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했고 이를 매개로 한 지역 내 감염 확산이 이뤄졌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28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신천지와 교회는 다르다. 교회 내 감염이 발생한 사실도 거의 없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대표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전도사로 유명하다. 불교행사에 참석해 불교식 합장을 머뭇거려 뭇매를 맞기도 한 그는 서울 양천구 목동의 성일침례교회를 모교회로 삼고 있는 침례교 신자다. 황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종교계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전혀 협조하지 않은 것처럼, 마치 교회에 집단감염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신천지 여론을 악용해 종교를 매도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스크를 벗고 시민의 미소를 볼 수 있는 날 우리 시민들은 정권의 무능과 야바위 정치꾼들을 기록하고 징비(懲毖)할 것이다. 국민과 함께 ‘징비록2020’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이 같은 글을 쓴 날 서울 동작구는 만민중앙교회에 근무하는 50대 여성 목사 최모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교회 집단감염 확진자는 최소 12명으로 방역당국이 접촉자로 분류한 인원은 약 300명이다.종교시설의 집단감염이 반복되고 있지만 일부 대형교회들은 “종교탄압”이라며 현장 예배를 진행한다. 구속된 전광훈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사랑제일교회는 방역지침을 위반해 다음 달 5일까지 집회가 금지됐는데도 현장 예배를 강행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당 대표인지 전도사인지 (헷갈리는 듯 하다)”며 제1야당, 공당의 대표가 할 말은 아니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황 대표는 페이스북 글 가운데 문제가 됐던 ‘교회 내에서 감염이 발생된 사실도 거의 없다고 한다’는 문구를 삭제해 수정했다. 진 전 교수는 “마침 당대표가 전도사이니, 머뭇거리는 개신교회들을 향해 주일예배를 온라인예배나 가정예배로 대체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보수적 기독교인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것이 정부에서 요청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아마 총선에서 표 얻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진 전 교수는 “야당의 역할은 국민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고 있을 때 이를 정권을 공격하는 기회로 삼아 총선에 유리한 지형를 만드는 데에 있는 게 아니라 난국을 헤쳐나가는 데에 국민과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안심하고 나라를 맡길 수 있는 세력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라고 주문했다.황 대표는 또 ‘1977년 도입한 의료보험이 코로나19 극복의 토대가 되고 있다’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말을 인용하면서 “박정희 대통령은 매우 혁신적인 의료보험 정책과 고용보험 정책을 통해 위기 국면에서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전 세계는 한국의 코로나 대응에 주목하며 그 토대를 질병관리본부로 꼽고 있다. 최전방에서 밤낮없이 애쓰고 있는 질병관리본부는 2003년 참여정부시절 사스를 겪고난 뒤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만든 것이다. 각종 질병의 예방관리 대책을 수립·추진하고 감염병에 대응하고 있다. 사스 이후 국립보건원에서 질병관리본부로 확대 개편됐고, 메르스 이후엔 본부장 지위가 1급(차관보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됐다. 긴급상황센터 신설과 위기소통담당관, 감염병진단관리과도 메르스를 계기로 새로 생겼다. 지난해 12월 기준 본부에만 289명이 근무 중이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 희망은 음악을 타고 # 봄꽃처럼 피어난다

    # 희망은 음악을 타고 # 봄꽃처럼 피어난다

    “영감을 준 이탈리아 사람들을 위해… 아일랜드 사람들을 위해… 오늘날 궁지에 몰리고도 여전히 노래하는 모두를 위해. 의사들, 간호사들 그리고 최전방의 방역자들을 위해, 우리가 부르는 건 바로 당신들입니다. 보노.” 록밴드 U2의 보컬이자 인도주의 활동가인 보노가 18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예정에 없던 신곡을 발표했다. 보노는 이날 바다가 보이는 아일랜드 더블린의 저택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부르는 자신의 영상을 직접 촬영해 공개하며 ‘Let Your Love Be Known’(네 사랑이 알려지게 해)이라고 곡명을 소개했다. 세계 전역을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료와 방역을 위해 노력하는 모두를 응원하기 위해 쓴 곡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일시 정지’ 상태에 빠진 가운데 사람들의 슬픔을 달래고 희망을 기원하기 위해 음악인들의 연대가 이어지고 있다. 보노에 앞서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는 지난 16일 트위터에 “코로나19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을 위한 곡”이라면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3번 ‘사라반드’를 연주하는 영상을 올렸다. 요요마는 연주 영상과 함께 “우리 모두를 위해 인간적 연결과 과학적 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여러분의 능력이 내게 희망을 준다”는 메시지도 전했다.인스타그램에서는 인기 가수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슷한 맥락의 ‘#투게더앳홈’(#TogetherAtHome) 챌린지가 시작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외출 자제를 촉구하면서, 집에서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기기 위해 기획됐다. 시작은 밴드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이 끊었다. 마틴은 지난 17일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세계의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팬들이 요청한 히트곡 ‘옐로’, ‘비바 라 비다’ 등을 피아노 연주와 함께 불렀다. 마틴은 30분가량 즉흥적으로 진행한 미니 콘서트를 마치면서 다음 연주자로 팝스타 존 레전드를 지목했다. 존 레전드는 곧바로 화답했다. 그는 18일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사람들을 위로하는 노래를 부르며 “사회적 거리를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루할 필요는 없다”고 썼다. 이어 가수 미겔과 찰리 푸스에게 배턴을 넘기면서 코로나19 예방 생활지침 등이 담긴 사이트 주소도 소개했다. 영국 싱어송라이터 영블러드는 “계속해서 쇼가 취소되는 게 싫다. 그러니까 당신들에게 쇼를 가져다주겠다. 우리는 코로나를 이길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우리 마음을 모아야 할 때”라면서 유튜브를 통해 ‘더 영블러드 쇼’를 생중계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U2 페이스북 신곡, 요요마 트위터 첼로, 콜드플레이 인스타 라이브…코로나19에 세계인 위로 물결

    U2 페이스북 신곡, 요요마 트위터 첼로, 콜드플레이 인스타 라이브…코로나19에 세계인 위로 물결

    “영감을 준 이탈리아 사람들을 위해... 아일랜드 사람들을 위해... 오늘날 궁지에 몰리고도 여전히 노래하는 모두를 위해. 의사들, 간호사들, 그리고 최전방의 방역자들을 위해, 우리가 부르는 건 바로 당신들입니다. 보노.”록밴드 U2의 보컬이자 인도주의 활동가인 보노가 18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예정에 없던 신곡을 발표했다. 보노는 이날 바다가 보이는 아일랜드 더블린의 저택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부르는 자신의 영상을 직접 촬영해 공개하며 ‘Let Your Love Be Known’(네 사랑이 알려지게 해)라고 곡명을 소개했다. 세계 전역을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료와 방역을 위해 노력하는 모두를 응원하기 위해 쓴 곡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일시 정지’ 상태에 빠진 가운데 사람들의 슬픔을 달래고 희망을 기원하기 위핸 음악인들의 연대가 이어지고 있다. 보노에 앞서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는 지난 16일 트위터에 “코로나19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들을 위한 곡”이라면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3번 ‘사라반드’를 연주하는 영상을 올렸다.요요마는 연주 영상과 함께 “우리 모두를 위해 인간적 연결과 과학전 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여러분의 능력이 내게 희망을 준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인기 가수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슷한 맥락의 ‘#투게더앳홈’(#TogetherAtHome) 챌린지가 시작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외출 자제를 촉구하면서, 집에서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기기 위해 기획됐다. 시작은 밴드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이 끊었다. 마틴은 지난 17일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세계의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팬들이 요청한 히트곡 ‘옐로’, ‘비바 라 비다’ 등을 피아노 연주와 함께 불렀다. 마틴은 30분가량 즉흥적으로 진행한 미니 콘서트를 마치면서 다음 연주자로 팝스타 존 레전드를 지목했다.존 레전드는 곧바로 화답했다. 그는 18일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사람들을 위로하는 노래를 부르며 “사회적 거리를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루할 필요는 없다”고 썼다. 이어 가수 미구엘과 찰리 푸스에게 배턴을 넘기면서 코로나19 예방 생활지침 등이 담긴 사이트 주소도 소개했다. 코로나19로 한국 방문공연 일정을 연기한 영국 싱어송라이터 영블러드는 “계속해서 쇼가 취소되는 게 싫다. 그러니까 당신들에게 쇼를 가져다주겠다. 우리는 코로나를 이길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우리 마음을 모아야 할 때”라면서 유튜브를 통해 ‘더 영블러드 쇼”를 생중계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코로나19 둔화에 시진핑 영웅화 나선 중국 언론들

    코로나19 둔화에 시진핑 영웅화 나선 중국 언론들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하자 중국 관영 언론들이 시진핑 국가주석을 영웅화하는 작업에 나섰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녈(WSJ)은 8일(현지시간) ‘베이징, 시진핑 주석을 코로나바이러스 전쟁의 영웅으로 그려내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정부가 언론을 이용해 시진핑 주석을 공중보건 재난에서 나라를 구한 영웅이자, 국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지도자로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관영 신화통신은 최전방 의료진 방문부터 외국 지도자들과의 전화통화까지 시진핑 주석의 전염병 행보를 꼼꼼하게 묘사한 뒤 “시진핑 주석은 항상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신생아처럼 깨끗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밖에도 인민일보와 환구시보 등 정부 통제 하에 있는 언론들도 “시진핑 주석은 코로나19가 더 멀리 확산되지 않도록 시간을 벌어준 지도자”라는 찬사를 퍼붓고 있다. 지방정부도 시진핑 찬양에 나섰다. 특히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시에서도 지난 6일 주민들을 대상으로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에 감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감사 교육 캠페인’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환자와 사망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은 이상하리만치 공식 행보를 자제하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우한 방문이나 방역 현장 격려 등의 업무는 2인자인 리커창 총리가 도맡았다. 그러다 최근 들어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두 자릿수로 떨어지자 이를 자신의 공으로 돌리는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WSJ는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이 코로나19 사태에 늑장 대처하는 바람에 피해를 키웠다는 비난을 피해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8일까지 중국에서는 8만명이 감염됐고 3000여명이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했다. 그러나 중국 내 실제 여론이 좋지 않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국민들은 지도자의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는데, 지도자는 국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토할 것 같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그러나 비판 글들이 공산당의 검열을 받고 곧 사라졌다고 WSJ는 전했다. 홍콩 소재 리서치회사 ‘오피셜 차이나’의 라이언 마누엘 상무이사는 이에 대해 “시 주석을 영웅화함으로써 정부는 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의 책임을 하급 관리의 탓으로 돌리는 동시에, 시 주석은 보고를 받은 즉시 매우 단호하게 행동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코로나19가 최전방”…당신이 영웅입니다 [밀리터리 인사이드]

    “코로나19가 최전방”…당신이 영웅입니다 [밀리터리 인사이드]

    혈액 보유량 35.4% 부족…‘혈액대란’ 위기일선 부대 헌혈 앞장서…해군참모총장 동참육군, 역대 최대·최단기간 7억 6천만원 모금국민들 ‘밴드 투혼’ ‘간호장교 대구行’ 감동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내수 부진 등으로 경제 위기에 신음하는 국민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더 큰 문제도 생겼습니다. 수술을 하려고 해도 혈액이 부족해 병원마다 응급환자 외에는 수술을 미루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과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적정 혈액보유량을 채우지 못해 ‘혈액 대란’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8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1월 중순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1개월 동안 전국에서 헌혈을 취소한 단체가 270여곳에 이릅니다. 지난 7일 기준 혈액관리본부 혈액 보유량은 O형 2.6일분, A형 3.0일분, B형 3.9일분, AB형 3.6일분에 불과합니다. 평균 3.2일분으로 적정 보유량 5일치보다 훨씬 적은 양입니다. 현재 혈액 보유량은 1만 6803유닛으로, 적정 보유량(2만 6000유닛)과 비교해 35.4%나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병원마다 혈액 확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메르스’에 팔 걷어붙인 그들…다시 일어섰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도 최근 코로나19 브리핑을 통해 “지난달 중순 이후 감소하던 혈액보유량이 범국민적인 협조로 전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최근 다시 감소 추세에 있다”며 헌혈 동참을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습니다. 헌혈자 중 가장 많은 비중(2018년 통계청 자료)을 차지하는 직업군은 회사원(23.9%)과 대학생(23.9%), 고등학생(21.4%)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방학이 길어지고 단체헌혈이 급감하면서 이들에게 의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결국 헌혈자의 15.2%를 차지하는 군인이 나설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군인 헌혈량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군인 헌혈 건수는 2009년 37만 5477건에서 2018년 43만 9343건으로 증가했습니다. 가장 많은 헌혈이 이뤄졌던 2017년에는 46만 973건으로, 2009년과 비교해 22.8%나 늘었습니다. 특히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헌혈 통계가 눈에 띕니다. 그 해 5월 첫 환자가 발생해 186명이 확진됐고 38명이 사망하면서 올해처럼 헌혈량이 급감했습니다. 그런데 군인 헌혈량은 44만 5129건으로, 2014년(42만 3815건)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올해도 군이 팔을 걷고 나섰습니다. 국방부는 “계절적 요인과 코로나19 장기화 때문에 국가적으로 혈액 수급이 어려워졌다”며 “채혈 환경 안전 대책을 마련해 군 단체헌혈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군 장병이 안심하고 단체헌혈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적십자사 채혈직원의 감염 여부 전수조사, 혈액원 소속 전 직원 매일 건강 상태 점검, 채혈시 직원·헌혈자 마스크 착용 등의 대책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끝없는 ‘소독 업무’…장병들의 헌신 없었다면 일선 군부대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선 해군 1함대 장병은 혈액 수급 위기 경보가 주의단계로 떨어지며 비상이 걸렸던 지난달 6일 단체헌혈을 통해 혈액 11만㎖를 모았습니다. 해군 전체가 혈액 150만㎖ 이상을 확보했고, 심승섭 해군참모총장도 장병들과 함께 헌혈에 동참했습니다. 해병대 2사단 ‘헌혈 릴레이’를 통해 이달 3일까지 15회에 걸쳐 장병 1300여명이 참여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도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장병 900여명이 자발적으로 헌혈에 참여했습니다. 공군 제8전투비행단은 같은 달 27~28일 이틀 동안 전 장병과 군무원을 대상으로 헌혈 버스를 운영해 눈길을 끌었습니다.군인들의 헌신은 헌혈에 그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방역인력이 크게 부족해지자 대구를 포함해 수많은 지역의 소독 업무를 장병들이 맡고 있습니다. 소독 업무가 끝없이 이어지다보니 피로도가 높아졌지만 그들은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대구 동산의료원 코로나19 격리병동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국군춘천병원 소속 간호장교 김혜주 대위는 최근 쓸린 콧등에 밴드를 붙이고 환자를 돌보는 모습이 국방부 유튜브 영상으로 공개돼 화제가 됐습니다. 마스크를 너무 오래 쓰다보니 콧등이 헐어 마스크를 교체할 때마다 새 밴드를 붙인다고 합니다. 여기엔 ‘밴드 투혼’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김 대위는 영상에서 “처음에는 몰랐는데 콧등이 쓸려 벗겨지면서 외상이 발생했다”며 “국군의무사령부 소속으로 힘을 보탤 수 있어서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해 네티즌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의 헌신적인 근무 영상은 10시간 만에 조회수가 1만 5000회에 이르렀습니다. 김 대위 외에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군 의료진이 잠 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생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목숨 바칠 각오로 임무 수행” 대구로 향하다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 신임 간호장교 75명은 이달 3일 졸업 및 임관식을 마친 뒤 곧바로 대구국군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당초 9일로 예정됐던 임관식을 6일 당겼고, 졸업과 임관의 기쁨을 나눌 여유도 없이 곧바로 대구로 향했습니다. 특히 6·25 참전용사의 후손인 이혜민 소위는 “전쟁 중 다친 전우를 위해 목숨 걸고 임무를 수행한 할아버지를 본받아 군 의무 요원으로서 우리 국민과 군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로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해 국민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국군간호사관학교를 찾아 신임 소위 교육을 참관하고 “임관하자마자 곧바로 (대구 방역 현장으로) 보내게 돼 안쓰럽고 미안하다”면서 “대구·경북 주민들을 위한 든든한 방패 역할을 잘해 주시길 바란다.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최선을 다해달라”고 격려했습니다.육군은 5일 대구·경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대구에 5억 1000여 만원, 경북에 2억 5000여만원 등 7억 6000여만원의 성금을 기부했습니다. 육군이 기부한 재난모금액 중 최고액입니다. 불과 8일 만에 모은 금액이었는데, 휴일 이틀이 포함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참여 열기가 매우 뜨거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서동해 육군본부 인사근무과장도 “육군 전 부대에서 자발적인 참여로 모금을 시작했는데, 짧은 기간에도 예상보다 많은 장병이 동참해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국난(國難)에 군인이 앞장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군복을 입었다고 용기가 저절로 나오는 건 아닙니다. 헌신을 깎아내리진 말아주세요. 작은 칭찬이 더 큰 용기를 내게 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그럼에도 꽃은 핀다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그럼에도 꽃은 핀다

    매년 2월 마지막 토요일이면 우리 동네엔 겨울 동안 오지 않았던 꽃 트럭이 찾아온다. 꽃 트럭에는 다양한 관엽식물과 향기로운 허브, 집에서 재배하기 수월한 다육식물이 실려 있다. 나는 늘 이 꽃 트럭을 통해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트럭 안 푸른 잎들 사이에는 유일한 꽃 무리가 있는데, 바로 히아신스와 무스카리다. 이들은 추위가 다 가지 않은 이른 봄 우리를 맞아주는 봄의 알뿌리식물이다.구근 혹은 알뿌리라고 부르는 이 식물들을 나는 유난히 좋아한다. 튤립, 히아신스, 크로커스, 수선화, 무스카리…. 모두 길고 긴 겨울을 지나야 비로소 볼 수 있는 귀엽고 이색적인 색의 식물들이다. 이들의 존재는 추운 겨울을 견딜 가치를 충분히 준다. 심지어 나는 이 알뿌리식물을 너무 좋아해 세계에서 가장 큰 알뿌리 축제인 네덜란드 쾨켄호프에 간 적도 몇 번 있다. 누군가 내게 이들의 매력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그저 ‘알뿌리이기 때문에 알뿌리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땅속에서 혹독한 겨울을 견딜 수 있는 것 그리고 이른 봄 그 어떤 식물보다 빨리 꽃을 피운다는 것 모두 이들이 비대한 알뿌리를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식물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이 시끄러운 세상에 자신에게 시선을 주는 이 없더라도 언제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낸다. 그리고 그런 식물이 가진 여러 기관 중 뿌리는 가장 식물다운 식물의 기관이 아닌가 싶다. 뿌리는 땅속에서 식물을 지탱하고, 혹시 모를 비상 상황을 대비해 양분과 수분을 저장해 둔다. 그리고 지상부의 기관들이 원하는 때에 알맞은 양분과 수분을 공급하고 모든 기관이 유연하게 순환하도록 돕는다. 마치 지상부를 보호하는 부모와 같이 식물의 몸을 통찰한다. 알뿌리식물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봄에 이들이 그 어떤 식물보다 빨리 꽃을 피울 수 있는 건 춥고 건조한 겨울 동안 땅속의 뿌리에 양분을 저장하고, 겨울 추위가 지나가는 것을 기다렸다가 봄이 됐을 때 그간 저장해 두었던 뿌리 양분을 모두 이용해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식물에게만 뿌리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인류가 수천년간 주식으로 먹어온 감자와 우리 식탁에 없어서는 안 될 마늘과 양파 모두 알뿌리다. 물론 이들의 가치는 식용을 넘어 아름다움을 관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 화훼식물로서 계승돼 왔고, 버블을 일으킨 튤립처럼 유난히 다양한 빛깔로 또 다양한 형태로 육성돼 왔다. 그래서 이맘때면 알뿌리식물들은 호황을 맞는다. 식물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봄을 핑계로 화분 하나 장만해 볼까 하는 마음으로 꽃집을 찾아 화분 하나를 손에 쥔다. 백화점과 카페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봄을 느낄 수 있는 히아신스와 튤립, 수선화가 장식된다. 옅은 푸른색의 무스카리, 같아 보이지만 모두 다른 다양한 종의 수선화, 누구도 쉽게 재배해 꽃을 피울 수 있는 향기로운 히아신스. 모두 이른 봄이면 도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올해는 이야기가 다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로 입학식과 졸업식이 생략되고, 결혼식이나 개업식과 같은 행사는 취소되고 있으며, 사람들은 만남을 자제한다. 기념일과 행사용 꽃 소비가 대부분인 우리나라에 화훼식물의 수요가 없어진 것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땅속에 묻혀 추위를 견디고 봄이 되어 비로소 꽃을 피우게 된 봄의 알뿌리식물들은 오갈 데 없어졌다. 때가 되면 꽃은 피게 마련인데, 이 꽃을 바라보고 아름답다 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 이것이 이 봄에 꽃을 피운 알뿌리식물의 슬픔이고, 이들을 재배하는 화훼 농가와 소상공인의 안타까움일 것이다.요즘처럼 혼란스러운 시기, 그럼에도 내 책상 위 히아신스 화분에는 꽃이 피어났고 이 꽃의 짙은 향기가 지금 내 방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아침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마스크의 갑갑함에 놓였던 나는 이 히아신스 한 송이 덕분에 집에 와서야 비로소 마음껏 숨을 내뱉고 봄의 향기를 맡는다. 그리고 이런 히아신스를 보면서 이 화분 안에 있을 알뿌리처럼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최전방에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본다. 겨우내 매서운 추위와 장대비, 거센 바람 속에서도 생을 위해 지탱해 왔던 식물의 뿌리처럼 그 어떤 역경에서도 이 나라를 지키려는 사람들. 긴 겨울을 지나 꽃을 피워낸 봄의 알뿌리식물들처럼 이분들의 노고가 꽃을 피우기를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찾는 사람 없이 이미 핀 꽃과 피어날 꽃에 걱정의 한숨을 쉬고 있을 전국 화훼농가와 소상공인들에게도 하루빨리 봄이 오기를 기대한다.
  • [포토] 최전방 의료진의 ‘고단한 휴식’

    [포토] 최전방 의료진의 ‘고단한 휴식’

    대규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으로 이송된 23일 오후 한 의료진이 의장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대구시는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격리 공간 부족 등 문제가 드러나자 내일까지 계명대 대구동산병원(248병상)과 대구의료원(239병상) 2곳에서 487개 병상을 확보해 활용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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