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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의 싱크탱크] (12) 일본 아시아경제연구소

    [세계의 싱크탱크] (12) 일본 아시아경제연구소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도쿄 부근 지바현에 있는 아시아경제연구소는 개발도상국이나 지역별 경제, 정치, 사회 등에 대한 기초적이며, 종합적인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1960년 당시 통산산업성 산하 특수법인으로 설립된 아시아경제연구소(일본 약칭:아지켄)는 150명의 연구원 가운데 여성이 50% 가까울 정도로 여성의 힘이 막강하다고 후지타 마사히사 소장이 소개했다. 아지켄은 관련국들과 인적교류도 활발하다. 연구소 개발스쿨에는 16개 개발도상국에서 1명씩이 초대돼 같은 수의 일본인 연구원과 함께 연수중이다. 개발스쿨 연수자는 150여명이다. 설립 이후 아지켄의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거쳐간 각국 연구자는 지난해까지 600명에 가까웠다. 아지켄은 특히 한국, 타이완, 중국, 타이,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 연구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미즈노 준코 신영역연구센터 장의 설명이다. 집중연구 분야는 세계정세의 변화에 따라 변했다.1960∼70년대에는 인도와 중국,70∼80년대는 한국, 타이완 등 아시아 신흥공업국(NICS)연구가 왕성했다.80∼90년대 들어 다시 중국 연구가 활발하다. 아프리카 연구도 90년대 이후 활발하다. 미즈노 센터장은 “라틴아메리카 연구는 70년대는 매우 많았지만 80년대들어 이 지역에 대한 일본 전체의 관심이 약화되며 연구 인력도 함께 줄었다.”고 소개했다. 아지켄은 몇 %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예산을 정부로부터 받는다. 이 예산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 연구에 쓰여지기 때문에 정부개발원조(ODA) 원조액의 일부로 계상된다. 대학과의 공동연구도 활발하다. 도쿄대와는 학술제휴도 맺었다. 도쿄대, 와세다대의 아프리카 연구 등에 아지켄 연구원이 파견되는 경우도 있다. 아지켄을 그만두고 대학교수로 옮긴 경우도 많다.60여만권 장서를 구비한 초현대식 도서관에는 한국어로 된 자료도 풍부, 각종 연감·인명록 등이 발행 연도별로 일목요연하게 비치돼 있다. 국가별 연구원수는 중요도에 따라 변한다. 한국 담당은 6명(1996년 한국의 OECD가입으로 개도국서 제외되며 줄었다.), 중국은 10명, 북한은 1명이고, 아프리카는 1명이 2∼3개국씩을 각각 담당한다. 인도연구도 중요한 연구 영역에 속한다. 해외연구활동도 활발하다. 현재는 20명 정도의 연구원들이 자원개발, 에너지, 빈곤, 농업자원 등의 문제를 2년간 현지에서 연구하며 정보수집 활동을 하고 있다. 중국,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등에서 연구중이다. 연구소측은 “미얀마에서는 2년간 연구 주제를 정하는데, 비정치적으로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면서 “대학이나 연구소에 못 가는 경우는 현지의 일본대사관에서 연구활동을 하는 상황도 있다.”고 밝혔다. 북한을 제외하고 연구원이 못 들어가는 나라는 이제 거의 없다. 아지켄의 연구성과는 ‘아시아의 인구’,‘석유대국 러시아의 부활’ 등 단행본이나 월간, 계간지 등을 통해서 발표된다. 정기간행물 7종류 등 연간 60여권의 출판물을 낸다. 발행물은 회원제도 있다. 기업·대학 200여곳이 연 14만엔의 회비를 내고 정기간행물을 배달받거나 책값을 할인받는다.200여명의 개인 회원은 회비가 연간 1만엔이다. 아지켄은 대학 교수 등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위원회에서 매년 연구실적을 평가받는다.“지난해와 재작년의 평가는 매우 좋았다.”고 야마시타 도모미 연구기획과 과장이 밝혔다. 아지켄은 사회과학 계열 연구소로는 일본내는 물론 아시아(공산국가 제외한)에서도 최대급이라고 자부했다. 개발도상국 연구에 대한 성과물이 많아 일본과 해외에서 지명도가 높다.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측과 공동으로 지난 2000년 ‘21세기 한·일경제관계 강화 방안’을 연구,“자유무역협정(FTA)은 한·일 경제 긴밀화에 유효한 수단으로, 기본적인 합의틀을 만들기 위해 양국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아지켄은 일본 국책 연구소의 변천사를 대변해준다. 연구소는 도쿄시내 중심부에 있다가 1980년대 정부관계 기관의 수도권 분산 정책으로 1999년 지바현 지바 신도시로 옮겼다. taein@seoul.co.kr ■ 김광림 전차관·최장집 교수등 한국 명사 66명과 깊은 인연 |도쿄 이춘규특파원|아시아경제연구소는 1965년 한·일 수교 이후 한국의 산업화시대의 주역들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지금까지 66명의 한국 저명인사가 이곳서 연구활동을 했다. 1986년부터는 2년 정도의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한 정부 관료들이 그 후 최고위 관료로 진출했다. 김광림 전 재경부 차관, 오종남 전 통계청장, 박재윤 전 재경부장관 등이 아지켄에서 연구했다. 1996년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기 전까지는 이 연구소의 초청 프로그램에 따라 연수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후에는 한국 정부와 기관 지원 등으로 바뀌었다. 특히 총리를 역임한 이현재 전 서울대 총장과의 인연이 각별하다고 미즈노 준코 연구소 신영역연구센터장이 소개했다. 그래서 인적교류 초기에는 정영일 등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다수가 이 연구소에서 연구했다. 유명 학자들도 많이 거쳐갔다. 한국 민법의 대가 곽윤직 전 서울대 법대 교수가 1971년 반년간 연구했고, 어윤대 고려대 총장이 85년 2월부터 1년간,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가 79년말부터 5개월,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96년 8개월간 연구활동을 했다. 이곳을 거쳐간 한국 인사들이 많다 보니 OB회도 비교적 활발하게 활동중이고, 모임 때 미즈노 센터장 등 일본측 연구원들도 참석할 정도다. 연구소 관계자들도 한국에 많이 간다.1967년부터 이 연구소 연구원 21명이 한국에서 연구활동을 했다. 현재는 두 명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한국서 연구중이다. 미즈노 센터장은 “우리가 한국에 가면 정부측 협력이 매우 잘 된다.”면서 우호적인 관계라고 소개했다. 예를 들면 2002년 아지켄이 한국의 금형공장 400곳을 연구할 때, 산업자원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고 미즈노 센터장은 소개했다. 김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1960년대 당시 도쿄시내 이치가야에 있던 이 연구소를 방문한 뒤 “한국도 이 곳 같은 연구소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taein@seoul.co.kr ■ “돈 버는 강박감없는 싱크탱크 한국은 프런티어정신이 강점” |도쿄 이춘규특파원|후지타 마사히사 아시아경제연구소 소장은 “수익사업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없기 때문에, 중립적으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계열 연구소다. 중립성 유지는. -매우 자유로운 입장이다. 정치와 관련된 연구는 하지 않고, 학문적인 기초연구를 아주 깊이있게 한다. ▶중점 연구 분야는. -중국, 인도, 동아시아 지역통합, 세계의빈곤삭감과 개발 전략 등 4가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한다. 연구과제 설정은 내부자가 주도하며, 외부인도 5,6명이 참여해 40여가지의 세부 연구과제를 단기, 중기로 선정한다. ▶일본 사회의 평가는 어떤가. -일본 전체의 사회적 기초연구를 객관적으로 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정부가 궁금해하는 사안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세계적으로 독특하다. 돈을 벌어야 하는 강박관념이 없는 싱크탱크다. 몇 %정도만 위탁 연구를 한다. ▶연구소 평가위원회 구성은. -외부인 15명으로 구성되는데, 대학 교수가 반정도 된다. 그리고 신문사나 민간기업의 전문가, 다른 민간 싱크탱크, 경제산업성 관계자가 참여한다. 평가는 A로 높게 받고 있다. ▶한국과 한국경제의 강점은. -프런티어(개척) 정신이다. 어디에 가도 느낀다. 일본 기업은 대도시에서만 사업을 하지만, 한국 기업은 시골 소도시에서도 펼친다. 위험을 감수하는 프런티어 정신이 놀랍다. ▶한국과 한국경제의 약점은. -중소기업까지 전부 잘 되지는 않는다. 그것이 문제다. 정부의 영향이 강하다. 이는 좋을 때도 있긴 하다. 일본은 모두 함께 하는 것이 강점이자 약점이기도 하다. 한·일 양국이 장·단점을 보완적으로 활용, 상승작용을 하는 게 좋다.(후지타 소장은 미국에 25년 사는 동안 수많은 한국 친구들을 사귀었고, 수시로 한국에 가서 스스럼없이 만난다고 했다.) ▶아베 신조 총리 정권의 과제는. -일반론으로 말하면 구조개혁을 잘 하고, 아시아 국가와의 연대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북한 핵문제 등 긴급과제 연구는. -북한 연구는 약한 편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같은 회원국이기 때문에 잘 협조하고 있다.12월에는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 대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다. taein@seoul.co.kr
  • [서울광장] 김병준의 적(敵)/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김병준의 적(敵)/이목희 논설위원

    “이류 학자가 그렇지요, 뭐….” 한 중진 교수는 김병준 교육부총리를 험하게 깎아내렸다. 논문 표절, 중복게재 시비가 괜히 나온 게 아니라고 했다.“좌우 이데올로기를 떠나 학문적·인격적으로 존경받는 인사가 정부 요직을 맡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참여정부가 발탁한 학자 가운데 그래도 학계에서 알아주는 사람은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정도일 겁니다.” 중진 교수의 언급을 더 전하겠다.“지식인 사회가 간단치 않습니다. 지난 정권에서 이홍구, 박세일, 최장집, 최상용씨 등 명망 있고 대표성 있는 이들을 기용했던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정부가 잘못해도 그들 얼굴이 떠올라 신문 기고, 방송 좌담에서 비판 강도를 낮추곤 했지요. 현 정부 안에는 경의를 표해야 할 학자 출신이 없습니다.” 이를 전해 들은 김 부총리의 지인이 펼친 반론.“김 부총리는 치열하게 연구해온 학자입니다. 시민단체와 학회 활동을 열심히 했고요. 상업고와 지방대를 나왔다고 무시하면 안 됩니다. 기득권 세력의 시샘일 수 있습니다.” 그는 특히 배후론을 제기했다. 김 부총리를 싫어하는 일부 학계 인사들이 최근 파동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사방에 적(敵)이다. 그는 적을 왜 이렇게 많이 만들었을까. 필자가 속한 신문사는 10여년 전 김 부총리를 비롯한 학자들에게 지방선거공약 분석을 맡겼다. 김 부총리는 현실감각이 있고, 똑 부러진다는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그때 벌써 관변과 정치권을 넘나든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그가 특정 정치성향을 내비침으로써 친정인 학계에서 거부감을 가진 그룹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참여정부 들어서는 적 진영이 정치권과 관가 일각으로 확대됐다. 청와대 재직 시절 그의 활동범위는 정책에 국한되지 않았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김 부총리가 ‘탈(脫)호남 정권 재창출’을 위한 물밑 활동을 했다.”면서 “총리 지명이 순조롭게 이뤄졌다면 제3대권후보 반열에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김 부총리의 인사 개입을 지적했다.“경제부처를 중심으로 김 부총리가 영남 출신 사람들을 정부 및 산하기관에 다수 심었다.”고 주장했다. 인사 불이익을 당한 이들의 역공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노무현 대통령과 여러 면에서 닮은꼴이다. 입지전적인 인생역정, 태생적 비주류로서 친정에서조차 심한 견제를 받는 것, 강조 어법으로 인한 잦은 물의 등. 날이 갈수록 적이 늘어나는 점도 비슷하다. 때문에 논문 표절 논란에도 불구, 노 대통령이 김 부총리를 내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칫 참여정부의 패러다임 부정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 급속한 레임덕이 올 수 있다. 노 대통령의 결단 이전에 김 부총리의 판단이 중요하다. 이전 정권에서도 교육수장이 저서 공동집필 문제로 비판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러나 학자로서 쓴 모든 저술이 이렇듯 검증대에 오르기는 김 부총리가 처음이다. 그는 “지금처럼 검증하면 교수들 중 장관 할 사람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류들의 텃세에 그가 공연한 곤란을 겪는 상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주류로서 세상을 바꾸려면 더욱 엄격한 도덕률과 실력으로 무장해야 한다. 우군(友軍)으로 기대했던 민교협과 교수노조까지 그의 사퇴를 촉구했다. 김 부총리는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숙고해 보기 바란다. 교육사령탑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갈 명분과 자신이 있는지를….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개헌’놓고 사제지간 충돌

    87년 6월항쟁 19주년을 맞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가 29일 프레스센터에서 ‘6월민주항쟁과 한국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박명림 연세대 교수와 최장집 고려대 교수의 발표가 주목을 끌었다. 사제지간인 두 학자는 그러나 정반대의 입장을 취했다. 박 교수는 ‘민주헌정주의’를 내세워 개헌론을 제기하지만, 최 교수는 “정치의 실패를 정치 밖 다른 수단에서 찾으려 한다.”며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 교수는 87년체제(노태우-김영삼)에 이어 97년체제(김대중-노무현)가 들어서면서 그 어느 때보다 헌법과 제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탄핵과 행정수도 이전뿐 아니라, 환경문제나 직업선택의 자유 등이 모두 헌법문제로 부상하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 이는 정치적 합의·타결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영역이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박 교수는 “헌법적 사태가 계속 이어지는 것은 민주정부의 무능과 정치공학의 산물만은 아니다.”라고 분석하면서, 헌법에 따른 민주주의인 ‘헌정민주주의’ 대신 민주적 헌법을 마련하자는 ‘민주헌정주의’를 내세웠다.구체적으로 대통령 4년중임제 도입, 대선과 총선의 일치, 정당명부제에 따른 비례대표를 지역대표의 50% 수준으로 늘린 뒤 비례대표 선거는 ‘중간평가’로서 대통령 임기 중반에 실시한다는 등의 내용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제도란 제도가 잘 작동할 수 있는 정치의 하부기반과 사회적 조건을 포함하는 일련의 세트”로 이해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제대로 된 조건이나 토대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도 “결과적으로 나쁜 제도”가 된다는 것. 최 교수는 “(지금 현재 거론되는)제도개혁의 핵심은 미국 대통령제 모델에 더 가깝게 하자는 것”이지만 미국과 우리는 정치적 토대·조건 자체가 다르다. 특히 “구체제로부터 현재 민주정부까지 ‘고도의 정책적 연속성’이 있다.”면서 “민주파들이, 그리고 그들이 대거 참여한 정권이 아무런 대안적 비전과 정책을 갖지 못한 결과”라고 비판했다.자칫 개헌론이 알맹이 없는 민주파들의 자기변명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그래서 모든 문제를 제도로 환원하지 말고, 사회경제적 이해관계를 정당체제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는지 고민하자고 제안했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한·미 FTA 반대 화두로 내건 두 학자

    한·미 FTA 반대 화두로 내건 두 학자

    ‘배회하는 유령’ 같던 한·미FTA가 이제 ‘맞닥뜨려야 할 현실’이 됐다. 워싱턴에서 한·미 대표단이 만나자 종목별 판세를 분석하고, 이런저런 훈수를 두는 목소리가 요란하다. 경제학 교과서에서 ‘자유무역’은 좋다고, 역사학 교과서에서 ‘쇄국정책’은 나쁘다고 배웠으니 바람직한 길로 접어들고 있는 셈인가. 답은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로드맵 정부’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한·미FTA에 대해 입을 닫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비판론도 적지 않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와 최장집 고려대 교수가 그 선두에 서 있다. 이 교수는 ‘낯선 식민지 한·미FTA’(메이데이 펴냄)를 통해 그간 행해왔던 FTA비판론을 집대성했다. 최 교수는 ‘민주주의의 민주화’(후마니타스 펴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 정책비판과 대안적 발전 모델’이라는 글을 실었다. 이 교수는 국제거래관계에서, 최 교수는 한국의 민주주의에서 출발하지만 다다른 결론은 비슷하다. 미국식 신자유주의에 젖은 경제관료들이 추진하는 전면적인 한·미FTA는 결국 한국 사회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두 교수 주장의 핵심에는 ‘서비스 시장 개방 반대’가 있다. 여기서 서비스 시장이란 외식업이나 여관업 같은 낮은 단계가 아니라, 금융·법률·컨설팅·의료·교육·회계 등과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말한다. 한국 서비스 시장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이런 고부가가치 부문이 허약하기 이를데 없고, 저부가가치산업-예를 들자면 동네 구멍가게-은 영세한데다 너무 난립해 있다는 점이다. 소자본 창업을 국가가 심사하겠다는 반시장적 아이디어를, 입만 열었다 하면 시장을 외치는 경제부처에서 낼 수 있었던 배경이다. 우선 서비스 시장이 개방되면 이런 영세 소자본 창업자들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 이미 확인한 증거도 있다. 할인마트 열풍에 무너진 재래시장들이다. 이를테면 동네 골목길 어귀의 담배가게 김씨 아저씨는, 이제 편의점(물론 거대자본의 체인점) 알바생으로 전락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이를 ’낮은 질의 노동력→낮은 임금→낮은 생산성’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보몰의 법칙’의 단적인 사례로 꼽았다. 이 교수 역시 “경쟁유발효과보다는 반경쟁효과가 더 크게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숨어 있다. 김씨 아저씨는 ‘생산’ 영역에서 보잘 것 없는 노동자라도,‘소비’ 영역에서는 자동차와 휴대전화를 팔아줄 수 있는 잠재고객이다. 김씨 아저씨 같은 사람이 늘면, 내수 시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IMF 외환위기 뒤 내수 진작을 위해 두어졌던 갖가지 무리수들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금융·법률·컨설팅 등 높은 수준의 서비스업에서 경쟁력이라도 향상시켜주고, 또 그 향상된 경쟁력이 ‘따뜻한 아랫목’ 역할을 해줄 것이냐는 대목이 남는다. 이에 대해서도 두 교수는 회의적이다. 미국 서비스업의 강점은 단순히 ‘질적으로 우수하다.’는 차원이 아니다.‘영어’와 ‘달러’를 기반으로 하는 지식산업과 자본력 등에서 세계를 지배하고 있어서다. 그래서 외려 금융·법률 등의 우수한 우리 인력들이 철저히 미국에 종속된다고 보는 게 더 현실적이다. 더구나 이런 고급서비스는 잘 되더라도 경제에 끼치는 파급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 극단적으로 초고액연봉을 받는 변호사를 대거 기용한 초우량 로펌이 들어선다 해도, 그 파급효과는 ‘비서 수십명 채용’에다 ‘사무실 집기 다량 구매’가 고작이다.FTA로 양극화가 더 심해지리라 전망하는 이유다. 그러나 무엇보다 서비스 시장 개방이 치명적인 점은, 여기서 거래되는 것이 그냥 상품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에 기반한 제도적 조건의 산물이라는 데 있다. 공교육 보호를 위한 교육부의 ‘3불정책’, 혹은 의무가입토록 하고 있는 건강보험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시장이 개방되면 제도 변경을 요구받을 것이고, 더 나아가 보완하거나 새로운 제도를 만들려 해도 미국과 협의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 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결권의 박탈’이다. 이 교수가 “여러 재앙적 효과 가운데 으뜸은 주권의 문제”라고 언급하는 것이나, 최 교수나 한·미FTA의 부정적 효과를 “경제·사회적인 것 이전에 무엇보다 정치적인 것”으로 규정하는 까닭이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정치권, 당·대권 몰두 FTA ‘뒷전’

    정치권, 당·대권 몰두 FTA ‘뒷전’

    한·미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정치권에서 실종되고 있다. 협정 내용과 진전에 따라서는 경제와 사회, 문화 등 민생 전반에 걸쳐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되는데도 정작 정치권은 정치 담론에만 매몰된 채 손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미 워싱턴에서 양국간 본협상이 시작됐지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 두 거대 양당에선 이렇다 할 대안이나 문제 제기를 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소수당인 민주노동당만 반대 목소리를 내는 정도다. 열린우리당은 선거 패배에 따른 당권 문제에 몰두하고 있어, 참여정부 후반기들어 양극화 해소와 함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한·미 FTA문제에 대해서는 당력을 경주할 엄두도 못내고 있다. 당초 ‘한·미 FTA 협상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토대로 4월 말 김태홍 의원 등이 여당 내 논의를 이끌었지만 이마저도 지방선거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사라졌다. 김 의원은 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방선거 때문에 논의를 못했는데, 지금은 선거 패배로 당이 경황이 없다.”고 했다. 그는 “고려대 최장집 교수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외환위기 때보다 더 큰 사태가 올 것이다.’고 했다.(의원총회 참석차) 7일 의원들이 모이면 의견을 나눠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여당은 4월 말 정책위원회 주도로 당내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 한·미 FTA 협상의 쟁점 토의를 해왔지만 지방선거 일정으로 인해 회의 소집도 순조롭지 못했다고 한다.TF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야 한 차례 모였을 뿐 선거 기간엔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큰 틀에서 한·미 FTA 추진에 찬성하며 협상이 이제 시작된 마당에 시시콜콜 따질 게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현재로선 (협상)창구를 정부로 단일화해야 할 때지, 정치권이 나서서 이런저런 주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당 관계자들 말을 들어 보면, 이달 중순 박근혜 대표 체제가 끝나면 새달 중순에야 새 지도부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점에서 총대를 메고 논의를 진행할 사람도, 여력도 없다고 한다. 그간 ‘한·미 FTA 협상이 성급히 추진되고 있다.’며 중단을 요구해온 민노당은 조만간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결과를 내놓는 등 그나마 적극적인 편이다. 5일엔 당내 ‘한·미 FTA 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권영길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측) 4대 전제조건에 이어 미국이 요구한 15개 협상의제를 전면 수용해 협정문을 입안한 것은 부실협상을 예고하는 것”이라며 정부측을 비판했다. 이와 관련,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5일 청와대 브리핑에 기고한 글에서 “정부가 내린 결론은 한·미 FTA가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고 실보다 득이 훨씬 많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한 부총리는 이어 “정부는 한·미 FTA를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동시에 소외계층을 돕고 사회안전망을 보다 촘촘히 짜내는 일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장석 박지연기자 surono@seoul.co.kr
  • 사회평론집 ‘한반도식 통일’ 펴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계간 ‘창작과 비평’의 편집인 백낙청(68) 서울대 명예교수가 오랜 만에 사회평론집 ‘한반도식 통일, 현재진행형’을 펴냈다. 지난 98년 ‘흔들리는 분단체제’를 낸 지 8년 만이다. 오랜만의 출간을 맞아 백 교수는 2일 서울 서교동 세교연구소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백 교수는 책을 통해 다소 파격적인 주장을 내놨다. 북·미, 북·일 관계 등 남북을 둘러싼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해보이는데 그는 바로 지금이 분단체제가 해체되고 통일되는 과정이라고 했다. 노학자의 덕담인지 ‘6·15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 남측대표로서의 기대인지 잠시 헷갈린다. 그러나 백 교수는 차분했다. 분단으로 인해 남북이 쌍둥이처럼 억압적인 정권에 의해 통치됐다는 게 분단체제론이라면,87년 남한이 민주화를 통해 억압정권의 사슬을 끊으면서 이미 분단체제에 균열이 생겼다는 것.97년을 기점으로 격하게 흔들렸다. 왜 97년인가.“기본적으로 먹고 살게 해줘야 체제가 유지되는데 북에는 식량난이 있었고 남에는 금융위기가 있었다.”면서 “남북 모두 체제에 대한 강한 의심이 생겨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위에 얹혀진 김대중·김정일의 6·15정상회담은 결정타다.“속도가 느릴 수도 있고 때로는 역류할 수도 있지만 대세는 이미 (통일쪽으로) 기울어졌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백 교수는 ‘통일’에 대한 고정관념도 바꾸자고 제안했다. 자꾸 서로 오가고 만나다 정들면 어느새 통일이 되어 있지 않겠느냐는 것. 거창하게 내걸 게 아니라 어깨에 힘 빼고 자연스레 하자는 것이다. 이런 논리 위에 서있기에 백 교수는 최장집 고려대 교수를 비판한다. 백 교수가 낙관론에 서 있다면 최 교수는 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는 비관론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 현재 가장 중요하다는 과제도 백 교수는 통일, 최 교수는 통일보다 평화를 강조한다.80년대 NL(민족민주)과 PD(민중민주)간 논쟁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기억을 둘러 싼 투쟁으로서의 역사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E.H. 카)는 역사에게 너무 태평스런 정의일 지 모른다. 홀로코스트를 부인했다는 혐의로 역사학자를 처벌한 유럽이 정작 마호메트 풍자는 표현의 자유라 부른다. 멀리 갈 것 없이 중국은 동북공정에, 일본은 역사왜곡에 힘쏟더니 한국에는 뉴라이트 바람이 분다. 그래서 ‘대화’보다 ‘기억을 둘러싼 투쟁’으로서의 역사가 더 설득력있을 법하다. 봄을 앞두고 출간되는 학술지들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가 낸 반년간지 ‘시민과 세계’는 ‘해방60년, 다시 대한민국을 묻는다’라는, 다소 포괄적인 기획을 내놨다. 식민지배와 해방, 냉전, 분단, 전쟁을 겪은 남북이 지난 60년간 어떤 길을 걸어왔고, 또 형편이 낫다는 남이 어떻게 북을 껴안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살핀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의 권두논문을 비롯, 진보성향 학자가 쓴 20편의 논문이 실렸다. 계간지 ‘황해문화’ 역시 ‘대한민국의 상처와 희망’을 주제로 한국인 원폭피해, 친일파 문제, 군 의문사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 동성애와 황우석사태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뤘다. 고 이기백 서울대 교수가 실증주의 사학을 내걸고 창간한 반년간지 ‘한국사시민강좌’는 반대편에 서 있다.8편의 관련 논문을 실은 38집의 특집주제는 ‘대한민국 건국사의 새로운 이해’.‘건국자’로서의 이승만을 조명해보겠다는, 뉴라이트적인 설정이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데스크시각] 영웅의 몰락과 강박/임창용 문화부 차장

    재작년 말 개봉 전 엄청난 화제를 불러모았으나, 정작 흥행엔 실패한 영화가 하나 있다. 일본에서 영웅으로 떠받들어졌던 한 프로레슬러의 삶을 그린 작품 ‘역도산’이다. 110억원이라는 거액의 제작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마치 작정한 듯 관련 기사를 쏟아냄으로써, 영화 홍보에 기여했던 언론매체들, 블록버스터 영화에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매력적인 소재. 그럼에도 영화는 흥행에서 참패를 면치 못했다. 그 요인으로는 ‘휴먼드라마적 정통 액션물’일 거라는 기대와 달리, 지나치게 드라마적 요소만 강조했다는 점, 그것도 지나치게 진지해서, 경박단소(輕薄短小)로 설명되는 요즘 세상에 맞지 않았다는 점이 흥행 실패 후에야 분석되었다. 그러나 만일 이 영화가 요즘 개봉됐다면 어떨까? 대박은 몰라도 참패는 면하지 않았을까? 이같은 추측은 순전히 황우석 사태 때문이다. 주의깊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영화가 역도산이라는 인물을 통해 영웅의 심리, 그로 인한 몰락의 과정을 진지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사건의 성격이나 두 인물의 진정성이 완전히 다르지만, 영웅의 심리적인 측면에서만은 분명 일맥상통하고 있다. 그것은 성공에 대한 영웅의 강박(强迫)이다. 종전후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던 일본인들은 미국 레슬러를 때려눕히던 역도산에 열광했다. 하지만 영웅으로 떠오른 뒤부터 역도산의 삶은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후원자를 잡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고, 상대 선수에게 뒷돈을 건네기도 한다. 이는 영웅적 삶을 지키기 위해서였지만, 그는 오히려 서서히 추락한다. 황 교수 또한 이같은 강박의 포로였다. 그의 기자회견 모습을 보면 사실 애처로울 정도이다. 서울대 조사위원회 발표를 반박하는 자리에서 그는 ‘대한민국’이란 단어를 무려 여덟번이나 썼다고 한다.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를 할 때마다 거짓말이 하나씩 드러나면서도 그는 끝까지 ‘대한민국’이란 강박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자신의 성공은 곧 대한민국의 성공이요, 자신이 잘못되면 대한민국이 잘못된다는 비뚤어진 신념, 그래서 자신의 성취는 결코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훼손될 수 없다는 오만함에서 그의 강박은 최고조에 달한 것 같다. 그러나 역도산이 그랬듯, 성공에 대한 강박은 결국 무리수로 이어지고, 황 교수는 이제 끝모를 몰락의 시간만 기다리고 있다. 며칠전 고려대 최장집 교수는 황우석 사태를 ‘유사 파시즘’이라고 진단했다. 민족주의·애국주의가 동원되면서 진실과 비판이 억압되는 유사 파시즘적 분위기에서 벌어진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파시즘이라는 것이 결국 강박적 애국이나 민족주의에서 나오듯, 강박은 황우석 사건의 씨앗이라고 볼 수 있다. 황우석 사건은 황 교수 자신의 성공에 대한 강박뿐만 아니라, 언론과 국민의 강박이 맞물려 일어났다. 대부분의 언론은 문제를 제기하는 일부 용기 있는 자들에게 ‘매국노’란 낙인을 찍으려 했고, 국민들은 기업들에 광고중단이란 폭력을 요구했다. 불과 두어달 전까지만 해도 황 교수가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로부터 입은 상처에 눈물을 흘리면서 그의 오류는 애써 외면하던 사람들이 히틀러의 손을 잡고 눈물짓던 이들과 완전히 다르다고 부인할 수 있을 것인가? 생명공학이 대한민국의 운명을 쥐고 있을 것이라는, 즉 과학을 신성화하려는 강박은 결국 파시즘적 권력으로 이어지게 마련이었다. 일찍이 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분석 학자 빌헬름 라이히가 주장했듯 대중들은 이같은 파시즘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그는 “자신의 성격구조 속에 파시스트적 감정과 생각의 요소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성격분석 경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며 “파시즘은 언제나 인민대중에 의해 탄생되고 대변됐다.”고 역설한 바 있다. 강박은 파시즘을 불러오고, 파시즘적 권력 또한 강박 때문에 몰락한다는 교훈을 역사는 가르쳐준다. 히틀러가 대중을 속였다기보다는 대중이 기꺼이 속아주었다는 라이히의 대중심리 분석은 이 시대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하지 않을까? 지금 중요한 것은 황우석에 대한 질타를 넘어 우리 모두 강박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임창용 문화부 차장 sdragon@seoul.co.kr
  • 문민·국민·참여정부 ‘정책브레인’ 토론회

    지금 한국사회의 문제를 꼽으라면 ‘양극화’가 1순위다. 양극화는 사회불안의 원인이자 성장동력을 갉아먹을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런데 한국의 양극화에는 아이러니가 있다. 바로 논리적으로 억압적 군부독재보다 민(民)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는 민간정부에서 양극화가 더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두고 박세일·최장집·이정우 3인이 만난다.29일 서울 올림피아호텔에서 대화문화아카데미가 창립 40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민주화, 세계화 시대의 양극화’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다. ●3人 3色 이들 3인은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핵심 브레인이자 학문적으로도 ‘일가’를 이룬 이론가다. 그러나 강조점에서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들의 논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먼저 박세일 서울대 교수는 시장을 옹호하는 미국식 자유주의 주류 경제학에 가깝다.YS정부에서 정책기획수석·사회복지수석 등을 역임하면서 세계화에 개입했고 지금의 노동·교육·사법개혁 등의 단초를 마련했다. 노무현 정부의 개혁은 구호에 그칠 뿐, 내용은 신자유주의라는 비판을 떠올려보면 된다. 이에 반해 최장집 고려대 교수와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시장의 우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최 교수는 대표적인 시카고학파 정치학자로 국가의 전면적인 개입을 적극 옹호한다.DJ정부 초기 ‘민주적 코포라티즘(조합주의)’ 개념으로 ‘민주적 시장경제’와 ‘노사정위원회’의 근거를 제공했다. 이 교수는 정당한 노동 없이 불로소득을 얻는 행위(지대추구행위·rent-seeking)를 정부가 없애야 한다는 데 강조점을 둔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대표적이다. 최 교수와 이 교수 간에도 차이는 있다. 최 교수는 ‘노무현 정부가 제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반면, 이 교수는 부족하더라도 주요 정책들이 하나둘씩 마련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토론회에 앞서 배포된 자료에서 이들의 개성은 도드라졌다. ●박세일 “교육·복지·노동 연계 필요” 박 교수는 시장주의자답게 양극화의 원인에서 세계화는 제외한다. 이는 자유무역에 대한 믿음과 연결되어 있다.“이론적으로 볼 때 자유무역 그 자체는 소득분배를 개선하는 경향이 더 크다.”고 말한다. 해결책도 시장주의적이다. 교육·복지·노동이 연계된 사회안전망의 중요성을 언급하지만 방점은 ▲높은 성장률 ▲개방경제 ▲세계최고의 대학·연구소에다 찍는다. 한마디로 경쟁체제의 도입이라는 신자유주의적 관점을 유지하고 있는 것. 그럼에도 관건은 국가의 대응이라 한다. 박 교수가 여기서 비관적으로 변한다.“새로운 비전과 발상을 가지고 동시에 효과적인 정책추진력을 가진 새 역사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최장집 “노조는 더 강화돼야 한다” 민주적 코포라티즘은 노사정이 세금·임금·고용 등에 대해 정치적 대타결을 통해 사회적 협약을 체결한다는 의미다. 이는 참가자들의 힘이 균등할 때 성립한다. 힘이 비슷해야 타협할 공간이 생기고 이 공간에서 정치력은 작동한다. 그래서 최 교수는 ‘귀족노조’라는 말에 강하게 반발한다. 대기업 노조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노동자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약자라는 사실 때문이다. 그래서 노조가 ‘대표성’을 가질 수 있도록 북돋워줘야 한다는 것. 최 교수는 되묻는다.“노조 없이 누가 노동자·노동운동을 대표하고, 대표 없이 사회협약, 또는 산업 내, 부문간 코포라티즘적 협약이 가능한가?” ●이정우 “성장과 분배는 동행해야 한다” 이 교수는 ‘성장과 분배의 동행’이라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자세히 설명하는 쪽을 택했다. 그러나 현실의 벽에 대한 토로도 일부 옅보인다.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소득 재분배 정책을 언급하면서 “2005년 2월 보건사회연구원 설문조사를 보면 복지증가와 추가적 세부담에 대한 동의는 18.9%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59.9%, 영국의 72.6%, 스웨덴의 44%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고 밝힌 것이 한 단면이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최 교수의 민주적 코포라티즘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1920∼30년대 일부 유럽에서 이미 성공했는데 한국의 노사관계나 대화의 문화가 80년전 유럽에도 못 미친다는 것은 지나친 자기비하가 아닐까.”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정치플러스] 靑 “최장집교수 주장 이해안돼”

    최인호 청와대 부대변인은 12일 최장집 고려대 교수가 최근 저서를 통해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행보를 비판한 데 대해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일종의 ‘지역주의에 대한 패배주의’가 내재된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최 부대변인은 최 교수가 ▲지역주의는 종속변수 ▲참여정부의 사회 갈등·균열 외면 ▲지역문제의 정치적 알리바이 가능성 등의 주장을 한 데 대해 “지역주의를 사회 갈등과 분리해 부차적 갈등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과연 한국의 정치 현실을 제대로 직시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열린세상] ‘노무현·박근혜 회동’ 걱정된다/ 이광호 전 진보정치 편집위원장

    특정한 현안을 사회적 의제로 설정할 수 있는 힘도 권력이다. 언론 스스로가 하나의 권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언론의 강력한 의제 설정 기능 때문이기도 하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는 항상 수많은 의제와 담론들이 공존하며 우선 순위의 상위에 올라서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투쟁한다.‘삼성이 문제냐, 도청이 문제냐’를 두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갈등과 투쟁은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이다. 그리고 투쟁의 결과는 사회세력들 사이의 현실적 힘 관계의 반영이다. 대통령의 강력한 힘은 우리 사회에서 ‘연정론’을, 수많은 반대에도 모든 사회적 의제를 잡아먹고 독주하는 현안으로 올려놓았다. 따라서 대통령을 삼성의 구원투수로 비유하는 발언이 이런 결과에 분노한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최장집 교수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론에 대해 노 대통령이 설정한 의제가 실제로 중요한 우리 사회의 현안을 실종시키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다수가 이를 무시해도 노 대통령은 “수비만 하는 팀에 관중은 절대로 표를 안 준다.” 훈수인지 위협인지 알쏭달쏭한 발언으로 압박했다. 자신이 던진 의제는 ‘게임’이 아니라 역사적 과제라고 말했던 ‘엄숙한’ 대통령과 득표라는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거론하면서 밀어붙이는 ‘전투적’ 대통령 사이의 불일치가 거슬리기는 하지만, 아무튼 훈수가 먹혔는지, 위협이 통했는지, 다른 계산이 있었는지, 박근혜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기로 했다. 노대통령과 박 대표의 청와대 회동이 연정론을 거대 보수 양당의 합의된 의제로 격상시킬지, 의제 설정 전단계의 투쟁으로 남겨놓을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합의된 의제가 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박대표 입장에서는 의제의 수용 여부 이전에 의제에 대한 개입력의 극대화를 겨냥했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박근혜 대표가 청와대 회동에서 ‘민생’을 강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데, 이때의 민생이란 말은 사실상 대연정이라는 ‘정치’와 대비를 극대화하기 위한 매우 정치적인 용어로 그 속은 텅 비어있거나, 더 나아가 반민생적일 수도 있다. 민생 의제가 이렇게 정치적으로 오남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서민을 위하는 정당을 민주노동당-한나라당-열린우리당 순으로 꼽은 것을 보면 약효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여당에 대한 ‘미움’의 반사 효과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필자는 이번 두 사람의 청와대 단독 회담을 기대보다는 우려 속에서 바라본다. 의제 설정의 보수 정당 중심성, 설정된 의제의 내용적 보수성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보수 정당 사이의 상생은 민중의 보다 나은 삶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론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국익을 위한 파병이나,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는 미명 아래 다수 국민이 살기 어려운 나라를 만들고 있는 각종 정책은 양당의 합의 속에서 진행돼오지 않았던가. 두 당이 합의하는 부동산 정책을 상상해보자. 한나라당은 지금 ‘세금폭탄’론 쪽에 있는 정당이다. 두 당이 연정이 가능하다면 국가보안법 폐지를 2∼3년 연기할 수 있다는 유시민 의원의 발언을 들으면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또 이번 회동에서 결론이 나지는 않겠지만, 선거법 같은 이른바 정치게임의 룰을 만드는 과정을 그들의 합의와 상생의 공간으로 남겨 둔다면 끔찍한 결론을 가져올 것이다. 진보정당을 배제하고 보수독점 정당 체제의 안정적 재생산은 두 당의 공동 목표가 될 수 있다. 이럴 때 민생문제는 물론 지역문제도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이광호 전 진보정치 편집위원장
  • 최장집교수 “현정부 지역타파 전략 다른 정치의도 가능성”

    대표적인 진보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교수(정치학)가 노무현 대통령의 지역주의 타파 전략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 교수는 최근 출간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후마니타스 펴냄) 개정판에서 “오늘의 시점에서 지역문제가 정권의 운명을 걸고 추구해야 할 최우선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뭔가 다른 의도를 가진 정치적 알리바이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이 책에서 그 자신이 주장하는 ‘정당 중심의 정치’와 노 대통령 행보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대통령 스스로가 정치의 경계를 좁히고, 탈정치화를 앞장서 실천하면서 이를 민주적 개혁이라고 주장해 왔다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 많이 쓰는 개념인 ‘당정분리’라는 말에서 보듯, 대통령은 정부와 사회를 매개할 수 있는 정당과의 관계에서 스스로를 격리시켰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이러한 정치 이해와 리더십 스타일은 결국 정당정치의 역할을 축소하고,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데 일조할 게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또 현 정권이 ‘거의 이데올로기 수준에 가까운’지역주의에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치가 갖고 있는 문제의 궁극적 원인을 지역주의라고 말하고,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집권 정부이기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근본주의적인 태도는 현실에 존재하는 사회 갈등과 균열 요인에 제대로 대면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칩거’ 안희정씨 직격 인터뷰

    ‘칩거’ 안희정씨 직격 인터뷰

    “아버지 세대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준 덕분에 우리는 낮은 수준이지만 이웃과 공동체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생계의 시대가 아닌 가치의 시대가 온 것이다.” 참여정부 탄생의 주역, 노무현 대통령의 386 최측근,‘좌(左)희정 우(右)광재’로 대표되던 안희정(40) 전 새천년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자신이 천착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이렇게 귀띔했다.“인간적·시민사회적 가치를 지켜나가면서 경제 발전의 속도를 늦추지 않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 그것이 우리 세대의 숙제”라는 부연설명과 함께였다. 그는 “인간의 역사가 승자독식의 적자생존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었지 않은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공동체적 삶과 민주주의적 가치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싶은 심산인 듯했다. ●“공동체적 삶 속 경제발전 이뤄야” 지난 4월 최장집 교수가 소장으로 있는 고려대 ‘아시아문제연구소’에 객원연구원으로 등록한 안씨는 아직 ‘칩거’ 중이다. 하지만 참여정부 창업공신이자, 단짝이던 이광재 의원이 ‘유전게이트’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면서 안 전 부소장의 근황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그래서 약속을 잡지도 않고 무작정 고려대로 간 지난 4일, 허탕을 치고 돌아오려는 길에 짙은 감색 점퍼에 노트북 가방을 맨 채 교정을 바쁘게 걸어가는 그와 마주쳤다. 그는 “찾아온 손님이니까 반갑게 맞겠지만, 인터뷰는 응하지 않겠다.”며 탐탁지 않아 했다. 지난 9일 다시 조교실로 찾아갔을 때도 그는 “정치적 사안에 대해 발언을 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거듭 자신에 대한 ‘무관심’을 부탁했다. ●내 앞의 도랑을 뛰어넘어야… 안씨에 대한 세인들의 주된 관심은 ‘정치권 복귀’ 문제다. 현재 그는 공무담임권이 제한돼 있다. 그러나 ‘8·15광복절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도 그에겐 부담이다. 그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지난해 12월13일 형기 만료로 출소했다. 그는 “궁수가 과녁 앞에서 떨리는 가슴을 누르고 과녁을 맞힐 수 있는 것은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나도 사람인데 활시위를 들면 가슴이 떨리지 않겠나. 그 떨림을 누르고 제대로 시위를 당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고민의 일단을 털어놓았다. 이런 알듯 모를 듯한 비유도 했다.“가수가 앨범 2∼3장 내놓은 뒤 시장에서 반응이 없으면, 그 다음엔 기획자로 얼른 돌아서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정치인·경제인들이 위기를 극복할 때 국민들이 박수를 치는 것은 그의 용기와 능력이 시대정신과 맞닿아 공명하기 때문”이라면서 “내 앞에 깊고 넓은 도랑이 놓여 있고, 언젠가는 그 도랑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러나 도랑을 내가 뛰어넘는다고 과연 국민들이 박수를 쳐줄까.” 하고 자문자답하기도 했다.1년의 감옥살이 이후 줄곧 그를 괴롭히는 ‘화두’인 셈이다. 89년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시작해 16년간 정치권에서 활동했던 그는 학교로 돌아가 일주일에 3일 공부를 한다. ●“정책중심의 노무현식 정치 확산” 여의도 밖으로 나온 그에게 정치권은 어떻게 보일까. 그는 여의도의 정치를 “‘관계의 정치’‘조선시대식 정치’에 의존하고 있다.”고 평가한 뒤 “한국은행권이 유통돼야 하는 21세기에 조선의 상평통보가 유통돼서야 되겠느냐.”며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즉 “정치인들이 관계 속에서 안주한 과거의 방식에서 정책과 이슈를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전화를 할 것인가, 책을 읽을 것인가 사이에서 갈등”에 비유했다. 이와 관련한 일화도 소개했다.90년대 당시 노무현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할 때 ‘현실이냐, 정책이냐.’에 대한 갈등이 많았단다. 후원회가 끝나고 나면 보좌관들은 노 대통령에게 “전화를 하시라.”라면서 두툼한 후원인 명단을 전달했다. 노 대통령은 “나는 여러분이 써준 보고서나 책을 읽을까 생각했다.”며 “꼭 전화를 해야 하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그는 노 대통령의 집권 이후로 정책·이슈 중심으로 점차 전환되는 ‘노무현식 정치’가 확산되고 있다고 믿는다. 그 정책과 이슈는 또한 민심(民心)을 살피는 가운데 나올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안씨는 “2005년 ‘한국호’는 돛대가 부러질 만큼 거세게 부는 개혁의 바람을 받으면서 전환기를 건너가려 하고 있다.”면서 “거친 물살을 돌파하려면 노젓는 힘에 달려 있는데, 그 힘은 정책과 이슈를 중심으로 정치권과 국민들이 똘똘 뭉친 ‘세력’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정책·이슈 중심으로 정치 행위가 이뤄질 때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인간적인 결함·실수에 대해 더 너그러워질 수 있다고도 했다. 무대 위에서 가창력 뛰어난 가수가 무대 밖에서 성격 좋은 가수보다는 더 사랑받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어떤 빌딩’을 세울 것인가 참여정부에 대해 그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한 최초의 정부”라고 주장하면서 “기초공사가 거의 끝났지만, 그 위에 어떤 빌딩을 세우냐는 것은 다음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 빌딩이 어떤 크기, 어떤 모습을 가질 것인가에 대해 정치권은 “왜 우리는 민주주의를 하려고 했는가, 민주화된 한국에서 민주주의적 가치는 무엇이고, 또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가.”에 답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권의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60년대 일본 학생운동권인 전공투(전학공투회의)가 72년 지방선거에서 ‘환경과 복지’를 내세워 의석의 40%를 장악하는 등 전면에 나섰지만, 중앙정치의 세력으로 떠오르지 못해 70년대 말 기성 정당에 모두 흡수돼 버렸던 역사를 환기시켰다. 한국의 개혁세력은 ‘다행히’ 노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 자신들의 뜻을 정책을 통해 축적해온 만큼 새로운 방향,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그 전제가 맞다면)그래서 차기 정권도 개혁세력의 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 출범에 큰 기여를 한 그의 이같은 주장이 적중할지, 아니면 희망사항에 불과한지는 현재로선 누구도 예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무엇을 위한 효율성인가가 무시된 채 오로지 효율성·경제성만 강조되는 현실에 대한 그의 불만은 현시점에서도 분명하게 읽혀졌다. 그는 “가치있는 분야라고 해도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분야는 없애 버리겠다는 것인데, 그것이 꼭 옳은 방향이냐.”고 반문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평화를 위한 ‘지성의 향연’

    평화를 위한 ‘지성의 향연’

    해외 문학 거장 20명과 국내 작가 60명이 서울에서 ‘평화를 위한 글쓰기’를 주제로 지성의 향연을 펼친다.24∼2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에서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과 한국문화예술진흥원(원장 현기영)이 공동주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문학행사로,2000년 9월 ‘경계를 넘어 글쓰기’를 주제로 열린 첫 행사에 이어 5년 만이다. ●누가 오나 대산문화재단이 독자적으로 치렀던 1회 행사에 비해 올해부터 문예진흥원이 가세하면서 참가 해외 문인들의 지명도가 대폭 높아지고, 강연·토론회 등 부대 행사 규모도 두 배(60여개) 가까이 늘어났다. 포럼에는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 미국 계관시인을 지낸 로버트 하스,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 장 보드리야르,‘붉은 수수밭’의 중국 작가 모옌, 터키의 오르한 파묵 등이 참가한다. 한국전쟁 당시 북측 종군기자로 활동했던 헝가리 작가 티보 머레이, 칠레의 루이스 세풀베다, 김남주 시집을 번역한 노르웨이 시인 에를링 키텔센도 내한한다. 대다수가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2∼3번씩 거론된 인물들이다. 생태시인 개리 스나이더와 혜경궁 홍씨를 소재로 소설을 쓴 영국의 마거릿 드래블은 1회 행사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을 방문한다. ●주요 논점 국내외 문인들은 3일 동안 ‘인간가치와 정치변화’‘영구평화의 이상’‘동아시아 문화의 과거와 미래’‘한국적 평화전통의 이상’ 등 13개 소주제별로 토론을 갖는다. 포럼에는 김우창 백낙청 유종호 현기영 황석영 최장집 등 국내 작가 20명이 발제자로, 조정래 황동규 김윤식 신경숙 등 40명이 토론자 및 사회자로 참여한다. 오에 겐자부로는 미리 제출한 발제문에서 “‘평화를 위해 쓰는 것’을 통해 평화의 의미를 심화하려는 사람들의 출현을 장려하는 것이 내 노년의 몫”이라고 밝혔다.‘내이름은 빨강’의 저자 오르한 파묵은 “‘영구적 평화’는 단순히 미국의 군국주의만이 아니라 서양 세계 밖의 과격한 민족주의로 인해 실현불가능해진다.”고 경고한다. 최장집은 “모든 적대관계가 종식되는 항구적 평화를 위한 평화공동체를 위해서는 과거사 청산과 같은 일본의 도덕적 역할이 핵심적”이라고 강조한다. ●부대 행사 참가자들은 메인 포럼 외에 대학·학회 주최 강연회, 작품 낭독회, 좌담회 등 다양한 작가별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또 27일 판문점을 방문해 서울평화선언을 발표한다. 포럼 전 과정은 대산문화재단(www.daesan.or.kr)과 서울국제문학포럼 홈페이지(www.seoulforum.org)를 통해 생중계된다. 행사 참관은 선착순 무료. 이메일(daesan@daesan.or.kr)로 신청하면 미리 좌석을 지정받을 수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클릭 이슈] ‘태백산맥’·’최장집 교수’ 로 본 이적성 기준

    [클릭 이슈] ‘태백산맥’·’최장집 교수’ 로 본 이적성 기준

    이적표현물은 ‘시대의 면류관’인가, 아니면 ‘국가 전복의 도화선’인가. 검찰은 지난달 31일 소설 ‘태백산맥’과 고려대 최장집 교수를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대한민국건국회 등은 지난 28일 검찰의 태백산맥 결정에 불복, 서울고검에 항고하면서 이적표현물 판단에 대한 논란이 다시 떠올랐다. 이적표현물이란 과연 무엇일까. 판단 기준은 시대에 따라 오락가락하고 있다. ●1990년대 이전,‘반정부=이적표현물’ 1981년 무협소설 ‘무림파천황’을 쓴 대학생 박모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됐다. 정파(正派)와 사파(邪派)의 대결 구도로 변증법을 설명했다는 이유다. 마르크스의 ‘자본론’ 등 사회주의 서적과 김지하와 리영희씨의 저서들도 대표적인 ‘불온 고전’이다. 올 광복절에 독립 유공자로 추서될 예정인 장지락(일명 김산)의 일대기 ‘아리랑’도 마찬가지다. 당시 대법원은 합법적으로 판매되는 서적이라도 일부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 고무하거나 동조하는 내용이 있다면 처벌했다. ●1990년대 중반,“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체제 위협해야.” 하지만 이적표현물의 기준도 변하기 시작했다.1991년 정치권의 합의에 따라 국보법 제7조 1항에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문구가 추가된 이후부터다. 대법원은 1992년 이후 판례를 통해 이적표현물은 “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북한 관련물들은 여전히 된서리를 맞았다.1990년대 초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작된 ‘북한바로알기운동’의 일환으로 알려진 ‘꽃 파는 처녀’등 북한의 4대 소설과 황석영씨 등의 북한방문기도 이적표현물로 분류됐다. ●1990년대 후반, 경직된 이적성 판단 북한 김일성 주석이 1994년 사망하자 남북 관계가 급랭했다. 이적성 판단도 경직됐다. 경상대 교재 ‘한국 사회의 이해’와 ‘태백산맥’도 이때 검찰의 심판대에 올랐다. 하급심의 무죄 판결들이 대법원에서 번복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대법원은 1998년 북한 소설인 ‘용해공들’ 등에 대해 “김일성 개인에 대한 찬양과 미화가 심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정도여서 적극적이고 공격적이지 않다.”는 원심의 판결을 깨고 이적표현물로 인정했다. 또 신학철 화백의 그림 ‘모내기’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었다. 당시 재판부는 “그림 내용이 민중민주주의 혁명과 연방제 통일 등 북한 공산 집단의 주장과 같다.”고 밝혔다. ●2000년대, 이적성 판단에 ‘봄바람’ 2000년 정상회담 이후 남북 관계에도 해빙기가 찾아왔다. 대법원은 2001년 제주 4·3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레드 헌터’가 이적표현물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11일 ‘한국사회의 이해’에 대해 검찰이 기소한 지 11년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송두율 교수의 저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검찰도 소설가 조정래씨와 최장집 고려대 교수에 대해 남북 관계를 감안했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식지 않는 이적성 논란 이적표현물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1992년 이적표현물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이회창, 이재성, 배만운 등 세 명의 대법관은 “판단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취지의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법원 관계자는 “예전의 이적표현물들을 다시 심판한다면 변경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무혐의 결정을 통해 2000년대 중반 판단 기준을 살짝 내비쳤다. 남북 관계와 대중성(태백산맥)그리고 학문과 순수 예술성(최장집)등이다. 검찰 관계자는 “시대에 따라 법적용은 변한다.”면서 “국보법이 폐지돼 내란·외환의 예비음모죄로 이적표현물을 처벌한다면 남용의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송호창 변호사는 “법원과 검찰의 이적성 판단은 매우 자의적”이라면서 “사회가 미숙해 국보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국보법이 사회의 성숙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기고] ‘태백산맥’에 대한 검찰의 딜레마/송호창 변호사·민변 국보법TF 팀장

    지난 10여년간 학문·사상의 자유를 옥죄던 대표적 국가보안법 사건들에 대해 연이어 무죄 판결과 무혐의 결정이 내려졌다.3월11일 대법원은 경상대 교재인 ‘한국사회의 이해’에 대해 무죄판결을 하였고,3월31일에는 검찰이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과 최장집의 저서 ‘한국 민주주의의 조건과 전망’에 대해 잇달아 이적성이 없다는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가뭄에 단비가 내리듯 반갑고도 반가운 소식이다. 검찰은 이번 무혐의 결정을 계기로, 수사기관이 ‘이적성 판단을 정확히 하고’ 있으며 따라서 국가보안법의 남용 가능성이 없어졌다는 식으로 그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번 결정으로 수사기관의 수사라는 도마위에 발가벗겨진 채 올려져 이적성의 칼질을 당한 작가의 11년간의 고통이 씻겨질 수 있을까. 진정 학문사상의 자유에 대한 ‘이적성 논란’은 종결되었고, 국가보안법의 남용여지는 없어진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모두 “NO”이다.‘한국사회의 이해’와 ‘태백산맥’은 11년간이나,‘한국민주주의의 조건과 전망’은 7년 동안 재판과 수사를 받아야 했다. 그 긴 시간 동안, 저자들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조정래씨와 출판사는 1990년 ‘태백산맥’을 출간한 이후 수많은 협박전화와 위협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는 11년 동안 수사 그 자체보다는 처벌 대상이 된 이후 마음대로 집필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경찰 수사를 받는 동안에는 ‘아리랑’을 집필했고, 검찰 수사과정에서는 ‘한강’을 쓰고 있었는데,‘이적성’ 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는 대목에서는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고 있더란다. 작가의 창조적 상상력에 재갈을 물린 당연한 결과이다. 그러니, 무죄와 무혐의 판단만으로는 그 긴 세월 동안의 고통스러운 상처가 치유될 리 만무하다. 검찰의 이번 결정이 ‘국가보안법의 남용문제’ 또는 ‘이적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법원과 검찰은 이번 결정에 대해 종래 40년 이상 적용해오던 ‘이적성의 판단기준’이 바뀐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솔직히 이번 검찰의 결정은 종래 ‘이적성’의 기준에 따르면 백번 처벌해야 하나 처벌의 후과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떠밀려 마지못해 내린 결정에 불과하다. ‘태백산맥’의 경우, 수사기관에 의해 ‘이적성’여부를 놓고 조사를 하던 같은 시기에, 역설적이게도 경찰대를 포함한 전국의 각 대학은 이 책을 권장도서로 지정했고 평론가들은 우리시대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무려 600만부가 팔려 나갔다. 검찰이 11년 동안 위법성 판단을 보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태백산맥’에 ‘이적성’이라는 낙인을 찍는 순간, 최소한 600만명을 ‘이적표현물 소지죄’로 처벌해야 하고, 권장도서로 추천한 대학의 관계자들, 평론가들 역시 처벌해야 하는 사법사상 최고의 코미디를 연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 결정을 두고 ‘검찰의 전향적 결정’ 운운하며 확대 해석할 일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검찰이 11년 동안이나 최종 결정을 미뤄온 것과 종래의 ‘이적성에 대한 판단기준’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사안이다. 이번에 검찰은 무혐의 결정을 하였으나 제2의 태백산맥에 대해서도 다시 무혐의 결정을 할 수 있을까. 검찰의 ‘이적성 판단기준’이 달라지지 않는 한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법원과 검찰이 지금까지 ‘이적성’이라는 모호하고 낡은 잣대로 인권을 함부로 짓밟았던 모든 사건에 대해 그 판단의 잘못을 인정하고, 또한 종국적으로 이런 과오를 반복되게 한 국가보안법이 완전히 폐지되지 않는 한, 검찰은 태백산맥과 똑같은 딜레마에 다시 빠질 수밖에 없고, 수사과정에서 제2의 조정래에게 도마위에 서서 발가벗기를 다시 강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송호창 변호사·민변 국보법TF 팀장
  • 최장집교수도 7년만에 ‘무혐의’

    최장집교수도 7년만에 ‘무혐의’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구본민)는 자신의 저서에서 한국전쟁의 성격을 ‘민족해방전쟁’으로 규정,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고발된 고려대 최장집 교수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31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학 교수로서 한국현대사의 연구 결과를 개진하면서 기존의 학설이나 주장과 다른 견해를 제시한 것으로, 전체적 내용과 집필 당시 상황으로 미뤄 학문 연구의 일환으로 판단되고 북한을 이롭게 할 인식을 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무혐의 처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도 “사실의 적시가 아닌 학문적 견해표명에 불과하고 비방 목적도 인정키 어럽다.”면서 역시 무혐의 처분했다. 건국회 회장 등 16명은 1998년 11월 “최 교수가 저서인 ‘한국 민주주의의 조건과 전망’에서 한국전쟁을 민족해방전쟁으로 규정하고,6·25 참전군인들을 비방했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최 교수를 고소·고발했다. 한편 검찰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994년 고발된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씨에 대해서도 이날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함께 고발된 한길사 김언호 사장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서울중앙지검 김수민 2차장검사는 “독자와 평론가로부터 예술작품으로서 객관적·미학적 가치를 획득했고, 그런 표현들은 자유토론과 상호 비판 과정을 통해 우리 국민에게 충분히 여과돼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정치과잉이 한국 민주주의 망쳐”

    “정치과잉 속 정치부재” 우리 정치의 문제점을 꼬집으라면 항상 등장하는 용어다. 사실에 입각한 정보와 합리적 사고가 먹히지 않다 보니 정치 스스로 존재가치를 잃어버린다. 지난해 초대형 정치이슈였던 대통령탄핵과 행정수도이전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고려대 최장집 교수는 “(결정에 대한)찬반을 떠나 정치와 행정을 구분하지 못하고 정치를 행정의 한 요소로 환원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 광풍이 밀어닥친 것 같지만 내용상으로는 정치실종 사태에 지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계간 당대비평 신년특별호에 실릴 ‘한국 민주주의의 열정과 과잉’에서 미 웰즐리대 캐서린 문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한국 정치를 비판했다. 문 교수는 이 글에서 민주주의는 자기반성에 임하는 정직함과 자제력, 누구든 잘못 알 수 있고 해답을 갖고 있지 않음을 가정하는 겸손, 의견이 다른 자들에게 호혜적인 손길을 내밀려는 의지와 같은 자유주의적 덕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유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한 사회에서 민주적 참여는 외려 민주주의 발전을 지체시킬 수 있다. 비약적인 민주주의 발전에도 한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유주의적 덕목은 마지막 검토 때까지 심판을 보류하고, 타인의 판단을 성실하게 경청하는 것이기에 한국적 상황에서는 환영받지 못한다. 정치 지도자들 대부분은 이용가능한 정보가운데 하나의 입장 주위에 말뚝을 둘러치고 자신의 의견만이 유일하게 옳은 것이라 선포하기 일쑤다. 여기에는 자신이 한 약속에 집착하는 문화가 개입된다. 이런 문화가 결국 민주주의를 저해한다는 문 교수는 “그 권력의 형식과 사용을 언제든 심문하려는 의지없이 민주주의는 유지될 수 없다.”고 글을 맺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2004 정치계 진별·뜬별

    2004 정치계 진별·뜬별

    2004년 한국 정치는 어느 때보다 인물의 부침이 심했던 해로 기록될 것이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 노무현 대통령 탄핵,4·15총선, 헌법재판소의 탄핵 위헌 결정 등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핵폭탄급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내로라던 정치권의 별들이 그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그들의 빈 자리는 새로운 별들로 채워졌다. ■ “격랑에 휩쓸려” 떨어진 별들 지난 2002년 대선의 후유증은 예상보다 컸다. 불법 정치자금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내로라던 정치인들이 잇따라 소환됐다. 열린우리당에선 대표를 지낸 정대철 전 의원을 비롯해 이상수 전 사무총장, 이재정 전 의원, 한나라당에선 서청원 전 대표를 비롯해 김영일·박주천 전 사무총장 등 굵직굵직한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한나라당 최돈웅·신경식·박명환 전 의원, 민주당 이훈평 전 의원 등도 영어의 몸이 됐다. 불법 정치자금 수사 이후 ‘깨끗한 정치’가 국민적 요구임을 감안할 때 이들은 재기의 기회조차 얻기가 어렵게 됐다. 지난 3월 민주당의 발의로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가세해 3야(野)가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한 대통령 탄핵은 불법 정치자금 수사보다 더 큰 후폭풍을 동반했다. 탄핵을 주도했던 민주당 조순형 전 대표와 한나라당 최병렬 전 대표, 홍사덕 전 원내총무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4·15 총선의 벽을 넘지 못해 국회를 떠나야 했다. 경호권 발동으로 표결 처리를 용인한 박관용 국회의장도 여당 의원이 단 한명도 참석하지 않은 ‘불명예 이임식’을 가져야 했다. 조 전 대표는 집 근처 도서관을 오가며 두문불출하며 재기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대표도 가까운 친구들과 지지자들을 만나며 내년 4월 수도권이나 경남지역 재·보선 출마를 모색 중이다. 홍 전 원내총무도 서울 종로의 개인 사무실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지만, 내년 4월 재보선에 출마하거나 원외에서 ‘뉴라이트’ 운동을 지원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 직후 실시된 4·15 총선은 민심에 반하는 정치인들에게 어떤 심판이 내려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탄핵의 승리자’였던 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 등 야 3당 의원들이 줄줄이 낙마했다. 민주당 박상천 전 대표를 비롯해 정균환 전 원내총무, 추미애 전 의원 등 쟁쟁한 중진들은 탄핵 역풍에 무참히 무너졌다. 한나라당 전용학, 자민련 정우택·정진석 전 의원 등 전도양양한 ‘젊은 피’들도 탄핵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들은 내년 4월의 재·보선이나 다음 총선, 지방선거 등에서 재기하기 위해 열심히 바닥을 다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삼두마차로 ‘천·신·정’ 체제를 구축했던 정동영 전 의장은 총선 당시 ‘노인 폄하’ 발언으로 의장직 사퇴와 함께 여권의 대선주자로서 결정적 상처를 입었다. 신기남 전 의장도 부친의 ‘친일 전력(前歷)’과 그 사실을 감춘 거짓말로 여론의 비난을 자초하며 도중 하차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이젠 우리시대” 떠오른 별들 새별 그룹의 선봉엔 박근혜 대표가 있다. 총선 때 수렁에 빠진 한나라당을 ‘기적’처럼 구해냈다. 탄핵 역풍과 불법대선자금으로 침몰 직전에 몰렸던 한나라당은 ‘박풍(朴風)’을 등에 업고 재건에 성공했다.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일부 지적도 있었지만 최근 국회 정상화를 위해 열린 4자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입지는 더욱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전화위복’의 케이스다. 일각에선 ‘어부지리’로 폄하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누구나 부러워하는 ‘복장(福將)’인 셈이다.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신기남 전 의장이 부친의 친일 전력 논란으로 물러나자 지난 8월부터 과반 의석을 가진 여당의 수장이 됐다. 내친김에 재·보선을 통해 원내 재진입을 시도하려고 저울질 중이다. 그러나 최근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데다가 4자회담 결과에 당내 불만이 큰 것도 부담스럽다.‘복(福)’이 계속 이어질지 주목된다. 고건 전 국무총리는 탄핵 때 2개월여동안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무리없이 수행하면서 집중 조명을 받았다. 최근 여론조사의 대선 후보 선호도에서 1위를 질주하면서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해찬 총리는 ‘실세총리’,‘소신총리’로 자리매김됐다.‘차떼기당’ 발언으로 한때 국회 파행의 원인을 제공하는 등 ‘행정총리’에 머물지 않고 ‘정치총리’ 행보를 보이면서 설화를 입기도 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소신파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지난 6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 노 대통령을 겨냥해 “계급장을 떼고 논의하자.”고 말한 데 이어 지난달 국민연금의 연기금 투자문제를 둘러싸고 ‘항명’파동을 겪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정치권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50년 쓰던 고기판에 삼겹살을 구우면 새까매진다. 판을 갈아야 한다.”,“좌파가 아닌 사람들이 왜 그러느냐. 짝퉁을 갖고 명품이라고 하면 허위사실 유포죄다.”등 잇따른 ‘말말말’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독설’을 내뿜는 여야 대변인들도 개인 어필에 성공했다. 열린우리당 박영선 원내대변인과의 말싸움에 일단 승리한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지금은 열린우리당 김현미 대변인과 치열한 설전 중이다. 김 대변인도 이철우 의원 북한 노동당 가입의혹과 관련,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을 성경에 나오는 인물 ‘유다’로 표현하는 등 독설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사면을 기다리는 사람들 내년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2002년 대선자금 불법모금으로 구속됐거나 중간에 풀려난 사람들이 사면·복권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여권은 공식적인 거론은 자제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무르익은 듯하다. 야당도 내심 공감대가 형성된 기류다. 대사면이 실행될 경우 열린우리당 쪽 대상의 중심에 정대철 전 의원이 있다. 노 대통령의 당선 1등 공신이자 창당 주역인 정 의원은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중이다. 지난 10일 만기출소한 노 대통령의 최측근 안희정씨도 대상이다. 출소 다음날 노 대통령은 안씨 부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위로했을 정도로 아직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자랑한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내체류로 급선회했다. 특히 최근 최장집 교수가 강연연사로 나선 ‘고려대 386’ 송년모임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다시 주목을 받았다. 복역중 풀려난 뒤 미국 유학중인 이상수 전 의원도 귀국, 조만간 노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1주일정도 체류할 계획이지만 해외연수 기간을 단축해 조기 귀국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복권설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불법대선 자금과 관련, 야당도 자유로울 순 없다. 사면·복권 이야기를 오히려 더 반기는 눈치다. 당 지도부는 이번 기회에 대선자금을 다루다가 옥살이를 한 이들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선 당시 한화로부터 채권 1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수감중인 서청원 전 대표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구속된 최돈웅·김영일 전 의원도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다 삼성으로부터 500여억원을 받고 복역중인 서정우 변호사도 내년 2월을 기다리고 있다. 이밖에 ‘국민의 정부’실세였던 권노갑·박지원씨도 은전이 베풀어지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사설] 4대 입법 미루는 게 능사 아니다

    개혁추진과 관련한 열린우리당의 태도를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것저것 벌여만 놓고 제대로 결실을 맺는 게 없다. 국가보안법 등 4대 입법도 그런 처지에 놓이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부영 의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일부 지도부는 4대 입법 ‘속도조절론’을 제기했다. 이 의장은 “산이 높으면 돌아가고, 물이 깊으면 얕은 곳을 골라가야 한다.”고 밝혔다. 말로는 ‘연내 입법’을 강조했지만, 법안 처리를 늦출 수 있다는 내부전략을 내비쳤다. 열린우리당이 어제로 창당 1주년을 맞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당지지도가 23.2%로 한나라당에 훨씬 뒤지는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제대로 된 여당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책을 입안하기에 앞서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야 하지만, 한번 확정되면 밀고나가는 우직함을 보여줘야 한다.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지지율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백년하청이다. 참여정부가 실제 해놓은 것도 없이 좌파공세에 시달리고 있다는 최장집 고려대 교수의 지적을 깊이 되새겨야 한다.‘말로만 개혁’은 부작용만 가져온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국보법을 제외한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언론관계법 등에 대해서는 여권의 입법안을 지지하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 그런데도 이들 법안의 처리를 늦추면 개혁의 추동력이 뚝 떨어진다. 올해안에 못하면, 내년 이후에는 더 어려워진다. 법안처리를 미루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여당은 4대 법안을 처리하되, 이 문제로 정국이 파탄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민생법안과 예산 심의에도 지장을 주지 말아야 한다. 두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느냐고 하지만, 집권여당이 정치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을 설득해 대안을 내도록 하고, 합리적인 부분은 수용해야 한다. 특히 국보법의 경우 당장 폐지에 국민적 불안이 있는 만큼 대체입법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새달 9일 끝나는 정기국회 회기안에 결론이 안 나면 바로 임시국회를 열어서라도 반드시 개혁입법을 성사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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