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아테네 무혈입성
후반 44분.돌고래처럼 솟구쳐 오른 김두현의 헤딩슛이 89분 동안 굳게 잠겨 있던 이란의 골문을 활짝 열었다.순식간에 경기장은 용광로처럼 달아올랐고,‘대한민국’ 함성이 상암벌 밤하늘을 뒤흔들었다.
‘이젠 올림픽 4강이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낸 한국 축구가 아테네올림픽 4강 고지를 향해 힘찬 진군을 시작했다.한국올림픽대표팀은 12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테네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이란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1-0으로 승리,6전 전승(승점 18)으로 예선을 마감했다.
지난 1일 중국과의 원정경기에서 이겨 5연승으로 일찌감치 본선행을 확정지은 한국은 깔끔한 마무리에 성공함으로써 올림픽 5회 연속 진출을 자축하는 동시에 아테네에서의 선전을 예고했다.지난해 2월 레소토와의 친선경기를 시작으로 공식 출범한 ‘김호곤호’는 그동안 17승2무5패의 성적표를 남겼다.
●하나된 마음
경기 뒤 올림픽 5회 연속 본선 진출을 자축하는 기념행사가 올림픽 출정식을 겸해 열렸다.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2만여명의 관중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기념 티셔츠를 갈아입은 선수들은 손을 흔들며 팬들의 성원에 화답했다.영광의 얼굴들이 한 사람씩 소개됐고,선수대표 조병국은 “본선에서의 좋은 성적으로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이어 선수단은 대형 태극기를 들고 운동장을 돌았다.선수들과 관중들은 ‘젊은 그대’를 합창하며 기쁨을 나눴다.
●냉정한 승부
이란 선수들도 경기 전 한국선수들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올림픽 본선행을 축하했다.그러나 승부는 승부.이미 본선 티켓의 주인은 가려졌지만 경기는 치열했다.한국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승리를 갈망했고,감독까지 교체한 이란은 안방에서의 패배로 무너진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거친 몸싸움으로 연방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팽팽한 경기는 후반 10분을 넘기면서 한국의 페이스로 넘어왔다.그러나 열릴 듯 열릴 듯하면서도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고,시간은 덧없이 흘러갔다.득점없이 끝날 것 같던 경기는 후반 44분 순식간에 판가름났다.최원권의 센터링을 문전으로 쇄도한 김두현이 헤딩 결승골로 연결시킨 것.
●역시 거미손
‘거미손’ 김영광도 이란의 거센 공격을 여러 차례 막아냈다.후반 13분에는 상대와 일대일로 맞선 상황에서 두 차례나 거푸 공을 쳐내는 위력을 보였다.이번 예선 6경기 540분을 무실점으로 버틴 김영광은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고,관중들로부터도 가장 많은 환호를 받았다.
●7월 막판 담금질
올림픽대표팀 선수들은 일단 소속팀으로 돌아가 프로축구 K-리그를 치른 뒤 7월 초순 다시 뭉쳐 같은 달 21일 일본과의 평가전 등을 통해 사상 첫 올림픽 4강 진입을 위한 마무리 담금질에 들어간다.한국은 지난 1948년 런던올림픽을 시작으로 아테네올림픽까지 8차례나 본선에 올랐으나 조별 예선리그가 없었던 런던올림픽을 빼고는 단 한번도 8강에 오르지 못했다.
오는 8월11일부터 28일까지 16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는 아테네올림픽 남자축구의 조 추첨은 다음 달 9일 실시된다.지금까지 개최국 그리스를 포함해 한국 일본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 13개국의 출전이 확정됐으며,유럽 3개국은 오는 28일부터 독일에서 열리는 예선전에서 결정된다.
박준석 홍지민기자 pj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