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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군가의 처벌로 끝나는 게 아니라 뿌리깊게 박힌 문제 함께 고민해야”

    “누군가의 처벌로 끝나는 게 아니라 뿌리깊게 박힌 문제 함께 고민해야”

    2009년 등단한 김현(38) 시인은 ‘리얼리스트’, ‘참여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곧잘 호명된다. 시를 통해 사회의 편견과 불의에 저항할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적극적으로 말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2016년 문단 내 성폭력 고발에 앞장선 시인은 최근 최영미 시인의 고발로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되면서 새삼 주목받고 있다. 시인은 2016년 문학계간지 ‘21세기 문학’ 가을호에 실린 ‘질문 있습니다’라는 글에서 문단 내 성폭력 문제를 지적하고 자정의 목소리를 촉구한 바 있다.●朴정권ㆍ세월호의 참담함 담아 최근 서울 마포구 창비 사옥에서 만난 그는 “당시 문단 내 성폭력 피해자들로부터 터져 나온 증언들이 심각했기 때문에 작가들 스스로 점검해 보자는 의미에서 발표한 글이었는데 이렇듯 많이 회자될 줄 몰랐다”면서 “다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누군가의 폭로나 누군가의 처벌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단 내부에) 뿌리 깊게 박힌 문제를 같이 들추고 고민해야만 인식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학하는 사람으로서 운동에 동참하는 것, 글을 쓰는 것, 설사 뒷담화라고 하더라도 문학장 안에서 개선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 젠더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요즘 젊은 작가들과 교류하는 등의 작은 일들을 앞으로도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저항하는 시인으로서의 행동성은 두 번째 시집 ‘입술을 열면’(표지·창비)에서도 드러난다. 2014년 첫 시집 ‘글로리홀’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이 시집에는 2013~2015년에 쓴 시 53편이 담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 시인이 느꼈던 참담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불온서적’과 박근혜 정권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세월호 사건을 소재로 쓴 ‘열여섯 번째 날’이 각각 처음과 끝을 장식한다. “박근혜 정권 하에서 시민, 페미니스트, 사회적 약자, 노동자로서 제가 느꼈던 다양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싶었어요. 특히 ‘열여섯 번째 날’은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진행하는 ‘304낭독회’(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304명을 기억하기 위해 작가와 시민들이 함께하는 낭독회)를 소재로 삼은 작품인데 세월호 사건 이후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언급하면서 희망적으로 맺고 싶었어요.” ●“사회적 약자 목소리 내고 싶었죠” 이 시에 나오는 “말해버렸다/입술은 행동할 수 있다/사람이라는/진실은 이토록 정처 없이 희망차고”라는 마지막 부분이 뜨겁게 다가오는 이유다. 또 다른 시 ‘생명은’에서도 “입술소리로 한평생 진실을 읽는다/뽀뽀의 순리//생명은 뽀뽀함으로 가볍다//우리는 그 길로 사람을 이해하므로/생명의 첫 지름을 깨우친다”라는 구절처럼 ‘입술’은 생동한다. 시집의 제목인 ‘입술을 열면’ 뒤에 ‘미래가 나타나고 ’가 숨겨져 있다고 한 시인의 말이 이해를 돕는다. “제가 이번 시집에서 입술, 목소리와 관련한 시어를 많이 썼더라고요. 입술을 열어야 발화하고 비로소 이야기가 시작되잖아요. 나와 타인이 서로 마주 앉아 입술을 열어 이야기하고, 또 누군가 입술을 다문 채 침묵하고 저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생각나눔] 문학계 미투 여파… 서울도서관 ‘만인의방 ’ 어쩌나

    문학관 건립 추진 수원시도 난감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문학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서울도서관 3층에 고은 시인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상설전시 공간인 ‘만인의방’을 이미 조성한 서울시가 고민에 빠졌다. 고은 시인이 그동안 후배 문학인들에게 성추행을 일삼아 왔다는 문학계 폭로가 최영미 시인을 시작으로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면서 만인의방을 운영 중인 서울도서관에는 시민들의 문의·항의 전화가 걸려 오고 있다고 한다. 서울도서관 관계자는 11일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 등 민(民)의 역사를 다룬 시집 ‘만인보’의 의미를 높이 사 조성한 공간인데, 당황스럽다”면서 “상설전시를 당장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내년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중 하나로 지난해 11월 약 3억원을 들여 서울도서관 3층 서울문화기록관에 67㎡(20.3평) 규모로 만인의방을 만들었다. 고은 시인의 대표작 ‘만인보’(萬人譜)에서 이름을 땄다. 시인이 25년간 시를 집필한 경기 안성의 ‘안성서재’를 재현한 곳과 기획전시 공간 등으로 꾸며졌다. 한용운, 이육사, 김구 등 항일 운동에 투신한 위인에 대한 만인보 육필 원고 원본이 전시돼 있다. 도서관 측은 오는 4월 프랑스에서 만인보를 연구 중인 교수와 고은 시인을 초청해 대담하는 포럼을 이미 기획했고, 5월부터는 만인보 원고를 디지털 스캔해 온라인 홈페이지를 구축할 예정이었는데 이번 사태로 계획을 그대로 추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한 입장이다. 이정수 서울도서관 관장은 “3·1운동 100주년을 한 해 앞두고 만인의방에서 시민들과 역사를 돌이켜 보는 북토크, 포럼 등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었다”면서 “사태가 심각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추이를 보고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문학 중심 도시’를 표방하며 2013년 고은 시인을 경기 안성에서 ‘모셔와’ 수억원의 예산으로 장안구 광교산 자락에 주택을 마련해 주고 ‘고은 문학관’ 건립을 추진 중인 수원시도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 고은 시인을 향한 비판 여론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원을 떠나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은 시인은 2013년 수원화성행궁에서 열린 ‘세계작가 페스티벌’의 추진위원장을 맡고 일본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리는 수원평화비 추모시를 헌납하는 등의 활동을 해 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고은 시인, 정말 추하게 늙었다”…유승민, 교과서 시 삭제 주장

    “고은 시인, 정말 추하게 늙었다”…유승민, 교과서 시 삭제 주장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최영미 시인의 원로시인 성추행 폭로와 관련, 고은 시인을 강하게 비판했다.유승민 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현직 여검사의 고발에 이어 최영미 시인이 고은 시인의 문학계 성추행을 고발했다”면서 “매우 추악하고 충격적이다. 이런 사람이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됐다니, 대한민국 수치가 될 뻔했다”고 말했다. 유승민 대표는 “고은 시인에게 두 마디만 말 하겠다. 정말 추하게 늙었다. 그리고 권력을 이용해서 이런 성추행을 했다면 정말 찌질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은 시인의 시를 국정 교과서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학계에서 권력을 가진 남성 문인이 여성 문인이나 신인 문인에게 성추행·성폭행을 가한 것이 광범위하다면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자들이 인간 자격이 없고 존엄이나 양식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승민 대표는 “이런 사건은 용두사미로 끝나선 안 된다”면서 “검사 성추행 사건은 진상조사단이 공정하게 수사를 못 하는 만큼 상설특별검사제도 도입을 주장다”고 했다. 유승민 대표는 “여성 인권을 평소 주장하던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여기에 동참하길 바란다”면서 “당대표가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에는 기대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승민, 김여정 방남에 “靑, 흥분해 정신 못 차릴까 걱정”

    유승민, 김여정 방남에 “靑, 흥분해 정신 못 차릴까 걱정”

    유승민 “고은, 추하게 늙었다…교과서에서 시 삭제해야”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8일 북한 김정일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평창 동계올릭픽 참석을 위한 방남에 “청와대가 너무 흥분해서 정신 못 차릴까 걱정된다”고 말했다.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김여정이 오는 목적은 대북제재의 압박을 피하고 남남, 한미 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유 대표는 “청와대 입에서 백두혈통이라는 부적절한 단어가 튀어나온 것도 놀랍지만 김여정이 오든 김정은이 직접 오든 남북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안보이고 핵무기 제거”라며 “한미동맹이 해체되면 안보 기반이 해체되는데 이러한 위험한 상황을 아무도 막지 못하면 결국 국민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유 대표는 최영미 시인이 폭로한 문단의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시인 고은에 대해 “고발 내용을 보면 매우 추악하고 충격적으로 정말 추하게 늙었다”며 “권력을 이용해서 성추행했다면 찌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고은 시인의 시를 국정교과서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사설] 최영미 시인의 ‘미투’, 가해자 반성 보고 싶다

    터질 게 터졌다. 최근 현직 여성 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시작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문학계로 번지고 있다. 2016년 가을 문화예술계를 뒤흔들었던 ‘#문단_내_성폭력’ 폭로 운동이 대통령 탄핵과 대통령 선거에 묻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가 최영미 시인의 폭로로 다시 전면으로 떠올랐다. 최영미 시인은 계간지 ‘황해문화’의 지난 겨울호에 발표한 시 ‘괴물’에서 이름만 공개하지 않았지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 온 유명 원로 시인 ‘En’의 성희롱을 고발해 문단이 발칵 뒤집혔다. 최 시인은 그제 TV에 출연해 “술자리에서 젊은 여성 작가들을 상대로 성희롱, 성추행을 행한 문인이 한두 명이 아니며, 문단 전체가 방조하는 분위기였다”면서 “피해를 본 여성이 셀 수 없이 많다”고 폭로했다. 그는 문단의 성추행이 공공연한 이유로 원로와 신인 작가 간 권력관계를 꼽았는데 상당히 공감이 간다. 신인 문인들의 문단 진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진 및 원로에 의해 저질러지는 성추행은 문단 권력 갑질의 또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최 시인의 폭로 직후 성추행의 당사자로 지목된 원로 시인은 언론에 “30년 전 일이라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오늘날에 비추어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하고 뉘우친다”고 밝혔다. 자기반성에 그칠 사안이 아니라 최 시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거취를 밝혀야 한다. 이 와중에 한국시인협회 신임 회장의 성추문 전력이 알려지면서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 영화계에서도 성폭력 관련 파문이 번지는 등 ‘미투’는 문화계 전반으로 옮겨 가고 있다. 민주평화당 유성엽 의원실에 따르면 ‘영화인의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실태조사’에서 여성 응답자의 11.5%가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요구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남성 응답자의 2.6%도 같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성폭력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폭로를 위한 폭로가 아니라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미투’ 운동은 계속돼야 한다. 확인된 성폭력에 대해서는 합당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 법 제도의 개선에 그칠 게 아니라 여성·약자에 대한 성폭력을 묵인·조장하는 조직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여성과 약자가 겁먹지 않고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손성진 칼럼] 권력의 비대화가 낳은 비애

    [손성진 칼럼] 권력의 비대화가 낳은 비애

    옛날 지면을 들추어 보면서 국회의원들의 특권의식이 50년 전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사실에 놀랐다. 고액 세비, 안하무인의 언행, 외유, 각종 비리성 특혜, 전용 엘리베이터 이용 등 의원들의 특권은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공무원의 권위의식과 갑질도 과거나 현재나 그대로다. 권한과 예산을 손에 쥔 공무원의 유세(有勢)에 하소연할 데도 없는 민원인은 속앓이만 한다. 수사기관의 물고문은 1987년 박종철 사건을 겪고도 곧바로 사라지지 않았다. 놀랍게도 15년이나 지난 2002년 서울지검에서 물고문 의혹이 불거져 당시 김정길 법무장관과 이명재 검찰총장의 사퇴로 이어졌다. 그 이후에도 강압수사 논란은 끊이지 않았고 지금도 수사기관들의 수사 방식은 민주화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권력을 가진 권력층은 그 권력을 이용해 더 강한 권력을 가지려 하지 절대 권력을 내려놓지 않는다. 권력의 갑질, 행패는 비권력만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다. 권력 내부에서도 벌어진다. 그런 권력과 권위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 세상이 많이 바뀐 듯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바뀌지 않았는데도 바뀐 듯 위장, 은폐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실상이 요즘 껍질을 깨고 드러나고 있다. 위장을 벗어던지고 은폐의 덮개를 깨려면 서지현 검사와 같은 용기가 필요하다. 비아냥을 들을 각오를 하고 진실을 공개하지 않으면 영원히 파묻힌다. 겉만 바뀐 세상은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흘러간다. 단단한 껍질로 쌓인 조직일수록 변화를 거부한다. 검찰이 그런 조직이다. 검찰이 정권의 풍향계를 좇는 것도 일종의 자기 보호 본능이다. 개혁과 변화의 외풍이 닥치기 전에 차단용 보호막을 펴는 것이다. 사실 검찰은 변한 게 없다. 오히려 검찰 권력 자체나 그들의 특권의식은 50년 전 검찰보다 더 커졌다. 이미 검사장 이상 간부가 50명에 가깝고 검사 수가 2000명이 넘는 공룡 조직은 몸뚱이를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점점 비대해지고 있다. 그런 점은 나라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인원과 높은 직급에 각종 특권을 걸머쥔 국회와 다를 게 없다. 권력은 더 큰 권력에 약하다. 춘천지검의 외압 논란은 춘천지검에만 있을 게 아니다. 최영미 시인의 폭로성 시에 드러난 ‘늙은 작가’들의 나쁜 손버릇은 50년도 더 묵은 것이다. 조직의 형체는 없지만 문학계의 선후배 간에 뚜렷한 위계질서와 도제식 교육은 검찰과 닮았다. 문학계의 권력은 대개 출판사와 그에 종속된 작가들의 카르텔에 의해 발생한다. 문학계의 권력화는 거기에 정권마다 유명 문학인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그들에게 권력을 부여함으로써 더 심해졌다. 역대 정권이, 위정자들이 검찰을 공룡으로 만들었듯이 문학계도 마찬가지다. 이 시점에서 제2, 제3의 최영미, 임은정, 서지현이 나오지 않는 것은 권력화된 조직의 보복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회, 검찰, 문학계, 공무원은 세계 속의 희귀종이다. 어느 나라에도 없는 시대착오적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봉건시대 영주 행세를 한다. 권력을 버리거나 빼앗지 않는 이상 비극과 비애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권력의 맛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을 만큼 중독돼 있다. 악성 권력은 우리 손으로 만들었으니 우리 세대가 해결하는 도리밖에 없다. 50년간 변치 않은 권력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급격한 개혁은 어렵기도 하거니와 혁명처럼 위험하다. 그래도 방법은 우리 하나하나가 선지자(先知者)가 되는 길이다. 특권 남용에 대한 자각과 반성이 우선이다. 이어서 필요 이상의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는 자발적 개혁이 따라야 한다. 점진적이지만 눈에 띄는 변화가 실현될 때 비로소 국민이 보이고 사건 관계인이 보이며 힘이 약한 아랫사람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공도 있고 과도 없지 않은 노무현에게 배울 점 한 가지를 꼽으라면 권위 내려놓기다. 경비원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으며 운전기사의 결혼 때 자신이 직접 운전을 하며 그 운전기사를 태우고 다녔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만큼은 선지자다. sonsj@seoul.co.kr
  • [번지는 #미투] ‘괴물’이 처음?… 문단 권력 들춰낸 ‘작품 속 미투’

    [번지는 #미투] ‘괴물’이 처음?… 문단 권력 들춰낸 ‘작품 속 미투’

    이문열 단편소설 ‘사로잡힌 악령’…고은 연상 이유로 단편집서 삭제최영미 2005년 시집 ‘돼지들에게’…위선적 지식인들 날카롭게 비판최영미 시인의 문단 내 성폭력 사태 고발로 문학계 ‘미투’(#Me Too) 움직임이 다시 촉발되고 있는 가운데 문단 권력의 이러한 행태를 풍자했던 과거 문학작품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이문열 작가가 1994년 발표한 단편소설 ‘사로잡힌 악령’이다. 당시 중·단편 모음집 ‘아우와의 만남’(둥지출판사)에 수록됐던 이 소설은 발표되자마자 논란을 일으켰다. 소설은 화자인 ‘나’의 시선으로 한 승려 출신 시인의 기회주의적이고 엽기적인 행적을 좇는다. 환속 후 문단으로 적을 옮긴 주인공은 민족시인으로 추앙받지만 자신의 욕구와 야망을 채우는 데 시대를 이용하는 기회주의적인 인물이다. 명사들과 교류하며 높아진 입지를 이용해 여성들을 농락하는 그는 화자에 의해 ‘악령’으로 지칭됐다. 소설 출간 후 고은 시인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 때문에 민족문학 진영이 들끓었다. 비난을 견디지 못한 이문열 작가와 출판사는 ‘사로잡힌 악령’을 목록에서 삭제한 뒤 ‘아우와의 만남’ 개정판을 냈다. 이 작가는 7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지인에게 들었던 이야기 중 일부를 모티브로 삼았고, 직접적인 사실관계로부터 벗어난 상황에서 자유롭게 창작한 작품”이라면서 “어떤 특정인을 공격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닌데 그 작품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소지가 있다면 작가가 가해자가 되는 게 아니냐는 생각 때문에 출판사 쪽에 다시는 작품을 재수록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20여년 전 폐기하고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는 데다 작품 원고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이번 사태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작품이기에 더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하지만 문단에선 고은 시인의 성추행 문제가 ‘드디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반응이다. 류근 시인은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놀랍고 지겹다. 60~70년대부터 공공연했던 고○ 시인의 손버릇, 몸버릇을 이제서야 마치 처음 듣는 일이라는 듯 소스라치는 척하는 문인들과 언론의 반응이 놀랍고, 하필이면 이 와중에 연예인 대마초 사건 터뜨리듯 물타기에 이용당하는 듯한 정황 또한 지겹고도 지겹다”고 쓴소리를 적었다. 이어 “심지어는 눈앞에서 그의 만행을 지켜보고도 마치 그것을 한 대가의 천재성이 끼치는 성령의 손길인 듯 묵인하고 지지한 사람들조차 얼마나 되나”라고 덧붙였다. 류 시인은 처음에 시인의 이름을 모두 밝혔다가 나중에 논란이 되자 ‘고○’이라고 수정했다.최영미 시인은 최근 화제가 된 ‘괴물’ 말고도 십수년 전 문화 권력의 오만한 행동을 비판하는 풍자시를 발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2005년 펴낸 세 번째 시집 ‘돼지들에게’가 바로 문제의 작품이다. 최 시인은 여기서 돼지, 여우 등을 동원해 우리 사회의 위선적인 지식인들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특히 ‘돼지의 변신’이라는 시는 지금은 고인이 된 진보 진영의 한 석학을 연상시키는 도발적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는 원래 평범한 돼지였다/감방에서 한 이십 년 썩은 뒤에/그는 여우가 되었다//그는 워낙 작고 소심한 돼지였는데/어느 화창한 봄날, 감옥을 나온 뒤/사람들이 그를 높이 쳐다보면서/어떻게 그 긴 겨울을 견디었냐고 우러러보면서/하루가 다르게 키가 커졌다(후략)” 작품 속 풍자 대상을 두고 갑론을박이 지속됐고 시인은 2014년 개정판 시집 말미에서 “시 속에 등장하는 돼지와 여우는 우리 사회를 주무르는 위선적 지식인의 보편적인 모델”이라면서 “‘돼지의 변신’을 쓰기 전에 머릿속에 생각해 둔 ‘아무개’가 있었으나, 시를 전개하며 나도 모르게 ‘그’를 넘어섰다”며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번지는 #미투] 인권위 문단 성추행 실태조사

    국가인권위원회가 문단 내 성희롱·성추행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최근 최영미 시인의 성추행 피해 폭로에 따른 것이다. 지난 2일 인권위가 검찰 내 성추행 등에 대한 직권조사 결정을 내린 지 5일 만이다. 그러나 인권위의 인력난이 극심하다는 사실이 동시에 알려지면서 실태조사가 원만하게 진행될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권위 관계자는 7일 “문단 내 성폭력 피해 사례가 나온 만큼 실태조사가 불가피하다”면서 “다음달로 예정된 영화계 성폭력 실태조사에 문학계를 포함해 문학·영화계 종사자 전반에 대한 포괄적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시정 권고, 법령 개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조사 범위에 따라 조사 기간이 달라질 수 있지만 반드시 연내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는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문단 내 성추행 피해자 등을 만나 피해 사실을 듣고 조사 범위를 확정하기로 했다. 직권 조사의 단초를 제공한 최 시인은 지난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술자리에서 젊은 여성 작가들을 상대로 성희롱, 성추행을 한 문인이 한두 명이 아니며 문단 전체가 그런 문화를 방조하는 분위기”라며 문학계의 ‘어두운 그늘’을 폭로했다. 그러나 인권위의 성폭력 관련 조사 업무는 산적해 있는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현재 성희롱, 성추행 사건 등을 조사하는 인권위 차별조사과에는 직원 12명이 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조사관은 10명이다. 이들은 1명당 평균 130건의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성별·종교·장애·나이 등 국가인권위원회법상 19개 차별 사유에 해당하는 사건이 모두 이 차별조사과에 배당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성폭력 관련 직권조사가 2개 더 얹어졌다. 최근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 이후 검찰에 대한 직권 전수조사와 지난해 11월 성추문 논란이 빚어진 한국국토정보공사(LX)에 대한 조사가 이에 해당한다. 특히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검찰 내 성폭력에 대한 직권조사에 3명의 조사관이 투입되면서 인력난은 더욱 가중된 상황이다. 이런 배경에서 인권위가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대응하려면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인권위 혁신위원을 지낸 정영선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권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은 갈수록 인권 침해보다 차별조사에 더 초점을 맞추는 추세”라면서 “정부가 인권위의 차별조사에 더 많은 힘을 실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YWCA연합회는 이날 정기총회에서 전국 52개 YWCA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에 대해 지지하기로 결의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고은 시인 “정치인은 똥갈보, 문재인은 숫처녀”…과거 발언 논란

    고은 시인 “정치인은 똥갈보, 문재인은 숫처녀”…과거 발언 논란

    최영미 시인이 ‘괴물’이란 시로 문단 내 성추행을 폭로한 가운데 고은 시인이 성추행 가해자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고 시인은 과거에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숫처녀’라고도 표현해 그의 성적 가치관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안도현 시인은 2012년 대선 당시 자신의 트위터에 “일전에 고은 선생님, 문재인 후보하고 소주 한 잔 얼큰하게 하시더니 일갈. ‘보통 정치하는 사람들 똥갈보 같은데 이 사람(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은 숫처녀 그대로다’라고 하셨다”라고 적었다. 갈보라는 표현은 성매매 여성을 비하하는 말로 쓰인다. 이 때문에 남성과 성관계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여성을 의미하는 숫처녀를 고 시인이 우위에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안 시인이 트위터에 남긴 글에 대해 윤단우 작가도 재차 확인하며 성추행 가해자로 고 시인이 지목되는 게 이상할 게 없다는 뜻을 밝혔다. 윤 작가는 지난 6일 자신의 트위터에 “고은 이야기, 대체 누가 놀라워 한다는 건지”라며 “일찍이 ‘정치인들은 다 똥갈보고 문재인은 숫처녀 같다’고 말했다고 안도현이 간증한 바 있지 않았나”라고 올렸다. 윤 작가는 “숫처녀를 칭찬이라고 입에 올리는 인간이나 그걸 칭찬이라고 낼름 옮기는 인간이나 대체 최영미 시인의 말 어디가 놀라움 포인트냐”고 지적했다.현재 안 시인은 고 시인이 문 후보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관련 글을 올렸지만 논란이 일자 해당 글을 삭제한 상태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문학을 하는 사람의 표현이 왜 저런 식이냐”, “칭찬하는 표현을 이상하게 한다”, “저런 단어를 쓰다니 인식 수준이 어떤지 알겠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앞서 최영미 시인은 계간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게재한 시 ‘괴물’에서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Me too/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라는 내용의 시를 올렸다. 최 시인은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내가 소리쳤다/“이 교활한 늙은이야!”/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받고 나는 도망쳤다”는 내용도 담겼다. 시에서 최 시인은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이라며 ‘En’이라는 특정인을 거론했다.현재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해당 인물이 고은 시인이라며 ‘고은’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뜨고 있다. 한편 이승철 시인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영미 시인의 폭로를 언급하며 “그녀(최영미 시인)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남발했다”며 “최영미와 사무실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는데 선병질적으로 튀는 성격이었다”고 비판했다. 이 시인은 “남성 혐오에 가까운 트라우마”라며 “문단에 만연한 성추행이라니, 최영미는 참으로 도발적인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잣대로 마치 성처녀처럼 쏟아냈다”고 맹비난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이승철 시인, 최영미 시인 ‘미투’에 “피해자 코스프레 남발”…‘2차 가해’ 논란

    이승철 시인, 최영미 시인 ‘미투’에 “피해자 코스프레 남발”…‘2차 가해’ 논란

    최영미 시인이 시 ‘괴물’로 원로시인 ‘En’의 상습적인 성폭력을 폭로해 문단이 떠들썩한 가운데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을 맡았던 이승철 시인이 최영미 시인 비판글을 올려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이승철 시인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날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최영미 시인의 인터뷰를 언급하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남발했다’고 표현했다. 이승철 시인은 “인터뷰를 보면서 내내 심기가 불편했다”면서 “최영미는 참으로 도발적인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잣대로 마치 성처녀처럼 쏟아냈고, 천하의 손석희는 한국문단이 ‘아, 이럴 수가 있나’하며 통탄하고 있었다”고 평했다. 이어 “(최영미 시인은) 메이저 출판사와 무소불위의 평론가들의 묵계를 강조하면서 그녀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남발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최영미 인터뷰는 한국문단이 마치 성추행 집단으로 인식되도록 발언했기에 난 까무라치듯 불편했다”면서 최영미 시인의 과거 행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늘어놓았다. 이승철 시인은 최영미 시인에 대해 ‘튀는 성격’, ‘유아독존적’, ‘무례함’, ‘민족문학은 사실상 최영미 현상으로 인하여 절단나고 있었다’, ‘표절’, ‘난리 부르스’, ‘안하무인’, ‘싸가지 없던 악다구니’, ‘제기럴’ 등등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가며 비난했다. 그러면서 최영미 시인의 ‘돼지들’이라는 시집에 대해 “그 시집을 보면 시적 소재로 등장한 수많은 문화계, 문학계 인사들이 나온다. 시의 요점은 모두들 그녀에게 했다는 성적 추행의 이력이다”라면서 “어찌보면 지독한 남성혐오에 가까운 트라우마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그는 ‘En’ 시인을 적극 옹호했다. 이승철 시인은 “‘En’ 시인의 기행에 대해서 숱한 얘기를 들은 적 있지만 먼먼 소싯적 얘기를 현재진행형하여(현재진행형인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조금도 납득할 수 없다”고 썼다. 그는 “난 ‘미투’가 두렵지 않다. 나도 한때는 여자사람을 좋아했는데 누가 나를 20년, 30년 전 일로 ‘미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잠시 옛날을 되돌아본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허나 ‘미투’ 투사들에 의해 다수의 선량한 문인들이 한꺼번에 도매금으로 매도되는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라며 글을 맺었다. 이승철 시인의 글에는 80여개의 댓글이 달리며 뜨거운 반응을 불러왔다. 이승철 시인의 글에 공감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이승철 시인이 최영미 시인에 대해 ‘2차 가해’를 한 것이라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한 댓글은 “지금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동참하고 있는 중이란 걸 알아야 한다”면서 “아무리 오래 됐어도 범죄는 범죄고, 피해 사실의 흔적은 평생을 간다. 비록 최순실이라도 지나가다가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해 쓰러지면 가해자는 처벌받아야 하고, 피해자는 치료부터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승철 시인이 올린 글 전문. 최영미 시인이 갑자기 떴다. 미투라고 했다. JTBC 손석희-최영미 인터뷰를 보면서 내내 심기가 불편했다. 문단에 만연한 성추행이라니, 최영미는 참으로 도발적인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잣대로 마치 성처녀처럼 쏟아냈고, 천하의 손석희는 한국문단이 “아 이럴수가 있나” 하며, 통탄하고 있었다. 메이저 출판사와 무소불위의 평론가들의 묵계를 강조하면서 그녀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남발했다. 최영미의 그런 발언에 대해 절실성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왠지 내가 그녀의 가해자가 된듯 나도 모르게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최영미 인터뷰는 한국문단이 마치 성추행집단으로 인식되도록 발언했기에 난 까무라치듯 불편했다. 왜 그녀가 이 시점에서 자기 체험을 일반화해서 문단 전체에 만연한 이야기로 침소봉대해 쏟아내는지 조금 의아했다. 지난번 호텔 집필실 사건이 터졌을 때 썩 달갑지 않았지만 그래도 난 그녀를 옹호했었다. 시인도 인간이기에 욕망에 자유로울 수 없지 않은가. 하긴 그녀는 손석희와 인터뷰 때 추악한 문단을 떠난지 오래였다고 했다. 허나 그 오랜 기억이 문단의 현재적 풍토인양 뉴스화됐다. 내가 1993년에 김남주 시인을 상임이사로 모시고 민족문학작가회의(현 한국작가회의) 사무국장으로 일할 때 황석영 선생 귀국 문제가 조직의 현안으로 대두된 적이 있었다. YS 정권 초창기였다. 그해 4월에 황석영 작가가 오랜 망명생활 끝에 귀국하여 안기부(국정원)에 체포되었기에 ‘국제 엠네스티’ 등이 긴급행동요구를 발동해 황석영 석방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최영미 시인이 작가회의 사무실에 놀러온 적이 있었는데 때마침 영국 엠네스티 본부에서 황석영 문제로 전화가 와서 (서)울대 출신인 그녀에게 바꿔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매우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했기에 난 그녀에게 작가회의 사무국 간사로 일할 수 있냐고 요청했고, 그녀가 흔쾌히 수락했기에 이후 한동안 사무실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었다. 최영미 시인, 그녀는 선병질적으로 튀는 성격이었다. 매우 완강한 자존의 소유자였고, 어찌 보면 유아독존적 처신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기 시에 대해 추호의 비판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건 어찌보면 창비와 언론이 만들어낸 ‘최영미 현상’이 불러온 결과였기에 그녀의 무례함에 대해 누구도 대놓고 반박하지는 못했다. 그즈음 이 땅의 민족문학은 사실상 최영미 현상으로 인하여 절단나고 있었다. 그녀의 시 구절 - “컴퓨터와 씹하고 싶다”는 말만이 오랫동안 술좌석에 회자되었을 뿐, 그때 우리는 그녀가 야기한 환멸의 미학에 얼마나 통탄스러워했던가. 1994년 어느날이었을 것이다. 서울 마포 아현동 작가회의 사무실에서 ‘민족문학작가회의 시분과 합평회’가 열렸다. 그날 창비에서 출간된 그녀의 첫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잔치는 끝났다”는 표현은 서정주 시의 표절이었다)에 대해 수십명의 시인들이 참가한 가운데 토론회를 가진 적이 있었다. 저자인 그녀는 물론 민영 시인 등 원로 문인들도 자리를 함께 했는데, 몇몇 시인들이 그녀 시에 대해 사소한 비판을 했는데, 그때 그녀는 좌중이 놀랄 정도로 난리 부르스를 쳤다. 숫제 안하무인이었다고 할까. 그 싸가지없던 악다구니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합평회란 시의 문제점에 대해 이런저런 비판이 오가는 게 상례건만 합리적 대화가 불가능한 정도로 그녀는 피해의식으로 부르르 온몸을 떨었다. 그무렵 그녀를 둘러싼 이런저런 소문이 있었다. 그녀 시집에 등장한 첫남편(노무현 정권 시절 청와대에 근무했었다)에 대한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얘기를 들었다. 남녀간 사랑이란 순탄치 않게 파국을 맞으면 둘 사이의 과거는 시쓰는 시인에게 증오로 표출될 수도 있다. 철학자 니체가 루 살로메의 가혹한 채찍을 언급한 것처럼 최영미는 그 남자의 혁띠를 들먹거렸다.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의 파탄은 통상 상대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만을 뇌리 깊숙이 각인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그즈음 그녀와 사귀고 있던 어느 소설가(유명 출판사 사장이었다)가 내게 무심결에 한 말을 듣고 난 깜짝 놀란 바 있었다. “야, 이승철 네가 최영미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거야. 혹시 너, 달라고 추근거린 거 아니야. 최영미가 네 이야기가 나오면 그딴 인간과 왜 자주 만나냐고 난리치더라. 너와 다시는 만나지 말라는데 네가 무슨 잘못을 한 거야.” - 아, 잘못이라뇨? 형님! 내가 그 잘난 여자한테 무슨 잘못을ᆢ 다만 황석영 석방대책 건으로 사무국 간사로 선임했는데, 모 선배시인이 그 (미친) 여자를 왜 작가회의서 일하게 하냐고 해서, 할수없이 본의 아니게 한 달도 못되어, 그만두라고 한 적이 있었을 뿐입니다. 어쨌든 내가 미안하다는 사과편지를 건네주었고, 그 후로 사적으로 만난 적 이 없는데, 이런 제기럴 영미ᆢ. 그 선배작가는 최 시인이 날 우습게 여기더라는 말을 이후로도 안주삼아 몇번이나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난 이런 씨부럴 하며 울화를 달래야 했다. 최영미 시인이 십여년 전인가 실천문학사에서 ‘돼지들’이란 시집을 펴낸 적이 있었다. 그 시집을 보면 시적 소재로 등장한 수많은 문화계, 문학계 인사들이 나온다. 시의 요점은 모두들 그녀에게 했다는 성적 추행의 이력이다. 어찌보면 지독한 남성혐오에 가까운 트라우마일 수도 있다. 왜 그녀는 그 시집에 등장한 수많은 유명인사들과 일부러 만나 그런 사건을 만들어야 했는가. 어찌보면 난 그게 의문스러웠다. 그 시집을 읽고 이걸 팩트로 믿어야 하나, 물론 시적 장치이지만, 여러 의구심이 들었다. 최영미 발언이 용기 있다고 한다. 어허 그렇다면 한국문학의 상징, 우리 En시인은 어찌할꼬나. 물론 En 시인의 기행에 대해서 숱한 얘기를 들은적 있지만 먼먼 소싯적 얘기를 현재 진행형하여 매도하는 건 조금 납득할 수 없다. 남자의 성적 욕망이란게 얼마나 무서운가. 그리고 그 욕망의 피해자가 받는 고통은 또 얼마나 지속적이고 치유 불가능한가. 그걸 최영미 발언을 통해서 확인해본다. 1994년이던가? 소설가 이문열이 <시인>이란 소설로 En를 매도하다가 자신의 소설을 폐기처분한 바 있는데, 이제 최영미가 다시 등장했다. 난 미투가 두렵진 않다. 나도 한때는 여자사람을 좋아했는데 누가 나를 이십년, 삽십년 전 일로 미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잠시 옛날을 되돌아 본다. 타인의 불행이 더이상 나의 행복은 아니다. 허나 미투 투사들에 의해 다수의 선량한 문인들이 한꺼번에 도매금으로 매도되는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류근 “고은 시인 성추행? 놀랍고 지겹다”

    류근 “고은 시인 성추행? 놀랍고 지겹다”

    문단 성폭력을 고발한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이 주목을 받는 가운데 또 다른 시인이 이 시에 등장하는 가해 인물이 원로시인 고은이라고 실명을 밝혀 화제다.류근 시인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은 시인의 성추행 문제가 ‘드디어’ 수면 위로 드러난 모양”이라고 밝혔다. 류 시인은 “놀랍고 지겹다. 1960~1970년대부터 공공연했던 고은 시인의 손버릇, 몸버릇을 이제서야 마치 처음 듣는 일이라는 듯 소스라치는 척하는 문인들과 언론의 반응이 놀랍고, 하필이면 이 와중에 연예인 대마초 사건 터뜨리듯 물타기에 이용 당하는 듯한 정황 또한 지겹고도 지겹다”고 적었다. 류 시인은 고 시인의 성추행에 대해 문단 안팎이 모두 알면서도 이를 모른 척해왔다고 정면 비판했다. 그는 “솔직히 말해 내 또래 이상의 문인들 가운데 고은 시인의 기행과 비행에 대해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얼마나 되나”라며 “심지어 눈앞에서 그의 만행을 지켜보고도 마치 그것을 한 대가의 천재성이 끼치는 성령의 손길인 듯 묵인하고 지지한 사람들조차 얼마나 되나. 심지어는 그의 손길을 자랑스러워해 마땅해야 한다고 키득거린 연놈들은 또 얼마나 되나”라고 지적했다. 류 시인은 “위선과 비겁은 문학의 언어가 아니다. 눈앞에서 보고도, 귀로 듣고도 모른 척한 연놈들은 다 공범이고 주범이다”라고 강하게 몰아세웠다.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류 시인은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이후 작품을 발표하지 않다가 2010년 ‘상처적 체질’이란 첫 시집을 냈다. 대학 재학 중에 쓴 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은 김광석의 노랫말이 됐다. 류 시인은 해당 글이 세간의 주목을 받자 고 시인의 실명을 가리고 ‘고O’이라고 수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국시인협회 성추행 전력 회장 선출 ‘논란’

    한국시인협회 성추행 전력 회장 선출 ‘논란’

    한국시인협회가 성추행 전력이 있는 시인을 새 회장으로 선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7일 시인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달 23일 원로 9명으로 구성된 평의원 회의에서 감태준(71) 시인을 새 회장으로 뽑았다. 1972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한 감 시인은 1996년부터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10여년 간 교편을 잡았으나, 2007년 제자 성추행 사건 등이 고발돼 이듬해 해임됐다. 당시 불거진 성추문 중에는 성폭행 의혹 사건도 있어 피해자 고소로 형사 기소됐는데, 법원에서 피해자 진술이 번복됐다는 이유 등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그는 해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다른 제자에 대한 성추행 사건의 경우 여러 증거가 있어 사실로 봐야 하고 학교 명예를 훼손한 것이 맞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추행 사건은 피해자가 학교에만 고발하고 형사 고소를 하지는 않았다. 시인협회의 회장 선출에 참여한 한 원로 시인은 최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형사 사건이 무죄가 났다고 들었다. 그렇게 알고 있어서 감 시인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큰 문제로 얘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최영미 시인이 시 ‘괴물’로 한 유명 시인의 과거 성추행을 고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고 방송 뉴스에 출연해 문단에 만연한 성폭력 행태와 자신이 당한 피해를 폭로해 큰 파장이 일면서 시인협회 새 회장 선출에 관해서도 반대 여론이 한층 거세졌다. SNS에서 ‘책은탁’ 계정으로 ‘#문단 내 성폭력’ 폭로 운동에 앞장선 탁수정씨는 트위터에 “해시태그운동을 15개월동안 아주 빡세게 한 후인 2018년의 문단 상태가 바로 이것”이라며 “원로들이 제발 뭐라도 해줬으면 하며 해시태그 운동 했더랬는데 이젠 진짜 바라지도 않고, 찬물이라도 좀 안 끼얹으면 좋겠다”고 썼다. 한 젊은 시인은 트위터에 “‘원로’들이 뽑았다고 하니 ‘원로’들 제발 손잡고 퇴장 부탁한다”고 쓰기도 했다. 시인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에 “해당 문제에 관해 외부의 문제 제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다시 논의해 신중하게 대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최영미 시인 ‘괴물’ 속 원로시인 “술먹고 격려차원…뉘우친다”

    최영미 시인 ‘괴물’ 속 원로시인 “술먹고 격려차원…뉘우친다”

    시 ‘괴물’을 통해 문단의 성추행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 최 시인이 계간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게재한 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Me too/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내가 소리쳤다/”이 교활한 늙은이야!“/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받고 나는 도망쳤다 최 시인은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한국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n’으로 지목된 유명 원로 시인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아마도 30여년 전 어느 출판사 송년회였던 것 같은데, 여러 문인들이 같이 있는 공개된 자리였고 술 먹고 격려도 하느라 손목도 잡고 했던 것 같다”며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오늘날에 비추어 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뉘우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최 시인은 “구차한 변명”이라면서 “그 문인이 제가 처음 시를 쓸 때 떠올린 분이 맞다면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상습법이다. 여러차례 성추행과 성희롱을 한 것을 목격했고, 저도 피해를 봤다. 대한민국 도처에 피해자가 셀 수 없이 많다”고 주장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다음은 ‘괴물’ 시 전문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 ㅡ 2017년 황해문화 겨울호
  • En 옆에 앉지 마라… ‘#미투 ’ 詩도 울었다

    En 옆에 앉지 마라… ‘#미투 ’ 詩도 울었다

    최근 법조계에서 시작된 ‘미투’(#Me Too) 운동이 사회 각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영미 시인이 문단 내 성추행 행태를 폭로해 논란이 일고 있다.최 시인은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술자리에서 젊은 여성 작가들을 상대로 성희롱, 성추행을 행한 문인들이 한두 명이 아니며 문단 전체가 그런 문화를 방조하는 분위기였다”면서 “문단 내 피해를 본 여성이 셀 수 없이 많다”고 폭로했다. 그는 “객관적인 점수를 매길 수 없는 문학작품의 특성상 여성 문인이 권력을 쥔 남성 문인을 거절하면 문학상 후보에 오르지 못하는 등 여성 문인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앞서 그가 계간지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게재한 시 ‘괴물’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이 시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Me too/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이어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이 나라를 떠나야지/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괴물을 잡아야 하나”라는 부분을 통해 해당 인물이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당사자로 의심받고 있는 시인은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30년 전 일이라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당시 후배 문인을 격려한다는 취지에서 한 행동이 오늘날에 비추어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하고 뉘우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 시인은 “당사자로 지목된 문인이 내가 시를 쓸 때 처음 떠올린 문인이 맞다면 구차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상습범이다.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목격했고 피해를 봤다”고 반박했다. 문단 내 성폭력 문제는 2016년부터 SNS를 통해 공론화되며 꾸준히 거론돼 왔다. 김현 시인이 2016년 9월 계간지 ‘21세기 문학’ 가을호에 실린 ‘질문 있습니다’라는 글에서 문단 내 성폭력 문제를 처음 공개한 이후 문단 내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게 일었다. 최근 트위터의 ‘문단_내_성폭력 아카이브’ 계정에서는 또 다른 중견 문인 김모씨에게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자의 폭로 글도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최영미 시인 “문단 내 성폭력 피해자, 셀 수 없이 많다“

    최영미 시인 “문단 내 성폭력 피해자, 셀 수 없이 많다“

    최영미 시인이 문단 내 성폭력을 폭로했다.6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는 지난해 ‘괴물’이라는 시를 통해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한 최영미 시인이 출연했다. 이날 최영미 시인은 ‘괴물’을 쓴 계기에 대해 “작년 가을쯤 황해문화라는 문화 잡지사로부터 시 청탁을 받았다. 페미니즘 특집이니까 관련 시를 써달라고 했다. 고민하다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으면 작가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손석희 앵커는 “시 안에서 묘사된 것이 성폭력 문제다. 내용을 보면 누군지 충분히 짐작할 만한 사람이 등장해 오늘 더 논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최영미 시인은 “문화작품이라는 것은 누구를 특정인물이라고 하고 써도 전개해가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들어온다. 혹은 사실에 기반해서 쓰려하더라도 과장되기도 한다. 결과물인 시는 현실과 별개의 것이다. 현실과 똑같이 매치시키면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손 앵커는 “‘괴물’로 지목된 시인이 이날 한 언론에 ‘30년 전 후배들을 격려한다는 취지에서 한 행동이 오늘날에 비추어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뉘우친다’는 반응이 나왔다. 어떻게 받아 들이냐”고 물었다. 이에 최영미 시인은 “우선 당사자로 지목된 문인이 내가 시를 쓸 때 처음 떠올린 문인이 맞다면 구차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상습범이다. 여러 차례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목격했고 피해를 봤다. 피해자가 셀 수 없이 많다”고 답했다. 최영미 시인은 또 자신이 등단할 무렵 문단내 성폭력이 일상화 되어 있었다며 후회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현상이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영미 시인은 신인 여성 문인이 기득권 남성 시인의 성폭력을 거부하거나 지적할 경우 작품을 발표하더라도 평론이 실리지 않거나 문학상 후보에 오르지 못하는 등 이른바 복수 행위가 뒤따른다고 폭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최영미 시인 성추행 폭로...‘괴물’ 누굴까

    최영미 시인 성추행 폭로...‘괴물’ 누굴까

    최근 법조계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이 사회 각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문단 내 성추행 행태를 폭로한 문인들의 과거 작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6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최영미(사진) 시인이 계간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게재한 시 ‘괴물’이 화제가 됐다.이 시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Me too/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받고 나는 도망쳤다”는 내용이 이어진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이 나라를 떠나야지/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괴물을 잡아야 하나”라는 부분을 통해 해당 인물이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시인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검찰 내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를 언급하며 다시금 문단의 성희롱 행태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문단에는 이보다 더 심한 성추행 성희롱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시절의 이야기를 지금 할 수 없다. 이미 나는 문단의 왕따인데, 내가 그 사건들을 터뜨리면 완전히 매장당할 것이기 때문에? 아니, 이미 거의 죽은 목숨인데 매장당하는 게 두렵지는 않다. 다만 귀찮다. 저들과 싸우는 게”라며 “힘없는 시인인 내가 진실을 말해도 사람들이 믿을까? 확신이 서지 않아서다. (중략)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래서 더 무시무시한 조직이 문단”이라고 적었다. 문단 내 성폭력 문제는 2016년부터 SNS를 통해 공론화되며 꾸준히 거론돼 왔다. 김현 시인이 2016년 9월 계간지 ‘21세기 문학’ 가을호에 실린 ‘질문 있습니다’라는 글에서 문단 내 성폭력 문제를 처음 공개한 이후 문단 내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게 일었다. 최근 트위터에서 운영되고 있는 ‘문단_내_성폭력 아카이브’ 계정에서는 최 시인의 시 전문과 함께 “문학이란 이름으로 입냄새 술냄새 담배 쩔은내 풍기는 역겨운 입들. 계속해서 다양한 폭로와 논의와 담론이 나와야 한다. 적어도 처벌이나 사람들 눈이 무서워서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최영미 시인님 고맙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현재까지 1400여회 리트윗 됐다. 네티즌들은 시인이 시에서 지목하는 인물로 짐작되는 시인의 실명을 언급하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문단_내_성폭력 아카이브’에서는 또 다른 중견 문인 김모 씨에게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자의 폭로 글도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최영미 시인도 #Me too…‘괴물’ 시엔 “노벨상 후보 En선생”

    최영미 시인도 #Me too…‘괴물’ 시엔 “노벨상 후보 En선생”

    검찰내 성희롱 및 성폭력 폭로와 촉발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운동이 각계각층에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영미 시인이 시 ‘괴물’을 통해 문단의 성추행을 폭로했다.6일 SNS에는 최영미 시인이 계간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게재한 시 ‘괴물’이 큰 화제를 모았다. 트위터 ‘문단_내_성폭력 아카이브’는 최근 이 시 전문을 올린 뒤 “문학이란 이름으로 입냄새 술냄새 담배 쩔은내 풍기는 역겨운 입들. 계속해서 다양한 폭로와 논의와 담론이 나와야 한다. 적어도 처벌이나 사람들 눈이 무서워서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최영미 시인님 고맙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최영미 시인의 시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Me too/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라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이어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내가 소리쳤다/”이 교활한 늙은이야!“/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받고 나는 도망쳤다”고 적혀있다. 다음은 ‘괴물’ 시 전문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 ㅡ 2017년 황해문화 겨울호 최 시인은 “노벨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벨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라고 말했고 네티즌들은 문제 인물로 추정되는 시인의 실명을 언급하며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 시인은 “이 시는 문단의 거짓 영웅에 대한 풍자시”라며 말을 아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씨줄날줄] 240번 버스 ‘전복’ 사건/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240번 버스 ‘전복’ 사건/황수정 논설위원

    서울 신내동에서 건대입구역을 거쳐 논현동까지. 이 노선의 버스는 240번. 인터넷을 하는 사람치고 이 노선버스를 모르면 며칠 새 ‘간첩’이 됐다.아이가 혼자 버스에서 내렸는데도 기사가 아이 엄마를 내려 주지 않고 달렸다는 글이 인터넷 게시판에 처음 올랐다. 비정한 버스 기사에 비난 댓글이 들끓자 이례적으로 서울시와 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버스 기사의 딸은 눈물의 해명 글을 올렸고, 상황을 분석했더니 기사의 잘못이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성난 여론은 이번에는 아이 엄마한테로 갔다. ‘맘충’이라는 원색적 표현까지. 한 개의 진실에 여론은 저 혼자 손바닥 뒤집기. ‘240번 버스 이야기 전복 사건’쯤 되겠다. 60세의 버스 기사는 여론의 뭇매에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게 들끓었던 여론은 지금 한마디 변명이 없다. 대중이 분노하는 대상은 어떤 순간에도 존재하는데, 그 어느 순간에도 책임지는 주체는 온데간데없는 것. 이것이 인터넷 여론이 살아가는 방식이 됐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힘이 나날이 강성해지고 있다. 공격 대상을 찾아 부리부리한 눈동자를 굴리고, 먹잇감이 마땅찮으면 행간을 뒤져서라도 꼬투리를 잡고야 만다. 요 며칠 호되게 홍역을 치른 최영미 시인 게시글도 엉뚱한 쪽에서 사달이 났다. 최 시인이 집 없는 설움을 페이스북에 구체적(?)으로 하소연한 것이 화근. “내 로망이 (미국의 여성 시인) 도로시 파커처럼 호텔에서 살다 죽는 것”이라며 홍대 앞 어느 호텔이 방을 내준다면 평생 홍보대사를 자임하겠다는 글이었다. 삽시간에 최 시인은 갑질의 주인공이 됐다. 240번 버스 사건과 최 시인 해프닝에는 공통분모가 잡힌다. 인터넷 여론은 불길을 터주는 데로 정확히 가서 다분히 맹목적인 불씨를 옮겨 붙인다는 점이다. 불길의 방향이 애초에 달랐다면 어땠을까. 시인의 로망이 한낱 ‘지상의 방 한 칸’이라는 사실 쪽으로 불길이 열렸더라면. 갑질 공분이 아니라 가난한 시인을 향해 쓸쓸한 연민이 활활 타올랐을 수 있다. 진실과 상관없이 소재가 자극적일수록 인터넷 커뮤니티는 빨리 달궈지고 넓게 퍼진다. 전문가들의 견해가 그렇다. 속도로 파편화된 인터넷 공간에서 사람들은 ‘이야기’에 목말라 있다. 추문이든 미담이든 소재는 불문. 기억을 풍성하게 하고 삶에 더운 호흡을 불어넣는 진짜 이야기의 부재 시대. 삭막한 인터넷을 누비며 어쩌면 우리는 모두 얼치기 이야기꾼들이 되고 있는지 모른다. 하루하루 수명을 연장하려고 이야기를 짜내는 ‘천일야화’의 셰에라자드를 흉내 내는.
  • ‘호텔방 요청 논란’ 최영미 “집 주인, 1년 더 살아도 된다고 해”

    ‘호텔방 요청 논란’ 최영미 “집 주인, 1년 더 살아도 된다고 해”

    서울의 한 호텔에 1년 동안 방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제안을 했다는 내용을 직접 공개해 논란이 최영미 시인이 현재 거주 중인 집 주인으로부터 “1년 더 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최씨는 13일 SBS에 “월세 집주인이 최근 연락을 해와 그동안 마음고생을 하게 해서 미안하다면서 1년 더 살아도 좋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앞서 최씨는 10일 최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집주인에게서 월세 계약 만기에 집을 비워달라는 문자를 받았다”면서 “욕실 천장 누수 공사도 하고 이것저것 다 내 손으로 고치고 손 봐서 이제 편안한데, 또 어디로 가야 하나”고 적었다. 최씨는 호텔에서 살다가 죽은 미국의 문필가 도로시 파커가 생각나 일 년간 방 하나를 사용하게 해준다면 홍보대사가 되겠다는 이메일을 서울 서교동의 한 호텔에 보낸 사실도 스스로 공개했다. 해당 글이 알려진 이후 최씨가 호텔 측에 ‘무료 숙박’ 편의를 요청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자신은 호텔에 거래를 제안한 것이라는 취지의 해명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황현산 “빈민인 최영미 시인, 언제 호텔에 갑이었나”

    황현산 “빈민인 최영미 시인, 언제 호텔에 갑이었나”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인 문학평론가 황현산씨가 최영미 시인이 호텔에 홍보 대가로 객실 투숙을 제안했다 논란에 휩싸인 것에 대해 “갑질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빈민에 속하는 최영미 씨가 호텔에 언제 갑인 적이 있었던가”라고 말했다.황 명예교수는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최영미 시인의 호텔 홍보대사 제안, 호텔이 받아들이면 좋고 안 받아들이면 그만인 사안 아닌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황 명예교수는 “어떤 사람의 행동이나 생각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을 비난할 일은 아니다.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나는 내 책에 쓸 권리가 있다. 그러나 좀 허황되어 보이는 한 개인에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할 권리는 내게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최영미 시인은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 홍보 대가로 객실 투숙을 요청했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해 논란을 빚었다. 최 시인은 “집주인에게서 월세 계약 만기에 집을 비워달라는 문자를 받았다. 이사라면 지긋지긋하다. 내 인생은 이사에서 시작해 이사로 끝난 것 같다”면서 서울의 한 호텔에 ‘방 하나를 1년간 사용하게 해주신다면 평생 홍보대사가 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적었다. 이후 해당 글의 내용이 논란이 되자 최 시인은 “특급호텔 원했다고 비난하시는데 오래 집 없이 셋방살이 떠돌던 사람이 여름휴가 가서도 좁고 허름한 방에서 자야 하나?”며 “호텔에 거래를 제안한 거지 공짜로 방을 달라고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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