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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1세 ‘살아있는 전설’… 23년간 발로 쓴 역사

    41세 ‘살아있는 전설’… 23년간 발로 쓴 역사

    SNS에 “아쉽지만… 끝 아닌 새로운 시작”K리그 7회 우승·228골 77도움 등 대기록AFC 챔피언스리그 37골·A매치 33골도프로축구 K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 이동국(41·전북 현대)이 그라운드를 떠난다. 전북은 26일 “이동국이 23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K리그 시즌 최종전이 열리는 11월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고 밝혔다. 이동국은 은퇴 경기에 앞서 28일 같은 곳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연다. 이동국은 구단 발표에 앞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쉬움과 고마움이 함께했던 올 시즌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했다”며 “은퇴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가 말한 새로운 시작은 지도자의 길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동국은 그동안 꾸준히 지도자 코스를 밟아 왔다. 지난 6월에는 잠시 팀을 떠나 경기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A급 지도자 강습에 참가하기도 했다. 1998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동국은 K리그 통산 547경기에 출전해 26일까지 228골 77도움으로 K리그 최다 골을 기록 중이다. 2009년부터 새 둥지를 튼 전북에서는 360경기 동안 164골 48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 우승 7차례,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1회) 등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대표팀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동국은 만 19세 2개월의 나이에 네덜란드와의 경기에 나서며 최연소 월드컵 출전 기록을 썼다. 이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거스 히딩크 대표팀 감독은 수비 가담이 부족하다며 그를 대표팀에 선발하지 않아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무릎 인대가 파열됐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 허벅지를 다쳐 결국 본선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통산 37골(75경기 출전)로 대회 최다 골 기록을 보유하는 등 K리그를 넘어 아시아 최고의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에는 역대 10위에 해당하는 105차례 출전해 33골(역대 공동 4위)을 넣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올해 팔순 펠로시 하원의장 한 번 더?

    올해 팔순 펠로시 하원의장 한 번 더?

    지난 3월 80세 생일을 보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내년 초 하원 의장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원 의장은 미국에서 대통령 유고시 상원의장을 겸하는 부통령에 이어 승계 순위 두 번째의 권력자다. 펠로시 의장뿐 아니라 대선에 출마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77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4세로 미국 정계 핵심부에도 성별·인종 다양성과 더불어 고령화 추세 탈피라는 화두를 던져 주고 있다. 이들 나이는 미국인의 평균인 38.5세의 2배에 이른다. 펠로시가 도전에 성공하면 최고령 하원 의장의 기록을 스스로 고쳐 쓴다. 펠로시 의장은 25일(현지시간) CNN 앵커 제이커 태퍼가 내년에 하원 의장에 재출마할 것인지를 묻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1987년 하원에 들어가 30년 이상 자리를 지킨 펠로시 의장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하원 의장이 되면서 유리 천장을 깼다. 이후 8년 만인 2019년 1월 하원 의장 자리를 다시 차지했다. 임기 2년의 하원 의장은 총선 이후 새로운 회기가 구성될 때마다 새로 선출된다. 펠로시가 하원 의장이 되려면 다음달 3일 대선과 함께 실시되는 총선에서 민주당이 전체 과반인 218석 이상이 필요하다. 새 회기는 내년 1월 6일 시작된다. 펠로시 의장의 재도전과 관련, 건건이 부딪쳤던 민주당 내 여성 최연소 하원 기록 보유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의 반응이 미묘하다. 2018년 28세로 하원에 입성한 오카시오 코르테스는 “펠로시 의장이 가장 진보적인 후보라면 지지하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런 발언은 펠로시 의장이 재도전에 나섰던 2018년도와 비슷한 뉘앙스이지만 지지 의사를 적극 표명한 것은 아니다. 미국 역사상 최연소 하원 의장은 30세였다. 푸에르토리코계인 오카시오 코르테스 의원은 최초의 무슬림 의원인 일한 오마르와 팔레스타인 이민자 후손인 라시다 틀라이브, 흑인인 아야나 프레슬리와 ‘스쿼드’를 형성하면서 민주당 지도부에 압박을 가했다. 이들이 지난해 7월 펠로시 의장이 추진했던 국경 자금법안에 반대하면서 갈등이 높아졌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최연소 환경운동가 툰베리, 신문사 객원 편집국장 된다

    최연소 환경운동가 툰베리, 신문사 객원 편집국장 된다

    ‘환경소녀’ 그레타 툰베리(17)가 스웨덴 유명 신문사의 객원 편집국장으로 ‘깜짝’ 활약한다. 러시아통신사 ‘러시아의소리’는 툰베리가 오는 12월 초 스웨덴 최대 일간지 다겐스 뉘헤테르의 일일 객원 편집국장이 된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0대 소녀에게 지면을 맡겨 보자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는 신문사 내부에서 나왔다. 지난 9월 중순 다겐스 뉘헤테르를 비롯한 스웨덴 언론이 기후변화 이슈를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고 비판한 바 있는 툰베리에게 언론사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보자는 취지라는 게 다겐스 뉘헤테르의 설명이다. 페테르 볼로다스키 편집장은 “우리 언론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도전 가운데 하나인 기후변화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제대로 조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회성 행사로 치부할 수 있지만, 툰베리는 이미 지면에 대한 구체적 구상에 들어간 상태다. 그는 어떤 뉴스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 “기후변화와 관련된 오피니언이나 관련 재난보도보다는 이 이슈를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분석과 학자들의 인터뷰를 싣고 싶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3·4세 총수 전면에…재계, 빨라지는 경영승계 시계

    3·4세 총수 전면에…재계, 빨라지는 경영승계 시계

    25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7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3·4세 총수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올해를 기점으로 재계의 세대교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회장에 오른 정의선(50) 현대자동차 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의 손자로 대표적인 3세 경영인이다. 현대차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군 아버지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은 82세의 나이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정의선 회장은 전기, 수소차 등 미래차 비전을 중심으로 현대차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2018년 회장에 등극한 구광모(42) LG 회장은 재계 서열 5위 그룹 내 최연소 경영인으로 4세 경영인이다. 창업주 구인회 전 회장, 구자경 명예회장, 구본무 회장에 이어 회장에 올랐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적인 경영 방식으로 ‘뉴 LG’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잰걸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다른 그룹에서도 세대교체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37)도 지난달 말 인사에서 사장·대표이사로 승진했다. 정용진(52)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48)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사장도 모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았다. GS그룹도 지난해 말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41) GS건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4세 경영이 본격화했고,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의 장남 허세홍(51) 대표도 최근 사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올해 초 남매간 경영권 분쟁으로 내홍을 겪은 바 있는 한진그룹 조원태(45) 회장도 지난해 4월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코오롱그룹도 지난해 이웅열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장남 이규호(37)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어쩌면 마지막 안방 엘클라시코...패배 곱씹은 메시

    어쩌면 마지막 안방 엘클라시코...패배 곱씹은 메시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가 새 시즌 첫 엘 클라시코에서 완승을 거두며 역대 통산 전적에서 FC바르셀로나에 우위를 점했다. 어쩌면 홈에서 치르는 마지막 엘 클라시코일지도 모르는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는 패배를 곱씹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25일 새벽(한국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누에서 끝난 2020~21시즌 라리가 원정 경기에서 페데리코 발베르데, 세르히오 라모스, 루카 모드리치의 연속골에 힘입어 안수 파티가 한 골을 만회한 바르셀로나를 3-1로 제압했다. 4승 1무 1패(승점 13점)를 기록한 레알 마드리드는 한 경기 덜치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3승 2무)를 제치고 리그 1위에 올랐다. 2승 1무 2패를 기록한 바르셀로나는 12위에 머물렀다. 레알 마드리드는 또 라리가 정규리그, 코파 델 레이,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 등을 통틀어 바르셀로나와의 역대 전적(친선경기 제외)에서 97승 52무 96패로 앞서 나갔다.지네딘 지단 감독 부임 후 레알 마드리드는 원정 엘 클라시코에서 6경기째 무패(3승 3무)를 이어갔다. 최근 라리가 경기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2연패를 당한 레알 마드리드의 출발이 좋았다. 전반 5분 카림 벤제마의 전진 패스를 상대 박스 오른쪽 공간을 파고들며 잡아낸 발베르데가 반대편 골포스트를 보고 오른발로 마무리 했다. 그러나 3분 뒤 오버래핑한 조르디 알바의 땅볼 크로스를 파티가 문전 쇄도하며 밀어 넣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 18분 엘 클라시코 최대 출장자인 라모스가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뽑았다. 팀이 프리킥 상황을 얻어 바르셀로나의 박스 안에서 경합을 펼치는 과정에서 클레망 렌글레가 라모스의 유니폼을 잡아챈 것. 라모스는 직접 키커로 나서 마무리 했다. 바르셀로나는 동점골을 넣기 위해 분투했으나 후반 45분 모드리치의 쐐기골을 나오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비니시우스 주니어와 바르셀로나 골키퍼 네투의 경합 과정에서 흘러나온 공을 문전 앞에서 연결받은 모드리치가 속임 동작으로 네투를 거푸 제치고 오른발 아웃프런트 킥으로 골망을 갈랐다.17세 359일의 파티는 역대 최연소 엘 클라시코 득점 기록을 세웠으나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메시는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유벤투스(이탈리아)로 이적한 이후 엘 클라시코에서 2년 5개월가량 골을 넣지 못하고 있다. 다음 엘 클라시코는 내년 4월 11일 레알 마드리드 홈에서 열린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최연소 3000점 이재영 “상금으로 팀원들과 맛있는 거 사먹을 것”

    최연소 3000점 이재영 “상금으로 팀원들과 맛있는 거 사먹을 것”

    ‘슈퍼 쌍둥이’ 이재영(24)이 24일 V리그 통산 역대 최연소·최단 경기 3000득점을 달성한 소감을 밝혔다. 이재영은 이날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시즌 V리그 KGC인삼공사와의 홈 개막전 3세트에 쌍둥이 동생 이다영의 세트를 받아 그대로 상대 진영에 스파이크를 꽂아 3000득점을 완성시켰다. 종전 최소 경기 3000득점 달성 기록 보유자는 184경기 만에 V리그 역대 1호 3000득점 달성한 현대건설 황연주(34)였고, 최연소 3000득점 기록 보유자는 만 24살 11개월 만에 3000득점을 달성한 현대건설 양효진(31)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25득점을 올린 이재영은 통산 3006득점을 기록해 양효진(5990점), 황연주(5443점), 정대영(4957점), 한송이(4851점), 박정아(3828점), 김희진(3322점), 김세영(3274점)에 이어 역대 8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에 올랐다. 이재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3000득점 기록을 달성한 줄 모르고 있었다”며 “경기에 들어오기 전에도 몰랐고 경기 중에도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저도 끝나고 나서 알았다”며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들고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이재영은 경기 후 V리그 통산 3000득점 달성 시상식에서 상금으로 200만원을 받았다. 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이냐고 묻자 “흥국생명 팀원들과 맛있는 거 사먹을 것”이라고 했다. 팀 내 최다 연봉자인 이재영은 지난 추석에 쌍둥이 동생 이다영과 함께 배구 꿈나무를 위한 기부를 한다는 소식을 알려 감동을 주기도 했다. 앞으로 몇 득점 까지 하고 싶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재영은 “제가 욕심이 너무 과해서 연경 언니가 항상 내려 놓으라고 한다”며 “5000득점도 해보고 싶고 계속해서 많은 득점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날 경기 아쉬운 부분에 대해서는 “지난 경기에 이어 오늘 경기도 점수 차가 많이 나고 있는데 점수 관리를 잘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런 부분 보완해야 할 거 같고 연습하고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인천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슈퍼 쌍둥이’ 이재영 역대 최연소·최소 경기 3000득점 고지 밟았다

    ‘슈퍼 쌍둥이’ 이재영 역대 최연소·최소 경기 3000득점 고지 밟았다

    ‘슈퍼 쌍둥이’ 이재영(24·흥국생명)이 V리그 통산 8호 3000득점을 올린 선수가 됐다. 이재영은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의 도드람 2020~2021시즌 V리그 첫 홈경기에서 3세트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19득점을 올리며 역대 최소 경기인 164경기만에 3000득점을 올렸다. 역대 최소 경기 3000득점 종전 기록은 V리그 184경기만에 역대 1호 3000득점 기록을 올린 황연주(34·현대건설)가 가지고 있었다. 또 이재영은 만 24살 1개월에 3000득점 기록을 올리면서 V리그 역대 최연소 3000득점 기록 보유자가 됐다. 종전 최연소 3000득점 달성 선수는 만 24살 11개월의 나이에 3000득점을 올린 현대건설의 양효진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이재영은 통산 2981점을 올린 상태였다. 이재영은 1세트 6점, 2세트 7점, 3세트까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6점을 올렸다. 기록을 의식한 것인지는 몰라도 이재영은 3세트에 범실 4개가 나왔다. 하지만 이재영은 3세트 20-18 로 앞선 상황에서 쌍둥이 동생 이다영 세터의 토스를 받아 3000득점을 완성했다. 역대 V리그 통산 3000득점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양효진(5990점), 황연주(5443점), 정대영(4957점), 한송이(4851점), 박정아(3828점), 김희진(3322점), 김세영(3274점)이다. 인천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테니스 스타 보리스 베커, 은행빚 갚기 위한 트로피 안 내놔 법정에

    테니스 스타 보리스 베커, 은행빚 갚기 위한 트로피 안 내놔 법정에

    왕년의 테니스 스타 보리스 베커(53·독일)가 사업에 실패해 2017년 파산 선고를 받는 등 곤궁한 신세란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세 차례나 윔블던 우승을 기록한 베커가 은행 빚을 갚기 위해 내놓기로 한 우승 트로피들을 내놓지 않고 어디에 있는지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사우스워크 왕실법원에 소환돼 추궁 당했다고 BBC가 전했다. 모두 28건의 물품을 내놓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는데 1985년 윔블던 우승 트로피, 1989년 같은 대회에서 부상으로 받은 은제 식기들, 1991년과 1996년 호주오픈 우승 트로피 등이다. 특히 35년 전 윔블던 우승 트로피는 열일곱 살에 남자 단식 챔피언에 올라 최연소 대회 우승 기록을 작성한 것이어서 베커 자신으로서도 가장 소중히 여겼을 것 같은데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법정에서 은행 계좌들과 영국, 해외 부동산들에 100만 파운드(약 14억 8400만원)를 은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궁도 받았다. 런던 남서부 첼시의 주소지와 자신이 태어난 독일 북서부 라이먼에 있는 두 채의 부동산이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또 전 부인 바버라와 지금은 관계가 멀어진 부인 샤를레리 릴리의 계좌로 수십만 파운드를 빼돌린 혐의, 자신이 운영했던 회사 ‘브레이킹 데이터 코퍼레이션’에 자금을 은닉한 혐의도 받고 있다. 베커는 내년 9월 4주에 걸쳐 열릴 예정인 다음 재판을 앞두고 보석으로 풀려났는데 검찰은 나중에 혐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그의 변호인 조너선 카플란은 “의뢰인이 이들 혐의에 맞서 진실을 밝히고 명예를 회복하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프로 선수로 뛴 16년 동안 대회 결승에 도전한 것만 77차례, 단식을 제패한 것은 49차례이며 이 중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은 여섯 차례였다. 2003년 국제 테니스 명예의전당에 입회했고, BBC 해설위원으로 전 세계 대회를 돌며 마이크를 잡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저신다 아던과 도널드 트럼프/박상숙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저신다 아던과 도널드 트럼프/박상숙 국제부장

    “(리더로서) 영감을 얻고자 한다면 (저신다) 아던이 가는 방향을 주시하면 된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의 리더십에 보낸 찬사다. 작년 미국에서 열린 세계여성정상회담에서 윈프리는 아던 총리를 위기에 필요한 지도자로 치켜세웠다. 윈프리의 팬심을 자극한 건 뉴질랜드 최악의 총기 난사사건 당시 보여 준 아던 총리의 결기와 공감능력이었다. 백인 우월주의자의 이슬람 사원 테러로 희생된 유가족을 찾은 아던 총리는 존중의 표시로 ‘검은색 히잡’을 두르고 나타나 윈프리뿐 아니라 세계인을 매료시켰다. 발 빠른 총기규제 강화 조치 도입과 테러분자를 향한 무관용 대응 천명으로 흔한 정치쇼라는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는 카리스마도 떨쳤다. 3년 전 37세의 나이에 최연소 총리가 된 그녀는 권위적이지 않은 태도에 수려한 외모까지 더해져 ‘저신다 마니아’라는 강력한 팬층을 거느리고 있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선 ‘저신다 보유국’이란 긍지가 넘쳐나지만 환경, 주택 분야의 개혁적 공약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면서 ‘이미지가 만든 거품’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난세에 인물이 나온다는 옛말처럼 코로나19 팬데믹이란 세계적 재난을 맞아 그녀의 리더십 철학이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사태 초기 안팎으로 빗장을 단단히 걸고 강력한 봉쇄 조치를 전격 단행하는 단호한 의사결정과 동시에 매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연결해 평범한 이웃처럼 격의 없는 소통으로 국민 불안을 달래며 팬데믹 파고를 넘어왔다. 지금까지 사망자는 25명. 청정국가의 체면을 지킨 이 나라는 최근 수도 웰링턴에서 자국 대표와 호주 대표 간 럭비경기를 3만명이 운집한 가운데 열고 역병의 저주에서 벗어난 기쁨을 만끽했다. 인구 500만의 태평양 섬나라를 주목하게 만든 또 하나의 이벤트는 지난 주말 치러진 총선이었다. 아던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은 과반을 확보하며 24년 만에 단독정부를 꾸릴 호기를 맞았다. 성공적인 코로나 방역 덕에 지지율이 60% 넘게 치솟아 재집권은 기정사실이었다. 압도적인 승리를 타전한 외신 기사에는 혼탁, 불복, 부정 등의 표현 대신 ‘행복’, ‘행운’ 등의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선거 과정과 결과는 세계의 부러움을 샀다. ‘아던과 같이 훌륭한 지도자를 가진 행운 덕에 차선이냐 차악이냐를 고민할 필요 없는 행복한 선거였다’는 게 대체적인 관전평이다. 정치신인 때부터 정치인의 중요한 덕목으로 ‘사랑’을 언급해 온 그녀는 초심을 잃지 않은 따뜻한 리더십으로 집권 2기를 열었으니 21세기 리더십의 길을 아던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윈프리의 예언(!)은 적중한 셈이다. 전쟁과 테러의 상존, 불평등 심화 속에 바이러스까지 엄습하면서 지구촌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 심리적 안전지대도 사라지면서 혐오가 공포를 양분으로 손쉽게 뿌리내리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지도자의 언행은 크든 작든 하나의 메시지다. 여기서 사회 구성원의 태도가 형성된다. 코로나의 위협에 직면해 아던 총리가 ‘서로에게 좀더 친절하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발신한 이유가 다 있다. 현재 아던 총리와 가장 대척점에 있는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애당초 통합이란 덕목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트럼프는 열흘 남짓 남은 대선 승리를 위해 극도의 갈라치기 신공을 펼치고 있다. 지난 4년간 심화된 인종·계층 간 갈등은 미국 사회를 갉아먹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어제 조 바이든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 “4년 더 이렇게 보낼 수 없다”며 트럼프 심판을 호소했다. 미국민이 어떤 길잡이를 선택하든 소음과 분노는 불가피할 것 같다. okaao@seoul.co.kr
  • 서울시 ‘흰 지팡이의 날’ 맞아 10명에 시장상 수여

    서울시가 제41회 흰 지팡이의 날을 맞아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이재혁씨 등 시민 10명에게 ‘서울시장상’을 수여한다고 22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서울시 시각장애인연합회는 23일 영등포구 여의도동 이룸센터에서 ‘시각장애인 재활복지대회’를 열고 상을 준다. 이씨는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최연소로 15세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독주회를 여는 등 음악계에서 활발히 활동했으며, 국내 최초 시각장애인 전문 음악교육기관인 한빛맹학교 음악전공과에서 근무하며 후진 양성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 밖에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 및 관련 교육 등 정보 접근성 확대에 힘쓴 조재형씨, 바우처 택시 도입으로 이동권 향상에 기여한 서문걸씨 등이 수상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3000만원 상당의 안테나형 흰 지팡이 1000개를 후원하는 기증식도 진행된다. 10월 15일 ‘흰 지팡이의 날’은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WBU)가 시각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1980년 공식 제정한 기념일이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92년생 류호정 의원에 “어이”…정의당 “낮잡아 본 것”(종합)

    92년생 류호정 의원에 “어이”…정의당 “낮잡아 본 것”(종합)

    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 국감 답변 중 “어이”회사 측 “혼잣말”…최창희 “‘허위’라고 한 듯”류호정 “해명 구차해…존중하는 태도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홍보고문을 지내며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던 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가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어이”라고 발언해 태도 논란이 일었다. 공영홈쇼핑 측은 최창희 대표의 “혼잣말이었다”라고 해명했고, 최창희 대표 본인은 “‘허위’라고 말했던 것 같다”며 사과하자 류호정 의원은 “존중하는 태도로 답변해주시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류호정 의원은 공영홈쇼핑 마케팅본부장의 경력증명서 허위 기재 의혹과 관련해 최창희 대표와 문답을 주고받았다. 문답 과정에서 최창희 대표는 “(계약직 근무를 정규직이라고 기재한 부분과 관련해) 그 당시에는 계약직·정규직 구분이 없지 않았나 싶다”라고 답변을 이어가려 했다. 정해진 질의시간 안에 추가 질의를 마쳐야 했던 류호정 의원은 “그렇다고 해서 허위 진술(기재)이 용인되진 않는다”며 최창희 대표의 답변 중에 반박을 했는데, 최창희 대표는 자신의 답변을 계속 이어가려는 과정에서 “허위 진술로, 어이, 허위 기재라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고 발언했다. 두 사람의 발언이 서로 겹치는 과정에서 “어이”라는 발언이 나온 건데, 마치 자신의 발언을 중간에 막은 류호정 의원에게 “어이”라고 제지하는 것처럼 들린 것이다. 류호정 의원 역시 자신의 귀를 의심한 듯 즉각 “어이?”라며 되물었지만, 최창희 대표가 답변을 마치자 일단 준비된 질의를 계속 이어나갔다. “어이”는 조금 떨어져 있는 사람을 부를 때 쓰는 말로 보통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쓴다. 답변 중간에 류호정 의원이 반박하자 “어이”라는 발언이 순간적으로 스치듯 나왔는데, 21대 국회 최연소 의원인 류호정 의원(1992년생)을 1949년생인 최창희 대표가 하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오전에 진행된 국감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뒤 논란이 생기자 공영홈쇼핑 측은 최창희 대표의 ‘어이’ 발언이 류호정 의원을 부르는 호칭이 아닌 감탄조사와 같은 혼잣말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류호정 의원은 해명자료가 나온 직후 이어진 국정감사에서 “순간 저도 ‘어이?’라고 되물었는데 그때 ‘사장님 친구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직원들에게 언론사에 대응해서 단순 감탄사였다는 식으로 정정보도하라고 지시했다고 하는데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최창희 대표는 “아니다”라며 “그냥 ‘허위’라고 했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문맥으로 봐서 ‘허위’라고 했던 것 같은데 만약 오해가 있었다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류호정 의원은 “그렇게 할수록 구차해지는 건 제가 아닌 것 같다”면서 “국감을 해 보니 서로 말을 끊는 경우가 종종 생기지만 누구도 ‘어이’하면서 말을 끊지는 않는다. 여기 있는 의원들 사이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상상해보라.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국민의 대표로 이 자리에 와 있다. 국민에게 답변한다는, 존중하는 태도로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제의 ‘어이’ 발언에 대해 정의당은 최창희 대표가 나이 어린 류호정 대표를 낮잡아 본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배복주 부대표는 19일 페이스북에 “나이 든 남성 의원이 저런 말을 들었다면 가만히 있었을까”라면서 “그리 쉽게 ‘어이’할 수 있는 것은 (류호정 의원이) 20대 여성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대표로 국감에서 질문하는 국회의원에게 ‘어이’라고 표현하는 건 무례한 언사”라며 “최창희 대표는 그 무례함이 실수든 고의든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장혜영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최창희 대표가 결국 국정감사에서 사과를 했지만 이는 애초에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라며 “류호정 의원뿐 아니라,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전체를 낮잡아 본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최창희 대표는 제일기획 광고국장과 삼성물산 이사대우, 삼성자동차 마케팅실 이사, 크리에이티브에어 대표이사, 초대 광고인협회장 등을 거쳤다.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홍보고문으로 활동하며 슬로건 ‘사람이 먼저다’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92년생 류호정 의원에 “어이”…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 “‘허위’였다”

    92년생 류호정 의원에 “어이”…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 “‘허위’였다”

    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 국감 답변 중 “어이”회사 측 “혼잣말”…최창희 “‘허위’라고 한 듯”류호정 “해명 구차해…존중하는 태도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에서 홍보고문을 지내며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던 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가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어이”라고 발언해 태도 논란이 일었다. 공영홈쇼핑 측은 최창희 대표의 “혼잣말이었다”라고 해명했고, 최창희 대표 본인은 “‘허위’라고 말했던 것 같다”며 사과하자 류호정 의원은 “존중하는 태도로 답변해주시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류호정 의원은 공영홈쇼핑 마케팅본부장의 경력증명서 허위 기재 의혹과 관련해 최창희 대표와 문답을 주고받았다. 문답 과정에서 최창희 대표는 “(계약직 근무를 정규직이라고 기재한 부분과 관련해) 그 당시에는 계약직·정규직 구분이 없지 않았나 싶다”라고 답변을 이어가려 했다. 정해진 질의시간 안에 추가 질의를 마쳐야 했던 류호정 의원은 “그렇다고 해서 허위 진술(기재)이 용인되진 않는다”며 최창희 대표의 답변 중에 반박을 했는데, 최창희 대표는 자신의 답변을 계속 이어가려는 과정에서 “허위 진술로, 어이, 허위 기재라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고 발언했다. 두 사람의 발언이 서로 겹치는 과정에서 “어이”라는 발언이 나온 건데, 마치 자신의 발언을 중간에 막은 류호정 의원에게 “어이”라고 제지하는 것처럼 들린 것이다. 류호정 의원 역시 자신의 귀를 의심한 듯 즉각 “어이?”라며 되물었지만, 최창희 대표가 답변을 마치자 일단 준비된 질의를 계속 이어나갔다. “어이”는 조금 떨어져 있는 사람을 부를 때 쓰는 말로 보통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쓴다. 답변 중간에 류호정 의원이 반박하자 “어이”라는 발언이 순간적으로 스치듯 나왔는데, 21대 국회 최연소 의원인 류호정 의원(1992년생)을 1949년생인 최창희 대표가 하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오전에 진행된 국감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뒤 논란이 생기자 공영홈쇼핑 측은 최창희 대표의 ‘어이’ 발언이 류호정 의원을 부르는 호칭이 아닌 감탄조사와 같은 혼잣말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류호정 의원은 해명자료가 나온 직후 이어진 국정감사에서 “순간 저도 ‘어이?’라고 되물었는데 그때 ‘사장님 친구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직원들에게 언론사에 대응해서 단순 감탄사였다는 식으로 정정보도하라고 지시했다고 하는데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최창희 대표는 “아니다”라며 “그냥 ‘허위’라고 했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문맥으로 봐서 ‘허위’라고 했던 것 같은데 만약 오해가 있었다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류호정 의원은 “그렇게 할수록 구차해지는 건 제가 아닌 것 같다”면서 “국감을 해 보니 서로 말을 끊는 경우가 종종 생기지만 누구도 ‘어이’하면서 말을 끊지는 않는다. 여기 있는 의원들 사이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상상해보라.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국민의 대표로 이 자리에 와 있다. 국민에게 답변한다는, 존중하는 태도로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창희 대표는 제일기획 광고국장과 삼성물산 이사대우, 삼성자동차 마케팅실 이사, 크리에이티브에어 대표이사, 초대 광고인협회장 등을 거쳤다.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홍보고문으로 활동하며 슬로건 ‘사람이 먼저다’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여성들은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어떻게 밀려났을까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여성들은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어떻게 밀려났을까

    할리우드 최고의 영예라는 아카데미상이 만들어진 것은 1929년. 그런데 그중에서도 소위 핵심 경쟁부문에 속하는 감독상을 여성이 받은 것은 2010년 캐스린 비글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위키피디아에는 여배우들이 받는 상과 달리 ‘성이 구분되지 않은(non-gendered)’ 부문에서 여성들이 받은 역사를 따로 정리해 두고 있다. 소위 ‘카메라 뒤에서 일하는’ 이들 부문에서 여성들이 상을 받기 시작한 것은 꽤 근래의 일인데, 그중에서 두 부문에서만큼은 여성들의 활약이 일찍부터 두드러졌다. 하나는 ‘의상상’이고 다른 하나는 ‘편집상’이다. 두 부문 모두 1940년대부터 여성 수상자들이 등장했다. 의상상을 일찍부터 여성들이 받은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재단과 재봉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영역으로 여겨졌고, 영화 스튜디오들도 의상 작업은 여성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편집상은 왜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졌을까? 영화가 디지털화된 요즘과 달리 과거에는 필름 편집(editing)은 물리적인 필름을 손으로 일일이 잘라 붙여야 하는 수작업이었고, 이는 재봉일과 비슷한 작업으로 분류됐다. 따라서 초창기부터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편집실은 거의 예외 없이 여성들이 가득한 장소였다. 여성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니 뛰어난 영화편집자도 여성들 중에서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남성은 사람들 주목받는 하드웨어 몰려 여성들이 할리우드의 필름 편집실로 진출해서 커리어를 개척하고 있던 1940년대, 또 다른 영역에서 여성들의 진출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바로 컴퓨터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이었다. 지금은 전형적인 ‘남초 영역’으로 불리는 프로그래밍 분야를 개척한 것은 여성들이었다. 사람의 언어를 0과 1로 이루어진 컴퓨터의 언어로 바꿔 주는 컴파일러(compiler)를 만든 그레이스 호퍼 같은 여성들이 2차 대전에 급진전한 컴퓨터의 발전을 주도했다. 1960년대 미항공우주국이 달에 보낸 아폴로 우주선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총책임자는 마거릿 해밀턴이라는 여성이었다. ‘프로그래머’라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남성을 떠올리게 되는 요즘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그 이유는 할리우드의 편집일을 여성들이 도맡았던 것과 다르지 않다. ‘프로그래밍은 단순하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관련 작업은 여성들에게 맡기고 남성들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하드웨어에 몰려들었다. 1967년에 나온 한 기사는 “비서직이 아니면서 여성이 할 수 있는” 유망한 직업으로 프로그래밍을 추천했고, 1980년대 중반만 해도 미국 대학교의 컴퓨터 전공에서 여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37%에 달했다. 하지만 그때 정점을 찍고 컴퓨터 분야에서 여성들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산업에 돈이 몰려들면서 남성들이 밀려들기 시작한 것. 빌 게이츠와 스티브 워즈니악, 스티브 잡스 같은 남성들이 ‘컴퓨터 천재’로 묘사되고, 프로그래밍은 남성들의 전유물로 묘사되기 시작하면서 실리콘밸리에서 여성들은 빠르게 사라졌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여성 프로그래머들이 남성과의 실력 경쟁에서 밀려난 거 아닌가?” 여성들은 과학기술(STEM) 분야, 그중에서도 특히 수학, 컴퓨터와 같은 분야에서 남성들보다 타고난 능력에서 뒤진다는 주장도 그런 의문을 뒷받침한다. 이런 종류의 주장을 했던 대표적인 인물이 하버드대학교의 로런스 서머스 경제학 교수다. 29세의 나이에 하버드 역사상 최연소 정교수가 되고, 미국 재무장관을 역임한 ‘천재’로 통하는 서머스는 총장의 자리까지 올랐다가 ‘여성과 남성은 수학적 능력에 타고난 차이가 존재한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가 교내외에서 큰 비판을 받고 총장직에서 사퇴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서머스의 주장을 옹호했다. 서머스는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수학적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두 집단의 능력이 보이는 ‘표준편차와 가변성이 다르다”고 했다는 거다. 이는 쉽게 말해 남녀 학생의 평균 수학점수는 비슷해도 제일 잘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남학생이라는 얘기다. 그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을 한 것도 아니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 수학점수 최상위 학생들은 2대1로 남학생이 많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럼 서머스의 주장이 맞는 걸까? ●서머스 교수 “여성과 남성 수학적 차이 존재” 또 다른 연구가 있었다. 이번에는 미국에서 아시아계 남녀 학생들의 수학 성적을 조사했는데 최상위 학생들 중 남녀 비율은 0.9대1로 여학생이 높았던 것이다. 그럼 여성이라도 아시아계 여성들은 수학적 능력을 타고나는 걸까? 그렇지 않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내가 고등학생이던 시절만 해도 한국에서 수학점수는 중고등학교 남학생들이 높은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결국 집과 학교, 사회 환경에서 아이들이 접하는 젠더 역할과 능력에 대한 편견이 점수에 반영된다는 거다. 이런 편견은 중고등학교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다. 모든 편견적 요소를 고려해도 대학교 때까지의 실력을 고려하면 미국의 공대 박사 과정에는 여성이 적어도 33%는 돼야 정상인데, 실제로는 1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여성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엔지니어는 남성’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회에서 온갖 장벽을 뛰어넘고 학부 교육까지 마쳐도 (서머스 교수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남자 교수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아도 너무나 고된 일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 미국에서는 사회적 편견이 교사와 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 주는 두 번의 실험이 있었다. 한 실험에서는 교사에게 아이들의 아이큐를 실제와 다르게 알려 주고 시간이 흐른 후에 아이큐를 다시 측정했더니 교사에게 아이큐가 높다고 알려 준 그룹의 아이들은 아이큐가 올라갔고, 낮다고 알려 준 아이들의 아이큐는 내려갔다는 것이다. 교사가 자기가 알고 있는 아이큐에 따라 아이들에 대한 기대치를 다르게 가졌고, 교사의 무의식적 차별 대우에 아이들의 실력이 변화한 것이다(이런 일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똑같은 80점대의 점수를 받아도 아시안계 아이들에게는 교사가 “더 잘할 수 있는데 떨어졌다”는 반응을, 히스패닉이나 흑인 아이에게는 “참 잘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이런 차별 대우가 후자 집단의 성적 하락을 부추긴다는 연구가 있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교사가 초등학생들에게 “파란눈을 가진 아이들은 똑똑하고 성실한데, 갈색눈을 가진 아이들은 멍청하고 게으르다”고 말하자 하루 이틀 만에 갈색눈을 가진 아이들의 수행능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고, 며칠 뒤 “선생님이 잘못 알았다”면서 “사실은 갈색눈의 아이들이 똑똑하다”고 하자 곧바로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결국 교사가 가진 편견은 교사의 언행 변화와 학생들의 자신감이라는 두 가지 통로로 아이들의 실력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여성 엔지니어 차별 상상 초월 남자아이들과 똑같은 능력을 타고난 여자아이들은 미디어에서 본 대로 프로그래머들은 모두 남성이라고 생각하며 자라고, 학교에 가서는 자신의 능력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교사, 교수들로부터 자신의 능력을 의심받고, 직장에 가서는 온갖 성차별과 성희롱을 겪게 된다. 실리콘밸리의 여성 엔지니어들이 남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교육환경에서 자라고 남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문화에서 일하는 남성 엔지니어들로부터 받는 차별은 상상을 초월한다. 여성 프로그래머들은 아무리 경력이 길어도 일단 무시하고 들어가는 남성 프로그래머들에게 화를 내지 않는 법을 배워야 살아남는다는 것이 한 베테랑 프로그래머의 말이다. 물론 그게 끝이 아니다. 이렇게 사회적 편견 속에서 교육을 받고, 일터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남성과 경쟁을 해야 하는 여성들이 집에 돌아오면 이번에는 ‘아내의 역할, 엄마의 역할’이 기다리고 있다. 아카데미 편집상을 최초로 받은 여성 앤 보첸스(1940)는 평생 결혼을 하지 않았고, 그다음 여성 수상자 바버라 매클린(1944)은 폭스 영화사의 편집총책임자까지 올랐지만 병에 걸린 남편을 간호하기 위해 은퇴했다. 더이상 설명이 필요할까? 돈이 되는 산업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인류의 절반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지적 능력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온갖 장애물과 굴레를 씌워서 밀어내는 것은 비겁한 반칙이다. 남성 중심의 소프트웨어 업계는 그렇게 만들어지고 유지된다. 코드미디어 디렉터
  • ‘사람이 먼저’ 만든 사장, 류호정 의원에 “어이~” 논란(종합)

    ‘사람이 먼저’ 만든 사장, 류호정 의원에 “어이~” 논란(종합)

    최창희 공영쇼핑 대표가 국정감사 질의응답 중 국회 최연소인 류호정 정의당 의원을 “어이~”라고 불렀다는 논란에 대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감탄조사”라고 해명했다. 공영쇼핑은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최창희 대표가 류호정 의원에게 “어이~”라고 불렀다는 것에 대해 “이는 류 의원을 부르는 호칭의 표현이 아님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최 대표가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감탄 조사와 같은 혼잣말 표현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감장에서는 최 대표가 류 의원에게 “어이~”라고 호칭한 것처럼 들려 논란을 낳았다. 류 의원은 공영홈쇼핑 마케팅 본부장의 지원 자격 미달과 경력 허위기재 의혹을 제기하며 “지원 자격을 보면 관련 분야 경력이 20년 상당이고, 10월 2주 차에 입사하도록 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입사지원서를 보면 경력이 20년이 안 되고 근무 가능일은 11월 1일, 실제 입사일은 2월 1일이다. 지원 자격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류 의원은 또 “해당 본부장이 공영홈쇼핑에 합격한 이후 제출한 경력 증명원에서 직위를 보면 계약직이라고 돼 있지만, 입사지원서에는 정규직이라고 돼 있다”며 “허위기재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류 의원은 이어 “(경력 증명원에) 재직 기간은 2000년 11월 30일까지라고 돼 있지만, (입사지원서에) 재직기간은 2001년 2월까지라고 돼 있다”며 “단순한 오기라고 보기 어렵고 (경력) 20년을 맞추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본부장이 직위와 재직 기간을 모두 허위로 기재했다는 것이다. 류 의원은 “경력 허위기재 시 채용 취소와 민·형사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며 “(채용)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냐”고 따졌다.류 의원은 “(최창희 공영홈쇼핑) 사장님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이 먼저’라는 슬로건을 만드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내 사람이 먼저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최 사장은 “이분은 19년 9개월 경력이어서 3개월이 모자란다”며 “경력에 준하는 자로 판단했고, 온라인(분야)에 대해 특허권을 갖고 있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최 사장은 “인사위원회에서 허위 기재라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류 의원이 회사 내부 문건을 제시하며 “취소 사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증거”라면서 “허위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도 묵인했다”고 질타하자 최 사장은 “좀 더 따져봐야겠다”고 답했다. 71세인 최 사장은 28세인 류 의원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류 의원에게 “어이”라고 말하자 류 의원은 “어이?”라고 반문한 뒤 질의를 이어갔다. 류 의원은 오후 추가 질의에서 “제가 사장님 친구도 아닌데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며 “국정감사를 해보니까, 서로 말을 끊는 경우가 종종 생기지만 누구도 ‘어이’하면서 말을 끊지는 않는다. 무례한 태도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국민의 대표로 이 자리에 와있고 국민께 답변하는 태도를 취해달라”고 일침했다. 한편 김필성 변호사는 “이거 그냥 넘어가면 안된다”면서 “민주당, 여성운동 단체 등이 어떻게 대처하나 한번 보겠다”며 후속 조치를 주문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국감 중 류호정에게 “어이”… 최창희 공영홈쇼핑 사장 반말 논란

    국감 중 류호정에게 “어이”… 최창희 공영홈쇼핑 사장 반말 논란

    최, ‘사람이 먼저다’ 대선문구 만든 文측근누리꾼들 “예의 좀 지켜라”, “꼰대” 빈축최창희(71) 공영홈쇼핑 대표가 국정감사 중 자신에게 질의를 하고 있던 류호정(28) 정의당 의원을 향해 “어이”라고 반말을 사용해 결례 논란이 일었다. 최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캐치프레이즈인 ‘사람이 먼저다’를 만든 측근으로 불린다. 류 의원은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 최 대표에게 공영홈쇼핑 전문위원의 이력 허위 기재에 대해 물었다. 해당 인사가 입사한 뒤 제출한 경력증명서에는 ‘계약직’으로 표기돼있는데 입사지원서에는 ‘정규직’으로 바꿔 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보통 20년 전 저희 입사할 때도 수습사원으로 입사했다”면서 “그 당시에는 계약직, 정규직 이런 게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류 의원은 “그렇다고 해서 허위 기재가 용인되지는 않고요”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최 대표는 “허위 진술로, 어이, 허위 기재라고…”라고 내뱉았다. 류 의원이 “어이?”하며 불쾌한 듯 되뇌자 최 대표는 “허위 기재라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라고 말을 맺었다. 류 의원은 최 대표가 존댓말로 말을 매듭 짓자 더는 문제삼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최연소 국회의원인 류 의원을 향해 최 대표가 아랫사람에게 하대하듯 부르는 “어이”라는 표현을 국감장에서 사용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나이가 어리든 그렇지 않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인데 어이는 결례가 맞다”, “예의 좀 지키자”, “나이 많은 게 벼슬이냐. 겸손하라”, “공식석상에서 말을 놓은 건 꼰대” 등 최 대표 행동에 대해 질타하는 목소리들이 나왔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이종수의 헌법 너머] 생업 접어야 허용되는 참정권, 기본권인가

    [이종수의 헌법 너머] 생업 접어야 허용되는 참정권, 기본권인가

    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30대 초반인 지역구 최연소 당선자가 소방공무원 출신인 경력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알아보니 그는 10년 남짓 119구조대원으로 근무해 왔다. 그런데 소속 정당의 인재영입 기자회견의 첫마디에서 그가 “평생의 꿈을 접고서 정치를 시작한다”고 밝힌 대목이 마뜩지가 않았다. 국회의원이 되려는데 왜 평생의 꿈을 접어야 하나. 그의 탓이 아니다. 현행법상 공무원에게는 정당가입이 금지되고 국회의원선거나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로부터 90일 전에 사직해야 한다. 법의 취지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때문이라 하고 헌법재판소도 그간 여러 차례 이를 합헌으로 결정했지만 도무지 수긍이 가질 않는다. 심지어 공무원이 아닌 사립학교 교사와 언론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즉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헌법이 보장하는 피선거권을 행사하려면 자신의 생업을 포기해야만 한다. 오늘날 국민이면 누구라도 공직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는 참정권의 보장은 일부 귀족들이 공직을 독점했던 과거의 신분제 사회를 벗어나 있다는 대표적인 표상이다. 그런데 이 참정권을 행사하려는 데에 그이 같은 공무원에게 자신의 생업인 공직을 포기토록 강제하는 것이 과연 마땅한지가 의문이다. 그것도 한참 전인 선거일로부터 석 달 전에 그만둬야 한다. 당선은 물론이고 시기적으로는 정당의 공천 여부조차도 불확실한 때이다. 그래서 공무원이라도 오랫동안 봉직하다가 퇴직을 앞둔 시점이 아니면 선뜻 입후보할 용기를 내기가 어렵다. 피선거권 행사를 위해서는 생업인 공직을 그만둬야 해서 젊은 공무원에게는 그의 말대로 “평생의 꿈을 접고서야” 가능한 모험이고, 마치 한판의 도박과도 같다. 반면에 판검사 등 고위직 출신의 공무원들에게는 공직선거 출마가 떨어져도 그만인 일종의 꽃놀이패와도 같다. 이렇듯 뜻있는 많은 이들이 사실상 배제되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에서는 케네디 집안, 부시 집안, 아베 집안과 같이 자자손손 대를 이어서 정치권력을 이어 가는 이른바 ‘선거귀족’들이 득세해 왔다. 공무원이나 교사가 선거에 입후보해서 만일 당선되면 권력분립원리상 겸직 금지가 마땅하다. 그래서 독일과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에게 정치적 중립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당가입은 물론이고 공직선거의 입후보를 제한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독일의 공무원법은 선거에 입후보한 공무원에게 선거운동을 위한 휴가를 보장하며 만일 당선된다면 법상 겸직이 금지되기 때문에 해당 공직의 임기 동안에 휴직을 또한 보장한다. 이와 같이 우리와는 달리 이전의 직업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다리를 활짝 열어 두고 있다. 그러니 선출직 공직에 출마하기 위해 그이처럼 평생의 꿈을 접지 않아도 된다. 참고로 독일의 주요 정당들에서 전체 당원들 가운데 공무원의 당원비율은 30~40%에 달한다. 특히 독일 녹색당은 태반이 공무원들이다. 현역 의원이 재선, 삼선에 다시 나서는 프리미엄은 전혀 문제 삼지 않는데도, 말단직의 공무원이 선거에 나서는 데에 뭐 그리 대단한 프리미엄이 있겠으며 또한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겠는가. 게다가 현행 선거법은 오래전부터 공무원에게 직을 이용하는 선거운동을 따로 금지해 오고 있다. 그리고 임기를 마치고서 재선에 연연하지 않고서 이전의 직업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다리를 남겨 둬도 좋겠다. 물론 다리를 놓아 두더라도 되돌아갈 이들이 많지 않을 법하다. 그러나 생업을 접고서 그리고 되돌아갈 다리가 아예 끊긴 가운데 치러지는 공직선거에는 자신의 모든 것이 걸려 있는 셈이다. 그러니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하는 선거가 누군가에게는 마치 배수진 속에서 치르는 비장(悲壯)한 전투가 돼야 한다. 기본권은 국민 누구나가 일상에서 별다른 조건과 큰 위험 부담이 없이 누려야 마땅한 권리다. 공무원과 교사들에게도 크게 다르지가 않다. 더욱이 오늘날의 평등사회에서 민주정치의 상징과도 같은 참정권은 누구라도 가급적 제한 없이 누릴 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렇듯 생업과 꿈을 포기하고서야 비로소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여기에 어떻게 기본권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겠는지가 여전히 의문이다. 그래서 이번처럼 소방공무원 출신의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언젠가는 국회의원 출신의 소방공무원을 지켜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코로나 제로’ 뉴질랜드는 다시 그녀를 택했다

    ‘코로나 제로’ 뉴질랜드는 다시 그녀를 택했다

    테러 유족 위로·지진 복구 등 강렬한 인상 국경 조기 봉쇄로 코로나 방역 성공재임 중 약혼·출산 등 양성 평등 실천도 ‘저신다 마니아’ 몰고 다니며 승리 견인 50년 만에 최대 승리… 단독 정부 가능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40)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에서 압승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이번 승리는 ‘저신다 마니아’를 몰고 다닐 정도로 슈퍼스타 대접을 받는 총리의 개인적 인기와 함께 코로나19 대응 등에서 보여 준 ‘부드러우면서 단호한’ 리더십이 빚어 낸 결과라는 분석이다. 50%에 육박하는 지지율로 120석 중 과반인 64석을 확보한 중도좌파 노동당은 50년 만에 최대 승리를 거둬 단독정부 구성도 가능해졌다. 2017년 총리 취임 이후 이슬람 사원 테러, 지진 등 자연재해, 코로나19 대유행 등 연이은 고비를 성공적으로 헤쳐 온 아던 총리는 출산·약혼 등 개인사도 빠짐없이 챙기는 등 공사를 균형 있게 조율해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조용하고 깔끔한 사생활 관리는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일상적인 소통도 인기를 보탰다. 18일 최종 집계 결과에 따르면 노동당에 이어 중도우파 국민당 26.8%(35석), 뉴질랜드 행동당 8%(10석), 녹색당 7.6%(10석) 순으로 의석을 얻었다. 아던 총리는 승리 확정 후 “우리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일성을 밝혔다. 주디스 콜린스 국민당 대표는 패배를 수용했다. 아던 총리는 3년 전 연정 구성에 실패한 여당 국민당을 대신해 당시 세계 최연소인 37세로 총리직에 오른 뒤 능숙한 국정 운영으로 ‘경험 부족의 이미지로 먹고사는 정치인’, ‘국제이슈 문외한’이라는 비판을 차근차근 불식시켰다. 사실 그는 10대 후반 노동당원으로 입당, 2000년대 뉴질랜드의 두 번째 여성 총리 헬렌 클라크를 도우며 경력을 쌓았다. 2008년 비례대표에 당선돼 중앙정치 무대에 데뷔한 그는 2017년 급기야 노동당 대표로 선출되는 이변을 일으켰다. 환경 친화 정책, 최상위 소득자 소득세 인상, 교육 평준화 등 진보적 정책 추진으로 강력한 팬덤인 ‘저신다 마니아’들을 거느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40명이 사망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 테러 당시 검은 히잡을 쓰고 달려가 유가족을 안아 주는 연민을 보였지만 즉시 총기법 개정안을 내는 단호함으로 국민들 뇌리에 각인됐다. 이런 리더십은 올봄 코로나 초기 국면에서 또 한 번 빛났다. 확진자가 102명밖에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국경을 조기 봉쇄하는 결단력으로 성공적인 방역 국가 평가를 받으며 높은 지지율을 이어 갔다. 연인 클라크 게이퍼드와의 사이에 2018년 6월 첫딸을 낳은 그는 파키스탄 베나지르 부토 총리에 이어 재임 중 출산한 두 번째 선출직 총리가 됐다. 남편이 육아를 전담하는 등 양성평등을 실천하고 있지만, 사생활은 요란하지 않다. 약혼은 출산보다 늦은 지난해 4월 했는데, 당시 총리실은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가 뒤늦게 공개됐다. 2018년 가을 유엔총회 참석 당시 남편과 동행했지만 ‘남편은 개인 자격’이라며 여행경비를 자신이 부담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전 세계가 아던 총리에게 푹 빠질 정도”라고 호평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40세의 총리가 전 세계 여성들에게 큰 힘을 안겨 줬다”고 축하했다. 향후 과제와 도전은 만만찮다. 11년 만에 닥친 경기침체와 더불어 코로나 극복계획도 뚜렷치 않아 그의 재임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라고 BBC는 전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월드피플+] 독학으로 핵융합 실험 성공한 美 12세 소년, 기네스북 등재

    [월드피플+] 독학으로 핵융합 실험 성공한 美 12세 소년, 기네스북 등재

    불과 12세 나이에 ‘소형 핵융합 실험’에 성공해 화제를 모은 소년이 정식으로 기네스 기록 인증까지 받았다. 최근 기네스 월드레코드 측은 미국 멤피스에 사는 잭슨 오스왈트가 스스로 제작한 소형 핵융합로를 가지고 핵융합 실험에 성공한 세계 최연소자로 인증됐다고 발표했다. 지금은 15세가 된 잭슨이 믿기힘든 과업을 달성한 것은 13세 생일을 맞이하기 불과 몇시간 전인 2018년 1월 19일이었다. 당시 잭슨은 이베이를 통해 관련 장비를 사들여 소형 핵융합로를 제작한 후 실험에 성공했다. 잭슨은 “처음 핵융합로를 만들게 된 계기는 이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자 한 것”이라면서 “집에 있는 놀이방을 개조해 실험실로 활용했다”고 밝혔다.다소 무시무시하게 느껴지는 핵융합(核融合, nuclear fusion)은 두 개의 원자핵이 모여 하나의 무거운 원자핵을 형성하는 현상으로, 핵융합로는 이 현상을 에너지로 전환시켜 전력 등으로 활용시키는 장치다. 흔히 ‘인공 태양’을 만드는 것에 비유하며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분야이기에 어린 소년의 성취는 무척이나 놀랍다. 잭슨의 이른 성공이 가능했던 것은 부모의 적극적인 뒷받침 덕이었다. 부모도 정확히 이해못하는 어린 아들의 실험을 위해 총 1만 달러의 비용을 제공했으며 관련 전문가들에게 부탁해 방사능과 전기 작동의 위험성을 아들에게 교육시켜 안전한 실험이 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다. 보도에 따르면 기존 핵융합 실험 최연소 기록은 미국의 테일러 윌슨이 지난 2008년 14살 때 세운 것으로 이번 잭슨의 기록으로 2년이나 앞당겨지게 됐다. 현재는 중학교에 재학 중인 잭슨은 "다음에는 어떤 프로젝트에 도전할 지 찾고있는 중이라서 과거만큼 실험을 자주 하지는 못한다"면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거의 집에 있기는 했지만 온라인에 학습자료가 무한히 많아 앞으로도 내 관심사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잭슨의 새 기록은 ‘기네스북 2021년도판’에 실릴 예정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가슴골 다 드러내”...노브라 30대 여성총리에 난리난 민심

    “가슴골 다 드러내”...노브라 30대 여성총리에 난리난 민심

    산나 마린(34) 핀란드 총리가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채 가슴골을 드러낸 패션 잡지 화보를 촬영한 가운데, 그를 향한 응원과 비판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15일(현지 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패션 잡지 트렌디(Trendi)는 재킷에 목걸이만 착용하고 두손을 모으고 있는 마린 총리의 화보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했다. 트렌디는 사진 설명을 통해 마린 총리가 10월의 표지 인물로 선정돼 화보를 촬영했다고 말하며 “그가 인플루언서(영향력이 큰 유명 인사)로 변화를 이끄는 선도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다고 밝혔다. 공개된 화보에는 마린 총리가 맨살 위로 화려한 목걸이만 걸친 채 속옷을 입지 않은 모습이 담겼다. 마린 총리의 화보는 가슴골을 강조하기 위해 연출하는 클리비지(가슴골) 룩이다. 사진을 본 많은 네티즌들은 마린 총리를 향해 “정치인으로서 신뢰를 떨어뜨린다”, “한 나라의 수장인 총리로서 점잖지 못하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지자들은 “가부장적인 사회문화를 타파하는 용기있는 여성의 행동”이라는 찬사를 보내며, 화보 속의 총리처럼 속옷을 입지 않고 가슴골이 드러나는 재킷 차림을 하고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일부 남성들도 마린 총리를 흉내 내 촬영한 사진을 SNS 올렸다. 이들은 노브라 차림의 사진과 함께 ‘나는 산나와 함께한다(#imwithsanna)’ 해시태그(#)를 달아 마린 총리를 응원했다. 트렌디는 화보 설명에서 “마린 총리도 여성의 외모가 늘 관심과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잘 안다”고 말하며 그가 화보로 인한 이번 논란을 이미 예견했음을 시사했다. 마린 총리도 잡지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면서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어 많은 부담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마린은 지난해 12월 총리가 됐을 당시 세계 최연소 수반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지난 8월에는 16년간 사귄 연인과 결혼식을 다시 관심을 끌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공감·배려·소통의 리더십… 재선 순항하는 뉴질랜드 40세 여성 총리

    공감·배려·소통의 리더십… 재선 순항하는 뉴질랜드 40세 여성 총리

    뉴질랜드 오클랜드시 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저신다 아던(40) 총리가 지난 7일 두 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면서 뉴질랜드는 이전의 일상으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대중교통과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됐다. 식당과 술집도 북적인다. 지난 10일 크라이스트처치시에서 열린 음악축제에는 5000여명이 참여했다. 지난 11일 수도 웰링턴에서는 3만 관중이 호주와의 럭비 국가대표 대항전을 응원했다. 2차 유행 조짐이 뚜렷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도 방역 수준이 1단계로 내려가면서 경제활동과 실내외 활동에 대한 규제가 풀렸지만, 아직 이 정도는 아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재선 전망이 어두웠던 아던 총리.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면서 17일 총선에서 그가 이끄는 집권 노동당이 승리할 것으로 보여 재선이 확실시된다.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세계는 여성 리더십에 주목했고, 그중 한 명이 아던 총리다. 뉴질랜드 정치분석가들과 학자, 언론은 국내외적으로 높은 지명도와 인기가 재선과 이후 국내 정치 성공으로 이어져 변화를 이끌어 낼지 눈여겨보고 있다. ●과반 의석 못 얻어도 20년 만의 진보연정 모색 뉴질랜드의 코로나19 현황판은 누적 환자 수 1505명, 사망자 25명이다. 9월 25일 이후 신규 환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의무 착용, 영업과 대규모 모임 제한 같은 규제는 풀렸지만 외국인의 입국은 여전히 제한돼 있다. 당초 9월 19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총선이 코로나19 때문에 4주 미뤄져 17일 실시된다. 뉴질랜드 총선은 아던 총리와 주디스 콜린스(61) 국민당 대표 간 싸움이다. 이달 초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인 국민당에 두 자릿수 차이로 앞서고 있어 아던의 노동당이 이변이 없는 한 여유 있게 승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총선은 ‘코로나 선거’라 불릴 정도로 아던 정부의 코로나19 대응과 향후 경제회복 대책에 대한 뉴질랜드 국민의 선택이다. 1996년부터 혼합 비례대표제로 치러지는 뉴질랜드 총선은 지역구 의원과 지지 정당에 대한 투표를 동시에 실시한다. 국회의원 임기는 3년이며 정원은 120명이다. 지금까지는 특정 정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해 단독으로 내각을 구성한 적이 없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노동당이 예상대로 압승을 거두면 군소 정당과 연정을 구성하지 않고 24년 만에 단독으로 내각을 꾸릴 수도 있다. 현재 연정에 참여한 보수 성향의 뉴질랜드우선당이 5% 득표에 실패해 의원을 1명도 내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한다. 따라서 노동당이 단독으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의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된다면 20년 만에 진보 정당만으로 연정이 구성되는 것이며, 경제와 기후변화 등에서 더 진보적인 정책이 추진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공약 이행 미흡… 불만 있어도 리더십엔 엄지척 37세에 총리직에 오른 아던 총리 하면 활짝 웃는 모습과 약자와 피해자를 안고 슬픔을 나누는 모습이 떠오른다. 또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한치의 주저도 없이 강력한 총기 규제 대책과 경제봉쇄 결정을 내리는 단호한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기죽지 않고 맞받아치던 모습도 생각난다. 아던 총리의 리더십은 공감과 배려, 소통의 리더십으로 평가된다. 위기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했다. 2017년 11월 뉴질랜드의 최연소 총리로 취임한 뒤 단임에 그칠 수 있었던 그의 정치 인생을 돌려놓은 것은 세 차례의 위기였다. 첫 번째 위기는 2019년 3월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에서 일어난 백인 우월주의자에 의한 총격사건이었다. 51명이 희생됐다. 아던 총리는 사건 발생 이튿날 머리에 검은색 스카프를 하고 현장을 찾아 유족들을 안고 위로했다. 사건 발생 한 달도 안 돼 강력한 총기 규제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현직에서 엄마가 되고 6주간의 출산 휴가를 다녀오고, 갓난 딸을 데리고 유엔총회에 참석해 화제가 됐던 30대 여성 총리라는 이미지를 뛰어넘어 위기의 리더십을 보여 주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두 번째 위기는 2019년 12월 20명이 사망한 화이트섬 화산 폭발이다. 아던 총리는 이때도 한달음에 폭발 현장으로 달려가 피해자들을 보듬어 안았다. 세 번째 위기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초기에 선제적으로 국경을 폐쇄하고 강력한 경제봉쇄 조치와 방역으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고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 현지 정치전문가들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뉴질랜드 국민은 아던 총리가 당초 약속했던 경제·사회 공약들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불만이 있지만, 연이은 위기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자신들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여기는 그의 리더십에 엄지를 치켜세운다. 아던 총리의 성공에는 이처럼 뛰어난 위기 대처 능력과 함께 야당의 리더십 부재도 한몫했다. 3년 전 노동당에 정권을 내주기 전까지 9년간 집권했던 보수 국민당은 제1야당이 된 뒤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지난 5월 이후 세 번째 당대표를 맞아 선거를 치르고 있다. ●“압승 때 중도파 영향 급진 정책 한계” 분석도 아던 총리의 향후 최대 과제는 역시 코로나19 위기 이후 경제회복이다. 팬데믹으로 더욱 골이 깊어진 소득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우려가 커지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도 내놓아야 한다. 뉴질랜드는 지난 2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12.2%였다. 호주보다 2배 가까이 큰 폭으로 경제가 위축됐다. 외국인 입국이 제한되면서 비중이 큰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회복 시기도 가늠하기 어렵다.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위기로 악화한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면서 국가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 CNN 보도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국채는 2019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9%에서 2020년 43%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에는 GDP 대비 5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당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고 경기 회복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인 국민당은 국가 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부채를 어떻게 줄여 나갈 것인지 대책을 제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어느 나라나 상황은 대동소이하다. 부진했던 주요 공약의 이행도 숙제다. 아던 총리는 3년 전 총선에서 무주택자를 위해 향후 10년간 양질의 주택 10만호를 지어 공급하고 어린이 빈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주택공급 목표는 지난해 9월 대폭 하향조정됐고, 올 7월 기준 공급한 주택물량은 600여호에 불과하다고 CNN은 보도했다. 어린이 빈곤 문제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혐오발언 규제 법안 및 양도소득세 인상도 연정에 참여했던 뉴질랜드우선당의 반대로 포기했다. 하지만 이번에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거나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노동당의 어젠다를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여건이 갖춰지기 때문이다. 주택 부족 문제와 어린이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상위 2%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과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는 아던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압승할 경우 오히려 급진적인 정책들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자신에게 표를 던진 중도 성향의 유권자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던 총리가 위기의 리더십에 이어 설득의 리더십으로 또 한 번 성공의 기록을 써내려 갈지 주목된다. 대기자 k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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