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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몸짓에…흥겨운 가락에…달콤한 연주에…

    사랑의 몸짓에…흥겨운 가락에…달콤한 연주에…

    앞으로 2주 동안은 눈만 돌리면 하트로 장식된 밸런타인데이 마케팅과 마주하게 될 터. 공연계에도 밸런타인데이에 맞춘 달콤한 공연이 즐비하다. 사랑뿐만 아니라 문화적 감성을 채우기에도 좋은 공연이 포진해 있다. [무용] 사랑 이야기 하면,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공연 양식으로 무대에 오른 ‘로미오와 줄리엣’은 발레 버전도 수두룩하다.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발레 음악 ‘로미오와 줄리엣’을 바탕으로 한 라브롭스키 버전(1938)을 시작으로 케네스 맥밀런(1965), 모리스 베자르(1966), 루돌프 누레예프(1984), 유리 그리고로비치(1978) 등의 재창작이 이어졌다. 이번 밸런타인데이에는 국립발레단의 현대 발레로 관객 앞에 선다. 국립발레단의 레퍼토리인 장크리스토프 마요 안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고전의 이야기 틀을 그대로 따르면서 무대와 조명, 의상으로 변화를 준 버전이다. 자신의 안무 스타일을 ‘포스트 클래식’이라고 설명하는 마요는 불필요한 장식을 과감히 없애고 선택과 집중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화려한 성이나 칼, 독약 등의 배경과 소품을 쳐내고 이동판과 조명으로 장소와 의미를 전달하는 식이다. 의상도 치렁치렁한 중세식 드레스가 아니라 간결하다. 무엇보다도 인물의 변화가 눈에 띈다. 줄리엣의 아버지 캐풀렛 경은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줄리엣의 어머니 마담 캐풀렛이 부성과 모성을 동시에 갖춘 매력적인 인물로, 로렌스 신부는 모든 사건을 주도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현재 캐스팅은 첫날과 마지막날만 정해진 상태. 이날 김지영과 이동훈이 각각 줄리엣과 로미오를 연기한다. 스페인국립발레단에서 활약하는 김세연이 마담 캐풀렛 역할을, 이영철은 로렌스 신부를 맡았다. 다른 캐스팅은 마요가 직접 방한해 오디션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오는 14~1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5000원~8만원. (02)587-6181. [국악] 우리 그림과 음악, 춤을 접목시켜 호평을 받은 ‘화·통(?·通) 콘서트?봄날의 상사는 말려도 핀다’가 밸런타인데이에 맞춰 ‘사랑’을 주제로 두 번째 시즌으로 공연한다. 이번 공연은 세 가지 테마로 꾸며진다. 공연의 문을 여는 테마는 ‘새해맞이’. 유성업의 ‘해맞이’와 민화 ‘까치호랑이’에 창작곡 ‘뷰티풀 데이’를 덧댄다. 두 번째 테마는 ‘그리움 그리고 유혹’으로, 남녀의 사랑과 여인의 아름다움을 담은 그림을 소개한다. 신윤복의 ‘춘색만원’과 ‘연당의 여인’, 심사정의 ‘봉접귀비’ 등을 소개하고 생황 독주곡과 초연 창작곡을 연주한다. 세 번째 ‘봄날의 상사는 말려도 핀다’에서는 신윤복의 그림을 집중적으로 감상한다. 해금과 피아노가 어우러진 연주를 들으면서 ‘소년전홍’ ‘연소답청’ ‘월하정인’ ‘사시장춘’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다. 미술평론가 손철주가 재치 있는 해설로 그림을 설명하고, 에스닉팝그룹 ‘프로젝트 락’과 무용수 이민주 등이 음악과 춤을 풀어낸다. 오는 13~14일 서울 중구 필동 서울남산국악당. 3만 5000원. 1544-1555. [재즈] 폭넓은 활동을 하는 피아니스트 박종훈과 재즈보컬리스트 웅산이 오는 14일 경기 안양시 갈산동 평촌아트홀에서 ‘박종훈 & 웅산의 발렌타인데이 콘서트 러브 송(Love Song)’을 올린다. 박종훈의 재치있는 입담과 웅산의 섬세하면서 짙은 음색, 국내 최고 실력을 가진 재즈 세션들의 연주가 어우러져 풍성한 공연을 만들어낸다. 이날 공연에서는 사랑을 주제로 한 클래식, 재즈, 뉴에이지 음악을 들을 수 있다. 2만~5만원. (031)687-0500. 재즈밴드 ‘프렐류드’는 15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프렐류드 로맨틱 밸런타인 콘서트’를 한다. ‘로맨틱 밸런타인’을 주제로 한 이번 공연에서는 영화 ‘너는 펫’에 삽입된 ‘피커딜리 서커스’와 ‘펑키 셰이크’ ‘플라이 어웨이’ 등의 히트곡 및 사랑을 주제로 한 재즈 넘버를 들려준다. 5만 5000원. (02)3273-0775.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대규모 정전사태 등 ‘X사건’이 발생한다면…

    수학자 출신으로 복잡성 과학을 적용한 미래예측연구에 주력하는 존 캐스티(70) 박사는 2010년 자신의 저서 ‘대중의 직관’에서 “대중이 만들어내는 전체의 분위기(소셜무드)가 미래를 예측한다”는 주장을 폈다. 대중에게는 합리성과 효율성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내포돼 있고, 이것을 분석해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것이다. 캐스티 박사는 이런 사회적 트렌드와 더불어 갑작스러운 극적인 사건(Extreme Event), 재조직화가 순환하는 것이 역사의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이 흐름의 두 번째 단계인 ‘극적인 사건’을 설명한 책이 ‘X이벤트’(이현주 옮김, 반비 펴냄)다. X이벤트(X사건)은 “매우 드물고, 놀라우면서, 사회적 파급 효과가 아주 큰” 사건이다. 저자는 X사건의 원인을 미국 건축가 브라이언 버그가 만든 ‘카드로 지은 집’에 빗대 설명한다. 카드와 카드가 서로 기대어 있듯, 현대사회는 하나의 시스템이 다른 시스템 위에 의존하고 쌓이면서 만들어진 거대한 구조물이다. 인터넷이 전력망에, 전력망은 석유·석탄·핵발전에, 또 발전소는 또 다른 에너지에 의존하는 식으로 복잡하게 얽힌 사회에서는 고리가 하나만 끊어져도 체제는 연쇄적으로 무너진다. 저자가 X사건 후보 중 하나로 꼽은 ‘정전’이 대표적이다. 정전뿐만 아니라 인터넷 오류로 인한 디지털 암흑, 식량 부족에 따른 세계적 재난, 유럽연합 몰락이 부르는 세계화 붕괴 등 11가지를 X사건 후보로 꼽았다. 이들 사건의 과정과 발생을 모의실험하면서 우리 생활 방식에 미칠 영향을 예측한다. 저자는 “책의 진짜 테마는 ‘전에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어떻게 위험을 규정하고 측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데 있다”고 밝힌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2007년에 쓴 ‘블랙 스완’과 비슷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이다. X사건은 복잡성의 과부하·부조화가 원인이 되므로 시스템의 복잡성을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제안한다. 해결책은 다소 막연하지만, 세계에서 일어나는 파괴력 있는 사건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우는 데는 유용하다. 박병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장이 책의 해제에서 X사건을 보충 설명하고, 한국에서 일어날 만한 X사건을 소개했다. 전면적 인터넷 단절, 동북아원전사고 등이다. 1만 7000원.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무대·좌석 키운 CJ토월극장 19일 ‘살짜기 옵서예’로 재개관

    무대·좌석 키운 CJ토월극장 19일 ‘살짜기 옵서예’로 재개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이 1년 6개월에 걸친 공사를 마무리하고 CJ토월극장으로 이름을 바꿔 재개관했다. 객석을 2개 층 671석에서 3개 층 1004석(1층 557석·2층 254석·3층 193석)으로 늘리고, 무대와 객석의 최장 거리는 공사 이전 수준인 19(1층 끝)~23(3층 끝)m로 유지했다. 무대는 주무대가 265㎡, 좌·우·뒤편으로 최대 908㎡까지 확장해 사용할 수 있다. 전당 측은 “무대는 중대형 극장 규모, 무대와 객석 끝까지 거리는 중극장 수준이라 맨뒤에 앉은 관객도 배우의 표정을 생생히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뒤 좌석 사이 공간을 85㎝에서 95㎝로 넓히고, 의자를 오페라극장 의자와 같은 제품으로 바꾼 것은 관객들에게 더욱 반가운 일이다. 의자 교체는 1993년 토월극장 개관 이후 처음이다. 시야제한석(사석)은 이전 12% 수준에서 5% 정도로 줄었다. 공연 제작팀이 환영할 만한 변화는 무대 시설이다. 잔향(연주 등이 끝나도 남아 있는 소리) 시간은 연극·뮤지컬 공연에 적합한 1.27~1.47초 정도로 조정했다. 14개 흡음배너를 설치해 잔향 조절이 가능하도록 했다. 무대 장치를 달거나 이동효과를 주는 플라이바 55개를 자동제어 방식으로 교체하고, 무대 바닥 높낮이를 위로 2.5m, 아래로 3.5m까지 조절할 수 있다. 분장실을 5개 추가로 만들고, 연극 연습실도 새 단장했다. 총공사비는 270억원(전당 20억원, 정부예산 100억원, CJ그룹 투자금 150억원)이다. CJ토월극장은 오는 19일 재개관 기념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로 관객들에게 공개된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삼청각 런치콘서트 ‘자미’ 새 단장

    삼청각 런치콘서트 ‘자미’ 새 단장

    세종문화회관이 운영하는 삼청각은 상설 런치콘서트 ‘자미’(滋味)를 새로 단장했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삼청각 일화당에서 열리는 ‘자미’는 고즈넉한 북악산 자락에서 현대적 색깔로 갈아입은 국악과 건강식, 전통차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올해 ‘자미’는 요일과 테마를 나누어 다섯 가지 공연을 선보인다. 월요일 테마는 ‘기억하고 싶은 날’로, 크로스오버 해금 연주자 강은일이 바흐 ‘G선상의 아리아’, 피아졸라 ‘리베르탱고’ 등을 해금곡으로 편곡해 동서고금의 만남을 시도한다. ‘함께 하고픈 날’로 정한 화요일에는 퓨전 창작 국악팀인 ‘앙상블 뒷돌’이 한국의 신명을 끌어올리고 관객들과 호흡하는 무대를 꾸민다. 수요일은 ‘아주 멋진 날’이다. 전통 가무악을 선보이는 풍류방 그룹 ‘앙상블 류’가 모듬북, 가위치기, 평양검무, 대금독주 등 다양한 장르로 ‘한국의 미’를 선사한다. 목요일에는 여성 민요그룹 ‘아리수’가 무대에 올라 ‘사랑가’, ‘판소리 눈대목’, ‘한오백년’, ‘아리랑 연곡’ 등 우리 소리의 백미를 선사한다. ‘환상적인 날’인 금요일에는 우리 음악을 대중가요처럼 편곡해 선보이는 ‘프로젝트락()’이 즐겁고 익숙하게 현대화한 국악의 묘미를 전한다.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5개 공연팀이 선보이는 이번 프로그램은 6월 28일까지 이어진다. 5만~7만원. (02)765-3700.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일제 강점기, 국경 뛰어넘은 그들의 우정처럼…”

    “일제 강점기, 국경 뛰어넘은 그들의 우정처럼…”

    “일본 활동이 많아서 한국어를 공부할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아~, 정말 너무 바빠요. ‘무릎팍 도사’요? 어제는 5시간 녹화했어요. 일본에서는 방송 녹화를 1~2시간밖에 안 하거든요. 피곤했지만 재미있었어요.” 28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만난 구사나기 쓰요시(39)는 일본식 억양이 섞인, 꽤나 유창한 한국말로 인터뷰에 응했다. 일본 최고의 그룹 스마프(SMAP) 멤버이자 배우로,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 초난강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스타다. 전날 MBC ‘무릎팍도사’ 녹화가 새벽 3시까지 이어졌는 데도 전혀 피곤한 기색이 없다. “강호동씨는 웃는 얼굴이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프로그램에서 고민을 말해야 한다기에 그냥 농담으로 ‘여자친구가 없는 것’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정말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거예요. 다른 얘기를 할 걸 후회했죠. 조금 외롭기는 하지만 너무 바빠서 사귈 시간이 없어요.” 녹화에 대한 수다가 끊이질 않는다. 고작 서너 시간 눈을 붙이고 서울신문과의 인터뷰를 위해 오전 7시에 일어나 메이크업을 하고 의상을 골랐다니, 역시 22년째 일본 연예계에서 정상을 유지하는 스타답다. 그가 한국을 찾은 것은 30일부터 새달 3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나에게 불의 전차를’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활약하는 재일교포 연극인 정의신(56)의 신작으로, 100년 전 일제강점기 당시 경성에서 한국 예술·문화를 위해 국경과 신분을 넘어 우정을 나눈 남자들을 그렸다. 구사나기는 일본어 교사 나오키로, 차승원은 그와 우정을 나누는 남사당패 꼭두쇠 순우로 각각 나온다. 히로스에 료코, 카가와 테루유키, 김응수 등 한·일 대표 배우들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한국말과 일본말이 어우러진 연극은 일본에서 지난해 11월과 12월 도쿄 아카사카 ACT시어터와 오사카 우메다 예술극장에 올랐다. 첫 회 매진을 시작으로 38회 공연을 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작품을 고를 때 함께 작업하고 싶은 사람인지 많이 따지는 편인데, 정의신 감독이 바로 그런 사람”이라면서 “그의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이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제안이 들어왔을 때 덥석 잡았다”고 말했다. 그의 눈에 비친 정 감독은 “정열적이고 재미있으면서도 엄하고 깊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OK사인을 쉽게 주지 않는단다. “쉬려고 하면 그때 꼭 다시 하라고 해서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아침밥을 먹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다”며 호탕하게 웃는다. 배우 차승원에 대해 묻자 대뜸 “사랑해요”란다. “연기도 정말 잘하고, 감성이 풍부한 배우라서 인간적으로 존경한다는 의미입니다. 내가 한국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진심을 알아주고 있죠. 그래서인지 나오키와 순우의 우정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나오는 거예요. 연습을 이어갈 수가 없을 정도였죠.” 작품 속에는 일제강점기 문화말살과 양민학살, 일본군 탈영 등 제법 묵직한 얘기가 등장한다. “내용도, 포스터도 진지해 보이지만 무겁진 않다”는 그는 “연극을 보면서 끊임없이 웃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대표적 친한파 스타로 꼽히는 그는 지금도 일본 신문에 한국 관련 칼럼을 쓴다. 한국말 교재를 내고 소설을 번역하기도 했다. “다시 한국에서 활동할 계획이 없느냐”고 묻자 “오늘부터”라고 즉답했다. “한국에 존경하는 배우들이 많아 정말 활동하고 싶다”는 그는 “이병헌, 최민식, 송강호, 한석규를 모두 좋아한다. 특히 송강호가 나온 영화는 전부 좋다. 송강호와 함께 연기하는 게 ‘목표’”라면서 한국 배우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분야 넘나들며 들추어낸 ‘크고 작은 사기’…‘금융 사기꾼’ 매도프 ‘훈련된 카리스마’ 히틀러·오바마 등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또는 TV를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수도 없이 떠오른다. “왜 저렇게 나쁜X이 잘사는 거지?” 이들은 대단한 업무 능력이 있는 듯 포장할 줄 알고, 별것 아닌 싸구려 브랜드도 명품으로 둔갑시켜 목돈을 챙길 줄 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쁜 인간인데도 상사에게는 말 잘 듣고 일 잘하는 부하직원이요, 이성 앞에서는 순하디순한 한 마리 어린양이다. 저술가 스텐 T 키틀과 역사학자 크리스티안 제렌트는 사회적 파급력과 공사(公私)의 차이가 있을 뿐, 큰 틀에서는 이것을 ‘사기’로 규정한다. 저자들은 ‘이웃집 사기꾼’(류동수 옮김, 애플북스 펴냄)에서 이런 ‘사기’가 어떻게 현대사회에서는 미덕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그 모순의 근원과 현실을 까발린다. ‘모든 게 뻥!’(Alles Bluff!)이라는 원제처럼, 저자들의 눈에 비친 현대사회는 “거의 누구도 뻥(허풍이나 사기)의 흡인력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사기 전염병’이 만연하고 사기 재주를 타고났다 싶은 사람 천지”다. 신문의 구인광고만 봐도 그렇다. 외국어에 능통하고, 젊지만 노련하면서 협동정신과 지도력을 갖춘 사람을 찾는데, 그게 몇이나 될까. 그런데 그런 ‘능력자’들이 반드시 나타난다. ‘뻥’을 조금 얹어 자신을 연출한 이들이다. 극단적인 예는 미국 뉴욕주와 뉴저지주 항만 당국의 ‘실험’이다. 좋은 급여 조건을 걸고 ‘손탁 커넥터’ 기술자를 구한다는 광고를 일간지들에 내자 지원서가 170건이 접수됐다. 55명은 손탁 커넥터 전문 기술자로 인증받은 서류를 첨부했다. 그런데 실은, 손탁 커넥터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기기였다. 선택받기 위해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또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기만적인 자기 연출과 이기(利己)의 곡예”를 만들어낸다. 저자들은 “신분을 사칭하는 사기꾼은 과거에는 공생의 규칙을 무시한 채 마치 예술가인 양 자신이라는 작품을 연출한 아웃사이더였지만, 이제 이들은 좀 더 현실적인 ‘사기 경영 시스템’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150년 징역형을 받은 희대의 금융 사기꾼 버나드 매도프, 훈련된 카리스마를 품은 버락 오바마와 아돌프 히틀러, 독일의 여성갑부를 꼬드긴 애정 전문 사기꾼 헬크 스가르비 등 분야를 넘나들며 들추는 크고 작은 ‘사기’ 행각이 꽤 흥미롭다. 행동 지침서나 현실 고발인가 싶은데, 읽을수록 현실을 직시하고 나를 돌아보게끔 한다. 1만 5800원.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이 발레스타들 모두 부산에 뜬다, 정말!

    이 발레스타들 모두 부산에 뜬다, 정말!

    “모든 공연의 중심은 서울이다. 특히 발레는 더욱 그러해서 지방 공연이 별로 없고, 관심도 떨어지고 있다. 대학에서는 무용과가 사라지는 실정이다. 고향에 대한 애정과 발레의 멋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부산에 간다.” “왜 부산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의 대답이다. 김 교수는 26~27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김용걸과 친구들’을 올린다. ‘부산직할시 승격 50주년 기념’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지만, 출연진 면면에 시선이 확 꽂힌다. 국내 양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무용수들, 일본 도쿄시티발레단 주역들이다. 국내외 공연 일정이 빼곡한 세 발레단의 스케줄을 감안하면 이번 공연의 의미는 더 커진다. 발레 무용수들에게는 맏형, 큰오빠로 통하는 김 교수의 의도에 동참하는 후배들이 있고, 각 발레단의 단장들이 흔쾌히 허락했기에 가능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무용수이자 발레스타 부부인 황혜민과 엄재용은 드라마발레 ‘오네긴’과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를 선사한다. 황혜민·엄재용 커플의 감성 충만한 연기와 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다. 국립발레단이 자랑하는 참신한 수석무용수 김리회와 정영재는 ‘탈리스만’과 ‘스파르타쿠스’ 2인무를 춘다. ‘탈리스만’이 요정과 바람신의 경쾌함으로 차있다면, ‘스파르타쿠스’는 비장하고 애절한 사랑이 흐른다. 한상이·이원철은 ‘이방인’, 카모토 아사미·김보연의 ‘그레이트 겔로핑’, 사고 모에카·조민영은 ‘해적’을 선보인다. 김 교수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은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발레 ‘파키타’를 보여준다. 화려한 프랑스 궁중발레의 절정으로 꼽히는 ‘파키타’ 중에서도 아름다운 결혼식 장면이다. 두 무용수는 ‘워크2’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 공연에는 솔리스트 12명과 군무 24명까지, 무용수 36명이 무대에 올라 2시간 동안 한국의 발레 기량을 선사한다. 3만~10만원. 0505-700-9798.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2만원의 행복극장

    2만원의 행복극장

    오는 3월 3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과 별오름극장에서 ‘따뜻한 공연’이 줄줄이 열린다. 국립극장과 문화예술협동조합 행복충전소가 마련한 ‘2013 행복한 겨울극장’은 관람료 2만원으로 공연을 즐기고, 수익금 일부를 새터민 청소년과 예술인복지재단에 기부하면서 좋은 일도 하는 기회다. 행복한 겨울극장은 힐링콘서트, 국내외 아동극, 클래식 공연, 뮤지컬 갈라 등 7개 공연으로 꾸몄다. 창작뮤지컬 ‘거리 위에 빨간모자’(2월 17일까지)로 겨울극장의 문을 연다. 1930년 미국 뉴욕의 어느 광장에서 늙고 병든 할아버지와 눈이 맑고 예쁜 소녀가 벌이는 인형극이다. 할아버지가 늑대와 사냥꾼으로, 소녀가 빨간모자와 할머니로 변신하면서 코믹하고 경쾌하게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극단 야의 대표작으로, 김수진이 연출한 이 작품은 지난해 8월 김천가족연극제에서 대상과 최우수 남자연기상을 받았다. 2월 1일과 2일에는 ‘월드뮤직-세계를 가다’에서 테너 류정필과 4인조 라틴음악 연주팀 코아모러스가 한국인이 선호하는 세계음악을 선사한다. 피아졸라의 ‘리베로탱고’, 영화 ‘연인의 향기’ 테마곡 ‘포르 우나 카베자’, 엔니오 모리코네의 ‘아마폴라’ 등 다양한 음악을 세계일주하듯 들려준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영화음악을 모은 ‘멀티앙상블 뮤(Mu)-씨네뮤직’(2월 6, 7일)도 준비했다. 기타리스트 배장흠, 바이올린 김여진·안소영, 비올라 우주현 등이 참가한 뮤가 영화 ‘미션’을 비롯해 ‘디어헌터’, ‘인생은 아름다워’, ‘맘마미아’ 등에 수록된 음악을 개성 있게 연주한다. 단 하루만 열리는 주옥 같은 공연도 있다. ‘힐링 콘서트’(2월 17일)는 시인 정호승과 뮤지컬 배우 박해미가 ‘가족’을 주제로 이야기와 음악을 나누는 자리다. 비올라 연주자 에드가 노가 이끄는 크로스오버 음악그룹 클래지 프로젝트가 클래식하게 편곡한 재즈를 연주한다. 뮤지컬팀 더 뮤즈가 선보이는 ‘뮤지컬 갈라’(16일)에서는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오프닝 곡부터 ‘원 나잇 온리’(드림걸즈), ‘지금 이 순간’(지킬 앤 하이드), ‘댄싱 퀸’(맘마미아) 등을 노래와 춤으로 보여준다. 아이들을 위한 공연도 마련했다. 이스라엘 오나포랏극단의 ‘뭔가 멋진 일이 일어날 거야’(2월 14, 15일)는 동생이 생기는 아이의 속마음을 그린 연극이다. 동생을 낳기 위해 병원에 가고 없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이가 방 안에 있는 옷과 장난감 등을 만나면서 두려움을 이겨내고 변화를 맞이한다는 내용이다. 영어 노래와 따뜻한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뮤지컬 ‘구름빵’은 2월 23일부터 3월 3일까지 공연한다.(02)2280-4114.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아저씨들, 원없이 놀아봅시다… 나처럼

    아저씨들, 원없이 놀아봅시다… 나처럼

    20여년간 무대 위에서 무용수로서, 예술가로서 원 없이 놀았다. 무대에서 춤추는 게 그렇게 즐거웠다. 사람들은 “독특하다”, “멋지다”고들 하는데 “즐거웠다”는 말은 별로 없다. 춤이 뭐지? 우리가 기분 좋고 즐거우려고 하는 게 아니었던가. 그래서 무용수는 아래로 내려갔다. 대신 객석에 있을 법한 사람들, 또는 공연장 근처에 오지 않을 법한 사람들에게 무대를 내주었다. 내가 춤출 때 이렇게 행복했는데, 사람들도 직접 춤을 춰봐야 그 행복감을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현대무용가 안은미(50)가 ‘땐쓰 연작’을 만든 까닭이다.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에 있는 연습실에서 만난 안은미는 으레 그렇듯 ‘튀었다’. 삭발한 머리에는 귀여운 연두색 털모자를 쓰고, 얼굴만한 귀마개를 얹었다. 자잘한 꽃무늬가 있는 자주색 일바지(일명 몸뻬)와 빨간 셔츠, 초록색 목도리의 조화는, ‘이게 안은미식’이라고 뿜어낸다. 바로 안은미가 추구하는 가치, ‘독특하고 유일한 것’이기도 하다. “한국의 전통부터 오늘을 사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하나씩은 품고 있는 그 독특함을 드러냄으로써 작품이 되고, 기록함으로 역사를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8년 전에 했던 ‘바리’나 ‘신(新)춘향’을 보고 해외에서 여전히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요? 한국의 독창적인 감각, 오리지널리티가 그대로 묻어있기 때문이죠. 우리의 옛것이 가진 정신과 메시지를 재해석하고 젊은 감각을 덧대면서 현재와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것, 이게 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속(바리), 판소리(신춘향) 같은 전통예술에서 독특함을 끄집어낸 그는 3년 전부터는 사람들에게로 눈을 돌렸다. 생각과 움직임, 표현이 시대별로 다르고, 세대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할머니들을 조명하고, 학생들을 비추었다. 마치 인류학자처럼, 몇 개월이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그들을 기록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같은 지독한 세월을 견뎌온 할머니들의 몸짓으로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2011)를 올리고, 음악 수업과 체육시간을 잃어버린 학생들의 춤으로 ‘사심 없는 땐쓰’(2012)를 만들었다. 이제는 ‘아저씨’다. 40~60대 남성들을 주인공으로 한바탕 춤판을 준비하고 있다. 이름하야 ‘아저씨들을 위한 무책임한 땐쓰’다. 지금까지 아버지, 남편, 노동자로서 쓰고 있던 책임감이라는 굴레를 잠시나마 벗고 자유를 느껴보자는 의미다. 그는 중년남성들을 “젊었을 때는 치열하게 산업역군으로 살았고 지금은 혼란에 빠진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인생이 60~70살이면 끝날 줄 알고 바짝 열심히 벌어서 노후를 즐기겠다고 생각했는데, 의학이 발달해서 지금 산 만큼을 더 살아야할 처지에 놓인 거예요. 지난 대선에서 50~60대가 자식의 미래를 걱정해서 투표했다고들 했죠? 그보다는 자신들이 살아갈 날이 걱정돼서 나온 겁니다” 자신과 같은 시대를 거친 이들이라 분석이 거침없고 공감대도 크다. 지난여름부터 전국을 떠돌며 만난 40∼60대 아저씨들의 ‘무책임한 춤’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아저씨 무용수’ 20여명과 안은미 댄스시어터의 전문 무용수들이 어우러져 아저씨의 감성을 재구성할 계획이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아저씨 무용수들은 소방관, 택시기사, 샐러리맨 등 하는 일이 다양하다. 학생들의 ‘사심 없는 땐쓰’는 아이돌 음악을 편곡해 썼고, ‘무책임한 땐쓰’의 음악은 아저씨들이 직접 부른 노래들로 꾸몄다. “많이들 말하는 힐링이 목적인가”라고 묻자 그는 “어떻게 우리가 치유할 수 있겠는가. 고단한 삶과 노고를 공유할 뿐”이라고 했다. 감정의 공유는 앞선 공연에서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 할머니들의 한풀이 같은 공연에서 객석이 눈물바다가 되고 학생들의 자유로운 춤을 보며 부모와 자식, 친구들이 뒤섞이면서 공연장은 파티장이 됐다. 안은미가 “내 아버지와 남편, 친구, 그리고 나 자신을 볼 수 있을 기회”라고 소개하는 이번 공연에서, 무대 구성과 춤만큼 객석 반응이 기대되는 이유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공연정보 3월 1~3일, 서울 종로구 종로5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2만∼3만원. (02)708-5001.
  • 국악기, 내 손으로 만들어요

    국악기, 내 손으로 만들어요

    국립국악원은 겨울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을 위한 방학 특강 ‘국악기 제작 체험’을 새달 21~2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진행한다. ‘국악기 제작 체험’은 책으로만 국악기를 배운 아이들에게 소리를 만들면서 우리 음악의 원리를 익히고,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우리 음악의 음은 ‘12율’ 체계로, 한 옥타브를 12개로 나누는 서양 음계와 같다. 서양 음악은 일정하게 12등분을 한 반면 우리 음악은 정교한 수학·과학적 원리로 정한 ‘삼분손익법’을 따른다. 기준 음을 내는 대나무관(율관)을 만들고, 이것의 길이를 삼등분해 차례로 빼기와 더하기를 반복해 음정을 만드는 방식이다. 아이들은 이런 방식에 따라 대나무관에 지공을 뚫으면서 국악기에 담긴 수학과 과학의 원리를 이해한다. 또 지공과 취구를 다듬은 뒤 명주실로 여미는 작업을 거쳐,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단소를 만들어 보기도 한다. 참가 대상은 초등학교 3~6학년생. 국립국악원 국악교육 전문사이트인 e-국악아카데미(www.egugak.go.kr)에서 오는 28일부터 2월 1일까지 닷새 동안 온라인으로 신청을 받는다. 온라인 추첨으로 80명(강의당 20명)을 선발한다. 참가자 발표는 2월 4일 국립국악원 홈페이지(www.gugak.go.kr)와 e-국악아카데미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참가비는 1인당 5000원. (02)580-3356.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서울연극협회 박장렬 회장 연임·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에 설도윤씨

    서울연극협회 박장렬 회장 연임·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에 설도윤씨

    서울연극협회와 한국뮤지컬협회가 21일 나란히 정기총회를 열고 새 수장을 선출했다. 서울연극협회는 제4대 회장으로 박장렬(왼쪽·48) 현 회장을 선출했다. 연극연출가이자 연극동인 ‘혜화동 1번지’ 3기 출신인 박 회장은 연극집단 반 대표, 100연극공동체 위원장,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한국뮤지컬협회의 신임 이사장엔 설도윤(오른쪽·54) 설앤컴퍼니 대표가 뽑혔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문화 공연이 어렵다? 해설 곁들이니 쉽다!

    문화 공연이 어렵다? 해설 곁들이니 쉽다!

    음악이나 무용이 어렵게 느껴질 때 ‘해설이 있는’ 공연을 선택해 보면 어떨까. 국립단체나 각 지역 공연장에서는 ‘해설이 있는 공연’을 다양하게 준비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국립발레단은 4월까지 매월 세 번째 화요일에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해설이 있는 발레’(왼쪽)를 연다. 1997년 국립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국립발레단의 ‘해설 발레’는 그동안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 올려졌다가 다시 국립극장으로 돌아왔다. 1월 ‘낭만발레’를 시작으로 ‘클래식 발레’(2, 3월), 발레 스타들이 꾸미는 ‘올스타 갈라’(4월), 현대발레를 보여주는 ‘20세기 발레’(5월), 한국 발레의 오늘을 느낄 수 있는 ‘창작발레’(6월)를 주제로 잡았다. 4월까지는 달오름극장에서, 5월과 6월은 KB청소년하늘극장에서 공연한다. 2만원. (02)587-6181.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는 ‘겨울방학 청소년을 위한 해설음악회’가 준비돼 있다. 20일에는 이니스 앙상블이 ‘마음을 울리는 앙상블 이야기’라는 주제로 모차르트 피아노4중주 1번, 베토벤 현악4중주 11번, 슈베르트 현악4중주 14번을 연주했다. 오는 27일에는 코리아솔로이츠 오케스트라가 박인욱의 지휘로 모차르트, 쇼팽, 차이콥스키 등의 피아노협주곡으로 구성한 ‘다양한 선율의 콘체르토 여행’을 떠난다. 1만~2만원. (02)586-0945. 용인문화재단은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30분에 경기 용인시 풍덕천동 여성회관 작은어울마당에서 ‘화요음악살롱’을 진행한다. 음악 이야기를 하고 연주 영상을 감상하는 화요음악살롱에서는 류태형(클래식), 황덕호(재즈), 임진모(대중음악), 박제성(오페라) 등 각 장르에서 활약하는 칼럼니스트가 흥미진진하고 명쾌한 해설을 덧댄다. 자세한 프로그램은 재단 홈페이지(www.yicf.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5000원. (031)260-3355. 2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는 ‘해설이 어우러진 청소년 음악회’가 열린다. 파곳(바순처럼 생긴 독일식 악기)을 위한 협주곡을 다양하게 만든 비발디의 음악을 조명하는 ‘파곳을 사랑한 비발디’(오른쪽) 네 번째 시간이다. 비발디가 쓴 400여개 협주곡 중 파곳 협주곡이 37곡에 이른다. 이 시간에는 이 중 5개 협주곡을 들려주고 파곳과 다양한 현악기, 악기 편성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1만~2만원. (02)581-5404.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환갑 정명훈 생일 축하합니다”

    “환갑 정명훈 생일 축하합니다”

    지난 18일 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깜짝’ 생일 파티가 화제다. 이날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은 2000여명의 관객과 함께 22일 60번째 생일을 맞는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을 축하했다. 서울시향 단원들과 사무국 직원들이 몰래 준비한 생일 이벤트는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와 교향곡 5번 ‘영웅’ 연주가 끝난 뒤 시작됐다. 수차례 커튼콜에 정 감독이 다시 무대에 나와 관객에게 인사하는 도중에 단원들이 예정에 없던 앙코르 연주를 시작했다. 단원들의 연주에 맞춰 2000명이 넘는 관객이 함께 부르는 생일 축하 노래도 콘서트홀에 울려 퍼졌다.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 성시연 부지휘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은 축하 메시지가 담긴 동영상을 보내 생일을 축하했다. 서울시향의 트롬본 부수석인 제이슨 크리미는 무대에서 능숙한 한국어로 “마에스트로 정명훈 선생님의 귀 빠지신 날을 축하드린다”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셔서 파김치가 되셨는데도 서울시향을 위해 힘써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협연자로 무대에 섰던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전달한 케이크를 건네 받은 정 감독은 “앞으로도 서울시향을 많이 사랑해 달라”고 말했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축제같은 시위 넌 어디서 왔니

    2009년 5월 1일, 일본 고엔지 스기나미 중앙공원을 출발한 대규모 시민들은 두 시간 가까이 걸어 아사가야역에 도착했다. ‘사운드카’로 불린 트럭이 줄을 잇고, DJ가 잇달아 댄스 뮤직을 틀어댔다. 겉모습은 축제인데, ‘거리 해방’,‘가난뱅이는 싸운다’, ‘경찰은 불심검문을 중단하라’고 적힌 현수막과 플래카드를 보면 집회 같다. 놀이일까, 시위일까. 현대문화와 미디어, 사회운동을 중심으로 비평 활동을 하는 모리 요시타카는 이것을 ‘스트리트 사상’이라고 부른다. 그가 2009년에 낸 ‘스트리트의 사상: 거리를 되찾아라!’(심정명 옮김, 그린비 펴냄)가 번역돼 나왔다. 저자가 말하는 스트리트 사상은 익명의 많은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면서 드러나는 사상이다. ‘스트리트’는 거리로만 한정하지 않는다. 공원, 카페, 클럽 등이 될 수도 있고, 정보가 유통되고 의견을 공유하는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 공간일 수도 있다. 저자는 이런 스트리트 사상이 일본에 어떻게 뿌리내리고 발전하는지를, 스트리트 사상이 기저에 깔린 1980년대부터 지식의 지각변동이 일어난 1990년대를 거쳐 스트리트 사상이 결실을 맺는 2000년대까지, 지성계와 대중문화계 흐름을 따라 정리했다. 1968년 대학이나 사회의 기성 가치관에 격렬하게 도전한 학생운동 이후 40년 가까이 ‘데모를 할 수 없는 사회’로 불리던 일본에 어떻게 이런 시위문화가 출현했을까. 저자는 1990년대에 발현한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를 배경으로 본다. 자본 권력의 변질과 팽창으로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렸고, 대안적 정치영역이던 대학은 기업 인력 양성소가 됐다. 이 대안으로 나온 것이 바로 스트리트 사상이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우리(일본)는 한국의 정치운동에서 많은 것을 배워왔다. …이 책 곳곳에서 그 영향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독특한 맥락”으로 스트리트 사상을 분석했지만, 좌파, 신자유주의, 세계화 등 상당 부분에서 한국 현실에 접목해볼 수 있다. 1만 6000원.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영화 닮아서 식상하다? 스크린 속 ‘광해’는 잊어 주세요”

    “영화 닮아서 식상하다? 스크린 속 ‘광해’는 잊어 주세요”

    “윤대는 세 마디만 하면 된다. ‘들라 하라’, ‘다음’, ‘경의 뜻대로 하시오.’ 해 보아라.” 굵은 목소리로 허균(박호산·김대종)이 말한다. “경…경의 뜻….” 안절부절못하는 하선(배수빈·김도현)이 연방 더듬대자 호통이 따른다. “낮고 근엄하게!” 이래저래 읊조려 보지만 허균 일행에게는 만족스럽지 않다. 안 될 일이라는 눈빛을 교환하는 순간, 위엄과 호방함이 넘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경의 뜻대로 하시오!” 광대 하선이 조선의 15대 왕 광해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서울 종로에 있는 한 극장에서 연극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 연습이 한창이다. 트레이닝 바지, 면 티셔츠 등 차림은 제각각이지만 배우들의 말투와 행동으로 연습실은 조선 궁궐이 됐다. 광해(하선)와 허균, 조내관(손종학), 박충서(황만익), 중전(임화영) 등 출연진은 ‘배역의 옷’을 갈아입고 움직임을 맞추고 있었다. 16일 연습실에서 만난 배수빈(37)은 저지 소재의 편한 검은색 트레이닝 복장이었지만, 수염을 길러 ‘사극용 모양새’를 갖추고 광해와 그의 닮은꼴 하선을 오갔다. ‘광해’는 이미 영화로 관객 1200만명을 모은 흥행작이고 소설도 만만치 않게 관심이 쏠렸다. 두 영역의 작품들과 비교된다는 부담이 클 터. 또한 “왜 또 광해인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공연은 상상력을 자극할 여지가 훨씬 많습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사실적인 연기를 하고 있지만, 인물의 이면을 볼 수 있는 여지가 더 크죠. 영화는 감독의 시선을 따라가게 되지만 연극은 관객 스스로 자신의 시선과 편집해서 보고 싶은 점을 찾을 수 있거든요. 그게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이고, 연극 ‘광해’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죠.” 명쾌하게 대답한 배수빈이 설명을 이어갔다. “눈앞에서 배우들이 땀 흘리고 울고 노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성을 느끼는 건 공연에서만 가능합니다. 설사 내용이 같아도 무대를 통해서 나왔을 때는 또 다른 의미로 전달되겠죠.” 영화와 TV드라마에서 많이 알려졌지만, 연극 경험은 ‘다리퐁 모단걸’(2007)과 ‘이상 12월 12일’(2010)뿐인 그가 ‘광해’를 선택한 것은 “대중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잘 만들어진 연극 작품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컸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표현하고 싶은지와 배우로서 실험 가능성을 많이 고려해 작품을 선택하는 편”이라는 그는 ‘광해’에 대해 “어떤 사람이 권력을 잡아야 하고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에 확실한 방점이 찍혀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너무 진지하게 파고들지만은 않는다는 게 또 연극 ‘광해’의 미덕이다. 실제로 자유로운 광대 하선이 갑갑한 궁중 생활에 몸이 뒤틀려 툭툭 내뱉는 음담패설이나 궁중의 격식에 아연실색하는 장면 등 키득 댈만한 부분이 곳곳에 포진돼 있다. 신사복이 잘 어울리는 ‘실장님’ 연기를 많이 했던 그에게 ‘하류인생’ 하선도 꽤나 잘 어울린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처럼 대단히 비장하거나 무게를 잡는 작품이 아닙니다. 즐겁고 재치 있는 장면이 많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오셔서 보시면 되죠. 물론 의미나 감동이 웃음에 가려지는 일 없이 잘 전달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인터뷰는 두 가지 의문을 풀지는 못했다. 광해와 하선이 1인 2역인데, 둘이 만나는 장면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또 하나. 어떻게 끝맺을 것인가. 영화는 비교적 해피엔딩이고, 소설은 광해가 광기를 드러내면서 하선의 죽음을 암시했다. “정말 말해 줄 수 없다”는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답을 던졌다. “무엇을 생각하든 놀라게 될 겁니다. 직접 와서 확인하셔야죠.”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연극 ‘광해, 왕이 된 남자’ 2월 23일~4월 21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3만 5000~5만원. (02)3014-2118.
  • [공연리뷰] 작곡가 실베스타 르베이가 음악으로 전하는 뮤지컬 ‘레베카’

    [공연리뷰] 작곡가 실베스타 르베이가 음악으로 전하는 뮤지컬 ‘레베카’

    1980년대에 TV 좀 본 사람들이라면 미국 TV시리즈 ‘에어울프’를 기억할 것이다. 에어울프가 프로펠러부터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며 주제곡이 흐를 때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추억의 외화 속 음악을 만든 실베스타 르베이(68)가 한국을 찾았다. 올해 첫 대작 뮤지컬 ‘레베카’를 들고. “영화음악이 상황을 설명하는 음악이라면 뮤지컬은 이야기를 하는 음악이다. 캐릭터를 품고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드는 작업으로, 완성을 했을 때 더 큰 성취감을 느낀다. 뮤지컬은 관객 반응을 현장에서 바로 느낄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영화음악 작곡가로 명성 높은 르베이가 돌연 오스트리아에 터를 잡고 뮤지컬 작곡가로 전향한 이유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레베카’는, 지난해 화제작 ‘엘리자벳’, 꾸준히 사랑받는 ‘모차르트!’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에 소개된 그의 작품이다. 뮤지컬 ‘레베카’는 모든 분위기를 음악으로 전달한다. ‘나’(임혜영·김보경)가 청아하게 부르는 ‘어젯밤 꿈속 맨덜리’로 차분하게 막을 연다. ‘나’와 막심(유준상·류정한·오만석)이 만나는 모나코 몬테카를로의 르 그랑 호텔 로비 장면부터 둘이 결혼해 맨덜리 저택에 가기까지, 분위기는 들떠 있다. 흥겨운 파티에서 ‘나’가 곤경에 빠지는 순간, 댄버스 부인(옥주현·신영숙)이 오만한 표정으로 ‘레베카’를 부르면서 분위기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레베카 방의 창문이 회전하면서 발코니가 되는 장면에서 ‘나’의 맑은 고음과 댄버스 부인의 묵직하고 힘이 넘치는 음색이 어우러지면 (‘저 바다로 뛰어’) 더 음산하고 강력한 긴장감이 흐른다. 르베이는 “보통 시놉시스와 캐릭터를 보고 작곡을 하지만 ‘레베카’의 작곡 방식은 이전과 다르게 상황이 중심이 됐다”고 설명했다. ‘엘리자벳’의 경우 엘리자벳과 루케니, 토드에게 각각 과거, 현재, 모든 시간이라는 의미를 주고 클래식, 록, 모던스타일 음악으로 표현했다. ‘모차르트!’도 비슷한 시스템이다. “반면 ‘레베카’는 ‘나’와 막심의 러브스토리, 지독하게 헌신적인 댄버스 부인, 계속되는 미스터리 등 독특한 상황에 맞게 전반적으로 어두운 가운데 감성과 열정, 가라앉는 분위기를 끌어올릴 경쾌함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르베이는 “한국 배우들은 이런 분위기를 더욱 잘 살린다”고 했다. 특히 댄버스 부인에 대해서는 “두 배우가 각자 표현이 다르지만, 연기와 노래 모두 굉장하고 드라마틱하다. 정말 좋은 댄버스 연기자들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의 눈에 비친 막심도 모두 개성 있고 만족스럽다. 유준상이 “코믹하면서 관객에게서 반응을 끌어내는 연기가 좋은” 경우라면 오만석은 “키가 크지는 않지만, 자세가 상당히 훌륭한” 배우다. 류정한은 “최고(he’s the bomb)”라고 했다. 음악에 견줄 만한 백미는 무대다. 1930년대 유럽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호텔, 호화로운 맨덜리 저택, 자줏빛 커튼으로 가려진 미스터리한 레베카의 방 등 눈이 호강한다. 사람을 집어삼킬 듯한 파도 영상은 촌스럽지 않게 극의 분위기를 이끈다. 맨덜리의 화재 장면과 반전이 다소 아쉽지만, 배우들의 나무랄 데 없는 연기와 노래만으로도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3월 31일까지. (02)6391-6333.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한국이미지상에 싸이·이혁

    한국이미지상에 싸이·이혁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이사장 최정화 한국외대 교수) 주최로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국이미지상 시상식에서 가수 싸이(왼쪽·36·본명 박재상)와 피아노 영재 이혁(오른쪽·13)군, 유튜브가 한국의 이미지를 드높인 공로로 한국이미지상을 받았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한국이미지상은 한국 브랜드를 높인 명사들에게 수여한 상으로 그동안 반기문 UN 사무총장,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 등 국내외 명사가 받아왔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오페라 무대 도전하세요

    오페라 무대 도전하세요

    노래 좀 하는 사람들, 애타게 무대를 원했던 성악 전공자들의 눈이 번쩍 뜨일 소식. 우리나라 양대 공연장이 자체 제작하는 오페라 출연진을 모집한다. 세종문화회관 서울시오페라단(단장 이건용)은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에서 활약할 합창단원을 선발한다.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준비한 ‘아이다’는 오는 4월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찾는 합창단원은 합창 활동 경험이 있는 만 19세 이상의 서울시민으로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부문 총 50명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은 24일 오후 5시까지 서류 접수를 하고 30일에 오디션을 진행한다. 합격자는 2월 7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음악과 연기 지도를 받고 최종 리허설을 거쳐 무대에 오르게 된다. 자세한 내용은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www.sejongpac.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02)399-1783. 예술의전당은 자코모 푸치니의 ‘투란도트’ 출연진을 찾는다. 리모델링을 끝내고 재개관한 CJ토월극장에서 8월에 올리는 ‘투란도트’에는 오페라 연출가 장영아와 지휘자 지중배가 참여한다. 오디션 배역은 투란도트(소프라노), 칼라프(테너), 알투움(테너), 티무르(베이스), 류(소프라노), 핑 수상(바리톤), 팡 대신(테너) 등 주요 역할. 응시 자격은 음악대학 성악과 대학원 재학 이상으로 21일까지 원서를 받는다. 오디션은 29~3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진행한다. 원서는 예술의전당 홈페이지(www.sac.or.kr)에서 내려받으면 된다. (02)580-1522.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온라인 서점 구간도 할인율 제한 추진

    출판계의 해묵은 논쟁거리인 온라인 서점 ‘10% 추가 할인’을 폐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14일 출판계에 따르면 최근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 등 16명이 발의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은 도서 정가제를 강화하기 위해 마일리지와 쿠폰 등을 이용한 추가 할인을 제한하도록 했다. 현행 정가제는 출간된 지 18개월 미만인 신간에 대해서만 할인율을 10%까지 제한하고 18개월이 지나면 할인율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개정안은 그러나 기간에 상관없이 신간과 구간 모두 할인율을 10%로 제한하도록 했으며 도서관에 판매하는 책도 정가제 적용 대상에 포함했다. 이 가운데 그동안 논란이 돼 온 ‘10%+10%’ 할인도 없애도록 하면서 온라인 서점이 반발하고 나섰다. 온라인 서점은 신간 10% 할인에 추가로 마일리지와 쿠폰 등으로 10% 적립 혜택을 주면서 구매 회원에게 사실상 19%의 할인 혜택을 제공해 왔기 때문이다. 한 온라인 서점 관계자는 “개정안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마일리지까지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처사”라며 “마일리지 10% 할인은 독자를 위한 서비스인 만큼 현행 제도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영난에 허덕이는 서점가는 “제 살 깎아 먹기식 할인 경쟁이 줄어들 것”이라며 개정안을 지지했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그분’들 거참… 웃음에 ‘철학’이 있네

    ‘그분’들 거참… 웃음에 ‘철학’이 있네

    킥킥대거나 박장대소하는데 마음 한구석은 짠하다. 늙은 도둑 둘이 엮는 포복절도 소동극인 줄 알았는데, 철학이 있었다. 가끔 세상을 향해 날을 세우기도 한다. 1981년에 초연한 ‘늘근도둑 이야기’는 두 늙은 도둑이 ‘그분’의 미술관을 털러 들어갔다가 겪는 이야기를 틀거리 삼아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24년째 관객을 만나 왔다. 2010년부터 민복기 연출과 손을 잡은 이번 ‘늘근도둑 이야기’는 코믹 요소보다는,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시사 풍자가 무척 짙게 배어 있다. 시작은 영화 ‘미션임파서블’ 같다. 물론 딱 5초. 도둑들이 타고 내려온 동아줄을 걷어내면서 머리를 얻어맞는 부분부터 슬랩스틱이다. 출소한 지 며칠 안 된 ‘더 늙은 도둑’이 ‘덜 늙은 도둑’을 데리고 한탕 하러 들어온 미술관을 살필 때는 영화 ‘덤앤더머’ 같다. “이런 데에는 구린 현찰이 많다”는 ‘더 늙은 도둑’의 말대로 금고가 있다. 가지고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밤낮없이 짖어대는 개가 문제다. 소리만 들어도 덩치가 짐작되는 개들이 잠들 때를 기다리면서 도둑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낸다. 분명히 신세한탄인데, 움찔움찔한 정치색을 드러내고 ‘개똥철학’을 늘어놓으면서 피식거리게 하거나 박장대소를 끌어낸다. 수십년을 감옥에서 보낸 ‘더 늙은 도둑’의 자기 합리화가 가관이다. 대통령 열 중에 셋이 별을 달았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국회의원과 CEO들도 죄 별을 걸었으니, “꽈자(전과자) 아님 정치 못 허고, 꽈자 아님 세계 일류기업 못 허고…” 심지어 윤동주는 이렇게 말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나한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겠다!”고. 그러니 ‘별’(전과)이 많은 것은 대단한 자랑이다.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가 ‘문제인’ 거야”라거나 “우리에게 이제 신천지가 펼쳐질 거야, 새누리가!”라거나, 또는 “이 금고를 챙기기 전까지 내게 철수란 없어! ‘안 철수’한다니까”라면서 언어유희를 펼친다. “도둑적으로 완벽한”, “뒤가 구릴수록 현금을 많이 챙겨놓는 법이야. 형님처럼”이라는 조롱 섞인 애드리브도 거리낌 없다. 전막 연습이 끝나고서 만난 ‘더 늙은 도둑’ 윤상화(43)에게 “내용이 위태위태하지 않으냐”라고 묻자 “연극이라는 것은 시대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정도는 풍자로 봐야지 이걸 비판이라고 생각하면 그 시대가 문제 있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닌 도둑놈 둘이 진짜 도둑놈 집에 들어갔다는 설정 자체가 정말 재미있지 않은가”라고 되물었다. “우화를 좋아한다”는 그는 자신에게 지난해 대한민국연극대상에서 남자연기상을 쥐여준 ‘그게 아닌데’와 ‘햄릿6: 삼양동 국화 옆에서’를 두고 “짜릿했다”고 표현했다. 특히 ‘햄릿6’은 용산참사 희생자들, 성폭행 피해자들, 쌍용자동차 노조원들 등 거대한 사회 모순을 정면으로 꼬집은 작품이다. “이런 얘기들을 접하면 가슴이 저리다”는 그는 “배우로서 이런 사회문제를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하는 길은 작품뿐”이라면서 “이 연극도 그렇게 생각을 나누는 방식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극 중에서 두 늙은 도둑은 손발이 도통 맞질 않는다. ‘수십억원이 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금고를 털고 나서 수익을 어떻게 나눌지 티격대고, ‘인생은~’으로 시작하는 노래 뒤 가사가 ‘나그네 길’과 ‘미완성’으로 갈린다. 당연히 수사관에게 덜컥 걸려버렸다. 이것은 설정일 뿐. 100분 동안 공연을 이끌어 가는 두 배우는 ‘척하면 착’이다. 쉴새 없이 대사를 쏟아내고 맞받아치는 촘촘한 조화가 단연 돋보인다. ‘덜 늙은 도둑’ 한동규(39)는 “연습을 많이 하고 웃음 포인트를 예상해 보기도 하지만, 현장에서 관객들이 만들어 내는 반응은 매번 다르다”면서 “배우나 관객이 현장의 날것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게 작품의 묘미”라고 설명했다. “사람 냄새 나는 작품을 좋아한다”는 두 늙은 도둑의 유쾌하지만 짠한 앙상블은 3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트원시어터 2관에서 만날 수 있다. 2만~3만원. (02)762-0010.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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