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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도시설공단, 작년 소송비 4억 5000만원 ‘펑펑’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직권면직을 남발하고 무리하게 징계하면서 소송비용 등으로 한해 4억 5000만원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5일 내놓은 ‘한국철도시설공단 임금체불 등 노사문제 처리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단은 2010∼2012년 직원에게 78건에 달하는 징계·직권면직 등 인사 처분을 내렸다. 김광재 현 이사장이 취임한 2011년 8월을 기점으로 따지면 전후 각각 9건, 69건으로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 지난해에는 무려 58명에 이른다. 지난해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한 12명 중 6명은 복직됐고, 3명은 징계 취소처분을 받았다.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행정소송 등으로 지난해에만 4억 5000만원을 썼다. 감사원은 인사 처분 절차가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이사장 직속 경영지원처와 품질안전평가처는 비감사부서이면서 직원들의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징계 종류를 구체화하지 않고 인사위원회를 열어 임의로 파면, 해임 등 중징계를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노동위원회 구제신청과 소송을 유발하고 징계 업무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면서 김 이사장에게 적법하게 징계 업무를 수행하도록 주의 요구하고, 감사 결과를 국회에 보고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국민권익위원회 2제] 중고차 매매 후 하자 발견되면 보상 책임은 매매업자가 져야

    앞으로 중고차 매매 후 하자가 발견됐을 때 보상은 매매업자가 해야한다. 또 주행거리를 조작하거나 사고 이력이 있는 중고차를 속여 팔면 구매자가 계약해제를 할 수 있는 권리가 법으로 보장된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중고자동차 구매자 피해방지 방안’을 마련했다고 25일 밝혔다. 하자보상 회피, 주행거리 조작, 사고 이력 은폐 등 중고차 매매 과정에서 구매자가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줄이도록 한 제도 개선안이다. 권익위에 따르면 현행 자동차관리법에는 보증책임 주체가 매매업자와 성능점검자로 양분돼 있다. 때문에 지금은 하자가 발생하면 양측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보상을 회피하면서 소비자가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많았다. 권익위는 “성능점검자는 매매업자가 임의로 선택하고 구매자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다”면서 “매매업자가 보상책임을 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개선안에는 ▲주행거리를 조작하거나 사고 이력을 숨기면 구매자가 계약 해제를 할 수 있는 규정 마련 ▲자동차등록원부와 등록증에 주행기록 등재해 불법조작 방지 ▲기간과 거리 외에 부품까지 보증범위 확대 등을 담았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국민권익위원회 2제] 태풍 등 자연재해 취약한 사유시설 자력정비 못하면 행정기관이 지원

    사유지라고 해도 집중호우, 태풍 등 자연재해 예방을 위해 정비할 때 행정기관의 재정적 지원을 받을 길이 열릴 전망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5일 “소유주 등 관리주체가 자력으로 정비를 못해 재해 위험이 있으면 사유시설이라도 행정기관이 직권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다. 권익위는 울산시 울주군에 있는 한 아파트 입주자들이 최근 소방방재청과 관련 시·군을 상대로 낸 재해위험지구 정비 요청 민원에 대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1999년에 지어진 이 아파트 단지에는 23개동, 1800가구가 살고 있다. 산자락을 깎아 만들어 10여 차례 산사태가 났고, 2002~2004년 3차례 보수보강공사를 했지만 붕괴위험 D등급(높음)과 자연재해위험지구 가등급(인명피해 발생 우려 높음)으로 지정됐다. 자연재해대책법 12조4항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에 대해 직권으로 조치를 하거나 소유자에게 조치에 드는 비용의 일부를 보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울주군이 시와 소방방재청에 시비·국비 지원을 요청했으나 소방방재청은 “사유지에 대해 국비를 지원하지 않았다”면서 거부했다. 권익위는 “이런 지침에도 불구하고 사유지에 국비를 지원한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면서 “법령으로 근거를 마련했으니 따를 필요가 있다”면서 지원을 권고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학교보안관 등 인력 채용 때 모든 범죄경력 조회 의무화

    앞으로 학교 보안관, 경비, 배움터 지킴이 등 학생보호 인력을 채용할 때는 모든 범죄 경력을 의무적으로 조회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성범죄 경력만 조회하도록 돼 있었고, 다른 범죄 경력을 알아보려면 본인 동의가 필요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올해 1∼3월 정부 대표 민원전화인 110콜센터로 접수한 교육 관련 민원을 토대로 교육부와 함께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고소득층 자녀 배불린 국가장학금

    대학생 A씨는 지난해 어머니의 금융소득이 2억 6700만원이나 되는데도 소득 하위 40%로 분류돼 국가장학금 107만원을 받았다. 이자율 3%를 적용해 보면 금융자산이 약 87억원에 달하는 갑부이지만, 장학재단이 금융소득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학생 B씨도 아버지가 골프회원권 4개(시가 6억 7500만원)를 갖고 있는 부유층이지만 국가장학금 79만원을 받았다. 24일 감사원에 따르면 저소득 대학생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작한 ‘국가장학금 지원사업’이 이처럼 엉터리로 관리돼 고소득층 자녀에게도 국가장학금이 잘못 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부터 한 달 동안 교육부와 산하 특수법인인 한국장학재단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 결과다. 저소득층 대학생을 지원하는 국가장학금 사업은 지난해 처음 시작됐다. 소득수준을 바탕으로 기초생활수급자와 10단계로 나누어, 기초생활수급자와 소득하위 10% 학생에게는 450만원을, 2~3분위(20~30%대) 학생에게는 135만~225만원을 각각 지급했다. 하위 30~70%(올해부터는 80%)인 학생에게는 대학을 통해 간접적으로 장학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대상자 선정 과정이 부실하게 진행돼 부적격자에게도 장학금이 돌아갔다. 교육부가 신청자의 소득과 재산을 조사할 때 건강보험공단의 자료만 활용하고 금융소득이나 연금 등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감사원이 지난해 2학기 소득 하위 30% 미만 장학생 가운데 서울 강남권에 거주하는 9004명을 대상으로 소득 분위를 다시 산정한 결과 이 중 18%(1629명)가 소득 상위 70%에 포함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가 국가장학금 지원 업무를 위탁한 한국장학재단도 증빙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부적격자 409명에게 국가장학금 2억여원을 지급했다. 재단은 수능성적 우수 대학생에게 4년간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국가우수장학금’ 사업을 벌이면서 지원자 39명을 잘못 선발했다. 이 중 언론에 보도된 12명만 선발 취소하고, 나머지 27명은 재단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기업체 기부금으로 조성된 장학금을 대신 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에게 국가장학금 지원 신청자의 소득 및 재산을 정확히 파악하도록 통보했다. 곽병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에게는 국가장학금 대상자 선정과 지급관리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요구했다. 반환되지 않은 국가장학금은 회수하도록 통보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교통료 감면 유공자 확인은 유공자증으로

    국민권익위원회는 국가보훈처와 함께 국가유공자들이 주로 제기하는 민원에 대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1월부터 1년여 동안 정부대표 민원 전화인 110콜센터에 접수된 보훈관련 민원 사례 187건을 분석하고, 자주 제기된 민원들을 추려 개선을 진행하기로 했다. 대중교통 운임 감면이나 할인을 받을 때 신분 확인 방식이 제각각이라는 것이 대표적인 민원이다. 유공자가 버스, 지하철 등 수송시설을 이용하면서 운임 감면을 받을 때 철도나 지하철에서는 유공자증을 제시하면 되지만, 시내버스에서는 유공자증서를 보여주어야 한다. 상이군경은 상이군경회원증(시내버스), 국가유공자증(철도, 지하철)으로 양분돼 있다. 내항여객선을 이용할 때는 관할 지청을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승선권을 받아 유공자증과 함께 제시해야 한다. 권익위는 교통수단 별로 다른 신분 증명 절차를 유공자증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보훈급여금이 압류되는 것을 방지하는 전용통장 발급을 추진한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19조 1항에는 보훈급여금은 압류할 수 없도록 돼있다. 그러나 신용상 문제로 압류를 받게 될 때 일반 통장에 급여금을 넣어두었다면 압류당할 수밖에 없다. 돌려받기 위해서는 별도로 법원에 압류명령 취소 신청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전용통장은 급여금을 보호하는 방편이다. 아울러 전국 5개 보훈병원에 여성입원환자용 다인실(4~6인)을 확대하고,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이 무료건강점진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사전안내를 강화하는 등 운영방식을 개선할 방침이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한식 세계화 사업 4년간 ‘헛짓’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씨가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한식 세계화 지원 사업’ 예산이 5분의1 이상 부당하게 전용되거나 제대로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2월 말 국회의 요구를 받아 ‘한식세계화 지원 사업 집행실태’를 감사하고 결과 보고서를 21일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감사 대상은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 한식재단,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농기평)이 2009~2012년에 진행한 한식세계화 사업 전반이다. 한식세계화 사업에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총 931억 1700만원이 투입됐다. 이 중 23.9%(222억 7800만원)는 다음 해로 이월하고, 8.7%(81억 1700만원)는 아예 사용하지 않는 등 실제로 집행한 비용은 68.7% 수준이었다. 관계 부처에서 사업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예산을 편성한 탓이다. 특히 2011년에 진행한 ‘미국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사업은 예산 50억원을 받아 추진했으나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해 결국 사업을 접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는 공고 기간이 40일로 정해져 있으나 20일만 공고했고, 무리하게 재공고 절차를 거치는 등 허술하게 운영했다. 사업을 철회하면서 잔액 49억 6000만원을 국회에 보고하지 않고 농기평 등의 연구용역비와 콘텐츠개발 사업비로 무단 전용했다. 또 제일기획에 의뢰한 한식 해외 홍보와 관련, 미국 잡지에 브룩 쉴즈가 고추장을 고르는 사진 1장만 아무 설명 없이 실렸는 데도 농식품부는 “쉴즈는 한식을 좋아해 잡채와 비빔밥 재료를 직접 구매했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에게 관련자 주의를 촉구하고, 예산 집행의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는 한편 한식세계화추진단 전체회의 내실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기업고충처리 사례집 발간

    기업고충처리 사례집 발간

    권익위가 영세 소상공인·중소기업의 고충민원을 담은 ‘기업고충민원처리 우수사례집’(표지)을 18일 출간했다. 지난 한 해 동안 권익위가 처리한 민원 가운데 상인이나 기업인이 참고할 만한 해결 사례 40여건을 엄선해 담았다. 사례집에는 사례들의 내용과 쟁점, 처리내용이 세세하게 소개돼 있다. 권익위는 이 사례집을 중앙부처, 지자체 등에 배포해 정보 공유과 적극적인 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문체부, 폐지·삭감된 사업에 74억 부당지원”

    문화체육관광부가 경륜, 경정,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수익금으로 조성한 공익사업적립금 중 104억여원을 방만하게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감사원이 국회에 제출한 2012회계연도 결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문체부는 2010년부터 2012년 10월까지 국회와 기획재정부의 예산 심의·심사 과정에서 삭감된 사업 16건에 적립금 74억 8000만원을 부당하게 지원했다. 적립금을 집행할 때는 국회와 기획재정부의 논의 절차를 거치게 돼 있다. 부적절한 투자나 중복 집행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문체부는 이 과정을 거치면서도 예산이 줄거나 다른 사업에 통합해 폐지된 사업에 적립금을 투입했다. ‘태권도 통합 브랜드 개발·홍보’ 사업비로 3억원을 요구했으나 예산 심사 과정에서 삭감되자, 적립금에서 ‘태권도 통합 브랜드 개발’ 사업과 ‘미디어 활용 태권도 홍보’ 사업에 각각 2억원과 5억원을 지원한 식이다. 결국 관련 사업의 전체 금액은 4억원이나 증액됐다. 문체부는 또 적립금 운용 규정 등에서 국고나 공공기금 예산에 편성된 사업은 적립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는데도 중복 투자하면서 29억 3000만원을 썼다. 2011~2012년에 번역 아카데미 운영, 국제 번역 출판 워크숍 등 번역가 양성 교육 및 연구 사업에 각각 7억 7100만원과 5억 500만원을 편성하고, 해외 원어민 번역가 초청 연수 사업비로 적립금 2억원을 추가로 지원한 것이 대표적이다. 감사원은 문체부에 “적립금을 중장기적으로 국민체육진흥기금에 편입해 재정 통제를 받아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섬개발 주먹구구… 예산낭비 우려

    감사원은 지난해 11~12월 안전행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진행하는 도서종합개발에 대해 감사한 결과 개발 계획이 형식적으로 진행돼 예산을 낭비할 우려가 있다고 4일 밝혔다. 안행부는 2008년 도서종합개발 10개년 계획을 세우고, 2017년까지 전국 372개 도서를 대상으로 국고 1조 7873억원을 지원해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국고가 상당 규모 투입되는 사업이라 지역 여건과 특성에 맞게 타당성을 분석하고 사업의 우선순위 등을 결정해야 하지만, 안행부는 지자체의 희망사업을 예산규모에 맞춰 사업 계획안을 작성했다. 이마저도 차관급 등으로 구성된 ‘도서개발심의위원회’에 5급 실무자 등이 대리 참석해 두 시간여 만에 심의를 마치는 등 형식적으로 진행해 기준에 미달하는 도서가 개발 대상이 되거나 다른 부처 소관 사업까지 포함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또 경남 통영시와 전남 완도군을 표본으로 감사한 결과에서는 전체 317개 사업(2157억여원) 중 25.6%인 81건(894억여원) 정도만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사업은 아예 취소하거나 다른 사업으로 대체해야 해 예산 낭비의 여지가 컸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전문기관의 타당성 분석을 거쳐 계획을 수립하고, 현 계획은 수정·보완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원전 비리 전면 재수사] 핵심부품 서류 한장에 “OK”… 위조된 시험성적서 7682건 “통과”

    [원전 비리 전면 재수사] 핵심부품 서류 한장에 “OK”… 위조된 시험성적서 7682건 “통과”

    “원자력발전소 감사를 나가면 ‘안전규정이나 시험성적서 등 관련 자료가 워낙 많아서 이것만 태워도 발전소 하나는 돌리겠다’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 감사원 관계자의 말이다. 원전 1기에 들어가는 부품만 수백만개에 달한다. 여기에 관련된 납품 업체도 2000개에 육박한다. 들춰 봐야 할 서류가 어느 정도인지 예측조차 어렵다. 워낙 검증할 것이 많다 보니 과정이 허술할 수밖에 없다. 정작 중요한 부분에서 실사 의무 조항이 빠져 있기도 하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기술이 원전 건설을 위해 체결하는 종합설계용역 계약이 대표적이다. 사소한 부품이라도 원전 가동에 치명적일 수 있는데 이런 부품이 규격대로 설계됐는지를 서류상으로만 확인할 뿐 성능을 시험하거나 현장실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시험성적서를 공인기관에서 직접 받지 않고 업체가 첨부하도록 돼 있어 직인 위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감사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감사 결과에서 운영 부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이 한수원,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감사에서 국내 납품업체 2곳이 시험성적서를 무려 87건이나 위조해 제출했는데도 한수원은 이를 전혀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체는 2011년 7월 고리2발전소와 ‘2차 기기 냉각해수펌프’ 등 물품구매계약 9건을 체결하면서 품질을 보증하는 시험성적서에 임의로 만든 공인기관의 직인을 찍어 제출했다. 이런 서류가 83건(136개 품목, 961개 부품)이나 됐다. 납품 규모는 109억 5000만원이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새발의 피’ 수준이다. 원안위는 지난해 11월 일부 원전에서 237개 품목 7682개 부품의 품질검증서 위조가 적발되자 학계,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지난 10년간 원전에 납품된 부품 전체에 대한 품질검증서 위조 여부를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추가로 3246개 부품의 품질검증서나 시험성적서 위조가 드러났다. 특히 이 중 상당수는 실제 원전에 설치된 상태였고, 교체 조치를 했다. 한수원의 비리는 지난해 11월 영광 5·6호기, 울진 3·4호기, 신고리 3·4호기에서 위조인증서 부품 사용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범죄 혐의는 마약투약, 보증서 위조, 금품 및 향응수수, 비리 은폐, 배임수재 등이다. 지난해와 올해 초까지 한수원 직원과 납품업체 직원 11명이 검찰에 기소됐고, 이 중 8명이 구속됐다. 또 한수원 자체적으로 직원 85명을 징계했다. 이는 2007~2011년 5년 동안 적발한 비리 직원 82명보다 많은 수치다. 징계받은 직원 82명 중 41명이 해임됐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MB정부 5년 나랏빚 年8.1%씩 증가

    MB정부 5년 나랏빚 年8.1%씩 증가

    이명박 정부 5년간 나랏빚이 평균 8.1%씩 늘었다. 지난해 국가 채무는 425조 1000억원으로 전년도(402조 8000조원)에 비해 5.5% 많아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전년 대비 0.8% 포인트 증가한 33.4%였다. 감사원은 3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2 회계연도 국가기관에 대한 결산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명박 정부 첫해 국가 채무는 전년보다 8조 8000억원(3%) 늘어난 297조 9000억원이었다. 2009년은 346조 1000억원(16.1%, 48조 2000억원↑), 2010년은 373조 8000억원(8%, 27조 7000억원↑), 2011년 402조 8000억원(7.8%, 29조원↑), 2012년은 425조 1000억원(5.5%, 22조 3000억원↑)에 달했다. 국가 채무 증가율은 평균 8.1%로 같은 기간 평균 경제성장률(2.9%)의 3배에 이른다. 지난 5년간 국가 채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국가 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중은 2007년 29.7%에서 2008년 29.0%로 조금 하락했다. 그러나 2009년 32.5%로 크게 늘었다가 2010년에는 31.9%로 낮아지는 듯하더니 다시 2011년 32.6%, 2012년 33.4%로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가 당초 목표치로 잡은 GDP 대비 35.1%보다는 다소 개선된 수치다. 국가 채무 중 47.5%는 국민 세금으로 상환해야 하는 적자성 채무로, 일반회계의 적자 보전(148조 6000억원)과 공적자금의 국채 전환(45조 7000억원)으로 소요됐다. 나머지 금융성 채무는 주로 외환시장 안정(153조원)과 서민 주거 안정(49조 6000억원)에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2012 회계연도 재무제표상 자산은 1580조 4518억원이며 부채는 902조 1235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678조 3283억원으로 조사됐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쌍둥이 산모 출산 휴가 연장 권익위 고용부에 법 개선 권고

    국민권익위원회는 둘 이상의 아이를 출산하는 다태아 가정에 출산 휴가와 육아휴직 기간을 연장하도록 근로기준법 개선안을 고용노동부에 권고했다고 30일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아이를 둘 이상 가진 산모의 조산율은 2011년 현재 54.2%로, 한 아이를 임신한 경우(단태아 산모)보다 12배 높다. 그러나 대부분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 등을 단태아 산모와 같은 수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권익위는 고용부에 다태아 산모에 대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각각 기존 90일과 1년보다 연장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비위 경찰·군인·군무원 처벌 강화

    비위 경찰·군인·군무원 처벌 강화

    국방 분야 금품 비리를 저지른 군인, 군무원과 뇌물수수 경찰관에게 일반 공무원과 같은 기준의 처벌이 적용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8일 ‘비위 군인·군무원·경찰에 대한 처벌 규정 정비 방안’을 마련해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경찰청에 제도개선안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개선안에는 비위 행위가 적발된 군인이나 군무원의 징계 시효를 기존 2년에서 일반 공무원과 같은 3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금 횡령이나 유용 등을 한 군인·군무원에게 징계 이외에 금품수수액 등의 5배 범위 안에서 징계부가금을 부과하도록 한 내용도 넣었다. 지난 2010년 3월에 개정된 국가공무원법에는 금품·향응수수, 공금 횡령·유용 등을 한 공무원에게 징계부가금을 물리도록 돼 있다. 그러나 군인사법과 군무원인사법에는 이런 규정이 없다. 또 국가공무원법에는 공무원이 횡령죄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유예받으면 당연 퇴직하도록 돼 있다. 군인·군무원·경찰 관련 인사법에는 당연퇴직과 제적 관련 규정이 예외조항으로 돼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에 따라 군인사법, 군무원인사법, 경찰공무원법을 개정하면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방산·군납·경찰 분야의 뇌물수수 행위 등 고질적인 금품비리를 근절하고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공직자 금품수수 원천봉쇄 ‘김영란법’ 원안 추진될 듯

    ‘누더기 입법’ 논란이 일고 있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일명 김영란법)이 다시 원안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28일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을 떠나 누구로부터도 금품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원안에 가까운 쪽으로 ‘김영란법’을 제정하는 데 부처 간 의견 접근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직무상 관련 여부에 관계없이 금품을 받거나 요구, 약속하는 공직자를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는 김영란법 원안에 근접한 내용이다. 권익위는 최근 법무부 등 다른 부처의 반대에 따라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공직자만 형사처벌하고 관련성 없는 금품 수수자에 대해서는 과태료만 부과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권익위가 지난해 8월 입법예고한 원안대로 김영란법을 의원 입법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수정안에 대한 정치권과 여론의 비난이 커지자 정부 차원에서 원안 재추진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당초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있어야만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형법 이론 때문에 공직자의 모든 금품수수를 처벌하는 데 난색을 보였지만 공직자 윤리에 관한 사회적 분위기가 예전과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김영란법에 어느 정도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권익위가 다시 검토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정안이 넘어오면 잘 검토해서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위는 원안에 가까운 수정안을 다시 마련해 관련 부처 간 협의, 국무회의 등을 거쳐 다음 달 말까지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250m에 막혔던 방화대로 2018년 완전히 뚫린다

    250m에 막혔던 방화대로 2018년 완전히 뚫린다

    군부대 시설에 막혀 단절된 서울 강서구 방화대로 전 구간이 2018년까지 완전히 연결된다. 국민권익위원회와 서울시 등은 방화대교 남단에서 2.6㎞ 지점에 있는 군부대를 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27일 밝혔다. 방화대로는 서울 방화대교와 경기 부천시 오정동 오정대로 삼거리를 연결하는 도로로, 서울 서남부권과 2016년에 입주를 마무리하는 마곡지구, 부천 지역의 주요 교통로 역할을 한다. 1999년부터 폭 40m(왕복 8차로), 길이 4.8㎞로 공사를 해왔다. 도로 중간 부분 250m가 101부대 일부를 관통하게 되면서 군부대 이전이 필수요소가 됐지만 공사 초기부터 이전 방식과 사업비 부담 등에서 의견 차를 보이면서 이 구간 공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서울시와 강서구, SH공사는 도로 개설을 우선 추진하자고 주장했고 국방부는 군사 보안 등을 이유로 군사시설 전체를 먼저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지난해 5월에 권익위에 관련 민원이 접수되고 국무조정실이 중재에 나서면서 14년을 끌어온 문제가 해결됐다. 이에 따라 국방부와 서울시, 강서구는 군부대 이전 후보지를 선정하고 이전절차를 추진한다. 군부대가 있는 토지의 매각과 지구단위 계획, 이전 예정지의 토지보상 등은 강서구청장이 국방부 장관에게서 위탁받아 수행하기로 했다. 서울시 등은 이 과정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늦어도 2018년에는 방화대로 전 구간을 완공할 계획이다. 한편 오는 8월에는 방화대교 남단 올림픽대로부터 0.8㎞에 이르는 방화대로 구간 공사가 마무리된다. 남부순환로 인근과 부천 오정대로 삼거리까지 1.23㎞가 2014년에 완공되면 이 지역 교통 불편이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부당과세로 年 612억 국가적 손실

    부당과세로 年 612억 국가적 손실

    과세기관이 세금 책정을 잘못해 국가가 부담한 비용이 연간 600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010년부터 2012년 상반기 과세 현황을 조사한 결과 불합리한 세정·세제 운영과 부적절한 납세자 권익보호제도 적용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이 연간 612억원에 달했다고 24일 밝혔다. 감사원이 국세청 통계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2년 6월까지 납세자가 과세에 이의를 제기한 건수는 2010년 1만 1234건, 2011년 1만 2692건, 2012년 5894건(상반기)이었다. 이 중 납세자가 국가를 상대로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을 진행해 이긴 건수(인용건)는 2010년 2746건, 2011년 2943건, 2012년 상반기 1329건으로 집계됐다. 비율로 보면 24.4%(2010년), 23.2%(2011년), 22.5%(2012년 상반기)로 낮아지는 추세다. 납세자의 과세이의신청을 받아 적정 여부를 판단하는 과세전적부심사제도나 국세청의 과세자문제도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금액 규모로 보면 결과가 다르다. 부당 과세 이의가 제기된 세금 규모는 2010년 5조 4233억원, 2011년 6조 2487억원, 2012년 상반기 2조 8698억원이다. 이 중 납세자가 불복 절차를 통해서 세금을 돌려받은 규모는 2010년 12.8%(6957억원)에서 2011년 19.2%(1조 1984억원), 2012년 상반기 22.6%(6474억원)로 급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급가산금은 매해 420억~841억원으로 연평균 612억원에 달한다. 감사원 측은 “부실 과세는 행정력 낭비와 국세행정의 신뢰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과세전적부심사, 과세기준자문제도 등 부실 과세를 수정할 수 있는 제도를 명확하게 활용해 비용 낭비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감사원, 공금횡령 등 회계비리 14곳 적발

    허술한 예산회계시스템을 이용해 공금을 횡령하거나 개인용도로 활용한 뒤 뒤늦게 기관계좌에 입금시킨 자매 공무원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감사원은 지난 2월 10일부터 한 달 동안 횡령비리 가능성이 높은 국가기관과 자치단체에 대해 집중 감사를 벌여 14개 기관에서 15억 5000만원에 이르는 회계비리를 찾아냈다고 23일 밝혔다. 감사원은 적발된 25명을 소속 기관에 징계 요구하고, 이 중 8명과 이미 퇴직한 1명에 대해서는 고발·수사 요청을 했다. 충남 공주교육청 기능8급 직원의 경우 다른 기관 전출자의 보수를 허위로 지급하거나 계약직 교사의 보수를 이중으로 책정해 자신의 가족 계좌로 이체했다. 이런 방식으로 2003년 9월부터 5년여 동안 56차례에 걸쳐 2억 9700만원을 횡령했다. 이 직원의 언니는 충남 지역 중학교에서 2007년부터 1년 동안 급식비, 방과후활동비 등 학교 수입금을 거둬 개인용도로 사용하다가 학교 계좌로 입금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쓴 돈이 2100만원이다. 이들은 회계감독자들이 지출 관련 자료들을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기획재정부의 인사급여시스템과 안전행정부의 예산회계시스템을 연동해 보수명세서 금액을 부풀려 횡령할 수 없도록 봉쇄하고, 회계 담당 공무원의 장부 등을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규정을 의무화하도록 권고했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전남·대전·경북 테크노파크 부당 성과금

    일부 지역 테크노파크(TP·산업기술단지)들이 임직원에게 부당하게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1월부터 국회가 감사를 요구한 인천, 대전, 전남, 경북 TP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일부 TP에서 규정에 어긋나는 성과급을 운용했다고 21일 밝혔다. 전남 TP는 손실이 발생했는데도 2011년 8월 정규 직원 63명에게 성과연봉 1억 7400여만원을 지급했다. 정관상으로는 결산상 적자가 나면 성과급을 줄 수 없는데도 ‘인사관리규정’에 지급 규정을 신설하면서 성과연봉을 집행했다. 대전 TP도 이 기간에 경영 성과에 기여한 직원들에게 지급하도록 한 성과급을 취지와 달리 4400여만원 지급했다. 경북 TP는 직원들에게 연봉의 10% 이내에서 성과급을 지급하도록 인사관리규정을 만들어 놓고도 2010년 한 직원에게 2009년도 성과급으로 연봉의 10%보다 250만원 더 주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직원 57명에게 준 과다 지급 규모가 1억 4100만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중 3곳은 채용 등 인사 관리 분야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 대전 TP는 신규 채용 시 경력증명서 확인을 소홀히 해 다른 기관에서 금품 수수로 해임된 임용 결격자를 채용했으며 전남 TP는 응시 분야 불합격자를 다른 분야 합격자로 처리했다. 경북 TP의 한 직원은 이미 공고된 임용 자격 조건을 임의로 변경한 뒤 재공고해 자신이 전에 함께 근무했던 자를 채용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채용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전남 TP의 담당 연구원을 징계 처분하고 각 TP 원장들에게 인사규정을 철저히 지킬 것을 요청했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아이 구했다고 해고… 法의 판단은?

    아이 구했다고 해고… 法의 판단은?

    “아이를 구한 죄로 해고당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월마트에서 해고된 셜리 개스퍼의 일성이다. 개스퍼는 사진 현상소에서 일하다가 대마 잎사귀와 마리화나가 나뒹구는 곳에 아기가 기어다니는 사진을 현상했다. 직감적으로 아기의 위험을 감지하고 지역 경찰에 문제의 사진을 제공했다. 경찰이 찾아낸 아기는 온몸에 멍이 들어 있었고, 아이는 구제됐다. 그런데 개스퍼는 월마트에서 해고됐다. 특정 사진을 경찰에 넘기기 전에 먼저 매장 매니저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재판에 선 두 당사자는 모두 ‘이유있는’ 항변을 했다. 개스퍼는 “분명히 아기가 위험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즉시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월마트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규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직원이 문제가 없는 사진도 충동적으로 경찰에 신고할 우려가 있다”고 대응했다. 이런 복잡하고 난처한 사건을 해결하고 이해관계를 풀어내기 위해 마련된 장치가 사법체계이다. 그런데 바로 그 법 테두리 안에서 결국 개스퍼는 직장을 잃었다. 법원 배심원단이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한 월마트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명백한 선의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딜레마를 웅변한 사례다. 미국의 법학자 스티븐 러벳 노스웨스턴 법학대 교수는 신간 ‘정의가 곧 법이라는 그럴듯한 착각’(조은경 옮김, 나무의철학 펴냄)에서 “정의의 실현과 법의 역할이 과연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진단한다. 러벳 교수는 ‘법과 정의의 딜레마’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으로 유명한 아일랜드의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적시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많다.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하며 젊은 시절 영재로 주목받았고,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투지를 보여주었다. 문화계 보수주의자들에게는 퇴폐적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성을 무분별하게 탐닉했다. 애정행각이 발각된다 해도 자신의 매력과 기지를 이용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법정에서 상대보다 자신들이 한 수 위라고 생각했고 자신들이 한 거짓말을 변호사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폴라 존스는 클린턴이 아칸소 주지사로 일할 당시 자신을 성희롱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클린턴은 능력 있는 변호사 로버트 베넷에게 변호를 맡겨 공격적인 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존스 측 변호인단도 만만찮았다. 그들은 의외의 인물을 증인으로 내세웠다. 모니카 르윈스키다. 베넷은 르윈스키가 증인으로 나선 것에 대해 클린턴에게 물었으나 “모른다”는 답으로만 일관했다. “진실만을 말하겠다”는 증언 선서를 한 클린턴은 모니카 르윈스키와 단둘이 있은 적도, 성관계를 맺은 적도 없다고 차분히 거짓말을 했다. TV에서도, 대배심 증언에서도 거짓말로 위기를 벗어나려고 했다. 결국 르윈스키와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클린턴은 1년간 정치적으로 추락했고,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탄핵된 대통령이 됐다. 오스카 와일드의 실수는 더 치명적이었다. 당시 금지됐던 동성애로 법정에 서게 된 그는 자신의 변호사에게서 남색과 관련해 “엄숙하게 맹세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오스카 와일드가 그런 거짓말만 하지 않았더라면 재판도 없었고 중노동 2년형을 선고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2006년 10월 지나 무하마드는 미시간주 햄트랙 법정에 들어설 때만 해도 자신의 종교 때문에 소송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법원에서 진실 여부를 따져야 할 것은 엔터프라이즈 렌터카가 무하마드에게 2750달러 규모의 트럭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법원에서 핵심 문제는 보수적인 무슬림인 무하마드가 쓴 니캅이었다. 파룩 판사는 “배심원들의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 니캅을 벗으라고 요구했지만, 무하마드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버텼다. 결국 사건은 기각됐다. 러벳 교수는 학교 교실과 법정을 떠들썩하게 만든 명왕성 논쟁, 작은 소란을 인종차별로 부풀린 하원의원 매키니, 사소한 오리사냥에서 에너지 정책 로비 의혹을 부른 딕 체니 부통령, 보스턴 대교구 성직자 성추행 사건 등 논쟁을 불러일으킨 역사적 재판들을 나열했다. 그리고는 “사법체계에서 주요 참여자로 활동하는 의뢰인, 변호사, 판사 등이 선의를 갖고 있다 해도 올바른 정의란 실현하기 어려운 개념”이라고 정의한다. 어느 것이 선이며 악인지, 어떤 가치를 더 우선시해야 하는지 명쾌한 견해도 덧붙였다. 한편의 법정드라마를 보여주듯 화제 사건의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책의 갈피갈피에 ‘법과 정의의 딜레마’가 어떻게 줄타기를 하는지,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숨겨져 있다. 1만 6000원.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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