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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양봉에 빠진 달콤한 도시] 백화점·미술관·백악관도 꿀벌 모험

    양봉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곳은 단연 영국 런던이다. 런던의 양봉인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3배나 증가해 현재 3200여개 벌통이 도심 곳곳에 자리한 것으로 추산된다. 개인이 집 옥상이나 정원에서 벌을 키우는 게 대부분이다. 정부와 대기업들도 도시양봉에 적극 동참한다. 현재 포트넘 앤 메이슨 백화점, 런던 주식거래소, 자연사박물관, 테이트모던 미술관 등에서 전문가들이 꿀벌을 기르고 있다. 2010년 미국 뉴욕에서는 시 위생국이 양봉 금지 규정을 철회하면서 양봉인이 늘어 갔다. 현재 인터콘티넨털 버클레이 호텔, 월도프 애스토리아 호텔, 브루클린 네이비 야드 등 400여곳에서 벌통을 두고 꿀벌을 키우고 있다. 백악관에 텃밭을 가꾼 영부인 미셸 오바마도 벌통을 들이고 꿀벌 7만여 마리를 키우면서, 최근에는 꿀벌 확산을 위한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일본 도쿄도 도시 양봉이 활성화된 곳으로 꼽힌다. 2006년 도쿄 번화가에서 시작한 ‘긴자 양봉 프로젝트’는 도쿄의 명물이 됐다.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자원봉사에 나서 양봉에 동참하고, 매해 수확량이 늘어 지난해 7월에는 수확량 1t을 달성했다. 음식과 화장품, 생활용품 등의 재료로 꿀을 팔고 수익은 긴자의 환경 보호와 무농약 농가 지원 등에 쓴다. 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환경 교육도 활발히 하고 있다. 2009년 본격적으로 도시양봉이 진행된 덴마크 코펜하겐에는 400만 마리 꿀벌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프랑스 파리에서는 하원 의장이 국회의사당 옥상에 벌통 3개를 설치하고 꿀 생산을 공언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거대한 우주에 ‘또 다른 나’가 있다면…

    거대한 우주에 ‘또 다른 나’가 있다면…

    남녀가 만나는 순간이 있다. 여자가 “팔꿈치 핥아 봤어요?”라는 황당한 질문을 던진다. 여자는 대화를 이어 가려고 말을 늘어놓지만 남자는 “사귀는 사람 있습니다”라고 응답하고는 끝. 암전. 불이 켜지고 또 묻는다. “팔꿈치 핥아 봤어요?” 중얼중얼 말하는 여인에게 남자가 말한다. “여친이랑 진짜 힘들게 헤어졌거든요. 뭐 그렇다고요”라고는 끝. 또 암전. 다시 불이 켜지면 여자는 또다시 묻는다. “팔꿈치 핥아 봤어요?” 영국 극작가 닉 페인(30)의 연극 ‘별무리’(Constellations·연출 류주연)의 형식은 매우 독특하다. 만남의 시작, 첫 데이트, 외도, 이별, 재회, 죽음 등 다양한 상황에 놓인 남녀의 대화가 여러 번 반복된다. 대사와 감정에서 조금씩 변주한 것은,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반응과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아홉 가지의 상황과 그 속에 각각 서너 가지 가능성, 해서 48개 장면이 90분 동안 쉼 없이 이어진다. 지구인 듯 우주인 듯, 커다란 돌덩이 같은 단순한 무대 위에서 끊임없이 또박또박 대사를 내뱉는 두 배우도 참 대단하다. “대본 복사가 잘못된 줄 알았다니까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주인영(36)은 대본을 받은 첫인상을 이렇게 말했다. “보통 드라마는 기승전결이 있잖아요. 이 작품은 그게 애매해요. 상황도 잘게 쪼개지니까, 어디서 힘을 줄지, 또 빼야 할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 그는 연습을 이어 가면서 “나름의 고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연스럽게 흐름을 잡게 됐다”며 조리 있게 재잘거렸다. 조용히 주인영의 말을 듣던 최광일(44)은 “공연을 올리기 전에는 ‘과연 관객들이 우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는데, 그 자잘한 시간 안에도 시작과 끝이 있고, 장면마다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서 조금씩 수월해졌다”고 돌이켰다. 최광일이 연기하는 롤란드는 양봉업자다. 주인영의 마리안은 천체물리학자이니 ‘벌무리’와 ‘별’의 만남이다. 큰 우주와 대비되는 작은 벌의 날갯짓이자, 벌과 같은 작은 만남은 수많은 별처럼 쏟아지고 그것들이 삶과 우주가 된다는 뜻도 있다. 그 연장선에서 꺼내 든 것은 우리 인생이 다중 우주 어딘가에서 또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평행우주론’이다. “재미있는 이론이죠. 나와 비슷한 사람이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거잖아요. 근데 다른 우주에는 이런 나는 없었으면 좋겠어요. 거기에도 이 불행한 놈이 있다니….” 농담도 진지한 표정으로 하던 최광일은 ‘별무리’에 “지금 이곳에 사는 내게는, 이전의 삶을 묻게 하는 새로운 시작”이란 의미를 담았다. ‘에쿠우스’, ‘클로저’ 등 여러 작품에서 강렬한 인상을 준 그는 지난 1년간 무대를 떠나 있었던 터라 ‘시작’이라는 말이 더 묵직하게 들린다. ‘경숙이 경숙 아버지’, ‘야끼니꾸 드래곤’에서 개성 있는 연기로 호평받은 주인영도 출산과 육아로 2년 6개월 만에 무대에 돌아왔다. “육아와 일을 동시에 하면서 이 나라에는 정말 보육대책이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며 한숨을 내쉬더니 “그래도 행복하다”고 했다. “지금 이렇게 사랑하고 싸우고 소모하는 건 참 행복한 일이죠. 지치고 귀찮다고 그냥 넘어가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갖고 감정을 쓸 수 있다는 거요.” 두 배우의 열연으로 지금 이 우주의 삶을 이야기하는 ‘별무리’는 다음 달 1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2만 5000~4만원. (02)580-1300.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대학로서 만나는 반가운 ‘두 얼굴’

    대학로서 만나는 반가운 ‘두 얼굴’

    이달 말 서울 대학로 무대에서 반가운 얼굴을 나란히 만난다. TV 브라운관에서 활약하는 중견 배우 길용우(왼쪽)와 오랜만에 관객 앞에서 나서는 배우 김승현(오른쪽)이다. 배우 길용우는 오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3관에서 연극 ‘피아노포르테, 나의 사랑’으로 관객을 찾아간다. 경계 없는예술센터가 만든 ‘피아노포르테’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전작 ‘피아노포르테, 나의 삶’이 피아니스트의 삶과 음악에 대한 진중한 독백이었다면, 이번 ‘…나의 사랑’은 가슴속에 묻은 바이올리니스트와 나눈 사랑의 서사다. 길용우는 노() 피아니스트의 젊은 시절과 열정적인 사랑의 감정을 잔잔하게, 때론 격정적으로 표현한다. 지난해 말 영등포아트홀에서 한 차례 특별 공연으로 선보였다. 이번 대학로 무대에서 네 차례 공연한 뒤 전국 투어에 나선다. 2만~3만원. (02)6080-2757. 최근 활동이 뜸했던 모델 출신의 청춘스타 김승현은 오는 27일부터 6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명륜동 대학로 예술공간SM에서 연극 ‘엄일탁, 우리 아부지’로 무대에 오른다. 지금은 보일러 수리기사로 일하지만 온몸에 군인정신이 배어 있는 엄일탁의 집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재미와 감동을 그렸다. 김승현은 감초 캐릭터인 오태양 역할로, 이 집에 들어와 일탁의 딸 진주와 묘한 감정을 쌓는다. 1만~2만원. (070)7677-0313.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무에타이 챔피언을 꿈꾸는 18세 소년의 집념

    무에타이 챔피언을 꿈꾸는 18세 소년의 집념

    오랜 역사, 격렬한 기술을 자랑하는 무에타이는 태국인들에게는 애국 무술로 통한다. 무에타이만으로 거대한 세력을 일망타진하는 영화가 전 세계에 개봉되면서 중국 쿵후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외국인에게도 인기가 많아 태국 곳곳에 있는 경기장은 항상 관객들로 붐빈다. 온몸을 타격 도구로 사용하는 무예라 무에타이 선수들의 훈련은 혹독하기 그지없다. 21일 밤 10시 45분 EBS ‘극한직업’은 자부심과 열정으로 힘겨운 훈련을 버텨내고 있는 태국 무에타이 선수들을 조명한다. 서서 타격을 가하는 무예 가운데 최고의 기술을 가졌다는 무에타이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선수들은 하루 14~15시간을 연습에만 집중한다. 도처에 부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날렵한 몸을 위해 체중 조절을 해야 하는 삶은 보기만 해도 고통스럽다. 그런 탓에 20대 중반이면 은퇴를 해야 할 정도로 선수 생명도 길지 않다. 무에타이 챔피언이 되겠다는 꿈으로 ‘태국 수윗 캠프’에 선수 20여명이 모였다. 여섯 살 아이부터 20년 경력을 가진 베테랑까지 함께 숙식하며 연습에만 집중한다. 이곳의 기대주는 무에타이를 한 지 8년 된 열여덟 살 소년 윗사노 뭉깃이다. 무릎 공격과 펀치가 주특기로, 승률이 90%에 달한다. 3일 후 방콕에서 열릴 대회를 앞두고 훈련의 강도를 높였다. 조깅과 줄넘기, 타이어 끌기, 타격 연습 등의 훈련을 14시간 동안 한 뒤 소년이 먹는 것은 우유와 달걀 두 개뿐이다. 훈련은 고되고 환경은 열악하지만 생계와 꿈을 위해 무에타이를 포기할 수는 없다. 피와 땀의 결실, 챔피언의 영광을 얻기 위한 무에타이 선수들의 치열한 삶 속으로 들어가 본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공연리뷰]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

    [공연리뷰]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

    무대화의 묘미라는 건 이런 것이다.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연출 양정웅)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와 같은 흐름을 가지되 현장감과 즉흥성을 품고 매우 유쾌한 작품으로 태어났다. 2011년 제작된 동명 영화를 무대로 옮긴 작품은 원작의 이야기 그대로다. 두현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외모를 가졌지만 수다스럽게 독설을 내뿜는 아내 정인 때문에 괴롭다. 헤어지고 싶지만 독설이 무서워 고민하던 차에 ‘전설의 카사노바’ 성기를 만나 아내를 유혹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사건이 펼쳐진다. 소극장 무대는 아기자기하다. 무대는 앞뒤로 단 차를 둬 조금 높은 뒤편은 거리, 방송국으로 활용한다. 앞편은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선반장과 소파, 부엌을 나란히 배치해 실내 장면을 만든다. 주인공의 집, 방송국, 와인바, 바닷가 등 영화에서 광범위하게 옮겨 다니는 배경은 소극장 무대를 쪼개고 충실하게 사용하며 압축했다.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을 얹어 색다른 작품을 선사한다. 카사노바 역할을 한 조휘가 눈에 띈다. 그동안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집시 지도자 클로팽), ‘황태자 루돌프’(타페 수상) 등에서 보인 묵직함은 온데간데없다. 엉큼하게 여자를 꼬드기고 능청스럽게 고뇌를 발산하면서 연민을 부른다. 건장한 덩치로 애교 있는 행동을 할 때면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진다. 너무 튀는 카사노바라 두현 역할이 상대적으로 밋밋할 수도 있다. 한데 김재범은 무심한 듯 애드리브를 툭툭 던지며 색다른 재미를 끼워 넣었다. 처음 연극에 도전하는 류현경도 긴 대사를 명료하게 쏟아내며 캐릭터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또 다른 카사노바를 연기하는 김도현도 “류승룡(원작의 카사노바)의 무대판”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전병욱(두현), 심은진(정인)도 관객 평가가 좋다. 1인 다역을 하는 ‘멀티’ 역의 송형은, 이나영과 공연 전부터 마지막까지 피아노에 앉아 연주하는 박환 음악감독 등으로 인해 작품이 더욱 생생하고 촘촘하다. 공연의 유일한 단점은 아직 공사 잔내가 빠지지 않은 공연장이랄까. 오는 6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DCF대명문화공장 2관에서 공연한다. 2만~5만원. (02)514-3666.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무대위에 올린 ‘청소년들의 자화상’

    무대위에 올린 ‘청소년들의 자화상’

    햄스터 우리만 있을 뿐 무대 위에 햄스터는 없다. 한데 그것이 갈등의 기폭제가 된다. 연극 ‘햄스터 살인사건’(극작 허선혜·연출 최여림)은 유쾌한 듯하지만 가볍지 않고, 통쾌하지만 씁쓸하다. 죽었지만 죽지 않고, 눈앞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이어지면서 시선과 사고를 흡인한다. 허름한 모텔 방에 햄스터 우리를 손에 든 남학생과 여학생이 있다. 보호와 강요의 틀 속에서 움직였을 이들이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떠올린 것은 안타깝게도 ‘멋진 죽음’이다. 그 와중에 배관공이 느닷없이 욕실을 고치러 모텔 방에 들어왔다. 배관공의 눈에 띈 것은 ‘모텔 방에 있는 청소년들’이 아니라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다. 굼뜨게 수리하더니 침대에 벌렁 드러누운 채 담배 심부름을 시키면서 연장자의 위세를 부린다. 여학생의 신고로 방에 들어온 모텔 여주인도 다르지 않다. 교복 입은 학생들을 모텔 방에 들여보낸 ‘어른’이면서 “눈 똑바로 뜨고 대든다”며 어쭙잖은 행세를 한다. 어른과 다툼을 벌이다가 여학생이 창문으로 몸을 던지고, 엉겁결에 배관공이 우리를 도망친 햄스터를 밟아 죽이는 일이 벌어졌다. “고작 햄스터 한 마리 때문”에 ‘일개 고등학생일 뿐’인 남학생의 분노가 폭발하는가 싶더니, 경찰인 아버지에게 훔친 ‘총 한 자루’로 지배관계를 역전시킨다. 이후 시시각각 진실과 거짓,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다. 논리적으로 따지려 들면 서사의 연결고리가 헐겁다 못해 끊어졌다고 할 만한데도 이음매 없이 자연스럽고 매끈하게 극을 이끌어낸다. 서사의 끊어진 고리는 상상력으로 채우면 된다는 듯. 국립극단은 “기상천외한 유머, 발칙한 화법과 시선으로 청소년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부조리함에 대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고 설명했다. 오는 23일까지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장 소극장 판에서 공연하는 ‘햄스터 살인사건’은 국립극단이 준비한 ‘청소년극 릴-레이Ⅱ’의 첫 번째 작품이다. ‘청소년극 릴-레이’ 시리즈는 청소년극에 대한 인식과 인프라를 확장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 선보인 프로그램이다. 문제의식과 완성도를 모두 잡는 작품들을 엄선했다. ‘햄스터 살인사건’에 이어 30일부터 6월 7일까지 같은 공연장에서 ‘옆에 서다’(극작 박찬규, 연출 김수희)가 올라간다. 국립극단의 청소년극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인 ‘2013 예술가청소년창작벨트’의 선정작으로 지난해 낭독공연까지 실연했다. 청춘의 불안한 일상과 심리를 밀도 있게 그린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무대미술가 여신동이 쓰고 연출한 ‘비행소년 KW4839’(6월 13~21일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가 마지막을 장식한다. 청소년들과 현장 예술가들이 만나는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청소년 예술가 탐색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무대화하는 실험적인 작품이다. 1만~2만원. 1688-5966.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실패에서 배운다’ 인간 한계 도전한 시도들

    ‘실패에서 배운다’ 인간 한계 도전한 시도들

    위대한 실패/베른트 잉그마르 구트베를레트 지음 장혜경 옮김/율리시즈/336쪽/1만 5000원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실패자에 대한 기록은 잘못된 것, 극복해야 할 대상 정도로 사용된다. 독일 작가 베른트 잉그마르 구트베를레트는 “과거에 대한 언급이 항상 옳은 것일 수는 없다”면서 그렇게 ‘기만당한’ 역사적 사실과 사람들을 끄집어냈다. ‘위대한 실패’는 그중에서도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했던 시도에서 비롯된 12가지 실패를 살핀다. 저자는 “야망, 노력, 능력에 대한 과대평가에 얽힌 매혹적인 이야기라는 점과는 별개로 이러한 큰 실패 사례들은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고 했다. 제목에 붙은 ‘위대한’은 비록 성공하지 못했고, 때론 황당한 계획이었지만 그조차 후대에 남기는 메시지가 있다는 의미다. ‘보베 생 피에르 대성당’이 저자가 드러내고자 한 오만과 자만이 부른 대표적인 실패작이다. ‘고딕’은 구시대적인 것, 교회의 음험한 지배, 비참한 백성의 생활 등 부정적인 측면을 내포한 경멸의 의미로도 쓰인다. 생 피에르 대성당은 그 표상이자 과욕이 부른 불행이다. 1140년 7월 프랑스 국왕들의 무덤이자 가문의 수도원인 생 드니 베네딕트 수도원은 성당을 고딕 양식으로 개축하기 시작했다. 하늘을 찌를 듯한 첨탑으로 권위를 과시하기 좋은 고딕식 대성당이 완공되자 다른 성당들은 너도나도 그 스타일을 따랐다. 생 드니 개축 이후 300년 동안 프랑스에는 대성당 100개가 건축됐고, 대형 성당도 500여개가 생겼다. 현대의 마천루 경쟁의 시초라 할 만하다. 서로 최고가 되려는 경쟁에 프랑스의 부자 도시 중 하나인 보베가 뛰어들었다. 왕실 관할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보베의 주교들은 세속적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위용을 뽐낼 만한 성당 건축에 나섰다. 그러나 건축은 경제, 권력이동 등 상황 변화에 취약한 프로젝트라는 것을 간과했다. 1225년 성당 건축을 시작한 뒤 제단을 완공한 1272년까지 주교가 세 번 교체됐고, 공사는 진행과 중단을 반복했다. 1284년 11월에는 제단 천장이 무너졌으나 어수선한 시대 분위기 탓에 1480년대에야 재건축이 논의됐다. 1560년대 135m짜리 종탑을 완성했지만 1573년 탑이 내려앉는 재앙을 맞았다. 현재 보베 대성당을 동쪽에서 보면 장대함에 놀라지만 남쪽 면으로 돌아서는 순간 옹색한 외관을 가진 건물이 되고 만다. 연속된 불행의 결과이자 자만이 부른 참담한 흔적이다. 책은 또 폴란드 바르샤바 출신의 의사·언어학자였던 루드비히 자멘호프를 불러온다. 공동의 언어를 갖게 되면 모든 민족적 증오가 사라질 것으로 믿고 국제 언어인 에스페란토를 만든 인물이다. 하지만 자국 언어의 쇠퇴를 우려한 강대국의 반대와 이데올로기 전쟁으로 보급 운동은 실패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이상주의적 노력의 실패가 위대한 것은 비록 비현실적이지만 그 목표의 숭고함은 영속하기 때문”이라면서 “어떤 역경에도 씩씩하게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것이 인류가 짊어진 숙제요 사명”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이 밖에도 기존의 달력을 바꿔 ‘1주 10일’을 주장했던 프랑스 혁명력,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고자 지중해 수면을 낮추려 했던 아틀란트로파 계획, 인간 본성의 개량을 목표로 시도됐던 인간과 원숭이의 교배 등을 다룬다. 프로젝트의 시작과 과정, 당대 역사와 실패의 원인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풀어내면서 나름의 해설을 덧댄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빛·붓·땀… 예술이 태어나는 곳

    빛·붓·땀… 예술이 태어나는 곳

    아틀리에, 풍경/함혜리 지음/서해문집/352쪽/1만 8000원 ‘빛의 화가’ 방혜자가 프랑스 아죽스에 만든 아틀리에(왼쪽)는 “자연의 빛과 색을 최대한 선명하게 볼 수 있게 설계”한 곳이다. 그는 이곳에서 “날마나 만나는 햇빛, 달빛, 별빛을 자양분 삼아” 거침없이 작품을 완성한다. 명징한 색채로 동화적 분위기를 만드는 노은님의 독일 미헬슈타트 작업실은 숲 속에 있다. 그 안에 놓인 노은님에게서 삶의 고민, 자신과 색채와의 싸움을 극복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고요와 평화, 자유를 본다. 폐침목과 폐아스콘을 소재로 작품을 만드는 조각가 정현의 작업실(오른쪽)에는 ‘험악한’ 공구가 즐비하고, 작은 초상을 무한반복해 다른 초상을 만드는 김동유의 공간에는 세밀한 붓과 주사기가 수천개다. 화가의 아틀리에인가 싶다. ‘자연이 아틀리에’인 사진작가 배병우의 작업실에선 여러 켤레의 운동화가 유독 눈길을 끈다. ‘아틀리에, 풍경’에는 우리나라 미술계를 대표하는 예술가 14명의 내밀한 작업실이 담겨 있다. 저자(함혜리 서울신문 선임기자)는 “작가들이 무엇을 위해 땀과 열정을 쏟아붓는지, 무엇이 예술의 길로 이끌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그 먼 작업실들의 문을 두드렸다. 주말과 휴가를 반납하며 2년여 공들여 낸 책이다. 지난해 2월 별세한 뒤 다시는 볼 수 없어진 이두식 화백의 공간,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에 있는 박은선의 작업실도 담았다. 갈피갈피에 작품세계와 함께 작가들과의 각별한 인연을 풀어낸 책은 저자의 말 그대로 “한 명 한 명이 소우주인 예술가들에게서 받은 묵직한 감동”을 전한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여장 남자, 조성하

    여장 남자, 조성하

    중견 배우 조성하(왼쪽·48)가 연기 경력 20년 만에 꽃 가발을 쓴 여장 남자로 뮤지컬 주연에 도전한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발랄하고 요염한 헤롯왕을 연기한 조권(오른쪽·25·2AM)은 귀여운 사고뭉치로 두 번째 뮤지컬 무대에 선다. 뮤지컬 제작사 설앤컴퍼니는 오는 7월 한국 초연을 하는 뮤지컬 ‘프리실라’의 주역 11명을 14일 발표했다.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이 영상과 현장 오디션을 거쳐 직접 선정한 배우들이다. 왕년의 스타이자 우아한 매력을 가진 버나뎃 역에는 조성하와 고영빈, 김다현이 낙점됐다. 조성하는 1993년 극단 전설에 입단해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해 왔다. 뮤지컬 무대 경험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단역으로 출연한 것이 전부다. 경력에 쓰지 않았을 만큼 작은 역할이었다. 왕이나 대통령 같은 무게감 있는 연기를 해 온 그는 사실상 첫 뮤지컬에서 짙은 메이크업과 화려한 쇼걸 옷차림에 평소에도 원피스를 입는 여장 남자로 변신한다. 한번도 만나지 못한 아들을 만나러 프리실라 버스를 타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틱은 마이클 리(가운데), 이지훈, 이주광이 연기한다. 틱, 버나뎃과 함께 여행하는 사고뭉치 아담 역에는 조권과 김호영, 유승엽이 캐스팅됐다. 뮤지컬 ‘프리실라’는 7월 2~6일 프리뷰 공연을 거쳐 8일 본 공연을 시작으로 관객과 만난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가무극으로 만나는 고구려 초기 신화 ‘바람의 나라’

    가무극으로 만나는 고구려 초기 신화 ‘바람의 나라’

    천제의 아들 해모수와 주몽을 중심으로 한 건국, 호동을 위해 자명고를 찢은 낙랑의 비극적인 사랑이 우리에게 알려진 고구려 초기 이야기다. 1992년 첫선을 보인 김진 작가의 만화 ‘바람의 나라’로 호동의 아버지이자 고구려 3대 국왕인 대무신왕(무휼)의 치열한 삶과 방대한 권력 투쟁은 빛을 보기 시작했다. 2001년 서울예술단이 뮤지컬로 만들어낸 뒤 게임, 소설, 드라마 등으로 변주되면서 대무신왕과 호동은 대중 속에 스며들었다. 서울예술단은 2006년 새로운 버전의 가무극을 내놓았다. 힘으로 ‘부도’(국가가 향할 이상향)를 찾아가는 무휼을 중심으로 펼친 이미지극 ‘바람의 나라 무휼’(이하 ‘무휼’)이다. 작품은 대사와 무대장치를 최소화했다. 과거와 현재, 이승과 저승, 전쟁과 평화 등의 개념은 조명으로 구분하고 청룡, 주작, 봉황 등의 신수를 영상으로 풀어냈다. 역사를 모른 채 처음 맞닥뜨리면 참 불친절한 작품이다. 한데 배경지식을 가지고 보면 이 작품은 매우 매력적이다. 대사와 움직임, 조명, 영상 하나하나가 압축된 상징이자 하나의 시(詩)로 와 닿는다. 여백 가득한 무대를 자신의 존재감으로 채워야 하니 배우들에게도 친절하지 않은 작품이다. 2006년부터 네 번째 무휼이 된 고영빈(41)과 처음 호동을 맡은 지오(27·엠블랙)는 이 무대를 어떻게 느낄까.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고영빈, 지오를 만나 한 무대에서 다르게 발산하는 에너지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8년의 내공… 여백의 美 무휼 역 고영빈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보여드리겠다 생각 그저 나를 믿고 버틸 뿐” 이지나 연출은 고영빈(41)을 두고 ‘이미지 캐스팅’이라고 했다. 만화방을 할 만큼 만화를 좋아했던 이 연출은 “‘바람의 나라’와 무휼을 사랑했고 원작에 대한 존경심이 커 동떨어진 캐스팅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줄곧 무휼을 해 온 고영빈에게 더한 극찬은 없을 것이다. 지난 8년 사이 그의 목소리는 더 중후해졌고 동작은 더 날렵해졌다. 그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더 커졌다. 그가 홀로 걸어 나올 때조차 에너지가 무대에 그들먹했다. 정작 그는 “많은 것을 비우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보여드리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소탈하게 풀어냈다. “8년 동안 작품을 하면서 연기하려고 힘 쓰거나 멋있게 보이려고 애쓰지 않게 됐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버티는 법’을 배웠죠.” 그는 처음 무휼이 됐을 때 “아무것도 없는 무대를 혼자서 대사도, 노래도 없이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고 돌이켰다. 무휼은 말이 아니라 몸으로, 그 자신의 입이 아닌 다른 이들의 입으로 인물의 조각을 맞춘다. 대사를 쏟아내고 노래하면서 인물을 표현해 온 뮤지컬 배우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대 위에 서 있는 건 정말 어색한 경험”이었고 “이 무대를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안겼다. 그에게 필요한 건 “나를 믿고 버티는 것”이었다. “관객에게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려는 움직임이 오히려 극의 긴장감을 없앤다는 걸 느꼈어요. 나 자체로 충분히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버텨 왔습니다.” ‘여백의 미’가 강조된 작품을 그는 미술관에 빗대 설명했다. “그림을 많이 아는 사람과 처음 본 사람이 각기 다른 느낌을 받고 다르게 해석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작품은 많이 아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것, 그게 매력이죠.” 작품의 매력이 여백이라면 그의 매력은 변신이다. 무휼로서 무게감 있는 연기를 한 그는 뮤지컬 ‘프리실라’에서 트랜스젠더 역할을 하고 새로운 창작 뮤지컬의 주연으로 나서면서 색다른 변신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 겨우 세 번째… 꿈의 전환점 호동 역 ‘엠블랙’ 지오 “두려움·열정 동시에 느껴 부족한 내 실력 알게 돼 가사가 연기라는 걸 배워” 무휼(대무신왕)의 아들인 호동 역할을 두고 이지나 연출은 “남자 배우들은 꺼리는 배역”이라고 했다. 3세, 5세, 15세 소년을 연기해야 하니 멋있고 세련된 배우들에게 어디 쉬운 일일까. 깊은 고뇌를 품고 다소 어려운 대사도 내뱉는 아이라 아역을 쓰는 것도 어렵다. 그 역할을 이제 겨우 뮤지컬 2편을 해치운 지오(27·엠블랙)가 해냈다. 그것도 ‘꽤 잘’. 뮤지컬 무대에 오른 아이돌 가수에 대해 큰 기대를 안 한다면 더욱, ‘무휼’의 지오를 보면 눈이 번쩍 떠질 것이다. 그는 안정적인 소리와 깊이 있는 연기로 작품의 후반을 끌어간다. “호동은 어리고 순수하면서 생각이 묵직한 아이입니다. ‘부도’ 같은 단어의 개념은 어렵죠. 상대와 주고받는 대사가 별로 없어서 대사를 외우는 것도 쉽지 않고요. 혼자 연습하면 내용이 막 산으로 가더라고요.” 미소 띤 얼굴로 고충부터 털어놓더니 곧 “이 작업과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며 진지한 표정을 얹어 말했다. 그는 ‘광화문 연가’ 일본 공연(2012년)에서 처음 뮤지컬을 맛봤고 최근 막을 내린 ‘서편제’에서 자신의 소리를 찾아가는 동호 역을 맡아 호평받았다. 첫 작품이 “뭣 모르고 무대에 올랐던 순간”이라면 두 번째는 “무대의 두려움과 열정을 동시에 느낀 시간”이었다. 동호를 거쳐 호동이 되면서는 “내 소리가 형편없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가수로서 자신의 소리를 ‘변형’과 ‘모방’으로 표현했다. 노래 부르는 ‘4분’ 동안 극적인 모습을 보여 주려고만 했다. 그런데 뮤지컬 무대에 오르면서 그는 다른 세계를 깨달아 가고 있다. “예전에는 가사를 읊어댔는데 이제는 가사의 뜻을 새기고, 그 자체가 연기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하나의 역할로 긴 극 속에 녹아드는 일은 정말 즐겁고 무척 소중한 시간입니다.” “가수로서 고민이 많을 때 만난 뮤지컬로 또 다른 열정과 미래의 답을 찾아가고 있다”는 이 ‘배우’는 자신만의 ‘부도’를 향해 가고 있다.
  • 조지훈 문학 따라 걷는 외씨버선길의 봄이야기

    조지훈 문학 따라 걷는 외씨버선길의 봄이야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고이 접어서 나빌레라/파르라니 깍은(깎은) 머리/박사 고깔에 감추오고/(중략)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조지훈의 ‘승무’가 품은 아름다운 시어는 비구니의 번민과 열반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한 춤, 선(禪)의 창조를 상징적으로 그린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이 시 속 ‘외씨보선’을 이름으로 가진 길이 있다. 길이 200㎞, 13개 구간으로 이어진 외씨버선길은 경북 청송에서 시작해 영양, 봉화를 거쳐 강원 영월까지 이어진다. 14일 밤 9시 30분에 방영되는 EBS ‘한국기행’에서는 외씨버선길 가운데 영양의 조지훈문학길과 풍요로운 마을 대티골을 조명한다. 조지훈문학길의 시작점에 놓인 영양객주 사람들과 마을 주민들은 매주 화요일에 이 길을 걷고 있다. 길을 정비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길목마다 봄 향기가 풍겨 와 나들이나 다름없다. 만개한 사과꽃, 노란 민들레 등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외씨버선길의 일곱째 구간으로 연결된 영양군 일월면 대티골은 자연의 선물을 간직하면서 풍요를 일구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광물을 제련하고 수탈하던 용화광산과 옛 36번 국도를 다듬어 치유의 숲길로 삼았다. 까다로운 식물로 통하는 산나물(명이나물)을 키우며 명물로 만들었다. 산나물은 자생 능력이 뛰어나 손이 덜 가지만 씨를 뿌린 뒤 5년이 지나야 수확할 수 있다. 자연에 농사를 맡긴 지 10년째, 이제는 마을 주민들의 주 소득원이 된 효자 식물이다. 마을 주민들이 생산한 영양 고추를 넣어 만드는 산마늘 김치는 그 맛이 일품이다. 아름답고 풍요로운 도보 여행길인 외씨버선길에서 다양한 봄의 이야기를 만난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와인 취해서 나온 미친 아이디어… 무대 올리니 환상”

    “와인 취해서 나온 미친 아이디어… 무대 올리니 환상”

    “영화감독, 작가와 저녁 식사를 하면서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다면 어떤 작품이 좋을까 얘기하다가 ‘프리실라’가 나왔다. 감독이 와인을 너무 많이 마셨던 거다(웃음). 최악의 아이디어였는데, 그 미친 짓을 해냈다.” 지난달 25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레디슨 블루 워터프런트 호텔 컨벤션센터에서 만난 제작자 개리 매퀸(58)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뮤지컬 ‘프리실라’의 시작을 털어놨다. “그때는 ‘사막을 달리는 버스를 어떻게 무대에 올려’라고 넘겼지만 영화를 다시 보면서 실현 가능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미친 생각’은 두 사람에 의해 현실이 됐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로키호러쇼’로 세계를 누빈 무대 디자이너 브라이언 톰슨은 8.5t짜리 버스를 무대에 올려 달리는 모습부터 몸체 색상을 바꾸는 것까지 모든 것을 실현했다. 원작 영화의 의상을 맡아 아카데미상, 호주필름협회 등에서 의상상을 받은 가디너는 의상 500여벌로 캐릭터와 장면에 개성과 화려함을 불어넣었다. 매퀸은 “의상 제작비가 처음 예상(2만 호주달러)을 훌쩍 넘어 150만 달러(약 14억 5000만원)나 들어갔지만 그 이상으로 예쁘고 환상적인 언어를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프리실라’는 초연 후 전 세계에서 3500회 이상 공연하고 450만명이 봤다. 지금까지 45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호주에서 만든 뮤지컬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라고 자신한 그는 “의상과 버스도 훌륭하지만 성공의 핵심은 따로 있다”고 했다. “가족과 소통이라는 따뜻한 감성과 사랑스러운 이야기입니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자기 내면으로 가는 자아 찾기에서 시작해 가족과 사랑을 찾게 되는 게 작품의 힘이죠.” 스톡홀름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공연 리뷰] 뮤지컬 ‘프리실라’

    [공연 리뷰] 뮤지컬 ‘프리실라’

    시종 웃기다가 가끔씩 갈등과 사건을 장치해 놓고, 끝에는 코끝 찡한 감동을 준다. 이런 틀거리, 다소 진부하다. 이 흐름 위에 ‘뮤지컬 역사상 가장 화려한 배우’ 프리실라가 올라타면 얘기가 달라진다. 언뜻 유치해 보이지만 매우 정성을 들인 의상, 흘러간 노래지만 여전히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음악, 성(性)을 ‘넘나드는’ 것이 퍽 자연스러운 인물들이 한데 뒤섞여 현란하게 매혹하고 유쾌하게 자극한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예타레욘 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프리실라’는 꽤나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뮤지컬 ‘프리실라’는 동명 영화(1994년)를 원작으로 한다. 호주 시드니의 한 클럽에서 드래퀸 공연을 하는 틱에게 별거 중인 아내가 ‘앨리스 스프링스’ 리조트 쇼의 출연을 제의한다. 멋진 쇼를 보여 줄 기회인 동시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들 벤지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자신이 드래퀸 공연을 한다는 것을 숨겨 온 틱은 갈등하지만 벤지를 만나고픈 바람으로 왕년에 잘나가던 트랜스젠더 버나뎃과 귀여운 사고뭉치인 게이 애덤과 함께 프리실라 버스를 타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2876㎞의 여정을 떠난다. 시드니클럽에서 앨리스 리조트 쇼 무대에 서는 사이 여러 인물들은 의상 500여벌, 머리장식 200여개를 순식간에 갈아입고 눈화장도 바꾸면서 극적으로 변신한다. 2006년 10월 호주에서 초연한 뒤 캐나다, 영국, 미국으로 번지면서 토니상, 로렌스 올리비에상, 드라마데스크상 등 공연 관련 시상식에서 의상디자인상을 휩쓸었다. 의상 부문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말이다. 길이 10m, 무게 8.5t에 이르는 버스 프리실라는 360도 회전하면서 겉과 속을 내보이고, 온몸에 두른 LED 조명을 무지개색으로 번쩍거리면서 ‘배우’ 역할을 톡톡히 한다. 2시간 30분(인터미션 포함) 동안 현란하게 시선만 끄는 게 아니다. 웨더 걸스의 ‘이츠 레이닝 맨’(It’s Raining Man), 글로리아 게이너의 ‘아이 윌 서바이브’(I’ll Survive), 마돈나의 ‘매터리얼 걸’(Material Girl), 도나 서머의 ‘핫 스터프’(Hot Stuff) 등 히트팝으로 귀를 홀린다. 드래퀸, 트랜스젠더, 게이가 등장한다는 데에 덜컥 부담을 갖는 것은 금물. ‘성 정체성’이라는 사회학적 구분은 이들의 여정에서는 ‘예술적 취향’으로 다가온다. 매우 남성적인 유명 배우가 버나뎃을 연기하고, 매력적인 젊은 배우가 애덤을 맡아 색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것도 작품의 묘미다. 한국형으로 변신한 ‘프리실라’는 오는 7월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 스톡홀름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책속 그림] 막걸리 먹여 아이 재우는 아빠의 능청

    [책속 그림] 막걸리 먹여 아이 재우는 아빠의 능청

    세계 최고 아빠의 특별한 고백/데이브 잉글도 지음 정용숙 옮김/더숲/192쪽/1만 3500원 태어난 지 3일 된 딸 앨리스에게 아빠는 다짐했다. “나는 정말 누구보다도 좋은 아빠가 될 생각이다.” 대부분 자고, 일어나 봤자 꼼지락거리기만 할 때의 얘기다. 9주 뒤 아빠는 멍한 표정으로 젖병의 우유를 커피에 넣고 있다. 다시 19주 후 아빠는 자기최면을 걸었다. 이제 엄마 없이도 잘 살게 된 딸의 독립심을 축하하며 ‘그 나이에 잘 어울리는’ 폭죽을 선물했다. 진짜? 사진에서만 그렇다는 말이다. ‘세계 최고 아빠의 특별한 고백’은 사진학을 전공한 아빠 데이브 잉글도가 만든 육아기다. 페이스북에서 열렬한 환호를 받았던 ‘설정’ 사진 80여장은 세계 최고의 아빠의 능청으로 가득하다. 아내가 아기 밥으로 이유식이나 고형식을 언급하자 ‘최고의 고형식’ 스테이크를 안기고, 세탁기에 목욕시키며 연약한 아기 피부에 딱 맞는 ‘울코스’ 버튼을 잊지 않는다. 다림질, 요리 등을 딸에게 넘기기 일쑤다. 주한미군으로 일한 아내를 찾아 한국에 들렀을 때에는 딸과 ‘강남 스타일’ 춤을 춘다. 막걸리가 우유인 줄 알고 딸에게 먹인 아찔한 순간, 딸이 금세 잠들자 “이제 앨리스 재우기는 식은 죽 먹기”라고 눙친다. 918일의 기록은 재치가 넘치고, 사진마다 곁들인 짤막한 에세이는 공감을 부른다. 책 자체로도 재미있고, 아이와 독특한 추억을 남기고 싶은 부모에게는 좋은 힌트가 된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누가 우리를 ‘밥상 속의 독’에 빠지게 하나

    누가 우리를 ‘밥상 속의 독’에 빠지게 하나

    죽음의 식탁/마리 모니크 로뱅 지음/권지현 옮김/판미동/640쪽/2만 8000원 2008년 초 프랑스의 다큐멘터리 제작자 마리 모니크 로뱅이 다국적 기업 몬산토의 실체를 파헤친 책과 다큐멘터리가 유럽 전역을 강타했다. 폴리염화비페닐(PCB), 다이옥신,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를 주수입원으로 삼던 화학기업이 식량위기의 해결사로 둔갑하고, 유전자변형식품(GMO) 특허권의 90%를 휘두르며 제3세계 농민들을 어떻게 사지로 몰아넣는지 낱낱이 드러냈다. 글과 영상은 GMO 이슈화와 몬산토 반대운동을 전 유럽으로 퍼뜨렸다. 2년 후 로뱅은 논의를 확장시켰다. 우리 환경과 식탁을 점령한 합성 화학물질이 어떻게 관리되고 규제되는지 쫓아 ‘우리 일상 속의 독’(Notre Poison Quotidien)에 담아냈다. ‘죽음의 식탁’은 그 책의 번역본이다.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는 독성 물질은 농약부터 합성 감미료까지 수두룩하다. 기업은 이윤만 추구하고, 위험을 따져야 할 과학자들은 기업의 필요에 따라 사실을 감춘다. 규제를 해야 할 보건 당국은 대기업의 지원군이 되면서 우리 입에 독성 물질을 넣고 있다. 단맛을 내는 아스파르탐이 무설탕 음료, 껌, 요구르트 등으로 전 세계 2억명의 입에 들어가게 된 과정은 그 현상을 명료하게 설명한다. 1965년 미국 제약회사 GD설의 화학자는 위궤양 약을 개발하다가 아스파르탐을 발견했다. 아스파르탐산과 페닐알라닌, 메탄올로 구성된 이 물질은 열량이 없고 사카린 같은 쓴맛도 남기지 않는 완벽한 감미료였다. 문제는 메탄올은 에탄올과 중화하지 않으면 간에서 포름알데히드로 변하고, 아스파르탐산과 페닐알라닌은 물에 닿거나 30도 이상이 되면 독성 물질인 DKP로 분해된다는 점이었다. 이런 위험 요소에도 기업의 전략과 은밀한 과학, 정치적 상황이 맞물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사용 승인을 따냈다. 기업은 DKP가 건조식품에서는 안정적이라는 것을 내세웠고, 과학은 일부러 허술한 연구로 위험성을 가릴 연구 결과를 거두었다. ‘공화당의 JFK’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도널드 럼즈펠드가 GD설의 CEO로 취임해 정부를 압박했고, 때마침 ‘규제 완화의 사도’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결국 1981년 아스파르탐이 허용되고, 일일 섭취 허용량은 50㎎/㎏로 결정됐다.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이 모인 이탈리아 라마치니 연구소가 아스파르탐이 백혈병, 신장암, 두개골 신경 종양 등을 일으킨다고 수차례 경고했지만, FDA와 유럽 식품안전청은 무시하고 있다. 저자는 다양한 자료와 인터뷰를 활용해 비스페놀A, 다이옥신, 벤젠 등 일상에 넘쳐나는 독성 물질을 섭취하게 되는 경로를 들추면서 화학물질 유해성의 기준이 되는 일일 섭취 허용량, 잔류농약 최대 허용량은 ‘독살자의 신성동맹’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위험에 대항하는 시민들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이니 ‘감정’에 휘둘리지 말자. 하지만 안심하자. ‘합리적인’ 사람들인 ‘과학자들’이 어련히 잘 알아서 하고 있을까.” 저자는 “탄탄한 논리로 무장해서 능력껏 행동하고 더 나아가 우리 건강을 지배하는 게임의 법칙을 바꿀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 FDA 승인’을 안전의 척도로 여기는 한국이 이 책의 경고를 그냥 넘길 수 있을까.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록뮤지컬 ‘헤드윅’… 환희 그 이상

    록뮤지컬 ‘헤드윅’… 환희 그 이상

    공연 제목과 함께 자연히 연상되는 배우들이 있다. 반대로, 배우를 떠올리면 따라 붙는 작품들도 있다. 전자와 후자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조합이다. 오는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막을 올리는 록뮤지컬 ‘헤드윅’이 그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올해로 국내 공연 10주년을 맞이한 ‘헤드윅’은 티켓 오픈 때마다 출연진을 추가로 공개하면서 관심을 유발하고 있다. 이번 2차 오픈에서는 김다현의 합류 소식을 알렸다. ‘헤드윅’을 처음 올린 2005년부터 2008년까지 꾸준히 무대에 오르며 ‘다드윅’(배우의 이름과 헤드윅을 섞은 애칭)으로 불렸다. ‘꽃다현’이라는 다른 별명처럼 ‘가장 아름다운 헤드윅’으로 사랑받았던 그는 이번 공연으로 6년 만에 다시 헤드윅의 가발을 쓴다. 앞서 지난달에는 조승우(왼쪽)와 박건형, 손승원, 송용진(오른쪽)이 출연을 결정하면서 티켓 판매를 시작했다. ‘조드윅’ 조승우는 티켓 오픈 때마다 매진 기록을 세우는 ‘최고의 흥행메이커’답게 6월 1일까지 예정된 자신의 출연분 티켓을 다 팔아 치웠다. 초연 멤버 송용진은 오는 14일 오후 9시 30분(심야 공연)에 단 한 차례 특별공연만 예고해 판매를 개시하자마자 티켓이 매진됐다. 6년 만에 ‘모텔 리버뷰’(공연의 배경)를 찾는 터라 그를 기다린 팬들의 아쉬움은 컸다. 그 성원이 그를 끌어들여 매주 금요일 ‘쏭드윅’ 심야공연으로 만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완판 배우’ 박건형과 ‘최연소 헤드윅’ 손승원에, 이영미·서문탁·전혜선·최우리가 이츠학으로 무대를 장식한다. ‘헤드윅’은 성전환 수술에 실패한 동베를린 출신의 록가수 헤드윅(한셀)이 ‘남편’ 이츠학, 밴드 앵그리인치와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콘서트 형식의 뮤지컬이다.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존 캐머런 미첼이 각본을 쓰고 스티븐 트래스크가 작사·작곡해 1998년 미국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2005년 4월 첫 공연을 올린 뒤 1400여회 공연에 누적관객 40만여명을 모았다. 9월 28일까지. 5만~6만 9000원. (02)749-9037.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전쟁 뒤 평화 무드’ 발칸반도, 공존의 희망 싹튼다

    ‘전쟁 뒤 평화 무드’ 발칸반도, 공존의 희망 싹튼다

    발칸반도는 삶의 모자이크와 같다. 태고의 신비와 중세의 낭만이 공존하고, 육지와 바다가 아름답게 만나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문명의 교차로로 분쟁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따로 또 같이 하나가 되는 땅’ 발칸반도의 속살을 7일 밤 8시 50분 EBS ‘세계테마기행’ 3부 ‘공존의 땅을 꿈꾸며’에서 만난다.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된 ‘요정의 호수’ 플리트비체, 우바츠 협곡 등 발칸의 대자연은 ‘동유럽의 화약고’로 여겨졌던 시기에도 조용히 지역의 역사를 보듬어 왔다. 전쟁이 끝난 뒤 평화의 시기가 지속되면서 공존의 희망이 싹트고 있다. 세르비아 북서부에 위치한 노비사드는 동유럽 문화의 용광로로 불린다. 지금은 한때 총부리를 겨누던 민족들이 재래시장에서 만나 함께 살아가는 오늘을 만들고 있다. 지정학적인 이유로 만들어진 군사 요새 칼레메그단은 차가운 성벽으로 남아 냉혹한 시절의 상징이 됐지만, 이제는 베오그라드 시민의 고마운 쉼터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베오그라드를 지나 분쟁의 상징이었던 보스니아의 비셰그라드와 세르비아의 국경을 지나는 드리나 강으로 향한다. 드리나 강은 예로부터 서로마와 동로마제국의 자연적 국경, 가톨릭과 동방 정교회의 접경이 됐다. 346㎞에 달하는 긴 강은 계곡과 좁은 산골짜기를 흐르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드리나 강을 따라 찾아간 크로아티아에서 세계자연문화유산 플리트비체 호수와 맞닥뜨린다. 한때 ‘악마가 화풀이하는 장소’라고 할 만큼 수많은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지만, 장엄한 대자연의 위엄은 인간이란 얼마나 유약하며 전쟁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일깨운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부고] 민중 미술계 마당발 김용태 前민예총 이사장

    [부고] 민중 미술계 마당발 김용태 前민예총 이사장

    ‘민중 미술계의 마당발’ 김용태 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이사장이 4일 오전 별세했다. 68세. 고인은 1970년대 화가이자 작가로 활동했고 1980년대부터 미술을 통해 문화와 사회 문제를 연결시키며 민중미술 운동을 이끌었다. 미술동인 ‘현실과 발언’의 창립 동인이자 민족미술협의회 초대 사무국장과 민예총 초대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1993년 북한 정영만 조선미술가동맹 위원장 등을 만나 ‘코리아통일미술’전을 치르며 남북 문화교류의 물꼬를 텄다. 이후에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이사(2002년), 6·15 공동선언 남측위원회 공동대표(2005년) 등을 역임했다. 문화예술의 현장이면 어디서나 모습을 드러냈던 그는 2011년 위암 수술을 하고 지난해 여름 간암 판정을 받으면서 문화계에 발길을 끊고 투병생활을 해 왔다. 그를 ‘용태형’이라고 부르던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신경림 시인, 구중서 문학평론가 등 문화예술인 40여명은 ‘김용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어 그의 쾌유를 비는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영애씨와 딸 보영씨가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됐다. 장례는 ‘민족예술인장’으로 치러지며 장례위원장은 김정헌 서울문화재단 이사장과 이애주 전 서울대 교수가 맡았다. 발인은 8일 오전 8시. (02)2227-7580.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숫자’로 본 우리 사회의 불공평한 삶

    ‘숫자’로 본 우리 사회의 불공평한 삶

    분노의 숫자/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지음/동녘/370쪽/1만 7000원 특정 현상을 설명할 때 숫자가 동반되면 내용이 훨씬 명료해진다. 아이를 낳아 대학까지 보내는 데 ‘3억 1000만원’(2012년 기준)이 든다면 ‘엄청나게 많다’는 말보다 부모의 부담 정도가 더 생생하게 와 닿는다. 삼성전자 등기임원의 평균 연봉(52억원)은 노동자 평균 연봉(3800만원)의 137배라고 하면 소득 격차가 확실하게 인지된다. 정확성을 전제로 한 숫자의 의미는 ‘우리는 얼마나 힘겹고 불공평한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의문으로 확장된다. ●통계청·기재부·OECD 등 다양한 자료 활용 사회현상을 드러내는 모든 숫자를 한데 모은 신간 ‘분노의 숫자’는 그래서 단순한 사회지표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책은 기획재정부, 통계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대학알리미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불공평한 한국 사회의 실태를 고발한다. 숫자 나열에 그치지 않고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의미도 갖는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거론할 때 자주 나오는 출산율부터 보자. 서울시 25~44세 기혼 남녀의 희망 자녀 수는 평균 2.01명이지만 실제 출산율은 1.3명(2012년)이다. 희망과 현실의 차이는 보육 환경 탓이다. 2013년 현재 한국 정부가 지출하는 아동가족복지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8%로, 미국(0.7%)보다 높고 스웨덴(3.7%)보단 낮다. 하지만 사교육비 규모는 점점 커진다. 영아의 41.9%가 사교육을 받고 비용 규모는 총 1조 8380억원에 이른다. 영·유아 시기를 빼더라도 짧게는 12년, 길게는 16년 동안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72.54점(OECD 국가 평균 100점 기준)으로 나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고시원·쪽방 등에 사는 청년 139만명 달해 대학을 나온 뒤에도 삶이 가혹하다. 최저 주거 기준(부엌이 딸린 3.6평짜리 공간)보다 못한 지하나 고시원·쪽방 등에서 사는 청년(20~34세)이 139만명이다. 홀로 사는 청년의 23.6%가 주거 빈곤 상태다. 서울 대학가에 있는 하숙·고시원의 평당 임차료는 15만 2685원인데, 타워팰리스는 11만 8566원(2012년 한 포털 부동산 시세)이다. 주거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청년들은 결과적으로 더 큰 비용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삶은 나아질 수 있을까. 가계의 실질소득은 1996~2007년 3.7%, 2008~2012년 2.8% 성장했지만 기업은 8.1%, 11.2%가 각각 뛰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성장의 열매는 대기업에만 집중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소득불평등을 측정하는 지니계수가 1990년대 초반 0.250 수준에서 1999년 0.288, 2009년 0.295로 상승하면서 1(완전불평등)에 가까워지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 얼마나 부의 편중이 심해지는지 알 수 있다. 나열되는 숫자들은 순간적 분노를 일으켜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 위한 기초 자료”로 삼으라는 뜻이다. 꼼꼼하고 알기 쉽게 펼쳐 놓은 ‘분노의 숫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마주하는 불평등의 참상을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속 빈 각오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각성의 숫자’로 와 닿는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뭉클한 마음에… 엄마 꼬옥 껴안고, 소중한 마음에… 아빠 꼬옥 손잡고

    뭉클한 마음에… 엄마 꼬옥 껴안고, 소중한 마음에… 아빠 꼬옥 손잡고

    조금은 차분하게, 사랑만큼은 더 크고 풍성하게 나누고픈 5월이다. 우리 아이들을 한 번 더 안아주고 보듬어주고 싶다. 이럴 때 다양한 가족극을 만나면서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새롭게 선보이는 창작뮤지컬 ‘프린세스 마리’는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일곱 살짜리 마리는 양치질해라, 손 씻어라, 잔소리를 하는 엄마가 밉다. 공주인형을 생일 선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엄마는 마리의 생일조차 잊은 듯하다. 요정에게 말한 소원 탓에 엄마가 사라져버리고, 마리는 좋아하던 공주들과 엄마를 찾아 나선다. 뮤지컬, 어린이극에서 활약한 무대디자이너, 기술감독, 의상디자이너 등이 뭉쳐 마술 같은 의상 전환, 환상적인 나무괴물 등을 구현해 눈이 즐겁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오로라 등이 ‘공주 생활’하느라 얼마나 힘든지 털어놓는 반전이 있고, 용감한 공주들의 신나는 모험이 있어 재미있다. 서울 중구 정동 세실극장에서 6일까지 공연한다. 2만 5000원. (02)742-7601. 잔잔하게 엄마의 사랑을 전하는 ‘우리 엄마’는 6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브로드웨이 아트홀 2관에서 관객을 만난다. 영국의 동화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동명 그림책을 클래식 음악과 함께 즐기는 음악극으로 옮겼다. ‘꽃무늬가 어울리는, 고양이처럼 부드럽고 안락의자처럼 편안하지만, 때론 사자처럼 으르렁거리는’ 엄마의 모습을 파헬벨 ‘캐넌 변주곡’, 베토벤 ‘비창’, 조지 거슈인 ‘랩소디 인 블루’ 등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접목해 노래한다. 엄마의 사랑을 드러내 말하지 않지만 흥미롭게도 공연이 끝날 즈음 엄마를 꼬옥 껴안는 아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2만원. (02)744-7304. 서울 마포구 서교동 롯데카드 아트스페이스에서는 ‘아빠! 사랑해요, 두 번째 이야기-소풍 가는 날’이 공연 중이다. 영국의 베스트셀러 동화 ‘게스 하우 머치 아이 러브 유’(Guess How Much I Love You)를 원작으로 한 이 뮤지컬은 소풍을 떠난 아빠 토끼와 아기 토끼의 하루를 잔잔하게 풀어낸다. 장미꽃, 나비, 애벌레, 개구리를 친구 삼아 교감하고 관객들과 무지개 놀이, 박 터뜨리기를 하면서 즐긴다. 공연 중 가족끼리 향기를 맡고 안아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넣어 아빠 토끼와 아기 토끼처럼 자연스럽게 친밀감을 끌어낸다. 실감 나는 토끼 의상과 생생한 피아노 연주는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롯데카드 아트스페이스에서는 오픈런(무기한 공연)이고, 3~4일에는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 경기도문화의전당 아늑한소극장에서도 공연한다. 서울 (02)2261-1395, 수원 (031)230-3200. 또 하나의 인형극 ‘커다란 순무’도 연극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이다. 가족을 위해 잃어버린 순무를 찾아 떠나는 소년의 모험이 바탕이 됐다. 분절인형, 천 인형 등을 들고 연기하는 배우들의 익살과 너스레가 감칠맛을 더하고, 이동식 수레 같은 아기자기한 소품이 무대를 풍성하게 만든다. 아이들이 공연에 참여하면서 ‘마음을 하나로 모으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교훈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6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이어진다. 2만 5000원. (02)762-0010.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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