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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징역 8년 추가한 ‘기각요정’ 성창호 판사는 누구

    박근혜 징역 8년 추가한 ‘기각요정’ 성창호 판사는 누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 시절국정농단 피의자는 영장 발부 많아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건(국고손실 혐의)에 대해 징역 6년, 옛 새누리당 공천 개입(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등 총 징역 8년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의 재판장은 성창호(45·사법연수원25기) 부장판사다. 법원 내부에서 균형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창호 부장판사는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 재학 중 35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로 시작한 뒤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 대법원장 비서실 판사 등 주요 보직을 거친 엘리트로 손꼽힌다. 2005년에는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로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6년부터 1년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전담 판사를 맡았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기각 결정을 많이 내려 온라인에서 ‘기각 요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9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은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반면 국정농단 주요 수사 피의자에 대해서는 기각을 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성 부장판사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에 대해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입시 및 학사 비리에 연루된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김경숙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 류철균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에 대해서도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대우조선해양 회계사기와 관련해 남상태 대우조선 사장과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에 대해서도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이전에는 법조비리에 연루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홍만표 전 검사장,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 구속 영장도 발부했다.  고 백남기씨의 부검영장을 발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성 부장판사는 “부검장소와 방법 등을 유족과 논의하라”는 조건부 부검영장을 발부했다.  지난해부터 부패사건 전담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 재판장으로서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사건과 관련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이헌수·이원종의 재판을 맡았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국정농단 모르쇠·최순실에 덤터기’…박근혜 2심서도 징역 30년 구형

    ‘국정농단 모르쇠·최순실에 덤터기’…박근혜 2심서도 징역 30년 구형

    검찰이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인 박근혜(66)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을 선고해달라고 항소심 재판부에 요청했다. 1심 구형량과 같다. 검찰은 20일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이렇게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은 국민에게 부여받은 권한을 자신과 최순실씨를 위한 사익추구에 남용했고, 청와대 안가라는 은밀한 공간에서 대기업 총수들과 서로 현안을 해결함으로써 정경유착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씨가 국정운영에 관여할 빌미를 제공하고도 의혹이 제기되자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사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한 후에는 최씨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했다”며 “자신을 믿고 지지한 국민에게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표현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지난해 10월 이후 한 차례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며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774억원을 강제 출연하게 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4월 17일 재판에 넘겨졌다. 최씨와 공모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최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비 등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도 받는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을 작성·관리하게 하고,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시켜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기밀문서를 최씨에게 유출한 혐의 등을 포함해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받는 혐의는 18개에 이른다. 1심 재판부는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으나 삼성의 재단 및 동계스포츠 영재센터 지원금 등 일부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1심에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이 선고됐다. 1심 재판 도중 ‘보이콧’을 선언한 박 전 대통령은 항소하지 않았으나, 검찰이 1심의 일부 무죄 부분에 불복하고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됐다. 검찰은 특히 1심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삼성의 제3자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퉜다. 이날도 검찰은 “재단 출연금과 센터 지원금 등은 피고인이 면담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승계작업과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 개별 현안에 대해 명시적·묵시적 청탁을 받아 그 대가로 이뤄진 것이 충분히 입증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정유라씨에 대한 일부 지원금과 각종 직권남용 혐의 등 1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맥주 이야기] 4캔 1만원의 행복…‘위하여’는 계속된다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맥주 이야기] 4캔 1만원의 행복…‘위하여’는 계속된다

    원가·수입 신고가→ 맥주량 기준 과세 ℓ당 세금 800원 초반대 형성 전망 수제·수입산은 운송비 부담 줄어 호재 하이네켄 등 라거 세금 늘어 비싸질 듯 해외 위탁생산 저가형 맥주 철수 위기최근 국내 맥주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습니다. 지난 10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맥주 과세체계 개선방안 공청회’를 열고 이르면 연말부터 맥주 관련 세금 제도를 기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맥주의 주세는 72%인데, 여기에 교육세 30%와 부가가치세 10% 등을 합쳐 모두 112% 세금이 붙습니다. 종가세는 국내맥주에는 제조원가, 수입맥주에는 수입 신고가가 과세 표준이 되는 제도입니다. 종량세는 원가와 상관없이 맥주의 양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죠. 종량세를 실시한다면 ℓ당 800원 초반대 세금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종량세 전환 소식을 두고 업계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정부가 맥주에 한해 세금 체계를 바꾸려 하는 이유는 그동안 ‘종가세’ 제도가 상대적으로 수입맥주에 세금 혜택을 줘 국산맥주를 역차별해 국내맥주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기 때문입니다. 우선 작은 규모의 크래프트맥주(수제맥주) 제조업체는 종량세로의 개편을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종량세를 도입하면 그동안 제조원가에 포함됐던 원료비나 인건비에 대한 주세의 부담 완화로 양질의 맥주를 생산하고, 수제맥주업체들의 고용 창출도 가속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 일부 수입업체는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합니다. 이들은 종량세로 바뀌면 세금이 낮아지는 맥주는 일부 수입맥주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의 맥주는 세율이 높아져 맥주 가격도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종량세 실시 이후 맥주 소비 환경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게 될까요? 우리는 과연 맛있는 맥주를 합리적인 가격에 마실 수 있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종량세는 크래프트맥주 마니아들에게는 희소식입니다. 특히 미국, 유럽 등에서 수입되는 크래프트맥주들의 소비자가가 낮아지거나, 같은 가격에 더욱 신선하게 맛볼 수 있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수입 원가가 비싸지는 주요 이유가 ‘운송비’인데 ℓ당 세금을 매긴다면 비싼 운송비에 대한 세금 부담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주로 미국 크래프트맥주를 수입하는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운송비 탓에 육로 이동을 해야 하는 중부 양조장들은 외면하고 배로 이동할 수 있는 서부와 동부 맥주 위주로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종량세를 실시하면 운송비 걱정을 덜게 돼 다양하고 수준 높은 양조장의 맥주를 소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맥주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한 냉장 컨테이너나 항공기 운송 등도 큰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멀리서 비싸게 들여왔던 수입맥주들의 가격도 대폭 내려갈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최순실 맥주’로 잘 알려진 미국의 ‘올드라스푸틴’ 맥주는 마트 소비자가격이 한 병에 약 8000원인데 종량세 이후엔 약 5000원에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면 대량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해외 유명 라거맥주는 비싸질 확률이 큽니다. 타격을 입을 대표적인 브랜드가 하이네켄과 칭따오입니다. 하이네켄 수입사는 종량세 전환으로 연간 약 150억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내에 들어오는 중국 맥주 가운데 절대적인 규모를 차지하는 칭따오 수입사도 세금 부담이 상당량 증가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큰 이는 소비자가격에 영향을 주겠죠. 종량세로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맥주들도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이 해외 주문자생산(OEM) 방식으로 생산, 수입하는 ‘저가형 맥주’인데요. 대표적인 상품이 롯데주류가 독일의 공장에 위탁 생산한 ‘L맥주’입니다. 수입 원가를 최대한 낮춰 저렴한 가격에 판매됐던 이 맥주들은 이제 매대에서 자주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종량세로 편의점에서 500ml 수입맥주 네 캔을 만원에 구매할 수 있었던 ‘만원의 행복’도 사라질까요? 업계 관계자들은 종량세 이후에도 소비자들은 만원의 행복을 누릴 수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미 4캔의 만원 시장이 형성된 상황에서 종량세하에 이 가격을 맞출 수 있는 상품들이 충분히 들어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만원에 4캔’을 이루는 맥주의 구성이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기업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4차 산업도 제조업 잣대로 규제… 혁신정책은 이름 바꿔 반복”

    [기업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4차 산업도 제조업 잣대로 규제… 혁신정책은 이름 바꿔 반복”

    미·중 무역전쟁이 서막을 올리고 글로벌 각국이 관세 인상 등 보호 무역주의를 확장하면서 우리 기업 활동과 성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울림을 얻고 있다. 기업 활동의 선순환 구조가 쌓여야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혁신 성장, 소득 주도 성장이 가능하다는 시각에서다. 기업의 기(氣)를 되살려 주지 않으면 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졌다. 서울신문은 주요 15대 그룹 9곳 등 10곳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기업 성장판을 가로막는 요인 및 제언을 들어 봤다. 이들은 “친기업 정책이 개혁 후퇴와 등식이 아니라는 점을, 기업 없이는 고용 증가도, 소득 주도 성장도 힘들다는 점을 이해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정부와 실제 현장의 목마름 사이의 거리감은 상당해 보였다. 우선 우리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대내적 요인에 대해 80%(8곳)가 ‘기업 규제 강화’를 꼽았다. 기업 정책의 비연속성(일관성 결여), 경직된 노사 관계, 외국 대비 열악한 투자 환경, 최저임금 상승 등 비용을 높이는 정책이 뒤를 이었다. A기업 경영전략 임원은 “공유 경제 등 혁신 아이디어가 국내시장서 활성화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도전적인 기업가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환경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현장 공무원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IT(정보기술) 기업 경영전략 담당 임원은 “사람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4차 산업 업종인데도, 규제 잣대는 전통 제조업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어 답답하다”고 아쉬워했다. 정부 교체 때마다 정책의 전환은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체감하는 혼란은 예상보다 컸다. ‘기업 활동에 정치 환경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체 응답자 모두 ‘크다’(매우 크다 40%, 큰 편이다 50%, 조금 크다 10%)고 응답했다. B기업 전략담당 부사장은 “정부 정책, 규제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어 미래를 위한 지속적인 경영 의사 결정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예컨대 차 공유 업체 같은 풀러스 등의 혁신 아이디어는 국내에선 고사되고 있으며, 도전적인 인재들이 실리콘밸리 등으로 유출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내놓은 혁신 정책의 알맹이가 이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근혜 정부가 산업구조 개편을 위해 추진했던 규제 프리존,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이 현 정부의 혁신 성장을 위한 ‘규제샌드박스’와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반면 기업인들은 우리나라 투자 환경이 중국 등 신흥국에 비해서도 열악하다고 봤다. C기업 재무분야 전무는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라고 했다. 그는 “선진국은 기업과 정부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돼 시장에 맡길 부분과 반드시 규제를 해야 할 부분에 대한 선이 합리적으로 그어져 있다”면서 “반면 중국은 ‘중국제조2025’ 등 국가 차원에서 핵심 산업으로 키울 분야에 대해 세제 지원, 인센티브 제공 등 다양한 정책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한 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려운 기업 환경, 노사 불안, 환율 불안정 등도 상존한다. 정경 유착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15~20년 전 대비 개선됐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순실 사태 등을 거치며 기업의 사회적 공헌에 대한 기준·관점을 어떻게 둬야 할 지 혼란스러워 했다. 정권과의 경제적 유착은 나아졌지만 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 상승으로 인해 정부의 요구치 역시 갈수록 복잡해질 것으로 보고 있었다. D기업 임원은 “새 정부 들어 정부와 경제 주체 간 건설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자리가 거의 없었고, 그런 필요성조차 제기하기 어려운 경직된 분위기였다”며 아쉬워했다. 기업 활동하기 더 좋은 환경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역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규제 완화’가 선순위로 꼽혔다. 정부 교체로 혼선을 빚지 않는 산업 발전 전략, 법인세 감면 등 기업 친화적 정책, 업종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정책, 상법·공정거래법 등 법적 기준의 안정적인 운영, 노사 관계 안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 투자 활성화 지원, 대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이 제시됐다. ‘규제 속도 조절론’도 나왔다. E기업 임원은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 최근 노동 정책은 글로벌 변수를 따라잡아야 하는 기업들에게는 너무 숨가쁘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는 게 사실인 만큼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적정한 수준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기 위해 정부·기업 간 전방위적 협업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대주주 및 사회적 책임 경영’을 위해 시급한 사항으로는 ‘외풍에서 자유로운 기업 의사 결정, 이사회 역할 강화’가 주로 언급됐다. 기업의 의사 결정에 대한 판단은 법에 따라 명확히 해야 하는데 국민정서법 등 불명확한 규정, 시대 분위기에 좌우되다 보니 시장경제의 틀이 무너진다는 지적이다. 이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도 연결된다. F기업 부사장은 “이사회 및 사외이사의 모범 모델을 (정부가) 제시하고, 오너를 포함한 경영진 행태를 제대로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외이사의 역할, 책임을 명확히 하고 걸맞은 전문가들이 사외이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연구소 출신의 한 임원은 “전직 정치인·관료, 정권과 친분 있는 교수들이 사외이사로 활동하게 되면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편에서는 경영권 안전성 강화를 위해 차등 의결권, 포이즌필, 황금주 같은 방어막 도입이 시급다는 의견도 나왔다. 우리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정부가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는 규제 개선 외에 기업과의 소통 확대, 정책 불확실성 최소화, 시장 자율 원칙 존중 등이 나왔다. 한 임원은 “신흥국과의 경쟁력은 노사 화합, 신기술 도입을 통한 혁신이 해결 방안이고, 선진국과는 통상·환율 문제가 이슈”라며 “국가 차원의 노사정 대타협, 혁신 기술 개발·도입에 전향적인 정책, 통상 대응 노력 등이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필요한 노력”이라고 제안했다. B기업 부사장은 “젊은 인력이 고용 시장에 신규 채용되는 게 너무 경직된 구조”라면서 “이런 측면에서 고용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특활비 뇌물 무죄여도…朴 형량은 24년+α

    특활비 뇌물 무죄여도…朴 형량은 24년+α

    문고리3인방 국고손실만 유죄 비슷한 판결 받아도 실형 가능성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총선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오는 20일 나온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은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이 얼마나 보태질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는 20일 오후 2시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 혐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선고를 내린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초기인 2013년 5월부터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질 즈음인 2016년 9월까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매달 국정원장 특활비 5000만원에서 1억원씩을 받는 등 총 35억원을 상납받고 2016년 6~8월 이병호 전 원장에게 요구해 1억 5000만원을 이원종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지원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특히 박 전 대통령이 특활비를 받아 서울 삼성동 사저 관리나 최순실씨가 운영하던 의상실 비용, 기 치료 비용 등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지목했다. 박 전 대통령은 또 2016년 4월 20대 총선 과정에서 새누리당 내 친박 세력을 공천하기 위해 국정원 특활비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이른바 ‘친박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는 등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아 왔다. 이 혐의와 관련해선 현기완 전 정무수석과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범으로 기소돼 별도 재판 중이다. 검찰은 지난달 14일 결심에서 특활비 사건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2년과 벌금 80억원 및 추징금 35억원을, 공천개입 사건으로는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최근 법원에서 잇달아 국정원 특활비를 대통령에게 공여한 것이 뇌물의 성격은 아니라며 국고손실 혐의만 유죄로 판단하고 있어 박 전 대통령도 비슷한 판결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고손실 혐의만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장 3명과 ‘문고리 3인방’ 중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은 실형이 나왔기 때문에 형량이 가벼울 것으로 예상할 수는 없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는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의 특가법상 국고손실 방조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며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장 특활비를 정해진 용도와 무관하게 사용한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같은 날 오전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김문석)는 국정농단 사건의 항소심 5회 공판을 열고 검찰 및 국선 변호인의 최종 의견을 청취한 뒤 재판을 마무리한다. 박 전 대통령이 항소를 포기해 검찰 측 항소 이유로만 재판이 진행된 데다 검찰이 추가 제출한 증거도 많지 않아 지난 6월 시작된 항소심이 두 달 만에 조기 종결되는 것이다. 검찰은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뇌물 혐의 등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부분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달라며 1심 구형량인 징역 30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10월부터 재판 보이콧을 선언하고 법정에 나오지 않는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에도 모두 불출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후보에 김병준·박찬종·전희경·김성원·이용구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후보에 김병준·박찬종·전희경·김성원·이용구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자유한국당의 혁신 비상대책위원장 후보군이 5명으로 압축됐다. 자유한국당은 12일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박찬종 변호사, 이용구 전 중앙대 총장, 김성원·전희경 의원 등 5명을 비대위원장 후보로 압축했다고 밝혔다. 비대위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장인 안상수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물론 국민을 상대로 추천받은 결과 150여분의 비대위원장 후보군을 선정할 수 있었다”면서 “실무진이 세부 검토를 하고 비대위 준비위의 심층적인 난상토론을 거쳐 후보자를 압축했다”고 설명했다. 안상수 위원장은 “다섯 분 모두 발표해도 좋다는 말을 했다”면서 “어느 한 분이 비대위원장이 돼도 다른 분이 비대위원 또는 자문위원으로 동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병준 교수는 노무현정부 대통령 정책실장 출신으로, 노무현정부에서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도 역임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탄핵이 거론됐을 때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을 받기도 했다.박찬종 변호사는 5선 의원을 지낸 원로 정치인으로, 신민당 공동대표·한나라당 상임고문·민주국민당 최고위원 등을 역임하는 등 폭넓은 정치 행보를 걸어왔다. 현재는 아시아경제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안상수 위원장은 “박찬종 이사장은 국민공모를 통해 추천된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다른 분들은 처음 (준비위가 추린) 36명 후보군 명단에 있었지만 박찬종 이사장이 애초 명단에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용구 전 중앙대 총장은 2017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과 조직강화특별위원장을 지냈고, 지난해 말에는 당무감사위원장으로서 당협 구조조정을 주도했다. 또 6·13 지방선거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선거에 참여하기도 했다. 김성원 의원(경기 동두천·연천)은 초선 의원으로, 현재 한국당 지역구 의원 가운데 최연소(45) 의원이다. 초선의원 모임 간사를 지냈고, 이번에 비대위 구성 준비위원으로 활동했다. 전희경 의원은 초선 비례대표로, 지난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 중앙선거대책위 대변인과, 한국당 공동대변인을 역임했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는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보수 진영 시민사회 단체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시절 교과서 국정화를 적극 옹호하고,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관련자들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을 반대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오후 열리는 의원총회 등을 거쳐 비대위원장의 자격 등에 관해 토론을 하고, 이번 주말 정도에 최종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한국당은 오는 17일 오전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원장을 추인할 계획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단독]특검, 드루킹 산채 휴대전화 ‘영장 없이 수집’ 적법성 논란

    [단독]특검, 드루킹 산채 휴대전화 ‘영장 없이 수집’ 적법성 논란

    위법 수집 증거는 증거 능력 없다는 독수독과 논란 가능성‘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허익범 특검팀이 드루킹 일당의 활동 근거지로 알려진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일명 산채)에 대한 현장조사 중 압수수색 영장 없이 휴대전화와 유심칩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돼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경우 ‘독수독과’(毒樹毒果·위법수집 증거는 증거능력 없음)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11일 허 특검팀은 최득신 특검보를 포함한 수사팀 7명이 전날 산채에서 발견한 다량의 휴대전화와 유심칩에 대한 포렌식(디지털 정보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건물주의 안내를 받아 산채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버리려고 쌓아둔 쓰레기 더미에서 휴대전화 등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현장 조사엔 경찰관도 안내역으로 함께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압수수색 영장 없이 임의로 증거품을 수거했다. 특검 관계자는 증거품 수집 과정에 대해 서울신문에 “현장조사는 압수수색 영장 없이 나갔다. 소유권을 포기한 건물주 동의 하에 건물주로부터 임의제출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놓고 법조계에선 불법 수집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 일당이 휴대전화 등의 소유권을 포기하거나 임의제출에 동의했는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고, 또 건물주에게 입주자 측 소유로 보이는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할 권리가 있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증거품이 발견된 장소가 실외인지 실내인지, 공유하는 공간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특검이 공개한 사진만 보면 실내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소유권이 건물주에게 확실히 이전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증거 능력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도 “현장조사에서 범행에 쓰인 게 유력한 물품을 발견했다면 일단 입수한 뒤 사후 영장을 청구할 수 있겠지만, 이번 수사 과정은 사후 압수수색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218조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기타인의 유류(물건을 놓아둠)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장 없이 압수한 물품이 유류품이라거나 타인이 보관했다는 사실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으면 향후 재판 과정에서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앞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태블릿PC는 수사기관이 아닌 언론사가 입수한 증거품임에도 위법 수집 증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문 대통령, 인도서 만난 이재용에게 “투자·일자리 늘려달라”

    문 대통령, 인도서 만난 이재용에게 “투자·일자리 늘려달라”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만남이 이뤄졌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에 연루돼 재판을 받는 중인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 대통령의 첫 만남은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인도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9일 오후(현지시간) 삼성전자의 새 휴대전화 공장인 노이다 공장 준공식에서 이 부회장에게 먼저 악수를 청했다. 애초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이날 행사에서 만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문 대통령이 취임 후 삼성그룹 관련 일정을 처음 소화한다는 것이 첫번째 근거였다. 이 부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아직 재판을 받는 점이 두번째 요인이었다. 그런 배경에서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과 거리를 두며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도 보였다. 그러나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는 ‘훈풍’이 감지됐다.이 부회장은 준공식 시작 전부터 행사장 앞에서 대기하다 문 대통령이 도착하자 수차례 두드러지게 깍듯이 인사했고, 문 대통령의 동선을 직접 안내했다. 이에 문 대통령도 이 부회장과 홍현칠 삼성전자 서남아담당 부사장을 따로 불러 5분간 접견하며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고, 이 부회장도 “감사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번 준공식 말미에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장면은 인도 현지 TV를 통해 생중계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기업과 경제활력 회복 및 고용 증대로 코드를 맞추는 ‘경제 대통령’, 해외투자 현장에서 기업과 호흡을 함께하는 ‘세일즈 대통령’ 의지가 투영된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이재용 부회장의 ‘어떤 만남’/이두걸 논설위원

    [씨줄날줄] 이재용 부회장의 ‘어떤 만남’/이두걸 논설위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어제 인도 노이다 휴대전화 생산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의 인도행은 남다르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지난 2월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난 뒤 첫 공식 외부 일정이다. 이 부회장의 이번 인도행은 사실상 ‘삼성 황태자’의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이다.이 부회장의 인도행이 주목받는 더 큰 이유는 ‘어떤 만남’ 때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이 부회장과 공식 회동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주요 대기업 총수들을 만났지만, 이 부회장을 대면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문 대통령이 삼성에 힘을 실어 주는 건 하등 이상할 게 없다. 애플과 함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이끄는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업체들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스마트폰이 반도체와 더불어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리는 수출 효자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는 지원사격 수준이 아니라 대리전에 직접 나서도 모자랄 판이다. 하지만 만남의 대상이 이번 순방 경제사절단의 삼성 대표인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닌 이 부회장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번 회동의 메시지는 ‘이 부회장이 삼성의 실질적인 지배자로 복귀하는 걸 인정’하는 것으로 전달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삼성 대주주로서의 이 부회장이 아닌, 삼성을 진두지휘하면서 정부의 시급한 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결정할 수 있는 이 부회장을 만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재벌 총수 일가 전횡방지와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하는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 이 부회장은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앞둔 ‘피고인’ 신분이다. 물론 피고인은 무죄추정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하지만 행정부 수반이 피고인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면 자칫 향후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아도 사면하겠다는 신호’라는 뒷말까지 나오는 까닭이다. “(이 부회장과의 회동에 대해)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라는 청와대의 반응은 ‘단기 기억상실’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청와대가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를 파면하라’는 게시물에 대해 “청원에 드러난 국민의 뜻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답한 게 불과 5개월 전이다. 국정 운영은 현실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해도 ‘촛불’의 정신이 희미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douzirl@seoul.co.kr
  • [바른 말글] 장본인/손성진 논설고문

    “안중근 의사는 조선통감부의 초대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장본인이었지만….” 어느 기사의 한 부분이다. 국어사전은 장본인을 ‘어떤 일을 꾀하여 일으킨 바로 그 사람’으로 풀이하고 있다. ‘어떤 일에서 중심이 되거나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주인공과 비슷한 말이지만 가려 써야 한다. 큰 업적을 남기거나 좋은 일을 주도한 사람은 주인공, 나쁜 일을 획책한 사람은 장본인을 사용한다. 따라서 안중근 의사는 주인공이라고 써야 한다. ‘박종철 열사의 사인을 조작·은폐하려 한 장본인인 강민창 전 내무부 치안본부장’이나 ‘국정농단의 장본인인 최순실씨’라고 쓰는 것은 맞다. “국정농단의 주인공인 최순실씨가 징역 20년의 중형을 받았다”고 잘못 쓴 기사가 실제로 있다.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영수증 없는 깜깜이 특활비, 없애도 된다”

    역대 국회 사무총장들에 물어보니 대외 기밀용 돈 필요없다 하더라 특활비로 출장·청문회 등 수고비국회 외 활동은 수당 줘 투명하게 지난해 11월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 법안을 발의했던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특활비 제도 개선이 아니라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이 당시 동료 의원 9명과 함께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는 의장이 예산요구서를 작성할 때 특수활동비 항목을 포함시킬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법안 발의 배경은. -당시 국가정보원이 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것이 알려져 이슈가 됐다. 함께 주목받은 국회 특활비를 알아봤다. 일단 영수증이 없는 돈이어서 사적으로 유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았다. 기밀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 국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분들에게 물어봤다. 대외 기밀로 유지해야 할 돈 쓰임새가 없어 (특활비가) 필요하지 않다고 하더라. 돈을 집행한 경험이 있는 사무총장들도 필요 없다고 하니 영수증 없는 돈은 없애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직접 특활비를 받은 적이 있나. -국회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 등 보직을 갖고 있어야 정기적으로 특활비를 받는다. 나는 보직을 가진 적이 없어 정기적 특활비를 받지는 않았다. 다만 출장 갈 때나 청문회를 할 때 거마비·수고비로 쓰라고 돈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특활비인 줄 몰랐다. 돈이 든 봉투를 줄 때 특활비라고 얘기하지 않고 주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아보니 그 돈이 특활비였다는 것을 짐작하게 됐다. →받은 특활비는 어디에 썼나. -해외 출장 비용에 보태 썼고, 청문회 끝난 뒤 수고했다고 직원들 회식하는 데 쓰기도 했다. 영수증이 없는 돈이니 생활비로 쓰든 공무에 쓰든 알 수가 없다. 사실 나도 그때 받은 돈을 어디에 썼는지 기억이 없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받았으면 전부를 밥값에 쓰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나머지 돈은 어디에 썼는지 기억도 없다. 돈이 꼬리표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청문회 활동비는 얼마쯤 받은 건가.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를 하고 나서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100만원쯤 받았다. 당시 청문회를 위해 다른 (청문회에 참여하지 않은) 국회의원에 비해서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데, 그에 비해 실제로 받은 건 아주 큰 돈은 아니다. →어떤 대안이 있을까. -꼭 필요한 것은 영수증 처리를 하는 업무추진비로 남기고 보직수당도 새로 만들 수 있다. 기본적인 국회 일인 정기국회·상임위·국정감사 이외의 과외 활동에 대해선 수당을 줘서 투명하게 하면 된다. 실제로 국회의장이 돈이 많이 든다. 일단 (만나는 사람이 많으니) 밥값이 많이 든다. 또 해외 공관에 가면 수고비라고 격려금을 주는 문화가 있다. 대사관에서 브리핑도 듣고 식사도 대접받는데, 격려금으로 금일봉을 주는 것이다. 또 국회의장은 개인적인 친분이 있든 없든 조의금을 보내야 할 대상도 많다. 개인 재산으로 하기에는 큰 무리다. 그런데 굳이 특활비로 처리할 이유도 없다. →특활비가 폐지될 여건이 됐다고 보나. -폐지를 전제로 제도 개선을 해야 하는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폐지하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든 바꾸려고 하는 듯하다. 아직도 시대 변화를 모르고 있다. 결국 신임 국회의장의 결단이 중요하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하태경 “최순실 청문회 마친 뒤 특활비 100만원 받았다”

    하태경 “최순실 청문회 마친 뒤 특활비 100만원 받았다”

    직원들 회식비 등으로 사용 폐지 전제로 제도 개선해야국회의원의 쌈짓돈으로 전락한 국회 특수활동비를 폐지하라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2016년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를 마치고 난 뒤 수고비 명목으로 특활비를 받아 직원들 회식비 등으로 썼다는 사실을 9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국회 특활비 폐지 법안을 발의했던 하 의원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청문회를 했을 때 수고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며 “당시에는 특활비인 줄 몰랐지만 나중에 알아보니 특활비였다는 것을 짐작하게 됐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100만원쯤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청문회 후 수고했다고 직원들 회식하는 데 쓰기도 했다”며 “다만 회식비로 지출한 돈 이외의 나머지 돈은 어디에 썼는지는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정기적으로 특활비를 받는 사람들은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 국회 보직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나는 보직을 가진 적이 없어 정기적 특활비를 받은 적은 없고 출장 갈 때나 청문회를 하거나 했을 때 아주 뜸하게 거마비나 수고비로 조금 보태 쓰라고 받은 적은 있다”고 했다. 하 의원이 발의한 특활비 폐지 법안은 국가기밀과 관련 없는 활동이라면 영수증을 반드시 남겨야 한다는 취지다. 하 의원은 “특활비 폐지를 전제로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며 “신임 국회의장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삼성전자 영업익 7분기 만에 ↓ 이유는

    삼성전자 영업익 7분기 만에 ↓ 이유는

    중국굴기·재벌개혁 등 국내외로 난관봉착 문대통령 인도서 만남 이 부회장 복귀 신호?  6분기동안 이어졌던 삼성전자 영업이익 상승곡선이 꺾였다. 60조원대 매출 기록도 5분기 만에 멈췄다. 갤럭시S9 판매와 디스플레이 사업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4∼6월 매출 58조원, 영업이익 14조 8000억원을 올렸다고 6일 공시했다. 이날 공시된 잠정실적(연결기준)에서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14조 670억원보다 5.2% 늘어났다. 하지만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분기 15조 6420억원보다는 5.4% 줄어들며, 7분기만에 처음 전분기 대비 감소세를 기록했다. 증권업계가 내놓은 실적 전망치 평균인 15조 2700억원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매출은 전년동기(61조10억원)에 비해 4.9% 줄어든 58조원으로, 지난해 2분기부터 이어가던 60조원대 매출도 달성하지 못했다. 전분기 60조 5640억원보다 4.2% 감소한 것이다.  잠정실적 발표에서는 사업부문별 실적이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업계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는 이번 분기에도 사상최고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일각에서는 이 부문에서 사상 첫 영업이익 12조원 돌파를 예상하기도 했다.  그렇게 되면 반대로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정보기술(IT)·모바일(IM) 부문과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중 반도체를 제외한 디스플레이 사업 등에서 영업이익을 많이 내지 못했다는 추산이 나온다.  IM부문은 올해 갤럭시S9 시리즈 판매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 영업이익은 2조원대 초반으로 전 분기 3조 7700억원의 절반을 가까스로 넘는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2분기엔 갤럭시S8 판매 호조로 영업이익이 4조 600억원에 달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에 그쳐, 지난해 2분기 1조 7100억원의 10%에도 못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반도체 실적 편중 현상은 최근 더 강해지고 있는 중국의 IT굴기 현상과 무관치 않다. 중국 스마트폰은 가격 뿐 아니라 기술에서도 경쟁력을 갖추면서 자국 내수 시장을 잠식했고, 각국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반도체 시장은 글로벌 슈퍼 호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실적을 방어했지만, 이 분야와 디스플레이에서도 역시 중국의 추격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안으론 정부의 재벌개혁, 밖으론 통상전쟁과 중국의 굴기 등 난관의 가운데에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고,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 의혹,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논란 등 삼성전자 경영 사항 외적인 악재도 쌓여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올해 전체 매출 250조원, 영업이익 65조원을 올리며 사상최고 기록이었던 지난해 실적(매출 239조 5800억원·영업이익 53조 6500억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달러화 강세가 부품 사업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고, 글로벌 반도체 슈퍼호황도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디스플레이 사업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8월엔 갤럭시노트9 출시도 예정돼 있다.  삼성전자가 하반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지, 이대로 하강국면에 접어들지는 결국 키를 잡은 선장인 이 부회장에 달렸다. 그 동안 삼성전자는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과감한 인수·합병(M&A) 등 큰 그림을 그려줄 총수 부재 상황을 겪어 왔다. 올초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아직까지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9~11일 인도를 국빈방문하면서 삼성전자 현지 공장을 찾아, 이 부회장을 만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뒤 처음으로 삼성을 방문해 총수를 직접 만나는 장면이 대중에 공개되면, 이것이 이 부회장의 경영 전면 복귀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느냐 여부가 삼성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교정직원 눈높이로 재구성한 ‘높으신 그분’들의 감방생활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교정직원 눈높이로 재구성한 ‘높으신 그분’들의 감방생활

    전직 대통령 둘이 한꺼번에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재임 중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전임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구치소에 각각 수감 중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포함해 네 명째다. 앞뒤 대통령이 나란히 수감생활을 한다는 점에서는 전·노 두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불행한 역사다. 어떤 이는 분노하고, 어떤 이는 안타까워한다. 지지 여부를 떠나 투표로 뽑은 대통령이 구속돼 있는 것을 보는 국민은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다. 이들을 단죄하는 것은 ‘신상필벌’과 ‘법 앞에 평등’이라는 원칙을 보여 준다. 그러나 그들의 수감생활을 두고 ‘특혜’라거나 ‘스위트룸’에서 감옥생활을 한다는 등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들은 감옥생활을 힘겨워한다. 불면증을 호소하기도 하고,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 법무부와 구치소 등 교정당국과 변호인의 이야기를 토대로 교정직원의 시선을 빌려 ‘높으신 분’들의 감방생활을 재구성해 봤다. sunggone@seoul.co.kr■수인번호 716의 생활 고정식 사이클 40분 타는 분…못 먹고 못 잔다는 보고 없어 그날 나는 밤늦게까지 그분(77)이 오기를 기다렸다. 우리 교도소가 이전한 이후 가장 고위급 수감자이자 논란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3월 22일 영장이 떨어졌지만, 그분이 들어온 시간은 다음날인 23일 0시 3분이었다. 준비하느라 부산했다. 단독실도 준비해야 했고, 검찰의 수사를 위해서 조사실도 만들어야 했다. 10여명이 넘는 전담팀도 꾸려졌다. 구치소 직원들의 관심사는 그분이 제대로 잠을 자고, 먹는가였다. 전직 대통령들은 물론 대부분 수감자는 첫날 잠을 잘 못 잔다. 그러나 그분이 그날 밤잠을 못 잤다는 얘기는 들어 보지 못했다. 생각보다 적응을 잘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석 달이 넘게 지난 지금 그분의 감방생활을 보면서 당초 내 판단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최근 재판정에 들어설 때도 교정직원의 부축을 받고, 벽에 손을 기대는 등 건강이 우려할 정도라고 하는데, 이것은 감방생활을 잘할 것으로 봤던 내 예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지는 모르겠다. 그분은 지난달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구치소에 와서 지난 두 달간 잠을 자지 않고도 살 수 있고, 밥을 안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면서 구치소 생활의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건강 문제로 필요할 때만 출석하겠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냈지만,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판을 강행하자 법정에서 한 얘기란다. 이를 두고 “3일 동안 밥을 안 먹고, 잠을 안 자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 보도도 있었다. 둘 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그분이 하루만 밥을 안 먹어도 구치소는 난리가 난다. 바로 ‘불식(不食)보고’를 올려야 한다. 하지만, 며칠 굶었다는 보고는 아직 한 번도 없었다. 하물며 3일씩 식사를 못 했다니…. 그분의 입이 짧은 것은 맞다. 집안 내력으로, 위장장애가 있단다. 언론에 나온 얘기다. 실제로 밥을 남긴다. 재판을 앞두고는 특히 그렇다. 그래도 불식은 아니다. 그분은 바쁘다. 아침에는 변호사가 면회를 오고, 오후에는 김윤옥 여사와 아들, 딸 등 가족이 돌아가면서 면회를 온다. 가끔은 특별면회를 오는 분들도 있다.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많은 사람이 다녀갔다. 거기에 재판에도 나가야 하니 하루가 짧다고 할 수도 있다. 운동은 걷기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날 구치소에 온 기증 물품 가운데 고정식 사이클이 몇 대 포함돼 있어서 그분이 계시는 곳에도 한 대가 설치됐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목격됐다. 일반인과 공용인데 일반 수감자가 타지 않을 때 탄다. 시간은 대부분 40분 안팎이다. 그 나이에 테니스를 친다더니 운동을 좋아하는 것 같다. 같은 구치소에 있는 최서원(최순실)씨도 자전거를 가끔 탄다. 건강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심각한 것도 아닌 것 같다. 원래 당뇨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병원에 다녀오라고 해도 그분의 말처럼 ‘특혜’를 받았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인지, 견딜만 해서인지 안 간다. 그분은 동부구치소의 가장 높은 12층 단독실에 있다. 단독방 수감자들은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는데 그분은 방에 책은 쌓여 있지만, 거의 보지 않는다. 유일하게 읽는 책은 성경이다. 대신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쓴다. 아마 재판을 준비하는 것 같다. 나중에 책을 쓰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변호인과 숙의해 재판에서 반전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는 느낌도 받는다. 역시 그분은 쉽게 포기하는 분은 아닌 듯 싶다. 그러나 재소자들은 수감 중 몇 번씩 수감 태도가 바뀐다. 최초 입감 때의 예상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처럼 이 예상도 안 맞을 수 있다. ■수인번호 503의 생활 하루 10~20통 편지 받는 분…억울해선지 요통 탓인지 꼿꼿 1년 4개월 전에 이곳에 온 그분(66)은 요즘 감방생활이 자리를 잡아 가는 듯하다. 면회도 사절하고, 재판도 거부하면서 일체의 외부 접촉을 하지 않는다. 서울구치소 3평짜리 독방에서 그분은 읽고 쓰기를 반복한다. 1시간쯤 걷기 운동을 하고, 가끔 체조를 하지만, 격한 운동은 하지 않는다. 허리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그분이 왔을 때 감방생활을 견뎌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여성인 데다가 임기 중 탄핵을 당해 수감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분은 자신은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 “저러다가 쓰러지지….”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지금은 내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한다. 동부구치소에 있는 또 다른 그분보다 훨씬 감방생활에 적응을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1년 4개월이라는 수감생활을 통해 나름의 방식을 체득한 것으로 보인다. 책은 많이 읽는다. 초기 ‘꼴’, ‘바람의 파이터’ 등 만화를 즐겨보기 시작해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다룬 일본의 대하소설 ‘대망’, 박경리의 ‘토지’, 김주영의 ‘객주’, 이병주의 ‘지리산’과 ‘산하’ 등 소설을 읽다가 요즘은 체조 등 건강 관련 책도 본다. 초기에는 이런저런 요구도 많았다. 지금은 체념한 것 같다. 대표적인 것이 침대다. 요통이 있으니 침대를 넣어 달라고 했다가 거부당했다. 이는 특혜로 비치기 때문이다. 구치소에서는 수감자에게 특혜를 베풀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식사는 대부분의 범털 재소자들이 그렇듯이 많이 먹지 않는다. 3분의1쯤 먹고 남긴다. 그러나 거른 적은 없다. 짠 음식을 싫어해 김치도 씻어서 먹는다. 잠은 자다가 깨는 경우가 많다. 요통 때문이라고 하지만, 수면 문제는 담당 직원도 쉽게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다. 대부분 허리 때문일 것이다. 지난달 27일에는 허리 때문에 서울성모병원에 다녀오기도 했다. 5월 9일에 이어 두 번째다. 발가락을 다쳐서 다녀온 적도 있으니 그분은 그래도 병원 출입은 잦은 편에 속한다. 얼굴은 주기적으로 부었다가 빠졌다가 한다. 허리 외에도 뭔가 더 이상이 있다는데 알 수는 없다. 그분이 죄수복을 입은 모습뿐 아니라 이런 얼굴을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안다. 글을 쓰는 것은 그의 주요한 하루 일과 중의 하나다. 어디선가 그가 수필가로 등단했던 적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직접 쓴 글을 보지는 못했다. 높으신 분들이 그렇듯이 나중에 회고록 등 책을 쓰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이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생각을 해서인지, 자세는 꼿꼿하다. 동료 얘기를 들으니 동부구치소에 계신 그분의 측근이었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김 전 비서실장은 감옥생활을 제법 잘하지만, 일반인과 섞이는 것은 싫어한다. 대신 최서원(최순실)씨는 뜻밖에 일반 재소자들과 잘 섞여 지낸단다. 이곳에서는 그 정도는 범털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특혜를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하여튼 그분은 재판도 거부하고, 유영하 변호사 등 변호인단을 몇 번 만난 외에는 외부와 단절했다.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부부나 박근령씨 등의 접견도 거부하고 있다. 텔레비전은 보지만, 많이 보는 편은 아니다. 세상 소식은 하루에 10~20통쯤 오는 편지를 통해서 얻는다. 그 정도로 세상을 제대로 알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재판이 종료되면 어떤 변화를 보일지 알 수 없지만, 다른 구치소에 있는 분보다는 쉽게 적응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스마트폰·냉장고 등 양산… 생산량 2배 증가

    문재인 대통령이 9일 방문하는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공장은 인도 수도인 뉴델리 인근 도시 노이다에 위치해 스마트폰, 냉장고, 인쇄회로기판(PCB) 등을 생산하는 현지 기지다. 남부 타밀나두주 첸나이 인근 공장과 함께 삼성이 인도에 운영 중인 공장 2곳 중 하나다. 1997년 12만㎡ 부지에 신축된 노이다 공장은 지난해 6월 삼성전자 인도법인이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기 위해 400억 루피(약 7000억원)를 투자해 24만㎡로 확장에 들어갔다. 삼성이 인도 현지에 한 투자 규모로는 최대 액수다. 당시 현지 언론은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연간 6000만대 수준인 휴대전화 생산량이 연간 1억 2000만대로, 냉장고 생산량은 연 120만대에서 240만대로 늘어난다고 전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순실 사태로 수감되기 직전이던 2016년 가을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나 현지 사업추진 현황 및 사회공헌활동을 소개하고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인도 시장 확대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인디아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노이다 공장 확장으로 5000개의 새 현지 일자리를 창출하고, 2020년까지 500억 루피(약 813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모디 총리의 제조업 부흥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 계획과도 부합한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 인도법인은 2014년 매출 4392억 루피(약 7조 4900억원)로 인도에 있는 다국적 기업 중 2위를 차지했다. 지난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의 첫 공식 일정인 인도 공장 방문은 사업적으로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글로벌 스마트폰 사업이 최근 중국의 거센 도전에 밀리는 가운데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켰던 인도 시장 역시 잠식이 시작된 이유에서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썩은 보수는 단두대로’ 비판 전원책 “한국당에 지금 필요한 것은···”

    ‘썩은 보수는 단두대로’ 비판 전원책 “한국당에 지금 필요한 것은···”

    ‘썩은 보수는 단두대에 올려야 한다’고 서슬 퍼렇게 날을 세웠던 전원책 변호사가 자신이 자유한국당 혁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된다는 소식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5일 통화에서 이같이 말한 뒤 “제의도 못 받았다”며 너털웃음을 보였다고 뉴시스가 전했다. 앞서 안상수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전원책 변호사가 비대위원장에 거론된다는 의견에 대해 “전 변호사도 사실 (후보군) 리스트에 있다”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아무도 내정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한국당의 현재 상황과 관련해 “지금 상황에서 비대위를 한다는 것이 코미디”라며 “비대위보다 필요한 것은 내부에서 보수의 가치와 철학을 둔 치열한 토론”이라고 강조했다. 보수 진영의 대표적 논객인 전원책 변호사는 jtbc ‘썰전’에서 ‘올 단두대’ 발언으로 유명하다.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과 관련해 그 관계자들이나 ‘개·돼지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나향욱 전 교육부 기획관 등에 대해서도 ‘단두대’로 보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드루킹, ‘유시민 총리’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렸다

    드루킹, ‘유시민 총리’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렸다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이 댓글조작에 사용한 매크로 프로그램을 테스트하기 위해 ‘유시민 총리’를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리는 시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2일 노컷뉴스에 따르면 드루킹이 운영한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회원들은 2016년 중순부터 ‘선플 운동’(선한 댓글 달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플 운동’은 회원 각자가 나눠서 일일이 손으로 댓글을 다는 작업이었기에 한계가 있었다. 이들은 댓글조작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방법을 고안했고 그 결과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다. 휴대전화를 기반으로 한 이른바 ‘1기 킹크랩’이다. 앞서 드루킹은 지난 5월 옥중편지에서 “2016년 10월 김경수 의원에게 ‘킹크랩’을 브리핑하고 프로토타입이 작동되는 모바일 형태의 매크로를 제 사무실에서 직접 보여줬다”고 주장한 바 있다. ‘1기 킹크랩’은 드루킹이 언급한 ‘프로토타입 모바일 형태의 매크로와 동일한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추정된다. 드루킹 일당은 ‘1기 킹크랩’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유시민 작가’를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리기도 했다. 2016년 11월 8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태블릿PC건’으로 인한 탄핵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국회추천 총리를 통한 내각구성안을 수용했다. 드루킹 일당은 해당 내용을 보도한 인터넷 기사에 ‘유시민 총리설’을 댓글로 올린 뒤 해당 댓글을 킹크랩을 이용해 ‘베스트 댓글’로 만들었다. 이어 네티즌들이 ‘유시민 총리’를 검색하기 시작했고, 한동안 ‘유시민 총리’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른 정황이 드러났다. 이후 드루킹 일당은 지난해 1월 미국 IT업체 아마존이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아마존 웹서비스’를 기반으로 업그레이드 한 ‘2기 킹크랩’을 만들었다. 드루킹 일당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2기 킹크랩’을 본격 투입해 댓글조작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29일 드루킹 일당이 사용했던 휴대전화와 노트북,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경찰과 검찰로부터 넘겨받아 1, 2기 킹크랩을 동원해 댓글조작의 전체 규모를 확인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드루킹 특검, 한계 딛고 댓글조작 의혹 규명하라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 사건을 맡은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어제부터 최대 90일의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대상은 드루킹 김동원씨 및 그가 이끈 경제적공진화모임의 불법 여론조작 행위와 이에 연루된 혐의자들의 불법 행위, 드루킹의 불법자금 관련 행위 등이다. 허 특검은 “인적·물적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성역 없는 수사 의지를 내비쳤지만, 수사팀 안팎의 상황은 밝지 않다. 특검팀은 시작부터 인력 구인난에 시달렸다. 검사들이 특검팀 파견을 꺼린 탓에 수사 개시 이틀 전에야 파견 검사 인선을 마무리했다. 출범 당일에도 87명 규모의 전체 수사팀을 다 꾸리지 못했다. 5만여쪽 분량의 수사기록 분석에만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기존 의혹 외에 새로운 혐의를 찾기도 어렵다. 시간도 특검팀 편이 아니다. 드루킹 사건에 연루된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자는 김씨 측에 일본 센다이 총영사 자리를 제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만, 선거법상 공소시효가 어제부로 종료됐다.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해 수사가 엄정하게 될까 하는 의구심도 크다. 앞서 검·경 수사 단계에서도 노골적인 늑장 수사 및 부실 수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많다. 김 당선자는 지난달 드루킹의 댓글공작 시연을 직접 참관한 뒤 암묵적 승인을 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불거졌지만, 경찰은 그를 재소환하지 않았다. 특히 정권 초반에 진행된 특검 수사는 의혹을 파헤치기는커녕 당사자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김 당선자를 특검팀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렵다. 게다가 청와대는 26일 비서진 개편에서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을 정무비서관으로 임명하고, 백원우 민정수석비서관을 유임했다. 권부 중의 권부인 청와대가 이번 인사로 관련자들은 무죄라는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송 비서관은 드루킹이 주최한 간담회 참석 사례비로 200만원을 받고, 백 비서관은 드루킹 측의 오사카 총영사 인사 청탁자를 뒤늦게 장시간 면담해 의혹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12번의 특검 수사 중 성공한 사례는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을 파헤친 2016년 박영수 특검 정도가 유일하다. 대부분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지 못한 채 수사가 흐지부지됐고, 혐의자들에게 면죄부를 줬다. 허익범 특검팀은 성역 없는 수사로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해 ‘성공한 특검’ 제2호로 기록되어야 한다.
  • 안양 시립도서관, 지난 대선 때 특정 정치성향 도서 구입·이용제한 논란

    안양 시립도서관, 지난 대선 때 특정 정치성향 도서 구입·이용제한 논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경기 안양 시립도서관이 특정 정치성향의 도서 구입을 배제하고, 이용을 제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민선 7기 안양시장직 인수위원회인 ‘안양 시민행복 출범위원회’ 시정혁신분과는 지난해 3월 시 평생학습원은 10개 도서관에 비치된 68권의 정치 이슈관련 도서 구매 목록을 제출받아 이용제한 조처를 내리고, 구매를 하지 말도록 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6일 평생교육원과 시립도서관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밝혀졌다. 시정혁신분과위에 따르면 전문직 사서들의 논의로 제안된 도서 구입목록이 평행학습원장 결재과정에서 민주당 후보들의 도서가 제외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와 함께 과거 민주화운동 및 촛불혁명 관련 도서가 임의로 이용제한 조치되는 등의 행위가 이뤄졌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 관련 도서 ‘문재인 스토리’, ‘문재인의 서재’,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자의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 ’이재명은 합니다’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쓴 ‘박원순, 생각의 출마’, ‘박원순과 도올, 국가를 말하다’ 등이 구입과 이용제한 조치를 당했다. 또 임수경 전 의원의 ‘참 좋다! 통일세상’과 정창수 등 4인의 ‘최순실과 예산도둑들’, 신상준의 ‘평범한 주권자의 탄핵공부’, 김석 등 ‘학생운동.1980’ 등 민주화운동 및 촛불혁명 관련 도서도 같은 조치가 이루어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당시 시 평생교육원장이었던 최동순 현 복지문화국장은 “대통령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서 였다”라며 “특정 후보와 관련된 도서를 구매하거나 대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도서관장들에게 말한 적이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선 이후에는 구입 배제나 이용 제한을 하지 않았고, 정치관련 이슈 도서 목록을 작성해 보고하라고 한 적은 없다”라고 해명했다 최대호 안양시장 당선인은 “국민의 정보 접근권과 알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공공도서관은 이념적·정치적·종교적 검열이나 상업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한다”라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서울광장] 경총, 몰락한 전경련의 전철을 밟으려 하나/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경총, 몰락한 전경련의 전철을 밟으려 하나/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재계를 대표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몰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수금 창구 역할이 드러나면서 전경련의 위상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국가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기대했던 국민들은 부당한 권력에 기대 재벌들의 사적 이익에 앞장선 전경련에 등을 돌렸다. 1961년 창립 이후 숱한 부침을 겪었지만 이번처럼 국민적 지탄을 받아 본 전례는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전경련의 대타로 나선 경영자총연맹(경총)에서 최근 의미 있는 사건이 진행 중이다. 바로 송영중 경총 부회장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다. 그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대한 국회 논의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경총 내부에서 자진 사퇴의 압력을 받고 있다. 재계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입장에서 반대편인 노동계의 손을 들어 줬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얼핏 들으면 일리가 있지만 찬찬히 이번 파문을 들여다보면 복잡한 내부 갈등이 촘촘히 얽혀 있다. 14년간 지속된 전임자 ‘김영배 체제’의 경총 사무국과 회원사 중심으로 운영 방향을 개혁하려는 송 부회장 간의 반목이 큰 몫을 했다. 삼성노조 와해 사건에 연루된 경총 내부 인사의 변호사비 지원 문제 등 회계 처리의 불투명성과 내부 임원의 무단 대표 등기 등을 둘러싼 잡음 등이 증폭된 측면도 있다. 시곗바늘을 지난 4월로 돌려 보면 진실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다. 경총 회장단은 지난 4월 6일 “노사 문제에 경륜과 식견이 높으며 고용과 복지 문제에도 밝은 송영중 석좌교수가 경총 상임부회장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경총 회장단이 밝힌 대로 송 부회장은 2002년 청와대 노사관계비서관으로 주 5일제 근무 도입과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등 근로기준법 정부안을 만들었던 주인공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임금 근로시간 제도 개선과 고용서비스 선진화에 대한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 냈다. 그를 노사 간 당면 현안을 풀어 갈 적임자로 본 것이다. 도화선이 된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송 부회장은 국회에서 법이 통과돼도 노조가 있는 기업은 다시 임단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경총 회장단의 일원인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이 “산입 범위 조정 문제를 최저임금위원회로 돌려보내자고 한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임단협 과정에서 노조의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가 노사 분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측면이 크다. 당시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노동계의 편에 섰다는 역풍이 불자 송 부회장에게 ‘친노동’ 딱지를 붙여 책임을 전가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도 노사 합의 없는 노동법 개정은 숱한 분란을 일으켰다. 1996년 노동법 파동이 대표적이다. 정리해고 도입 등 노사 간 첨예한 사안을 일방적으로 국회에서 처리했다가 노동계의 격렬한 반발로 YS(김영삼) 정권 몰락의 도화선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1998년 IMF 사태 직후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정리해고를 도입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송 부회장은 다음달 3일 총회에서 진퇴가 결정된다. 현재로선 그의 퇴진 가능성이 높지만 경총의 앞날을 위해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친재계를 표방한 이명박ㆍ박근혜 정권에서는 권력의 일방적 지원으로 노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경총이 이익단체임에는 틀림없지만 기업의 공공재적 성격을 감안하면 의사회 등 일반의 이익단체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공공복리와 공정경제를 열망하는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고 과거 권위주의적 산업화 시대의 운영체제를 답습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지난해 경총이 일자리 대책을 놓고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당사자”라고 경고를 받고 급격하게 위상이 추락한 전례도 있다. 자본주의는 노사가 서로 인정할 때 가장 높은 효율을 발휘하는 제도다. 어느 한쪽의 탐욕이 커지면 서로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전락한다. 경총 스스로 이런 이분법적인 제로섬 게임을 단절하고 시대정신에 걸맞은 공존의 길을 걸어야 한다. oilm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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