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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잿빛 성탄전야’

    (베들레헴·카라카스·파리·런던 외신종합) ‘하늘에는 영광,땅에는 평화’(?) 성탄전야인 24일 세계 각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퍼지는 가운데예수 탄생의 참 의미를 되찾자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곳곳에서 테러 가능성이제기되는가 하면 전투와 파업이 계속되는 등 현실은 전혀 고요하지 않다. ◆24일 필리핀 남부 코타바토에서는 사우디 암파투안 시장의 집 인근에서 폭탄이 터져 암파투안 시장을 포함해 13명이 숨지고 12명이 부상당했다.이날폭발은 이슬람 분리주의자들이 저지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24일 크리스마스를 맞아 한 달 전 자살폭탄테러 발생 이후점령해 왔던 베들레헴에서 철군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베들레헴 방문이 금지된 야세르 아라파트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라말라의 자치정부 청사에서 “전세계가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가운데 팔레스타인인들만 이같은 축하행렬에서 제외되는 게 과연 공정한 일이냐.”고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프랑스 파리 시내에는 5000여명의 군 및 경찰병력이 배치돼 테러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등 온종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관계당국의 이번 조치는 지난 20일 파리 근교에서 폭탄제조물질을 갖고 있던 이슬람 과격세력 4명이 체포된 이후 테러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한 고위경찰 간부는 “대형 백화점과 예배당 등인파로 붐비는 곳을 감시할 필요가 있어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외무부는 인도네시아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크리스마스 기간중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예배당 등 공공장소 출입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영국 정부는 2000년 크리스마스 이브 당시 일련의 교회건물 폭탄테러가 발생한 점으로 미뤄 올해에도 테러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주의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3주 넘게 계속되고 있는 노동자들의 총파업으로 경제에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성탄절을 맞아 휘발유 및 식품 부족에 시달리는 국민들을 위해 성탄절 기간만이라도 파업을 자제할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파업노동자들은 차베스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휴전은 있을 수 없다며 이같은 휴전 제의를 즉각 거부했다. 베네수엘라 국기를 흔들며 시가행진을 계속한 노동자들은 최루탄을 쏘며 대항하는 시위진압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 선택2002/노무현, 그는 누구인가...소탈한 인간미… 소신 꺾지않는 승부사

    ‘원칙’ 대통령 당선자 노무현(盧武鉉)을 이처럼 간단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아마 없을 것이다.그가 뚜벅뚜벅 걸어온 길은 ‘원칙’을 지키는 일이었다.가난한 어린시절,힘겨웠던 청춘은 그가 원칙을 만들어가는 꾸준한 여정이었다.고비마다 그를 지켜준 것도 원칙이었고,때때로 그를 눈물짓게 한 것도 원칙이었다. ◆‘당돌한 돌콩’ 그의 어린 시절 별명은 ‘돌콩’이었다.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작아 얻은 별명이었지만 그의 행동은 그의 작은 키만큼이나 ‘튀었다’. 경남 진영에서 10리쯤 떨어진 작은 농가.1946년 볼을 간질이는 가을 햇살이 한여름 뙤약볕을 대신할 무렵 작은 농사꾼의 3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작고 누런 것이 형제 가운데 가장 볼품 없었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밝힐 줄 아는 아이였다. 1960년 진영중 1학년.3·15부정선거가 한창일 때였다.수업시간에 ‘우리 이승만 대통령’이라는 제목으로 작문을 하라는 선생님의 ‘지시’에 그는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당시 중학생들만 해도 ‘이승만 독재’라는 말에 모두 익숙했던 터였다. 돌콩 노무현은 “야,이거 선거운동이다.전부 쓰지 말자.”며 친구들을 설득,모두 백지를 냈다.이른바 ‘백지동맹’이었다.결국 그는 이 일로 교무실에서 벌을 받으며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어린 시절,가난에 대한 그의 열등감은 매우 컸다.환갑이 넘도록 고구마순과 딸기를 이고 30∼40리 길인 마산까지 내다 파셨던 어머니.그는 지금도 “우리 동네는 까마귀가 와도 먹을 것이 없어 울고 간다.”는 어머니의 말을 되뇌며 당시를 회고하곤 한다. 이런 그에게 자신감을 키워준 사람은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이었다.가난한데다 키까지 작아 항상 위축돼 있던 ‘꼬마 노무현’을 선생님은 아끼고 다독거렸다. 그는 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전교회장 선거에 출마했다.“작은 고추가 더 맵심더.”라며 호소한 것이 통했을까.그는 무난히 회장에 당선됐고,이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공사판의 고시준비생 가난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그는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학비 전액을 지급해주는 부산상고에 진학했다. 졸업하면 곧바로 취직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교 시절 공부에재미를 붙이지는 못했지만 주산2급,부기2급 자격증도 땄다. 그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은 1966년 ‘삼해공업’이라는 어망회사에서였다. 당시 한 달 일해서 받은 월급은 하숙비도 채 안되는 2700원.그는 사장의 만류를 뿌리치고 한달 반치 월급을 모아 헌 법률책 몇 권과 기타를 사들고 고향 진영으로 돌아왔다.“고시를 해보겠다.”는 각오였다.“첫 직장에서 얄팍한 월급 봉투를 보면서 고시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신분상승이라는 욕구도 있었죠.” 그러나 역시 그를 따라다닌 것은 가난이었다.사시 예비(자격)시험은 다가오는데 책 살 돈이 없었다.결국 그는 다시 일터로 향했다.이번에는 울산의 공사판이었다.일당 180원짜리였지만 그마저도 공치는 날이 많아 밥값도 모자랄 지경이었다.공사판 ‘함바’에서 가마니를 깔고 자며 주경야독하는 생활이이어졌다.엎친데 덮친 격으로 발이 큰 못에 찔려 공사일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그는 결국 밀린 밥값 2000원을 놔두고 몰래고향으로 야반도주했다.그는 “그 때는 나중에 꼭 갚는다고 했는데 지금도 못 갚았어요.”라며 지금까지 아쉬워한다. 예비시험을 치자마자 그는 다시 공사판으로 달려갔다.야간작업까지 하면 일당 280원을 받는 생활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목재에 얼굴을 맞아 이 3개가 부러지는 불의의 사고를당해 그만둬야 했다.그의 입가에는 아직도 그 때의 상처가 남아있다. 그는 ‘박박 긴다.’는 표현을 곧잘 쓴다.군번 51053545.1968년 3월 스물셋의 나이로 입대했다.강원도 원통 을지부대 GP에서 철야 정보상황병과 대대장 당번병으로 복무하면서 ‘박박 기는’ 힘든 생활이었지만 가난보다는 나았다.그는 34개월만에 만기제대했지만 월남에 파병된 동료들이 무더기로 병장이 되는 바람에 진급 티오(TO)가 없어 상병으로 제대했다. ◆인권변호사 ‘노변’ 그가 본격적으로 고시 공부에 전념하게 된 것은 군을 제대한 후인 1971년부터다.고향 농사일을 도우며 공부한지 4년째,1975년 17대 사법시험에 합격했다.예비 법조인으로서의 그의 꿈은 전문변호사였다. 그러나1981년 10월 그의 인생은 바뀌었다.‘부림사건’의 변호를 맡은 것이었다.부림사건은 부산지역 학생과 재야운동권 인사 20여명이 독서클럽을결성,사회과학 서적을 읽고 토론하다가 계엄포고령으로 구속된 시국사건이었다. 당시 부산 지역 최고의 인권변호사였던 김광일 변호사를 대신해 시작한 변호는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되었다. 변호인 자격으로 교도소에서 만난 한 학생은 ‘변호사 노무현’을 ‘인간노무현’으로 ‘변신’시켰다.“57일간 구금돼 구타·고문을 받았다며 보여준 온 몸은 시퍼랬습니다.겁에 질린 눈은 초점이 없었습니다.우리 아들도 머지 않아 대학에 가는데 이런 사회는 안된다는 생각이 번뜩 스쳐갔습니다.” 이후 그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바르게 살아야겠다.비겁하게 살지 않겠다,’는 결심이었다.대학생들과 취미로 즐기던 요트도 그만뒀다.잘 나가던 조세전문가의 길도 접었다.그는 인권변호사 ‘노변’(노무현 변호사)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구속된 변호사 인권변호사로서의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평소 맡아왔던 조세·회계 분야 변론 등 돈이 될 만한 변론도 뚝 끊겼다.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았다.옳은길을 간다고 스스로 굳게 믿었다. ‘노변’으로서의 그의 활동은 눈부셨다.그의 활동무대는 이미 변호사 사무실과 재판정을 훨씬 벗어나고 있었다. 87년 6월 시민항쟁 부산거리에서,대우조선 파업 현장에서,88년 현대중공업파업 현장에서,98년 현대자동차 파업 현장에서,그가 서있는 곳은 항상 약자의 편이었다. 87년 9월 대우조선 이석규씨가 시위 도중 경찰의 최루탄을 맞고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그는 임금협상과 보상 등의 문제로 노동자측에서 상담을 해준것이 문제가 돼 장례식 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제3자 개입금지 조항에걸린 것이었다.다행히 23일만에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나긴 했지만 변호사를그만둬야 했다. 당시 그는 ‘잘못했다고 하면 불구속시킬 수 있다.’는 검사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억압”이라며 따르지 않았다.‘노변’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재천기자 patrick@
  • [386세대가 본 W세대] 디지털로 무장한 ‘멀티형인류’

    내가 속해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20대부터 40대까지 남녀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다.가끔 술자리가 길어지면 노래방에도 가는데 이 때가 재미 있다.세대를 편가르지 않고 너나 없이 마이크를 잡게 된다.가무를 즐기는 데야 세대 차이가 없지만,부르는 노래를 들어 보면 확연하게 차이가 드러난다. 20대 초반인 주 아무개는 만화 주제가,랩,팝,록,가요,트로트,일본 가요까지 자연스럽게 모두 소화한다.내가 김광석(발라드)에서 윤도현(록)을 간신히 넘어서는 것과 사뭇 다르다.스무 살의 그들에게는 트로트의 여왕 이미자나 신세대 가수 왁스,영국 그룹 스파이스 걸스가 크게 다르지 않다.그들은 이처럼 과거의 경험을 집적시켜 배우고,종합해서 경험하는 ‘멀티형 인류’다.가상과 현실을,과거와 현재·미래를 크로스오버하는 멀티플레이어다. 1987년에 대학에 들어간 나는 4벌식 타자기를 배웠고,다시 3벌식으로,2벌식 전동타자기로,퍼스널컴퓨터(PC)로 자판을 옮겨갔다.모눈종이를 새긴 종이위에 편집을 했다.책을 주로 읽고 영화관에 갔으며,그 나머지는 ‘거리에서’직접 경험하며 서른 살이 됐다. 반면 2002년의 스무 살은 휴대폰으로 300타를 치고 가상공간에서 자신만의 아바타를 키운다.아바타는 ‘현실의 나’를 혼동시키기도 한다.나모인터랙티브를 통해 컴퓨터 상에 홈페이지를 만든다.사이버 공간을 관통하며 그들은 서른 살에 도달할 것이다. 그들은 뉴미디어와 새로운 가상무대를 통해 다중적이고도 간접적인 경험을 한다.이들이 복합적인 심성을 갖게 되는 것은,때문에 당연해 보인다. ‘거리’에서 세상을 배운 나의 아날로그 정신은 진지하지만 느리고,가상공간을 넘나들며 디지털로 무장한 20대의 금속성은 가볍지만 빠르다.가볍다는 것은 순수하고 자유롭다는 뜻이 되기도 하지만,심층적이지 않고 어설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간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쉽게 사귀고 쉽게 헤어지는 만큼 진중함이 떨어진다. 이른바 ‘386세대’도 당대를 살면서 실수를 했다.민주화와 자유라는 대의명제 하에 최루탄 연기에 얼룩진 학교와 거리를 방황했지만,내적으로는 무거움과 획일성의 함정에 빠져들었다.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억압하기도 했다. 20대.그들은 누구나,항상 이전 세대와는 다른 유혹에 빠져드는 나이인지도 모른다.스무 살이 깃털처럼 가볍다는 것은 순수와 자유를 실현하는 뒷받침이 되기도 하지만,역으로 천박함과 맹목성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는 것을 그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수학능력시험 보기 위해 고전을 수박 겉 핥기로 보고 나서 그 책을 다 읽었다고 생각하는 우를 넘기를 기대한다.이런 저런 노파심에도 불구하고 스무살의 불온함은 지극히 정당하다.386이 그랬듯이.스무 살 보고 노인같은 혜안을 갖추라고 할 수는 없다.스무 살의 자유,변화는 무죄다. 유민영 모아이 커뮤니케이션 기획실장
  • 경제난 아르헨 유혈충돌

    (부에노스아이레스 연합) 아르헨티나 정부의 예금동결 조치와 긴축정책,실업률 증가 등에 대한 항의시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26일 오후(현지시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푸에이레돈 다리 부근에서 시위대와 진압경찰이 충돌해 2명이 숨지고 90여명이 부상하는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사고는 이날 정오께 실업자와 연금생활자 등으로 구성된 시위대가 수도로 진입하는 푸에이레돈 다리를 차단하려 하자 진압경찰이 고무총탄과 최루탄을 쏘며 저지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시위대와 경찰간 유혈충돌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20대 청년 2명이 현장에서 숨졌고,90여명이 부상했으며 50여명이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집계됐다.시위대는 경찰이 강경진압에 나서자 인근 가게의 진열장과 자동차의 유리창을 깬 뒤 유리파편과 돌멩이 등을 던지고,폐타이어를 불태우며 극렬하게 저항했다. 한편 중앙은행 총재의 경질 및 시위대와 경찰간 유혈사태,예금동결조치에 대한 법원의 위헌 판결 등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이날 외환시장에서 페소화의 대달러 환율은 한때 평가절하 이후 최고수준인 달러당 4.05페소를 기록하기도 했다.정부의 공식환율 역시 매입이 달러당 3.77페소,매도 3.85페소를 기록해 경제불안을 증폭시켰다.
  • [기고] 월드컵과 우리경제

    월드컵에 대한 온 국민의 관심이 뜨겁다.우리는 경기장에서, 그리고 TV로 즐길 것이고,또 한국 대표팀을 응원할 것이다. 그러나 잠시 눈을 돌려 월드컵이 우리 경제에 주는 의미를 짚어보자. 월드컵을 치러내기 위해서는 최신 축구 경기장 건설과 같은 명시적 비용뿐 아니라 자가용 홀짝 운행제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 감수와 같은 묵시적 비용이 들어간다.그런 만큼 입장권 판매와 관광수입을 늘리고 향후 월드컵 개최 구장의 활용을 통한 수익 창출에도 노력해야 한다.그래야 월드컵이 외화내빈의 잔치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월드컵을 잘 치러낼 때 이로 인해 얻게 될 가장 큰 이득은 입장권 수입이나 관광수입이 아니다.한국에 대한 이미지 개선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큰 소득이다. 한 기업뿐 아니라 국가별로 신용등급이 매겨지고 이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에서 빌리는 이자율도 차별화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러한 이미지 개선을 통해 개별기업이 해외시장에서 받게 될 혜택은 뜻밖에 클 수 있다. 최루탄이 난무하는 파업시위 장면이 외신을타게 되면 많은 사람들은 그 나라 산업 전체가 노사분규의 와중에 있는 것처럼 착각하기 쉽다.뉴욕시 할렘지역에 대한 나쁜 소문은 뉴욕시 전체가 주거 부적합지라고 단정케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때로는 이러한 직관적 인상은 막상 살 곳이나 투자할 곳을 선택해야 할 때 의사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그런 만큼 월드컵을 통해 다수의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좋은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면 이는 분명 우리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88올림픽을 통해 지구촌 사람들에게 분단국 정도로만 알려졌던 우리나라를 널리 알렸듯이 우리는 이번 월드컵을 우리의 기술과 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가 월드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소득은 한국과 전 세계가 서로 종전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상대로 여기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협력의 폭은 서로에 대한 신뢰에 크게 좌우된다.투자, 특히 장기투자는 최소한의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성사되기 어렵다.만약 신뢰부족 때문에 서로 이득이 될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면그만큼 손실을 보는 것과 같다. 이런 점에서 외국, 특히 일본과의 신뢰 쌓기는 중요하다.우리는 일본에 의한 식민지배라는 아픈 상처가 남아 있다.그래서 일본이 인접국이어서 경제통합에 따른 이득을 누리기가 쉽지만 실제로는 미국과 캐나다,미국과 멕시코,혹은 유럽연합(EU)국가들과 달리 그 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중국도 이번 월드컵에 참가하고 있으므로 이것이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이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촉매제가 돼야 한다. 한국 대표팀이 16강,8강,4강에 오른다면 얼마나 좋을까.그러나 승부에 집착하거나 거기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다른 팀들의 멋진 플레이도 보면서 우리 선수들의 기량을 한껏 뽐내주기를 목청껏 응원하자.코리아 파이팅. 김이석/ 국제문제조사硏 연구위원
  • [사설] 고무탄 사용 안된다

    경찰청이 9일 폭력시위에 고무탄과 최루액 분사기를 제한적으로 사용토록 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1998년부터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는 ‘부드러운’ 진압방식으로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에 이바지해 왔다.그러나 최근 서울 도심에선 일부 과격시위대가 LP가스통에불을 붙이고 칼을 휘둘러 경찰이 진압에 실패하는 ‘공권력 무력화’ 현상이 벌어졌다.시위 진압에 실패한 것은 물론 시위대가 흩어진 다음 시위대를 한 명도 체포하지 못했다.이같은 상황에 직면해 경찰이 고무탄을 사용하고 싶어하는 심정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루액은 몰라도 고무탄만큼은 사용해서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우선 고무탄은 인체를 향해 발사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무탄은 20m 앞에서 발사할 경우 3㎜의 합판을 4조각으로 박살내는 위력을 지녔다.얼굴이나가슴등 주요 부위에 맞을 경우 실명은 물론 목숨을 잃을위험까지 있다.시위 진압에 고무탄을 사용하는 이스라엘아르헨티나 등지에선 고무탄에 맞아 절명하는 경우가 심심찮게발생한다.우리나라에서도 1984년,1991년,1997년 고무충격총과 고무탄을 일선 경찰에 지급했지만 위험성이 너무 커 그때마다 여론의 질타를 받고 사용이 중지되곤 했다.둘째,극렬 과격 시위대에만 사용한다지만 한번 사용이 허용되면 일반 시위나 노동집회 때도 사용이 확대될 우려가있다.셋째,한두건의 과격시위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제겨우 평화적 시위 문화가 정착되는 때 경찰 대응이 과격해짐으로써 오히려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극렬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과도한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고무탄 사용은 철회해야 한다.평화적 시위문화를 정착하려는 지난 4년동안의 노력을 계속 이어 나가길 바란다.
  • 폭력시위 ‘고무탄 진압’ 검토

    경찰이 방화와 기물파손 등 극렬 폭력시위에 고무탄과 최루가스를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는 최근 일부 시위대들이 광화문 네거리를 점거한 채 LP가스통에 불을 붙이는 등 시위 양상이 더 극렬해져 기존의 방법으로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9일 “최근 서울경찰청에서 불법 폭력시위 때 ‘경찰청장 승인 후 고무탄 등 다목적 발사기와 중·소형 최루가스 분사기 사용'을 허가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신중히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98년 이후부터 각종 집회·시위 때 ‘무최루탄 원칙’을 지켜왔던 점을 감안,최루탄이 아닌 최루가스 분사기를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조현석기자 hyun68@
  • 佛대선 이모저모/ “민주주의 크게 후퇴했다” 개탄

    [파리·마르세유 외신 종합] ‘설마(?) 하던’ 극우파 장 마리 르펜 국민전선(FN) 당수의 돌풍이 현실로 나타난 21일 밤부터 22일 새벽까지 프랑스 전역에서는 르펜의 결선투표 진출에 항의하는 반대시위가 격렬하게 전개됐다. 이날 파리에서는 1만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대통령의 거처인 엘리제궁으로 행진하려다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콩코드광장 앞에서 최루탄과 돌멩이를 주고받는 투석전이 벌어졌다. 3000여명의 시위대는 동틀 무렵에야 겨우 해산했다. 시위대는 “우파든 좌파든 연대해 르펜에 반대하자.”고 구호를 외쳤다. 보르도와 릴,렌,스트라스부르,리옹,디종,툴루즈 등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이어졌고 다음 달 1일 전국적인 시위를 규합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유로화 통용중단 등의 공약을 내걸었던 르펜이 급부상하자 유로화가 주요 외환시장에서 약세를 나타냈다. 지난 19일 뉴욕과 도쿄에서 각각 0.8916~0.8919달러와 0.8905~0.8907 달러에 거래됐던 유로화는 22일 오전 11시 현재 도쿄시장에서 0.888달러로 떨어졌다. ●르펜 당수는 이날 지지자들이 열광하는 가운데 이번 선거 결과는 “주류 지도자 2명의 커다란 패배”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선거본부 사무실에서 가진 TV 회견에서 “나는 모든 인종과 종교,사회 계층의 프랑스 남성과 여성들에게 국가 복구를 위한 역사적 기회에 한데 뭉칠 것을 당부한다.”고 결선투표에서의 지지를 호소했다. ●프랑스 국민 대부분은 민주주의에 수치심을 안겨준 날이라고 흥분하면서도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이같은 참극을 불렀다고 반성했다. 프랑스는 과거 대선 투표율이 통상 80%를 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권자들의 무관심으로 1차 투표 직전까지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표가 40%에 이르렀으며 결국 기권율이 28.5%를 기록했다. ●유럽 각국의 충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이먼 머피 영국 노동당 원내총무는 “유럽 정치의 등줄기에 충격파를 던졌다. 극우파가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덴마크에서 벨기에까지 우리 정치체제의 암(癌)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닐 키녹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유럽의 정치 연못에 더러운 돌을 던진 격”이라고 논평한 뒤 2차 투표에서 르펜의 낙선은 필연적이라고 못박았다. 루이 미셸 벨기에 외무장관은 너무 큰 충격에 한때 논평을 내지 못하다 “2차 투표에 비민주주의자가 나서게 돼 유감이지만 자크 시라크 현 대통령이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대중지 선은 ‘프랑스 수치의 날’이란 기사에서 “오늘 프랑스에서 일어난 일은 매우 불쾌하다. 유럽은 수치심에 휩싸여 있다.”고 보도했다. ●언론들은 정책공방의 실종이 이번 선거의 패인이라는 분석을 집중 제기했다. 선거운동이 대통령과 총리 사이의 인물 대결 일변도로 흘렀기 때문. 특히 이런 가운데 범죄 증가 등은 치안을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시켰다. 치안은 전통적으로 우파성 쟁점이어서 시라크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으며 결정적으로 르펜을 승리로 이끈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 소음시위·도심행진 규제

    정부는 불법·폭력시위에 따른 국민생활 피해를 막기 위해 도심지에서의 대규모 행진,대형·고성능 확성장치를 이용한 소음시위,‘나홀로 시위’ 등을 제한하기로 하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또 장기간의 집회신고는 받아들이지 않고,집회신고를 해놓고도실제로 집회를 개최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기로 했다. 정부는 15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이한동(李漢東)총리 주재로 치안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최근의 집회·시위가 불법·과격 양상을 띠고 있다고 보고 ‘합법 보장,불법 필벌’원칙 아래 엄정 대처하기로 했다. 그러나 집시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집회·시위의 자유보장 범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불법폭력시위 대책으로 과격시위 현장에 여경이아닌 진압부대를 배치하며 경찰서장은 기동복을 착용한 채 현장을 지휘하도록 했다.또 최루탄은 쏘지 않되 물대포·유색물감분사기 등 다양한 대응기법을 개발하고 쇠파이프·각목 사용자나 돌 투척자 등은 전담부대를 투입,현장에서 검거한 뒤 화염병투척자에 준해 강력히처벌하기로 했다. 정부는 최근 잇따르는 총기범죄사건을 ‘국민에 대한사실상의 테러행위’로 규정,반드시 범인을 검거해 법정최고형을 구형할 방침이다.이와 관련,범죄예방을 위해 전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일제히 방범진단을 실시,감시카메라의 노후 폐쇄회로를 교체하고 현금수송원에 대해선 가스총 등 방범장비와 통신장비를 반드시 휴대하도록 하며,거액수송시 경찰의 경호를 받도록 했다. 한편 정부는 파업돌입 3주째를 맞는 발전노조파업의 장기화에 대비,전역을 2∼3개월 앞둔 군 발전분야 전문인력 500여명을 긴급차출해 투입하고,명동성당에서 농성중인 파업지도부가 성당측 요구대로 17일까지 철수하지 않을 경우공권력을 투입,강제 연행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최광숙기자 bori@
  • [공직자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월드컵 축제와 시위문화

    월드컵은 세계 60억 이상의 인구가 함께 하는 지구촌 최대축제의 한마당이다.단순한 스포츠행사 차원을 벗어나 개최국가의 경제·사회·문화적 역량이 총 결집되어 나타나는 국제행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행사는 한국에서만 개최되는 것이 아니라 일본과 공동으로 개최함으로써 그 결과는 일본과 비교가 되기 때문에 그 어느 대회보다도 성공적인 개최 여부가 중요하다. 월드컵 개최에 따르는 국민경제적 파급효과만 하더라도 약8조원에 달하고,약 25만명에 이르는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제고되고 국민화합의 큰 기틀을 마련하여 사회의 안정적 발전을 도모하는 데도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온 국민이 이번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대하고,이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붉은 악마의 열광적인 응원,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대회준비 등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 지원을 위해 온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최근 노동계의 불법파업 등 국민적 염원·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시위가 우려되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몇년 전의 의약분업을 둘러싼 집단갈등,농민 시위,항공사파업,최근의 철도·발전·가스 파업 등과 같은 시위가 다시일어날 경우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끼치게 될 것이다.아울러 우리나라의 국가이미지,대외신인도가 떨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닌가. 그나마 최루탄과 화염병 없는 시위문화가 형성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앞으로는 이와 같은 무질서한 시위를자제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질서의식을 전 세계인에게 보여주어야 할 때다. 또한 각종 안전사고 예방,편리한 교통,안락한 숙박 등 손님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노동정책에 있어서도 국민적 여망에 부응하여 이번 월드컵대회를 성공적이고도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만반의준비를 하고 있다.이를 위해 노사가 함께 참여하여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국민마라톤대회를 4월7일 개최할계획이다. 금년 임·단협 교섭이 월드컵 기간과 중복되는 사업장 노사에 대해 교섭시기를 조정하도록 지도하고,노사 자율로 노사평화선언 등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아울러 가용인력을 모두 동원하여 월드컵 기간을 전후하여산업안전 취약분야가 없는지 점검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와 같은 국민적 노력이 결실을 거둘 때 이번 월드컵 행사는 안전하고도 명랑한 축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것이라고확신하면서 노사는 물론 온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방용석 노동부장관
  • 독자의 소리/ 방송 반미시위 보도 편파적

    부시 미국 대통령방한 당시 MBC는 저녁 9시 뉴스데스크를통해 방한과 관련한 집회·시위현장을 보도하면서 경찰의과잉진압에 중점을 두었다.당시의 상황을 두고 관련 단체에서는 경찰의 대처에 대해 법적 소송까지도 불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과거 각종 집회·시위현장에서 시위대와 코 앞에서 마주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방송보도의 공정성에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중립과 냉정을 잃지 말아야 할방송이 경찰의 과잉진압에만 초점을 맞춘 채 과잉진압에 이르게 된 배경이나 시위대의 불법·폭력시위 부분에 대해서는 소홀히 다뤘기 때문이다.최근 각종 집회·시위에서 불법·폭력행위의 강도가 높아가고 있다.하지만 경찰에서는 무최루탄 원칙을 고수하고,폴리스라인을 설정하는 등 합법적인 집회·시위에 대해서는 주최측의 자율적인 통제하에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따라서 집회·시위현장에서 경찰의 안전대처가 최선이지만,전파력이 강한대중매체가 시위대의 불법·폭력 부분은 배제하고, 경찰의과잉진압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공정한 보도로 보기 어렵다. 신윤우[전남 고흥군 고흥읍 서문리]
  • 아르헨 페소화 가치 폭락

    [부에노스아이레스 외신종합] 지난해 12월21일 이후 폐쇄됐던 아르헨티나 외환시장이 3주만에 11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재개장했다.아르헨티나가 지난 10년동안 유지해온고정환율제가 폐지된 뒤 처음으로 문을 연 것이다. 거래가 시작되자마자 페소화는 1달러당 1.6페소에 매매됐다.이어 오전장에서 1달러당 1.5∼1.6페소 사이에서 거래됐다.아르헨티나 정부가 예상한 1달러당 1.4페소보다 높은환율이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JP모건은 페소화 가치가 올해말이면달러당 2.7페소까지 폭락할 것으로 예상했다.아르헨티나외환시장의 라파엘 베르 애널리스트는 “11일 외환시장은페소화 매수세보다는 매도세가 크다”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두알데 신임 대통령은 지난 6일 달러화와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1대 1 로 고정시킨 페그제를 폐기시켰다.대신 수출입업자와 대기업 등에는 달러당 1.4페소의 공식환율을,일반인에게는 변동환율제를 적용하는 이중 환율제를 발표했다. 환율제도 변경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정부는 몇차례 외환시장 재개장을 연기했었다.재개장에 앞서 암시장에서 페소화 가치는 달러당 1.6페소까지 떨어졌다. 91년 페그제를 도입했던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은 페그제가 폐지됨으로써 페소화 평가절하가 불가피해졌다며 11일 강력히 비난했다. 한편 아르헨티나 시민 수천여명이 이날 새벽까지 정부의예금 동결확대 조치에 항의,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에서 폭력시위를 벌였다.두알데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대규모 시위로 일부 거리에서는 시위대들이 도로를 봉쇄하기도 했다. 시위는 처음에는 평화적으로 출발했으나 새벽부터 경찰이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하면서 과격해졌다.일부 지역에서는 은행이나 상점 등에 대한 약탈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10일 아르헨티나 정부는 무더기 예금 인출에따른 금융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예금인출 제한조치의확대를 발표했다.1만달러가 넘는 모든 당좌예금계좌와 3,000달러 이상의 보통예금 계좌는 정기예금으로 전환돼 최소1년간 인출이 동결된다.
  • [대한광장] ‘레임덕 현상’의 교훈

    우리 정치에 정권말기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이 말에해당하는 영어는 ‘레임 덕(lame duck)’인데, 글자 그대로 ‘절름발이 오리’지만 정치적으로는 ‘낙선의원’을지칭하던 것이 의미가 확대되어 ‘정권말기’에 대한 비유법으로 애용되고 있다. 정권말기를 뒤뚱거리는 절름발이 오리에 비유한 것이니그 현상을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우리 정치상황에서 정권말기라는 말이 거리낌없이 사용되는 것을 보면서 두 가지 상반된 느낌을 갖게 된다. 무엇보다도 정권말기라는 말의 존재 자체가 반갑다.이승만정권 시절에는 정권말기가 없었다.한국전쟁의 난리통에대통령 직선제로 전환한 이 대통령이 다시 사사오입 개헌을 통해 종신대통령제를 쟁취했으니 당연한 일이다.박정희정권도 그 전철을 답습했다.3선개헌으로 비극의 씨앗을뿌린 박정권은 3선고지에 오르자마자 유신체제를 선포하고종신 대통령으로 갔다.그 이후 전개된 두 정권의 비극에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결국 이승만 정권의 말기는 4월혁명이 알려주었고,박 정권의 말기는 중앙정보부장김재규가 알려주었다.그러니 파국 없이 정기적으로 정권말기를 대면하는 지금의 상황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러나 이상한 점도 있다.정권말기가 다른 나라들처럼 자연스럽지가 않고 매우 어수선하고 불안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정권의 권위가 급전직하의 폭포처럼 추락하고사회적 조절기제가 작동을 중단한 가운데 집단이기주의가‘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양상을 보인다.뒤뚱거리는절름발이 오리가 아니라 앉은뱅이 오리인 ‘크리플 덕(cripple duck)’에 가까운 수준이다.국민의 저항과 최루탄으로 얼룩졌던 군사독재정권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김영삼,김대중정부의 말기현상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를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것을 정통성의 보완과 해체라는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민주화 과정에서 등장한 민간민주정부는정통성과 통제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일부 구시대의권력기구에 의존하게 된다.그러니 정권 초기에 형성된 정통성은 구시대적 요소와 결합된 의제된 정통성이다.따라서정권 초기의 국민적 열망이 사라지고 집권세력의 통제력이 약화되면 구시대적 요소들이 정권과 결별하면서 의제된정통성은 해체된다.그것도 일순간에 급격하게 해체된다. 민간정권의 도덕성 실추 역시 중요하게 작용한다.한국적상황에서 정권말기 현상의 파격성은 여기서 비롯된다. 김영삼 정권은 구시대 정치집단인 민정당의 모태 안에서태어나 구시대 권력기구의 힘으로 정권을 유지했다.정권초기에는 구시대 권력기구로 구시대를 타파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정치개혁’이 가능했지만 정권의 힘이 약화되고 아들 문제와 측근 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 통제력을 상실했다.김대중 정부는 정당간 정권교체에 성공했지만소수파 정부의 한계 때문에 취임 후 구시대적 요소들과타협했다.구세력인 자민련과 공동정부를 구성하고 70년대식 정통성 기제인 새마을운동을 수리해서 사용했다.그러나결국 자민련은 이탈했고 구시대의 기제들은 정권 보위에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두 정권이 공통적으로 실패한 것은 또한 언론과 관료문제이다.두 정권 모두 언론과 협력하고자 했으나 마지막 순간언론의집중적인 비판에 함몰했다.정부개혁의 일환으로관료집단의 개혁이 선행되어야 했지만 실행하지 못했다.개혁되지 못한 관료사회를 개혁의 주체라고 말한 김대중 정부의 오류가 검찰 등 관료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다.관료들은 권력교체기를 틈타 다음 권력을 더듬으면서 국민 위에군림하던 구시대적 관행으로 회귀하고 있으며,복지부동하며 개혁에 추종하던 관료들이 노골적으로 개혁의 성과를폄하하면서 개혁을 부정하고 있다. 집권세력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의제된 정통성에 안주하고자 하는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다.그러기 위해서는 구시대적 요소와 결별하고 자기만의 고유한 정통성 기반을 구축한 상태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오래된 것은 아름답지만 낡은 것은 구린내가 난다.새 정권의 말기가 아름답기위해서는 낡은 것과 과감하게 결별해야 한다. 정대화 상지대교수
  • [공직자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무최루탄’으로 여는 폴리토피아

    키 175㎝,몸무게 70㎏,귀 31㎝,발 28㎝,1991년 8월1일 서울시 종로구 내자동 201번지에서 출생.이름은 포돌이. 포 자(字)는 police의 po와 조선시대 포도청(捕盜廳)의 포(捕)를 따왔으니 전통과 상징을 동시에 지녔다.포용한다는뜻에서 포(抱)란 의미도 들어 있다. 돌이는 총명하고 야무진 표준 한국의 사내 아이를 상징한다.함께 태어난 쌍둥이 여동생은 포순이다. 포돌이와 포순이는 눈이 커서 구석구석을 잘 살피고,머리가 커 지식 경찰이 될 것이다. 큰 귀는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두 팔을 벌린 것은불의에 당당하게 맞서겠다는 뜻이며,엄지 손가락을 세운 것은 세계 으뜸 경찰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먼저 연상되는 장면은 6·25전쟁을제외하고 최루탄 연기가 자욱하고 화염병이 불타는 얼룩진도시의 풍경일 것이다. 대립과 반목,이념과 생존이라는 혼돈 속에서 IMF라는 폭풍이 결국 우리를 덮쳤다.거리로 쏟아져 나온 과격 시위를 최루탄으로 막은 것이 또 다른 폭력으로 악순환되고 말았다. 무 최루탄…. 인내가 필요했다.대화와 타협을 유도하라고 현장에 재촉했다.평화 시위를 단순히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고,안내까지 하라고 지시했다.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였다. ‘폴리스 라인’ 하나에 의지해야 하는 여경을 시위 현장에 투입하자는 말에 주무 참모조차 반대했지만 나는 ‘누구든 결국엔 평화의 편일 것’이라는 확신 하나만으로 결국강행했다. 해마다 16만발씩 쏘아대던 최루탄을 갑자기 중단했다.마약의 금단 현상처럼 떨리는 ‘발사’의 유혹을 견디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언론도 여론도 무력한 경찰이라고 비난하고 나선 그때나‘무최루탄 3년’을 의미있게 평가하는 지금이나 81만발의최루탄은 창고에 그대로 남아있다. 화염병 부상치료 전문인 경찰병원에는 화상 환자가 없다. 시위대의 모욕과 위험한 상황을 극복한 여경은 외신들로부터 ‘립스틱 라인’이라는 찬사를 들었고 ‘제복의 꽃’에서 당당한 경찰관으로 성장했다. 포돌이와 포순이는 한국 경찰의 상징이다.국민들은 경찰을 포돌이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친근한 이미지의 포돌이가여는 미래의 경찰,그것은 분명히 시대의 어두운 그늘을 헤치고 찾아온 고단함과 땀을 자양분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담장을 헐고 이웃과 함께 마당을 공유하는 마을,새벽 2시에 아무도 없는 차로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녹색신호를 기다리는 자동차.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세상 ‘폴리토피아(Politopia)’가 아닐까. 이무영 경찰청장
  • 이무영경찰청장 회고 “”無최루탄 오늘로 3년””

    “오늘은 이땅에서 최루탄이 사라진지 만 3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무영(李茂永) 경찰청장은 3일 ‘무최루탄 3년을회상하며’라는 A4용지 7장 분량의 글을 일선 경찰관서에배포했다. 이 청장은 이 글에서 지난 98년 1월12일 서울지방경찰청장에 취임하면서 ‘무최루탄’을 선언했고 그해 9월3일 만도기계 노사분규 현장에서 최루탄을 사용한 뒤 ‘최루탄연기’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최루탄은 과거 군사·귄위정부 시절 국민의손발을 묶고 입을 막아온 폭압정치의 도구요 통제의 상징이었다”면서 “경찰이 먼저 최루탄을 포기함으로써 시위대가 폭력을 사용할 수 있는 빌미를 없앴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격 시위현장에서 화염병이 등장할 때마다 최루탄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유혹에도 빠질 뻔했으나 점차 평화적 시위문화가 정착되는 모습을 보고 최루탄 사용을 끝까지 자제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합법보장,불법필벌이라는 원칙 아래 시위현장에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여경기동대를 배치한 결과,평화적인 시위장면이 외국 언론에 소개돼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 청장은 “민주주의의 참된 가치는 이해집단의 대립과갈등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라면서“이기주의를 버리고 국민·사회 통합을 이루자”고 호소했다. 한편 화염병은 지난 95년 3만7,647개,96년 7만24개,97년 8만994개로 급격히 늘다가 무최루탄 원칙이 시작된 98년부터 1,529개,99년 613개,2000년 746개,2001년 2,443개등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반면 최루탄은 95년 1월부터 98년 9월3일까지 48만636발이 사용됐다. 조현석기자 hyun68@
  • G8정상회담 이모저모/ 시위대·경찰 첫 충돌... 경비 삼엄

    제노바 G8정상회담은 협력적 분위기속에 진행됐던 지난해일본 오키나와 정상회담과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격렬한 반세계화 시위속에 미국의 미사일방어(MD)계획 추진과 교토의정서 비준 거부를 둘러싼 갈등과세계경제 침체 해결책을 놓고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기때문이다. ■반세계화 시위= G8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두칼레궁에서 1.5㎞ 떨어진 지점에서 20일 낮 수천명의 반세계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수십명의 부상자를 냈다.방독면과 헬멧을 착용한 시위대 일부는 물대포와 최루탄을 쏘며 저지하는 경찰을 향해 소이탄과 돌을 던지며 대항하는 등 시위가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시위현장 주변은 최루탄과 시위대가 던진 소이탄 및 불이 붙은 휴지통에서 피어나는 검은 연기로 자욱했다. 이탈리아 경찰은 G8 정상회담이 개막된 상황에서 시위대와의 첫 충돌이 발생하자 회담장 주변의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경찰은 시위대가 경찰 저지선을 뚫고 출입금지지역으로 진입할 경우에 대비,새 바이케이드를 설치하고 회담장으로 향하는 길목에 대형버스들을 긴급 배치했다. ■ G8 정상들 숙소는 호화 유람선= 제노바회담에서 정상들이 머물 곳은 지난 18일 제노바에 도착한 호화 유람선 ‘유러피언 비전’호.제노바에 호텔이 모자라는 관계로 회담참가자들은 이탈리아 선박을 이용하게 되며 첫 승선자는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유러피언 비전’은 각국 정상들이 도착하기 전부터 이번 회담을 이용한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경제부양 약속할 듯= G8 정상회담으로 국제외교에공식 데뷔하는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이번 회담을 통해 침체에 빠진 세계경제의 회복을 위해 일본의 경기부양을 약속하고 자신의 경제개혁 정책에 서방 선진국들의 지원을호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이즈미 총리는 국가 예산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일본 대표단 규모도 절반으로 줄었다. ■시라크,교토의정서 국제압력 요청=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은 19일 이번 회담에 참석하는 정상들에게 미국이교토기후협약(교토의정서)을 준수하도록 국제적 압력을 가해줄 것을 요청했다.시라크 대통령은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지를 통해 “유럽과 캐나다,일본이 앞장서 일치된 메시지를 부시 행정부에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아프리카 지원 호소=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이날 전쟁과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리카를 재건하기 위해 G8의 지원을 호소했다.타보 음베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비롯한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G8 정상들이제노바 정상회담에서 ‘새 아프리카 계획’을 공식 지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동미기자 eyes@. ●유람선 '유러피언 비전' 은. G8정상회담이 열리는 유람선 ‘유러피언 비전’은 거대한 결혼 축하 케이크를 연상시키는 길이 250m의 호화 유람선. 1,500명의 승객과 700명의 승무원이 승선할 수 있으며 회담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식당 4개와 선상바 7개,흡연실,수영장 2개,마사지풀 2개,농구장,골프연습장 등이 갖춰져있다.이탈리아 정부는 선주인 선박왕 조지 플라이즈로부터325만유러(285만 달러)에 임대했다.
  • 최루탄 흡입도 産災

    시위 진압에 동원돼 최루탄 가스를 지속적으로 흡입했던방범대원에 대해 공무상 재해 인정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이선애(李善愛) 판사는 8일 지난80년대 후반 방범대원으로 근무중 시위진압 보조업무에 동원됐다가 기관지 천식으로 사망한 최모씨의 부인 김모씨(48)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부지급 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박록삼기자
  • [사설] 어느 전경의 ‘실명’

    지난 20일 밤 울산시청 앞에서는 민주노총 노조원 2,000여명이 화염병 수백개와 돌을 던지는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 와중에 시위진압에 나선 22세의 전경이 돌에 맞아한쪽 눈을 실명했다는 보도가 있었다.이 전경은 21일 수술을 받았는데 시력 회복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 사회는 언제까지나 젊은 피와 눈물을 요구하려는가. 엄혹한 독재정권 시절 이와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우리는박종철·이한열군을 비롯한 유명·무명의 많은 젊은이들을잃었다. 그 반대 편에서는 국가의 부름을 받은 젊은이들이진압복 또는 군복을 입고 명령에 따라 진압에 나섰다가 희생됐다.시위대열에 섰건 그 반대 쪽에 있었건 그 젊은이들은 모두 시대의 희생자였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민주화를 이룬 지금도 시위 현장에서돌에 맞아 눈을 잃는 젊은이를 만들어 낸다. 실명 위기를맞은 이병철 수경은 2년여를 복무했고 두달 뒤에 제대할예정이라고 한다. 이 수경도 여느 젊은이처럼 병역의무를무사히 마칠 것을 기대하며 사회에 나가 새 생활을 시작할꿈에부풀어 있었을 것이다.이 수경이 결국 실명한다면 그와 부모에게 우리 사회는 어떤 위로를 보낼 수 있겠는가. 집회와 시위는 물론 헌법에 보장된 기본 권리다.그렇더라도 이 시대에 화염병과 돌을 마구 던지는 시위는 전혀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올 들어 시위 현장에서 다친 경찰관이 이미 480명이나 된다고 한다.아마 시위대의 희생자 수도 이에 못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민주노총에 무조건 화염병과 돌덩어리부터 손에서놓기를 간곡히 부탁한다.지난 2년여 동안 경찰은 최루탄을사용하지 않고 있는 만큼 시위대가 먼저 자제해야 한다고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사건이 시위현장을 과열시켜 더큰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경찰과 시위대 양쪽이 함께 노력해 주기를 당부한다.
  • [씨줄날줄] 립스틱 전선

    ‘립스틱 대 립스틱’ 지난 12일 오후 6시쯤 서울 종로 일대 민주노총 거리 행진때 등장한 새로운 풍경이다.이 아이디어는 경찰이 먼저 착안했다.지난달 1일 노동절 집회때 최전방 저지선 이른바 ‘폴리스 라인’에 여경을 배치한 것이다. 이날 여경들과 몸싸움을 벌여야 했던 민노총 남자 노조원들은 난감했다.자칫 성희롱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어 조심할수밖에 없었다.반대로 이날 재미를 본 경찰은 지난 2일 민노총의 경찰청 앞 시위때도 여경을 전진배치했다.역시 효과적이었다.국민 여론도 여경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남자 노조원들에 대해 별로 호의적이지 않았다. 민노총이 경찰의 립스틱 전략을 눈치챈 것은 두번의 집회에 대한 사후 평가를 통해서였다.그래서 나온 대응전략이 ‘립스틱에는 립스틱으로’다.마침내 12일 집회에서 서울경찰청소속 여경기동대 40여명과 민노총 소속 리베라호텔 여직원 60여명이 맞붙었다.밀고 밀리는 몸싸움 20여분 만에 여성노조가 여경 저지선을 뚫었다.이날 시위는 무너진 ‘립스틱 라인’을 경찰이 의경으로 대체하자 민노총도 남자 노조원을 배치해 무승부로 끝났다. ‘무석무탄’(無石無彈).1980년대 말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하던 어느날 진압경찰이 “던지지 않으면 쏘지 않겠다”는 비폭력 시위 진압을 제안했다.그러자 다음날 시위학생 측에서 ‘무탄무석’(無彈無石),“쏘지 않으면 던지지 않겠다”고 응수했다.물론 이 ‘비폭력 제안’은 서로 ‘네가 먼저’만 주장하다 끝나고 말았다.그에 비해 ‘립스틱 라인’은 일단 진일보한 셈이라는 게 경찰측의 평가다.민노총도 앞으로일선 시위나 집회에서 여성 노조원 전진배치를 적극 활용할방침인 것을 보면 이 점만은 경찰과 견해가 같은 모양이다. 그러나 여성계 시각은 다르다.당장 민주당 신낙균(申樂均)최고위원이 “전면 배치된 여경들이 신체적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아 위험할 뿐만 아니라 여성으로서 자존심을 상하는경우도 많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여성계에서도 ‘립스틱 라인’이라는 용어 자체가 여성의성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라 기분 나쁘다는 반응이다.이들은“근본적으로 여성적 시각이 경찰행정 및 집회저지에관한정책에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쟁취와 사수라는 남성적 패권주의가 지배하는 가운데 시위현장의 여성 전진배치는 여성의 도구화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 인도네시아 최악 혼미상태/ 親와히드 수만명 자카르타 집결

    30일 인도네시아 국회가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의 탄핵을결정할 국민협의회(MPR)특별총회 소집을 결의함에 따라 인도네시아 정국이 예측불허의 혼란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친 와히드 시위대 수천명이 한때 자카르타 시내 국회의사당을 점거했고 와히드의 고향인 동자바주에서 수만명의 시위대가 자카르타로 속속 상경,시위는 더욱 격렬해질 전망이다. 이날 밤 동자바주 파수루안에서는 시민 1명이 경찰의발포로 숨지고 수명이 부상하는 등 유혈사태로까지 확산될조짐이다. ■국회는 이날 오전부터 시작된 총회에서 와히드의 금융스캔들 2차 소명에 대한 정파별 평가가 종료된 뒤 밤 9시20분부터 표결에 들어갔다.집권 국민각성당(PKB) 소속 의원들은MPR 특별총회 소집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집단 퇴장했으나결의안 통과 대세를 막지는 못했다. 메가와티가 이끄는 최대 정당 민주투쟁당(PDIP)은 정파별평가에서 “와히드는 1,2차 해명요구에 성실하게 답변하지않은 것은 물론,국정 수행능력 개선에 최선을 다하지 않아특별총회 소집을 통해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집권 국민각성당(51석)과 민주애국당(PDKB·5석),군·경 대표(38석) 등을 제외한 국회 내 10개 정파 중 나머지5개 정당도 비슷한 조치를 요구하며 와히드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경찰과 군은 와히드 지지세력의 과격시위에 대비해 자카르타 주요 지역에 4만명의 병력을 배치해 거동 수상자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중요 시설에 대한 삼엄한 경비를펴는 등 자카르타 시내의 분위기는 계엄상태를 방불케 했다.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 4,000여명은이날 오후 한때 경찰의 저지를 뚫고 MPR특별총회 소집 여부를 논의중인 자카르타 시내 국회 의사당 마당을 강제 점거했으나 의사당건물 내 진입에는 실패했다. 각목과 대나무 등으로 무장한 시위대는 이날 도심 국립박물관 광장에서 ‘와히드 결사 수호 결의대회’를 개최한 뒤물대포와 실탄, 장갑차 등으로 중무장한 경찰의 최루탄 공세를 뚫고 국회 의사당 구내로 진입했으며 수시간 동안 경찰과 대치하다 경찰의 ‘최후통첩’에 따라 의사당을 빠져나왔다. ■시위대는 “와히드 만세” “신은 위대하다” “라이스와탄중을 죽여라”는 등의 격렬한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심지어 “이슬람 율법에 돼지피는 식용이 금지되나 아미엔 라이스 MPR의장과 악바르 탄중 국회의장의 피는 100% 먹을 수있다”며 반와히드 진영 지도자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등 극도의 분노를 표출했다. ■이날 자카르타에 모인 대부분의 시위대는 와히드의 고향인 동자바에서 상경한 사람들로 자카르타 기차역과 버스터미널 등지에서는 경찰의 삼엄한 검문 검색에도 불구,동부자바를 비롯한 지방에서 상경하는 와히드 지지세력이 계속늘어나 시위는 더욱 과격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동자바 주도 수라바야 인근 지역에서도 이날 최대 이슬람세력 나들라툴 울라마(NU) 회원을 비롯한 와히드 지지자 수만명이 사흘째 도로를 봉쇄한 채 MPR특별총회 저지를 위한대규모 가두시위를 벌였다. 수라바야 동쪽 80㎞ 지점의 파수루안에서 시위대 1만여명이 고속도로를 점거한 채 수라바야 진격을 시도하다가 저지되자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히 저항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발포로 1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으며 시도아르조와 그레식,말랑 등지에서도 수천명 규모의 시위가 벌어지는 등무정부 상태가 벌어졌다. ■인도네시아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각국 주요 외국 공관들은 자국민들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한국대사관도교민 1,500명을 위한 비상 근무에 들어갔다. 수라바야 교민회와 자카르타 주재 한국 대사관은 파수루안소재 제일삼성과 경희어망, 경동 등 한국 업체들의 피습 가능성에 대비해 현지 군부대에 지원을 요청,군병력이 이들공장 주변에 긴급 배치됐다. ■한편 야흐야 스타쿱 대통령궁 대변인은 “와히드 대통령은 국회의 특별총회 결의에도 불구,치명적인 정치적,사회적희생을 우려해 절대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권 주변에서 제기된 자진 사임설을 일축했다. 김균미기자 km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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