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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임위·소위통해 충분한 협의… 투표때 당론 강요 말아야

    상임위·소위통해 충분한 협의… 투표때 당론 강요 말아야

    ‘파행·폭력·불량’…18대 국회가 남긴 많은 오명 뒤에는 여야의 ‘당론’이 자리 잡고 있었다. 쟁점 법안을 두고 여야가 강제적 당론을 고집하다 보니 충돌은 늘 예정된 수순이었다. 2008년 12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시작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갈등은 지난해 11월에야 종지부를 찍었다. 4년 가까이 시간을 끌었지만 결과는 새누리당의 강행처리였고 야당은 이를 막기 위해 해머·전기톱·최루탄까지 들고 나왔다. 여야 당론의 ‘중간’은 없었다. 극한 대립을 막아 보자며 여야 의원들 일부가 모여 한·미 FTA가 발효되는 즉시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존치 여부를 협상하자는 내용의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각당 지도부가 용납하지 않았다. 비준안이 통과되자 민주당은 한·미 FTA 무효화 결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2009년 초 미디어법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 상정된 뒤부터 문방위는 여야 의원들의 전장이 됐다. 상임위 회의장에서 점거농성이 벌어졌고 그나마 회의가 열리면 신문·대기업의 방송지분 소유 문제를 두고 의원들은 각당의 입장만 되풀이했다. 7월 본회의를 일주일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당론에 반대되는 의사를 내세우자 한나라당은 그제서야 급히 수정안을 만들었다. 이어 7월 22일 박 전 대표의 입장이 반영된 미디어법을 날치기 통과했다. 세종시 수정안은 17대 국회에서 정해졌던 당론이 여당 내 분열을 심화시킨 계기가 됐다. 2005년 17대 국회에서 정해진 세종시법을 2010년 정부가 백지화하려 하자 친이계와 친박계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17대 국회의 당론을 변경하는 절차를 밟을 것인지, 세종시 수정안 자체로 새로운 당론을 채택할 건지를 두고 4개월 남짓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 같은 국정현안뿐 아니라 교육·복지 등 사회분야에도 어김없이 당론이 정해졌다. 민주당에서 전 계층 100%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등을 당론으로 정하면 한나라당에서는 이와 배치되는 입장을 냈다. 6·2 지방선거에서 교육의원을 어떻게 선출할지를 두고도 여야 당론이 어긋나 교과위가 파행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독립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당 지도부의 의견에 휩쓸리는 강제적 당론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정관 전남대 교수는 29일 “우리 국회에서 당론이라는 것은 당 지도부와 여당에서는 대통령, 야당은 다음 대권 주자들의 일방적인 의견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국회 상임위나 소위원회를 통해 여야가 충분히 토론을 거쳐 합의를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각당에서도 투표에 한해서는 당론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당 지도부의 의견을 두려워하는 것은 결국 공천이 걸려 있기 때문이고, 자유투표는 제도의 문제이기 이전에 의지의 문제”라면서 “당의 정체성과 직결된 문제는 당론을 정하되 나머지는 자유롭게 열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백윤·송수연·최지숙기자 baikyoon@seoul.co.kr
  • [열린세상] 아버지와 함께 하는 축제는 어떨까 /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열린세상] 아버지와 함께 하는 축제는 어떨까 /문흥술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5월의 끝자락인 지난주 내가 있는 대학에서도 축제가 열렸다. 축제 마지막 날 우리 국문과 학생들이 주점을 열었다기에 매상을 올려주기 위해 잠깐 들렀다. 싱그러운 봄밤, 인기 가수의 공연이 열렸고, 빠른 리듬에 맞춘 학생들의 춤과 환호성에 교정이 들썩였다. 초대받은 듯한 남학생들도 흥겹게 어울려 신명나는 판이 벌어졌다. 1980년대 초반 최루탄으로 얼룩진 대학 축제가 떠올랐다. 탈춤 공연이 끝나면 모두 어깨동무를 하고 독재 타도를 외치면서 데모를 했다. 매운 최루탄 때문에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채 시대에 대한 울분을 토하고 소주잔을 기울이던 젊은 대학생, 그것이 지금의 아버지 세대가 겪은 축제의 모습이다. 최루탄 때문에 벌레 한 마리조차 살지 못하게 된 삭막한 교정, 엉망인 축제, 그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 전의 일이라니. 학생들과 면담을 해보면 아버지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학생들의 사고와 생활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버지의 주장만을 무조건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리고 일찍 명예퇴직을 하여 경제적 부양 능력을 상실한 아버지에 대한 실망감도 또 다른 원인의 하나였다. 그런데 더 놀란 것은 학생 개개인의 가정환경과 관련된 측면보다 아버지 세대를 바라보는 사회적 풍토가 더 큰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가난한 분단국가에서 불과 60여년 만에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면서 정치, 사회, 문화 등 제반 측면에서 일어난 급속한 변화의 틈새를 메울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젊은 세대에게 아버지 세대의 경험을 이야기해 보자. 젊은 시절, 시대의 어둠에 절망하고 그것을 극복하려고 데모를 했다고, 민주화가 이루어진 후 결혼해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했다고, 그리고 컴퓨터가 일상을 지배하면서 컴맹이라는 놀림을 받지 않기 위해 컴퓨터와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해 보자. 나아가 명예퇴직을 해서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해서 두렵다고 말해 보자. 젊은 세대는 아마도 그런 경험을 무관심하게 들을 것이다. 그것이 젊은 세대의 잘못일까. 그렇지 않다. 아버지 세대 역시 젊은 세대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유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그 공유의 광장을 한 가족 안에서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그 광장을 사회 풍습에서 마련하는 것이다. 세대 간의 벽을 넘어 가치관의 차이를 이해하면서 그것을 발전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사회적 광장이 부재하는 것, 그것이 오늘날 아버지 세대를 고개 숙이게 하고 있다. 어느 시대든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의 거리감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공유의 광장을 마련하기 위해 무던 애를 써왔다. 그런데 지금 그런 노력을 하기는커녕, 아버지 세대는 보수고 젊은 세대는 진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퍼뜨리고 그런 담론을 확대재생산하는 축들이 있다. 그들의 논리가 만연하는 한 단절된 각 세대만의 밀실만 있고, 그 밀실의 충돌만 있을 뿐이다. 이청준의 소설 ‘축제’를 보면,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고 키가 작아지는 것은 뒷사람들의 삶과 지혜로 그것이 전해지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곧 자식과 후손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이 어머니라는 것이다. 지금의 아버지 세대가 젊었을 때에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고귀한 사랑을 깨우쳐 주는 사회적 광장이 있었다. “바릿밥 남 주시고 잡숫느니 찬 것이며/두둑히 다 입히고 겨울이라 엷은 옷을/솜치마 좋다시더니 보공되고 말아라”는 정인보의 시조 ‘자모사’를 아버지 세대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내년 축제 때 학생들이 아버지와 함께하는 장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청준의 다른 소설 ‘흰옷’에서, 아버지 세대와 자식 세대가 서로 어우러져 한바탕 굿판을 벌이면서 세대 간의 단절을 극복하고 서로 화해를 도모한다. 그런 축제의 광장이 대학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로 확산된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럴 때, 고개 숙인 아버지도 얼마간 고개를 들 수 있지 않을까.
  • [막 내리는 18대 국회] 과반의 횡포·소수의 폭력 저항… 巨與小野 딜레마에 빠진 4년

    [막 내리는 18대 국회] 과반의 횡포·소수의 폭력 저항… 巨與小野 딜레마에 빠진 4년

    18대 국회가 29일 막을 내린다. 거대 여당과 소수 야당의 불편한 동거로 이어진 4년은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남겼다. 대화와 타협 대신 힘과 폭력으로 갈등을 ‘처리’해 버린 국회의 얼룩진 모습이 더욱 각인된 까닭이다. 영욕의 1460일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18대 국회를 돌아봤다. 18대 국회는 2008년 6월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개원을 앞두고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파동이 일면서 촛불집회가 확산됐고 여야의 공방이 가열됐다. 결국 2008년 7월 10일 지각 개원을 한 데 이어 8월 26일 역대 국회 중 가장 늦게 원 구성을 마쳤다. ●합의 대신 몸싸움… ‘폭력 국회’ 오명 이명박 대통령 취임 한 달여 만에 치러진 4·9 총선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압승하면서 거대 여당이 의회 권력을 틀어쥐게 됐다. 한나라당은 친박연대 및 무소속 의원들의 복당과 재·보선 등을 거쳐 4년 동안 185석까지 몸집을 불렸다. 반면 민주당의 최대 의석수는 89석에 불과했다. 18대 국회는 여야의 극한 대립의 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다수인 한나라당은 주요 쟁점 법안을 번번이 날치기로 통과시키려 했고 그때마다 민주당을 비롯한 소수 야당은 강하게 저항했다. 야당 국회의원들이 국회 중앙홀(로텐더홀)과 본회의장 바닥에 이불을 깔고 노숙 농성을 하는 웃지 못할 풍토도 생겨났다. 2008년 12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놓고 벌어진 여야의 몸싸움은 18대 국회 폭력사의 예고편일 뿐이었다. 전기톱과 해머, 소화기의 등장은 이후 쇠사슬, 최루탄 등으로 확산됐다. 2009년 7월 미디어법, 2010년 12월 4대강 사업을 포함한 새해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될 때마다 여야 의원과 보좌진은 혈투를 벌였다. 한나라당은 18대 국회 내내 새해 예산안을 단독으로 강행처리했다. 외통위에서 시작됐던 한·미 FTA 갈등은 2011년 11월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이 터지면서 정점을 찍었다. ●정부 vs 국회… 反 MB 야권연대 정부·여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 이를 만회하기 위해 우편향 정책들을 추진했다. 그러나 주요 쟁점들을 놓고 국회, 특히 야당과의 갈등을 대화나 타협을 통해 해결하지 못했고 번번이 밀어붙이는 모양새를 보였다. 2010년 1월 정부가 내세운 세종시 수정안은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대립을 초래했다.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선진당을 비롯한 야당 전체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반발하면서 국론 분열 상황에 이르렀다. 2010년 6월 세종시 수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박 전 대표는 직접 반대토론에 나서는 등 한나라당 내 계파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결국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상황이 종료됐다. 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4대강 사업도 18대 국회의 걸림돌이었다.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이름만 바꾼 대운하 사업이라며 예산삭감 및 공사 중단 등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야 4당과 시민단체 등 반(反)MB 연대가 가속화됐다. 특히 2009년 5월 23일과 8월 18일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는 야권에 돌풍을 몰고 왔다. 친노세력이 대거 부활하는 계기가 됐고 진보진영은 더욱 단단하게 결집했다. 18대 국회에서는 현직 국회의장이 취임 전 불법 혐의로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한나라당 대표를 지냈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당시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로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장이 비리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게 됐고 국회의장실이 압수수색당하는 불명예를 겪었다. 한나라당 출신 강용석 의원은 여대생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당에서 제명됐고,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제명안까지 상정됐다. 그러나 18대 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로 배지는 지킬 수 있었다. ●“19대는 선진화법 효과 기대” 신율 명지대 교수는 “18대 국회에서는 한나라당이 과반의 횡포를 부렸고 여기에 대항해 야당에서 엄청난 폭력을 사용하면서 난맥상을 이뤘다.”면서 “그나마 19대 국회에서는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됐기 때문에 직권상정이나 폭력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지만 무엇보다도 행정부에 할 말은 하면서 독립성을 지키는 국회로 발전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허백윤·이범수기자 baikyoon@seoul.co.kr
  • [씨줄날줄] 강철 서신/구본영 논설위원

    5공 정권 때인 1980년대 중반.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원에 적을 걸고 늦깎이로 대학가에 다시 발을 들여놓았다. 매캐한 최루탄 냄새야 곧 익숙해졌지만, 대자보 속 ‘위수동’ ‘친지동’이란 용어는 참 낯설었다. 김일성과 김정일을 가리키는 ‘위대한 수령 동지’와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의 약어임을 알게 될 때까지는. 유신체제하에서 대학을 다녔던 기자는 운동권의 사뭇 달라진 분위기에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12·12사태와 광주민주화운동 등을 거치면서 반미 자주파가 운동권의 주류로 자리잡았음을 실감했다. 하지만 운동권 헤게모니 교체의 주역이 누구인지는 당시엔 몰랐다. 강철이란 필명으로 대학가에 주체사상을 퍼뜨린 김영환이 ‘강철 서신’의 주인공임을 스스로 고백하기 전까진 말이다. ‘원조 주사파’ 격인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이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돼 49일째 억류 중이라는 소식이다. 그는 주체사상의 고향인 북한체제에 환멸을 느끼고 전향한 뒤 북한 인권운동에 전념해 왔다. 탈북자를 돕다가 체포됐다는 소문이지만, 중국이 그에게 국가안전 위해죄라는 죄목을 씌우고 있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평소 북한정권의 체제 전환을 주장해온 그인지라 북한 정보기관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그는 1999년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사상전향서를 쓰고 풀려났다. 그런 그가 중국에서 고초를 겪고 있다니 여간 안쓰럽지 않다. 하지만 더욱 딱한 쪽은 우리 사회 내에서 아직도 주체사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일 듯싶다. 1991년 밀입북해 김일성 주석을 만난 청년 김영환은 허탈감을 감출 수 없었다. 정작 김일성은 주체사상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기야 주체사상 이론가인 황장엽 북한노동당 비서도 탈북했으니….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듯이 우리 사회가 발전하려면 다양한 접근방법이 필요할 게다. 더욱이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우리 사회가 민주화를 이루는 데 젊음의 열정이 큰 구실을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0대 때 마르크시스트가 아니면 가슴이 없는 사람이고, 40대까지 그 미몽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머리가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까닭에 대학가 운동권 일각에서 원조 주사파마저 오래전에 버린 주체사상을 아직도 붙들고 있다면 시대착오 그 자체가 아닐까. 최근 통합진보당 내 당권파 청년들의 폭력 사태를 보면서 새삼 느끼는 소회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사설] 통진당 ‘진보는 죽었다’는 탄식 들리는가

    통합진보당이 결국 폭력의 수렁에 빠졌다. ‘진보’를 소리 높이 외쳐온 이들이 그동안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해온 선량한 진보세력을 고개 들지 못하게 만드는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마침내 진보 명망가들이 앞다퉈 창피하기 짝이 없는 사이비 진보를 장송하기에 이르렀다. 통진당의 비례대표 부정 경선을 비판해온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엊그제 중앙위원회 폭력사태가 발생하자 “오늘로 대한민국 진보는 죽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이번 사건을 통해 당권파의 실체가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이름과 함께 대중에게 알려졌고, 당권파가 심지어 다른 연합세력도 고개를 돌릴 정도로 사회적으로 고립”된 것을 아직 낙관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로 꼽았다. 그런가 하면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진당 내 ‘민주주의자’들이 중심을 잡고 당 쇄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기회에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실히 하는 당 쇄신을 이뤄야 하며, 당 바깥에서도 강력한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도 했다. 온당한 지적이다. 진보주의의 가치와 정신을 이해하고 나름의 애정을 보여온 이들이기에 울림이 더욱 크다. 이들의 말이 아니더라도 당권파로 대변되는 한줌 패권세력은 이제 통회 자복하는 심정으로 자기갱신에 나서야 한다. 공중부양에 최루탄 폭력도 모자라 당 대표가 당원들에게 짓밟히고 집단 폭행을 당하는, 정당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을 저지르고도 좀체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는다. 당권파에 속한 당 대변인은 “중앙위 파행은 심상정 의장이 1호 안건을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하여 발생한 일”이라고 강변한다. 이들에게는 눈앞에 어른거리는 권력만 보이지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폭력은 보이지 않는가. 당권파의 숨은 실세로 알려진 이석기 국회의원 당선자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100% 완벽한 선거는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당내에서도 인정하는 부정 경선에 대해 뭐가 잘못이냐는 식이니 말문이 막힌다. ‘사상병’이다. 이들에게 더 이상 자정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일각에서 지적하듯 도덕적 ‘외압’을 더욱 강화하는 것 외엔 달리 방도가 없다. 통진당의 핵심 지지세력인 민주노총은 이미 ‘재창당 수준의 쇄신’이 안 될 경우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통진당의 통절한 자성을 거듭 촉구한다.
  • [사설] 의원들 임기말 외유 정말로 공무인가

    임기를 불과 20일 남긴 18대 국회의원들이 상임위원회별로 줄줄이 해외 시찰에 나서고 있다. 시찰단 상당수는 4·11 총선에서 낙천됐거나 낙선·불출마한 의원들이라고 한다. 외국의 재정·국방 정책 시찰, 재외국민 투표 실태 파악 등이 목적이라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별로 없다. 공무라는 간판을 내걸었지만 단순 외유에 지나지 않으며, 낙천·낙선 인사의 위로여행 성격이 짙다. 서민은 팍팍한 살림살이에 고통의 깊이가 더해 가는데 혈세로 끝까지 호사를 누리겠다는 것인가. 이 같은 행태에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4년마다 되풀이되는 ‘후안무치’를 언제까지 지켜봐야만 하는가. 해머와 공중부양, 최루탄으로 얼룩진 18대 국회는 헌정사상 가장 형편없는 국회로 평가받고 있다. ‘폐장’을 앞두고 지난 4년을 깊이 반성해도 부족할 마당에 동부인하고 앞다퉈 외유를 떠나는 이들이 정녕 우리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표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이들이 쓰는 돈은 자기 주머니에서 나온 게 아니다. 행안위 소속 여야 의원 3명은 재외국민 투표 실태를 파악하겠다며 어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순방길에 올랐다. 이들은 모두 19대 총선 낙천 및 불출마 인사들이다. 정말로 공무를 보기 위함인가. 예결위는 재정이 파탄난 스페인에서 어떤 재정정책을 살핀 건지, 국방위는 누가 봐도 관광코스인 오스트리아·폴란드·스위스를 돌며 과연 어떤 국방정책을 파악했는지 국민 앞에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대표가 하라는 일은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의 혈세만 축냈다는 비판을 조금이라도 피해 갈 수 있다. 이달 말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19대 국회에서는 더 이상 이런 구태가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다. 그동안 국회의원의 해외시찰은 대부분 상세 일정이 누락돼 해외여행이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해외 시찰이 단순한 해외여행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상세 일정과 예산 사용 내역, 구체적 활동 내용 등이 시간대별로 기록된 시찰 결과보고서를 작성해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 국민도 혈세를 쌈짓돈쯤으로 여기는 국회의원은 똑똑히 기억해 설사 다시 출마하더라도 결코 표를 줘서는 안 될 것이다.
  • 1强 황우여 대선관리 능력 ‘8人포화’… 황 “단호하게 맞설 것”

    1强 황우여 대선관리 능력 ‘8人포화’… 황 “단호하게 맞설 것”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9명의 후보가 7일 오후 지상파 3사에서 주최하는 첫 TV토론에 나섰다. 그러나 황우여 후보를 비롯해 범친박(박근혜)계 후보가 7명에 이르다 보니 열띤 토론 분위기를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친이(이명박)계는 심재철·원유철 후보 2명에 불과했다. 더욱이 상호 질문 역시 유력한 당대표로 거론되고 있는 황 후보에게 집중되는 양상이었다. 황 후보는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안정적인 관리형 후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보수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이번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대선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가였다. 국회선진화법(국회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당내 리더십을 검증받았다는 평가를 받인 황 후보에 대한 공격이 많았다. 원유철 후보가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킨 것이 새로운 리더십이라고 하지만, 식물국회를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고 공격했다. 이에 황 후보는 “민주당에서는 여당이 언제든 직권상정해 날치기하는 거 아닌가, 여당에서는 야당이 당론에 의해 몸싸움하는 거 아닌가 하고 의심할 수 있다.”면서 “맡은 일은 열심히 하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니 국민의 선택을 따를 것”이라며 유연하게 넘어갔다. 김태흠 후보는 국회선진화법과 관련해 통합진보당 김선동 후보의 최루탄 투척 사건을 언급했다. 김 후보가 “김선동 의원이 최루탄을 터뜨린 일은 국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비판을 한 사건인데 (황 후보는) 유야무야 넘어갔다.”고 지적하자 황 후보는 “당대당으로 하는 것보다 우파 시민단체가 고발한다는 얘길 듣고 시민의 이름으로 고발하는 것이 공정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도 그런 결정을 했다.”고 답했다. 이에 김 후보는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을 시민단체에 떠넘기려는 것인가.”라고 질타했고, 황 후보는 “앞으로 당을 책임지게 되면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한 발 물러섰다. 황 후보에게 뼈아픈 질문도 나왔다. 홍문종 후보가 “황 후보가 2040을 강조하는데 무슨 흡인력이 있다고 그런 말을 하나.”라고 공세를 퍼붓자, 황 후보의 표정이 잠시 굳어지기도 했다. 황 후보는 “30대는 아직 꿈이 있지만, 2040은 사실 꿈이 좌절된 시기다.”면서 “우리는 그 분들에게 다가가는 데 어디서부터 방향을 잡아야 하는가를 보는 걸로 시작해야겠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친이·친박으로 대변되는 계파 갈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했다. 유기준 후보는 “친박이 많아졌다고 1인 체제로 가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부터는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분열적 사고로는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면서 “당의 지도부 구성도 친이와 친박을 떠나 수도권과 젊은 층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도 친박계인 이혜훈 후보가 친이계 심재철 후보에게 현 정권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는 등 친이·친박 간 상호 견제가 엿보이는 부분은 어쩔 수 없었다. 이 후보가 심 후보에게 “소상공인, 근로자들이 특히 어려웠고,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지난 선거가 패배하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하자 심 후보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업종에 무분별하게 침투해 영역을 파괴하는 것은 규제가 필요하고 대기업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의 활로를 저지하는 것은 잘못된 부분”이라고 답했다. 황비웅·최지숙기자 stylist@seoul.co.kr
  • 대선 앞둔 이집트 유혈사태

    지난해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정권 붕괴 이후 처음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를 앞둔 2일(현지시간) 이집트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해 최소한 20명이 숨지고, 150명이 부상당하면서 급격한 혼란속으로 빠져들었다고 AP·AFP통신과 BBC방송 등이 보도했다. 유혈 사태는 정체불명의 세력들이 이날 새벽 수도 카이로 압바시아의 국방부 건물 밖에서 시위를 벌이던 1000여명의 시위대에 화염병, 벽돌, 칼, 최루탄 등으로 무차별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시위 현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시위대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출마 자격을 박탈한 이슬람 보수주의자 하젬 아부 이스마일 지지자들로, 현재 정권을 잡은 군최고위원회(SCAF)에 이스마일의 자격박탈 번복을 요구하며 지난달 29일부터 시위를 벌였다. 이스마일은 고인이 된 모친의 미국·이집트 이중 국적 문제로 후보 자격이 박탈됐다. 이스마엘 측은 이중국적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폭도의 정체와 관련, AP는 이집트에서 고용 폭력배들이 시위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군부와 연계된 용역 폭력배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대선 후보로 거론됐던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국방부 앞에서 대학살이 일어났다. SCAF와 당국이 폭도들과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군부 측이 23, 24일 이틀간으로 예정된 대선 일정을 연기하기 위해 혼란을 일으켰다는 음모론도 퍼지고 있다. 한편 13명이 출마한 대선은 무함마드 무르시 자유정의당(FJP) 지도자, 온건 이슬람주의자인 압델 모네임 아불포투, 무바라크 정권의 외교장관을 지낸 암르 무사 전 아랍연맹 사무총장의 3파전으로 압축된다. SCAF는 7월에 민간 대통령에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국회 선진화법 통과 안팎] “최루탄·전기톱 이젠 안된다”… ‘비폭력 선언’ 실천에 달렸다

    [국회 선진화법 통과 안팎] “최루탄·전기톱 이젠 안된다”… ‘비폭력 선언’ 실천에 달렸다

    최루탄, 해머, 전기톱, 쇄사슬, 주먹질…. 18대 국회에서 쟁점 법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 과정에서 등장한 소품(?)이다.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일명 몸싸움방지법)이 이러한 소품들의 등장을 차단하는 ‘전가의 보도’가 될지 주목된다. 우선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건이 대폭 강화된다. 지금은 직권상정 요건이 모호해서 ‘이현령 비현령’(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는 기습 또는 날치기 처리 논란을 불러와 여야 관계를 얼어붙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당시가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개정안에서는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전시·국가비상사태 ▲여야 간 합의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사실상 여야 합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직권상정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다수당의 전횡을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신 소수당의 생떼를 방지하기 위해 신속처리(패스트트랙)제도가 도입된다. 신속처리 안건은 재적의원 또는 상임위 재적위원 과반수 동의로 지정을 요구할 수 있고, 이를 국회의장 또는 상임위원장이 무기명 투표에 부쳐 재적의원 또는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3 이상이 찬성하면 지정된다.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되면 상임위에서는 지정 요구일로부터 180일, 법사위에서는 90일이 경과되면 각각 자동 처리된다. 개정안은 또 법사위에 장기 계류 중인 이른바 ‘낮잠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수단도 마련했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에서 의결한 법안이 본회의 상정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에 해당한다. 때문에 지금은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린 법안은 본회의 상정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법사위에서 120일 이내에 심사가 완료되지 않은 안건의 경우 해당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3 이상이 찬성하면 국회의장에게 안건에 대한 본회의 상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국회의장은 30일 이내에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하되, 합의가 불발되면 이 기간이 경과된 후 처음으로 열리는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를 통해 결정하도록 했다. 아울러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제도는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의 요구로 개시할 수 있도록 했다. 필리버스터 종료는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이 서명한 종결 동의가 제출된 24시간 후 재적의원 5분의3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개정안에 대해 여전히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19대 국회가 떠안게 된 숙제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총선때 귀따갑던 민생…본회의 가지도 못한 민생

    총선때 귀따갑던 민생…본회의 가지도 못한 민생

    “민생부터 챙기겠습니다.” 4·11 총선 과정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등 여야가 국민들의 귀에 못이 박히도록 쏟아낸 표현이다. 그러나 총선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공염불’이 되고 있다. ●예산안 4년내 與 단독 처리 당초 24일 열기로 했던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역시 부끄럽게도 무엇을 다루느냐가 아니라 과연 열릴 수 있느냐가 최대 관심사였다. 여야는 이날 국회법 개정안(국회선진화법) 수정 여부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거듭하다 끝내 합의에 실패했고, 결국 18대 마지막으로 여겨지던 본회의는 무산되고 말았다. 국회 선진화를 이루겠다며 만들기로 한 그 법에 막혀 다른 민생법안들조차 무더기로 폐기의 위기로 몰아넣는 후진적인 모습만 드러낸 것이다. 18대 의원들의 임기는 4년이 아닌 3년 6개월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2008년 6월 개원 직후 여야가 원 구성 문제로 3개월 가까이 공전을 거듭하더니, 임기 막바지인 올 초부터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3년 6개월을 그야말로 알차게 보낸 것도 아니다. 의회주의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의 정신은 실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산안은 임기 4년 내내 여당이 단독 처리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등 97개 법안은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해 처리했다. 이 중 36개 법안은 해당 상임위원회 논의조차 거치지 않은 것이다. 여야 합의 처리 정신은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전기톱, 해머, 최루탄, 주먹다짐 등이 불통의 공간을 메웠다. 당리당략만을 앞세운 ‘그들만의 리그’였다. 그랬기에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국민적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9대 국회 의석수를 현행 299석에서 300석으로 늘리는 ‘용감한 결정’도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쓴 18대 국회가 다음 달 29일 만료되는 게 다행처럼 여겨지는 이유다. 오는 6월 임기를 시작하는 19대 국회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19대 국회는 분명 18대 국회와 달라야 한다. ●FTA 등 97개 직권상정 그렇다고 18대 국회의 모든 과정이 배척 대상은 아니다. 상임위 중심의 국회 운영이 딴 세상 얘기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도 했다. 18대 국회 전반기 당시 농림수산식품위와 지식경제위 등은 야당 소속 의원이 위원장을 맡아 ‘불량 상임위’가 될 가능성이 많은 곳으로 꼽혔으나, 여야가 타협의 합의 정신을 살려 ‘정쟁 없는 상임위’로 자리매김했다. 이른바 이낙연·정장선식 상임위 운영 모델은 적극 살려 나가야 한다. 여야가 이번 총선 공약으로 약속한 국회의원 특권 폐지도 서둘러야 한다. 기득권을 먼저 포기할 때 국민들은 비로소 기대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폭력’으로 문열고 ‘불임’으로 끝맺다

    18대 국회는 결국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 채 끝나게 됐다. 시작부터 몸싸움과 폭력이 난무하는 국회였고, 막판에는 ‘불임국회’ 논란 속에 초라하게 막을 내린 것이다. 18대 국회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개원 초 여야가 원구성에 합의를 못해 83일간 공전을 거듭했다. 특히 개원 전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여야 간 공방만 주고받다가 7월 10일이 돼서야 첫 임시국회 본회의를 개최했다. 개원 이후에도 여야의 격한 대립과 몸싸움은 일상화됐다. 사상 최악의 ‘폭력 국회’였다. 2008년 12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단독 상정할 때는 야당 의원들의 거센 저항 속에 ‘전기톱’과 ‘해머’, ‘분말소화기’까지 등장했다. 2009년 7월 미디어법 처리를 놓고 여야가 동시에 본회의장을 점거하면서 주먹다짐이 일어나기도 했다. 예산안은 4년 내내 한나라당에 의해 단독 처리됐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4대강 사업 예산으로 여야 간 대치가 계속됐고, 결국 예산안 부실심사에 이어 여당의 강행처리, 야당의 점거농성이라는 공식이 되풀이됐다. 18대 국회 후반기도 ‘점입가경’이었다. 2011년 11월에는 한나라당이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해 비공개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려 하자,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국회의장석 앞에서 ‘최루탄’을 터뜨려 순식간에 본회의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이런 대립 속에서도 여야는 ‘국회의원 기득권 지키기’에 있어서만은 똘똘 뭉쳤다. 2011년 8월말 ‘여대생 성희롱 발언’ 파문을 일으킨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 제명안은 무기명 투표로 부결시켰다. 여론의 질타로 없던 일이 되기는 했으나 단체나 기관 등으로부터 자유롭게 정치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이른바 청목회법, 즉 정치자금법 개정안 처리에도 한통속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12년 2월에는 자기 텃밭 선거구를 단 한 곳도 줄일 수 없다고 맞서며 오랜 줄다리기를 벌인 끝에 국회의원 의석수를 299석에서 300석으로 늘리는 선거구획정안을 의결,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사설] 국회선진화법 보완한 뒤 통과시켜야 한다

    순산이 기대됐던 국회 선진화법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막바지 산고를 겪고 있다. 여야는 의정단상에서의 몸싸움과 법안 날치기를 방지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24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엊그제 정의화 국회의장 권한대행은 국회 폭력을 근절하는 데도 미흡하고 자칫 ‘식물국회’가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는 이런 우려에 눈 감지 말고 법안을 좀 더 보완한 뒤 처리하기 바란다. 개정안은 다수당의 직권상정 요건을 제한하고, 소수당의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필리버스터) 발언제를 도입하는 게 골자다. 문제는 이것이 민주적 토론을 통한 생산적 국회를 보장할 수 있느냐다. 전망은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필리버스터는 사실상 무제한 허용하면서, 의안 신속처리제는 적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재적의원 5분의3 이상(180석)으로 정한 필리버스터 중단과 신속처리제 요구 기준은 비현실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18대 국회에서 여당은 과반을 한참 넘은 약 170석을 차지했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이외에는 쟁점 법안을 맘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의사 출신 정 의장대행은 “국회가 눈은 떠 있지만 몸은 전혀 안 움직이는, ‘록 인(Lock-in) 신드롬’에 빠질 것”이라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개정안이 ‘몸싸움 방지법’이란 이름값을 해낼지도 의문이다. 질서문란 행위를 한 의원들에 대한 징계조항은 들어 있다. 하지만 3개월 출석 정지나 수당 삭감 등과 같은 솜방망이로 해결될 일인가.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떠뜨린 의원조차 징계하지 못한 우리 국회다. 더군다나 개정안은 폭력을 행사한 의원에 대한 징계안 자체도 본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해 소수당이 욕먹을 각오를 하고 물리적 저지에 나서면 막을 방법이 없다. 우리는 여야 지도부가 개정안에 내재된 맹점을 좀 더 걸러내기를 권고한다. 18대 의원의 임기가 한달 남짓 남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수정안을 못 낼 이유도 없다. 다수당은 선거를 통해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다수당의 일방처리와 소수당의 물리적 저지 중 어느 것을 먼저 차단하느냐를 놓고, 당략을 떠나 균형 있는 접근을 해주기 바란다. 가뜩이나 한 일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18대 국회가 ‘몸싸움 속 불임(不妊)국회’를 낳을지도 모르는 유산을 19대 국회에 넘겨 줘서야 되겠는가.
  • 상비약 편의점 판매·中어선 불법조업 방지 ‘발등의 불’

    상비약 편의점 판매·中어선 불법조업 방지 ‘발등의 불’

    제18대 국회가 오는 24일 사실상 마지막 본회의를 남겨 놓고 있다. 여야의 충돌과 갈등이 유난히 많은 국회였던 만큼 유종의 미를 거두어 주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높다. 그러나 시간은 없고 계류된 법안은 쌓여 있다. 6600여건의 법안 대부분이 사장될 처지다. 어쩔 수 없지만 이제 선택해야 한다. 폭력 국회의 오명을 뒤집어쓴 18대 국회가 반드시 처리해 책무를 완수해야 할 법안들을 정치·경제·사회 등 분야별로 점검한다. ■ 사회 분야 약사들 눈치 보기… 약사법 개정안 법사위에 계류 탄소 증가 OECD 1위…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급 감기약 등 가정상비약의 편의점 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잠자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무분별한 의약품 판매에 따른 오남용과 이로 인한 사고를 이유로 개정안에 대한 심의 자체를 사실상 거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 이유일 뿐 이해 당사자인 약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처리를 미루고 있다. 약사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복지위 의원들에 대한 공천 탈락 압력까지 나오자 2월 부랴부랴 복지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법사위에서 다시 걸렸다. 2월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정족수 부족으로 처리하지 못했고 4·11 총선 공천을 앞두고 열린 3월 2일 법사위에서는 심사만 종결하고 끝냈다. 여야는 본회의가 열리면 본회의 직전에 법사위를 열고 의결 처리한다고 합의한 만큼 이번에는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 112신고자 위치 자동추적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2010년 국회에 발의됐지만 현실성 없는 논리를 내세워 반대하는 의원들 때문에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반대 의원들은 “112 위치추적도 통상적 수사 절차에 따라 경찰이 검찰에 신청하고 검찰이 법원 허가를 얻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수원 여성 살해사건에서 보듯 자동위치 추적의 복잡한 절차 때문에 범인을 코앞에 두고도 놓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자동위치추적을 허용하되 사후에 검찰과 법원 통제가 가능토록 하는 법안 개정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도입을 위한 법률안 처리도 시급하다. 재계는 비용 부담을 이유로 제도 도입을 반대하며 정부와 오랜 기간 줄다리기를 해 왔지만 언제까지 비용 타령만 하고 미룰 수 없다. 온실가스 감축 문제는 지구촌 공통과제로, 우리나라도 의무 감축국에 포함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의무화하고 있는 유렵연합(EU) 국가는 27개국에 이른다.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된 지난 6년 동안 온실가스를 8% 이상 줄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탄소배출 증가율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환경 규제와 시장 메커니즘을 접목한 것으로 미국 북동부 10대주에서 시행 중이고, 호주도 2015년부터 도입하기 위한 관련 법이 통과됐다. 중국 역시 2015년 도입을 위해 7개 지역에 대한 인벤토리를 작성 중이다. 유진상·김효섭기자 jsr@seoul.co.kr ■ 정치 분야 軍지휘체계 변경 국방개혁안 당론도 못 정해 ‘민간인 불법사찰 방지’ 여야 이견 커 불투명 군 상부 지휘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 국방개혁 관련 5개 법안(국방개혁안)이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표결 처리될 예정이다. 원유철(새누리당) 국회 국방위원장은 19일 “이번 국방위 회의가 18대 국회의 마지막 회의인 만큼 국방위에 계류 중인 주요 법안을 직권 상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방위를 통과할지는 불투명하다. 우선 전체회의 의결 정족수인 9명을 채우는 것부터가 여의치 않아 보인다. 국방위 소속 여야 의원 17명 가운데 19대 국회 재입성에 성공한 의원은 6명에 불과하다. 총선에 5명이 불출마했고 6명이 낙선했다. 여야 간사가 개혁안 처리에 합의한 상태도 아니다. 민주통합당은 여당 단독 처리를 반대하는 기류가 강하다. 민주당의 경우 신학용 간사 등 대부분이 불참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국방개혁안은 18대 국회가 만료되면 자동 폐기된다. 국방개혁안은 군 지휘체계를 합참의장 지휘 아래 육·해군 참모총장들이 작전지휘권(군령권)을 갖는 게 골자다. 지난해 5월 법안이 제출됐지만 여야가 당론을 정하지 못했고 국방위원 간에도 의견차가 커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했다. 국방부는 작전지휘권을 각군 참모총장이 갖게 돼 작전 효율성이 증대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국방위원들은 각군이 자군 위주로 움직여 합동전의 효율성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방위는 또 도심 지역에 있는 군 공항 이전을 쉽게 하는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 상정할 계획이다. 정치 분야에선 그나마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 정도가 처리될 전망이다. 개정안은 직권상정 제한, 단독처리 기준 상향, 시간 제한 없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도입 등 국회 안의 폭력을 막을 이중삼중의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여야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대폭 줄어들어 ‘해머 국회’, ‘최루탄 국회’라는 오명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다만 쟁점 법안 처리는 더욱 힘들어지게 된다는 점에서 자칫 ‘식물 국회’ 양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계기로 새누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불법사찰방지법도 18대 국회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성사는 어려울 전망이다. 전·현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에 대해 새누리당이 특별검사제 도입을, 민주당이 국회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등 의견차가 크기 때문이다. 4·11 총선 후 여야 모두 새 지도체제 구성과 대선 체제를 위한 당 정비 등에 집중하고 있어 정치 법안 처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경제 분야 정무위원 재선 4명뿐… 예보법 19代도 ‘빨간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vs 전월세 상한제 18대 국회에서 마무리돼야 할 경제 관련 법안에는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외국인 어업 처벌 강화 관련 법 개정안,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등이 손꼽힌다. 경제구조 선진화를 위해 제출된 법안들도 있으나 이번 국회의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부동산 관련 법은 여야의 입장이 달라 폐기 가능성이 높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EEZ 개정안은 우리나라의 EEZ에서 불법 조업하다 적발된 중국 어선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무허가 어업활동 선박에 대한 벌금은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불법 조업이 의심되는 선박이 정지 명령을 따르지 않고 도주할 경우의 벌금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된다. 불법 선박 억류의 경제적 효과를 높이는 방안도 담고 있다. 지금은 불법 선박을 억류한 뒤 담보금을 내면 선박은 물론 어획물도 돌려줬다. 개정안은 선박만 돌려주고 어획물과 어구 등은 반환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3차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앞둔 상태에서 구조조정 자금인 저축은행 특별계정 운영기한을 2014년부터 5년간 더 연장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발등의 불’이다. 19대 국회로 넘어간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문제는 상임위인 정무위원회 위원 12명 중 4명만 재선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낙선한 의원들을 일일이 만나면서 법안 처리를 부탁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임대사업자의 세제지원 확대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 개정안도 계류 중이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새누리당은 통과를 주장하지만 민주통합당은 임대차보호법의 통과를 주장하고 있어 간극이 크다. 여야의 입장이 갈리는 법안의 하나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있다.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재벌 특혜’ 논란으로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SK와 CJ는 이 법이 통과되지 않는 한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내든지, 금융 자회사를 팔아야 하는 처치다. 낙후된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업 발전법(제정안), 대형 투자은행(IB)의 업무 영역 확대 등 자본시장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자본시장통합법(개정안), 금융상품과 금융기관의 영업에 있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금융소비자보호법(제정안) 등은 그동안 누적된 문제점 등에 대한 개선안을 담은 법이다. 해당 부처가 남은 시간 동안 얼마나 의원들을 설득해 낼지가 관건이다. 전경하·이경주·오상도기자 lark3@seoul.co.kr
  • [사설] 18대 국회 민생법안이라도 처리하고 끝내라

    ‘최루탄 국회’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8대 국회가 다음 달 29일이면 종료된다. 4·11 총선이 끝난 지 얼마 안 돼 온통 19대 국회의원 당선자에 관심이 쏠려 있지만 18대 의원들의 임기는 아직 한달 이상 남았다. 물론 선거가 끝나고 당락이 결정돼 파장 분위기이지만 국민을 위해 마지막 책무를 다해야 할 시간이 남아 있다. 여야가 국회를 열어 국민생활과 직결된 민생법안만이라도 처리해 주기를 당부한다. 현재 18대 국회에 계류된 법안은 6450건에 이르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민생과 직결된 법안이다. 그러나 국회가 열리지 못한다면 이들 법안은 모두 휴지통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간단한 의약품을 살 수 있도록 한 약사법 개정안은 지난 2월 국회에서 처리 직전까지 갔다 무산됐고, 육·해·공 3군의 합동성을 강화하려는 국방개혁법안,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방지하는 법안 등도 국회라는 특급호텔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또 국회에서의 몸싸움을 방지하기 위해 여야가 공들여 만든 국회선진화법안도 마찬가지 신세다. 여야는 이런 점을 의식해 25일쯤 임시국회를 열 계획이지만 실제 열릴지는 미지수다. 총선에서 승리한 새누리당은 개원에 적극적이지만, 한명숙 전 대표가 선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민주통합당은 사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뒤숭숭하다고 해서 국회가 마냥 손을 놓아서는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정부는 18대 마지막 국회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거래법안, 약사법 개정안,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에게 변호사 선임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성폭력 처벌 특례법 개정안 등 40여개 민생·개혁법안은 반드시 처리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도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야 마땅할 것이다. 민생법안들은 그동안 정치 현안과 연계돼 처리가 지연돼 왔다. 그러나 18대 마지막 국회에서는 여야가 줄다리기할 특별한 쟁점이 없어 여건은 좋은 편이다. 의원들도 정파적 이해를 떠나 허심탄회하게 법안을 다룰 수 있다. 4·11 총선에서 많은 현역 의원들이 낙선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여야 지도부가 정치력을 발휘하면 충분히 법안을 심의할 수 있다고 본다. 낙선 의원들도 국민을 위해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는다는 심정으로 법안 처리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 그리스 연금삭감에 국회앞 권총자살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리스의 70대 연금 생활자가 수도 아테네의 국회의사당 앞 신타그마 광장에서 정부의 긴축재정을 비난하며 공개적으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고 있다. 분노한 시민들은 광장 주변에 집결해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였다. 그리스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에서도 벼랑끝에 내몰린 취약 계층의 자살이 잇따르면서 유럽 사회에 짙게 드리운 긴축재정의 그늘을 보여주고 있다. 4일 오전 9시쯤(현지시간) 전직 약사인 디미트리스 크리스툴라스(77)가 국회의사당 건물 수백m 앞에서 권총으로 머리를 쏴 숨졌다고 BBC,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그는 방아쇠를 당기기 전 “자식에게 빚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외쳤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외투 주머니에서 발견된 그의 유서에는 “품위있는 노후를 위해 지난 35년 동안 정부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고 연금을 부었는데 정부가 생존에 대한 모든 희망을 무너뜨렸다.”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구하는 비참한 상황이 되기 전에 마지막 존엄을 지키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 없다.”는 등 정부에 대한 분노와 막다른 선택을 하게 된 비장한 심정이 적혀 있었다. 20여년 전 은퇴한 뒤 아내, 딸과 함께 살아온 그는 정부의 연금 삭감으로 생활이 쪼들린 데다 개인 부채를 갚지 못해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타스 루란토스 약사협회장은 “그는 기품있는 인물이었다.”면서 “그런 사람을 이 지경까지 몰아간 데 대해 누군가는 답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날 광장에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촛불과 조화가 쌓였고, 재정 위기를 초래한 정부를 비난하는 대자보도 나붙었다. 2000명이 넘는 시민들은 경찰이 막고 있는 국회의사당을 향해 “살인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밤이 되면서 시위는 점점 과격해져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했다. 2010년부터 재정악화를 겪은 그리스는 유로존에서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대량해고와 임금 삭감, 연금 축소 등 혹독한 긴축재정을 펴왔다.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면서 자살률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10년 자살률은 전년보다 18% 늘었다. 특히 지난해 아테네의 자살률은 전년보다 무려 25%나 뛰었다. 루카스 파파데모스 총리를 비롯한 정부와 여당은 유감과 애도의 뜻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지만 수년간 억눌러 온 시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유로존의 구제금융 지원에 반대하는 소수 정당들은 다음 달 총선을 겨냥해 정부의 긴축재정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편 재정위기에 시달리는 이탈리아에서도 최근 자살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일 시칠리아에 거주하는 78세의 여성이 연금이 월 800유로에서 600유로로 깎인 데 항의하며 3층 아파트 발코니에서 뛰어내려 사망했다. 일주일 전에는 27세의 모로코 이민자가 넉달간 임금을 받지 못하자 몸에 불을 질러 자살을 시도했다. 마리오 몬티 정부는 그리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2013년까지 균형재정을 목표로 지출 삭감과 노동 개혁에 박차를 가하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無學의 빈민여성 그 지혜와 용기 어떤 지식인도 갖지 못했습니다”

    “無學의 빈민여성 그 지혜와 용기 어떤 지식인도 갖지 못했습니다”

    소설가 공지영(49)과 다큐멘터리 감독 태준식(41). 언뜻 교집합이 없어 보이는 둘을 엮는 유일한 고리는 전태일 열사의 모친인 고 이소선 여사(“누가 여사라고 부르면 난 여사가 아니라 전태일 엄마라고 성을 냈다.”고 할 만큼 고인은 ‘여사’라는 말을 싫어했다)와 의 인연이다. 노동 다큐에 천착해 온 태 감독은 영화 ‘어머니’를 통해 지난해 9월 고인의 소천(召天)까지 마지막 2년을 담았다. 인물 다큐는 뉴스화면과 지인들의 회고를 붙이는 게 일반적인 형식일 터. 그런데 태 감독은 달랐다. 함께 고스톱을 치고, 손톱을 깎아 드리고, 담배 심부름을 하면서 ‘노동자의 어머니’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 냈다. 공 작가 또한 인연이 남다르다. 등단 이전인 1980년대 중반, 고인의 평전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고, 구술원고를 비롯한 각종 자료를 모았다(여러 사정으로 평전 발간은 불발됐다). 집회에서 먼발치로 보던 고인을 만난 건 열사의 40주기이던 2010년 11월. 한 언론사의 요청으로 인터뷰를 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지영과 태준식을 만났다. 약속이라도 한 듯 가슴 속에 품은 ‘이소선’을 꺼내 놓았다. →시사회에서 눈시울을 붉히던데, ‘어머니’를 본 느낌은. -공지영(이하 공) 가슴이 아리고 뒷부분은 우느라고 정신 없었다(금세 눈가가 촉촉해졌다). 분신 뒤 병원으로 실려 온 전태일이 기도에서 피거품을 쏟아내며 어머니와 나눈 마지막 대화의 내용을 영화에서 처음 들었는데 깜짝 놀랐다. →극장 개봉을 하는 심정도 남다를 텐데. -태준식(이하 태) 제작과정에서 그분의 존재를 새삼 느꼈다. 영화를 찍고, 극장에 걸리는 건 수많은 시민의 십시일반 덕이다. 상업영화 중심의 배급체계를 어떻게 돌파할지는 과제이지만, 여기까지로도 의미가 있다. 전태일에 관한 다큐와 극영화, 평전이 존재하는 것처럼 이 작품을 시작으로 어머니가 방송 다큐나 소설, 극영화로도 조명되리라 믿는다. →인상 깊은 장면을 꼽는다면. -공 장례식 장면에서 눈물이 흘렀던 건 이제 그만 가셔도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삶이 너무 고단했다. 아드님을 만나러 가셔도 되겠다 싶더라. 어머니의 화법도 인상적이다.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을 응원 가서 “(크레인 위에 있으니) 땅바닥이 아니라서 건드리는 놈은 없겄제.”라고 한 부분을 보라. -태 복사뼈에서 물을 빼러 병원에 갔는데 너무 고통스러웠던 모양이다. (카메라) 찍지 말고 팔 좀 붙들어 달라고 했다. 그때만 해도 친해지기 전이라 범접하기 어려웠는데 순간 짠한 마음이 들었다. 다큐의 콘셉트를 어머니의 일상에 맞춰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그 순간이다. →두 분 모두 특별한 인연이 있다. 고인과의 첫 만남을 떠올린다면. -공 전태일의 40주기이던 2010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25~26년 전 평전을 준비할 당시에는 짧은 인사를 건넨 게 전부다). 종로구 창신동의 비좁은 집에 갔다. 방 한 칸에 부엌 겸 거실이 딸린 12평 남짓한 집이었다. 30평짜리에 살아도 누구도 뭐라 할 사람은 없는데… 가슴이 먹먹했다. -태 2009년 2월쯤인가. 금융위기, 용산참사 등으로 피로와 불안감이 극에 달했던 시점에 문득 뵙고 싶었다. (다큐 얘기를 꺼내니) 돈도 안 되는 일을 왜 하냐며 나무랐다. 워낙 겸손한 분인 데다 늘 담배를 피우고 (당뇨병과 고문 후유증으로) 아파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짜증도 냈는데 무시하고 1년쯤 드나들었다. 어느 순간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더라. 안 오면 외려 심심해하고, 전화해서 심부름을 시켰다(웃음). 마지막 1년은 2~3일에 한 번꼴로 들렀다. →2년여 동안 재밌는 일화도 많이 들었겠다. -태 1987년 대우조선 노동자 이석규 열사가 최루탄을 맞고 숨졌다. 장례식장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당시 인권변호사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옆에 있었는데 어머니가 대뜸 택시비 1만원을 빼앗다시피 해서 몸을 피했다. 훗날 청와대에서 만난 노 전 대통령이 “어머니, 빌려 가신 돈 갚으셔야죠.”라고 하니까, “옜다.”라며 쌈짓돈을 꺼내 웃음바다가 됐다고 하더라. →무학의 40대 여성이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40여년 동안 ‘노동자의 어머니’로 살았다. 네 차례 옥고를 치르고 200여 차례 연행되면서도 꺾이지 않은 힘은 어디서 나온 걸까. -공 1970년 당시 친척들은 이소선이 전태일을 죽게 만들었다고들 했다. 기질적으로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란 얘기다. 평전을 보면 전태일이 ‘나 떠나면 엄마가 해줘야 해.’라며 노동자 권리를 가르치는 대목이 나온다. 둘은 영혼의 쌍둥이이거나 동지다. 한 사람이 ‘이벤트’를 하고 떠나면 남은 사람이 뒷일을 책임지는 환상의 복식조라고나 할까. 고인의 배포를 말해 주는 일화는 많다. 전태일의 죽음 이후 김현옥 서울시장이 7000만원을 들고 와서 장례를 치러 주겠다고 제안했다. 고인은 두 딸과 아들에게 얘기했다. ‘우리가 오빠 시체를 내주면 너희는 공장을 안 다녀도 된다. 아니라면 너희는 공부를 안 시켜 줬다고 원망해서는 안 된다. 선택해라.’라고 했단다. 당시 7000만원이면 아파트 두 채 값이다. 돈도 돈이지만 경황 없는 상황에서 어린 자식들을 모아 놓고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게 나도 대가 센 편이지만 상상도 못할 일이다. →평전을 써보고 싶다고 했는데. -공 다음 대선에서 민주정부가 들어서면 관심이 없을 소재인데(웃음)…. 일본 식민지와 6·25전쟁, 봉건 소작농의 딸, 무능력한 남편, 무학 등 한국 빈민여성이 놓일 수 있는 질곡의 밑바닥에서 살아온 분이다. 그런데 어떤 지식인도 갖지 못한 지혜와 용기를 가졌다. 그를 통해 대한민국의 또 다른 역사를 쓰고 싶다. 전태일 기념사업회와 수익은 반씩 나눠야겠다. 하하하. →영화를 누구에게 권하고 싶나. -공 ‘노동자의 어머니’가 머리띠 두르고 연설하는 것만 봤지 고스톱도 치고 우스갯소리도 하는 평범한 할머니란 건 모르지 않나. 누가 보든 친근하게 감정이입을 할 것 같다. -태 20대들이 봤으면 좋겠다. 검색창에 이소선 석 자를 쳐보게 한다면 의미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인생의 멘토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에서 죽음마저 극복하는 고인의 삶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위로받을 수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의회 최루탄 투척’ 김선동의원 기소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전형근)는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을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총포·도검·화약류 단속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또 국회 본관 4층 기자석 출입문을 부수고 국회 방호원을 폭행한 통합진보당 당직자와 의원 보좌관 등 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동의안을 강행 처리하자 본회의장 발언대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은 그동안 국회 회기를 이유로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지난 1월까지 6차례에 걸쳐 검찰의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또 2006년 4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민주노동당 회계책임자로 일하면서 미신고 계좌로 정치자금 144억원가량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해 김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 없이 사건을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열린세상] 정치시장에서 진품 찾기가 어려울까? /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정치시장에서 진품 찾기가 어려울까? /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정치인의 장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정치시장의 객주(客主)에서는 장날에 내다 팔 물건 고르기의 막바지 작업으로 분주해 보인다. 창고에 쌓아 둔 물건 중 좋은 것은 내다 팔고 상한 것은 버려야 하는데 선별 방법이 마땅치 않은 모양이다. 정치고객인 국민의 편에서는 썩은 물건에서 나는 악취가 진동하는데 정치객주와 마름들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알고도 모른 척하는지 모르지만 악취가 나는 곳을 살피면 일이 쉽게 풀릴 수 있는데 말이다. 객주와 마름들의 물건 선별은 악취라는 객관적인 기준보다는 영남 물갈이, 호남 물갈이, 현직 25% 탈락과 같은 매우 감성적인 기준들이다. 이것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하고, 진품을 고르기가 어렵다. 감성적인 기준으로 공천을 하니 반발이 심하고, 정략적으로 접근하니 누구는 되는데 나는 안 되느냐고 소리가 커진다. 객관적인 사실을 기준으로 상하고 썩은 물건을 골라내려면 적어도 두 가지 기준은 준수해야 한다. 첫째, 정치꾼 골라내기이다. 정치창고의 악취는 정치꾼에게서 나온다. 정치를 업으로 하는 사람 중에는 정치꾼, 정치인, 그리고 정치지도자와 같은 세 가지 유형이 있는데 정치꾼은 당선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당선되면 지역주민과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는 개인의 이익 채우기에 바쁜 부류이다. 또한 이들은 권모술수를 프로로 착각하며 질적 수준이 매우 낮다. 본인은 예외라고 하겠지만 현직 정치인 중에는 정치꾼이 많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둘째, 멍든 물건 골라내기이다. 멍든 과일을 창고에 두면 쉽게 썩는다. 정치인들 가운데 멍든 과일이란 범법자, 국민의 기본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자들이다. 국민이면 적어도 지켜야 할 국방 및 납세 의무를 게을리한 사람이 피선거권을 향유할 권리가 있을까. 공직 임명에서도 이 잣대가 중요하지만 국회의원에게는 더욱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현 정권을 비판한 사안 중 하나가 ‘안보라인’에 군대 가 본 사람이 없는 인사였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이 기준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두가지 기준으로 안 될 물건을 골라내면 정치시장에서 진품을 찾는 작업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약 100년 전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주창하면서 정치의 본질을 협상의 기술로 정의했다. 협상은 혼자서 외롭게 내리는 결단이 아니라, 다수의 중지를 모아 결정을 내리는 집단 의사결정이다. 정치인은 협상의 달인이어야 하며, 사익 추구에 이 기술을 활용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고, 공익 창출에 활용하는 능력을 갖춘 전문인이다. 전문인은 프로 정신을 갖춘 사람들이다. 프로 정신이란 공정하게 경쟁하고 경쟁에서 지면 깨끗이 승복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말한다. 또한 정치의 관객인 국민을 즐겁게 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회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날치기, 농성, 의장석 점거에 더해 이단옆차기도 등장했고 이젠 최루탄도 등장했다. 프로가 뛰는 운동경기에서는 규칙을 어기면 퇴장인데 이런 기막힌 행동으로 레드카드를 받은 정치인이 없는 무대가 프로 정치무대일까. 이번에 이들이 다시 설치는지 두고 볼 일이다. 정치인 선별에 기준으로 삼을 만한 또 다른 학자가 있다면 헤럴드 라스웰이다. 그는 “누가 무엇을 언제 그리고 어떻게 얻도록 하는” 과정을 정치라고 했다. 정치 현장에 대입하면 국민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하고, 적절한 시기에 다수가 동의하는 방법으로 국민이 원하는 것을 제공할 줄 아는 것이 정치란 뜻이다. 정치인이면 갖추어야 할 기본기이다. 격이 높은 정치 지도자는 그저 나오지 않는다. 라스웰 방식의 기본기를 갖춘 정치인들이 경쟁하는 가운데에서 나오는 법이다. 그래야 나라도 잘되고 국민도 행복하다. 그런데 우리 정치 현장에는 무엇을 언제 어떻게 얻어야만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으로 득실거린다. 적어도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는 베버의 협상기술과 라스웰의 정치 지향점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정치시장의 물건으로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
  • [사설] 국회선진화법 끝내 외면하는 막장 18대국회

    잔여 수명을 3개월 남겨놓은 18대 국회가 막판까지 오명만 뒤집어쓴 채 저물고 있다. 그제 본회의는 의석수를 현행 299석에서 300석으로 늘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여야는 의원 간 볼썽사나운 몸싸움을 방지하기 위한 국회선진화법을 처리키로 해놓고도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민주통합당이 운영위에 돌연 불참하면서다. 18대 국회가 아름답지 못한 황혼을 맞고 있는 꼴이다. 그렇지 않아도 18대 국회는 기네스 기록에 남을 만한 온갖 추태로 얼룩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미디어법, 새해 예산안 등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후진적 행태를 보였다. 소수 의견을 존중하는 절충도, 다수결 투표에 승복하는 절차도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 대신 전기톱과 해머가 난무하는 가운데 공중부양과 주먹다짐 같은 활극이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급기야 민주노동당의 김선동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최루탄까지 터뜨리는 기행을 저질러 국제적 조롱거리로 전락하기도 했다. 여야는 이런 ‘막장 국회’가 부끄러웠던지 국회선진화법을 처리한다는 원칙에는 일찌감치 합의한 바 있다. 2009년부터 국회 폭력방지에 대한 특별법과 의안처리 개선 및 질서유지 관련 국회법 개정안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발의한 것이다. 그러나 여야는 무슨 영문인지 이런저런 지엽적인 사유를 대며 처리를 미뤄왔다. 그 사이에 의원들의 평생 연금을 보장하는 헌정회법 개정안을 처리한 데 이어 이번에 최악의 게리맨더링이라는 비판을 자초한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했다. 민의의 전당이어야 할 국회가 제 밥그릇을 챙기는 데만 의기투합하면서 후진 기어를 넣고 달려온 형국이다. 국회선진화법의 당위성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인정하고 의안 자동상정을 보장해 소수당의 물리적 저지와 다수당의 일방 처리라는 악순환 고리를 끊자는 취지가 아닌가. 그런데도 민주당이 4·11총선을 앞두고 소극적 자세로 돌아섰다니 혀를 찰 일이다. 혹여 19대 총선에서 다수당이 돼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법안을 직권상정하려는 오만한 속내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18대 국회의 후진성을 19대 국회에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여야의 결단을 기대한다.
  • [사설] 反FTA 공세에 주눅든 ‘무소신 새누리당’

    4·11총선을 앞두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집권 후 폐기하겠다며 한·미 FTA를 동네북처럼 두들기고 있다. 국회 통과에 앞장섰던 새누리당마저 방관자적 자세를 보이면서 천덕꾸러기 신세라는 느낌도 든다. 국가신인도가 결딴나든 말든 한·미 FTA를 뒤엎으려는 야당도 문제지만, 이에 휘둘려 분명한 소신을 보여주지 못하는 집권여당의 모습은 더욱 한심하게 비친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그제 야당의 한·미 FTA 폐기론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협상을 시작한 노무현 정부 총리와 장관 등 현재의 야당 지도부 인사들이 안면을 몰수하듯이 태도를 바꾼 사실을 지적하면서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선 여당의 행태 또한 종잡을 수 없긴 마찬가지다. 당장 박 비대위원장과 한 배를 탄 이상돈 비대위원은 “FTA가 최선인지 또 다른 논쟁이 있을 수 있다.”고 딴소리를 하는 형편이 아닌가. 더군다나 그는 노무현·이명박 두 정부에서 한·미 FTA 체결을 주도한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는 데 대해서도 “야당의 (反)FTA 프레임에 걸려들 수 있다.”며 제동을 걸고 나왔다. 공당의 당론을 솜털처럼 가볍게 여기는 기회주의적 행태다. 그렇다면 여당은 뭐하러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까지 뒤집어쓰며 한·미 FTA 비준안을 통과시켰다는 말인가. 무슨 정책이든 이로 인해 득을 보는 측은 지지에 소극적인 반면, 손해를 보는 쪽은 극렬하게 뭉치는 경향이 일반적이다. 야권의 한·미 FTA 선거 쟁점화도 이런 역설과 무관치 않을 게다. 하지만 여당조차 다수 여론이 지지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같은 야권의 공세에 휘말려 길을 잃고 헤맨다면 딱한 일이다. 한·미 FTA가 한국경제를 살릴 만병통치약이거나, 정반대로 독약일 리는 만무하다. 내수 시장이 좁아 대외 교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로선 경제영토 확장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일 뿐이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책임지고 있는 집권당이라면 총선 표밭에서 주판알을 튕기기에 앞서 이런 불가피성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당당하게 평가받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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