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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어붙인 文, 변창흠·정영애 임명안 재가…야당 동의 없이 26번째(종합)

    밀어붙인 文, 변창흠·정영애 임명안 재가…야당 동의 없이 26번째(종합)

    文, 내일 두 장관 후보자에 임명장 수여“끝을 보는구나” “청문회 왜 하나” 비판 여론변창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건’에“아무 일 아냐,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못 사는 사람들이 밥을 미쳤다고 사먹냐”임대주택 입주자 겨냥 ‘막말’ 논란 후 사과문재인 대통령이 28일 ‘못 사는 사람들이 미쳤다고 밥을 사먹냐’,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는 김군(19) 실수’ 등의 ‘막말’ 논란을 빚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변 후보자는 야당의 반발 속에 야당의 동의 없는 문 대통령의 26번째 장관이 되는터라 일각에서는 ‘청문회 무용론’ 등 비판 여론이 일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오후 5시를 넘어 임명안을 재가함에 따라 변 후보자와 정 후보자의 임기는 29일부터 시작되게 됐다. 문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변 후보자, 정 후보자와 함께 지난 24일에 임기를 시작한 전해철 행정안전·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앞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두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변창흠 청문보고서, 야당 항의 속민주당 주도 찬성 17표, 기권 9표 정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는 여야 만장일치로 채택됐으나, 각종 자질논란에 휩싸인 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는 가운데 재석 26명 중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 의원 등이 찬성 17표을 몰아주면서 채택됐다. 국민의힘 등 9표는 기권 처리됐다. 민주당 의원은 전원 찬성했고, 변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을 거부하고 기권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소속 진선미 국토교통위원장석으로 몰려가 피켓을 들고 “지명 철회”를 요구했지만, 통과를 막지 못했다. 변 후보자는 현 정부에서 사실상 야당의 동의를 받지 못한 채 임명되는 26번째 장관급 인사가 된다. 20대 국회 회기 중 소관 상임위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채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부터 추미애 법무부 장관까지 총 23명이었다. 21대 국회가 들어선 후 이인영 통일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됐으나, 이는 모두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상임위에 불참한 채 이뤄졌다.네티즌들 “원통히 죽은 사람에 쓴말 내뱉는 인성 안 보이나” 포털과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는 문 대통령의 재가 소식이 전해지자 2016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일하다 스크린도어에 끼어 사망한 당시 19살 김모군에 대해 “걔가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피해자인 김군을 탓하는 발언을 한 후보자의 발언을 거론하며 문 대통령의 재가를 비판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구의역 김군’에 대해 언급하며 “이렇게 문제가 많은 사람을 장관에 올리는 이유가 무엇이냐. 원통히 죽은 사람에게 쓴말 내뱉는 인성이 정말 안 보이느냐. 불통”이라고 비판했다. 네티즌들은 “이런 사람들을 데리고 집값 잡겠다고 하니 국민들이 못 믿는 것”, “민주당이 끝을 보는구나”, “이럴 거면 청문회를 대체 왜 하느냐”, “청문회를 없애라” 등의 지적이 쏟아졌다.스크린도어 끼어 사망 ‘구의역 김군’에“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 실수로 죽은 것” 대법선 명백한 사측 책임 인정 벌금형 확정김은혜 “총체적 시스템 부실이 초래한인재 참사…19살 김군 실수? 희생자 모욕” 변 후보자는 2016년 5월 일어난 ‘구의역 김군’ 사고를 두고는 “서울시 산하 메트로로부터 위탁 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라며 개인 과실로 일어났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성민·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변 후보자는 구의역 사고와 관련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걔(구의역 김군)만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된 거잖아요”라면서 “이게 시정 전체를 다 흔드는 것이다”라고 불쾌감을 표출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는 2016년 5월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 내 스크린도어를 홀로 수리하던 19살 김군이 열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김군은 서울메트로 외주업체 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김군의 가방에서는 먹지 못한 컵라면과 삼각김밥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열악한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년노동자의 현실, 부실한 관리·감독 실태 등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대법원도 지난해 11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서울메트로 전 대표에게 벌금 1000만원을 확정하는 등 명백한 사측 책임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고에 대해 변 후보자가 사망 노동자의 개인 과실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1·2심 재판부는 “작업 이행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도록 지휘·감독했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김은혜 의원은 “변 후보자의 이런 인식은 총체적인 시스템 부실이 초래한 인재 참사를 두고 업체 직원이 실수로 사망한 것으로 치부하는 등 희생자를 모욕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변창흠 “못 사는 사람들이 밥을 미쳤다고 사 먹냐” ‘공유주택 입주자=못 사는 사람’“변창흠 단정적 표현·인식 부적절”변창흠, 청문회서 수차례 사과 앞서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의 후임으로 지명된 변 후보자는 임대주택의 하나인 공유 주택(셰어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을 겨냥해 “못 사는 사람들이 밥을 집에서 해 먹지 미쳤다고 사 먹느냐”고 무시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당시 임대주택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부동산 정책을 관장해야할 국토부 장관으로서의 변 후보자의 인식이 우려할만한 수준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변 후보자는 논란이 일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수차례 사과했다. 변 후보자는 2016년 6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 건설안전사업본부와의 회의에서 SH공사가 추진하고 있던 공유주택에 대해 논의하던 중 이렇게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SH공사가 추진한 공유주택은 서울시 무주택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자 맞춤형 공공임대주택이다. SH공사는 당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보증금과 월세로 거주가 가능하다고 홍보했었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 발언은 입주자들이 주로 본인 집에서 밥을 해 먹기 때문에 공유주택 내 ‘공유식당’이 불편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말한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공유주택 입주자를 ‘못 사는 사람’이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매우 거칠게 표현한 변 후보자의 태도와 인식은 부적절하고 비판 받을 만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의 주거 정책이 공공임대주택를 확대 공급하겠다고 밝힌 만큼 주무부처 장관 후보자가 그곳에 들어가 살고 있거나 앞으로 살 사람들에 대해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입주자 선정 때 아예 차 없는 사람 선정”“입주민 으싸으싸해 주차 요구시 난감” 행복주택 주차장 민원 해소 막으려현실과 동떨어진 입주자 기준 제시 변 후보자는 같은 날 또다른 임대주택인 행복주택에 대해서는 “입주자를 선정할 때 아예 차 없는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면서 “입주민들이 들어온 후 으싸으싸 해서 우리한테 추가로 (주차장을) 그려 달라 하면 참 난감해진다”고 말했다. 주차장 관련 민원을 아예 없애기 위해 거주민들의 편의 시설을 무시하고 차량이 없는 사람들로만 선정해야 한다는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진 시각이라는 지적이다. 공공임대주택이 일반 주택보다 편의성 등 다양한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는 해석도 나왔다.국토위 “변창흠, 주택공급 부동산정책높은 이해도 보유…도덕성은 못 미쳐” 민주당이 주도한 국토위는 이날 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에서 “SH·LH 사장을 역임하며 주택공급·도시재생 등의 부동산정책을 일선에서 담당하며 직무를 수행해 국토 분야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과거 SH 사장 재직 당시 구의역 사고 피해자나 임대주택 입주민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은 국무위원으로서 요구되는 도덕성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블랙리스트 논란이나 특정 학회에 대한 수의계약은 공정성이 부족해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고 덧붙였다.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막말 파문과 새로이 드러난 성인지 감수성 결여, 준법성 결여, 일감 몰아주기 등 그동안 제기돼 왔던 의혹들이 청문회에서 오히려 증폭됐다”고 반발했다. 반면 여당 간사인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후보자의 도덕성, 인성에 대해서 여러 가지 비난이 있는데, 너무 매도당한 점이 있다”고 반박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보고서에 부적격 의견으로 결격사유를 명시하는 조건부로 찬성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못 사는 데 밥 사먹냐” 변창흠 오늘 청문회…정의당 ‘데스노트’ 주목(종합)

    “못 사는 데 밥 사먹냐” 변창흠 오늘 청문회…정의당 ‘데스노트’ 주목(종합)

    ‘구의역 사고’에 “걔 실수” 막말 사과했지만정의당 반응 냉랭…野 “사퇴” 與 “공세차단”국민의힘 “인성 미달, 사퇴 안 하면 법적 조치”사과 온 변창흠에 정의당 지명 철회 요구“우리 말고 구의역 김군 유족에 가서 사과해” SH 공유주택 회의 변창흠 발언 논란“으싸으싸해서 주차장 그려달라 하면난감하니 아예 차 없는 사람 입주자 선정”변창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건’에“아무 일 아냐,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잇단 막말로 구설수에 오른 뒤 사과했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다. 야당은 임대주택의 하나인 공유주택(셰어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을 겨냥해 “못 사는 사람들이 미쳤다고 밥을 사 먹냐”, 2016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일하다 스크린도어에 끼어 사망한 김모군에 대해서는 “걔가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 등의 발언을 한 변 후보자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에 큰 문제가 있다고 ‘낙마 1순위’로 정조준한 상태다. 반면 여당은 야당의 정치공세를 차단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인사청문 정국의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변 후보자의 막말 사과에도 불구하고 ‘무례하다’고 입장을 밝힌 만큼 ‘데스노트’에 올릴 지 주목된다. 스크린도어 끼어 사망 ‘구의역 김군’에“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 실수로 죽은 것” 대법선 명백한 사측 책임 인정 벌금형 확정김은혜 “총체적 시스템 부실이 초래한인재 참사…19살 김군 실수? 희생자 모욕” 국민의힘은 ‘구의역 김군’ 막말 발언이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시절 낙하산 채용 의혹 등 이미 드러난 논란만으로도 장관 자격을 잃었다며 변 후보자의 사퇴를 강하게 압박할 예정이다. 국토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변 후보자는 자질과 능력을 넘어 인성이 부족해 장관직을 수행하기 어렵고, 청문회장에도 세울 수 없다”면서 “변 후보자가 제2의 조국, 추미애, 김현미가 될 것이 자명하다. 사퇴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은 SH·LH 사장을 역임한 변 후보자의 전문성을 부각하는 등 정책 검증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변 후보자의 정의당의 데스노트 등극 여부다. 변 후보자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농성장을 찾아 사과의 뜻을 전달했지만 정의당은 꿈쩍도 않고 있다. 데스노트는 역대 청문회에서 정의당이 동의하지 않은 인사들이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낙방한다는 데서 붙은 일종의 ‘살생부’로 불린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변 후보자의 과거 발언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변 후보자는 2016년 SH 건설안전사업본부와의 회의에서 구의역 청년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걔(구의역 김군)만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된 거잖아요”라며 개인 과실 때문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변 후보자는 “서울시 산하 메트로로부터 위탁 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라며 “이게 시정 전체를 다 흔드는 것이다”라고 불쾌감을 표출했다.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는 2016년 5월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 내 스크린도어를 홀로 수리하던 19살 김군이 열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김군은 서울메트로 외주업체 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김군의 가방에서는 먹지 못한 컵라면과 삼각김밥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열악한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년노동자의 현실, 부실한 관리·감독 실태 등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대법원도 지난해 11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서울메트로 전 대표에게 벌금 1000만원을 확정하는 등 명백한 사측 책임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고에 대해 변 후보자가 사망 노동자의 개인 과실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당시 1·2심 재판부는 “작업 이행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도록 지휘·감독했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김은혜 의원은 “변 후보자의 이런 인식은 총체적인 시스템 부실이 초래한 인재 참사를 두고 업체 직원이 실수로 사망한 것으로 치부하는 등 희생자를 모욕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심상정 “국민 이해·유가족 용서가 전제될 때 변창흠 후보로 인정” 정의당은 변 후보자의 사과를 적격성 판단의 기준으로 내세운 상태다. 국회 국토위 소속의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국민의 이해와 유가족의 용서가 전제될 때만 정의당은 변 후보자를 장관 후보자로서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인사청문위원인 심 의원은 변 후보자를 향해 “변 후보자의 망언에 국민 분노가 커지고 있다. 시대착오적 인식부터 점검하고 퇴출해야 한다”면서 ‘구의역 김군’ 사고와 관련해 김군을 탓하는 듯한 변 후보자의 말에 “그토록 참담한 말로 유가족과 시민의 마음을 헤집어놓고 상투적인 사과로 국민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냐”고 비판했다. 전날 변 후보자가 정의당 농성장을 찾아 자신의 발언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정의당 분위기는 냉랭하다.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고(故) 김용균씨와 이한빛 PD 유족조차 변 후보자에게 “우리에게 사과하지 말고, 구의역 사고 유족들에게 사과하라”고 꼬집었다. 정의당은 변 후보자에 대한 최종 판단을 유보하고 이날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뒤 당론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당내 여론이 좋지 않아 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거듭 고개를 숙인다고 하더라도 적격 판단을 내리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변 후보자의 과거 발언에 대해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했고,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회 위원장도 “변 후보자는 산재 유족들과 청년들로부터 결국 용서받지 못했다”며 지명 철회를 요청했다. 변 후보자의 막말은 구의역 김군 사건뿐 만이 아니다.‘공유주택 입주자=못 사는 사람’“변창흠 단정적 표현·인식 부적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성민·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변 후보자는 2016년 6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 건설안전사업본부와의 회의에서 SH공사가 추진하고 있던 공유주택에 대해 논의하던 중 “못 사는 사람들이 밥을 집에서 해 먹지 미쳤다고 사 먹느냐”고 무시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SH공사가 추진한 공유주택은 서울시 무주택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자 맞춤형 공공임대주택이다. SH공사는 당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보증금과 월세로 거주가 가능하다고 홍보했었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 발언은 입주자들이 주로 본인 집에서 밥을 해 먹기 때문에 공유주택 내 ‘공유식당’이 불편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말한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공유주택 입주자를 ‘못 사는 사람’이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매우 거칠게 표현한 변 후보자의 태도와 인식은 부적절하고 비판 받을 만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의 주거 정책이 공공임대주택를 확대 공급하겠다고 밝힌 만큼 임대주택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부동산 정책을 관장해야할 주무부처 장관 후보자가 그곳에 들어가 살고 있거나 앞으로 살 사람들에 대해 이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입주자 선정 때 아예 차 없는 사람 선정”“입주민 으싸으싸해 주차 요구시 난감” 행복주택 주차장 민원 해소 막으려현실과 동떨어진 입주자 기준 제시 변 후보자는 같은 날 또다른 임대주택인 행복주택에 대해서는 “입주자를 선정할 때 아예 차 없는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면서 “입주민들이 들어온 후 으싸으싸 해서 우리한테 추가로 (주차장을) 그려 달라 하면 참 난감해진다”고 말했다. 주차장 관련 민원을 아예 없애기 위해 거주민들의 편의 시설을 무시하고 차량이 없는 사람들로만 선정해야 한다는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진 시각이라는 지적이다. 공공임대주택이 일반 주택보다 편의성 등 다양한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는 해석도 나온다.“기초단체장 민원? 환경단체에슬쩍 줘서 떠들게 하고 이렇게 좀…” 시민단체 정치적 이용, 왜곡·폄하 인식 논란 기초자치단체의 주차장 건축 요구에 대해서는 “환경단체에 슬쩍 줘서 떠들게 하고. 이렇게 좀”이라고 언급했다. 환경단체를 이용해 반대 여론을 조성하라는 취지다. 변 후보자는 한 지자체장이 훼손지에서 복원된 지역에 주차장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있다고 하자 “저렇게 구청에서 들고 왔을 때 ‘나무가 이렇게 우거지려고 하는데 네가 이것을 없애고 여기다 건물을 하나 세우는 것이다’라고 보여주라”면서 “환경단체에 슬쩍 줘서 떠들게 하고, 이렇게 좀…”이라고 말했다. 변 후보자가 자신의 요구에 맞게 시민단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시민단체에게 흘려 ‘떠들게 한다’는 식의 왜곡되고 폄훼하는 듯한 인식을 거침 없이 보여줬다는 비판이 나온다.“솔직히 토·일도 비상으로 했으면주 5일 하면 아무 것도 안 된다” 주말 아닌 평일 주 5일 근무 요구하자산재 주범 ‘돌관작업’ 언급하며 난색 변 후보자는 간부 회의에서 SH 공사 주관 건설 현장의 평일 주 40시간 노동에 대해 부정적인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한 간부가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 주5일 근무를 하고 만약 주중 비가 오면 일을 하지 않아도 수당을 지급하라는 요구가 있다”고 하자, 변 후보자는 “비가 한참 오면 일을 안했는데도 돈을 주는 거고, 우리는 공기(공사기간)가 늦어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토요일이나 일요일도 비상으로 했으면 좋겠다. 주 5일 근무를 하면 ‘돌관작업’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 된다”고 말했다. 돌관작업은 건설 현장에서 무리하게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낮과 밤, 평일과 휴일의 구분 없이 작업하는 것을 뜻한다. 노동계에서는 대표적인 산업재해의 주범으로 돌관작업을 꼽고 있다.비정규직 마케팅 전문가 무기계약직전환 약속 어기고 학교 제자 채용 논란 대법, 4~5급 상당 마케팅 전문가에9급 사무지원원 제안한 SH 패소 결정 또 변 후보자가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 약속은 손바닥 뒤집듯 어기면서 자신이 학교 제자는 즉각 채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변 후보자는 2013년 2월 SH의 마케팅 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가를 채용하면서, 실적이 우수할 경우 추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주기로 했다. SH는 7명의 마케팅 전문가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했고, 이들의 성과는 대부분 우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변 후보자는 2015년 3월 6일 서울시 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공사의 부채 감축을 위해 “특히 마케팅 쪽에서는 엄청난 역할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한 시의원이 무기계약직 전환 여부에 대해 묻자 “현재는 여력이 거의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SH는 결국 4~5급 상당인 이들에게 무기계약직이 아닌 9급 상당의 사무지원원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7명 중 2명은 제안을 거부하고 소송에 돌입했고, 대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김은혜 “기존 전문가는 계약 해지하고지인 채용, 세금 ‘쌈짓돈’처럼 쓰네” 비슷한 시기에 SH는 변 후보자의 제자 A씨를 채용했다. A씨는 변 후보자의 세종대 제자로서 변 후보자와 상당수의 보고서를 공저하고, ‘김수현(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단’으로 일컫는 공간환경학회에도 여러 편의 학술지를 제출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의원실 측은 “기존 마케팅 전문가들에 대해서는 사무지원원으로 돌리거나 계약을 해지하면서 지인을 채용한 것은 세금을 쌈짓돈처럼 쓴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기고] 인공지능 시대 교육정책의 방향/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기고] 인공지능 시대 교육정책의 방향/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교육은 언제나 미래지향적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든 교육은 내일을 살아갈 사람을 키워 낸다. 인공지능 시대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인재상과 학습 환경, 교육 정책을 요구한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11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인공지능시대 교육정책방향과 핵심과제’를 발표했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감성적 창조 인재’가 필요하다. 미래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협업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에게 정확성과 신속성이 요구되는 반면 인간에게는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소통하는 능력, 인간 존엄성을 중시하는 마음, 다른 접근을 상상케 하는 창의적 질문이 중요해질 것이다. 미래 교육은 인간 본연의 감성과 인문학적인 사고와 더불어 인간 고유의 창의력을 키우는 데 힘써야 한다. 각 연령과 수준을 고려한 인공지능 교양 교육도 필요하다. 학교 교육뿐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통한 인공지능 교육이 마련돼야 하며 국가 경제를 이끌 인공지능 전문인재의 양성도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인공지능 인재양성 지표’ 개발을 추진한다. 대학생과 석·박사 연구자 등 대상에 따른 다양한 정책을 검토·분석함으로써 인재양성 정책을 지속해서 고도화할 예정이다. ‘초개인화 학습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초개인화란 데이터를 활용해 특성과 상황에 맞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말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학습 지원을 위해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학생의 자기주도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인공지능 시대의 학교와 교사는 학생의 자기주도성을 키우고 정서발달과 사회성을 길러주는 데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따뜻한 지능화 정책’이 필요하다.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할 경우 보다 정교하게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정책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교육빅데이터위원회’ 출범을 예고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보격차가 새로운 교육 격차가 되지 않도록 하는 대응책도 병행돼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정책은 이제 긴 여정의 출발점에 서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바꿔 놓을 세상에 적합한 교육을 총체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생 각자의 개성이 빛나는 다채로운 교육이 촉진되기를 기대해 본다.
  • 변창흠, 구의역 사고에 “김군 실수로 죽은 것” 논란 재점화

    변창흠, 구의역 사고에 “김군 실수로 죽은 것” 논란 재점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재직 중이던 2016년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에 대해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 “걔(사망자 김군)만 조금만 신경 썼으면” 등 사고의 책임을 사망 노동자 개인 과실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국민의힘) 의원실은 2016년 당시 SH공사 회의록을 입수해 관련 발언을 공개했다. 같은 해 한 매체에서도 동일한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SH공사 ‘건설안전사업본부 부장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2016년 6월 30일 회의에 변창흠 당시 사장, 건설안전사업본부장, 하자관리부장 등이 참석했다. 같은 해 5월 28일 구의역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모(당시 19세)군이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숨진 지 한달쯤 지난 때였다. 당시 회의에서 변창흠 후보자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이고, 이게 시정 전체를 흔든 것이잖아요”라며 “마치 (박원순) 시장이 사람을 죽인 수준으로 공격받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장이 있었으면 2~3번 잘렸을 정도로 그렇고, 그 기관은 모든 본부장이 날아간 셈”이라며 “어마어마한 일인데 하나하나 놓고 보면 서울시 산하 메트로(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거죠”라고 언급했다. 또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사망자)만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된 거잖아요”라고 덧붙였다. 마치 구의역 사고가 김군의 개인 과실로 발생했고, 이 때문에 애꿎은 상위기관이 부당한 비난을 억울하게 받고 있다는 뉘앙스가 담긴 발언이다.회의가 열렸던 당시는 구의역 사고와 비슷한 사고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는 점 등이 거론되면서 사고의 원인이 개인보다 시스템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던 시기다. ‘정비기사는 고장 접수 1시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서울메트로와 위탁업체 간 계약 조항 때문에 김군은 사고 당일 시간에 쫓기고 있었다. 구의역 외에도 을지로4가역의 고장 신고도 처리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과중한 업무 부담은 2인 1조 근무수칙을 유명무실로 만들었지만, 서울메트로와 위탁업체는 그 동안 1명이 수리에 나섰을 때에도 2인 1조로 근무한 것처럼 서류를 허위기재한 사실도 이후 드러났다. 이 같은 점들은 법원에서도 인정돼 위탁업체 관계자들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상고까지 했던 당시 서울메트로 대표도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벌금 1000만원을 확정받았다. 1·2심 재판부 모두 “작업 이행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도록 지휘·감독했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변창흠 후보자는 문제의 발언 말미에 “하여튼 우리도 현장이 많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하신 것처럼 연습도 해 보고 해서 조금의 실수가 없도록 해주시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당시 이를 보도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변창흠 후보자는 “SH공사도 공사 현장이 40군데가 넘고 임대주택을 20만채 관리하고 있다. 그렇기에 조금만 잘못이 있어도 누구 잘못인가는 무관하게 관리기관으로서 엄청나게 타격을 입을 수 있으니 그런 측면에서 (구의역 사고를) 언급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누구한테든 상처를 줬다면 죄송하다”며 “공기업에선 누구의 잘못과 무관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책임을 져야 하니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혜 의원은 “변창흠 후보자의 이러한 인식은 총체적인 시스템 부실이 초래한 인재 참사를 두고 업체 직원이 실수로 사망한 것으로 치부하는 등 희생자를 모욕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시론] 포스트 코로나, 장애인 체육의 전환점/김민창 한국체대 체육과학연구소 연구교수

    [시론] 포스트 코로나, 장애인 체육의 전환점/김민창 한국체대 체육과학연구소 연구교수

    장애인에게 운동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일상생활에서 건강증진과 질병예방을 위한 필수 영역이다. 장애인은 2차 장애의 발생 위험이 있어 비활동으로 인한 비만,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 같은 만성질환에 노출되는 등 다양한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산업정보연구소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체육 활동 참여 효과는 경제적으로 1조 7000억원 이상으로 1인당 약 100만원의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처럼 장애인에게 체육 활동 참여를 통한 건강 증진이 중요하지만 다양한 장애유형별 특성과 수준, 프로그램 및 시설의 부족, 전문지도자 부족 등으로 장애인은 체육 활동 참여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제3차 장애인체육 발전 중장기계획’을 발표하며 장애인의 체육 활동을 장려하고 시설 및 지도자, 프로그램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장애인의 체육 활동 참여를 증진시키고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2020년 1월 시작된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체육계 또한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했다. 그로 인해 2020 도쿄패럴림픽대회를 비롯해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및 각종 종목별 대회 일정이 잠정 연기되는 등 장애인체육계도 유례없는 위기를 맞았다. 이후 체육계와 장애인체육계에서는 정부의 생활 속 거리두기 세부지침을 따르고 방역체계를 구축해 안전한 체육 활동 참여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 중에 있으나 매 순간 예측이 어렵게 급변하는 상황들로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0년 12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세가 통제 가능한 수준을 넘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해 전국의 체육시설을 비롯한 다중이용시설의 휴관을 권고했고 국내 체육대회와 프로스포츠 경기를 포함한 스포츠 행사는 무관중으로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장애인체육계에서는 국내의 장애인체육을 담당하고 있는 대한장애인체육회와 전국의 17개 시도장애인체육회, 유형별 체육단체를 중심으로 최근의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 등 온라인을 활용해 체육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에게 장애인스포츠강좌, 건강 관련 강좌, 홈트레이닝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영상을 보고 따라하는 홈트레이닝은 잘못된 방법의 학습으로 인한 부상의 위험이 제기된다. 이에 홈트레이닝 시장에서는 정확한 운동 자세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서비스와 사용자 간 양방향 피트니스의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개인별 건강상태 및 체육 활동 수준을 측정하고자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또한 TV, PC,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화면을 활용해 개인별 동작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방식의 스마트 미러 시스템의 도입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AI) 기반의 개인 맞춤형 피트니스 코칭플랫폼의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장애인은 장애 유형이 다양하고 장애 정도에 따라 운동능력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장애인이 가정에서 손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간단한 동작을 활용해 부상 위험 없이 체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맞춤형 운동프로그램이 요구된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가정 내에서 원하는 종목 또는 프로그램을 통해 체육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체력을 증진하고 정확한 동작을 체계적으로 수행해 상해를 예방할 수 있는 장애인 맞춤형 코칭플랫폼 시스템이 먼저 개발돼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사회적 변화는 장기적이고 총체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온택트(On-tact) 환경을 고려한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에 최신 기술의 적용 및 활용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체육계에서도 온택트 시대를 맞아 가정 내에서 온라인플랫폼을 통해 체육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체육 활동 콘텐츠의 개발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인택트(In-tact) 체육 활동(가정에서 참여하는 체육 활동)을 활성화함으로써 장애인체육 환경에 새로운 수요와 공급을 일으키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장애인체육이 코로나 이전 시대를 넘어 지금의 코로나 시대의 위기를 극복하고 발돋움해 다가올 코로나 이후 시대에 새로운 기회를 맞이함으로써 장애인체육 활동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염원해 본다.
  • 새빨간 거짓말 탄로난 아베, 고향에서까지 “해명하라” 비난 고조

    새빨간 거짓말 탄로난 아베, 고향에서까지 “해명하라” 비난 고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자신의 재임 중 ‘벚꽃을 보는 모임’이라는 정부 행사 전야제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부당한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검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나면서 자신의 본거지에서도 크게 비판을 받고 있다. 왜 회계처리를 엉망으로 했는지, 또 지난 1년간 국회에서 왜 거짓으로 답변해 왔는지 납득할수 없다며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30일 “아베 전 총리의 후원회가 ‘벚꽃을 보는 모임’ 전날의 만찬 비용을 일부 대납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그가 1년 전부터 국회에서 줄곧 부인해 왔던 해당 비용은 어디에서 나왔는지 등에 대해 지역 후원자들로부터 설명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벚꽃을 보는 모임’은 일본 총리가 매년 봄 각계 인사들을 초청해 도쿄에서 개최하는 벚꽃놀이 행사다. 아베 측은 해마다 본행사 전날 지역구(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나가토시) 유지 등 수백명을 초청해 전야제를 열었다. 그러나 참가자들로부터 받은 회비가 5000엔(약 5만 3000원)으로 고급호텔 행사 경비의 절반 밖에 안 되는 수준이어서 나머지 차액을 아베 측이 대납했다는 의혹이 계속됐다. 그러나 아베는 이와 관련한 야당의 국회 추궁에서 행사비용 보조는 결단코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검찰 수사로 하나둘 증거가 나타나면서 이는 명백한 거짓으로 드러났다. 아베 측 관계자들은 2013년 이후 도쿄도내 호텔에서 열린 전야제 비용의 일부를 대납한 사실을 인정했다. 현재 아베는 자신은 전혀 몰랐고 순전히 비서진 등 주위에서 꾸민 일로 몰아가며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고 있다. 아베의 주장이 총체적인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그를 지지해 온 지역구에서도 의문과 원성이 나오고 있다. 2017년 전야제에 참석했다는 70대 여성은 “5000엔의 회비를 내고 참석했지만, 특별히 좋았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 정도의 음식으로 그렇게까지 비용을 보전할 필요가 있었는지 납득되지 않는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전야제에 2차례 참가한 적이 있다는 지지자는 “참가비에 자릿세가 많이 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왜 규칙대로 회계처리를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아베 측 대응에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당초의 설명이 사실과 달랐다는 점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야마구치현의 한 지방의원은 아베 측에 “확실하게 설명을 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은 “이제와서 단지 ‘비서가 꾸민 일’이라고만 하면 그만인가“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벚꽃을 보는 모임 문제의 진실을 찾는 시모노세키·나가토시 시민의 모임’ 도요시마 고지 대표는 “지난 1년간 국회는 과연 무엇이었나. 아베 본인이 설명하고 허위 답변을 계속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분노를 나타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이성배 서울시의원 “반지하 매입임대주택 더 이상 방치하지 말아야”

    이성배 서울시의원 “반지하 매입임대주택 더 이상 방치하지 말아야”

    서울특별시의회 이성배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은 지난 9일 2020년도 서울시 서울주택도시공사 행정사무감사에서 반지하 매입임대주택의 총체적인 관리 부실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매입임대주택 사업이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나 주택도시기금의 자금을 지원받아 기존주택을 매입하여 개보수하거나 개량한 후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을 말한다. SH공사는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노후다가구주택 3558호를 매입하고 개보수 후 임대주택을 공급·관리하고 있다. 이 의원은 “현재 SH공사가 관리하는 매입임대가구주택 중 반지하 주택은 총 685호로, 반지하 주택은 그 특성상 지속적으로 관리해 주지 않으면 누수 및 곰팡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며, “그럼에도 SH공사는 관리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해당 주택들에 대한 관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라며 공사의 관리부실 문제를 지적했다. 이 의원은 “SH공사가 공급한 반지하 매입임대주택을 현장에서 확인하려고 했지만 임대주택을 관리해야 하는 센터가 주택의 위치, 상태 등에 대한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현장확인이 쉽지 않았다”라며, “방문한 주택내부 곳곳에는 곰팡이가 피어나 있는 등 입주민들은 열악한 주거환경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라며 SH공사의 방만한 관리에 대해 질타했다.또한 “현재 보수 등의 사유로 공실인 주택의 상태는 더 심각했다. 누수와 곰팡이는 기본이며 뜯겨진 벽지와 쓰레기가 그대로 방치된 곳이 많았고, 어떤 집은 대문은 열려있어 다른 집의 가재도구들이 방치되어 있거나 공사자재가 가득 쌓여있는 곳도 있었다”라며, “어떤 임대주택은 공사장에 인접해있었는데, 주택담장은 철거되어 있었고 대지경계안으로 가설펜스와 흙막이 가시설이 주택을 침범한 상태였다”라며 “반지하 매입임대주택들도 엄연히 SH공사가 소유한 자산인 만큼 더 이상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라며 신속히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이 의원은 “반지하 매입임대주택은 열악한 거주환경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임대료 때문에 다수의 주거취약계층이 거주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SH공사의 설립목적은 시민의 주거생활 안정과 복지향상인 만큼 조속히 개선하여 공사 본연의 역할과 기능에 충실해 주기 바란다”라고 개선책 마련을 주문했고, 이에 김세용 SH공사 사장은 현재 반지하 매입임대주택 입주자들에 대한 지상이주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재검표 중인 미 조지아주서 미집계 투표용지 2500여장 발견”

    “재검표 중인 미 조지아주서 미집계 투표용지 2500여장 발견”

    바이든 865장·트럼프 1643장으로 집계“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 미국 조지아주가 11·3 대선 투표 결과를 발표한 뒤 수작업을 통한 재검표를 진행 중인 가운데 한 카운티에서 2500장이 넘는 미집계 투표 용지가 발견됐다. AP통신은 16일(현지시간) 조지아주의 선거 감독 담당자를 인용해 수작업 재검표 결과 당초 집계에서 누락된 투표용지 2500여장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미집계 투표용지 중 조 바이든 당선인을 찍은 투표 용지는 865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한 용지는 1643장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담당자는 미집계 투표용지가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선에서 조지아주는 500만명 가량이 투표에 참여했고, 그 결과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불과 0.3% 포인트(1만 4000여표) 차이로 이긴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카운티의 선관위 관계자는 담당 공무원들이 실수로 미집계 투표용지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했다. 조지아주 법은 기계를 이용한 검표가 정확하게 진행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작업 재검표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브래드 래팬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은 개표 결과 두 후보의 격차가 매우 근소한 것으로 나타나자 해당 법에 의거해 수작업을 통한 재검표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이번 선거가 총체적 사기라고 규정한 트럼프 대통령 측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재검표가 진행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반발했다. 반면 바이든 당선인 측은 재검표가 실시되면 집계 결과가 다소 바뀔 수는 있어도 전체적인 결과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반대하지 않았다. 조지아주는 13일 오전 9시부터 시작한 재검표 작업을 18일까지 마무리한 뒤 늦어도 20일까지는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미디어와 정치의 스포츠화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미디어와 정치의 스포츠화

    몇 해 전부터 미국 정치를 이야기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배운 것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포스팅을 한 지 첫 한두 시간 내에 ‘좋아요’를 많이 받으면 페이스북이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그 포스트를 보여 준다는 사실이다. 더 많은 사람에게 도달한 포스트는 더 많은 ‘좋아요’를 받고, 더 많은 팔로어를 만들어 낸다. 나는 자연스럽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좋아요를 받는 글을 쓸까’를 고민하게 됐고, 좋아요를 많이 받은 포스트와 그렇지 못한 포스트를 비교해 보며 어떤 요소가 그런 차이를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그렇게 살펴보다가 깨달은 사실은 소위 ‘사이다 발언’이 들어간 글이 눈에 띄게 ‘좋아요’를 많이 받더라는 거다. 밤고구마를 먹다 막힌 것처럼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뚫어 주는 발언, 명쾌한 논리로 상대방의 주장을 무장해제시키는 글은 소셜미디어에서 큰 인기를 끈다. 내가 그런 발언을 직접 할 필요도 없다. 사이다 발언을 잘하기로 소문난 정치인들의 말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그 포스트는 많은 사람의 ‘좋아요’를 받고 널리 퍼져 나간다. 대표적인 ‘사이다 정치인’이 버니 샌더스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다. 이들의 발언은 부자들 편에 선 미국 정치인들이 숨기는 현실을 낱낱이 드러내고, 명쾌한 논리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그려내니 인기가 없을 수 없다. 미국 정치인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인터넷에서 ‘사이다 발언’을 검색해 보면 현재 한국에서 정치적인 이슈가 되는 사안들에 대한 양 진영의 통쾌한 발언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착각하면 안 될 게 있다. 사이다 발언은 오로지 자신이 동의하는 의견일 경우에만 ‘탄산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반대하는 진영에서 사이다라고 좋아하는 발언은 전혀 동의할 수 없거나, 오히려 나의 분노만 더욱 키울 뿐이다. 영어 표현에 “성가대를 향해 설교한다(preach to the choir)”라는 게 있다. 목사가 신도, 혹은 청중의 생각을 바꾸는 설교를 하는 대신, 성가대원들 즉 이미 목사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이야기를 한다는 뜻이다. 정치인들의 사이다 발언이 사실은 이런 성가대를 향한 설교인 경우가 흔하다. 우리는 이미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말이 최소한 중도에 속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지 못한다면 그 발언은 같은 편을 즐겁게 해 주는 엔터테인먼트 이상이 아니다.●최고의 투표율이 남긴 것 전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던 올해 미국의 대통령선거는 그 중요성에 걸맞은 높은 투표율을 낳았다. 미국에서 67%라는 투표율은 120년 만에 처음 보는 놀라운 숫자다. 투표가 ‘민주주의 꽃’이라면 미국은 찬란한 꽃을 피운 셈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번 선거를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패한 후보가 총체적인 부정선거라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번에 투표한 유권자들은 민주주의의 축제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자세로 임했기 때문이다. 칼과 총이 동원돼 정권이 교체되던 과거와 비교하면 발전된 모습인 건 분명하지만, 21세기에 정치 선진국이라는 곳에서 일어나는 선거가 상대방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두 진영이 벌이는 사나운 전투가 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한 선진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미국의 철학교수인 조너선 엘리스는 미국의 정치가 갈수록 합의 도출에 실패하고 분열과 대립으로 흐르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20세기에 미국의 각급학교에 확산된 ‘토론팀’(debate team) 문화를 지적했다. 현재 미국의 유명한 정치인들은 대부분 학생 시절 토론팀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다. 올해 71세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포함, 그 이하의 나이대에 속한 인기 정치인들 중에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토론팀을 하지 않았던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미국의 정치인들이 카메라 앞이나 토론장에서 거침없는 화술을 구사하는 건 어린 시절부터 단련한, 거의 반사신경에 가까운 토론기술 때문이다. 논리는커녕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으면서 말문이 막히면 악을 쓰는 국회의원들을 많이 봐 온 우리로서는 미국 정치인들의 말솜씨가 부러운 게 사실이지만, 토론에 능한 정치인들이 가득한 미국에서 일구어낸 정치문화가 2020년에 우리가 목도한 모습이라면 그런 토론교육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이 문제를 지적하는 엘리스 교수도 토론의 중요성에 동의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가 지적하는 건 미국 학교들의 토론팀이 관중을 가진 스포츠 리그처럼 운영되는 ‘방식’이다. 좋은 토론이란 자신이 믿는 바를 설명해서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내거나, 적어도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인데, 승패가 갈리는 스포츠 형태로 운영되는 토론팀의 대결에서 상대방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곧 패배를 의미한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이런 문화에서 자란 정치인들은 합의를 도출하는 대화에 익숙하지 않게 된다. 게다가 각 토론팀은 자신의 신념이 아닌, 주최 측으로부터 배정받은 주장으로 대결해야 한다. 한마디로 신념도 없고, 합의할 줄도 모르는 정치인을 만들어 내는 양성소가 되는 셈이다. ●유권자들의 편가르기 낯선 미국의 고등학교 문화까지 갈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 방송에서 보는 ‘100분 토론’이나 ‘심야토론’을 봐도 다르지 않다. 혀를 칼처럼 휘두르는 검투사들이 나와서 생사의 대결을 펼치고, 사람들은 그걸 지켜보며 자기편을 응원하는 일이 항상 벌어진다. 방송사들은 토론 프로그램이 현안에 대해 깊이 알아보자는 의도로 준비된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은 두 진영으로 갈라진 시청자들의 응원과 욕설로 가득하다. 여기에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 미디어의 이해관계다. 토론이 스포츠처럼 뜨겁게 진행될 경우와 (본 적은 거의 없지만) 차분한 대화를 통한 정보와 의견교환이 이루어지는 경우 어느 쪽이 더 시청률이 높을까? 물론 방송사가 시청률을 위해 양측이 하기 싫어하는 싸움을 붙인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토론이 대결의 구도로 만들어진 이상, 참여자는 이겨야 한다는 자세로 임할 수밖에 없다. 시청률이 중요한 매스미디어가 그렇다면, 알고리듬이 지배하는 소셜미디어는 훨씬 더 심각하다. 정치인들이 TV 토론에서 상대방을 이기려고 노력한다면, 인터넷에서는 바이럴될 수 있는 통쾌한 한마디를 만들어 내기 위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노력하게 된다. “미디어가 곧 메시지”라는 20세기의 미디어 학자 마셜 매클루언의 말은 소셜미디어 시대에 들어오면서 그 의미가 더욱 분명해졌다. 미디어의 성격이 말의 내용을 결정한다면, 알고리듬이 지배하는 소셜미디어는 사람들이 상대방을 통쾌하게 무찌르는 사이다 발언을 하도록 유도한다. ●지루한 정치의 가치 미국은 민주주의로 시작한 나라가 아니다. 그런데 많이 배운 부자 남성들이 모여 국정을 논의하는 건국 초기의 공화정에서 모든 국민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민주주의로 옮겨가게 된 배경에는 소수의 엘리트가 아닌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할 때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집단지성’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좋은 의도로 출발한 민주주의가 21세기에 이르러서는 양쪽의 진지전(陣地戰), 혹은 관중을 흥분시키는 스포츠로 변질되고 있다. 정치가 과거보다 더 많은 유권자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냈음에도 부끄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정치가 미디어와 만나는 과정에서 위에서 설명한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요란한 도널드 트럼프의 시대를 통과하면서 미국에서는 “정치를 다시 지루하게 만들자(Make Politics Boring Again)”는 구호가 등장했다. 온 국민이 뉴스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4년을 보내면서 영웅이 등장할 필요가 없는 지루한 정치의 가치를 깨닫게 된 것이다. 경선주자들 중에서 가장 말솜씨 없고 지루한 후보였던 조 바이든이 결국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된 것, 그리고 그가 본선에 올라가서도 대중 유세연설을 거의 하지 않고 자신의 집 지하실에서 최소한의 메시지만 전달하면서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을 무시한 채 수많은 청중을 모으고 흥분시킨 트럼프를 이긴 것도 스포츠로 전락한 정치에 대한 미국인들의 피로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서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필수적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관심의 양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관심의 성격이다. 정치인은 우리를 흥분시키는 스포츠 선수일 필요가 없다. 정치의 궁극적 목적은 합의의 도출이지 승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코드미디어 디렉터
  • 정윤경 경기도의원, 부실공사 의혹 4·16 민주시민교육원 공사중단 촉구

    정윤경 경기도의원, 부실공사 의혹 4·16 민주시민교육원 공사중단 촉구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위원장 정윤경 도의원(더불어민주당, 군포1)은 지난 13일 안산교육회복지원단을 대상으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면서 4·16 민주시민교육원 건립과 관련해 제기된 부실공사 문제 등을 이유로 공사중단을 요청하고 교육기획위원회 차원에서 ‘4·16민주시민교육원 시설안전조사 소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겠다고 16일 밝혔다. 현재 4·16민주시민교육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단원고 기억교실 이전을 포함해 지난해 12월 27일 착공하여 2020년 12월 10일 준공, 2021년 4월 개원 예정으로공사 마무리 단계에서 부실 시공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또 4.16 민주시민교육원 건립은 경기도교육청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안전불감증과 구태를 반성하고 개선하기 위한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징적 건물 건축 과정에서 도교육청에서 제출한 감리보고서에 철근 반입 대장 허위작성, 도면 오류 설계변경 미반영, 감리일지 날짜 불일치, 기초철근 배근 누락, 자재검수요청서와 철근반입일지의 불일치, 사급자재 변경 행정처리 누락 등 총체적인 부실시공 양상이 밝혀지고 이는 도교육청의 무사안일한 감독 결과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경기도교육청은 세월호참사 이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런데 그 아픔을 기억하는 건물을 짓는 공사과정에서조차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사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우리 교육기획위원회는 현재 진행중인 4.16민주시민교육원 공사 중단을 촉구한다. 더불어 위원회 차원에서 ‘4.16민주시민교육원 시설안전조사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설계서 및 감리보고서 허위 사항에 대한 외부전문가 감사, 구조안전진단 등 전문기관 검토 자료를 기반으로 4.16 민주시민교육원 건립에 대한 안전확보를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송아량 서울시의원 “서울시 대중교통 코로나19 방역지원금은 총체적 부실”

    송아량 서울시의원 “서울시 대중교통 코로나19 방역지원금은 총체적 부실”

    서초구와 강남구의 일부 마을버스 방역을 맡은 A업체는 작년까지만 해도 유리막코팅과 선팅을 하던 자동차 외장관리업체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올해 3월 돌연 소독업 신고를 하고 매달 약 1700만 원의 방역비를 받아갔다. A업체보다 한 달 앞서 소독업 신고를 한 B업체는 원래 부동산관리와 건물청소를 대행했었다. 이 업체도 마을버스 방역업체로 선정되어 매달 약 1700만 원을 받았다. 송아량 서울시의원(도봉4, 더불어민주당)은 제298회 서울특별시의회 정례회 도시교통실 행정사무감사에서 시내버스와 마을버스에 지급된 방역지원금의 부실한 관리실태를 지적하고, 신속한 실태조사와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서울시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9월 기준 서울시는 재난관리기금과 추경을 통해 지하철 약 175억 1630만 원, 버스 약 281억 9723만 원, 택시 약 6억 1896만 원 등 총 463억 3249만 원의 예산을 대중교통 방역지원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지하철은 기존 자회사인 서울메트로환경(주)과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주)이 방역을 수행했으며, 택시의 경우 개별업체 지원이 아닌 충전소 위주 방역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것은 시내버스와 마을버스의 방역이다. 우선 시내버스는 각 시내버스 회사별로 개별 방역업체와 계약했다. 이후 버스회사별 계약금을 시내버스운송사업자조합에서 취합하여 서울시에 요청하면 서울시가 지급했다. 62개 시내버스 업체 중 41곳이 특정 방역업체 2곳과 계약하면서 방역의 실효성과 높은 단가가 논란이 되었다. 65개 서울시 시내버스회사 중에서 자체방역을 한 3개 업체를 제외한 62개 사 중 무려 27개 업체(2962대)가 S업체와 계약했다. 14개 업체(1233대)는 또 다른 S업체와 계약했다. 이들 업체는 평균 4223원/1대당의 단가로 방역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을 제외한 시내버스 회사 중 D운수의 방역계약 단가는 2202원/1대였다. 65개 버스회사가 D운수의 방역단가에 준하여 계약했을 경우 매달 4억 가까운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는 것이 송의원의 지적이다. 송 의원은 방역단가가 2배 가까이(최고 금액 기준 2.4배) 차이가 나는 것 말고도, 과연 한 방역회사가 매일 2962대의 버스를 철저하게 방역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두 업체는 각각 매달 3억 7900만 원과 1억 5000만 원을 지급받았다. 방역업체 선정과 관련한 별도의 업체선정 기준은 없었다. 마을버스의 경우에는 마을버스운송사업자조합에서 한국방역협의회와 계약하고, 한국방역협의회에서 회원사들에 마을버스 회사를 할당했다. 당초 선 방역 후 실제 소요비용에 대해 사후정산 방식으로 지급할 계획이었으나, 무슨 이유에서 인지 방역 투입인원, 소독물량에 상관없이 업체별 일괄 매달 1768만 원씩 지급되었다. 그 결과 마을버스의 방역단가는 1대당 4528원으로 시내버스(4001원)보다 높게 지급되었다. 또 방역에 참여한 일부 업체가 사실상 급조된 부실 방역업체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현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52조 등에서는 소독업을 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시설·장비 및 인력을 갖추어 구청장에게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마을버스 방역업체 49개 중 서울시가 제출한 48개 업체의 소독업 신고증을 확인한 결과 48개 업체 중 8개 업체(약 16.7%)는 20년 2월 이후 소독업을 신고했다. 이들은 각각 근로자 파견업, 냉난방기 유지보수, 침대청소 및 판매, 부동산 관리업, 자동차 용품 판매 및 시공 등 소독·방역과 무관한 업종이었으나 올해 2월 말~6월 사이 소독업 신고를 했다. 조합은 당초 “최근 1년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용 버스에 대하여 2회 이상 방역소독 실적(1500대 이상)이 있는 업체 또는 법인단체”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했는데, 방역실적이 없는 이들 회사가 ‘한국방역협회’를 내세워 방역업체로 선정된 것이다. 송 의원은 서울시가 281억 9000만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면서도 정교한 방역 매뉴얼이 없고, 사후 점검을 비롯한 현장 지도·감독에 소홀했다며 “버스의 방역을 운송사업조합에 일임하고, 사실상 현금지급기 역할만 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송 의원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 속에서 방역 수요가 폭증하고, 위기감이 팽배해지면서 시급하게 편성·집행될 수밖에 없었다는 한계는 인정한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철저한 방역을 통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킬 의무가 있는 서울시가 제대로 된 현장점검 조차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업무태만”이라고 재차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시는 시내버스에 대해 5회에 걸쳐 현장점검을 실시했으나, 대부분 마스크 착용 및 손소독제 비치 등을 점검하는데 그쳤다. 마을버스 방역 점검은 자치구에 위임했다. 또한 송 의원은 효과적인 방역을 위해 소독액의 품질기준, 구체적이고 명확한 소독방법 및 소독 후 조치, 방역업체 선정 기준과 방역비 기준, 현장점검과 사후 방역효과 검증, 방역작업자 보호를 위한 방역복 및 방역물품 기준 등이 포함된 시내·마을버스 표준방역 매뉴얼의 수립도 요청했다. 서울시는 철저한 실태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즉각 조치하고, 방역지원금의 지급과 관리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답변, 이후 시내버스와 마을버스의 철저한 방역관리를 통해 시민 안전보호에 만전을 기할 것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수단의 나라에서 목적의 나라로

    [강남순의 낮꿈꾸기]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수단의 나라에서 목적의 나라로

    미국에서 오랫동안 일하다가 최근 한국의 한 연구소에서 일하기 시작한 친구가 있다. 최근 그가 문화 충격을 받았다며 다음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연구소에서 실험하면서 필요한 부품이 있어 부품 만드는 곳에 전화했다. 흔한 부품이 아니기에 빨라야 1주일, 아니면 10일에서 2주가 걸려야 필요한 부품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바로 그날 2시간 이내에 연구소로 부품을 전해 주겠다고 했단다. 요청한 부품을 빠른 시간 내에 손보고서 다시 택배로 그 부품을 연구소로 보내는 것이다. 친구는 전화 주문한 바로 그날, 얼마 지나지 않아 부품을 전해 받았다.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일 처리가 되는 것이 한국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별것 아닌 익숙한 이야기일 것이다. 회사 부품 담당자의 ‘총알 일 처리’뿐만 아니라 ‘총알 배송’이라는 두 조건이 맞아야 가능한 일이다. 다른 사회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한국에서는 어떻게 그렇게 정상적인 일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고도의 편이함으로 친구가 받은 문화 충격 뒤에는 바로 ‘사람’이 있다.한국은 ‘빨리빨리의 사회’다. 한국어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도 ‘빨리빨리’라는 말은 배운다고 한다. 한국 사회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빨리빨리의 사회’라는 것이 자랑스러운 것이기만 할까. ‘배달의 민족’이라며 일주일 7일, 24시간 동안 배달이 가능한 사회가 되기 위해 치러야 하는 희생적 대가가 있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고 사라지는 사람들, 기계처럼 계속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 대가를 치르는 이들이다. 우리의 편이함은 바로 이들의 생명과 삶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그렇게 숨가쁘고 빠르게 돌아가는 것이 정상적 일상이 돼 버린 한국 사회가 상실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크다. ●배달 노동자는 ‘빨리빨리 사회’의 희생자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학기 중에 주로 미국에서 지내고 있는 나의 일상도 많이 바뀌었다. 강의는 비대면으로 돌렸으며, 필요한 일상품은 가능하면 배달을 시킨다. 아마 여기까지는 한국에서 지내는 사람과 별로 다를 바 없다. 그런데 배달 주문을 할 때 나의 기대 지평은 한국에서와 완전히 다르다. 내가 주문한 물품을 급하게 빨리 받고 싶으면 그만큼 빠른 배달에 대해 고비용 지출을 해야 한다. 아니면 나가서 직접 사야 한다. 나의 일상에서는 주문 물품이 배달되기까지 2주든 3주든 느긋하게 기다리는 것이 정상이다. 현재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한 첫해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3층 아파트에 산 적이 있다. 그때 가구나 가전제품과 같은 무거운 제품들은 물론 2리터 생수 6개 묶음과 같은 일상용품들도 3층까지가 아닌 아파트 입구까지만 배달해 준다는 것을 알았다. 그 뒤로 생수 배달을 중지하고 필터로 물을 정화해서 마시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인터넷에 문제가 있거나 사용하던 가전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전화 걸면 하루이틀 만에 달려와서 해결해 주는 것은 아예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애초에 ‘빨리빨리’의 기대 지평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 있으면 나의 기대 지평은 완전히 바뀐다. 서비스 요청이나 물건 주문을 하면 빠르게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된다. 동일한 사람인 내가 어떤 기대 지평을 작동시키는가에 따라서 이렇게 나의 태도는 달라진다. 한 택배 기사의 배우자는 택배가 조금 늦는다고 아무 때나 독촉 문자들을 보내서 어떤 때는 하루에 50통 넘게 받는 날도 있다고 하면서 “제발 여유를 갖고 기다려 주세요”라고 호소한다. “오늘 420(개를) 들고 나와서 지금 집에 가고 있습니다…. 저 집에 가면 5시,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 못 자고 나와서 터미널에서 또 물건 정리해야 해요…. 저 너무 힘들어요.” 새벽 5시에 귀가했던 이 택배 노동자는 그다음날 사망했다. 집을 나서며 아버지에게 “아빠,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늦을 거야”라며 집을 나섰던 아들은 그날 늦은 시간이 돼도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마부가 끊임없이 말에 채찍질하듯 겨우 하루 14시간을 감당해 내며 살아갑니다.” “컵라면으로 점심 먹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이 나눈 대화들이다. 이제 이들에게 붙은 ‘택배 노동자’라는 집단적 표지를 떼어 보자.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은 고유한 이름과 얼굴을 가진 대체 불가능한 소중한 생명이다. 2020년에 들어서 10월 24일까지 13명의 택배 노동자들이 사망했다. 2020년 3월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택배 물량이 폭증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뀌지 않은 기존의 노동 구조를 통해서, 기업은 이윤을 확대했다. 그런데 그 이윤 확대를 위해 치른 대가는 바로 인간 생명이다. 택배 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71.3시간이며, 80~90시간 일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엄청난 시간을 끊임없이 바쁘게 움직이며 적절한 휴식이나 식사할 시간도 없이 일해야 하는 이들에게 과연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가를 묻는 것 자체가 사치로 들린다. 그런데 이 빨리빨리의 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택배 노동자뿐인가. ●제도·법령 등 구조적 차원의 근원적 개선 필요 ‘배달의 민족’이라는 개념은 한민족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 배달의 개념으로 대체된 지 오래다. 주 7일, 24시간 어디에 있든 배달해서 먹을 수 있는 한국 사회는 진정 배달 사회이다. 도시를 질주하는 배달 노동자들의 오토바이는 밤낮이 없다. 도처에서 택배 기계, 배달 기계, 노동 기계로 살아가는 이들이 ‘빨리빨리 사회’의 희생자들이다. 채찍질을 받으며 줄기차게 달리기만 해야 하는 ‘말’에 비유하는 삶을 중지하기 위해서, 또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휴식과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두 가지 차원의 변화, 즉 객관적 변화와 주관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객관적 차원의 변화는 제도와 법령의 변화 같은 보이는 차원의 변화다. 배송 전 분류 작업을 하는 분류 노동자들과 택배 노동자들을 따로 두는 ‘택배법’, 노동자 보호를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같은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 서비스 물가지수를 보면 2010년 이후 세차료는 2.41배, 이삿짐 운송료는 1.7배가 오른 반면 택배회사 간의 저가 경쟁 때문에 택배 이용료는 오히려 -0.12배로 낮아졌다. 그래서 2001년 택배평균단가가 3190원이었는데, 2018년의 단가는 2229원이다. 물가는 엄청나게 오르고 택배량의 증가도 상상을 뛰어넘는데, 오히려 택배 평균 단가는 낮아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소위 저가 경쟁과 총알 배송의 대가를 고스란히 택배 노동자들이 짊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차원의 근원적인 개선이 있어야, ‘기계’가 아닌 ‘사람’으로 사는 것이 가능한 사회가 된다. 그런데 이러한 객관적 차원의 변화는 총체적인 변화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주관적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 ●택배 노동자는 ‘동료 인간’이란 인식 확산돼야 주관적 차원의 변화는 우리의 의식과 가치관의 변화를 말한다. 택배 노동자, 배달 노동자, 일용직 노동자 등 그 어떤 노동을 하는 이들이라도 ‘동료 인간’이며 평등한 존재라는 인간 평등 의식을 가져야 한다. 또한 ‘총알 배송’은 기대조차 하지 말고 음식 배달이든 택배든 ‘빨리빨리’의 일상적 기대를 이제 과감히 버려야 한다. 이러한 의식을 가지고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주관적 차원의 변화는 택배법이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과 같은 객관적 차원의 변화와 더불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1970년 자신을 불태워 스물두 살의 그 짧은 삶을 마감한 전태일 열사의 절규다. 인간을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극단적 이윤 추구와 편이성의 추구는 택배 노동자나 배달 노동자와 같은 사람들만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 아니다. 자연 생명도 서서히 죽음으로 내모는 것으로서, 결국은 우리 모두의 삶을 파괴하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편의를 위해 사용되다가 불필요하면 처분하는 도구나 수단으로 사람을 간주하는 사회는 죽음의 그림자가 깃든 ‘수단의 나라’다. 사람을 수단으로만 취급하는 ‘수단의 나라’에서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삶의 조건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회 어디에선가 기계처럼 살아가도록 몰리는 사람들이 있을 때, 그 사회는 깊은 병에 걸리게 된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고유명사를 가진 대체 불가능한 인간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때, 인간이 수단이 아닌 목적 자체가 되는 칸트의 ‘목적의 나라’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게 될 것이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TCU)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무한탐구 즐긴 집념의 소년… 글로벌 삼성 ‘제2의 창업’ 이루다

    무한탐구 즐긴 집념의 소년… 글로벌 삼성 ‘제2의 창업’ 이루다

    국내 재계에서 가장 극적인 성공신화를 쓴 총수, 삼성을 글로벌 정보기술(IT) 최강자로 키워 낸 경영인, 무노조 경영을 견지한 자본가, 그리고 은둔의 황제. 이 같은 이름으로 수식돼 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위기의 순간마다 미래를 꿰뚫는 혁신의 리더십, 과감한 결단으로 ‘한국의 삼성’을 ‘세계의 삼성’으로 키우며 우리 경제의 고속 성장을 이끌었다. 아버지인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에게서 혹독한 경영 수업을 받은 그는 수많은 기로에서 발휘한 승부사적 결단, 품질에 대한 집념으로 메모리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TV 등에서 글로벌 1위를 거머쥐며 삼성을 ‘제2의 창업’ 수준으로 발전시켰다.외로운 유년기 바쁜 부모님·日유학으로 외로움에 익숙 자동차·레슬링 등 ‘마니아적 기질’ 키워 1942년 1월 9일 대구에서 호암(湖巖)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박두을씨 사이에서 3남 5녀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제일비료 회장을 지낸 맹희씨와 고인이 된 창희씨 등 두 명의 형이 있어 아들 중에서는 막내다. 여자 형제로는 인희(한솔그룹 고문), 숙희, 순희, 덕희씨 등 네 명의 누나가 있으며 여동생으로 신세계그룹 회장인 명희씨가 있다. 호암이 대구 서문시장 근처에서 청과·건어물 무역회사인 삼성상회를 경영하던 시절 사업으로 바쁜 부모를 대신해 경남 의령의 할머니댁에서 세 살 때까지 자랐다. 국내에서 초등학교를 다섯 차례 옮겨 다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진국을 배우라”는 아버지의 엄명에 따라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중학교 때 귀국해 서울사대부고를 졸업한 뒤 다시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와세다대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1966년 동양방송에 이사로 입사해 법무·내무부 장관을 지낸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의 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결혼했다. 결혼 후 삼성 비서실에서 2년간 근무하면서 삼성그룹의 큰 그림을 보게 된다.회장된 3남 두 형 제치고 46세에 삼성그룹 회장 취임 승부사적 결단·혁신으로 韓경제 신화 써 1966년. 이 회장의 둘째 형인 창희씨가 ‘한비 사건’(한국비료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구속되고, 맏형인 맹희씨도 밀수에 관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청와대 투서 사건 등 혼란이 이어진 가운데 호암은 1971년 막내아들 건희에게 삼성을 맡기기로 결단을 내린다. “장남 맹희는 경영에 뜻이 없고 차남 창희는 많은 기업을 하기 싫어한다. 3남 건희도 당초에는 사양했으나 마지막에는 역량은 부족하나 맡아 보겠다는 뜻을 가져다 주었다. 삼성그룹의 후계자는 건희로 정한 만큼 건희를 중심으로 삼성을 이끌어 갈 것이다.” 호암이 유언장에 남긴 말이다. 1987년 11월 19일 호암이 노환과 폐암의 합병증으로 78세의 일기로 별세하자 삼성그룹 사장단은 이건희 당시 부회장을 제2대 삼성그룹 회장으로 추대했다. 그의 나이 46세 때의 일이다.어린 시절 환경이 자주 바뀌며 홀로 보내는 시간에 익숙했던 고인은 마니아적 성격으로 집중력이 강했는데 이런 기질로 자라난 집념은 세계 1위 삼성의 원동력이 됐을 것으로 평가된다. 그의 취미와 관심사는 다방면에 뻗쳐 있었다. 일본 유학 시절 고인의 외로움을 달래 줬던 건 프로레슬링이었다. 와세다대 재학 시절 역도산을 직접 만날 만큼 레슬링에 몰두했던 그는 눈자위가 찢어지는 부상으로 그만둘 때까지 1년여 동안 레슬링을 하면서 치열한 목표 의식을 키웠다. 그의 레슬링 사랑은 1996년 대한레슬링협회 회장,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지내며 이어졌다. 일본 유학 3년간 1200편의 영화를 봤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각종 기계를 직접 분해, 조립하면서 작동 원리를 파악하는 것도 즐겼다. 이에 평생 즐겨 쓴 휘호가 ‘무한탐구’였다. 미국 유학 시절에는 1년 반 동안 차를 죄다 뜯어 보며 차를 6대나 바꾸기도 했다. 1987년 취임과 함께 그는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일성을 내놨고 그 약속을 지켰다. 흑백 TV가 삼성의 주력이던 1974년 호암이 반도체산업 진출을 선언하도록 설득하며 사업을 주도한 것도 그다. 당초 동물적인 사업감각의 소유자였던 호암도 아들이 반도체 얘기를 꺼내면 “이놈아, 그 돈이면 TV를 몇백만 대나 더 만들 수 있는데 그 쪼그만 것 만드는 데 쓰겠다는 거냐”며 답답해했다고 한다. 1970년대 미국 실리콘밸리를 누비면서 첨단 하이테크 산업만이 살길이라고 믿은 그는 뜻을 굽히지 않고 호암의 지원을 이끌어 내 오늘날의 삼성을 만든 것이다. 삼성이 글로벌 일류기업이 된 뒤에도 ‘2등 구제불능론’(2등은 현상 유지밖에 못 한다. 조금이라도 지면 완전히 진 것이다) 등 늘 위기론을 부각시키며 ‘초격차’를 위한 고삐의 끈을 놓지 않았다. 2013년 사상 최대 실적에도 이듬해인 2014년 신년사에서 “다시 한번 바뀌어야 한다.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며 체질과 구조를 총체적으로 혁신하는 ‘마하경영’을 화두로 제시했다. 그의 마지막 신년사이기도 했다.어두운 유산 정관계 로비로 퇴진, 위기론 들고 복귀불법 승계 의혹, 삼성의 리스크로 남아 성공만큼 시련도 끊이지 않았다. 특히 검찰과 질긴 악연을 이어 가며 재임 기간 세 차례나 법정에 섰다. 1996년에는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으로 재판을 받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았다. 공소시효 완료로 무혐의 결정이 났지만 2005년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 때도 검찰 수사를 받았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는 삼성의 치부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전직 법무팀장이던 김 변호사는 삼성 비자금 50여억원을 자신이 직접 관리해 왔다고 폭로했다. 삼성의 비자금 조성 방식과 정치인, 법조인에 대한 전방위적 로비 등이 공개되며 지탄을 받았다. 2008년 4월 22일 이 회장은 대표이사 회장과 등기이사직을 내놓으며 경영에서 손을 뗐다. 이듬해 재판부는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고인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했다. 이어 2010년 3월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며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고인은 세상을 떠났지만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정관계 불법 로비, 불투명한 지배구조, 노조 설립 불허 등 그의 체제에서 이뤄진 삼성의 각종 문제들은 지금도 삼성과 재벌에 대한 불신을 만든 ‘어두운 유산’으로 남았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백색입자 발견’ 백신 55만6천개 신성약품이 납품... “콜드체인 점검해”

    ‘백색입자 발견’ 백신 55만6천개 신성약품이 납품... “콜드체인 점검해”

    흰색 입자가 발견되면서 ㈜한국백신사(社)가 자진 회수하기로 한 61만5000개의 독감 백신 가운데 55만6000개를 신성약품이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기윤 의원(국민의힘)이 질병관리청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진회수 대상 백신 61만5000개 중 55만6000개는 신성약품이 유통했다. 앞서 신성약품은 독감백신 운송 중 상온 노출 사고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일부 물량이 0℃ 미만 온도에 노출되거나 콜드체인(냉장 유통)을 벗어나 적정온도를 이탈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효력이 떨어져 ‘맹물 백신’이 됐을 우려가 있는 48만 도스를 수거하기로 결정했다. 이후에는 한국백신사의 ‘코박스플루4가PF주’ 일부에서 항원 단백질 응집체로 보이는 흰색 입자가 발견돼 제조사가 61만5000 도스를 자진 회수했다. 두 건의 사고에는 특별한 연관성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식약처는 흰색 입자 검출에 대해 “특정 원액과 특정 주사기가 만났을 때 생기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상온노출 의심’ 백신과 ‘백색입자 검출’ 백신 물량에 일부 교집합이 있다고 알렸다. 강 의원은 “식약처는 흰색 입자 발생 원인을 백신을 담은 주사기로 추정하고 있으나, 이와 달리 백신 유통 과정에서 백색 입자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존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식약처는 전문가 자문에서 ‘유통 중 외부 물리적 영향 등으로 인해 시간이 지나며 입자가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을 회신받았다. 식약처는 이날 출입기자단의 “신성약품이 납품한 백신 55만6000개의 유통 과정에서 콜드체인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을 했냐”는 공통질문에 “백색입자와 관련해 영덕군 보건소에 공급되기까지 콜드체인 점검을 해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했다”고 답했다. 이어 “신성약품이 보유 공급한 코박스플루4가PF주 55만6000개는 상온 노출 관련 콜드체인 점검 물량에 포함돼있으며, 적정 온도 기준을 벗어나 수거되는 2만4810개는 질병관리청에서 주관해 수거 완료했다”고 덧붙였다.강 의원은 “상온 노출에 이어 백색 입자 발견으로 독감 백신의 검사, 유통 과정상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났다”며 “보건당국이 백신 생산부터 접종까지 전체적으로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 TQC(Total Quality Control)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국회 몰려온 사모펀드 피해자들 “핵심증인 없는 맹탕국감”

    국회 몰려온 사모펀드 피해자들 “핵심증인 없는 맹탕국감”

    공대위 “졸속 증인채택, 반쪽국감”“사모펀드 피해자보호 특별법 제정해야”국회 국정감사에서 사모펀드 사태를 두고 정치권의 질타가 쏟아지는 가운데 펀드 환매 중단 탓에 큰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국회로 몰려왔다. 이들은 사모펀드 사태를 초래한 핵심 인물들이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아 반쪽짜리 국감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부실감독·금융기관 탐욕·정책실패” 라임·옵티머스 등 12개의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모인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소속 회원 50여명은 13일 금융감독원 대상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감이 열리는 국회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대위는 이날 사모펀드 관련 국감에서 윤석헌 금감원장과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만 증인으로 출석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인 신장식 변호사는 “국감에서 금융당국의 부실 감독, 금융기관의 탐욕 그리고 사모펀드 피해를 양산한 정책실패 등 구조적 문제가 제대로 짚어져야 하는데 증인채택을 보면 그런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이번 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나 단순 금융사고로 볼 것이 아니라 피해자 회복을 위한 국감이 돼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날 오후 국감 참고인으로는 권혁관 옵티머스 펀드사기 피해자모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곽성은 대신증권 라임펀드 피해자가 참석했다. “자금 돌려막기··· 투자원금 반환하라” 다른 사모펀드 피해자 대책위 대표들도 입장문 발표를 통해 주목받지 못하는 사모펀드 피해 문제를 호소했다. 양수광 하나은행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피해자연대 대표는 “하나은행이 설계부터 운영, 판매까지 주도한 OEM(주문자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상품) 펀드인데 투자자에게 허위 정보를 제공했다”며 “해당 상품은 기존 펀드 상환 목적으로 신규자금을 모집해 돌려막기를 한 것이기 때문에 계약을 취소하고 투자원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판매했던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매출채권에 돌려막기가 이뤄진 정황이 확인되는 등 문제를 인지하고도 투자자들한테 사실대로 말하지 않아 문제를 축소하려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용식 독일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피해자연대 대표도 “2017년부터 2018년 말까지 8개 주요 금융사를 통해 5200억원을 사기당한 피해자 2000명을 대표해서 나섰다”며 “금감원은 손실 미확정이라는 판매사의 입장만을 대변하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공대위는 피해자구제를 위해 ‘사모펀드 피해자보호 특별법’을 마련하고 책임자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공대위는 기자회견에서 “특별법을 제정해 각 금융사가 배임을 (피해 보상을 하지 못하는) 핑계로 삼지 못하게 하고 금감원이 뒷짐행정을 중단하도록 해야 한다”며 “국정조사권을 발의해 5조 6000억원의 사모펀드 사기판매 사태를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 수출길 막히고 자금줄 끊기고… 中 ‘반도체 굴기’ 풍전등화

    수출길 막히고 자금줄 끊기고… 中 ‘반도체 굴기’ 풍전등화

    세계 점유율 5위 파운드리 기업 SMIC 美, 반도체 기술·장비 공급 차단 추진 중中 첨단 반도체 육성 전략 벼랑 끝으로 22조원 투자금 유입 ‘HSMC 프로젝트’올 1월 공장 건설 대금 지불 못해 소송창업자·주요 관리자 행방도 오리무중 중국 내 50개 대규모 반도체 사업 추진지방정부들 시진핑 향한 충성심이 목적작년 中 반도체 무역적자 2280억 달러‘미국의 공격은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는데 자금줄은 끊기고 반도체 기술력 자체도 변변찮으니…’. 이런 고민은 총체적 난국에 빠진 중국 반도체산업의 현주소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에 이어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상징’으로 불리는 중신궈지지청뎬루(中芯國際集成電路·SMIC)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반도체 기술·장비 공급을 차단하는 방안을 공식 추진 중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지난 6일 보도했다. 미 국방부 소식통들은 “SMIC와 중국 인민해방군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다른 정부 기관들과 협력해 SMIC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제재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SMIC가 중국 국방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고 미 정부가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기업들이 SMIC에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장비나 부품을 팔 때 미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화웨이를 비롯해 통신장비업체 중싱(中興)통신(ZTE)과 이들 기업의 계열사 등 275개 이상 중국 기업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화웨이뿐 아니라 SMIC에 대한 수출길도 사실상 봉쇄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2000년 설립된 SMIC는 화웨이와 더불어 중국 반도체 자급화 계획에서 양대 축을 이루는 기업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4.5%(3분기 추정치)로 세계 5위를 차지하고 있다. SMIC보다 먼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세계 1위를 다투는 스마트폰 업체이면서 중국 최대 팹리스(반도체설계) 업체인 하이쓰(海思)반도체(Hisilicon)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SMI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지티뎬루(臺灣積體電路公司·TSMC)와 하이쓰가 발주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고 있었는데, 미국의 추가 제재로 더이상 납품을 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SMIC가 하이쓰의 생산 주문을 소화할 수 있다면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무력화될 수 있겠지만, SMIC의 현 기술력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 SMIC는 지난해 말에야 겨우 14나노미터(㎚·10억분의1m) 공정 양산에 들어갔다. TSMC는 7㎚ 제품을 거의 독점 공급하고 있다. 더욱이 TSMC는 올 하반기에 5㎚ 공정 양산에 진입하는 등 기술 수준이 한참 앞서가고 있다. SMIC와 TSMC 간에는 3~5년의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5~10년을 바라보고 SMIC를 집중 육성하고 있는데, 미국은 아예 SMIC가 싹도 틔우기 전에 고사시키겠다는 심산이다. 미국의 SMIC 제재가 현실화하면 SMIC가 화웨이에 시스템 반도체를 납품하는 만큼 미국의 제재는 화웨이에 추가적으로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SMIC가 활용하는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 램리서치 등의 공정 장비, 부품 수급도 막히게 된다. 중국이 추진 중인 첨단 반도체 육성 전략이 벼랑 끝으로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정부는 화웨이가 반도체 생산을 맡겨 오던 TSMC와의 관계가 끊긴 데 이어 대안으로 SMIC를 육성하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SMIC를 ‘마지막 보루’로 두고 집중 투자를 통해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중국 정부가 수십조원을 쏟아부은 반도체 개발 프로젝트에 제동이 걸렸다.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둥시후(東西湖)구 정부는 지난달 공개한 투자 현황 보고서에서 “우한훙신(武漢弘芯)반도체(HSMC) 프로젝트에 대규모 자금 부족 문제가 존재한다”며 “언제든 자금이 끊어져 프로젝트가 멈출 위험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현지 정부의 이 같은 ‘고백’은 HSMC가 사실상 회생 불능의 상태에 빠져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방정부 관료들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재정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대규모 반도체 사업을 추진하면서 빚어진 비극인 셈이다. HSMC는 7㎚ 이하 첨단 미세 공정이 적용된 시스템 반도체 제작을 목표로 2017년 우한에서 설립됐다. 이 회사에 투자된 자금은 1280억 위안(약 22조원)에 이른다. HSMC는 대만 TSMC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이던 장상이(蔣尙義)를 영입해 주목을 받았다. 이 덕분에 지난해 말까지 중국 정부 등에서 투자금 153억 위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HSMC는 “우한 산업 단지에 14㎚와 7㎚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웨이퍼 기준 연간 6만장을 생산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체 중 7㎚ 양산이 가능한 곳은 삼성전자와 TSMC밖에 없는데, 신생 기업이 이런 기술 격차를 뛰어넘겠다고 ‘호언장담’한 셈이다.하지만 HSMC 문제는 지난 1월 공장 건설 대금을 지불하지 못해 소송에 휘말리면서부터 조금씩 드러났다. 특히 중국에서 유일하게 7㎚급 공정에 쓰이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도입해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 장비는 은행에 압류된 상태다. HSMC를 세운 창업자 리쉐옌과 회사 설립에 관여한 인사들의 행방도 오리무중이고, 회사 홈페이지도 열리지 않는 상태다. 기술전문 매체 콰이커지(快科技)는 ‘우리 반도체 업계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HSMC의 위기 소식을 전하면서 “수십년 전 가장 어려운 시기 과학자들은 주판에 의지해 원자폭탄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이 작은 반도체를 진정 만들지 못하는 것인가”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현재 중국 전역에서 50개 대규모 반도체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총투자비만 무려 2430억 달러(약 289조원)에 이른다. 여기에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289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새로 조성해 지원하고 있다. 2014년에 이어 두 번째 조성되는 반도체 펀드다. 이 펀드에는 중국개발은행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업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주요 투자 주체인 중국 지방정부들의 재정난이 한계에 달해 자금 조달이 어려운 데다 선진국 업체들과의 기술격차가 크고 치밀한 계획보다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이 사업 추진의 목적이 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중국 남부 해안도시 푸젠(福建)성 샤먼(廈門)과 가장 가난한 성(省) 가운데 하나인 구이저우(貴州)성도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재원 낭비와 임금 인상이라는 부작용만 낳았다. 반도체 선진국들과의 기술 격차도 여전히 크다. 중국 칭화(淸華)대의 사업 부문인 쯔광그룹(紫光集團·Tsinghua Unigroup)의 자회사 창장춘추(長江存儲科技公司·YMTC)가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가 74%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창장춘추는 중국 반도체 기업 중 전망이 밝은 업체로 꼽히지만, 선진국 플래시 메모리 업체들에 비하면 기술력에서 반 세대나 뒤진 것으로 평가된다. 창장춘추는 D램 기술에 대해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 주도자로 성장하기 위해 10년간 8000억 위안이라는 천문학적 돈을 퍼부을 계획이다. 이 중 상당수 자금이 설비 투자 못지않게 첨단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 인력 확보에 쓰일 것이라는 게 반도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하지만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기업의 기술 국산화율은 2010년 8.5%에서 지난해 15.4%로 상승하는 데 그쳤다. 다른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력 수준이 너무 열악해 내세울 만한 곳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의 지난해 반도체 무역 적자는 2280억 달러 규모로 10년 전의 2배로 확대됐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승자 없이 끝난 의사파업… 국가고시·동맹휴업 문제 해결해야

    승자 없이 끝난 의사파업… 국가고시·동맹휴업 문제 해결해야

    의사의 책무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이것 외에 다른 모든 설명은 사족이자 보충 설명에 불과하다. 2500년 전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그렇게 사람 살리는 일에 종사했고 의학의 아버지가 됐다. 나이팅게일이 크림 전쟁에서 보여 준 자기희생적인 활동은 국경을 넘어 피아를 포용하는 인류애의 실천이었다. 그 정신 위에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나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고 있고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그 헌신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그런데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을 중심으로 한 정부 정책에 의사들이 반대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최장기 장마와 태풍에 코로나 재확산까지 겹친 8월에 의사들의 집단적인 진료 거부가 더해지면서 매우 힘겨운 여름철이 돼 버렸다. 이 고통스러운 상황은 정부와 여당이 의사협회와 합의를 이루면서 원칙적으로 종결됐지만, 의사 파업이라는 말로 진행된 의사들의 진료 거부는 다른 분야의 파업과 다르고 과거 두 차례 의사들의 파업과도 성격을 달리한 것이었다. ●의사 단결력만 확인… 환자 볼모 정부 압박 강행 많은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의사협회는 왜 파업으로 맞섰을까. 막상 파업이 시작됐을 때 의사협회에 소속된 개업의들은 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을까. 전공의와 전문의들의 파업 강도가 예상보다 높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와 의사협회가 합의안을 만들어 파업을 종료한 다음에도 의대생들이 국가시험을 거부하고 동맹휴업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점을 바꾸어서, 코로나 국면에서 정부가 굳이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 등의 정책을 추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다음 두 가지다. 전공의들이 코로나가 재확산되는 국면에서 중환자실과 응급실까지 포기하는 극단적인 파업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이 과정에서 의사 집단을 제외한 사회 모든 분야의 공식적인 반대와 국민의 싸늘한 여론에 맞서면서까지 파업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앞 질문에 대해서는 의사와 전공의, 의대생들의 분노가 그만큼 컸을 것이라는 추정으로 갈음하자. 그러나 이 점에 동의하더라도 뒤의 질문에는 답변이 궁색하다. 의사를 제외한 모든 의료계가 반대하고 국민들이 반대하며 의사 집단 내부에서도 반대가 존재하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파업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번 파업이 정부의 항복을 요구하는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무리한 것이었다. 원칙적으로 누구든 정부의 정책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극단적인 반대 행동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장 나쁜 조건에서도 정부는 정부이고 사회집단보다 강하다. 그러므로 특정 집단이 정부를 상대로 전면적인 대결을 감행할 때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집단 내부의 강력한 단결력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정부의 정책적 혹은 도덕적 결함을 이용해야 한다. 셋째, 언론과 사회집단을 포함한 국민 여론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의사 파업을 검토해 보자. 첫째 조건인 내부 단결력. 사후적으로 드러났지만 파업을 통해서 의사 집단의 단결력이 확인됐다. 둘째 조건인 정부의 결함. 정부의 총체적인 부패와 같은 도덕적 결함은 확인되지 않았고 의대생 증원 정책에서도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셋째 조건인 국민 여론. 의사 집단을 제외하고 누구도 파업을 지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회단체들은 파업에 반대했고 여론조사에서도 반대 의견이 확인됐다. 결국 의사 집단 내부의 단결력 외에는 유리한 여건이 없었다. 사회와 고립된 의사 집단이 단순한 의견 제시나 정책적 반대의 수준을 넘어 무리하게 파업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전공의들은 중환자실과 응급실의 환자를 버리고 파업에 참여했고 그 시각 응급실을 찾아 헤매던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정부에 대한 효과적인 공세나 여론의 지지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전공의들이 유일한 강점인 내부 단결력을 바탕으로 정부에 대한 최대 압박을 동원하기 위해 중환자를 인질로 삼는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해 버린 것이다.●정부, 양보로 패배 자인하는 식으로 파업 끝내 전공의들이 중환자실 환자를 버리고 파업을 강행한 행위는 “환자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최우선의 가치로 고려”한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으로 앞으로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다. 그 상황에서 의사들은 파업력을 높이기 위해 간호사들의 동참을 요청했지만 간호협회는 의사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 비윤리적인 행동을 비판하면서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다”는 나이팅게일 선서에 따라 파업 참여를 거부했다. 보건의료노동조합도 의사들의 파업을 비판했다. 결국 파업에서 누구도 승리하지 못했다. 정부와 의사 모두 명백하게 패배자가 됐다. 정부가 패배한 이유는 필요한 소통이 결여된 채 상황에 맞지 않게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정 운영에 대해서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로서는 패배자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양보를 통해서 파업을 종료함으로써 상황의 악화를 방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스스로 패배를 자인하는 방식의 해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패배했는데도 의사 집단이 승리자가 되지 못한 이유는 파업의 무리함 때문이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정부와 사회집단 간 대결에서 사회집단이 명백하게 승리하지 않는 한 최종적인 승리는 정부에 귀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정책 집행의 주체이며 사회집단과 달리 영속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또 파업이 정당하든 부당하든 파업 상황에서는 의사 집단의 영향력이 발휘되겠지만 파업이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한 후에는 영향력이 소멸될 뿐만 아니라 파업의 부당성과 문제점이 강하게 부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합의안이 발표되던 날 의사들이 승리한 것으로 간주됐지만 사실이 그렇지 않다는 징후는 바로 드러났고 앞으로 더욱 강조될 것이다. 그런데 의사협회와 전공의들이 파업을 끝내고 현장으로 복귀한 자리를 의대생들이 대신 지키는 엉뚱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들이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고 자탄하면서 국가시험을 거부하고 동맹휴학을 지속하는데, 파업을 선도한 선배 의사나 전공의들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어느 국립 의대의 교수가 의사 파업의 원인을 의사들의 피해의식, 엘리트주의, 위계적 조직문화 세 가지로 정리했다. 이 세 가지 요인은 의사들 내부의 단결력을 강화해 파업을 시작하는 동력이 됐지만 동시에 국민으로부터 고립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요인을 배경으로 파업에 동참한 의대생들은 정보가 부족하고 상황 인식이 결여된 상태에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돼 적시에 파업에서 철수하지 못한 채 홀로 남아 불이익을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의대생들을 파업으로 내몰아 놓고 방치해 버린 의대 교수, 선배 의사와 전공의들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이다. ●의료문제 심각성 노출… 대안 찾기 시간 걸릴 듯 이제 파업은 끝났다. 파업을 계기로 의료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났고 대안이 모색되겠지만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의대생들의 국가고시와 동맹휴업 문제는 즉시 해결해야 한다. 국민 여론이 싸늘하고 구제에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이 있다는 것도 모르진 않지만 정부와 어른들이 학생을 상대로 싸워서는 안 된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없고 제자를 이기는 스승이 없다는 경구를 다시금 확인하면서 의대생들에게 새 출발의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의대생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집단논리에 빠진 선배들이 일차적으로 책임져야 하고 의대생들에게 교훈이 필요하다면 교육과정을 통해 해결할 일이다. 이것이 정부의 자세이고 어른의 방식이며 교육의 관점이다. 정부의 신속하고도 포괄적인 해결을 촉구한다. 상지대 총장
  • “아베 집권 8년, 근거 없는 환상의 시대… 한일 관계마저 악용”

    “아베 집권 8년, 근거 없는 환상의 시대… 한일 관계마저 악용”

    2012년 재집권 이후 약 8년간 역대 최장기 집권 기록을 써 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자민당 총재)가 14일 무대 저편으로 물러난다. ‘수정주의 역사관과 우경화’, ‘총리관저 중심의 1강 독재’, ‘아베노믹스와 장기 불황 탈출’, ‘역대 최악의 한일 관계’ 등 지난 시대의 명암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일본 내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 진보 진영 학자인 야마구치 지로(62) 호세이대 법학부 교수를 지난 11일 도쿄도 내 호텔에서 만나 아베 시대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들어 봤다. 그는 “지난 8년의 아베 집권기는 일본 사회가 근거 없는 자기만족의 환상에 빠져 엄혹한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했던 시간이었다”고 규정했다. 한일 관계의 악화는 이 과정에서 아베 정권에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했다.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이 가능했던 주된 요인이 무엇인가.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 등 환경이 두루 아베 총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재임 동안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가속화되면서 젊은 세대의 취업 여건이 이전보다 크게 좋아진 게 대표적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중국의 세력 확장 등 주변국 정세의 긴장이 고조된 것도 매파인 아베 총리에게 ‘외교안보에 강하다’는 이미지를 형성해 줬다. 야당 분열도 아베 정권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도록 만들었다.” -‘아베노믹스’의 성과는 어떻게 평가하나. “금융완화는 ‘엔저’(엔화가치 하락)를 유발해 수출 기업에 큰 도움이 됐고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경기 회복의 온기가 부유층과 대기업에만 편중됐고 일반 국민에게는 제대로 가지 않았다.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해 불공평과 격차가 한층 확대됐다.” -아베 총리가 사임하게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그가 밝힌 궤양성 대장염은 단지 구실에 불과할지 모른다. 객관적으로 분명한 사실은 아베 총리가 완전히 막다른 길에 몰려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소비세 증세로 경기 악화를 부추겼고, 올해 코로나19 사태에서도 한·중·일·대만 등 동아시아 4개국 중 대응을 가장 잘못했다. 지난 4월 이후 30% 정도의 역대 최저 지지율이 고착화됐던 것은 국민들의 정권에 대한 총체적 불신의 반영이다.” -총리관저의 관료 인사권 장악이 많은 부작용을 낳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고위 관료 인사에 정치 권력자가 관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집권이 장기화하는 과정에서 정권에 대한 충성도가 인사의 척도가 된 게 문제였다.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정책 방향에 의문을 제기하는 관료들이 좌천되거나 찬밥 대우를 받는 상황이 이어졌다. 행정과 관련된 과도한 정치적 통제는 모리토모 학원에 대한 국유지 헐값 매각, 가케 학원에 대한 수의학과 특혜 인가 등으로 이어졌다. 공적인 권력의 사물화였다. 잘못된 정책 방향이나 결정에 대한 관료들의 비판이나 내부 고발이 일어나지 않게 됐다. 행정의 공평함과 공정함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모리토모 특혜와 같은 권력형 비리 의혹에 일본 국민들이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 아닌가. “이 부분이 한국과 일본의 매우 큰 차이다. 한국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때 권력의 사물화가 나타나자 국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정권을 퇴진시켰다. 그러나 일본에는 국민의 무기력이랄까 무관심이 팽배해 있다. 아베 정권의 문제가 드러나도 일시적으로는 지지율이 내려가지만 곧 회복되곤 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제 일본은 아시아 민주주의의 선두주자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하나의 거대한 ‘환상’이 일본 사회에 확산된 결과라고 본다. 일본 내각부가 매년 실시하는 사회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2010년대 들어 큰 변화가 나타난다. 사회현상에 대한 만족도가 2010년대 전반기부터 급격히 상승한다. 자연환경, 양질의 치안 등 긍정적인 부분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지고 재정 악화, 격차 확대 등 부정적인 요소에 대한 인식은 약해진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이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본다. 거대한 재앙을 경험하면서 ‘살아 있는 것만으로 다행이다’,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족하다’는 현상 만족감이 강해진 것이다.” -일본의 상황이 계속 나빠지는 데도 원인이 있다고 보이는데. “그렇다. 성장이 정체되고 인구도 줄면서 국가의 쇠약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런 현실 인식으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근거 없는 만족감, 자존감, 자기 긍정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정신적 도핑(약물 투여)이라고 할까. 그러나 이는 악화되는 현실에 대한 불감증을 낳는다. 코로나19 대책도 그러다가 결국 한국, 중국에 뒤처지게 된 것 아닌가. ‘여기가 문제다’, ‘이 부분에서 실패했다’는 비판적 논의를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큰 문제다. 문제점을 직시해 대책을 세우고, 이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켜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약화된 게 오늘날 일본 사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아베 장기 집권에 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아베 정권은 때마침 국민들의 의식 변화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출범했다. 정권 안정에 엄청난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이 과정에서 아베 정권은 ‘일본은 여전히 아시아의 강대국’이라는 근거 없는 자존감을 국민들에게 심으며 내셔널리즘을 자극하는 수법을 썼다. 한일 관계 악화는 그로 인한 결과다.” -수정주의 역사관의 확산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을 듯하다. “사회당의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전후 50주년인 1995년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해 반성과 사과의 뜻을 밝히는 담화를 낸 것은 연립여당이었던 자민당의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당시는 모두 전쟁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었다. 보수이건 진보이건 ‘과거 일본이 일으킨 전쟁은 잘못된 것이었다’, ‘아시아 사람들에게 심대한 피해를 입힌 책임이 있다’와 같은 인식들이 있었다. 하지만 전후 75년이 지난 현재 자민당 정치가들의 지적 수준은 크게 낮아졌다.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다. 최근 우익 작가들의 저열한 역사수정주의 책들이 잘 팔리고 있는 것도 일본 사회의 이런 분위기를 대변한다. 조작된 얘기를 역사인 듯 말하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일본 문화의 열화가 초래되고 있다. 이를 촉진한 대표적 인물이 아베 총리였다.” -한일 간 첨예한 과거사 이슈인 ‘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등 2개의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나. “둘 다 직접 피해를 본 당사자들이 노령화돼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현실적인 해결책은 정치적 타협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기금을 만들어 보상한다는지 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보상에 나서는 것이 최상이겠지만 그것은 이상적인 바람이다. 현재 일본 국내 상황을 볼 때 불가능하다. 정치적인 해결의 유연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총리직을 이어받게 되면서 아베 정권에 대한 반성은 불가능해 보인다. “스가 장관은 관료들을 조종하고 언론을 통제하며 아베 정권의 기둥 역할을 해 왔다. 지난 정권에 대한 반성은 불가능하고 폐해도 바로잡히지 않을 것이다. 다만 스가 정권은 코로나19와 경제 위기 지속 등으로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일 것이다.” -역사수정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나. “아베 정권만큼 내셔널리즘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스가 장관은 최소한 야스쿠니신사(A급 전범 합사)에 갈 성향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 사이에서 수정주의 역사관에 기초한 내셔널리즘은 계속 확산될 것이다. 이미 종전 75주년이 지난 가운데 전쟁의 기억은 앞으로 점점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글 사진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야마구치 교수는 1958년 오카야마현 출생. 도쿄대 법학부 졸업.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원, 홋카이도대 교수 등을 거쳐 호세이대 법학부 교수(정치학)로 재직 중이다. 아베 신조 정권의 우경화·독재화에 맞서 이론적 비판은 물론 다양한 현장 활동도 펼쳐 왔다.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 때 ‘한국은 적(敵)인가’라는 제목의 지식인 공동성명을 주도하기도 했다.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총체적 난국에 빠진 중국 반도체 산업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총체적 난국에 빠진 중국 반도체 산업

    미국의 공격은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데다 자금줄은 끊기고 반도체 기술력 자체도 변변찮으니…. 총체적 난국에 빠진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현주소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에 이어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상징‘으로 불리는 중신궈지지청뎬루(中芯國際集成電路·SMIC)를 블랙리스트(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려 반도체 기술·장비 공급을 차단하는 방안을 공식 추진 중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지난 6일 보도했다. 미 국방부 소식통들은 “SMIC와 중국 인민해방군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다른 정부기관들과 협력해 SMIC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제재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SMIC가 중국 국방사업에 관여하고 있다고 미 정부가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기업들이 SMIC에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장비나 부품을 팔 때 미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화웨이를 비롯해 통신장비업체 중싱(中興)통신(ZTE)과 이들 기업의 계열사 등 275개 이상 중국 기업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화웨이뿐 아니라 SMIC에 대한 수출 길도 사실상 봉쇄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2000년 설립된 SMIC는 화웨이와 더불어 중국 반도체 자급화 계획에서 양대축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4.5%(3분기 추정치)로 세계 5위를 차지하고 있다. SMIC보다 먼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세계 1위를 다투는 스마트폰 업체이면서 중국 최대 팹리스(반도체설계) 업체인 하이쓰(海思)반도체(Hisilicon)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SMI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지티뎬루(臺灣積體電路公司·TSMC)가 하이쓰가 발주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고 있었는데, 미국의 추가 제재로 더 이상 납품을 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SMIC가 하이쓰의 생산주문을 소화할 수 있다면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무력화될 수 있겠지만, SMIC의 현 기술력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 SMIC는 지난해말에야 겨우 14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 양산에 들어갔다. TSMC는 7㎚ 제품을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더욱이 TSMC 올 하반기에 5㎚ 공정 양산에 진입하는 등 기술 수준이 한참 앞서 가고 있다. SMIC와 TSMC간에는 3~5년의 기술격차가 존재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5~10년을 바라보고 SMIC를 집중 육성하고 있는데, 미국은 아예 SMIC가 싹도 틔우기 전에 고사시키겠다는 심산이다. 미국의 SMIC 제재가 현실화하면 SMIC가 화웨이에 시스템반도체를 납품하는 만큼 미국의 제재는 화웨이에 추가적으로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SMIC가 활용하고 있는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램리서치 등의 공정 장비, 부품 수급도 사실상 막히게 된다. 중국이 추진 중인 첨단 반도체 육성 전략이 벼랑 끝으로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정부는 화웨이가 반도체 생산을 맡겨오던 TSMC와의 관계가 끊긴 데 이어 그 대안으로 SMIC를 육성하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SMIC를 ‘마지막 보루’로 두고 집중 투자를 통해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이런 와중에 중국 정부가 1300억 위안(약 22조 5000억원) 가까이 쏟아부은 반도체 개발 프로젝트에 제동이 걸렸다. 우한(武漢)시 둥시후(東西湖)구 정부는 지난달 공개한 관내 경제 투자 현황 보고서에서 “우한훙신(武漢弘芯)반도체(HSMC) 프로젝트에 대규모 자금 부족 문제가 존재한다”며 “언제든 자금이 끊어져 프로젝트가 멈출 위험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해당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현지 정부의 이 같은 ‘고백’은 HSMC가 사실상 회생 불능의 상태에 빠져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방정부 관료들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재정난에 아랑곳없이 경쟁적으로 대규모 반도체 사업을 추진하면서 빚어진 비극인 셈이다. HSMC는 7㎚ 이하 첨단 미세공정이 적용된 시스템 반도체를 제작을 목표로 2017년 후베이(湖北)성 우한에서 설립됐다. 우한시 중대 프로젝트로 지정된 이 회사에 투자된 자금은 1280억 위안(약 22조원)에 이른다. HSMC는 대만 TSMC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이던 장상이(蔣尙義)를 영입해 주목을 받았다. 이 덕분에 2019년 말까지 중국 정부 등에서 투자금 153억 위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HSMC는 “우한 산업 단지에 14㎚와 7㎚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웨이퍼 기준 연간 6만장을 생산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체 중 7㎚ 양산이 가능한 곳은 삼성전자와 TSMC밖에 없는데, 신생 기업이 이런 기술 격차를 뛰어넘겠다고 ‘호기’(豪氣)를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HSMC 문제는 지난 1월 공장 건설 대금을 지불하지 못해 소송에 휘말리면서부터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에서 유일하게 7㎚급 공정에 쓰이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도입해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 장비는 은행에 압류된 상태다. HSMC를 세운 창업자 리쉐옌과 회사 설립에 관여한 인사들의 행방도 오리무중이고, 회사 홈페이지도 열리지 않는 상태다. 중국 기술전문 매체 콰이커지(快科技)는 ‘우리 반도체 업계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HSMC의 위기 소식을 전하면서 “수십 년 전 가장 어려운 시기 과학자들은 주판에 의지해서 원자폭탄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이 작은 반도체를 진정으로 만들지 못하는 것인가“라고 한탄하기도 했다.현재 중국 전역에서 50개 대규모 반도체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총투자비만 무려 2430억 달러(약 289조원)에 이른다. 여기에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289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새로 조성해 지원하고 있다. 2014년에 이어 두번째 조성되는 반도체 펀드다. 이 펀드에는 중국개발은행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업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주요 투자주체인 중국 지방정부들의 재정난이 한계에 달해 자금조달이 어려운 데다 선진국 업체들과 기술격차가 크고 치밀한 계획보다 최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이 사업 추진의 목적이 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중국 남부 해안도시 푸젠(福建)성 샤먼(廈門)과 가장 가난한 성(省) 가운데 하나인 구이저우(貴州)성도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재원 낭비와 임금 인상이라는 부작용만 낳았다. 반도체 선진국들과의 기술 격차도 여전히 크다. 중국 칭화(淸華)대의 사업 부문인 쯔광그룹(紫光集團·Tsinghua Unigroup)의 자회사 창장춘추(長江存儲科技公司·YMTC)가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가 74%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창장춘추는 중국 반도체 기업 중 전망이 밝은 업체로 꼽히지만, 선진국 플래시 메모리 업체들에 비하면 기술력에서 반세대나 뒤진 것으로 평가된다. 창장춘추는 D램 기술에 대해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 주도자로 성장하기 위해 10년 간 8000억 위안이라는 천문학적 돈을 퍼부을 계획이다. 이 중 상당수 자금이 설비 투자 못지않게 첨단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 인력 확보에 쓰일 것이라는 게 반도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하지만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기업의 기술 국산화율은 2010년 8.5%에서 지난해 15.4%로 상승하는데 그쳤다. 다른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력 수준이 너무 열악해 내세울 만한 곳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의 지난해 반도체 무역적자는 2280억 달러 규모로 10년 전의 2배로 확대됐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서울광장] ‘조국흑서’가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김성수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조국흑서’가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김성수 편집국 부국장

    “정부를 비난하거나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에 한 얘기다. 교회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이 말에 일부 참석자들의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당시 행사의 분위기로 보면 정색하고 한 말은 아닌 것 같다. 굳이 의미 부여를 한다면 대통령을 비난하는 정도는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인정해 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렇다고 앞으로는 대통령 욕을 했다고 법으로 처벌받고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순진하게 생각한다면 그건 전적으로 별개의 문제다. 과거 독재 정권 시절에는 대통령 욕을 하면 곧바로 잡혀 가는 것으로 다들 알았다. 이른바 국가원수모독죄다. 그런데 원래 그런 이름의 법은 없었다. 박정희의 유신 시절인 1975년 만든 국가모독죄를 흔히 이렇게 잘못 불렀다. 국가모독죄는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외국에 사는 한국인이 정권을 비판하는 것 등을 막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위반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형을 내릴 수 있었다. 논란이 많았던 이 법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거친 뒤 1988년 12월에 폐지됐다. 국가모독죄는 없어졌지만 정권을 비판하면 경범죄처벌법 등 이런저런 다른 법으로 처벌을 받는 일은 여전하다. 문재인 정부도 다르지 않다. 지난 6월엔 단국대 천안캠퍼스에 들어가 문 대통령을 비방하는 대자보를 붙인 20대 청년이 건조물 침입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도 비슷한 일은 빈번했다. 욕을 해서 기분이 풀렸는지, 아니면 또 실제로 뭐가 달라졌는지는 모르지만 대통령은 언제나 일이 터지면 제일 먼저 욕을 먹는다. 임기 말로 갈수록 심해진다. ‘귀태’니 ‘쥐박이’니 ‘이메가’(2MB)니 하는 욕설도 이때쯤 나왔던 것 같다. 밑도 끝도 없는 인신공격성 욕설도 난무한다. 하지만 비난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 ‘팩폭’(팩트폭력)이라야 주장에 힘이 실린다. 최근 화제가 된 ‘시무(時務)7조’가 그렇다. 원색적인 욕설은 다 뺐다. 대신 점잖게 상소(上疏)문 형식으로 정부의 실정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풍자와 해학으로 점철됐지만 할 말은 다한다. “다주택자는 적폐이니 집값 안정을 위해 빼앗고/1주택자는 그냥 두기 아쉬우니 공시가를 올려 빼앗고/임대사업자는 토사구팽하여 법을 소급해 빼앗고/한평생 고을을 지킨 노인은 고가주택에 기거한다 하여 빼앗으니….” “어느 대신(장관)은 집값이 11억이 오른 곳이 허다하거늘/현 시세 11프로가 올랐다는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으며….”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라고 손을 든 사람만 40만명이 넘었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 말고도 문재인 정부는 이미 잇단 실정으로 넘치도록 비난을 받았다. ‘불행은 홀로 오지 않는다’는 말처럼 악재가 잇따르며 최근엔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 반짝했던 긴급재난지원금의 약효가 떨어지면서 경기는 다시 침체 국면으로 돌아섰다. 8월 중순부터는 코로나가 재확산되며 나라 전체가 ‘올스톱’될 위기다.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이미 폐업했거나 아니면 간신히 목숨만 부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사 파업까지 맞물리면서 국민들은 하루하루를 가슴 조이며 살고 있다. 파업 타결이 절박한데 엊그제 대통령은 의사와 간호사를 ‘편가르기’하는 것으로 오해할 만한 글을 인터넷에 올려 비난을 자초했다.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 얼마나 힘들고 어렵겠냐. 의료진이라고 표현되었지만 대부분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간호사를 격려하는 말이지만 우회적으로 의사들을 비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하루 만에 3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대통령이 직접 쓴 글이 맞나.” “해킹당한 것 아니냐.” “간호사지만 신중하지 못한 편가르기 언행은 실망스럽다.” 진의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편 네 편’ 가리지 않고 함께 가겠다던 3년 전 약속과는 너무 다르다. 애먼 국민들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톡톡히 경험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이름으로 나온 책인 이른바 ‘조국흑서’는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고 한다. 출간된 지 일주일 만에 10쇄를 찍으며 적어도 3만권 이상이 팔렸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정반대 시각에서 쓴 ‘조국백서’와는 판매량에서 현격한 차이가 난다. 왜 그럴까. 별 생각 없이 최근 몇 달 사이 나라 안에서 벌어진 일들만 되짚어 봐도 쉽게 답을 알 수 있는 일이다. ss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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