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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혜리기자의 프렌치 리포트] (1) 관용의 나라에 관용이 없다

    [함혜리기자의 프렌치 리포트] (1) 관용의 나라에 관용이 없다

    지금부터 약 1년 전의 일이다. 전 세계 언론은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요·방화사태를 연일 대서특필했다. 신문·방송만 보고 있으면 마치 프랑스가 내전상태에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지난해 10월27일 파리 북부 교외의 클리시-수-부아에서 10대 무슬림 소년 2명이 경찰의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감전사하면서 촉발된 소요사태 1주년을 앞두고 프랑스에서는 다시 대규모 폭력 사태가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엄청난 물적·인적 피해를 안겼던 지난 해의 소요사태를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그동안 프랑스에 대해 갖고 있었던 고정관념(혹은 이미지)과 진실(혹은 현실) 간의 괴리가 얼마나 컸는지를 실감했다. 프랑스는 여행 가이드북에 소개된 대로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것으로만 가득한 나라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당장에 거꾸러질 나라는 물론 아니다. 유구한 역사와 함께 전국에는 문화유산이 넘쳐나고 드넓은 국토는 아름답고 기름지다. 오랜 세월 다양하고 깊이있는 문화와 예술을 향유한 나라답게 프랑스인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식견과 이를 국부(國富)로 가꿔 나가는 노하우는 놀랍다. 지난 3년간 파리특파원 생활의 체험을 바탕으로 프랑스에 대한 거짓과 진실을 파헤쳐 본다. 프랑스에 대해 아주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 책 가운데 하나가 홍세화씨의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다.90년대 중반에 발간된 이 책은 한국에 돌아올 수 없는 처지였던 저자가 프랑스에 정치적 망명을 하고, 호구지책으로 택시운전사를 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적었는데, 특히 프랑스가 오래 전부터 중시해 온 관용(톨레랑스) 정신을 부각시켜 화제가 됐었다. 이 책은 프랑스를 사회 저변에 다양성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뿌리내리고 있는 관용의 사회로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프랑스에서 살면서 내린 결론은 ‘프랑스에는 더 이상 톨레랑스가 없다.’는 것이다. ●톨레랑스 ‘제로’! 프랑스의 치안총책인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범죄와의 전쟁을 논할 때마다 “톨레랑스 제로”라고 강조한다. 모든 범죄를 단호하게 다스리겠다는 뜻이지만 이 말을 접하면서 한치의 관용이나 아량도 기대할 수 없는 살벌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섬뜩함이 느껴졌었다. 물론 톨레랑스가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겠지만 의미는 확실히 퇴색했다.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 자국 보호주의가 심화되는가 하면 인본주의, 인도주의를 제일로 치던 가치관도 바뀌고 있다. 특히 각종 사회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외국인들을 기피하는 경향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실업률이 10%에 육박하고, 물가가 올라서 하루 먹고 살기 힘든데다, 범죄와 폭력이 난무하는데 톨레랑스는 너무 한가한 얘기라는 거다. 역사적으로 프랑스에서 관용이 명문화된 것은 1598년 앙리 4세가 선포한 낭트칙령에서다. 다음 세기 접어들어 식민지 시대가 개막되면서 프랑스는 미개한 인류에 대한 ‘문명화(文明化)의 사명’을 내세우며 그들 나름의 관용정책을 확대시켰다. 민주주의가 태동한 나라는 아니지만 인본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관용정책과 함께 민주주의를 꽃피운 나라는 프랑스다. 법보다 인간이 앞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프랑스 땅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불법 입국자라도 현행범이 아니면 이들을 추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지난해 11월 소요사태 이후 사르코지 장관은 불법 체류자들을 색출해 강제추방하겠다고 공언하고 공화국에 적합한 사람들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의 새 이민법을 추진했다. 프랑스인들도 대부분 정부의 이런 강경한 태도를 지지하고 있다. ●관용정책의 딜레마 식민지 시대가 종식되면서 북아프리카의 알제리, 모로코를 비롯해 아프리가 흑인, 베트남인들은 ‘자유·평등·박애의 나라’ 프랑스로 몰려들었다. 이들을 프랑스는 관용의 정신으로 받아들였다. 정치적 망명자에 대해서는 더욱 관대했다. 문제는 이민자들을 프랑스 사회에 통합시키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프랑스는 지난 해 가을의 소요사태와 같은 뼈아픈 매를 맞아야 했다. 프랑스 정부를 더욱 골치 아프게 하는 것은 밀려드는 불법이민자들이다. 프랑스엔 현재 20만∼40만명의 불법 이민자가 존재한다. 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화재 등 각종 재난에 노출돼 있다. 불법이민자들이지만 프랑스에서 사고를 당하면 책임은 정부에 떠넘겨진다.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 상황은 더욱 드라마틱해진다. 프랑스 정부는 불법 이민자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갈 여비까지 제공하며 불법이민자 청소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인권단체와 사회당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프랑스 전역의 무슬림(이슬람교도) 수는 전체 인구의 10%에 가까운 500만명을 헤아린다. 이는 유럽 국가 중에서 최대 규모다.10명 중 1명은 무슬림이라는 얘기인데, 실상은 이보다 더하다. 무슬림들이 모여사는 파리 북부지역이나 교외지역에 가보면 10명 중 1명이 프랑스인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대낮에도 날치기, 도난, 차량방화, 폭행 등 각종 범죄가 기승을 부리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가지 않는다. 일부 지역은 경찰들도 근무를 기피할 정도다. 경찰 전문가들에 따르면 파리교외 이민자 밀집 지역의 범죄는 더욱 조직적이고 정도도 심해지고 있다. ●심화되는 인종차별주의 지난해 프랑스 소요사태는 이민자들에 대한 사회통합 정책이 실패한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사회에 팽배한 인종차별주의다. 프랑스 사회에서는 경제적·사회적 위기가 심화되면서 관용이 점점 사라지는 반면 인종차별주의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프랑스가 사회주의의 본산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실제로 프랑스인들의 인식은 갈수록 우향우의 경향을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이폽(IFOP) 조사 결과 프랑스인 10명 중 4명 정도는 “극우파의 정책이 프랑스 사람들의 관심사에 가깝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극우파인 국민전선(FN)의 장마리 르펜 당수는 이민을 반대하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수차례 벌금형을 받았던 인물이다. 프랑스에서는 드러내 놓고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다. 프랑스인들은 인종차별주의자로 불리기를 원치 않으며 1972년 이후로 인종차별은 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 행위가 됐다. 그러나 겉으로는 인도주의와 인본주의를 외치지만 속으로는 엄연히 인종차별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특히 일본이나 미국 등 부자 나라 사람들에게는 관대하지만 동남아, 아프리카 등 가난한 제 3세계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중성을 보인다. 프랑스는 주택문제가 무척 심각한데 아프리카 사람들은 집을 계약하기가 무척 힘들다. 복덕방은 이들에게 아예 기회를 주지 않는다. 정해진 거주지가 없으면 이 나라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아랍식 이름을 갖고 있으면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다. 이민자 가정의 자녀들은 프랑스의 공립학교에서 프랑스식 교육을 받는다. 라 마르세즈(프랑스 국가)를 부르고 프랑스어를 프랑스인처럼 구사하지만 이들은 자신을 프랑스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에서는 엄연하게 인종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lotus@seoul.co.kr
  • 노대통령, 美 재무장관 접견

    한·미 정상회담 전날인 13일 잡혀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 접견 일정이 주목된다. 폴슨 장관은 미 행정부에서 북한의 불법행위로 인한 금융거래를 차단하는 총책임자다. 예방 요청을 한 것은 미국측. 지난해 11월 경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위폐제조·돈세탁 문제를 놓고 설전까지 한 상황을 돌이키면 배경이 짐작된다. 당시 노 대통령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동결 등에 대한 조치완화를 요청했고, 부시 대통령은 “위폐 제조는 전쟁행위다.”며 얼굴을 붉혔다고 한다. 따라서 미측은 차제에 핵심 각료가 나서 ‘방어적 차원의 법집행’이란 입장을 노 대통령에게 성의껏 설명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측 입장에선 ‘정확한 상황인식’을 위한 브리핑인 셈. 노 대통령도 ‘할 말’을 할 것 같다. 대북 정책을 놓고 한·미간 유례없는 ‘긴장감’이 확산되는 가운네 이번 만남의 성과 여부가 주목된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바다’ 수사책임자 사표반려

    바다이야기 등 전국의 사행성 게임 수사를 총책임지고 있는 경대수(48·사시 21회)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이 7일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지만 정상명 검찰총장이 반려했다. 경 부장은 병가로 당분간 쉬고 마약조직범죄 업무는 당분간 이복태 형사부장이 겸직할 계획이다. 경 부장은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에 평생 몸담아 오던 검찰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면서 “검찰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누린 혜택과 은혜를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잊지 않겠다. 비록 검찰을 떠나지만 항상 검찰인으로 남겠다는 각오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표가 반려된 뒤 그는 해당글을 바로 삭제했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사행성 게임장, 불법 카지노 단속 등을 담당하는 등 격무에 시달려온 데다 최근 바다이야기 사건 등으로 건강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여권·수능성적표등 12만~250만원 국제 위조단 검거

    동남아시아에 본거지를 두고 인터넷 카페를 통해 토익 및 수능성적표·운전면허증 등 각종 공·사문서를 위조해 거래한 태국인 위조책과 국내 알선책, 이들로부터 위조서류를 구입해 사용한 공무원과 군인·학생 등 281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남경찰청은 16일 이들 가운데 알선책 김모(31)씨와 이모(32·여)씨를 공문서 위조혐의로, 위조된 운전면허증을 활용해 중국에서 마약을 국내로 밀반입한 최모(27)씨를 외환거래법 및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서류위조를 의뢰한 278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위조책인 태국인 A(31)는 수사내용을 통보받은 태국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인터넷을 통해 의뢰자의 부탁을 받고 A에게 위조를 알선, 건당 12만∼250만원씩 받고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위조서류는 주문후 이틀만에 의뢰자에게 택배로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조서류 의뢰자들은 여권과 대학졸업장을 비롯, 건설공사 도급계약서 등 30개 종류의 가짜 공·사문서를 만들어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군인 장모(42)씨는 진급 때 유리하도록 장인 명의의 국가유공자확인원을 위조했고, 최모(27)씨는 마약거래 때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타인의 운전면허증을 위조했다. 또 임모(49·공무원)씨는 토익성적표를 위조했으며, 유모(21·재수생)씨는 대학 입학에 사용하기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위조해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위조서류를 제출했으나 승진, 입학 등에는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류위조 의뢰자를 직업별로 보면 회사원이 106명으로 가장 많고 무직 85명, 전문직 31명, 학생 26명, 자영업 24명, 공무원 5명, 군인 2명 등이다. 이병석 외사수사대장은 “이번 사건은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각종 공·사문서의 위조범죄가 중국 등 특정지역에서 태국과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중국과 필리핀 등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위조 총책을 검거하기 위해 현재 인터폴 등과 공조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남조선노동당 실체있지만 과장된것”

    1990년대 대표적 간첩사건인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은 실체는 있지만, 과장된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1일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의 조사결과에서 사건의 총책격인 간첩 이선실은 월북한 제주 출신 ‘이화선’이라는 실존 인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체 유무에 대한 의혹이 일었던 중부지역당도 실재했던 조직이다. 황인오, 최호경씨 등이 대외명칭을 ‘민족해방애국전선’(민애전)으로 하는 중부지역당을 결성하고 강원도당으로 ‘조국통일애국전선’(조애전)을 조직했으며, 산하조직으로 ‘95년 위원회’를 재편한 ‘애국동맹’을 뒀다는 사실 등도 재확인됐다. 안기부는 구체적 증거가 불충분함에도 각기 다른 중부지역당·조애전·애국동맹 사건을 기계적으로 결합시켜 남한조선노동당사건이라는 단일 사건으로 부풀려 발표했다는 게 진실위의 판단이다. 간첩단 사건의 조직망이 400명이라고 발표하거나 관련자 62명의 인적사항을 공개함으로써 이들이 모두 간첩으로 인식될 수 있는 개연성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권과 안기부는 처음부터 이 사건을 기획·조작한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 선거라는 중대한 시기에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략적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점에서 엄정한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고문의혹과 관련, 진실위는 여러 형태의 육체적·정신적 가혹행위가 가해졌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지명직 최고위원 권영세·한영 내정

    지명직 최고위원 권영세·한영 내정

    한나라당은 18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주요 당직 인선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당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두 명의 지명직 최고위원에 권영세(재선·서울 영등포을) 의원과 한영(여) 전 최고위원이 내정됐다. 사무총장에는 황우여(3선·인천 연수) 의원, 전략기획본부장엔 김성조(재선·경북 구미갑) 의원, 홍보기획본부장에는 김학송(재선·경남 진해) 의원이 각각 기용될 것으로 전해졌다. 대변인에는 강재섭 신임 대표의 경선캠프에서 홍보총책을 맡았던 나경원(초선·비례) 의원이 확실시되고, 유기준(초선·부산 서구) 의원이 공동대변인을 맡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제1사무부총장에는 이종구(초선·서울 강남갑) 의원이, 제2사무부총장엔 전용학 전 의원이 유력시된다. 여의도연구소장은 임태희(2선·경기 성남분당을) 의원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원내수석부대표에는 이병석(재선·경북 포항북) 의원, 공보담당 원내부대표에는 박찬숙(초선·비례) 의원이 각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姜·李 경선앙금 털어내나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14일 대표 경선과정에서 ‘색깔론’과 ‘대권 주자 대리전’ 공격에 반발, 당무를 거부하고 전남 순천 선암사에 칩거 중인 이재오 최고위원을 전격 방문했다. 강 대표의 방문 면담으로 지난 11일 전당대회에서의 대표 선출 이후 불거진 내홍이 봉합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암사에 도착한 뒤 법당에서 참선 중인 이 최고위원을 ‘이 선배’라고 부르며 “잘 해보자고 한 것이 가슴 아프게 한 것 같다.”며 “다 털어버리고 가고 싶어 이렇게 찾아 왔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비가 오는데 이렇게 왔느냐. 이곳에서 잠시 쉬다 가겠다. 대승적 차원에서 잘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후 두 사람은 이 최고위원이 머무는 방과 사찰을 거닐며 여러가지 얘기를 나누었다.●姜 “오해 잊자”,李 “대승적 차원 생각” 강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 있었던 여러가지 오해와 시기 등은 깨끗이 잊자.”며 “당의 미래를 위해 복귀하셔서 재보궐 선거·수해 대책 등을 위해 함께 전력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이에 이 최고위원은 “여러가지 대승적인 차원에서 잘 생각해 보겠다.”고 응답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선암사 권금용 주지 스님도 ‘화해의 징검다리’를 놓았다. 그는 “부처님께서 두 분이 만나도록 인도한 것 같다.”며 “부처님 뜻 잘 새겨서 두 분이 잘 해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강 대표와 이 최고위원은 태고정 종정 혜초 스님을 만나 “두 분이 힘을 합치면 내년에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니 잘 하기 바란다.”는 덕담도 들었다. 동석한 박재완 비서실장은 “두 사람이 얘기 도중 비가 많이 오자 이 최고위원이 강 대표의 손을 잡고 손수 우산을 들고 비를 막아주는 등 분위기가 화기애애해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전날 밤에도 이 최고위원의 측근인 이군현 의원에게 “이 최고위원과 연락이 닿도록 해달라.”고 부탁하는 등 화해를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강 대표의 방문은 이 최고위원의 반발 등 전당대회 후폭풍을 조기에 수습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이 최고위원과 조율해 당직 인선을 하루 빨리 매듭짓고 어수선한 당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뜻이다. 이 최고위원이 다음주 초 귀경하면 당직 인사는 이르면 18일께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소장·중도개혁파 중용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이번 당직 개편은 ‘친박(親朴·친박근혜)’ 성향의 보수·영남색 비판을 희석시키는 데 비중이 놓일 전망이다. 당 일각에서는 소장·중도개혁 성향의 의원들을 대거 기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 대표도 전날 MBC라디오에 출연,“내 눈으로 봐도 당 지도부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며 “소장파의 대거 등용으로 모자란 부분은 채워주고 지나친 부분은 깎아주겠다.”며 소장파 중용 의사를 밝혔다. 강 대표는 사무총장으로 지역적 안배 등을 고려해 수도권의 젊은 인사를 중용할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래모임 단일후보로 대표 경선에 출마했다 낙선한 권영세 의원에게 사무총장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의원이 고사했지만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관측이다. 또 미래모임 단일후보 선출 과정에서 고배를 마신 임태희 의원, 소장개혁 성향의 수요모임 소속 정병국 의원도 거론된다. 대표가 임명하는 지명직 최고위원 2자리 가운데는 미래모임 소속 남경필 의원의 이름도 나온다. 남 의원측은 “내 길이 아닌 것 같다.”고 고사하고 있다. 남 의원은 황우려, 최병국 의원 등과 함께 사무총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대변인에는 대표경선 과정에서 강 대표의 홍보총책을 맡았던 나경원 의원, 홍보기획본부장에는 부산 출신의 김병호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미래모임은 전날 간사단 회의를 열고 “구색맞추기식 참여가 아니라 세력균형을 맞출 수 있는 참여가 돼야 한다.”고 입장을 모아 조율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당 일각에서 떠도는 ‘패키지 당직 제안설’과 관련 미래모임 소속 의원들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이종수 박지연기자 vielee@seoul.co.kr
  • 단체장 당선자 첫 구속

    경북경찰청은 기초단체장 공천을 받은 대가로 측근을 통해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5000만원을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봉화군수 당선자 김모(50)씨와 금품을 받은 보좌관 정모(46)씨를 구속했다. 5·31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당선자가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당선자 김씨는 지난 4월20일 오전 11시30분 자신의 사촌형 김모(52·구속)씨를 통해 한나라당 지역출신 국회의원 보좌관 정씨에게 “공천되도록 해줘 감사하다.”며 현금 5000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앞서 지난 16일 당선자 김씨와 공모해 돈을 건넨 혐의로 사촌형 김씨를 구속했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이원심 판사는 이날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발부, 경찰은 김 당선자를 안동경찰서 유치장에 수감했다. 그러나 김 당선자는 영장실질심사에서 “경찰이 문제삼는 돈은 사촌형이 정씨에게 사업상 빌려준 것”이라며 혐의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달 봉화군수 선거와 관련, 면·이 책임자 등에게 4850만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김 당선자의 선거총책 박모(46)씨 등 15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자금출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 당선자의 혐의를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중기청 정책홍보본부장 서승원씨

    중소기업청의 파격인사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중기청은 25일 정책홍보관리본부장에 서승원(42·행시 31회) 혁신인사기획관을 승진 임명했다. 지난 연말 부이사관으로 승진한 뒤 5개월 만에 혁신·인사·예산·국회 등 조직운영 및 관리 총책으로 떠올랐다. 서 본부장은 행정자치부와 국가청렴위원회로부터 중기청을 최우수 기관으로 평가받도록 했는가 하면 90여명의 석·박사급 특채를 주도하는 등 업무수행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skpark@seoul.co.kr
  • [줄기세포 수사결과 발표] 군대식 위계·성과 압박·사익 추구 결국 ‘몰락’으로

    [줄기세포 수사결과 발표] 군대식 위계·성과 압박·사익 추구 결국 ‘몰락’으로

    김선종 연구원이 황우석 교수팀이 갖고 있던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12개를 섞어심기는 했지만, 연구 총책임자인 황 박사는 MBC PD수첩의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이 사실을 눈치챘다. 오히려 황 박사는 줄기세포 2개를 수립하는 데 성공했다며 직접 논문 조작을 하거나 지시했다. 논문 조작에는 열성적이었던 데 반해 관련 데이터를 챙기는 데 소홀했던 황 박사는 줄기세포 조작 사태를 방지할 기회를 번번이 놓친 셈이다. 김 연구원이 줄기세포 섞어심기를 감행한 이면에는 황 박사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다. 소심한 성격의 김 연구원이 섞어심기에 나선 가장 큰 이유를 황 박사의 종용에서 찾을 수도 있다. 생명공학자들은 연구내용과 역할, 가설 등을 공유하는 일반 연구실과 달리 황 교수팀의 연구실이 군대적인 위계질서가 강한 분위기였다고 증언한다. 매일 오전 6시에 나와 계대배양 업무를 하고 줄기세포를 관찰하는 것 자체가 웬만한 ‘군기’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수사 발표문 곳곳에서도 연구팀 내에서 황 박사가 가졌던 권위가 엿보인다.2004년 사이언스 논문부터 당시 데이터 조작을 지시하면 항변 한마디 없이 실행하는 연구원의 모습에서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총체적 조작이라는 대형사고 가능성이 배태되고 있었던 셈이다. 복제 전문가지만 줄기세포 배양에는 문외한이나 다름 없었던 황 박사가 연구와 데이터 정리를 주도하며, 곳곳에서 조작의 여지가 생겨난 것이다. 교수 3명을 제외하고는 박사후 연구원 하나 없는 연구실이기에 조작이 가능했을 수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권위적인 분위기에서 연구원들은 황 교수팀 연구에 전념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개인적 이익 추구를 위해 매진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 연구원이 미국 유학을 위해 상습적으로 섞어심기에 나선 것이 좋은 예이다.2005년 논문 7번째 공저자인 김 연구원은 논문 공저자 순위를 매기는 시점을 앞두고 집중적으로 섞어심기를 통해 자신의 ‘자질’을 드러내려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강연 등에서 발표한 황 박사의 미래 청사진도 연구원들을 옥죄는 요인이 됐다. 검찰은 황 박사가 올해 말까지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임상실험을 하는 로드맵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황 박사는 또 미국 시장에 진출할 꿈을 갖고 미국 시민권자의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NT4) 수립에 유독 관심을 쏟아, 김 연구원에게 오염사고로 죽은 NT4번을 복제하라고 채근하기도 했다. 최신 학문을 다루는 연구실에 맞지 않는 비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이 연구원들의 일탈과 도덕적 해이를 부른 것이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日에 ‘한국 휴대전화 문화’ 알린다

    日에 ‘한국 휴대전화 문화’ 알린다

    팬택계열의 홍보 총책임자인 장상인(56) 전무가 일본에서 ‘한국 휴대전화 문화’를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하게 돼 화제다. 장 전무는 12일 일본 후쿠오카의 한ㆍ일 문화교류단체 ‘하카다(博多)회’의 초청으로 ‘팬택계열의 일본 진출 의미와 한류(韓流)와 일류(日流)의 현장이야기’를 주제로 특강을 한다. 팬택계열은 한국 휴대전화 제조업계 최초로 지난해 일본 2위 이동통신사업체인 KDDI와 손잡고 일본 휴대전화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89년 결성된 하카다회는 한국과 일본의 관광문화 교류를 통해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단체다. 언론인을 중심으로 기업인, 교수, 공무원이 회원이다.‘일본통´인 그는 “강연에서 ‘기업의 이미지는 곧 그 기업이 속한 국가의 이미지’라는 점을 강조하며 ‘IT 한류’로 연결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프로야구 2개구단 창단이 목표”

    “프로야구 2개구단 창단이 목표”

    방송 해설자인 하일성(57)씨가 프로야구의 실무 총책임자로 선출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8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8개구단 사장단 이사회를 열고 지난달 사퇴한 이상국 전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하일성 전 KBS 해설위원을 제11대 사무총장으로 선임했다. 하 신임 총장은 오는 2009년 3월까지 프로야구 실무를 총괄한다. 성동고와 경희대에서 야구선수로 활동한 하일성 신임 사무총장은 선수시절 뚜렷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방송해설자로 오랜기간 야구계에서 입지를 다졌다. 환일고에서 교사생활을 하던 중 1979년 TBC에서 처음 방송 마이크를 잡은 그는 1981년 방송사의 KBS 통합을 거쳐 올해까지 28년간 대표적인 해설자로 활약했다. 경기인 출신으로는 이용일(1981년 12월∼91년 2월)씨와 박종환(1996년 1월∼1998년 3월)씨에 이어 세 번째다. 하 신임 총장은 “경기인 출신도 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가장 부담스럽다.”면서도 “야구장 현대화와 2개 구단 창단, 동호인 야구 활성화 등에 주력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그는 “솔직히 행정업무를 한번 해보고 싶었다.”고 속내를 밝힌 뒤 “만약 내가 실패하면 모든 경기인들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다.”며 남다른 각오를 내비쳤다. 하 총장은 KBO 조직개편에 대해서는 “소문은 많지만 조직 개편은 없을 것이다.”며 “다만 기술위원회와 기획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이 있는데 이 부분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정몽구회장 사전영장] 오늘 영장심사 법원의 선택은

    [정몽구회장 사전영장] 오늘 영장심사 법원의 선택은

    2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영장실질심사에서는 검찰과 변호인의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정 회장에게는 구속을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증거를 없애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을 때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 검찰은 우선 정 회장이 비자금 조성으로 현대차에 끼친 손해가 막대해 엄단할 필요성이 있고 현대차의 경영체제 등을 고려했을 때 총책임자인 정 회장을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정 회장이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점도 검찰에는 구속해야 할 사유에 포함된다. 정 회장이 구속되지 않고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 비자금 조성 등에 관여한 임직원들과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진술을 맞추고 증거를 조작하거나 없앨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정 회장 측은 정 회장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 구속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 회장 측은 정 회장이 수사기간에 미국과 중국을 방문한 뒤 예정대로 귀국해 검찰에 스스로 나와 조사를 받았고 국내 재계서열 2위의 대표적인 기업인이라는 점에서 정 회장이 수사를 피해 도주할 우려는 없다고 주장한다. 또 검찰이 이미 수사 초기부터 현대차와 글로비스, 오토넷 등을 여러 차례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고 관련자들의 조사까지 마친 상태에서 정 회장이 증거를 없애거나 조작할 수 없다는 게 변호인의 주장이다. 아울러 범죄에 대한 처벌은 재판을 통해 이루어져야지 검찰 수사단계에서 처벌 명목으로 구속돼서는 안 된다고 맞설 예정이다. 또 정 회장 유고로 현대차 기업경영이 어려워진다는 주장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변호인들 간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과연 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월 구속영장 사무처리 기준을 공개한 바 있다. 처리기준에 따르면 법원은 실형이 예상될 경우 구속영장을 발부하도록 했지만 한편으로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재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돈 219억여원을 빼돌려 구속기소된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된 것을 감안하면 비자금 규모가 1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정 회장의 선고형량도 무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이 현대차 비자금 14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청구했던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의 구속영장을 “범죄 사실에 대한 검찰의 소명과 증거가 부족하고 당사자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기각한 바 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세계대학 경쟁력 탐사보고서-명문대 교육혁명] (2) 영국 옥스포드·케임브리지대

    [세계대학 경쟁력 탐사보고서-명문대 교육혁명] (2) 영국 옥스포드·케임브리지대

    |옥스퍼드·케임브리지 함혜리특파원|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를 사람들은 간단하게 ‘옥스브리지’라고 부른다. 옥스브리지는 섬나라 영국 속의 또 다른 섬과 같은 엘리트 집단으로서 영국 지성계의 양대 축이다. 세계적인 명문으로 전통과 명성을 유지하며 수백년 동안 영국의 ‘인재풀’ 역할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학생, 교수, 연구원 등 옥스브리지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튜터(Tutor) 시스템이라고 하는 개별지도 방식이 그 해답이었다. 두 대학은 실체는 다르지만 공통점이 많다. 수도원을 중심으로 한 중세의 학문적 공동체에서 출발한 두 대학은 모두 보수적인 전통을 중시한다. 수많은 칼리지들이 모여 이뤄진 거대한 대학의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학생들이 모두 기숙생활을 하는 학료(學寮)제도를 택하고 있다. 특히 튜터 시스템은 이들 두 대학이 오래 전부터 유지해 온 특별한 교육시스템이다. 중세의 학문적 공동체를 그 원형으로 삼아 16∼17세기에 발전된 이 교육방식은 빛의 속도로 정보가 오가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두 대학의 교육적 토대가 되고 있다.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의 학생들은 대학(전공)과 각 칼리지의 소속이 된다. 대학에서 일반적인 전공 강의 커리큘럼을 짜고, 강의를 진행한다. 시험도 대학이 주관한다. 반면 개인지도 수업은 각 학생이 속한 칼리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지도교수들을 옥스퍼드에서는 튜터라고 부르고, 케임브리지에서는 슈퍼바이저(Supervisor)라고 부르는 차이는 있으나 소그룹으로 진행되는 지도방식은 같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의 학생들은 재학 중 에세이 위기(essay crisis)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매주 지도교수와 얼굴을 맞대고 수업하는 개별지도 시간을 위해 에세이를 작성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한 탓이다. 학생들은 담당 지도교수를 포함해 학기당 3∼5명의 개인지도가 있다.1주일에 2∼3차례씩 진행되는 개인 수업에서 교수들은 전공 과목의 진도에 맞춰 학생들에게 관련 서적, 논문을 지정해 주고 다음 시간까지 특정 주제에 대해 4∼5쪽 분량의 에세이를 써오도록 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작성한 에세이에 대해 교수에게 왜 이렇게 썼는지,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기존 학설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는지 등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옥스퍼드대의 엘리자베스 팔레스 교육담당 실무 부총장은 “학생들은 일찍부터 전공 분야의 최고 석학들과 그들의 수준높은 학문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구 그룹의 일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튜터 시스템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교육시스템의 핵심”이라며 “교수의 숫자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리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좋은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시키는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1년에 쓰는 에세이는 평균 50편 정도. 이를 제대로 쓰려면 최소 3권의 책과 2편의 전문 저널을 읽어야 한다. 학부 3년 동안 150편의 에세이를 쓰려면 읽어 치워야 하는 책은 전문저널을 포함해 적어도 750권은 넘는다는 얘기가 된다. 옥스퍼드에서 PPE(철학·정치학·경제학)를 전공하는 김진아(21·세인트 힐다스 칼리지)씨는 “한 문제에 대해 완전하게 이해하고 나름대로의 논리를 갖출 때까지 끝없이 질문을 던지고, 함께 토론하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면서 “적당히 준비했다가는 교수들로부터 면전(面前)에서 엄청나게 공격받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이 심하다.”고 토로했다.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의 장하준 교수는 “실력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많이 읽고, 쓰는 훈련을 거듭해야 한다.”면서 “학생들은 죽을 맛이지만 이 수업방식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지식을 쌓게 될 뿐 아니라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방식을 터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앨리슨 리처드 케임브리지 부총장은 “개인에게 집중된 교육시스템은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도록 유도하고, 학문적 질문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의 결론을 도출해 내는 능력을 키워준다.”며 “이런 방식은 경쟁력이 뛰어난 전문직업인이나 유능한 연구인력이 되기 위한 훌륭한 준비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영국의 대학 입시제도는 선(先)지원·후(後)시험 방식이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들 두 대학은 우수한 학생들을 다른 대학보다 먼저 선발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 학생들은 고교졸업을 1년 앞둔 10월부터 서류 접수에 들어간다. 학생들은 AS레벨 점수, 지도교사의 추천서, 자기 소개서, 수학 계획서 등을 첨부해 대입업무 총괄기구인 UCAS를 통해 응시원서를 낸다. 서류심사에 합격한 학생들은 12월 초 대학에 가서 면접을 치른다. 이를 통과하면 A레벨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경우 최종 입학할 수 있다는 ‘조건부 입학허가’를 이듬해 1월에 받는다.8월 A레벨 테스트의 성적이 대학이 제시한 조건에 맞으면 최종으로 입학이 허가된다. 워낙 뛰어난 학생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최종선발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에 입학하는 데 A레벨 테스트 점수 외에 중요한 것은 교수들과의 면접이다. 케임브리지의 케이트 프리티 실무 부총장은 “완성된 지식은 중요하지 않다. 지적인 잠재력을 지닌 학생들이 각자 자기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갖춰주는 것이 바로 대학과 교수들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글 사진 lotus@seoul.co.kr ■ 옥스포드 총리만 25명 배출 ‘정치 지도자 산실’ 케임브리지 노벨상 수상자 80명 ‘자연과학 메카’ |케임브리지·옥스퍼드 함혜리특파원|케임브리지는 자연과학에서, 옥스퍼드는 인문학에서 각각 전통과 권위를 자랑한다. 중세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고색창연한 케임브리지의 칼리지들을 둘러보다 보면 ‘현대 과학이 케임브리지 없이 과연 존재할 수 있었을까.’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케임브리지는 지금까지 모두 8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케임브리지가 자연과학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은 트리니티 학자들의 공이 크다.31개 칼리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31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자연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한 또 다른 원동력은 1873년 설립된 카벤디시 연구소다. 세계 최고 수준의 물리학 기초연구소로 정평이 난 카벤디시 연구소는 2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혁신의 전통은 젊은 과학자들에 의해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1975년 트리니티 칼리지가 설립한 영국 최초의 사이언스 파크는 컴퓨터 공학과 바이오테크닉 분야에서 영국 최고의 중심지로 꼽힌다. 세인트존스 칼리지도 1987년 기술혁신을 위한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해 대학의 기초적인 연구와 기업의 경제적 효용을 하나로 묶는 산학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수백년의 학문적 전통과 미래기술이 결합된 케임브리지의 창조적 환경에 매료된 세계최고의 갑부 빌 게이츠는 유럽의 다른 도시를 제쳐두고 케임브리지에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를 설립했다. 소니, 올리베티,AT&T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케임브리지를 유럽 연구거점으로 삼고 있다. 케임브리지에 대한 세계적 기업들의 재정지원은 매년 8% 이상씩 늘고 있다. 현재 4000여개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39개의 칼리지로 구성된 옥스퍼드는 노벨상 수상자 수에서는 46명으로 케임브리지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인문학의 전통과 함께 토니 블레어 현 총리를 비롯해 역대 영국 총리 25명을 배출한 것으로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영국뿐 아니라 인디라 간디 인도 전 총리, 맬컴 프레이저와 밥 호프 전 호주 총리,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옥스퍼드 출신이다. 옥스퍼드의 학생 토론클럽 ‘옥스퍼드 유니언 소사이어티’는 미래 정치지도자들의 역량을 확인하는 데뷔무대 역할을 한다.1823년 귀족출신의 학생 몇몇이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만든 옥스퍼드 연합토론협회가 모태다. 옥스퍼드 유니언 소사이어티에서 윌리엄 글래드스턴 등 5명의 총리들이 정치가의 삶을 시작했다. lotus@seoul.co.kr ■ “하루 일과 오직 공부… 공부” |케임브리지 함혜리특파원|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는 아이작 뉴튼을 배출한 명문으로 수학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조태준(23)씨는 이곳에서 수학을 전공하는 몇 안되는 한국인 유학생 중 유일한 학부생이다. 다른 케임브리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칼리지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태준씨의 하루 일과는 매우 단순하다. 졸업반인 태준씨는 오전 시간은 전공강의를 듣는 데 모두 할애한다. 오후와 저녁은 밀린 공부와 ‘슈퍼비전’이라는 개인지도 수업 준비로 보낸다. “학생들은 하루를 대개 오전, 오후, 저녁으로 쪼개서 생활하는데 세 부분 중 적어도 두 부분은 공부에 할애합니다. 계획한 대로 마치지 못한 분량이 있으면 나머지 시간에 채워야 하기 때문에 하루를 거의 공부하는 데 보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3학기로 나뉘어 진행되는 한 학년 동안 순수 및 응용수학, 이론물리학, 확률·통계 과목을 10∼12개 수강해야 하는 빡빡한 강의 일정에 슈퍼비전까지 제대로 따라가려면 하루 24시간도 모자랄 형편이지만 밤새 공부하는 일은 많지 않다. 그는 “케임브리지의 신입생들이 가장 먼저 익히는 것은 시간을 잘 활용하는 법”이라며 자신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스타일이라고 덧붙였다. 태준씨는 중학교 3학년때 혼자 조기유학을 왔다. 케임브리지에 있는 고등학교를 거쳐 2001년 트리니티 칼리지의 공학부에 입학했다.1년을 다닌 뒤 순수학문인 수학에 매료돼 ‘뉴턴의 후예’가 되는 길을 택했다. “자연의 현상을 수학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흥미롭다.”는 태준씨는 “자기 분야에서 확고하게 자리가 잡혔지만 끝없이 연구하는 교수님들과 머리가 비상하면서도 엄청난 노력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큰 자극을 받는다.”고 말했다. lotus@seoul.co.kr ■ 명문대로 살아남기 “기부금이 경쟁력” |옥스퍼드·케임브리지 함혜리특파원|옥스브리지가 전통과 권위를 살리면서 미국의 명문대학들 틈에서 톱클래스 대학으로 살아 남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대학의 재정 확충문제다. 옥스브리지는 영국에서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최고의 명문이지만 하버드나 예일·MIT 등 미국의 명문대보다는 재정이 취약해 21세기에 선도적인 역할을 지속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대학들의 재정이 취약한 중요한 이유는 기부금 규모가 미국의 라이벌 대학에 비해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의 기부금 규모는 각각 54억달러와 47억달러다. 미국대학 중 기부금 1위인 하버드대(255억달러)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옥스브리지 졸업생들은 미국 명문대 졸업생보다 기부금을 내는 데 소극적이다. 기부금을 내는 졸업생의 비율은 케임브리지의 경우 10%다. 반면 미국 명문사립인 프린스턴대는 60%에 가깝다. 케임브리지는 기부금을 내는 졸업생의 비율을 3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개교 800주년을 맞는 2009년까지 기부금 10억파운드(약 1조 7000억원)를 모금하는 ‘케임브리지 개교 800주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예일대의 재정담당관을 지낸 앨리슨 리처드 부총장이 캠페인 총책을 맡았다. 리처드 부총장은 “케임브리지가 미국의 대학들을 제치고 과학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명성을 유지하려면 연구시설 등 인프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기부금은 미래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계획을 진행하는 데 안정적인 재정 기반이 된다.”고 강조했다. 케임브리지는 이공계 학과의 연구단지를 구성하는 웨스트캠퍼스 개발계획과 남쪽의 아덴브룩병원을 중심으로 한 생의학 단지조성 계획 등 6억파운드(약 1조원)의 투자계획을 세웠다. 옥스퍼드도 런던 금융가에 진출한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기부금 모금활동을 펼치고 있다. 옥스퍼드의 빌 맥밀런 기획담당 실무부총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안정적인 재정과 재정적 독립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옥스브리지는 또 미국대학들보다 낮은 기부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미국 대학들에 일반화된 최고투자책임자(CIO) 영입도 서두르고 있다. 기부금을 유명 투자회사에 맡겨두고 학내 투자위원회를 통해 감사만 하던 기존의 소극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CIO를 앞세워 헤지펀드 사모펀드(PEF) 등 그동안 관심을 갖지 않았던 고수익 부문에 대한 투자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 명문대에 맞서기 위해 옥스브리지는 해외 우수인재들을 유치하는 것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최근 경제력이 커지면서 국제적인 위상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인도와 중국의 인재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lotus@seoul.co.kr
  • 野 “정치공작 금지법 낼것” 반격

    野 “정치공작 금지법 낼것” 반격

    한나라당은 17일 이명박 서울시장 등에 대한 여당의 ‘경악할 만한 비리’ 의혹 제기와 관련,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안민석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또 비방·공작 정치 방지를 위한 입법을 추진키로 하는 등 대대적인 역공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특히 이번 폭로가 여당 내에서조차 “너무한 것 아니냐.”는 자성 여론이 있는 것을 의식, 이를 “3류 저질 코미디”로 규정하고 총책임자격인 김한길 원내대표의 의원직 사퇴를 압박했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가 제살을 도려내는 아픔으로 깨끗한 선거를 치르려 하고 있는데 상대 당이 비열한 3류 정치공작으로 정치권 전체를 오염시키고 있다.”면서 “허위사실 폭로자를 징역형에 처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 일명 ‘정치공작금지법’을 18일 제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여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고질적 정치공작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정치공작대책반을 구성해 여당이 지금까지 폭로한 사실들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그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이방호 정책위의장도 “여당의 폭로전은 3류 저질 코미디로, 한나라당 후보를 일단 문제있는 사람으로 띄워놓고 보자는 것”이라면서 “모든 당력을 집중해 증거제출을 요구하고 흑백을 가리겠다.”고 강조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여당이 2002년 대선 때 김대업 등 3대 정치공작 사건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켰다면 이번 폭로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서울시장 당선을 노린 것”이라며 “국민을 속인 김 원내대표는 당직과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 시장이 참석했던 ‘별장 파티’에 여성들이 함께 있었다는 주장과 관련, 여당 지도부의 여성관에 문제가 있다며 정동영 의장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이 대변인은 “여성을 총리후보로 지명하는 정부에서 집권당이 여성을 지나치게 이상한 시각으로 보고 있다.”면서 “여성회원과 야유회를 가는 것을 남녀가 즐긴다는 식으로, 쌍쌍파티를 하는 것으로 표현했는데 이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성차별적 발언”이라고 몰아세웠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이번 인사 특징은

    삼성 금융계열사 사장단 인사의 배경은 크게 삼성의 사회공헌에 대한 강한 의지와 금융 최고경영자(CEO)의 세대교체를 꼽을 수 있다. 또 삼성생명 상장 등 삼성의 ‘해묵은 과제’를 처리하기 위한 ‘새 부대’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특히 이번 인사는 삼성카드 부실 이후 금융계열사 최대 인사라는 점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의중이 깊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삼성 금융계열의 ‘간판 CEO’인 배정충 삼성생명 사장을 부회장 승진과 함께 삼성의 사회공헌 ‘수장’으로 선임했다는 것은 삼성이 사회공헌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이는 조직 개편에서도 잘 나타난다. 현재 운영중인 ‘삼성사회협력위원회’를 ‘삼성사회공헌위원회’로 확대 개편하고, 기존 사회봉사단과 삼성복지재단을 위원회에서 총괄토록 했다. 또 고객협력실도 신설했다. 사실상 사회공헌을 ‘배정충-이해진(삼성사회봉사단장)’ 투톱체제로 이끌고 가겠다는 복안이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의 사회공헌 활동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배 사장을 사회공헌 총책임자로 선임한 것 같다.”고 말했다.이번 인사는 금융계열사 5개사 가운데 3개사의 ‘수장’이 바뀐 데서 알 수 있듯 세대교체라는 의미도 크다.특히 배 부회장은 99년 이후 7년간 삼성생명을 맡아왔다는 점에서 상징하는 바가 크다. 또 이번 사장단은 삼성생명 상장이라는 중책도 맡고 있다. 지지부진한 삼성생명 상장 작업을 위한 진용을 새롭게 갖추고,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는 업무의 연속성이라는 점과 개혁성, 실적 등을 두루 감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류찬희 김경두기자chani@seoul.co.kr
  • 中 3대포털 ‘소후’ 통해본 IT 현실

    中 3대포털 ‘소후’ 통해본 IT 현실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일단 음악은 시끄러워야 한다. 당연히 소리도 큰 게 낫다. 디스코텍 분위기가 나면 더욱 좋다. 후렴구만 있는 것보다는 전곡(全曲)이어야 한다.”휴대전화 벨소리의 기본 컨셉트라고 하니, 언뜻 우리 상식과 어울리지 않는 게 많다. 무엇이든 중국은 우리와는 다른 게 많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다시 머리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래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업계 1위 소후닷컴(SOHU.COM)이 시장에 대해 자체적으로 내린 결론이다. 중국 정보기술(IT)업계의 산실 베이징 중관춘(中關村). 중관춘동루(東路)가 시작되는 사거리에 ‘소후(搜狐)’ 본사 건물이 우뚝 솟아 있다. 미국 MIT 박사 출신 장차오양(張朝陽)이 야후(YAHOO)의 이름을 본떠 만들어 성장한 중국 IT업계의 상징이다. 중국내 포털사이트 3대 업체 가운데 하나로 하루 검색건수가 최대 2억 5000만회를 넘는다. 지난해 1억 830만달러(약 100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벨소리 사업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는 10층. 멀티폴리 벨소리, 캐릭터, 자바게임 등 왑(WAP) 서비스는 중국에 진출하려는 관련 한국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분야들이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관련 분야에서 중국 업체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음악실 등 많은 곳에서 사진 찍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중국 벨소리 시장의 독특함에 대한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 이어진다.“출시 1∼2년 된 노래면 신곡(新曲)으로 간주합니다. 그나마 최근 신곡에 대한 반응이 많이 빨라졌지요.1∼2개월이면 나타나지요.” 중국은 수십년된 덩리쥔(鄧麗君)의 노래가 여전히 벨소리 다운로드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상위에 랭크돼 거의 변동을 보이지 않는 예리이(曄麗儀)의 ‘상하이탄(上海灘)’이나 류더화(劉德華)의 ‘빙위(雨)’도 각각 1985년,97년에 출시된 것들이다. 음반이 나오면 1주일 이내에 앞으로 수익구조가 드러나고 벨소리는 철저히 신곡 위주이거나, 옛노래라면 리메이크 곡이기 쉬운 한국의 사정과는 정말 많이 다르다. 영화배우 김희선씨가 청룽(成龍)과 함께 출연한 최근작 영화 ‘신화(神話)’의 주제곡 ‘무한한 사랑(無盡的愛)’ 등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벨소리 다운로드 순위에 영향을 끼친 것은 1∼2년새의 변화다. “그럼에도 노래의 수명이 좀 길다고 할 수 있지요….” ‘남성 위주,35세 전후 미혼자가 주도, 대학졸업자 및 학생, 전문 기술직종….’ 등으로 요약되는 중국 인터넷 수요자의 특성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 한 마디이다. 그렇다면 짧은 전화 벨소리에 왜 전곡(全曲)을 선호하는가.“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이지요. 과시하기 좋아하는 중국인의 특성이랄 수도 있지요….” 예컨대 버스안에서 전화가 걸려올 때 남들에게 좋은 곡을 자랑하고 싶다거나, 여러 노래를 다운 받아서 직장 동료나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을 때 필요하다는 얘기다. 소후의 경우 하루 수만건의 다운로드 가운데 하루에 30∼40곡을 한꺼번에 내려받는 유저들이 수백명씩이나 된다고 한다. 이같은 소비 행태에 대해 회사에서도 아직 그 성향을 파악하지 못한 채 “기이하게 여기고만 있다.”고 한다. 분야별 매출 구조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WAP 부문은 벨소리가 90%로 압도적이다. 동영상이나 캐릭터, 게임, 가라오케 기능 등 나머지 전체 서비스가 10%를 차지할 뿐이다. 물론 이는 산업구조적인 측면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휴대전화가 여전히 고가(高價)인데다, 멀티기능을 갖춘 신제품은 판매율이 낮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벨소리 외의 분야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날 소후는 휴대전화 벨소리에 담긴 중국인의 일단을 보여줬다. 이제 그 벨소리는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그 안에 중국인의 코드가 숨겨져 있다. jj@seoul.co.kr ■ 벨소리 전문업체 ‘굿필’의 경쟁력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소후의 무선사업 분야는 ‘굿필(Good Feel)’이라는 관련 서비스 제공회사(SP·Service Provider)를 인수, 합병하면서 업계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굿필은 중국에서 휴대전화 벨소리 시장이 본격화된 2003년 업계에 뛰어든 뒤 줄곧 1위를 달려왔다. 벨소리 시장에서 소후의 입지는 결국 굿필의 성공에 힘입은 것이랄 수 있다. 소후 무선사업부 양샹화(楊向華) 부사장은 굿필 출신이다. 중국에 왑(WAP)이라는 개념이 생소할 때 스스로 공부해가면서 시스템을 개발했던 인물이다. 현재 소후의 신규사업부 총책을 맡고 있는 주요 인사이기도 하다. 양 부사장이 꼽은 굿필의 경쟁력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해온 마케팅과 앞선 기술이었다. 중국은 기술 표준이랄 수 있는 이른바 ‘스펙’이 저마다 달랐다. 비록 좋은 품질의 음원이라도 다른 스펙에서까지 좋은 음질을 내기 어려운 법. 당시 막 형성돼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중국의 벨소리 시장은 수백여개의 SP회사들이 자금력을 동원해 시장 장악에만 몰두해 있을 때였다. 굿필은 각각의 스펙에 맞는 음원을 일일이 제작해내는 데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컴퓨터 작업을 통해 생산해내는 ‘미디(MIDI) 음악’ 기술이 중국은 크게 부족했다. 휴대전화 칩의 성향과 기술표준에 맞게 음원을 옮기는 ‘컨버팅’ 작업도 마찬가지였다. 굿필은 한국의 기술자를 긴급 수혈받아, 중국인을 상대로 미디 기초실력부터 다시 가르쳤다. 이렇게 해서 생산된 굿필의 음원은 어느 휴대전화에서나 좋은 음질을 낼 수 있었다. 소문에 소문을 타고 영향력이 확대돼 갔다. 기술이 확보된 뒤 굿필이 신경을 쓴 것은 ‘브랜드 가치’였다. 벨소리 다운로드를 주관하는 이동통신 회사들은 굿필에 영어로 된 이름을 쓰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이름을 바꾸면 어렵사리 얻은 인지도를 잃게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 수백, 수천개에 달하는 벨소리 관련 업체 가운데 지금껏 이름을 바꾸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 회사들은 지금도 계속 브랜드 이름을 바꿔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굿필과의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소후가 굿필을 인수, 합병 한 것도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어느 정도 질서가 형성된 이 분야에서 앞으로 신경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저작권 문제’가 꼽힌다. 지난해부터 엄격해지기 시작했다. 한 음반에 실린 한 가수의 노래라도 곡마다 판권 소유자가 다르기가 쉽다고 한다.“특히 유명 가수일수록 더욱 그렇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현재 중국의 인터넷 업계는 회오리가 예상되고 있다.TOM.com이 어디에 포털 사이트를 넘겨주고 대신 어느 곳의 무선산업부를 가져갈 것이라는 소문도 나돈다. 또 몇몇 기업간 자회사 거래를 위한 물밑 협상도 한창 진행 중이라고 한다. 나아가 중국의 인터넷 업계에서 인수·합병(M&A)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벤처 업체들이 시장에서 일정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나면 대기업들이 그 업체를 인수, 합병해 해당 업계에 뛰어드는 나스닥 스타일이 한국보다 훨씬 활성화돼 있고 앞으로 더욱 보편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벤처의 ‘창조성’이야말로 리스크(위험)를 회피하고자 하는 중국의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을 공략할 수 있는 무기인 셈이다. jj@seoul.co.kr ■ “신기술 향한 모험정신이 中 IT업계 이끄는 원동력” |베이징 이지운특파원|한은진씨는 작곡과 출신이다. 석사를 ‘컴퓨터 음악’으로 마치고 2001년도 국내 유력 인터넷 회사에서 음원(音源) 제작을 하면서 업계에 발을 디뎠다. 2003년 한국인이 주축이 돼 설립된 벨소리 서비스 업체 ‘굿필(Good Feel)’의 기술력 향상을 위해 특채됐다. 이후 굿필이 소후 무선인터넷에 인수, 합병되면서 소후와 인연을 맺었다. 소후에서의 정식 직함은 ‘음악제작실 고급 경리(經理)’로, 무선사업부의 음악담당 팀장쯤 된다. 한은진씨에게 ‘중국에서 갖춘 경쟁력은 무엇이냐.’고 물었다.“기술력 차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미디(MIDI)’ 기술이라는 게 따라잡을 수 없는 것도 아니고요….” 그녀는 아무래도 ‘모험 정신’인 것 같다고 했다.“중국 친구들은 모험 앞에 멈칫거리곤 하는 경우가 많아요. 부딪쳐보고 시도해보고 하는 모습을 한국처럼 보긴 어렵죠.” 후발 업체였던 굿필이 업계 선두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어찌보면 중국 관련 업계의 ‘안일(安逸)함’ 덕분인지도 모른다. 규격화된 기술 표준이 없어 업계가 혼돈 상태에 있을 때 중국 업계는 관련 기술 개발을 등한시했다. 저마다 기술 표준이 다른 상황에서 굿필은 각각의 휴대전화 칩의 성향에 맞는 음원을 일일이 제작하는 ‘모험’을 한 것이다. 그러나 모험 정신만으로 안 되는 것도 있다.“멜로디도 맞고 하모니도 맞고 아무 문제 없는데, 한국 사람이 만든 중국 노래가 그냥 어색할 때가 있어요. 느낌이 다른 거지요. 마치 중국인 사람이 만든 아리랑이 우리 것과 차이가 있는 경우라고나 할까요.” 이럴 땐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중국적 특성이 강한 곡들은 중국인에게 제작을 맡기고 있다고 한다. 기술 이전 문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저도 한때 그 문제를 고민한 적이 있었지요. 하지만 격차가 얼마되지도 않는 기술을 언제까지 끌어안고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한씨는 “공유해서 함께 발전을 도모하고, 대신 한국이 더 빠르게 진보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하고, 그게 아마 한국인의 장점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jj@seoul.co.kr
  • [사회플러스] 롯데월드 지원본부장 영장신청

    롯데월드 무료개장 안전사고를 수사 중인 서울 송파경찰서는 29일 롯데월드 외곽경비 총책임자인 지원본부장 노모(53) 상무에 대해 업무상 과실 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안전과장 박모(47)씨 등 안전부서 직원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노 상무는 안전관리 총괄책임자로서 이번 특별행사에 평소보다 더 많은 안전요원을 배치해야 했지만 관리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사고를 유발시킨 책임이 있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 檢 ‘줄기세포 바꿔치기’ 추궁… 결론 못내린 듯

    檢 ‘줄기세포 바꿔치기’ 추궁… 결론 못내린 듯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2일 황우석 서울대 교수와 김선종 연구원, 한양대 윤현수 교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장성분소 이양한 분석실장 등 핵심 관련자 4명을 한꺼번에 불러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다음주 중간수사 결과 발표 검찰은 주요 쟁점조사를 마친 뒤 업무방해 등 혐의가 드러나는 소환자 일부를 사법처리하고, 다음 주중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까지 소환자들의 신병처리 문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검찰은 오후 9시쯤 “황 교수 등을 모두 귀가시키고 3일 다시 불러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바꿔치기 의혹 등 핵심사항에 대해 검찰이 최종 판단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 연구원이 바꿔치기에 개입했다면 적용되는 혐의는 업무방해지만, 황 교수팀의 연구가 정상적인 ‘업무’였는지가 수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황우석·김선종 줄기세포 조작 관여했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줄기세포 4∼11번 데이터 조작에 황 교수가 개입한 정황은 서울대 조사위 단계에서 밝혀졌다. 하지만 황 교수는 MBC PD수첩 취재가 진행되던 지난해 11월까지 줄기세포 2,3번이 실재했다고 믿은 채 나머지 줄기세포 부분에 대해서만 논문조작을 했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황 교수에게 줄기세포가 가짜라는 것을 언제 알았는지 또는 조작에 직접 관여했는지 여부 등을 추궁했다. 난자수급과 연구비 등 관련 의혹도 연구 총책임자인 황 교수가 최종적으로 밝혀야 할 부분이다. 황 교수는 줄기세포 바꿔치기의 주범으로 김 연구원을 지목했다. 김 연구원은 검찰 소환 직전까지 “바꿔치기는 불가능했고, 줄기세포인 줄 알고 배양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와 미즈메디 연구소를 오갈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김 연구원은 의혹의 중심에 섰다. 결국 김 연구원이 바꿔치기를 했는지, 했다면 누구와 공모했거나 지시를 받았는지 여부를 밝히는 게 수사의 관건이다. ●윤현수·이양한,DNA 분석 조작했나 검찰은 2004년 논문의 1번 줄기세포 DNA 검사를 담당한 윤 교수와 이 박사에게 정기검사 결과가 체세포 공여자의 그것과 다르고 논문과 똑같이 나온 이유를 캐물었다.1번 줄기세포 시료는 김 연구원이 미즈메디의 다른 연구원을 통해 이 박사에게 보냈으며, 이 박사는 분석결과를 윤 교수에게 보냈다. ●황 교수 지지자 수십명 시위 이날 소환된 4명은 조사실 4곳에 흩어져 따로따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말바꾸기 등에 대비해 진술 내용 전부를 녹음·녹화했다. 소환자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8시쯤 소환된 김 연구원은 “(검찰에서) 사실대로 말하겠다.”라고, 한 시간뒤 도착한 황 교수는 “수고하십니다.”라고 했을 뿐이다. 한편 황 교수 지지자 70여명은 관련자들이 귀가할 때까지 검찰청사 앞에서 강강술래 등을 하며 황 교수를 응원하는 구호를 외쳤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2006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풍산그룹-류진 회장家

    [2006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풍산그룹-류진 회장家

    ‘풍산’하면 어떤 회사인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소비재를 만들지 않는 회사인 까닭이다. 하지만 풍산은 이미 생활속에 깊이 스며있다. 누구나 사용하는 동전에 무늬를 넣기 이전 상태인 소전(素錢)을 생산한다. 그래서 ‘돈을 만드는 회사’라고 하면 ‘들어봤다.’는 사람이 많다. 군대 갔다온 남자들은 ‘총알 만드는 회사’로 알고 있다. 이런 까닭으로 방위산업체라고 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이런 것으로 풍산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반도체 칩에 전기를 공급하고 이를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리드프레임 등 기초소재를 생산하는 등 첨단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이 모든 것을 꿰뚫는 것은 구리 합금기술이다. ●한 손엔 돈, 다른 손에 총알을 2세 경영인 류진(48) 회장이 이끄는 풍산은 ‘동전의 왕국’으로 불린다. 지난 1970년 4월부터 한국조폐공사로부터 소전 생산업체로 지정된 풍산의 기술력은 세계적이다. 오는 2008년까지 호주에 1억달러어치의 소전을 공급하기로 최근 계약을 맺었다. 유럽연합(EU) 동전의 소전도 공급하고 있다. 풍산의 소전은 세계 시장의 5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73년 타이완 수출을 시작으로 세계 60여개국에서 30억여명이 풍산의 소전으로 만든 동전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생산했던 소전을 이어면 지구를 40바퀴 돌 수 있는 분량이다. 소전은 구리를 기본으로 한다. 기원전 6000년경부터 사용해왔던 케케묵은 소재다. 하지만 동에 니켈 등을 적당히 합금만 하면 되는 그렇고 그런 굴뚝산업이 아니다. 까다로운 제조기술이 요구되는 첨단산업이다.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 73년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방위산업에 진출했다. 소구경 총탄뿐만 아니라 포탄까지 국군이 쓰는 탄약 국산화를 시작했다. 이후 모든 탄약을 국산화했다. 수입대체 효과를 매우 높였다. 지능화와 정밀화 등을 통한 첨단 탄약 개발에도 적극적인 국내 대표적인 방위산업체로 성장했다. 창업자 류찬우(1923∼1999) 회장이 ‘방위산업의 대부’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풍산의 출발은 미미했다. 눈에 띄지도 않았다. 풍산은 지난 1968년 10월 창업주 류 회장이 일본에서 번 1000만달러로 출발한 신동(伸銅·구리가공산업)업체다. 창업주 류회장은 기업을 일으키지만 돈을 벌기보다도 당시 허약했던 국가 산업발전에 힘을 쏟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비철금속소재 가운데서도 구리를 골랐다. 현대문명에서 구리가 들어가지 않는 제품은 없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창업 다음해인 1969년 부평공장 준공과 함께 정부의 5대 핵심업체로 지정되면서 사업이 뻗어나가기 시작했다.73년 경북 안강공장을 준공하면서 방위산업을 통한 자주국방의 의지를 실현했다. 방위산업 진출에는 조선시대의 명재상인 그의 조상 서애 류성룡(1542∼1607)의 징비록(懲毖錄·국보 제132호)을 읽고 유비무한 정신에 감명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1980년에는 온산신동공장을 세워 한국을 세계적인 신동산업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아울러 92년부터 미국 현지공장,2000년 12월 태국 현지법인을 가동하면서 풍산은 연산 46만 5000t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다국적 신동기업인 KM유로파 메탈에 이어 세계2위이다. 쉽게 설명하면 비철금속에서 풍산의 위상은 철강에서 포스코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첨단업종으로 변신중 구리가공산업이란 한 우물을 파던 풍산은 지난 79년 서울 퇴계로 극동빌딩에 세들어 사무실을 마련한 뒤 지금까지 본사로 사용하고 있다. 방위산업체인 까닭에 군관련 인맥 네트워크가 해외까지 탄탄하다. 풍산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한다. 지난 97년부터 2세 류진 회장 체제가 구축되면서 풍산은 기업변신을 꾀하고 있다. 류 회장은 벤처기업에 투자를 하는가 하면 첨단 통신사업 등에도 조금씩 발을 담그고 있다. 이문원 풍산 사장은 “정보기술(IT)과 자동차·가전 등 전기가 통하는 곳은 어디나 동 압연재가 필요하다.”며 주력인 신동산업을 통한 사업 다각화 가능성을 강조했다. 현재 풍산그룹의 계열사는 핵심기업인 ㈜풍산을 중심으로, 풍산마크로텍, 풍산산업 등 16개(해외법인 포함)에 이르고 있다. 특히 류 회장이 경영을 맡은 이후 일본, 미국, 상하이 등지에 법인을 설립했다. 풍산이 안고 있는 과제 중 하나는 점차 줄어드는 방위산업을 첨단산업에 어떻게 접목시켜 나가느냐 하는 점이다. 이런 고민의 중심에 선 류 회장은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타개하는 것과 신사업 진출을 통해 기업변신을 꾀하는 두 가지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핵심사업인 동, 스테인리스, 티타늄 분야에서 신기술, 신제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 새로운 첨단소재산업 분야로 진출할 도모하고 있다. 또 방위산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밀 지능탄 개발을 통해 세계 최고의 탄약 전문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이와 함께 항공기와 유도무기에 필수적인 가속도계, 속도 및 고도측정센서 등 정밀 센서류와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등 정밀산업분야에서도 영역을 확대하는 등 첨단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류 창업주의 4남매 가운데 막내인 류 회장은 82년에 풍산에 입사한 지 15년 만인 97년 풍산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지난 2000년 4월 회장에 올랐다. 일본에서 아메리칸 고교를 거쳐 서울대 영문학과를 마쳤다. 미국 다트머스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수료한 류 회장의 영어 구사력은 재계의 누구 못지않게 훌륭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동전의 제왕’ 류 회장은 미국통 류 회장은 ‘미국통’이다. 김대중 정권 이후 대통령의 방미에 단골로 수행하는 경제인 가운데 한사람이다. 특히 지난 2003년 초 출범한 노무현 정부의 대미외교와 관련해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그는 그해 4월 W 부시 대통령의 부친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국내에 초청하는 일을 맡았다. 당시 부시 전 대통령의 방한은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방문의 전초전 성격이 강했기에 큰 관심을 모았다. 공식적으로 부시 전 대통령의 방한은 전경련 초청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전경련 부회장인 류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회장은 7월28일 전경련 주최로 열린 한국전 참전용사 환송 만찬의 사회를 보는 등 단순히 경제인 차원을 넘어서 민간외교 분야에서 큰 활약을 보였다. 앞서 지난 2002년 12월 국내에서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고로 인해 촛불시위가 연일 이어질 당시 부시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사과 전화를 한 것도 류 회장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후문도 있다. 이런데서 보듯 류 회장은 부시 공화당 행정부 인맥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는 지난 92년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풍산의 미국법인 PMX인더스트리의 공장 준공식에서 바버라 부시 여사가 기념 테이프를 자르면서 직접적인 인연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풍산이 방위산업체라 일찍부터 대미관계에 공을 들였고, 미국의 거대 방위산업체 인맥은 물론 정계 인맥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류 회장은 일년 중 반 이상은 미국 등 해외에 머물며 사업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활약에도 국내에는 풍산이나 류 회장에 대해선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류 회장이 매우 겸소한 성품이라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질 기회가 없었던 것. 유교적 가풍이 심한 집안에서 차남으로 가업을 이어받은 부담도 한 몫하고 있다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족보상 명문가의 후손인 풍산의 류진가는 재계의 혼맥에서도 확실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풍산 류씨 서애종파의 류 회장은 서애 류성룡(1542∼1607) 선생의 13세손이다. 바로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에 집성촌을 이루고 있는 류씨 가문의 후예다. 류 창업주는 회사 이름을 풍산 류씨인 자신의 본관을 따서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류 창업주는 병산교육재단을 세워 고향인 풍산에 풍산중·고등학교를 세웠다. 이 재단에 서애가 후학을 양성했던 병산서원과 그 일대 땅을 기증하기도 했다. 류 회장이 지난 99년 11월 숙환으로 별세한 뒤 풍산그룹의 경영권은 차남 류진 회장으로 이어졌다. 류 회장은 풍산그룹 계열의 ㈜풍산과 풍산마이크로텍 등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풍산의 공익법인인 병산교육재단과 93년 설립된 학록장학재단(학록은 류 창업자의 호)와 서애기념사업회의 이사장으로 명실상부하게 풍산가의 대표자 역할을 하고있다. ●대통령가에 닿았던 화려한 혼맥 류 창업주는 부인 배준영(79) 여사와의 사이에서 2남2녀를 두었다. 배씨는 한국여자테니스연맹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1969년 풍산의 첫 공장인 부평공장을 지을 당시 배 여사는 동대문시장에서 장을 봐 부평 공장의 종업원들의 음식 뒷바라지를 할 정도로 창업고생이 많았던 것으로 전한다. 이문원 사장은 “모든 직원들을 따뜻하게 감싸줄 정도로 온화한 성품”이라고 치켜세웠다. 장남이자 류 회장의 형 류청(57)씨는 풍산의 미국 현지법인 PMX인더스트리 사장을 지냈다. 지난 198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둘째 딸인 박근령(53·당시 이름 박서영)육영재단 이사장과 결혼해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대통령 딸과의 결혼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처음 있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결혼은 1년도 못돼 파경을 맞아 더 큰 화제를 낳기도 했다. 류청씨는 미국을 오가며 개인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배 여사는 여전히 박씨를 “큰 며느리”로 부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류 회장의 큰 누이인 류지(54)씨는 서울 강남에서, 작은 누이 류미(52)씨는 미국 LA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류진 회장은 노신영(77·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전 국무총리의 딸과 혼인했다. 류 회장의 부인인 노혜경(47)씨는 노 전 총리의 딸이다. 노씨는 미국 스탠포퍼드 법대 출신에 두 개의 석사학위와 한 개의 박사학위를 갖고 있으며, 김수환 추기경의 주례로 서울 명동성당에서 결혼식을 치렀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이들 부부는 성왜(17)양과 성곤(14)군을 두고 있다. 이들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다. 풍산의 류진가는 노 전 총리와의 통혼을 통해서 재계 혼맥의 중심부에 진입하게 됐다. 노 전 총리의 장남 노경수(53)서울대 교수는 정세영 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작고)의 딸 숙영(47)씨와 결혼했다. 노 교수는 정몽규(44)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매형이 된다. 류 회장은 노신영가를 통해 현대가와 순환혼맥을 이룬다. 노 전 총리의 둘째아들 노철수(51)씨는 P.Wian&Associate 대표이사 사장. 그의 부인은 홍진기 전 내무장관의 막내 딸인 홍라영(46)씨로 삼성그룹 비서실을 거쳐 레오버넷 코리아 사장을 지내고 삼성리움미술관 부관장이다. 이건희 삼성회장의 부인 홍라희의 동생이기도 하다. 이로써 풍산의 류진가는 이건희 삼성 회장,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과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 노 전 총리 셋째아들 노동수(48)는 고려서적 사장을 맡고 있다. chuli@seoul.co.kr ■ ’동전 왕국’ 일군 숨은 일꾼들 신동(구리가공산업)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한 오늘의 풍산은 창업주 류찬우 회장이나 2세 경영인 류진 회장 못지않게 숨은 공로자들이 많다. 풍산은 대표적으로 정훈보(68) 전 사장, 류민하(78) 전 부사장, 이진우(72) 전 부사장, 김사철(70) 전 감사, 류인한(79) 전 부사장 등을 꼽고 있다.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농협 중앙회 금융계획과장을 지냈던 정 전사장은 지난 78년 풍산의 전신인 풍산금속공업에 이사로 입사했다. 타고난 기획통으로 사세 확장에 막대한 공헌을 했다. 특히 지난 80년대 초 중동건설 붐이 일어났을 당시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플랜트를 수출할 때 백동관을 자체 기술로 개발, 공급함으로써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97년 풍산 부회장을 거쳐 99년 한국철도차량 사장을 지냈다.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거쳐 농협중앙회 자금부장을 지낸 류민하 전 부사장은 지난 73년 풍산금속공업의 상무로 입사, 류 창업주와 함께 초창기의 회사 기틀을 다졌다. 회사가 해마다 2배씩 성장을 거듭할 70∼80년대 자금과 인사 등 회사의 안살림을 두루 맡았다.80년 부사장을 거쳐 90년 감사를 지냈다. 풍산의 후배들은 학자풍인 그를 ‘선비형 매니저’로 기억하고 있다. 역시 고려대를 거쳐 농협 중앙회 출신인 이진우 전 부사장은 지난 75년 회사에 합류했다. 그는 80년대 초 회사의 경영정보관리시스템(MIS)을 도입, 당시로서는 국내의 어느 회사보다 빨리 선진적인 경영관리시스템을 받아들였다. 특히 90년 노사대립이 한창일 때 헌신적인 대화를 통해 노사관계 증진에 크게 이바지했다. 이후 정부로부터 노사협력우수기업으로 인정도 받았다. 지난 97년 중앙노동위원회 사용자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서울대 상대 출신의 김사철 전 감사의 경우 뛰어난 분석력과 판단력을 가진 타고난 최고재무관리자(CFO)이다. 세무사·공인회계사·공인감정사 자격을 갖춘 그는 재무부·국세청·총무처 등 정부의 여러 부처를 거쳐 76년 풍산금속에 이사로 들어왔다. 재무업무의 기본 프로세스를 조성했으며 시설·자재·감사 등에서 회사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후 정부로부터 녹조근정훈장도 수상했다. 한양대 공대 출신의 류인한 부사장은 세계 최상급의 품질과 능력을 자랑하는 동제품을 만들기 위해 기계설비와 생산프로세스의 토대를 구축한 산증인으로 전통적인 엔지니어 출신의 임원이다. 지난 73년 부평공장 공무부장으로 입사, 동제품 생산기술과 공정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78년 온산공장 건설본부장으로 온산공장 건설의 총책임을 맡았으며 온산공장장을 지냈다. 풍산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데 토대가 됐다. 88년 온산공장 제2공장을 준공해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연간 25만t 생산능력의 신동공장으로 성장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온산공장 건설경험을 바탕으로 90년대 이후 풍산의 세계화 전략에 따라 건설한 미국 현지법인 PMX사와 태국 공장건설에도 공헌했다. chuli@seoul.co.kr ■ “선조에 누 되는 일 하지 마라” 풍산의 창업주 류찬우 회장은 조선시대 명재상으로 임진왜란을 넘긴 서애 류성룡의 12세손이다.“선조에 누가 되는 일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게 류 창업주의 확고한 인생관이다. 이런 정신이 2세 경영인 류진 회장에게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이런 까닭으로 지난 68년 순수민족자본에 의해 창업, 세계적인 신동기업으로 발전한 풍산은 전통 문화의 계승에 남다르다. 풍산이 유비무환과 자주국방이라는 방위산업에 참여하게 된 동기이다. 서애의 가르침이자 영향이다. 풍산의 기틀이 잡힌 지난 76년 12월 류 창업주를 중심으로 서애의 후손들과 학자들이 ‘서애선생기념사업회’를 설립했다. 서애가 징비록에서 남긴 유비무환과 자주국방의 뜻을 계승하고 역사왜곡을 바로 잡는다는 뜻에서 기념사업회를 세웠다. 또 류 창업자는 지난 80년 4월 사재를 출연, 육군사관학교에 서애관이라는 체육관을 기증했다. 지난 일을 되살려 앞날을 대비하자는 서애의 가르침을 호국 간성에게 일깨우고자 건립된 상무의 도장이다. 지난 91년 5월 서애의 정치·경제사상과 애국애민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서애전서 전4권을 출간했다. 일본 도쿄대 종합도서관, 미국 하버드대 동아시아연구소, 러시아 과학대 동방연구소, 중국 베이징대 등 30여개국 50여개 대학과 연구소 등에 흩어져 있었다. 약 10년 동안의 편찬사업 끝에 서애의 저술과 관계자료를 수집, 망라한 것으로 그동안 흩어져 있던 자료를 규합해 완성한데 의미가 깊다. 이로부터 10년 뒤인 2001년 7월 서애전서 국역본을 발행, 일반인들도 쉽게 볼 수 있도록 새롭게 했다. 특히 지난 2003년 임진왜란의 극복 경험과 교훈을 적은 ‘징비록(The Book of Corrections)’ 영역본을 출간, 세계화시켰다. 호남대 최병현 교수가 6년에 걸쳐 번역한 것으로, 미국 캘리포니아대(버클리) 동아시아 연구소에서 출간됐다. 기념사업회는 특히 내년 서애 서거 40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학술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또 범유림기념사업회에서 당파를 초월해 서애 서거 400주년 기념행사를 계획중이다. ●특별취재반 산업부 박건승 부장(반장) 정기홍·류찬희·최용규 차장 이기철·강충식·주현진·류길상·김경두·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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