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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한대행’ 꼬리표 떼기 고건 거침없는 발걸음

    24일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고건 전 총리가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는 총리직 사표 제출 열흘 전인 지난해 5월14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안 기각 결정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에서도 물러났다. 지난 1년은 ‘권한대행’의 꼬리표를 떼기 위한 행보였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대통령 예비후보 선호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는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월 구성된 펜클럽 ‘고사모(고건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우민회’는 2002년 대선 당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연상케 했고, 그의 미니 홈페이지 역시 연일 문전성시다.5일 만에 방문객이 6만명을 넘어섰다. ●각종 사적모임서 대선출마 시사 방문객에게 자신의 입장과 심경을 꾸준히, 그리고 자세하게 밝히고 있는 것 역시 대권을 의식한 이미지 관리라는 해석이 강하다. 최근에는 여러 사적인 모임에서 “국민이 원한다면 그렇게 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대선 출마의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제3의 정치세력과 결합 가능성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 전 총리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특히 ‘후보 경선’을 넘기엔 내부 경쟁에 약한 게 약점이다. 여야의 당내 상황을 고려하면 고 전 총리는 제3의 정치세력과 결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 전 총리와 경기고 3년 선배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회동설이 논란이 됐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고 전 총리가 제3의 세력과 연대한다면 위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자칫 15대 대선 때의 이인제 후보,16대 대선 때의 정몽준 후보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韓·美 금리 역전

    韓·美 금리 역전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 역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투자자본의 해외유출이 우려된다. 더욱이 미국은 정책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1·4분기 성장률이 2%대로 추락하는 등 경기회복 시기가 늦어지고 있어 금리정책이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24일 금융계에 따르면 3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 16일 이후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5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도 지난 19일부터 역전됐다. 이달초만 해도 엎치락뒤치락하던 두 나라의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지난 16일 미국이 연 3.71%, 한국이 연 3.69%로 역전된 데 이어 20일에는 미국 3.77%, 한국 3.66%로 0.11%포인트까지 금리차가 커졌다. 5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도 19일 미국이 3.85%로 한국의 3.81%보다 높았다.20일에는 미국 3.87%, 한국 3.82%로 격차가 커졌다.10년 만기 국고채는 아직 역전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17일 미국 4.12%, 한국 4.35%에서 20일에는 미국 4.13%, 한국 4.35%로 좁혀졌다. 시중은행의 채권 딜러는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주식시장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어떻게 움직일지 주목된다.”면서 “단기자금은 금리에 민감한 만큼 우려할 만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투자자금이 국내에서 원만하게 빠져 나가면 원화절상 압력이 약화돼 수출에 도움을 주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급격하게 빠질 경우 자산가격이 급락하고, 자본수지가 악화돼 경기회복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가 심화되고 부동산이나 주식의 투자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유출 속도가 의외로 빠를 가능성도 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만해대상 평화부문에 달라이라마

    만해사상실천선양회(총재 조계종 법장 총무원장)가 제정하고 백담사 만해마을이 주관하는 제9회 만해대상 평화부문 수상자로 티베트의 망명정부 수반이자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가 선정됐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는 제9회 만해대상 평화부문에 달라이라마를, 문학부문에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시인인 소잉카(전 노벨상 수상자), 실천부문에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함세웅 신부, 학술부문에 가산불교연구원장 지관 스님을 각각 선정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시상식은 8월12일 오전 11시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있을 예정이다.
  • “경제에 애국심은 없다”

    “경제에 애국심은 없다”

    “경제에 애국심을 호소할 수는 없습니다.” 교수 출신의 한국은행 박승 총재가 오랜만에 강단에 섰다. 대학이 아닌 고등학교 교실이었기 때문에 한국경제의 과제와 미래를 특유의 달변으로 알기 쉽게 풀어갔다. 박 총재는 24일 서울 경복고등학교에서 열린 청소년 특별 경제강좌에서 “경제는 냉혹한 법칙에 따라 돌아가는 것”이라면서 “경제에서 애국심이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다.”면서 “국내기업들이 외국에 투자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투자 여건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박 총재는 “우리나라는 중국보다 임금은 10배, 땅 값은 4배, 세금은 2배나 많은 등 투자여건이 좋지 않다.”면서 “강성노조도 국내투자를 부진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박 총재는 경제의 노화현상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노화된 경제는 저성장과 고물가, 사회불안 가중 등이 혼재된 경제를 말한다.”면서 “인구증가도 정지 상태에 있고 고령화도 급진전되는 등 우리 경제 곳곳에서 노화현상의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의 공공재적 기능 강화도 역설했다. 박 총재는 “매년 수조원씩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교육세로 전환됐더라면 교육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면서 “교육 수요를 사교육으로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효율성이 지극히 부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선진경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건강, 여가 등 ‘고급 서비스’ 분야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고 국민을 지원해야 한다.”면서 “교육기관이 건실한 재정기반 위에서 대중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부 문화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총재는 끝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빚이 미국보다 적을 정도로 튼튼해졌고, 지식기반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현재의 과도기적 현상을 잘 극복한다면 선진경제로 진입할 것이라고 말해 학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박前대통령 딸 보자” 후진타오 선뜻 결정

    |베이징 이종수특파원| 중국을 방문중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다. 야당 대표로는 이례적이다. 박 대표는 24일 오후 3시부터 인민대회당에서 30분∼1시간가량 후 주석을 만나 북핵문제를 비롯한 상호 관심사를 논의할 예정이다. 중국의 국가주석이 한국 야당 대표를 면담한 것은 지난 2002년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 시절에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그는 대선후보였던 데다가 ‘창(昌) 대세론’이 자리잡던 시절이어서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다. 이 전 총재는 지난 97년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의 대선 후보로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을 만난 바 있다. 후 주석이 선뜻 박 대표를 만나기로 결심한데는 한국의 근대화를 이끈 박정희 전 대통령 딸이라는 점이 크게 감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에서 중국측이 이번 박 대표 방중 전반에 매우 적극적이었고, 후 주석과의 면담도 이런 차원에서 성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후 주석 면담은 우리 정부 라인을 통하지 않고 한나라당과 중국 공산당간의 교섭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하중 주중대사는 23일 박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중국에 오면 누구든지 후 주석을 만나고 싶어하지만 성사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번에는 중국에서 자발적으로 박 대표를 만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vielee@seoul.co.kr
  • [사설] 국민 절망시키는 국적포기 지도층 119명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자녀 국적포기 실상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법무부는 국적법 개정이후 자녀의 국적을 포기시킨 공무원은 지방 국립대 교수 5명을 포함해 모두 9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MBC-TV PD수첩팀이 확인한 결과는 크게 다르다. 서울대 5명을 비롯해 국·공립대 교수만 13명이다. 이들을 포함, 고위층 공무원은 28명에 이른다. 총 조사대상자 400∼500명 중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119명이나 된다. 유명 사립대 교수, 대기업 임원, 금융계·법조계 인사, 전직 장관·대학총장·한국은행 총재·주미대사 등 ‘한다 하는’자리는 망라됐다. 이처럼 광범위한 국적포기가 병역기피를 위해 이뤄졌다면 국민들에겐 참으로 절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적포기자들의 부모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우리는 인민재판식 발상이라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그러나 적어도 공직자의 경우 적절한 내부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공직자로서 혜택은 누리고 국민으로서 의무는 못본 체하는 도덕적 문제와 함께 가족의 국적 충돌이 국익추구에 끼칠 수 있는 실질적 부담을 염려한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번 결과를 보면 정부는 공직자 자녀의 국적이탈 실태를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라면, 당초 조사를 하고도 축소 발표했다는 말밖에 안 된다. 정부는 공직자 자녀의 국적이탈 실태를 철저히 조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보다 앞서 해당 공직자는 스스로 국민 앞에 설 자격이 있는지 성찰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병역의무 이행시 이중국적 허용문제는 그 다음의 문제다.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LG家 ②-구인회 3代 경영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LG家 ②-구인회 3代 경영

    지난달 19일 러시아 모스크바 출장길에 오른 구본무(60) LG 회장을 수행한 사람은 차장급 직원 한명뿐이었다. 계열사 사장들과 같이 가는 출장이 아니면 수행은 늘 직원 한명이 담당한다. 공항으로 임원들이 배웅이나 마중을 나오는 것도 금지한다. 구 회장은 지난 12일 LG 계열사 사장단 20여명과 함께 국내사업장 ‘혁신투어’를 나서면서 자신의 차량인 ‘벤츠S600’을 놔 두고 대형 관광버스 2대를 빌렸다. 사업장간 이동중에도 사장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다. 지난 2003년에도 구 회장은 버스로 2박3일간 전국의 사업장을 누볐다. 이처럼 ‘격식’을 따지기보다 실용성을 강조하는 구 회장을 두고 ‘소탈한 이웃집 아저씨 같다.’는 평이 따라다닌다. 사람좋아 보이는 눈웃음 등 구 회장의 외모도 이같은 이미지 구축에 한몫했다. ●몸에 밴 검소한 생활 구 회장의 소탈한 모습은 아버지 구자경(80) 명예회장이나 할아버지인 고 구인회 창업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구인회 회장은 창업초기인 40년대 후반 부산 서대신동 시절 활동하기 편하다며 미군 파카를 즐겨 입었다고 한다. 외출할 때를 제외하곤 공장내에서 늘 입고다녀 소매가 닳고 기름때가 반지르르 묻은 옷이었다. 구 회장은 또 비싼 담배와 싼 담배를 같이 갖고 다니면서 손님에게는 좋은 담배를 권하고 자신은 값싼 담배를 피웠다.“돈이란 벌 때 아껴야 하는 법”이라는 지론이다. 사돈이자 동업자인 고 허준구 회장도 당시 판매와 구매일을 맡으면서 수금하러 거래처를 다닐 때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찰떡궁합’인 셈이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사업장이나 계열사 사무실을 즐겨 찾았는데 어떤 때는 사전통보없이 불쑥 고객서비스센터 등 현장을 방문해 생생한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럭키증권(현 우리투자증권) 객장을 방문했을 때는 고객들이 좁은 객장에서 불편을 겪고 있는데 반해 임원실이 한 부서보다 큰 것을 보고 “무슨 임원방이 내 방보다 커요?”라며 질책을 했다고 한다. 이같은 소탈한 이미지 때문인지 LG의 회장들은 삼성이나 현대에 비해 강한 인상을 주지 않는다. ‘시사저널’이 지난해 발표한 가장 영향력있는 기업인 순위에서도 구본무 회장은 삼성 이건희 회장은 물론 현대차 정몽구 회장보다 순위가 낮았다. 재계에서 LG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대차그룹보다 낮지 않은데도 그룹총수의 영향력은 현대차가 높게 나온 것이다. LG관계자는 구 회장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구 회장은 1995년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는 허씨와의 동거기간이었고 2년전까지만 해도 삼촌뻘 되는 집안어른들이 계열사 사장을 맡고 있었다. 또 취임한 지 얼마되지 않아 국제통화기금(IMF) 직격탄을 맞았고 99년에는 반도체 빅딜로 주력사업을 빼앗기는 고초를 겪었다. 사실 구 회장의 총수로서의 경영능력은 올해부터 검증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LG의 상징, 인화(人和) 구인회 창업회장은 포목상, 청과·어물전, 운수업 등 숱한 시행착오를 겪은 뒤 47년 럭키크림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인생을 걸었다.6형제의 장남(4명의 여자형제도 있었으나 일찍 사망함)이자 6남4녀의 아버지가 하는 사업을 돕기 위해 초기 가족들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경영도 대부분 가족이나 사돈(허씨)들이 도맡아 했다.47년 락희화학 설립당시 생산담당이었던 김준환씨를 제외하면 구 회장, 부사장 고 구정회(둘째 동생)씨, 영업담당 허준구(첫째 동생 철회씨 사위)씨 등으로 사실상 ‘가족기업’이었다. 이후에도 아래로 다섯 동생과 여섯 아들, 조카, 허씨들이 대거 경영에 참여했는데 LG의 ‘인화정신’은 이같은 독특한 가족사와 무관치 않다. 친인척들을 잘 다독여 가며 경영을 하는 것이 중요했고 이를 경영이념으로 발전시킨 것이 인화다. 창업회장부터 내려온 인화정신의 대표적인 사례는 삼성과 함께 했던 방송사업. 구인회 회장은 60년대 초반 사돈인 고 이병철 삼성회장으로부터 방송사업을 같이 해보자는 제의를 받고 50대 50 합작으로 64년 ‘라디오서울’과 ‘동양TV’를 설립했다. 하지만 방송사 경영이 시원치 않은 와중에 두 그룹에서 파견된 임직원간 알력이 심해졌고 결국 TV는 LG가 라디오는 삼성이 맡아서 하기로 잠정 합의를 봤다. 이후에도 TV와 라디오 사업의 정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구 회장은 일본으로 건너가 이 회장을 만나 TV사업까지 삼성에 넘기기로 결정한다.LG내부에서는 불만이 많았지만 구 회장은 사돈간의 ‘불화’가 더 이상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80년대에는 택배사업 진출을 계획했다가 사돈과의 정리를 생각해 포기했다. 당시 기획조정실에서는 21세기 물류산업의 꽃이라고 불리는 택배사업을 유망한 신규 사업으로 선정, 일본의 택배사업을 벤치마킹하고 계획을 수립했지만 사돈인 한진그룹에서 택배(한진택배)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구자경 회장이 사업중단을 지시했다.LG와 한진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동생인 구자학(75) 아워홈 회장의 2녀 명진(41)씨가 한진그룹 고 조중훈 회장의 4남 조정호(47) 메리츠증권 회장과 결혼하면서 사돈으로 맺어졌다. ●창업주의 사람들 구인회 창업회장은 할아버지 밑에서 한학을 배우다 열네살때인 1921년에야 지수보통학교 2학년에 편입한다.24년에는 서울로 상경, 중앙고등보통학교를 다녔지만 19세때인 26년 처가에서 보내주던 학비가 끊기고 본인의 뜻도 있어 낙향, 사업의 꿈을 키운다. 구 회장은 사업을 키워가면서 동생들을 뒷바라지했고 동생들은 좋은 학교를 졸업한 뒤 형의 사업을 성심성의껏 도왔다. 한때 구씨, 허씨 일가가 너무 많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지만 구씨, 허씨들 가운데는 경영능력을 갖춘 이들이 적지 않았다. 창업회장의 동생들은 초창기 외국원서를 번역해 기계 작동법을 알아내고 수출, 기술도입 등 형이 할 수 없는 해외업무를 도맡아 했다. 첫째 동생 고 구철회씨는 형과 함께 첫 사업인 포목상 ‘구인회상점’을 세웠고 둘째 고 구정회씨는 동경고등공업학교를 졸업하고 평안남도청 토목과에 잠시 근무하다 형의 사업을 도왔다. 구태회(82) LS전선 명예회장은 일본 후쿠오카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마쳤다. 그는 경영보다는 정치권에서 주로 활동했는데 4대 민의원과 6,7,8,9,1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구평회(79) E1 명예회장은 진주고보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마치고 51년 락희화학 이사로 입사했다. 구두회(77) 극동도시가스 명예회장은 진주고보와 고려대 상대,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한일은행에서 잠시 일하다 63년 금성사 상무로 입사했다. ‘골프멤버’였던 사돈인 이보형 제일은행장·홍재선 전경련 회장·경방 김용완 회장, 효성 조홍제 회장 등도 구인회 회장과 교우가 깊었다. ●제2의 창업주 구자경 명예회장 구자경 LG명예회장은 삼촌인 구평회 명예회장과 진주고보에 같이 입학한 뒤 진주사범을 마치고 고향인 지수보통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후 50년까지 부산사범대 부속국민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했는데 제자들 중에는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 권근술 전 한겨레신문 사장,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부인인 한인옥씨 등이 있다. 구 명예회장은 한씨에 대해 “얼굴도 예쁜데다 공부도 잘하는 학생이었다.”고 기억했다. 신 전 부의장은 모 TV프로그램에 출연해 구 명예회장에게 ‘호랑이 선생님’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구 명예회장은 50년 락희화학 이사로 입사했지만 공장에서 현장 근로자들과 같이 먹고 자며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았다. 구인회 회장은 생전에 왜 장남을 그토록 고생시키느냐는 질문에 “대장장이는 하찮은 호미 한 자루 만드는데도 담금질을 되풀이해 무쇠를 단련한다. 내 아들이 귀하니까 저렇게 일을 가르치는 것이다.”고 대답했다. 덕분에 그는 현장에서는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의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69년 12월31일 구인회 회장이 뇌종양으로 세상을 뜬 직후인 1970년 1월6일 열린 럭키그룹 시무식에서 구철회 락희화학 사장은 본인의 경영 퇴진과 구자경 당시 금성사 부사장의 회장 추대를 제안했고 이는 우레와 같은 박수로 통과됐다. 구 회장 취임 이후 1년간 그룹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준 사람은 삼촌인 고 구정회 사장이었다. 조카를 ‘보필’하는 삼촌은 LG가의 저력을 잘 말해준다. 구자경 신임회장은 “선대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인화단결과 상호협조를 통해 그룹의 부드러운 기업풍토를 조성하는데 힘쓰고 급속한 확대보다는 내실있는 안정적인 성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락희화학, 금성사 등 11개 계열사를 갖고 시작한 구자경 회장은 95년 2월 이임할 때까지 LG를 한차원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다. 취임 첫 해인 70년 520억원에 불과하던 그룹매출은 94년 30조원을 넘어섰고 수출은 3100만달러에서 147억달러로 474배나 늘어났다. ●늘 꿈이었던 농사일에 매진 구 명예회장은 장남 구본무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넘겨주면서 “앞으로 여의도 본사에는 일주일에 한번만 출근할 것이다. 모든 경영은 신임 회장에게 맡긴다.”고 약속했다. 구태회·평회·두회씨 등 창업주 형제들과 허준구·허신구 회장도 고문으로 물러났다. 충남 천안의 ‘천안연암대학’으로 내려간 구 명예회장은 버섯재배 등에 심혈을 기울이며 10년전 약속을 지키고 있다. 주중에는 천안에 머물다 주말에는 서울 성북동 집으로 올라오는데 매주 월요일에만 트윈타워로 출근한다. 하지만 구본무 회장 집무실인 30층 대신 32층으로 직행, 본인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복지재단·문화재단 업무만 보고 오후에는 천안으로 내려간다.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구 회장 얼굴을 보지 않고 그냥 가는 경우가 많다. 분재, 장미재배를 거쳐 버섯재배로 이어진 구 명예회장의 왕성한 취미활동은 요즘 된장, 생면, 만두 등 유기농 먹을거리로 확대되고 있다. 구 명예회장은 선친이 두산, 경방그룹 회장과 함께 1956년 서울컨트리클럽에서 발족한 ‘단오회’와 진주중 15회 동창회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있으며 능성구씨 대종회장을 맡고 있다. 단오회에는 김각중 경방 회장, 김상홍 삼양사 명예회장, 선친을 치료했던 이동렬 박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진주중 동창인 고 이규호 전 문교부 장관도 생전에 절친한 사이였다. 고 정주영 회장도 전경련 회장단 활동 등을 통해 남다른 친분을 쌓았다. ●20년 경영수업 받은 ‘구병장’ 구본무 회장은 연세대 상학과에 다니다 육군 현역으로 입대했다. 재벌 총수 가운데 현역 출신은 쉽게 보기 어렵다. 보병으로 만기 제대후에는 미국 애슐랜드대로 유학을 떠났다. 클리블랜드주립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구 회장은 30세때인 75년 럭키(현 LG화학)의 심사과(사업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부서로 사업전반을 이해할 수 있음) 과장으로 입사했다. 당시 심사과에서 같이 근무했던 직원이 구 회장의 ‘핵심참모’인 강유식(57) ㈜LG 부회장이다. 강 부회장은 청주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72년 럭키에 입사했다.97년 회장실(구조조정본부)로 소속을 옮겼고 99년 구조조정본부장을 맡으면서 그룹 구조조정과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진두지휘했다. 구 회장은 아버지처럼 ‘험한’ 고생은 하지 않았지만 81년에야 금성사 이사로 승진할 정도로 차곡차곡 경영수업을 받았다. 럭키 심사과장, 수출관리부장, 유지사업본부장을 거쳐 80년 금성사(현 LG전자)로 옮겨 기획심사본부장을 맡았고 83∼84년에는 도쿄 주재원으로 근무했다. 입사 10년만인 85년에야 기획조정실 전무로 그룹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95년 회장 취임사에서 ‘초우량 LG’를 약속했던 구 회장은 인터넷, 홈쇼핑, 이동통신, 통신 등에 잇따라 진출하며 사세를 넓혀갔고 필립스와 합작으로 LCD사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빅딜’과 ‘LG카드 사태’로 반도체, 금융사업에서 손을 떼는 등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1등LG를 이끄는 사람들 지금까지 LG그룹을 상징해 온 ‘인화’는 구본무 회장 대에 이르러 사실상 ‘일등주의’로 바뀌었다.LG는 그동안 ‘인화정신’이 결코 ‘온정주의’가 아니라고 항변해 왔지만 삼성그룹에 비해 LG그룹의 분위기가 다소 느슨해 보인 것은 사실이다. 요즘 LG가 거의 매일 쏟아내는 ‘강한 승부욕’,‘독종정신’,‘다이내믹’ 등은 LG가 온건하고 점잖은 반면 보수적이고 느린 조직에서 ‘환골탈태’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구 회장이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를 김쌍수(60)부회장에게 맡긴 것도 생활가전사업을 1등으로 만든 그의 ‘뚝심’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부진을 면치 못하던 휴대전화 사업을 ‘비전문가’인 박문화(55) 사장에게 맡겨 새로운 도약을 주문했다. 오디오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박 사장은 LG의 ‘광스토리지’ 사업을 7년 연속 세계 1위로 끌어올린 주역이다. LG에서 독립한 다른 친척이나 형제와 달리 주력사인 LG필립스LCD 부회장을 맡고 있는 둘째동생 구본준(54) 부회장 역시 1등에 대한 집념이 남다르다. 경복고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미국 시카고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나온 구 부회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미국 AT&T를 거쳐 86년 금성반도체에 입사했다. 반도체를 현대그룹에 빼앗기다시피 넘겨주는 것을 눈으로 지켜본 뒤 99년부터 LG필립스LCD 대표를 맡아 세계적인 LCD업체로 키워왔다. ●숨어있던 승부사기질 발휘되나 소탈하고 인자해 보이는 구 회장의 이면에는 무서울 정도의 집념과 승부욕이 도사리고 있다는 평이다. 구 회장의 집념은 그가 하늘을 나는 모습만 보고도 무려 150여종의 새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조류학’에 조예가 깊은 것에서 잘 나타난다. 중학교때 산에 올랐다가 우연히 다친 새 한 마리를 발견, 집에 데려와 치료해 준 인연으로 새에 관심을 갖게 된 구 회장은 2000년에는 ‘조류도감’을 낼 정도로 새에 관해서는 전문가다. 여의도 LG트윈빌딩에 둥지를 튼 천연기념물 ‘황조롱이’가 구 회장의 각별한 보살핌덕에 무사히 새끼를 낳은 일화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동생 구본능(56) 희성그룹 회장도 최근 ‘사진으로 보는 한국야구 100년’을 발간할 정도로 야구에 대한 관심이 보통이 아닌데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은 윗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사람좋아 보이는 구 회장이 거의 ‘경멸’할 정도로 싫어하는 부류가 있는데 준비하지 않는 불성실한 사람이다. 구 회장은 연습장에서 충분히 연습하지 않고 무작정 골프장에 나타나는 초보자를 무척 싫어한다고 한다. 더 싫어하는 부류는 ‘트리플보기(이븐파보다 3타를 더 치는 것)’를 하고도 ‘히죽히죽’ 웃는 사람이다. 다시는 트리플보기같은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계열사 사장들을 평가할 때도 이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구 회장은 특별히 운동에 소질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끈질기게 연습에 매달려 한때 핸디캡 5∼6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고 한다. 환갑을 맞은 지금도 핸디 8∼9 정도를 친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구 명예회장 시절 선포한 경영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에 ‘1등LG’를 더한 ‘LG Way’를 새로운 기업문화로 천명했다.10여년에 걸친 계열분리를 마무리지은 구 회장은 ▲고객이 신뢰하는 LG▲투자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LG▲인재들이 선망하는 LG▲경쟁사들이 두려워하면서도 배우고 싶어하는 LG를 목표로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의 집념과 승부사기질이 앞으로 어떻게 발휘될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동국제강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이례적으로 참석할 정도로 장세주 회장과는 친분이 깊은 편이다. 장 회장의 숙부인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의 딸 인영(37)씨가 구 회장의 당숙인 구자은(41) LS전선 상무와 결혼해 사돈지간이기도 하다. 만화가 허영만씨와도 교류가 있는데 허씨는 인기작 ‘식객’에서 구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맛있는 삼계탕을 사주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단출한 네식구 구 회장은 72년 김태동 전 보사부 장관의 딸인 김영식(53)씨와 결혼했다. 김씨는 이화여대 영문과를 다닌 ‘재원’으로 서구적인 외모의 미인이었다고 한다. 시아버지 구자경 명예회장은 “보수적인 며느리를 원했는데 맞고보니 맏며느리는 개방적이고 아래 며느리들이 보수적이었다. 뒤바뀐 감도 없지 않지만 그만하면 잘 맞는 편”이라며 만족하는 분위기다. 구 회장 부부는 금슬이 좋기로 유명하지만 ‘내외’가 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이 주말에 곤지암에서 골프를 치다 부인이 일행들과 골프를 치는 것을 보고 나무랐다는 일화도 있다.LG 소유인 곤지암은 주말에 주로 계열사 임원들이 비즈니스 차원에서 애용하는데 ‘회장 부인’이 나오면 임원들이 불편해 한다는 이유다. 김씨가 다른 그룹 회장 부인과 달리 미술관을 맡지 않은 것이나 여의도 트윈타워에 한번도 나오지 않은 것도 LG가의 엄격한 ‘단속’ 때문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양자로 들인 구광모(27)씨와 연경(27)·연수(9) 두딸을 두고 있다. 광모씨는 병역특례인 산업기능요원으로 국내의 한 IT솔루션업체에 근무하고 있다. 올해 병역을 마치면 미국 뉴욕주의 로체스터 인스티튜트공대로 돌아가 학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양자로 입적된 뒤 ㈜LG와 LG상사 지분을 대폭 늘려 ‘경영승계’가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하지만 LG측은 “광모씨의 양자입적은 ‘제사 지낼 장손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구자경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4세 경영’과는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연세대 사회사업학과를 마치고 미국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는 연경(27)씨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막내딸 윤형(26)씨와 함께 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붓감’이다. ukelvin@seoul.co.kr ■3공화국서 “소총 만들어보라” 권유 구인회 “유망해도 무기는 싫다” 거절 LG화학은 한때 자회사를 통해 ‘비데’사업을 하다 그룹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타일, 욕조 등 욕실 인테리어사업에 비데를 함께 취급하면 고객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시작했지만 구본무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첨단기술로 해외시장을 노리는 제품도 아닌데 돈이 된다고 해서 ‘품위’에 맞지 않는 제품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LG에서 계열분리된 지 1년이 지난 지난해 말에도 LG카드의 부실이 해결되지 않자 채권단은 또 한번 LG그룹의 지원을 요청했다.LG측은 “이미 1조원이 넘게 지원을 한데다 그룹에서 분리된 회사를 무슨 근거로 지원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구 회장의 ‘결단’으로 출자전환을 결정했다. 구 회장은 LG카드 기업어음(CP)을 갖고 있던 친척들에게 일일이 양해를 구해가며 출자를 부탁했다고 한다. 삼성과 공동으로 시작했던 방송사업을 넘겨준 것이나 택배사업 진출을 계획했다 직전에 포기한 것도 ‘사돈간의 불화’로 세인들의 지탄을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LG가 이처럼 ‘세간의 평판’을 신경쓰는 것은 엄격한 유교가문의 장손인 고 구인회 창업회장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 구인회 회장은 도박이나 술 등 사행산업은 물론 이른바 ‘먹고 마시는’일과 연관된 소비성 사업, 부동산 투자도 금지할 정도로 엄격했다. 나중에야 필요에 의해 인터컨티넨탈호텔을 설립했지만 한때는 호텔사업도 LG의 ‘금지리스트’에 올라 있을 정도였다.3공화국 당시 정부로부터 “소총을 만들어 보라.”는 권유를 받았을 때도 “우리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것은 고마우나 아무리 유망한 사업이라도 무기는 만들고 싶지 않다.”며 거절했을 정도다. 하지만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같은 ‘체면 경영(정도경영)’은 자칫 수익성 좋은 사업 기회를 놓칠 수 있고 공격적인 확장에도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LG관계자는 “사람들에게 욕을 먹어가며 일등할 생각은 없다.”면서 “좋은 품질과 서비스를 갖추면 무리한 방법을 쓰지 않아도 고객들이 인정해준다는 것이 구 회장의 지론”이라고 말했다. ukelvin@seoul.co.kr ■구씨 3대의 반도체 인연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합병돼 설립된 하이닉스반도체의 ‘새 주인’이 누가될 것인지를 놓고 재계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매각대금이 3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이는 이 대형 매물의 유력한 새 주인으로 전 주인인 LG가 거론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LG는 하이닉스 인수설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검토할 일도 없다.”며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40년 가까운 구씨 3대의 반도체 인연이 그리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중론이다. LG는 구인회 창업회장 생전인 69년 미국 NSC의 기술제공으로 반도체 회사인 금성전자를 설립했다. 초대 사장은 구자두 현 LG벤처투자 회장이었다. 금성전자는 1차 오일쇼크 등으로 73년 금성사에 흡수합병되면서 주춤했지만 74년 삼성 이건희 회장(당시 동양방송 이사)이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것 등에 ‘자극’받아 75년 반도체팀을 만들고 미국 AMI와 합작 공장을 설립하는 등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79년에는 대한전선의 대한반도체를 인수, 금성반도체를 발족하기에 이르렀다. 초대 회장은 구자경 현 명예회장, 사장은 이헌조 현 LG그룹 고문이었다. 금성반도체는 이후 85년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세번째로 1메가롬(ROM)을 개발하는데 성공하고 금성일렉트론으로 이름을 바꾼 뒤 90년 1메가 D램,91년 4메가 D램을 잇따라 내놓으며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하지만 LG는 98년 정부의 ‘빅딜정책’의 ‘희생양’이 되면서 반도체사업을 현대그룹에 양보하게 된다.99년 1월6일 청와대를 방문한 구본무 회장은 전자사업이 주력인 LG에 반도체사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했지만 이미 현대측과 ‘얘기’가 끝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귀에 구 회장의 ‘절규’가 들릴 리 만무했다. 이날 밤 이헌조, 변규칠, 성재갑 등 LG의 원로들이 마련한 위로자리에서 구 회장은 모처럼 통음을 했다. 일부에서는 구 회장이 ‘통곡’을 했다고 하지만 ‘통한의 눈물’을 보인 정도였다는 것이 당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서울 한남동 구 회장의 집앞에 진을 친 기자들은 자정이 넘어 귀가하는 구 회장을 붙들고 ‘소감’을 물었고 구 회장은 “다 버렸습니다.”는 말로 3대를 내려오며 30년간 이어진 반도체와의 인연을 정리했다. ukelvi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지도층자녀 국적포기 119명

    지난 4일 국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국적포기 명단을 공개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MBC TV ‘PD수첩’(화요일 밤 11시 5분)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고위층 자녀들의 부도덕한 모습을 추적한 ‘고위층 국적 포기, 그들은 누구인가’(가제)를 24일 방송한다. PD수첩은 국적을 포기한 119명의 명단을 최근 입수했다. 이 명단에 따르면 국적법 발의 이후 국공립대 교수를 포함한 공무원 28명, 연세대와 고려대 등 학계 인사 54명, 삼성ㆍ현대 등 경제계 24명, 금융계ㆍ법조계 등 전문직 10명 등이 국적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남자가 114명으로 대부분이었고, 선택 국가는 모두 미국이었다. 교수를 제외한 전현직 공무원은 국책연구원을 포함해 5명. 국공립대 교수는 서울대 5명, 부산대 4명, 강원대 2명, 전북대 2명 등이며 사립대는 연세대 5명, 국민대 4명, 홍익대 3명, 고려대 2명 등이었다. 재계에서는 LGㆍ현대ㆍ삼성ㆍ하이닉스ㆍ해태유업 등 대기업 관계자 24명이 포함됐다. 또 전 한국은행 총재와 명문 사립대 K대 전 총장, 그리고 전 주미대사의 직계 손자도 국적을 이탈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명단에는 아들 딸 모두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었으나, 병역 면제를 목적으로 아들만 국적을 포기시킨 경우도 많았다.‘PD수첩’은 전직 장관 K씨 가족이 손자의 국적을 포기하기 위해 목동 출입국사무소에 나타난 장면 등을 포착했다. 서울 연합
  • 김운용, IOC위원 사임

    김운용(74)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이 IOC위원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IOC는 김 부위원장이 IOC위원에서 자진 사퇴하겠다는 서신을 보내왔다고 20일 공식발표했다. IOC 집행위원회는 이에 따라 “김운용 부위원장에 대한 제명 등 징계 절차는 모두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김 부위원장은 오는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리게 될 IOC 총회에서 제명될 가능성이 높았다. 공금유용 등 혐의로 이미 실형(징역2년)이 확정된 김부위원장은 그동안 정치적 누명이라며 IOC에 탄원서를 계속 보내왔다. 그러나 결국 대한태권도협회장,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대한체육회장 등 주요 공직을 차례로 내놓은데 이어 지난 1986년부터 재임해온 IOC 위원직마저 잃게 되면서 국제 스포츠계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나게 됐다. 김부위원장의 사퇴로 한국의 IOC위원은 박용성, 이건희 위원 등 2명으로 줄어들게 됐고 국제스포츠계에서의 위상도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씨름연맹 첫 여성 부총재 도영심 대사

    씨름연맹 첫 여성 부총재 도영심 대사

    “씨름은 국제적인 스포츠로 커나갈 가능성이 충분한 민속 운동입니다.” 20일 한국씨름연맹 제4차 임시이사회에서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부총재로 선임된 도영심(58)외교통상부 관광·스포츠대사는 “남편이 이제 씨름에까지 손을 뻗치냐고 핀잔을 줬다.”며 밝게 웃었다. 도 대사와 씨름의 인연은 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한국방문의 해 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하던 2000년 1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국전통문화 행사에서 하회별신굿 탈놀이와 함께 민속씨름을 소개했다. 도 대사는 “평소 씨름은 왜 일본의 스모처럼 국제적인 관심을 못 얻는 것일까 궁금해하던 차에 한국전통문화를 소개해달라는 제의를 받고 씨름을 떠올리게 됐다.”면서 “영국인들이 건장한 남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다양한 기술로 상대를 넘어뜨리는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13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현재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이사장, 국가이미지개발위원장, 유엔 빈곤퇴치재단 이사 등 다양한 명함을 지니고 있는 도 대사는 “씨름은 따로 인프라를 갖출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술 전수만 이뤄질 수 있다면 태권도와 같은 국제 스포츠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우선 일본, 중국, 몽골 등 씨름과 비슷한 스포츠를 가진 나라들과의 교류 경기 등으로 국제적 관심을 환기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선수들이 입장할 때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힌다든지 경기 전 탈놀이나 무당굿 등 민속예술을 선보인다든지 하는 노력으로 세계인의 눈길을 끌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도 대사는 프로팀 해체 등 최근 씨름의 위기를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는 “씨름인들은 일단 씨름 경기를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대화와 설득으로 서로를 이해시키면서 프로씨름의 발전 전략도 함께 고민하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한은發 쇼크’ 외환시장 또 출렁

    ‘BOK(한국은행의 영문 약자)발 쇼크’로 또 한번 외환시장이 출렁했다. 18일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박승 한은 총재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한은이 외환시장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을 것”,“국가신인도 확보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더 이상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보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FT는 박 총재의 이러한 발언이 원화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외환보유액 확충에 필요한 시장개입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이 보도로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19일 원·달러 환율이 한때 1000원대로 떨어지는 급락세를 보였다. 뉴욕시장에서는 1000원대 밑으로 떨어졌다. 한은이 FT의 보도 내용을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언제든지 시장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해명하면서 환율이 반등,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번 해프닝은 지난 2월 발생했던 ‘BOK 쇼크’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기 충분한 사건이라는 것이 외환시장의 반응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외환보유액 세계 4위인 한국의 중앙은행 총재가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문제를 건드리면서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데 입을 모았다. 평소 특정 언론매체와 개별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온 박 총재가 FT와 인터뷰를 한 경위에 대해 한은은 “일부 편파적인 외신보도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갖게 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한 IR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결과만 놓고 보면 혹 떼려다 더 큰 혹을 붙인 셈이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美 섬유쿼터 부활땐 화섬업체 타격

    위안화 절상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커지면 국내 경제도 적잖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중국에 위안화 절상과 관련해 6개월간의 시간적 여유를 줬지만, 이 기간 동안 중국에 대한 무역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은 중국에 대해 면바지·속옷 등에 수입쿼터제를 부활할 움직임이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문제여서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고 하더라도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은 간접 피해를 볼 수 있다. 대외경제연구원 지만수 연구위원은 18일 “만약 미국이 섬유업종 전체로 수입쿼터제 부활을 확대한다면 화섬의 원재료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까지 피해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는 결국 미국의 무역보호주의의 그늘에서 피해 갈 수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중국이 실제 위안화 평가절상을 단행할 경우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일시적인 충격을 받아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을 예상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파장은 길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국은행 이영균 부총재보는 “우리나라는 지난 2002년말 대비 원·달러 환율이 30% 이상 상승했기 때문에 일시적인 충격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안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박해식 박사는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한다고 해도 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럴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연봉 3억 넘는 공기업 6곳

    연봉 3억 넘는 공기업 6곳

    정부산하기관을 비롯한 공기업의 방만경영이 도마에 오른 지 오래지만, 최근 이들 공기업에 대한 경영혁신 필요성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엔 “(일부 공기업의 경우)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 같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적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예산·인사 등에서 재정경제부 등 일부 경제부처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는 16개 금융관련 공기업 및 정부유관기관 대표자들의 보수실태가 공개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3억원대 연봉+성과급’의 보수를 받는 곳만 6개에 달했는데, 대부분 ‘모피아’ 출신들이 대표를 맡고 있다. 모피아는 재경부의 전신인 옛 재무부의 영문 이니셜(MOF)과 마피아를 합쳐서 만든 조어로, 최근엔 재경부 출신을 총칭하는 용어다. 18일자 ‘내일신문’에 따르면 대표자의 연봉(2004년 혹은 2005년 책정)만 3억원대에 이르는 공기업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증권선물거래소 등 6곳이다. 최고는 산업은행 총재로, 지난해 보수총액이 5억 3100만원(연봉 3억 5000만원+성과급 1억 8100만원)에 달했다. 이들 기관 대표는 대부분 재경부 장관이 임명하거나 제청권을 행사하고 있다. 기업은행과 증권예탁원,KOSKOM(한국증권전산의 새 이름) 등 3곳은 연봉 2억원대 공기업이다. 기업은행장에게 2003년 지급된 보수는 연봉 2억 9500만원에 성과급 1억 4750만원 등 4억 4250만원이었다. 성과급은 없지만 2억원대의 연봉을 받는 곳은 예금보험공사(2억 5400만원)와 비씨카드,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증권금융, 국제금융센터 등 5곳에 달했다. 기획예산처는 올해부터 신보와 기술신보 등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의 적용을 받는 88개 기관에 대해 대표자와 임원의 보수내역을 공개하는 한편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연봉을 제한하는 등 관리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기획예산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정부산하기관과 단체, 공기업 등이)정부부처 못지않은 정책적인 영향을 가지고 있는 만큼 평가하고 관여하는 데 좀 더 정교한 제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 바 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부고]

    ●남정식(국민일보 편집국 부국장·비주얼에디터)정애(미래가족문화연합 상임이사)씨 모친상 18일 서울대병원, 발인 20일 오전 7시30분 (02)2072-2022 ●홍기표(대우건설 문화홍보팀장)가표(목동 청소년회관 과장)권표(서울에어엔씨 대표)승표(호주항공 부장)씨 부친상 서대운(대주항운 이사)씨 빙부상 18일 이대 목동병원, 발인 20일 오전 9시 (02)2650-2746 ●양주철(경남대 체육교육과 명예교수)씨 별세 태현(창원사파성당 주임신부)태석(재미 사업)태경(미국 유학)씨 부친상 17일 창원 파티마병원, 발인 20일 오전 10시 (055)270-1940 ●이선호(중앙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진호(전 안양시 동안구청장)씨 부친상 박종철(전 한국유리 부장)씨 빙부상 1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20일 오전 10시 (02)3410-6915 ●한동주(대한통운 국제물류 상무이사)씨 모친상 윤영환(라이온스 D지구 부총재)씨 빙모상 한지훈(현대기아차 마케팅총괄본부)씨 조모상 18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20일 오후 1시 (02)392-0299 ●이백경(금광기업 대표)씨 별세 재명(군인)씨 부친상 정경(하나은행 북부지역본부장)씨 형님상 혜경(국민대 성곡도서관)혜령(군포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씨 오라버니상 1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0일 오전 7시 (02)3010-2294 ●오영식(베스트카고해운 대표)씨 모친상 1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0일 오전 8시 (02)3010-2235 ●조준형(전 신동아화재해상보험 전주지점장)씨 별세 박혜란(전 상업은행 당산동지점 과장)씨 상부 조성환(우리은행 안산지점 과장)성윤(현대중공업)씨 숙부상 1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0일 오전 7시 (02)3010-2268 ●변성규(한양대 중국학과 교수)씨 상배 홍재호(서울복층유리 대표)태호(하영특수유리 〃)씨 여동생상 1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9일 오전 9시 (02)3010-2253
  • 라이온스 후보매수 당사자 상급단체 의장선거 단독출마

    국제라이온스협회 서울 강남지구 선거비리에 연루됐던 핵심인물이 상급단체 의장으로 또다시 단독 입후보한 것으로 드러났다.17일 국제라이온스협회 한국연합회에 따르면 라이온스 354-D지구(서울 강남지역) 총재에서 다음 달 물러나는 서모(70·S무역 대표)씨가 상급단체인 354복합지구(수도권 및 강원지역) 의장 선거에 단독 출마했다. 서씨는 2003년과 2004년 354-D지구 선거에 나와 지구 부총재와 총재에 당선됐으나 당시 서씨를 포함한 경선 후보 3명이 후보사퇴를 조건으로 총 20억 8000만원의 뒷돈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난 인물이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데스크시각] 밀실야합 안된다 여야 공개경쟁하라/박대출 정치부 차장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 세 정권의 공통점 하나. 민(民)의 지지로 탄생했다. 하지만 ‘민’을 독자적으로 얻지 않았다. 모자란 자신의 ‘민’을 상대의 ‘민’으로 보충했다. 김영삼 정권은 3당 합당으로 태어났다.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 충청으로 지지 기반의 외연을 늘려 집권했다. 김대중(DJ) 정권은 자민련의 김종필(JP) 전 총재와 손잡고 ‘공동정권’으로 출발했다.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 후보와 연대했다. 세 정권의 공통점 둘. 힘을 합친 세력들은 끝까지 가지 않았다.YS 정권은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말을 남겼다.TK 세력들은 홀대받았고,JP는 쫓겨나 자민련을 만들었다.DJ는 내각제 합의 파기로 JP와 결별했다. 지난 대선 막판에 노 후보와 정 후보는 결별했다. 정 후보 세력은 스스로 떠났고, 참여정부에 참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집안을 쪼갰다. 민주당을 버리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두 공통점은 우리 정치에 교훈을 남겼다. 타 정파와 힘을 합쳐야 정권을 창출할 수 있고, 배신이든 결별이든 다음 수순은 뻔하다는 사실이다. 예외없이 개혁을 내건 점도 마찬가지다. 우리 정치의 아이러니는 배신을 예상하면서도 손을 잡는 데 있다. 크든, 작든 대가가 따르기 때문인 것 같다. 한쪽에는 최고 권력이라는 엄청난 부가가치가 보장된다. 다른 한쪽은 ‘권력 부스러기’라도 향유할 수 있다. 명분과 도덕성만 뒤로하면 둘 다 ‘남는 장사’다. 이 점이 야합이든, 연합이든 추동력을 높이는 마약과 같은 유혹이다. 손을 잡는 정파들은 연대, 연합이라고 주장한다. 대칭점에 있는 세력들은 야합이라고 비난해댄다. 선(善)과 악(惡)으로 극명하게 나뉜다. 남이 하면 ‘악’인 것을 스스로는 ‘선’이라며 열심히 좇는 행태가 정치 현실이다. 다음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조짐이 엿보인다. 열린우리당이 발원지다. 문희상 의장, 정세균 원내대표, 염동연 상임중앙위원, 천정배 전 원내대표 등 신구(新舊) 지도부가 잇따라 민주당과의 합당론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연히 발끈한다. 한화갑 대표는 “없어질 당에 왜 가나.”라며 화를 낸다. 유종필 대변인은 ‘반란군, 탈영자’라고 격한 소리를 뱉어낸다. 그러면 “합당을 논의할 시기가 됐다.”던 여당 사람들은 “때를 기다려야 한다.”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 치고, 빠지고 하는 모양새다. 양당의 합당론을 놓고 최근 어느 여론조사 결과는 부정적이다.‘바람직하지 않다.’가 59.4%로 압도적이다.‘바람직하다.’는 24.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합당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더욱이 최근의 정치 지도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양강 구도에서 머물지 않고 있다. 민주당, 자민련, 가칭 ‘중부권 신당’ 등으로 변수가 늘었다. 합종연횡의 그림은 훨씬 복잡해졌다. 열린우리당은 민주당을 ‘1차 구애대상’으로 아예 정했다. 민주당과 손잡지 못하면 필패(必敗)라는 쓴 경험도 지난 4·30 재·보선에서 얻었다. 한나라당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당과 손을 잡아야 승률을 높일 수 있다. 최초의 ‘영호남 연합정권’이라는 명분도, 지역갈등 해소라는 실익도 있다. 지금까지 연합이든, 야합이든 예외없이 밀실협상에서 출발했다. 권력게임은 ‘그들만의 잔치’가 될 뿐이었다. 국민들은 늘 외면당했다. 소외당한 과정에 서운했고, 배신하는 결과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협력, 연합이 아니라 야합으로 비쳐진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젠 합당을 공론화해야 한다. 떳떳하게 선언하는 게 낫다. 구애(求愛) 대상도 공개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이 “불가피하게 이혼했다가 재결합하겠다.”고 하든지, 한나라당이 “오랜 반목을 씻고 화합의 길을 열겠다.”고 하든지, 논리는 각자의 몫이다. 그러면 밀실협상이 아닌 공개 경쟁으로 이어진다. 정책으로, 민생으로 가는 길은 필수다. 민심과 몸으로 부딪쳐 이해와 용서를 얻어내야 한다. 그런 뒤 민심이 원하는 대로 손잡을 상대를 선택하면 된다. 민심에 다가가는 지략과 성심을 다하는 열의가 필수다. 섣부른 구애는 오히려 해가 된다. 국민들은 위민(爲民) 정당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주권자가 원하면 야합이라고 매도할 수만 없다. 박대출 정치부 차장 dcpark@seoul.co.kr
  • 라이온스 선거 20억에 후보매수

    라이온스 선거 20억에 후보매수

    세계 최대 민간봉사단체인 국제라이온스협회 국내지부 임원 선거에서 후보들이 총 20억여원의 뒷돈 거래를 통해 후보사퇴 등 담합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의원들은 뒷돈이 오간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해당 후보들을 총재와 부총재로 뽑았다. 국제라이온스 한국연합회 산하 354-D(서울 강남)지구 전직 임원 등 회원들은 16일 “지구 내 서열 1,2위인 총재 당선자 김모(64·의사)씨와 직전 총재 서모(70·사업가)씨가 후보 사퇴와 담합 등을 조건으로 5차례에 걸쳐 20억 8000만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서울 한강 이남 전역과 마포·용산·영등포구를 관할하는 354-D지구는 회원 8000여명의 세계 최대 규모로 연 평균 기부액이 70억∼80억원에 이른다. 협회선거관리위원회 조사 결과, 김씨는 2003년 3월 선거 때 부총재 후보로 같이 등록한 서씨에게서 7억 8000만원을 받은 뒤 후보를 사퇴했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단일화된 후보는 사퇴한 후보가 이듬해 부총재 선거에 당선되도록 필요한 요구사항을 수용, 이행한다.”는 내용의 합의각서를 작성, 공증까지 받았다. 결국 서씨는 단독후보로 나서 부총재에 당선됐다. 2004년에는 거꾸로 김씨가 “부총재 당선을 위해 노력해 달라.”면서 서씨에게 1월,3월 2차례에 걸쳐 6억원을 줬다. 하지만 또 다른 회원인 박모(58·변호사)씨가 부총재직에 입후보해 경선이 불가피해지자 김씨와 서씨는 위로금 명목으로 박씨에게 각각 3억원과 4억원을 줬다. 박씨는 돈을 받은 직후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결국 2004년 대의원 총회에서 김씨는 부총재에, 서씨는 총재에 당선됐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과거 총재를 지냈던 원로위원들은 올해 선거에서 김씨의 후보등록을 취소하라고 주장, 지난달 말 선거가 무산됐다. 하지만 이달 10일 비공개로 강행된 총회에서 김씨는 총재로 신임됐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비교섭단체 릴레이 인터뷰] ③김학원 자민련대표

    [비교섭단체 릴레이 인터뷰] ③김학원 자민련대표

    자유민주연합 김학원 대표는 16일 “햇볕을 찾아 수시로 둥지를 옮기는 ‘철새 정치인’과 국민이 원하지 않는 ‘급조 정당’이 오래가는 걸 본 적이 없다.”며 ‘중부권 신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김 대표는 이날 마포당사에서 서울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자민련의 앞날을 비롯해 주요 정치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4·30 재보선 때 충청권에선 ‘신당 바람’이 거셌다고 하는데. -신당 바람이 있었다면 신당측의 무소속 정진석 후보가 연기에서는 지고, 아산에서는 후보조차 내지 못했겠나. 심대평 지사의 심복인 이명수씨가 막판에 자민련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으로 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민련으로선 믿었던 정·이 후보가 막판에 ‘기획 탈당’을 감행하는 바람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신당 바람은 미풍에 불과했다. 심 지사에게 섭섭함이 많은 것 같은데. -자민련에서 가장 많은 은혜를 받았던 사람이 배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악을 가하고 있다. 자민련 부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해 4·15총선 후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뽑을 때도 심 지사 추종세력이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전당대회장까지 와서 난장판을 쳤다. 심 지사가 신당을 추진하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자신의 정치적 몸집을 불려 2007년 대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큰 정당으로 가려는 것 아니겠나. 자민련을 부수려는 것도 자신의 몸집을 부풀리기 위한 방편으로,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부권 신당’은 지역분권형 정당을 주장하는데. -분권형 정당제도는 세계 역사를 보나 우리 정당사를 보나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역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을 만들어 연대하자는 것이다. 그런 정당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지역이익에만 몰두하는 지역정당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 최근에 JP(김종필 전 총재)를 만난 적 있나. 중부권 신당에 대한 JP의 생각은. -가끔 만난다. 정계를 떠난 분이기에 업무를 보고하거나 말씀 드린 적은 없고, 가벼운 운동만 하고 그렇다. 중부권 신당에 대해서는 JP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고,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김 대표께서는 기회있을 때마다 ‘중도보수 대연합’을 주장하는데. -보수세력은 한나라당뿐 아니라 재야에 더 많이 흩어져 있다. 한나라당과의 당대당 통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재야에 흩어져 있는 개혁적 보수세력과 힘을 합해 재창당 수준의 탈바꿈을 해보려는 것이다. 개헌에 대한 자민련의 입장은. -개헌 논의는 빠를수록 좋다. 우선 2007년 대선에 앞서 모든 것을 마무리하려면 연내에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 등이 논의되고 있는데 자민련은 내각제를 당론으로 하고 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5·1설 5·18설 위안화 절상 언제?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 위안화 절상과 환율개혁 시기를 놓고 중국 국내외에서 공방이 한창이다. 세계의 유명 금융기관 애널리스트들과 외신들이 점쳤던 ‘5·18 환율개혁’은 현재 물 건너 가는 분위기다. 당초 5·1 노동절 연휴 기간에 위안화 절상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무산된 뒤 중국에서 8개 신규 이종통화 거래가 개시되는 18일이 새로운 ‘거사일’로 등장했었다. 하지만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최근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18일 위안화 절상은 없다.”고 못박았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16일 위안화와 관련된 추측, 압력, 정치문제화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최근들어 위안화 절상이 초미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지난 10년간 미국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8.28위안 정도로 묶어둔 페그제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국내외 정황 때문이다. 중국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달러화 보유고와 대중 무역적자 감소를 위한 미국의 압력 등으로 더 이상 국제사회와의 갈등을 키우면서까지 환율 개혁을 미루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부활된 미국의 대중 섬유쿼터제도도 새로운 위안화 절상 압력의 일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도 ‘절상 불가피론자’들이 급증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하지만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은 외부 압력에 떠밀려 위안화 절상 시기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방침을 세웠다. 중국 사회과학연구원의 후 빌리앙은 “미국이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높일수록 투기 세력 유입이 많아지기 때문에 중국은 위안화 절상을 늦출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중국 금융 전문가들은 ▲미국 등 외부의 압력이 잠잠해지고 ▲국제 투기 세력의 공세가 약화되는 시점 등을 택해 기습적으로 환율 개혁을 단행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3월 원 총리가 “뜻밖의 시점에 위안화 절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원칙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구체적인 절상 시기를 맞추기는 어렵지만 일각에서는 올 상반기 중 ‘미미한 정도’의 변화가 있은 뒤 하반기 내에 위안화 등락폭이 꾸준히 확대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oilman@seoul.co.kr
  • “5·18이 ‘경축’할 일이냐” “기념위 요청… 사과하라”

    5·18 기념탑 문구로 서울시와 열린우리당이 한바탕 설전을 펼쳤다. 열린우리당 서영교 부대변인이 지난 13일 “서울역에 세워진 5·18 기념탑에 ‘경축’이란 문구가 들어 있다.”며 서울시를 비난한 것이 발단. 서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서울시의 광주항쟁 ‘경축’은 얼마 전 이명박 서울시장의 5·18 영정 앞 파안대소와 함께 시장과 그 수하들의 천박한 역사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분노하는 국민과 광주영령 앞에 무릎꿇고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경축’ 문구를 둘러싼 논란이 일자 한상석 5·18 민중항쟁 25주년 서울기념행사위원장은 이날 “서울시는 행사위원회와 서울지방보훈청의 요청대로 ‘경축’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이라고 직접 해명했다. 그는 나아가 “이제 5·18 기념탑에도 ‘경축’이라고 쓸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시는 이런 한 위원장의 해명에도 열린우리당이 홈페이지에 서 부대변인의 논평을 그대로 두자 김병일 대변인 명의로 맞비난 성명을 내고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성명에서 “이명박 서울시장의 ‘군대 동원’ 발언으로 큰 사고를 친 열린우리당 대변인실이 5·18 기념탑에 ‘경축’이라는 문구가 왜 들어갔는지 시에 확인도 하지 않고 막무가내 식의 논평을 내는 등 또다시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5·18 묘지를 방문하고 기념으로 심은 나무의 표지석이 잇따라 파손돼 관계자들이 복구에 나섰다. 15일 오후 2시쯤 이회창 전 총재의 기념식수 밑에 있는 표지석이 받침석에서 떨어져 나가 있는 것을 관리소 직원이 발견했다.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기념식수 표지석도 잔디에 눕혀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바로세웠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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