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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말리아 4개월내 75만명 죽는다”

    6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소말리아에서 앞으로 4개월 안에 최대 75만명이 기근으로 숨질 수 있다고 유엔이 경고했다. 이는 소말리아 일대의 가뭄이 향후 수개월 동안 지속되고 기근 지역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5일 BBC 등에 따르면 유엔 세계식량계획 산하 소말리아 식량안보지원팀(FSNAU)은 “소말리아 전역에서 400만명이 기근 위기에 빠져 있는 데다 가뭄이 갈수록 악화되며 기근 지역이 확대되고 있어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4개월 안에 75만명이 사망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식량안보지원팀은 “지금까지 수만명이 숨졌고, 이 가운데 절반은 어린이들”이라고 덧붙였다. 식량안보지원팀은 특히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가 장악한 소말리아 남부 베이 지역이 소말리아에서 여섯 번째 기근 지역으로 공식 선포됐다고 밝혔다. 또 이 지역 일대 주민 1200만명이 식량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향후 수개월 동안 상황이 급속히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동부 아프리카에 닥친 가뭄으로 지금까지 수만명의 소말리아인들이 도움을 구하기 위해 고국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소말리아와 인접한 지부티, 에티오피아, 케냐 ,우간다 등도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BBC는 “설혹 오는 10월이나 11월에 비가 내린다 하더라고 주민들은 작물이 자랄 때까지 수개월을 더 기다려야 하는 처지”라고 전했다. 앞서 유엔은 지난달 19일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 지부티 등이 위치한 아프리카 북동부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30만명 이상의 어린이가 아사 위기에 몰려 있다고 밝혔다. 앤서니 레이크 유엔아동기금(UNICEF) 총재는 이 지역에서 발생한 재난이 인류의 대재앙으로 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한국경제, 물가 잡으려면 성장 집착말라”

    한국경제가 총제적 난국에 직면해 있는 형국이다. 대외적으로는 유럽의 재정위기에다 미국의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세계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고물가, 전세난, 가계부채, 일자리 부족, 금융시장 불안, 내수침체 등의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서울신문은 4일 강봉균(국회의원) 전 재정경제부 장관,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김종인(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 전 청와대 경제수석,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현정택(인하대 교수)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 경제원로 5명에게 한국경제의 나아갈 길을 질문했다. 경제원로들은 하나같이 “정부는 성장과 물가의 두 마리 토끼를 좇지 말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경제정책 목표가 큰 원칙 없이 오락가락하면서 되레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질타했다. 세계경제의 저성장·고물가 상황에도 정부가 거시경제 목표를 물가에서 성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경제계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성장률 하락이 고용시장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원로들의 지적은 정부가 성장보다는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원로들은 “향후 우리의 경제정책이 ‘갈지(之) 자’ 행보를 거듭할 경우 희망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승 전 총재는 “저성장 고물가 시대는 세계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만 예외일 수는 없다.”고 물가잡기에 방점을 찍었다. 현정택 전 KDI 원장도 “2008년과 2009년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의 경제성장을 기록하면서 성장률에 방점을 두고 있다가 물가 안정 문제는 지난해 말에야 언급하기 시작해 혼선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봉균 전 장관은 “미국, 일본 등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4~5년간의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수출을 늘려 고도성장을 한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면서 “안정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이에 대해 국민들에게 솔직히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수석은 “물가와 가계부채 문제 모두 정부가 건건마다 대응하면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을 내놓아 해결할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병주 교수는 “세입이 감내하는 범위 내에서 세출이 있고, 그 속에 사회복지와 경제도 있는데 포퓰리즘 논란에 정부도, 정치권도 휩쓸리고 있다.”면서 “명확한 복지 청사진을 국민에게 보여주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중병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오달란기자 kdlrudwn@seoul.co.kr
  • [경제원로 5인에 길을 묻다] “금리 올려라… 고통 이겨야 미국식 부동산 폭락 막는다”

    [경제원로 5인에 길을 묻다] “금리 올려라… 고통 이겨야 미국식 부동산 폭락 막는다”

    경제 원로들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물가와 가계부채를 지적하고 해법으로는 기준금리 인상을 들었다. 물가 당국인 한국은행은 7, 8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중 금리는 이미 상승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금리 인상에 대해 은행에서는 “물가 상승 추세가 계속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중 금리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현정택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4일 서울신문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해와 올해 금리 인상 기회를 놓친 것을 질타했다. 근본책을 외면하니 휘발유값 100원 올리기, 시중은행 가계부채 줄이기 등 물가·가계부채 분야에서 미봉책에 매달린다고 지적했다. 이외 부자 감세가 아닌 부자 증세를 통해 저소득층을 도와주고, 공정한 대·중소기업 경쟁을 위해 2009년 폐지됐던 출자총액제한의 부활을 검토하자는 제언도 있었다. 물가안정을 위해 약사, 변호사, 의사 등 고소득 이해집단의 이익을 줄여 유통단계를 단순화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경제계 원로들의 의견은 명확했다. 박승 전 총재는 “기준금리는 실물자산(부동산 등)과 금융자산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면서 “금리가 낮으면 실물자산의 수요가 늘기 때문에 물가 인상 폭 감소뿐만 아니라 가계부채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리를 올리면 시중 금리가 오르면서 변동 금리가 대부분인 서민의 가계부채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그 고통을 참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미국과 같이 저금리에 산 부동산이 가격 하락으로 붕괴되는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올해 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기준금리는 3.25%로, 오는 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개최된다. 강봉균 전 장관 역시 “올해 안에 금융위기 이전의 금리수준(4%대)까지 올려야 빚의 가수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세계적으로 신규대출 억제로 가계부채를 잡는 국가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가계부채·일자리 등 모든 어려움을 다 해결하려고 하면 경제정책의 초점이 흐려진다고 조언했다. 현정택 전 원장은 금리가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6개월에서 1년의 시차가 걸린다고 했다. 지난해 이미 금리를 올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물가 상승의 원인을 기상이변 등에서 찾고 해결책으로 기름값 인하, 농축산물 수입 등에 매달리는 것도 일리는 있지만 인플레이션의 근본적 원인이 통화량 증가라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선진국의 경우 물가가 3%만 넘어도 당황하는데 우리는 5%대까지 기록한 상황이므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행이 물가안정 목표를 3%±1%로 잡은 것은 4%까지 목표라는 것이 아니라 3%가 목표이되 오차 범위를 명시한 것”이라면서 “한국은행과 정부가 물가 목표를 4%라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주 명예교수는 7월에 3.5%까지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한 것이 실기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럼에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8일 대외불안과 경기침체 우려로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10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원로들은 양극화를 우리나라 경제의 큰 문제로 꼽았다. 박승 전 총재는 “싼 물건으로 물가 안정을 수출하던 중국이 물가가 상승하면서 인플레 수출국으로 변하고, 미국과 유럽의 재정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저성장 고물가 시대도 계속될 것”이라면서 “결국 문제는 분배”라고 밝혔다. 그는 성장의 열매가 대기업 위주로 쏠리면서 서민은 가난해지는 ‘빈곤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강력한 재분배 정책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박 전 총재는 “부자 감세가 아니라 대기업과 부유층에서 20조~30조원의 사회복지세를 걷어 극빈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면서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 등 세계 선진국도 부자 증세의 바람이 불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김병주 명예교수는 패자를 감싸 주는 따뜻한 경제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물가 문제에 있어서 약사,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중간상들의 이익을 줄여 서민들이 혜택을 보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세계 경제의 형편상 한계가 있는 수출 공세보다 내수 확대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투자를 안 하는 이유는 결국 정부가 만들어 내는 불확실성 때문”이라면서 “세제 혜택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만들고, 노사 문제가 안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정택 전 KDI 원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부활시키는 것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2009년 폐지되면서 몇 년 사이에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가 너무 많이 늘었다는 뜻이다. 그는 “내수 확충을 위해 서비스 산업이 살아나야 하지만 교육, 의료, 관광 분야 등에서 많은 규제들이 없어지지 않고 있는 데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 내는 대학 시스템도 부족하다.”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공기업 민영화 등이 빨리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봉균 전 장관은 정부는 되도록 보수적으로, 기업은 낙관적으로 시장 전망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 불안에 외국 자금의 흐름을 너무 좋게 해석하거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녹색 성장을 하면서 경제 성장을 동시에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역할 역시 과도하게 기대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수석은 “각종 정책이 시기를 놓치기는 했지만 지금이라도 경제정책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면서 “우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토대부터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주·오달란기자 kdlrudwn@seoul.co.kr
  • [Weekend inside] 농산물 폭등의 진범 국제금융자본 투기

    [Weekend inside] 농산물 폭등의 진범 국제금융자본 투기

    #장면1 27년째 농산물 선물거래 일을 하는 앨런 넉맨에게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는 “자본주의의 가장 순수한 형태를 간직한 곳”이다. “백만장자를 만들어내는” 이곳에서 그는 “구할 수 있고 빨리 팔아치울 수 있는 모든 것을 거래”한다. 그의 눈에는 최근 몇 년에 걸친 농산물 가격 급등이란 그저 “언제나 옳은 시장”에서 벌어지는 수요와 공급을 반영한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장면2 두 아이를 둔 주부 할리마 아부바라크(25)는 오늘도 저녁엔 뭘 먹나 고민에 빠졌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 사는 아부바라크 가족은 교도소 경비원으로 일하는 남편이 벌어오는 월급 150유로(약 22만원) 덕분에 동네에서 비교적 풍족한 편이었다. 하지만 몇 달 만에 모든 게 달라졌다. 5개월 만에 주식인 옥수수는 두 배, 감자는 세 배가 넘게 값이 뛰었다. 이제 그녀는 자식들을 위해 가끔 점심을 굶는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 4월 세계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빈곤화를 경고했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4400만명이 곡물 가격 상승 때문에 하루 생활비가 1.25달러가 안 되는 빈곤선 이하로 떨어졌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곡물 가격이 10% 오르면 전 세계 1000만명이 빈곤선 이하로 생활 수준이 추락한다. 흔히 기후변화, 바이오연료 확대, 석유 가격 상승 등을 원인으로 거론한다. 하지만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1일(현지시간) 농산물 가격 폭등과 전 세계 식량 위기 뒤에는 농산물 거래를 돈 버는 기회로 삼는 국제금융자본의 투기가 있다고 고발했다. 올리비에 드 슈테 유엔 식량권 특별보고관은 바이오연료 확산이나 흉작, 수출장벽 같은 공급 부족은 최근 곡물 가격 폭등에 미미한 영향을 미쳤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최근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곡물 시장에 거대한 투기거품이 끼어 있다.”며 국제투기자본을 식료품 가격 폭등의 진범으로 지목했다. 각국 정부가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구제금융을 공급하면서 시장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게 됐다. 넉넉한 자금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던 국제금융자본이 주목한 것은 곡물 선물거래였다. 지난해 4분기 곡물에 투입된 자금은 전년 동기 대비 세 배나 늘었다. UNCTAD 수석경제학자인 하이너 플라스벡은 2008년 이후 환율과 상품, 국채, 주식 가격 상황을 비교 분석한 결과 “금융화된 상품 시장에서 가격결정이 실물경제와 갈수록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선물거래 트레이더들이 곡물을 오로지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해 수급을 좌지우지하면서 투기 거품이 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오늘날 곡물 관련 선물거래에서 실제 농산물 거래는 2%뿐이다. 나머지 98%는 오로지 발 빠르게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투자자들이 벌이는 머니게임에 불과하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하프타임] 한선교 KBL 7대 총재 취임

    프로농구 새 수장으로 뽑힌 한선교 총재가 1일 취임했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1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각 구단 단장이 참석한 가운데 제7대 한 총재의 취임식을 열었다. 한 총재는 취임사를 통해 “KBL이 제2도약을 위한 출발선에 선 상황에서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추진업무로는 ▲농구 전용체육관 마련 ▲컵대회 신설 ▲리그제도 개선 ▲중계권료 수입과 광고를 통한 수익 극대화 ▲국제경쟁력 확보 등을 꼽았다. 김동광 전 경기이사의 후임에는 안준호 전 삼성 감독이 선임됐다.
  • [씨줄날줄] 국회의원 제명/곽태헌 논설위원

    1979년 10월 4일 공화당과 유신정우회(유정회) 소속 여당 의원 159명은 국회 본회의에서 김영삼(YS) 신민당 총재를 제명했다. 여당은 “국회의원으로서 본분을 일탈하여 반국가적인 언동을 함으로써 국회의 위신과 국회의원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YS의 의원직을 제명했다. 앞서 9월 16일 자 미국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자회견 내용을 문제삼았다. YS는 이란에서 팔레비 왕정이 무너진 것과 관련, “이는 (팔레비 왕정을 지지했던)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의 실책에 의한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미국대사관이 비슷한 전철을 밟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당시 국회 본회의장은 제1야당인 신민당 의원들이 점거하고 있었다. 백두진 국회의장은 경찰권을 발동해 경찰 파견을 요청했다. 여당 의원들은 사복경찰 300여명의 호위를 받으며 국회 본청 146호실에서 전원 찬성으로 YS의 의원직 제명안을 통과시켰다. 요즘 같아서는 상상할 수도 없지만 서슬 퍼런 당시의 유신체제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YS의 의원직 제명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그해 8월 9일 가발 수출회사인 YH무역의 여성 근로자 170여명이 신민당 당사에 들어와 농성에 돌입했고, YS는 이들을 격려했다. 사흘 뒤 2000여명의 경찰이 농성 중이던 YH무역 근로자들을 강제로 끌어냈다. YH무역 근로자들의 강제연행과 YS의 의원직 제명은 유신체제 종말의 예고편이었다. YS가 의원직에서 제명당하자 YS의 정치적 고향으로 불리는 부산·마산 지역을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가 본격화했다. YS의 의원직 제명은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로 이어지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1966년 9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무위원들에게 오물을 던졌던 김두한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본회의에 올라왔다. 김 의원이 사직서를 내자 제명안은 폐기됐다. 1975년 10월 김옥선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을 독재자로 지칭해 제명 위기를 맞았다. 그도 사직서를 제출해 제명안은 처리되지 않았다. 그제 국회는 성희롱 발언을 한 무소속 강용석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당당하게’ 부결시켰다. 표결에 앞서 박희태 국회의장은 부끄러운 것은 알았는지 방청객과 기자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방송중계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여야 의원들은 사사건건 싸우고 난리를 피우지만 역시 초록은 동색이었다. 강 의원은 동료 의원들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국회의원들의 수준은 1979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 엄습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엄습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소비자물가가 5.3%까지 오르면서 임금이 올라도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은 오히려 적어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가계대출 건전성 확보를 위해 대출을 압박하면서 빚을 얻기도 힘들다. 서민들은 구매력이 낮아지는데 대출은 힘들어지니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이는 기업의 실적 저하로 이어지면서 실질임금은 다시 하락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책만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은 힘들 것으로 본다. 근본 해결책은 여전히 미국과 유럽의 재정문제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9월이후 물가상승 여부 최대 관건 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8월까지 8458개 사업장 중 47%가 임금협약을 타결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임금은 5.2% 증가했다. 누적치로 볼 때 올해 1월말 2%, 2월말 3.3%에 불과했던 임금인상률은 지난 5월부터 5%대로 치솟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5월 이후 3개월간 폭등하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 임금이 오르고 다시 임금보다 물가가 더 오르는 악순환 속에서 정부는 서민들의 실제 상품 구매력이 계속 낮아질까 우려하고 있다. 실질 소득은 줄어드는데 금융당국은 은행, 제2금융권뿐 아니라 카드사의 신용대출까지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과 7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조원 이상 가계부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비는 감소하고 판매가 줄어들면서 기업 역시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업의 실적 악화는 다시 가계의 실질임금 저하로 이어진다. 이미 제조업체의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월 80으로 7월보다 11포인트 떨어져 금융위기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9월 이후 물가 상승 여부가 최대 관심을 모은다. 임종룡(국무총리실장 내정자) 기획재정부 차관은 “9월 물가는 3%후반, 4% 초반에 걸칠 정도로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의 기저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을 나타내는 근원 물가상승률이 4%까지 상승한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다 가을철 전·월세 가격 인상과 공공 및 개인서비스 요금 인상까지 겹치면 물가는 치솟을 수 있다. ●금리마저 오를까 전전긍긍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은 연말까지 강하게 남아 있을 것”이라면서 연간 물가상승률은 4.5% 수준을 예상했다. 대외 경제여건 불안으로 주춤했던 금리 인상이 스태그플레이션의 먹구름을 맞아 고개를 들 수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미국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오는 8일 한은 금통위의 결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물가 폭탄에 금리인상 가능성과 맞물려 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하는 금융당국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환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지금 상황으로는 정부가 4% 경제성장률·4% 물가성장률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금융불안이 실물경제로 옮겨 붙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통 큰’ 3차 양적완화…美 연준, 이달 내 풀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지난 8월 초 개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차 양적 완화 등 추가 경기부양책를 놓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오는 20~21일 열리는 차기 정례 FOMC의 결정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8월 FOMC 의사록에는 경기부양을 위해 과감하고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일부 위원의 의견에 따라 국채 추가 매입을 통한 3차 양적완화 등 비상 수단이 폭넓게 논의된 것으로 나와 있다고 31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정책 금리를 실업률이나 물가상승률에 연동시키는 방식과 연준이 추가로 자산을 매입하거나 채권 포트폴리오에서 장기물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적극적으로 거론됐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방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보다 다가올 경기후퇴에 대한 위험을 사전에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3차 양적완화 실시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추가 부양책을 실시하면 경제성장과 고용 등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물가상승만 유발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에 따라 연준은 이에 대한 결정을 미루고 9월 회의에서 추가 경기부양책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 30일 인기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인 톰 조이너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를 단번에 회복시키는 특효약은 없지만 변화를 이뤄내는 정책적 수단을 당장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경제성장률을 1~1.5% 끌어올릴 수 있는 조치를 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며 이 정도로 성장률을 끌어올린다는 것은 50만~1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 주 경기부양책을 담은 대국민 연설을 할 예정이다. FOMC의 회의록 공개와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면서 이날 뉴욕증시는 소폭 올랐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한은법 개정안 통과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지 1년 9개월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한국은행의 설립 목적에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의 책무를 추가하고, 한국은행에 금융기관 공동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법안의 핵심이다. ●발의 1년9개월만에 통과 국회는 31일 본회의를 열고 재석의원 238명 중 찬성 147표, 반대 55표로 한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한은법 개정안은 한은에 ‘금융안정’ 책무를 추가하고, 금융회사 검사·조사권한을 강화했다. 한은에 단독조사권을 부여하지는 않았지만, 한은이 공동조사를 요구할 경우 금융감독원이 1개월 내 응하도록 시행령에 명시토록 했다. 한은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한은은 금융기관에 독자적으로 관련 자료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금융기관도 지금까지 주로 시중은행에 국한됐지만, 앞으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확대된다. 지급준비금 적립대상 채무는 예금채무 이외에 은행채 등까지 확대된다. 단, 매년 2회 이상 거시 금융안정 상황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드러난 금융감독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중앙은행에 감독 권한을 더 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한은법 개정안은 지난 2009년 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금융감독기능의 약화를 우려한 정무위 반대로 법사위에서 장기간 표류해 왔다. ●“제2 저축銀 사태 막아야겠다” 판단 지난 6월 30일 법사위를 통과했지만 임시국회에서 본회의 표결 직전 상정이 취소되기도 했다. 한은법이 통과된 이날 정무위의 한나라당 소속 위원 일부는 한은의 설립 목적에서 금융안정 기능을 뺀 수정안을 주장했으나 당론 모으기에 실패했다. 최근 금융감독당국의 부실한 감독으로 인해 발생한 저축은행 사태를 지켜보면서 제2의 위기는 막아야겠다는 판단이 국회의원들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전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법 통과를 강력하게 촉구했던 김중수 한은 총재는 “한편 기쁘지만 마음을 더 다잡고 각오를 크게 해야 할 것 같다.”면서 “향후 글로벌 위기가 나타날 경우 관련 기관들이 힘을 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주·오달란기자 kdlrudwn@seoul.co.kr
  • 뭐가 부끄러워서…

    뭐가 부끄러워서…

    그들도 부끄러운 줄은 알았다. 그래서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장막을 치고 그 안에 숨어서 일을 치렀다. 국회가 여대생 성희롱 발언으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던 무소속 강용석 의원 제명안을 31일 부결시키는 대신 ‘30일간 국회 출석 정지’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분말소화기에 망치까지 휘두르며 국회 본회의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폭력국회’의 오명을 뒤집어 쓴 18대 국회의 여야 의원들은 이날 동료의원 강용석 살리기에 하나가 됐다. ●두달 질질 끌다 상정해 놓고 국회는 오후 본회의를 열어 강 의원 제명안을 무기명 비밀투표에 부쳐 재석의원 259명 중 찬성 111명, 반대 134명, 기권 6명, 무효 8명 등으로 부결시켰다. 국회의원 제명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297명) 3분의2인 198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이에 따라 강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표결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제명안 상정을 앞두고 국회는 본회의장 2층 방청석에 앉아 있던 방청객들을 전원 본회의장 밖으로 내보냈다. 심지어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아예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 진행 상황 등을 생중계하는 국회 방송까지 꺼버렸다. 국민의 눈과 귀를 철저히 가린 채 밀실투표를 자행한 것이다. 이처럼 유례 없는 비공개 밀실 표결이 벌어진 것은 제명안을 상정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위원장 송광호)가 강 의원 제명안 처리 일정 전체를 비공개로 한다는 내용을 제명안에 담아 본회의에 상정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제명 등 인사에 관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투표 행위 자체를 본회의에서 비공개로 진행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제 식구 감싸기 도 넘어” 비판 윤리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강 의원에 대한 제명안 부결로 국회는 ‘동료의원 감싸기’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적의원 3분의2는 고사하고 강 의원 제명을 찬성한 의원보다 반대한 의원이 더 많았다는 것만 보더라도 국민들의 인식을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 새삼 확인시켜 줬다. 이에 앞서 여야는 지난 6월 30일 국회 본회의 안건으로 강 의원 제명안을 상정키로 합의했으나,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안건 처리를 8월 국회로 넘겼지만 당초 예상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강 의원은 지난해 7월 한 대학생 토론회 식사 자리에서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여학생을 상대로 여성 비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회 윤리특위는 지난 5월 강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표결 결과와 관련, 정치권 안팎에서조차 “18대 국회의원들의 도덕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 “헌법기관이 뭐가 그리 두려워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린 채 표결을 해야 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헌정 사상 국회의원에 대한 최고 징계수위인 ‘제명’이 이뤄진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신민당 총재 시절이던 1979년 정치 탄압에 의해 의원직을 박탈당한 게 유일하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김중수 총재 “한은법 개정 타이밍 놓치면 안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한은법의 즉각적인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8월 임시국회’를 하루 남긴 30일 예정에도 없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김 총재는 “한은법 개정안이 8월 임시국회에서 꼭 처리되길 바라며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여야는 8월 임시국회에서 한은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일부 국회 정무위원들의 반발로 처리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평소 현안에 대해 말을 아껴온 김 총재지만 이날은 작심한 듯 한은법 개정 반대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법 개정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특히 김 총재는 현재 국회에 상정된 한은법 개정안이 한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이해당사자’들이 서로 양보해 합의한 것임을 강조하면서 조속한 처리를 강조했다. 한은법 개정안에 포함된 금융채 지급준비금 부과도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 회원국 가운데 금융채에 지급준비금을 부과하지 않는 나라는 6개국에 불과하며 이를 폐지했던 영국도 수년 전 되살려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별 금융기관이 제아무리 건전해도 시스템 리스크가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을 보는 역할을 중앙은행이 맡아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한은법 개정은 국제적으로도 관심이 크고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한은법이 개정되면 우리의 거시건전성 감독능력에 대한 해외의 평가도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고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세계경제 저성장·저금리로 U턴… 한국도?

    세계경제 저성장·저금리로 U턴… 한국도?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두겠다던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30일 금리 동결을 강력히 시사하면서 미국, 일본에 이어 유로존까지 저금리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회복세가 둔화되자 물가보다는 성장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리셰 총재는 이날 유럽의회에 보낸 성명에서 “중장기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면서 “다음 달 초 보고서를 통해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CB의 금리 결정 기구인 통화정책이사회는 이 보고서를 참고해 다음 달 8일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통화정책이사회는 2009년 5월 기준금리를 1.00%까지 내린 뒤 유지하다가 지난 4월과 7월에 0.25%씩 올렸다. 유로존 17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8%였지만 2분기에는 0.2%로 뚝 떨어졌다. 2009년 3분기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선 이후 최저치다. 그나마 든든했던 프랑스와 독일은 각각 제로 성장과 0.1% 성장에 그치면서 오히려 평균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트리셰 총재는 지난 27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 연설에서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통화 정책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독일의 8월 인플레이션 수치가 전달보다 0.1% 포인트 떨어진 2.3%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물가 상승세가 꺾이자 금리 동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9월은 물론 연내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국제·거시금융연구실장은 “ECB가 이미 올린 금리를 내리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9월 이탈리아 대규모 국채 만기 도래 등으로 유럽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은행들이 자금 경색을 겪게 되면 금리를 인하하는 상황까지도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성장률을 언급한 것은 정책기조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보다 성장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실물부문으로 확산되고 있어 성장률이 하락하면 고용이 급감하는 등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물가 사정은 상반기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추석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 달 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한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미국 실물 지표가 좋게 나오고 유럽도 이탈리아 국채 만기 연장 등이 잘 풀려서 상황이 안정되면 9월 이후 연내에 한번 정도는 올릴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가계 부채도 주요 변수다.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고려하면 금리 동결이 필요하지만 대출 규모를 줄이는 데 있어서는 금리 인상이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30일 “8월 가계부채 상황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면서 “금리 인상 같은 급격한 대책을 당장 시행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인상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IMF “세계경제 새 위험국면 진입”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세계 경제의 위험도 상승을 지적하며 빠른 대응을 촉구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세계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최근 진행되는 상황으로 볼 때 세계 경제는 위험한 새 국면에 진입했다.”면서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보다 경기후퇴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통화 완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어 유럽 재정위기와 관련해서는 주변국으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유로존(유로화 사용국가) 은행들이 자본금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은행들은 먼저 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하되 필요할 경우 유럽 구제금융 펀드를 포함한 공공 자금을 구하는 방법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한은 ‘총재’ 명칭 “그대로”

    한국은행 ‘총재’ 명칭에 대한 논란이 일단락됐다. 유통 중인 은행권에 ‘한국은행 총재’라는 글자가 인쇄돼 있어 총재 명칭을 바꾸면 화폐를 새로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26일 국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는 한은 총재 명칭을 바꿀 경우 과도한 비용이 드는 것으로 예상돼 관련된 논의를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재위는 지난 25일 한은 총재 명칭을 바꾸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하고 한은 관계자들을 불러 명칭 변경에 따른 득실을 보고받았다. 보고에서 유통 중인 은행권에 ‘한국은행 총재’라는 글자가 인쇄돼 있어 총재 명칭을 바꾸면 화폐를 새로 발행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서 총재라는 글자를 빼고 인쇄를 할 경우 은행 현금입출금기(ATM) 등을 교체해야 하는 등 상당한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됐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기로에 선 세계경제 ‘3M’ 입을 주목하라

    기로에 선 세계경제 ‘3M’ 입을 주목하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흔들렸던 세계 경제가 다시 한번 긴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발 재정 위기로 다시 침체의 늪에 빠질지 성장세로 돌아설지, 세계 경제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9월 초까지 ‘세 남자’의 입에 주목해야 한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 최근 전 세계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 26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릴 경제정책 심포지엄 연설에서 3차 양적완화(QE3)를 발표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3가지 이유로 QE3 카드를 꺼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우선 디플레이션 위험이 없는 상태에서 돈을 풀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달러 가치만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지난 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이 얘기가 빠진 것도 FOMC 내 ‘인플레이션 매파’의 반대 때문이다. 1차 양적완화에 비해 2차 규모가 작았다는 점에서 3차는 더욱 줄어들 것이고 결국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점도 이유다. 버냉키가 Fed 의장으로서 사실상 마지막 카드인 양적완화 카드를 벌써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버락 오바마 美 대통령 최근 중서부 3개주 버스 투어로 재선 선거운동에 시동을 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노동절인 다음 달 5일(현지시간) 이후 경제회생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펼 수 있는 정책에 한계를 갖고 있는 버냉키 의장보다 오바마 대통령의 입에 이목이 더욱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라면서 “버냉키의 연설은 오바마에 압력을 넣기 위한 사전 포석 정도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내놓을 대책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다. 24일(현지시간)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이공계 대학원학생 고용 시 인센티브 지급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물로 재건축 추진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6일 자신만의 경제 대책을 발표하기로 함에 따라 같은 날 연설을 하거나 아예 그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 미국보다 유럽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버냉키 의장에 이어 다음 날인 27일 연설을 할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지켜봐야 한다. 시장에 ‘드라마틱한 영향’을 줄 만한 발언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는 언급들이 나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한다. 특히 최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회담에서 무산된 유로채권 발행에 대해서는 ‘최소한 토론의 의제로 삼자.’ 정도의 발언은 할 수 있다. 여기에 ▲금리 하향 조정 가능성 ▲유로존재정안정기금(EFSF) 확대 방안 ▲남유럽 채무 조정 일정 단축 등도 트리셰 총재 연설의 주요 메뉴가 될 수 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포브스 ‘세계 우먼파워’ 100명 선정…메르켈 獨총리 1년만에 1위 탈환

    포브스 ‘세계 우먼파워’ 100명 선정…메르켈 獨총리 1년만에 1위 탈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센 ‘여제’(女帝) 자리에 등극했다. 패스트패션 브랜드 ‘포에버 21’ 공동창업자인 장진숙씨가 한국계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24일(현지시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명을 선정, 발표했다. ●힐러리·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2·3위에 메르켈 총리는 유럽연합(EU)의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유럽 재정위기를 헤쳐 나갈 해결사라며 포브스가 1위 선정 배경을 밝혔다. 그녀는 2006~2009년 포브스지 조사에서 내리 4번 연속 1위에 올랐으나, 지난해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에게 여제 자리를 내주고 4위로 주저앉았다. 올해는 지난해 정치·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들이 10위권에 포진했던 것과는 달리, 여성 정치인들이 약진한 것이 특징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해 5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고,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후광’을 입은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3위를 차지했다. 이어 소냐 간디 인도 국민회의당 당수가 7위,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9위에 올랐다. 여성 최고경영자(CEO) 중에서는 인도계인 인드라 누이 미국 펩시코 CEO가 4위를 차지했고 셔릴 샌드버그 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지난해 66위에서 5위로 급상승했다. 한국계로는 장진숙씨가 39위에 랭크됐다. 장씨는 1981년 남편 장도원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해 1984년 로스앤젤레스의 한인타운에 포에버21 첫 매장을 차린 뒤 빠른 속도로 사업을 확장, 전 세계에 500여개 점포망을 구축하고 있다. 창업 첫해 3만 5000달러(약 3800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은 올해 말 35억 달러(전망치)로 뛰어올랐고, 직원만도 3만 4000여명에 이른다. 장씨는 자수성가한 미국의 억만장자 여성 6명 중 1명이기도 하다. 한국계인 미셸 리 전 미국 워싱턴 DC 교육감은 100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포브스가 선정한 ‘지켜봐야 할 여성’으로 뽑혔다. ●100명중 미국인 59명으로 압도적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명 중 미국인이 59명으로 지난해(70명)보다 감소했지만 여전히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시아인으로는 왕쉐훙(王雪紅) 타이완 HTC 회장이 20위, 아웅산 수치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도자가 26위, 베이징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소호차이나의 장신(張欣) 회장이 48위를 차지했다. 연예계에서는 팝가수 레이디 가가가 지난해 7위에서 11위로,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지난해 3위에서 14위로 곤두박질쳤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日 신용등급 강등] “日 쇼크는 없다… 美 더블딥 가능성 희박”

    [日 신용등급 강등] “日 쇼크는 없다… 美 더블딥 가능성 희박”

    “일본 신용등급 강등이 일본 경제는 물론 다른 나라에 미치는 여파는 적을 것입니다.” 전 세계 증시가 가까스로 패닉 상태를 벗어나고 있는 시점에 전해진 일본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대해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미국 신용등급 하락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채 원장은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경제 면에서 일본의 존재감이 약했고 일본 경제 문제는 익히 다 알려진 것이기 때문에 시장도 충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이 느리긴 하지만 회복 단계에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고 유럽의 ‘9월 위기설’에 대해서는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미국에 이어 일본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심리적 영향이 컸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일본은 그동안 경제 면에서 존재감이 약했기 때문에 신용등급 강등이 일본 경제에 충격을 줄 리 없고 다른 나라에 대한 여파도 적을 것 같다. 더구나 대지진 충격에서 벗어나는 상황이라 더 나빠진다고 보지 않는 것이다. →일본도 그렇고, 신용평가사들이 정치 상황을 예전보다 더 많이 고려하는 것 같다. -유럽재정 위기 대처 과정에서 프랑스와 독일의 이견,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대립에서 나타난 것처럼 정치 요소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내년이면 미국, 우리나라, 러시아 등에서 대선이 있고 중국도 차기 공산당 지도부를 선출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적 불확실성을 좀 더 고조시킬 수 있다. 반대로 정치가 잘되면 모든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신용평가사들도 깊이 생각하고 많이 반영하는 것 같다. →미국이 앞으로 일본과 같이 ‘잃어버린 10년’이 될 가능성은. -일본처럼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은 실물경제가 살아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주택 시장과 실업률은 개선될 것으로 본다. 그동안 재정이 실물경제를 충분히 이끌지 못했지만 일본과 달리 미국은 잘할 것으로 믿는다. 물론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예측보다 훨씬 낮았다. 많은 부품 공급을 일본에 의지하는데 대지진으로 차질을 빚은 영향이 굉장히 컸다. 여기에 유럽 재정 불안,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충격까지 왔다. 그래서 침체에 푹 빠진 것처럼 보이는데 지표를 보면 등락은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 더블딥으로 갈 것으로 보지 않는다. 다만 회복 자체는 지난해 말, 올 초보다는 훨씬 더디게 갈 것이다. →유럽의 9월 위기설은 실체가 있나. -9월에 그리스 채무 재조정 협상이 윤곽을 드러내고 이탈리아의 90억 유로 국채 만기가 도래한다. 실체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가능성으로 보면 위기라고 부를 수 없다. 그리스 채무 조정 부분은 이미 시장에 다 반영돼 있다. 이탈리아는 경제 펀더멘털이 좋다. 관광·서비스업도 좋지만 제조업도 튼튼하다. 무역 수지는 적자지만 다른 남유럽보다는 폭이 현저하게 적다. 저축률도 높고 국채 75%를 내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위기설은 경고를 주는 것이다. 실제 그렇게 갈 가능성은 적다. →26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어떤 카드를 꺼낼 수 있을까. -시장은 3차 양적완화를 기대하는 것 같은데 당장 심리적인 효과는 줄 수 있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 달러 가치 하락 등 결국 부정적인 효과가 크다. 2차 양적완화 때도 실물경제에 영향은 크게 못 주고 인플레이션만 가져왔다. 그래서 버냉키 의장도 부담을 갖고 있을 것이다. 당장 경제적 자신감, 시장 신뢰 회복이 꼭 필요하다면 미래 부담을 감수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단계가 아니다. 필요했다면 지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발표했을 것이다. 단기 채권을 장기 국채로 전환시키는 것과 같은, 간접적으로 유동성을 푸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양적완화에 비해 심리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27일에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연설을 한다. -유럽 위기는 폭발하지 않더라도 계속 세계 경제를 불안하게 할 것이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재정 통합이다. 이는 유럽연합(EU)과 유로 체제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길이다. 그럼에도 해결책은 유로 채권이라고 본다. 그래서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 입장에서는 유럽 재정 위기 완화를 중점 사안으로 보면 EU 재정 통합을 어떻게 끌고 나갈지 자세한 이야기는 못 해도 언급은 하지 않을까 싶다. →국내 경제가 외부 영향을 너무 많이 받는다는 지적이 있는데. -단기적으로 자본 유입 규제 장치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내수 시장을 확대하고 외국인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내수 비중이 낮은 것은 서비스 시장 생산성이 60%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수출 비중이 높다고 수출을 줄일 수는 없다. 서비스 산업 생산성을 높여 국내총생산(GDP) 파이를 키우는 게 방법이다. 규제를 풀고 대외적으로도 개방해야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이 높아진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채욱 원장은] ▲1953년 전북 익산 ▲중앙고, 고려대 독어독문학과, 웨스턴미시간대 경제학 석사, 미시간대 국제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책임연구원 ▲KIEP 무역정책실장 ▲KIEP 국제경제(제도)실장 ▲KIEP 부원장(2000~2005년) ▲KIEP 한·미 FTA 연구단장(2006~2007년) ▲KIEP 원장(2008년 5월~)
  • 114년만에 강진… 워싱턴·뉴욕 ‘패닉’

    114년만에 강진… 워싱턴·뉴욕 ‘패닉’

    초가을처럼 선선하고 화창한 날이었다. 23일 낮(현지시간) 기자는 미국 워싱턴DC의 의회 근처를 걷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땅이 움직이더니 뒤집어질 듯 옆으로 기울었다. 순간적으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중심을 잡아야 했다. 10초 정도 그러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잠잠해졌다. 길 가던 사람들이 ‘이게 뭐지?’라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옆에 있던 30대 남성에게 “지진일까요.”라고 물었더니, 그는 “토네이도 아닐까요.”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워싱턴에서 지진이 났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9·11테러 10주년이 임박했다는 사실이 떠올라 “혹시 테러 아닐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더니 그는 “설마….”라면서도 일견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사람들이 건물들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한 몇몇이 “(테러가 아니라)지진이 났다.”고 확인하면서 사람들은 비로소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이날 만나는 미국인마다 이구동성으로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만큼 워싱턴은 지진과는 무관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지진은 오후 1시 51분 발생했고 리히터 규모는 5.8이었으며 진동은 최대 45초까지 지속됐다. 진앙은 워싱턴DC에서 남서쪽으로 135㎞ 떨어진 버지니아주 마이너럴 지역의 지하 6㎞ 지점이었다. 지진은 북쪽으로 캐나다 오타와까지, 서쪽으로는 시카고까지, 남쪽으로는 애틀랜타 이남까지 퍼졌다. USGS에 따르면 버지니아 주에서 이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1897년 길리스 카운티의 5.9 지진 이래 114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지진은 ‘대서양판’이 ‘(미국)동해안판’을 밀어내면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 동부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1986년에도 캐나다 퀘벡에서 6.0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다. 2억년 전에는 이곳이 활발한 지진대였다고 한다. 이날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없었으나 건물 파손으로 다친 사람들이 있었다. 워싱턴 시내의 건물들이 심하게 흔들렸으며, 유서 깊은 내셔널 성당 첨탑에서 장식물 3개가 부러져 떨어졌다. 168m 높이의 워싱턴기념탑의 균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헬기가 탑 근처를 근접 비행하는 모습도 보였다. 건물이 흔들리자 9·11테러 때 공격을 받았던 국방부는 곧바로 직원들을 건물 밖으로 내보냈고 헬기가 떠서 상공을 경호했다. 백악관과 의회에도 소개령이 내려졌다. 철도와 지하철 운행이 일시 중단됐고, 전화가 불통됐다. 병원, 미장원 등의 예약이 취소됐고 은행은 전산망 마비로 일찍 문을 닫았다. 특히 9·11 테러의 악몽을 겪은 뉴욕 시민들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안 그래도 9·11테러 10주년을 맞아 추가 테러 가능성이 제기돼 온 터였다. 고층건물에서 일시에 뛰쳐나온 시민들로 거리는 북새통을 이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목욕탕에서 배관작업을 하던 벤 파이롤리(68)는 건물이 흔들리면서 내부 장식물이 쏟아져 내리자 테러가 난 줄 알고 “여기서 죽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결혼식 도중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대피하는 신부의 모습도 보였다. 9·11테러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 부지에서 진행 중이던 건설 작업은 일시 중단됐고 JFK공항 등엔 한때 소개령이 내려졌다. 이로 인해 서울행 대한항공 여객기가 한동안 발이 묶였다. 맨해튼 검찰청에서 기자들에게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사건을 브리핑하던 검사들도 화들짝 놀라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버지니아의 노스 애너 원자력 발전소는 지진 직후 안전시스템이 작동해 즉각 가동이 중단되는 등 안전상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밝혔다. 버지니아 주 컬피퍼 카운티에 있는 성인보호감호센터가 파손되면서 재소자 80여명이 다른 곳으로 이송됐다. 지진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를 보내고 있는 매사추세츠 주 마서스 비니어드 별장에서도 감지됐다. 골프를 치던 중 지진 발생 보고를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 전화로 안보관계 참모회의를 열어 피해상황을 점검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칸의 회생… 뒤숭숭한 사르코지

    미국 검찰이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 대한 공소를 취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바닥까지 추락했던 스트로스칸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이번 성폭행 혐의 때문에 접었던 내년 프랑스 대선 출마 카드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미 뉴욕 맨해튼 지방 검찰은 22일(현지시간) 호텔 여종업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했던 스트로스칸에 대한 공소 취하를 법원에 요청하기로 했다. 스트로스칸에 대한 재판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겠다는 의미다. 프랑스 사회당은 스트로스칸을 대통령 후보로 추대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혀 ‘살아 돌아온’ 스트로스칸이 프랑스 대선 정국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3일 사회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프랑수아 홀란드가 프랑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스트로스칸이 원하기만 하면 프랑스 대선을 향한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스트로스칸은 이번 성추문이 불거지기 전까지 니콜라 사르코지 현 대통령에 대항할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였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실추된 이미지 때문에 스트로스칸의 대선 도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프랑스에서도 2002년 작가 트리스탄 바농을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상태여서 프랑스법원에서도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미국이 놀랐다”-워싱턴,뉴욕에 5.8 강진

     초가을처럼 선선하고 화창한 날이었다. 23일 낮(현지시간) 기자는 미국 워싱턴DC의 의회 근처 지하철역 옆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땅이 움직이더니 뒤집어질 듯 옆으로 기울었다. 순간적으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중심을 잡아야 했다. 10초 정도 그러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잠잠해졌다. 길 가던 사람들이 ‘이게 뭐지?’라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옆에 있던 30대 남성에게 “지진일까요.”라고 물었더니, 그는 “토네이도 아닐까요.”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워싱턴에서 지진이 났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9·11테러 10주년이 임박했다는 사실이 떠올라 “혹시 테러 아닐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더니 그는 “설마?.”라면서도 일견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사람들이 건물들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한 몇몇이 “(테러가 아니라)지진이 났다.”고 확인하면서 사람들은 비로소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이날 만나는 미국인마다 이구동성으로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만큼 워싱턴은 지진과는 무관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지진은 오후 1시 51분 발생했고 규모는 5.8이었으며 진동은 최대 45초까지 지속됐다. 진앙은 워싱턴DC에서 남서쪽으로 135㎞ 떨어진 버지니아주 마이너럴 지역의 지하 6㎞ 지점이었다. 지진은 북쪽으로 캐나다 오타와까지, 서쪽으로는 시카고까지, 남쪽으로는 애틀랜타 이남까지 퍼졌다. USGS에 따르면 버지니아 주에서 이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1897년 길리스 카운티의 5.9 지진 이래 114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지진은 ‘대서양판’이 ‘(미국)동해안판’을 밀어내면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 동부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1986년에도 캐나다 퀘벡에서 6.0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다. 2억년 전에는 이곳이 활발한 지진대였다고 한다.  이날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없었으나 건물 파손으로 다친 사람들이 있었다. 워싱턴 시내의 건물들이 심하게 흔들렸으며, 유서 깊은 내셔널 성당 첨탑에서 장식물 3개가 부러져 떨어졌다. 168m 높이의 워싱턴기념탑의 균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헬기가 탑 근처를 근접 비행하는 모습도 보였다. 건물이 흔들리자 9·11테러 때 공격을 받았던 국방부는 곧바로 직원들을 건물 밖으로 내보냈고 헬기가 떠서 상공을 경호했다. 백악관과 의회에도 소개령이 내려졌다. 철도와 지하철 운행이 일시 중단됐고, 전화가 불통됐다. 병원, 미장원 등의 예약이 취소됐고 은행은 전산망 마비로 일찍 문을 닫았다.  특히 9·11 테러의 악몽을 겪은 뉴욕 시민들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안 그래도 9·11테러 10주년을 맞아 추가 테러 가능성이 제기돼 온 터였다. 고층건물에서 일시에 뛰쳐나온 시민들로 거리는 북새통을 이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목욕탕에서 배관작업을 하던 벤 파이롤리(68)는 건물이 흔들리면서 내부 장식물이 쏟아져 내리자 테러가 난 줄 알고 “여기서 죽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결혼식 도중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대피하는 신부의 모습도 보였다. 9·11테러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 부지에서 진행 중이던 건설 작업은 일시 중단됐고 JFK공항 등엔 한때 소개령이 내려졌다. 이로 인해 서울행 대한항공 여객기가 한동안 발이 묶였다. 맨해튼 검찰청에서 기자들에게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사건을 브리핑하던 검사들도 화들짝 놀라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버지니아의 노스 애너 원자력 발전소는 지진 직후 안전시스템이 작동해 즉각 가동이 중단되는 등 안전상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밝혔다. 버지니아 주 컬피퍼 카운티에 있는 성인보호감호센터가 파손되면서 재소자 80여명이 다른 곳으로 이송됐다. 지진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를 보내고 있는 매사추세츠 주 마서스 비니어드 별장에서도 감지됐다. 골프를 치던 중 지진 발생 보고를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 전화로 안보관계 참모회의를 열어 피해상황을 점검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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