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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해교전/ 軍반응 “”반격 제대로 못해 분하지만 전투회피 주장은 억측이다””

    국방부와 일선 군 부대의 장교들은 이번 교전사태를 보며 대체로 착찹한 심경 속에 말들을 아끼고 있다. 경위야 어쨌든 군인으로서는 겪지 말아야 될 ‘패전이었다.’는 자괴감 때문이다.아울러 해군 고속정을 침몰시킨 북측의 경비정을 침몰시키 못한 데에는 분한 마음도 없지 않다. 국방부에서 근무하는 해군 최모(35) 소령은 “뉴스를 보면 부끄럽고 속상하다.”면서 “북측이 명백하게 기습작전을 편 것이기 때문에 지척에 있던 고속정이 침몰할 수밖에는 없다고 여기고 있지만,참수리 357호가 피격된 뒤 다른 고속정 등이 반격대응을 제대로 못한 측면은 문제”라고 말했다.반면 고속정 정장 출신의 해군 유모(41) 중령은 “5노트의 느린 속도를 유지해도 넘실대는 파도를 따라 요동이 심한 고속정에서 발칸포로 도주하는 적함을 잡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면서 “완벽한 기습이라면 총알 1발로도 적을 죽일수도 있지만 사격조건이 나쁘면 수백발을 쏘아도 허사에 그치고 만다.”고 설명했다.그러나 그는 “서해상의 작전지침대로 경고방송 없이 먼 발치에서시위기동을 한 뒤 바로 경고 사격을 한다면 북측이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 자칫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확전을 부추기는 듯한 일부 보수언론의 태도에 대해서 군 장교들은 “그럼 전쟁을 하란 말이냐.”며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일선 육군부대의 엄모(40) 중령은 “마치 군이 전투를 회피한 것처럼 몰고 가는데 이는 터무니없는 억측”이라면서 “그 같은 지적이 전쟁을 하라는 말이 아니고 북측의 선제 공격함을 왜 침몰시키지 못했느냐는 꾸중으로 듣겠다.”고 말했다.군 수뇌부에 대한 문책론에 대해서 일부 장교들은 오히려 “솔직히 따져보면 지금까지 군 수뇌부가 군의 잘못에 대해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고 나섰던 적이 있느냐.”면서 의외로 담담한 표정들이었다. 김경운기자
  • 월드컵/미리보는 오늘 경기/‘지옥 탈출’ 마지막 혈투

    ‘이래서 죽음의 조.’ 2002 한일월드컵의 뚜껑이 열리자 예상치 못한 ‘죽음의 조’가 속출하고 있지만 원조는 F조다. 12일 오후 3시30분 일본 미야기와 오사카에서 동시에 열리는 아르헨티나-스웨덴,잉글랜드-나이지리아전은 세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우승후보 0순위에 올랐던 아르헨티나는 잉글랜드에 36년만의 패배를 당하면서 40년만에 16강에 오르지 못할 위기에 몰렸다.무조건 승점 3을 따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지만 상대는 1승1무로 조 선두를 달리는 북유럽의 강호 스웨덴.아르헨티나가 이 경기를 비기게 되면 16강 탈락이 확정된 나이지리아가 잉글랜드를 꺾는 ‘기적’을 기대해야 한다. “2-0으로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는 오른쪽 공격수 아리엘 오르테가의 말처럼 선수들의 자신감은 넘친다.94미국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월드컵 무대에서 사라진 ‘바람의 아들’ 클라우디오 카니자가 합류해 든든한 ‘조커’도 갖게 됐다. 잉글랜드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한솥밥을 먹는 데이비드 베컴에 완패한 플레이메이커 후안 베론이 제 컨디션을 찾느냐가 관건. 여유만만한 스웨덴은 비기기만 해도 16강 진출이 확정되지만 계획적으로 비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전망이다. 1승1무로 죽음의 터널을 거의 빠져 나온 잉글랜드는 나이지리아전에서 압승을 거둬 조 선두를 차지한다는 각오다.베컴의 황금발에서 뿜어나오는 위력적인 킥과 마이클 오언의 총알같은 스피드를 요보-웨스트-오코롱쿼-바바야로 등 수비진이 얼마나 막아낼수 있을지 주목된다. 게임메이커 누앙쿼 카누가 뛸 수 없게돼 비상이 걸린 나이지리아는 비록 16강은 멀어졌지만 올림픽 챔피언의 자존심이 남아 있다.스트라이커 줄리어스 아가호와의 환상적인 골 세리머니 ‘세븐 텀블링’이 기대된다. 류길상기자 ukelvin@
  • 월드컵/ 상대팀 야유·팽개친 쓰레기 ‘옥에 티’

    월드컵을 맞아 우리 축구팬들의 ‘길거리 응원’이 새로운 응원 문화로 자리잡고있는 가운데 일부 ‘옥에 티’도 지적되고 있다. 지난 4일 한국-폴란드전에서 폴란드팀이 공격을 할 때 응원단들이 일제히 ‘우∼’하는 야유를 보낸 것은 다소 지나친 행동이었다. 붉은 악마 회원인 정현철(33)씨는 “‘총알없는 전쟁’과 마찬가지인 축구는 야구,농구와는 응원문화가 다르며 세계 어느 나라든 상대편에 야유를 보낸다.”면서 ‘야유도 응원의 일부’라고 주장했다.하지만 주최국으로서 좀더 성숙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경기가 끝난 뒤 한국 선수들이 유니폼을 벗어 폴란드 선수들과 교환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는 의견도 제기된다.개막경기인 프랑스-세네갈전이 끝난 뒤 선수들이 서로 운동복을 벗어주던 장면과 비교된다는 것이다. 부산에서 한국-폴란드전을 관전했던 박세헌(31·회사원)씨는 “운동복을 바꿔 입는 것은 승리 팀의 여유”라면서 “월드컵 사상 첫 승을 거둔 우리 국가대표팀이 감격에 겨워경황이 없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대학로 등지의 길거리 응원 직후 도심 거리에 남겨진 쓰레기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한국-폴란드전 응원이 끝난 뒤 대학로와 광화문 일대에서 모두 50t의 쓰레기가 수거됐다.2.5t 쓰레기차 20대 분량이다. 이날 광화문 일대에서 쓰레기를 치운 종로구청 환경미화원들은 쓰레기 더미에 한때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이들은 4일 밤 경기가 끝난 직후부터 다음날 새벽 4시30분까지 쓰레기를 치우느라 진땀을 흘렸다.종로구청 청소행정과 김영신 주임은 “일부 시민들이 청소를 도와주긴 했지만 길거리 응원단 모두 스스로 쓰레기를 치우는 태도가 아쉽다.”고 꼬집었다. ‘붉은 악마’ 등 축구 관련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상대팀을 비방하는 내용의 문구를 몸에 적거나 다른 나라의 국가가 연주될 때 애국가를 부르는 행위 등도 도를 넘는 태도라는 글이 오르고 있다. 윤창수기자 geo@
  • 월드컵/ 한국 월드컵 첫승 도전사 - ‘14전15기’ 48년恨 풀었다

    이 땅에 축구가 도입된 지 1세기,14전 무승(4무10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나선 2002월드컵 폴란드와의 맞대결에서 감격의 첫 승전보를 알리기까지는 좌절만이 점철된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 17회째를 맞은 월드컵에 여섯 차례,5회 연속으로 출전하면서 일군 영광이다.이전까지는 본선에서 모두 14경기를 치렀지만 단 한 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한 채 5회 모두 1라운드 탈락이라는 비운을 곱씹어야만 했기에 ‘6·4 승전보’는 더욱 감격스럽기만 하다. 높기만 한 세계축구의 벽을 뛰어넘어 목타게 기다린 1승 염원을 이루고 16강 진출이란 또 다른 쾌거를 향해 달릴 아쉬움이 남는 한국월드컵 도전사를 되짚어 본다. ●54년 스위스대회= 1승이 아니라 과연 골을 터트릴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헝가리전 0-9,터키전 0-7 대패는 이를 잘 말해준다. 전쟁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사상 첫 본선무대를 밟은 한국은 참가에 의의를 둘 수밖에 없었다. 일제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지 10년 남짓한 한국이 지역예선에서 숙적 일본을 꺾으며 본선행을 확정지으며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했지만 극동의 호랑이 한국은 세계최고의 무대에선 우물 안 개구리였다. ●86년 멕시코대회= 무려 32년 만에 본선에 진출하는 감격을 누렸다.그러나 첫 승리와 16강을 겨냥해 멕시코 고원으로 떠난 한국에 최악의 대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 대회 챔피언 이탈리아,마라도나를 앞세워 당시 우승컵을 차지한 아르헨티나와 같은 B조에 속했기 때문이다.결국 한국은 1무2패로 16강 진출이 좌절됐지만 특유의 투지와 근성을 보여줬다. 아르헨티나전에서 0-3으로 뒤진 후반 박창선이 터트린 통쾌한 중거리 슛은 한국의 월드컵 본선 첫골로 기록됐다. ●90년 이탈리아대회= 86아시안게임,88서울올림픽 등으로 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월드컵 2회 연속 진출이라는 쾌거속에 16강에 대한 기대가 유난히 컸다.예선 무패(9승2무)의 성적으로 세계 축구전문가들은 한국의 돌풍을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참담했다.벨기에 스페인 우루과이에 모두 져 3패 기록만 남겼을 뿐이다.2회 연속 진출국 치고는 창피하기 이를 데 없는 성적이었다.스페인전에서 황보관이 날린 시속 114㎞의 총알 같은 골 정도가 위안이었다. ●94년 미국대회= 두 장의 본선 티켓이 배정된 지역예선부터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각국이 마지막 1경기씩만 앞둔 상황에서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승점 5점,한국이 승점 4점.93년 10월28일,승부조작을 막기 위해 마지막 3경기(한국-북한,사우디-이란,일본-이라크)는 동시에 치러졌다.사우디는 이란을 4-3,한국은 북한을 3-0으로 이겼다. 한편 일본은 2-1로 이라크를 이기고 있는 가운데 ‘어디셔널 타임’이 적용되고 있었다. ‘끝났구나.’싶던 순간,한반도는 갑자기 함성으로 들썩였고 일본열도는 비탄에 잠겼다.이라크가 동점골을 터뜨린 것이다.이처럼 극적인 상황에까지 몰리며 한국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3회 연속 본선에 진출한 나라가 됐다.하지만 스페인 볼리비아 독일을 맞아 2무1패라는 역대 월드컵 최고성적을 거두고도 16강에 진출하지는 못했다. ●98년 프랑스대회= 감독이 중도하차하는 가슴 아픈 기억을 남겼다.차범근 감독의 전격경질을 불러온 네덜란드전(0-5패) 맞대결의 장본인이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첫 승을 일궈낸 거스 히딩크 감독이다. 1라운드 멕시코전은 ‘왼발의 달인’ 하석주가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선취골을 터뜨려 온 나라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골을 지켜내려는 욕심이 지나쳤던가.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인 2분 뒤 무리한 백태클로 퇴장을 당했고 결과는 3-1 패배였다.이어진 경기는 네덜란드전 참패였고,마지막 벨기에전은 유상철의 골에 힘입어 1-1 무승부를 이뤄 4회 연속 출전국으로서의 체면을 겨우 세웠다. 송한수기자 onekor@
  • 월드컵 승리 피보다 진하다

    ■'축구전쟁'…무너진 순혈통주의 월드컵은 민족주의의 각축장이다.4년마다 되풀이되는 세계대전이다.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국가끼리의 치열한 자존심 싸움이다.월드컵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면 그토록 굳건히 지키던 순수혈통주의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간단히 차버리곤 한다.90년,94년 월드컵에서 잇따라 예선탈락한 프랑스는 98년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했다.프랑스 외인부대가 국적과 전력을 문제삼지 않듯 인종을 따지지 않는 선수 기용이 그것이다. 지네딘 지단은 잘 알려진 대로 알제리 이민자의 2세이다.티에리 앙리는 모로코계이고,마르셀 드자이는 가나,파트리크 비에라는 세네갈 출신이다.한국과의 평가전에서 멋진발리슛을 터뜨린 다비드 트레제게는 아르헨티나가 고향이다.사실상 유럽·아프리카·남미 혼성팀이고,전력의 핵심은 오히려 아프리카계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그 결과 프랑스는 98년 월드컵과 유로 2000,2001 컨페더레이션컵에우승하는 등 삼관왕의 위업을 달성하며 월드컵 2연패를 넘보는 등 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프랑스 팀의 ‘다인종화’가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념적 바탕이 굳건하기 때문이다.역사학자 에르네스트 르낭은 이미 19세기 후반에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은 인종과 언어,종교,이익공동체 및 지리를 초월한다.’고 정의했다.프랑스 국민이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프랑스 국민이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차군단’ 독일이 최근 흑인 포워드 게랄트 아사모아를 귀화시켜 월드컵에 출전시킨 것은 매우 놀랄 만한 일이다.독일은 게르만족이라는 혈통과 독일어라는 언어를 국가 구성의 핵심요건으로 삼아 20세기에 두차례나 전세계를 전쟁의 포화 속으로 몰아넣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민족에 관한 한 독일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생각을 갖고 있다.그럼에도 일찌감치 70년대에 일본계 브라질인 넬슨 요시무라를 귀화시켰다.월드컵을 앞둔 지난 2월역시 브라질 출신 공격형 미드필더 알렉산드로 산토스를귀화시켜 대표팀에 전격 발탁했다. 한국과 같은 D조에 속한 폴란드도 나이지리아 출신의 올리사데베를 크바시니에프스키 대통령까지 나서서 귀화시켰다.폴란드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디에고 페르난도 클리모비치(볼프스부르크)의 귀화도 추진했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올초만 해도 ‘킬러 부재’에 시달렸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K리그에서 뛰고 있던 스타를 귀화시켜 기용하라는 강력한 압력에 시달렸다.비록 한바탕논란으로 끝났지만 ‘단일민족’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한국조차 ‘월드컵 16강’ 앞에서는 배타성을 접어둘 수밖에 없음을 확인시켜줬다. 박록삼기자 youngtan@ ■국적바꾼 스타플레이어 국적을 바꾼 축구스타 가운데 관심을 끄는 선수는 한국과 월드컵 D조에서 만날 폴란드의 올리사데베와 아프리카 출신으로 순혈주의 게르만의 ‘전차군단’에 합류한 아사모아,그리고 공동개최국 일본의 산토스 알레산드로다. ‘검은 폴란드인’ 에마누엘 올리사데베(27·그리스 파나티나이코스)는 특유의 탄력과 총알 같은 스피드에 동물적인 골 감각을 겸비하여 한국 팀을 크게 위협할 스트라이커.나이지리아의 니제르강가 와리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예지 엥겔 폴란드 감독의 눈에 띄어 폴로냐 바르샤바 팀에 발탁됐다.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5년 동안 폴란드 국내에 거주해야 한다는 국적 취득 요건도 뛰어넘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올리사데베는 폴란드보다는 나이지리아 대표선수가 되고 싶었다.골 세리머니가 흥분이나 환희와는 거리가멀어 붙여진 그의 별명은 ‘슬픈 스트라이커’. 가나 야산티부족 출신의 독일 미드필더 게랄트 아사모아(23·샬케04)는 12살 때 가족과 함께 독일에 건너간 뒤 인종차별의 아픔을 잊기 위해 축구화를 신었다고 한다.그는독일대표로 A매치에 데뷔한 지난해 5월 슬로바키아전에서선취골을 터뜨려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98년 하노버 팀 시절 2부 리그 경기에 나섰다가 그라운드에서 쓰러져 심장질환 판정을 받기도 했으나 불굴의 투지로 극복했다. 일본대표팀의 산토스 알레산드로(25·시미즈 S 펄스)는브라질 출신이다.지난해 11월 일본 법무성에서 귀화승인을 받아 일본인 ‘산토스(三都主)’가 됐다.산토스는 지난 4월17일 코스타리카 전에서 왼쪽 사이드를 완전 점령하는활약으로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박록삼기자 ■애증의 식민지 역사 피할수 없는 한판승부 “축구로 과거사를 극복한다.” 월드컵을 사상 처음으로 두 나라가 공동으로 유치할 수있었던 것은 ‘과거사’에 힘입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축구에 열광하는 나라 가운데 지배와 피지배 역사에 무관한 처지에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한국과 일본의 공동개최가 가진 명분을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었던 것도 이때문이다.식민지 역사를 알고 본다면 이번 대회 조별 예선에서 맞붙는 프랑스-세네갈,스페인-파라과이,잉글랜드-나이지리아 전은 색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프랑스-세네갈= 북아프리카 서해안의 작은 나라 세네갈에서는 매년 ‘마갈’이라는 이슬람 축제가 열린다.1800년대 후반 반 프랑스 운동을 주도하다 가봉과 모리타니에서 망명생활을 하던 ‘밤바’의 귀국을 기념하는 행사다.독립 42주년을 맞은 올해 세계가 지켜볼 월드컵 개막전에서 ‘과거의 지배자’를 격파한다면 감격은 두배로 커질 것이다.“더 이상 잃을 것이 없어 편안하다.”는 세네갈이 “개막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프랑스를상대로 기적을 일으킬지 두고 볼 일이다. ◆스페인-파라과이= 영화 ‘미션’으로 잘 알려진 과라니족의 나라 파라과이는 1524년 스페인 탐험대가 침입해 오면서 불행이 시작됐다.수세기 동안 스페인의 폭정에 항거하는 ‘코무네로스의 혁명’과 수많은 농민 폭동으로 독립을 끊임없이 갈구했다.나폴레옹군이 스페인을 침공하면서 식민통치 질서가 흔들리기 시작한 틈을 타 1811년 독립을 공포했지만 오늘날에는 원주민은 거의 사라지고 스페인계 혼혈이 국민의 다수를 차지한다. 골넣는 골키퍼 칠라베르트의 ‘거미손’과 남미 예선에서 29골을 작렬한 공격력도 만만치 않아 450년 전 스페인 군대의 총검에 맥없이 무너져버린 조상들과는 다른 면모를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잉글랜드-나이지리아= 아프리카 축구의 맹주 나이지리아는 지난 60년 10월1일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15세기부터포르투갈인들의 노예매매로 고통을 당했고 제1차 세계대전 때는 이보족,요루바족 등이 독립운동을 벌였지만 영국군의 무력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독립이후에도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영연방 회원으로 남아 있지만 잉글랜드를 꺾고 ‘죽음의 조’를 탈출한다면 모처럼 250여 부족들을 한데 묶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스트라이커 누앙쿼 카누(아스날),수비수 셀레스틴 바바야로(첼시) 등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류길상기자 ukelvin@
  • [가자! 16강 태극전사 릴레이 출사표] 멀티플레이어 최태욱

    ***신세대 악바리 승부사 “16강 내가쏜다” “국민들의 꿈이 걸린 월드컵에서 온 힘을 다하겠다고 하늘에 맹세했습니다.” 한국 월드컵 대표팀의 젊은 피 최태욱은 ‘차분하고도 냉철한 승부사’로 이름난 기대주다.중학교 때부터 훈련 일지에 그날그날 무엇이 잘 됐고 안됐는지를 낱낱이 써내려갈 만큼 ‘프로정신’이 투철한 성실파이기도 하다.스물을 갓 넘긴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악착같은 승부 근성은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날마다 무슨 운동을 얼마나 했으며,컨디션은 어땠고,목표량에는 얼마나 이르렀는지 등을 점검하기 위해 일지 적는 일을 시작했는데 이젠 버릇이 돼 빼놓을 수 없는 일과로 자리 잡았다. 최태욱은 “경기가 안풀린 날이면 예전에 써 놓은 일지를 다시 들춰보고 왜 그랬는지를 돌아본 뒤 다음 경기에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애쓴다.”고 소개한다. 아직 여드름 자국도 채 가시지 않은 그는 지난 2000년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이래 16차례의 A매치에서 4골을 터뜨렸다.골수는 적지만 금쪽 같은 결승골이 3골,쐐기골이 1골.특히 지난해 11월 크로아티아,지난달 코스타리카전에서의 결승골은 국민들에게 월드컵 16강 희망을 부풀리기에 충분했다. 100m를 11초F에 끊는 빠른 발을 이용한 돌파력에다 상대수비수를 따돌리는 발재간,문전에서의 볼 처리,예리한 센터링,순간 판단력까지 뛰어나 주전감이라는 소리를 일찌감치 들었다. 그러나 그가 때마다 중용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꾀를 부리지 않고 수비에까지 적극 가담하는 등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는 성실함과 부지런함에서 찾을 수 있다.이를 높이 평가한 거스 히딩크 감독은 취임 이래 1년 반 동안 줄곧미드필드와 최전방을 오르내리게 함으로써 멀티플레이어경험을 착실히 쌓게 했다. 운동 선수로는 크지 않은 체격 때문에 대표팀이나 소속팀동료들과 섞여 있으면 언뜻 가냘프게도 보이는 최태욱은갈수록 강도를 높여가는 히딩크 감독의 체력훈련을 누구보다 억척스럽게 소화해내고 있다.자신의 어깨에 실린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8대8미니게임과 체력훈련이 2시간 남짓 거듭되는 서귀포 전지훈련장에서 만난 그는 피곤한 기색을 감추고 “(황)선홍이 형과 같은 노장도 쉬지 않는데 이쯤은 견뎌내야죠.”라며 대견스러운 자세를 보였다.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뽑힌 소감에 대해서는 “양보란 있을 수 없지만 출중한 선배들이 많아 주전으로 나설지 모를 일”이라면서도 “컨디션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으며,무엇보다 최근 슛 감각이 좋다.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욱 힘쓰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거듭 어른스러움을 보였다. 송한수기자 onekor@ ●프로필=생년월일:1981년 3월 13일 출생지:인천 출신교:인천 만수북초-만수중-부평고 소속:안양 LG 가족관계:1남2녀 중 장남 체격:173㎝ 67㎏ 종교:기독교 취미:액션영화·발라드음악 감상 별명:총알 특징:빠른 측면 돌파 및 공·수에 모두 능한 멀티플레이어 경력:18·19세이하 청소년대표 2001년 한국축구대상 베스트 11·최고수비상 2000시드니올림픽 대표 A매치 16경기 출전·4득점
  • 네덜란드 극우 정치인 피살

    우경화 바람이 서유럽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네덜란드의 극우파 인기 정치인 핌 포르토인(54)이 총선을 9일 앞둔 6일피살돼 네덜란드는 물론 유럽이 충격에 빠졌다. 포르토인은 이날 저녁 네덜란드 중부 힐베르숨시의 라디오방송국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다 주차장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았다.그는 머리와 가슴·목 등에 6발의 총알을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네덜란드 현대사에서 정치인이 암살당한 것은 처음이다. 경찰은 사고 직후 현장에서 30∼35세로 추정되는 네덜란드백인 남성 용의자 한 명을 체포,조사 중이다.이 용의자는 동물보호 운동가로,모피 생산을 위해 동물 사육을 허용하자는포르토인의 제안에 반대하기 위해 이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ANP통신이 전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7일 총선 연기 여부를 검토하는 각료회의를 소집했으나 예정대로 오는 15일 총선을 치르기로 결정했다.빔 콕 총리대행은 이날 TV로 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은 민주주의가 자유롭게 통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민주주의와 포르토인의원에 대한 기억에 최상으로 보답하는 것이란 뜻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포르토인이 지난해 창당한 리스트당은 지난 3월 네덜란드제2의 도시인 로테르담 지방의회 선거에서 반(反)이민정책과 극단적인 민족주의를 내세워 45개 의석 가운데 17석을 차지해 네덜란드 정계에 충격을 주었다.리스트당은 총선에서도여세를 몰아 전체 150석 가운데 26석을 확보,최대 다수당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됐었다. 네덜란드 총선에서 리스트당의 급부상 여부는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파인 장 마리 르펜 후보의 돌풍과 함께 유럽 극우파의 정치무대 전면 부상을 가늠할 시험대로 주목받아 왔다. 빡빡 깎은 머리에 이탈리아제 고급 양복을 즐겨입는 포르토인은 화려한 수사와 눈에 띄는 생활방식 등으로 젊은층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아왔다.정계 입문전 대학교수로 있으면서 칼럼니스트와 시사평론가로 이름을 날린 그는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공개했다.포르토인은 네덜란드가 더 이상 이민자들을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반 이민주의자다.동성애를 인정하지않는 이슬람을 반대하며 이슬람 이민들의 네덜란드 이주를 특히 반대해왔다. 한편 유럽의 극우 정당들은 물론 각국 정상들도 일제히 그의 암살을 비난했다.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정치인들이어떤 감정을 유발하든 이에 대한 의사표시 장소는 투표소뿐”이라고 강조했다.로마노 프로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도 암살은 “유럽 정신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민정책과 인종갈등,민족주의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긴장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김균미기자 kmkim@
  • 검찰 체육복표 수사/ 베일 벗겨지는 ‘홍걸씨 의혹’

    검찰이 타이거풀스가 체육복표 사업자로 선정된 과정에대해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홍걸(弘傑)씨 연루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최규선(崔圭善)씨의 비서 천호영(千浩榮)씨의 폭로 이후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홍걸씨의 개입 의혹은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타이거풀스는 한국전자복권과 경쟁 끝에 2000년 12월 체육복표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뒤 지난해 1월 최종사업자로 선정됐다. 타이거풀스 대표 송재빈(宋在斌)씨는 2000년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지명되기에 앞서 최씨로부터 “다 잘 됐으니걱정말라.”는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씨는 “송씨를 2000년 12월에는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거짓으로 드러났다.더욱이 홍걸씨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전 보름여동안 국내에 체류한 사실이 확인됐다. 타이거풀스가 사업자로 선정된 뒤 36만여주에 이르는 타이거풀스 주식의 소유와 거래 관계에도 이상한 부분이 발견됐다. 최씨는 지난해 2∼3월 주당 1만원이라는 싼 값에 13만여주를 확보했다.최씨와 정치권을 연결해준 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희완(金熙完)씨 역시 2만 6000주를 매입했다. 여기에 최씨는 송씨의 주식 20만주를 포스코에 팔아주고 15억원을 받아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주식 소유·거래 관계는 최씨가 타이거풀스로부터 주식을 로비용 ‘총알’로 제공받았거나 아니면 사업자선정과정에서 공을 세운 인물들에 대한 보상 배분 역할을맡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홍걸씨 동서 황모씨의 회사 직원 명의로 돼 있는 1만 3000주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있다.황씨는 “그 주식은 내 것이 아니다.”라며 사실상홍걸씨의 주식임을 실토했다. 최씨와 홍걸씨 사이에서 수차례 돈 심부름한 사실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검찰은 우선 홍걸씨가 그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했는지와무엇에 대한 대가로 받았는지 등에 수사의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만약 홍걸씨가 사법처리된다면 경쟁사였던 한국전자복권에도 파장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당시 타이거풀스는 ‘왕자’를 업고 경쟁사인한국전자복권은 ‘가신’을 업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따라서 검찰 수사가 ‘왕자’에 이어 현 정권의 핵심인물인 ‘가신’을 겨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태성기자 cho1904@
  • [기고] 군인연금 현실화를

    군인연금법 개정문제가 최근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군인연금법은 군인사법의 적용을 받는 특수 신분에 대해 특별하게 적용되는 특별한 법이다.그래서 군인연금은 공무원연금과 분리해 운영돼 온 것이다.따라서 공무원연금과의 형평성운운하며 군인 ·공무원연금을 동일시하려는 것은 발상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먼저 군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직업군인은 유사시 생명을 내놓겠다는 조건으로 임용된다.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뛰어나가면 죽을 것이 뻔한데도 공격앞으로 명령에 지체없이 뛰어나가야 한다.일단 직업군인이 된 뒤에는 사생활을 포기해야 한다.훈련,근무,잦은 이사,가족과의 별거,자녀들의 전학 등등….직업군인 20년이면 통상 10여회 이사를해야 하며 자녀가 초등학교를 6번 옮긴 경우도 적지 않다.공무원 정년이 60세,교원정년이 62세인데 비해 군인은 대부분 40대 초반에서 50대 초반에 타의로 군을 떠나야 한다.그렇다고 원하는 시기에 자의로 전역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선진국에서는 군인연금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가? 미국은군인들에게 미국 상류사회의 삶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이루어져 있다.역설적이기는하지만 최근 주한미군 아파트건립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독일은 국가와 군이 군인과 그가족을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군인연금을 관리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독일·영국 등은개인 기여금 없이 전액 정부 부담으로 군인연금을 지급하고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30년 근속 공무원 연금이 1250달러인데 비해 군인은 3125달러다.우리나라의 현행 군인연금법은 군의 특수성과 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있다. 사기업 취업 또는 자영업자에까지 연금 50% 삭감을 규정한조항을 예로 들어 보자. 지난해 57세의 나이에 상사로 전역한 김모씨의 경우 연금은 월 150만원이다.이것으로 대학에다니는 두 자녀를 뒷바라지할 수가 없어 여러 곳에 수소문한 끝에 월 80만원을 받기로 하고 간신히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업했다.그런데 현행 군인연금법은 취업이 됐으니 연금150만원에서 75만원을 삭제하고 75만원만 주게 돼 있다. 김씨는 당연히 한달 동안 일하고 5만원을 버느니 차라리 집에서 노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고등 실업자를 양산하고 놀고 먹는 풍토를 조장할 것이 뻔한 독소규정이 아닌가. 도매물가에 연동돼 있는 연금 인상도 많은 문제점을 갖고있다.한해 전역한 직업군인중 재취업이 된 경우는 22%에 불과하다.따라서 대부분의 제대군인들이 연금만으로 생활하고있으며, 이들의 평균연금은 120만원 내외로 도시가구 월평균 소득 273만원의 반도 안 되는 액수다.공식적인 물가상승률이 실제 물가상승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물가상승률에 의한 연금인상은 매년 생활수준을 낮춰가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부국의 원천이 강병이고 강병의 원천이 우수한 인재라면우수한 인재가 기피하는 군대를 가지고는 강병도 부국도 결코 이룰 수 없다.기금조성과 관리부실의 책임을 연금 수급자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군의 특수성과제대 군인들의 실상을 반영해 군인연금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한다. 이상훈 대한민국 재향군인회장
  • [월드스타 그들이 온다] 크로아티아 수케르·발라반

    영광이여,다시 한번! 크로아티아 축구의 구세대와 신세대를 대표하는 다보르수케르(34)와 보스코 발라반(23)이 4년만의 돌풍 재연을준비하고 있다. 시계 바늘을 4년전으로 되돌려 98년 프랑스월드컵. 본선 무대를 처음 밟은 신생국가 크로아티아를 축구 관계자들은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다.하지만 크로아티아는 이탈리아 네덜란드 독일 등 강호들을 연파,세계 축구계의 지각을 뒤흔들며 3위를 차지,신흥 축구강국으로 떠올랐다. 91년 유고연방에서 분리된 뒤 8년 동안 총성이 그치지 않은 발칸 반도의 신생국이 축구를 통해 세계에 던진 평화의 메시지이기도 했다. 돌풍의 핵인 수케르는 6골을 터뜨려 호나우두(브라질) 바티스투타(아르헨티나) 등 내로라하는 골잡이들을 제치고득점왕을 차지했다. 크로아티아는 2002대회에서 영광 재연을 꿈꾼다.전문가들은 16강 진출조차 절반의 회의를 품고 바라보지만 크로아티아 국민들은 ‘신·구 영웅’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탈리아 에콰도르 멕시코 등과 같은 G조에 속해 대진운은 좋지 않다.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단 16강에만 올라가면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해 지난 대회와 비슷한,또는 더나은 성적을 거둘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점친다. 크로아티아는 예선에서 벨기에 스코틀랜드 등을 누르고 5승3무로 조 1위를 차지했다.주역은 당연히 수케르와 발라반.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에서 방출되는 등 수모를 겪은 수케르는 대표팀에 뒤늦게 합류했지만 자신을 잊지 않고 불러준 조국을 위해 2골을 선사했다.또 팀내에서 두번째로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했다.4년전의 본선 무대에서 쉴새 없이 폭발적인 슈팅을 날린 파괴력은 조금 줄었지만 노련미는 더욱 빛났다. 이렇듯 수케르가 여전히 크로아티아의 정신적 지주라면발라반은 새 희망이다.1년 남짓의 짧은 대표팀 경력에도 불구하고 라트비아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유럽예선 8경기에서만 5골을 뽑아냈다.‘무서운 아이’라는 주변의 평가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180㎝ 74㎏의 탄탄하고도 날렵한 체격의 발라반은 총알같은 스피드를 앞세워 상대문전을 순간적으로 파고드는 능력이 최정상급이다.지난해 7월 이적료 850만 달러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톤 빌라로 옮겼다. 크로아티아 요지치 감독은 “발라반은 내가 요구하는 것이상을 해내는 선수이며 골 넣는 기술과 자신감이 경기를거듭할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또“수케르와 발라반이 있는 한 지난 대회 이상의 성적도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크로아티아 국민들은 요즘 즐거운 상상에 젖는다.수케르가 절묘하게 찔러준 어시스트를 발라반이 넙죽넙죽 골로연결시키며 멕시코 이탈리아 에콰도르를 거푸 꺾고 4강을넘어 우승까지 치닫는 장면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는 ‘아름다운 노장’과 거칠 것이없는 ‘젊은 영웅’이 서울에서 ‘발칸의 신화’를 엮어낼수 있을까. 박록삼기자 youngtan@
  • [월드스타 그들이 온다] 폴란드 올리사데베

    ‘새드 스트라이커’ 올리사데베-. ‘새드 스트라이커(Sad Striker)’는 골 세리모니를 무표정으로 대신하는 이마누엘 올리사데베(24)의 별명이다.극적으로 골을 성공시킨 뒤에도 그의 얼굴에서 기뻐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하지만 “폴란드 공격의 95%는 올리사데베의 발끝에서 나온다.”고 할 만큼 팀에서 차지하는비중은 크다. 지역예선 9경기에서 보여준 총알 스피드와 흑인 특유의 유연한 몸놀림,허점을 송곳처럼 파고드는 센스와 일발필살의폭발적인 슈팅은 늘 상대수비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이 때문에 한국이 속한 월드컵 본선 D조의 모든 팀은 그를‘경계대상 1호’로 지목하고 있다. 폴란드 대표팀 사상 첫 흑인인 그가 국제무대에서 두각을나타낸 것은 예지 엥겔(50) 현 폴란드 대표팀 감독을 만나면서부터. 나이지리아의 니제르 강가 와리에서 태어난 올리사데베는열여섯살 때 이미 국내 리그 득점왕에 올랐다.소속팀은 자스퍼 유나이티드.유럽무대 진출을 꿈꿔온 그는 한 스카우트에의해 폴란드로 이적,몇개 팀을 전전하다엥겔 감독의 눈에띄어 97년 폴로냐 바르샤바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3년 뒤,폴란드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엥겔 감독은자신이 아끼는 올리사데베를 귀화시켜 대표선수로 전격 발탁했다.폴란드 정부가 동유럽 ‘전통의 강호’로 재도약하기위해 5년으로 규정된 ‘외국인의 국적 취득을 위한 국내 거주기간’을 무시하는 ‘특혜’를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폴란드는 82스페인월드컵 본선에서 3위를 차지한 뒤 16년 동안이나 본선 진출마저 이루지 못한채 세계 축구의 변방으로 밀려나 있었다. 올리사데베 영입 이후 폴란드는 지역예선에서 노르웨이 우크라이나 등 강호들을 연파하며 돌풍을 일으켰다.물론 올리사데베는 예선 9경기에서 혼자 8골을 터뜨리며 엥겔 감독과‘새 조국’에 본선 티켓을 선사했다. 폴란드의 강점은 공수 밸런스와 조직력이다.그러나 이 보다 더 큰 무기는 확실한 스트라이커 올리사데베.지역예선을 마친 뒤 엥겔 감독은 “그가 없었다면 폴란드의 월드컵 본선진출은 불가능했을 것이다.그는 이제 유럽 최고의스트라이커로서 잠재력을 보이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극찬했다. 지난 2000년 폴로냐 바르샤바를 폴란드리그 정상에 올려놓은 뒤 그리스의 파나티나이코스로 이적한 올리사데베는 지난 22일 루마니아 축구 전문지 ‘포쿠스 베스’가 유럽 기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2001 동유럽 최우수선수’ 투표에서 안드레이 셰브첸코(우크라이나) 등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승승장구하는 ‘검은 폴란드인’ 올리사데베는 2002월드컵을 슈퍼스타로 도약하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최병규기자 cbk91065@
  • 총련 계열 신용조합 피습…총알4발 난사 자국 발견

    재일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계열의 신용조합인 조긴간토(朝銀關東) 신용조합이 총격을 받아 일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1일 오전 8시5분쯤 요코하마(橫濱)시 가나가와(神奈川)구 조긴간토 신용조합 본점에 4발의 총알이 난사돼 있는 것을 출근하던 조합 직원이 발견,경찰에 신고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 2시쯤 사건이 발생한 조합 건물 앞에서 검은색 승용차가 정차해 있었다는 목격자를 찾아냈다. 경찰은 수사반을 설치,사건 현장에 대한 검증을 끝냈으며 조총련 계열의 신용조합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의 소행으로보고 수사하고 있다. 도쿄 황성기특파원 marry01@
  • 공군장교 권총 자살

    명문대를 졸업한 공군 중위가 주말에 외출을 나와 부대에서 가져 온 권총으로 자살했다. 18일 새벽 1시55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 Y비디오방에서공군 ○○단 소속 권종혁(25) 중위가 권총으로 오른쪽 관자놀이에 총알 1발을 쏘아 현장에서 사망했다. 권 중위는 S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0년 7월 학사장교로 입대,탄약무기 관리 등을 담당했다.사고 현장에서는 38구경 권총과 실탄 6발이 발견됐다. 권 중위는 죽기 전날 대학 선배 서모(26)씨를 만나 함께식사하고 헤어진 여자 친구에게 보내는,죽음을 예고하는내용이 담긴 편지를 전했다.권 중위는 여자 친구가 다른남자와 교제하는 것을 알고 괴로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헌병대는 총기와 실탄이 부대에서 빠져나간 경위 등군의 허술한 총기관리를 조사중이다. 윤창수기자 geo@
  • [대한광장] ‘순수문학’ 등뒤에 숨은 친일

    개혁적 성향의 국회의원들이 모여서 발표한 친일파 명단을 두고 국민들이 놀라고 있다.각계의 내로라하는 지도층인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는 우리의 일그러진 현대정치사를 조금이나마 관심있게 들여다본 이에게는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자신의 취약한 정치기반을 강화하고자 했던 이승만 등의 세력에 의해 ‘반민특위'가 비열한 방법으로 무참히 좌절된 이후,일본 제국주의에 협력했던 세력은 어느 누구도 반성이나 참회 한번 없이 신생 대한민국의 주류세력으로 성장했다.협력의 대가로 부와 권세를 장악한 이들의 후손들이 해외유학 등으로 실력을 다지는 동안 바람마시며 한뎃잠을 자야 했던 독립운동가의 후예들은 대물린 가난으로 아예 대가 끊기거나 생존해야 ‘도배장이' 등이 고작이었다. 필자는 1986년,당시 5공정권이 폐간조치했던 실천문학사가 발간한 ‘친일문학선집'을 접했던 때의 충격을 아무래도 잊을 수가 없다.‘화사집' ‘귀촉도' 등과 같은 시로 모국어의 연금술사로 ‘시인부락의 족장'이요 ‘시의 정부'라고서슴없이 칭송하던 서정주.‘사슴'의 시인으로 고고한 노천명,김소월의 스승이자 서정의 극치인 가곡 ‘꿈길'의 시인김안서 등등.그뿐인가.현대소설문학의 시조이자 지사였던이광수를 비롯해 최남선,김동인,박종화,최재서,김동환,백철,김팔봉,주요한….교과서에 실려 있는 그들의 친일 작품을 확인하던 때의 충격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으랴. 식민지의 통한을 지닌 우리들에게 모국어는 남다른 ‘민족혼의 거처'이며 문학 또한 그러하다.해방 후의 국어교육에서는 그래서 유난히 모국어를 절차탁마한 작품을 문학의귀감으로 가르치고 배웠다.청소년들은 그들의 ‘문학'만을읽고 모범으로 삼았다.‘조선의 학도여' ‘모든 것을 바치리' ‘아세아의 해방' ‘일장기의 물결' ‘총동원의 태세'를 역설하며 ‘님의 부르심을 받들고서' ‘성전찬가'를 외치던 그들의 ‘삶'은 전혀 돌아보지 않았다. 적어도 20세기 한국에서는 ‘위대한 생애가 위대한 문학을 낳는다.'는 괴테의 지론은 통용되지 않으며,‘사상의 종점은 실천에 있다.'라는 네루의 명언도 수정되어야 한다.필자는 부끄럽게도 교단에 서서 위에 열거한 시인들을 ‘순수문학'이라 가르쳤다.사회주의운동에 몸담았던 카프 문인에 대한 대항개념이었으리라 본다. 1986년에 출간된 ‘친일문학선집'에는 우리 현대문학의 초창기를 일구어낸 대다수 영향력 있는 문인들의 거침없는제국주의 예찬이 화인처럼 선명히 박혀 있다.그들 지식인의 수사는 압제와 침탈로 신음하는 식민지 민초들의 고통의 또다른 표현이었다. 아직 우리 교과서는 이들을 ‘순수문학'이라 부르는가? 아직도 우리의 교사들은 문인의 작품과 삶은 별개라고 가르쳐야 하는가? 문민숭상의 전통이 강력했던 시대에 과연 문학은 ‘순수'할 수 있을까? 조선청년을 제국의 총알받이로 내몰고 ‘반도민중의 애국운동'을 독려했던 그 사실만을 이제는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감히 필자는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는 없다.늦게태어난 자의 운명이 그저 축복일 뿐.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공론의 장에서 밝히는 데에 무려 반세기가 걸릴 수밖에없었던 현실이 답답하다.하물며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의원들이 나서고 있는 역사 바로 보기 노력에다가 계급투쟁 어쩌고하는 선동을 일삼는 데에는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다.친일문인의 기록은 분명 부끄러운 역사이며,단죄하기 이전에 민족사의 아픔이며 아직 아물지 않고 있는 상처이다. 평가는 훗날의 역사가 할 일이다.그러니 제발 이들을 두고 ‘순수문학'이라는 엉터리 이름을 붙이지는 말자.또한 이런 준열한 말을 남긴 유명한 서양문인도 있음을 기억하자. ‘순수문학' 이데올로기에 감염된 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과거의 잘못을 단죄하지 않는 것은 미래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이다.”(알베르 카뮈). 유시춘 작가·국가인권위원
  • 샤샤 결승골… 성남 우승 축포

    성남이 월드컵의 해인 2002년 축구시즌을 여는 ‘왕중왕전’ 정상에 올랐다. 성남 일화는 10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포스데이타수퍼컵 축구대회에서 종료 1분전에 터진 샤샤의 결승골로대전 시티즌을 1-0으로 물리치고 우승했다.지난해정규리그우승팀 성남은 FA컵대회 왕자인 대전과의 대결에서 승리함으로써 이 대회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또 결승골을 터뜨린 샤샤는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이날 경기는 성남의 우세가 점쳐진 당초의 예상과 달리만만찮은 접전으로 일관했다.브라질 출신 파울로와 올리베를 새로 영입해 샤샤와 함께 용병 트리오로 공격진을 구축한 성남은 초반부터 대전의 끈끈한 압박에 고전했다. 대회 직전 구단과 선수들이 처우개선을 둘러싸고 갈등을빚은 대전은 ‘열세’라는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불꽃같은 투혼으로 성남의 호화멤버를 상대로 시소를 벌였다.부상중인 김은중 공오균 등을 투입해 어렵게 선발 공격라인을 갖췄지만 간간이 위협적인 공세를 펼쳤고 장철우를 축으로 한 미드필드에서는 오히려 우위를 보였다. 성남은 전반 22분쯤 샤샤가 아크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위협적인 오른발 슛으로 연결했으나 볼이 골문을 살짝 벗어나 기선제압에 실패한 채 전반을 마쳤다. 그러나 후반들어 주도권을 휘어 잡으며 공격의 고삐를 더욱 조였다.지난 5일 부친상을 당한 박남열을 교체투입해미드필드에서 우위를 되찾으며 공격의 물꼬를 트는데 성공한 것.후반 11분 김현수의 총알 같은 오른발 중거리 슛과15분 샤샤의 헤딩 슛으로 대전 골문을 강하게 두드렸고 대전은 골키퍼 선방으로 어렵게 버텨냈다. 성남은 29분 샤샤가 골 정면에서 날린 오른발 슛이 골대를 맞고 튀는 불운을 겪었으나 이 때부터 일방적인 막판공격을 펼쳐 승리를 예감케 했다. 올시즌 첫골이자 결승골은 후반 44분 샤샤의 발끝에서 터졌다.샤샤는 올리베가 오른발로 살짝 밀어준 볼을 벌칙지역 안에서 침착하게 요리하며 한 박자를 조절한 뒤 오른발로 차 넣어 승부를 갈랐다. 박해옥기자 hop@
  • [사설] 초병이 총기를 빼앗기다니

    서울을 지키는 수도방위사령부 초병이 25일 새벽 K2 소총2정을 탈취당하는 어이없는 사건이 일어났다.범인들은 수방사 외곽초소 사이의 담에 설치된 철조망을 절단기로 끊고침입해 초병 2명을 칼로 찌르고 테이프로 입을 막고 철사로손발을 묶은 뒤 소총을 빼앗았다고 한다. 수도권 국가시설과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수방사 초병들이 총기를 빼앗긴것은 충격적이다. 하지만 이보다도 범인들의 전문적이고 대담한 수법으로 볼 때 사회불안을 야기할 목적이거나 탈취한총기를 다른 범죄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사건의심각성이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군의 근무기강 해이가우려할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지금 국제적으로는 테러전쟁의 여파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국내적으로는 정권 말기의 권력누수 조짐과 더불어 철도 등 국가 기간산업의 파업이 계속되는 등 사회적 이완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또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테러 대비와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할시점이다.범인들이 국내외 테러조직이나 불순세력과 연계돼있거나, 탈취한 총기를 국가시설이나 국민의 생명을 파괴하는 데 사용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군 당국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수방사는 외곽초소가 아닌 부대내 유류고 초병에게는 실탄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탈취당한 소총에는 실탄이 없다고 밝혔다.이런 해명도 말이 안 되는 소리다.범인들이 부대내 시설을 겨냥했다면 야간에 총알도 없는 ‘빈총’으로 무엇을 지켜내겠는가.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면책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말은 군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철칙이다.군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휘관과 장병들의 기강을 다잡는 한편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해야 할 것이다.군이 범인 검거나 후속범죄 방지에 최선을 다해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는 것은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 목사가 농부된 까닭

    ■귀농 허병섭씨 부부의 ‘넘치는 생명세상 이야기’. 또 한 해가 시작됐다.고만고만한 일상이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될 것이고,그런 가운데 희로애락이 엇갈릴 것이다. 어쩌면 더 가파르게,정신없이 굴러갈지도 모른다.하루 계획을 아침에 세우듯 일년 계획을 짜느라 분주한 때 ‘삶의 숨고르기’를 권하는 책이 나왔다. ‘넘치는 생명세상 이야기’(함께읽는책)는 지난 96년 전북 무주군 안성면 진도리에 귀농한 허병섭(전 빈민선교운동 목사·61)·이정진(55) 부부의 생태농업 체험기를 담았다. 지은이가 말하는 ‘귀농’은 도시생활에 찌든 이들에게그저 물,흙,바람,산과 들이 있는 자연을 연상시키는 ‘낭만적 목가(牧歌)’에 머물지 않는다.그는 “도시의 생산과 소비,권력과 힘,쾌락과 즐김,상업과 상품,자본의 축적과이윤 창출,경쟁과 투쟁,이기주의와 개인주의 따위와 관련된 도시적 가치관을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노동에 대한 가치관을 다시 세우고 노동을 즐겨야 가능하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허병섭씨는 흙으로 돌아갈 것을 결심하기까지 다양한 삶의 현장을 찾아다녔다.목사로서 빈민선교활동에 뛰어들었고 교회를 세워 지역운동을 펼치는 등 70-80년대를 민주화·인권운동으로 도시 빈민과 함께 보냈다.그러나 어느 날문제의 본질이 ‘도시’에 있음을 깨닫고 ‘자연’에 몸을 던졌다.성직도 반납했다. 책은 크게 남편 허병섭씨와 부인 이정진씨의 글로 나눠져 있다.이들이 귀농을 결정하고 마땅한 곳을 찾아다닐 때“뭐 하러 시골까지 내려오려 하느냐?”는 이장님의 우려도 들었다.또 “혹시 마약을 재배하려는 것은 아니겠지요?”라는 ‘의심’도 받았다.하지만 이들은 강한 의지와 성실함으로 ‘땅의 사람들’과 하나가 되었다.책을 열어가면 그 과정에서 부닥친 어려움과 진솔한 내용들을 만날 수있다.특히 화학비료 대신에 유기농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몸소 옮기는 과정은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세태에 대한경고로 들린다. 일단 땅과 하나가 되자 지은이의 관심은 공동체조직과 지역주민의 문화·교육으로 넓혀진다.이 꿈은 ‘푸른꿈 고등학교’라는 대안학교 세우기로 이어졌다. 부인이정진씨의 이야기는 더욱 실감난다.그는 남편과는달리 궂은 일도 해보지 않았고 시골서 살아본 적이 없는‘진짜 서울내기’다.처음엔 지렁이나 뱀을 보고 놀라 몸서리도 쳤지만 이런 소동은 오래가지 않았다.전교조와 참교육시민모임 등에서 일한 적이 있는 그다.남편의 제의에선뜻 뜻을 함께 한 이씨의 ‘작은 철학’은 곧 초보 농사꾼을 땅의 사람으로 만든다.요즘은 누가 “시골,살만하세요?”라고 물으면 “그러문요,너무 좋아요”라는 대답이총알처럼 튀어나온다고 밝힐 정도다. 책 곳곳에 드러나는,이웃 아낙들과 나누는 넉넉한 대화풍경은 씹을수록 구수한 나물 맛이다.여기에 ‘섬세한 묘사’라는 고추장이 버무려져,책을 놓을 겨를 없이 펼쳐지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에 빠지다 보면 입가에 여유있는작은 미소를 머금게 된다.8,500원. 이종수기자 vielee@
  • [사라지는 것을 찾아] 야식 행상

    “메밀묵 사려,찹쌀떠∼억…” 매서운 삭풍이 귀를 에이고 눈보라가 흩날리는 한겨울 밤,인적 끊긴 적막한 골목길 어귀로부터 들려오는 야식 행상의 외침이 정겹게 들리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에 비하면 너나없이 모두가 가난하던 그때,야식 행상의 등짐 속에 든 메밀묵·찹쌀떡·찐빵·당고와 밤엿은 긴 겨울밤 간식으로 구미를 당겼지만 누구나 사먹을 수는 없었다. 생활 수준이 나아져 주택가 슈퍼마다 간식거리가 넘쳐나고 닭발에서 빈대떡·순대까지 온갖 메뉴를 24시간 ‘총알 배달’하는 야식집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90년대 들어서면서 야식 행상은 사라져갔고 이젠 거의 자취를 감췄다. 야식 행상을 한 이들중엔 간혹 어른들도 있었지만 주로가난한 집안의 생활비와 학비를 마련하려는 10대 중·고교생이 대부분이었다.그래서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에도 파출소 순경들과 방범대원은 이들이 새벽 1∼2시까지 동네와여인숙 골목을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도 모른 척 눈감아 주곤 했다. “흥정이 필요없고 값만 물어보고 안사는 경우도 없는 장사였어요.‘밤(夜)엿에 왜 밤(栗)이 없냐’며 실망하면서도 그냥 돌려보내는 경우는 없었어요” 지금은 자수성가해 통신케이블 설비회사를 세운 김윤형씨(가명·50·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는 지난 70년대초아버지가 갑자기 작고하고 홀어머니와 3형제의 생계가 막연해지자 야간고등학교를 다니며 4년동안 야식행상을 했다. “의정부 제일시장에서 찹쌀떡과 찐빵을 10원에 3개씩 사서 한개당 5원에 팔았습니다.많이 파는 날은 몇백원씩 벌기도 했지요” 요즘 찹쌀떡 1개에 300∼400원씩인 것을 감안하고 당시의 소득수준을 생각하면 꽤 짭짤한 수입이었던 셈이다.당시의정부 시내에만 야식 행상이 20∼25명 정도나 됐었다. 이들은 야식이 든 라면상자를 흰색종이로 바르고 끈을 달아 어깨에 매단 채 두툼한 장갑과 귀마개로 추위를 견디며 골목골목을 누볐다. 김씨는 “추운데 고생한다”며 거스름돈을 받지 않거나,“나머지 찹쌀떡 다 사줄테니 그만 집에 들어가 쉬어라”는 어른들의 인정에 혹한의 추위도 배고픔도 잊었었다고회상한다. “외동딸이 원하면 무엇이던 해준다”는 김씨는 “요즘 10대들중 누가 자청해서 칼바람을 견디며 야식을 팔러 밤거리를 헤매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가난하지만 훈훈한 인정이 살아있었던 시절의 야식 행상이 힘들었지만 대견스런 기억으로 남아 자신의 인생을 지탱해 주는 힘이 되었다고 강조한다. 한만교기자 mghann@
  • 대전 은행강도 목격자 나왔다

    지난 21일 발생한 국민은행 대전 둔산지점 권총살인강도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용의자 2명을 봤다는 목격자들을확보,이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몽타주를 제작,26일 전국에배포했다. 경찰은 “범행 전 범인들의 그랜저 승용차를 세차와 선팅 등을 해준 업체 종업원들과 탈취당한 현금을 옮겼던 청원경찰 등의 진술을 토대로 몽타주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용의자들은 모두 170∼172㎝의 키에 얼굴이 둥글고 머리는 스포츠형으로 30대 중반은 눈이 처졌고,20대 후반은 눈과 입술이 두툼한 편이다. 범인들은 범행 전 대전에서 차를 2번 세차하고 선팅까지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운 뒤 범행했다. 경찰은 또 “범행현장에서 수거한 범인들의 총알은 경찰에 권총 총알을 독점 공급하고 있는 P금속에서 만든 것”이라며 “이 회사에서는 군 고위간부와 경찰에 지급된 38구경 권총의 총알을 공급하고 있으나 군에서는 권총을 분실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15일 대전시 동구 송촌동 주택가를순찰하던 노모 경사(33)의 권총을 빼앗은 범인들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 이들이 범행에 사용한 총알은 위협용 1발을 포함,모두 3발로 노 경사가 탈취당한 공포탄 1발,실탄 4발 가운데 범행 전에 시험 사격용으로 1발을 소비했을 경우 1발이 남아 경찰은 제2차 범행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현상금은 1,000만원.신고 전화는 (042)476-3002. 대전 이천열기자 sky@
  • 권총강도사건 나흘째 ‘제자리’

    대전 국민은행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권총 살인강도 사건이 범행발생 나흘째인 24일까지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이 사건 수사본부는 이날 “지난 21일 범행에 쓰인 차량에서 채취한 지문이 감식결과,차주 김모씨(51·여)의 것으로 밝혀졌다”며 “차량에서 수거한 머리카락 4점과 차량안에 버려진 마스크에서 떼낸 수염 1점의 DNA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해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경찰에 총알을 독점 공급하고 있는 P금속에사건현장에서 수거한 총알에 대한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이 총알이 경찰에 공급하고 있는 38구경 권총의 총알로밝혀질 경우 최근 대전과 대구에서 경찰관들로부터 권총을 탈취한 범인들이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경찰은 확신하고 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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