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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계 새정부정책 대응방식 DJ-盧초기 닮은 꼴 ‘제동걸다 안먹히면 순응’

    재벌개혁 비판,‘사회주의’ 발언,전경련 회장 교체,정치개혁 요구….노무현 정권 출범을 일주일 앞둔 가운데 재계의 차기 정부에 대한 대응방식이 지난 98년 ‘국민의 정부’ 출범 때와 닮은꼴을 띠고 있다.특히 전경련이나 경총 등을 활용한 재벌개혁 비판이나 일련의 개혁정책 수용 과정은 ‘판에 찍은’듯하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갈등과 화해를 오가는 패턴이 의도적인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재벌개혁이 DJ정권 처럼 용두사미로 끝날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외곽부대 동원하기 새 정부 흔들기의 선봉장은 전경련 등 재계 외곽단체다. 이들은 ‘치고 빠지는’ 수법으로 새정부의 개혁의지를 가늠해 본다.손병두(孫炳斗) 전경련 부회장이 지난달 ▲집단소송제▲출자총액제한제▲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등 재벌 개혁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지난 98년 전경련이 재벌개혁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한다는 보고서를 낸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내용만 바뀌었을 뿐 비판의 목소리는 똑같다.경제 위기에 국내외 환경이 불투명하다는 도입거부 이유도 반복된다. 특히 새 정부와 재계의 갈등을 증폭시켰던 전경련 김석중 상무의 ‘사회주의’ 발언과 유사한 파문은 지난 98년에도 있었다.발언 당사자만 다를 뿐이었다.당시 재계는 고통분담 차원에서 진행된 총수들의 사재 출연이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정경유착 근절과 금권정치를 단절하라는 정치개혁 요구도 5년이 지난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유화 제스처 새정부와 갈등을 푸는 방법도 5년전과 흡사하다. 지난 98년에는 김우중(金宇中) 회장이 전경련을 새로 맡으면서 새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조치에 협력하며 관계개선에 나섰다. 이번에는 손길승(孫吉丞) SK회장이 전경련 수장에 취임하면서 재계의 반발 기류가 가라앉았다. 재계의 반발 기조가 급속도로 바뀌는 계기도 닮았다.98년에는 삼성의 ‘타깃’ 소문이 퍼지면서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에 탄력을 받았다.이번에는 검찰이 SK를 조사하자 재계가 새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에 호응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경두기자 golders@kdaily.com ◆재계 집단 소송제 수용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경제5단체는 집단소송제를 수용하고 대기업의 주5일 근무제를 연내 도입하는 등 새 정부의 재벌개혁·경제정책을 원칙적으로 수용키로 의견을 모았다. 경제5단체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원칙적으로 받아들이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경제5단체장은 지난 14일 손길승 전경련회장 취임후 첫 모임을 갖고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재계가 ‘윈-윈’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경제5단체는 이러한 원칙 아래 지난 18일 조사담당 임원회의를 갖고 ▲집단소송제▲출자총액 제한제도▲금융기관 계열분리 제도▲주5일 근무제▲외국인 고용허가제 등 주요 경제정책에 대한 재계의 수용 여부와 구체적인 대안을 협의했다.이 자리에서 집단소송제는 소송을 남발할 우려가 있지만 분식회계,주가조작,허위공시 등이 입증돼 형사소추를 받은 상장사에 대해 적용토록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주5일 근무제는 기업과노동계가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휴가·휴일제도 및 근로조건 등을 국제기준에 맞추고 중소기업에 대한 시행시기를 연기하는 것을 전제로 정부안을 받아들인다는 방침을 정했다. 출자총액제한 제도는 재벌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는다는 기본 취지를 인정하되 기업의 원활한 구조조정이나 핵심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도록 신축적인 운용을 정부측에 요구키로 했다. 전광삼기자 hisam@
  • [사설]검찰수사 경제 충격 없게

    검찰이 SK그룹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와 배임 혐의에 대한 고강도 수사에 나섰다.공정거래위원회도 이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제재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이번 수사는 대기업 오너의 재산증식을 둘러싼 편법·탈법적인 혐의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이것이 사실이라면 부당한 재산의 대물림은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본다.최 회장은 지난해 3월말 자신이 소유한 워커힐호텔 주식을 계열사에 시가보다 비싸게 팔아 남긴 차익으로 SK(주)의 경영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탈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기업 오너들의 떳떳지 못한 부의 세습과 경영권 장악은 국민들의 위화감을 조장하고 근로의욕을 저하시킨다. 따라서 혐의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 같은 행위는 단죄하는 게 마땅하다. 이번 검찰 수사는 엄정하고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해당기업이 소명하고 있는 대목은 억울함이 없도록 공정하게 법집행이 따라야 한다.또한 검찰의 수사 배경을 두고 이런저런 해석이 분분한 만큼 수사가 투명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다른 대기업 총수의 탈법사례를 수사할 경우에도 똑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번 수사가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충격은 최소화해야 한다.일부 대기업과 협력업체,해외투자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 채 검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자칫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를 가중시키고 투자위축 등 경제활동에 지장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그렇다고 재계가 구태의연하게 ‘경제위축’ 운운하며 검찰 수사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투명한 경영체제를 다지는 밑거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盧당선자·재벌총수 취임식뒤 회동할듯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주요 재벌총수의 만남이 대통령 취임이후에 이른 시일안에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16일 손길승 전경련 회장이 지난 10일 노 당선자를 예방했을 때 주요 그룹 총수가 참여한 전경련 회장단과 노 당선자간의 면담을 요청했으며 노 당선자는 “그렇게 해보자.”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노 당선자의 고위 측근도 지난 14일 “노 당선자와 주요 재벌총수의 만남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양측의 면담이 성사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음을 시사했다.이 관계자는 “면담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했으나 재계에서는 취임후 멀지 않은 시기에 면담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출장 중인 이건희 삼성 회장도 노 당선자와 재벌 총수들간의 면담이 확정되면 일정에 맞춰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주기자 ejung@
  • 대기업 총수들 얼마나 받나

    대기업 총수들이 회사에서 받는 ‘보수’는 과연 얼마나 될까? 임원보수 공개를 의무화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기업 총수들이 회사에서 받는 보수를 정확히 계산해낼 수는 없지만 주주총회를 앞둔 상장사들의 경우,매년 임원보수한도를 정하게 돼 있어 이를 통해 가늠해보면 회사에서 받는 월급 형태의 돈의 규모를 추산할 수 있다. 지난해 137조원의 매출과 세전이익 15조원을 달성한 삼성의 이건희(李健熙) 회장은 삼성전자,삼성SDI,삼성전기,삼성물산,제일모직,신라호텔 등 6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전자와 물산은 상근,나머지는 비상근이다. 이들 회사의 등기이사 전체에 지급된 보수를 산술평균해 이 회장의 ‘연봉’(?)을 추산한 값은 78억 7000만원 정도다.대표이사 회장으로 등재된 삼성전자에서 52억 6000만원,상근 회장직을 맡은 삼성물산에서 12억 5000만원을 받았다.또 삼성SDI는 12억 5000만원을 지급했고,제일모직(5000만원),삼성전기(4000만원),호텔신라(2000만원)는 사외이사 수준의 보수를 준것으로 알려졌다. LG 구본무(具本茂) 회장은 LGCI,LC칼텍스정유,LG카드,LG경영개발원 등 4개사의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으며 이중 LGCI만 상근이다. 지난해 보수한도대로 받았다면 LGCI에서 8억 7000만원,LG칼텍스정유에서 9400만원,LG카드에서 9500만원 등 10억 5900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구 회장은 지난해 건강보험료로 한달에 537만원을 납부,월 2억 495만원(연 24억 59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조사돼 비상장 회사로부터 상당한 보수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회장이 된 SK 손길승(孫吉丞) 회장은 SK텔레콤과 SK글로벌의 등기이사로 SK텔레콤으로부터 25억여원,SK해운에서 7억여원 등 32억여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SK㈜와 SK텔레콤 임원으로 등재돼 있는 최태원(崔泰源) SK㈜ 회장도 손 회장과 비슷한 보수를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지난해 납부한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롯데 신격호(辛格浩) 회장은 22억여원,현대자동차 정몽구(鄭夢九) 회장은 20억여원 등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는 “기업 총수들이 회사로부터 받는 연봉에 연연하겠느냐.”면서 “갖고 있는 주식의 배당수입 및 예금수입 등을 감안하면 회사에서 지급받는 돈은 얼마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환기자
  • 2003배구슈퍼리그/윤봉우.장영기 등 “신인왕 건드리지마”

    ‘신인왕은 양보할 수 없다.’ 2차리그 중반으로 치닫는 배구 슈퍼리그 남자 실업부 신인왕 경쟁이 후끈 달아 올랐다. 올 시즌 남자 실업부에 처음 얼굴을 내민 새내기 가운데 돋보이는 선수는 현대캐피탈의 윤봉우와 장영기. 이들은 그동안 ‘캠퍼스 스타’ 이형두 박재한(207㎝·이상 삼성화재) 권영민(현대)의 그림자에 가려 있었다.하지만 1,2차리그 10경기에서 장영기와 윤봉우의 팀 공헌도가 오히려 높았다. 특히 윤봉우는 203㎝의 장신에 점프력까지 갖춰 ‘거미손’ 방신봉(2m)을 제치고 당당히 주전자리를 꿰찼다.송 감독은 “봉우는 몸이 가볍고 탄력이 좋아 차기 국가대표 센터감”이라며 “국내 최장신 센터 박재한과도 안바꾼다.”고 말했다. 윤봉우는 송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1,2차리그 10경기에서 29개의 블로킹을 성공시켜 팀내 1위를 차지했다.또 스파이크로 42점을 따내 팀내 5위에 올라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고른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오른쪽 공격수 장영기는 188㎝의 비교적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총알 같은 스파이크를 앞세워 팀의새 주포로 자리매김했다.송 감독은 “영기는 거포 계열은 아니지만 팀에서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소총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경북체고를 거쳐 이달 말 한양대를 졸업하는 장영기는 2차리그에서 서브 에이스 1개를 곁들여 18점을 올리는 등 9경기에서 공격 스파이크 100개를 시도해 46개를 성공시키며 팀내 득점 5위에 올랐다. 과연 생애 단 한번뿐인 신인왕의 영예를 누가 움켜쥘 것인지 주목된다. 이기철기자 chuli@
  • ‘W이론’ 여전히 유효한가/‘세계 첫 제품’ 개발… 가격결정권 가져야

    독자기술 없는 2등은 도태될 뿐 다단계 직렬회로 결재라인 큰 문제 ‘W이론' 여전히 유효한가 한국식 기술개발·상품기획 착수를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여 우리나라 제품과 기술의 설땅이 좁아진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10여년전 우리사회를 풍미한 ‘W이론’의 주창자,서울대 산업공학과 이면우 교수를 만나 국내 기술개발과 산업의 향방을 진단해봤다.이 교수는 이상일 경제부장과의 대담을 통해 “우리만의 신제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을 창출하고 가격 결정권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하고 기업과 오너,CEO들의 분발과 기업구성원들의 자기혁신을 강조했다. ●이 부장 W이론이 발표된 지 11년이 지났는데 사회 각 분야에 얼마나 접목됐다고 보시는지. ●이 교수 10년 전과 달리 기업들도 필요성을 인정하는 단계까지는 왔지만 진도는 크게 나가지 못했습니다.지난해 6월 월드컵이 W이론의 징표라는 신문 칼럼도 있었는데 여기에 동감합니다.신바람이 났고,비전이 있었고,솔선수범하는 매스컴,국가,국민이 있어서 잘 승화됐습니다.한국인은 사냥개 같은 민족입니다.먹이를 찾기까지는 ‘개판’이지만 일단 먹이를 찾으면 질주합니다.반면 일본은 사역견(犬)같은 나라입니다.시키는 일은 잘하지만 우리와는 다릅니다. ●이 부장 대우전자 하이터치팀에서도 일하셨는데 대우 붕괴로 W이론의 적용 결과도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 아닙니까. ●이 교수 하이터치팀은 미국,일본에 없는 고부가가치 전자제품을 만들겠다고 시작한 겁니다.하지만 막상 팀을 맡고 나서 좌절감이 컸습니다.사실 대기업 총수나 사장들과 얘기를 많이 해보면 가장 큰 기술개발의 애로점은 “아이디어는 좋다.그런데 시장 성공사례가 없다.”며 거절당하는 것입니다.‘한번도 판적이 없다.’ ‘가격을 정할 수 없다.’는 이유도 들었습니다. ●이 부장 대우가 망했는데,원인은 어디 있다고 보시나요. ●이 교수 한마디로 말해 제조업으로 세계시장에서 돈벌 생각이 없었습니다.잭 웰치 등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1등 제품으로만 승부를 걸었습니다.그러나 우리 대기업은 한정된 시장에 금융,제조,보험까지 다 있습니다.제조업은 금융업의 들러리였던 셈입니다.제가 지적했던 ‘화전민 마을의 잡화상’이 바로 이런 겁니다. ●이 부장 대기업들이 기술개발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 교수 1975년부터 기술특허료 등의 지출이 74년에 비해 4배 늘었습니다.70년대 중반에 산업현장에 가보면 똑똑한 엔지니어들이 공정 설계회로를 개선하다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어요.일본기업들은 “당신들이 우리 부품,설비를 쓰는데 맘대로 고치면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한 거죠.그들은 성장기미가 보이면 부품의 질을 떨어뜨리는 등 우리를 꼭두각시로 만들었습니다.창의력의 싹을 자른 것입니다.우리 기업들은 순응했고 ‘기술은 사오는 것’이라는 게 경영철학이 됐죠. ●이 부장 지금도 기업들이 기술개발은 뒷전이란 말인가요. ●이 교수 재작년에 삼성그룹 사장단 모임에 초대된 적이 있습니다.그때 고위 경영자에게 직설적으로 말했습니다.“아직 삼성은 respect(존경)를 운운할 처지가 아니다.전 세계 반도체·휴대전화 시장에서 삼성이 신제품을 만든 뒤 다른 기업이 따라온 사례가 있으면 하나라도 말해달라.골고루 2등이지 않느냐.독자제품도 없다.마쓰시타는 2등이지만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이다.소니는 한정된 분야에서 항상 1등이다.1등만이 존경의 대상이고,2등 중에는 간혹 존경의 대상이 있을 뿐이다.그러니 돈벌이에 재능있다고는 할 수 있지만 존경은 좀 성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부장 독자적인 기술개발이 병행되지 않는 2등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얘기인가요. ●이 교수 기업은 2등 입지를 구축했을 때 가장 견제를 받습니다.고스톱 2등 해서 돈 따는 사람 있습니까? 2등까지 갔다가 떨어지게 되는 겁니다.2등까지는 승승장구하는데 2등이 되는 순간,몇 방 맞으면 하나같이 사라집니다.축구로 말하면 문전까지는 잘 가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역습당해서 지는 겁니다.자전거·봉제·가발·목재 등이 그랬고,앞으로 철강·반도체·전자·자동차도 사라질 산업들입니다.그래서 기술개발이 중요합니다. ●이 부장 기술개발도 경영혁신과 맞물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 교수 90년대 중반에 대기업들이 경영혁신을 했는데,시험시간에 커닝을 하다가 이젠정신이 혼미해져 학번·이름까지 베끼는 형국입니다.대기업 중역실 화이트보드에 한때 잭 웰치의 이름이 적혀있지 않은 데가 없을 정도였죠.그래서 내가 자청해서 세미나를 했습니다.“당신들 잭 웰치처럼 경영혁신하려고 하느냐.현재 1등이거나 가까운 장래에 1등 가능성이 없는 것은 없애버리겠다고 했는데,당신들 공중분해되려고 하느냐.그거 반쯤만 해도 견디지 못한다.하필이면 왜 이걸 베끼느냐.잭 웰치는 최선봉에서 머리 흩날리며 가는데 급하면 오너 본인이 나서야 한다.”고 말해줬습니다.정부나 기업의 문제점은 혁신의 대상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부장 요즘 기업 오너나 CEO들도 적극 나서고 있지 않습니까. ●이 교수 아닙니다.총수가 말로만 그렇지 뛰지 않습니다.총수가 직접 나서야 다른 사람도 움직입니다.그렇지 않으면 혁신이 아니고 목표달성에 급급하게 돼있습니다.결재라인이 직렬회로로 돼있는 것도 문젭니다.이게 블랙홀 회로죠.어느 대기업은 결재라인이 26단계나 된다고 하더군요.제가 말한 ‘꽃마을회의’(여러 부서의 담당자가 꽃모양으로 둘러앉아 하는 회의)의 문제점도 이런 겁니다. ●이 부장 최근엔 결재단계가 많이 줄지 않았나요. ●이 교수 단계가 준 건 사실이지만 이젠 ‘결재단계마다 심사숙고,그리고 장고(長考)’로 들어갑니다.입력은 있는데 출력이 없습니다.부서대표들끼리 회의해도 생산부서는 양산,판매쪽은 매출목표 달성을 사수해야 하는 목표가 있습니다.결국 반복된 회의끝에 서로 달성가능한 범위의 목표만 정하는 ‘딜’(Deal)을 합니다.반면 잭 웰치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인텔의 앤디 글로브는 한 기업에 처음부터 끝까지 눈독을 들입니다.의사결정이 빨라질 수밖에 없죠.그런데 우리는 뒤에서 (총수가)원격조종하고 튀는 직원을 두더지 때리듯 하니 효율은 없습니다. ●이 부장 그렇다면 기업들은 현장에서 W이론을 어떻게 응용해야 하나요. ●이 교수 기술개발의 패턴을 한국식으로 바꿔야 합니다.처음부터 한국식으로 하기에는 달리고,기술동향 상품기획까지만 할 수 있으면 ‘우람한' 기술도 우리가 창조한 것처럼 만들 수 있습니다.아이템별로연구를 하면 단가가 떨어져서 그 중 핵심 몇 개는 우리가 가질 수 있죠.작게는 특허,크게는 산업표준을 정하는 것이지요.앞으로 이걸 못잡으면 무슨 짓을 해도 헛발질하는 꼴이 됩니다. ●이 부장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이 교수 앞으로 우리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는 세계 최초의 신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사실은 ‘국산화 개가’라는 용어 때문에 망한 겁니다.이젠 세계시장을 창출해야 합니다.가격경쟁력이 아니라 가격결정권이 중요합니다. 정리 김성수기자 sskim@kdaily.com ◆W이론이란 이면우 교수가 쓴 ‘W이론을 만들자’(1992년 발간)는 기업경쟁력 강화와 창의성 제고를 강조한 책으로,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다. W이론은 한국형 산업문화 발전전략으로 요약되며,통칭 ‘신바람이론’으로 더 알려져 있다. W이론은 외국 경영이론과 다른 논리를 전개한다.미국 제조업의 발전을 가져온 X이론은 종업원이 수동적이라고 전제한다.그래서 직무의 표준화,감독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Y이론은 사람은 적당한 동기가 주어지면 능동적,창의적으로 일한다고 본다. 일본의 Z이론은 일본식 품질향상과 원가절감 등을 유도한 이론이다. 이런 미국의 X,Y이론,일본의 Z이론과 달리 W이론은 한국인의 심성에 맞게 신바람이 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W이론에서 첫째,‘보이는 걸 포기하고 보이지 않는 걸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우리 산업은 모방에서 벗어나 ‘무주지(無主地)선점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둘째,‘변화할 것과 변화하지 않을 것을 명백히 구분해야 한다.’우리는 변하는 걸 쫓아가는 경향이 있음을 경고했다. 셋째 ‘빠른 것만 보려고 애쓰지 말고 느린 것을 자세히 보라.’자동차산업,산업의 동력화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돼 모든 산업분야로 확산된 점을 주목하라는 것이다. W이론은 학계·산업계 등에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지만 대기업 등에서 거의 실행되지 않아 효과가 없었다는 비판도 있다. 김성수기자 ◆이면우 교수는 ●약력 ▲1945년 황해도 개성 출생 ▲서울대 공대 섬유공학과 졸업 ▲미국 미시간대 산업공학과 박사(인간공학) ▲1988년미시간대 최우수 박사동창상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현재) ▲저서:‘W이론을 만들자’‘신사고이론’‘‘신창조이론’ 등 이면우 교수는 대학 연구실에 머물지 않고 신제품 개발에도 적극 나선 ‘산학 협동교수’이다. 그는 ‘W이론’발표이후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5000여곳에서 강의 요청이 쇄도했다.한 차례 강의료로 5000만원을 제시하는 곳도 있었다.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어 공기업과 일반기업으로 절반씩 나눠 50군데만 강의를 나갔다. 책 인세만으로도 1200만원씩 40일동안 들어왔다. 이 교수는 98년부터는 교수 겸 사업가로 두 인생을 살고 있다.3개의 벤처사업에 손을 댔다. ‘머리 땋는 기계(braid magic)’와 ‘페이퍼 매직’(종이조립품) 등이 잇따라 대박을 터뜨렸다.자신의 특허만도 수백건에 달한다.지난해에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태아의 상태를 알려주는 ‘하이맘’도 개발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6개의 벤처제품을 더 개발해 9개를 채운 뒤 사업에서 손을 떼고 다시 대학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김성수기자
  • 전경련회장 수락한 손길승회장

    ‘이순(耳順)에 숙명을 받아들인 사나이’ 손길승(孫吉丞) SK 회장이 6일 전국경제인연합회 28대 회장직을 공식 수락한 날은 61세 생일이었다.그는 1941년 2월6일 경남 하동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오너의 친인척이나 창업공신이 아닌 손회장이 대기업 총수를 거쳐 마침내 재계총리 격인 전경련 회장에 올랐다. 새삼 샐러리맨들의 꿈과 희망봉으로 불릴 만하다. ●결단에는 조건이 있다 손회장은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하면서 4가지 과제를 전경련에 주문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상류층의 도덕적 의무)를 발휘하는 재계로 변화하고,대화와 토론을 통한 회원사 이해조정,회원사와 회장단의 적극적인 지원,그리고 동북아 중심국가를 만드는 생산적인 싱크탱크로의 변화 등이다. 자신의 ‘전공’인 동북아경제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정부와 재계의 협력,재계 내부의 화해와 협력,그리고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한 자기혁신을 요구한 것이다. 손회장은 이날 “재계와 전경련이 신정부 정책에 적극 협력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발휘해 국민의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수락배경에 대해서는 “기업경영에 전념해야 할 시점이지만 재계 원로와 회원사 회장단 여러분의 간곡한 요청을 외면할 수가 없어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전제조건을 제시한 것은 전문경영인 출신으로서 전경련을 순탄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오너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룹 경영기획실장 20년 지내 손회장의 수식어 가운데 ‘직업이 기조실장’이라는 얘기가 있다.SK그룹 경영기획실장을 20년간 지낸 데서 비롯된 표현이다.1965년 선경직물(현 SK글로벌)에 공채1기로 입사한 이래 78∼98년 그룹 경영기획실장으로 근무했다.이사·상무·전무·부사장·사장·부회장으로 승승장구했다.‘기획경영의 달인’이라는 평가도 분명하다. 경영기획실장으로서 워커힐호텔,유공(현 SK㈜),SK증권,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SK생명 등 그룹의 명운을 가른 주요 계열사 인수를 주도,SK의 성장을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98년 최종현(崔鍾賢) 회장 타계후 회장에 취임한 그는 오너인 최태원(崔泰源) SK㈜ 회장과의 ‘투톱체제’를 이끌면서 파트너십 경영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쪽 사업확장에 주력하면서 한·중·일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주창하는 동북아경제공동체론의 ‘전도사’ 역할도 맡고 있다. 경남 진주고(29회)와 인재가 많기로 소문난 서울대 상대 59학번이자 ROTC 1기 출신이어서 재계의 리더 역할을 한다.박용성(朴容星) 대한상의회장(두산중공업 회장), 진념(陳) 전 경제부총리,이필곤(李弼坤) 전 삼성물산회장,박재윤(朴在潤) 전 재무부장관 등이 대학 동기다.부인 박연신(朴姸信) 여사와 2남. 박홍환기자 stinger@kdaily.com ★손길승-손병두 어떤 사이 재계총리인 전경련 회장에 손길승(孫吉丞) SK 회장이 추대됨으로써 앞으로 손병두(孫炳斗·사진) 부회장과 함께 끌어갈 것으로 전망된다.이들은 경남 진주 출신의 동갑나기로 50년간 우정을 다져온 절친한 막역지우다.재계에 오래전부터 ‘찰떡 궁합’으로 알려진 터다.진주중 동기인 이들은 고교시절 잠시 떨어져 있다가 서울대 상대에 진학하면서 1년 선후배로 다시 만나 ROTC 선후배로서도 각별한 우정을 쌓았다.손회장은 진주고,손부회장은 경복고를 졸업했다. 이들의 우정은 대학 졸업후 각기 다른 회사에 취직한 뒤에도 지속됐으며 전경련 회장단으로 함께 일하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두 사람은 전경련에서 활동하면서 정치자금 제공원칙 표명 등 현안을 깔끔하게 처리하면서 ‘양손 궁합’을 과시했다.손회장이 고사 방침을 번복하고 회장직을 수락한 배경에는 손부회장의 집요한 요청과 설득이 뒷받침됐다. 특히 손부회장을 전경련에 천거한 것도 바로 손회장이었다.손회장이 회장직에 오르면 손부회장도 유임될 것이란 관측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손부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절친한 친구인 손회장과 함께 일하기에 껄끄럽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누가 회장으로 오더라도 회장을 제대로 보좌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직책에 맞게 처신한다면 문제될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손부회장이 그동안 새 정부의 재벌정책을 둘러싸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잦은 마찰을 빚는 등 독단적 행동을 취해온데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데다,두 사람의 ‘각별한 관계’가 전경련의 업무추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광삼기자 hisam@kdaily.com ★막전막후와 재계 반응 재계는 손 회장이 전경련을 무난히 이끌 것이라며 대체로 반겼다. 재계 관계자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새 정부와 갈등을 잘 풀어갈 것”이라며 “현장 경험이 많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유도해낼 것”이라고 말했다.반면 비오너 출신이어서 총수들의 이해관계를 아우르기엔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선대 회장 선영 ‘결단행’ 손 회장은 5일밤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손병두(孫炳斗) 전경련 부회장을 만나 재계 입장을 설명들은 뒤 밤새 장고를 거듭했다.이어 6일 새벽 서울 서린동 SK본사에 출근,오전 7시30분 긴급 사장단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손 회장과 최태원(崔泰源) SK㈜ 회장과 주요 계열사 전문경영인 21명이 참석했다.일부 인사는 “현재의 여건상 전경련 회장 취임은 부담스러운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2시간여의 마라톤 토론 끝에 결국 ‘수용’쪽으로 가닥을 잡고 이를 전경련에 통보하는 것으로 회의는 끝났다.손 회장은 최 회장과 20∼30분 정도 독대한 뒤 경기도 화성에 있는 최종건(崔鍾建) 1대 회장,최종현(崔鍾賢) 2대 회장의 선영을 찾아 ‘결단’의 마음을 다졌다. ●삼성이 ‘산파역’ 손 회장의 전경련 회장직 수락에는 이건희(李健熙) 삼성 회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당초의 또다른 유력 후보였던 ‘이건희 카드’가 여의치 않자 전경련 김각중(金珏中) 회장은 지난달 이 회장에게 손 회장 지지를 요청하고 나섰다. 이 회장은 지난달 15일을 전후해 손 회장에게 두차례 전화를 걸어 “회장을 맡아 달라.내가 물심양면으로 돕겠다.”고 다짐했다.이어 20일 이 회장은 이학수(李鶴洙) 구조조정본부장을 직접 보내 전폭 지원 의사를 거듭 전달했다. 이 본부장은 최태원 SK㈜ 회장도 만나 손 회장의 회장직 수락을 설득해 달라고 부탁했다.이에 최 회장은 손 회장에게 개인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결국 그가 회장직을 수락하기로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환 전광삼 김경두기자
  • 5개그룹 구조본부장 경영철학/10년 大計 그리는 ‘그림자 총수’

    대기업 총수 경영철학의 ‘전도사’,막강 권한을 가진 그룹내 ‘2인자’,그룹 경영의 ‘조타수’….대기업 구조조정본부장을 일컫는 표현들이다.각 그룹내 CEO(최고경영자) 중의 CEO로 ‘재계 선단의 함장’ 격인 이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갖고,어떻게 일처리를 하며,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낼까.최근 거칠게 몰아치고 있는 재벌개혁의 격랑 속에 대기업 구조조정본부장들은 좌불안석이다.그러나 안팎의 흔들림에도 불구,그룹 경영의 최일선에 선 이들은 총수를 보필하면서 10년∼20년 뒤의 그룹의 명운을 가를 ‘대계(大計)’를 세우는데 여념이 없다. ●‘경영전도사’ 이학수 이학수(李鶴洙)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의 집무실은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맨 꼭대기층인 28층에 있다.이건희(李健熙) 회장 집무실과 붙어 있다.이같은 사실은 그룹 안팎에서 대단한 ‘상징성’으로 인식된다.실제 그는 이 회장을 수시로 독대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한명이다.그만큼 이 회장의 심기(心氣)까지도 헤아릴 수 있다는 얘기다.그가 ‘회장실장’이라는 또다른 공식직함을 갖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본부장은 철저히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일 처리에는 적극적이면서도 자신을 감추는 처신은 ‘초년병’ 시절부터 굳어진 그의 소신이자 경영철학이다.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1971년 삼성의 ‘모태’인 제일모직에 입사해 삼성맨이 된 이 본부장은 아무도 원치 않는 대구공장 근무를 자원,야근과 숙직을 혼자 도맡아 하다시피했다.동료들은 ‘수당을 더 챙기려는 속셈이 아니냐.’고 수군댔지만 그의 생각은 그게 아니었다.당시만 해도 숙직자는 그날의 상황을 모두 보고받게 돼 있어 숙직을 많이 하게 되면 회사 내부 사정에 정통할 수 있었다.수당은 부서 회식에 사용했다. 이 본부장은 구조본 직원들에게 ‘줄을 잘서라.’고 종종 얘기한다.그러나 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줄을 서라는 게 아니라 회사와 조직을 위해 적극적으로 자신을 내몰라는 ‘채찍’의 의미다.좌중에서는 대중을 휘어잡는 능력이 탁월,‘탤런트’라는 별칭도 얻었다. ●‘원칙주의자’ 강유식 LG 구조조정본부장인 강유식(姜庾植) 부회장은부회장으로 불리기 보다 ‘본부장’으로 불리길 원한다.구조조정본부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를 반영하듯,그의 경영철학은 ‘원칙에 충실한 정도경영’과 ‘철저한 성과주의’로 요약된다.그가 얼마나 원칙을 중시하는 지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2000년 봄의 일이다. 당시 LG 구조본에서는 연일 회의가 열렸다.구조본 회의는 매주 한차례로 정례화돼 있었지만 당시는 상황이 매우 급박했다.주제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여부.국내 대기업 중 처음 시도하는 사안인 만큼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룹내 반대 여론도 높았다.지주회사는 배당금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데 국내 현실에선 이게 쉽지 않다는 얘기였다.지분 확보를 위한 투자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계속된 마라톤회의의 결론은 ‘지주회사 체제로 간다.’였다.이후 LG는 2001년 화학계열, 지난해 전자계열 지주회사 체제를 거쳐 3월1일이면 통합 지주회사 체제로 탈바꿈한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강 본부장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그는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게 LG가 내걸고 있는 정도경영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외환위기 직후 LG가 추구했던 외자유치,외국 선진기업과의 합작,기업공개 등 세가지 구조조정 원칙이 끝까지 흔들림없이 진행된 것도 99년 구조조정본부장에 취임한 그의 ‘원칙’ 덕분이라는 내부 평가다. ●‘마징가’ 김창근 2000년 12월부터 SK 구조조정본부장을 맡은 김창근(金昌槿) 사장은 지난해 3월부터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SK㈜ 대표이사 사장까지 맡아 ‘1인 3역’을 수행 중이다. 김 본부장이 ‘마징가’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그룹내에서 그는 하루 서너 시간만 잠을 자면서도 거의 철인과 같은 체력과 정신력으로 엄청난 양의 일을 처리해 내는 ‘일벌레’로 불린다.집에도 회사 근거리통신망(LAN)을 깔아 놓고 결재 등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그는 “일이 즐겁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태권도 공인 5단인 그는 타고난 건강체질이다.바쁜 업무 와중에도 매일 밤 조깅으로 체력을 다지고,주말에는 웨이트 트레이닝까지 한다. ‘자신감’도 여기서 나온다.입사 초기 선경합섬(현 SK케미칼) 울산공장 노무과에 근무할 때 직원들을 괴롭히던 지역 불량배들을 제압하다 허벅지를 칼로 찔리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지난해 팍스넷 지분인수,SK텔레콤과 KT의 지분맞교환 등 그룹내 산적한 현안들을 무리없이 마무리 지은 것도 이런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기본과 원칙에 충실하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자.’는 소신이다. ●‘워크홀릭’ 정순원 21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재계 4위 그룹으로 급부상한 현대자동차그룹에는 구조조정본부 대신 기획총괄본부가 있다.주력기업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사업을 총괄·조율하는 사실상 그룹의 싱크탱크.이곳의 수장인 정순원(鄭淳元) 본부장은 그야말로 그룹내 간판급 브레인이다. 서울 양재동 21층짜리 현대차 사옥 최고층에 정몽구(鄭夢九) 회장,김동진(金東晋) 사장의 집무실이 있고,정 본부장의 사무실은 바로 아래층에 있다.가부장적인 현대차의 기업문화에서 고층일수록 그룹내 1인자로 꼽히는 점을 감안하면 정 본부장이 그룹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짐작이 가능하다.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현대경제연구원에서 13년간 재직하다 제조업체 경영진에 합류한 이색 케이스.99년부터 현대차에서 기획업무를 맡았다.현대가(家) 2세들의 경영권 다툼인 2000년 ‘왕자의 난’때 정 회장의 대변인역을 톡톡히 해내 신임을 받았다.지난해 말에는 정 회장과 대선출마를 선언했던 정몽준(鄭夢準) 현대중공업 고문의 미묘한 관계로 현대차의 가장 민감한 부분이었던 ‘정경분리 선언’을 주도하기도 했다. 정 본부장의 업무 스타일은 연구소 출신답게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유형.전형적인 참모형이다. ●‘그림자’ 최상순 한화 최상순(崔尙淳) 구조조정본부장은 전형적인 ‘외유내강' 스타일이다.깐깐한 일처리와 치밀한 분석력은 그의 ‘전매특허’이지만 나서기를 굉장히 싫어한다는 것이 그룹내 평가다. 그는 그룹의 ‘안방 살림’을 맡으면서 ‘악역’도 마다하지 않는다.구조본의 일 자체가 ‘칭찬’ 보다 ‘잔소리’가 많은 탓이다.그러나 그는 본부장 취임 3개월째로 접어들면서 ‘자율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던 지난 외환위기 때는 과감한 추진력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내실을 다지기 위해 구조조정의 업무도 수익성 확보로 전환돼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생존을 위한 유동성 확보가 아니라 성장을 위한 구조조정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최 본부장은 김승연(金升淵) 회장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는 CEO 중 한명이다. 김 회장이 외환위기 이후 그룹의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한화유통,한화역사를 모두 알짜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이같은 실적 덕분에 한화의 재도약을 책임지는 ‘조타수’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박홍환 최여경 김경두기자 stinger@
  • 밀레니엄/ CEO이사회 ‘견제,균형’이 핵심

    어떤 형태의 기업지배구조가 투명하고 효율적인 경영을 가능케 할까. 수많은 기업들이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탐구해 왔지만 여전히 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짧은 자본주의 역사와 오너중심 재벌체제로 낙후된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물론,선진 경영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는 미국과 유럽도 사정은 비슷하다.탄탄한 기업지배구조 하드웨어를 구축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 추악한 스캔들 여파로 잇따라 무너지면서 해답찾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국내에서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기업들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미국과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열띤 기업지배구조 논쟁을 다뤘다.핵심은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사외이사들간 바람직한 ‘견제와 균형’의 모색이다.전체 대기업의 대다수가 CEO-이사회 의장 겸직체제인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시사점이 많다. ◆바람직한 기업 지배구조 기업지배구조에서 흥미로운 점은 나라별로 특정 형태에 대한 선호도가 극명하게 엇갈린다는 것이다.독일에서는 각각 감독과 경영을 맡는 두개의 이사회를 따로 두는 것이 보편적이지만,미국이나 영국 같은 나라들은 단일 이사회를 좋아한다.미국에서는 독립된 목소리들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최고경영자를 제외하고는 이사회를 전부 사외이사로 구성한다.반면 영국에서는 이사회에 가급적 많은 경영진들이 포함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독일·미국·영국 등 3개국 모두 회계부정 등 잘못된 경영행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이는 훌륭한 지배구조는 이사회의 형태보다도 올바른 경영행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사회 의장의 바람직한 역할을 놓고 거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미국에서는 통상 CEO와 이사회 의장을 한명의 ‘보스’가 겸직한다. 이로 인해 CEO와 이사회 의장이 각기 다른 사람일 경우,해당 기업이 쇠약해지거나 불안한 과도기 상태로 접어드는 징조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뉴욕증권거래소는 겸직의 문제점을 완화하기 위해 CEO의 참석 없이 사외이사들끼리만 정기적으로만나 회의를 갖기를 권고한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많이 바뀌고 있다.저명인사들로 구성된 미국의 기업경영 관련 비영리단체인 ‘컨퍼런스 보드’(The Conference Board) 산하 자문위원회는 CEO와 이사회 의장을 다른 사람이 맡을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Intel)의 이사회 의장으로 CEO는 겸직하지 않고 있는 앤드류 그로브는 이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사람이다. 이와 달리 대부분의 영국 대기업들은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뽑고 있다.금융인 데렉 힉스(Derek Higgs)는 최근 정부 용역을 받아 사외이사들의 역할을 분석한 보고서를 냈다.그의 견해는 상당부분 미국적인 아이디어와 맥을 같이 한다.그는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경영진의 이사회 참석을 선호하는 영국에서는 이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이 전체의 20%도 채 안된다.또 의장과 CEO는 반드시 다른 사람이어야 하는 것은 물론,전직 CEO가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하는 일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 가운데 큰 논란을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사외이사 중에서 수석(首席)급에 해당하는 사람이 정기적으로 이사회 의장 없이 회의를 주재하고,까탈스러운 주주들을 직접 만나 회사 상황을 알리라고 권고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서는 찬사와 비난이 엇갈린다.헤드헌터업체인 러셀 레이놀즈의 사이먼 바르톨로뮤는 “주주들 사이에 스파이를 두는 끔찍한 일”이라고 비난한다. 반면 옥스포드대의 콜린 메이어 교수는 “사외이사들에게 무거운 책임의식을 부여하고 투자자들과 직접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환영한다. 힉스는 또 사외이사들이 훌륭한 업적을 올리려면 많은 보수를 받아야 하며,한사람이 2개 이상의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 안되고,사외이사의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따라서 보고서의 내용대로 된다면 헤드헌터들이 최대의 수혜자가 될 것 같다. 힉스는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은 의견도 피력한다.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는 회사에서는 사외이사끼리 더더욱 정기적으로 모일 필요가 있다.특히 CEO가 독선적인 경향이 강할수록 그 만남은 중요해진다.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처럼 강력한 ‘수석 이사’를 두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수석 이사를 통해 사외이사의 생각을 CEO에게 전달하고,이사회 의장과 CEO 겸직에서 파생되는 단점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CEO와 이사회 의장이 이미 분리돼 있는 영국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한다.그래야만 이런 이원적인 구조가 강력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파한다.두 사람이 항상 으르렁대거나,반대로 지나치게 유착돼 있으면 기업이 쇠약해지거나 이사회의 존재가 무의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석이사 같은 제3자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줄 경우,경영진과 이사회간에 형성된 미묘한 힘의 균형이 흔들리게 된다.사외이사들이 의장없이 너무 자주 회의를 갖게 되면 의장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는 점도 올바른 기업지배구조를 위해 유념해야 할 부분으로 꼽는다. 사외이사에게 의장 역할의 성과를 1년에 한번 정도만 평가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좋다.견제와 균형에 너무 치중하면 거꾸로 불균형과 실패를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정리 김태균기자 windsea@kdaily.com ★김일섭 회계연구원 원장 새 정부 출범을 20여일 앞두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재벌체제 개혁을 위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기업지배구조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이에 맞춰 한국회계연구원 원장으로 오랫동안 국내 기업지배구조 문제에 천착해 온 김일섭(金一燮) 이화여대 경영부총장을 만나봤다. 그는 최고경영자(CEO)-오너(재벌총수 등)-이사회의 3각축이 원활히 작동돼야 선진 기업지배구조 구축은 물론,치열한 ‘비즈니스 정글’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특히 “역량있는 CEO가 기업지배구조의 정점에서 풍부한 역량을 펼쳐야만 투명경영·효율경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업의 의사 결정은 어떻게 이뤄지는게 바람직한가. 기업지배구조의 핵심은 힘의 배분이다.최고경영자는 CEO(Chief Executive Officer)라는 말에서 나타나듯이 ‘실행하는 사람’을 말한다.즉 이사회에서 결정된 것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다. 이상적인 기업지배구조는 CEO와 이사회의견제 및 협업을 통해 무게중심이 계속 옮겨가는 형태다.미국의 엔론이나 월드콤이 ‘CEO 독재’ 때문에 회계 부정사건에 연루됐다면 우리나라의 대우나 현대는 ‘오너 독재’로 타격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의 특징은. 기업이 의인화(擬人化)돼 있다.예를들어 ‘삼성’이라는 기업 자체보다 ‘이건희’나 ‘이병철’을 떠올리는 식이다.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개인·가족기업으로부터 발전했다. 특히 재벌이라 불리는 대기업에서 보이는 높은 내부 지분율과 소유주의 경영참여에 따른 소유와 경영의 높은 융합도는 세계적으로 특이한 현상이다. ●한국형 지배구조에서도 CEO와 이사회가 힘을 골고루 나눠갖는 모델은 가능한가. 우리나라는 사정이 좀 다르다.다른 나라와 달리 오너의 힘이 강하다.전체으로 CEO-오너-이사회가 각각 60%-25%-15% 정도로 힘을 나눠 갖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한다.최대 관건은 CEO에 어떤 사람이 오는가이다.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는 45세부터 20년간 CEO를 지냈다.이런 인재를 찾기까지 4년이라는 기간이 걸렸다. 또한 이사회의 활성화 없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생각할 수 없다.기업들이 규율있는 시장의 평가를 통과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이사회의 존재와 운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보다 오너에 비중을 더 많이 둔 것은 굳이 오너의 힘을 막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회사의 의사결정 구조가 잘못되면 곧 주가에 반영되는데 불을 안고 뛰어들 오너가 어디있겠는가.다만 시장의 규율이 엄해야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기업퇴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금융기관이 사전·사후 감독을 통해 경영진에 대해 견제 기능을 수행해야 하고 이런 금융기관의 결정에 정치권의 입김도 없어야 한다.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의 원죄는 상당부분 정부가 안고 있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기업지배구조 혁신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지배구조 자체를 고치기보다는 의사결정을 누가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중요하다.우리나라는 이미 기업회계기준의 전면 개정,결합재무제표 작성 의무화,계열회사들의상호보증 금지,상장회사들의 사외이사 선임 의무화,감사위원회 설치 의무화 등을 도입해 시스템 자체는 과잉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시장규칙을 엄하고 공정하게 집행해야 한다.재벌문제에 있어 더욱 그렇다.이를 위해 시장을 감시할 수 있는 금융감독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한국은행을 잘 운영해야 한다.특히 시장도 기업지배구조와 마찬가지로 사람이 관건이기 때문에 세 기관의 수장을 잘 뽑고 이들의 임기보장·인사권독립 등을 실현해 줘야 한다. ●시장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은데. 자본시장은 주주의 권리행사와 M&A(기업인수·합병) 활성화 등을 통해,상품시장은 기업의 생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를 통해 경쟁력 없는 기업을 걸러내야 한다. 경영자시장은 경영성과의 평가를 통해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전문 경영자들의 재배치를 주도해야 한다.좁은 의미에서 기업지배구조라고 볼 수 있는 내부규율도 중요하지만 개혁은 시장규율의 활성화 강화로부터 시작된다. 김유영기자 carilips@
  • 전자관보 시스템 구축/정부, 관보 규정 개정

    각종 법률의 제·개정안 내용,행정·제도 변경 사항,인사 내역 등을 문서로 소개해 온 정부의 관보(官報)가 앞으로는 전자관보로도 발행된다. 정부는 4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문서 형태의 관보를 전자적 형태로도 전환해 제공하는 내용의 ‘관보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또 공공기관 전자문서의 호환성을 유지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각종 자료관 및 특수자료관에 대해서도 자료 컴퓨터 파일을 의무적으로 관리하도록 하는 ‘공공기관 기록물관리법’ 시행령 개정안도 처리했다. 정부는 이어 ▲조합원 5분의1 이상의 동의를 얻을 경우 이사장을 포함한 임원진에 대한 해임요구권을 인정하고 임원 총수의 3분의1 이상을 외부인사로 충원하는 ‘신용협동조합법’ 개정안 ▲해양경찰 시험과목에 국민윤리 대신 행정학 또는 국제법을 넣는 ‘경찰공무원임용령’ 개정안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안 등도 통과시켰다. 최광숙기자 bori@
  • [데스크 시각]모두 손사래만 친다면?

    지난 28일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회의와 이사회는 전경련의 표현대로라면 상당히 ‘뜻깊은’ 모임이었다.새 회장 후보를 추대했고,차기 정부의 재벌개혁안에 반대입장을 확인한 자리였으니 충분히 그럴만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는 못한 것같다. 우선 새 회장 후보로 어렵게 추대된 인사가 회장직을 고사하고 나섰다.측근은 그가 회장직을 맡지 않겠다는 그간의 입장을 번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새 회장이 누가 될지 모르는 상황으로 회귀한 셈이다.그러자 일각에서 회장 하나 제대로 내지 못한 단체의 재벌개혁 반대 목소리가 무슨 힘을 얻겠느냐는 질책이 나왔다. 사실 이날 회의는 근래 보기 드물게 썰렁했다.전체 회장단 22명 가운데 참석자는 고작 8명이었다.평소 회장단 회의에 15명 가량이 참석한 것에 견주어 볼 때 참석률이 극히 낮았다.더욱이 이날 회의에는 이른바 ‘빅3 총수’뿐 아니라 10대 그룹 총수가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빅3 후보’로 거론됐던 한 재계 총수는이미 일주일전에 하와이로 떠나버렸다.다른 총수는 ‘절대 불가’라는 말을 써가며 전경련 회장직을 기피하고 있다.또 다른 후보는 DJ정권 초기의 ‘빅딜’정책에 대한 앙금 때문에 전경련과 아예 담을 쌓고 지내는 처지다. 차선의 후보군으로 꼽혔던 다른 총수들도 하나같이 전경련 회장만은 맡지 않겠다고 고개를 가로 젓는다.너도나도 한국 재계 ‘종가(宗家)’의 ‘종손(宗孫)’ 노릇을 마다한 것이다. 재벌 총수들이 회장직을 고사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하나같이 간단하다.본업인 기업경영에 전념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그렇지만 속내는 그게 아닌 것같다.차기 정부와 관계가 역대 어느 정권보다 껄끄러울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에서 누가 함부로 총대를 메고 싶겠느냐는 것이 진솔한 심정일 것이다. 얼마전 김석중 전경련 상무의 ‘사회주의 발언’ 이후 재계에는 이상한 기류가 흐른다.공개적인 자리에서는 차기 정부의 재벌개혁정책에 관해서 함구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그러면서도 사석에서는 ‘쌍심지’를 켜고 나선다.전경련도 크게 다르지 않다.차기 정부 정책에 반박하는 목소리를 높였다가도 사태가 불리해지면 협조를 다짐하는 식의 종잡을 수 없는 대응을 되풀이하고 있다. 전경련은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주체다.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도 작지 않다.물론 ‘가진 자’의 이익을 옹호한다는 눈총을 받기도 하지만,그것은 이익집단의 태생적 한계인 만큼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다. 새 전경련 회장직은 차기 정부 경제정책에 중요한 조언을 해야 하는 자리다.의견조율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서로 오해만 키우는 법이다.개혁정책이 무리한 것이면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전경련 수장의 몫이다.그러려면 더욱 당당해야 한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닌 무관심이라고 했던가.에리히 프롬의 그런 논법대로라면 요즘 재계 총수들의 전경련에 대한 ‘무관심’은 애정이 없는 것으로 비쳐지기에 충분하다. 적극적인 사고는 기업가정신의 본령이라는 점은 기업인들이 누구보다 잘 안다.‘이꼴 저꼴’ 보기 싫다고 해서 서로 몸을 사리고 눈치만 본다면 그것은 결국 자기부정이 아닌가.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목을 잡기보다 당당하게 전면에 나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수장은 어디에 있는가. ksp@
  • LG 통합지주회사 3월1일 출범

    LG의 통합지주회사인 ㈜LG가 오는 3월1일 출범한다. LG의 지주회사인 LGCI(화학계열)와 LGEI(전자계열)는 29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각각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 및 분할합병 계약서를 승인했다. 양사가 각각 5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LG MRO도 이날 주총을 통해 사옥 및 출자자산 부문을 분할,LGCI에 합병키로 결정했다. 합병 방법은 LGCI가 LGEI를 흡수하는 형태로 합병비율은 보통주의 경우 LGEI 주식 1주당 LGCI 주식 1.8282주,우선주는 LGEI 주식 1주당 LGCI 주식 1.5572주다. 통합지주회사가 되는 존속법인인 LGCI의 상호는 ㈜LG(영문은 LG Corp.)로 결정했다. ㈜LG는 발행주식총수 2억 6016만 8555주,자본금 1조 3008억원,자산 6조 2000억원,자기자본 4조 6000억원,부채비율 35%의 재무구조를 갖추게 된다. 구본무(具本茂) 회장 등 구씨,허씨 대주주 지분은 49.48%다. 박홍환기자 stinger@
  • 전경련 손길승회장 추대 “政-財계 정책메신저 적임”

    ‘수락이냐,고사냐.’ 손길승(孫吉丞) SK 회장을 전국경제인연합회의 28대 회장 후보로 추대키로 회장단의 의견이 모아지면서 그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손 회장이 회장직을 사양하고 있지만 재계 원로들과 전경련 회장단이 2월5일까지 최종 의견을 모으면 더이상 고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손병두(孫炳斗) 부회장은 28일 “전경련 회장은 누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고,하기 싫다고 하지 않는 자리가 아니다.”면서 “늦어도 다음달 5일까지 차기 회장을 선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장단 회의에서 차기 회장으로 거론된 인사가 있기는 하지만 본인의 의사와 회장단의 의견을 다시 한번 수렴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발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경련은 그동안 손 회장을 비롯,이건희 삼성 회장,구본무 LG 회장,정몽구 현대차 회장,조석래 효성 회장 등 이른바 ‘빅5’에게 여러차례 회장을 맡아 줄 것을 요청했으나 서로 고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모그룹 총수는 “회장단이 손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다른 총수의 측근인사도 “회장단 모임에서 손 회장으로 뜻이 모아진 것으로 안다.”면서 “인품이나 능력 뿐아니라 새 정부와 관계 등을 감안할 때 손 회장이 적임자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손 회장은 전경련 회장단의 결정에도 불구,여전히 회장직 수락 여부를 놓고 장고(長考)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SK 고위관계자는 “손 회장이 여러차례 제의를 받고 고민중에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전경련은 손 회장의 차기 회장 추대와 관련,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의견을 나눈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전경련은 지난 21일 관계자 2명을 인수위에 보내 정·재계를 잇는 교량 역할을 하기엔 손 회장이 적임자라는 입장을 전하고 인수위 관계자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손 회장은 그러나 전경련 회장을 맡을 경우 그룹과 재계의 이익이 배치됐을 때 처신하기 어렵고,SK그룹 지배구조상 경영일선에서 물러서야 한다는 점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하는 것이 “그룹을 잘 보전·발전시켜 달라.”는 유언을 남긴 최종현 회장의 유지에 부합하느냐는 점도 변수이다.전경련 회장은 주로 재벌기업 오너 회장들이 맡아왔지만 전 국무총리인 유창순 회장이 비(非)오너 회장으로 지난 89년부터 4년간 전경련 회장을 지낸 전례가 있다. 재계의 스타 전문경영인으로 손꼽히는 손 회장은 41년생으로 진주고와 서울대 상대를 나와 SK그룹의 모체인 선경직물에 입사한 뒤 ㈜유공(현재 ㈜SK) 부사장,유공해운사장,선경그룹 기획실장 등 SK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정·재계에 발이 넓고 탁월한 업무능력과 친화력으로 오늘의 SK그룹을 일궈낸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광삼 김미경기자 hisam@
  • 참여연대, LG회장등 상대 주주대표 소송

    참여연대는 LG그룹 총수 일가와 LG화학(현 LGCI)간의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LGCI의 전현직 이사 8명을 상대로 주주대표 소송을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소장에서 “지난 99년 구본무 회장 등 당시 LG화학 이사들이 회사가 100% 보유했던 LG석유화학 지분중 70%를 자신들과 구 회장의 일가 친척들에게 적정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팔아 수천억원의 이득을 챙기고 회사에는 823억원의 손실을 끼쳤다.”면서 “구 회장 등 LGCI 전현직 이사들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GCI 주주 6명이 원고로 참여한 이번 소송은 제일은행,삼성전자,㈜대우의 경영진을 상대로 한 소송에 이은 네번째 주주대표 소송이라고 참여연대측은 밝혔다. 이에 대해 LG는 “주당 5500원의 거래가격은 세법에서 정한 ‘비상장주식 평가규정’에 의한 가격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이세영기자 sylee@
  • 공정위,자산 2조이상 대기업 계열사 지분 實名 공개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규모 2조원 이상 43개 대기업집단에 대해 모든 계열사의 개인별 지분보유 상황을 공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그룹별 지배구조 현황을 모두 공개하겠다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보고했다고 26일 밝혔다. 공정위는 그룹전체와 계열사별로 총수뿐 아니라 친인척,계열사간 지분보유 현황을 상세히 실명으로 공개할 계획이다.공정위는 매년 4월까지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으로부터 소유 및 재무구조 현황자료를 제출받아 7월에 그룹별 내부지분율 등을 공개하고 있으나 총수를 빼고는 실명이나 개별 지분율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이를테면 ‘특수관계인 20%’ ‘계열사 30%’ 등 형태로 뭉뚱그려서 발표한다. 공정위는 기업들로부터 받은 자료를 구체적으로 외부에 공표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명문화하는 내용으로 연내에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기로 했다.관계자는 “법 개정 전이라도 현재 사업보고서와 결합재무제표를 공시하고 있는 상장·등록 계열사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세부 지분현황을 정리해 오는 7월부터 공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 전경련회장 선출 눈앞 후보들 줄줄이 해외로

    ‘사업 목적인가,고사를 위한 외유(外遊)인가.’ 전국경제인연합회 차기 회장의 유력 후보인 대기업 총수들이 해외 체류중이거나 해외 출장을 계획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李健熙) 삼성 회장은 지난 20일 미국으로 떠났다.삼성측은 이 회장이 현지 경제상황과 기술개발 현황을 살핀 뒤 법인장들을 격려하기 위해 출국했다고 밝혔다.출장기간은 당초 1주일 정도였으나 더 길어질 공산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손길승(孫吉丞) SK 회장도 지난 23∼24일 중국을 다녀온데 이어 설 연휴 직전에 미국으로 떠난다. 정몽구(鄭夢九) 현대자동차 회장은 전경련 총회를 전후해 미국 캘리포니아의 자동차 종합연구소인 현대차 디자인·테크니컬센터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다. 전경련은 오는 28일 이사회에 앞서 회장단 회의를 소집,차기 회장 추대를 위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이어 설 연후 직후 추대모임에서 차기 회장을 사실상 결정,2월7일 총회에서 정식으로 선출하게 된다. 박건승기자 ksp@
  • 공기업 ‘황제경영’ 개선 추진/인수위,공익이사.사장추천때 시민단체 참여 모색

    “우리 회사 이사들 가운데 혹시 누가 마음에 안든다는 말입니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민영화된 공기업의 지배구조개선 문제점을 거론한 뒤 해당 기업들은 대통령직 인수위에 전화를 걸어 당선자 발언의 배경과 진의를 묻는 등 전전긍긍하고 있다.노 당선자가 지난주 경제현안간담회에서 “민영화한 기업의 경우 최고경영자(CEO)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며 POSCO,국민은행,KT 등 3곳 이름을 직접 거론했다.이들 기업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발언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이와 관련해 인수위 관계자는 26일 “당선자의 뜻은 거론된 기업들에 어떤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사장이 이사회를 장악해 감시기능이 없이 전횡을 일삼는 일을 지적하는 것같다.”고 말했다.KT와 POSCO는 정부지분이 전혀 없이 완전 민영화된 상태인데다,국민은행은 정부 지분이 9%로 가장 많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아 정부가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도 개입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민영화됐거나 민영화되는 공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인수위가 구상중인 방안은 2가지다.첫째는 사장의 재벌총수식 경영에 제동을 걸기 위해 ‘공익이사’를 두도록 하는 방안이고,공익이사는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공익이사제도는 복지재단과 사학재단에 이미 도입돼 사유화 차단책으로 활용되고 있다. 두번째는 사장추천위에 시민단체 관계자가 일정비율 참여하도록 해 투명성을 높이자는 것이다.아울러 이사회가 집행부의 경영을 감시하도록 이사회와 사장을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당선자의 공기업 인사 원칙은 낙하산 인사를 차단하고,공기업의 성격에 따라 인사대상자를 차별화한다는 것이다.인수위 관계자는 “당선자는 후보시절부터 두가지 원칙을 거듭 강조해 왔다.”며 이런 원칙에 따라 공기업 정책이 새워질 것이라고 전했다.예를 들어 가스공사·지역난방공사 같은 수익성이 필요한 곳에는 경영마인드를 가진 전문가를 앉히고,조폐공사·농업기반공사 같은 공공기관의 성격이 강한 곳에는 공익성을 가진 인사를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현기자 jhpark@
  • [노무현시대의 개혁-재벌] ⑥ 끝.바람직한 재벌개혁

    새 정부의 재벌개혁에 대한 윤곽이 거의 드러났다.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상속·증여세에 대한 완전포괄주의 과세,증권관련 집단소송제 도입,재벌 소속 금융기관의 계열분리청구제 추진 등 기존 재벌체제의 잘못을 고치기 위한 고강도 정책들을 연일 쏟아놓고 있다.반면 재벌들은 세계화시대 경쟁력을 위해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하는 판에 오히려 목줄을 죈다며 반발하고 있다.대한매일은 지난 13일부터 5차례에 걸쳐 게재된 ‘재벌-노무현 시대의 개혁’ 기획시리즈를 정리하고 바람직한 개혁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경제연구원 이규황(李圭煌) 부원장,단국대 강명헌(姜明憲·경제학과) 교수,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김주영(金柱永·변호사) 소장과 함께 좌담을 마련했다. ●강명헌 교수 재벌이 우리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폐해도 많았습니다.외환위기 이후 지배구조가 개선되기는 했지만 소수 지분을 보유한 재벌총수가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리는 황제식 경영은 여전합니다. ●이규황 부원장 우리나라 재벌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많은변화를 경험했습니다.경영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금융·자본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게 됐고,공시제도 강화와 기업회계제도 개선 등으로 투명성도 놀랄만큼 높아졌습니다.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사외이사제도,소액주주 감시제도 등을 통해 한층 건전해졌습니다. ●김주영 소장 재벌들의 행태가 변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인식이 바뀐 데 따른 파생적 결과에 불과합니다.과거 주주들은 재벌총수의 소유권·경영권 이전에 너그러웠지만 외환위기 이후 잘못된 소유구조가 일반 시민들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고 감시기능을 강화했습니다.정부도 정경유착에서 벗어나 사외이사제도 등을 도입,재계와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이런 변화로 가장 수혜를 입은 쪽은 재벌입니다.그러나 순환출자를 통한 소유의 집중,제왕적 지배권의 상속과 같은 지배구조는 개선됐다고 보지 않습니다. ●이 부원장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과거처럼 재벌총수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황제식 경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또한 금융·자본시장의 감시가 강화돼 윤리경영을 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됐습니다. ●김 소장 정치개혁과 경제개혁은 닮은 면이 많습니다.정치개혁이 대통령의 제왕적 통치권을 바꾸자는 것이라면 경제개혁은 재벌총수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자는 것입니다.주식은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상속 자체가 문제 되지는 않습니다.하지만 재벌들은 회사지배권을 검증절차 없이 대물림합니다.이미 주요 재벌들이 2∼3세의 경영승계 수순을 밟고 있지 않습니까.외환위기 당시 우리는 재벌 2세가 경영에 실패하는 모습을 수도 없이 지켜봤습니다.단순히 개인능력 탓일까요.그보다는 검증없이 회사지배권과 경영권을 상속하는 것 자체에 큰 위험요소가 내포돼 있다는 것입니다. ●이 부원장 제도가 정착되고 제대로 시행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또한 재벌 2세라서 경영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역차별이 아닐까요.현재 2세의 경영참여와 경영능력은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통해 충분한 검증과정을 거칩니다. ●강 교수 재벌개혁은 속도가 다소 빠르다 해도 정권 초기에입안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역대정권을 보더라도 초기에 시작한 재벌개혁이 얼마 후 맥이 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김 소장 그렇습니다.개혁은 신속이 생명입니다.동시에 충분한 논의도 필요합니다.언뜻 상충되는 말처럼 들리지만 이 사회 지식인들의 역량을 총동원한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이 부원장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목표가 구체적이어야 하고,국민적 합의도 있어야 합니다.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맞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강 교수 요즘 논의되는 재벌개혁의 각론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인수위 가동 초기,재벌들의 구조조정본부 폐지 검토에 대한 보도가 있었습니다.과거 그룹 기조실이나 비서실이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구조본으로 탈바꿈한 것인데,기업구조의 재정립 과정에서 순기능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그러나 현재 구조본은 과거 기조실과 다르지 않습니다.재벌총수의 친위대를 자청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그렇다고 해서 구조본을 인위적으로 폐지하는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대신 지주회사 설립요건을 완화해 지주회사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상속·증여세에 대한 완전포괄주의 과세는 서둘러 도입해야 합니다.소유와 경영을 인위적으로 분리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불가능하기 때문에 완전포괄주의를 통해 부당한 상속을 막는다면 장기적으로 전문경영인 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 집단소송제는 가능한한 서둘러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특히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를 우선 도입하고 단계별로 상품 등으로 확대해야 합니다.출자총액한도제는 존속돼야 합니다.현행 순자산의 25% 이내로 돼 있는 총액제한 기준은 이 제도를 처음 만들었을 때 수준인 40%로 완화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김 소장 인수위가 추진중인 개혁성향의 제도들은 재계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파격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출자총액한도제의 경우,총액한도를 늘리더라도 예외규정을 줄여야 한다고 봅니다.해외 자회사를 통해 계열사에 출자하는 등 법망을 피하는 사례들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지요.재벌이 지주회사로 탈바꿈하는 것도 바람직합니다.이는 연결납세제도 등 인센티브를 강화하면 가능합니다.현행 공정거래법 등을 잘 활용하면 부당거래를 주도하는 재벌에 대해 구조본 해체 등 강력한 제재가 가능합니다. ●이 부원장 구조본은 중복투자 조정과 인력의 효율적인 배치 등 많은 순기능을 담당해 왔습니다.때문에 구조본 해체 여부는 기업에 맡겨야 합니다.출자총액한도제는 문어발식 확장을 막고 전문화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이제 폐지돼야 합니다.대기업 계열회사 수나 보유지분이 상당히 줄었기 때문에 더 이상 실효성이 없습니다.출자라는 것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입니다.기업의 퇴출이 자유로운 현재 상황에서 자율성을 저해하는 제도는 과감히 없애야 하는 것입니다. 제한요건이 많을수록 차기 정부가 구상하는 연간 7% 성장과 50만개 일자리 창출은 어려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2000년에 도입된 상속·증여세 유형별 포괄주의는 완전포괄주의에 버금가는 효과를 갖고 있습니다.다시 완전포괄주의로 바꾸는 것은 혼선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기업투명성 확보와 소액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하다고 주장하지만 그 효과는 실제 과장되게 알려진 측면이 많습니다.상법에 경영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는 얼마든지 있습니다.집단소송제 도입으로 기업공개나 공시를 기피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소액투자자의 이익도 보장되지 않습니다.기업이 소송에 휘말리면 주가는 급격히 하락하기 마련입니다. ●강 교수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도 중요한 문제입니다.현재 금융계열분리청구제 등이 추진되고 있는데,재벌기업으로부터 금융기관을 인위적으로 분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대신 재벌을 비(非)금융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로 분리해 둘 사이의 내부거래를 완벽하게 차단한다면 산업·금융자본의 분리는 자연스레 달성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부원장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행 제도를 통해서도 금융기관의 부당한 거래는 충분히 차단할 수 있습니다.개혁의 목표가 분명하다면 현행 제도로 안전하게 개혁을 하자는 것이지요. ●강 교수 재벌들의 문제점 해결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것이 증권관련 집단소송제입니다.이를 도입하면 다른 많은 문제점이 한꺼번에 개선될 것입니다.분식회계,주가조작이 예방될 뿐 아니라 시장이 기업을 감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입니다. ●이 부원장 규제적 성격의 제도를 새로 도입하기보다는 현재 법·제도를 유지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풀어 기업에 대한 판단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 가장 현명합니다. ●김 소장 재벌개혁의 핵심은 소유지배구조의 개선입니다.창업주는 주식은 물론 기업의 지배권을 상속하고 싶어합니다.이는 재벌 총수가 엄청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경영권 세습차단 등 재벌개혁의 시작은 지배주주가 보유한 높은 프리미엄을 제거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리 김태균 정은주기자 windsea@
  • [노무현시대의 개혁-재벌] ⑤ 재벌 功도 있다

    재벌개혁이 거론될 때마다 대기업이 한국의 경제성장에 미친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변호론도 존재한다.특히 오너의 책임있는 의사결정과 연관기업간 시너지 효과의 배가 등 운영방식에 있어서는 재벌식 기업구조가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일각에서는 재벌을 무조건 해체하거나 붕괴토록 추진하는 것은 나름대로의 강점과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 일본의 소니,닌텐도,혼다,도요타,캐논 등은 세계시장에서 일본을 대신해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기업으로 꼽힌다.세계 1위 업체를 자랑하는 이들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로 일본은 장기적 경기침체 상황에도 세계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한국에서는 삼성,현대,LG 등 재벌기업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세계 1∼3위의 메모리 반도체·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DVD·휴대전화기 제조업체로 꼽히며 10대 다국적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LG전자,삼성SDI 등도 전자레인지,에어컨,LCD 시장에서 자사제품을 세계 1위에 등극시키면서 한국의브랜드 이미지 상승에 한몫했다. 지난해 열린 제1차 한상대회에 참석했던 카자흐스탄 도스타홀딩컴퍼니 최유리 회장은 “세계 유수기업으로 꼽히는 삼성,LG 등이 카자흐스탄에 진출하면서 고려인의 위상뿐만 아니라 한국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면서 “이같은 대기업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브랜드 파워가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세계 진출을 수월하게 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각화 사업구조의 효율성 재벌의 다각화된 사업구조는 나름대로 경제적 효율성을 갖고 있다.각 계열사로부터 자금과 인재를 모아 신규사업에 투자하거나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계열사를 지원함으로써 기업정상화를 꾀할 수 있었다. 외국 선진기업과의 경쟁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던 때에는 이같은 재벌의 탄탄한 자본력과 기술력이 세계로 진출하는 경쟁력으로 꼽히기도 했다. 경영노하우를 공유하거나 그룹 단위의 광고를 통해 해외에 기업이미지를 심는 데에는 재벌식 사업구조에서만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다. ●오너의 책임있는 의사결정 현대중공업이 울산의 도크 확장공사사업을 추진,세계 최대의 도크를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의 과감한 의사결정이 있었다. 삼성전자가 엄청난 적자에도 불구하고 256KD램 반도체칩의 생산을 이어가기로 결정,결국 세계 1위의 메모리반도체 회사가 된 것도 고 이병철(李秉喆) 창업주의 판단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같이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재벌의 경영구조에서는 가능하다. 물론 역기능도 있다.그룹 총수가 자동차에 대한 애착으로 사내외의 반발을 무릅쓰고 자동차산업에 진출,그룹 전체가 휘청거리는 위기를 맛본 것이 단적인 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경제의 큰 흐름을 판단하고 재빨리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은 장점으로 꼽힌다.”면서 “특히 시장선점이 경쟁력인 기업간 전쟁에서는 오너가 위험부담을 안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최고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박근용 팀장은 “과거 창업자 기업,폐쇄기업 때에는 오너에게 책임있는 결정을 유도하는 순기능이 있었다.”며 “그러나 재벌 총수가 고작 5∼6%의 지분을 가진 지금의 재벌구조에서는 오너가 책임있는 결정을 하거나 위험부담을 떠안는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여경기자 kid@kdaily.com ◆재계 방어논리 재계는 재벌이 한국 경영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자생적 조직이라고 한결같이 주장한다.또 세계시장에서 선진 기업과 경쟁해온 한국 재벌은 어느 기업조직보다 효율적이고 투명하다고 강조한다. 공병호 경영연구소 소장과 김정호 자유기업원 부원장은 ‘재벌-신화와 현실’이라는 저서에서 “재벌의 일반적 상징인 특혜의혹,문어발식 다각화,소유·경영의 미분리 등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단언했다.심지어 재계 안팎에서는 “재벌이 망하면 한국경제가 죽는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정부 특혜의 산물? 해방 이후 일본인 소유재산의 특혜성 불하와 대기업 도산 방지 정책 등이 대표적 특혜로 지적되지만 이는 재벌만 누린 것이 아니라고 재계는 강변한다.거의 모든 사업분야가 보호관세와 비관세장벽의 보호를 받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재벌이여신규제를 집중적으로 받으면서 은행·방송·중소기업 진출길이 봉쇄됐다고 호소한다. ●문어발식 다각화 다각화란 자기가 필요로 하는 것을 스스로 생산해 쓰거나 파는 체제를 말한다.그러나 거래비용이 비싼 국내 기업환경에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다각화가 필수적이었다고 재벌들은 입을 모은다.계약이나 거래보다 조직을 통한 업무성과 달성 방식이 더 효율적이었다는 것이다. ●높은 부채비율 높은 부채비율은 주식시장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경제나 산업화 초기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재계는 설명한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주식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낮지만 독일은 주식시장 규모가 작아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높은 부채비율은 재벌 탓이 아니라 주식시장이 덜 발달했기 때문이라는 게 재계의 논리다. ●낮은 수익률과 무모한 투자 재계는 일부 재벌의 무모한 투자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는 표정이다. 재벌들의 몇몇 대규모 투자가 실패로 끝난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사업이 실패했다고 해서 재벌을 수익률이 떨어지는 기업조직으로 매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투자란 모험이기에 실패할 때도 있고 성공할 때도 있기 때문에 실패만 갖고 투자의 무모성 여부를 논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논리다. ●소유와 경영의 미분리 재계는 대부분의 재벌기업들이 지배주주인 창업자나 가족들이 경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족경영이 반드시 비효율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지배주주나 가족들은 지식이나 재능이 부족할지 모르지만,전문경영인보다 회사를 더욱 아끼고 책임경영을 더 잘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은주기자 ejung@
  • [노무현시대의 개혁-재벌] ③ ‘황제경영’구각 벗자

    ‘재벌에는 전문경영인이 없다?’ 재벌 총수들의 ‘황제식 경영’이 외환위기를 불러왔다는 지탄이 잇따르면서 지난 5년간 오너들은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전문경영인들에게 많은 권한을 넘겨줬다.그러나 알맹이의 변화없이 형식적인 ‘립서비스’에 그쳐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경영인들이 여전히 총수의 ‘총대’ 역할에 그치고,충성도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얼굴마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주주보다 총수의 눈치를 살피며 ‘예스맨’으로 전락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외이사제의 유명무실,이사회를 우습게 여기는 총수,적은 지분으로 계열사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재벌시스템이 전문경영인의 역할과 책임을 제도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너 충성도가 좌우 해마다 재벌들의 인사내용을 보면 비서실이나 구조조정본부 출신들이 전문경영인으로 발탁되는 경우가 적잖다. 능력보다는 충성도가 높은 측근과 가신을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삼성이 지난 13일 실시한 사장단 인사 가운데 승진자 9명중 5명은 옛회장 비서실 출신이다.양인모(梁仁模) 삼성엔지니어링 부회장을 비롯,SDS 김인(金仁) 사장,삼성전자 국내영업부 이현봉(李鉉奉) 사장,삼성코닝정밀유리 이석재(李錫宰) 사장,삼성벤처투자 김상기(金相基) 사장 등이 한때 비서실에 몸을 담았다. LG도 서경석(徐京錫) LG투자증권 사장,이헌출(李憲出) LG카드 사장,남용(南鏞) LG텔레콤 사장,심재혁(沈載赫) 한무개발 사장 등이 옛 회장실 출신이다.SK그룹의 김창근(金昌根) SK㈜ 사장은 구조본 출신으로 현재 구조본부장을 맡고 있다. ●친정체제 구축의 걸림돌 현대백화점 이병규(李丙圭) 사장은 최근 정몽근(鄭夢根) 회장의 장남인 정지선(鄭志宣) 부사장이 총괄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물러났다.오너 2세 등장에 전문경영인이 바뀐 것이다. 경영실적보다는 오너의 일선경영 등장에 껄끄럽다는 이유로 물러난 것으로 알려져 전문경영인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이다.그러나 백화점측은 “정 부회장은 계열사의 독자경영을 독려하며 조정하는 역할만 한다.”고 밝혔다.그는 현대백화점의 발전에 기여하고 소비자에게 고급백화점으로 인식시키는 데 성공한 전문경영인으로 불렸다. ●이사회는 ‘거수기’ 오너에게 밉보인 전문경영인은 더 이상 미래가 없다.재벌에는 인사원칙보다는 총수 ‘맘대로’ 인사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전문경영인들의 재임기간이 짧다.매킨지에 따르면 국내 전문경영인의 평균 재임기간은 2.9년으로 미국(6.4년)과 일본(4.6년)에 비해 크게 짧다. 현대상선 김충식(金忠植) 전 사장은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 때 지원을 거부하고 금강산 사업에서 손을 떼는 등 독자적 행보를 걷다가 경질됐다. 겉으로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물러났다고 하지만 오너와의 갈등이 가장 큰 배경이었다. 박세용(朴世勇) 인천제철(현 INI스틸) 전 회장의 인사는 가히 충격적이다.그는 2000년 말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에서 현대자동차 회장으로,다시 인천제철 회장으로 전보됐다.그룹 최고위급 경영인이 불과 닷새만에 두번이나 인사조치된 것은 상식밖의 일이었다.오너 형제의 파워게임에 박 전 회장만 애꿎게 피해를 본 것이다. 40대 전문경영인으로 주목받았던 이계안(李啓安) 현대자동차 사장은 이사회를 거치지도 않은 채 바뀌었다. 이처럼 총수와 전문경영인의 관계가 어느 정도로 차이가 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정태수(鄭泰守) 한보 회장은 청문회에서 전문경영인을 빗대 ‘머슴론’을 말해 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그러나 총수와 전문경영인의 관계가 전부 그런 것은 아니다.고 최종현(崔鍾賢) SK 회장은 6공 비자금사건과 관련한 검사의 질문에 손길승(孫吉丞) 현 SK 회장을 두고 “그는 부하가 아니라 사업동지”라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래도 인사권을 갖고 있는 오너에게 전문경영인이 ‘NO’라고 항명하기에는 아직 국내 인사풍토가 성숙되지 않았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총수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이사회 기능을 제대로 살리지 않는 한,전문경영인들은 앞으로도 총수의 눈치나 살피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kdaily.com ◆존폐 도마 오른 구조본부 “오너의 전위조직이다.” “순기능은 말하지 않고,나쁜쪽만 부각시키는 것은 문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재벌 구조조정본부 해체 유도’ 발언 이후 구조본이 재벌개혁의 도마 위에 올랐다.오너만을 위해 일하는 구조본은 해체돼야 한다는 게 개혁론자들의 논리다.반면 대기업들은 구조본이 중복투자 방지,계열사 구조조정 유도 등의 순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를 반박한다. 구조본은 단순히 회장인 오너를 보좌하는 순수 비서업무에서부터 전략기획,인사,홍보,경영관리,구조조정 등 그룹의 모든 업무를 관할하는 ‘관제센터’다.비서실,기획조정실,종합기획실 등의 명칭으로 불리던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달라진 점은 거의 없다. 삼성은 외환위기 이전 비서팀,재무팀,인사팀,감사팀,기획홍보팀 등 5팀 체제의 비서실이 현재는 비서팀,재무팀,인사팀,경영진단팀,홍보팀,법무팀,기획팀 등 7팀 체제로 강화됐다.인원은 삼성 100여명,LG 54명,SK 40여명으로 외환위기 이전보다 다소 줄었다. 대부분 구조본 인력은 외형상 계열사 소속으로 월급을 소속사로부터 받는다.개혁론 입장에서는 이 대목도 문제다.사실상 회장을 위한 구조본 소속인원의 월급을 계열사에서 지급하는 것은 엄청난 주주권리 침해라는 지적이다. 일부 인사들은 “막강한 파워에 비해 경영실책에 대한 책임은 ‘쥐꼬리' 만큼도 지지 않는 곳이 구조본”이라면서 “외국에서는 주주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할 사안”이라고까지 말한다. 기업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구조본이 오히려 오너의 전횡을 막는다는 것이다.비서실이나 구조본 체제가 없다면 오너의 독단적인 판단에 따라 경영실패 우려가 있는 사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지만 이를 ‘걸러주는’ 조직이 구조본이라는 설명.또 상시구조조정 체제에서 계열사들의 ‘자사 이기주의’를 배척,구조조정을 이뤄내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고 역설한다. 재계 관계자는 “대규모 기러기떼도 맨앞에서 방향을 선도하는 기러기가 있기 때문에 무사히 머나먼 여행을 마칠 수 있는 것”이라면서 “구조본은 수십개 계열사의 업무조정을 주도하면서 성장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조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총수의 막강한 권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구조본이 총수의 결심에 대해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조직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게 중론이다.결국 재벌개혁의 핵심은 구조본의 해체 여부보다는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인 셈이다. 박홍환기자 sti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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