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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신’코드 이끄는 재계총수

    재계 총수들이 올해 들어 ‘혁신’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각 분야에서의 혁신을 강조하고 나서자 재계도 앞다퉈 혁신을 올해 경영 코드로 맞춰가고 있다. 일부 기업은 사내에 ‘혁신팀’까지 출범시키며 ‘경영 혁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심지어 일부 기업은 사장단들이 눈밭에서 스키를 타며 ‘스키 경영’으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나섰다. 경영 혁신이란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생각·방법을 가지고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지난달 29∼30일 강원도 한 스키장에서 삼성전자 사장단 동계 단합대회를 열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순익 100억달러를 내면서 글로벌 경쟁업체들의 거센 ‘견제’가 시작되고 있어 새로운 분위기 쇄신으로 삼성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이 회장의 지시로 윤종용 부회장,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 등이 땀을 뻘뻘 흘리며 스키를 배웠다. 포스코의 이구택 회장은 대표적인 ‘혁신 CEO’다. 이미 지난해부터 ‘경영 혁신’깃발을 내걸었던 이 회장은 올해에는 한 단계 도약,“경영 혁신의 진화를 이루자.”면서 “경영 혁신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 문화와 임직원의 사고 방식의 변화”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회장은 ‘혁신’프로젝트를 통해 포스코 구성원의 사고 방식과 일하는 방법, 포스코 문화의 근간을 바꾸겠다는 생각이다. 포스코가 현재 진행 중인 혁신 활동의 중심에는 ‘6시그마’가 있다. 의식과 가치관의 변화를 유도, 업무의 단순한 프로세스 개선 등의 성과외에 기업문화를 혁신하는데 6시그마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도 혁신 경영에 나서고 있다. 그는 이미 “최고의 품질을 바탕으로 질적 성장을 위한 혁신을 할 것”이라며 글로벌 자동차 전문그룹으로서의 역량 강화를 위한 중장기 비전으로 ‘고객을 위한 혁신’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고객을 위한 혁신’ 3대 과제로 ▲양적·질적 성장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수익구조 구축▲최상의 기술과 품질, 서비스 제공▲관행과 사고, 문화를 버리고 창조적이고 자발적인 혁신 추구 등을 내세웠다. 보수적인 경영으로 유명한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도 이례적으로 신년사를 통해 “급변하는 경영 환경속에서 혁신은 기업의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라며 혁신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나섰다. 신 회장은 “정책본부의 출범이 바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혁신의 시작”이라면서 “외형적인 변화에만 치중하고 않고 내실을 기반으로 한 안으로부터의 혁신 추구”를 당부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 / 출자총액 제한제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 / 출자총액 제한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난해말 통과된 뒤에도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출자총액제한제도 유지를 골자로 한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그러나 재계와 한나라당에서는 이 제도를 폐지하든가 완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반면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에서는 더욱 강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 중간쯤 되는 정부 여당안이 협공을 받고 있는 셈이다. 공정거래법안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오는 4월 1일부터 자산규모 5조원 이상 기업집단 소속 회사는 순자산의 25%를 초과해 다른 회사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할 수 없도록 한 출자총액제한 규제를 받게 된다. 사실은 골격이 현행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란 한 기업이 회사 자금으로 다른 회사의 주식을 매입해 보유할 수 있는 총액을 제한하는 제도를 말한다. 출자총액에 제한을 가하지 않으면 한 대기업이 자본금이나 부채로 다른 기업의 주식을 사들여 지배권을 갖게 된다. 실제로 현재 국내 재벌 총수들은 평균 2%도 안되는 지분으로 수십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기업집단의 수를 확대해 거대한 재벌이 될 수 있지만 폐단도 많다. 즉, 기존 업체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출자와 재출자를 통해 대재벌이 작은 기업들을 지배, 경제력이 집중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외환위기의 한 원인이 된 문어발식, 선단식 확장이다. 이에 정부는 자산 규모 기준으로 5조원이 넘는 기업집단은 자산의 25%까지만 다른 기업에 출자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의 연혁과 배경 1995년 4월 1일 이전까지 출자총액 제한은 순자산의 40%로 지금보다 기준이 낮았다. 그 뒤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1998년 3월말까지 25% 수준으로 낮추게 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월 철폐했다. 폐지한 이유는 외국기업의 국내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하고 외국기업과의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결과 대규모기업집단의 동일인이 적은 지분으로 많은 계열사를 지배하고, 일부 계열사의 부실이 전체 기업집단의 동반 부실을 초래하게 됐다. 그래서 다시 2001년 4월 1일부터 순자산의 25%를 초과하여 다른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금지했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는 필요하고 강화해야 한다.” 이 제도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측의 주장은 이렇다. 이 제도는 재벌의 경제적 폐단을 치유하기 위한 수단이다. 실제로 98년 제도 폐지 이후 재벌 기업들의 출자 비율이 급증했다. 순환출자로 문어발식 다각화가 심화됐다. 출자를 제한하면 투자를 저해한다는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출자를 허용하면 신규 투자를 방해할 가능성도 있다. 즉, 기업이 투자금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계열사 주식을 산다면 투자를 위한 재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재벌들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적은 회사 돈으로 총수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함이다. 그것은 재벌의 경영 행태 때문이다. 독단 경영과 세습 경영은 재벌의 가장 큰 폐단이다. 부채로 기업 확장을 하면 기업의 재무구조는 취약해진다. 장기적으로 이 제도가 폐지되려면 재벌의 지배구조가 투명해져야 한다. ●“출자총액제한제는 폐지해야 한다” 다음은 폐지론자들의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경제력 집중 억제정책을 시행하는 나라다. 출자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기업의 분사와 새로운 법인의 설립, 이에 대한 출자도 어렵게 하고 있다.99개 기업의 건전한 성장을 막더라도 한 기업의 잘못된 행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규제이다. 대기업의 출자를 금지해 사실상 대기업간의 경쟁을 가로막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 규제를 금융 및 자본시장 감독기구에 맡기고 경쟁정책에 집중하도록 계속 권고하고 있다. 투명성과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은 기업의 자율적인 노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공정위의 입장 공정위는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대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다는 재계 주장이 근거없는 엄살이라고 지적한다. 이 제도는 기업이 다른 회사 주식을 소유하는 것만을 제한하는 것이지 기업의 투자나 경영활동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한 강연에서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폐지되면 지배주주가 적은 지분으로 거미줄식 순환출자를 통해 부당하게 많은 계열사를 지배하는 폐해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신산업 분야 등에 대한 출자는 총액제한에서 예외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출자총액제한 때문에 투자를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라고 공정위는 지적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우리와 같은 재벌 문제가 없는 일본도 최근까지도 주식보유총액제한제도를 운용하는 등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 LG등 10개그룹 출자제한 풀린다

    오는 4월부터 LG, 한진, 대한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토지공사, 포스코, 현대중공업, 신세계,LG전선 등 10개 기업집단이 출자총액제한 대상(자산 5조원 이상·현재 17개 기업집단 해당)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대신 부채비율 기준에 의해 한시적으로 출자총액제한 대상에서 제외됐던 삼성, 롯데 등은 다시 포함된다. 그동안 재계가 요구했던 출자총액제도 자산기준은 현행대로 5조원이 유지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관계 부처와 재계의 의견수렴에 나선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다음달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와 3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4월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 졸업기준이 3가지로 구체화됐다.▲계열사간 3단계 이상 순환출자가 없고 계열사가 5개 이하 ▲집중투표제 도입, 서면투표제 도입·시행 등 내부견제시스템을 잘 갖춘 기업지배구조 모범기업 ▲지배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소유지분율과 의결지분율의 차이가 25%포인트 이하이고 그 비율이 3배 이하인 경우가 해당된다. 예외인정 범위도 확대됐다. 차세대 10대 성장동력산업 출자가 인정되고 기업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현물출자 및 영업양도, 물적 분할, 임직원 분사회사 출자 등에 대해 예외가 인정된다. 벤처기업 발행주식 총수의 30% 미만까지 인정되던 출자범위가 50% 미만까지로 확대된다. 재계의 출자총액제한 자산규모 상향 요구와 관련,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개정안 전반에 대해 재계 의견을 들을 것”이라며 완화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경제 살리려면-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5) 전주성 이화여대교수

    [경제 살리려면-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5) 전주성 이화여대교수

    “가계와 기업의 소비·투자 심리를 되살리지 못한다면 정부의 재정정책과 종합투자계획 역시 성공하기 힘듭니다. 열쇠는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정책에 대한 신뢰를 얻어내는 데 있습니다.”이화여대 전주성(경제학과) 교수는 21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올해 정부정책이 단순한 투자 활성화에 그쳐서는 안 되며 인력, 연구개발(R&D) 등 잠재성장력을 키우는 쪽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정책의 큰 틀은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 하반기 종합투자계획으로 요약된다. 어떻게 평가하나. -소비·투자 침체에 수출증가율마저 둔화되는 상황에서 남은 부분이 재정이다. 따라서 경기부양을 위해 앞당겨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관건은 이렇게 확장적인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다. 총수요가 늘어나 경기에 도움은 되겠지만 소비와 투자를 동반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종합투자정책이 성공하려면. -건설투자 위주여서 건설경기 활성화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공장을 짓고 기계를 사들이는 설비투자에는 도움을 주기 어렵다. 특히 건설경기만 반짝 하고 끝나거나 임시직 일자리만 늘어나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백화점식 공공사업만 나열할 게 아니라 핵심사업들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기업 몫인 설비투자 외에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데 투자해야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보육센터 확충 등 여성인력 지원, 중소기업 교육 및 연구개발 지원, 해외인턴 등 청년실업 지원 등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소비심리를 되살리려면. -‘정공법’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왜 투자하지 않는지 따져 봐야 한다. 유동성은 풍부하지만 수익성이 문제인데 현재 투자환경이 불확실하다. 투자의 위험부담을 흡수할 장치가 부족하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 부족과 정부·여당·청와대의 대립적인 정책환경 등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각종 규제 등 투자와 관련된 불필요한 장애물도 해소돼야 한다. 기업들도 무조건 규제를 풀어달라고 해서는 안 된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향후 폐지되겠지만 지금은 문어발식 출자와 소유구조문제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시적으로 필요하다. 벤처 활성화를 위한 제언은. -벤처는 ‘개미’들이 많이 투자하기 때문에 투명성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 사업계획, 재무구조 등이 건실한지 등의 정보가 정확하게 전달돼야 한다. 이런 장치 없이 무조건적인 지원이 이뤄지면 다시 거품만 만들 것이다. 코스닥 붐을 경기부양 차원에서 접근하지 말고 기술혁신형 기업 육성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 코스닥등록 절차 투명성과 시장의 심판기능 등 제도적 장치가 중요하다. 추가로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고 보나. -기업들의 투자부진 이유가 비용측면이 아니기 때문에 금리는 더 이상 투자의 고려요인이 되기 힘들다. 이자소득자들의 고통도 크다. 정부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추가인하 필요성을 언급하지만 다른 수단을 쓰는 것이 낫다. 특히 지금은 정부가 재정집행 계획을 밝혔기 때문에 금리의 효과도 크지 않다. 고용시장의 유연성 확보가 시급한데. -노사가 상생하려면 종업원에 대한 교육훈련을 강화해 이직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삼성전자나 유한킴벌리의 사례처럼 인적투자가 많으면 노사관계가 안정된다. 중소기업은 종업원 교육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바람직하다. 또 이직훈련을 통해 유연성을 기르고 퇴직금 등 직장을 통한 ‘사회보험’을 대체할 수 있는 복지제도 확충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3) 정도령은 누구인가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3) 정도령은 누구인가

    ●정도령과 진인 ‘정감록’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계룡산 밑에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된다는 ‘정도령’이다. 달리 ‘진인(眞人)’이라고도 한다. 누구나 빤히 아는 것 같으면서도, 조금만 따져들면 실체가 애매한 것이 바로 그 진인이고 정도령이다. 실체를 잘 모르면서도 사람들은 정도령에게 제법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이다. 여러 해 전 일이었다. 대기업 총수 정모씨가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했는데 당시 칠순 노인이던 그를 가리켜 ‘정도령이 나왔다.’며 사람들이 수군댔다. 도령치곤 참 늙은 도령이었다. 맨손으로 일어나 굴지의 대기업을 키운 사람이었던 만큼 그 뚝심이면 못 할 일이 없다고들 봤던 것일까. 하여간 그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고 그 뒤에도 정도령 감은 몇 명 더 있었다. 그런데 막상 정도령이란 칭호는 ‘정감록’에 안 보인다. 고작 ‘정성(鄭姓)’ 또는 ‘진인(眞人)’이 언급되는 정도다. 때론 그 정씨와 진인이 같은 인물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내가 조사해 보니 민중들이 쉬쉬하며 진인의 출현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먼저 조성됐고, 한참 뒤 그 진인이 정씨라는 예언이 등장했다.18세기 후반 들어 ‘왕조실록’에 ‘정성진인’이란 단어가 보인다. 물론 체통 있는 양반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니다.‘정감록’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에 섞인 단어다. 그런데 정진인이 난데없이 웬 도령인가? 알다시피 도령은 양반집 사내아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정도령은 정진인에 대한 일종의 애칭이다. 도령이란 호칭을 달리 풀이할 수도 있다. 진인이 초능력자라 해도 정식으로 민중 앞에 나서기 전엔 아직 검증이 안 된 인물이다. 시쳇말로 딱지를 못 뗀 일종의 미성년이다. 진인으로 검증을 받을 때까진 정도령, 검증이 끝난 한참 뒤에는 성스러운 임금이다. 진인이 정씨라는 수사의 논리는 무엇인가? 정감록에 그 답이 있다. 이 예언서는 이성계의 조상인 이심, 이연 형제와 정몽주의 선조 정감이 대화하는 형식으로 돼 있으나 3인이 두 집안의 실제 조상은 아니었다. 상상속의 인물들일 뿐이었다. 그런데 민중은 유독 정감을 더 사랑했다. 엄밀한 의미에선 책 제목을 3인의 대담집이라 해야 옳을 테고 실제로 ‘정이문답(鄭李問答)’이라 한 경우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건 매우 드문 경우고 대개는 ‘정감의 기록’이란 뜻에서 ‘정감록’이라 불렀다. 그 제목엔 역사의 승리자는 조선왕조의 적대자들, 즉 정씨 성을 가진 진인과 그의 추종자들이라는 주장이 담겨있다. 그런데 새 왕은 왜 하필 정씨여야 하는가? 정씨는 ‘정감록’의 맥락에서 볼 때 고도의 상징성을 지닌다. 조선왕조를 반대하는 모든 세력이 정씨로 대표된다는 뜻이다. 이 주장의 배후엔 민중들의 집단적 기억이 배경에 깔려 있다. 민중은 조선태조 이성계의 즉위를 반대하다 죽은 정몽주 이야기를 잊지 못했다. 조선왕조 건설의 주역이었으나 태종에게 제거된 정도전, 선조 때 역적으로 몰려 죽은 정여립, 영조 때 일어난 반란 사건에 연루된 정희량의 이름을 들먹이기도 했다. 정씨는 조선왕조와 상극(相剋)이므로, 새 나라는 반드시 정씨가 왕이 돼야 한다는 민중의 주장이었다. 따지고 보면 김씨, 이씨, 박씨 등 다른 성씨 중에도 역모에 휘말려 죽은 사람은 수두룩했다. 그런 점에서 정씨 자손이 다음 세상의 주인이 돼야 한다는 논법은 너무 순박하다. 진인이 반드시 정씨 집안에서 출생해야 될 이유는 없었다.20세기 전반 어느 종교 운동가는 ‘정(鄭)도령’은 ‘정(正)도령’이라고 했다. 정씨 진인설의 핵심을 찔렀다고 본다. 정도령은 성씨가 무엇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민중이 믿고 따를 만큼 도덕적인 사람인가가 최고 검증요건이었다. ●진인이란? 조선시대엔 성리학이 지배층의 이데올로기였고, 그에 따르면 ‘도덕군자’가 제일이었다. 그 군자를 제쳐 두고 갑자기 왜 진인이란 생소한 존재가 나타나 왕조를 뒤엎는가? 그 이유를 나는 민중의 숨은 뜻에서 찾는다. 새 시대는 군자 되기를 외치는 사람들이 큰소리치게 내버려둬선 안 된다는 민중의 노여움이 느껴진다. 성리학을 아주 폐기처분하지는 못할망정, 민중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는 뜻을 그렇게 밝힌 것이다. 진인(眞人)의 사전적 정의는 참된 도(道)를 깨달은 사람, 또는 진리를 체득한 사람이다. 진인이란 표현은 본래 도교 용어다. 영어로 된 도교전문 서적을 뒤적여 봤더니 ‘완벽한 인간 존재(perfect human-being)’라고 한다. 인간적 한계를 초월한, 신선과 비슷한 존재가 도교의 진인이다. 불교 쪽은 어떤가 싶어서 알아보았다. 놀랍게도 현대의 임제선에선 진인을 핵심개념으로 삼고 있다. 몇 해 전 어느 신문 기자가 서옹 스님(전남 장성 백양사 고불총림 방장)에게 진인의 개념을 물었다. 그때 서옹의 답은 이러했다. “거짓말 없는 사람이 ‘참사람’이지. 거짓이 없으면 양심에 부끄러울 게 없고, 양심이 깨끗하면 절대 자유로울 수 있는 거야. 정치인, 경제인, 관리들 정말 거짓말 너무 많이 하더군.” 서옹 덕분에 현대 불교의 진인 개념이 명료해졌다. 진인은 절대자유인이라 불릴 만한 참사람, 수행의 최고단계에 오른 사람이다. 조선후기 민중은 그런 진인이 나와서 세상을 확 뒤집어 놓기를 바랐다. 정감록에 함께 실린 예언서 ‘동차결(東車訣)’에는 진인왕이 건국한 뒤엔 불교신자가 대접받는다고도 되어 있다. 불교적 진인관이 맥맥이 흐르고 있다. 이 글을 쓰다 말고 잠시 나는 호남지방에 퍼져 있는 진묵 대사 설화를 떠올렸다. 진묵은 석가모니의 현신이었다는 전설도 있긴 한데, 그는 발달된 기계기술 문명을 가져다 백성들의 고생을 덜어주려고 잠시 서역으로 날아갔다고 했다. 육신은 절간에 두고 진묵의 영혼만 잠시 떠났던 것인데, 속된 유학자 김봉국이 그 육신을 불태우는 바람에 그만 개화의 꿈이 허망하게 무너졌다고 한다. 사실 진묵은 17세기 인물이었고 문명개화와는 무관하였다. 그럼에도 일부 민중은 유교가 못 이룬 개화의 꿈을 진묵이라면 이룰 수 있었을 거라고 여긴 것이다. 다시 본래 이야기로 돌아가자. 민중이 기다리던 진인은 도덕적으로 특출한 인물이어야 했다. 그런데 도덕성을 통치자의 필수요건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민중의 생각은 양반들의 정치관을 닮았다. 유교의 성현(聖賢)이 진인으로 대체되고 만 느낌이다. 민중은 기존질서에서 벗어나고자 애썼지만, 제도가 아니라 인물을 최우선으로 삼는 유교적 사유의 틀에 갇혀 버렸다. 그런 한계를 인정해도 민중이 지배 이데올로기를 부정하고 대안을 궁리하였다는 사실은 무척 중요하다. 민중의 의식 속에 자리잡은 진인은 구원자라는 점에서 미륵불 또는 기독교의 재림 예수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예수의 재림에 앞서 벌어질 아마게돈에서의 선악의 일대결전이나 최후의 심판 같은 것은 진인의 출현과 무관하다. 진인이 세상에 나올 때 전쟁과 환난이 예정되어 있긴 해도 그것으로 역사가 완결되지는 않는다. 예수는 죽은 사람의 영혼까지도 불러다 영생을 준다지만 진인은 산 사람들을 좀더 살기 좋은 사회로 이끌 따름이다. 진인은 미륵불처럼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성불시키지도 못한다. 진인의 문제해결은 한시적이고, 부분적이다. 진인은 예수나 미륵불에 비하면 훨씬 현실적으로 문제에 접근한다. ●때가 이르면 환상의 섬에서 나올 진인 현대의 우리로서는 잘 이해가 안 되지만 조선후기 민중은 섬에서 진인이 나온다고 보았다. 깊은 산골짜기의 신비한 동굴도, 오랜 암자도 아니었다. 바다 한가운데 이상향으로 상정된 섬이 있고, 거기서 때가 되면 진인이 출현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상향을 말하다 보니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이엿사나 이여도사나’로 시작되는 제주의 이어도 타령이 생각난다. 그 노래에는 이어도에 살고 싶다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 이어도는 파랑도라고도 하는데 제주도 남제주군 마라도(馬羅島)에서 서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수중섬(水中島)이다. 엄밀히 말하면 암초(暗礁)다. 해수면 아래 깊이 잠겨 있어 파도가 몹시 심할 때만 모습이 잠깐 보인다. 그런 이유로 이어도는 예부터 이상향으로 자리매김돼 왔다. 서양에서도 미지의 섬을 이상향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있었다. 영국의 토머스 모어(1478∼1535)는 1516년 정치 공상소설 ‘유토피아(아무 데도 없는 나라란 뜻)’를 발표했다. 모어는 히스로디라는 뱃사람에게 어떤 신기한 섬나라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 ‘유토피아’인데 실제로는 당시 영국사회를 호되게 비판하고 저자가 동경하던 이상세계의 모습을 묘사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그 섬은 공화국이고, 모든 시민은 하루 6시간만 노동하면 된다고 했다. 거기선 남녀 모두 교육 혜택을 받아 교양이 풍부하다. 전쟁이나 다툼도 전혀 없고,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평등하다. 누구나 이상향에 가보고 싶겠지만 그곳을 찾아가긴 불가능하다. 토머스 모어는 자기가 속한 세상을 이상향으로 만들자고 했다. 조선시대 민중도 그런 생각을 했을까? 민중이 세상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조선왕조의 정치적·사상적 통제력은 그 시대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강했다. 그래서였을 테지만 민중은 이상향에서 구원자를 불러오고자 했다. 모어의 유토피아엔 법과 제도가 구원을 보장해 주었다. 그곳엔 구원자가 따로 없었다. 그러나 조선 민중의 이상향은 그 반대였다. 사람이 문제를 푸는 열쇠였다. 민중은 진인이란 구원자를 통해 현실 문제를 풀려 했다.17세기 후반부터 역사기록에 나타난 해도진인(海島眞人)이 그것이다. 섬에 희망을 걸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되나? 바다는 신화시대로부터 생명이 숨쉬는 희망의 요람이었다. 하지만 조선시대 민중은 대부분 뭍에 살며 농사에 종사했다. 그런 판국인데 진인이 낯선 섬에서 나온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이 문제로 씨름한 사람은 아직 없었다. 고민 끝에 나는 이런 짐작을 해봤다. 진인을 하필 섬에서 찾는 이유는 민중을 괴롭혀온 조정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공간이라는 점 때문이었을 것이다. 권력의 공백 지대는 음모와 꿈이 무르익을 수 있다. 게다가 17세기부터 먼 바다에서는 뜻밖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낯선 서양 선박(황당선, 이양선)이 출몰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의외의 사건소식을 접한 민중은 바다에서는 상상하지 못한 일도 가능하다는 점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것이 해도진인설로 굳어졌다고 본다. 서양 선박에 관해 좀더 이야기해 보자. 그때 네덜란드 상인들은 일본의 나가사키를 오가며 무역업에 종사했다. 그들은 조선 배보다 수백 배나 큰 거함을 타고 대서양·인도양을 가로질러, 대만을 지나 제주 남쪽 해상을 통과하여 일본을 오갔다.18세기 후반이 되면 그 큰 서양 선박들이 가끔 서남해에 나타났다. 그 소식을 듣고 실학자 박제가도 놀라 자빠질 정도였다. 배 안에는 생김새, 언어, 습관이 우리와 전혀 다른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서양 선박은 조선 해안에 표류하기도 했다. 박연, 하멜 등이 그들인데 훗날 하멜은 도망에 성공, 나가사키를 거쳐 네덜란드로 귀국하였다. 그는 ‘하멜표류기’를 통해 유럽각국에 한국을 알리기도 했다. 조선후기 민중의 입장에서 보면 서양 사람은 외계인이었다. 얼마나 먼지 거리조차 짐작할 수조차 없는 곳에서 큰 대포를 장착한, 초대형 선박을 타고 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서양 선박의 출현은 민중의 공포심과 신비감을 동시에 자극했다. 그러나 19세기 전반까지 아직 서양 함대가 조선을 침략한 일은 없었기 때문에 두려움 못지않게 신비스러움이 컸다. 이양선이 출몰하는 서남해는 경이로운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 바다에 서양 선박이 나타난 것이 전혀 뜻밖이었듯, 언제 또 새로운 존재가 등장할지 호기심 많은 민중으로선 귀추가 주목되었다. 동해나 서해에도 이상향이 있다는 소문이 가끔 떠돌았지만 남해설은 좀더 유력했다. 어느덧 서남해는 진인의 고향으로 자리매김되고 있었다. 물론 서양배의 출현만 가지고 해도진인설을 다 설명하지는 못한다. 조선후기엔 무인도가 이주지로 각광을 받게 됐다는 점도 언급돼야 한다. 당시는 육지의 개발이 이미 끝난 상태였다. 가난한 민중은 삶의 터전을 섬에서 일구기 시작했다. 한번 민중의 눈길이 바다 쪽으로 쏠리자 수십의 무인도가 유인도로 바뀌었고, 율도·무석국 등 상상의 섬들이 인식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런 사회적 맥락을 염두에 둘 때 ‘진인(眞人)이 남해에서 계룡(산)으로 나오면 (새 왕조의) 창업을 알 수 있다.’는 예언의 의미가 충분히 살아난다. 서남해에 서양 선박이 출몰하고, 무인도가 개척되는 가운데 민중은 해도진인의 출현을 동경했던 것이다. 육지로 나온 진인은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진인의 정체를 밝히려는 나의 탐구는 다음 호로 이어진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서울경찰청장 이기묵·최광식 경찰청 차장·경기경찰청장 이택순·경찰대 학장 강영규

    정부는 19일 서울경찰청장에 이기묵(李基默) 경찰청 정보국장, 경찰청 차장에 최광식(崔光植) 전남지방청장, 경기경찰청장에 이택순(李宅淳) 청와대 치안비서관, 경찰대학장에 강영규(姜永圭) 경찰청 경비국장을 각각 치안정감으로 승진·발령했다. 이에 따라 김홍권(金洪權) 경찰청 차장, 하태신(河泰新) 경기경찰청장은 물러나게 됐다. 교체설이 돌던 이승재(李承栽) 해양경찰청장은 치안정감 중 유일하게 유임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역안배와 서열을 고려한 균형 인사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2차례 연속 경북 출신이 경찰총수를 맡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기묵 청장은 충청, 최광식 차장은 호남, 이택순 청장은 서울, 강영규 학장은 영남 출신이다.1947년생인 김홍권·하태신 치안정감이 사임해 세대교체를 꾀했고, 각 지역 출신의 치안감 중 가장 서열이 높은 인물을 발탁, 조직 안정에 무게를 뒀다는 평이다. 한편 허준영 신임 경찰청장은 이날 취임식을 갖고 경찰총수로서 업무에 들어갔다. 전임 최기문 청장에 이어 ‘임기제 2기’인 ‘허준영호(號)’의 출범으로 경찰 개혁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인권은 지켜서 좋은 것이 아니라,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절대적 가치”라면서 “올해를 ‘범죄피해자 보호 원년’으로 삼고 사회적 약자 보호에 노력하라.”고 주문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이기묵 서울경찰청장 프로필 대인관계가 넓고, 경찰청 정보과장과 정보국장을 거친 정보통. 꼼꼼하고 치밀하면서도 직원 고충을 세심하게 챙겨 덕장(德將)으로 알려져 있다. 부인 조희구(53) 여사와 1남1녀.▲충남 보령(56)▲홍성고ㆍ중앙대 신문방송학과▲간부후보 24기▲서초경찰서장▲경찰청 공보관▲충남경찰청장▲경찰청 정보국장
  • [낮은소리] 화려한 은막뒤 ‘배곯는 스태프’

    [낮은소리] 화려한 은막뒤 ‘배곯는 스태프’

    “흥행에도 어느 정도 성공한 영화의 조명 스태프로 일했습니다. 혹독한 겨울에 사지가 덜덜 떨려서 수십도까지 오르는 열로 사경을 헤매는 일도 많을 만큼 고생했는데 아직도 잔금을 못 받았습니다.” “기획 시나리오 집필 제의를 받고 몇 달 동안 썼습니다. 영화사는 계약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갑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엎었고, 고료 지급을 요구했지만 작품을 의뢰한 적이 없다는 대답뿐입니다.” 한국영화 조수연대회의가 지난해 6월 개설한 ‘영화인 신문고’에는 애달픈 사연이 넘쳐난다.‘관객 1000만 시대’를 만든 숨은 주역들인 이들이, 실제로는 최저생계비도 못 벌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영화계에서 스태프들의 처우 문제가 수면 위에 오른 지는 오래됐지만, 개선의 속도는 한국사회의 어느 영역보다 더디다. 최근 조수연대회의가 한 영화사를 상대로 3억 4000여만원 상당의 채권가압류 신청을 내는 등 스태프들의 단합된 힘이 커가고 있지만 아직은 ‘낮은 소리’일 뿐이다. 영화를 향한 열정과 꿈을 저당잡힌 채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한국영화 스태프들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최저생계비도 못 버는 허울뿐인 프리랜서 7년동안 연출부를 거쳐 3편의 영화에서 조감독으로 일한 김모씨는 그동안의 총수입이 3000만원도 안 된다. 지금은 그나마의 벌이도 포기하고 시나리오를 쓰며 감독 데뷔를 준비중이다. 그는 “경제적인 문제로 떠나간 사람이 수없이 많다.”면서 “그래도 아직까지 남아있는 나는 행복한 편”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영화공부를 하고 돌아왔지만 3년째 조감독으로 1000만원을 번 것이 전부라는 강모씨는 “부모님이 용돈을 쥐어주시면서 우시더라.”면서 “감독의 꿈만으로 버티기에는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영화 스태프들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생활이 불가능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스태프 1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월 평균 61만 8000원을 벌었고 50만원 이하의 소득자도 47%에 달했다. 대부분 생계 유지가 어려워 부모나 배우자에게 의지하거나(39%) 아르바이트를 병행(36%)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노동시간은 길었다. 하루 평균 13.9시간을 일했고 18시간 이상도 10%나 됐다. 불안정한 계약으로 그나마의 임금을 못 받는 경우도 많다. 임금 계약은 보통 ‘통계약’이라는 형태로 맺는다. 제작사가 각 파트 정상급(퍼스트급) 스태프들과만 계약을 맺으면, 퍼스트급이 이하 스태프들에게 분배하는 형식이다. 그러다 보니 돈을 받지 못해도 법적으로 대처하기가 힘들다. 촬영 종료 뒤 임금의 절반가량을 지급하는 관행 때문에 흥행에 실패한 영화의 경우에는 잔금을 떼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영화현장스태프의 근로조건개선과 전문성 향상을 위한 연구’공청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72%가 임금체불이나 미지급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간에 비례하지 않고 ‘작품 한 편당 얼마’식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작품당 계약’ 관행도 저임금을 촉발시키는 큰 원인이다. 한 영화가 기획에 들어가서 극장에 걸리기까지 보통 1∼3년이 걸린다. 캐스팅, 투자, 촬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해 질질 끈다면 스태프들은 기약없이 노동력과 시간만 축내게 된다. ●‘영화 향한 열정’ 이용한 노동착취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인력이 넘쳐나는 이유는 뭘까. 감독으로 성공하리라는 꿈과 영화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국감자료에서도 전직을 희망한 응답자는 21%에 불과했고, 전직을 원하지 않는 이유로 67%가 “영화가 좋아서”라고 대답했다.‘영화판’에서 일을 배우며 한단계씩 나아가야 하는 스태프들은 그렇기에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대부분 넘어간다. 소위 B급 영화사에서 조감독까지 했지만 지난해 A급 영화사로 옮겨 연출부 스태프로 일한 이모씨는 임금을 거의 받지 못했으면서도 “고급 인력과 친분을 갖게 되고 일을 배운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를 제기했다가 기껏 쌓은 인맥을 잃을까 두렵다는 것. 하지만 조수연대회의의 자문을 맡고 있는 이종구 노무사는 “어느 사업장이나 돈을 버는 것과 일을 배우는 것이 함께 이루어지는데, 일을 배운다는 이유로 저임금을 받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열악한 환경을 딛고 감독으로 성공하는 경우는 확률적으로 드물다. 대부분 ‘죽도록’ 일만 하다가 젊은 시절을 허비한다.‘조폭 마누라2’의 장동현 조감독은 “제작비도 못 건지는 영화가 많다는 것은 잘 알지만 모든 희생을 스태프들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면서 “자원봉사자가 아닌 만큼 전체 파이를 나누는 데 있어 일한 만큼의 몫을 받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이상필 조수연대의장 더이상 한국영화 스태프들은 숨죽이고만 있지 않다. 조감독·제작부·촬영조수·조명조수 협회로 구성된 한국영화 조수연대회의(의장 이상필)는 ‘영화인 신문고’(filmunion.ivyro.net)에 접수된 22건의 체불임금 관련 사안에 대해 중재에 나섰고, 한 영화사를 상대로 3억 4000여만원의 채권가압류 신청을 냈다. 스태프들의 공식적인 첫 법적대응으로 기록될 ‘사건’을 이뤄낸 한국영화 조수연대회의의 이상필 의장은 “신문고에 올라온 사안의 진위를 가린 뒤 권고안을 제시하는 등 우선적으로 중재를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면서 “하지만 ‘법대로 하라.’는 제작자들도 있어 법적 대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이들의 ‘레이더’에 걸린 영화사는 70% 정도 촬영이 진행된 뒤 영화를 엎었고, 임금을 거의 지불하지 않은 채 3년을 끌었다. 이 의장은 “그래도 이 영화사는 수입·배급사업을 하고 있어 가압류 신청이 가능했다.”면서 “신문고 안에는 제작사가 임금을 주지 않은 채 파산한 뒤 1년이 지나 법적으로 구제를 받을 수 없는 사안도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당장 스태프들이 못 받은 임금을 챙겨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의장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세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스태프들의 임금·고용·복지와 함께 제작시스템을 개선하는 일, 현장 영화인 재교육과 라이선스 제도화, 영화관련협회의 영화정보 공동 데이터베이스화 등이 그것이다.“투자자가 전권을 쥔 기형적인 영화산업구조와, 산업화과정에서 제대로 규정짓지 못한 채 굳어져온 관행이 원인인 만큼, 법에 의존하기보다는 영화계 스스로가 체질 개선을 해야 합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스태프도 근로자… 근기법 적용을” 한국영화 스태프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근로기준법을 적용시켜 노동자로 대우받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비정기적인 영화 일의 특수성 때문에 아직은 스태프들을 프리랜서로 보는 시각이 많아 당장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 한국영화 조수연대회의는 영화 스태프들을 근로자로 인정받게 하기 위한 법적 대응 방안을 모색중이다. 현장에서 다쳤을 경우 산재보험을 청구한다든지, 회사가 부도날 경우 3개월치 임금을 보전해주는 체당금을 신청하는 등의 방법으로 ‘영화스태프는 근로자’라는 판례를 이끌어내겠다는 것. 박형섭 변호사는 “법적인 선례가 생긴다면 스태프들이 일한 만큼의 추가수당을 받고 노동시간을 조절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 해결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우선 영화인들이 자발적으로 ‘근로환경 규정’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영화진흥위원회와 조수연대회의는 이 문제로 협상을 진행중이다. 영진위는 임금, 계약기간·방식, 노동시간의 기본틀과 함께 4대보험지원센터를 운영하는 내용의 ‘스태프 처우개선을 위한 권고안’을 제안한 한편, 조수연대회의는 연구원이 만드는 ‘선험적’인 권고안이 아닌 실질적인 주체인 스태프들이 적정수준을 제시하고 제작가협회와 협의한 뒤 영진위와 권고안을 논의하는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조수연대회의 최진욱 사무국장은 “영진위가 국감의 결과물을 내는 데만 급급해하고 있다.”면서 “영화인 신문고에도 최소한의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영진위 국내진흥부의 김보연씨는 “3년전부터 스태프의 처우개선을 위한 연구사업을 지원해왔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을 입안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으로 진통이 예상되지만 3자가 협의해서 의견을 모아보자는 데는 이견이 없는 만큼 조만간 의미있는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제작가협회와 조수연대회의도 첫만남을 갖고, 새달초 영화인 근로환경과 제작시스템을 제고하기 위한 정책 세미나를 열기로 합의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영화 스태프의 처우 개선을 위한 첫삽은 뜬 셈이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비영어권’ 경제 헤매는 이유있다

    ‘비영어권’ 경제 헤매는 이유있다

    2차대전 후 전성기를 구가하던 일본, 독일,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비영어권 경제가 1990년대 초반 이후 일제히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빌 클린턴은 지난 92년 대통령 당선 직후 독일 경제에서 배우겠다고 약속했지만, 오늘날 미국 대통령이 그런 얘기를 한다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다. 독일이 유럽의 환자로 치부되기 때문이다.1991년부터 2004년까지 호주, 미국, 캐나다와 영국 등 영어권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은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일본의 GDP를 앞지르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구매력평가지수(PPP)로 환산한 1인당 GDP도 호주(39%)를 비롯해 영국(32%), 미국(30%), 캐나다(29%) 등 4개국 모두 프랑스(19%), 이탈리아(17%), 독일(15%), 일본(14%)보다 높은 성장률을 구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03년을 기준으로 영어권 4국의 GDP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의 48%를 차지한 데 견줘 비영어권 4국의 비중은 38%에 그친 이유를 분석한 13일자에서 분배압력 증가와 세계경제 환경에의 적응 실패, 그리고 부적절한 경제정책 등을 원인으로 짚었다. 비영어권 경제는 고령화, 제조업 해외이전, 정보기술(IT) 등 경영환경 변화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했고 이로 인해 만성적인 총수요 부족, 대량실업, 투자기회 고갈에 시달렸다. 반면 한때 비영어권에 압도됐던 영어권 경제는 60∼70년대를 거치며 서비스산업을 육성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규제를 과감히 푸는 등 지속적인 경제개혁을 단행했다. 유연한 재정·통화정책을 펼쳐 부유한 가계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덜 부유한 가계로 이전되도록 함으로써 내수시장의 높은 수요를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FT는 미국 경제학자 맨커 올슨이 저서 ‘국가의 흥망’을 통해 주장한 ‘분배연합’(distributional coalitions)의 역할에 주목했다. 편협한 이해집단의 결합체인 분배연합이 종전과 함께 붕괴됐다 경제적 부흥을 틈타 부활, 국가경제의 경직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사설] 도덕성 허점 많은 경찰청장 후보

    어제 국회에서 허준영 경찰청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차관급이면서도 경찰청장 후보를 국회 인사청문 대상에 포함시킨 이유는 자명하다. 법을 집행하는 치안총수는 무엇보다 능력과 도덕성에 있어서 흠결이 없어야 하기 때문인데 도덕적으로 해명해야 할 부분이 많아 안타깝다. 청문을 하지 않았으면 묻혔을 여러가지 의혹들을 노출시킨 것은 장관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 확대가 논의중인 시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었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허 후보의 군복무와 경찰 임용과정, 공직자로서의 재산운용 문제는 일반의 상식으로 볼 때 석연치 않은 부분이 너무 많다. 고도근시에다 색맹으로 보충역 근무를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경찰간부 임용 때나 지금도 경찰신체검사를 통과하고 있는 것은 군신체검사 때 편법이 있었을 것이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본인이 색맹도 아니고 시력도 이후 좋아졌다고 밝혔지만 납득하기 힘들다. 방위병 근무를 하면서 대학에 다녔다는 것도 상식의 잣대로는 의혹이다. 허 후보의 부인은 상가임대사업으로 국민연금 납부 대상자임에도 5년이나 미신고 또는 축소신고한 의혹이 있다. 내정자 본인은 경찰간부로 있으면서 너무 자주 교통범칙금을 물어 준법성에 대해서도 생각케 만든다. 15만 경찰의 수장은 업무수행 능력도 따져야 하지만 도덕성과 청렴성도 무시할 수 없는 자리다. 허 후보가 여러 의혹들에 대해서 해명했음에도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인사청문회 하루만으로 모든 의혹이 풀리겠는가. 아직 국회 인사청문회의 결과보고서와 대통령의 결정 절차가 남아 있다. 국회든, 허 후보든간에 확실하게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이나 조처가 있어야 하고 대통령의 결정이 주목된다.
  • [재계 인사이드] 현정은 회장, 전경련 입성?

    시숙과 제수의 어색한 조우가 이뤄질 것인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차기 회장단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부회장단에 새로 합류할 재벌총수의 면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름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 회장이 합류하게 되면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에 이어 전경련 사상 두번째 여성 부회장이 나오는 셈이다. 현 회장 개인으로는 ‘시아주버니’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전경련에서 마주치게 된다. 정 회장은 일찍부터 전경련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차기 회장으로도 거론된다. 동생인 고(故) 정몽헌 회장과는 2000년 초 그룹 주도권 다툼을 벌였었다. 지금이야 양쪽 모두 사감(私感)이 없어졌겠지만 전경련 조우가 다소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현 회장측은 전경련 부회장단 합류에 대해 “(전경련으로부터) 어떤 얘기도 들은 바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회장님의 최대 관심사는 그룹을 정상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라면서 “지금이 그럴 때(부회장직을 맡을 때)는 아닌 것 같다.”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이를 방증하듯 현 회장은 활발한 ‘현장 경영’에 나서고 있다.13일에는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 부산지사를 방문했다. 현 회장은 자성대 5부두에 정박 중인 2200 TEU급 컨테이너선 ‘현대블라디보스토크’호에 직접 승선, 선원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오는 25일에는 경기도 이천의 현대엘리베이터 공장을,26일에는 현대아산 영업부서를 각각 둘러본다. 취임 후 계열사 사무실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생산현장까지 직접 챙기기는 처음이다. 소리 없이 그룹을 ‘장악’해온 현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표이사 직함을 맡을지도 관심사다. 현 회장은 현재 어느 계열사에 대해서도 대표이사 직함을 갖고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전경련 부회장이 되려면 대표이사 직함이 있어야 한다며 현 회장은 ‘결격’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전경련 현명관 부회장은 “꼭 대표이사일 필요는 없다.”고 말해 현 회장의 합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靑 경호실, 무술은 물론 공부도 잘해요”

    ‘청와대 경호실은 경호뿐 아니라 공부도 합니다.’ 무술 실력 유단자들만 모여있을 것같은 청와대 경호실에 ‘박사 경호원’들이 양산되고 있다.12일 청와대 경호실에 따르면 다음달에 박사학위를 받을 경호실 간부는 양재열 경호실 차장을 비롯해 다섯명. 양재열 차장은 경호법규에 관한 논문으로 명지대에서, 최기남 부이사관은 테러와 경호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경기대에서, 최영달 서기관은 경호관련 논문으로 경기대에서 각각 박사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무술뿐 아니라 이론적으로 경호를 연구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경호와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조규장 이사관은 연세대에서 토목공학 연구로, 이상태 서기관은 광운대에서 3차원 동영상을 이용한 전자파 위해요소 차단에 관한 연구로 학위를 받는다. 지난해엔 경호실의 기획관리실 박종문 부이사관을 비롯, 체력무도사범인 지용범씨, 연구위원인 김제홍 부이사관 등 3명이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염상국 이사관·장동걸 이사관 등도 박사학위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호실이 과거처럼 무술유단자들만 모여 있는 곳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5·6공 군사정권과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를 거치면서 시대변화에 맞게 경호역량의 총체적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경호실의 이미지 변신을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경찰 총수 출신인 김세옥 실장이 청와대 경호 총책임자로 부임하면서 경호실 직원들의 전문능력과 자질향상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이건희 삼성회장 1조3126억 주식부자 1위 복귀

    이건희 삼성회장 1조3126억 주식부자 1위 복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상장주식 보유액에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을 311억원 차이로 따돌리고 주식 부자 1위 자리로 복귀했다. 보유주식의 가치상승 등으로 가장 많은 평가이익을 낸 사람은 구본무 LG 회장이다. 10일 증권거래소가 발표한 ‘주요 그룹 대주주의 상장주식 보유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삼성 이 회장의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증권 등 주식보유액은 1조 3126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2003년 말에 비해 0.5% 늘어난 수치다. 현대차 정 회장은 1조 2815억원으로 14.2% 증가했으나 삼성 이 회장보다 311억원이 적어 2위에 머물렀다.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초순에는 현대차, 현대모비스,INI스틸, 현대하이스코 등의 주가상승으로 보유주식 평가액에서 삼성 이 회장을 189억원 앞지른 적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중 40만∼41만원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 연말 45만원까지 오르면서 이 회장의 보유주식액이 정 회장을 다시 앞질렀다. 정 회장에 이어 LG 구 회장이 2991억원,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2773억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2576억원 등의 순으로 많았다.LG 구 회장은 LG그룹의 지주회사격인 ㈜LG 등 특정기업 주식만 보유했고, 롯데 신 회장은 보유주식수가 적은 데다 비상장 주식이 많아 상대적으로 상장주식보유액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03년말 대비 상장주식의 평가이익은 LG 구 회장이 177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 정 회장(1590억원), 한화 김 회장(1476억원), 롯데 신 회장(1137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평가이익은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가 14억원 감소한 반면 정 회장의 현대차는 569억원, 현대모비스는 94억원이 각각 증가했다. 한화 김 회장의 평가이익도 1475억원 늘었다. LG 구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박성용 금호그룹 회장 등은 계열사의 지분매입으로 보유주식수가 늘었다. 반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동부건설 및 동부정밀화학 지분 처분으로 주식수가 감소했다. 삼성 이 회장 등 10대 그룹 총수의 총 주식보유액은 3조 8232억원으로 2003년말에 비해 704억원(22.6%)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①삼성그룹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①삼성그룹

    어느 시대에나 나라와 집단을 움직이는 인맥은 있다. 과거 권위주의적인 시절에는 권력 중심의 인맥이 조명을 받았지만, 요즘은 자본을 토대로 형성된 인맥집단이 눈길을 모은다. 지난해 말 단행된 주요 그룹 인사에서 창업자의 2,3세들이 사장이나 임원으로 속속 승진하면서 재계의 ‘가계도’가 주목받고 있는 것도 무관치 않다. 사실 재계의 인맥과 가계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계급간 갈등이 악화되는 현실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발전해 왔듯이 90년대 이후 재벌가문의 인맥도는 정략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의 주요 그룹들이 창업에서부터 2세,3세로 내려오면서 어떻게 가업을 승계해 왔고, 총수와 더불어 대그룹을 일군 주역들이 누구인지를 주 1회씩 연중 기획으로 조명해 본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후원자인 메디치가, 근세유럽 최고의 명문가로 알려진 합스부르크왕가, 미국의 케네디·부시가 등 서양에는 그 사회가 인정해 주는 명문가가 있다. 한국에도 수백년 내력의 명문가문이 존재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존재가 미약하다. 대신 일제치하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며 자본을 축적한 ‘재계 명문가’들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권력이 최우선이었던 시대가 지나고 금력의 위력이 커질수록 재계 명문가의 위상도 커지고 있다. 재계 명문가를 일군 창업주들은 대부분 좋은 집안 출신도 아니고 고등교육을 받지도 못했지만 대를 내려오면서 후손들은 명실상부한 상류층의 자격을 갖추게 된다. 한국의 몇 안되는 ‘상류층 클럽’의 최정점에 재벌 2,3세들이 서 있고 또 그 정상에는 삼성가의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데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고 호암 이병철 회장이 일군 ‘삼성가’는 오늘날 대한민국 재계의 대표 가문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1938년 29세때 자본금 3만원과 은행자금 20만원으로 ‘삼성상회’를 설립했다. 만주에 청과물과 건어물을 수출하고 제분업을 병행하면서 1년 만에 두배의 이익을 거뒀고 이를 토대로 연산 7000석 규모의 ‘조선양조장’을 매입하며 삼성의 기틀을 세웠다. 현재 삼성은 자산규모 92조원으로 공기업인 한국전력에 이어 2위다. 하지만 지난해 자산을 꾸준히 늘려 올 4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가 나면 명실상부한 재계 1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해 매출 136조원, 세전이익 19조원이라는 경이로운 경영성과를 이뤄냈다. 직접 수출만 527억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2542억달러)의 21%를 차지했다.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한때 120조원을 넘었다가 현재 94조원에 달한다.2위인 LG그룹(36조원)과 비교해 보면 그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삼성은 또 CJ, 신세계, 한솔, 새한그룹과 연결돼 있고 중앙일보그룹, 보광그룹과도 인연을 맺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신세계 5조 2000억원(21위),CJ 4조 9000억원(23위), 한솔 3조 4000억원(36위), 중앙일보·보광 1조원 등을 더하면 ‘범 삼성가’의 자산은 106조 5000억원에 달한다. ●다양하지만 화려하지 않은 혼맥 이런 위상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혼맥은 의외로 담백하다. 특히 이건희 회장대로 내려오면서 특별한 집안을 ‘간택’하지 않았다. 이미 재계 최고의 반열에 올라선 삼성가로서는 더 이상 혼맥을 통해 뭔가를 기대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병철 회장 사후 삼성은 91년 11월 신세계와 전주제지(한솔),93년 6월 제일제당(CJ),95년 7월 제일합섬(새한),99년 중앙일보 등을 독립시키며 세포분열을 거듭했다. 새한을 제외하고는 각자의 영역에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병철 회장은 8명(3남 5녀)이나 되는 자녀를 분가시켰지만 명성만큼 화려한 혼맥은 아니었다. 이맹희씨가 그의 회고록에서도 밝혔듯이 이 회장은 혼사를 통해 권력층과 줄을 잇는 체질이 아니었다. 다만 자유당 시절 법무장관과 내무장관을 역임한 고 홍진기씨 집안과 사돈(이건희 회장)을 맺은 것이나 둘째딸 숙희씨를 LG의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3남인 구자학씨에게 시집보낸 것 정도가 눈에 띈다. ●비운의 장손가, 화려한 부활 장남 이맹희씨는 어릴 적부터 약조가 돼 있던 손영기 전 경기도 지사의 딸 손복남씨와 결혼했다. 한때 17개 계열사 경영을 맡으며 장남의 역할을 다했지만 일찌감치 그룹 경영에서 발을 빼야 했다. 맹희씨의 존재는 항상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묻어둔 이야기’,‘하고 싶은 이야기’ 등의 회고록에서 “고 이병철 회장이 제일제당·제일모직 등 ‘제일’자 계열과 안국화재(현 삼성화재)를 나에게 넘기기로 했었다.”고 발언,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맹희씨는 현재 대구와 부산을 오가며 살고 있다. 당대에 이루지 못한 맹희씨의 꿈은 지난 2002년 장남인 이재현씨가 CJ그룹의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어느 정도 풀렸다. 고려대 법대 출신인 이 회장은 삼성과 무관한 씨티은행에 공채를 통해 입사했다. 그러나 이병철 회장이 제일제당 경리부로 자리를 옮기도록 했다. 그는 이후 93년 잠깐 현재 이재용 상무 자리인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이사로 일한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제일제당과 함께 했다. 이 회장은 비록 CJ그룹이 삼성그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 차이가 나지만 삼성가의 장손으로 그 위상이 만만치 않다. 이병철 회장의 부인인 박두을 여사도 2000년 타계하기 직전까지 서울 장충동에서 이 회장과 함께 살았다.87년 이병철 회장 장례식때 영정을 들고 앞장선 사람도 이 회장이었다. CJ그룹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미국에 머물던 이 회장의 누나인 미경씨를 CJ엔터테인먼트,CJ CGV,CJ미디어 및 CJ아메리카 담당 부회장에 임명했다.CJ는 이 회장의 외삼촌 손경식 회장이 공동회장을 맡고 있다. ●새한의 도전과 좌절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본인인 이영자씨와 연애 결혼한 차남 창희씨는 91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한비사건(사카린 불법유통사건)으로 한때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고 67년 삼성이 인수한 새한제지(전주제지) 이사로,68년에는 삼성물산 이사로 일했지만 그룹 경영에서는 한발 비켜서 있었다. 창희씨는 고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와세다대 동문이다. 창희씨 사후 새한은 부인 이영자씨를 회장으로 97년 새 CI를 선포하며 독립그룹으로 발을 내디뎠지만 곧바로 경영위기를 겪고 만다.2000년부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했는데 채권단에 따라 ㈜새한 계열과 새한미디어 계열로 나눠졌다. 새한미디어는 현재 론스타로의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새한은 99년 일본 도레이사와 3대7 합작을 통해 도레이새한을 출범시켰다. 2000년 지분을 채권단에 양도한 이영자 전 회장과 아들인 이재관 전 부회장은 현재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한은 삼성의 분가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몰락하고 말았지만 혼사만큼은 화려했다. 장남 재관씨는 동방그룹 김용대 회장가의 딸인 희정씨와 중매로 결혼했다. 재관씨는 ㈜동방 주식 1만 6000여주를 갖고 있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재찬씨는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의 딸인 선희씨, 재원씨는 김일우 서영주정 사장의 딸과 결혼했다. 막내딸인 혜진씨도 조내벽 전 라이프그룹 회장가로 시집갔다. ●글로벌 삼성을 만든 이건희 회장 3남인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의 2대 회장이 된 것은 유교적 전통과 장자승계가 원칙인 한국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병철 회장은 70년대에 이미 ‘3남 후계’ 방침을 확정했다. 이병철 회장은 ‘호암자전’에서 “장남 맹희는 주위의 권고와 본인 희망대로 그룹 경영을 일부 맡겨 봤지만 6개월도 못가 맡겼던 기업은 물론 그룹 전체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면서 “창희는 그룹 산하의 많은 사람을 통솔하고 복잡한 대조직을 관리하는 것보다는 알맞은 회사를 건전하게 경영하고 싶다고 희망해 희망대로 해주었다.”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와세다대 1학년때 중앙매스콤을 맡아보라고 했더니 본인도 좋다고 했는데 조지워싱턴대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그룹 경영에 차츰 참여하기 시작했다. 내가 겪은 기업경영이 하도 고생스러워 중앙일보만 맡았으면 하는 심정이었지만 본인이 하고 싶다면 그대로 놔두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양녕대군, 효령대군 대신 3남인 충녕대군(세종)을 택한 태종의 결단과 닮은 꼴이다. 87년 11월19일 이병철 회장이 타계한 뒤 12일 만인 12월1일 삼성의 2대 회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17년 만에 삼성의 차원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 회장이 취임한 1987년 매출 13조 5000억원과 비교하면 14년 만에 매출이 10배로 늘어났다. 세전이익은 1900억원에서 19조원으로 100배나 늘었다. 원달러 환율이 100원 이상 절상된 올해도 삼성은 매출 140조원, 세전이익 14조 6000억원을 목표로 세웠다. 이 회장의 ‘신경영 전도사’라는 평가를 받는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은 최근 이 회장의 ‘17년 경영’을 이렇게 평가했다. “반도체 투자 같은 천문학적인 액수는 보통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한때 잘나갔던 일본 반도체 업체들도 CEO들이 결단을 내리지 못해 투자시기를 놓쳤다. 반면 삼성은 이 회장이 전략을 제시하고 투자를 결정해 줌으로써 강력한 리더십이 생긴다. 계열사 사장들은 회장의 비전 제시를 책임감 있게 충실히 이행하고 구조본은 이 과정에서 정보분석 등 보좌업무를 수행한다. 삼성의 힘은 이같은 ‘3각 경영시스템’에서 나온다고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사장을 비롯해 임직원들이 ‘우리 회장’을 진심으로 따르고 승복하니까 이같은 영향력이 나오는 것이다.” 이 회장과 홍라희 여사의 만남은 부친들끼리 미리 약조가 돼 있는 상태에서 66년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처음 이뤄진 뒤 7개월 뒤인 67년 5월 결혼으로 이어졌다. 홍 여사는 당시로는 큰 키(165㎝)에 미모와 지성을 갖춘 재원으로 이후 한국 재계의 ‘퍼스트레이디’로 자리매김했다. 서울대 미대(응용미술학과) 출신인 홍 여사는 79년 막내 윤형씨를 낳고 난 뒤인 83년 현대미술관회 이사로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67년 삼성으로 시집온 뒤 이건희 회장의 후계구도가 확정된 71년부터는 삼성그룹의 사실상 ‘안방마님’이었지만 서열상으로 엄연히 형님(맹희·창희씨 부인)들이 있고 위로 시누이가 넷(인희·숙희·덕희·순희씨)이나 있어 편하기만 한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다. 홍 여사는 85년부터 98년까지 친정아버지(고 홍진기씨)가 회장으로 있는 중앙일보 상무로 재직했다.95년 호암미술관장으로 취임한 홍 여사는 96년에는 삼성문화재단 이사장까지 맡았지만 98년 이사장직을 남편인 이 회장에게 돌려줬다. 지난해 4월 현대미술관회 부회장으로 선임됐고 같은 해 11월에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승지원’ 옆에 국내 최고 수준의 미술관인 ‘리움(Leeum)’을 개관, 관장으로 취임했다. 해외활동도 활발해 93년부터 CIMAM(국제근현대미술박물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뉴욕 현대미술박물관 국제이사회 회원, 영국 테이트갤러리 국제이사회 회원이다. 이같은 활동을 인정받아 96년 프랑스 문학예술훈장인 ‘코망되르’를 받았고 2003년에는 제57회 자랑스런 서울대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딸들의 맹활약 삼성가는 딸들의 경영활동이 활발하기로 유명하다.5명의 딸 가운데 덕희(숙명여대)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화여대 출신이다. 장녀인 이인희씨는 경북지방의 대지주였던 조범석가로 시집갔다. 남편인 조운해씨는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 원장·이사장 및 병원협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도 맏사위 자격으로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일부 갖고 있다. 인희씨는 91년 삼성에서 분리,92년 한솔그룹으로 이름을 바꾸며 새 출발했다. 한때 계열사가 16개에 이르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며 현재는 8개 계열사로 줄었다. 장남인 조동혁 회장에 이어 현재 그룹 경영은 3남인 조동길 회장이 맡고 있다. 차남인 조동만 전 한솔PCS 회장은 PCS 사업매각 관련 비리로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차녀인 숙희씨는 LG가로 시집을 갔다. 남편인 구자학씨는 해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 제일제당, 동양TV 이사, 호텔신라 사장, 중앙개발 사장 등 처가에서도 활발한 경영을 펼쳐 눈길을 끈다. 그는 삼성이 전자사업에 진출한 것을 계기로 본가로 돌아간 뒤 금성사 사장,LG반도체·LG건설 회장 등 굵직한 자리를 맡다 지난 2000년 외식산업인 ‘아워홈’을 갖고 독립했다. 지금도 LG가에서 구자학 회장은 ‘구씨답지 않게 낭만적이면서도 미스터리한 인물’로 회자된다.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삽입형 생리대인 ‘탐폰’을 국내 처음으로 내놓는 등 여성적인 섬세함은 ‘LG가’보다는 ‘삼성가’에 가까운 모습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숙희씨의 아들 본성씨도 한때 삼성 계열사에서 일했다. 딸인 명진씨는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아들인 조정호 메리츠증권 회장과 결혼했다. 3녀 순희씨는 대학교수와 결혼,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 4녀 덕희씨는 삼성가의 고향인 경남 의령의 대지주 이정재씨 집안으로 시집갔다. 마산고와 서울대 상대를 나온 남편 이종기씨는 중앙일보 부회장, 제일제당 부회장을 거쳐 삼성화재 회장까지 지내다 은퇴했다. 그는 지금도 삼성전자 주식 8만주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큰손’이며 동서인 조운해씨와 마찬가지로 에버랜드 주식도 갖고 있다. 삼성가의 딸들 가운데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사람은 5녀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이 회장의 시아버지는 4·5대 국회의원과 삼호방직·삼호무역 회장을 지낸 정상희씨로 남편인 재은씨가 차남이다. 남편인 정재은씨는 경기고·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수학한 엘리트. 삼성항공·삼성종합화학 부회장, 삼성전기 회장, 삼성전자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삼성그룹에서 맹활약하다 분가와 함께 삼성을 떠났고 현재 신세계 고문직을 갖고 있다. 신세계가의 후계자인 정용진 부사장은 미스코리아 출신 고현정씨와 결혼했다가 2003년 이혼했다. ●최고의 사돈감,‘소박한’ 결혼 이건희 회장은 홍 여사와의 사이에서 재용(삼성전자 상무), 부진(호텔신라 상무보), 서현(제일모직 부장), 윤형(학생)씨를 낳았다. 이재용 상무는 경복고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거쳐 일본 게이오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마쳤다.9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으며 차분히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중장기 전략담당인 이 상무는 최근 소니와의 7세대 LCD(액정표시장치)합작사인 ‘S-LCD’의 등기이사로 등재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S-LCD는 삼성과 소니가 ‘명운’을 걸고 시작한 사업. 차기 CEO로 꼽히는 구타라기 겐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이사로 내세운 소니는 삼성측에 이 상무의 이사 등재를 특별히 부탁했다. 이 상무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첨단기술에 관심이 많아 혼자서도 사업장을 둘러보고 관련 전문가들에게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등 열심히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는 평이다. 이 상무는 98년 대상그룹 임창욱 회장의 장녀인 세령씨와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있다. 당시 ‘미원-미풍 전쟁’을 벌였던 삼성과 대상이 사돈을 맺었다는 점과 연세대(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중이었던 세령씨의 빠른 결혼, 영호남 대표기업의 혼사 등이 화제를 모았었다. 임씨는 삼성가 며느리라는 지위 외에도 ㈜대상 주식 10.22%를 보유하고 있는 등 만만치 않은 재력을 자랑한다. 세령씨의 서문여고 동창들에 따르면 학창시절부터 말수 없이 조용한 데다 미모를 갖춰 일찌감치 ‘최고의 신부감’으로 꼽혔다고 한다. 지난해 초 호텔신라 상무보로 승진한 부진씨는 연세대 아동학과 출신으로 99년 삼성 계열사의 평범한 회사원 임우재씨와 결혼했다. 임씨는 현재 삼성전자 소속으로 미국 유학중이다. 미국 뉴욕의 패션전문학교 파슨스 출신인 둘째딸 이서현 제일모직 부장은 2000년 동아일보 사주인 김병관 회장의 차남인 재열씨와 결혼했다. 재열씨는 지난해 초 제일모직 상무로 승진했다. 아직 미혼인 막내 윤형씨의 배필이 누가될지 벌써부터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화여대 불문과 98학번인 윤형씨는 지난해 싸이월드에 개설한 미니홈피가 소개되면서 화제가 됐었다. 당시 윤형씨는 재벌가의 딸답지 않는 소탈하고 귀여운 글을 많이 남겨 ‘삼성가’에 대한 세인들의 궁금증을 어느정도 풀어줬다. 지금은 활동이 중단됐지만 ‘다음’의 윤형씨 팬카페(이뿌니 윤형이네) 회원수가 1만 2000여명이 넘을 정도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이씨가와 홍씨가 LG가 구씨-허씨의 ‘합작품’이라면 삼성은 이씨와 홍씨가 함께 이끌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 홍진기 회장의 장남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최근 각을 세워왔던 노무현 정부의 주미대사로 내정됨에 따라 현 정권과 중앙일보, 삼성가로 이어지는 관계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고 이병철 회장과 고 홍 회장의 인연은 4·19 직후 홍 회장이 3·15 부정선거와 관련해 옥고를 치르고 있을 때 이 회장이 면회를 가면서 시작됐다. 전 국무총리 신현확씨의 소개로 이뤄졌는데 신현확씨도 이후 삼성물산 회장까지 지내며 삼성과 돈독한 인연을 유지했다.87년 이병철 회장 사후 이건희 부회장을 2대 회장으로 추대한 회의도 신현확씨가 주재했다. 홍 회장은 65년 라디오서울(동양방송 전신) 개국 4개월 뒤 경영을 맡았는데 80년 신군부에 동양방송을 ‘강탈’당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오늘날의 중앙일보를 일궈냈다. 홍 회장이 삼성그룹에서 직접 경영한 것은 중앙일보(66∼67년,68∼86년)밖에 없지만 그가 삼성에 끼친 영향은 말로 다하기 어려울 정도다. 삼성의 언론사업에는 비화가 있다.‘호암자전’과 ‘삼성 60년사’에 따르면 이병철 회장은 60년대 초 정계 투신을 결심했었다. 기업가의 사회적 공헌이 전적으로 무시되고 오히려 ‘부정축재자’,‘정치적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은 현실(한비의 국가 헌납 등)에 환멸을 느낀 이 회장이 직접 정치를 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1년간의 고심 끝에 정치보다는 언론사업을 택했다. 이른바 ‘정권은 유한하지만 언론은 무한하다.’는 세간의 ‘이치’를 일찌감치 간파한 셈이다. 홍 회장은 이병철 회장의 타계 직전인 86년 먼저 세상을 떠났는데 이 회장은 조사를 통해 “당신은 내 일생을 통해 제일 많은 시간을 접촉한 평생의 동지요, 삼성을 이끌어 온 같은 임원이요, 사업의 반려자였고, 가정적으로는 나의 사돈이었다.”며 진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관·언·재의 홍씨 4형제 홍씨 가문은 네 아들을 뒀는데 하나같이 훤칠한 용모에 좋은 머리를 갖고 있다. 주미대사로 내정된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와 미 스탠퍼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의 엘리트로 30대(39세)에 세계은행(IBRD)의 이코노미스트를 지냈고 이후 청와대 비서실장 보좌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등 정부쪽 일도 수행했다. 홍 회장은 삼성코닝 상무·부사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뛰다 99년 중앙일보의 계열분리를 계기로 중앙일보 회장에 취임했다. 아시아인 최초로 세계신문협회(WAN) 회장에 올라 국제사회에도 그 이름을 알렸다. 홍 회장의 장인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고 신직수씨다. 사시 18회인 둘째 홍석조 인천지검장은 경기고,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서울지검 남부지청장(현 남부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홍 지검장은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홍 지검장의 부인은 양택식 전 서울시장의 동생 양기식씨의 딸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출신인 홍석준 삼성SDI 부사장은 86년 미 노스웨스턴대 경영학 석사를 마친 뒤 삼성코닝 이사로 입사했다.95년 삼성전관(현 삼성SDI) 상무로 이동, 기획홍보팀장을 거쳐 2002년 부사장(경영기획팀장)으로 승진했다.‘로열 패밀리’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꿰고 있을 정도로 자상한 면모를 갖고 있다. 선친때부터 살아 온 서울 성북동 집을 지키고 있다. 4남인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회장으로 승진, 오너 경영을 본격화했다. 경기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홍 회장은 79년 제13회 외무고시에 합격, 외무부 의전과에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홍 회장 역시 형과 마찬가지로 청와대 비서실에서 근무했다.95년 외무부 기획조사과장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한 홍 회장은 보광 상무이사로 경영활동에 뛰어들었다. 제8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회장, 대한스키협회 부회장, 한국광고업협회 부회장, 서울대 기성회 회장 등 외부활동도 활발하다. 보광그룹은 아직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편의점인 보광훼미리마트, 자판기 유통업체인 휘닉스벤딩서비스, 보광창업투자, 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 문화상품권 발행사인 한국문화진흥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PDP(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 부품업체인 휘닉스PDE, 반도체 관련 업체인 휘닉스디지탈테크, 반도체패키지 제조업체인 STS반도체통신 등 전자 계열사들은 사돈기업인 삼성전자, 삼성SDI 등과 거래가 활발하다. 특히 지난해 코스닥에 등록된 휘닉스PDE는 홍 회장이 13.89%, 홍석조 인천지검장, 홍석준 삼성SDI 부사장, 홍라영씨가 나란히 10.89%를 보유해 눈길을 끈다. 홍씨가의 주력은 중앙일보 그룹이지만 실제 ‘자금줄’은 보광그룹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앞으로 보광이 주요그룹으로 성장한다면 정·관계, 언론계를 주름잡은 이 가문이 재계에서도 능력을 검증받게 된다. 막내인 홍라영씨는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둘째아들인 철수씨와 결혼했다. 노 전 총리의 장남 경수씨는 현대산업개발 정세영 명예회장의 큰딸 숙영씨, 차녀 혜경씨는 ㈜풍산 류진 회장과 결혼했다. 이대 불문과, 미국 뉴욕대 예술경영학 석사 출신인 라영씨는 95년 삼성문화재단 기획실로 입사, 현재 삼성미술관 부관장직과 한국박물관협의회 부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ukelvin@seoul.co.kr ■ 이병철 회장의 경영어록 ●“사장이라고 하더라도 잘 모르는 경우에는 가리지 말고 물어봐야 한다. 그렇게 해서 2∼3년이 지나면 물어보는 횟수가 차츰 줄어들 것이 아니겠는가. 나 역시 혼자 삼성 전체를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 전체가 과거 오랫동안의 경험을 살려서 움직여 나가는 것이다.”(1983년 6월 반도체회의) ●“인재제일, 인간본위는 내가 오랫동안 신조로 실천해온 삼성의 경영이념이자 경영의 지주이다. 기업가는 인재양성에 온갖 정성을 쏟아야 한다. 인재양성에 대한 기업가의 기대와 정성이 사원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에 전달되어 있는 한 그 기업은 무한한 번영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1982년 10월 기고문) ●“사람을 관찰해 보면 세 부류가 있다. 첫째 어려운 일은 안 하고 쉬운 일만 하며 제 권위만 찾아 남만 부리는 사람, 둘째 얘기를 해도 못 알아듣는 사람, 셋째 알아듣긴 해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1982년 9월 사장단 오찬회의) ●“모든 설비투자계획에 있어서 5년 정도만 내다보고 세우지 말고 10년 이상 50년 정도의 장기 안목 위에서 세워야 한다.”(1977년 6월 삼성조선 건설현장) ●“미국에서는 사람의 후천적 교육에 치중하고 소질은 별로 평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나는 선천적 소질 내지는 능력에 60%를 두고 교육에 40%를 둔다. 사람은 노력 여하에 따라서 달라진다. 하지만 아무나 노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력할 수 있는 능력은 따로 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1976년 6월 ‘재계회고’) ●“일이 잘돼 나갈 때 오히려 다가올 불행을 각오해야 한다. 기업가도 뜻하지 않은 좌절을 겪어본 기업가가 좌절을 모르고 자라난 기업가보다 훨씬 더 강인한 기업경영 능력을 갖고 있다.”(1975년 9월 ‘최고 경영자와의 대화’) ■ 이건희회장의 경영담론 ●“그동안은 세계의 일류 기업들로부터 기술을 빌리고 경영을 배우면서 성장해 왔으나, 이제부터는 어느 기업도 우리에게 기술을 빌려 주거나 가르쳐 주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기술 개발은 물론 경영 시스템 하나하나까지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자신과의 외로운 경쟁을 해야 한다.”(2005년 1월3일 신년사) ●“반도체 사업 진출 당시 경영진들이 ‘TV도 제대로 못 만드는데 너무 최첨단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만류했지만 우리 기업이 살아남을 길은 머리를 쓰는 하이테크산업밖에 없다고 생각해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었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반도체에서 시기를 놓치면 기회손실이 큰 만큼 선점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2004년 12월 반도체 30년 기념식) ●“4∼5위에서 2∼3위로 가는 것하고 2∼3위에서 1위로 가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2003년 11월 휴대전화사업 격려 자리에서) ●“행정규제, 권위의식이 없어지지 않으면 21세기에 한국이 일류 국가로 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다.”(1995년 4월 중국 베이징 특파원 오찬간담회) ●“선친이 장사하는 것을 보며 세살 때부터 주판을 갖고 놀았다. 정치보다 장사를 잘 알고 거기에 맞는 사람으로 키워졌다. 난 양복과 잠옷만 있고 중간 옷이 없다. 잠옷 입고 있는 시간이 더 많은데 잠옷을 입고 정치할 수는 없지 않으냐.”(94년 10월 마이클 헤슬타인 영국 상공부 장관과 만찬자리에서 정치 참여에 대해) ●“변하는 것이 일류로 가는 기초다. 앞으로 5년이면 회장 취임 10년인데 10년 해서 안 된다면 내가 그만두겠다. 자기부터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누라하고 자식만 빼고 모두 바꿔라.”(93년 6월 신경영 선포)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司試합격자 ‘영감’대신 ‘형사’ 지원 늘어

    사법시험 합격자들이 대거 경찰로 몰리고 있다. 경찰청은 사법연수원 수료예정자를 대상으로 2005년도 경정특채를 실시한 결과 10명 모집에 89명이 응시해 8.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해 10.3대 1에 이어 사상 두번째로 높은 경쟁률이다.1999년 6명을 뽑은 경정특채에 13명이 지원,2.1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것에 비하면 4배 이상이나 높아졌다. 사법시험 합격자들이 경찰로 진로를 잡는 것은 취업난과 무관치 않다. 올해 수료예정인 제34기 사법연수원생 957명 가운데 법원과 검찰에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인원은 180명 선. 나머지는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한다. 보통 사시합격자가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판·검사로 임용되면 3급 공무원(부이사관)에 준하는 대우를 받지만 경정 계급장은 두단계 낮은 5급(사무관)에 해당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법연수원 수료자의 취업난도 한몫을 했겠지만 경찰에 투신하면 일선 경찰서 과장급으로 임용되어 치안일선에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데다, 최근 경찰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것도 지원자가 증가한 이유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필기시험과 면접을 거쳐 오는 2월말 결정되는 특채 합격자는 12주 교육을 받은 뒤 일선서에 배치된다. 한편 현직경찰 가운데 사법고시 합격자는 모두 20여명에 이른다. 사법고시출신으로 경찰총수에 오른 사람은 1949년 이호,1960년 조인구,1960년 강서룡,1966년 한옥신 치안국장 등 모두 4명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벼랑끝 협상… ‘금융파국’ 모면

    벼랑끝 협상… ‘금융파국’ 모면

    한달여 동안 벼랑끝 대치를 벌여온 LG카드 증자협상이 31일 새벽 극적으로 타결됨에 따라 LG카드는 코앞에 닥쳤던 상장폐지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LG그룹과 채권단은 이날 “이번이 마지막 지원”이라고 못박았지만 이 말이 진실로 굳어질지 여부는 향후 LG카드의 경영정상화 추이가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6시간 마라톤협상끝 타결 채권단과 LG그룹은 30일 오후까지도 상대방이 내놓은 증자참여 제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경하게 버텨 협상이 결렬위기에 몰렸다. 채권단은 지난 11월23일 LG그룹에 8750억원을 지원하라고 요구한 뒤 7700억원,6700억원으로 재차 조정해 제시했다. 그러나 LG측은 29일 최고 2643억원까지만 지원이 가능하다고 통보, 약 4000억원의 차이를 보였다. 양측이 마지막 협상에 들어간 것은 30일 저녁 9시.3시간이 지나도록 협상이 공전하는 상황에서 LG카드 박해춘 사장이 12월 말 실적 잠정집계 수치를 채권단에 넘겼다.9월 이후 실적이 호전돼 자본잠식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2000억여원 줄어 1조원만 증자하면 된다는 계산이 나왔다. 채권단은 이에 따라 증자 참여규모를 당초 67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낮춰 LG그룹에 제안했고,LG그룹도 고심 끝에 계열사 참여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채권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LG그룹은 특히 계열사 부담을 줄이는 대신 도의적인 책임을 진 개인대주주들의 출자전환 규모를 늘리기로 하고, 그룹총수인 구본무 회장이 대주주들을 직접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통 컸던 협상, 득실은? 앞으로 채권단은 증자 분담액 5000억원 중 ▲2717억원은 신규출자로 ▲2283억원은 기존 무담보채권을 출자전환(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자본금을 늘리는 것)하는 형식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따라 채권단의 전체 출자 규모는 기존 2조 6000억원에서 3조 1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는 앞으로 결정될 감자(減資)비율에 따라 1조원 아래로 줄어들 수 있다. 채권단 핵심관계자는 “신규출자는 물론이고 출자전환 역시 이자수익 감소 등이 예상돼 부담스럽지만 LG카드의 청산으로 입을 손해에 비하면 득이 훨씬 크다.”면서 “특히 LG그룹에 증자액의 절반을 부담시킨 것도 채권단 입장에서는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LG그룹은 5000억원 중 ▲2643억원은 구 회장 등 개인대주주(약 600억원)와 계열사(약 2000억원)가 공동으로 지원하고 ▲2357억원은 전액 개인대주주 보유 채권에서 출자전환을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총수일가 등 개인대주주들의 분담액은 3000억원(2357억원+약 600억원)에 달하게 됐다. 특히 이 중 300억원은 기존 채권의 출자전환으로 해결 못해 신규출자를 해야 한다. 또 LG카드에 대한 LG그룹 전체의 무담보채권은 당초 1조 1750억원에서 약 7000억원으로 줄어들어 당장 그만큼에 해당하는 이자수입이 줄게 됐다. ●LG카드 순항할까 채권단은 이번 증자와 함께 LG카드의 조달금리를 현재 연 7.5%에서 5.5%로 내려주고, 신용공여한도도 기존 3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확대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LG카드는 이자비용 부담이 줄어들고 만기연장이나 상환도 다소 여유있게 됐다. 특히 오는 2월 말까지 증자 및 감자 절차를 밟아 상장유지가 이뤄지면 경영 정상화를 앞당겨 매각작업도 본격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채권단의 설명이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이날 “LG카드의 정상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돼 매각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금융지주도 LG카드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LG카드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오는 25일 일반공모를 통해 2억주 규모의 청약을 실시키로 의결했다.LG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9월부터 매월 순익을 내 11월까지 583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연간 2000억원 이상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카드산업이 내수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만큼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그만큼 부실 발생 위험도 커져 채권단과 LG그룹측의 추가 지원이 더 이상 없다고 장담하기는 힘들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재계 신년사] “기업 도전정신 살려 국민에 희망을”

    ‘희망으로 달리자.’경제5단체 회장들과 재계 총수들은 을유년 신년사에 ‘희망’과 ‘도약’의 메시지를 담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경제환경도 온갖 악재로 둘러싸여 있지만 모든 경제 주체가 희망을 갖고 노력하면 위기를 기회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기업인의 도전정신이 어느 해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때라고 밝혔다. 올해를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아 향후 ‘10년 먹을거리’를 마련하는 기틀을 다지자고 당부했다.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강 회장은 ‘어려워도 기업이 희망입니다’라는 신년사에서 “모두에게 힘겨운 시기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기업은 국민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주어야 한다.”면서 새해에는 기업과 기업인이 과감하고 적극적인 도전정신을 살려 ‘희망’이 돼 줄 것을 제안했다. 그는 “기업인은 과감하고 적극적인 도전정신으로 다시 한번 ‘한강의 기적’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를 불태워야 하며,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기업이 과거 경제발전의 주역이었던 만큼 오늘의 난국을 돌파할 주역도 바로 기업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 회장은 새해에는 기업과 정부, 정치권, 근로자 등 모든 경제주체가 기본으로 돌아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자고 당부했다. 박 회장은 “갑신년 한해를 돌이켜보면 경제계를 포함한 국민 모두에게 힘든 한 해였다.”고 회고하면서 “무엇보다 경제 주체들이 기본으로 돌아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만이 경기회생의 첫 걸음이자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개발연대의 유산인 경제 주도의식을 버리고 시장의 자생력을 키우는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영 경영자총협회 회장 이 회장은 “지난해 한국 경제가 소비와 투자의 극심한 부진으로 침체국면을 면치 못한데 이어 을유년에도 어두운 전망이 우세해 무거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이같은 난관을 단기간에 극복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모든 경제주체가 합심해 난관을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경제주체가 힘을 모아 저력을 보여준다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기업이 그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경영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재철 무역협회 회장 김 회장은 “새해 우리 수출은 세계경제의 성장 둔화와 원화절상, 중국과의 경쟁 심화, 국제원자재 가격의 불안 등으로 지난해의 호조세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이런 때일수록 경쟁력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출 호조세를 이어가기 위해 차세대 성장엔진이 될 정보통신과 생명공학, 나노기술 분야의 원천기술 개발과 응용기술의 부단한 개선을 통해 우리 제품의 경쟁력을 한 단계 ‘레벨업’시키고, 새로운 시장의 외연을 넓혀 나가는 노력을 기울이자.”고 당부했다. ●김용구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 김 회장도 신년사에서 “소비와 투자 등 내수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출 증가율마저 둔화될 것으로 예상돼 우리 경제와 중소기업의 활력 회복을 어둡게 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인들의 어려움이 여명을 알리는 우렁찬 닭의 울음소리로 일소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건희 삼성 회장 이 회장은 초일류 기업으로 가는 출발선에 서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다시 힘을 모아 힘차게 미래로 나아가 줄 것을 당부했다. 이 회장은 “삼성이 지금까지 세계 일류 기업들로부터 기술을 빌리고 경영을 배우면서 성장해 왔지만 이제부터는 어느 기업도 우리에게 기술을 빌려주거나 가르쳐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자신과의 외로운 경쟁이 펼쳐질 것임을 강조했다. 이어 “초일류 기업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이지만 기쁨과 보람은 고난 속에서 꽃을 피우며, 진정한 일류기업은 불황에 더 빛을 발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최태원 SK㈜ 회장 최 회장은 올해를 ‘SK의 향후 50년을 시작하는 원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SK가치’ 재무장을 통한 강한 기업 추구▲투명하고 효율적인 경영시스템 구축을 통한 신뢰회복▲행복한 사회를 추구하는 기업문화 정착 등 새해의 3개 경영방침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SK계열사의 지속적인 생존 조건을 확보해 나가도록 노력하자.”면서 “다양한 측면에서 폭넓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변화를 선도해 갈 수 있도록 전략과 시스템, 실행역량을 갖추는 데 역점을 두자.”며 ‘강한 기업’을 강조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조 회장은 신년사에서 “수익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사업과 회사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개발,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사업구조를 미래 지향적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를 도약하는 해로 삼고,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 세계 항공업계를 이끄는 글로벌 항공사로 성장하고자 한다.”면서 “이를 위해 고객을 모든 가치의 중심에 두고 봉사하겠으며 고객에게 다가가는 현장 경영을 통해 고객의 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용오 두산 회장 박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두산은 재계 ‘톱 그룹’으로 진입하는 원년인 동시에 제2의 창업을 시작하는 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과 우수인재 육성, 차세대 첨단기술 개발,‘두산웨이’를 통한 두산 고유의 경영방식 정립 등 올해 실천 목표를 달성해 고객과 사회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기업,100년 철학 속에서 끊임없이 변혁을 추구하는 기업, 세계 속에 우뚝 선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박 회장은 “지난해 어려운 경영 여건에서도 최고의 경영성과를 달성한 만큼 올해도 모든 임직원이 지혜와 슬기를 모아 내년으로 다가온 창립 60주년을 그룹 중흥의 기점이 될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차세대 성장동력 마련과 연구개발·교육·사회공헌 투자, 윤리경영 등을 착실히 실천해 시장으로부터 신뢰받고 사회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자.”고 당부했다. 산업부 종합 golders@seoul.co.kr
  • “그룹총수 영향력 원천은 지분보다 임직원 리더십”

    28일 1년 만에 기자간담회를 가진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은 “삼성은 메모리반도체나 휴대전화 등 몇몇 품목을 제외하고는 아직 글로벌 일류기업이 아니며 앞으로 공격적인 투자와 브랜드·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통해 확고한 일류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벌 총수의 지분문제에 대해 “지분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임직원들이 회장을 얼마나 진정한 리더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영향력이 결정된다.”고 반박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 실적과 내년 투자계획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내년 투자는 올해보다 36% 늘어난 것이다. 요즘 대기업들이 사상최대 이익을 내고도 투자를 주저한다는 비판이 많은데 삼성은 전혀 그렇지 않다. 삼성이 이렇게 잘나가는 이유는. -일본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반도체 투자를 주저할 때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으로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각 계열사들은 회장이 제시한 전략을 책임감있게 실행했고 이 과정에서 구조본도 정보분석 등 보좌역할을 나름대로 충실히 했다. 이같은 ‘3각 경영시스템’과 80년대부터 인재육성,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등에 주력해 온 것 등이 성공 이유다. 지배구조와 관련한 부담이 크다. -금융계열사 의결권 문제는 삼성전자의 M&A 가능성 등을 건의도 하고 했지만 희망대로 되지 않았다. 앞으로 경영권 방어 등 여러 가지를 연구해 봐야겠다. 에버랜드는 지주회사가 될 의향도 없고 실제 아닌데 법이 그렇게 만들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피할 수 있는 길(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의 신탁)을 택한 것이다. 우리 경제가 위기라고 하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 -현재의 위기감 고조는 많은 부분 잘못된 의사소통에 기인하고 있다. 기업에서 말하는 위기는 직원들을 독려하는 차원이지 국가경제 위기하고는 다른 얘기다. 이재용 상무는 어떻게 되나. -이 상무는 첨단기술에 관심이 많고 공부를 많이 하는 등 경영수업 잘 하고 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사설] 삼성의 공격적 투자에 거는 기대

    올해 수출 500억달러를 달성한 삼성그룹이 내년에 국내에서만 21조 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한다. 이는 올해 대비 15.2% 늘어난 것으로, 공격적 투자로 평가받을 만하다. 특히 신규 공장건립과 라인증설 등 시설투자에 13조 9000억원을 들일 예정이어서 고용창출만도 2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두고도 경영여건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투자를 외면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소식이어서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이학수 삼성 부회장은 이같은 투자계획이 “어려울 때일수록 투자를 늘려 글로벌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는 그룹총수의 뜻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한국의 대표기업으로서 당연한 역할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으나, 예측할 수 없는 나라 안팎의 경영환경에서 그만한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결정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10대 대기업 가운데 대부분이 내년도 투자 가이드라인만 정했을 뿐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삼성의 발표가 공격적인 투자가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삼성은 해외투자액은 개별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경쟁력을 위해 해외투자를 게을리하지 말아야겠지만 국내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최고의 기업답게 국내투자 비중을 가능하면 더 늘려갔으면 하는 게 국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해외순방 중 “경제는 결국 기업이 한다.”고 누차 언급했다. 정부는 대통령의 이같은 인식을 받들어 기업의 투자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투자는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하는 것이란 말도 있다. 정부는 기업인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 재벌 2·3세 경영 참여…능력 인정? 핏줄 특혜?

    재벌 2·3세 경영 참여…능력 인정? 핏줄 특혜?

    최근 재벌 2·3세들의 경영 참여가 부쩍 잇따르면서 ‘경영권 세습’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체계적인 경영수업과 능력에 토대한 ‘실력 이양’이라는 주장과, 시장 검증을 거치지 않은 무책임한 ‘핏줄 상속’이라는 비판이 맞선다. 대우·한보사태에서 보듯 재벌의 흥망은 국가경제와 직결되는 만큼 부(富)의 승계와 경영권 승계는 명백히 구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계는 지금 상속중 4대 재벌은 3세 경영체제를 굳혔거나 굳혀가고 있다.LG 구본무(59)·SK 최태원(44) 회장이 경영권을 이미 물려받았고, 삼성 이재용(36) 상무·현대차 정의선(34) 부사장은 임원으로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4대 재벌에서 뻗어나온 방계그룹도 경영권 이양이 한창이다. 구평회 LG 창업고문의 둘째아들인 구자용(49) E1 부사장은 28일 사장으로 승진했다. 구자열(LG전선 부회장), 구자균(LG산전 부사장), 구자은(LG전선 상무), 구자민(LG전자 부사장), 구본진(LG상사 상무) 등 범 LG가(家)의 후손들이 속속 전진 배치되고 있다. 현대백화점 정몽근 회장의 아들인 지선씨와 교선씨,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큰딸 현아씨와 외아들 원태씨도 차례로 입사하며 3세 체제 발판을 마련했다.CJ그룹 이재현 회장-이미경 부회장 남매,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신동주 전무 형제, 현대상선 정지이씨,BNG스틸 정일선 부사장-정문선 이사 형제 등도 총수의 아들딸들이다. ●박용성 회장,“경영능력이 중요” 전국경제인연합회 이규황 전무는 “경영능력만 있으면 총수의 아들이든 삼촌이든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삼성 이건희 회장과 현대차 정몽구 회장도 창업주의 아들이지만 그룹 규모를 10배 이상 키우며 경영능력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두산그룹 2세인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사석에서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을 나온)이재용 같은 인재는 돈주고 모셔올 판”이라며 재벌 2·3세를 덮어놓고 삐딱하게 보는 세간의 색안경을 경계했다. 최근 총수 자녀들의 승진인사를 낸 그룹들도 한결같이 “혈연관계에 앞서 전문지식을 갖췄다.”고 강변했다. ●이헌재 부총리 “경영권 세습은 곤란” ‘따뜻한 시장경제주의자’를 자처하는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재산이야 자신들이 번 것인 만큼 세금만 제대로 낸다면 얼마든지 세습해도 되지만 경영권은 딸린 임직원과 식솔들,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난 만큼 세습은 곤란하다.”고 못박았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시장에서 전혀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국가경제의 상당부분을 맡겨야하는 운명”이라고 반박했다. 권 교수는 “지금처럼 재벌 2·3세들이 입사에서부터 승진까지 시장원리가 아닌 특혜를 적용받게 되면 경영실패 때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게 된다.”고 우려했다. 최근 공개된 재벌들의 지분 족보에서 드러났듯 적은 지분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유지배 구조 아래서는 이같은 폐해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대기업 총수 평균 2% 지분으로 계열사 지배

    대기업 총수 평균 2% 지분으로 계열사 지배

    삼성·LG·현대자동차·SK 등 국내 상위 36개 대기업집단(재벌) 총수들은 평균 2% 정도의 지분으로 수많은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친인척 지분까지 합해도 총수 일가의 그룹 내 평균 지분율은 5%가 채 안 됐다. 특히 총수 일가의 지분이 전혀 없이 계열사 지분만으로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회사도 전체의 60%가 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총수 일가의 지분소유와 순환출자 현황 등 재벌그룹의 소유지배구조를 정리한 ‘출자구조 매트릭스(행렬표)’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올 4월1일 현재 자산 2조원 이상인 51개 기업집단의 지분내역을 ▲총수 ▲배우자·혈족 1촌 ▲혈족 2∼4촌 ▲혈족 5∼8촌 ▲인척 4촌 이내 등 5개 범주로 묶어 나타낸 것이다. 총수가 있는 36개 기업집단의 경우, 총수 평균 지분율은 1.95%에 불과했다. 총수와 친인척을 합한 총수 일가의 지분은 평균 4.61%였다. 이 가운데 규모가 큰 상위 13개 출자총액제한 대상 기업집단(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총수 지분은 1.48%, 총수·친인척 지분 합계는 3.41%로 더욱 낮았다. 특히 36개 기업집단의 소속 계열사 781개 중 총수 일가가 지분을 하나도 보유하지 않으면서 계열사 지분을 이용해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하는 기업도 469개(60.05%)에 달했다. 공정위는 올해부터 매년 인터넷 홈페이지 www.ftc.go.kr에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분구조를 게재키로 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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