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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측근, 중수부 폐지 압력”

    참여정부 초대 검찰총수를 지낸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은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의 10분의 1을 넘었다고 밝혔다.또 당시 수사과정에서 노 대통령 측근들이 중수부 폐지까지 거론했다고 폭로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중수부 폐지 문제는 대선자금 수사와는 무관하고 대선자금 주장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 진위여부를 둘러싼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송 전 총장은 19일 숭실대에서 가진 ‘교정복지론’ 강의에서 “노 대통령 측근들이 대선 자금 수사 때 대검 중수부가 공명심에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면서 “중수부와 범죄정보실을 폐지해야 한다고 얘기했고 당시 법무부도 폐지를 검토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 불법대선 자금의 10분의 1보다 더 썼으면 그만 두겠다고 했지만 검찰은 10분의 2와 3을 찾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는 대신 독립된 특별수사처를 설치하거나 고검에 대검 중수부 기능을 분산배치하여 고검의 수사기능을 활성화하는 방안 등은 이미 참여정부 인수위 때부터 논의됐었고,2003년 11월 법무부에 제도개선 연구팀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역시 중수부 폐지 방안 등에 대해 연구가 이뤄졌으나 2004년 5월 이 연구팀이 활동을 종료하면서 최종적으로 중수부를 존치키로 결론냈었다.”고 밝혔다.윤 수석은 “따라서 중수부 폐지 문제는 대선자금 수사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이어 “2004년 6월쯤 정치권에서 다시 중수부 폐지론이 제기된 바 있으나 이는 정부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윤 수석은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었다는 지적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윤 수석은 “당시 검찰 중간수사발표에 따르면 이른바 노무현 캠프의 불법대선자금은 113억 8700만원이고, 한나라당 대선자금은 823억 2000만원으로 액수로 10분의 1이 넘는 것으로 발표가 됐지만, 당시 중수부장은 ‘113억 부분은 수수 시기와 당 차원의 모금 차원인지 여부 등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다. 또 증거에 따른 최소한의 액수이기 때문에 비교는 무의미하다.’고 말한 바 있다.”고 전했다. 윤 수석은 이어 송 전 총장이 ‘검찰에서 10분의 2,3을 찾았더니, 대통령 측근들이 검찰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른다며 손을 봐야 한다고 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그렇게 말한 측근이 누구인지를 오히려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날 청와대에 대한 날선 비판을 했다. 유기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송 전 검찰총장의 발언과 관련,“사실일 경우 노 대통령이 (사퇴한다는)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하고, 국민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박찬구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개방·경쟁흐름 생각보다 거세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18일 “개방과 경쟁이라는 시대의 흐름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거세지고 있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대응을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발상의 전환, 변화 스피드 배가(倍加), 지식경영 정착 등 3가지를 제시했다.재벌그룹 총수가 한·미 FTA의 영향과 대응방안에 관해 상세히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허 회장은 이날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수도권 지역 임원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분기별 임원모임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미 FTA는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국가들과 더 넓게 문호를 개방하는 과정의 시작”이라며 “어떻게 위협 요인을 관리하고 기회 요인을 잘 활용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미 FTA 협상이 일부 예외를 제외하곤 모두 개방키로 하는 등 상당히 높은 수준의 내용으로 타결됐고, 직접투자와 같은 개별 이슈들도 예상보다 진전된 협상결과를 도출했다.”고 평가했다. 허 회장은 “GS의 사업성격상 한·미 FTA가 당장 눈에 보이는 큰 영향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새롭게 진출하려고 계획중인 사업들 중엔 (한·미 FTA와)직접 관련을 가진 분야들도 많이 있을 것”이라며 “시장과 경쟁의 구조가 바뀌면서 당초엔 예상치 않았던 사업기회를 포착할 수도 있다.”고 역설했다. 발상을 바꾸라는 얘기다. 이어 “앞으로는 1·4분기(1∼3월)에 경험한 것보다 더 많은 변화와 도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변화 스피드를 몇 단계 높이지 못하면 미래를 자신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지식과 정보에 기반한 경영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주문도 빠뜨리지 않았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공정위-대한상의 ‘날세운 설전’] “재계는 공정위 ‘경쟁정책’ 오해 말라”

    김병배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17일 재계에 ‘쓴소리’를 했다. 공정위의 경쟁 정책이 잘못됐다는 재계의 불만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것도 대한상공회의소가 초청한 조찬 강연에서다. 호랑이 굴에서 호랑이를 호통친 셈이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독점으로 소비자 후생이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김 부위원장은 재계의 불만은 오해라고 설명했다. 우선 글로벌 기업에 대항할 수 있는 국내 대표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내셔널 챔피언론’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70%를 넘어 사실상 독점”이라면서 “현대·기아차가 분리됐을 때는 무이자 대출도 많았지만 합쳐진 뒤로는 혜택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내셔널 챔피언론은 시장에 의한 승자 결정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일본의 자동차 산업은 국내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거쳐 세계 시장을 석권한 반면 국내 자동차 산업은 경쟁이 크지 않아 소비자 후생이 감소했고 최근에는 수입자동차의 점유율도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또한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같은 재벌정책으로 국내기업이 역차별을 당했다는 주장에는 “계열사 출자 가운데 투자를 의미하는 신규회사 지분 증가분은 8%에 불과하다.”면서 “출총제 때문에 투자를 못했다는 기업은 만나보지도 못했다.”고 일축했다. 게다가 출총제는 국내외 모든 기업에 적용되고 총수 중심의 재벌 구조는 한국에만 있는 것으로 역차별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과당경쟁은 이익감소와 경영악화를 초래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재계의 논리에도 그는 “소비자나 수요자의 사고가 아니라 생산자와 공급자 중심의 사고”라고 평가했다.김 부위원장은 이어 “경쟁은 치열할수록 소비자와 수요자에게 좋으며 기업이 담합규제 등 쉬운 길만 모색한다면 개방 시대에 경쟁력을 잃고 구조조정을 지연하는 결과만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총수지분 50% 넘는 계열사에 100억이상 거래땐 공시의무화

    오는 7월부터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들은 총수 일가의 지분이 50%를 넘거나 계열사와 분기내 100억원 이상을 거래하면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공시를 해야 한다. 또 지주회사가 단독으로 최다출자자인 계열회사만 자회사로 규정해 사실상 손자회사까지 자회사로 포함되는 문제가 해소될 전망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이 같은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개정안을 마련해 17일부터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7월1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우선 회사의 순자산의 40%를 넘는 주식을 소유할 수 없는 출자총액제한제도 적용 대상을 자산 2조원 이상의 중핵기업으로 한정했다. 이로 인해 LG 등 주요 대기업 4곳과 264개 계열사가 출총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특히 총수 2세가 대주주이면서 경영권 승계의 편법 수단으로 이용된 삼성SDS나 글로비스,SKC&C 같은 회사들이 출총제 적용을 면제받게 돼 규제의 허점이 노출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주회사의 자회사 정의도 ‘지주회사가 단독으로 최다 출자자인 계열사’로 개선된다. 현행 규정은 지주회사가 다른 자회사 및 손자회사와 합해 최다출자자이면 자회사로 본다. 때문에 사실상 손자회사의 지위에 있는 회사까지도 법률상 자회사로 보게 되는 문제점이 초래되고 있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한진·현대重 출총제 재지정

    한진·현대重 출총제 재지정

    출자총액제한 적용을 받는 그룹이 지난해 14개(343개사)에서 13일부터 11개(264개사)로 줄게 된다. 자산 기준이 6조원에서 10조원으로 높아지면서 동부, 현대,CJ, 대림, 하이트맥주가 빠졌고 한진과 현대중공업이 졸업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3년 만에 다시 지정됐다. 하지만 오는 7월 자산 2조원 이상의 중핵기업으로 출총제 대상이 좁혀지면 삼성과 현대차 등 7개 그룹 27개 회사만 적용을 받게 된다. 출총제 적용을 받지 않는 그룹은 순자산의 40% 이상을 다른 회사에 출자할 수 있다. 지난해 출총제 적용을 받은 기업들의 매출과 순이익, 부채비율 등은 모두 개선됐으나 수익성은 나빠졌다. 특히 공기업은 민간그룹의 부채비율이 감소한 것에 비해 무려 13.86% 포인트나 증가, 방만한 경영을 반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2007년도 출총제 및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을 지정,13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출총제 대상은 삼성, 현대차,SK,LG, 롯데,GS, 금호아시아나, 한진, 현대중공업, 한화, 두산 등 11개 그룹이다. 자산이 10조원이 넘지만 출총제 졸업제도를 이용해 빠진 그룹은 한전, 포스코,KT, 하이닉스 등 9개다. 따라서 출총제 대상 기업은 264개로 지난해보다 79개사가 감소했다. 하지만 오는 7월 시행령이 개정되면 삼성, 현대차,SK, 롯데,GS, 한진, 현대중공업 등 7개 그룹의 27개 중핵기업만 출총제 적용을 받게 된다.LG와 금호아시아나, 한화, 두산 등 4개 그룹은 제외된다. 특히 SK 등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그룹이 늘면 출총제 대상 기업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자산 2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채무보증 제한 그룹은 62개로 지난해보다 3개가 늘었다. 금호아시아나에 편입된 대우건설과 친족분리로 자산규모가 축소된 중앙일보가 빠진 대신 태평양, 교보생명, 오리온, 대우자동차판매, 현대건설 등이 새로 포함됐다. 지난해 출총제 적용을 받은 14개 그룹의 평균 매출액은 지난해 41조 5000억원으로 05년보다 11조 5000억원이나 증가했다. 그룹별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2조 1500억원에서 2조 5600억원으로 4000억원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91%에서 89.6%로 1.4%포인트 감소했다. 하지만 매출액 대비 순이익 비율은 7.18%에서 6.19%로 떨어졌다. 반면 자산 2조원 이상 상호출자 제한 62개 그룹의 경우 평균 매출액은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감소했다. 부채비율도 95.4%에서 95.9%로 높아졌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 비율 역시 7.30%에서 6.20%로 낮아졌다. 특히 상호출자 대상 가운데 공기업의 경우 부채비율이 91.33%에서 105.19%로 늘어난 반면 총수 있는 민간그룹은 101.12%에서 96.67%로, 총수 없는 민간그룹은 77.46%에서 75.63%로 줄었다. 아울러 자산 규모 순위는 5위까지 삼성·한전·현대차·SK·LG 등의 순으로 지난해와 같았다. 한편 자산순위 34위인 현대백화점은 총수를 정몽근 명예회장에서 정지선 부회장으로,35위인 코오롱도 총수를 이동찬 명예회장에서 이웅열 회장으로 각각 바꿔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했다. 출총제 대상은 모두 총수가 있는 민간 그룹이며 상호출자 대상 가운데 55개는 민간그룹,7개는 공기업이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사설] 순환출자 고리 끊은 SK그룹

    SK그룹이 오는 7월부터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SK㈜를 SK홀딩스와 SK에너지화학으로 분할한 뒤 SK홀딩스가 SK에너지화학 등 7개 자회사를, 자회사가 다시 SK인천정유 등 27개 손자회사를 거느리는 형태로 수직계열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SK㈜-SK텔레콤-SK C&C-SK㈜로 이어지는 환상형 순환출자 고리를 2년내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지배구조 투명성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SK측의 이러한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SK가 과거 소버린자산운용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공격대상이 된 것도, 최태원 회장이 분식회계와 비자금문제로 사법처리되는 수난을 겪은 것도 따지고 보면 순환형으로 엮어진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무관치 않았다. 기업 총수가 쥐꼬리만한 지분율을 갖고 전권을 휘둘렀음에도 견제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데다, 한 회사가 부실화되면 우량기업마저 동반부실되는 위험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순환출자된 한 회사가 경영권 위협에 노출되면 그룹 전체가 사냥꾼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는 게 소버린 사태가 남긴 교훈이었다. 우리는 지난해 말 출자총액제 논란 당시 출총제 대상 축소와 순환출자 금지를 도입하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도에 대해 이중규제를 이유로 반대했지만 상호출자의 변형인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제어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SK그룹의 결정이 다른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선작업에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되길 기대한다.
  • [‘신시내티 레즈’ 탐방] (상) 구단 운영 노하우

    [‘신시내티 레즈’ 탐방] (상) 구단 운영 노하우

    한국 프로야구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박찬호·이승엽 등 스타 플레이어들이 미국과 일본으로 빠져나가면서 국내 경기에 대한 야구팬들의 관심이 떨어진 것이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열악한 경기시설과 서비스, 후진적인 구단 경영도 위기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서울신문은 미국의 중소도시 신시내티에 기반을 둔 메이저리그 팀 레즈를 현장에서 집중 취재, 선진적인 스포츠 구단의 운영 방식을 점검해 봤다. |신시내티(미국 오하이오주) 이도운특파원|미국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와 시카고 컵스의 2007년 개막 경기가 열린 지난 2일,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 파크’ 스타디움은 오전부터 붉은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마치 서울 시청 앞 광장을 가득 채운 ‘붉은악마’들을 보는 느낌이었다. 레즈(Reds) 팀의 상징색인 붉은 셔츠를 입은 팬들이 개막 행사와 경기를 보기 위해 일찌감치 가족들과 함께 오하이오 강변에 세워진 경기장으로 나선 것이다. ●“서비스, 서비스, 서비스” 4만명이 훨씬 넘는 인파가 짧은 시간 안에 모여들었지만 경기장의 진행요원들은 능숙한 솜씨로 질서를 유지했다.2003년 3월 문을 연 스타디움은 신시내티 도심에서 걸어서 15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경기장으로 접근하는 순간부터 레즈 팀의 서비스는 시작됐다. 우선 스타디움 진입로에서 젊은 여성들로 구성된 홍보요원들이 레즈 팀의 1년치 경기일정과 선수 정보가 담긴 손바닥 크기의 책자를 나눠 주며 길도 안내하는 ‘인포메이션 데스크’ 역할도 했다. 경기장으로 들어서자 은퇴한 노인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은 입장하는 팬들에게 성조기를 하나씩 나눠 주고 좌석을 안내했다. 경기장에 처음 오는 사람도 두리번거리지 않고 자원봉사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좌석을 찾고, 기념품 매장과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었다. 내야쪽 좌석의 입구에서는 1900년대 초 신시내티 ‘레드 스타킹스’의 유니폼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입장객들을 둘러싸고 기념사진을 찍어 줬다. 오후 2시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스타디움을 한 바퀴 돌아봤다. 곳곳에서 팬들을 위한 서비스들이 눈에 들어왔다. 우익수 쪽 외야석 뒤편에는 부모와 함께 왔지만 아직 야구에 익숙하지 못한 어린이들을 위한 미끄럼틀 등 놀이터가 마련돼 있었다. 그 옆에는 막 야구에 눈을 뜨기 시작한 어린이들을 위해 실제로 야구 공을 던지고, 배트를 휘둘러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중견수 쪽 외야 뒤편에는 서늘한 ‘물안개’가 뿜어져 나오는 시설이 있었다. 경기를 보다가 더위를 느끼는 관객들은 시원한 물안개를 맞으면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레즈 팀은 이와 별도로 경기장 내에 에어콘이 설치되고 시원한 음료가 무료로 제공되는 ‘냉방’을 네 곳에 설치해 더위에 약한 관중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경기장의 매점들도 야구와 관련된 이름을 붙여 통합성을 느끼게 만들었다. 핫도그를 파는 매장의 이름은 ‘홈런 도그’였고, 햄버거를 파는 매장은 ‘하이 파이브 그릴’이었다. 쓰레기통까지도 모두 붉은색으로 통일해 레즈 팀의 로고를 갖다 붙였다. 그러다 보니 팬들은 쓰레기통이라고 함부로 더럽히지를 않았다. 경기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팬 서비스가 시작됐다. 이닝이 끝날 때마다 치어리더들이 덕아웃 위로 올라와 생수와 돌돌 말아온 레즈 팀 티셔츠를 관중석으로 직접 던지거나 ‘발사기’를 이용해 쏘아올렸다. 치어리더들이 들고 나온 발사기는 꽤 성능이 좋아서 생수와 셔츠가 2층 관중석까지 도달했다. 경기 도중 레즈 팀의 강타자 애덤 던이 친 파울 볼이 빠른 속도로 관중석으로 향하자 커다란 유리창 파열음이 났다. 관중들은 깜짝 놀랐지만 실제로 유리가 깨진 것은 아니다. 레즈 팀의 음향전문가 데이비드 스톰이 컴퓨터로 합성한 효과음이었다. ●“파울볼 부상땐 치료비 전액 지급” 레즈 팀의 데클란 멀린 구장 운영담당 부사장은 “실제로 파울 볼이 나와서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 모든 치료비는 팀에서 다 지불한다.”고 말하고 “이와 함께 반드시 야구 배트와 글러브, 사인이 들어간 공도 선물로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서비스는 비용에 따라 차별화되기도 한다.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 파크의 일반 좌석은 9등급으로 나뉘어 5∼40달러까지 가격을 달리 받는다. 여기에 하루 입장료가 무려 230달러인 다이아몬드 클럽(홈플레이트 바로 뒤의 좌석과 실내의 클럽을 함께 이용)을 포함한 특별 좌석도 6개나 있다. 이 가운데 1루측 2층 관중석 끝에 자리잡은 ‘리버 프런트’ 클럽은 신시내티 최고의 명당이다. 글래스 박스 안에 만들어진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한쪽으로는 야구를 보고 한쪽으로는 스타디움을 감싸고 흐르는 오하이오 강을 내려다볼 수 있다. 카렌 포거스 홍보담당 부사장은 이곳이 연인들의 데이트 및 청혼 장소로 자주 이용된다고 말했다. 하루 입장료는 200달러(약 18만 4600원). 또 이곳은 결혼식 피로연과 가족 모임 등을 위해 대여도 되며 2007년에는 375차례의 행사가 예약돼 있다고 포거스 부사장은 밝혔다. dawn@seoul.co.kr ■ 신시내티 레즈는 어떤팀 신시내티 레즈는 1866년 창단된 미국의 첫 프로야구 팀이다. 지금까지 다섯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내셔널리그 센트럴 디비전에 소속돼 있다. 현 구단주는 신시내티 출신의 사업가 로버트 카스텔리니로 지난해 2700만달러에 팀을 인수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평가한 팀의 현재 총가치는 2억 7400만달러(약 2700억원).1년 수익은 1억 3700만달러로 추산된다. 팀의 올해 연봉 총액은 7900만달러로 30개 구단 가운데 15위를 기록했다. 최고연봉 선수는 844만달러(약 84억원)를 받는 켄 그리피 주니어다. 레즈는 미국내에 6개, 베네수엘라와 도미니카공화국에 1개씩 모두 8개의 마이너리그 팀을 보유하고 있다. ■ “티켓 판매금이 총수익의 절반 정기 팬미팅에 50만弗씩 투자” |신시내티(미국 오하이오주) 이도운특파원|“메이저리그 팀 경영요? 모든 게 돈입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 팀의 필립 카스텔리니 사업담당 부사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팀의 경영 현황을 설명했다. 필립은 구단주인 로버트 카스텔리니의 아들이다. ▶인구 33만명의 작은 도시에서 메이저리그 팀 운영이 가능한가. -레즈는 신시내티 시만의 팀이 아니다. 오하이오 강 건너 남쪽으로 켄터키주, 서쪽으로 인디애나주, 동쪽으로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도 팬들이 온다. 신시내티 메트로폴리탄 지역을 모두 따지면 인구가 200만명을 넘는다. ▶주요 수익원은 무엇인가. -티켓 판매와 TV·라디오 중계권료, 기념품 판매, 기업 후원 등이다. 이밖에 콘서트 개최 등을 위한 경기장 대여 등 특별수익이 있다. 레즈의 넘버원 수익원은 티켓 판매로 50%에 가깝다. 다른 팀들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시장이 큰 구단은 티켓 수입도 크고,TV 중계료도 크다. 경기장 규모는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뉴욕 양키스 같은 팀은 미디어 중계권료의 수익 비중이 훨씬 커진다. ▶스타디움을 임차하는 데 드는 비용은? 소유보다 임차가 나은가. -2009년까지는 매년 100만달러(약 9억 2300만원) 정도를 내기로 했다. 직접 경기장을 짓는 것과 임차하는 것을 비교해 보니 임차가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30개 팀 가운데 26개 팀은 경기장을 임차해 쓴다. ▶구단 운영의 목표는 이익인가. -야구는 수익도 많지만 지출도 많은 사업이다. 매년 이익을 내는 것보다는 팀의 자산가치를 키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매년 현금 흐름만 긍정적으로 이뤄지면 된다. 말하자면 팀을 10에 사서 5년 뒤에 50에 파는 식이다. 그러나 구단주들이 꼭 팀의 가치를 늘리는 데만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자기가 태어난 고향과의 유대관계 등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팀으로서는 가장 좌절스러운 대목이다. 어느 팀에서나 돈을 가장 많이 받는 선수가 제일 접근하기 어렵다. 경기 외의 행사에 거의 참석하지 않는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팬들과 접촉하면, 팬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아 수익이 늘고, 스타 플레이어들은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것이 이뤄지지 않는다. ▶왜 계약에 선수들이 팀 행사에 참여하도록 포함시키지 않는가. -메이저리그는 모든 스포츠 가운데 선수 노조가 가장 강하다. 구단은 선수들을 1년에 세 번만 행사에 부를 수 있다. 그런 문제점 등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 팀은 경기장 문을 일찍 연다. 팬들이 선수들의 타격과 수비 연습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레즈 페스티벌’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선수와 팬들이 만나는 자리를 만든다. 이틀 행사에 1만 8000명의 팬을 초대하는 데 50만달러가 소요된다. ▶팬들은 야구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야구는 스포츠일 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다. 야구는 풋볼이나 농구보다 영화나 음악과 경쟁한다. 또 야구는 3대가 함께 즐기는 가족 이벤트다. 가족은 보통 경기장 나들이를 20일 전에 결정한다. 따라서 가족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은 20일 뒤의 경기를 염두에 두고 시행한다. ▶티켓 값을 낮추면 관중이 늘어나나. -작년에 ‘반값 경기’ 행사를 시도해 봤다. 그러나 결론은 ‘할인 행사를 조심하지 않으면 선수들 연봉을 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웃음) dawn@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13)누르하치, 명(明)에 도전하다Ⅴ

    [병자호란 다시 읽기] (13)누르하치, 명(明)에 도전하다Ⅴ

    누르하치의 푸순 점령 직후, 명 조정의 신료들은 당장 병력을 동원하여 이 ‘괘씸한 오랑캐’를 공격하자고 했다. 하지만 명의 내부사정은 간단치 않았다. 만력제의 태정(怠政)과 황음(荒淫)에서 비롯된 난맥상은 명의 발목을 잡았다. 환관(宦官)들의 발호가 심각했고, 당쟁은 격화되었다. 재정은 고갈되었고, 그것을 타개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증세(增稅) 조처가 취해졌다. 민원(民怨)이 높아지고, 반란을 꾀하는 분위기가 퍼져갔다. 우여곡절 끝에 누르하치를 치기 위한 원정군은 편성했지만 영 미덥지 못했다. 명은 결국 조선과 예허에 손을 내민다. 병력을 내어 원정에 동참하라고 요구했다. 누르하치의 도전으로 촉발된 불똥이 조선으로 튀기 시작했다. ●광세( 稅)의 폐단, 명을 병들게 하다 만력제가 오랫동안 조정에 나오지 않고, 신료들을 접견하지 않으며, 그들의 상소나 건의에도 답하지 않자 자연히 환관들이 득세하게 되었다. 황제의 생각이나 명령이 오로지 환관을 통해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만력제는 향락과 토목공사에 필요한 재원(財源)을 환관들을 시켜 긁어 모았다. 환관들에게 흠차태감(欽差太監)이란 직함을 주어 전국으로 파견했다. 광감( 監), 세감(稅監), 염감(鹽監), 주감(珠監) 등 다양한 명칭의 태감들은 각지에서 백성들에게 명목도 없는 세금을 마구잡이로 강탈했다. 영세한 상인과 수공업자들에게 상세(商稅)를 긁어내고, 약간의 은화를 빼앗기 위해 민가를 철거했으며 무덤까지 파헤쳤다. 반항하는 백성들에게는 무지막지한 폭력을 휘둘렀다. 환관들이 각지에서 참혹한 수탈을 자행하고 있다는 소식은, 베이징에 갔던 사신들을 통해 조선에까지 알려질 정도였다. 백성들은 아우성을 쳤다. 분노는 행동으로 표출되었다. 호북(湖北)에 파견되었던 환관 진봉(陳奉)의 패거리가 폭력을 휘두르며 수탈을 자행하자 백성들은 궐기했다. 그들은 진봉의 부하 16명을 붙잡아 강물에 던져버렸다. 운남(雲南)에서는 성난 백성들이 환관 양영(楊榮)의 숙소를 습격하고, 폭력을 자행한 양영의 패거리 200여명을 살해했다. 환관들의 발호는 요동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1603년 환관 고회(高淮)는 부하 수백명을 이끌고 요양(遼陽), 진강(鎭江), 금주(金州), 복주(復州) 등 요동 일대를 휩쓸었다. 그들은 민간에서 수십만냥의 은화를 강탈했고, 그 때문에 여염이 텅 비어버렸다. 17세기 초, 만력제가 환관들을 시켜 자행했던 수탈을 보통 ‘광세( 稅)의 화(禍)’라고 부른다. 무자비한 수탈 때문에 전국 각지의 상공업은 위축되고, 국가의 공적 세입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민심은 조정으로부터 떠나고, 민변(民變)이라 불리는 저항운동이 각지를 휩쓸게 되었다. ●명, 고민 끝에 이이제이(以夷制夷)를 꾀하다 푸순의 함락과 장승음의 패전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명 조정에서는 누르하치를 응징하기 위한 원정군 편성 문제를 논의했다. 하지만 ‘광세의 폐’로 말미암아 나라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은 여의치 않았다. 나라의 공식 금고인 태창(太倉)이 비어버린 상태에서 병력을 징발하고 군수를 조달하려면 특단의 조처가 필요했다. 이미 언급했듯이 만력제는, 내탕을 풀어 군자금에 보태라는 신료들의 거듭된 요청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1618년 4월27일 직예순안(直隸巡按) 왕상항(王象恒)은 이미 일선에서 물러난 장수들 가운데 가정(家丁)을 많이 거느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총병(總兵), 부장(副將) 등의 직책을 주어 요동으로 보내자고 했다. 가정이란 국가에 소속된 정규병력이 아니라 장수 개인이 사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군사를 말한다. 일종의 사병(私兵)인 셈이다. 임진왜란 당시 명군 사령관인 이여송(李如松)도 다수의 가정을 이끌고 조선에 들어 왔었다. ‘퇴역 지휘관’들이 거느린 가정을 활용하자는 왕상항의 주장은, 정규군 병력을 신속하게 동원하는 것이 어려웠던 명의 실정을 잘 보여준다.16세기 후반의 척계광(戚繼光)처럼 의지할 만한 현직 지휘관이 없는 상황에서 이미 물러난 장수들이라도 불러들여야 했다. 윤 4월이 되자, 물러나 있던 지휘관들을 불러들이라는 만력제의 조칙이 내려졌다. 양호(楊鎬), 유정(劉綎), 이여백(李如栢), 왕국동(王國棟), 시국주(柴國柱) 등이 줄줄이 불려와 다시 기용되었다. 양호는 정유재란 당시 명군 사령관이었고, 유정과 이여백도 조선에 참전했던 장수들이었다.‘어제의 용사’들이 전투력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같은 달 17일 호과급사중(戶科給事中) 관응진(官應震)이 ‘오랑캐를 제어하기 위한 세 가지 방책(禦奴三策)’을 내놓았다. 그가 제시한 방책의 핵심은 누르하치를 제압하기 위해 조선과 예허를 끌어들이자는 것이었다. 관응진은 후금이 북으로는 예허와, 남으로는 조선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사실을 중시했다. 그는 예허가 과거부터 누르하치와 첨예하게 대립해 왔던 사실, 조선이 임진왜란 당시 명으로부터 ‘구원받았던’ 사실을 상기시키고 두 나라를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예허로부터 군사들을 빌려 후금의 오른쪽을 치고, 조선으로부터 조총수(鳥銃手) 3000명을 징발하여 후금의 왼쪽을 공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형적인 이이제이책(以夷制夷策)이었다. ●조선과 예허는 고분고분한 오랑캐로 지칭 이이제이란 ‘오랑캐를 이용하여 오랑캐를 견제한다.’는 것이다. 요코야마 히로아키(橫山宏章)에 따르면 이이제이책은 중화(中華)가 와해될 위기에 처할 적마다 어김없이 나타났다고 한다. 막강한 북방민족의 공격에 시달렸던 송(宋)의 왕안석(王安石)과 사마광(司馬光), 서구와 일본의 군사적 도전에 쩔쩔맸던 청말(淸末)의 이홍장(李鴻章)은 물론 2차 대전 이후 소련을 이용하여 미국을 견제하려 했던 마오쩌둥(毛澤東)에 이르기까지 이이제이책은 중국의 전통적인 위기탈출 전략이었다. 관응진은 ‘어노삼책’에서 조선과 예허를 가리켜 ‘고분고분한 오랑캐(順夷)’라고 지칭했다. 명에 ‘고분고분한 오랑캐’를 이용하여 ‘도전을 일삼는 사나운 오랑캐’를 응징하자는 것이었다. 그같은 발상은 관응진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1618년 푸순 함락 이후, 명 조정에는 조야(朝野)의 지식인들로부터 누르하치를 제압하기 위한 방책들이 빗발쳤다. 그 내용을 모아 책으로 묶은 것이 오늘날 전하는 ‘주요석획(籌遼碩)’이다.‘요동을 도모하기 위한 큰 계책’ 정도의 뜻을 지닌 이 책에서도 적지 않은 지식인들이 조선을 이용하자고 강조했다. 이윽고 1618년 윤 4월27일 조선 조정에는 병부좌시랑(左侍郞) 왕가수(汪可受)가 보낸 격문이 도착했다. 왕가수는 먼저 명나라와 조선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강조했다.‘조선이 사람의 몸이라면 명은 그 머리이고, 조선이 나무라면 명은 그 뿌리’라고 했다. 이어 임진왜란 시기 명이 조선에 군대를 보내 일본군을 격퇴시킨 ‘은혜’가 있음을 상기시켰다. 임진왜란이 끝나갈 무렵부터 조선의 식자들과 명의 인사들 가운데는 ‘재조지은(再造之恩)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명군이 원군을 보냄으로써 ‘망해 가던 조선을 다시 살린 은혜’를 베풀었다는 것이다. 왕가수는 ‘재조지은’을 상기시킨 뒤, 본론을 이야기했다. 명이 베푼 ‘은혜’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누르하치를 공격하는 데 동참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격문을 받는 즉시 군병을 정돈시켜 대기하다가 기일에 맞춰 나아가 토벌하는 데 실수가 없도록 하십시오.”라고 했다. 겉으로는 ‘요청’인 것 같지만 사실상 ‘명령’이었다. 왕가수의 격문을 받은 뒤, 광해군과 조선 조정은 고민에 빠졌다. 임진왜란이 끝난 지 20년, 광해군이 즉위한 지 10년 만에 찾아온 ‘위기의 순간’이었다. 왜란이 남긴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상황에서 조선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명의 요구를 받아들여 누르하치와 악연을 맺을 것인가? 거부하여 ‘재조지은’을 배신할 것인가? 푸순성을 삼켜버린 누르하치의 불길이 바야흐로 조선까지 밀려왔던 것이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개방형 감사관 조심스러워서…

    ‘감사관’을 개방형 직위로 내놓은 행정부처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보다 투명하고 객관적인 감사를 위해 외부에 개방했지만 막상 외부인에게 조직 내부의 모습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 인물에 따라선 자칫 조직에 ‘사정바람’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그래선지 몇몇 부처들은 공모 기간을 몇차례씩 연장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경우 지난 1월부터 3차에 걸쳐 감사관 공모를 실시했으나 적임자를 찾지 못해 감사관 자리가 3개월 이상 공석이다. 결국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4차 재연장 공모를 실시, 적임자를 찾고 있다. 다른 모 부처도 사정이 비슷하다. 이 부처의 경우 지난 2월26일부터 3월5일까지 감사관을 공개 모집했으나 응모 결과가 여의치 않자 3월15일까지 연장 공고를 냈다. 응모 인원이 3명에 불과한 데다 적임자가 눈에 띄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2차 기간엔 검사 출신 변호사를 비롯, 회계사, 전직 공무원 및 언론인 등 10여명이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처에선 내심 순수 민간인보다는 공직 경험이 있는 사람이 발탁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현재 각 부처는 ‘개방형직위 및 공모직위 운영규정’에 따라 고위공무원단 직위 총수의 20% 이내에서 개방형 직위를 지정·운영하도록 되어 있다. 외교통상부 보건복지부 건설교통부 등 12개 기관이 감사관을 개방형 직위로 하고 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국민·우리·신한銀 “자산·경쟁력 1위 모두 잡겠다”

    국민·우리·신한銀 “자산·경쟁력 1위 모두 잡겠다”

    ‘일등 은행’을 향한 국민·우리·신한은행의 경쟁이 4월 들어 더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임·연임 행장들이 3월 주주총회 등으로 분산됐던 업무 역량을 추스르며 치열한 경쟁에 대비할 것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달 가까이 끌어온 은행장 선출로 어수선했던 우리은행은 공격적 영업을 펼치는 박해춘 행장을 맞아 전열을 빠르게 가다듬고 있다.2일로 통합 1주년을 맞은 신한은행도 ‘1등 은행과 세계적인 은행을 향한 원년으로 삼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부동의 ‘국내 일등 은행’을 고수하고 있는 국민은행도 세계적인 피겨선수인 김연아 선수를 내세워 ‘대한민국을 뛰어넘는 1등 은행 국민은행’이라는 이미지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회장·은행장 중심으로 “돌격 앞으로”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이날 통합 1주년을 맞아 발표한 기념사에서 “우리가 내부정비에 치중하는 사이 영업에 집중해온 타 은행들의 질주가 예사롭지 않다.”면서 “이기는 경영으로 1등 신한은행을 반드시 이루는 게 꿈”이라고 강조했다.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우리금융그룹이 씨티은행이나 HSBC와 같은 세계적인 금융그룹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1등 금융그룹’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29일 취임식을 가진 우리은행 박해춘 행장은 취임사에서 “시장 상황을 잘못 판단해 LG카드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경쟁 관계에 있는 신한지주에 뺏기고 말았지만,1등 카드의 꿈을 포기할 수 없다.”고 카드사업 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힌 뒤 “1400만명에 달하는 고객과 전국적인 영업망, 그리고 1등을 향한 열정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도 이날 조례사에서 “앞으로 사회봉사활동을 통해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 의무를 충실하게 수행, 선도은행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면 생산성을 더 높여야 한다.”고 선언했다. ●엎치락뒤치락 대출 자산 불리기 신한은행은 한 달새 원화 대출을 2조원가량 늘리며 연초 은행권 영업 대전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회장·행장 선출로 주춤했던 영업력을 빠르게 회복하며 은행권에서 두번째로 대출 100조원대로 진입했다. 2일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현재 신한은행의 총여신(원화대출) 규모는 92조 5934억원으로 전월말 대비 1조 9653억원(2.2%) 증가했다. 대출 증가율과 증가액 모두 두달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11월 우리은행에 내줬던 총수신 2위 자리를 올 2월 되찾는 등 두 은행은 여·수신 모두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은행의 원화대출은 100조 1030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1조 3710억원(1.4%) 늘어나며 처음으로 100조원대로 진입했다. 올 1월 대출 증가액 1위를 차지했던 국민은행은 136조 1830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 1019억원(0.8%) 늘어나며 증가액 3위로 밀렸다. 주택 대출이 전월 대비 8974억원이나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공공기관 세분화

    4월부터 공공기관이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 등으로 세분화된다. ‘정부투자기관 관리기본법’(정투법)과 ‘정부산하기관 관리기본법’(정산법)이 통합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데 따른 것이다. 이 법에 따라 ‘정투법’ 대상기관(17개)과 ‘정산법’ 대상기관(77개)외에 새로 추가되는 기관 등 모두 120여개 기관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 기획예산처는 2일 회의를 열어 공공기관 세분화 방안을 발표한다. ‘공공기관 운영법’에 따르면 공기업은 공공성보다 상업성이 높은 기관으로 총수입 대비 자체수입이 50%를 넘어야 한다. 공기업은 시장형과 준시장형으로 분류된다. 시장형 공기업은 총수입 대비 자체 수입이 85%가 넘고, 자산이 2조원 이상이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는 준시장형 공기업이다. 자체수입이 50%이하여서 상업성보다 공공성이 강조되는 준정부기관은 기금관리형과 위탁집행형으로 나눠진다.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은 중앙정부 기금을 관리하는 기관이고,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은 기금을 관리하지 않는 기관을 말한다. 나머지 기관은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이같은 공공기관의 체제 개편은 그동안 공공기관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불분명하고 관리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또 관리 방식도 일관된 원칙없이 부처별·기관별로 각양 각색이다 보니 관리 감독에 일관성을 갖지 못했다. 일례로 업무성격은 유사하지만 한전의 경우는 ‘정투법’, 지역난방공사는 ‘정산법’, 가스공사는 ‘민영화법’ 등 각기 다른 체계로 관리돼 왔다. 주무부처의 관리·감독을 받던 이들 공공기관은 앞으로 사실상 기획예산처의 지휘를 받게 됐다. 모든 공공기관은 경영공시, 고객만족도 조사, 경영혁신에 대한 자료를 기획예산처가 중심이 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주무 부처는 사업에 관한 감독만 행사하게 되는 등 영향력이 축소된 셈이다. 이 운영위는 특히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임원 임명은 물론 임원에 대한 해임·해임건의를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정부 “이래서 경제위기론 과장”

    재정경제부가 최근 제기된 경제 위기론이 과장됐다고 다시 반박했다. 재벌 총수의 ‘샌드위치론’에 “우리 경제의 위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일침을 놓은 지 1주일 만이다. 재경부는 30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현안 보고에서 수치를 제시하며 위기가 아닌 5가지 이유를 밝혔다. 첫째, 구조개혁으로 기업·금융·외환 부문에서의 건전성이 크게 제고됐다고 했다. 금융권 부실채권은 1998년 말 10.4%에서 지난해 말 0.84%로 크게 줄었다. 제조업 부채비율은 97년 말 396%에서 2005년 말 100.9%로 떨어졌다. 외환보유고는 외환위기 당시 39억달러에서 지난달에는 2428억달러까지 늘었다. 둘째, 거시경제 측면에서 유가하락세와 실질소득 증가세로 경기가 급랭할 가능성은 적다고 강조했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05년 4.2%에서 지난해 5%로 높아졌고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0.7%에서 2.3%로 올라갔다.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2005년 배럴당 49.4달러에서 지난해 하반기 60달러를 넘었다가 지난달에는 55달러로 떨어졌다. 셋째,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비교해 국내 주택담보대출 부실을 거론하는 것도 ‘기우’라고 했다. 지난해 말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은 13.3%이지만 국내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은행 0.6% ▲보험 1.0% ▲상호금융 2.7% ▲저축은행 8.9% 등으로 낮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미국은 80%가 넘지만 국내는 ▲은행 49.5% ▲보험 48.9% ▲상호금융 60∼70% ▲저축은행 69.1% 등으로 안정됐다는 논리다. 넷째,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해도 그 영향은 적다고 했다. 예컨대 저축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2조 2000억원으로 금융권 전체의 0.8%에 불과하다. 반면 미 서브프라임은 전체 모기지 대출의 12.75%에 이른다. 게다가 미국의 경우 대출기관은 모기지를 자산유동화채권 등으로 되팔아 투자자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지만 우리 금융기관은 대출을 그대로 보유, 부실이 확산될 소지가 낮다. 다섯째, 정책 대응에도 차이가 있다. 미국은 2004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2년 2개월간 정책금리를 1%에서 5.25%로 올려 시중자금을 상당수 회수했다. 하지만 우리는 2005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3.25%에서 4.5%로 점진적으로 올렸다. 더욱이 미국은 지난 2일에서야 대출심사 강화방침을 발표하는 등 관리·감독에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1∼2년간 부실이 잠복하다가 2∼3년째부터 곪아터지는 수가 있다.”면서 “지금 상황을 장담하기에는 이르다.”고 경고했다. 시장의 경고를 폄하하며 방심하다가는 위기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도토리 뉴스] 정몽구회장 작년 배당금 276억… 4년 연속 1위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난해 배당금이 전년보다 16.2% 줄었지만 276억원으로 자산기준 10대그룹 총수중 1위를 차지했다.4년 연속 1위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158억원으로 2위. 지난해보다 1.4% 줄었다. 이어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143억원, 구본무 LG그룹 회장 91억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82억원 등으로 50억원 이상을 기록하며 상위를 차지했다.
  • “재계 위기론은 이해부족 탓”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재계가 제기한 경제위기론에 재정경제부가 “한국경제의 위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각의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경제를 걱정하는 것은 좋지만 불안감을 조성해선 곤란하다는 참여정부 전반의 시각이 깔렸다. 하지만 현실 감각이 뛰어난 재계 총수들의 발언을 정부가 겸허히 수용하진 못할망정 무조건 폄하해서야 쓰겠느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석동 재정경제부 1차관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재계 원로 등이 제기한 문제는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따른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를 우려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앞날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그러나 “단기적 위기론을 제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과거와 같은 토대 위에서 단순한 불안감을 나타내는 것은 한국경제의 현실적 위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 근거로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조기경보시스템을 마련했으며 지속적인 구조개혁을 추진한 결과 외환과 금융 등 모든 부문에서 투명성을 확보, 국·내외적으로 신뢰를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원동 재경부 경제정책국장도 이날 국정브리핑 기고를 통해 “경제위기론이 패배감이나 자기 폄하로 발전해서는 안 되며 건설적으로 사회적 중지를 모으는 데 보탬이 돼야 한다.”면서 “걱정이 도를 넘어 위기감으로 증폭되고 서로 공격하는 자리로 변질되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中 토종 vs 외국 ‘은행 대전’

    中 토종 vs 외국 ‘은행 대전’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계와 외국계 은행간의 ‘대회전’이 중국 본토에서 시작됐다. 씨티뱅크, 스탠다드차터드,HSBC, 홍콩동아은행 등 4개 은행이 21일 위안화 비즈니스 허가증을 받고 영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중국 언론들이 전했다. 지난해 말 은행업 개방 결정 이후 빠르게 진행된 일이다. 앞으로 외자은행들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더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우세의 강점을 살려 토종은행에 뒤떨어지는 영업망 열세를 보완하려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4개 은행은 1차적으로 ‘부자 마케팅’에 주력할 전망이다. 중국의 백만장자는 35만명에 자금 규모도 2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택대출인 모기지론도 주요 공략 대상이다. 이후 일반고객 등으로 저변을 넓혀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은행감독위원회 관계자들은 “예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은행측이 이른 시일 안에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컨대 스탠다드차터드는 이미 지난해 중국에서의 영업 총수입이 전년도보다 2배 늘어난 3억달러를 기록했고 이윤은 3배나 증가했다. 연내에 지점수를 2배로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한국의 은행들도 가세한다. 우선 ‘틈새시장’이 1차 공략 지점이다. 아무래도 자본력이나 브랜드 밸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이 중국 내 법인 설립 절차를 밟고 있다. 우리은행 김범수 지점장은 “중국인과 한국인이 정서적으로 공통점이 있어 마케팅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면서 “중국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위안화 업무와 함께 신용카드 부문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호락호락 시장을 내줄리는 없다. 특히 중국은 이날 전국에 3만 7000개의 지점을 가진 ‘우정은행’을 전략적으로 출범시켰다. 거미망처럼 얽힌 우체국 지점의 활용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작전이다. 공상은행·중국은행·교통은행·건설은행 등 기존의 ‘토종 빅4’들도 부쩍 해외은행과의 제휴·합병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공상은행이 홍콩과 인도네시아에서 은행을 인수했고, 중국은행은 미국에서 은행인수를 추진 중이다. 건설은행도 해외 은행의 지분을 확보하겠다고 공개 천명했다. 몸집 불리기와 함께 첨단 금융기법 도입을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동시에 서비스 강화에도 적극적인 양상이다. jj@seoul.co.kr
  • [사설] 민주노총 총파업 자제 선언 주목한다

    온건노선을 표방하며 지난 1월 민주노총위원장에 당선된 이석행 위원장이 올해 임·단협 투쟁계획을 발표하면서 총파업 자제를 선언했다.1995년 민주노총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 위원장은 “조직 역량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총파업은 객기”라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통과되더라도 총파업 대신 반대운동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능하면 노동운동의 최후수단인 파업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대신 대화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역대 민주노총 지도부가 임·단협 투쟁계획에 총파업 일정을 미리 못박았던 것과 비교하면 실로 괄목할 만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모든 현안을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이 위원장의 선택과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 과거 이수호 위원장의 중도퇴진 사례에서 보듯 강경파들이 투쟁노선을 좌지우지해온 민주노총에서 온건노선을 천명하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의 지적처럼 현장 사업장이 별로 참여하지 않는데도 대기업 강성노조 간부 중심으로 고집해온 총파업은 실익도 없을뿐더러 여론의 외면만 초래했다. 노조조직률이 사상 최저 수준인 10.3%로 선진국의 절반 이하까지 떨어진 것도 ‘투쟁을 위한 투쟁’이나 ‘그들만의 투쟁’과 무관치 않다. 이 위원장은 취임 이후 기획예산처, 노동부, 건설교통부 등 관련부처 장관을 면담한 데 이어 대기업 총수들과의 대화에도 나설 뜻을 피력했다. 이 위원장이 ‘전투적 노사관계’를 ‘대화와 협력’으로 물꼬를 돌리기 위해 온몸을 내던진 만큼 정부와 재계도 적극 협력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 위원장의 온건노선에 힘을 실어주어야 ‘협력적 노사관계’의 싹이 뿌리내릴 수 있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오는 26일부터 6개월간 현장 대장정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를 계기로 지금의 노동운동 위기를 불러온 현장과의 간극을 최대한 좁히기 바란다.
  • 정몽구 회장 “새 성장해법 찾아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이어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도 ‘샌드위치 위기론’을 설파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종전과 다른 방식의 성장해법을 찾아야 한다고도 했다. 정 회장은 16일 기아자동차 주주총회때 주주들에게 나눠준 영업보고서에서 “세계 자동차산업이 내일의 승자를 예상하기 어려울 만큼 무한경쟁이 계속되고 있다.”며 “일본업체는 주요 시장에서 우리에 대한 견제 수위를 더욱 높여가고 있고, 중국 등 후발업체들은 빠른 속도로 턱밑까지 추격해오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재계 서열 1·2위의 그룹 총수가 잇따라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우리나라의 ‘넛크래커(nutcracker)’ 위기론을 환기시키고 나서 심상치 않게 들린다. 정 회장은 “세계 경제성장 둔화 가능성과 글로벌화에 따른 환율 위험 증대 등으로 경제여건 역시 만만치 않다.”며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종전과 다른 방식과 시스템으로 새로운 성장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앞서 이 회장은 지난 9일 “5∼6년 뒤에 우리 경제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한편 기아차는 이날 주총에서 새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로 영입한 안희봉 전무를 등기이사로 선임했다. 감사위원도 4명에서 5명으로 늘렸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LG家 사람들 ‘주식부자’

    160억원 이상인 한국의 주식부자 중 LG가(家) 사람들이 37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재계 사이트인 재벌닷컴이 국내 주요그룹 총수 및 일가족 3700명의 상장사 보유주식 평가액을 9일 종가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직·방계 가족이 37명으로 가장 많았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가족과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가족이 각각 26명,15명으로 뒤를 이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 등 3명이 주식부자 500위에 포진돼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가족은 2명이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가족은 7명,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가족은 4명,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가족은 3명이었다. 총수 가족들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 평가액을 가문별로 보면 신격호 회장을 비롯한 롯데가의 총액이 3조 782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LG(3조 3287억원), 신세계(3조 653억원), 삼성(2조 8667억원·이재용 전무의 부인 임세령씨의 경우 대상그룹 계열사 보유), 현대차(2조 4602억원)의 순이었다. 한편 삼성생명 등 비상장 회사의 경우는 주식평가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에 실제 주식 부자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재계총수 글로벌 행보 2제] 구본무, 폴란드 방문 ‘현장경영’강화

    모처럼 외부 행사에 참석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8개월 만에 해외 출장을 떠난다.구 회장은 9일 서울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2007 투명사회협약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곧 폴란드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LG 관계자는 “구 회장은 5월쯤 폴란드에서 LG전자와 LG필립스LCD가 입주하는 LCD(액정표시장치) 클러스터 준공식에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장은 이미 완공됐으며, 시험 가동을 시작했다. 유럽연합(EU) 행정부의 준공 허가를 기다리는 상태다. 폴란드 출장은 구 회장이 지난해 9월 LG전자가 러시아에 세운 디지털가전 공장 준공식 참석 이후 첫 해외 방문이다. 구 회장이 ‘현장경영’을 강화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구 회장은 “(그동안)성과주의로 (인사를 단행)했는데, 남들이 온정주의로 생각하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팽배한 위기감에 온정적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읽혔다. 구 회장은 LG필립스LCD의 필립스 지분(32.9%)과 관련,“필립스측이 팔려고 하지 않겠나.”라고 밝혀 물밑 작업이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일본 마쓰시타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구 회장은 “알아서 생각하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LG의 한 관계자는 “매각의 주체는 필립스이며, 지분이 30% 이하로 내려갈 때는 협의하기로 돼 있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제품 수요처이면 좋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마쓰시타는 올 초 2조 2000억원을 투자,PDP 라인을 증설키로 해 LCD에 뜻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재계총수 글로벌 행보 2제] 정몽구 “글로벌 경쟁력 높이겠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9일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해 나갈 것”이라며 글로벌 리더로서의 도약 의지를 재차 다졌다. 정 회장은 이날 현대차 주주총회에 앞서 배포한 인사말을 통해 “향후 세계 자동차시장이 선진업체의 견제와 후발업체의 추격으로 더욱 격화될 전망”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정 회장은 “어떠한 어려움도 기회와 에너지로 삼아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모든 역량을 집중, 강화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이같은 맥락에서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19일부터 2만여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특별 정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회사의 위기상황을 제대로 알리고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일종의 정신무장 훈련이다. 정 회장 스스로도 최근 비서실장을 교체하는 등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정 회장을 보좌해온 배원기(50·전무) 전 실장은 건설 계열사인 엠코 경영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분간 이봉재 이사가 비서실장 역할을 대행한다. 이 이사는 고려대 영문과를 나왔다. 최근 그룹내 영향력이 더 커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출신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 안에 윤리위원회 설치도 지시했다. 투명경영을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이날 주총에서 정관을 바꿔 위원회 설치 근거도 마련했다. 조만간 사외이사 5명, 경영진 1명, 외부인사 2명 등 8명으로 구성된 윤리위를 발족한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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