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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순사건 유해’ 12구 발굴

    1948년 ‘구례 봉성산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들의 유해 12구가량이 발굴됨에 따라 여순사건 유족들이 주장해 온 피해 내용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유해 상태가 좋지 않아 정확한 유해 수는 최종 감식이 끝난 뒤 확인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와 한양대 발굴팀은 16일 오후 전남 구례군청 상황실과 구례군 봉성산 발굴 현장에서 설명회를 열고 “지난달 18일부터 봉성산 일대의 매장 추정지를 발굴한 결과 여순사건 때 희생된 것으로 보이는 유해 12구가량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이번 작업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집단희생사건에 대해 국가가 예산을 책정해 실시한 첫 발굴사업이다. 진실화해위는 “일부 유해의 두개골 부위 등에서 카빈 소총 탄두 19개와 M1소총 탄두 1개가 발견된 것으로 미뤄볼 때 희생자들이 당시 군·경의 총기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진실화해위는 또한 “발굴 현장에서 탄피가 발견되지 않은 점은 희생자들이 구례 경찰서 인근에서 사살된 뒤 봉성산으로 옮겨져 매장됐다는 유족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진실화해위는 발굴 유해들을 충북대학교 유해감식센터로 옮겨 정밀 감식작업을 벌이고, 필요할 경우 유족들의 동의를 얻어 DNA 검사로 신원도 확인할 예정이다. 김동춘 상임위원은 “이번 유해발굴의 가장 큰 성과는 유족들의 증언을 사실로 확인한 것”이라면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부분들은 유족 증언과 추가 조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례 봉성산 여순사건’은 여순사건 연루자로 지목돼 구례경찰서에 연행·유치돼 있던 구례군 민간인 70여명이 1948년 11월19일 경찰에 의해 총살, 봉성산 공동묘지에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이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함평 11사단’ 명예회복 권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약칭 진실화해위)는 “지난 3일 한국전쟁 전후 불법적으로 이뤄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인 ‘함평 11사단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긴급한 전투상황이 아님에도 주민들이 빨치산에 협력하고 있다고 판단해 민간인을 집단 총살한 것은 범죄이며, 이 책임은 당시 한국군 총참모장과 국방부 장관, 대통령에게까지 귀속된다.”고 밝혔다. ‘함평 11사단 사건’은 육군 11사단 20연대 2대대 5중대 군인들이 1950년 11월20일부터 1951년 1월14일까지 전남 함평군과 장성군, 광산군 등에서 빨치산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주민 258명을 총살하거나 부상케 한 사건이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1949년 문경 석달사건서 살아남은 채의진씨

    “사건 발생 57년 6개월 3일 만에 진상규명이 됐습니다. 덩실덩실 춤을 춰도 이 기쁨을 다 표현하지 못하겠습니다.” 문경 석달사건 생존자 채의진(72)씨의 떨리는 목소리는 크고 높았다.“지난 세월 가슴에 쌓인 한이 비로소 씻겨나갔다.”고 했고,“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통곡소리로부터 조금은 놓여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진실화해위 “반인륜적 집단학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약칭 진실화해위)는 29일 “‘문경 석달 집단희생사건’에 대해 26일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문경 석달사건은 1949년 12월24일 경북 문경군 석달마을에서 2사단 소속 국군 70여명이 마을 주민 86명을 집단 총살한 사건이다. 주민들이 ‘공비’에게 음식을 줬다는 ‘입증되지 않은’ 이유 때문이었다. 사망자 중 10세 이하 어린이만 22명이었다. 진실화해위는 “석달사건은 국군이 비무장 민간인인 노약자나 부녀자를 아무런 확인과정 없이 무자비하게 총살한 반인륜적인 집단학살”이라며 ▲유족들에 대한 국가의 사과 ▲부상자들에 대한 의료비 및 생계비 지원 ▲유족들의 지속적 위령제 봉행을 위한 재정적·제도적 지원 등을 권고했다. ●형·사촌동생 시신에 깔려 살아 진실규명 결정엔 채의진씨의 평생에 걸친 노력이 있었다. 사건 당시 13살이었던 채씨는 형과 사촌동생의 시신에 깔리는 바람에 살아남았다. 석달사건을 알려내려고 21년간의 교사생활을 그만뒀고,‘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피해자 전국유족회’를 만들어 공론화시켰다. 미국을 오가며 관련 비밀문서를 찾아 공개하기도 했다. 채씨는 “14대 국회 때부터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진상규명을 요구했지만 정부와 국회는 모르쇠로 일관해왔다.”면서 “오죽하면 청와대 앞에서 분신자살할 생각까지 했겠나.”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이제라도 국가를 믿고 싶다” 채씨는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인 것도 통탄할 노릇이지만, 사망원인을 ‘공비에 의한 총살’로 호적에 기재해 진실을 왜곡한 정권들의 행태를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회고했다. 채씨는 “이제라도 국가를 믿고 싶다.”면서 “국가는 피해자 배상과 위령사업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석달사건에 관한 개별 특별법을 만들어 피해배상 규정을 명시하지 않는 이상 현행법으로 피해자 배상은 불가능하다. 채씨는 “2005년 경북 도의원 56명 전원의 서명으로 배상 관련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17대 국회에서 통과되긴 힘들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고려인은 결코 죽지 않는다”

    ‘때만 되면, 때만 되면…. 나는 빈 주먹만 쥐었다 편다.’ “1937년에 강제이주당하면서 수십명의 고려인 대학생들이 김동환 시인의 노래를 불렀습니다.70년이 지났는데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15일 홍익대에서 열린 ‘고려인 강제이주 70주년 특별 학술대회’에 초청된 고려인 평론가 정상진(89)씨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그는 아직도 열 아홉살 대학교 2학년 때 극동의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으로 향하던 30량짜리 열차를 잊을 수 없다. 앓다가 죽은 사람은 기차역에 버려졌고, 이주대상자 20만명의 10%인 2만명이 죽었다. 대부분 아이와 노인들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 빵공장에서 빵을 굽던 아버지는 총살을 당했다. 강제이주 얘기만 꺼내도 죽음을 당하던 혹독한 시간이 벌써 70년이나 흘렀다. 정씨는 “내게 남아 있는 게 있다면 나라를 위해 일본과 싸워 이겼다는 걸 자랑할 수 있는 것뿐”이라고 말했다.1945년에 소련군 태평양함대 해병대에 입대한 그는 북한 인민정권 수립에 참여하라는 명령을 받고 같은 해 9월 원산항에서 김일성을 맞이했다. 이때의 인연으로 김일성은 정씨를 “나를 처음으로 맞아준 사람”이라며 아꼈다.1952년부터 3년간 북한 문화선전부 제1부상(차관급)을 지내게 된 계기였다.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女談餘談] 너무 관대한 성범죄 처벌/주현진 산업부 기자

    지난 5일 어린이 날. 열 살 된 여자 아이가 길을 가다 32세 남성에 의해 에쿠스 차량에 납치돼 성폭행당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제주도에서 성추행 당한 뒤 실종·살해된 양지승 어린이가 주검으로 돌아온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벌이진 일이다. 연일 발생하는 어린이 성범죄 사건을 두고 중국에서 온 조선족 아주머니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어떻게 여기는 이런 일이 자꾸 일어나나. 중국에선 그냥 총살이라….” 그러게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얼마나 더 많은 아이들이 피해를 당해야 아동을 상대로 한 성범죄자들이 ‘총살’ 비슷한 처벌이라도 받게 될까. 대검찰청에 따르면 의제 강간을 비롯한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각종 성폭력 범죄 접수 건수는 2004년 702건,2005년 770건,2006년 837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아동 성폭력 전문상담센터인 해바라기아동센터의 아동성폭력 관련 상담 건수도 지난해 645건으로 전년(505건)보다 27% 증가했다. 안타까운 소식은 이같은 증가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위원회가 지난해 상반기 법원에서 형을 확정받은 1106명의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법원 최종 선고형량을 분석한 결과 징역형은 18.2%에 그쳤다.81.8%가 벌금형(47.1%)과 집행유예(34.7%)로 풀려났다. 성폭력을 하면 반드시 ‘총살당한다.’는 관념이 없는 탓에 재범도 많고 증가율도 높아지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어린이를 상대로 한 성범죄자에 대해 중형은 물론, 범죄자의 모든 정보를 지역 사회에 공개한다. 텍사스주에서는 아예 아동 성범죄자가 사는 집 주변에 전과자가 사는 곳이라는 푯말도 붙인다. 독일, 덴마크 등에서는 화학적 거세까지 합법화할 만큼 처벌이 무섭다. 반면 우리는 아직도 전자 팔찌가 인권 침해니 어쩌니 논쟁을 벌이면서 아이들을 더 끔찍한 위험에 내몰고 있는 건 아닌지 답답하다. 요즘 집값 하락 뉴스가 연일 크게 보도되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이 낳은 결과로 보인다. 의지만 있으면 못할 일이 없다. 우리가 집값에 신경쓰는 100분의1의 노력만 들여도 아동 성폭력 문제를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주현진 산업부 기자 jhj@seoul.co.kr
  • “먼지 날린다” 골재업자 엽총살해

    골재 공장에서 먼지가 자신의 식당으로 날리는 것에 불만을 품은 60대 식당 주인이 골재공장 임원을 엽총으로 쏴 살해한 뒤 자신도 자살했다.27일 오전 10시20분쯤 충남 아산시 음봉면 삼거리 S부동산 사무실에서 주인 이모(62)씨가 엽총으로 S골재공장 이사 김모(36)씨의 목과 가슴을 쏴 살해하고 공장 사장 임모(41)씨의 배를 쏴 중상을 입혔다. 이씨는 이어 자신의 가슴에 엽총 1발을 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임씨는 병원에서 “이씨가 평소 비산먼지를 문제삼아 ‘물 좀 뿌려달라.’고 해서 몇번 뿌려줬는데 이날 사무실로 오라고 해 식당 종업원이 갖다 준 커피를 마시다가 이씨가 갑자기 ‘오늘 너 죽고 나 죽자.’면서 벽에 세워놓았던 엽총을 꺼내 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식당 문을 열고 식당옆에 2평 정도의 부동산중개업소를 차려 영업을 해왔다. 골재공장은 5년 전부터 운영돼 왔다.아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나주 동박굴재 학살 진실규명”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18일 ‘나주 동박굴재’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한국전쟁 전후 우리나라 군인·경찰에 의해 저질러진 민간인 학살사건 가운데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진 것은 이 사건이 처음이다. 진실화해위는 “그동안 유족과 마을주민 진술로 전해오던 동박굴재 사건을 관련 증언과 자료를 확보해 조사한 결과 사실임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공권력에 의해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인 만큼 피해 회복을 위해 국가가 나설 것을 권고했다. 동박굴재 사건은 1951년 2월26일 전남 나주시 봉황면 철천리 철야마을 뒷산 동박굴재에서 나주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인민군 점령기 때 부역했다는 이유로 주민 20여명을 총살한 사건이다. 생존자 김모씨는 “사건 당일 새벽 4시쯤 ‘공비가 마을에 숨어들었으니 마을 앞으로 집합하라.’는 방송을 듣고 마을 사람들이 모였는데 경찰이 무작위로 30여명을 지목해 뒷산으로 끌고 가 총을 쐈다.”고 증언했다. 이명곤 진실화해위 부대변인은 “정부 차원에서 특별법을 제정해 진상규명에 나선 거창양민학살사건과 제주4·3사건을 제외하면, 민간인학살 사건 7500여건 가운데 과거사법에 의거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진실화해위는 결정문을 수정, 보완해 빠른 시일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길섶에서] 너무한 엉터리/송한수 출판부 차장

    아무리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해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인터넷에 떠다니는 음주단속에 관한 글들을 읽고서다. 어떤 나라에서는, 술 마시고 시동이 꺼진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있기만 해도 총살형을 선고 받는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온라인으로만 떠도는 게 아니라 활자로도 옮겨졌다. 출처가 한 방송 프로그램이라던가. 말레이시아에선 음주운전을 하다 들키면 곧장 감옥으로 보내진단다. 결혼한 사람이라면 멀쩡한 부인까지 함께 처넣었다가 이튿날 훈방한단다.‘아내의 바가지 때문에 음주운전을 하지 않겠지 해서 짜낸 잔꾀’라는, 그럴듯한 해석까지 양념으로 곁들인다. 터키에서는 음주운전자를 적발한 장소에서 30㎞ 떨어진 곳으로 데려가 걷게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이 나라들의 관광청이나 대사관은 “그런 말이 있다는데, 웃지도 못할 일”이라고 단칼에 잘랐다. 엉터리가 사실로 굳어져 입에 오르내린다면 너무 허망하다. 퍼다 옮기는 데에도 책임은 당연히 따라야 한다. 송한수 출판부 차장 onekor@seoul.co.kr
  • 20세기이후 순교자 첫 성인 추대 추진

    가톨릭계가 20세기 이후 순교자를 성인으로 추대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8일 천주교 인천교구(교구장 최기산 주교)에 따르면 6·25전쟁 때 순교한 평신도 선교사 송해붕(세례자 요한)에 대한 ‘시복시성(諡福諡聖) 추진위원회’를 구성, 성인으로 추대하기 위한 공식 절차에 돌입했다. 천주교에선 선구자적인 삶을 산 이들에게 성인(聖人) 혹은 복자(福者)라는 명예호칭을 준다. 복자로 추대하는 것을 ‘시복’, 성인으로 추대하는 것이 ‘시성’이라고 한다. 이미 성인 반열에 오른 103위 성인과 현재 추진 중인 순교자 123위 외에 한국 교회가 병인박해(1866∼1879) 이후 순교자에 대한 시복시성을 추진하는 것은 처음이다. 인천교구는 송해붕 선생에 관한 기초자료 수집 및 검증을 한 뒤 올해 안에 바티칸 교황청에 보고할 방침이다. 교황청에서 수 년에 걸친 엄밀한 조사를 통과하게 되면 교황의 조서를 통해 복자로 인정된다. 복자로 인정받은 뒤에 확실한 기적이 두 가지 이상 있을 때 성인으로 받들어진다. 1926년 경기도 부천에서 태어난 송해붕 선생은 44년 덕원신학교에 편입, 사제 공부를 하던 중 광복 이후 신학공부를 포기하고 김포 고촌 은행정 마을로 들어가 야학을 운영하며 활발한 전도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천주교를 전파하는 것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마을 주민 밀고로 1950년 10월11일 공산주의자로 몰려 마을 주민들에 의해 총살을 당했으며, 유해는 고촌성당에 안치됐다. 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 차동엽 신부는 “선생이 남긴 업적이나 순교 사실을 감안하면 성인 반열에 오를 가능성은 90% 이상”이라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사료 부족 탓에 주목받지 못했던 일제강점기나 6·25 때 순교자에 대한 추가 청원의 물꼬가 트여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후세인사형 파문] 후세인 출생부터 사형까지

    [후세인사형 파문] 후세인 출생부터 사형까지

    전쟁광인가, 아랍 민중의 영웅인가. 세상을 떠난 세계 독재자들이 그러하듯 30일 사형이 집행된 사담 후세인도 이중적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하지만 복잡한 아랍 정세를 차치하더라도, 두자일 마을의 시아파 주민 학살을 비롯, 그의 손에 묻은 ‘피’의 양은 아랍권 패권을 손에 쥐려 한 냉혈 독재자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저항자’란 뜻을 지닌 사담은 1937년 4월28일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150㎞ 떨어진 티크리트시 외곽의 오우자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생후 8개월 만에 고아가 됐는데, 양부로부터 구타를 당하며 자랐다는 말이 있다. 그를 길렀다는 외삼촌이 구타를 일삼은 양부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외삼촌은 반(反) 영국 투쟁을 하던 군 장교였다. 18세 때 바그다드로 상경, 학생운동에 참여하다 1956년 바트당에 입당, 핵심분자로 성장한다. 그해 이라크 국왕 파이살 2세 제거를 노린 불발 쿠데타에 참여했고,3년 뒤 왕정붕괴 후 집권한 압델 카림 카셈 대통령 암살모의에도 개입했다가 시리아·이집트로 도피생활을 했다.1963년 바트당이 쿠데타로 집권한 뒤 그의 정치적 위상은 자리를 잡는 듯했으나,9개월 뒤 정권이 바뀌면서 1966년까지 수감되기도 했다. 1968년 쿠데타로 바트당이 재집권한 뒤 권력의 최정점을 향해 급속히 부상하던 후세인은 마침내 1979년 아메드 하산 알-바크르 대통령의 뒤를 이어 이라크 지도자의 자리에 섰다. 십자군 전쟁에서 기독교 연합세력을 물리치고 예루살렘을 탈환한 이슬람의 영웅 살라후딘의 이름을 따 자신의 고향 티크리트주 이름을 살라후딘주로 개명한 그는 1980년 9월 이란·이라크전을 일으켰다. 이 사이 후세인은 1983년 두자일 마을 주민 148명을 학살했고,1988년엔 쿠르드의 마을에 생화학가스를 살포,5000명을 사망케 했다. 8년 전쟁 이후 후세인은 미사일과 생화학무기, 핵 기술 등 군비증강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또 전쟁 부채를 벗기 위해 1990년 8월 쿠웨이트를 전격 침공했다. 유엔 안보리 제재를 받았고,1991년 1월 미군 주도의 걸프전에서 패퇴했다. 그러나 후세인은 폭압정치로 1995년 10월과 2002년 10월 대선에서 100%에 가까운 찬성표를 얻어 권력을 강화했다. 유엔의 경제제재와 미·영의 군사적 압박 속에서도 권력을 유지해온 후세인은 결국 9·11 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예방전쟁’ 명분속에 공격을 받고 몰락했다.2003년 12월 고향 티크리트의 한 농가 토굴에서 생포된 그는 지난 2004년 미군에서 이라크 임시정부로 인계돼 ‘두자일 마을 학살사건 주도’ 혐의로 이라크 특별재판부에 의해 기소됐다. 재판관과 그의 변호사 2명이 피살되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법원은 “총살형을 받겠다”고 말했던 후세인에게 교수형을 확정 선고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후세인사형 파문] 교수형 직전 “나를 희생물로 바친다”

    30일 교수대의 이슬로 사라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재판정에서도 당당함과 고집스러움을 버리지 않았다. “나는 이라크의 대통령”이라며 판사를 준엄하게 꾸짖고 “총살형을 바란다.”고 주문했다. 아랍어로 ‘맞서는 자’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중동의 패자로 미국에 대항하다 몰락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가 남긴 말들이다.●나는 나를 희생물로 바친다. 내 영혼이 순교자의 길을 걷는다면 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교수형 직전)●당신들은 이라크 국민이 아닌 점령자의 이름으로 재판하고 있다.(2006년 8월 쿠르드족 학살 첫 재판에서)●나는 35년간 당신들의 지도자였는데, 나가라고 명령하느냐.(2006년 1월29일 재판에서 퇴정명령을 받고)●우리의 적은 미국인이 아니라 이라크를 파괴하고 있는 미국 정부다.(2005년 12월21일 재판에서)●내 이름은 사담 후세인이다. 나는 이라크의 대통령이다. 협상을 하자.(2003년 12월 체포된 뒤)●범죄자인 아들 부시가 인간성에 대해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2003년 3월 미국이 침공한 첫 날)●미국은 중동 석유를 손에 쥐기 위해 이라크를 파괴하려 한다. 궁극적으로 전 세계의 원유와 경제뿐 아니라 정치까지 손에 넣으려고 한다.(2002년 9월 유엔 총회의 경고 메시지에 대해)●미국은 그동안 자신의 지도자들이 세상에 뿌린 가시를 거두고 있다.(2001년 9ㆍ11테러에 대해)
  • [토요영화]

    ●프리즈 프레임(KBS2 밤 12시25분)‘큐브’(1997)나 ‘메멘토’(2000)처럼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저예산 스릴러 영화. 언젠가 있을지 모르는 누명 때문에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비디오카메라에 담는 강박증을 지닌 남자의 이야기다. 독특한 설정에다가 살인 사건의 진범을 찾아가는 퍼즐 스토리가 눈여겨 볼 만하다. 숀 베일(리 에번스)은 일가족을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다. 또 다시 누명을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은 물론, 집에 90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10년 동안 자신의 모든 일과를 기록한다. 카메라 기록만이 자신의 생존 방법이 되어버린 숀은 범죄의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털도 밀어버린다. 숀은 어느 날 경찰로부터 5년 전 발생한 살인 사건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당시 알리바이를 증명할 테이프가 사라지는데….2004년작.99분. ●피오릴레(EBS 오후 11시) 세계 영화계를 들여다보면 공동 작업을 하는 형제 감독들이 많다.‘바톤핑크’(1991)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코언 형제,‘매트릭스’ 시리즈의 워쇼스키 형제,‘아메리칸 파이’(1999)의 웨이츠 형제 등이 유명하다.‘피오릴레’를 연출한 비토리오(1929∼), 파올로(1931∼) 타비아니 형제는 이들보다 훨씬 앞선 세대로 이탈리아 뉴시네마의 거장.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출발한 이들은 1962년 ‘불타는 남자’로 장편영화 신고식을 치른다.‘파드레 파드로네’(1977)로 사상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비평가상을 동시에 거머쥐며 세계 거장 반열에 올랐다. 마술적이고 신화적인 관점을 네오리얼리즘과 결합시키는 한편 르네상스 시대 그림을 보는 듯한 아름다운 화면을 연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네데티 집안의 어린 남매는 아버지와 함께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에 베네데티 가문에 얽힌 전설을 듣는다. 황금에 얽힌 비극은 1797년 시작된다. 나폴레옹 군대에서 금화를 운반하던 장(마이클 바르탄)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 농부의 딸인 엘리자베타(갈라테아 란치)와 사랑에 빠지지만 엘리자베타의 오빠가 금화상자를 훔쳐 달아나고 장은 총살당한다. 장의 아이를 임신한 엘리자베타는 오빠가 범인임을 모른 채 복수를 맹세하지만 아이를 낳다가 세상을 떠난다. 엘리자베타의 맹세는 100년이 넘은 세월이 흐른 뒤 훔친 황금으로 부자가 된 베네데티 가문에서 실현되는데….1993년작.117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로버트 김 희망메시지] “대한민국 맞습니까”

    [로버트 김 희망메시지] “대한민국 맞습니까”

    요즈음 이곳에서 “대한민국 맞습니까.”라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왜 이런 말을 듣게 되는가도 알 것 같습니다. 참으로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생각할 때 매우 우려됩니다. 조국을 사랑하는 교포로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어 몇 자 적어봅니다. 대한민국은 그냥 생긴 나라가 아닙니다. 우리 선배들이 피땀 흘려 이룩하고, 목숨 바쳐 지켜 온 나라입니다. 그리고 유엔 회원국 16개국이 수많은 젊은이들을 파병해 남한의 적화를 막아 주었습니다. 그들의 이러한 희생이 없었으면 우리는 지금의 북한 형제자매들처럼 헐벗고 굶주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총살 당했거나 정치수용소 신세를 지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이렇게 고귀한 희생하에 지켜져 왔습니다. 그런데 남한정부는 이러한 희생을 유발한 그들과 더 가까이 하려고 현금과 물자를 조건 없이 갖다 주기만 하는 것 같아 국민의 세금을 이렇게 써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거기다가 북한은 남한이 그들의 돈주머니 관리자인 양 옷을 보내라, 구두를 보내라, 비료를 보내라라는 말을 시도 때도 없이 하고 있으니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에게는 이해가 안 갑니다. 이뿐 아닙니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와 무역을 하기 위해 철도를 보수하는데 왜 남한이 세금을 써가면서 투자해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북한은 지금 117만명의 육해공군을 전진배치해서 남한을 침공하기 위해 항시 전쟁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북한 전체 경제의 70%를 군사비로 쓰고 있습니다. 그래도 남한은 반공법을 폐지하자고 하니 이상한 것 아닙니까. 그들은 노동당 규약에 아직도 한반도 공산화를 그들의 최종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에서는 한 번도 이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 않으며, 그들은 남한을 주적이라고 하고 있는데 남한은 북한이 더 이상 주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남한의 젊은이들이 몇 년씩 귀한 시간을 완전히 희생해 가면서 조국을 위해 군복무를 하는데 주적 없는 군복무가 무슨 뜻이 있겠습니까. 그들에게 무슨 정신무장을 요구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해보는 것입니까. 또 납북자를 납북자라고 부르지 말라고 억지를 부리니 그들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 말까지 바꿔야 합니까. 최근 서울에서 막을 내린 ‘요덕 스토리’ 연극을 통해서 북한의 인권 참상을 고발하려는 문화행사를 정부가 저지하려는 것도 이상합니다. 금강산이 좋은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오죽하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나왔습니까. 그런데 그들은 조물주가 공짜로 준 금강산을 상품화해서 돈을 벌고 있으니 이 또한 이해가 안 갑니다. 나아가 남한 정부가 금강산 관광을 장려하기 위해 세금으로 입장료를 대신 내 주고 있는 것도 이상합니다.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입장료 아닙니까. 이곳에서는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세계가 보는 관점을 여과 없이 듣고 있습니다. 한국정부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탈북자들을 미국에서 받을 수 있도록 미 의회가 가결했다니 무슨 창피입니까. 그리고 유엔에서 북한 인권을 논하자고 하는데 우리가 앞장서서 주도해도 힘들 터인데 기권했다니 이럴 수가 있는 것입니까. 북한에서 위폐가 만들어져 나온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인데 우리나라는 이를 수용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히려 증거를 대라고 하니 남한이 북한의 보호자가 된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우리나라가 대한민국 맞습니까.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반미를 부르짖으면서도 동경하는 나라는 미국이라니 그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교수를 감금하고 농성하는 젊은이들에게 우리나라의 장래를 맡겨야 한다니 두려워집니다. 모든 젊은이들이 다 그렇지 않겠지만 대한민국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국에서 희망찬 소식이 들려오기를 바랍니다.
  • 연해주 ‘4월참변’ 한·러 공동 재조명

    연해주 ‘4월참변’ 한·러 공동 재조명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희생된 한국인과 러시아인들을 위한 양국 합동추모제가 최초로 열린다. 한국외국어대 역사문화연구소, 우수리스크 민족문화자치회, 우수리스크 시정부 등은 1920년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에서 있었던 ‘4월 참변’ 희생자들을 위한 한·러 합동추모제와 학술대회를 3∼6일 나흘간 개최한다. 한국외대 사학과 반병률 교수는 “이번 행사는 국가보훈처의 후원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에 의한 ‘4월 참변’ 희생자 추모식은 있었지만 러시아와 함께 하는 행사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4월 참변’은 일본의 시베리아 출정군 7만여명이 1920년 4월4일 밤부터 이튿날 아침까지 연해주지역 러시아혁명군과 정부, 관공서와 신한촌(新韓村) 등을 대대적으로 공격해 두 나라 투사들과 민간인을 학살·체포하고 마을을 불지른 사건이다. 일제는 시베리아 출정군이 러시아와 조선독립군의 집요한 공격으로 궁지에 몰리자 이런 만행을 저질렀다. 당시 최재형 김이직 엄주필 황경섭 등 연해주지역 민족지도자들이 재판도 없이 총살당하는 등 한인·러시아인 5000여명이 희생됐다. 합동추모식은 씻김굿 명인인 대불대 박병천(인간문화재 72호) 석좌교수의 진혼제를 비롯해 러시아군 오케스트라, 러시아 라도가 무용단, 고려인 아리랑 무용단의 공연 등으로 진행된다. 추모사진전과 러시아혁명,4월 참변, 한국독립운동을 주제로 한 두 나라 학자들의 학술회의도 열린다. 한국측에서는 반 교수를 비롯해 국가보훈처 황원채 공적심사과장, 러시아측에서는 우수리스크 부시장과 우수리스크 국립사범대학 엔 아 부체닌 교수, 한인이민사 권위자인 블라디보스토크 역사민족고고학연구소 알렉산더 페트로프 박사 등이 참가한다. 반 교수는 “일제에 대항해 한국과 러시아가 함께 투쟁했던 역사적 경험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현재 어려움에 처해 있는 연해주지역 고려인들에 대한 러시아 사회 내 인식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獨 “AI감염고양이 인간전염 가능”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전세계로 빠르게 퍼지는 가운데 미국 대륙에 상륙할 날도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왔다. 독일에선 포유류도 AI 바이러스에 노출되면서 애완동물 관리에 비상이 걸리는 등 유럽 전체가 AI 공포에 휩싸였다.●獨 “애완동물 떠돌면 총살” 특히 독일 당국은 2일 북부 뤼겐섬의 고양이에서 검출된 AI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될 수 있는 강력한 성질의 H5N1 바이러스라고 발표했다. 프리드리히-뢰플러 수의학 연구소는 이 H5N1 바이러스는 아시아에서 인간에게 전염돼 사망자를 발생시킨 강력한 AI 바이러스 변종이라고 밝혔다.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이날 독일 빌트지와의 인터뷰에서 “AI 인간 감염자가 나온다면 월드컵 대회를 취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AI가 월드컵을 망칠 수도 있다.”며 독일의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전날 H5N1 바이러스가 검출된 독일 뤼겐섬의 고양이가 이 바이러스에 걸린 새를 먹었다는 소식에, 지금까지 AI가 발견된 독일의 5개주는 고양이의 외출을 금지시켰다. 또 목줄을 한 개만 돌아다닐 수 있다. 만약 개와 고양이가 떠돌아다닐 경우 총으로 쏴 죽이겠다는 경고도 함께 내려졌다. 애완동물을 통해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美보건장관, 美 전파 가능성 언급 마이클 리빗 미국 보건장관은 1일(현지시간)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 전파 가능성과 관련,“AI 바이러스가 언제쯤 위협을 줄지는 잘 모르나 이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밝혔다.그는 “치명적인 H5N1형 바이러스 감염만으론 비상 상황이 아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전될 정도로 강한 전염성을 가질 경우는 긴급 상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이라크·印 사망자 1명씩 늘어 H5N1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곧 100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 AI 감염자는 7개국에서 174명이며 사망자는 94명이다.1주일 전보다 인도네시아와 이라크에서 각각 1명씩 사망자가 늘었다. 한편 AI에 희생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건강한 연소자’라고 호주 과학자가 경고했다. 시드니 웨스트미드 밀레니엄 의학연구소는 아시아 사례를 분석한 결과 “15세 이하 연소자의 AI 사망률은 90%였다.”고 밝혔다. 젊고 건강한 사람은 강력한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AI에 감염되면 폐나 다른 기관이 더 빨리 손상될 수 있다고 한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학살 도시’서 ‘화해 도시’로

    세르비아인 보스코 브루킥과 보스니아인 아드미라 이스믹은 연인이었다.1993년 5월. 보스니아 내전이 한창이던 사라예보의 한 거리에서 두 연인은 서로를 꼭 껴안은 채 총살됐다. 인종과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의 사랑은 허용되지 않았다. 연인의 사랑은 로이터통신 쿠르트 쇼르크(2000년 시에라리온 내전 취재 중 사망)기자를 통해 전 세계에 타전돼 깊은 반향을 일으켰다. 보스니아 내전(1992∼95년)당시 세르비아는 무슬림인 보스니아인에 대한 ‘인종청소’를 벌여,20만여명을 학살했다. 최근 학살 주범들이 연이어 체포되어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영국 BBC는 28일(현지시간) ‘죽음의 도시’ 사라예보가 발칸반도의 화해와 공존의 다인종 수도로 되살아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살을 목격한 젊은 전쟁세대들이 분노와 적대, 인종과 종교를 뛰어넘은 사랑을 꽃피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8개월된 아기를 둔 무슬림인 알딘 아르나토빅과 그리스정교회 신자 몬테네그로인 마리아 부부 이야기를 전했다. 둘다 기자인 알딘과 마리아는 2000년 보스니아 선거를 취재하던 중 만났다. 내전이 끝난 지 5년이 지났지만 당시 사라예보에서 상생과 살육은 진행형이었다. 알딘은 마리아를 만난 첫날 저녁 청혼했고 사라예보와 몬테네그로를 오가며 사랑을 키웠다. 아들 이름은 ‘페드야’. 이름으로는 보스니아인지, 세르비아인지를 알수 없다. 알딘 부부는 내전 당시 군인들이 ‘이름’만으로 인종을 구별, 학살했던 악몽을 갖고 있다. 마리아의 조국인 몬테네그로는 세르비아와 함께 사라예보에서 남편과 같은 보스니아 무슬림 1만 1000명을 학살했다. 2003년 마샤와 결혼한 카짐 데르비세빅도 인종과 종교가 다른 부부다. 카짐은 무슬림, 마샤는 가톨릭이다. 둘은 한 파티에서 만난 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사랑을 키워나갔다.BBC는 2006년 사라예보의 연인들은 더 이상 인종과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순교자나 반역자로 낙인찍히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강화·아산등서도 6·25때 양민학살

    6·25전쟁 중 거창지역 외에 강화·아산 등지에서도 군·경찰·사설단체 등에 의해 양민 520여명이 집단 학살된 사실이 정부 공식문건에 의해 확인됐다. 국가기록원은 26일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 123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요 기록물 보존실태 조사에서 경찰·검찰 등 보고계통을 통해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에게 보고한 양민학살사건이 다수 발견돼 향후 과거사 규명에 새로운 전기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거창외 지역에서 발생한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을 보면 1951년 5월12일 전북 고창군 무장면에서 60여명이 총살됐다. 같은 해 7월21일에는 충남 아산군에서 좌익분자와 그 가족 등 183명 전원이 총살돼 부근 금광에 버려졌다. 또 같은 해 1월엔 강화도 교동도 주민 212명이 부역자라는 이유로 총살됐고, 같은 해 6월16일에는 전남 해남경찰서 형사가 부역자 19명을 살해한 기록도 나왔다.같은 해 10월9일 충남 서산군 일대에서 경찰이 28명을 총살했고 10월20일에는 전남 경찰 소속 경찰관이 부역 자수자 25명을 총검으로 살해한 기록도 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후세인 “교수형보다 총살형 원해”

    “나는 군 통수권자다. 군인답게 명예로운 죽음을 맞고 싶다.” 인권유린 및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최근 변호인과 만난 자리에서 만약 사형을 선고받는다면 교수형보다는 총살형을 원한다는 심경을 밝혔다고 워싱턴 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후세인은 지난달 7일 사형 선고 가능성을 언급하며 대책을 묻는 변호인단의 이심 가자위 변호사에게 “이라크의 대통령이자 군 최고 통수권자로서 교수대보다는 군인들 총에 맞아 죽는 것이 정당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바그다드 법원 지하의 피고인 대기실에서 마련된 접견에는 미국 법무장관 출신인 램지 클라크 변호사도 동석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伊 타비아니 형제의 영화세계

    1977년 ‘빠드레 빠드로네’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뉴시네마의 거장 타비아니 형제의 작품세계를 마주할 수 있게 됐다.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 극장은 19일부터 형제 감독의 대표작 ‘로렌조의 밤’(1982년)과 ‘피오릴레’(1993년) 등 2편을 상영한다. 이번 작품들에도 형제의 주특기인 탁월한 서정성, 팬터지를 섞어 현실을 역설하는 서사기법 등이 진하게 묻어 있다. ‘로렌조의 밤’은 삭막하고 잔인한 전쟁을 어린 소녀의 눈을 빌려 다분히 환상적인 터치로 그려낸 작품.1944년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산 마르티노를 지배하던 독일군은 철수를 계획하고 주민학살에 나선다. 그러나 독일군의 속셈을 알 길 없는 순진한 마을사람들은 피란을 가야할지 마을에 머물러야 할지를 몰라 우왕좌왕한다. 여섯살짜리 주인공 체칠리아는 엄마와 피란행렬에 끼어들지만, 그 틈바구니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이야기는 흥미롭기만 하다. 총성이 계속되는데도 체칠리아의 눈을 통해 증언된 영화 속 풍경은 공포로 일관하지만은 않는다. 노총각과 야릇한 눈길을 섞는 엄마, 신분차이로 사랑을 이룰 수 없었던 늙은 농부와 귀부인의 때늦은 만남 등으로 스크린은 점점 체온을 보태간다.1982년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로렌조의 밤’이 포연 속에서도 식지 않는 인간애를 동화풍으로 그렸다면 ‘피오릴레’에는 비극적 전설을 소재로 한, 한층 강렬한 레서피가 동원됐다.18세기 나폴레옹 군대의 금화상자를 운반하던 프랑스 군인은 토스카나의 작은 시골마을을 지나다 농부의 딸과 격정적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금화상자를 잃어버린 군인은 총살당하고, 그의 유복자를 낳은 여자의 집안은 대대로 저주를 받는다. 감독의 자의식에 지나치게 충실한 탓에 감상이 편치 않으리란 유럽영화의 편견을 깬다. 이탈리아의 수려한 자연풍광을 담요처럼 깔고, 전설과 팬터지의 아련한 흥취를 두루 맛볼 수 있는 작품세계에는 장인정신이 묻어난다.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탈북자 증언으로 본 북한인권

    ‘남한이나 외국에서 들어온 지원미는 인민들한테는 돌아오지 않는다.’ ‘중국 건너갔다 잡혀온 아주머니를 몽둥이가 세 토막 날 정도로 힘껏 내리쳤다.’ ‘총살 전에 누구누구, 죄명 뭐, 군중심판한다는 포스터가 붙는다.’ 국가인권위가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에 용역 의뢰한 보고서 ‘탈북자 증언을 통해서 본 북한인권 실태조사’의 내용이다. 지난해 10월∼올해 1월 탈북자 50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탈북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로 북한의 참담한 인권현황이 담겨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 있을 당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먹는 문제’였다. 실제로 굶어 죽은 사람을 직접 본 사람은 응답자의 64%에 이르고 소문을 들은 이도 26%다. 의료 서비스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북한은 ‘무상의료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경제난으로 일반인들은 혜택을 보고 있지 못했다. 환자가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58%가 ‘시장에서 약을 사서 먹는다.’고 답한 반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는 8%에 그쳤다. 북한 인권과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공개처형과 관련해서는 설문자의 75%가 실제로 목격했으며 소문을 들어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17%나 됐다. 탈북자들이 강제송환되는 무산보위보와 청진도집결소 인권 유린 상황은 상상을 초월했다. 지난해 10월 입국한 A(55·여·유치원교사)씨는 청진도집결소에 대해 “애기를 낳으면 애기 코를 땅에 닿게끔 엎어놓아요. 이렇게 엎어놓으면 애기가 울잖아요. 살겠다고, 버둥거리면서 울고 정말 그럴 때면 엄마는 애기가 죽기를 기다리는 게…”라고 증언했다. 또 A씨는 “병원에 약이 없어 낙태를 시키기 위해 배를 차서 아기를 조산 또는 유산시킨다.”고 했다. 한편 인권위는 용역보고서를 제출받고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이를 두고 ‘지나치게 북한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자 인권위는 “내부 참고자료로 의뢰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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