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높은 한국형 표준원전/북에 지원할 울진 3·4호기
◎미기술 우리실정 맞게 개량설계/운전 실수로 인한 사고위험 줄여/1기 건설비 1조6천억… 북에 건설땐 30% 절감
울진 3·4호기는 한국 표준형 경수로 1호로 각 1천메가와트급이며 미 컴버스천 엔지니어링사의 가압경수로(PWR) 시스템 80을 우리 실정에 맞게 개량 설계한 영광 3호기를 제작모델로 삼고 있다.
이번에 합의된 울진 3·4호기형 경수로는 중수로,흑연 감속 가스 냉각로보다 성능과 안전성 등에서 뛰어난 기종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실제로 세계 원전의 약 80%는 경수로형이다.경수로는 우라늄 235를 약 3%로 저농축시킨 핵연료를 사용하며 감속재로는 경수(보통 물)를 사용한다.
울진 3·4호기는 지난 91년 7월 설계가 시작돼 현재 원자력 연구소 전체 연구원의 15%인 4백여명이 투입되고 있으며 각각 98년과 99년에 준공 예정이다.울진 3·4호기의 장점은 「인간공학」개념의 도입이다.한국인의 신체치수에 맞게 설계해 운영이 쉽도록 했고 운전원이 사소한 실수로 일으킬 수 있는 사고의 확률을 울진 원전의 개량형 제어실에서는 대폭 줄였다.특히 급수상실사고에 대비해 안전 감압계통을 최초로 설치,냉각수 감압기능을 강화한 것을 비롯해 잔열 제거계통의 감시기능을 강화하는 등 안전성에 최대 중점을 두고 설계됐다.
울진 3·4호기급 경수로 건설에는 총 3조2천억원이 든다.그러나 관계자들은 북한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면 부지매입비,노무자임금,자재비용 등에서 약 15% 정도의 절감이 가능하고 북한 당국의 정책적인 지원이 곁들여지면 추가 절감이 가능해 약 30%의 비용절감이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2기를 건설하는데 필요한 인력은 1년기준으로 계통설계분야 8백명,보조설계분야 2천5백명,시공분야 1만5천명 정도로 추산된다.이중 시공을 제외한 기술인력(연 3천3백명)중 3분의 1 정도가 현장에 투입되어야 함을 감안하면 연 1천1백명 정도가 북한에 파견될 것으로 예상된다.또 이와는 별도로 완공후 운영과정에서 운전요원,일반직원,보수요원,기능직 등 1천2백명 정도의 상주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관계자들은 원자로 2기를 북한에 건설하는데 필요한 총기간은 8∼10년 정도로 보고 있으며 이에 앞서 1년간의 지질 조사등 타당성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2003년까지 완공하려면 96년에는 착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이와 관련,김시중 과학기술처장관은 국정감사에서 계통설계,원자로 설계·건설,안전성 심사를 우리 기술로 하게 될때 전체 원전 건설기술의 93%를 지원할 수 있다며 통일에 대비한 원자로 표준화를 기할 수 있고 원자력 개발능력을 세계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산화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밝힌바 있다.
◎미북 핵타결 순간 제네바 표정/최후담판후 한미북 11시간 3각협의/한밤 북수용 통보받고 갈루치 합의 발표
18일 상오 합의사실이 발표되기까지 11시간동안 미국과 북한,한국과 미국은 전화로 3각협의를 계속하는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결국 북한이 막판에 남북대화재개의 명문화 의사를 통보해옴으로써 5일동안 진통을 거듭해온 기본합의문 마련은 성공했다.
○…미국과 북한의 핵협상은 양측이 17일 상오 10시30분부터 3시간여동안 「최후 담판」형식의 실무자회의를 갖고 난뒤한국정부 관계자에게서 「대기」발언이 나오면서부터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
한 관계자는 『미국이 남북대화 재개문제를 비핵화공동선언과 별개조항으로 하고 시기도 못박지 않는 수정안을 제시했다』고 밝히고 『오늘은 꼼짝말고 대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타결가능성을 강력히 시사.
관계자는 『늦어도 하오 8시쯤이면 합의사실이 발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정작 미국대표부는 『진전이 없었다』고만 발표해 진통이 계속되는 듯한 인상.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18일까지 수정안에 대해 수용여부를 통보해오지 않으면 더 이상 회담을 진행할 필요가 없어 회담을 휴회하고 로버트 갈루치수석대표는 귀국할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알려져 북한의 수용의사 통보에 대해 관심이 집중.
미국과 북한은 실무자회의를 마친뒤 전화접촉을 갖고 남북대화 재개의 명문화 문제를 계속 협의했으며 한국정부 관계자들도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갖는등 3각협상을 진행.특히 한국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측과 협의를 하느라 눈코 뜰새없이 바쁜 움직임.
밤이 깊어가면서도 북한측으로부터 통보가 없자 「또다시 내일을 기다려 봐야할 것같다」는 분위기가 지배적.다만 미국대표부의 셰리던 벨공보관은 하오 8시쯤 『회담이 열릴지는 아직 알수 없으며 시간이 갈수록 가능성이 적어지고 있다』고 밝혀 여운.
○…하오 11시쯤부터 2시간뒤인 18일 상오 1시 발표설이 나돌아 이때부터 회담 관계자들은 이를 확인하느라 다시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
미국측의 한 관계자는 『갈루치대사가 조금전에 들어왔으며 그로부터 어떤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뭔가」있다는 추측이 나오기 시작했으나 북한대표부는 『회견을 할 계획도 없고 대표단들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고 말해 대조. 미국측은 하오 11시가 넘어 북한으로부터 남북대화 조항의 수용통보를 받고 취재진에게 밤 12시까지 대표부로 와달라고 연락.그러나 북한의 연락사실을 모르는 취재진들 사이에는 합의발표 또는 회담휴회 발표설이 엇갈리는 분위기.
벨공보관은 『회견에서 한국·일본·외신기자등으로 나눠 3명의 질문만 받겠다』며 회견내용을 묻는 질문에 『여러분들이 제네바를 떠나야 하는 뉴스』라고만 언급해 궁금증은 여전.
이어 갈루치대사는 18일 0시10분쯤 심야기자회견을 갖고 합의사실을 발표했는데 한국언론이 회담내용을 자세하게 보도한데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외신기자의 질문에 『한국언론이 자세하게 브리핑을 받았지만 브리핑을 잘 받았다고 말할수는 없다』고 우회적으로 답변.
○…강석주 북한수석대표는 18일 상오11시 북한대표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합의사항에 만족감을 표시.
강부부장은 이날 평소와는 달리 메모지를 보아가며 회담결과에 대해 10여분에 걸쳐 간단히 입장을 밝히고 기자회견을 서둘러 마치는 모습.
강부부장이 갈루치 미국수석대표보다 무려 11시간 늦게 기자회견을 가진데 대해 갖가지 추측이 나오기도.
◎“북은 핵안전의무 이행을”/유엔 분과위,IAEA보고 들어
17일 유엔총회 제1분과위원회(비무장및 국제안보)에서 오는 19일 본회의 상정을 결정한 국제 핵안전 결의안은 그동안 국제적 관심을 모아온 미국과 북한간의 핵협상타결과 함께 국제사회가 앞으로 북한의 핵투명성 노력을 촉구하는 국제적 합의로 볼 수 있다.
이날 회의는 상오 10시 한스 블릭스 국제원자력위원회(IAEA) 사무총장의 94년도 IAEA 활동보고를 시작으로 모두 24개국이 발언에 나서 핵위협에 대한 경고와 핵안전 방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등 다른 분과위에서 보기 어려운 진지한 분위기에서 계속됐다.
원래 이 회의는 핵무기를 비롯한 재래식 무기의 확산,군비통제,지역안보 등 광범위한 국제안보에 관한 논의를 위한 자리였으나 블릭스 총장이 장을 달리해 보고한 이라크와 북한의 핵위협이 주요 관심사로 등장했다.특히 제네바에서의 미·북한 협상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북한 핵문제에 대한 언급이 주를 이뤘다.
회의 마지막에 총회상정이 결정된 41개국이 공동제안한 결의안 초안은 ▲북한과 IAEA간의 핵안전협정 이행과 관련한 IAEA 결의안 ▲북한 핵위협과 관련한 두차례의 안보리 의장성명(3·31,5·30일자)을 강조하며 북한의 핵안전 의무 불이행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북한이 즉시 핵안전 협정을 완전히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등 어느때보다 강력한 내용으로 돼 있다.
이날 회의에서 북한대사 박길연은 한국이 미·북회담을 방해하고 있다는 상투적 주장을 되풀이 하고 한국이 영국과 프랑스 등으로부터 많은 플루토늄을 수입,비축하고 있다며 한국에 엉뚱한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대해 유종하대사는 북한이 핵투명성 보장시 한국의 경제원조 용의를 다시 한번 천명하며 북한은 IAEA의 사찰에 응할 것을 재촉구했다.
이날 분과위 결의안은 19일 본회의에서 압도적 표차로 채택될 것으로 예상되며 미·북 합의와 함께 이제 볼은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