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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종교·인종 배타주의 심각성 보여준 스리랑카 테러

    부활절인 지난 21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성 안토니오 성당 등 주요 성당과 호텔에서 연쇄 테러로 수백 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나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이번 테러는 평온하게 예배를 드리거나 휴일을 즐기던 신도와 관광객들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잔혹성이 두드러진다.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되거나 용서될 수 없는 최악의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테러로 22일 현재 290명이 숨지고 500여명이 다쳤다. 스리랑카 당국은 전국 8곳에서 일어난 이번 연쇄 폭발을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이 저지른 테러 공격으로 잠정 규정했다. 부활절을 맞아 성당들이 표적이 된 데다 열흘 전 스리랑카의 한 무슬림 급진주의 단체가 주요 교회를 겨냥한 자살 공격을 계획 중이라는 정보가 돌았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스리랑카는 불교도 중심의 싱할라족과 힌두교를 믿는 타밀족이 26년간 벌인 내전으로 1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아픈 역사가 있다. 10년 전 내전이 막을 내리면서 평화를 되찾는 듯했는데 이번엔 기독교인을 겨냥한 초대형 테러가 발생했다. 또 종교분쟁에 휩싸이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번 부활절 테러는 종교 배타주의가 빚은 끔찍한 범죄다. 지난 수년간 지구촌에선 종교와 인종, 외국인, 난민 등과 관련한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기승을 부려 왔다. 불과 한 달 전 백인 우월주의자에 의해 50여명이 숨진 뉴질랜드 이슬람사원 총기난사 사건, 지난해 10월 11명이 목숨을 잃은 미국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 총격 사건, 2017년 22명이 숨진 영국 맨체스터의 공연장 테러, 2016년 89명이 숨진 프랑스 니스 화물차 테러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안전지대라고 방심해선 안 된다.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 이주자, 난민 등이 늘면서 이들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이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타 종교나 인종, 외국인에 대한 극단적 배타주의는 갈등을 낳고, 혐오 범죄나 증오 범죄로 이어지기 쉽다. 배타주의가 우리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 [밀리터리 인사이드] ‘명품 소총’ 꿈 이대로 접어야 하나

    [밀리터리 인사이드] ‘명품 소총’ 꿈 이대로 접어야 하나

    K11 균열·성능 부실 문제로 사업 중단침묵하는 정부…허약한 총기개발 기반좌절 대신 명품 총기 개발 의지 보여야 군 복무, 특히 육군에서 복무한 분들에게 가장 관심있는 분야라고 하면 아마 ‘소총’일 겁니다. 예비역들이 모이면 술자리 안주로 “100% 명중률을 기록한 특등 사수였다”는 자랑 한번쯤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 자부심의 중심엔 우리가 개발한 ‘국산 총기’가 있습니다. 1973년 처음으로 우리 힘으로 면허 생산한 M16 소총을 시작으로 반세기 동안 K1A·K2 소총, K6 중기관총, K7 기관단총, K12 기관총, K14 저격총, K2 개량형인 K2C와 K2C1 등이 잇따라 개발됐습니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우울한 소식이 잇따라 전해졌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명품 무기’라고 군이 홍보했던 ‘K11 복합소총’은 사격통제장치 균열 등의 결함이 드러났습니다. 감사원 감사에서 공중폭발탄의 살상력과 명중률이 목표치에 미달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그래서 2014년 11월까지 914정만 납품됐고 현재는 보급물량 대부분이 창고에 들어가 있는 상황입니다. ●‘창고 신세’ 복합소총 K11…대안도, 의지도 없다 방위사업청은 올해 예산에서 K11 개발비 34억 2500만원을 편성했지만, 지난해 국회에서 33억 6900만원이 삭감됐습니다. 총기 양산을 위한 예산은 5600만원, 연구개발비는 33억 6900만원이었는데 연구개발비를 전액 삭감한 것입니다. ‘불량총기’라는 멍에를 썼지만 정부가 아랑곳하지 않고 거액의 연구개발비를 편성한 점이 국회에서 ‘괘씸죄’로 걸렸다고 합니다. 정치권에서는 ‘몰래 편성’이라는 직설적인 표현까지 쓰며 방사청을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국방기술품질원이 최근 “총기 균열 문제를 개선하려면 20㎜ 공중폭발탄 발사 모듈의 설계를 바꾸고 사격통제장치(FCS) 재료를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개발 예산도 없는 상황에서 사업을 더 끌고 갈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이 시점에서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K11 개발 실패 여부가 아닙니다. ‘허약한 총기 개발 기반’이 더 큰 문제입니다. 총기류를 개발하는 방산업체는 연구개발과 매출의 대부분을 정부의 발주 물량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독자 개발은 차치하고 정부에서 도입 물량을 보장하지 않으면 업체 생존조차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명품 총기 개발은 커녕 아이디어 구상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사업 중단을 앞두고 누구도 입을 열지 않습니다. 새로운 총기를 개발하거나 설계 구조를 완전히 뜯어 고치는 등의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빈 손’뿐입니다. 방법은 당분간 기존 총기를 그대로 쓰는 것 뿐입니다. 국산 명품 총기 개발을 바란 많은 국민이 이런 현실에 분노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총기 개발은 ‘실패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첫 술에 배부른 사업이 없습니다. 특수전 부대에서 사용하는 ‘K7 기관단총’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고 ‘XK9 기관단총’은 양산 단계에 이르지 못 했습니다. 불펍(화기 작동이 방아쇠 뒤쪽에서 이뤄지는 총기) 형식으로 화제를 모았던 ‘XK8’ 소총도 개발만 이뤄졌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실패 과정을 통해서 명품 무기가 등장하기 때문에 ‘헛된 노력’이라고 폄훼하는 국민은 없습니다. ●총기 수입 확대…멀어지는 총기 개발의 꿈 그러나 한편으로 명품 총기 개발의 꿈은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특수전 부대를 중심으로 해외에서 개발한 총기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다 앞으로도 소총 개발 예산이 전무하다시피한 것이 문제입니다. 2021년까지인 국방 중기예산 226조원 중 총기 구입과 개발 예산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몸통인 총기 개발은 한치 앞도 안 보이는데 ‘워리어 플랫폼’이라는 거창한 구호만 들립니다. 일본이 미국이나 유럽의 고성능 소총 대신 성능은 떨어지고 가격은 훨씬 비싼 자국산 ‘89식 소총’ 구입을 고집하는 것을 단순히 ‘애국심’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요. 방산업체를 살리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답답한 나머지 2016년 한 총기 생산 업체 직원들이 국회 앞에서 “소총 구매 예산을 확보해달라”며 집회를 갖기도 했습니다. 기업이라면 5년 동안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순 없습니다. 이들은 “예산이 전액 삭감되는 바람에 군 전투력 향상을 위한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호소했지만 정부나 정치권의 응답은 없었습니다. 이 업체는 ‘살기 위해’ 자동차 부품 제작 등 다른 분야에도 많은 여력을 쏟아붓고 있다고 합니다. “잘 만들어서 수출하면 되지 않느냐”고 지적하는 분들도 있지만, 수출은 세계 각국의 정치적 상황을 모두 고려해야 해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A, B라는 나라가 긴장 관계라면 어느 한 나라도 무기 수출은 쉽지 않게 됩니다. A에 수출하려면 B 시장은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깊어집니다. ●실패, 폄훼만 하는 국민 없어…다시 도전해야 적절한 개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첨단·대형무기 예산이 차지한 자리를 밀어내고 예산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의지’입니다. 국민들의 국산 명품 총기 개발 열망을 받들어 조금 늦더라도, 여러 번 실패하더라도 차근차근 절차를 밟는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한 국방전문가는 “일단 해보고 조금씩 보완해 가는 것이 중요한데 단번에 끝내려는 조급증이 문제”라며 “국가 차원에서 국산화에 대한 의지도 보여줘야 하는데 아쉬운 측면이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지금은 마냥 좌절하거나 분노할 때가 아닙니다. 그 감정을 다시 의지로 바꿔 도전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컬럼바인 고교 참사 이후 교내 총격으로 143명 사망”

    “컬럼바인 고교 참사 이후 교내 총격으로 143명 사망”

    미국 사회 내 총기 규제 여론을 촉발한 컬럼바인 고교 총격 참사(1999년) 이후 20년간 미 전역에서 학교 총격 사건으로 최소 143명이 사망했다고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가 분석한 결과, 지난 20년간 미국 내 233개 학교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으며 직·간접적으로 총격 사건을 경험한 학생 수는 22만 6000여 명에 이르렀다. 이들 가운데 학생과 교사는 143명이 사망했고 최소 294명이 부상했다. 특히 지난해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에서는 19세 소년이 소총을 난사해 17명이 사망한 사건을 비롯해 총 25건의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지난 20년 중 한 해 최다를 기록했다. 사용된 총기류의 85%는 집에서 가져온 것이거나 친구 또는 지인에게서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학교 총격의 약 70%가 18세 이하 청소년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집안 총기류 관리가 그만큼 허술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컬럼바인 고교 총격 참사는 1999년 4월 20일 미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교에 재학 중이던 에릭 해리스(당시 18세)와 딜런 클리볼드(당시 17세)가 교정에서 총탄 900여 발을 무차별 난사해 학생과 교사 등 13명이 숨진 사건이다. 이후 미국 사회에서는 총기 구매 가능 연령을 상향 조정할 것, 공격용 대량살상 화기류 판매를 금지할 것 등 총기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00년 첨탑의 눈물, 물길 따라 흐른다

    100년 첨탑의 눈물, 물길 따라 흐른다

    첫인상을 바꾸는 건 어렵습니다. 첫인상이 탐탁지 않던 사람이 좋아지려면 특별한 계기나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겁니다. 여행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충남 공주를 입에 올릴 땐 ‘백제의 수도’라는 말이 따라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배운 공주의 첫인상이지요. 공주에서 백제를 걷어내고 새로움을 찾으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야 할 겁니다. 오늘의 발걸음은 공주 원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 제민천으로 향합니다. 제민천 주변의 근대 건축물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뾰족한 종탑을 인 고딕식 성당, 옛 충남도청에 들어선 박물관, 유관순 열사의 흔적이 남은 교회 등 공주의 근대를 증언하는 건축물이 차례로 나타납니다. 그러고 보면 여행자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장소가 아니라 새로운 시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백제 문화의 중심지로만 알려진 공주의 새로운 모습을 찾으러 간다. 기점은 금강에서 발원한 하천, 제민천으로 삼는다. 아담한 하천 주위에 공주중동성당, 충남역사박물관, 공주 제일교회 등의 근대 건축물이 모여 있다. 건물 간 거리는 도보로 10분 남짓. 슬렁슬렁 걸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다. 하천 따라 피는 벚꽃과 따사로운 햇살이 길동무가 돼 준다. 근대 건축물을 통해 공주의 100년 전을 들여다보고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 건축물을 매개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다. ●중세 고딕 양식의 장엄함… 공주중동성당 제민천 근처의 국고개 길, 언덕 위 뾰족한 종탑이 보인다. 공주 최초의 성당인 공주중동성당이다. 천주교가 서해안을 통해 충청도로 들어오면서 현대식 성당이 만들어졌는데 공주중동성당도 그중 하나다. 1936년에 착공해 1년 만인 1937년에 완공됐으니 바지런히도 지었다. 붉은 벽돌의 외관, 뾰족한 아치형의 창과 출입구, 하늘로 치솟은 종탑에서 알 수 있듯 성당은 서양 중세의 고딕 양식을 따른다. 성당 안 천장은 회백색 6각형 돌기둥이 받치고 있다. 내부는 미사 시간 전후로 잠깐씩만 개방해 상시 관람이 어렵다. 성당 앞마당에 서면 맞은편 충남역사박물관과 공주 시가지가 보인다. 아득한 옛날의 백제 대신 근대와 현대가 어우러진 공주의 모습이다. 공주중동성당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충남역사박물관이다. 옛 국립공주박물관이던 건물은 현재 충청남도의 역사·문화를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거듭났다. 박물관에 들어서려는데 벚나무 30여 그루가 발을 붙잡는다. 이맘때면 박물관 앞마당은 벚꽃 동산이 된다. 벚꽃 감상 최적의 포인트는 안내소 옆 언덕. 벚나무들이 성당 쪽으로 기울어 자라 우거진 벚나무와 성당이 훌륭한 구도를 빚는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 잎이 공주의 봄이 한창이라고 속살댄다. 충남역사박물관의 1층 기획전시실은 ‘우리가 찾은 역사, 땅속 이야기’ 전시가 한창이다. 공주 수촌리 고분군, 아산 명암리 밖지므레 유적, 예산 가야사지 등 충남에서 출토된 다양한 유물을 모았다. 공주 수촌리 고분군의 백제 시대 무덤에서 발굴된 금동신발은 아직 금빛이 영롱하다. 동판을 금으로 도금한 신발을 신고 금동관모와 함께 잠들었으니 신발 주인의 권위를 짐작할 만하다. 2층 상설전시실에서 눈길을 끄는 건 충남도청 옛 도지사실. 1932년 충남도청이 공주에서 대전으로 이전한 이래 충남도지사가 도정 업무를 보던 공간을 재현했다. 도지사 사무인계서, 충청남도의회속기록, 휴대용 주판, 타자기 등 충남도민들의 삶을 뒷받침한 행정도구들이 가득하다.●공주 항일운동거점지… 공주 제일교회 제민천교 근처의 빨간 벽돌 건물은 공주 제일교회다. ‘수원 이남에 세워진 최초의 교회’라는 수식어가 붙은 교회는 현재 기독교박물관으로 운영된다. 2층짜리 박물관은 교회 역사, 선교사의 옛 사진과 물품, 공주 항일운동을 주도한 교회 목사이자 독립유공자의 발자취 등을 전시한다. 100여년밖에 되지 않은 건물이지만 교회를 둘러싼 이야기는 길고도 깊다. 1902년 한 채의 초가집으로 시작해 1931년에 지금 모습을 갖추었다는 이야기, 6·25전쟁으로 폭격을 받았지만 굴뚝과 지하는 멀쩡해 교회 건축사적으로 가치가 높다는 이야기, 우리나라 스테인드글라스의 개척자 고(故) 이남규 선생의 작품이 있다는 이야기 등등.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교회 외벽의 앳된 소녀와 외국인 선교사의 벽화다. 소녀의 정체는 유관순 열사, 외국인 선교사는 이곳에서 활동한 사애리시 선교사다. 둘은 천안 지령리 교회(현 매봉감리교회)에서 처음 만났다. 유관순 열사의 총기와 신앙심을 알아본 선교사는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관순양이 공부를 하고 싶으면 내가 서울의 이화학당에 보내 줄게요. 우선 영명학교에서 교육을 받아보는 게 어때요?” 소녀는 이튿날 선교사를 따라 영명학교 보통과에 입학, 2년 과정을 수료한다. 영명학교는 공주 제일교회에서 설립한 학교다. 당시 교회가 선교와 교육 사업을 병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회와 유관순 열사의 인연이 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당시 교회는 사회와 호흡했다. 영명학교를 비롯해 방은두병원, 공주유치원, 중앙영아원을 건립하고 공주 독립운동에 앞장섰다. 교회에 깃든 사연을 알고 나면 평범한 고딕식 교회가 달리 보인다. 원도심의 붉은 벽돌 건물이 묻는다. 시간이 오래될수록 좋은 건축물인가. 백제와 근대를 견주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 백제의 문화유산도 공주의 근대 건축물도 소중한 우리의 보물이다. 공주의 근대 건축물은 그대로 아름답다.●소박한 시가 피는 풀꽃문학관 제민천 서쪽, 낮은 언덕에 진갈색 목조건물 한 채가 있다. 건물의 이름은 풀꽃문학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시 ‘풀꽃’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문학관이다. 시인은 이곳에서 꽃을 가꾸고 풍금을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문인들과 소통한다. 시인은 공주와 인연이 깊다. 충남 서천 출신의 시인은 공주사범대에 입학한 뒤 언젠가 공주에서 살리라는 희망을 품었다. 그 바람이 현실이 된 곳이 2014년 문을 연 풀꽃문학관이다. 공주시는 1930년대 초에 지어진 적산가옥을 사들여 문학관으로 단장했다. 일본 헌병대장의 관사가 문학관이 되자 공간을 둘러싼 공기도 변했다. 꾸밈없는 그의 시어만큼이나, 자세히 보아야 예쁜 풀꽃만큼이나 소박한 분위기다. 가장 큰 방인 강의실에는 12폭 병풍이 있다. 한 폭마다 시인의 대표작과 그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 살펴볼 만하다. 반질반질 윤이 나는 마루 복도를 따라 시가 담긴 액자가 쪼르르 놓여 있다. 4월의 풀꽃문학관은 꽃으로 눈부시다. 앞뜰에 수선화, 할미꽃, 부채붓꽃 등 소담한 봄꽃이 앞다투어 핀다. 여름에는 애기원추리와 옥잠화가, 가을이면 쑥부쟁이와 상사화가 그 자리를 이을 것이다.●가장 많은 천주교 순교자가 나온 황새바위성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천주교 순교자가 나온 곳이 공주라는 사실을 아는가. 공산성 맞은편 언덕에 있는 천주교 순교 유적지, 황새바위성지가 바로 그곳이다. 1801년 신유박해 후 수많은 천주교인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름이 밝혀진 순교자만도 337위에 이른다. 공주에 천주교 순교자가 유독 많은 이유는 무얼까. 조선 시대 선조 때인 1603년, 공주에 관찰사가 근무하는 관청인 충청감영이 들어섰다. 오늘로 말하면 충청도청인 셈이다. 경상도·전라도·충청도에서 잡혀 온 천주교 신자들은 충청감영으로 이송됐고 배교를 거부하면 사형판결 권한을 위임받은 관찰사의 명령에 따라 참수를 당했다. 공개 처형이 있는 날이면 사람들이 공산성에 몰려와 구경을 하고, 순교자들 의 시신이 제민천을 피로 물들였단다. 오늘날 황새바위성지는 200여년 전의 슬픈 역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평온하다. 성지에 얽힌 사연을 모르면 꽃구경하기 좋은 뒷동산 같다. 순교자 광장은 순교탑, 무덤경당, 열두 개의 빛돌이 삼각형 구도를 이룬다. “우리는 살아도 주님을 위해서 살고 죽더라도 주님을 위해서 죽습니다.” 순교탑 안에는 로마서의 한 구절과 성지 부근을 발굴하다 나온 십자가가 걸려 있다. 열두 개의 빛돌은 예수의 열두 사도를 상징함과 동시에 이곳에서 순교한 337위와 무명 순교자들을 기리는 비석이다. 야트막한 언덕을 올라 간 황새바위 광장의 끝에 야외제대가 있다. 12개의 비석 뒤에는 337위 순교자들의 이름을 새겼다. ‘이존창 루도비코’처럼 이름과 세례명이 알려진 이가 있는가 하면 ‘이씨’, ‘강서방’처럼 이름이 없는 이들도 있다. 평범하지만 용감한 사람들, 믿음이 두려움을 이긴 사람들의 이름이다. 위대한 이름 위로 후두두 벚꽃이 떨어진다. 글 이수린(유니에스 여행작가) 사진 정철훈(사진작가) ■ 여행수첩 (지역번호 041) →가는 길 : 서울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경부고속도로와 천안논산고속도로를 지난다. 천안논산고속도로 천안분기점을 통과해 공주IC 교차로에서 ‘공주보 시청’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웅진로를 거쳐 중동교차로에서 ‘대전 논산’ 방면으로 좌회전한 뒤 성당길을 따라가면 공주중동성당이다. →맛집 : 고가네칼국수(856-6476)는 농약을 쓰지 않은 우리 밀로 만든 칼국수를 낸다. 먹는 방식이 전골과 닮았다. 한우 사골육수에 갖가지 채소를 넣고 끓이다가 면을 넣는다. 시장정육점식당(855-3074)은 날밤을 육회에 버무린 육회비빔밥이 대표 메뉴다. 아삭한 밤과 쫀득한 육회가 잘 어울린다. →잘 곳 : 공주한옥마을(840-8900)은 기와집과 초가가 어우러진 한옥 리조트다. 개별 숙박동은 작은 마당과 담장을 갖춘 독채로 운영된다. 참나무 장작으로 불을 지피는 구들장 방식이라 전통 난방을 체험할 수 있다. 제민천 부근의 정중동호스텔(010-6360-4653)은 여관을 리모델링한 게스트하우스다. 회백색 벽돌의 외관에서 근대 건축물이 연상된다. 1인실, 2인실, 패밀리룸 모두 개별 욕실이 딸려 있다.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24시간 끝없는 뉴스, 당신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24시간 끝없는 뉴스, 당신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걸핏 하면 쌈박질하는 정치인들, 상상도 할 수 없는 범죄들, 전쟁과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 미디어를 통해 흔히 접하는 세상의 단면입니다. 뉴스만 본다면 과연 이 세상은 ‘사람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곳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북미 지역 연구자들이 미디어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한 논문을 잇따라 발표했습니다. 캐나다 앨버타대, 맥매스터대, 매니토바대, 토론토대,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의 의학자, 심리학자, 통계학자들은 총기난사 같은 참사나 대형 자연재해같이 충격적인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평범한 뉴스에 대해서도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되며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사회에 대한 불신이 과도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18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미국 성인 남녀 4165명을 대상으로 2013년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탄 테러와 2016년 올랜도나이트클럽 총기난사 사건의 첫 번째 보도와 이후 보도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3년 동안 정밀 추적 조사했습니다. 분석 결과 24시간 뉴스보도 시스템과 모바일기기의 발달로 다양한 형태로 지나치게 상세한 보도가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미래와 사회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키고 집단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전에 폭력을 경험했거나 정신 건강이 취약한 사람들은 더욱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대(UC어바인) 심리과학과, 간호학부, 의학·공중보건대,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공동연구팀은 미취학 아동들의 미디어 사용시간이 하루 30분을 넘어갈 경우 청소년기 행동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18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캐나다 출생집단 연구인 ‘차일드 코흐트’ 연구데이터를 이용해 3455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분석했습니다. 차일드 코흐트에는 영유아부터 청소년기까지 아이들의 하루 TV, DVD 시청 시간은 물론 컴퓨터, 비디오게임, 스마트폰, 태블릿 사용 시간 등 생활정보와 불안, 우울, 공격성 같은 정서적 반응과 수면시간, 학습 집중 정도 등에 대한 정보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분석 결과 3살 아이들은 하루 평균 1.5시간, 5세 아이들은 하루 평균 1.4시간의 미디어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는 캐나다 권장 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인 30분을 훨씬 초과하는 수준입니다. 또 하루 30분 미만으로 미디어에 노출되는 아이들과 하루 1.5~2시간 노출되는 아이들을 비교한 결과 미디어 과다 노출 아동은 주의력결핍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7배 이상, 행동 장애를 보일 가능성은 5배 이상 높다고 합니다. 새로 등장한 미디어들은 사람이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없도록 만든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결국 사람들이 자기만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없게 만듭니다. 가끔은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고 서점이나 도서관에 들러 서가 사이를 산책하면서 미디어의 홍수를 피해 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이 뜨이지 않을까요. edmondy@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영혼과 생명을 빼앗는 혐오표현 추방, 어릴 때 인성교육이 시급합니다”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영혼과 생명을 빼앗는 혐오표현 추방, 어릴 때 인성교육이 시급합니다”

    ‘국민 영어선생님’ 민병철이 말하는 혐오표현 추방운동“제가 주도하고 있는 인터넷 평화운동인 선플운동에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인 구글이 참여했습니다. 한국 민간단체가 제안한 악플과 혐오표현 추방 활동에 대해 구글 코리아가 전 세계 구글 공익사업 담당들이 모인 자리에서 발표해서 채택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서 시작된 선플운동을 세계적으로 더욱 확산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들도 악플·혐오표현 추방 운동에 참여하기를 희망합니다.” ‘국민 영어 선생님’으로 널리 알려진 민병철 선플재단 선플운동본부 이사장(한양대 특훈교수)은 악성 댓글 및 혐오표현 추방운동을 12년째 이끌고 있다. 선플운동이 수익과는 아무 관계 없지만 “영어교육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자” 공익 캠페인을 계속하고 있다. 선플은 좋은 댓글을 의미한다. 착할 선(善)에 영어로 댓글을 의미하는 reply를 합친 조어다. 하지만 영어로는 ‘sunfull’로 쓴다. 민 이사장은 “한자 문화권이 아닌 외국 사람들에게 선플의 의미를 가장 잘 전달할 이름을 고민하다 sunfull을 만들었습니다. full of sunshine, 즉 햇살이 가득한 사이버 세상을 의미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악성 댓글은 근거 없는 비방과 인신공격, 비하를 말합니다”며 “논리와 나름의 근거를 갖고 주장하는 건전한 비판이나 대안 제시는 바람직하죠”라고 말했다.- 구글이 선플운동에 참여했다고? “네, 그렇습니다. 제가 피해자의 영혼을 파괴하고 인격을 말살하는 악플과 혐오표현 추방 운동을 같이하자고 제안했더니 최근에 받아들여졌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가 제안한 것을 인터넷 본고장 미국의 세계적인 기업 구글이 받아들인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5만달러를 지원받아서 ‘선플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우수 참여학교에 ‘선플운동 우수학교’를 인증하는 현판을 부착할 계획입니다. 학생들이 오가며 이 현판을 보면 자긍심을 갖고 선플 운동에 참여하리라 생각합니다. 현재 국내 70여개 시민단체가 ‘악플·혐오표현 추방 시민연대’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플운동에 정부 기관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기를 희망합니다.” “구글, 악플과 혐오표현 추방운동에 후원韓민간단체 제안 받아들여…상당한 의미악플에 연예인 극단적 선택에 충격받고 시작학교 등 현재 7000개 단체서 70만명 참여”- 선플운동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12년 전인 2007년, 근거 없는 악플 때문에 한 가수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보고 크게 충격을 받고,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었습니다. 학생 한 명이 연예인 10명의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가서 악플을 찾아 악플을 달지 말아야 할 이유를 적고, 악플에 고통받는 피해자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선플을 달아주라는 과제였습니다. 일주일 만에 5700개의 아름다운 댓글이 달렸는데, 중요한 것은 이 과제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실제로 악플의 폐해를 깨닫고 선플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 점이 교수인 제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선플운동을 처음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악플과 혐오표현들이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나? “선플운동이 처음 중앙대에서 제 강의를 듣던 한 반의 학생들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7000여개의 초·중·고·대학교와 단체에서 70여만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 육·해·공군, 환경부, 경찰청 등 여러 기관뿐만 아니라 70여개의 시민단체들이 참여하여 악플·혐오표현 추방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야 국회의원 297명이 선플정치선언문에 서명했습니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300여명으로 이루어진 ‘청소년 선플 SNS기자단’ 학생들이 국회 회의록을 분석하여 아름다운 언어사용을 실천하는 국회의원들을 선정하고, 학생들이 직접 국회의원들에게 ‘선플상’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 6회째 이어왔습니다.” “英윌리엄 왕세손, 2년전 악플추방 운동 시작日환경장관, 에티오피아 국회의장도 참여”- 선플운동이 한국만의 캠페인인가? “2007년 5월 당시 시작할 때는 저희가 세계 처음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사이버 불링(cyber-bullying·사이버 폭력)과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혐오 표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SNS) 확산과 맞물린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2017년 영국의 윌리엄 왕세손이 악플 추방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악플 추방운동이 세계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선플운동본부에서는 20대 국회의원들이 선플을 다짐하고 행사에 참여하는 ‘선플정치선언문’에 서명을 하고 이를 동판으로 만들어 국회의장에게 전달했습니다. 일본에서는 구마모토 지진 당시, 한국 청소년들이 작성한 ‘구마모토 대지진 피해 주민들을 위한 추모와 위로의 선플사이트’를 전달을 계기로 하라다 요시아키 의원(환경부 장관)이 선플운동에 서명을 했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도 타게세 샤포 국회의장이 선플정치선언문에 서명을 마쳤습니다. 선플 운동은 상대방이 먼저 선플 달아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선플을 선물하는 것입니다.” 지금이야 영어를 배울 기회도 많아졌고, 잘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수출 급신장과 함께 해외에 나갈 기회가 많아진 1970년대 후반부터 직장인들에겐 영어 회화가 필수였다. 이런 사정에 맞춰 민 이사장은 1981년부터 10년 동안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6시30분부터 30분간 MBC TV에서 생활영어를 가르치는 방송을 했다. 이런 연유로 그에게 ‘국민 영어 선생님’이란 닉네임이 붙여졌다. 그의 영어 방송 탓에 학원 수강생이 줄어들 정도였다. 그의 방송을 계기로 한국의 문법 위주의 영어 교육이 실용 위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 국민으로부터 영어로 받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갚고자 선플운동을 하게 됐다고 한다. “선플인터넷평화상 제정…지난해 첫 시상노벨 평화상 수상자 2명도 심사위원 참여日 ‘혐한발언 반대’ 시민인권단체가 첫수상”- 선플운동, 결국 인터넷 평화운동이다. “그렇습니다. 2017년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험악한 말, ‘증오의 말폭탄’이 많이 오갔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위험도 높아졌습니다. 그때 강원도와 공동으로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을 초청해 비무장지대(DMZ)에서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고 북한 선수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촉구하는 평창평화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일이 잘 풀리고,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하면서 평창평화선언문이 현실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를 계기로 작년 4월 세계 최초로 ‘선플인터넷평화상’을 제정했습니다. 같은 해 10월 11일, 일본에서 혐한 스피치를 반대해온 시민인권단체 ‘가와사키 시민네트워크’와 일본에서 2000회 이상 인터넷 에티켓과 윤리교육을 전개해온 ‘오기소 켄’에게 첫 인터넷평화상을 수여했습니다. 상금은 1만달러입니다. 심사위원으로 노벨평화수 수상자 2명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 인터넷 상에서의 혐오표현 얼마나 심각한가. “악성 댓글에 시달린 연예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카톡방에서 이루어지는 악플에 견디지 못해 청소년이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사건들이 왕왕 보도되고 있습니다. 악플은 사람의 영혼을 파괴하고 생명까지 빼앗는 심각한 범죄 행위입니다. 혐오표현은 편견과 차별을 강화시켜 증오범죄의 자양분이 되고 있어 매우 위험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인식 부족이 안타깝습니다. 실제로 역사를 돌아보면 ‘OO충’ 같은 잘못된 언어 사용이 편견을 낳고, 그 편견은 정책·취업·교육 등에서 차별을 불러옵니다. 이것이 악화하면 살인, 방화, 테러와 같은 증오범죄가 발생하고 심지어는 집단학살로까지 이어집니다. 나치범죄, KKK 범죄,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집단학살…. 이런 것들이 혐오표현에서 자라난 증오범죄라고 생각합니다. 증오범죄에 희생당한 쪽에서는 보복하려는 증오전쟁으로까지 이어집니다.”- 한국에선 ‘OO충(蟲)’과 같은 혐오 발언이 많다. “초·중학생이 친구와 나누는 일상대화에 욕이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왜 욕하느냐’고 물어보면 ‘대화에 끼기 위해 욕한다’고 합니다. 사람들을 곤충에 비유해서 맘충, 급식충, 한남충 등으로 부르고, 외국인에 대해 똥남아, 흑형, 외노라며 비하하는 혐오발언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SNS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이에 익숙한 10~20대에서 악플이 많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말을 배우는데는 2년이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는 데는 60년이 걸린다는 외국 속담이 있습니다. 자신의 악성댓글이 무슨 잘 못을 저지르는지 모르는 어린 학생들에게 어릴 때부터 꾸준히 인터넷 윤리교육을 교육시켜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인터넷 기업들은 인터넷상에서 이같은 비하·혐오 표현이 등장하면 ‘OO법에 의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창이 뜨도록 하는 기술적 보완을 하면 좀 줄어들지 않을까 합니다.” “악플, 영혼 파괴에 생명 뺏는 심각한 범죄혐오표현→편견·차별 강화→증오범죄 연결어릴 때부터 꾸준히 인터넷 윤리교육 해야혐오표현 규제 법제화 시급 … 日도 시행”- 혐오표현 규제 법제화에 대한 생각은. “정부 차원에서 혐오 표현을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아니 시급하다고 봅니다.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법안은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30개국, 브라질, 캐나다 등 미주 5개국이 법제화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일본도 2016년부터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법안이 시행되었고 작년 말부터 혐오표현 가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2013년 제가 안효대 의원을 통해 국회에서 혐오표현 규제 법안을 만들자고 국민제안을 했지만 법제화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외국인에 대한 혐오표현은 문제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에 200만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고, 전 세계에 750만 명의 재외동포가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한국에 사는 외국인을 존중하면 해외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들 역시 존중받을 것입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을 포옹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을 향한 혐오 표현을 추방하는 캠페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선플운동이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나. “2012년부터 선플달기운동에 동참한 울산교육청은 학교 폭력이 급격히 감소하는 효과를 봤습니다. 선플운동을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언어폭력 피해율이 40.7%에서 5.6%로 떨어졌습니다. 2013년 4월에는 2%까지 감소했고, 신체 폭행 발생 건수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는 교육부 발표가 있었습니다. 또 2012년 서울 강남경찰서와 함께 선플재단 홈페이지에 방문한 학생 140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0%가 ‘선플달기가 본인의 언어 순화와 학교 폭력 감소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습니다. 악플을 달아 기소된 이들에게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과정’ 선플 교육을 한 적이 있습니다. 교육과정에서 자신이 쓴 악플을 읽어보라고 하니 눈물을 흘리면서 크게 후회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선플운동 실시해보니 언어폭력 감소 확연울산교육청, 언어폭력 41%→6% 감소 확인기소된 악플러, 자신이 쓴 악플 읽고 눈물”- 선플운동, 한계가 있지 않나요. “선플운동은 단순히 악플을 달지 말자는 차원을 넘어 상대방을 배려하고, 응원하자 인터넷 문화 운동입니다. 다른 사람과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하자는 캠페인과 교육활동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선플운동이 사회를 한꺼번에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한 명 한 명 늘어 가다 보면 조금씩 더 나은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장애수당으로 어렵게 생활하던 중증 장애인 부부가 첫 아이를 갖게 되자 기쁜 나머지 어려운 살림살이에서 생활비 일부를 떼 내 기부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런 훈훈한 기사에도 ‘세무조사 좀 해봐라. 잘사나 보다’, ‘적은 돈으로 얼굴을 알리려고 한다’ 등 여러 개의 악플이 달렸습니다. 하지만 ‘가슴이 찡한 기사다’, ‘기부 안 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나도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도록 열심히 살겠다’와 같은 선플이 달리기 시작하자, 게시판 분위기가 바뀌고 악플들이 사라졌습니다. 이렇듯 악플을 방관하지만 말고, 선플을 달게 되면 상대적으로 악플이 줄어들게 됩니다.” - 외국에서도 선플운동을 했다던데. “미국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사건이나,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때 우리 청소년들이 써 올린 추모와 응원의 선플이 1만개가 넘었습니다. 이 선플을 모아서 추모집을 만들어 주한미국대사와 중국 CCTV에 각각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그에 대한 응답으로 중국에서는 세월호 참사 때 추모사이트를 개설하고 5만여명의 네티즌들이 추모의 뜻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또 2016년 일본 구마모토 대지진 때는 희생자와 피해자들을 위한 추모와 위로의 선플 1만 3000여개가 올라왔습니다. 2017년 1월, 한국 청소년들이 올린 ‘일본 구마모토 대지진 피해 주민들을 위한 추모와 위로의 선플사이트’를 오노 타이스케 구마모토현 부지사에게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 선플운동 재원, 어떻게 마련하나. “12년 동안 이 운동을 이끌면서 가장 큰 고민입니다. 대부분은 사비로 충당하지만 친구들과 뜻있는 분들의 후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기업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으면 더욱 활발하게 악플 추방운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美샌디훅 초등학교 총기사건, 中쓰촨성 대지진日구마모토 대지진에 추모 선플집 만들어 전달中, 세월호 희생자 추모 사이트 개설로 위로도”- 악성 댓글 대다수가 익명이다. “우리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자신의 견해를 밝힐 때 이름과 소속을 당당하게 밝히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집회나 토론회에서도 발표자는 자신의 이름과 소속을 밝히고 자신의 주장이나 의견을 개진합니다. 그런 것이 인터넷상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현재 인터넷 실명제가 실시되지 않고 있습니다만 생각 없이 올린 한 줄의 악플이 상대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흉기임을 인식시키는 인터넷 윤리 교육이 더욱 절실한 이유입니다.” 민 이사장은 요즘도 대학에서 강의한다. 영어와 관련된 과목을 가르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특훈교수로서 한양대 국제학부에서 ‘비즈니스 크리에이티브티(Business Creativity)’를 강의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학생들이 글로벌 취업과 창업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수업을 하고 있다.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글, 삼성, CJ 등 기업체에 연결시키거나 노벨평화상 수상자들과 네트워킹을 하도록 연결시켜준다고 한다. 다만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한다. - 사회 갈등 해결을 위해 조언한다면. “사실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원칙은 너무나 간단 합니다. 중학생들이 공부하는 국어 교과서에 갈등과 협상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서로의 입장이 다를 경우 협상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조정한다면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협상의 절차는 첫째, 상대를 만나 문제를 확인하고, 둘째, 상대의 처지와 관점을 이해하고, 셋째, 협의와 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과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 갑니다. 갈등 상황에서 상대의 입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강요할 경우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는 말을 내뱉게 되는데 칼로 입은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낫지만 말이나 글로 입은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회복되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말과 글은 마음에 깊숙한 상처를 냅니다. 우선 정치인등 사회 지도층부터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생각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말을 해야 합니다. 특히 요즘 우리 사회의 힘있는 지도층들이 생각없이 내뱉는 언어들은 상대방에게 폭풍 상처를 입히고 있습니다.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는 사이버 세상의 언어를 정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 합니다. 현재 청소년들은 온·오프라인 세상을 동시에 살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사이버 세상이 그들에게 더 큰 비중으로 다가 올 것입니다. 그래서 사이버 세상에 대비한 교육은 참으로 중요 합니다. 이럴때 일 수 록 직접 만나 끊임없이 소통을 지속하고, 상대를 인격체로서 배려하면서 서로 간의 보다 좋은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 합니다. - 영어 잘하는 비결은. “인간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기본 열량이 필요하듯이 외국어를 배울 때에도 언어습득의 기본량이 필요한데요. 우리가 영어를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 기본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이 영어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문법 중심의 입시제도 탓에 외국인과 통하는 실용 영어의 기본량을 채울 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생활영어는 학문이 아니라 하나의 기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구촌을 사로잡고 있는 BTS가 얼마나 많은 양의 연습을 했겠습니까? 수 없는 반복훈련을 했을 것입니다. 대화체 영어를 배우는 데는 그보다 훨씬 적은 노력으로 배울 수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내가 필요한 내용’을 공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첫째로 자신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표현들을 뽑아 내서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두 번째로 반복훈련을 통해 익히고, 마지막 단계는 실제로 영어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자기 것을 만드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만 영어공부는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내용을 공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본인과 관련이 없는 내용은 공부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효과가 떨어집니다.”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캐러밴 절박함 담은 한 컷… 한국인 사진기자 첫 퓰리처상

    캐러밴 절박함 담은 한 컷… 한국인 사진기자 첫 퓰리처상

    캐러밴(중미 이민자 행렬) 사태를 취재한 로이터통신 소속 김경훈(45) 기자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도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한국 국적을 가진 사진기자로는 처음 이룬 쾌거다.1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퓰리처상 이사회는 이날 김 기자를 포함해 마이크 블레이크, 루시 니콜슨, 로렌 엘리엇 등 캐러밴 사태를 취재한 로이터통신 사진기자들을 ‘브레이킹 뉴스’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지난해 11월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와 접경을 이루는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미국 쪽으로 국경 진입을 시도하던 온두라스 출신 이주민 모녀가 국경수비대가 발사한 최루탄을 피해 황급히 뛰어가는 장면을 촬영해 전 세계에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퓰리처상 위원회는 “이민자들이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여행할 때 긴급하고 절박하며 슬퍼하는 모습을 생생하고 놀랍게 시각적으로 묘사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김 기자는 중앙대 사진학과에서 저널리즘 사진을 전공한 뒤 로이터통신에서 15년 이상 근무하며 서울지국, 베이징지국을 거쳐 현재 도쿄지국에 있다. 퓰리처상 이사회는 또 지난해 미국 내 총기난사 사건을 취재·보도한 지역언론 ‘플로리다 선 센티널’과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를 각각 공공서비스·긴급뉴스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형성 문제와 성 추문을 추적 보도한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각각 해설보도·국내보도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다음달 뉴욕에서 열린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최고 권위 퓰리처상 수상에 기뻐하지 못하고 말 없이 포옹만

    최고 권위 퓰리처상 수상에 기뻐하지 못하고 말 없이 포옹만

    ‘결코 원하지 않았던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영국 BBC가 15일(현지시간) 발표된 퓰리처상 수상자 명단 가운데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에서 발행되는 캐피탈 가제트의 특별상 수상 소식을 전하며 붙인 제목이다. 미국 언론계의 가장 권위있는 상을 받으면 당연히 축하가 쏟아져야 하는데 그럴 수 없었다. 수상작이 지난해 6월 이 신문사 뉴스룸에서 무장괴한에게 총격을 받고 숨진 다섯 동료들을 다룬 1면 기사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신문사 직원들은 수상 소식을 들은 뒤 말 없이 서로를 껴안으며 존 맥나마라, 웬디 윈터스, 레베카 스미스, 제럴드 피치먼, 롭 히아센 등 세상을 등진 동료들의 명복을 빌었다고 방송은 전했다. 직원들은 동료들이 총기 난사로 세상을 떠난 충격을 털고 다음날 신문을 정상 발행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퓰리처상 이사회는 상금으로 10만 달러를 주며 저널리즘 발전에 앞장서 달라고 격려했다. 총기 난사 보도로 지역신문 두 곳이 더 수상했다. 지난해 2월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를 취재·보도한 공로로 사우스 플로리다 선 센티널을 공공서비스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 신문 기자들은 총기난사로 17명이 세상을 떠난 뒤 몇 개월 동안 후속 취재를 통해 지역사회에 미친 충격과 총기 권리-규제 관련 논쟁에 미친 영향 등을 다뤘으며 현지 당국이 총기난사 사건을 막지 못한 실패 원인을 지적한 것을 수상 이유로 들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는 지난해 10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시너고그)에서 11명이 희생된 총기난사 사건 보도와 관련해 긴급뉴스 부문 상을 받았다. 포스트-가제트 편집국은 이날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했다. NYT는 지역신문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상황에 지역 신문 세 곳을 시상함으로써 퓰리처상 이사회가 지역 저널리즘의 중요성을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미얀마 군부에 의한 로힝야족 학살 사건을 취재, 보도한 공로로 국제보도 상을 받았다. 이 통신사의 와 론과 초 소에 우 기자는 로힝야족 관련 기밀문서를 부정하게 입수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재판 과정에서 윗선의 함정수사 지시가 있었다는 경찰관의 폭로가 나왔으나 법원은 이를 무시하고 징역 7년형을 선고했다. 두 기자는 지난해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AP통신도 예멘 내전으로 인한 난민들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고발한 공로로 역시 국제보도 상을 받았다. NYT는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부친으로부터 수십 년에 걸쳐 현 시세로 4000억원 이상을 받아 탈세하는 등 재산 형성 과정을 파헤친 보도로 해설 보도 상을 수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친으로부터 100만 달러를 빌려 사업을 시작한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라고 자랑해온 것과는 배치된다. NYT는 지난해에는 워싱턴포스트(WP)와 공동으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내통 의혹을 보도해 국내 보도 부문 수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 결과, 자신의 잘못이 일단 드러나지 않자 지난달 말 NYT와 WP에게 퓰리처상을 반납하라고 공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트럼프와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한 전직 포르노 배우 스테파니 클리퍼드에게 2016년 대선 직전 ‘입막음’으로 13만 달러를 지급했다는 사실을 폭로, 국내 보도 부문 상을 수상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의 유명 부인과 의사인 조지 틴들이 30여년 근무하며 다수의 학생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의혹을 보도한 공로로 탐사보도 부문 상을 수상했다. 퓰리처상은 언론 분야에서는 보도, 사진, 비평, 코멘터리 등 14개 부문에 걸쳐, 예술 분야에서는 픽션, 드라마, 음악 등 7개 부문에 걸쳐 시상한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AR·VR로 실전처럼 훈련… SKT, 5G 스마트 육사 구축

    가상현실(VR)로 사격훈련을 하고, 증강현실(AR)로 전술을 연마하는 5G 스마트 육군사관학교가 구축된다. SK텔레콤은 15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본관에서 육사와 ‘5G 기술 기반의 스마트 육사’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상반기 내 서울 육사 캠퍼스 전역에 5G 인프라를 구축한다. 단일 군사 시설에 지형, 보안 등을 고려해 맞춤형 5G 인프라를 전면 구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G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면 육사 캠퍼스는 군사훈련, 체력관리, 학습환경, 시설관리 등 전 분야에 걸쳐 5G 기반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구현되는 스마트 육사로 진화하게 된다. 사격, 전술, 지휘통제 관련 기존 훈련이 VR·AR 기반 통합전투훈련으로 바뀐다. 지난해 육사가 독자 개발한 통합 전투훈련 체계는 5G 네트워크와 결합해 올해부터 본격화된다. 5G의 강점인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성 덕분에 10명 내외의 분대 단위만 가능했던 훈련 규모가 200명 내외 중대급 단위로 대폭 커지며 초고화질 VR 영상도 끊김 없이 전송된다. VR 기반 통합 전투훈련 체계 중 정밀사격훈련과 전술훈련은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군(軍) 버전 격으로 훈련자가 멀티스크린 속에서 개인 화기로 영점, 실내 축소, 실거리, 이동표적, 야간, 전장 상황 사격 등을 훈련할 수 있다. 실제 수준의 반동과 총기, 총탄 종류별로 정확한 탄도 곡선을 적용해 정밀한 훈련이 가능하다. 전시 상황 시뮬레이션(워 게임)은 AR을 활용해 눈앞에 3차원 지형을 띄워 놓고 작전지를 실제로 내려보듯이 지휘할 수 있다. 한편 스마트 육사 체계가 도입되면 생도들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차고 생활하면서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술로 자신의 체력 데이터를 분석한 맞춤형 체력 관리 정보도 받는다. ‘스마트 강의실’에서 생도들에게 태블릿 PC,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지급해 종이가 필요 없는 페이퍼리스 환경을 구현하고, 강의에 VR·AR 기반 교육 콘텐츠, 앱 기반 실시간 퀴즈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육사 생도가 VR 기반 정밀사격훈련 시뮬레이터로 전시 상황 사격훈련을 받고 있다(왼쪽 사진). AR 기반 지휘통제훈련에 참가한 병사들이 AR 글라스를 착용하고 3차원 지형도를 보며 작전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 AR·VR로 실전처럼 훈련… SKT, 5G 스마트 육사 구축

    AR·VR로 실전처럼 훈련… SKT, 5G 스마트 육사 구축

    200명 내외 중대급 통합 전투훈련 가능 웨어러블 디바이스 착용 체력 분석·관리가상현실(VR)로 사격훈련을 하고, 증강현실(AR)로 전술을 연마하는 5G 스마트 육군사관학교가 구축된다. SK텔레콤은 15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본관에서 육사와 ‘5G 기술 기반의 스마트 육사’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상반기 내 서울 육사 캠퍼스 전역에 5G 인프라를 구축한다. 단일 군사 시설에 지형, 보안 등을 고려해 맞춤형 5G 인프라를 전면 구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G 인프라 구축이 완료되면 육사 캠퍼스는 군사훈련, 체력관리, 학습환경, 시설관리 등 전 분야에 걸쳐 5G 기반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구현되는 스마트 육사로 진화하게 된다. 사격, 전술, 지휘통제 관련 기존 훈련이 VR·AR 기반 통합전투훈련으로 바뀐다.지난해 육사가 독자 개발한 통합 전투훈련 체계는 5G 네트워크와 결합해 올해부터 본격화된다. 5G의 강점인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성 덕분에 10명 내외의 분대 단위만 가능했던 훈련 규모가 200명 내외 중대급 단위로 대폭 커지며 초고화질 VR 영상도 끊김 없이 전송된다. VR 기반 통합 전투훈련 체계 중 정밀사격훈련과 전술훈련은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군(軍) 버전 격으로 훈련자가 멀티스크린 속에서 개인 화기로 영점, 실내 축소, 실거리, 이동표적, 야간, 전장 상황 사격 등을 훈련할 수 있다. 실제 수준의 반동과 총기, 총탄 종류별로 정확한 탄도 곡선을 적용해 정밀한 훈련이 가능하다. 전시 상황 시뮬레이션(워 게임)은 AR을 활용해 눈앞에 3차원 지형을 띄워 놓고 작전지를 실제로 내려보듯이 지휘할 수 있다. 한편 스마트 육사 체계가 도입되면 생도들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차고 생활하면서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술로 자신의 체력 데이터를 분석한 맞춤형 체력 관리 정보도 받는다. ‘스마트 강의실’에서 생도들에게 태블릿 PC,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지급해 종이가 필요 없는 페이퍼리스 환경을 구현하고, 강의에 VR·AR 기반 교육 콘텐츠, 앱 기반 실시간 퀴즈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실수로 자신의 머리에 총 쏜 4살 꼬마, 눈은 떴지만…

    실수로 자신의 머리에 총 쏜 4살 꼬마, 눈은 떴지만…

    지난달 27일 친구 집에서 권총을 가지고 놀다 실수로 자신의 머리를 쏜 4살짜리 남자아이가 기적적으로 눈을 떴다. CNN 등 미국 언론은 15일(현지시간) 오클랜드에서 일어난 총기 사고로 의식불명에 빠졌던 나번 잭슨(4)이 혼수상태에서 벗어났다고 보도했다. 잭슨의 조부 라몬 프라이스는 3일 페이스북을 통해 “눈을 뜬 손자는 하품을 하고 기침을 하고 손과 다리를 움직이고 있다”면서 “기적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잭슨은 영구적인 뇌 손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이스는 “우리는 잭슨이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부상 정도로 볼 때 결코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잭슨이 의식을 회복한 것만으로도 기적이라며 기뻐하고 있다. 잭슨은 지난달 27일 오후 2시경 이스트 오클랜드 리치 스트리트의 테런스 윌슨 자택에서 윌슨의 베개 밑에 있던 권총을 가지고 놀다 실수로 자신의 머리를 쏴 병원으로 옮겨졌다. 오클랜드 경찰은 당시 총기의 잠금장치가 풀려 있었다고 밝혔다. 현장에 있다 체포된 테런스 윌슨의 동생 앤토니 윌슨은 “잭슨이 방에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총성이 들렸다”고 진술했다. 잭슨의 아버지 나단 잭슨은 이미 총기 사고로 3명의 자녀를 잃었다. 지난 2010년 둘째 아들 나리뇨 잭슨(18)이 조직폭력배의 총에 맞아 사망했으며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셋째 아들 나이죤 잭슨(16)이 이스크 오클랜드에 있는 조부모 집 밖에서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지난해에는 첫째 딸 엘리스 맥피(21)가 총격 후 차에 치여 사망했다. 잭슨의 어머니 브리잔나 프라이스 역시 남동생을 총기 사고로 잃었다. 그녀의 동생 라몬트 프라이스(17)는 지난 2012년 지인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 오클랜드시에서는 2017년 총기 사고로 63명이 사망하고 277명이 부상을 입었다. 2011년 93명이 사망하고 617명이 부상 당한 것과 비교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총기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잭슨의 조부 라몬 프라이스는 “매일 젊은이들이 총기 사고로 숨지는 것을 목격한다. 가족들이 총기 사고 때문에 산산조각이 나고 있다”면서 “가정에서 왜 장전된 총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총기 보유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시키고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에 대해 알릴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불륜 의심한 美 30세 남편, 아내·딸·친구 연쇄 살인 참극

    불륜 의심한 美 30세 남편, 아내·딸·친구 연쇄 살인 참극

    미국 애리조나주(州)에서 30세 남성이 총기와 둔기로 아내와 두 딸 그리고 지인 남성까지 모두 4명을 살해하는 참극이 빚어졌다. 14일(이하 현지시간) CNN과 ABC 등 미국 주요언론에 따르면, 용의자인 오스틴 스미스(30)가 지난 11일 밤 오후 8시15분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아내인 다시아 패터슨(29)과 둘째 딸 나샤 스미스(5)를 총기로, 첫째 딸 마얀 스미스(7)를 둔기로 때려 살해했다.이날 술집에서 돌아온 스미스는 아내가 자신의 친형(33)과 바람을 피웠다고 의심해 말다툼하던 끝에 아내와 그 옆에 있던 둘째 딸까지 권총으로 쏴 숨지게 했다. 이어 울고 있던 첫째 딸은 야구방망이로 때려 살해했다. 참극이 일어난 집에는 막내딸(3)도 있었지만, 침대 밑에 숨어 무사했다. 스미스는 막내딸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막내딸 만큼은 자신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해서 살려뒀다고 이후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스미스는 1차 범행 뒤 14㎞ 떨어진 친형이 사는 아파트 단지로 차를 몰고 갔고, 거기서 자신의 친구이자 가족끼리 잘 아는 남성 론 프리먼(46)과 마주쳤다. 그 옆에는 그의 여자친구(47)도 있었다. 이미 화가 잔뜩 나 있던 스미스는 프리먼과 대화하던 중 오해라며 자신을 설득하던 그와 그의 여자친구마저 총으로 쐈다. 이 일로 프리먼은 현장에서 숨졌고 여성은 간신히 목숨은 건졌으나 위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스미스는 친형을 찾아가 다시 총을 발포했다. 이 일로 그의 형은 총상을 입긴 했으나 다행히 치명상을 입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이후 스미스는 현장에서 차로 도주했지만 곧 발견돼 체포됐다. 스미스의 차량에서는 범행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9㎜ 구경 권총과 45 구경 권총 그리고 223 구경 소총이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스미스를 1급 살인 4건과 1급 살인 미수 2건 그리고 가중 폭행 3건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한 스미스는 이후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모두 시인하긴 했으나 자신이 믿는 신의 지시를 이행했을 뿐이라면서 신의 눈에는 간통이나 혼외정사와 연루된 사람을 이런 식으로 다루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가 믿는 종교가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스미스의 보석금은 200만 달러(약 22억 6500원)로 책정됐다. 사진=AP 연합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여기는 남미] 악명높은 범죄 조직, 두목 잡고보니 14세 소녀

    [여기는 남미] 악명높은 범죄 조직, 두목 잡고보니 14세 소녀

    운전기사들을 협박해 상습적으로 이른바 '통행료'를 갈취한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잡고 보니 조직의 우두머리는 여자어린이였다. 남미 콜롬비아에서도 치안이 불안하기로 악명이 높은 메데진의 13구역에서 벌어진 일이다. 13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콜롬비아 경찰은 공갈협박 등의 혐의로 14살 여자어린이를 긴급체포했다. 수사 관계자는 "그간 13구역에서 발생한 복수의 운전기사 살인사건, 차량공격사건 중 다수가 이 여자어린이의 명령으로 이뤄진 범행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이 여자어린이는 무장범죄조직을 결성, 13구역을 오가는 택시나 버스, 트럭 등에 매일 통행료를 받아왔다. 기사들이 상납한 돈은 평균 13달러, 우리돈 약 1만4800원이다. 큰 금액이 아닌 것 같지만 콜롬비아 현지 물가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돈이다. 통행료를 내라는 요구에 기사들은 대부분 울며 겨자를 먹는 식으로 돈을 내놨다. 콜롬비아 메데진의 13구역에서 운수업을 하는 한 기사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목숨 걸고 운전대를 잡느니 돈을 주거나 아예 일을 나가지 않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실제로 13구역에선 그간 복수의 운전기사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누군가 불을 지르는 등 차량을 공격한 사건도 다수 발생했다. 경찰은 이들 사건이 통행료 내길 거부한 기사에 대한 보복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어린이들에게 어른들이 벌벌 떠는 세상이 됐다"면서 "처벌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청소년들 역시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 RCN에 따르면 절도, 불법총기 소지, 마약류 판매 등의 혐의로 메데진 소년원에 수감된 14~17살 청소년은 현재 1000명을 웃돈다. 이 가운데 25%는 살인 혐의로 소년원 생활을 하고 있다. 한편 메데진의 13구역은 콜롬비아에서도 치안이 불안하기로 유명하다. 사망한 콜롬비아의 마약황제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과거 청부살인업자들을 육성하기 위해 미성년자들을 끌어 모은 곳이기도 하다. 사진=자료사진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항공기 탑승 전 권총 발견 “여행가방 권총 몰랐다”

    항공기 탑승 전 권총 발견 “여행가방 권총 몰랐다”

    항공기 탑승객 여행가방에서 권총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4일 인천공항경찰단에 따르면 전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일본 오사카로 향하는 항공기에 탑승하려던 A(21)씨 여행가방에서 권총 1자루가 발견됐다. 여행가방 통관 검사 과정에서 발견된 이 권총은 독일 마우저사가 제작한 것으로 1940년대에 사용하던 총기로 확인됐다. 다만 권총 내부에는 이 탄환이 없었으며 탄환의 뇌관을 때리는 장치인 ‘공이’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이가 없으면 탄환을 장전해도 발사는 불가능하다. A씨는 경찰에 “이 여행가방은 지난해 아버지가 집 근처에서 주워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군입대를 앞두고 친구들과 여행을 가려고 이 여행가방을 가져온 것일 뿐 가방 안에 권총이 있었는지는 몰랐다”고 진술했다. A씨의 아버지도 이 여행가방 내부에 권총이 들어있는 것을 몰랐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 권총은 육군박물관에도 전시될 만큼 1차 세계대전과 우리나라 독립운동 등 과거 전장에서 널리 사용되던 것”이라며 “골동품 밀수·거래 등 다양한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동영상] 상원의원 머리에다 계란 깼던 청년 코놀리에 쏟아지는 격려

    [동영상] 상원의원 머리에다 계란 깼던 청년 코놀리에 쏟아지는 격려

    호주의 한 상원의원이 자신의 머리에 계란을 맞춰 깨뜨렸던 17세 소년에게 주먹질로 보복한 것이 정당방위였다고 경찰이 인정했다. 호주 빅토리아 경찰은 9일 성명을 내 “모든 상황을 감안했을 때 69세 어르신의 행동은 정당방위로 여겨지며 기소할 만한 합당한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69세 어르신은 지난달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졌다가 봉변을 당한 프레이저 애닝 상원의원을 가리킨다. 그는 당시 “무슬림 이민이 너무 많아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취지로 발언했는데 뒤에서 진지하게 듣던 윌 코놀리가 갑자기 휴대전화를 켠 채 계란을 뒷머리에 부딪쳐 깨뜨렸다. 애닝 의원은 놀라울 정도로 빨리 두 차례 주먹을 날려 코놀리의 안면을 가격했다. 지지자 다섯 명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그를 바닥에 나동그라지게 했다.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자 애닝 의원의 대응이 지나쳤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은 이날 정당방위를 인정해 애닝 의원을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경찰은 코놀리도 공식 경고와 함께 훈방 조치했다. 다만 코놀리를 넘어뜨린 뒤 계속 발길질을 해댄 한 남성을 계속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은 지난주 애닝 의원의 발언 경위를 조사한 뒤 9일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다만 “끔찍한 범죄의 책임을 희생자들에게 전가하면서 종교를 근거로 사람들을 모략했다”고 공식적으로 애닝 의원 발언이 잘못됐다고 인정했다. 물론 코놀리의 행동이 옳지 않다는 지적도 많지만 그는 인터넷 여론에서 “계란 소년”으로 불리며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호주 길거리에는 그의 용기가 가상했다는 벽화 등이 등장했다.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 거리에까지 번졌다. 그가 법적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며 비용을 대는 데 도움이 되라고 온라인 모금 운동이 펼쳐져 8만 호주달러(약 6500만원)가 모였다. 콘서트 티켓을 주겠다는 또래들도 많고, 유명인들의 칭찬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지난달 텐 네트워크와의 인터뷰를 통해 “내가 한 행동이 옳지 못했다는 점을 이해한다. 하지만 계란이 사람들을 단결시켰다”고 말했다. 애닝 의원은 의원직을 내놓으라는 온라인 청원에 140만명이 서명했지만 아직도 발언 내용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여기는 남미] 90대 칠레 부부 “자식에게 짐 되기 싫어” 권총 자살

    [여기는 남미] 90대 칠레 부부 “자식에게 짐 되기 싫어” 권총 자살

    말년에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건 동양이나 서양이나 마찬가지였다. 60년 넘게 해로한 칠레 부부가 더 이상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칠레 남부 엘보스케에서 최근 벌어진 일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손녀의 신고를 받고 출동, 자택에서 사망한 호세 아에도(94)와 블랑카 사에스(86)를 발견했다. 두 사람의 시신 곁에선 자살에 사용한 권총 1장과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할아버지 아에도가 부인 사에스를 먼저 총으로 쏘고, 이어 자신도 동일한 총기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로 결혼한 지 62년이 된다는 부부에겐 4명 자식과 7명 손자손녀가 있다. 가정을 꾸린 자식들과 떨어져 엘보스케에서 조용히 노년을 보내던 부부는 평소 조용한 삶을 살았다. 이웃들은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행복하게 살던 부부"라면서 "부부가 다투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랬던 부부가 왜 비극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90대 중반인 할아버지는 경제 활동을 할 수 없었다. 부인 사에스 할머니에게도 별다른 수입이 없었다. 부부는 자식들이 주는 돈으로 생활해왔다. 부부는 "더 이상 자식들에게 경제적으로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이런 선택을 하게 됐다"고 세상을 등지기로 한 이유를 유서에 남겼다. 후손들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하지만 자식과 손자손녀는 두 사람의 죽음을 크게 애도하고 있다. 손녀 캐서린 아에도는 "우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버린 적이 없는데 두 분은 우리를 버리고 떠났다"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내게 인생의 본을 보여주신 분들"이라면서 "두 분이 이렇게 떠나시면서 내 삶도 엉망이 됐다. 인생을 미워하게 됐다"고 했다. 한편 칠레 언론은 "노년에 경제적으로 자식들에게 기대야 하는 노인이 적지 않다"면서 "노인복지를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자료사진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학벌주의 논쟁 불 붙인 서울대생 펜 판매

    한 졸업생 페북 글 “수요 있으니 팔아” 학생들 “사회 가치 훼손 말아야” 반박 전문가 “문제 자각 못하는 사회 단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요가 있는 물건을 파는 게 잘못인가요?” 서울대의 한 창업동아리가 서울대생이 쓴 손편지와 펜을 대입 수험생들에게 판매하려고 해 논란을 빚은 가운데 지난 27일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자신을 서울대 졸업생이라고 밝힌 이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손편지가 마약·총기·독극물처럼 사회에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기꺼이 살 사람이 있는 물건을 파는 게 왜 죄가 되느냐”고 썼다. 또 “20대 초반이 되도록 변변한 성취 하나 없는 사람이 많은데, 허벅지를 찔러 가며 공부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학교에 온 정도면 자긍심을 가질 만하지 않은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학벌 상품화가 싫으면 신입생이 입고 다니는 과잠(학과 점퍼)을 모두 벗겨 불태우시라”고 항변했다. 글을 본 학생들 사이에서는 “물건을 파는 건 죄가 아니지만, 가치 판단 문제는 남아 있다”는 반박이 나왔다. 한 학생은 “물건을 사고파는 게 허용되려면 사회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지 따져야 한다”면서 “마약 판매가 투약자 외에는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지만 불법인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학벌주의가 왜 문제인지도 모르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벌이 신앙 수준으로 커졌다”면서 “서울대생이 쓰던 펜을 쓰면 마치 초자연적인 힘이 나와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전에도 탑돌이, 새벽 기도 등 합격을 위한 주술적 요소는 있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상품화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비판했다.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력은 더이상 개인의 성취가 아니라 부모로부터 대물림되는 것인데, 이를 모르고 학벌 상품화가 왜 나쁘냐고 묻는 건 ‘수요가 있으니 무기를 팔겠다’는 무기 판매상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앞서 서울대 창업동아리는 ‘중고나라’와 ‘맘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 “수험생을 위해 서울대생이 쓴 응원의 손편지와 볼펜을 판매한다”는 홍보 글을 올렸다가 ‘학벌주의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고 글을 삭제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학벌 상품화가 왜 나빠?”...도덕 논쟁된 ‘서울대생 펜’ 논란

    “학벌 상품화가 왜 나빠?”...도덕 논쟁된 ‘서울대생 펜’ 논란

    창업동아리, “서울대생 쓰던 펜·손편지 판매” 글 올렸다 비난졸업생 “살 사람 있는 물건 파는 게 왜 죄가 되나” 옹호전문가 “수요 있으니 무기 팔겠다는 꼴”“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요 있는 물건을 파는 게 잘못인가요?” 서울대 한 창업동아리가 서울대생이 직접 쓴 손편지와 펜을 수험생 등에 판매하려다 논란을 빚은 가운데 “학벌 상품화가 문제가 되느냐”를 놓고 때아닌 학벌주의 논쟁이 벌어졌다. 27일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자신을 서울대 졸업생이라고 밝힌 한 글쓴이가 “손편지가 마약·총기·독극물처럼 사회에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기꺼이 살 사람이 있는 물건을 돈 받고 파는 게 왜 죄가 되느냐”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세상에는 20대 초반이 되도록 변변한 성취 하나 쌓지 못한 사람이 훨씬 많은데, 질풍노도의 시기에 허벅지 찔러 가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학교에 온 정도면 자긍심을 가지고 자랑할 만하지 않은가”라면서 “그렇게 학벌 상품화가 싫으면 학교 기념품점에 야구 배트를 들고 가서 서울대 로고가 박힌 기념 초콜릿을 때려 부수고, 신입생이 과잠(학과 점퍼)을 입고 다니는 것이 보이면 그 자리에서 모두 벗겨내 불태우고, 대치동 학원가에 가서 서울대 출신이라고 광고하는 강사를 모조리 끌어내시라”고 항변했다.이에 학생들을 중심으로 “자본주의 논리에서 물건을 파는 건 죄가 아니지만, 가치 판단은 남아 있다”는 반박이 나왔다. 한 학생은 “어떤 물건을 사고파는 게 허용되려면 사회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지 따져야 한다”면서 “마약 역시 투약자 외에는 누구에게도 피해주지 않지만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학벌주의가 왜 문제인지도 모르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학벌이 신앙 수준으로 커진 것”이라고 짚었다. 최 교수는 “서울대생의 펜을 쓰면 마치 초자연적인 힘이 나와서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라면서 “이전부터 탑돌이, 새벽 기도 등 명문대 합격을 향한 주술적 요소는 있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학생 스스로가 상품화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비판했다.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학력은 더 이상 개인의 성취가 아니라 재산처럼 부모로부터 대물림되는 것인데, 이를 모르고 학벌 상품화가 왜 나쁘냐고 묻는 건 ‘수요가 있으니 무기를 팔겠다’는 무기 판매상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앞서 서울대 한 창업동아리는 24일 ‘중고나라’와 ‘맘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 “수험생을 위해 서울대생이 직접 쓴 응원의 손편지와 볼펜을 판매한다”는 제목으로 판매 홍보 글을 올렸다. 이들은 게시물에서 “수험생들에게 좋은 기운을 전해드리고자 서울대생들이 직접 손편지를 쓰고, 공부할 때 사용한 펜을 판매하고 있다”면서 편지와 서울대생이 공부할 때 사용한 펜, 서울대 마크가 그려진 컴퓨터용 사인펜 등을 묶음으로 7000원에 판매하겠다고 소개했다. 해당 게시물이 알려지고 ‘학벌주의를 조장한다’는 비난이 나오자 해당 동아리는 홍보 글을 삭제하고,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사과문을 올리며 해당 사업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뉴질랜드 참사 2주만에 백인 민족주의·분리주의 차단 나선 페이스북

    뉴질랜드 참사 2주만에 백인 민족주의·분리주의 차단 나선 페이스북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이 지난 15일 50명의 목숨을 앗아간 뉴질랜드 이슬람사원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지 약 2주 만인 27일(현지시간) 백인 민족주의·분리주의 콘텐츠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고 미 CNN방송 등이 전했다. 호주 출신 백인으로 극단주의 성향의 총격범이 당시 상황을 생중계하는 플랫폼으로 이용된 페이스북은 이를 사전에 인지해 차단하는 데 실패했으며 해당 영상이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확산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페이스북은 이미 백인 우월주의 관련 콘텐츠를 올리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백인 민족주의·분리주의 콘텐츠는 예외였다. 페이스북은 “우리는 민족주의와 분리주의의 더 넓은 개념, 즉 미국인의 자부심과 사람들의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인 바스크 분리주의와 같은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같은 근거를 백인 민족주의에 적용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전 세계의 인종 관련 전문가와 시민사회 구성원, 학자들과 논의한 결과 백인 민족주의·분리주의는 조직화된 증오 집단에서 백인 우월주의와 의미있게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앞으로 ‘아메리칸 프라이드’, ‘바스크 분리주의’ 등 백인 민족주의·분리주의 관련 콘텐츠도 검색되지 않도록 조처할 계획이다. 일례로 사용자가 백인 우월주의 또는 민족주의 관련 콘텐츠를 검색하면 페이지가 자동으로 증오 반대 비영리기구 ‘라이프 애프터 헤이트’ 사이트로 넘어가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 사이트는 사용자들이 증오를 부추기는 단체에서 벗어나도록 돕기 위한 목적으로 2011년 개설됐다. 페이스북은 지난 3개월간 미국, 유럽, 아프리카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 인권 단체와 전문가 등과 함께 20차례 인종 관련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는 워싱턴DC 소재 진보성향 변호사들의 모임인 ‘법적 시민권을 위한 변호사 위원회’(LCCRUL)도 포함됐다. 크리스틴 클라크 LCCRUL 사무국장은 “백인 우월주의 및 민족주의 증오·폭력에 대한 대처는 늦어도 한참 늦었다”면서 “백인 민족주의와 우월주의가 다르다는 생각은 잘못된 구분”이라고 지적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엔테베 작전 때 인질들과 끝까지 남았던 ‘영웅’ 바코 기장 별세

    엔테베 작전 때 인질들과 끝까지 남았던 ‘영웅’ 바코 기장 별세

    1976년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서 엿새 동안 인질극을 벌인 테러범들이 이스라엘 핏줄이 아닌 승객들을 풀어줄 때 이를 마다하고 인질로 붙잡힌 승객들과 끝까지 함께 했던 프랑스인 기장 미셸 바코가 9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프랑스 민간인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훈장인 레종 도뇌르를 받았던 바코 전 기장은 프랑스 니스에서 숨을 거뒀는데 크리스티안 에스트로시 니스 시장은 “고인은 영웅이었다. 반유대주의와 야만에 협력을 거부함으로써 프랑스에도 영예를 안겨줬던 인물”이라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고 영국 BBC가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엔테베 구출 작전은 20세기 가장 극적인 여객기 공중납치 드라마 가운데 하나였다. 고인이 몰던 에어프랑스 AF-139 편은 1976년 6월 27일 승무원 12명과 260여명의 승객을 태우고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떠나 프랑스 파리로 향했다. 그리스 아테네를 경유했는데 이 때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 조직원 둘과 연인 사이인 독일인 둘이 탑승해 여객기를 공중 납치했다. 인질범들은 바코 기장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기수를 돌릴 것을 요구해 리비아 벵가지에 착륙했다. 그곳에서 연료를 주입한 뒤 다시 이륙해 엔테베 공항에 착륙했다. 적어도 세 명의 팔레스타인 무장 전사와 우간다 군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간다 통치자 이디 아민이 기체 바로 앞까지 마중 나와 환대한 일은 세계인의 공분을 샀다. 인질범들은 이스라엘 정부에게 54명의 수감된 무장조직원 석방과 500만 달러를 요구했다. 인질범들은 열악한 터미널 안에서 인질들을 지내게 했고, 화장실이나 여러 문제가 발생하자 이스라엘 핏줄이 아닌 사람들은 먼저 풀어줘 파리로 떠나게 했다. 이렇게 해서 바코 기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은 풀려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기장을 비롯한 승무원 12명은 94명의 이스라엘 승객과 끝까지 남았다. 이스라엘 특공대가 7월 3일 공항 터미널을 습격해 인질범 둘을 사살하며 납치극은 막을 내렸다. 나중에 바코 기장은 인질범 중 한 명이 다른 동료들을 향해 총기를 발사해 세 번째 인질범이 숨졌다고 밝혔다. 고인은 2016년 BBC 인터뷰를 통해 기장으로서 “승객을 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며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며 “팀원들에게 끝까지 남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게 우리의 전통이기 때문에 우리는 풀려나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자 모든 팀원들이 예외없이 따라줬다”고 돌아봤다. 당시 생존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렸던 베니 데이비슨은 바코 기장이 롤모델로서 전체 인질들을 대표해 인질범들이나 우간다 당국자들과 얘기하며 이끌어줬다고 말했다. 이어 바코가 최후 통첩을 하듯 한 순간을 또렷이 기억한다며 “우리와 남겠다고 용감히 얘기하고는 승무원들에게 ‘난 결정을 내렸으니 여러분은 각자 원하는 대로 해라’고 말하더라. 그러자 모두가 그와 함께 끝까지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일간 ‘Yedioth Ahronoth’ 인터뷰를 통해선 “프랑스가 우리를 구하려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스라엘보다 더 가까운 아프리카에 프랑스 군대들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누군가 우리를 구하려고 달려와줄 것이란 건 알았다”고 말했다. 또 바코 기장의 용감한 태도는 인질로 붙잡힌 모든 어린이들에게 강한 영감을 불어넣어 지옥의 모든 문이 열리더라도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본보기로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이 얘기는 ‘로보캅’을 연출한 호세 파딜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영화 ‘엔테베 작전’으로 제작돼 지난해 6월 국내 개봉했는데 갖가지 혹평 속에 조용히 막을 내렸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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