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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총련 파문 / “한국정부 조치 주시”초기대응 긍정 평가

    “미국측이 일단 우려를 해소한 듯 보인다.그러나 이번 사건 결말을 어떻게 내는지 주시하지 않겠는가.” 외교부 당국자는 10일 지난 7일 한총련 학생들의 장갑차 점거 사건과 관련,미국측이 우리측의 즉각적 대응에 대해 상당한 평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약을 통해 외국에 주둔하고 있는 군대의 실제 전투훈련장에 들어가 성조기를 불태우며 장갑차를 점거한 초유의 사건이지만,지난해 말 여중생사망 사건에 따른 촛불시위와 양상도 다르고,우리 정부의 초기 대응이 적절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여서 일단 한·미간 첨예한 외교문제로는 비화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반기문 청와대 외교안보보좌관이 마크 민턴 주한 미 대사관 부대사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뜻을 전하자 민턴 부대사가 “한국측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준데 대해 감사한다.”며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파월 국무장관에게 바로 보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정부가 주한 미 대사관을 통해,또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미 국무부와 국방부 등에 우리 정부의입장과 향후 대책을 바로 설명했고,미측은 대체로 일단 제기된 우려가 해소된 차원에서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 달 일부 대학생들의 미 8군 사령부 진입과,지난해 말 발생한 의정부 미군부대 울타리 훼손 사건에 대한 경미한 처벌이 이같은 극단적 상황으로 확대됐다는 미측의 시각도 있어,이번 장갑차사건 관련자 처벌 등 향후 우리 정부의 일관된 사태 처리를 지켜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
  • 신고 안한 촛불시위 불법/‘6·7여중생추모’ 진압 정당 판결

    여중생 사망사건 관련 촛불추모행사 참가자 가운데 처음 구속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집행유예가 선고됐다.재판부는 당시의 촛불행사는 사전신고를 하지 않은 불법집회로 경찰이 시위를 진압한 것은 합당했다고 판결했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상균)는 8일 촛불추모행사 도중 경찰을 때려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현욱(28)씨에 대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전씨는 지난 6월7일 광화문사거리에서 미대사관으로 향하는 추모행사 참가자들을 막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경찰관 3명을 때려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지난 6월 구속기소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피고인의 생각 가운데 경청할 부분이 있지만,자신의 견해를 관철하려고 법을 위반하는 태도는 합당치 않다.”면서 “촛불시위 주도자가 아닌 피고인만 구속된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정은주기자 ejung@
  • ‘미군 장갑차 점거’ 파장 / 재배치 협상 악영향 우려

    정부가 지난 7일 발생한 한총련 학생들의 경기도 포천군 미 8군 사격장 난입 사건의 파장 최소화를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 건 국무총리는 8일 “어떠한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로 엄중 대처할 것을 관련 부처에 지시했고,검찰도 “한총련 수배해제 조치와 별개로 주동자들을 엄중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경찰도 9일 긴급 전국 지방경찰청장 회의를 갖고 미군 시설 시위에 엄격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사건 발생 하루 만에 총리까지 나서 대책을 발표한 것은 이번 사안이 지난해 말 반미 촛불시위와는 질적으로 다른 양상을 띠기 때문이다.한총련 학생들이 취재진까지 대동,사격 훈련중인 미 8군 훈련장에 진입해 기갑부대 탱크를 점거하고 성조기를 불태운 것은 한·미 동맹의 근간을 뒤흔든,선(線)을 넘은 행위란 판단이다.찰스 캠벨 미8군 사령관이 “한국을 방어하고자 강도 높은 훈련에 참가중이던 미군 병사들이 과격한 학생들로 인해 혼란에 빠지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밝힌 것도 함축적 의미를 지닌 말로 풀이된다. 국민들의 안보 불안 심리를 이유로 제2사단의 한강 이남 재배치를 신중하게 하자고 주장해온 우리 정부로선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입지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나아가 미국내 주한미군 조기 재배치 또는 철수론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한총련과 통일연대(대표 한상렬 목사)·여중생 범대위측은 8일 기자 회견문을 통해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북침 훈련을 중단시키고 평화와 자주권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투쟁이었다.”면서 연행자 석방을 촉구했다.또 “군시설 침입이나 국기 훼손이라는 법의 잣대로 이들을 가두려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한총련의 합법화 검토와 수배해제 등이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핫이슈가 돼 있는 상황에서 시위 대학생들에 대한 법적 처벌 문제는 한·미 관계뿐 아니라,국내적으로도 또 한번의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
  • 위도주민 “직접보상 정부에 건의”

    원전수거물관리시설 부지로 확정된 전북 부안군 위도 주민들이 직접보상 등을 건의할 계획이어서 정부의 수용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전센터위도유치위는 3일 ▲직접보상 실시 ▲위도 전 지역에 대한 토지와 이주보상 ▲어업권 및 폐업보상을 포함한 상업과 가공업에 대한 보상 ▲부안군민 부채탕감 등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치위는 4일 건의안을 확정해 산업자원부에 공식 전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직접보상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이지만 소득사업 추진 등 이에 준하는 수준의 경제적 보상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위도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어느 정도 위도주민들의 건의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부안지역 이장 501명 가운데 170여명이 핵폐기장 부안유치를 반대하는 뜻으로 3일 사퇴서를 제출했다.또 핵폐기장 백지화 부안 대책위는 2일 오후 2시 부안 변산해수욕장에서 700여명의 회원들이 가로 100m,세로 20m 크기의 ‘핵 없는 세상’이라는 문구를 인간 띠로 잇는 퍼포먼스를 했다.같은 날오후 8시에는 700여명이 참여해 촛불시위를 벌였다.이들은 5일 부안 핵폐기장 백지화 전북대책위를 발족하고 부안∼전주간 국도에서 강현욱 지사의 ‘부안압살정책 규탄 차량시위’를 벌일 예정이다.15일과 23일에도 ‘향우와 함께 하는 범부안인 대회’와 ‘전북도 1만인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
  • 경제 안보불안씻기 주력/ 주한미군사령관 재계 강연

    리언 러포트(사진) 주한미군사령관이 1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재계 인사 800여명을 상대로 연설을 했다. 주제는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한·미간 안보협력’. 정장의 미군복 차림으로 연단에 선 러포트 사령관은 북핵위기 등으로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재계 인사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연설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특히 “(북한에 대한)선제공격은 절대 없다.” “주한미군 재배치가 전력약화를 초래하지 않는다.”는 등의 말로 한반도의 안보상황이 결코 불안하지 않다는 점을 집중 부각했다. 그는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 이후 촛불시위 등으로 비화된 ‘반미감정’을 의식한 듯 미군이 한국인의 ‘친구’라는 점을 강조했다.한글사이트를 개설하고,‘좋은이웃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는 것.또 “어린 여중생들의 죽음을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전체 주한미군을 대표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서귀포 박홍환기자 stinger@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3) 김지하 -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대, 새로운 시

    “달마가 동쪽으로 온 까닭은 무엇입니까.” “저 뜰 앞에 선 잣나무이니라.”.옛 선사에게 불법을 묻듯,지하에게 이 시대를 물으러 간다.대답은 듣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그것이 바로 해답일 테니까.얼굴과 손이 희지 않고,상민(常民)의 옷을 걸치고 살아가는 그에게,옛날 백 사람의 시인에게 시대를 물을 때 묻지 않은 물음을 던지기 위해,그가 몸을 기대고 살아가는 백성의 마을로 간다. 얼마 전 서울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열린 김지하 시인의 회고록 출판기념회에서 본 시인의 모습은 예전보다 한층 더 수척하면서도 어딘가 부은 데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장기간 요양을 해야 할 만큼 상한 몸을 이끌고 멀리 부산 범어사에서 요양을 하다가 올라온 시인을 붙들고 무슨 말을 들으려 한단 말인가.그러나 자기 바깥에 싸리 울타리를 두르지 않는 시인은 흔쾌히 내방을 허락해 주었다. “회고록의 제명이 ‘흰 그늘의 길’이더군요.그 말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 법한데요.” “글쎄,애매성이라고나 할까.안개 낀 것 같은.단지 이성,오성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겠지요.내가 흰 그늘이라는 말을 쓴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하나는 우리 삶이 상당히 이상해졌다는 것이에요.사이코,정신분열적인,착란적인 사회심리가 지배하고 있는데 이것을 인식하고 용서할 어떤 시적인 그릇을 찾아내려고 한 거지요.흰 그늘이라는 것도 일종의 환상이지만,치료적 기능을 갖는 환상입니다.마치 융의 그림자처럼 가라앉은 욕구라고 할까…,일종의 역설이지.고통의 역설적 인식,성스러운 고통,이런 것을 추구함으로써 시대의 정신적 질환을 넘어설 수 있지 않느냐는 거지요.시(詩)가 바로 그에 관한 작업이 아닐까 합니다.” 김지하 시인은 천래(天來)의 시인답게 비약적인 어법으로 생각을 전개하기 시작한다.그렇다면 나는 논지를 잃고 헤매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한다. “지나온 삶이 어땠다고 보시는지요? 요약하신다면요?” “요약? 한두 마디로 요약할 수 있겠지.소위 ‘요기 싸르’라고.요기는 요가를 하는 사람,즉 수련자지.그러니까 내면적으로는 수련자고 외면적으로는 싸르,코뮌 싸르,직업 혁명단.그러니까 요기 싸르는 명상을 통한 내면적 수련과 외면의 사유적 변혁,두 가지를 같이 추구하는 자야.나는 옛날에 이 요기싸르라는 말은 몰랐지만 바로 그런 삶을 희망했었다고 생각해요.삶에 대한 쉬르(초월)적 인식과 그 아래 미학으로서의 리얼리즘을 함께 추구했으니까.리얼리즘과 함께 그것을 넘어서는 어떤 초월성,철학 같은 것을 오랫동안 꿈꿔왔어요.이것이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생명’과 ‘살의(殺意)’죠.내 첫 시집 ‘황톳길’에서 보듯 ‘뛰어올라오는 숭어’와 ‘가마니에서 죽어가는 아버지의 시체’,즉 생명과 죽음의 대비를 늘 생각했어요.이것이 현실에 대한 비평으로,부정으로 나타났죠.생명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이것은 죽음까지도 포함하는 어떤 전체변화의 질서를 말하는 것이었어요.” 시인의 말씀은 깊은 숲 같아 갈래가 많고 걸리는 것도 많다.그 속을 호랑이 타고 달린다면? 다치지 않으려면 머리를 잔뜩 숙여야 하리라. “선생님의 삶에서 예지적인 면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많으리라고 생각합니다.그런 삶을 가능케 한 근거를 찾아보신 적은 없으신지요?” “글쎄,그건 꼭 시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시를 쓰면서도 시인이 아닌 아웃사이더로 남고 싶었고,그러면서도 세상은 변혁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사람의 정신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시대야말로 분명하지는 않지만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선생님께서는 젊은 세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무엇보다 ‘현실적 부정’입니다.그들은 자기들 삶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에 대해 선험적 사고에 익숙했던 우리나 우리 바로 아래 세대 사람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부정적입니다.뭘 보면 알 수 있느냐.정치나 경제에 대한 부정은 사항적 비판일 수 있지만 문화적 반항은 사항에 따른 게 아니라는 겁니다.지금 젊은이들은 문화적 반항 밑에 더 커다란 문명 단위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어요.그 불만을 가지고 오히려 능동적으로 ‘붉은 악마’라든가 ‘네티즌 선거’라든가 ‘촛불 시위’ 같은 것으로 빛나지 않나 싶습니다.내가 보기에 그들의 이 힘은 정치적으로가 아니라 문화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 수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세대에 대한 긍정이 광폭(廣幅)인 김지하 시인이다. “그렇다면 선생님 세대와 이 시대 젊은이들의 세대적 역할은 어떻게 비교하거나 대조할 수 있을까요?” “저는 4·19세대였음에도 불구하고 4·19의 혁명적 의미를 똑똑히 몰랐습니다.그러다가 5·16 뒤에 차츰 민족이라든가 민중이라든가 변혁이라든가 하는 개념에 눈뜨게 됩니다.그러면서도 소수이기는 하지만,리얼리즘과 함께 반리얼리즘적인 추상·환상·상상력의 측면을 강조한 사람들도 있었고 나는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어요.나는 어떻게 하면 리얼리즘 안에 반사실과 환상을 이끌어들일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했던 세대입니다.지금 젊은이들도 자기들 수백만 명이 거리에 나와서 외쳐대던 구호의 진짜 의미를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생각해 봅니다.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나는 이제 나이가 들었습니다.글 쓰고 그림 그리고 강연을 통해서라도 젊은이들의 소명이 무엇이고, 그 사람들이 한 일이 무슨 뜻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물꼬를 터야되는가에 관해 이야기하고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지금 젊은이들은 우리보다 훨씬 세계적이고 동시에 민족적입니다.아주 개인적이고 내면적이면서도 범생명계적인 성격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그렇다면 그들에게는 이런 모순적이면서도 복합적인 세대적 특질에 걸맞은 복합적인 역할과 내용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지혜 또는 슬기라면 어떤 것이 있겠는지요?” “첫째는 들뢰즈나 가타리,미셸 셰르 같은 선각자들이 이미 지적했던 것인데 현대,모던 월드의 가장 큰 질병으로 논리를 들고 있습니다.‘이것은 이것,저것은 저것’이라며 상호 배제하는 것,‘너는 내가 아니고 나는 네가 아니다’라면 싸움이 시작되고 경쟁이 시작되겠지요.또 하나의 질병은 전쟁법입니다.나와 너는 싸울 수밖에 없고 싸워서 하나가 이김으로써 상호 통합을 한다.전쟁의 철학이죠.우리는 매일 평화를 원하고 안정된 삶과 우정과 휴머니즘과 생명계와의 화합을 원하면서도 그 매일의 생활 속에서는 전쟁 논리를 진행시키고 논리의 전쟁을 치러내는 겁니다.나는 전쟁법의 반만 긍정하고 다른 반은 부정하는 길을 생각해 봅니다.너는 내가 아니고 나는 네가 아니지만 너는 나일 수 있고 나는 너일 수 있다.이게 뭡니까? 음(陰)과 양(陽)의 철학이죠.음이면서 양이고 양이면서 음인,그러면서도 양은 양이고 음은 음인 음양법 말입니다.철학적으로 더 들어가면 불교의 인식논리입니다.색(色)은 공(空)이 아니고 공은 색이 아니면서도 공은 색일 수 있고 색은 공일 수 있다.결국은 색공이 하나다.하나가 아니고 둘이 아니면서 하나도 둘도 될 수 있다는 것.묘한 이치에 도달하는 겁니다.여기서 또 숨은 차원과 드러난 차원을 생각해야합니다.드러난 차원은 가시적이고 진행 중이고,숨겨진 차원은 드러난 차원 밑에서 드러난 차원을 조절하고 진행시키고 수정하고 교정을 보다가 전혀 이것이 유지될 희망이 없을 때에는 이것을 와해시키면서 안에서 새로운 드러난 차원으로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이게 뭘까요.생명이죠.생명의 논법이 ‘아니다’이면서 ‘그렇다’이고 ‘그렇다’이면서 ‘아니다’인 겁니다.이러한 인식은 다행히도 우리 민족의 근대에,1860년대에 유럽 쪽의 베르그송이나 생철학자들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에 나타났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만.이 부분에서 우리의 논리적인,새로운 변혁적 생활을,새로운 논리의 발견을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일상적으로.말로는 평화를 이야기하고 삶에 있어서는 늘 투쟁이나 경쟁,대결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생각하면서 논리를 진행시키고 현실에 있어서도 새로운 변화,조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나는 김지하 시인의 거침없는 논리 개진에 언더라인(밑줄)을 긋는다.인터뷰를 떠나 이것은 매우 중요한 논리 전환인 까닭이다.내친 김에 더 ‘광폭(廣幅)’한 물음을 던져본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의 모습은 어떠할까요?” “우리는 공공성을 회복해야 합니다.남북의 통일에도 공공성이 있어야 하는데 사회적 공공성과 우주적 공공성을 함께 회복해야 합니다.너무 작은 담론들에 얽매여 공공성을 무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또 자신만이 아니라 타자까지도 자기 안에집어넣는 것이 중요합니다.주체를 배제해버리고 타자화하는 유럽사상을 따라가지도 말고 주체를 회복하면서 우주적 주체가 되는 것,이것이 새로운 인간입니다.그것은 개인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동학은 이렇게 가르쳤습니다.‘서로가 서로에게서 떨어질 수 없는 생명의 총체,정체성을 각자 자기 나름으로 실현하라.’고.‘밝고 밝은 이 우주를 각자 자기 나름대로 밝혀라.’고.이게 뭘까요.개인주의죠.그러나 그것은 개(個)이지 사(私)는 아닙니다.개와 사는 다른 겁니다.사는 그 뒤에 세모꼴 같은 것이 붙어 있죠? 이게 귀신에 붙어 있는 거예요.잡귀.인간의 정신 가운데 자기만 생각하고 자기만 위해서 살려고 하는.” 오랜만에 거인을 만나는 귀한 시간을 놓치기 싫어 더 많은 것을 물었고 더 많은 말씀을 들었다.병마에 시달리는 ‘대선사’가 탈진에 이를 때까지 마구 괴롭혔다.그러나 그렇게 귀동냥한 모든 것을 여기에 쓸 수 없음이 안타깝다.이 나라에 또 누가 있어 그처럼 많은 궁리를 하고 세상의 내일을 이야기할까? 바로 김지하 시인 같은 이를 종요로운 존재라 이름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사진 이언탁기자 vielee@ 방교수가 본 시인 김지하 ●수척해진 어깨 위에 걸린 흰 달 지하는 지하라고 하지 말고 지하당(芝河堂)이라고 해야 하리라.평생 바람으로 살되 가는 곳이 집이다.바람이 바로 집이다.살아 움직이는 집이다.바로 그가 김지하다. 오랜만에 가까이서 바라본 지하당의 낡은 서까래가 기울어졌다.어긋난 문짝 같은 옷을 걸친 지하당,구멍이 숭숭 뚫린 지하당의 야윈 몸채,두 시간 남짓에 배터리가 소진되고 마는 허한 기운.이것을 본 어느 누가 지하당의 과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인터뷰를 마치는데 회고록을 쓰느라 바싹 야윈 지하당의 어깨 위에 흰 달이 떠 있었다. 지하당의 후광은 낮달,희미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달이었다. ●김지하는 누구인가 1941년생으로 문명(文名)이 높은 분들이 많은 문학계지만 그 가운데서도 김지하는 거인이다.아니,괴물이다.희대의 풍운아다. 전라남도 목포 출생.1959년에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입학.이후 그의 삶은 바람의 삶이었다.한·일회담 반대운동,그리고 저항시인.황토빛 한의 전달자,박정희 군사정권을 향한 조롱과 야유(풍자시 ‘五賊’).시집 ‘황톳길’과 함께 열린 김지하의 1970년대는 연행·석방·도피로 점철된 시대,부당한 체제에 맞서 처절한 싸움을 벌여나간 시대였다.군사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무기로 감형된 1974년부터 1980년까지 그는 옥중의 시인이었다.많은 이들이 그가 걸어간 길처럼 민주주의를 외치며 전두환 정권과 처절한 항전을 벌일 때 김지하는 황야를 건너 생명의 낙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폭력이 아니라 비폭력을,광폭한 남성성이 아니라 섬세하고 여린 여성성을,대립과 투쟁이 아니라 화회(和會)의 세계를. 그는 시대와의 불화를 감당해야 했다.시집 ‘애린’의 세계가 그것이다.1980년대였다.1990년대,그리고 지금,김지하는 또 다른 초극을,완성을 꿈꾼다.시집 ‘중심의 괴로움’은 내가 내 안에 갇히지 않고 우주와 호흡을 함께 하는 새로운 리듬과 조화의 세계를 노래한다.김지하는, 뜨거운 불꽃 김지하는 오늘,안으로 타오른다. 정지용으로부터 김수영을 지나 김지하로통하는 한국 현대시의 행로는 내부적인 것과 외래적인 것,성찰적인 것과 투쟁적인 것이 맞씨름을 벌이며 전인미답의 경지를 개척해간 운명의 길이었다.
  • 위도 핵폐기장 반대시위 확산

    소강상태를 보이던 원전수거물관리시설 반대 집회와 시위가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핵폐기장 백지화를 위한 범부안군민대책위’는 31일 전북 부안군 변산면 격포항 선착장과 해상에서 1300여명의 주민이 참석한 가운데 ‘핵폐기장 백지화’를 촉구하는 집회와 해상시위를 벌였다. 격포항 선착장에서 800여명의 주민이 집회를 여는 동안 어민 500여명은 200여척의 각종 어선에 나누어 타고 3∼4줄로 늘어서 14.5㎞ 떨어진 위도까지 왕복 운항했다. 어선에는 방독면을 쓴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동승해 격포∼위도 중간 수역인 임수도 앞바다와 위도 파장금항 선착장에서 선박들이 둘러싼 가운데 ‘핵쓰레기’라고 씌어진 노란색 드럼통을 바다에 빠뜨리기도 했다. 어선들은 오전 11시40분쯤 위도에 도착해 20여분간 섬주위를 돌며 확성기를 통해 ‘핵폐기장 보상에 속지 말고 유치 신청을 철회하라.’는 방송을 했다. 주최측은 어선들이 격포항으로 다시 돌아온 오후 3시쯤부터 격포항 등지에서 핵폐기장 반대 집회와 시위를 벌였다. 한편 대책위는 1일 부안은 물론 타지역 주민 등 모두 1만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촛불집회와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위도 주민들도 2일 오후 위도중·고등학교에서 주민총회를 열 계획이다. 부안 임송학기자 shlim@
  • 위도주민 “정부에 속았다” 현금보상설 유포조사 촉구

    원전수거물관리시설 부지로 확정된 전북 부안군 지역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부안군과 위도면 주민들은 ‘핵폐기장 결사 반대’를 주장하는 유치반대 주민들의 격렬한 시위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찬성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29일 위도주민들에 대한 현금보상 백지화를 결정한 이후 찬성입장에 섰던 주민들마저 정부의 일관성없는 정책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30일 오후 2시 40분쯤엔 부안군 위도면 진리 원전수거물관리시설 유치추진 위도대책위 사무실에 마을 주민 17명이 몰려가 정문을 가로막고 ‘핵폐기장 유치 철회’를 주장하며 30여분간 항의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부안 주민들은 찬·반 양측 모두 “현금 보상의 적법성과 타당성 여부를 떠나 일관성없는 정부의 정책과 약속을 어떻게 믿겠느냐.”며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위도 주민들은 한마디로 ‘정부에 속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들은 산업자원부나 한국수력원자력㈜ 측이 원전센터 유치 신청에만 눈독을 들여 위도 주민들 사이에 퍼진 유언비어를 알면서도 일부러 방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산자부와 한수원은 ‘3억∼5억원의 현금 보상설’ 등 위도 주민의 여론 흐름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금 보상설 유포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위도 원전수거물관리시설 유치위원들은 80% 정도의 주민들이 유치찬성 입장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현금보상이 안될 경우 사업추진을 반대하겠다는 게 바닥 민심이다. 이렇게 되자 시설 유치 반대와 백지화를 요구하는 측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됐다.위도 주민들은 30일 가지려던 현금보상 불가 방침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1주일 뒤로 미뤘다.이 기간에 원전센터 반대 집회와 시위가 절정을 이룰 전망이어서 정부의 대처 방향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중앙과 지방정부의 ‘부안 민심달래기’는 앞으로 1주일이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핵폐기장백지화·핵발전소추방 범부안대책위원회’는 30일 군민 3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부안수협 앞에서 핵폐기장 철회와 부안의 평화를기원하는 촛불기도회를 열었다. 또 대책위 회원 70여명이 상경해 청와대 앞에서 핵폐기장 건설 철회 및 폭력진압 규탄 기자회견에 이어 부안군민 여성대표단 9명은 삭발식을 가졌다.이어 이들은 청와대 국무총리실 관계를 만나 폭력진압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전달하고 정부청사와 경찰청을 항의방문했다. 부안 임송학·장택동기자 shlim@
  • “윤씨 정치권 로비문건 발견”/‘굿시티’계약자協 “與의원 등에 130억 전달”

    ‘굿모닝시티’ 계약자협의회는 29일 굿모닝시티 윤창렬 회장이 정치권에 제공한 로비자금 내역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협의회측은 지난 26일 서울 한남동 윤 회장 집을 점거했을 때 윤 회장의 에쿠스 승용차에서 로비 내용이 적힌 자금내역서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이 문건은 윤 회장의 브로커로 활동했던 정모씨가 작성했으며,정씨가 윤 회장과 관계가 틀어진 뒤 그를 협박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협의회측은 설명했다. 문건은 ‘윤창렬 회장님 친전’이란 표지 1장과 관공서와 각 언론사 전화번호가 빽빽이 적힌 속지 2장,‘굿모닝시티의 불법행위는 즉각 의법처리되어야 합니다.’란 제목이 달린 진정서 형식의 속지 1장으로 구성돼 있다.진정서에는 굿모닝시티가 민주당 J의원과 청와대 관계자 P씨에게 각각 100억원과 30억원씩 전달했으며,검찰 내사 중단을 조건으로 검찰측에 20억원을 제공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협의회는 또 굿모닝시티측이 분양사업에 대한 문제점들을 숨기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고객님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예상 질문과 답변’이라는 제목의 A4용지 20여장 분량의 내부 문건을 윤 회장 집에서 확보,이를 공개했다.지난 1월 중순 작성된 문건에서 굿모닝시티측은 한양 인수건과 관련,“한양을 인수한다 해도 윤 회장의 개인자금이기 때문에 회사와는 전혀 무관하다.”라는 내용의 허위 답안을 만들었다고 협의회측은 밝혔다. 협의회 소속 계약자 200여명은 이날 밤 서울 중구 신당동 정대철 민주당 대표 집으로 몰려가 촛불시위를 벌였다.이들은 정 대표의 집 현관 문을 두드리며 진입을 시도하다 출동한 경찰 100여명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으며 회원 5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이 자리를 방문한 민주당 민영삼 부대변인은 “정 대표가 윤씨로부터 받은 4억 2000만원 중 2억원은 당에서,2억 2000만원은 대표가 각각 마련해 돌려주기로 약속했다.”며 “돈을 돌려주는 과정에서 지금의 협의회 대표가 대표성을 지니는지 등을 확인해 31일 돌려줄 계획”이라고 밝혔다.반면 윤 회장의 누나 길자씨는 지난 26일부터 윤 회장 집을 점거하고 있는 계약자협의회 소속투자자들을 주거침입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한편 굿모닝시티 분양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부장 蔡東旭)는 이날 굿모닝시티 인허가 및 대출 과정에서 금품 로비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시 공무원과 금융계 인사 등 3∼4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고 밝혔다.검찰은 또 서울시 및 중구청 간부 2∼3명에게도 소환을 통보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정대철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 정 대표를 추가 영장 청구 없이 불구속기소키로 했다. 강충식 홍지민 이세영기자 chungsik@
  • 세계인 - 우리는 이렇게 산다 / “느린것이 좋다”日 ‘슬로 라이프’ 바람

    고도성장기,세계 제2의 경제대국,1인당 국민소득의 미국 추월로 절정에 달했던 자신감이 거품경제 붕괴,장기 불황으로 여지없이 추락해버린 일본 열도에 ‘천천히,천천히’의 물결이 일고 있다.당황하지 않고,서두르지 않고,천천히 살아가는 동경(憧憬)의 생활 스타일을 좇는 일본인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1980년대 패스트 푸드의 상징인 미국의 맥도널드가 로마에 진출하려는 데 대한 반발로 시작된 슬로 푸드(Slow Food)운동.빠르고 편리하고 효율적인 것보다는 조악해도 느긋하고 자연스러움에 포인트를 두는 슬로 라이프는 슬로 푸드의 ‘버전 업’인 셈이다. |도쿄 황성기특파원|“‘느린’ 쪽이 좋은 것도 있고,‘빠른’ 쪽이 좋은 것도 있다.둘 중 어느 한쪽을 택한다기 보다,예를 들어 바쁘게 일하면서도 휴일은 시골에서 지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본의 유명 뉴스캐스터인 지쿠시 데쓰야(68)는 ‘슬로 라이프(Slow Life)’의 전도사이다.곳곳에서 강연할 때면 반드시 “‘슬로’는 시간개념이 아니다.바람직한 마음의 상태”라고 강조한다.그의 강연은 언제나 슬로 라이프의 비결을 전수받으려는 일본인들로 성황을 이룬다. ●“천천히 하면 몸과 마음이 건강” 도쿄 시내 한복판에 개인 사무실을 갖고 있는 야노(52)는 출퇴근은 물론 웬만한 시내 볼일의 교통수단은 자전거이다.그는 “전철이나 택시보다는 느리지만 도쿄의 대도시 풍경 속에 느긋하게 생각할 여유를 준다.”는 것이 이점이라고 말한다.딱히 슬로 라이프를 의식한 것은 아니지만 여유있게 사는 즐거움을 자전거를 타면서 느끼게 됐다고 덧붙였다. 아이치(愛知)현의 바닷가에 이웃한 농장인 ‘이토 그린 농원 펜펜’에서 50여명의 젊은이들이 농장주인 이토(50)의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이게 씨앗이고,땅에 떨어져서 파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파,페퍼민트 등 다양한 야채가 재배되고 있는 6000㎡의 밭에는 군데군데 잡초도 섞여 있고,천연비료로 쓰려고 베어낸 풀더미에 갖가지 벌레들도 쉽게 눈에 띈다.“지렁이나 미생물 덕분에 부드럽고 좋은 흙이 생겨났다.”고 참가자들에게 설명하는 이토는 병원에서 인공투석 기사로 일하다 6년 전 “농장에 생을 걸겠다.”고 밭을 사들이고 슬로 라이프의 길로 나섰다. 고치(高知)시는 지난 6월 젊은 직원 12명으로 ‘슬로 라이프 추진위원회’를 설치했다.추진위의 임무는 자연이나 전통문화를 살려 느긋하고 풍부한 생활을 할 수 있는 내 고장 만들기를 위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다.지난 4월 고치 시정의 기본방침으로 채택된 ‘슬로 라이프에 의한 인간회복의 내 고장 만들기’가 채택된 데 따른 것이다. ●잇따라 선보이는 ‘슬로 푸드’ 추진위 위원장인 나가노 이사오(33·소방국 소속)는 10월쯤 슬로 라이프 주간을 설정해 시민들에게 첫 선을 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추진위는 산중 콘서트,향토요리 강좌 등 슬로 라이프에 어울리는 행사를 중심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자연과 내 고장을 강조하는 슬로 라이프를 경영의 원동력으로 삼자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6일 도치기현 상공회의소는 ‘슬로 라이프 운동추진사업’ 1차 실행위원위를 열었다.“가치관이 변화하는 가운데 종래의 경영수법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상공회의소는 도치기 이외에는 경험할 수 없는 맛,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침체 일로의 지역경제를 부흥한다는 복안이다.슬로 푸드,슬로 라이프가 일본인의 생활에 파고들 조짐을 보이자 이에 편승한 상품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식품회사인 에비스는 다음달 11일 ‘슬로 라이프 스튜’의 판매에 들어간다.조리 시간이 다른 제품보다 더 걸리고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아 자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컨셉트를 강조했다.자연을 강조한 스튜 하나로 에비스는 한해 10억엔(한화 100억원)의 매상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이와하우스 공업도 슬로 라이프를 실천한 경량철골 구조의 주택을 선보였다.거실의 남북쪽으로 커다란 입구를 내고 천장에도 창을 내 바람이 잘 통하게 했으며 함께 조리하고 먹을 수 있는 개방형 부엌 등이 자랑거리.공사비는 평당 58만엔이다. 슬로 라이프를 테마로 한 책방도 생겨났다.도쿄 아카사카에 지난달 문을 연 한 책방은 ‘화(和),슬로 라이프,아시아,에스닉’이라는 코너를 설치했다.슬로 푸드를 다룬 책이나 느긋한 풍경의아시아 마을을 촬영한 사진집 등 2000여 종류의 서적을 갖추고 슬로 라이프를 추구하는 일본인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노령화,도시화에 따른 주민 감소로 고민하는 산골 마을도 슬로 라이프를 재정 개선책이나 주민 이주의 유인책으로 삼고 있을 정도이다. 아이치현의 젠만초(千万町)는 초등학교가 취학아동의 감소로 폐교 위기에 놓여 있을 만큼 편의점은 물론 휴대전화도 불통인 ‘불편 그 자체’로 인구 200명의 산골 깡촌.슬로 라이프를 추구하는 도회 사람이 이주하거나 놀러올 수 있도록 300년된 농가를 개조해 농촌생활의 체험 시설로 내놓았다.개조된 농가 뒤편에는 계단식 밭이 펼쳐져 있다.이곳을 찾는 도회 사람들은 이 농가와 밭에서 농작물을 키우는 경험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로부터 된장 담그기같은 전통생활을 체험하는 것은 물론 감자 같은 산골 특산물을 맛볼 수 있다. ●자연친화 운동으로 확산 추세 얼마 전 출간된 2003년판 환경백서의 ‘슬로 라이프의 추천’이란 항목.“지구온난화나 쓰레기 같은 지구규모로 전개되고 있는환경 문제 해결의 열쇠는 지역사회에 있다.”소비자가 지역에서 생산된 지역특산물을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수입식품의 수입량에 수송거리를 계산해 식품의 환경부하를 표시하는 ‘식품 마일리지’의 개념을 소개하면서 백서는 슬로 라이프를 권하고 있다. 기후(岐阜)시는 슬로 라이프 운동을 펼치는 개인,단체에 1개 사업당 50만엔을 지원하겠다고 지난 6월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18일자 아사히신문의 독자투고란.“여행이 황급하기만 하다.국내여행은 분 단위로 행동하고,해외여행은 버스로 하루 500㎞나 이동한다.아침부터 저녁까지 강행군이다.한곳에 며칠이라도 좋으니 느긋하게 머물며 지내고 싶다.‘아무 것도 없는’ 서비스도 이제는 괜찮지 않은가.” 6월22일 도쿄의 명물인 도쿄타워를 비롯,일본 전국의 빌딩,시설 2000여곳에 오후 8시부터 두시간 동안 일제히 불이 꺼졌다.‘느린 것이 아름답다’는 책의 저자인 쓰지 신이치 메이지대 교수 등 시민단체가 주도한 행사였다.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은 촛불을 켜들고 어둑한 도시 속에서 슬로 라이프의 뜻을 되새겼다. marry01@ ■시즈오카현 가케가와市선 |도쿄 황성기특파원|일본 중부지역의 시즈오카현 가케가와(掛川)시는 슬로 라이프를 선구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아담한 마을이다.인구 8만 2000명의 소도시 가케가와에 슬로 라이프가 본격도입된 것은 지난해 12월.‘슬로 라이프의 달’로 정하고 시 전역에서 113개의 이벤트를 치렀다. 행사의 하나인 슬로 사이클링에는 남녀노소 60여명이 참가해 30㎞의 거리를 4∼5시간에 걸쳐 천천히 달렸다.‘달렸다’기보다는 달리다,멈췄다,자전거를 끌었다 하면서 경치를 감상하고,다른 참가자들과 얘기도 나누며 느긋하게 이벤트를 즐겼다.지난 5월부터는 ‘느림보 버스’가 시내를 달리기 시작했다.시내 2개 코스 각각 12㎞를 45분에 순환하는 100엔짜리 슬로 라이프 버스는 급한 용건이 있는 사람이라면 답답해 앉아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느려터졌다. “인생을 80살까지 살 수 있다고 할 때 시간으로 환산하면 70만 800시간.그중에 일하는 시간은 7만시간에 불과하고 나머지 63만시간은 천천히 즐겨야 할 시간이라는 것이 가케가와의 제안”이라고 슬로 라이프를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는 가케가와 시청 기획인재과의 니보리 노리코는 설명한다.니보리는 “편리하고 빠른 것을 추구하는 바쁜 21세기는 물질적 풍요는 있지만 정신적 빈곤은 심화되는 시대”라면서 “슬로 라이프를 실천함으로써 마음의 풍요로움을 얻고 나누자는 것이 우리 시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전국에서 처음으로 슬로 라이프 개념을 시민생활과 행정에 도입할 것을 제안한 시는 시민들로부터 슬로 라이프 아이디어를 모집,이중 40개를 채택했다.시민들이 참가하는 슬로 라이프 행사에는 시 예산 2000만엔도 지원했다. 가케가와 시의 슬로 라이프는 7가지로 구성돼 있다.자동차를 타지 않고 천천히 걷자는 슬로 페이스,기모노,유카타 같은 전통의상을 입자는 슬로 웨어,가급적 천연식품으로 식생활을 하자는 슬로 푸드,오래된 주택에서 진정한 편리함과 멋을 찾자는 슬로 하우스,느긋하게 나이 들어 가자는 슬로 에이징,무농약·유기농을 권하는 슬로 인더스트리,죽을 때까지 배우자는 평생교육 개념의 슬로 에듀케이션. “7가지를 다 실천할 수는 없겠지만 살아가는 데 이들을 의식하고 실천하려고 할 때 삶이 보다 풍부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니보리의 낙관적인 전망이다.
  • 위도주민 “기대” · 부안군민 “사탕발림”/ 현금보상 엇갈린 반응

    전북 부안군 위도의 원전수거물관리시설 유치를 둘러싼 주민·시민단체와 정부간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정부가 위도 주민에 대한 현금보상 방침을 밝히는 등 사태진화에 나섰지만 시민단체 등 시설 유치에 반대하는 측에선 “위도 주민을 현혹하기 위한 사탕발림”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민대책위원회’는 27일 오후 8시부터 전북 부안수협 앞에서 주민과 회원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핵폐기장 무효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촛불시위를 벌였다. 지난 26일 오후에는 주민과 시민단체 관계자 1500여명이 군청 앞에서 쓰레기수거 차량을 불태우는 등 경찰과 대치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이 과정에서 대책위원장인 문규현 신부의 이마가 찢어지고 주민 10여명이 다쳤다.경찰 2명도 부상했다.경찰은 최모(55)씨 등 10명을 연행해 조사 중이다. 시위대는 “공청회 등 주민의 의견수렴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위도를 핵폐기장으로 확정한 것은 원천 무효”라면서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 한 정부를 상대로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이날 오전에는 군민 500여명이 부안군청을 방문한 김두관 행자부 장관과 윤진식 산자부 장관 등과 면담을 요구하다 경찰에 의해 제지당한 뒤 군청 주위를 둘러싸고 농성을 벌였다. 한편 26일 위도 주민들에 대한 정부의 현금보상 방침이 알려지면서 민심이 엇갈리고 있다.위도 주민들은 현금보상 방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반면 원전수거물관리시설 유치를 반대하는 측에선 “주민을 현혹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두관·윤진식 장관 일행이 이날 부안군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현금보상 방침을 밝히자 주민들은 직접 보상과 보상액을 확실히 약속해줄 것을 요구했고 일부 주민들은 ‘직접 보상에 대한 확약이 없을 경우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의 유치를 반대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원전수거물관리시설 유치에 따른 보답으로 가구당 3억∼5억원의 현금 보상을 기대하며 위도로 주민등록을 이전하는 인구도 급격히 늘었다.4월말 674가구에 1458명이던 주민은 지난 26일 870가구 1806명으로 3개월 만에 196가구 348명이 늘어났다. 위도로 가는항구가 있는 변산면 주민들은 “원전센터 유치에 따른 보상은 위도 주민들이 차지하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변산 주민들이 떠맡아야 하느냐.”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부안 임송학기자 shlim@
  • ‘애니 메카’ 꿈 무르익는 춘천

    이렇다할 기술은 물론,마땅한 물감조차 없이 공업용 풀에 포스터칼라를 섞어 그렸다는 한국 최초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쾌남 홍길동’(1967년).그 탄생에 얽힌 비화는,컴퓨터 그래픽이 대세인 요즘에는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의 이야기처럼 들린다.그러나 강원도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의 한승태 학예연구사는 “자료 발굴과 수집,보관,전시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연구와 역사 정립에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강조한다. 강원도 춘천에서 새달 2일 국내 최초의 애니메이션 전문 박물관으로 프리 오픈(일반 관람객은 10월부터 입장가능)하는 ‘애니메이션 박물관’은 그같은 작업의 흔치 않은 성과다.춘천문화산업진흥재단이 춘천 서면 현암리 호숫가 3만 6000여평의 부지에 143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지하 1층,지상 2층 900여평 규모로 만들었다.‘만화도시’ 부천시와 맞물려 ‘애니메이션 도시’로 거듭나고 싶다는 것이 춘천시의 포부다. 이를 위해 동국대 영상학부 김갑의 교수 등 9명의 전문 평가위원이 1만점의 소장품을 골라냈다.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쾌남 홍길동’(1967년),같은 해 나온 후속작 ‘호피와 차돌바위’와 최초의 인형애니메이션인 흥부와 놀부(67년),신상옥 감독이 감수해 일본과 합작한 ‘황금박쥐’(68년) 등 필름 50여편,비디오 테이프가 400여편에 달한다.‘77단의 비밀’ 등 60여편의 시나리오 대본과 ‘전자인간 337’ 등 400여장의 국내외 애니메이션 LP레코드,900여장의 애니메이션 포스터,1890년대의 환등기,1920년대의 영사기,촛불·호롱불 방식의 환등기 등 500여점의 장비도 갖췄다.애니메이션 박물관은 북한관,미국관,일본관,서유럽관,동유럽관,아시아를 포함한 기타지역관으로 나뉘어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애니메이션의 기원과 발전,종류,제작기법,기기 발달사 등을 보여준다.10월 완공 예정인 전용상영관에서는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희귀 필름과 비디오 테이프를 상영한다.이것 말고도 기획전시관,아트갤러리,입체극장,소리체험실,자료검색실,스튜디오가 들어서며 ‘황금박쥐’ 등 캐릭터를 이용한 독특한 카페테리아 ‘틴토이’,뮤지엄숍,‘공포의 스튜디오’,‘추억의 만화가게’도 마련된다.춘천시는 이 박물관 개관에 이어 오는 10월 1일부터 5일까지 열리는 제7회 ‘춘천애니타운페스티벌’을 계기로 춘천시 전체를 ‘한국 애니메이션의 메카’로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박물관 주변에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문화산업지원센터와 전시관 등을 계속 유치,명실상부한 ‘문화산업단지’로 발돋움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한승태 학예연구사는 “춘천시는 상수원 보호 지역이란 특성상 제조업 중심의 ‘굴뚝산업’보다는 고부가가치의 지식문화산업이 유리하다.”면서 “춘천이 머지않아 프랑스의 안시처럼 ‘한국 애니메이션의 메카’로 자리매김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
  • 전교조 “참여정부와 결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원영만 위원장 구속에 반발,참여정부와 결별을 선언했다.전교조는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동 본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 정부의 개혁에 대한 모든 기대와 지지를 철회하고,대화나 협의기구에 참여를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 정부 출범 이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과 세계무역기구(WTO) 교육개방 등을 둘러싸고 위태롭게 이어가던 밀월관계는 반 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기자회견은 시종일관 참담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회견문에는 ‘탄압을 위한 탄압,보복수사,적반하장,음해’ 등 강도높은 표현이 등장됐다.송원재 대변인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했다.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장혜옥(49·여) 수석부위원장은 “현직 위원장 구속은 전교조 활동 전체에 대한 탄압으로,현 정부가 그 대가로 얻게 될 것은 ‘인권유린 정부’라는 더러운 이름뿐”이라며 원 위원장의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전교조는 20일 오후 1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뒤에서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매주 수요일 저녁에는 전국 주요 도시에서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또 정부가 교육개혁을 포기한 것으로 판단,올 하반기부터 체벌과 촌지,구조적 비리 등을 일소하고 교직 부적격자 청산을 위해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하기로 했다.그러나 전교조로서도 고민이 적지 않다.여름방학이 시작돼 국민적 관심을 끌기 어려운 데다 연가집회 등 고강도 대응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전교조 내부의 비판도 부담이다.전교조 소속 교사들 사이에서도 “전교조를 ‘배신’한 정부도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동안 강경 일변도로 밀어붙여 이같은 상황을 자초한 전교조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수호 전 위원장이 “이제 전 조합원이 다시 뭉쳐야 한다.”며 조합원들의 단결을 호소한 것도 이같은 속사정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재천기자 patrick@
  • “전쟁범죄 재발 않도록 공정 재판”르완다 ICTR 비상임재판관 박선기 변호사

    “집단학살·강간 등 전쟁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재판을 공정하게 진행하겠습니다.” 아프리카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ICTR) 비상임재판관으로 선출된 박선기(사진·49) 변호사는 17일 “6·25전쟁을 통해 전쟁의 잔혹성을 경험한 민족으로서 ‘군사적 필요’라는 미명하에 자행된 범법행위를 엄중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ICTR는 94년 르완다 내전에서 발생한 대량학살 및 국제인도법 위반자를 처벌하기 위해 유엔이 설립한 국제재판소. 한국인이 국제형사재판 분야에 진출한 것은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권오곤 옛 유고 국제형사재판소(ICTY) 재판관에 이어 세번째다. 박 변호사는 임기 4년의 비상임재판관 18명중 한명으로 지난달 선출됐다.아프리카 탄자니아 수도 아루샤에 위치한 재판소에서 내년부터 2년 정도 활동하게 된다. 박 변호사는 이같은 국제활동 외에 국내에서 미군 병사의 변론을 맡고 있다. 그는 “미군도 부모·형제를 떠나 이국땅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라면서 “대한민국 국민과 동일하게 공정한 재판을 받도록 도와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어 “최근 촛불시위 등으로 미군이 심리적으로 상당히 위축된 상태”라면서 “다양한 시각에서 한·미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북대 법대를 졸업한 박 변호사는 78년 군법무관으로 임용된 뒤 육군 법무감과 병무비리 합동수사본부장 등을 거쳤다. 8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변호사시험에 합격,미국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정은주기자 ejung@
  • 창간99주년 대한매일·KSDC 공동/ 참여·개혁 국민의식 조사

    ■국민체감도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화물연대 운송 거부 사태,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둘러싼 전교조 투쟁,새만금 개발 중단을 위한 시민단체 및 종교단체의 시위,철도 파업,양대 노총의 하투(夏鬪) 등 크고 작은 파업 및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참여 정부는 각종 시위 및 불법 파업에 대해 공권력을 투입하기보다는 대화와 타협이라는 국정 원칙에 충실할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다.이러한 각종 파업과 시위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양분돼 있다. KSDC 조사 결과 ‘남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응답자가 45.5%로 ‘남에게 다소 피해를 주지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므로 찬성한다.’의 39.3%보다 약간 많았다.‘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각종 사회 참여가 지나치게 많다.’는 견해 역시 팽팽했다.43.8%는 ‘공감’했지만 45.1%는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각종 시위에 대한 정부의 대처 능력에 대해서는 68.0%가 ‘없다.’고 답했고 21.8%만이 ‘있다.’고 평가했다.특히 40대(74.1%),고소득(74.6%),고학력(72.5%),전문직(86.7%),자영업자(74.1%) 층에서 부정적 평가가 많아 눈길을 끌었다. ‘문명의 충돌’ 저자로 유명한 미국 하버드대의 새뮤얼 헌팅턴 교수는 ‘정치참여의 수준’과 ‘정치체제(정부) 능력’을 기준으로 한 국가의 정치안정을 평가한다.즉 국민의 정치참여 수준에 비해 정부의 대처 능력이 떨어지면 이른바 ‘참여 폭발’의 위기로 정치 불안정이 도래하고,반대로 정치참여 수준에 비해 정부의 대처 능력이 높으면 정치는 안정된다고 주장한다. 조사에서 사회 참여가 지나치게 많아졌지만 정부의 대처 능력은 없다고 응답한 이가 29.6%로,사회 참여가 지나치게 많아지지도 않았고 대처 능력도 있다고 보는 7.3%에 비해 크게 높았다.이러한 결과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치 불안정을 체감하는 국민의 비율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참여를 국정 제일의 목표로 내세운 현 정부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정부는 참여가 오히려 폭발로 인해 위기로 연결되지 않도록 참여의 당위론만을 내세우지 말고 대처 능력을 점검하고 제고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대별 정치참여 특성 세대별 정치참여 특성은 아직도 동원 가능성이 존재하는 한국정치 풍토를 감안해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KSDC 조사에서 세대별로 정치참여의 특성을 분석해본 결과 2030세대는 자발적·저항적 유형의 참여에 적극성을 보인 반면,4050세대는 전통적·합법적 유형의 참여에 많이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참여 유형은 ‘정치관심’(의식)과 ‘정치참여’(행동)를 기준으로 크게 4가지다.정치에 관심이 있고 실제로 참여하는 ‘적극적 행동형’,관심이 없지만 정치에 참여하는 ‘맹목적 행동형’,관심이 있지만 참여하지 않는 ‘관망형’,관심도 없고 참여도 않는 ‘탈정치형’으로 분류된다. 정치에 관심이 있고 월드컵 거리응원과 여중생 사망 추모 촛불시위 같은 대중 집회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한 적이 있는 적극적 행동형은 20대가 32.4%,30대 22.4%로,40대 18.9%,50대 이상 6.7%보다 훨씬 높았다. 정치에 관심은 없지만 시민단체가 벌이는 각종 시민운동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맹목적 행동형도 20대 12.4%,30대 14.5%로 40대 8.9%,50대 이상 6.5%보다 높다.이는 20∼30대 연령층이 지난해 거리응원과 촛불시위,대선을 경험하면서 자발적 참여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정치적 효능감이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에 관심은 있지만 ‘시민단체가 벌이는 각종 시민운동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는 관망형의 경우는 정반대다.20대 33.1%,30대 36.5%로 40대 37.7%,50대 이상 40.7%보다 낮았다. 현재 ‘국민의 힘’이라는 단체가 ‘정치인 바로알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이 운동의 적법성과 정치적 편파성 여부를 떠나서 이번 조사 결과는,이러한 운동이 저항적·자발적 참여 유형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20∼30대와 결합할 경우 상당한 정치적 파괴력을 가질 것이라는 점이다.가령 내년 총선에서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2000년 총선의 낙천·낙선운동과는 달리 시민운동이 시민단체의 엘리트 지도자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평범한 젊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이루어질 경우,작년 월드컵 거리 응원 때와 같이 하나의결집된 힘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다시 말해 범국가적인 공통의 관심 사안으로서의 ‘정치인 바로알기’ 운동이 인터넷을 통해 젊은 세대의 가치관과 관심을 자극하게 되면 기대 이상의 폭발성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2030세대와 달리 4050세대는 전통적·합법적 성격의 정치참여에 적극적이다.정치에 관심이 있고 대선과 총선 등 각종 선거운동에 직접 참여한 적이 있는 적극적 행동형은 20대 9.3%,30대 9.2%로 40대(19.2%),50대 이상(16.7%)이 더 높다.정치에 관심이 있고 특정 정당에 가입한 적이 있는 적극적 행동형 역시 20대(1.2%),30대(1.8%)보다 40대(2.9%),50대 이상(3.7%)이 높았다.
  • 여중생 촛불기념비 훼손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두 여중생 사망 1주년을 기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 인도에 세워진 ‘자주평화 촛불기념비’가 훼손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사진). 촛불기념비는 11일 오전 2시쯤 하단의 대리석 받침과 분리돼 각각 평화와 자주를 나타내는 ‘비둘기’와 ‘촛불’ 모양의 상징물이 세 동강이 난 채 발견됐다. 관할 종로경찰서는 “기념비가 있는 장소가 심야에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라 주변 탐문 등을 통해 고의로 훼손한 사람이 있는지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군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는 이날 오후 교보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념비 훼손을 규탄하고 경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범대위는 “상징물이 훼손된 상태를 볼 때 촛불시위에 반대하는 최소한 3명 이상의 사람이 둔기로 이같은 일을 저질렀을 것”이라며 진상위원회를 조직,12일부터 교보빌딩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구혜영기자 koohy@
  • “고문받다 반신불수된 아버지 못잊어”회고록 ‘흰 그늘의 길’ 출간한 김지하

    “김민기나 채희완 등 후배들이 ‘요즘 젊은 친구들은 우리 시절의 사건은 알지만 내면세계는 너무 모른다.’면서 ‘형이 죽은 뒤 정리하기 힘드니 미리 써두라.’라고 재수없는 소리(웃음)를 해 쓰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습니다.” 시인,민주화 운동가,사상가 등 다양한 모습으로 시대를 뜨겁게 살아온 김지하(본명 김영일·사진·60)의 회고록 ‘흰 그늘의 길’(학고재)이 나왔다.91년 동아일보에 ‘모로 누운 돌부처’라는 제목으로 일부 발표하다가 중단,2001년 9월부터 지난 6월30일까지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 ‘나의 회상,모로 누운 돌부처’로 연재했던 것이다. 7일 서울 소격동에서 만난 그는 “기억이 물흐르듯 흐르지 않고 가치론적으로 재구성되면서 사방팔방으로 흩어지고 폭발하고 망각되기도 하는데 이런 과정을 표현하는 게 힘들었다.”며 “1,2권까지는 중심을 갖고 밀고 갔고 3권에 이르러 전략적으로 여기저기 중심을 흩어놓았는데 ‘혼돈 속의 중심’을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흰 그늘’이라고 상징적으로집약한 회고록은 가족사와 출생·청소년 시절과 4·19(1권)를 지나 반독재투쟁과 수배·투옥시절(2권),출옥후 동학·생명·환경사상 등 동서고금의 창대한 사유체계를 접한 경험을 담고 있다. 그 속엔 ‘보석 같은 국문학자’ 조동일,지하라는 필명을 지은 김현,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등과의 만남이 나온다. 가장 강렬했던 기억을 묻자 “아버지가 자신 때문에 고문을 받다가 반신불수가 돼 실직한 일,붉은 악마와 촛불시위를 보고 흥분해서 직필로 원고를 써내려간 것,시집 ‘검은 산 하얀 방’을 낳기도 한 눈부심과 쓰라림이 공존하는 흰 그늘(白闇)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힌 경험”을 꼽았다.기억나는 사람으로는 이종찬 전 국정원장을 들었다. 간담회가 끝날 무렵 한동안 세간의 궁금증을 불렀던 ‘애린’의 정체에 대한 질문을 받자 3가지 비유로 에둘러 갔다.“애린은 7년 동안 독방에 갇혀 있던 제가 잃어버린 부드러움의 상징일 수도 있고,프랑스 공산주의 시인 루이 아라공이 레지스탕스 활동 때 만든 지하유인물처럼 애잔함으로 나치에 대한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려는 ‘포위하는 투쟁’을 뜻할 수도 있습니다.또 원주에서 술마시던 욕쟁이 늙은 마담이 자신의 불우한 처지에도 불구하고 전처의 아들을 보살피는 넉넉함을 뜻할 수도 있습니다.” 글 사진 이종수기자 vielee@
  • 崔대표 나선 까닭? / 헌정사상 첫 대표 대정부 질문 민생 챙기기·일하는 국회 의욕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오는 11일 북핵 관련 국회 대정부 질문자로 직접 나선다.헌정 사상 처음이다. 9명의 한나라당 질문자 가운데 마지막 5분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소속인 최 대표가 마무리하기로 했다.10일 노동 분야 대정부 질문에는 이강두 정책위의장이 마지막 주자로 나선다. 정당 지도부의 대정부 질문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야당이 대정부 견제와 민생 챙기기에 적극 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최 대표는 7일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감내하기 과할 정도로 우리 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큰 것 같다.”면서 “의회와 법을 통해 정부를 견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날 토머스 허버드 주한미대사의 예방을 받고 “지난해 미군 장갑차 사고를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후보가 정치적으로 악용,(촛불시위가) 반미운동으로 나아갔다.”면서 “이 때문에 핵문제 해결의 바탕인 국제관계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해 대정부 질문 방향을 짐작케 했다. 한나라당은 최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일하는 국회상’을 보여주기 위해부쩍 신경쓰고 있다.7월에 이어 8월에도 국회를 계속 열기로 해 관행화된 ‘국회 방학’이 사라질 전망이다. 이번 대정부 질문은 여야 각각 70분씩이며 종전과 달리 ‘시간총량제’를 도입,각 당이 질의자 수에 관계 없이 시간내 질의만 하면 된다. 박정경기자 olive@
  • 말말말˙˙˙

    반미,항미,배미는 목이 터져라 외치면서 우리의 영웅들을 죽인 북한에는 왜 그렇게 철저하게 침묵하는가.왜 서해 영웅들을 위한 촛불 추모행사는 없는가. -자민련 유운영 대변인,서해교전 전사자 1주기를 맞아 유가족들에게 위로 논평을 내면서-
  • 신한·조흥직원 ‘사이버 전쟁’/ 인터넷 게시판 공방… 합병 후유증 우려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직원간 감정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지난 25일 신한은행 직원들의 야간 촛불시위에 이어 26일에도 인터넷 홈페이지를 무대로 한 두 은행 직원들의 ‘사이버 전쟁’이 계속됐다.조흥은행 인수의 주체인 신한금융지주는 당초 우려는 했지만 이 정도까지 발전할 줄은 몰랐다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금융계는 두 은행 합병의 성공 여부가 이질적 문화 해소와 직원간 ‘화학적 결합’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이런 식의 ‘노(勞)-노(勞)’ 갈등은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크게 반감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조흥은행 직원들의 정서를 감안,조용히 사태를 지켜보던 신한은행이 포문을 연 것은 지난 24일.신임 이건희 노조위원장은 “조흥은행의 합리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합병에 반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신한은행 노조는 한발 더 나아가 25일 서울 태평로 본점에서 가진 촛불시위에서 “신한은행이 배제된 22일 인수 합의는 원천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섰다.특히 “조흥은행과의 합병시 반드시 ‘신한 브랜드’를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완곡한 표현으로 우리의 주장을 펴겠다.”던 당초 입장을 완전히 뒤바꾼 것이다. 이에 맞서 조흥은행 노조도 맹렬한 반격에 나섰다.노조는 25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성명서에서 “노동운동이라는 대의에 부합되지 않음은 물론 조흥은행 직원의 희생을 자신들의 조직을 위해 이용하겠다는 조직 이기주의의 발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이후 조흥은행과 신한은행 노조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상대방을 공격하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상당수 게시물들은 입에 담지 못할 욕설로 채워져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양상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신한은행 직원들이 무엇보다도 ‘조흥 브랜드 유지’ 대목에서 크게 분개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당초 예상보다도 훨씬 강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현재 수준 이상으로 사태가 악화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향후 상당한 후유증이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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