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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실패로 민심 이반…李대통령이 변화해야”

    “인사실패로 민심 이반…李대통령이 변화해야”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 기대를 걸었던 보수진영 인사들의 요즘 심정은 어떨까. 김영삼 정부에 몸 담았던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이각범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등과 제성호 중앙대 교수로부터 현 시국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들어봤다. 보수주의자이지만 3인 모두 촛불시위로 발현된 민심을 존중하는 ‘전향(前向)성’이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인사 실패를 민심이반의 결정적 원인으로 들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변화’를 촉구했다. 윤 전 장관은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촛불시위의 에너지를 사회변혁의 긍정적 동력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이 대통령에게 조언했다. 이 전 수석은 이 대통령이 단편적 인기영합주의를 지양하고 국정에 대한 종합적 고찰을 해야 한다고 고언했다. 제 교수는 땜질식 개각이 아닌 고강도의 인사쇄신을 주문했다. ▶국민의 압도적 기대를 안고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출범 100일 만에 난국에 처한 이유는 무엇인가. 윤여준 전 장관 인사 잘못이 결정적이다. 개인적 국정 경험에 비춰 보면 민심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인사다. 이각범 전 수석 편파 인사가 문제다. 그토록 지탄받던 노무현 정부의 ‘코드 인사’를 몇 배나 능가하는 파행 인사가 난국을 낳았다. 제성호 교수 강부자 내각, 기업 프렌들리라는 말에서 보듯 서민 프렌들리 정부라는 인상을 주지 못했다. 여기에 쇠고기 문제가 터진 것이다. ●촛불시위자 모두 불순세력으론 안 봐 ▶쇠고기 재협상을 주장하는 촛불시위의 이면에 배후조종 세력이 있다고 보나. 윤 전 장관 개중에는 선동하는 세력도 있고 놀아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두를 다 불순세력으로 보는 시각엔 동의하기 어렵다. 촛불시위 현장에 가본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건(배후조종설은) 본질이 아니다. 그렇게 보면 답이 안 나온다. 이 전 수석 그런 요소도 있기는 하겠지만 전적으로 배후조종 세력에 휘둘린다고 보지는 않는다. 민심이 돌아서서 그렇게 된 것이고 쇠고기 협상을 계기로 반(反)이명박 정부 성향 세력이 투쟁양상으로 변했다고 본다. 제 교수 쇠고기 문제는 근본적으로 과학적 전문지식과 관련있는 사안으로 전문가의 견해가 중요하다. 협상이 잘못됐다 하더라도 합리적인 정책토론을 통해 보완할 수 있는 사안이다. 문제가 커진 데는 일반 시민 등 비전문가들의 무책임한 자극적 발언이 급속도로 확산된 측면이 있고, 인터넷 상에서의 교묘한 선동이 있었다는 시각이 유력하다. 문제의 쇠고기가 미국산이 아니라 호주산이라면 이처럼 문제가 커졌을까. ▶촛불집회 민심을 경시하다가 파문을 키웠다는 지적이 있다. 보수가 민심의 변화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윤 전 장관 이게 이념의 문제인가. 보수가 변화에 둔감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 재협상을 요구하는 사람이 다 진보인가. 이 전 수석 당연히 정부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데 대한 반감이다. 제 교수 그런 점이 없지 않다고 본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집권기를 ‘잃어 버린 10년’이라고 주장해 왔는데, 이런 전면적 부정이 부메랑이 돼 시대변화에 대한 보수진영의 감각을 무디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10년 동안 어쨌든 사회는 더 민주화됐고 국민의식은 더 성장한 것 아닌가. 윤 전 장관 잃어 버린 10년이라는 주장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과가 있는데 너무 과만 본 것은 문제다. 잘한 건 잘한 대로 균형잡힌 자세를 보여 줬어야 하는데 아쉽다. 이 전 수석 ‘잃어 버린 10년’은 맞는 말이다.10년 동안 세계사의 진운을 사이비 진보세력이 따라가지 못해 국가 경쟁력이 위축되고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을 상실했다. 이명박 정부가 잃어 버린 10년의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망스럽다. 제 교수 10년간 좌파 정부 아래서 국가의 근본이 훼손된 것은 사실이다. 지난 10년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고칠 건 고치고 바로 잡을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물론 잘한 것은 계승해 발전시켜야 한다. ●과거정부 잘한 것은 계승 발전시켜야 ▶386세대 이후 젊은 세대들이 보수화로 기운다는 분석이 있었는데, 이번 촛불시위는 10대,20대들이 주도하고 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윤 전 장관 시대변화가 한국사회의 구조변화를 무섭게 몰고 오고 있다. 모든 권위가 무너지고 있다. 교육, 공권력, 삼성 등 한국사회의 ‘파워센터’들이 차례로 와해됐다. 어린 학생들의 행동은 무서운 동력인데, 한국사회를 수평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치인들과 정부가 깊이 뜯어 보고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구조와 권위를 어떻게 만들고 저 분출하는 에너지를 어떻게 한 곳으로 모을까를 고민하는 게 이명박 대통령의 자세다. 최근 영국 보수당이 ‘우애’(友愛)를 기치로 내걸고 있는 추세를 본받아야 한다. 과거의 수직적 소통이 아닌 수평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게 세계적 흐름이다. 이 전 수석 젊은층이 전반적으로 보수화된 것은 맞지만 상당히 현실적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쇠고기 문제도 생활과 직결된 문제니까 젊은이들이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이다. 제 교수 급식 대상인 학생들이 자신의 건강과 안전에 관한 문제이기에 목소리를 냈다고 본다.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10대·20대 촛불시위는 독특한 청년문화 ▶투표율은 낮은데 촛불시위 참여열기는 높은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대의민주정치에 대한 불신과 직접민주정치 욕구의 발현인가. 윤 전 장관 민주주의의 장래가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다. 정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정치권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시각이 부정적이다 보니 대통령과 국민이 맞대결하는 불상사가 나타난 것이다. 이 전 수석 2002년 월드컵이 촛불시위와 관련이 있다. 붉은색 셔츠를 입은 젊은이들이 시청 앞으로 모이지 않았으면 미선·효순양 촛불집회도 없었을 것이다. 모여서 구호를 외치며 시위하는 걸 즐기는 한국의 독특한 청년문화로 이해한다. 제 교수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이 촛불시위 참여율과 관련 있다는 분석은 일리가 있다. 넓은 의미의 직접민주주의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안에 대해 직접민주주의를 하려는 것은 과욕이다. ▶한나라당은 대선, 총선의 압도적 승리에도 불구하고 이번 6·4 재보선에서는 참패했다. 이명박 정부의 실책이 정권교체 주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윤 전 장관 한나라당의 승리가 반사적 이득이었듯 이번 민주당의 승리도 반사적 이득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 전 수석 그렇다. 이명박 정부는 보수세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지금과 같은 국정 혼란을 반복하는 한 지지를 못받을 것이다. 제 교수 100일도 안돼 새 정부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상황을 놓고 5년 단임 대통령제의 문제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4년 중임제나 내각제 개헌이 정치 어젠다로 본격 제기될 것으로 생각된다. ●MB노선은 실용주의 아닌 편의주의 ▶이 대통령이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윤 전 장관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지금 이 대통령의 노선은 실용주의가 아니라 편의주의다. 취임 전 원점으로 돌아가 뭘 잘못했는지 냉철하게 고민해야 한다. 어떤 나라의 지도자도 다수 국민의 의사에 반해 국가를 끌고 갈 수는 없다. 이 전 수석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라 국가정책의 종합적인 고찰은 없이 안건 하나 하나에 단편적·단기적 승부를 본다. 너무 포퓰리즘적이다. 제 교수 쇠고기 문제로 촉발된 성난 민심을 달래야 한다. 고유가, 생활고에 허덕이는 서민의 어려운 삶을 보듬어 줄 대책을 내놔야 한다. 사회복지도 말로만 하지 말고 실효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단행해야 할 인적 쇄신의 방향과 폭은. 윤 전 장관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이 대통령을 가장 잘 이해하고 성원하는 신문들이 사설을 통해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비롯한 내각, 청와대 전면개편을 촉구하더라. 이 기준에도 못 미치면 국민이 흡족해 하겠나. 이 전 수석 폭은 문제가 아니다.21세기 시대정신에 맞는 유능한 사람들을 중용해야 한다. 제 교수 땜질식 개각으로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 어렵다. 고강도의 인적 쇄신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 대통령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보나. 윤 전 장관 CEO 출신이라 ‘정치 과정’에 대한 이해가 없다. 국민 설득 과정을 비효율·비생산으로 보다 보니, 국민교감이나 설득이 없는 것이다. 이 전 수석 여러 세력을 포용하지 못한다. 국가 전체에 대한 견해와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제 교수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CEO 리더십의 긍정적 측면은 잘 살리는 한편 소통과 타협의 리더십을 보완하면 좋겠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면 안돼 ▶촛불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진보진영에 할 말이 있다면. 윤 전 장관 충정은 이해하나 대통령과 정부에 어느 정도 시간은 줘야 한다. 이 전 수석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지는 말았으면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밉다고 국가간 협상까지 뒤엎으려고 하면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외톨이가 될 것이다. 냉정하게 국익을 생각해야 한다. 제 교수 이제 촛불시위가 의도한 것은 대부분 달성됐다고 본다. 그러니 시위를 중단하는 게 옳다. 시민단체는 본연의 권력감시 역할로 돌아가고, 정부와 정치권은 치열하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종락 김상연 한상우기자 carlos@seoul.co.kr
  • ‘즐기는 시위’에 모두 빠진다

    ‘즐기는 시위’에 모두 빠진다

    시민들의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1주일 전 경찰의 폭력진압에 맞섰던 분노에 찬 흥분이 아니라,‘기분좋은 흥분’이었다.6일 촛불집회에서 만난 회사원 송모(27)씨는 “72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시위가 재미있어 자리를 뜨지 못하겠다.”고 웃음을 지었다. 가장 이목을 끈 것은 이영용 한국드럼서클협회 회장이 주도한 북연주. 이 회장은 ‘짐베’라고 불리는 아프리카 북을 비롯해 50개의 북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미국산 쇠고기 축제(?)’를 즐겼다. 회사원 김진영(33·여)씨는 “엄격한 분위기 속에서 ‘투쟁’을 외치는 게 시위의 전형이라 생각했는데,‘즐거운 시위’를 할 수 있다는 게 무척 신기하다.”고 말했다. ●음악가는 연주·화가는 현장 화폭에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급조된 음악밴드 ‘시민악단’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 트럼펫과 색소폰, 기타 등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시민들이 시위 현장에서 음악을 연주하자는 한 네티즌의 제안으로 악단을 만들었다. 북을 연주하는 대학생 문정석(20)씨는 “구호만 외치기엔 목이 아프고 심심해 음악의 힘이 필요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미술가들도 나섰다. 서양화가 김성룡(42)씨와 이선일(42)씨는 텐트를 치고 3박4일 촛불시위의 대장정을 이어갔다. 김씨는 “1992년 소 파동 당시 ‘누운 소’라는 그림이 좋은 평가를 받아 그 인연으로 시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위 현장을 그림으로 담고 있다. 한밤중의 도심은 공원으로 변했다. 가족과 함께 나온 시민들은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돗자리를 깔고 시위를 즐겼다. 한 손에는 ‘쇠고기 재협상’ 피켓을, 다른 한 손에는 김밥을 들었다. ●한밤 도심은 ‘시위 나들이´ 가족공원 대학생들은 기차놀이를 했고, 경찰 옷을 입고 손수레 감옥을 끌고 다니면서 ‘탄압 퍼포먼스’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시민들은 차벽 너머로 빵을 던지고 의경들은 이를 받으며 마음을 나눴다. 여고생들은 “의경 오빠의 잘 생긴 얼굴 좀 보여달라.”고 외쳤다. 김현미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의 시위는 위계화된 방식으로 정치적 표현이 이뤄지고 ‘선봉대’,‘사수대’처럼 역할이 나뉘어졌다.”면서 “그러나 이번 촛불집회는 “유머러스하고 소박한 정치 표현을 통해 과거 집회의 한계인 ‘과도한 엄숙주의’를 탈피, 집회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촛불발언’ 정선희 3개프로 하차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관한 설화(舌禍)로 홍역을 치르는 개그우먼 정선희(36)가 MBC FM4U ‘정오의 희망곡 정선희입니다’를 비롯해 자신이 진행하는 3개의 MBC 프로그램 MC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정선희 소속사의 한 관계자는 6일 “정선희씨가 많은 시청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는 의미에서 문제가 된 라디오 방송을 포함해 ‘불만 제로’,‘이재용 정선희의 기분 좋은 날’에서 자진 하차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정선희는 지난달 22일 ‘정오의 희망곡…’에서 자전거를 분실한 청취자의 사연을 전하면서 “아무리 광우병이다 뭐다 해서 애국심을 불태우며 촛불집회를 하지만 환경오염을 시키고 맨홀 뚜껑을 가져가는 사소한 것들이 사실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하는 범죄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많은 네티즌들의 항의를 받았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북파공작원 ‘촛불 시민’과 충돌

    북파공작원 ‘촛불 시민’과 충돌

    유족도 모르게 위패를 세워놓고 순국선열을 추모한다며 지난 5일부터 서울광장을 선점했던 북파공작원(HID) 대한민국특수임무수행자회 회원들과 촛불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충돌이 빚어졌다. 특수임무수행자회 회원들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는 시민 10여명은 6일 오후 7시쯤 남대문경찰서 태평로지구대에 신고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도 폭행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수행자회 회원 7명을 임의동행했지만 폭행 혐의자를 특정하지는 못했다. 시민들은 사실 규명과 혐의자 처벌을 요구하며 지구대 주위를 에워쌌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위령제를 끝내고 철수하던 특수임무수행자회 회원들이 빨리 철수를 원하는 시민들과 과격한 몸싸움을 벌였다. 수행자회의 한 회원은 “시민들이 욕설을 퍼부어 멱살을 잡았을 뿐인데 폭행범으로 몰려 억울하다.”고 말했다. 서울광장 점거를 비판하는 네티즌의 폭주로 다운되기도 했던 특수임무수행자회 홈페이지에는 비난 글이 계속 쏟아졌다. 일부 특수임무수행자회 회원들은 “부끄럽다. 탈퇴하겠다.”고 밝혔다.‘청와대 배후설’도 확산되고 있다. 이경주·황비웅기자 kdlrudwn@seoul.co.kr
  • [사설]촛불 정서에 편승한 총파업 안된다

    촛불 정서에 편승한 총파업 안된다 TIT2 TIT3 SECT TEXT 민주노총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저지를 위해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오는 10∼14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15일쯤 총파업 시기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파업 명분은 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과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 교육의 시장화 반대, 친재벌정책 폐기 등이다. 민주노총은 국민 건강권 수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노동관계법을 어긴 불법 쟁의다.1700여개 시민단체와 네티즌 모임으로 구성된 ‘국민대책회의’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을 정도로 촛불집회의 주변부에 머물렀던 민주노총이 뒤늦게 총파업 투쟁에 나서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기회주의적인 발상이다. 민주노총이 만약 총파업에 돌입한다면 촛불집회가 지닌 순수성이 크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 더구나 촛불 정서에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에 대한 반발 외에도 서민들의 궁핍해진 살림살이가 합쳐져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확산된 측면이 강하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물류를 멈추고 공장의 가동을 중단시키면 그 피해는 국가 경제, 특히 서민가계에 집중된다. 총파업이 서민을 위하기는커녕 위협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공공부문 개혁은 민간부문의 활력을 부추기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다. 절대 다수의 국민도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공공부문의 개혁을 원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이처럼 불법 정치투쟁으로 나서게 된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기업 프렌들리’,‘법과 원칙’을 앞세워 민주노총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부가 낮은 자세로 귀를 열겠다면 민주노총이 내세우는 노동자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노동부부터 크게 반성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촛불 정서가 변질되지 않도록 총파업 계획과 일정을 재고하기 바란다.
  • 사상 최대 ‘촛불’ 행진

    사상 최대 ‘촛불’ 행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 이틀째인 6일 밤 촛불집회 시작 이후 최대 인파(주최측 추산 20만명·경찰 추산 5만명)가 서울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웠다. 시민들은 저녁 6시부터 덕수궁 앞에서 시작된 촛불문화제와 거리행진을 밤새 이어갔다. 세종로, 태평로, 을지로, 종로 등을 행진하던 시민들은 동십자각 로터리를 통해 청와대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에 막혔다. 대학생들은 용산 미8군 사령부 정문에서 버시바우 미국대사를 규탄했다. 특히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수입 재협상 땐 경제에 더 큰 문제가 생긴다.”고 말한 데 대해 시민들은 분노했다. 대학생 최미연(25·여)씨는 “국민들이 한 달 내내 외친 요구를 대통령이 전혀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면서 “활활 타오르는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전원 사표를 냈다는 소식에도 시민들은 “전면 재협상만이 국민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부터 밤샘 릴레이 집회를 벌였던 시민들은 이날 대낮에도 시위를 가졌다. 다음 아고라와 각종 인터넷 카페 이름 등이 적힌 깃발을 든 네티즌 3000여명은 오후 1시40분쯤부터 거리로 나섰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오후 4시부터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국민무시 고시강행 이명박 정부 심판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광화문 일대에서는 하루종일 집회와 문화제가 어우러진 ‘난장’이 연출됐다. 문화예술인들은 서울광장에 ‘문화텐트촌’을 꾸리고 시민들의 즉석 공연의 장을 열었다. 서울광장에서 전날부터 추모제를 열었던 북파공작원(HID) 대한민국특수임무수행자회는 이날 저녁 7시쯤 철수했다. 이재훈 장형우 김정은기자 nomad@seoul.co.kr
  • 李대통령 “재협상땐 경제 더 큰 문제 우려”

    李대통령 “재협상땐 경제 더 큰 문제 우려”

    이명박(얼굴) 대통령은 6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 논란과 관련,“지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쇠고기)재협상 얘기를 해서 경제에 충격이 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대표단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재협상 문제와 관련, 이같이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는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한달 이상 계속되는 등 재협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사실상 ‘재협상 불가’ 방침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이미 (문제가 생겼을 때)세계무역기구(WTO)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규정에 의해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미국측도 서한을 보내지 않았느냐.”면서 “사실상 재협상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통상국가인데 재협상을 요구하면 통상마찰 등으로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 그 경우 자동차나 반도체 같은 우리 상품의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그런 후유증이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이를 모면하기 위해 재협상을 하겠다고 무책임하게 얘기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문제의 핵심은 30개월 이상된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확실하게 보장하는 것 아니냐. 그것은 아마 그렇게 될 것”이라면서 “민간이 하더라도 사실상 30개월령 이상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하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현역 의경 인터넷 사죄글 화제

    현역 의경 인터넷 사죄글 화제

    지난달 27일 현역 의경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방패로 시민을 찍는 것이 즐겁다.”는 글을 올려 파문이 일었던 반면 지난 1일에는 자신을 경기도 기동대 행정요원이라고 밝힌 한 의경이 포털사이트 토론게시판에 시위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이들에게 사죄하는 시와 글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의경은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는 시민들에게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강제해산했던 지난달 31일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현장중계 동영상을 보다 느낀 점을 시위현장에서 머리를 다쳐 피를 흘리면서도 웃고 있는 여학생의 사진과 함께 시 형식으로 싸이월드 여론광장에 올렸다. “아가, 왜 웃고 있니”로 시작하는 이 시는 “당장 교과서와 싸우기에도 바쁜 시간에 너는 어째서 촛불을 들고…내 더러운 군홧발 앞에 섰는가.”라며 시위대를 바라보는 전·의경의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또 “한사코 말렸건만 철없이 광화문 앞에서 소리치던 니가 밉다.”면서도 “한낱 싸구려 연예 가십이나 들여다보며…친구들과 노래방이나 전전해야 하는데…”라며 시위에 참여한 10대 청소년들을 대견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너희들의 불꽃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며 촛불시위대에 대한 동조와 이해의 마음도 보여줬다. 나아가 시의 마지막에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거리에서 대치해야 하는 상황을 “나는 이 시대가 낳은 절름발이 사생아이므로…”라며 절망적으로 표현했다. 6일 오전에는 한 시민이 이 글을 서울 세종로 버스정류장에 붙여놔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촛불시위 새 변화의 단초”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 시위대의 주장을 전적으로 이해한다.”면서 “협상 수정안이 국민 우려와 걱정을 완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이 6일 보도했다. 타임 최신호는 ‘청와대의 고민(Lee’s Bule House Blues)’이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에서 이 대통령이 쇠고기 사태를 비롯한 각종 국정 난맥으로 취임 3개월 만에 지지도가 20% 안팎으로 떨어지며 위기에 몰렸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쇠고기 수입 반대 요구는)어린 자녀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문제”라면서 이번 시위가 쇠고기 문제를 넘어 그 이상의 것에 관한 것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권위주의 통치시절 학생들의 민주화 시위를 언급하며 “한국에는 국민들의 시위가 의미있는 변화의 단초가 된 전통과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북핵 6자 회담에 대해선 “6자 회담을 놔두고 남북 관계만을 진전시키는 두 개의 별도의 노선을 지향할 의도가 없다.”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핵 포기가 정권을 지키고 북한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등 북한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타임은 전했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대해서는 “도움이 된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두 번, 세 번이라도 만날 용의가 있다 .”는 뜻을 밝혔다고 타임은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소통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과 관련,“오랫동안 기업의 최고경영자로 일하면서 소비자들의 의견을 경청해왔다.”면서 “더 많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제 성장목표에 대해서는 “조정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 경제상황이 매우 우호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즉각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여론조사에선 50% 이상이 앞으로 정부와 대통령이 잘할 것이라고 답했다.1∼2년내 상황이 나아지면 나의 지지자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전망했다.송한수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여론 악화에 “총사퇴만이 해법”

    쇠고기 파동이 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전원의 사표 제출로 이어졌다. 한승수 국무총리를 필두로 한 내각도 조만간 일괄 사의표명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쇠고기 정국이 고비를 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의 사의 표명은 6일 오후 2시에 시작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뤄졌다. 이날은 청와대가 본격적으로 조직개편 작업에 들어간 날이다. 청와대 안에서는 그동안 수석들의 일괄사의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여왔다. 이날 즉각적인 일괄 사의표명을 주장한 인사는 곽승준 국정기획수석과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이다. 이들은 “여론 악화에 따른 대통령의 부담을 줄여주는 차원에서 수석들이 전원 사의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박재완 정무수석과 이동관 대변인 등은 “장관과 달리 대통령이 언제든 임면할 수 있는 비서들이 집단으로 사의표명을 하는 것이 오히려 대통령에게 부담”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주문했다. 결론은 류우익 실장이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비등하는 여론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데다 청와대 조직정비를 앞두고 내부 불협화음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일괄 사의표명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그동안 “지금은 때가 아니다. 일을 열심히 해달라.”고 만류해 온 이명박 대통령도 참모진의 사의 표명이 거듭되자 별다른 언급 없이 류 실장의 보고를 들었다고 한다. 이제 관심은 내각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수석들의 일괄 사의표명은 내각의 향배와는 별개 문제”라면서 “내각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고 거리를 뒀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서는 한나라당까지 한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는 터에 내각 총사퇴말고는 길이 없다는 쪽으로 기류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8일 한나라당과의 당·정회의를 통해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한 뒤 한 총리와 국무위원 전원이 사의를 밝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시민단체들이 6·10항쟁기념일을 맞춰 대규모 시위에 나설 계획인 점을 감안하면 8일 민생안정대책 발표 직후나 늦어도 9일 중엔 총사퇴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청와대 참모들의 일괄 사의표명에 따라 이 대통령이 언제 이들의 사표를 어떤 규모로 수용하느냐가 관심사항으로 떠올랐다. 우선 시기에 있어서 이 대통령은 다음주 후반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6·10항쟁기념일과 13일 효순·미선양 6주기 사이에 부분 개각과 청와대 인선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8일 민생안정대책 발표로 민심을 다독인 뒤 개각을 통해 국정쇄신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촛불시위의 물꼬를 돌리려 할 것으로 점쳐진다. 인적 쇄신의 규모는 다소 유동적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파동이 쇠고기 협상을 넘어 이명박 정부 국정 전반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 원인에 대해서는 인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시스템, 운영의 잘못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한다. 사람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 인사스타일까지 감안하면 인사의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청와대 관계자도 5일 내각과 청와대를 포함,4∼7명 교체 방침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열쇠는 이 대통령과 여론이 나눠갖고 있는 상황이다. 인적 쇄신 작업이 쇠고기 파동에서 이 대통령이 던질 마지막 카드라는 점과 대대적인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는 상황을 감안하면 인사 폭이 좀더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대국민 햇볕정책 많이 써라”

    이명박 대통령이 6일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 등 불교계 원로들과 마주 앉았다. 쇠고기 파동으로 돌아선 민심을 수습하고, 국정을 정상화할 방안을 찾기 위해 여론 수렴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 뒤뜰인 상춘재 앞마당에서 이뤄진 오찬회동에는 지관스님과 태고종 총무원장 운산스님, 진각종 통리원장 회정정사,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스님,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자승스님 등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단 5명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청와대 불자회장인 김병국 외교안보수석, 불자회 고문인 박재완 정무수석, 이동관 대변인이 배석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서 지관스님은 최근 촛불집회와 관련,“쇠고기 문제가 발단이지만 이와 별개로 이 대통령이 하는 일에 시비를 걸고 싶어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러나 군중심리란 한번 뭉치면 합리적인 설득도 잘 듣지 않는 만큼 빨리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식은 진흙땅에 풀을 덮듯 해야 한다.”는 불가의 말로 과감한 국정쇄신을 주문했다. 대운하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많은 만큼 보류하면 어떻겠느냐.”라고 제안하고 “북한 문제도 인도적인 차원에서 적극적이고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각종 회정 정사는 “재협상하라는 주장의 목적이 사실 다른 데 있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지난 10년 동안 세력화된 측에서 제기하는 것인데, 어쨌든 재협상 문제를 먼저 제기하면 어떻겠느냐.”고 재협상을 주문했다. 한 원로스님은 “옛말에 소나기는 피하고 보라는 말이 있다.”면서 “해를 비춰 국민의 외투를 벗기는 정책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자 다른 스님은 “지금의 상황은 소나기가 아니라 장마 같은 느낌이다.”면서 “국민들이 아직 국제규범이나 사회규약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있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쇠고기 파동 초기에 이런 점들이 제대로 안 알려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스님들도 “대통령의 말씀이 국민들에겐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았으니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며 적극적인 홍보를 주문했다. 또 홍파스님은 “국민들의 생활이 안정되어야 하는데 유가 때문에 다른 물가까지 올라서 서민의 고통이 크다. 시중에는 수돗물 민영화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어 참으로 불신의 시대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수도·전기·대중교통 요금은 동결하고 있지만 정부의 보조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하고 “수돗물 민영화에 대한 루머는 근거없는 얘기다. 지자체가 관리하던 것을 민간에 맡기면 비용이 준다는 분석이 있는데 거꾸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홍파스님은 마지막으로 “대통령께서 중국지진현장에 다녀오고 일산 경찰서까지 가서 현장을 챙기는 행보는 좋았다. 국민과 탁 터놓고 대화하고 국민의 고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로 계속 일해달라.”고 당부했다.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특별기고]구효서가 본 릴레이 집회 현장

    [특별기고]구효서가 본 릴레이 집회 현장

    72시간 릴레이 집회 첫날인 5일 오후 여덟 시, 덕수궁 대한문 앞 시위현장에 도착했다. 이미 촛불의 물결이 도로를 뒤덮고 있었다. 차량이 사라진 도로 위에서 신호등은 저 혼자 껌벅거렸다. 대학생들이 가장 많았다. 교복을 입고 가방을 멘 여고생들의 ‘고시철회 협상무효’ 구호가 유난히 높았다. 어린 자녀를 대동한 부모들, 양복 입은 30대,A4용지 크기의 피켓을 들고 혼자 묵묵히 서 있는 40대…. 몇 대의 유모차가 보였다. 몇 명이나 모였는지 시위현장에서는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다. 앞과 끝이 안 보였을 뿐 아니라, 앞과 끝이란 게 없어 보였다. 유난히 카메라가 많았다. 휴대전화로 자신의 시위장면을 셀프 카메라로 찍었고, 이른바 시민기자의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가 쉴 새 없이 번득였으며, 기성 언론사의 취재차량과 묵직한 촬영기재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어떤 이는 목에다 자신의 휴대전화,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를 한꺼번에 걸고 있었다. 왠지 그의 눈이 다섯 개인 것만 같았다. ●‘쇠고기 수입 반대´는 하나의 계기일 뿐 9시쯤 시위대는 행진을 시작했다. 남대문과 한국은행을 거쳐 종각을 돌아 광화문 네거리에 집결했다. 한국은행 앞에서는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며 시위대의 구호에 호응하기도 했다.80년대의 시위 현장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구호와 노래가 다양하지 않았으며 일사불란하지도 않았다. 전투적이지도 않았다. 행진 도중에도 여기저기서 밝은 웃음소리가 터졌다. 거의 모두 웃는 얼굴들이었다. 시위대 한복판에 떡과 찰옥수수를 파는 아주머니들이 많았다는 것도 퍽이나 달라진 풍경이었다. 현장에서 선동과 배후의 느낌은 감지되지 않았다. 누군가에 의해 양초와 피켓이 주어지고, 무대차량에서 구호가 선창되기는 했지만 집회인파가 조직적으로 동원되거나 움직인다는 인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누군가의 일방적인 지시와 선동에 의해 한쪽으로 와! 쏠려버릴 인파가 아니었다. 23%를 약간 상회했던 지난 4일의 재보선 투표율,46%의 지난 총선 투표율,63%의 지난 대선 투표율.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이었던 것으로 보였던 국민들이 갑자기 무엇 때문에, 어디서 뛰쳐나온 걸까. 전적으로 잘못된 쇠고기 협상 때문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사실은 너무도 그 속성을 잘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집회에서는 정치권 자체가 철저히 소외당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시민들의 눈치를 보며 겨우 한 자리 끼어드는 형국이다. 분명한 것은 요즘 정국에서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는 것. 투표율에서도 보여지듯이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 온당한 권력의 정통성 혹은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했다. 압도적인 48.7%의 득표율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은 출범 100일 만에 퇴진 구호의 대상이 되었다.50%에 가까운 득표를 했지만 전체 투표인구의 30% 지지밖에 얻지 못했다는 사실을 간과하거나 무시한 까닭이다. 그래도 현 제도 하에서 대통령은 대통령이고 국회의원은 국회의원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국민´이 뽑은 게 아니라 ‘제도´가 뽑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근대 공화제의 금과옥조인 ‘민주주의´라는 현행 제도의 불합리성은 투표에 의해 당선된 ‘대표´들의 만연한 부도덕과 무능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된다. ●시위현장 여과없이 무차별 생중계 이번 시위의 특징 중 하나가 시위현장의 무차별 생중계다. 무차별이라는 것은, 그동안 제도 언론에 의해 공간적으로 시간적으로 통제되고 관리되었던 정보와 사실이 아무런 차이와 여과 없이, 즉 언제 어디서나 즉각적으로 생산 유통된다는 뜻이다. 요즘이라면 히틀러도 무솔리니도 막을 방법이 없다. 제도를 벗어난 생생한 정보와 사실에 의해 촉발되는 엄청난 파급효과는 이제 더 이상 구제도로써는 관리하고 통제할 수 없다는 반증 아닌가. 자유주의 대 평등주의, 신보수 대 신좌파의 대립도 아닌 것을, 아직도 그러한 잣대로 분석하고 대처하려는 구태가 꾸물거리는 사이, 옛날의 군중도 대중도 아닌 지금의 ‘흐름’은 누가 시키지도 말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새 지평을 향해 날렵한 탈주를 시작했다. 소설가 구효서
  • [72시간의 촛불 기록](2) 여성의 재발견

    [72시간의 촛불 기록](2) 여성의 재발견

    과거 민주화 운동 당시 여성은 집회 현장에서도 보호의 대상이었다. 남학생들은 선봉에 섰고, 여학생들은 후미에서 구호를 따라 외치거나 돌을 날랐다. 그러나 이번 촛불시위에서는 여성이 남성을 리드하고 있다. 여성 참여자들이 더 많고, 목소리도 더 크다. ●“먹거리 위협…가만 있을 주부 있나” 유모차를 끌고 거리로 나온 주부들은 경찰의 과잉진압을 막는 ‘사수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1일 경찰이 서울대 여학생을 군홧발로 짓밟는 동영상은 ‘72시간 릴레이 시위’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자유발언’ 무대에 선 ‘촛불소녀’들의 외침은 좌중을 사로잡는다. 6일 밤 세종로에서 목이 터져라 ‘재협상’을 외치던 주부 심정현(36·서울 길음동)씨는 “대학 시절 남학생들이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시위할 때 여성은 보호만 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불쾌했었다.”면서 “요즘은 여성들이 시위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여성이 촛불시위의 전면에 나선 것은 이번 시위가 ‘생활밀착형’이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중학교 교사인 황모(45·여)씨는 “광우병, 고유가 등 생활의 문제는 주부를 비롯한 여성들이 더 강하게 느낄 수 밖에 없다.”면서 “자식의 먹거리가 위협받는데 가만히 앉아 있을 어머니가 어디 있겠냐.”고 밝혔다. 여성의 참여는 촛불시위를 문화제로 격상시키는 데 한몫 했다. 인터넷 화장품 동호회인 ‘새틴’ 회원들은 하이힐과 미니스커트를 입고 시위 행렬에 참가했다. 한 회원은 “시위에 나올 때는 편한 복장에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는 것도 일종의 고착화된 관행”이라면서 “출퇴근 복장 그대로 나와 자연스럽게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제 격상·집회 후원문화 생겨 여성들은 집회 후원 문화도 만들어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는 주부들이 직접 마련한 김밥이나 음식료 등이 밀물처럼 이어지고, 이에 감명받은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후원이 잇따르고 있다. 여성이 많아지면서 촛불시위가 선동이 아닌 토론의 장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도 있다. 여성 전용 사이트, 육아 사이트 등에서는 광우병에 대한 열띤 공부와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생인 김미진(16·여)양은 “촛불시위를 통해 ‘정치는 토론이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국회의원들이 멱살잡고 싸우는 게 정치가 아니라 친구들과 온·오프라인에서 토론하고 설득하는 게 ‘진짜 정치’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단체연합 남윤인순 상임대표는 “주부들은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당한 압박과 미국산 쇠고기처럼 무분별한 수입을 강요하는 정부와 싸워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여성이 일상의 정치를 주도하는 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주 장형우기자 kdlrudwn@seoul.co.kr
  • [사설] ‘군홧발 폭력’ 하위직급에만 책임묻나

    경찰이 엊그제 촛불시위에 참여한 서울대 여학생의 머리를 군홧발로 짓밟은 서울경찰청 특수기동대 김모 상경을 입건했다. 경찰은 김 상경이 혐의를 부인하지만 목격자 진술 등으로 폭행사실이 입증돼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한다. 부대원 관리 및 현장 지휘책임을 물어 서울특수기동대장 한모 총경과 김 상경 소속 중대장 김모 경감도 직위해제했다. 또 상급자인 서울청 기동단장 신모 경무관 등에 대해서도 서면 경고조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시위진압과정에서의 단순 폭행사고치곤 파장이 크다. 폭행장면이 동영상에 유포되면서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고육책일 것이다. 그러나 책임추궁이 아랫사람에게만 가해져 용렬(庸劣)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군과 경찰은 일사불란한 지휘체계에 의해 움직인다. 이번 사건은 청와대로 향하던 촛불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사건 당일 경찰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고 물대포를 쏘는 등 강경대응했다. 경찰 수뇌부의 지시가 계통에 따라 현장에 전해졌기 때문이다. 당연히 어청수 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가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이 먼저라고 본다. 이번 처사는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청와대행 시위대 진압과정에서 많은 시민들이 물대포 세례를 받아 고막과 안구 등에 손상을 입었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하급자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위에서부터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기강이 서고 조직이 산다. 차제에 시위대처방식에 대한 재검토도 이루어져야 한다.
  • [사설] 靑 일괄사표 국정쇄신 출발점 돼야

    미국산 쇠고기수입 파동으로 촉발된 성난 민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곧 있을 것으로 보이는 대통령의 국정쇄신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그런 가운데 어제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일괄사표를 냈다. 한나라당은 지난주 당·정·청 시스템 정비와 더불어 대규모의 인사쇄신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인적쇄신 없이는 국정난맥상을 풀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이번 청와대 수석비서들의 일괄사표가 국정쇄신의 출발점이 되길 당부한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현재의 상황을 더 이상 지켜만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이 상황에 대해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고, 국민여론을 들어 알고 있기 때문에 전원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굳이 그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하는 비서진들이 먼저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청와대의 국정수렴이나 참모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대통령이 이처럼 어려움을 겪는 상황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촛불집회만 두고 봐도, 초기대응의 실패가 화를 더 키웠다. 청와대 참모진의 안일한 인식도 사태악화에 한몫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권부의 핵심이다. 각 수석실 사이에도 소통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렸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확대비서관회의에서도 이같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하지 않은가. 비서실 조직이 손발이 맞지 않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면 정비는 불가피하다. 그리고 빠를수록 좋다. 이 대통령도 지적했듯, 수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무적 판단 기능이다. 현재 진용으론 이같은 역할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한나라당과 정부 일각에서도 제기됐다. 류우익실장도 두 차례나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난맥상을 치유하는 인사쇄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 [열린세상] 한국인의 판단기준은 ‘우리’/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열린세상] 한국인의 판단기준은 ‘우리’/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히딩크는 국내외 인터뷰에서 늘 한국인의 긍정적인 측면을 언급한다. 그는 여전히 우리에게 인기가 있고, 한국인의 환영을 받으며 이 땅을 오가고 있다. 한국에서 활발하게 방송활동을 했던 한 일본인 교수는 사정이 좀 다르다. 그는 이제 한국에 오는 것이 편치 않게 됐다. 한국을 비판한 일본에서의 인터뷰 때문에 네티즌들의 폭격을 맞고 몹쓸 사람이 돼버렸다. 우리가 이들을 수용하고 못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미국 역사상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된 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도 우리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다. 그러나 가해자가 한국인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지금껏 그 일로 가슴 아파할지는 의문이다. 그날 사건을 전하던 한 앵커도 처음엔 다른 나라 사람인 줄 알았다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당혹감을 여러번 나타냈었다. 그렇다면 이건 또 무슨 기준인가. 가해자가 다른 나라 사람이면 다행인가. 끔찍한 일이 끔찍하지 않은 일로 바뀌는가. 우리가 덜 아파해도 되는가 말이다. 한국이 미국에 사과했을 때, 미국인들의 반응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이것은 심리적으로 병약한 한 개인이 잘못한 행동이며 한국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문제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와 나라를 분리시켜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라면 어땠을까. 그 나라 사람 모두에게 분노를 표출하며 당사국이 책임지라고 흥분하지는 않았을까. 고마쓰 아키오라는 일본 기업가가 있다. 안중근의사를 존경하는 사람이다. 그는 안중근 의사추모제에 참석하고 기념사업회에 성금도 낸다. 한국사람들은 그를 훌륭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그런 입장을 표명하고도 그가 일본땅에서 아무탈 없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난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우리네 어떤 인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존경하면서 그를 위해 기도하고 성금도 낸다면, 과연 이 땅에서 온전히 살 수 있겠는가. 미국산 광우병소 수입을 염려하며 분노하는 촛불시위와 AI는 끓이면 다 죽으니 닭이나 오리 등을 아무 걱정 말고 제발 먹자는 캠페인 속에서 우리의 주장은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만약 닭이나 오리가 우리 농가의 것이 아니었다면, 그래도 이렇게 강력히 주장을 할까. 얼마 전 타지역의 교복업체에서 양질의 교복을 저렴한 가격에 단체 구입한 한 학교의 학부모들은 졸지에 지역경제를 망가뜨린 원흉이 돼버렸다. 우리지역 물건을 안 샀다는 이유만으로 지역업체들이 학부모들을 마녀사냥했고, 지역주민들이 이에 동조했던 것이다. 우리는 ‘우리’이외의 것을 선택하면 그 이유에 상관없이 비난을 받기 쉽다. 합당한 일인가. 또 ‘우리’는 왜 검증받지 않고 무조건 수용되어야 하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엇을 판단하는 기준 속에는 항상 ‘우리’가 있다. 우리냐 남이냐, 우리편이냐 아니냐, 우리와 관련이 있냐 없냐.‘우리’에 해당되면 수용하고, 해당되지 않으면 배척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항상 문제를 안고 있으며, 개선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문제는 문제로 보고 본질을 따져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우리든 아니든 일관성 있게 적용돼야 한다.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고 사람이나 집단과 동일시하면 해결점을 찾기 어렵다. 진위나 이상여부와 상관없이 우리편이냐 아니냐를 놓고 기준을 다르게 적용한다면 더더욱 설득력이 없게 된다. 물론 우리를 보호하고 이익을 추구하는 데 ‘우리감(weness)’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이것은 건강한 수준에서 작동할 때의 얘기다. 병리적 수준의 ‘우리감’은 도움이 되기는커녕 우리를 통째로 망가뜨릴 수 있다. 국민 모두가 건강한 수준에서 ‘우리감’을 유지해야 나라에 보탬도 되고 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쯤 ‘우리감’의 수준이 건강한지 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 한나라 “서민지원 추경 추진” 민주당 “72시간 촛불속으로”

    한나라 “서민지원 추경 추진” 민주당 “72시간 촛불속으로”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해 서민 지원을 위해 사용하는 방안을 마련,8일 정부와의 고위 당정협의회를 거쳐 발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편성 규모는 지난해 쓰고 남은 세금 4조 9000억원으로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보완 협상을 위한 미국 방문단을 9일 출국시키는 등 다음주 중에 관련 대책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여당이 정책적·인적 쇄신안 의지를 거듭 밝힘에도 불구, 여론이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한나라당이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쇠고기 대책 내주까지 완성” 리얼미터가 지난 3∼4일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16.9%로, 한나라당 지지율은 27.2%로 추락했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6일 “관세와 부가가치세 중 남는 부분으로 추경을 편성, 서민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경 편성을 요청했을 때 거절했지만 이제는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임 의장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추경 편성은 부적절하지만, 물가가 당초 예상치보다 치솟는 상황에서 민생 안정을 위한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 풀자” 등원 러브콜 쇠고기 협상 문제에 대한 해법찾기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안심하고 수입 쇠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안전 조치를 다음주 중에는 마련하겠다.”며 시한을 못박았다. 촛불집회 열기가 식지 않는 가운데 매년 집회가 열리는 6·15 남북공동선언일 이전까지 민심을 수습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국민적 갈등을 국회에서 풀어야 한다.”며 야당을 향해 등원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전날 한나라당이 대선 기간 민주당 관계자를 상대로 한 고소·고발을 취소한 데 대해 민주당이 기만책이라고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한상우기자 cacao@seoul.co.kr ■통합민주당 통합민주당이 장기화되는 ‘쇠고기·촛불 정국’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전국 주요도시에서 진행된 장외집회를 지난 5일로 마감하는 대신, 매일 열리는 범국민 촛불집회에 당 차원에서 참여키로 했다.6일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72시간 촛불집회’에도 50여명의 의원이 합류해 대여 압박을 이어 나갔다. ●민심 합류 대여 압박 이같은 강경 기류는 지난 6·4 재·보선 이후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차제에 강력한 제1야당상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날 리얼미터와 CBS 여론조사에서 25.1%의 당 지지율을 기록했다. 한나라당에 불과 2% 포인트대 뒤진 결과다. 이명박 대통령과 국민과의 직접적인 대립 속에서 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찾지 못했다는 자성도 한몫한다. 사실상 단독 장외집회가 추동력을 갖지 못하자,‘촛불 민심’에 합류해 정국 소외를 극복하자는 취지다. 오는 10일 100만명이 운집할 것으로 알려진 6·10 항쟁 21주기와 6·15남북공동선언 8주기 등 향후 정치 일정도 민주당으로선 호재가 될 전망이다. ●“가축전염병법 약속하면 등원” 쇠고기 정국과 관련, 이명박 정부가 마지막 카드로 던진 ‘민간 자율합의’ 추진 발표 이후 진행되는 집회라는 점에서다. 이미 국민들의 반대 의사에 부딪히고 있는 형국이라 대여 공세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개원 여부와 관련,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나라당이 최소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하면 개원하겠다.”고 말해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원내 위상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등원 거부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당내에선 여당과의 무한정 대치에 고심하는 기색도 엿보인다. 지난 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원혜영 원내대표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국회의원은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 원내에서 싸우라고 국민이 뽑아준 것”이라고 충고한 것으로 알려져 이후 방향 설정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촛불 지킨 UCC의 힘

    촛불 지킨 UCC의 힘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에 온 국민의 참여를 이끈 동력은 단연 UCC(User Created Contents·사용자 제작 콘텐츠)였다.UCC는 2∼3년 전부터 여론 형성을 주도할 것으로 주목받았지만 지난 대선 때는 예상과 달리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기동성이 중요해진 이번 촛불집회 현장에서는 그 위력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군홧발´ ‘물대포´… 모든 시민이 기자 UCC의 힘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것은 여대생 군홧발 폭행과 경찰의 물대포 과잉진압 동영상이었다. 지난 1일 새벽 서울 동십자각 앞에서 서울대생 이모(22·여)씨가 서울경찰청 특수기동대 소속 김모(21) 상경의 군홧발에 머리를 밟히는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빠르게 퍼지면서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또 물대포를 맞은 시민이 힘없이 고꾸라지고 경찰에 의해 한 시민의 바지가 벗져기는 장면 등이 담긴 동영상이 속속 공개되면서 어청수 경찰청장 퇴진 움직임까지 일어났다. 대학원생 이모(29)씨는 “촛불집회를 인터넷 생중계로만 보고 있다가 물대포 동영상을 보고 참을 수가 없어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은 캠코더와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휴대전화 등을 들고 ‘현장 기자’ 역할을 한다. 아프리카TV, 오마이뉴스, 다음 TV팟 등은 현장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면서 집회에 참여하지 못한 시민들의 공감을 이끄는 매개체로 자리잡았다. 기존 방송사까지 네티즌들의 UCC나 인터넷 매체의 동영상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는 “네티즌들이 기존 언론에서 놓친 장면들을 담아 경찰의 폭력대응 문제점 등을 알리는 데 앞장서면서 그야말로 ‘모든 시민이 기자’인 시대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백골단´ ‘여대생 사망´ 등 허위유포 부작용도 반면 허위 UCC가 네티즌들을 현혹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 미국 교포가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던 ‘백골단 동영상’은 지난해 촬영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의 폭력진압에 여대생이 목졸려 사망했다는 글과 사진도 조사결과 한 지방지 기자가 허위로 유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국민을 놀라게 만든 동영상과 글이 일부 나왔지만, 이는 다양한 정보가 쏟아지는 인터넷 본래의 특성 중 하나”라면서 “네티즌에겐 자정능력이 있으므로 허위 사실은 거짓임이 곧 드러난다.”고 말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데스크시각] ‘출연硏’을 숨쉬게 하라/ 박건승 미래생활부장

    [데스크시각] ‘출연硏’을 숨쉬게 하라/ 박건승 미래생활부장

    아무리 생각해도 ‘실용’이 문제인 것 같다. 실용이란 이름 아래 추진하는 정부 정책들이 도처에서 마찰음을 내고 있으니 말이다. 광우병 논란으로 촉발된 촛불시위가 그렇고, 인터넷 공간을 달궜던 수돗물값이나 독도에 관한 괴담 시리즈의 경우가 그렇다. 이명박 정부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실용이란 가치는 눈앞의 성과에 급급한 일종의 편의주의를 기저에 깔고 있는 듯하다. 실용이란 포장 안에는 가시적인 결실을 당장 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급증이 감춰져 있는 것 같다. 이는 실용외교를 기치로 내걸었던 미·일정상과의 회담이 예기치 않은 결과들을 초래한 대목에서도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혼란상을, 한·일 정상회담은 ‘독도파문’이란 엉뚱한 결과를 불러들였다. 하나같이 실용이란 이름을 내세워 가시적인 결실을 내려고 재촉하다 생긴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요즘 세상을 시끄럽게 만든 배후는 다름아닌 ‘실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과학기술계도 새 정부 ‘실용노선’의 영향권에서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이공계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정부의 통·폐합 방침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현재진행형인 촛불시위 등에 가려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할 뿐이다. 새 정부가 출연연 개편의 근거로 삼는 기준은 간단하다. 예산 투입 대비 효율성을 따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연구기관은 통·폐합을 하든, 민영화를 하든 손을 보겠다는 것이다. 단기 성과 지향의 ‘실용’이라는 가치가 출연연의 운명을 가르는 잣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출연연이 당장의 경제논리로만 설명할 수 없는 존재라는 점이다. 출연연은 미래 원천기술과 거대과학, 신에너지 등 국가적 과제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응용 과학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기업연구소와 많이 다르다. 지속가능한 미래 발전을 모색하는 곳이어서 당장의 돈벌이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그런 곳에 대해 성과가 없으니 틀을 바꾸겠다거나, 존재 자체를 아예 없애겠다는 것은 무척 조급한 발상이다. 5일 한국에 온 미국 오크리지 연구소의 톰 메이슨 소장은 “2차대전 이후 미국이 이룬 경제성장의 50%가 국가연구소의 연구결과에서 나왔다.”면서 “한국의 경제성장이 과학기술 투자에서 기인했다는 점을 많은 나라들이 알고 있다.”고 밝혔다. 나라를 막론하고 국가발전 과정에서 출연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출연연 체제 개편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도마에 올랐던 메뉴다. 전두환 정권은 공공기관과 같은 기준을 적용해 출연연을 강제로 통·폐합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느닷없는 통합으로 두 기관이 무려 8년씩이나 물과 기름처럼 동거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김대중 정권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직후 모든 출연연을 국무조정실 산하로 이관했고, 노무현 정권에선 다시 과학기술부 밑으로 옮겨왔다. 과학기술은 정치적인 이념이나 철학과는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전세계 선진국 어디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출연연을 합쳤다, 뗐다 하는 나라는 없다. 미국에서도 공화당과 민주당이 정권을 주고받은 지난 수십년동안 국가연구소를 물리적으로 통·폐합한 사례가 없다. 출연연 문제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거듭돼온 출연연의 위상 흔들기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 목전의 연구성과가 시원찮다고 해서 조급하게 ‘실용’의 잣대를 꺼내지 말고, 당장 돈벌이를 못한다고 해서 구박하지도 말자. 그들에게 시간을 주도록 하자. 그리고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자. 출연연은 미래에 투자하는 곳인 까닭이다. 박건승 미래생활부장 ksp@seoul.co.kr
  • [사설] 여권에 옐로카드 내민 재·보선 민심

    한나라당이 엊그제 치러진 재·보선에서 참패를 당했다. 기초단체장 9곳 중 경북 청도 1곳에서만 승리를 거뒀다. 특히 지난해 대선에서 압승했던 수도권 지역에서는 3곳 모두 패했다. 수도권 광역 및 기초의원 선거 역시 16곳 중 2곳에서만 이겼다.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선거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터다. 쇠고기 협상 등 정부의 거듭된 실정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새 정부 100일에 대한 평가라고 할 수 있겠다. 승승장구하던 한나라당의 참패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라고 본다. 이 대통령은 내각·청와대 수석 인선과정에서 첫 단추를 잘못 뀄다.‘고소영’‘강부자’ 정부라는 비아냥이 등장했고, 재산공개 과정에서도 투명하지 못했다. 게다가 한·미자유무역협정, 경부대운하, 공기업민영화 문제 등도 오락가락했다. 그러다 보니 민심은 더욱 악화됐고,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민심이 등을 다 돌린 뒤에야 뒷북을 쳤다. 국민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이같은 정부·여당에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민주당은 수도권 2곳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이겼다. 그러나 일시적인 승리에 도취하면 안 된다. 그들이 견제역할을 잘 해서라기보다는 정부·여당이 못해 얻은 측면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정체상태를 보여주는 것이 단적인 예가 아니겠는가. 야당은 쇠고기 재협상 등을 요구하며 어제 열릴 예정이던 개원국회를 무산시켰다. 이처럼 여야 대치가 장기화되면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원내에서 투쟁해야 하는 이유다. 하루라도 빨리 등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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