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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명세빈’ 내각/ 오풍연 논설위원

    우리나라의 인터넷 수준은 가히 세계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는 1400만명을 넘어섰다. 휴대전화 가입자는 무려 4400만명으로 1인당 1대꼴이다. 그러다 보니 40여일간 계속된 촛불집회에서도 엄청난 위력을 보여줬다. 현장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안방에 중계되고, 네티즌들은 이에 환호했다. 넷심이 하나로 뭉치면서 시민들은 거리로 하나둘씩 모였다. 서울 광화문과 태평로를 꽉 메운 광경은 전파를 타고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인터넷 왕국답게 네티즌의 용어도 기발하다.4·9 총선이 끝난 뒤 ‘지못미’ 열풍이 불었다. 진보신당 노회찬·심상정 후보가 낙선하자,“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라고 건넨 위로였다. 댓글도 홍수처럼 쏟아졌다. 지난해 인터넷 인기어 1위는 ‘우왕ㅋ굳ㅋ’였다. 대략 ‘좋다’‘최고다’라는 뜻을 지닌 일종의 감탄사다. 미국 역시 우리네와 다를 바 없다. 최근 공화당원이면서도 오바마를 지지하는 ‘오바마칸(오바마+공화당원)’이나 열성적인 지지층인 ‘오바마니아(오바마+마니아)’ 등의 신조어가 생겼단다. 2∼3일 전부터 네티즌을 달구는 신조어가 나왔다.‘명세빈’이 그것이다. 이는 ‘명확하게 세 가지가 빈약한 인물’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돈과 지연(영남), 소망교회 출신이 아니어야 한다는 얘기다. 앞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강부자(강남 땅부자)’‘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출신)’‘S라인(서울시청 출신)’과 대칭되는 개념이다.‘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는 빈정거림도 유행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을 빗댔다.“모든 일은 형으로 통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이 인사권력(?)을 휘두른다 해서 풍자하지 않았겠는가. 이 대통령은 네티즌 사이에 영문 이니셜을 딴 ‘2MB’로 불린다. 특히 이번 시위 과정에서 피켓의 간판으로 쓰이는 등 수모를 많이 당했다. 쇠고기 수입 문제가 직접적 원인이긴 하나 그간의 인사 실패도 무관치 않다고 본다. 내각과 청와대 수석에 대한 인사가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첫 단추를 잘못 꿴 만큼 이번엔 제대로 맞췄으면 하는 바람이다.‘명세빈’의 뜻을 곱씹으면 해답이 나올 것 같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서울광장] ‘박근혜 총리’카드 버리지 말라/ 함혜리 논설위원

    [서울광장] ‘박근혜 총리’카드 버리지 말라/ 함혜리 논설위원

    촛불민심 달래기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인사에서 대통령실장과 국무총리를 교체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면 쇄신이라는 말에 걸맞게 새 총리는 ‘새 출발’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이 바람직하다. 난국 타개를 위해 정치적 영향력과 함께 대중적 지지도 받아야 한다. 지난 10일 내각의 일괄 사의 표명 직후 여권 일각에서 급부상했던 ‘박근혜 총리론’이 설득력을 얻었던 이유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가 어제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박 전 대표를 총리로 임명하는 데에 50.6%가 찬성했을 정도로 일반 여론도 ‘박근혜 총리’를 선호한다. 그런데 ‘박근혜 총리론’이 급격히 가라앉는 분위기다. 여당 지도부와 청와대는 ‘유효한 카드’라는 당초의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나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박 전대표 측도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총리직을 정식 제의받은 적이 없다.”면서 설사 제의하더라도 수락할 생각이 없다고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다. 물론 여러가지 정치적 고려에 따른 판단으로 짐작된다. 각자의 유·불리를 따져 본 결과 없던 일로 하는 게 오히려 이익이라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두 사람 사이 깊게 파인 감정의 골도 여전히 치유가 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를 떠나 이번이야말로 이 대통령이 ‘박근혜 총리’ 카드를 쓸 적기라고 본다. 박근혜 전 대표가 총리로 나서야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무엇보다 박 전 대표는 소통부재인 당·정·청의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다.50여명의 국회의원을 거느린 박 전 대표가 총리로 나서면 이 대통령은 당내 지지기반 확보로 안정적인 국정을 도모할 수 있다. 박근혜 총리론은 여권 화합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박근혜 총리론은 한나라당내 친이·친박 분란을 비롯한 여권내 권력 다툼이 해소됐다는 것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원칙과 애국을 트레이드마크로 삼는 박 전 대표라면 책임있는 정치인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 마지막 이유다.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서 위기상황을 수수방관한다는 것은 책임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요동치는 정국에서 총리직을 맡는 것이 정치적 리스크가 큰 모험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위기타개책으로 한번 쓰고 버리는 카드가 될지언정 잃을 것은 없다고 본다. 더구나 차기 대권을 꿈꾸는 본인에게 행정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구정물에 손을 담그고 온몸을 던져 국정을 돌본다면 고고한 ‘근혜공주’의 이미지를 깰 절호의 찬스가 될 수 있다. 다만 박근혜 총리론은 책임총리 이상의 권한을 전제로 한다. 현재와 같이 ‘자원외교’나 하면서 외곽으로 도는 그런 총리는 의미가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책임 총리제를 강화해 각 부처의 정책 조정기능을 국무총리에게 줘야 한다. 따라서 이 대통령에게는 권력을 나눠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러나 남은 5년 순탄하게 국정을 수행하려면 이 대통령은 빨리 권력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아직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너무 많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에서 촉발된 촛불집회가 정권퇴진 운동으로까지 치닫는 상황이다. 무정부 상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온 나라가 혼란스럽다. 뻔히 보이는 승부수를 외면해선 안 된다. 문제의 원인이 이 대통령 본인에게 있었듯이 해결의 열쇠 또한 본인이 쥐고 있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싱싱한 완도 전복 많이 드세요”

    ‘완도산 전복을 국민들이 모두 먹도록 하자.’ 전남 완도군은 13일 “노화도 앞바다 등 청정해역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전복을 6∼9월 100일 동안 전국에서 직판행사를 갖는다.”고 밝혔다. 완도 전복은 이 기간에 전국의 대형 백화점과 유통매장 등에서 도매가보다 10% 이상 싸게 팔린다.3년 이상 자란 8미(개)짜리 1상자가 4만 4000원선,13미짜리는 3만 4000원선이다. 김종식 완도군수는 대형 백화점과 할인점 등 110여곳에 군수의 완도산 전복 추천서와 함께 협조문을 보냈다. 군은 생산 어민과 향우회, 완도 홍보대사인 프로골퍼 최경주 선수 등이 참여하는 ‘전복먹기 범 국민운동추진운영단’을 꾸렸다. 군은 다음달 초 서울 명동 등에서 전복 시식회도 갖는다. 이들은 완도 전복이 수험생과 환자, 노약자 등에게 좋은 건강식품임을 알린다. 군은 촛불집회가 수그러들 다음달 초에는 서울 명동 등 도심에서 완도 전복 시식회와 판촉전을 열기로 했다.김 군수는 “완도 전복은 청정해역에서 자연산 다시마와 미역을 먹고 자란 최고의 건강식품”이라고 자랑했다.완도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추가협상 이렇게 하라’ 전문가 조언

    ‘추가협상 이렇게 하라’ 전문가 조언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겠다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발표에 대해 전문가들은 12일 “추가협상 수준으로 국민이 불안해하는 요구조건을 받아내지 못하면 촛불집회는 계속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법 전문가인 경희대 법대 최승환 교수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제시한 7가지 요구조건 가운데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뿐만 아니라 동물 사료 금지와 유럽에서 정하는 특정위험물질(SRM) 수입 금지 등 민감한 조건 3∼4가지는 얻어내는 수준의 추가협상이 없으면 촛불집회는 더 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도 체결 뒤 미국 측의 요구에 의해 환경·노동분야 추가협상이 있었던 전례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美 사회구조상 자율규제 효율성 의문” 서울시립대 법대 김대원 교수는 “국가간 합의라는 건 합의 당시의 법적 안정성과 이후 발생하는 상황 변경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쇠고기 파동 이후 예측불허로 진행된 국내 상황에 대해 균형점을 찾는 방향으로 재협상이든 추가협상이든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수출자율규제를 협정문에 넣는 것 자체를 위법화하는 국제협약에 앞장선 데다 미국 사회구조상 수출자율규제는 효율성에서 의문이 생긴다.”면서 “이제까지 한·미 정부 모두 공식적으로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을 언급하기 어려웠을 테니 실제 협상 테이블에선 한국민들의 민심을 진정시킬 수 있는 명분과 실리를 갖춰가는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FTA 의식말고 큰 틀서 의연히 대처해야” 서울대 법대 이상면 교수는 “통상교섭본부장이 장관급 협상을 하겠다는 건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FTA나 기타 다른 조건까지 연계해 협상하겠다는 걸 의미한다.”면서 “일부에선 FTA를 망치면 어떻게 하느냐고 불안해하지만 미국 입장에선 한국이 3번째로 중요한 쇠고기 수출국인 데다 FTA가 우리에게 크게 유리하게 체결된 것도 아니므로 협상에 의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강대국들은 협상이 끝난 뒤 재협상 운운하며 협상을 자주 뒤집고 그걸 지렛대로 협상 영향력도 발휘하지만 그건 콜롬비아나 페루 같은 약소국을 대할 때나 통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훈 김정은기자 nomad@seoul.co.kr
  • 與, 화물차주 컨소시엄 - 화주 직거래 검토

    화물연대 파업 시한을 하루 앞둔 12일 한나라당은 운송유통구조 개선 대책 등을 마련하는 등 파업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폈다. 유통구조 개선 대책으로는 화물차주들이 컨소시엄을 구성, 화주와 직접 거래를 하도록 해 중간 수수료를 줄이는 방안이 제시됐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화주와 지입차주 등 중간에 주선회사가 가져가는 수수료가 30∼40%에 이르는데 문제가 있다.”면서 “지금처럼 여러 단계의 주선회사를 거치는 대신 중간에 강력한 컨소시엄을 구성해 단일화하면 차주에 돌아가는 운송비가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나라당은 이를 위한 법 개정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이밖에 한나라당은 화물차를 처분할 경우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 차량대수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방안과 일종의 최저 임금제인 표준요율제 도입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 등을 정부와 함께 연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화물연대 사태 대책을 쏟아내는 이유는 파업이 성사될 경우 나타날 엄청난 충격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촛불집회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화물연대 파업이 하투(夏鬪)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하다. 경기가 침체되는데 물류대란을 맞는 것도 부담스럽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하면 지난 2003년,2006년 파업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물류대란이 예상된다.”면서 “정부는 무한한 인내심을 갖고 화물연대와 마라톤 회의라도 열어 총파업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화물연대도 ‘촛불 정서’에 기대 극단적 방법을 펴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임태희 의장은 “민생 대책이 시급하니 국회를 빨리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야당을 향해 호소했다. 그는 “물가가 최근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르고, 단기 외채 구조가 불안하고, 국제수지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구조적 위기의 조짐이 있다.”고 말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국민 놀랄만큼 대담하게 결단해야”

    “국민 놀랄만큼 대담하게 결단해야”

    |도쿄 박홍기특파원|김영삼 전 대통령은 12일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국민이 싫어하는 일은 안하는 게 옳다.”라며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해 자신의 속내를 밝혔다. 또 “대통령은 국민을 놀라게 해야 할 만큼 대담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일본 와세다대에서 가진 ‘한·일 신시대를 열며’라는 주제의 특별강연을 마친 뒤 참석자들의 현안 질문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김 전 대통령은 답변 과정에서 “신문에 보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도돼도 좋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라면 쇠고기 파문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생각해 본 적이 없다.”라고 전제한 뒤 “대통령은 국민을 놀라게 해야 한다. 대담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이) 싫어하면 안 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대통령은 너무 막대한 책임을 갖고 있는 만큼 책임에 맞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촛불시위에 대해 “6·10민주항쟁 때만큼 컸다. 언제나 누구든지 (시위를) 할 수 있다.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뒤 “그러나 헌법상 5년의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을 중간에 ‘그만두라.’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에 어떤 사태가 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관련,“그저께(10일)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에) 잘 다녀오라.’는 전화를 걸었다.”고 소개한 뒤 “이때 이 대통령에게 용기를 내서 단호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해야 한다. 국민을 놀라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hkpark@seoul.co.kr
  • 촛불 비폭력 계속될까

    촛불 비폭력 계속될까

    6·10 ‘100만 촛불대행진’은 시민들의 자정능력 덕분에 비폭력 평화시위 기조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도 지금까지의 비폭력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대규모 촛불집회가 줄줄이 예정돼 있고, 향후 강도 높은 대정부투쟁을 선언한 각종 노동·사회단체들도 촛불집회에 대거 합류하면 폭력 발생 시위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3일에는 미군장갑차에 깔려 숨진 미선·효순양 6주기 추모식과 제37차 ‘집중 촛불문화제’가 동시에 열린다.14일에도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며 분신, 사망한 이병렬씨의 영결식에 맞춰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이다.15일은 ‘6·15남북공동선언’ 8주년이다. 민주노총 소속 운수노조 화물연대도 13일 총파업에 돌입한 뒤 촛불문화제에 참가할 예정이다.16일에는 건설기계노조의 총파업도 예정돼 있으며, 한국노총 조합원들과 전교조도 촛불집회에 계속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사회단체 촛불집회 대거 합류 특히 시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에서 교육자율화, 한반도 대운하, 공기업 민영화 등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전반의 반대로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수입을 민간자율로 막는 데 그친다면 시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쇠고기 수입 반대에 집중해온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도 20일까지 정부가 재협상을 선언하지 않으면 정권투쟁으로 나가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비폭력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지난 10일 세종로 사거리에 설치된 거대한 컨테이너벽을 앞에 두고 시민들은 폭력과 비폭력의 기준을 놓고 즉석토론을 벌였다. ●“한발짝 전진”vs“비폭력이 더 효과” 김성찬(46·서울 은평구)씨는 “컨테이너벽을 설치하고 시민을 폭도로 모는 경찰이 폭력이다.”면서 “우리가 여기에 나온 건 한 발짝이라도 전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폭력 라인을 없앨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다음 아고라의 비폭력 사수연대모임 이승은(20·서강대 국문과 2학년)씨는 “경찰에게 진압 명분을 주면 안 된다.”면서 “스티로폼 벽을 쌓는 것도 폭력이기 때문에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결국 컨테이너벽 높이의 스티로폼 연단을 만들어 자유발언을 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고려대 사회학과 이명진 교수는 “지금까지는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앞으로 생존권의 문제로 바뀌게 되면 폭력시위로 갈 가능성도 있다.”면서 “여러 사회단체들의 참가로 자발적인 시민들이 이끌어온 비폭력 동인들이 약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시민들이 폭력시위보다 비폭력시위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리라고 본다.”면서 “정부에서 공권력을 과도하게 쓰는 자충수를 두지 않는 한 비폭력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10일 촛불시위 연행자 24명 중 미성년자 1명을 제외한 2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건국 60주년] 송두율 교수가 보는 ‘한국의 미래’

    [건국 60주년] 송두율 교수가 보는 ‘한국의 미래’

    앞으로 60년 뒤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국내학자보다는 외국에서 살면서 한국을 바라보는 얘기를 듣기 위해 독일 베를린에 살고 있는 송두율(64) 교수와 인터뷰를 했다. 송 교수는 이메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통일은 생활 세계의 영역에서 교류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하는 과정의 결과로 자연스레 나타날 수 있다. 앞으로 적어도 20년 정도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 한국사회의 정치·경제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나. 극복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우리의 과제는 세계화의 높은 파고를 맞으면서 사회발전의 방향타를 어떻게 잡느냐에 있다. 이는 정치나 경제 영역의 문제에만 제한되지 않는다. 우리 생활 세계의 기본원칙을 둘러싼 반성이 전제되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다. 경제에서의 ‘실용’도 좋지만 ‘무엇을 위한 경제’이며 ‘무엇을 위한 실용’인지 먼저 물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정치와 경제, 문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자기반성 없이는 대안도 찾을 수 없다. 영·미식 자본주의도, 서유럽식 복지국가도 지금 대안을 찾아 헤매고 있다. 그러나 하나 분명한 것은 모든 문제를 시장으로 환원시켜 해결하려는 ‘신자유주의’가 결코 대안이 아니다. 신자유주의 해결양식은 결국, 인간과 자연을 모두 황폐화시킬 뿐이라는 자기반성에 근거한 결론이다. ▶‘단일민족의 신화’와 다민족·다문화 사회의 충돌은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나. -얼마 전 독일 TV에서 한국 농촌에 시집 온 필리핀과 태국, 그리고 베트남 여성들의 문제를 분석한 보도를 봤다.‘다민족’이나 ‘다문화’에 대한 실제적 경험이 아직은 미천한 것도 문제지만, 기본적으로는 ‘타자(他者)’가 항상 전제된 세계의 존재양식에 대한 몰이해가 문제다. 백인과 그 문화에 대한 열등감에서 파생된 비(非)백인과 이들이 일군 문화에 대해서는 우월감으로 나타나는 ‘타자’에 대한 편향된 인식이 기본적으로 문제다. 유럽의 경험은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유럽에서 비기독교(특히 이슬람)문화와의 접촉 과정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갈등과 이의 해결을 위한 노력은 특히 동남아의 인간과 문화의 이해에 시사점을 줄 수 있다. 독일계 프랑스인, 한국계 독일인, 아프리카계 프랑스인이 당연히 있을 수 있듯 필리핀계 한국인, 베트남계 한국인도 당연히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은 우리 모두가 똑같은 인간이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을 전제하고 있다. ▶60년 뒤 대한민국은 통일한국 시대를 열 수 있을지. 과제와 바람직한 통일방식은 무엇일까. -남북이 분단 이후 각각 구축해온 체제가 일시에 불안정상태에 빠져 이 혼란이 바로 통일의 기회가 될 거란 논의도 있다. 간헐적으로 유포되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바로 그 예다. 남북이 서로를 ‘내 속의 타자’로 바라보는 인식을 기반으로 정치, 경제, 문화 등 여러 생활 세계의 영역에서 교류의 폭을 넓히고 그 깊이를 더하는 과정(過程) 그 자체를 통일로 볼 때, 통일의 시기는 이 과정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으로서의 한반도 통일은 동북아의 안정된 통합의 중요한 촉매역할과 병행해서 추진돼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20년 정도는 필요할 것으로 본다. ▶서구에서는 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솔직히 말해서, 중국의 미래에 사람들의 관심이 묶여 있지 한국의 미래에는 언론도, 학계도 관심이 높지 않다. 분단, 전쟁, 독재로 점철된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이 놀라운 기술수준의 휴대전화, 가전제품, 자동차와 같은 수출상품을 통해 긍정적으로 많이 바뀐 것도 사실이지만 한국은 일본과 중국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 한국문제에 대한 서구 전문가의 양과 질도 우려감을 자아내는 수준에 있다. 서울에 가끔 나타나는 이른바 세계적 석학들의 한국 미래에 대한 이러저러한 발언 또한 우려를 자아낸다. 그들이 얼마나 한국의 현실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했는지 묻고 싶다. 이런 조건에서도 그래도 신뢰할 만한 전문가들의 한국의 미래에 대한 생각은 주로 민주화의 제도적 정착문제와 더불어 통일과정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 사회적인 합의를 합리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 정치문화의 정착과 함께 급격한 충격을 피하면서 분단을 극복하는 지혜를 보여줄 때 한국은 일본이나 중국과는 다른 색깔의 문화를 유럽사회에 보여 줄 수 있다고 그들은 생각하고 있다.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양극화는 과연 극복 가능한가. -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이른바 ‘세계화’의 급류가 심할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다. 너무 느슨한 사회보장의 그물망 때문에 역시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은 더욱 심할 것이다. 이곳에서는 사회양극화의 극복을 위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하며 그 관건이 바로 교육기회의 균등과 교육의 질의 제고(提高)에 있다는 사회적 합의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현재 이러한 공감대 형성이나 합의가 가능할지 회의적으로 느껴진다. 공교육의 동공(洞空)화와 사교육의 활성화는 교육기회를 균등하게 만들 수도 없고, 교육의 바람직한 질도 높일 수 없다.10대들이 먼저 지피기 시작한 촛불시위가 사회적 양극화 극복에 대한 사회적 합의까지 도달할 수 있는 반성의 기회로 연결됐으면 좋겠다. ▶‘촛불시위’를 바탕으로 본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개인적으로는 지난 ‘대선’과 ‘총선’ 결과를 보면서 사실 기대의 많은 부분을 접었었다.“도덕이 밥 먹여 주느냐.”는 내용 정도로나 이해된 이른바 ‘실용’에 대다수가 동의했기에 현 정부가 탄생한 것이 아닌가. 그러나 불과 석달 뒤에 “그래도 이건 아니다.”란 자기부정과 자기교정(敎正)에 나서 촛불시위를 벌인 서울 시민의 대오가 6월10일 밤에 50만에 이르렀다는 보도를 보고 나도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4·19,5·18,1987년 6월이 그저 쉽게 잊혀질 그런 ‘사건’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됐다면 거리에 나선 ‘민중의 힘’도 사실 불필요하다. 제도화된 정당 민주주의의 심각한 결손상태가 또 비상수단을 동원하게 만들었다.“나는 아니야.”라는 과거에 대한 개인적 변명이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광화문의 그 무수한 촛불들이 민주주의의 제도화라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리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씨줄날줄] 컨테이너/임태순 논설위원

    컨테이너는 화물운송에 안성맞춤이다. 물건을 효율적으로 실을 수 있고 손상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컨테이너는 화물을 싣고 이 나라 저 나라 항구를 순례한다. 세계 여행이 취미인 셈이다. 지금은 해상운송에 주로 쓰이지만 출발은 육상운송이었다.1880년대말 미국에서 철도로 운송된 화차를 통째로 트레일러로 실어 고객의 문앞에까지 배달하는 것이 유래였다고 한다.1920년 뉴욕 센트럴철도와 펜실베이니아철도가 컨테이너를 대량제작, 보편화됐으며,1926년 강철로 만든 컨테이너가 뉴욕∼유럽항로에 취항한 것이 해상운송의 시초다. 컨테이너는 20피트(TEU·Twenty-foot Equi valent Unit)와 40피트(FEU·Forty-foot) 두 종류가 있다. 높이와 폭은 각 8피트로 똑같다. 하지만 40피트보다는 20피트 컨테이너가 일반적이다.4000TEU라면 20피트 컨테이너 4000개를 실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선 현재 8600TEU급 컨테이너선이 가장 크다. 신선도가 생명인 야채, 과일, 꽃 등은 냉동시설이 구비된 흰색 냉동컨테이너로 운반된다. 특수화물인 만큼 운송비도 비싸다. 컨테이너는 집으로도 이용된다. 태풍·지진 등 대형재해로 집이 쓸려 갔을 때 임시주택으로 활용된다. 몇년 전 동해안에서 수재가 일어났을 때 이재민들이 컨테이너에서 겨울을 나기도 했다. 며칠 전에는 컨테이너가 시위대를 막는 장벽으로 변신했다. 경찰이 촛불시위대의 청와대 진입을 막기 위해 세종로 이순신 동상 앞에 컨테이너를 이중으로 쌓아 방벽을 친 것이다. 촛불의 청와대 행진을 막는데 효과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소통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바람을 막는 장벽이어서 시위대로부터 거센 비난과 조롱을 샀다.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컨테이너가 항구의 야적장에 쌓여 있다. 화물트럭 운전자들이 운송료 현실화, 표준요율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컨테이너 수송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컨테이너가 흐르지 않고 쌓이고 있는 것이다. 컨테이너는 물류수송의 대명사다. 물류는 막힘 없이 흘러야 한다. 물자수송을 통해 세계 각국을 연결시켜 주는 컨테이너는 소통의 첨병이다. 컨테이너가 흘러, 막힌 곳이 소통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부시·후진타오 답방 늦춰지나

    부시·후진타오 답방 미뤄지나?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4,5월 방미·방중 이후 추진돼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우리나라 답방 일정이 당초 7월에서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의 7월 중순 답방 및 후진타오 주석의 7월 초순 답방 추진이 7월 말이나 8월로 늦춰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 소식통은 “부시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개방에 따른 촛불시위 등의 여파로 답방 일정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으며, 후진타오 주석의 경우 쓰촨성 지진 수습 등의 이유로 방한 일정을 늦출 것으로 알려졌다.”며 “한·미, 한·중 정상간 서로 가능한 날짜에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7월7∼9일 일본 홋카이도 도야코에서 열리는 G8(선진7개국+러시아) 정상회의 직후 부시 대통령의 방한 추진에 변함이 없으며 그에 맞춰 준비 중”이라며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답방 때까지 촛불시위가 계속되는 등 쇠고기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정상회담 개최 자체가 물리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방미, 추가협상을 하는 등 상황이 나아진다면 촛불시위도 잦아지는 등 고비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의 방한은 예정대로 추진하는 것이 대외 신인도나 양국 관계에 바람직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진타오 주석의 답방에 따른 한·중 정상회담은 당초 7월 초 추진됐으나 쓰촨성 지진 발생 이후 분위기가 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후진타오 주석이 지진 수습에 바쁘고 8월8일 개막하는 베이징 올림픽도 챙겨야 해 올림픽 이후 방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그 전에 G8정상회의 및 올림픽에서도 정상들이 만나게 되니 답방은 이후 시간을 갖고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측이 이 대통령의 방중 때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을 통해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한 경계심을 표출하는 등 한·중 관계가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만큼 방한 일정을 늦추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데스크시각] 양안의 국·공합작과 한반도/이석우 국제부장

    [데스크시각] 양안의 국·공합작과 한반도/이석우 국제부장

    칠흑같은 어둠이 깔린 상하이 시내의 골목골목, 거리거리. 자정이 가까워지자 비명과 절규가 메아리쳤고 피비린내가 도시를 흔들었다. 하루 밤새 400여명은 집에서 잠 자거나 가족과 쉬고 있다가, 혹은 술집이나 길 가에서 번개에 맞은 듯 도륙당했고 또다른 5000여명은 경찰 등에 끌려가 처형당한 뒤 쓰레기처럼 버려졌다. 역사는 1927년 4월12일 동트기 전까지 몇 시간 동안 기습적으로 벌어진 참사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3년 4개월 동안 유지돼 오던 1차 국·공합작은 이로써 깨졌다. 장제스(蔣介石) 등 국민당 우파들은 커가던 좌파세력에 불안을 느껴 쑨원(孫文·中山)의 이상과 유지를 저버리고 청방(淸)등 조폭과 군·경을 동원,‘청당(淸黨)’이라며 살육전을 벌였다. 공산당원들은 앞서 국민당 창시자 쑨원의 결정으로 국민당 당적을 얻어 국민당안에 들어와 활동하고 있었다.‘4·12사건’은 앙드레 말로의 콩쿠르상 수상작 ‘인간 조건(La Condition Humaine)’의 배경으로 널리 알려졌고 소설에선 암살범 첸과 공산당 비밀요원 카토프 등을 통해 좌·우 대립과 혁명의 엄혹한 상황 속의 실존적 선택을 그렸다. 중·일전쟁이 발발한 1937년 그 해 9월 장제스 감금사건(시안사변)을 계기로 이뤄진 두번째 국·공합작은 45년 8월 일본 패망 때까지 이어진다. 그 뒤 4년 가까운 내전 끝에 장제스는 타이완으로 줄행랑을 쳤다. 양측은 이런 애증의 역사를 안고 타이완해협 양안에서 60년 가까이 대치해 왔다. 양측은 12일 9년 만에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회담을 열었다. 국민당을 ‘대륙에서 온 점령자’로 여긴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시절 끊겼던 협상을 재개한 것이다. 양측은 ‘하나의 중국’, 한 뿌리에서 나온 존재임을 확인하고 통합을 향한 노력을 다짐하고 있다. 그것은 중국과의 혈연을 부정하고 별개의 정체성(identity)을 강조해 온 물결의 퇴조와 양안관계의 전환을 의미한다. 국민당과 중국공산당이 지난 9년의 공백을 단숨에 뛰어넘어 다시 얼굴을 맞댈 수 있었던 데에는 일란성 쌍둥이의 경험 같은 ‘협력의 추억’ 탓도 적잖다. 이 쌍둥이에게 ‘존재의 근원’인 쑨원이 양측 모두에게 국부(國父)로 떠받들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건국일 등 주요 행사때 톈안먼 광장에 쑨원의 대형 사진이 빼놓지 않고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나 중국의 민족주의 색채가 짙어질수록 쑨원의 위치가 더 두드러지는 것도 같은 연유에서다. 국·공합작의 기억과 쑨원 같은 ‘공통분모’가 양안을 이어주는 끈이라면 남북한을 묶어 줄 구심점은 무엇일까. 여전히 ‘빨치산의 주술’에 묶여 있는 북한과 상하이 임시정부의 외연 확대에 제자리 걸음인 남측 사이에는 수렴되지 못할 평행선만 그어질 뿐일까. 양안은 13일 직항노선 개설과 대륙 관광객의 타이완 방문 합의 등 2개 협정서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급속한 관계개선과 양안 통합의 가속화를 의미하는 시발점이란 점에서 무게가 있다.4·12사건의 악몽과 참혹한 상쟁의 상흔을 넘어 대중화권의 비전을 향해 동반상승의 실천적 협력을 모색하는 타이완과 대륙. 6·10항쟁 21주년을 맞아 태평로를 가득 메웠던 촛불의 물결과 외침이 닫힌 민족주의를 넘어 민족통합의 구심점으로, 세계화 파고를 뚫고 나갈 에너지로 승화될 수 있을까. 올해 정부 수립 60주년을 맞은 한반도는 양안 관계의 훈풍은 물론 북·미 관계개선의 급물살 등 급변하는 주변 환경의 도전속에 있다. 양안에 부는 훈풍이, 주변환경의 변화가, 다가오는 60년의 틀을 어떻게 짜고, 대내외적으로 통합과 상생의 여지를 어떻게 찾아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준비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석우 국제부장 jun88@seoul.co.kr
  • [사설] 공기업 개혁 흔들리지 말아야

    정부와 한나라당이 그제 열린 정례 당정회의에서 공기업 민영화를 후순위 과제로 돌리는 방안을 거론했다고 한다. 당정의 이같은 방침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인한 촛불시위로 정국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공기업 노조까지 실력행사에 나설 경우 국정 운영이 한층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촛불민심에 아무리 놀랐기로서니 촛불시위 현장에 은근슬쩍 등장한 ‘공공부문 민영화반대’ 피켓의 기세에 눌려 공기업 개혁을 뒤로 미루겠다는 것은 또 다른 정책적 실기를 범하는 것이라는 게 우리의 시각이다. 방만한 경영과 각종 비리 및 비효율의 대명사로 낙인된 공공부문에 대해 인적 쇄신과 더불어 단계적 민영화 등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 왔다. 하지만 과거 정권에서 보았듯이 무사안일과 비능률이 체질화된 공기업의 개혁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저항이 커지고 결국 실패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공기업 개혁이 정부 출범 초반에 강력하고도 신속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누차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를 당초 일정보다 연기하더라도 올해를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개혁은 정권초기에 탄력을 받지 못하면 추진동력을 얻기 힘들다. 늦어지면 늦어지는 만큼 국민부담만 커질 뿐이다. 정부는 예정대로 개혁 추진일정을 확정하고, 비대해진 공기업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쇄신해 나가야 한다. 공기업 개혁을 통해 기업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우리가 글로벌 파고를 슬기롭게 넘어서기 위한 필수적 과제다. 급한 대로 소나기를 피해 가겠다고 한 것이 결국은 국가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란 점을 잊어선 안된다.
  • 쇠고기 장관급 추가협상

    쇠고기 장관급 추가협상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추가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4월18일 한·미간 쇠고기 협상을 타결한 지 두 달여 만이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2일 정부 세종로 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반입을 차단하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추가협상을 하겠다.”면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반영해 내일(13일) 미국에 가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추가협상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쇠고기 추가 협상은 차관보와 차관을 거쳐 장관급으로 격상됐다. 미국에 파견된 기존 정부협상단은 김 본부장과 합류한다. ●민심 수습 여부 불투명 김 본부장의 추가 협상 선언은 재협상에 가까운 의미를 갖긴 하지만, 촛불집회를 통해 드러난 성난 민심을 누그러뜨릴 만한 성과를 도출해 낼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김 본부장은 협상의 형식과 관련,“기존에 이뤄진 합의의 실질 내용을 바꾸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신뢰문제가 야기되지 않도록 하면서도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도록 하는 방법이 가장 지혜롭다.”고 말했다. ●“문서보증은 국제규범에 어긋나”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교역금지를 민간자율로 합의할 경우 양국 정부가 이를 문서로 보증하는 문제에 대해 김 본부장은 “민간 합의가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집행돼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되도록 하는 게 목적이고 이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문서로 보증할 경우 정부의 관여가 드러나 국제통상 규범에 어긋나는 문제점이 분명히 있고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민간자율 규제에 대해 양국 정부간 ‘문서보증’보다는 ‘구두보증’ 등의 형태를 취하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묘안을 찾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버시바우 “수일내 결과 나올 것” 이와 관련,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이날 “서울과 워싱턴에서 양국 정부와 수입업자 및 수출업자간에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대중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면서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양국간에 수일내 추가적인 양해사항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본부장은 양국 통상장관이 만나게 된 배경에 대해 “양측 채널간에 협의는 계속돼 왔다.”면서 “그동안 슈워브 USTR대표가 장기 해외출장 중이었으나 (슈워브 대표가) 여러 일정을 정리하고 귀국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돼 협상을 갖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靑, 추가협상 여론추이 촉각

    정부가 미국과 쇠고기 추가협상 카드를 꺼내들면서 청와대가 여론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가협상은 재협상 불가 방침을 굳힌 정부로서 사실상 마지막 카드나 다름 없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추가협상 추진 발표에 앞서 재협상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1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난상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추가협상으로는 아무리 좋은 결과를 얻어내도 ‘촛불’을 끄기 힘들다며 외교적 부담을 지더라도 재협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통상마찰 등 외교적 불이익을 감수하며 협상 무효를 선언하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한 것이라는 주장이 맞섰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추가협상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민심의 이해를 호소했다. 청와대는 일단 정부 차원의 추가협상이 일단락될 때까지 정부와 청와대 인사도 보류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각과 청와대 개편은 그야말로 이번 파문의 마지막 수순”이라며 “최근 보도를 보면 마라톤에서 5㎞를 달렸는데 선수가 스타디움에 들어서고 있다고 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대통령도 시기와 폭에 대해 결심이 확고히 서지 않은 상태”라며 “다음주 중반쯤 추가협상의 윤곽이 드러나야 인선 작업에도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당측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이제야말로 동문서답이 되지 않도록 초심으로 돌아가서 광화문의 촛불을 기억하면서 협상에 임하기 바란다.”면서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들여오면 되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반복하지 말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고 인정할 수 있는 협상이 되길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반면 선진당과 민노당은 방미 자체를 평가절하했다. 박선영 선진당 대변인은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주요내용을 발표할 것처럼 예고하면서 국민을 또다시 우롱한 처사에 분노를 느낀다.”고 강조했다. 민노당 박승흡 대변인은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재협상인데 계속 현실과 유리된 느긋한 움직임으로 시간벌기를 하고 있다.”면서 “추가협상이든 민간수출자율규제든 속빈강정”이라고 혹평했다.진경호 나길회기자 ade@seoul.co.kr
  • [오늘의 눈] ‘노아의 방주’가 주는 민영화의 교훈/류지영 미래생활부 기자

    [오늘의 눈] ‘노아의 방주’가 주는 민영화의 교훈/류지영 미래생활부 기자

    전국에서 수십만명의 인파가 촛불을 밝혀 ‘국민주권’을 외치던 지난 10일. 이곳 북극 노르웨이령의 스발바르 섬에는 한국의 ‘종자주권’ 확보에 큰 획을 그은 ‘신(新) 노아의 방주 승선’<서울신문 6월9일자 1·8면>의 여운이 남아 있었다. 농촌진흥청에서 국내 고유 식물종자 5000점을 스발바르 세계종자저장고에 전달하면서 한국은 세계 21번째, 아시아 최초의 종자 전달국이 됐다. 그런데 문득 종자 보존에 어느나라보다 열성인 일본이 왜 이곳에 아직도 그들의 토종 종자를 전달하지 않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공기업 민영화의 후유증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저장고 관계자의 입에서는 뜻밖의 설명이 나왔다. 한국의 전문가들에게 국제전화로 물었더니 사정은 이러했다. 일본에는 우리나라의 농촌진흥청에 해당하는 ‘농업식품산업기술총합연구기구’(NARO)가 있다.NARO는 2001년 4월 민영화가 시작돼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의 집권 말기인 2006년 4월에 법인화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NARO의 민영화는 연구의 질적 퇴보를 가져온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민영화 이후 단기 성과를 강조하는 분위기 탓에 벼 품종개발처럼 장기적 연구가 필요한 사업은 홀대를 받았다. 개인별 평가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그동안 연구에만 전념했던 연구원들은 논문과 언론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기 위해 다툼을 벌였다. 당연한 결과로 연구원간 노하우를 공유하던 팀워크는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NARO는 ‘노아의 방주’처럼 국가 차원에서 당위성이 인정되지만 당장의 성과를 내기 힘든 프로젝트에는 거액을 투자하기 어려워졌다. 미래를 위해선 필요한 일이지만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프로젝트가 적지 않았다. 한국에서 1만㎞ 가까이 떨어진 이곳에서 기자가 보고 느낀 것은 점점 사라져가는 북극곰과 빙산만이 아니었다.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우리 정부가 한번쯤은 일본 NARO의 교훈을 되새겨 봤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스피츠베르겐(노르웨이)에서 류지영 미래생활부 기자 superryu@seoul.co.kr
  • [건국 60주년] 공권력에 대항한 민주화 세력들

    1960년 4월19일 이승만 독재정권에 반대해 학생들과 시민들이 달려간 곳은 경무대였다.1980년 5월 광주시민들이 저항의 본거지로 처음 찾아 나선 곳은 도청이었다. 광장에서 시작해 권력의 중심으로 달려가는 시위의 양상은 2008년 촛불시위에도 이어지고 있다. 1960년 이승만 정부의 대대적인 부정선거에 맞서 거리로 달려 나왔던 학생과 시민들은 군경의 총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집무실인 경무대로 향했다. 이른바 ‘피플 파워’는 한때 ‘국부’로 추앙받기까지 했던 절대권력을 무너뜨렸다. 1984년 학원자율화조치 전까지 집회·시위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략과 전술이 필요했다. 경찰은 대학 내에 이른바 ‘학원CP(Command Post)’를 차려놓고 정보과 형사들과 사복으로 변장한 전경들을 상주시키면서 학생들의 동향을 감시했다. 희생양이 되기로 각오한 한 명이 유인물을 뿌리면서 학교 광장을 내달리면 학생들이 몰려들었고, 곧 최루탄이 터지면서 전투경찰의 곤봉세례가 이어졌다. 청와대로 달려갈 수 없었던 당시 대학생들의 분노는 독재정권의 탄생을 묵인했던 미국을 향했다.1982년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은 3년 뒤 서울 미문화원 점거 농성으로 이어졌다. 산발적인 거리시위가 있었지만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본격적으로 거리로 나선 것은 1987년이었다. 연일 이어지는 호헌철폐의 요구는 거리에서 시작해 명동성당으로 이어졌다.1980년 5월의 봄 이후 7년 만에 이한열 열사의 영정을 안고 100만 시민이 다시 거리에 섰고, 이미 군사정권의 양보를 얻어낸 뒤였다. 그해 7·8·9월 노동자 대투쟁을 거치면서 건장한 팔뚝에 검푸른 작업복을 입은 남성노동자들이 시위의 전면에 나섰다. 주로 캠퍼스에서 시작해 거리로 나갔던 시위대는 이제 바리케이드를 쌓아 올리고 파업현장을 지키는 것으로 변모했다. 이후 1990년대 대학의 시위는 이적논쟁에 시달리며 잦아들었고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국가경쟁력 논리에 부딪쳤다. 2002년 월드컵을 거치면서 광장과 거리를 ‘밟는 맛’을 깨달은 대중은 미군 장갑차 사건과 2004년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다시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화염병과 쇠파이프 대신 공감과 나눔을 상징하는 촛불을 들었다. 올해 촛불의 행렬은 청계천과 서울광장을 출발해 거리를 거쳐 청와대로 향했다. 이번에 촛불을 들기 시작한 소녀들은 공권력이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한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美수출검역증에 월령 명기 ‘카드’로

    美수출검역증에 월령 명기 ‘카드’로

    12일 우리 측 쇠고기 협상단이 미국 현지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 등과 30개월 미만 쇠고기 수출을 위한 추가 협의를 갖기로 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어떤 식으로 정리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으로도 대규모 촛불집회가 줄줄이 예정돼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민심을 달래지 않는 한 앞으로의 국정 운영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위생조건 개정 필요없어 유력 정부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30개월령 미만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가장 유력한 방법은 미국 측이 30개월 미만 여부를 확인한 뒤 이를 수출검역증명서에 어떤 식으로든 표시하는 것. 여기서는 미국과 한국 수출·수입업자들이 ‘30개월 미만만 취급하겠다.’는 자율 결의가 전제돼야 한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미국 검역당국이 발행하는 수출검역증 표시 항목을 규정한 수입위생조건 22조는 최소한의 조건만 요구한 것일 뿐, 그 외의 다른 항목을 적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면서 “어떤 식으로든 월령 표시를 하는 것은 30개월령 이상을 실제로 수입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 조건”이라고 말했다. 한·미 수입위생조건 상 수출검역증에 월령을 표시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미국 수출업자들이 스티커나 특정 숫자 등 월령을 구분할 수 있는 표시를 한국 수출용 쇠고기가 담긴 박스 바깥이나 검역증에 한 뒤, 미국 연방정부 수의사가 이를 확인하고 우리 측은 검역 과정에서 30개월령 미만만 받아들이면 된다는 것이다. 따로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하거나 부칙을 추가할 필요가 없어 미국 측도 부담이 덜할 것으로 우리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 국내에 수출되는 광우병위험물질(SRM)의 범위를 미국과 동일하게 맞췄던 지난달의 사례처럼 수입위생조건의 부칙 식으로 ‘한국 수출용 쇠고기는 30개월령 미만만 해당한다.’는 등의 문구를 덧붙이는 등 실질적인 재협상을 하거나 아예 원점에서 재협상을 하는 대안도 있다. 그러나 미국 측이 ‘재협상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전격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美수출업체 양정부 WTO 제소할 수도 하지만 ‘30개월령 표시’라는 정부의 방안도 허점이 많다. 먼저 한·미 양국의 모든 수출입 업체의 ‘동의’가 필요하다. 정부의 입김이 센 우리는 수입업자들을 어떻게든 통제할 수 있겠지만 미국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한 검역당국 관계자는 “미국의 경제 정책은 ‘공정’보다 ‘자유’ 쪽에 방점이 찍혀 있는 만큼, 수출업체들이 여간해선 연방정부의 ‘지시’에 순순히 따르지 않는다.”면서 “정부 공증을 요구하는 우리 측 입장에 미국이 난색을 표시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만일 모든 업체의 동의 없이 이 방안을 시행한다면 미국 수출업체들이 양국 정부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자유로운 무역을 가로막는다.’면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도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투자자·국가소송제를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항구적인 30개월령 미만 수입금지를 미국 업체들이 동의할 가능성 역시 낮고, 양국의 객관적인 ‘보증’이 빠져 있어 정부에 돌아앉은 민심을 되돌리는 데 역부족으로 보인다. 민간업자의 합의를 양국이 문서화하는 자율규제협정은 법적인 실효성은 어느 정도 높아지지만 이 역시 일정 기간만 적용하는 ‘시한부 규정’에 그칠 공산이 크다. 수출자율규제 등을 금지한 WTO 긴급수입 제한조치(세이프가드) 등에도 위배된다. 다만 재협상의 경우 미국의 수용 여부가 미지수지만 법적인 문제는 없다. 국제법 학자들이 ‘우리 정부가 재협상을 위해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이유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사설] 쇠고기 추가협상, 촛불 끌 마지막 기회다

    정부가 마침내 ‘추가협상’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지금까지 ‘추가협의’를 통해 ‘광우병 발생시 수입 중단’이라는 검역주권을 새로 명시하고 광우병위험물질(SRM) 기준을 미국과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미국의 양보를 얻어 냈음에도 성난 민심을 잠 재우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장관급 추가협상을 통해 30개월 이상의 미 쇠고기 수입을 차단하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공언했다. 엄청난 후유증이 예상되는 ‘재협상’을 피하면서 내용면에서는 재협상에 준하는 결과를 도출하겠다는 뜻인 것 같다. 추가협상은 촛불집회 주최측이 요구하는 ‘기존 협상 전면 백지화 후 재협상’이라는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협상 상대방인 미국이 재협상 불가론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밀어붙인다고 우리의 뜻대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 낸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 촛불집회 주최측이 요구하는 20개월 이하 살코기 수입 등 7개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는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 추가협상의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된다. 정부의 희망대로 30개월 이상 미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는 민간자율규제를 담보할 수 있는 미국의 보증을 얻어 낸다면 광우병 공포는 상당 부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본다. 정부는 추가협상이 촛불 민심을 달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미국을 설득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미국도 한국민의 정서를 헤아리는 듯한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추가협상 결과에 기대를 갖게 한다. 야당과 촛불집회 주최측은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식의 투쟁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은 정부의 추가협상을 지켜 보는 것이 우선이다. 미흡하면 그때 다시 재협상을 요구하면 된다. 정부는 잘못된 협상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값비싼 교훈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
  • 인적쇄신 ‘3禁’

    이명박 대통령이 다음주 초나 중반쯤 내놓을 개각안은 철저히 국민 눈높이에 맞춰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 출범 때 논란을 빚었던 이른바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S라인’(서울시·소망교회 출신) 등 지연·학연에 얽혀 있거나 재산이 많은 인사는 최대한 배제될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실용과 능력을 강조하던 이 대통령의 인식이 촛불시위를 겪으면서 상당히 바뀌었다.”면서 “이번 개각에서는 최소한 ‘강부자’나 ‘고소영’과 같은 지적을 받을 인사는 철저히 배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중소기업 성공전략회의에서 “어젯밤 6·10민주항쟁 촛불집회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정부도 새로운 각오로 출발하려고 한다.”고 말해 종래와 다른 인선을 통해 새로운 국정 운영을 펼쳐 나갈 뜻임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나도 학생 때 민주화운동에 참여하면서 고통을 겪었던 민주화 1세대”라며 이같이 말하고 “이번 (고유가) 위기도 국민과 기업, 근로자, 정부, 정치권이 합심하면 어떤 나라보다 잘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非영남·非고려대… 땅부자 제외 이 대통령은 또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 청와대 수석과 내각의 일괄 사의표명으로 많은 국민들이 국정을 걱정하고 있으나 한 치의 공백이 없도록 철저히 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여권 인사와 만나 영남·고려대 출신 등 지연·학연은 가급적 배제하고, 재산도 철저히 검증해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밖 인사검증 채널 가동 이 대통령은 특히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 대신 청와대 밖의 인사검증 채널을 직접 가동하며 인선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증 작업에 최소한 일주일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개각은 빨라야 다음주 초 또는 중반이 될 것”이라며 “청와대 참모진을 먼저 개편한 뒤 국회 개원 상황을 봐가며 개각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승수 국무총리와 류우익 대통령실장의 동반 교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아직 뜻을 굳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부정적 의사에도 불구하고 여권 내부에서 박 전 대표가 총리를 맡아 국정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어 향배가 주목된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인적쇄신 3개 루트로 검증

    인적쇄신 3개 루트로 검증

    대규모 ‘6·10 촛불집회’를 고비로 민심도 ‘한숨’을 고르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은 인적 쇄신의 대상과 폭, 기준을 거듭 고민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1일 여러 경로를 통해 인선 관련 보고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고소영’‘강부자’ 배제 인재풀 인사 실패가 국정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만큼 2기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은 ‘고소영’ ‘S라인’ ‘강부자’를 최대한 배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재산 기준이 10억원 이하가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는 “수치로 표현되는 것은 작위적”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쇠고기 문제뿐 아니라 인사 문제 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면서 “국정쇄신 차원의 인선인 만큼 최대한 국민의 눈높이에 다가서는 인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다만 “‘강부자’ 등을 배제한다는 원칙이 절대적일 수는 없다. 투명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특정 인맥이나 학연·지연이 작용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당측 목소리 반영여부 주목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 전원이 사의를 표명한 데다 이들 중 상당수가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는 현실을 반영하듯 인선 작업은 조각(組閣) 당시와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인선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한나라당과 주변 원로그룹으로부터 이 대통령이 직접 추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당권 경쟁에 나선 박희태 전 의원 등이 물밑 역할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상대적으로 기존에 인선작업을 주도한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정무·민정수석 라인은 이번 인선에서는 옆으로 비켜서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이 인사 전횡 논란 속에 사퇴한 것이 이런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수석비서관급들이 교체 대상에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인사를 주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대통령도 이런 인식에 따라 가급적 기존 인선팀은 실무적 역할을 맡는 데 국한토록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수석들도 현재 이 대통령의 인선 구상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청와대→내각’ 2단계 추진 당초 다음주 초쯤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던 인적 쇄신의 시기는 예정보다 뒤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현 상황을 수습하는 마지막 단계를 인적 쇄신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주 중반을 넘어야 본격적으로 쇄신작업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정공백을 우려해 내각과 수석진의 동시 교체보다는 국회 청문회 절차가 필요없는 청와대 수석진이 먼저 물갈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순서가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참모는 언제든지 스위치할 수 있지 않으냐. 새 내각이 구성된 후에 청와대 수석 인사가 단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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