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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3·1절 특사 4300명 확정… 이석기·한명숙 제외

    법무부가 3·1절 특별사면 및 복권·감형 대상자로 4300여명 명단을 최종 확정했다. 민생사범과 쌍용차 파업 등 7대 집회 사범 중에서도 대상이 추려졌다. 세월호 유가족 2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경제 인사는 모두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 상신할 3·1절 특사 명단을 확정했다. 박상기 장관 등 법무부 내부 위원 4명과 외부 위원 5명으로 구성된 사면심사위는 전날부터 이틀간 특사 대상을 논의했다. 다음주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재가하면 최종 사면이 이루어지게 된다. 사면 대상은 대부분 절도·사기·교통법규 위반 등 민생사범 위주다. 3년형 이상 선고받은 사기 혐의자나 음주운전·무면허 운전자 등은 제외됐다. 이 외에 미성년 자녀가 있는 여성이나 24시간 간병인이 필요한 수형인 등 ‘불우한 수형인’이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정치인·경제인은 심사 안건 자체에 올라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사 취지를 훼손시킬 수 있는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한명숙 전 총리,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은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심사위는 7대 집회 사범 중 100명 안팎을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 7대 집회는 ▲쌍용차 파업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집회 ▲밀양 송전탑 반대 집회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집회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 집회 ▲세월호 관련 집회 ▲광우병 촛불집회다.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 형량이 경미한 경우 포함됐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촉발된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 관련도 제외됐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단독] 법무부 ‘3·1절 특사’ 4300여명 규모 확정…한상균·이석기 제외

    [단독] 법무부 ‘3·1절 특사’ 4300여명 규모 확정…한상균·이석기 제외

    법무부 사면심사위 3·1절 특사명단 확정절도·사기·교통법규 위반 중 민생사범 위주3년형 이상 사기, 음주운전·무면허 등 제외한상균·이석기·한명숙·이광재 등 포함 안돼 법무부가 3·1절 특별사면 및 복권·감형 대상자로 4300여명 규모 명단을 최종 확정했다. 절도·사기·교통법규 위반 등 민생사범과 쌍용차 파업 등 7대 집회 사범 중에서 대상이 추려졌다. 세월호 유가족 2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경제 인사는 모두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21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는 이날 최종 심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상신할 3·1절 특사 명단을 확정지었다. 박상기 장관 등 법무부 내부 위원 4명과 외부 위원 5명으로 구성된 사면심사위는 전날부터 이틀간 특사 대상을 논의했다. 다음주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재가하면 최종 사면이 이루어지게 된다. 최종 대상은 대통령의 검토 결과에 따라 변동될 수도 있다. 사면 대상은 대부분 절도·사기·교통법규 위반 등 민생사범 위주다. 생활필수품 9만원어치를 훔치거나 무전취식을 하는 등 경미한 범죄만 대상에 포함되고, 3년형 이상 선고받은 사기 혐의자나 음주운전·무면허 운전자 등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경우는 모두 제외됐다. 국민 법감정을 고려한 결정이다. 이 외에 미성년 자녀가 있는 여성이나 24시간 간병인이 필요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한 수형인 등 ‘불우한 수형인’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정치인·경제인은 심사 안건 자체에 올라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사 취지를 훼손시킬 수 있는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한명숙 전 총리,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은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심사위는 7대 집회 사범 중에선 100명 안팎을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 7대 집회는 ▲쌍용차 파업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집회 ▲밀양 송전탑 반대 집회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집회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 집회 ▲세월호 관련 집회 ▲광우병 촛불집회다. 앞서 법무부는 일선 검찰청으로부터 관련 집회로 처벌받은 명단을 넘겨받았다. 집회 관련 특사 대상에는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 형량이 경미한 경우가 포함됐다. 폭행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인원은 기본적으로 제외됐지만, 형평성 차원에서 실형을 살았더라도 복역을 끝마친 인원은 복권 대상에 들어갔다. 또한 사회적 화합을 위해 사드 집회와 관련해선 찬성·반대 집회 참여자가 모두 포함됐다. 당초 특사 대상으로 거론되던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촉발된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 관련도 제외됐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靑 “3·1절 특사, 위안부·세월호 집회 시국 사범 포함 검토”

    이재용·신동빈은 상고심 남아 제외 한명숙·이광재 등 복권은 어려울 듯 정부가 3·1절 특별사면 대상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집회, 세월호 집회 등 6대 집회에서 처벌받은 시국 사범을 포함하는 방안을 무게 있게 검토 중이다. ‘서민 생계형’이었던 문재인 정부 첫 특사(2017년 12월 30일)와 달리 범위가 좀 더 넓어지겠지만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여권 유력 정치인의 복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3·1절 특사와 관련해 법무부에서 실무 준비 중이며 구체적 대상·범위·명단이 민정수석에게조차 보고되지 않았다”면서 “사면 대상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뇌물, 알선수재·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 부패 범죄자에 대해 사면권을 제한한다’고 공약했다”며 “이 공약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법무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집회, 사드 배치 반대집회,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집회, 세월호 관련 집회,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집회, 광우병 촛불집회 등에 참석했다가 처벌받은 사람의 현황을 파악 중”이라며 “이번 사면에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6일 국무회의에서 (명단을) 의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인 사면 여부에 대해 청와대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 전 총리, 이광재 전 강원지사, 정동채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핵심 인사에 대한 여권의 복권 요구가 거셌던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노동계와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사면 요구가 끊이지 않았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도 불투명하다. 특히 내란음모·내란선동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전 의원은 2015년 징역 9년을 확정받아 형기가 2년여 남아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대법원 수뇌부가 내란음모 사건을 ‘재판거래’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변호인단이 재심 청구를 준비하는 등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특별사면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인 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은 상고심이 남아 있어 사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기대감 커지는 삼일절 특사…이석기·한상균 포함될까

    기대감 커지는 삼일절 특사…이석기·한상균 포함될까

     정부가 3·1절 100주년을 기념해 특별사면을 추진하면서 ‘3·1절 특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석기 전 의원과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특사 대상에 포함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3·1절 특사 소식이 알려지자 양심수석방추진위원회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심수를 전면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석기 전 의원이 양심수에 포함된다며 이 전 의원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이 전 의원은 내란선동 혐의로 징역 9년이 확정돼 복역하고 있다. 만기 출소는 2022년이다. 이 전 의원이 감옥에서 나올 수 있는 방법은 가석방과 사면이 있는데, 가석방 요건은 갖춘 상태다. 가석방은 형량의 3분의 1을 채워야만 가능하다. 이 전 의원은 2013년 9월에 구속돼 현재 형기의 60%를 채웠다. 양심수석방추진위원회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등이 집회에 참여해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 전 의원에 대한 석방 요구는 앞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해 5월 형기 6개월을 남기고 가석방되면서 더 목소리가 커졌다.  이석기 전 의원뿐만 아니라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사면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 전 위원장은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해 기소됐다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한 전 위원장이 가석방되면서 정부의 특사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석기 전 의원과 한상균 전 위원장에 대한 사면 이야기가 흘러 나오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3.1절 특사에 대해서 법무부가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지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다는 건 아니다”며 “구체적으로 누가 검토되고 있는지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3·1절 특사에는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돼 형이 확정된 공안사범들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일선 검찰청에 사면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는데, 6개 집회에 대한 내용이 기재됐다.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 집회, 사드 배치 반대 집회, 경남 밀양 송전탑 반대 집회, 세월호 관련 집회,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 광우병 촛불집회 등에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로 처벌받은 사람들이 대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제주 강정마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강정마을 문제 해결 약속을 잊지 않았다며 주민들의 사면복권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사면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사면이었던 2017년 12월 이후 두번째다. 지난번보다 사면 규모가 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17년에는 일반 형사범 위주로 6444명을 특별사면했다. 정치인 중에서는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유일했고, 용산 철거현장 화재사망 사건 가담자 25명도 특별 사면됐다. 이밖에 일반 형사범, 불우 수형자, 일부 공안사범이 포함됐고 운전면허 취소·정지·벌점 등 행정제재 대상자 165만 2691명에 대해서도 특별감면 조치를 시행했다. 당시에도 특사 명단에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선 시민단체가 극렬히 반발했다.  법무부는 관련 자료를 각 부처에서 받아 검토 중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6개 집회에 대해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젊은 시인들아, 가난한 사람이 따뜻해지는 詩를 쓰자”

    “젊은 시인들아, 가난한 사람이 따뜻해지는 詩를 쓰자”

    “후배들 언어 유희로 난해한 망상만 가득 필 오면 끄적이지 말고 24시간 몰두해야”“좋은 시인가 아닌가 아는 방법이 있어요. 시 쓰면서 우는 거예요. 대상하고 교감이 완벽하게 이뤄지면 그 동질감 속에서 눈물이 나오는 거죠.” 시 ‘사평역에서’를 쓴 ‘아기 참새 찌꾸’ 아빠, 곽재구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을 냈다.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문학동네)다. 지난 28일 전화로 만난 시인은 “내 시가 좋다는 말은 아니지만 동화 ‘아기 참새 찌꾸’의 마침표를 찍을 때, 이번 시집을 쓸 때 눈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73편의 미발표시들로 빼곡히 채운 시집은 시인이 자신의 터전인 전남 순천의 샛강 동천을 걸으며 나왔다. ‘평생 강물의 노래를 들었으나/자신의 노래를 부른 적 없는 이가 눈보라를 맞는다/피아노의 검은 건반이 하얀 눈보라 속에 묻힌다’(‘징검다리’), ‘물고기 두 마리/입맞춤하네/가을에 사랑하다 헤어지면 봄 온다네’(‘나와 물고기와 저녁노을’) 등이 다 그렇게 나왔다. 일곱 번째 시집 ‘와온 바다’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생명력, 삶에의 거룩함은 신작에서도 그대로다. ‘니 좋으면 나 좋으니/나한테 더 좋은 일인지도 모르겄다/이번 달 시급 만 원 계산했다/새 정부에서 2020년부터 시행할 모양인데/힘들어도 함께 힘든 게 낫지 않겄냐?’는 삼겹살집 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난 가난한 사람이 따뜻해지는 시를 쓸 거예요’라는 점원의 다짐으로 돌아오는 식이다.(‘라면 먹는 밤-성래에게’) “강은 쉽게 말하면 한반도, 착한 물고기들은 반도 안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 푸른 용은 반도와 사람들이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으로 가는 에너지예요. 촛불집회하는 사람들 모습도 다 착한 물고기 속에 들어 있는 거죠.”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올해로 39년차인 시인. 그는 이번 시집에서 처음 시 쓰던 때, 도서관에서 윤동주 시집을 훔치던 때로 돌아갔다. ‘도서관에서/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초판본을 훔쳤지/(중략)/당신만큼 쓸쓸하고 순정한 시를 쓰리라 혼자 다짐했네.’(‘고교 1학년’) 초심을 되새긴 것이냐는 질문에 뜻밖의 날 선 대답이 돌아왔다. “방금 초심 이야기를 했는데, 저도 인제 우리 나이로 6학년 6반이에요. 근데 우리나라 시가 너무 자잘해요. 젊은 친구들 쓰는 시가 비전도 없고, 언어 유희에다가 난해한 망상들을 집어넣고…, 진정성이 없어요.” 순천대 문예창작학과에서 19년째 시를 가르치고 있는 시인은 ‘신인상 당선작에서 쓰레기 냄새가 난다’(‘물고기와 나’)고까지 썼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진정성이란 무엇일까. 시인이라면 모름지기 하루 24시간을 시에 몰두해야 한다는 거다. 잠자다 꾸는 꿈에서까지. “정말로 좋아하고 사랑하면 꿈에 나와요. 무의식 세계하고 현실 세계의 경계에 있는 게 꿈이에요. 꿈이라는 일주문을 들어가야지 미지의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거죠. 일주일에 하루, 뭔가 ‘필’이 오면 끄적끄적 쓰고 시라고 발표하는 거, 그건 시가 아니에요.” 하루 열 편씩 쓰겠다는 초심을 지금도 이어 나가는 시인이다. “방탄소년단도 분명히 꿈에서 춤추고 노래할 것”이라고 덧붙인 시인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제 말은 다 틀린 것”이라며 ‘허허’ 웃었다. 시어에 김소월과 윤동주가, 해설 대신 직접 쓴 산문에는 정지용, 백석 등 먼저 간 선배 시인들이 나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는 백석의 시를 일컬어 ‘번역이 불가한 도저한 조선의 시’, 김소월은 ‘눈보라 날리는 날 배고픈 내 손에 쥐여 준 따뜻한 고구마’, 윤동주는 ‘극한 상황에서도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인’이라고 적었다. “이 시집을 낸 의미 중 하나가 ‘젊은 시인들아, 좋은 시 좀 쓰고 살자’ 하는 겁니다. 한반도 미래를 위해서도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그거밖에 없어요.” 시인이 말하는 좋은 시란 ‘쉽고 깊고 따뜻한 것’이다. 아주 쉬운 언어로 깊은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 커튼에 햇살 비치는 무늬만 봐도 시를 떠올린다는, 39년차 순정한 시심(詩心)이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서울광장] 노영민 실장이 성과를 내려면/이종락 논설위원

    [서울광장] 노영민 실장이 성과를 내려면/이종락 논설위원

    노영민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이 임명 하루 만인 지난 9일 자신이 지휘할 청와대 비서실의 3대 원칙으로 ‘성과·경청·규율’을 제시했다. 노 실장은 청와대 전 직원에게 발송한 서신에서 “성과를 내는 청와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연초부터 경제·민생 정책에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것을 가장 큰 과제로 제시한 상황에서 비서진도 이를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는 점을 환기시킨 셈이다.그러나 비서실장이 취임 일성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포부를 밝히자 기대감에 앞서 우려 섞인 반응도 적지 않다. 임종석 비서실장과 장하성 정책실장 재임 시 청와대가 정부 부처 위에 군림하고, 국회를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했다는 평가 때문이다. 이번 2기 청와대 비서실은 부처에 최대한 자율권을 보장하고, 국회와의 소통에 적극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 많았다. 그런데 노 실장이 취임하자마자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하니 곱게 들릴 수가 없었을 테다. 특히 노 실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을 정도로 최측근이어서 친정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친정체제는 대통령이 편하게 지시하고 기댈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 그립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상존한다. 다행히 노 실장이 취임 직후 국회를 찾아 소통 강화 의지를 전한 것은 기대할 만하다. 문제는 부처와의 관계 설정이다. 청와대는 노 실장 취임 전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원톱’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 시장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천거한 홍 부총리가 문 대통령의 공약 수립뿐 아니라 현 정부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해 온 김수현 정책실장에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불식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노 실장의 절박한 메시지는 정책실장뿐만 아니라 비서실장까지 부처 위에 군림할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로 들릴 수도 있다. 서둘러 청와대와 부처 관계를 확실하게 정리해 줘야 한다. 문 대통령은 노 실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비서실장도 경제계 인사를 만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주문에 노 실장이 성과를 낼 수 있는 답이 있다.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늘리도록 경제활력을 내는 데 노 실장이 온몸을 던지는 길이다. 우리 경제는 연초부터 적신호가 켜졌다.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이달 10일까지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6% 급감했다. 장기간 실업 상태에 있거나 일감 찾기를 아예 포기한 인구가 지난해 250만명을 넘어섰다. 부정적인 기업관을 가졌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다니면서 우리 기업에 대한 인식을 달리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1년 9개월 만인 2004년 11월 남미 순방 중에 브라질 교민 간담회에서 “한국이 발전한 진짜 이유를 브라질에서 새삼 깨달았다”면서 “한국 기업에 대해 다시 한번 평가하고 싶다”고 말한 뒤 적대적 기업 정책을 수정했다. 실제로 기업 관계자들은 “역대 정권 중 노무현 정권 때가 기업 하기가 제일 편했다”고 회고한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로 임기초 지지율이 20%대로 급전직하했다. 하지만 MB 정부는 ‘공생발전’ 등 친서민 정책을 추진하며 지지율을 단숨에 50%대까지 끌어올렸다. 정책 기조 변화를 통한 국정 운영에 성공한 사례다. 경제의 대기업 과잉 의존 체질을 바꿔 나가는 정책은 필요하다. 대기업의 갑질 행태와 재벌 3, 4세들의 철부지 일탈도 일벌백계해야 한다. 하지만 대기업을 제쳐 놓고선 경제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대부분의 선진국 정부가 대기업을 협력 파트너로 삼아 법인세 인하 등의 당근책을 던져 주며 내수 진작과 수출을 독려하고 있다. 이런 외국기업들과 피말리는 ‘외로운 경쟁’을 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 기를 불어넣어 줘야 한다. 바로 그 역할을 노 실장이 맡아야 한다. 노 실장은 3선의 의정 활동 기간에 산업통상자원위원만 6년을 했다. 19대 국회에서는 산업통상자원위원장도 맡았다. 국회 내 대표적인 ‘산업통’, ‘기업통’으로 통한다. 어제 가졌던 ‘기업인과의 대화’를 보여 주기식 이벤트로 끝내선 안 된다. 기업 애로를 누구보다 잘 아는 노 실장이 진솔한 마음으로 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 대기업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화답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대기업의 얼어붙은 마음을 열어젖혀야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노 실장은 명심했으면 한다. jrlee@seoul.co.kr
  • 순천 연향동 금호타운 주민들, ‘비리의혹’ 입주자대표 퇴진 운동 펼쳐

    순천 연향동 금호타운 주민들, ‘비리의혹’ 입주자대표 퇴진 운동 펼쳐

    전남 순천시 연향동 금호타운 입주민들이 ‘비리 의혹(서울신문 1월 6일자)’을 받고 있는 입주자대표회장의 퇴진 촉구 운동을 펼치고 있다. 금호타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4일 김모(73) 입주자대표회장 등 동대표 10명 전원에 대한 해임동의서를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했다. 전체 730세대중 절반에 가까운 344세대의 동의를 얻었다. 입주민 과반수 이상 투표해 과반수 이상 찬성하면 가결된다. 비대위는 지난 8일부터 아파트 입구 3~4군데에서 동대표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과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 입주자대표들의 무능과 각종 법령 위반 등을 알리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14일부터는 해임장 접수를 받고도 투표에 부치지 않고 있는 선거관리위원들에 대해 항의를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이달 입주자대표회의가 열리는 날에는 촛불집회도 열기로 했다. 지난달 비대위를 구성한 입주민들은 입주자대표회장 등의 사퇴 촉구 표시로 모금 운동을 통해 조성한 기금으로 노란 리본을 만들어 아파트 베란다에 걸어두고 있다. 참여세대도 400여 가구가 넘는다. 이들은 또 주민 390여명이 참여한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현 사태에 대해 활발한 의사표시를 나누고 있다.비대위는 현재 순천시에 감사를 요청하기 위해 입주민 서명을 받고 있다. 이 운동도 불과 일주일만에 60% 이상이 참여했다. 순천시 조례에는 입주민 30% 이상 동의를 받으면 아파트 감사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비대위는 “입주자대표회의는 김씨의 거수기 역할로 전락됐고, 정년 초과에도 관리소장으로 채용된 한모(67)씨는 주민들의 민원은 외면한 채 김씨 지시만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관리비 횡령 의혹을 받고 있는 김씨는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관리비 수납 은행을 바꿔 중도해지에 따른 수백만원의 이자수입 손실을 끼쳤다”며 “장기수선계획의 기록·보관 의무 불이행등 10여가지 법령을 위반한 의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와 한 소장은 이달초 입주민의 신상을 불법으로 공개해 허위사실에의한 명예훼손혐의로 고소가 된 상태다. 이런 와중에 한 소장은 휴일인 지난 12일 오전 7시 40분 ‘자신의 채용 연령은 정당하다’ 는 등의 내용을 각 세대에 스피커 방송을 해 주민들이 집단항의 하는 등 소동을 빚기도 했다. 비대위 A씨는 “주민들 위에 군림하는 관리소장과 관리 규약도 위반한 채 전횡을 일삼는 입주자대표가 물러 날때까지 민형사상 모든 방법을 동원해 퇴진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단독]“‘미투’ 대책 책임자가 승진 누락” 경찰 고위직 또 공개적 ‘인사 반발’

    [단독]“‘미투’ 대책 책임자가 승진 누락” 경찰 고위직 또 공개적 ‘인사 반발’

    ‘미투’ 사건 전담 과장, 경무관 승진 제외에 이의 제기송무빈 전 경무관 이어 두번째…잇단 논란에 경찰청 ‘곤혹’송무빈 전 서울경찰청 경비부장(경무관)의 ‘인사 항명’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른 경찰 고위직이 현행 승진 체계가 불공정하다며 공개 반발했다. 고위직의 잇단 인사 반발에 민갑룡 경찰청장 등 경찰 조직도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지난 10일 발표된 경찰 인사 때 승진 대상자에서 누락된 박창호 경찰청 생활안전성폭력대책과장(총경)은 11일 경찰 내부 게시판에 ‘경찰 승진제도 개선에 대한 제언’이라는 글을 올려 인사 체계의 구조적 불공정성을 주장했다. 박 총경이 총괄했던 생활안전성폭력대책과는 성범죄를 담당한다. 그는 이번 인사에서 경기 오산경찰서장으로 수평 이동했다. 박 총경은 글을 통해 “지난해 서지현 검사의 고발 이후 미투(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려 사회적 고발하는 것) 강풍이 온나라를 강타했다”면서 “처음 접하는 현상이라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몰라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장 동료들의 도움으로 이윤택을 구속하는 등 미투 대책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 잘 해결됐다. 여청 수사 업무 총괄과장으로 감사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본론’을 말했다. 그는 “총경 이상쯤 되면 불이익은 감수하면서 안고 가야 하지만 문제를 직접 경험한 사람이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넘어가면 앞으로 문제가 반복돼 조직과 구성원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한해 경찰과 정부에서 대표적으로 추진한 정책(미투 대응)을 열심히 추진한 부서에는 이에 걸맞는 평가가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승진 인사는 내·외부 평가를 반영해야 하고 일과 승진은 함께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총경은 “인사철만 되면 청장마다 단골 메뉴로 ‘외부 청탁하지 말라’고 지시하는데 인사 결과를 보면 지시와는 거리가 먼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문이 들었다”면서 “역행하는 구조는 그냥 둔 채 청탁말라고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인사평가 개혁 방안도 언급했다. 승진 심사 때 정무적 판단을 최소화하고 현장 평가를 강화해 진짜 일한 사람들이 승진하도록 해야한다는 요지다. 박 총경은 “현행 심사승진 위원회에 최종적 권한을 주고 지휘관은 일정한 의견을 피력하게 하면 된다”면서 “투명성 강화를 위해 여러 직급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거나 참관단을 참여하게 하면 현장 동료들의 참여를 통해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위원회가 없는 치안감 인사의 경우에도 경찰위원회 동의나 인준 절차를 거치게 한다든지 하는 일정한 절차가 마련돼야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사권, 자치경찰 등 중대한 과제가 우리(경찰) 앞에 있다”면서 “이러한 변화를 관통하는 가치가 ‘공정’”이라고 말했다. 경찰 고위직의 공개적 인사 반발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최근 두달 새 벌써 두번째 터졌다. 앞서 송무빈 경무관은 지난달 29일 치안감 승진 인사 때 대상에서 누락하자 기자들을 직접 만나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탄핵 관련 촛불집회 관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경호, 19대 대선 경호·경비, 인천아시안게임 경비 등을 성공적으로 치뤘는데 승진할 수 없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송 경무관은 지난달 명예퇴직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열린세상] 3·1운동, 임시정부, ILO 100주년과 노사정 대화의 의미/박영기 한국공인노무사회장

    [열린세상] 3·1운동, 임시정부, ILO 100주년과 노사정 대화의 의미/박영기 한국공인노무사회장

    2019년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자 국제노동기구(ILO)가 창립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3·1운동은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2016년 촛불집회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평화적이고 대중적인 국민의 의사 표시이자 주권행사 의지였다. 2019년은 3·1운동을 이은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적폐청산이라는 촛불정신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3년차로서 노동과 경제정책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 줘야 하는 절박한 해다.올해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은 2018년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발표된 2019년 ‘경제정책방향’과 고용노동부의 2019년 ‘정부업무보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보다는 ‘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둔 경제정책 방향 아래 올해 노동정책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일자리’다. “포용적 노동시장, 사람 중심 일자리”가 새로운 노동정책의 슬로건임이 이를 말해 준다. 현 정부의 2018년까지 노동정책이 양질의 일자리 확대, 노동존중, 차별적인 노동시장의 개선과 시정이라면 2019년의 노동정책은 노ㆍ사 경제주체에 대한 포용정책과 일자리 창출이 핵심 정책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 변경은 경제 상황의 어려움에 기인한다. 우리나라 경제의 어려움은 경제발전의 기관차였던 조선업과 철강업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자동차산업마저 어려워진 상황에서 그나마 경쟁력을 가진 반도체와 휴대폰 등 전자산업마저 중국의 부상으로 앞길이 불투명해졌다는 데 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존중 정책에 의해 자영업자와 중소영세 사업주의 불안감과 위기의식이 고용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일부에서 주장하듯 현 경제의 어려움이 단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있다거나 소득주도성장 정책 때문이라는 단편적 지적엔 동의하기 어렵다. 현 경제의 어려움은 집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과 경제정책에 있기보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 등 노동시장 이중 구조화에 따른 차별 심화 등 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사회경제적 문제에 원인이 있다. 근본 원인의 치료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다만 현 정부의 잘못은 어려운 노동 문제,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집행에서 속도와 온도 조절 등의 정교함과 중앙부처 간 통일적인 응집력이 부족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더불어 노ㆍ사 각 경제주체의 개혁 의지와 동참을 끌어내는 리더십이 발휘되지 못함으로써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한 점이 아쉽다. 언제나 그랬지만 2019년 노사관계는 수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안착과 성공적 운영, ILO 기본협약의 비준과 전교조 합법화의 문제, 최저임금 산정범위 및 인상폭과 관련한 문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와 근로시간 위반 사업주에 대한 처벌 유예 문제, 직무급제 도입을 둘러싼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불안정성 등 모두가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이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 정부는 노사관계의 대부분 쟁점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입장이지만 올바른 방향이다. 다만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대표로 하는 사회적 대화가 성공하려면 정책 결정의 조급함은 버려야 한다. 결정 시한을 잡아 놓고 하는 대화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하는 주체들을 들러리 세우는 것으로 결국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 현안이 되는 노동 문제를 개별적으로 살펴보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노사정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지혜를 모으고 힘을 모으면 해결되지 않을 문제 또한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노동계와 사용자에게 대화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과 신뢰를 보내 줄 수 있어야 한다. 민주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전교조 합법화에 대한 긍정적 신호 등 제반 여건을 조성해 줄 필요도 있다. 2019년은 노동계와 사용자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우리 사회 현안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희망의 원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것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ILO 창립 100주년을 의미 있게 기념하는 자세일 것이다.
  • “짓누르는 적폐 뿌리 뽑자… 세상을 바꾸면 내 삶도 바뀐다”

    “짓누르는 적폐 뿌리 뽑자… 세상을 바꾸면 내 삶도 바뀐다”

    # 1987년 1월 박종철 열사, 그해 6월 이한열 열사의 죽음이 도화선이 된 6월 항쟁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얻어냈지만 그 값진 승리를 노태우 정권이 가져가 ‘미완의 혁명’으로 불린다. 그러나 2016년 겨울~2017년 봄 사이 연 1700만명이 183일 동안 밝힌 촛불은 불의한 권력, 부패한 정치를 탄핵하고 기득권이 세운 낡은 체제를 바꿀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 박종철·이한열 열사가 그 겨울 광장의 촛불을 봤다면 뭐라 말했을까. 두 열사의 가상 대담 형식을 빌려 촛불혁명이 바꾼, 그리고 바꿔 갈 민주주의의 모습을 그려 봤다.박종철 촛불의 함성에 눈을 뜨니 30년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혁명의 광장 한복판에 작은 촛불로 서 있었어요. 화염병도 아닌 촛불을 들었는데 전율이 흘렀죠. 촛불 시민들이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주권자의 존엄으로 증명하며 시대의 대반전을 이뤄내고 있었어요. 이한열 돌아보니 동학농민들이, 독립운동가들이, 4·19의 의인들이, 스무 살 거리에서 함께 싸운 젊은 동지들이 촛불과 한 몸이 돼 마주 걸어가고 있더군요. 3·1운동 이후 100년의 경험과 기억이 이 새로운 혁명을 끌고 가고 있었어요. 박종철 우린 그것을 공동체의 기억이라고 부르지요. 내면에 흐르던 좌절의 기억과 시대의 모순이 만든 상처가 위기의 순간 각자도생으로 분리된 개인을 견고하게 묶어 촛불연대를 만든 것이죠. 그 자리에 모인 모두가 똑같은 목소리를 냈던 것은 아니에요. 평화집회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했으니까요. 하지만 광장의 시민들은 그 ‘다름’과도 함께 했죠.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모여 화음을 만들어냈어요. 비정규직, 해고당한 노동자, 장애인 등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요. 그해 겨울 촛불 광장은 민주주의의 현현이었어요. 이한열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부씨가 12차 촛불집회 때 연단에 올라 한 말이 생각나네요. “이제 곧 저는 살아오는 종철이를 만날 겁니다. 시퍼렇게 되살아오는, 살아서 돌아오는 민주주의를 만날 겁니다. 저는 종철이를 부둥켜안고 고맙다고,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다시는 쓰러지지도 말자고 말할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 반드시 승리합시다.” 박종철 세월호 아이들, 공권력에 죽임당한 백남기 농민, 용산 철거민 등 작고 힘없는 이들의 혼백이 그날 광장에서 다시 살아난 듯했죠.이한열 30년 전 6월 항쟁 때도 우리는 ‘연대’했는데, 왜 미완의 혁명으로 그쳤을까요. 나와 내 친구들은 최루탄 앞에서도 꺾이지 않았고, 고향도 출신 학교도 제각각인 직장인들이 ‘넥타이 부대’라는 이름으로 직장이 아닌 거리로 뛰어나왔어요. 시민들은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손수건을 흔들었죠. 박종철 독재를 무너뜨리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확대된 민주주의의 공간을 채울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들어 내지 못해서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민주화 이후에도 30년 가까이 박정희 시대의 ‘잘살아 보자’는 성장 담론이 한국사회를 지배했죠. ‘잘산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 물음과 성찰이 부족했어요. 그러다 보니 분명히 물질적으로는 풍요해졌는데 삶의 내용은 빈약해지고 양극화의 고통이 줄기는커녕 더 커진 것이죠. 내일의 희망이 없는 청년들은 이를 ‘흙수저’, ‘헬조선’,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란 말로 표현한다지요? 이한열 정치권도 항쟁 정신을 받아안지 못했죠.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단일화하지 못해 결국 대통령 자리가 신군부 출신 여당 후보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돌아갔어요. 박종철 하지만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다 스러진 나의 죽음과 시위 도중 최루탄에 머리를 맞은 이한열 열사의 죽음이 헛된 것은 아니었어요. 6월 항쟁 때 혁명의 시간을 경험한 청년들이 2017년 어머니, 아버지가 되어 자녀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다시 한번 혁명을 이뤄냈으니까요. 이한열 확실히 6월 항쟁 때와 달리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온 이들이 다양했어요. 영국 로이터 통신도 ‘학생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들이 군중 곳곳에서 보였다. 대규모의 평화적인 행진이었다. 이전 시대의 양상과는 달랐다’고 보도했어요. 외신도 연령대와 계층이 다양해진 새로운 형태의 시위에 관심을 보였죠. 박종철 저는 그것을 직장과 가정의 일상에서 시작된 민주주의라고 부르고 싶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내 삶을 망치는 것들과의 분투를 통해 일상에서 민주주의로 훈련된 것이죠. 결국 민주주의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인간답게 대접받는 세상을 위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없애 가는 과정이거든요. 이한열 예. 30년 전 우리가 독재 정권 하나 타도하자고 거리로 나선 게 아니듯 2017년의 촛불도 낡고 부패한 정권 퇴진을 넘어 새로운 삶, 새로운 시대정신을 원했기에 광장에 모인 것으로 생각해요. 박종철 저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촛불혁명의 도화선이 됐지만 광장을 메운 시민들이 외친 ‘이게 나라냐’라는 절규의 기저에는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폭발할 듯한 분노가 쌓여 있었다고 봐요.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돈도 실력이야, 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로 가난해서 자식한테 미안한 부모의 마음에, 박탈당한 청춘의 울분에 불을 붙였죠. 이런 마음이 모여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이란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시했어요. 이한열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은 민주주의를 일컫는 또 다른 말이기도 해요. 지난 역사가 증명했듯 내 삶의 주도권과 의사 결정권을 극소수 기득권에 빼앗긴다면 민주주의는 길을 잃고 말 거예요. 박종철 촛불혁명이 새로운 시대정신을 잉태했다고는 하나 그것을 완성한 것은 아니에요. 얼마 전 태안화력발전소의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씨가 안전 매뉴얼마저 지켜지지 않은 일터에서 처참하게 숨졌어요. 2016년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고로 숨진 김모군의 가방에도, 김용균씨의 가방에도 컵라면이 들어 있었죠. 밥 한 끼 제대로 챙겨 먹을 시간도 없이 하청 노동자란 이유로 위험에 노출된 사업장에서 일해야 했어요.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며칠 전 겨우 국회를 통과했죠. 법 개정까지 28년이 걸렸어요. “우리 용균이와 같이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을 살려 달라”는 김용균씨 어머니의 호소가 법안 통과를 끌어냈어요. 이한열 너무나 참담한 일이에요. 우리 사회 곳곳에는 제2의 김군이, 또 다른 김용균씨가 있어요. 곳곳에서 낡은 구조가 개인의 삶을 짓누르고 무너뜨리고 있어요. 70년간 이 나라를 지배해 온 기득권 동맹체의 뿌리는 너무나 깊고 단단해요. 3·1운동 이후 100년을 마감하고 촛불혁명으로 향후 100년을 열어젖힌 촛불 시민의 삶은 이 적폐의 뿌리를 뽑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해요. 나를 짓누르는 게 무엇인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 무엇도 바꿀 수 없어요. 박종철 그런 면에서 향후 100년의 민주주의는 안과 밖 동시의 혁명으로 설계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을 바꾸는 것은 곧 내 삶을 바꾸는 것이니까요. 이한열 정권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개인의 삶에는 당장 큰 변화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우린 촛불 혁명을 경험한 역사적 존재들이에요. 나라를 나라답게 세우는 개혁이 지난하더라도 전환의 계곡을 낙오자 없이 벗어나 함께 봉우리에 오를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이 있다면 굽이치더라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혁명은 곧 끈질긴 저항이니까요.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혐오를 휘두르지 않는, 乙의 새해를 기다리며…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혐오를 휘두르지 않는, 乙의 새해를 기다리며…

    한 해를 맺고 또 다른 한 해를 다시 열어야 하는, 마음이 분주한 계절이다. 분주한 틈 사이에서 마음을 할퀴는 불협화음을 여럿 발견한다. ‘죽음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촛불집회가 열리고, 일명 ‘김용균법’이 논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처리는 난망이다. 생때같은 자식의 죽음 앞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법안 처리를 호소하는 한 어미의 바람은 겨울철 찬바람 앞에서 무력하다. 한편에서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지향을 따라 욕설과 조롱하는 글들도 여럿 눈에 띈다. 굳이 숙명여대 법학부 홍성수 교수의 ‘말이 칼이 될 때’를 끌어오지 않아도, 혐오 표현은 지난 몇 년 사이 심해졌고, 관련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혐오 표현이란 단순히 기분 나쁜 말이나 듣기 싫은 말 정도가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는 데 실질적인 위협과 불안을 가져오는 말”이다. 여자들에게 ‘조신해야 한다, 나서지 마라, 집에서 애나 봐라’ 등등의 말은 사실상 협박에 가깝다. 영화 등이 만들어낸 이미지, 즉 ‘조선족들은 칼을 가지고 다니다가 시비가 붙으면 휘두르는 게 일상화돼 있다’ 등의 말은, 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할 때만 가능한 말이다. 소수자 집단에 대한 혐오에 근거해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것은 폭력과 다름없다. 문제는 혐오 표현에 대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이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점이다. “남이 하면 혐오 표현, 내가 하면 농담”이라는 인식이 워낙 강한 터라, 대개의 사람들은 “혐오 표현을 들은 적은 많지만 한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 특히 이런저런 이유로 소수자의 진영에 선 사람들은 넘치도록 혐오 표현을 듣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해본 적이 없다. 홍성수 교수는 이런 혐오 표현을 써본 적이 없다는, 그러나 일상에서 무수한 혐오 표현을 날리고 있는 이들에게 일갈한다. 혐오 표현은 ‘뿌리 깊은 편견과 차별이 감정 차원을 넘어 현실 세계로 드러난 문제’이자 ‘사회적·법적으로 섬세하고 엄격하게 다뤄야 할 과제’라고. 혐오 표현은 사회 구석구석 미치지 않은 곳이 없는데, 이 현실을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을뿐더러 어떤 유의미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다. ‘대다수가 혐오 표현이라는 문제를 가볍게, 혹은 남의 일 정도’로 여기기 때문이다. ‘문제를 문제라고 여기지 않고’ 그래서 더더욱 ‘그 문제는 시야에 잡히지 않는다’는 게 홍 교수의 주장이다.혐오 표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혐오를 넘어 증오를 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오는 편을 가르는 데서 시작된다. 편을 가르고 상대방을 혐오함으로써 증오가, 거기서 발전한 다양한 형태의 전쟁이 역사 이래 벌어졌다. 딱히 전쟁이 아니더라도 알량한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각각의 을(乙)들은 하루하루가 전쟁터나 다름없다. 혐오 표현을 남발하는 대개의 갑(甲)들은 “내가 뭘?” 혹은 “내 입 가지고 말도 못하냐?” 등의 말로 항변한다. 말이 곧 칼인 이유다. 하지만 그 칼이 곧 내게 돌아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망각하고 있다. 돌고 돌아 우리 폐부를 찌르는 칼은 실상 내가 무심코 던진 말일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는 자각해야 한다. 2018년이 저물고 새로운 한 해가 다가온다. 말이 칼이 되지 않는 세상도 더불어 오기를 기대한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뉴필로소퍼 편집장
  • [오늘의 눈] ‘409일’… 굴뚝 위 전달된 서글픈 성탄 선물/김지예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409일’… 굴뚝 위 전달된 서글픈 성탄 선물/김지예 사회부 기자

    25일 크리스마스 아침 슬픈 선물이 전달됐다. 공장 가동 중단과 정리해고에 반발해 75m 굴뚝 위에 올라간 파인텍의 두 해고 노동자가 409일째 고공 농성을 이어가며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이었다. 두 노동자,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의 건강은 매우 좋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이들의 고공 농성은 겨울의 한복판으로 향하고 있다. 한 몸 편하게 눕힐 수 없는 좁디좁은 공간에 갇힌 채 두 번째 겨울을 난다는 것은 감옥살이보다 더한 고통이다. 농성장 주변에 흐르는 크리스마스 캐럴은 두 노동자에게 회한이 되고 있다. 홍 전 지회장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에게 전화가 왔다”면서 “함께 있었다면 작은 선물이라도 했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고공 농성장에는 찬송가와 노동가가 울려 퍼졌다.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성탄 트리에는 ‘빨리 지상에서 만나요’, ‘노동자가 희망이다’라는 응원 메시지가 달렸다. 나승구 신부와 이동환 목사가 의료진과 함께 굴뚝 위에 올라 2시간여 두 노동자를 위로하고 기도했다. 두 사람이 버티는 가장 큰 동력은 바로 시민들의 온정이다. 2016년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를 함께하며 알게 된 시민 4명은 지난 24일 ‘노동 악법 철폐하라’, ‘스타플렉스는 노사합의를 이행하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408일이 넘도록 굴뚝에 사람이 갇혀 있는데 힘 있는 사람들은 지금 뭘 하고 있느냐”면서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김용균씨도 그런 무관심 속에 사망한 것”이라고 울먹였다. 차광호 지회장도 농성을 응원하러 찾아오는 시민들의 이름을 일일이 노트에 적으며 역사를 쓰고 있다. 시민들이 “파인텍을 잊고 산 시간이 길어 미안하다”며 위로를 건네자, 농성자들은 “저희 때문에 많은 시민이 고생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했다. 이날 종교계 노동 관련 기구는 사 측인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와 처음 면담했다. 김 대표는 “상황이 어렵지만 해결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겠다. 노동자들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김 대표가 대화의 테이블에 나서기로 마음먹었다면 가장 먼저 두 노동자를 75m 굴뚝 위에 409일이 넘도록 방치한 것부터 사과해야 한다. 특히 고공 농성이 일반적인 노사 문제를 뛰어넘어 시민사회의 연대 투쟁 문제로 커진 만큼 김 대표는 해고 노동자의 요구에 이어 시민사회의 요구에도 답해야 한다. 또 정부와 국회는 노동자의 죽음이 있어야만 움직이는 ‘만시지탄식’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jiye@seoul.co.kr
  • 크리스마스에 ‘박노해 詩’ 올린 文…노동자 편에만 설 수없는 현실 토로

    크리스마스에 ‘박노해 詩’ 올린 文…노동자 편에만 설 수없는 현실 토로

    저임금·착취 생생히 전한 노동자 시인 2010년 시집 수록 ‘그 겨울의 시’ 인용 ‘오늘 밤 장터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짓밟히는 약자 끌어안는 나눔 담아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할머니는 이불 속에서/혼자말로 중얼거리시네/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박노해 ‘그 겨울의 시’ 중)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박노해 시인의 시를 인용하는 것으로 취임 후 첫 성탄메시지를 대신했다. 문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그 겨울의 시’를 올린 뒤 “성탄절 아침, 우리 마음에 담긴 예수님의 따뜻함을 생각한다”며 “애틋한 할머니의 마음이 예수님의 마음이며 나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시는 박 시인이 2010년에 낸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에 담겨 있다. 가난하고 짓밟히는 약자와 죽어가는 생명을 끌어안는 시들을 모은 시집이다. 문 대통령은 왜 이 시점에서 이 시집을 펼쳤을까. 박 시인은 현장 노동자로 일하던 1984년 첫 시집 ‘노동의 새벽’으로 한국사회와 문단을 뒤흔든 당대 ‘노동의 아이콘’이었다. 그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열악한 작업환경이라는 최악의 한계상황 속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노동자 시인이었다. 노동의 새벽이 토해낸 ‘노동 속에 문드러져’와 같은 표현의 전례없는 사실성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문 대통령이 박 시인을 소환한 것을 두고 최저임금 속도 조절 및 탄력근로제 확대, 광주형일자리 등에 반발하며 핵심 지지층에서 불편한 관계로 돌아선 노동계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사회적 대화기구(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복원에 공을 들여왔지만, 지난달 민주노총이 불참한 채 경사노위가 출범하는 등 관계 재설정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제조업 침체 등 구조적인 경제 하강 국면에서 노동계의 요구를 100% 들어줄 수 없는 현실적 한계와 고민을 박 시인의 시를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특정 계층이 아니라 나라 전체를 끌고 가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전적으로 노동자의 편에만 설 수 없다는 현실 속에서도 마음만은 노동자와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와 함께 있다는 점을 내비침으로써 지지층에 손을 내민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올린 시 중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라는 대목이 문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해석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대통령께서 성탄메시지에 그런 의도까지 담아 시를 고르셨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도 “어느 때보다 노동계와의 관계 복원이 중요한 만큼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해석이 나올 수는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4년 2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박 시인의 사진전 ‘다른 길:티베트에서 인디아까지’를 직접 찾아가 대화를 했던 인연이 있다. 물론, 박 시인이 노동운동을 하며 수배·수감생활을 하던 5, 6공화국 당시 문 대통령도 부산 재야 인사들과 민주화운동을 하고, 노동 사건 변론을 도맡았다는 점에서 오래 전부터 ‘연대’의 고리는 보인다.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박 시인은 추모시 ‘우리는 ‘바보’와 사랑을 했네’를 쓰기도 했다. 둘 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라는 공통점도 있다.문 대통령은 정치인 입문 이후 지난해를 제외하면 줄곧 성탄절 메시지를 내놓았다. 지난해는 성탄절 직전 일어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때문에 생략했다. 촛불집회로 온 나라가 급류에 휩싸였던 2016년 성탄절에는 정호승 시인의 시 ‘서울의 예수’를 인용해 “촛불을 든 백만의 예수를 봤다”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문 대통령은 24일 김정숙 여사와 경남 양산의 덕계성당에서 열린 성탄전야 미사에 참석하는 등 휴가를 보낸 뒤 25일 청와대로 돌아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오늘 밤 장터 거지들은 괜찮을랑가’…문 대통령의 성탄 고뇌

    ‘오늘 밤 장터 거지들은 괜찮을랑가’…문 대통령의 성탄 고뇌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할머니는 이불 속에서/혼자말로 중얼거리시네/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박노해 ‘그 겨울의 시’ 중)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박노해 시인의 시를 인용하는 것으로 취임 후 첫 성탄메시지를 대신했다. 문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그 겨울의 시’를 올린 뒤 “성탄절 아침, 우리 마음에 담긴 예수님의 따뜻함을 생각한다”며 “애틋한 할머니의 마음이 예수님의 마음이며 나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시는 박 시인이 2010년에 낸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에 담겨 있다. 가난하고 짓밟히는 약자와 죽어가는 생명을 끌어안는 시들을 모은 시집이다. 문 대통령은 왜 이 시점에서 이 시집을 펼쳤을까. 박 시인은 현장 노동자로 일하던 1984년 첫 시집 ‘노동의 새벽’으로 한국사회와 문단을 뒤흔든 당대 ‘노동의 아이콘’이었다. 그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열악한 작업환경이라는 최악의 한계상황 속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노동자 시인이었다. 노동의 새벽이 토해낸 ‘노동 속에 문드러져’와 같은 표현의 전례없는 사실성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문 대통령이 박 시인을 소환한 것을 두고 최저임금 속도 조절 및 탄력근로제 확대, 광주형일자리 등에 반발하며 핵심 지지층에서 불편한 관계로 돌아선 노동계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사회적 대화기구(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복원에 공을 들여왔지만, 지난달 민주노총이 불참한 채 경사노위가 출범하는 등 관계 재설정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제조업 침체 등 구조적인 경제 하강 국면에서 노동계의 요구를 100% 들어줄 수 없는 현실적 한계와 고민을 박 시인의 시를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특정 계층이 아니라 나라 전체를 끌고 가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전적으로 노동자의 편에만 설 수 없다는 현실 속에서도 마음만은 노동자와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와 함께 있다는 점을 내비침으로써 지지층에 손을 내민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올린 시 중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라는 대목이 문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해석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대통령께서 성탄메시지에 그런 의도까지 담아 시를 고르셨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도 “어느 때보다 노동계와의 관계 복원이 중요한 만큼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해석이 나올 수는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4년 2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박 시인의 사진전 ‘다른 길:티베트에서 인디아까지’를 직접 찾아가 대화를 했던 인연이 있다. 물론, 박 시인이 노동운동을 하며 수배·수감생활을 하던 5, 6공화국 당시 문 대통령도 부산 재야 인사들과 민주화운동을 하고, 노동 사건 변론을 도맡았다는 점에서 오래 전부터 ‘연대’의 고리는 보인다.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박 시인은 추모시 ‘우리는 ‘바보’와 사랑을 했네’를 쓰기도 했다. 둘 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라는 공통점도 있다. 문 대통령은 정치인 입문 이후 지난해를 제외하면 줄곧 성탄절 메시지를 내놓았다. 지난해는 성탄절 직전 일어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때문에 생략했다. 촛불집회로 온 나라가 급류에 휩싸였던 2016년 성탄절에는 정호승 시인의 시 ‘서울의 예수’를 인용해 “촛불을 든 백만의 예수를 봤다”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문 대통령은 24일 김정숙 여사와 경남 양산의 덕계성당에서 열린 성탄전야 미사에 참석하는 등 휴가를 보낸 뒤 25일 청와대로 돌아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친박’ 홍문종 “다시는 촛불 같은 간계에 넘어가선 안 된다” 막말

    ‘친박’ 홍문종 “다시는 촛불 같은 간계에 넘어가선 안 된다” 막말

    자유한국당의 인적 쇄신 대상 중 한 명인 홍문종 의원이 ‘촛불 민심’을 “간계”로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친박계’인 홍 의원은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자신의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촛불집회 비하 발언을 쏟아냈다. 홍 의원은 “다시는 ‘촛불’ 같은 간계에 넘어가선 안 된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제가 먼저 ‘잘못했다’고 얘기할테니 탄핵에 찬성했던 사람도, 반대했던 사람도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촛불집회를 ‘중우정치’라고 폄하하며 “민주주의가 길바닥에서 중우정치로 국민들을 선동해서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대통령을 바꾸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후진적인 민주주의”라고까지 했다. 이날 출판기념회 자리에는 같은 당의 나경원 원내대표와 유기준·조경태·정우택 의원, 그리고 ‘유치원 3법’을 반대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이덕선 비상대책위원장도 참석했다. 현재 홍 의원은 횡령·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2012~2013년 사학재단인 경민학원의 이사장 및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서화 매매 대금 명목으로 교비 24억원을 지출한 뒤 돌려받는 등의 수법으로 교비 75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5년 정보기술(IT) 업체 관계자 2명에게서 82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위는 지난 15일 인적 쇄신 명단을 공개했다. 명단에는 곽상도·권성동·김무성·김용태·김재원·김정훈·엄용수·원유철·윤상직·윤상현·이군현·이완영·이우현·이은재·이종구·정종섭·최경환·홍문종·홍문표·홍일표·황영철 의원 등 총 21명이 포함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원내대표는 홍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축사를 통해 “홍 선배(홍문종 의원)는 우리 당의 소중한 자원”이라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발전소 비정규직’ 김용균 동료와 ‘구의역’ 김군 동료 만난다

    ‘발전소 비정규직’ 김용균 동료와 ‘구의역’ 김군 동료 만난다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하다 숨진 김용균(24)씨의 동료와 2016년 5월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김군(당시 19세)의 동료가 21일 만난다. 앞서 비슷한 일을 겪었던 김군의 동료가 김씨의 동료를 찾아 위로하고 아픈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다.20일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에 따르면, 21일 중구 서울노동청에서 시작해 청와대까지 행진하는 1100만 비정규직 촛불집회가 마무리된 후 김씨의 동료와 김군의 동료가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김씨가 젊은 비정규직 청년이었고, 2인 1조가 지켜질 수 없는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앞서 비극을 겪은 김군을 다시 떠올리는 이들이 많았다. 유성권 서울교통공사 노조 쟁의국장은 “사고 이후 힘들었던 점과 어떻게 하면 이겨낼 수 있는지 등을 편하게 이야기해 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았다”면서 “(채용비리 의혹으로 인한) 감사원 감사 등으로 준비할 게 너무 많은 상황이지만, 적어도 저희만큼은 이 아픔을 무조건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21일 촛불집회와 22일 고 김용균 범국민 추모제에도 참여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한편, 김군의 사망 이후 아무런 후속 조치도 내 놓지 못했던 국회는 김씨의 사망 이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19일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오는 27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구의역 사고 이후 2년 7개월 동안 답보상태였던 산업안전보건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돈보다 생명, 죽음의 외주화 멈춰라”… 다시 촛불

    “돈보다 생명, 죽음의 외주화 멈춰라”… 다시 촛불

    “죽음의 외주화를 즉각 멈춰라.” 24세 꽃다운 나이의 한 ‘비정규직’ 청년이 지난 11일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면서 애도의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광장에는 다시 촛불이 켜졌다. 13일 전국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밤 서울 광화문광장 내 세월호 농성장 앞과 태안군 태안터미널 앞에서 김용균씨를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동시에 열었다. 집회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각종 노조와 진보 성향의 정당 관계자들, 그리고 일반 시민 등 약 500여명이 촛불을 들고 모였다. 각 광장에는 분향소도 마련됐다.행사를 진행한 김수억 금속노조 비정규직지회장은 “돈보다 생명이다. 더이상 죽을 수 없다. 비정규직 없애자”고 외쳤다. 이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건강 악화로 참석하지 못한 대신, 김씨를 추모하는 시를 전달했다.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죽음을 무릅쓰고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상을 알리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한다”면서 “장례 절차보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우선이라는 유족의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자유 발언에 나선 김씨의 직장 동료는 “꿈을 향해 열심히 일한 그가 살해를 당한 것”이라며 “이 원통함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라고 울먹였다. 한 조합원은 “김씨의 업무는 정규직이 하던 일이었다”면서 “외주화로 ‘2인 1조’라는 근무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안터미널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도 조합원들은 “죽음의 외주화를 당장 중단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김씨는 11일 새벽 3시 20분쯤 태안화력 9·10호기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런닝맨’ 법정제제, 김종국 성희롱 장면 “바지 벗기고 뜻밖의 명당?”

    ‘런닝맨’ 법정제제, 김종국 성희롱 장면 “바지 벗기고 뜻밖의 명당?”

    ‘런닝맨’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정제제를 받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허미숙)는 12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출연자에 대한 성희롱을 정당화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방송한 SBS ‘런닝맨’에 대해 ‘법정제재’를 의결하고 ‘전체회의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8월 26일 방송된 ‘런닝맨’(2부)는 남성 출연자가 철봉에 매달린 다른 남성 출연자의 바지를 벗기고 속옷이 드러나자 이를 모자이크처리 하거나 호랑이 그림으로 가린 모습이 전파를 탔다. 해당 장면에 ‘그 어려운 걸 또 해냅니다’, ‘(철봉 정면 자리가)뜻밖의 명당’이라는 자막이 삽입됐으며, 여성 출연자가 “난 못 봤어. 재수도 없지”라고 발언하는 내용도 방송됐다.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게임을 진행하던 중 일어난 사건이라 하더라도, 자칫 성희롱 우려가 있는 행동을 여과없이 방송했다”고 지적하며 “방송사 자체심의에서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편집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해당 프로그램이 심의규정을 반복적으로 위반하고 있어 개선의지가 낮아 보인다”며 결정이유를 밝혔다. 또한, 방송프로그램 진행 중 자막을 통해 특정 교육기관의 재활스포츠 지도사 교육생 모집 소식과 함께 교육기간·모집인원·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자세히 소개해 해당 교육기관에 광고효과를 준 KNN ‘재활스포츠 지도사 교육생 모집’ 안내자막에 대해서는 행정지도인 ‘권고’를, 미혼 남녀의 명절 스트레스 원인 1위에 대한 퀴즈를 푸는 과정에서 출연자가 “종편만 보는 큰아버지… 거기 있잖아요. 종합적으로 편파적인 방송”이라고 언급하는 내용 등을 방송한 MBC 라디오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 쇼’에 대해서는 행정지도인 ‘의견제시’를 결정했다. 아울러 등장인물들이 전깃줄에 목을 매 죽어있는 장면, 나이프로 스스로 목을 긋거나 건물 옥상에서 투신하는 장면 등을 방송하고 이를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재방송한 KBS 2TV 드라마 ‘오늘의 탐정’, 출연자가 전통주를 마신 후 차량을 운전하는 장면을 방송한 원주MBC ‘살맛나는 세상’, 부동산정보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본인이 소속된 회사에서 중개하는 특정 부동산매물 정보를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내용을 방송한 SBS CNBC ‘부동산 투자자들’, 간접광고 상품인 크루즈 선박의 내‧외부를 보여주고 해당 선박의 규모‧시설‧서비스 등 특장점을 자막으로 고지한 tvN, XtvN ‘탐나는 크루즈’,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국방부가 ‘위수령’ 등 병력 출동 문제를 검토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JTBC ‘뉴스룸’에 대해서 각각 ‘의견진술’을 청취한 후 심의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권고’ 또는 ‘의견제시’는 방송심의 관련 규정 위반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 내려지는 ‘행정지도’로서, 심의위원 5인으로 구성되는 소위원회가 최종 의결하며, 해당 방송사에 대해 법적 불이익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반면, 방송심의 관련 규정 위반의 정도가 중대한 경우 내려지는 ‘과징금’ 또는 ‘법정제재’는 소위원회의 건의에 따라 심의위원 전원(9인)으로 구성되는 전체회의에서 최종 의결되며, 지상파·보도·종편․홈쇼핑PP 등이 과징금 또는 법정제재를 받는 경우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매년 수행하는 방송평가에서 감점을 받게 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나홀로 밤샘 작업’ 참변… 파견직 용균씨 곁엔 아무도 없었다

    ‘나홀로 밤샘 작업’ 참변… 파견직 용균씨 곁엔 아무도 없었다

    새벽 작업 중 연락두절 5시간 만에 발견 노조 “2인 1조 근무 요구 묵살당해 와” 8년간 추락·매몰 등 노동자 12명 숨져 비정규직 100인, 文대통령과 면담 요구“저는 오늘 동료를 또 잃었습니다.” 화력발전소 하청업체 입사 석 달도 안 된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가 발전소에서 혼자 일하다 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일 새벽 3시 20분쯤 충남 태안군 원북면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9, 10호기 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24)씨가 석탄 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과 동료 등에 따르면 김씨는 전날 오후 6시 발전소에 출근해 혼자 컨베이어벨트 점검 작업을 하다가 오후 10시쯤 과장과 통화한 후 연락이 두절됐다. 10시 35분쯤 폐쇄회로(CC)TV에 찍힌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과장과 팀원들은 5시간가량 지난 새벽에서야 숨진 김씨를 발견했다. 김씨는 오전 7시30분까지 근무 예정이었다.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은 컨베이벨트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김씨의 동료는 “지난 9월 17일 입사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인 친구였다”며 “2인 1조 근무 규정만 제대로 지켰다면 상황이 벌어졌을 때 긴급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이하 노조)는 안전 차원에서 2인 1조 근무 규정을 준수하라고 발전소 측에 요구해왔지만 비용 절감을 이유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노조에 따르면 2010년부터 이날까지 태안화력발전소에서만 하청 노동자 12명이 추락 및 매몰 등으로 사망했다.김씨의 시신이 안치된 태안의료원에서 유족과 노조는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김씨의 유족은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에 버금가는 사건”이라며 “위험의 외주화가 죽음의 외주화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인에 대한 추모와 더불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투쟁을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물넷 청년의 참혹한 죽음은 이날 ‘비정규직 그만쓰개 공동투쟁단’ 소속 비정규직 대표자 100인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고자 개최한 기자회견을 통해 알려졌다. 숨진 김씨 또한 생전에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라는 팻말을 들고 인증샷을 찍으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화력발전소 20년차 비정규직 노동자 이태성씨는 기자회견에서 김씨의 죽음을 언급하며 “꽃다운 젊은 청춘이 석탄을 이송하는 설비에 끼여 머리가 분리돼 사망했다”며 흐느꼈다. 이씨는 “지난 10월 18일 국정감사에서 ‘정규직 안 해도 좋다’고, ‘더 이상 죽지만 않게 해 달라’고 말했는데도 오늘 또 동료를 잃었다”며 울먹였다. 이씨의 발언에 단상에 함께 오른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눈물을 쏟았다. KT 상용직 비정규직 노동자 김철수씨는 “차에 치여 맨홀 속으로 떨어진 동료를 제 손으로 밧줄을 채워 끌어올려 병원으로 데려갔다”면서 “동료의 손을 계속 주무르며 병원으로 향했는데 병원에선 ‘이미 현장 즉사’라는 판정을 내렸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어 “동료의 장례를 내 손으로 치른 뒤 그 맨홀에서 다시 일을 했다”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업체들은 (우리가) 변호사를 고용하고 나서야 뒤늦게 산업재해를 인정했다”고 자신의 경험을 돌이켰다. 비정규직 100인 대표에는 화물운송 노동자, 자동차판매 노동자, 기간제 교사, 방송드라마 스태프, 환경미화원, 대학 비정규 강사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기울어진 비정규직 노동 현장의 현실을 가감없이 전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은 청와대로 초대했고, 자영업체와 중소기업체 사장은 서울 광화문의 한 호프집으로 불렀다”며 “청와대든 광화문광장이든 TV토론이든 어디서든 좋으니 비정규직 대표와도 한번 만나자”고 면담을 거듭 촉구했다. 또 불법파견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과 사용자 처벌, 공공부문의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노조법 2조 개정과 파견법·기간제법 폐기 등을 요구했다. 오는 21일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모아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이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MB 정부 ‘인권위 블랙리스트’ 있었다

    MB 정부 ‘인권위 블랙리스트’ 있었다

    李 전 대통령 등 관계자 檢수사 의뢰 장애인 인권활동가 사망 책임도 인정 당시 靑 비서관 “같이 갈 수 없는 사람” 인권위 진보성향 10여명 인사에 관여국가인권위원회가 이명박(MB)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인권위에 진보 성향 인사 등 요주의 인물을 지목한 ‘블랙리스트’를 전달한 것을 확인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하기로 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과거 인권위가 정부의 압력에 침묵하고 독립성을 스스로 유기한 것에 대해 전격 사과했다. 인권위는 11일 ‘혁신위 권고 진상조사 결과 발표 및 대국민 사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MB 정부 청와대가 특정 인사를 축출하거나 불이익을 주기 위해 작성한 블랙리스트 등을 통해 인권위에 개입했으며 장애인 인권활동가 우동민씨 사망 사건에 인권위 책임이 일부 있다는 내용이 담긴 진상조사 보고서를 최종 의결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조만간 인권위 직원 블랙리스트 사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인권위 내부 규정 개선 및 직원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 1월 인권위 혁신위원회는 과거사 청산을 위해 두 사건을 진상조사하고 이를 보고서로 공표하라고 권고했다. 과거사 청산을 위해 두 사건을 진상규명하라는 인권위 혁신위원회의 권고를 받은 인권위는 지난 7월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진상조사위를 꾸려 약 4개월간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인권위는 청와대가 2009년 인권위에 직접 전달한 명단을 비롯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2008년 경찰청 현안 참고자료 청와대 보고문건’과 ‘2010년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 업무계획 보고문건’ 등 3개 블랙리스트로 인권위 인사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2009년 10월 현모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은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김옥신 당시 사무총장에게 ‘이명박 정부와 도저히 같이 갈 수 없는 사람’이라며 10여명의 인사기록 카드를 전달했다. 이 명단에는 촛불집회 당시 직권조사 담당조사관이었던 김모 사무관 등 진보 성향의 직원들이 포함됐다. 결과적으로 이 중 4명은 인권위를 떠났다. 이명박 정부의 인권위 개입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진행되면서 본격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안경환 인권위원장은 경찰 진압 방식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인권지킴이 현장점검을 통해 경찰에 과잉진압 우려를 전달하는 등 정부의 인권 침해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2008년 6월 인권위는 창립 이후 처음으로 감사원의 직무 감사를 받았다. 또 그 결과를 근거로 조직이 전체 정원 대비 21.2% 축소됐다. 이 과정에서 당시 진보 성향 시민단체 출신의 별정·계약직 등 44명이 직장을 잃었다. 이듬해 인권 관련 경력이 없는 법학자 출신 현병철 교수가 인권위원장으로 위촉됐다. 블랙리스트가 전달된 것은 이즈음이다. 또 인권위는 우씨 사망 사건과 관련한 인권 침해 책임을 인정했다. 우씨는 2010년 11~12월 장애인 인권운동가들의 인권위 점거농성에 참여했다가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후송됐고, 이듬해 1월 폐렴으로 인한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숨졌다. 농성 당시 인권위는 활동보조인의 출입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난방과 전기 공급을 끊기도 했다. 이날 최 위원장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지난 10년간의 퇴보를 만회하고 인권 파수꾼의 역할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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