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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갑제 “촛불집회 참가자는 정신이상자들”

    조갑제 “촛불집회 참가자는 정신이상자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좌파의 선동에 놀아난 바보·천치·정신이상자들” 대표적 보수 논객인 조갑제(전 월간조선 대표)씨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법질서수호-FTA비준촉구 국민대회’에서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강하게 비판해 논란이 되고 있다. 뷰스앤뉴스 등 언론에 따르면 조씨는 이날 대회에서 마지막 연사로 나서 “서울광장 안과 밖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말한 뒤 “안에는 좌파의 거짓 선동에 속지 않은 애국시민이 있고,밖에는 선동에 놀아나는 바보·천치·정신이상자들이 모여 부끄러운 줄은 아는지 밤에만 설치는 족속들이 지켜보고 있다.”며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당시 서울광장에서는 조씨가 참석한 행사가 한창이었고,경찰 저지선 너머 외곽에는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는 지난 6일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6·6 난동자들’이라고 규정하며 “이들이 현충일에 서울을 무법천지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촛불집회 참가자들을)‘호로자식들’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내 입이 더러워질까봐 말 안 한다.”고 거친 비난을 이어갔다. 조 대표는 또 가족 단위로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을 겨냥,“거짓을 가르치는 어린이 영혼 추행범”이라는 거친 표현도 서슴치 않았다. 그는 이어 MBC와 KBS에 대해서도 “기자생활을 38년간 하면서 MBC 기자 같이 악랄한 날조방송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며 “MBC와 KBS는 선동기관이다.이들에게 언론자유를 줘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 투쟁의 방향을 옮겨 날을 잡고 MBC 앞으로 몰려가자.”며 “MBC의 엄기영,KBS의 정연주는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명박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그래도 우리가 뽑은 민주정권이니 지켜야 한다.”면서도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진실을 지키지 못하고 밀려 이제 우리의 자유와 재산을 빼앗길 정도가 됐다.”고 좌충우돌했다. 연설 후 조씨는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을 사용하라’,‘국군은 국토방위와 헌법보장의 의무 수행에 나서라’,‘학부모는 어린이 영혼 추행범을 색출하라’는 등의 14개 요구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날 그의 발언의 대부분은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사이트인 조갑제닷컴(http://www.chogabje.com/)에서 일관되게 주장해온 내용들이다.현재 이 사이트에는 ‘이런 짓을 하고도 MBC가 무사하겠는가?’ 등 광우병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촛불집회를 규탄하는 칼럼과 기사들이 다수 실려있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6·10 촛불집회] 내각·靑 교체 대폭? 중폭?

    [6·10 촛불집회] 내각·靑 교체 대폭? 중폭?

    24명이 사표를 썼다. 정부에서는 한승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15명 전원이, 청와대에서는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 6명, 그리고 대변인이 사의를 밝혔다. 이명박 정부 자체다. 취임 107일 만에 이명박 대통령은 어느 전임도 디뎌 보지 못한 바닥에 섰다. 서울광장과 세종로 사거리, 광화문 앞을 성난 시위대가 뒤덮은 10일 이 대통령은 각료와 참모의 이름을 다시 써넣어야 할 백지를 펼쳐 들었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주례보고를 통해 내각 일괄사의를 밝힌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했다고 청와대가 밝힌 당부는 딱 한 가지다.“(촛불시위에서) 만의 하나 다치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였다. 사의를 밝힌 한 총리에게 다른 위로나 당부를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동관 대변인은 이 한 가지만 공개했다. 거리의 시민들이 상징하는 민심 앞에서 달리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는 심경이 읽힌다. 쇠고기 파동은 정점에 서 있다. 쇠고기로 끝나느냐, 아니면 반정부 투쟁과 반미 시위로 번져 가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이 대통령에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13일 효순·미선양 6주기,6·15공동선언 8주년을 고비로 반정부 투쟁으로 번져가기 전에 촛불을 꺼야 한다. 쓸 수 있는 ‘소화기’는 다 동원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카드는 크게 세 가지 정도다. 인적 쇄신으로 표현되는 정부 새틀짜기와 여야·정부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국정 시스템 개편, 그리고 이른바 소통 부재로 비판받는 ‘이명박 리더십’의 개선이다. 이 틀 속에 대운하 공약의 궤도 수정이 담길 수도 있다. 인적 쇄신을 놓고 이 대통령은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박미석 전 사회정책수석 자리를 비워둔 것만 40일째인 이 대통령이다. 한 사람 바꾸는 게 쉬울 리 없다. 청와대 밖에서는 한 총리와 류 실장을 함께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그러나 청와대 안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은 대대적인 교체를 주장한다. 반면 박재완 정무수석, 이동관 대변인 등은 국정 공백을 내세워 신중한 교체를 주장한다.9일 이 대통령을 면담한 친형 이상득 의원은 “대통령이 한 총리와 류 실장 모두를 교체할 생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측근인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이 몇 시간 뒤에 교체될 줄 미처 몰랐던 걸 보면 이들의 운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한 총리와 류 실장을 모두 교체하되 각료 교체는 최소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징성은 극대화하면서 정부 동요는 최소화하는 포석이다. 총리를 먼저 경질한 뒤 신임 총리를 임명할 때까지 장관 경질을 다소 늦추면서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개편을 먼저 단행할 수도 있다. 정두언-박영준 파문에서 드러났듯 청와대 내부의 알력이 우선 정리돼야 정부의 틀을 새로 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과의 쇠고기 추가협의가 윤곽을 드러낼 12,13일쯤 이 대통령은 쇠고기 수입 보완대책과 함께 당·정·청을 새롭게 운영할 국정 시스템 개선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 쇠고기 파동을 교훈 삼아 보다 민의를 적극 수렴하는 쪽으로 개선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물론 지금까지 자신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일방통행식 리더십을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으로 바꿔 나가겠다는 의지도 담을 것으로 보인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6·10 촛불집회] 386 사진기자가 본 ‘6·10 현장’

    [6·10 촛불집회] 386 사진기자가 본 ‘6·10 현장’

    “6월10일, 가자! 시청으로!” 기억 저편으로 아득히 멀어졌던 구호가 21년 만에 거짓말처럼 부활했다. 그것도 그때 그날처럼 뜨거운 서울시청 앞 아스팔트 위에서 말이다. 광장을 가득 메운 수만명의 입에서 일제히 “정권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솟구쳐 나와 날카롭게 울려 퍼진다. 낡은 테이프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가까스로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왔는데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느낌이다. 세월이 그리 흘렀건만 대학 초년생으로 돌아간 착각에 빠져든다. 다시 이런 광경을 보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하지 않았던가. 씁쓸하고 허탈하다. 바뀐 게 있다면 21년 전 학생 신분으로 정권퇴진을 요구하며 이 자리에 서 있었던 내가 지금은 기자의 신분으로 집회 참가자의 한가운데 서 있다는 것이다. 카메라 두 대를 양쪽 어깨에 메고 취재용 사다리에 올라서서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천천히 내려다본다. 냉정함을 잃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왜 이렇게 가슴이 쿵쾅거리는지 모르겠다.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라앉혀 본다. 군중의 커다란 함성이 귀에서 멀어지면서 그들의 표정과 주장이 눈에 들어온다. 쇠고기협상 타결 이후 계속된 몇주간의 축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비장함과 분노가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의 얼굴에 서려 있다. 문득 87년 오늘 서울시청 일대를 뒤덮었던 학생들, 넥타이를 매고 거리로 나온 회사원들의 얼굴이 겹쳐진다. 대통령 직선제 요구와 쇠고기 재협상 요구가 어떻게 격이 같을까 반문해 본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민의를 거스르는 대통령과 정부 당국의 오만과 독선이 너무도 닮아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는다. 최근 일련의 사태가 폭력과 파국으로 치닫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 본다. 최루탄, 화염병, 돌멩이 같은 기억하기 싫은 모습들이 재연된다면 그건 비극이다. 흔히 386이라고 일컬어지는 세대 중 기자처럼 간이 작은 사람들은 살면서 한두 번쯤은 그때 그 최루탄과 백골단의 폭력에 가위눌려 본 이들이 있으리라. 고백하건대 당시 카메라를 들고 폭력의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은 내게는 든든한 힘이었다. 순진한 생각이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기자들이 옆에 있으면 폭력적인 공권력도 주춤했다고 생각했다. 언론이 옆에 있었기에 두려움이 사그라들고 힘이 났었다. 이제 세월이 흘러 또다시 한목소리를 내는 국민들 옆에 카메라를 들고 내가 서 있다. 나는 이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을까? hojeong@seoul.co.kr
  • [6·10 촛불집회] 내각 총사퇴로 본 여권 권력다툼 2R

    청와대와 내각의 일괄 사의 표명으로 여권 권력구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구심점으로 한 ‘주류 중의 주류’ 친이(친이명박) 온건파가 당내 이명박 직계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정두언 의원의 직격탄을 맞고 비틀대는 양상이다. 특히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 등 이 전 부의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인적 쇄신의 표적으로 부상, 사표를 제출한 것은 이 전 부의장의 당내 입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친이 강경파는 지난 3월 공천과정에서 남경필·정두언 의원 등을 앞세워 이 전 부의장의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다가 치명상을 입었지만 이번 싸움에서는 청와대와 내각 일괄 사의 표명을 이끌어내는 등 외관상 주도권을 쥔 양상이다. 내심 이번 기회에 청와대와 정부는 물론이고 당내 인적 쇄신작업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경파의 한 의원은 10일 “처음부터 다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청와대와 내각은 물론이고 당도 대대적인 쇄신을 보여 주지 않으면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친이 온건파는 여론 동향을 주시하는 동시에 이 대통령의 선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여권의 권력지형이 달라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정 의원이나 이 전 부의장이 입을 굳게 다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온건파의 한 의원은 “문제는 누구나 제기할 수 있고, 비판은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책임감”이라며 “집권 여당 의원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이 여론에 편승해 비판만 하는 사람들에게 국정과 당정을 맡길 수 있겠느냐.”고 반격했다. 친이 강경파와 온건파의 다툼은 이 대통령의 다음 인선과 오는 7월 전당대회를 통해 다시 한번 판가름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전 부의장과 함께 온건파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이 차기 당권을 잡을 경우, 사실상 이 대통령의 정치 특보 역할까지 담당하는 당 대표 이상의 역할이 예상된다. 박 전 부의장은 이상득 전 부의장이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과 함께 원로그룹으로서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적지 않은 조언을 해왔다. 실제 이 전 부의장과 최 위원장은 9일 아침 청와대 안가에서 이 대통령과 조찬을 함께 하며 시국 수습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이 전 부의장의 입지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앞으로도 적잖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측근 의원은 “당내 세력구도를 감안할 때 이 전 부의장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을 경우 걷잡을 수 없는 대립과 갈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구도”라며 “어떤 형태로든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6·10 촛불집회] 안치환 “40대에 촛불은 낯선 큰 감동”

    [6·10 촛불집회] 안치환 “40대에 촛불은 낯선 큰 감동”

    쇠고기 파동 이후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인 10일 오후 7시50분. 가수 안치환(42)이 서울 태평로에 마련된 무대에 오르자 일제히 박수와 함성이 터졌다. 그는 이날 광우병을 소재로 한 시민의 글에 직접 곡을 붙인 ‘유언’이란 노래와 자신의 대표곡 ‘자유’ 등을 열창했다. “노래란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잇는 정서적인 무기라고 할 수 있는데, 다양한 세대가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부족한 것 같았어요. 그래서 ‘유언’을 만들었고, 촛불을 함께 지키고자 하는 가수의 한 사람으로서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룹 ‘노래를 찾는 사람들’ 출신으로 ‘솔아! 푸르른 솔아’‘광야에서’ 등의 노래로 1987년 6·10 항쟁을 이끌었던 안치환. 대표적인 386세대인 그에게도 이번 촛불문화제는 낯선 경험이었다. “우리 때 시위는 돌과 화염병이 날아다니고 깃발이 나부끼는 엄숙한 것이었죠. 하지만 요즘은 하나의 축제 같다고 할까요. 처음엔 길거리를 ‘놀이터’삼아 노는 듯한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았지만, 이내 전세대와 전계층이 함께하는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왔어요.” 요즘 시위 참가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같은 민중가요는 사실 그에게 사뭇 새롭게 느껴진다.“기존의 민중가요들이 비장미를 강조해 경직된 분위기를 풍겼다면, 요즘엔 가사도 발랄해지고 멜로디도 훨씬 경쾌해졌어요. 본래 민중가요는 ‘아리랑’처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대중가요적인 성격을 띠는 만큼 꼭 무거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지난해 6·10항쟁 20주년을 맞아 386세대를 초청해 그들을 격려하는 콘서트를 열었던 그는 올해는 거꾸로 ‘100만 촛불대행진’에 시민들의 초대를 받아 무대에 올랐다.“지난 20주년때는 386들이 욕도 많이 먹고,6월항쟁의 정신이 퇴색된 듯해 절망감도 컸죠.1년만에 상황이 이렇게 바뀐 것이 참 아이러니해요. 하지만 이번 촛불집회를 6·10 정신이라는 큰 흐름의 일부로 봐야지 6·10의 의미와 무조건 동일시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옛 히트곡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늘 새롭게 거듭나는 모습으로 세상과 유리되지 않는 가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는 이번 촛불문화제에서 영감을 얻어 노래 한곡을 더 썼다.‘삶이여, 감사합니다’라는 곡이다. 주춤거리는 386을 비롯한 기성세대에게 새로운 연대와 소통의 의미를 알게 해준 젊은 세대에 대한 일종의 ‘헌사’ 같은 노래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6·10 촛불집회] ‘민주화 동창회’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90학번 조모(38)씨는 10일 밤 1990년대 초반 학생운동을 함께 했던 친구 35명과 10여년 만에 광화문에서 만났다. 대학 때 단과대 학생회장을 지낸 조씨는 이 친구들과 1991년 강경대군 치사 사건으로 촉발된 이른바 ‘열사 정국’을 보냈다. 이후 ‘민주동호회’라는 걸 만들었지만 사는 데 바빠 자주 모이지 못했다. 조씨 일행은 촛불을 들고 민주화운동의 추억을 나눴다.“이번 촛불집회가 뿔뿔이 흩어졌던 친구들을 한자리에 모아줬습니다. 죽을 각오로 거리로 나섰던 동지들을 만나니 가슴이 벅찹니다.” 6·10 항쟁 21주년을 맞아 ‘100만 촛불대행진’이 열린 광화문 곳곳에서는 ‘민주화 동창회’가 열렸다.△△대학 민주동호회,△△학과 87학번 모임,△△노조 동지모임 등 동창회를 알리는 깃발도 많았다. 87년 6월 당시 민주항쟁 지도부였던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국본)를 비롯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유가협),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박종철기념사업회 등 각종 민주화 단체들도 대거 촛불을 들었다. 과거 목에 핏대를 세우며 군사정권을 규탄하던 친구들이 이젠 아이들을 둔 평범한 직장인들이 됐다. 중년에 접어들어 머리가 벗겨지거나 뱃살이 출렁이는 친구들도 있었다. 6월 항쟁의 주역들과 386세대 넥타이부대는 ‘젊은 촛불들이여, 미안하고 고맙구나. 늦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우리들의 배후가 너희였구나.’등의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전 국본 집행부)는 “이번 촛불집회를 계기로 그동안 못 봤던 제자들이나 민주인사 등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면서 “그들과 예전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금 촛불행진에 나선 대한민국 국민이 다시 한 번 훌륭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6·10 촛불집회] 박원석 대책회의 상황실장 동행기

    [6·10 촛불집회] 박원석 대책회의 상황실장 동행기

    연일 계속되는 촛불문화제 현장과 기자회견 화면 등을 통해 누구나 한번쯤 봤을 법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박원석(38) 공동상황실장. 촛불문화제가 이처럼 커지게 된 데는 그의 힘도 컸다. 지난달 6일 국민대책회의가 발족된 뒤 박 실장은 ‘한·미 쇠고기 수입 재협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100만 촛불대행진’이 열린 10일 박 실장의 하루를 따라가 봤다. ●오전 7시30분 ‘100만 촛불대행진’의 날이 밝았다. 매일 새벽 3시가 넘어서야 귀가하는 박 실장은 7시30분에 일어났다.3시간 남짓밖에 못 잤지만, 긴장한 탓인지 몸은 금세 졸음을 떨쳐냈다. 지난 9일 아침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이 끝난 9일 새벽, 그는 아침 6시에 라디오 인터뷰를 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5일부터 8일까지 한숨도 못 잤던 박 실장은 잠깐 눈을 붙인다는 게 전화벨 소리도 듣지 못할 정도로 깊은 잠에 빠졌다. 다행히 다른 실무자가 인터뷰를 대신해 방송사고를 면했다. ●오전 9시 박 실장이 종로구 통인동 국민대책회의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는 우선 행사 준비를 위해 밤을 꼬박 새운 실무자들을 깨웠다. 자리에 앉은 지 5분이나 지났을까. 신문사와 방송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밀려들었다. 경찰이 광화문 주변을 컨테이너로 막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요즘 경찰이 청와대 지키느라 음주단속할 여력도 없다고 하던데, 국민들의 의사표현을 막으며 대낮부터 교통을 혼잡하게 하는 것은 과도한 국비낭비 아닙니까.” ●오전 11시50분 회의가 시작됐다. 국민대책회의는 기획팀, 자원봉사팀, 인터넷팀, 조직팀, 홍보팀, 그외 각 시민사회단체 실무자들로 구성돼 있다. 박 실장은 실무진 20여명과 언론 보도와 인터넷 여론을 체크했다. 주로 촛불집회와 국민대책회의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촛불대행진을 어떻게 꾸릴지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고루 들을 수 있도록 자유발언자 섭외를 놓고 심도 있게 토론했다. 의견대립이 생겨 회의 참석자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졌다. 의견조율은 박 실장의 몫이었다. 점심식사 시간에도 촛불문화제 얘기만 오갔다. ●오후 2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며 분신 자살한 이병렬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박 실장이 유족들에게 “모든 장례 절차를 책임지겠다.”고 약속하자 유족들은 연신 “고맙다.”며 박 실장의 손을 꼭 잡았다. 박 실장의 눈시울이 젖었다. 오후 4시가 되자 박 실장은 광화문으로 향했다. 벌써 많은 시민들이 나와 있었다. ●오후 7시 드디어 촛불문화제가 시작됐다. 박 실장은 심호흡을 크게 한 뒤 무대에 올랐다. 구름처럼 모인 시민들의 끝이 안 보일 정도다.“시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21년 전 6·10항쟁의 기운으로 오늘 기어이 정부의 재협상 발표를 끌어 냅시다.” 다양한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촛불은 강물로 흘렀고, 들불로 타올랐다. “국민들의 높은 민주의식과 열망을 느끼며 매일 감동했어요. 대학 졸업 후 계속 시민사회운동을 해 왔지만 시민의 잠재력이 이렇게 큰 줄은 몰랐거든요. 민주주의의 큰 흐름을 다시 일궈낸 2008년 6월10일을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6·10 촛불집회] 각 부처 전전긍긍

    한승수 총리가 10일 내각 일괄사의를 표명하자 “올 것이 왔다.”며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의 경질이 예고된 상황이어서 이 부처들은 침통해하면서도 후속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등 교체와 유임이 엇갈리는 부처는 장관의 불투명한 거취에 일손마저 놓고 있다. 반면 ‘쇠고기 파동’과 직접 관계가 없는 행정안전부 등은 장관 재신임을 확신하며 안도하는 모습이다. ●농식품·복지부 “올 것이 왔다” 담담 농식품부는 내각 총사퇴와 관계없이 정 장관의 경질이 굳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개각이 사실 문책성 경질이라는 점에서 쇠고기 협상을 주도했던 장관 이하 실무진도 불똥이 튈까 긴장하고 있다. 한 공무원은 “쇠고기협상이 이런 지경까지 이르니 착잡할 뿐”이라면서 “추가협의 등 사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김 장관이 경질 대상으로 공공연히 거론돼온 만큼 담담해하고 있다. 하지만 쇠고기 파문의 직접 책임자도 아닌 김 장관이 산적한 현안을 놓고 물러난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분위기도 있다. 벌써부터 김 장관의 후임으로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이 내정단계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나오자 후임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과부는 쇠고기 파동과 직접 연관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국가예산 모교지원 논란이 터져나온 터라 김 장관의 경질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가 예산 모교지원이 국민의 오해와 질타를 받을 일이지만 장관이 물러날 정도로 정책적 판단을 잘못한 것은 아니다.”면서 “김 장관이 쇠고기 정국에서 희생양이 된 것 같다.”는 반응도 있다. ●교체 불확실한 재정·외교부 긴장 개각 폭이 예상외로 커지면서 강만수 기획재경부 장관도 교체설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재정부는 경제정책의 수장인 강 장관의 경우 어려워진 국내 경제 상황에 일정부분 책임을 느끼고 있지만,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서라도 사의가 수리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쇠고기 협상의 주역인 외교부의 유 장관도 교체대상으로 포함돼 있다는 소식에 외교부는 긴장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북핵 현안, 일본·중국과의 현안처리 등 시급한 상황에서 교체될 가능성은 적은 것 아니냐.”며 유임설에 무게를 실었다. 반대가 심한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 정종환 장관의 교체를 통한 민심 달래기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국토해양부도 동요하고 있다. 부처종합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6·10 촛불집회] 숨죽인 한나라당

    미국산 쇠고기 파동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촛불집회가 열린 10일 한나라당은 숨을 죽이고 민심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를 지켜봤다. 당직자들은 비상 근무체제에 들어갔다.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가 어떻게 될지, 촛불집회가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질지가 이날 집회 분위기에 달렸다는 판단 때문이다. 과격시위 모습이 나타나거나 집회가 정권퇴진 집회로 완전히 변하는 게 한나라당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늘은 우리 당에서 비상근무하는 날”이라면서 “오늘 밤늦도록 당직자들은 자리를 지키고 시위상황을 개별 점검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화물연대 파업이 개시되면 물류대란이 온다.7월 초부터 비정규직법이 중소기업에 확대 적용되기 때문에 비정규직 대란도 떠오를 수 있다.”며 정국 변수에 촉각을 기울였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야당이 시위 정국을 이용해 국민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데 일조해서는 안 된다.”면서 “야당은 6월 국회를 정상화해 고물가·고유가에 허덕이는 서민들에게 조속히 혜택이 갈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스스로는 “열린 마음으로 야당을 대하고, 야당과 모든 가능성을 열고 대화를 나누겠다.”고 다짐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6·10항쟁 21주년 논평에서 “6·10 그날의 민주화 함성과 열망으로 이 땅의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는 계기가 됐다.”면서 “단순히 당시 권위주의 체제를 무너뜨린 국민적 저항을 넘어 민주주의를 위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역사였다.”고 평가했다. 조 대변인은 “하지만 민생고로 피폐해져 가는 서민의 삶마저 무시하고 있는 야당의 길거리 정치는 6·10 정신을 거부하는 것”이라면서 “민주주의 수호와 발전을 위했던 6·10항쟁 정신은 절대로 야당의 명분 없는 장외투쟁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한편으로 한나라당은 대규모 집회 등에 관심이 집중된 이 시기 동안 국정쇄신 방향을 완성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화물연대 등과의 조율을 계속 시도하고, 친박(친 박근혜) 인사들의 복당 심사를 서두르는 것도 이런 각오의 표현으로 풀이됐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6·10 촛불집회] 착잡한 청와대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10일 한승수 국무총리와 각료 전원이 일괄 사의를 밝히자 청와대 관계자들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예상됐고, 예정된 수순이라고는 하지만 출범 107일 만에 정부 각료와 청와대 참모들이 몽땅 사표를 내는 상황이 현실이 되자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비서관급 이상의 상당수 인사들은 아예 기자들과의 전화통화조차 피했다. 한 관계자는 “더 나빠질 수조차 없는 상황 아니냐. 어쩌다 여기까지 이르게 됐는지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으로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국민에게 송구스럽다는 것 외에 할 말이 없다. 유구무언이다. 그저 상황이 빨리 수습되기만 바랄 뿐이다.”고 했다. 입을 굳게 다물기는 이명박 대통령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쇠고기 파동이 확산된 뒤로 이 대통령의 얼굴은 한결 야위었다는 게 최근 이 대통령을 면담한 인사의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수석비서관들이 일괄사의를 표명한 뒤로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해 일상적인 회의는 계속하고 있지만 전처럼 활발한 대화는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도 향후 인적 쇄신을 둘러싼 신경전도 펼쳐지고 있다. 특히 류우익 대통령실장의 거취를 놓고 청와대 참모들 간에도 의견이 부딪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시론] 국민과 소통하는 쇠고기 대책 나와야/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시론] 국민과 소통하는 쇠고기 대책 나와야/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정부가 한·미 민간업계간 수출자율규제(VER)와 정부보증을 쇠고기 검역기준에 대한 재협상 요구 대안으로 미국측과 협의하고 있다. 그와 관련,WTO 규범 위반은 문제가 될 것 같지 않고, 민간업자의 수입품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자율규제 실효성의 관건인 것으로 생각된다. 한·미간 VER가 민간의 자율적 수출규제이고 정부가 관여하지 않으며, 제3국이 제소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점에서 WTO 규범에 위배될 것이 없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GATT 제11조 ‘수량제한의 일반적 철폐’를 위반할 수 있다는 점이 제기되고 있다.GATT 제11조는 수량제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질적인 측면은 위생 및 검역(SPS), 기술장벽(TBT)에 의해 주로 규율된다.1981∼1985년 미·일간 자동차 VER에서 보듯이 VER의 핵심 내용은 수출물량의 연간 상한선이다.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이 금지되므로 넓은 의미의 수량제한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민간 자율규제에 수출입 수량을 제한하는 내용은 전혀 없으며 쇠고기의 질적인 측면이 논의의 핵심이 된다는 점에서 VER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GATT 제11조 2조b항은 ‘국제무역에 있어서 상품의 분류, 등급 부여, 판매를 위한 표준 또는 규정의 적용에 필요한 수입·수출의 금지 또는 제한’을 수량제한의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현재의 쟁점은 쇠고기 수입 자체를 막자는 것이 아니고 광우병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30개월 이상된 쇠고기 수입 아닌가. 즉 쇠고기의 등급 문제이고, 소비자 안전을 높이기 위한 상품의 분류 문제로 볼 수 있다. 유사한 경우로 말레이시아 등이 제소했던 ‘새우-바다거북’ WTO 판례를 검토해 볼 수 있으나, 미국이나 제3국이 자율규제를 제소할 가능성이 없으므로 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이번 자율규제를 수출량 한도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VER로 불러서는 안 되며, 명칭을 붙인다면 ‘수입품의 질적 관리(ISM)’가 적당할 것으로 생각한다. 수출입 물량 확인만으로 협정준수 여부가 판단되는 VER와는 달리,30개월 이상된 쇠고기 수입 자율규제 준수가 용이하지 않을 것이다. 즉, 민간 자율규제이므로 수입해도 처벌할 수 없고, 명단을 공개하더라도 폐업 후 다른 법인을 세워 수입하는 것을 차단하기 어렵다. 수입상을 허가제로 전환하는 것 역시 대형업체의 기득권보호 비판 우려가 있으며,WTO 및 한·미 FTA와 배치될 수 있다. 민간업자의 자율규제 노력도 의미가 있으나, 여기에다가 30개월 이상된 쇠고기 수입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즉, 쇠고기 수입품에 붙는 기존 관세세번(HS)에다가 30개월 이상된 쇠고기를 세분화하고, 수입시 관세세번 보고의무 위반에 대한 벌칙을 강화할 경우,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높이며 허위수입을 방지하는 확실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자율규제 합의로 쇠고기 검역이 재개되더라도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다. 경미한 위반이라도 발생하면 지금과 같은 촛불집회가 재현될 것이고, 검역은 물론이고 한·미 FTA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대응으로 이번 정국의 난맥상만 풀면 된다는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 특히 농업·통상 정책은 국민과 소통하는 가운데 추진되어야 하고, 통상정책을 체계적으로 검토 및 이행하는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 촛불 물결 ‘국민주권’ 외치다

    촛불 물결 ‘국민주권’ 외치다

    21년 만에 다시 광장이 열렸다.6·10 민주화항쟁 이후 처음으로 수십만명 규모로 모인 시민들이 광화문 일대에서 ‘신(新) 6·10항쟁’의 장을 열었다.‘독재 타도, 호헌 철폐’라는 거대 민주화정치 담론에서 ‘쇠고기 고시 철회, 대운하 반대’ 등 미시 생활정치 담론으로 바뀌었을 뿐, 정권의 부당함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는 시민들의 ‘국민주권적’ 열정은 그대로였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이날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개최한 ‘고시철회·즉각 재협상·국민무시 이명박 정권 심판 100만 촛불대행진’에는 이번 촛불집회 최대 인파인 50만명(경찰 추산 10만 5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다. 지난달 2일 이후 34번째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대학생과 넥타이 부대, 유모차를 끈 가족 단위 참가자들과 대학 시절 함께 민주화 운동을 했던 중년 세대까지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참여해 태평로를 가득 메웠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뒤 두 갈래로 나뉘어 종로와 서대문 일대에서 거리행진을 벌였다. 부산 서면 주디스태화 앞에서도 3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였으며 일부는 삼보일배 행진을 벌였다. 광주 금남로에도 6만여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으며 전주와 대구, 울산, 창원, 강원, 충남 등 전국 79개 지역에서도 일제히 촛불이 켜졌다. 그동안의 6·10항쟁 기념일과 비교해 이날 ‘신 6·10항쟁’의 의미는 달랐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정부가 한달 넘게 제기된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오만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시민들은 6·10항쟁 기념일을 맞아 생활정치라는 미시적인 민주주의의 목표를 광장의 목소리를 통해 실현하기 위해 모이게 됐다.”고 진단했다. 중앙대 진중권 겸임 교수는 “지난 정권 때까진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해서만 문제제기를 하면 됐던 시민들이 이명박 정권의 권위주의적 국정운영으로 인해 87년의 민주화 운동 성과였던 민주주의 원칙마저 잃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전국 모든 경찰관(제주 제외)들을 상황 종료까지 비상대기시키는 갑호비상령을 내리고 서울에만 221개 중대 2만여명, 전국 292개 중대 2만 5000여명의 병력을 동원했다. 하지만 광화문 일대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빈축을 샀다. 보수단체인 국민행동본부 회원 3000여명도 이날 오후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일부 촛불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신경전을 벌였지만 촛불의 물결에 묻혔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6·10 촛불집회] 주한 외국 특파원들의 시각

    [6·10 촛불집회] 주한 외국 특파원들의 시각

    ■커트 애신 미국의소리 특파원 “지속되는 응집력 놀라워 문화제형식 시위 인상적” 커트 애신 미국의소리(VOA) 서울특파원은 10일 촛불집회에 대해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될 줄 몰랐다.”면서 “매우 놀랍고, 인상적이다.”라고 말했다. ▶촛불집회가 한달이 넘었다. 취재하면서 무엇을 느꼈나. -한국에 온 지 3년반이 됐는데 이번처럼 오래 지속되고, 응집력이 강한 시위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우선 놀랍다. 비폭력을 지향하며, 평화적으로 시위를 진행하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인상적이다. 지난 6일 수많은 인파가 시청에서 광화문까지 도로를 꽉 메웠는데도 질서있게 행진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노래와 춤이 있는 문화제 형식의 시위 방식도 새롭다. 물대포가 쏟아지자 시위대가 ‘세탁비 물어내.’라고 응수하는 장면처럼 여유와 유머가 깃든 독특한 문화적 현상들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촛불집회가 열리게 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식품의 안전성은 어느 나라나 매우 민감한 문제다. 건강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우려가 촛불집회의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면에는 또 다른 문제의식이 담겨 있는 것 같다. 한국인 친구와 취재원에게 들은 얘기를 종합해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미국산 쇠고기 협상안에 서명했다는 사실이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 둘째는 한국이 일본, 중국 등 이웃 국가와 비교해 쇠고기 협상을 더 불리하게 했다는 인식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혀 국민 감정을 더욱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의 대응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의 의견을 듣지 않고 서둘러 일을 처리했던 이명박 정부가 촛불 시위로 국민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이제 국민의 뜻에 부응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 ▶촛불집회의 발단이 된 미국산 쇠고기수입 협상에 대한 의견은. -그 문제에 관해선 개인적인 의견을 얘기하지 않겠다. 다만 과학적으로 광우병의 위험이 이미 널리 알려진 상황에서 한국민들이 그 위험도에 비해 다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 외신 기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사태 해결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민주주의국가에서 국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이다. 한국 정부가 이 상황을 어떻게 조화롭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후쿠다 가나메 도쿄신문 특파원 “시위 나선 중·고생 보니 일본과 비교돼 부럽기도” 후쿠다 가나메 도쿄신문 서울특파원은 6·10 민주항쟁 21주년을 맞은 10일 한국은 지금 성숙하기 위한 시련 속에 있고 합의 시스템의 마련을 통해 사회 수준을 한 단계 높여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 시위를 취재해 온 소감은. -처음 중·고생들이 촛불 시위에 나선 것을 보고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일본 청소년들은 정치에 지나치게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달 24일부터 시위자들이 차도로 나가고 정치세력과 합쳐져 ‘전투적’이 되는 등 시위 성격이 바뀌면서 걱정스러운 마음이 더 커졌다. 어떻게 수습할지 어디가 끝인지 보이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시위 성격을 어떻게 보나. -이명박 대통령 집권 뒤 두드러진 상위하달식(top-down)방식의 결정과 정책 집행, 공공기업 개혁, 몰입식 영어교육 및 우월반 운영 등에 대한 젊은이와 관련자들의 불만이 일거에 터진 것이다. 이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도 원인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앞으로의 전망은. -시민들은 재협상을, 정부는 자율규제를 주장하면서 평행선을 긋고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재협상은 어렵다고 본다. 무엇을 위한 재협상인지 숨을 가다듬고 생각해 보자. 이명박 정부의 모든 것을 부정해야 되는 상황인지 등도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비슷한 상황이 일본에서 발생했더라면.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오기 전에 ‘국민의 대표’들이 이들의 불만과 문제점을 수렴해서 국회에서 논의의 장을 만들었을 것이다. 이 점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분명히 어떤 부분이 막혀 있다. 소통되지 못하고 있다. 정당이 기능하는가 하는 의문도 나온다. 여당 지지율이 추락했지만 야당이 지지율이 그리 높지 않은 것도 작동하지 못하는 한국 정치의 상황을 상징해 준다. ▶오늘은 6·10 시민운동 21주년이다. 서울광장은 지난 21년처럼 시위대로 가득 차 있다. -2008년 6월10일은 한국이 더 한 단계 성숙하기 위한 시련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21년 전에는 알기 쉽고 뚜렷한 전환의 방향, 나갈 방향이 확실했었다. 군사정권에서 민주화란 방향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복잡하고 진행될 방향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만큼 한국 사회도 다양해 졌다. 어떤 점에서 보나 이번 사건은 한국 민주주의와 사회 진전의 하나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으로 본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6·10 촛불집회]6월 항쟁 그날에… 전국이 뜨겁게 타오르다

    [6·10 촛불집회]6월 항쟁 그날에… 전국이 뜨겁게 타오르다

    2008년 6월10일과 1987년 6월10일.21년이란 긴 간극만큼이나 시대는 변했지만 서울광장에 모여 ‘민주주의’를 외치는 함성과 열망은 변한 게 없었다.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화보와 함께 돌아본다.
  • [특별기고-‘6·10촛불집회’에 부쳐] 대통령은 성의껏 들어라/한상진 서울대 사회학 교수

    한국 정치는 왜 이리도 험난한 대결의 연속인가. 6·10 항쟁 21주년을 맞이하여 많은 시민들은 이제 막 출범한 정권이 빠져드는 거대한 소용돌이와 위기의 끝이 어디인지 놀라움과 불안 속에 지켜보고 있다. 과거에 그랬듯이, 공권력과 시민의 대치 과정에서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고 감정이 더욱 격화되어 나라가 혼란에 빠지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난국을 수습하고 국론을 통합하는 탁월한 능력의 정치적 리더십, 소통의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현 집권세력에는 큰 재앙이 아닐 수 없고 국민에게도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전망이 흐린 이유는 문제를 최종 해결해야 할 대통령 자신이 이번 쇠고기 파동과 그 이후 상황전개의 정점에 있다는 점이다. 국민적 불신과 저항의 칼날이 대통령을 향하고 있는 셈이다. 집권초기에 이런 위기를 자초한 정부는 그동안 없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여러 원인이 있지만 나는 제도정치와 시민사회의 증가하는 균열에 주목하고 싶다. 민주화 20년, 특히 지난 10년 사이에 많은 금기와 성역들이 무너졌고 세계 최첨단의 인터넷 문화가 꽃을 피우면서 자유분방한 젊은 세대들이 대거 등장했다. 사회문화의 급격한 변동은 2002년 월드컵의 붉은 악마와 거리응원에서 모습을 드러낸 후 오늘의 촛불시위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제도정치의 행태는 아직도 고루하고 낡은 습속에 빠져 있다. 이른바 ‘실용’을 내건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이번 쇠고기 파동을 낡은 이념의 잣대로 보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이 문제는 진보·보수를 넘어서는 문제다. 위험사회에 직면하여 시민들이 이끄는 새로운 생명정치의 현장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 소중한 잠재력을 보지 못한 채 낡은 이념의 틀로 덧칠을 하려다 과거에는 상대를 좌파로 몰아 이득을 보았지만 이번에는 낭패를 당했다. 시민들이 유머와 풍자로 정부를 비웃고 있기 때문이다. 배후 세력을 거론하는 것도 과거 공안정치의 유물에 가까운 것이다. 진정한 실용정부라면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 그러나 실용을 내걸면서도 지난 10년을 ‘좌파’ 정부로 낙인찍어 모든 것을 부정하는 데서 출발하고자 했다. 여기에 모순과 단견이 있으며 치밀한 준비 없이 이념적으로 너무 빨리 질주하다가 많은 분야에서 빨간등이 켜진 상태가 되고 말았다. 되돌아보면,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소통의 어려움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좋은 정책을 가지고도 소통에 실패하여 평가를 받지 못했다. 물론 여기에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언론과의 갈등이 작용했다. 그러나 자신의 개혁의지가 옳고 선하며 정의롭다는 집권층의 신념이 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선과 악을 나누는 이런 이분법적 사고가 강하면 소통은 장애에 부딪친다. 이명박 정부는 어떠한가. 과거의 정부는 언론권력의 대명사로 거론되던 신문들과 대결하면서 소통의 어려움을 경험했다면, 오늘의 정부는 아예 이들 신문들의 눈높이로 세상을 보다가 민심을 수습하는 기회를 놓친 것이 아닌가. 세상의 변화를 누구보다 재빨리 간취해야 할 신문의 안테나가 이토록 무뎌진 것은 이명박 정부에 불행한 일이다. 이들이 정부를 난관에서 구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방치한 셈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통을 위해 남은 길은 하나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과 대화하는 것이다. 대화의 핵심은 상대의 말을 성의껏 듣는 것이다. 그래서 공통분모가 발견되고 이를 실천에 옮기면 난관이 해소되고 신뢰와 소통의 새로운 정치가 시작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의 각오로 대통령이 이 길을 열어야 한다.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 교수
  • [6·10 촛불집회] 엇갈린 野3당 행보

    [6·10 촛불집회] 엇갈린 野3당 행보

    ‘쇠고기 정국’의 최대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10일 통합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거리에서 총공세를 펼쳤다. 반면 자유선진당은 등원을 결정하고 다른 야당에 국회 복귀 동참을 촉구했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1987년 6월 시민들은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거리에서 싸웠고 승리를 쟁취했다.”면서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의 힘으로 재협상을 관철하려는 민주당의 의지를 실천하는 데 모든 역량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쇠고기 재협상 실현과 가축전염병예방법(이하 가축법) 개정 청원을 위한 국민서명운동본부 발대식’을 가진 뒤 서울시청 앞에서 시작된 ‘100만 촛불 대행진’에 합류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은 물론 당직자와 당원들이 대거 참석,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정점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민주당의 원내 복귀에 대한 고민은 더욱 커졌다.‘개원 거부’로 공조 체제를 구축해온 선진당이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회의를 열고 등원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박선영 대변인은 “선진당은 당초 쇠고기 재협상과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었다.”면서 “여당 내부에서도 재협상 요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고 내각 총사퇴도 어느 정도 수용되는 분위기라고 판단, 원내에서 재협상을 실질적으로 논의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통합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 3당도 같이 임해주길 희망한다.”고 언급해 조만간 야 3당과 이 문제를 협의할 것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대외적으로는 “재협상 없는 등원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10일 이후에는 장외투쟁 동력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에 가축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 참여를 촉구한 것을 두고, 개원을 요구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역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 외에도 국회로 돌아가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촛불문화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당장 장외에서 철수하는 것도 민주당으로서는 부담이다. 가축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서명 운동을 시작하면서 또 다른 형태의 ‘장외활동’ 카드를 꺼내든 것에는 이같은 민주당의 고민이 반영돼 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6·10 촛불집회] 韓총리, 경질설 나도는 장관과 티타임

    [6·10 촛불집회] 韓총리, 경질설 나도는 장관과 티타임

    한승수 국무총리가 10일 내각 일괄사의를 표명한 것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 직후였다. 한 총리는 오전 8시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후 10시30분 청와대로 건너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주례보고를 했다. 한 총리는 주례보고 자리에서 이 대통령을 단독으로 만나 40분간 면담을 했다. 한 총리는 고유가 민생 대책, 화물연대 총파업 등 현안과 이날 세종로에서 개최되는 6·10민주화항쟁 기념 촛불집회 대책 상황 등에 대해 보고한 뒤 이 대통령에게 내각 일괄사의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 “촛불시위 안전 최우선” 이 대통령은 “오늘 촛불 시위는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만에 하나 다치는 사람이 나오는 등의 불상사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변인은 “촛불집회는 규모도 대규모지만 뜻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집회를 하는 이례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서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뜻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내각 일괄 사의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을 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당초 내각 총사의는 당초 국무회의에서 한 총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점쳐졌었다. 그러나 한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현안 보고와 안건 의결만 처리한 뒤 내각 사의의 뜻을 모으지는 않았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다만 한 총리는 국무회의 직후 총리 집무실에서 몇몇 국무위원들과 티타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 등 사퇴설이 오가는 장관을 포함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이상희 국방부,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등 주요 부처 장관들이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는 이 자리에서 국무위원들과 사의표명에 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보인다. 문화관광부 신재민 제2차관은 국무회의 뒤 브리핑에서 “내각 사퇴 관련 논의는 국무회의에서 일절 없었다.”면서 “그동안 총리와 장관들 간의 사의표명 관련 논의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 차관은 이어 “대통령 주례보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해 주례보고에서 일괄 사의 표명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당분간 집무 그대로 일단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15명이 전원 사의를 표명했지만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 마찬가지로 당분간 현재처럼 출근을 하면서 집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기를 언제까지라고 못 박을 수는 없지만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 현 직위에서 일을 해야 한다.”면서 “현재로서는 국무회의에도 변함없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무회의는 국무위원의 과반수인 8명이 넘어야 회의를 열 수 있는 요건을 갖춘다. 임창용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6·10 촛불집회] 미·일 전문가가 본 촛불집회

    [6·10 촛불집회] 미·일 전문가가 본 촛불집회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연구원 “시위 지속땐 외국인투자 영향 우려” 장기화하고 있는 촛불시위로 이명박 대통령은 매우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촛불시위 참가자들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를 심각하게 우려하는 사람들로 시위대의 대다수를 이룬다고 본다. 둘째는 반미를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라면 2005년 중국산 김치·어류 등의 문제가 터졌을 때와 대응이 너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셋째는 이명박 대통령(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다. 여기에는 일부의 지적처럼 친북한 세력도 있을 수 있고, 교육개혁에 반대하는 전교조, 공기업 민영화 등 경제개혁에 반대하는 노조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들은 한·미동맹 복원, 대북정책, 경제개혁 등 이 대통령의 주요 정책들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번 시위가 한·미관계나 동맹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정부도 촛불시위의 정치적 배경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위가 지속될 경우 경제개혁과 외국인 투자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먼저 쇠고기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들을 시행해야 한다. 취임 이후 공약으로 내세운 정책들을 제대로 펴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정책으로 시민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둘째는 박근혜 의원측을 끌어안음으로써 한나라당의 내분을 서둘러 봉합하는 것이다. 셋째, 최고경영자(CEO)식 리더십을 보다 투명하고 개방적이고 수용적인 리더십으로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중요한 결정들을 내리는 것 못지않게 원활한 소통을 통해 여론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그렇다고 여론에 끌려다니는 지도자가 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소통을 원활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보다 자주 직접 만나고, 한국 정부 당국자들도 청문회나 모임 등에 참석해 여론을 파악하고 정부 정책을 적극적으로 알려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정리=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니시오 준야 게이오대 교수 “李대통령 CEO형 리더십 변화줘야” 추구하는 목표는 다르지만 현재 진행중인 촛불집회는 6·10민주항쟁과 맥이 통한다. 국민들이 한뜻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외형적으로는 비슷하다. 6·10이 없었다면 지금의 촛불집회도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민들의 정치 참여이자 민주주의 실현이다. 촛불 시위가 한달 이상 계속될 줄은 예상치 못했다. 쇠고기 수입문제가 직접적인 발단이 됐지만 이명박 정권 자체를 겨냥하고 있다. 정권에 대한 다양하고 복합적인 불만의 표출이다. 학생들은 경쟁 위주로 전환하는 교육정책, 노조는 친기업적인 정책, 서민들은 경제 불안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인수위의 활동을 비롯,‘강부자 내각’ 등 첫 단추를 잘못 꼈다. 6·10은 전두환 정권의 호헌 철폐와 민주쟁취를 내세웠다면 촛불시위는 구조나 제도의 변화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대신 국민들의 뜻을 바로 알고 정치를 하라는 주문이다. 이 대통령이 언급했듯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겸허한 자세를 전제로 한 정치다. 복합적인 원인인 탓에 개각의 효과가 크지 않을 듯싶다. 촛불집회에서도 쇠고기 재협상 이외에 나머지 사안에 대한 목표는 확실하지 않다. 따라서 장관 몇명 경질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이미 대국민 사과도 하지 않았는가. 국민들은 이미 탈권위 시대를 살았다. 이 대통령의 최고경영자(CEO)형 리더십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갖고 다가가야 한다. 그러면서 반전의 계기를 모색해야 한다. 이 대통령에 대한 낮은 지지율도 국민의 목소리다.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번 떨어지면 거의 상승하지 못했다. 때문에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국민의 시선을 외부로 돌린 사례도 있다. 대북·대미 문제가 아닌 한·일 문제를 들고 나왔었다. 우려되는 부분이다. 촛불집회는 찾아볼 수 없는 정치 참여의 수단이다. 놀랍다.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국 국민들의 참여의 원동력은 연구 대상이다. 일반 국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적지 않은 서구 국가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긍정적인 에너지의 발현이란 부러운 측면도 있다. 정리=도쿄 박홍기특파원 hkpark@seoul.co.kr
  • [6·10 촛불집회] 디카·폰카 들고 자율 활동

    지난주 말 일부 시위대의 폭력으로 촛불집회의 순수성에 논란이 일자 시민들이 비폭력·평화 시위를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섰다.10일 ‘100만 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은 평화시위만이 미 쇠고기 수입 반대, 민생경제 안정, 대운하 반대 등 각자의 다양한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폭력이 발생할 기미가 보이면 곧바로 휴대전화·디지털카메라·캠코더 등을 동원해 증거를 확보했다. 직장인 김모(32)씨는 “일부의 폭력행위로 여러 시민들이 등을 돌릴 수 있다.”면서 “하지만 현명한 ‘우리’의 자정능력을 믿는다.”고 말했다.‘토론의 성지 아고라’ 소속인 비폭력사수연대모임 15명은 ‘비폭력 3보 후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서울 태평로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 설치된 컨테이너 박스 1m 앞에서 시민들에게 비폭력을 호소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시민들이 폭력시위자를 감시하는 자체감시단을 구성할 것을 요구함에 따라 시민단체 회원과 네티즌을 모집해 우발적인 행동을 막는 봉사단을 운영했다. 대책회의 관계자는 “앞으로도 극소수의 우발적인 폭력시위로 대다수의 민의가 왜곡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학생도 ‘평화시위 지키기’에 나섰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9일 성명서를 내고 “시민과 전경, 기자 그 누구도 다치는 사람이 없도록 집회를 이끌겠다.”면서 “촛불집회의 순수성을 되찾고, 비폭력이라는 가장 큰 무기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립대는 서울광장에서 ‘평화라인 퍼포먼스’를 가졌다. 이들은 컨테이너 박스에 평화라인을 그어 놓고 그 안에 시민들이 평화의 문구를 적도록 했다. 시민들은 문구를 쓰는 것뿐 아니라 장미꽃을 붙이는 등 비폭력 운동에 동참했다. 평화시위에 대한 즉석 토론도 활발하다. 일부 시민은 평화시위를 위해 ‘청와대 행진’을 포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회사원 장모(30)씨는 “청와대에 가려고 경찰저지선을 뚫다가 폭력시위가 되곤 하는데 현재 청와대의 태도로는 청와대에 가더라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주부 김모(28)씨는 “광장에서만 시위를 한다면 결국 정부는 계속 국민을 기만할 것”이라면서 “청와대행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맞섰다. 한편 경찰이 폭력시위대를 적극 체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안 잡나 못 잡나.’ 논쟁도 벌어졌다. 평화시위를 하던 500여명을 현장에서 체포했는데도, 폭력을 휘두른 일부 시위대를 붙잡지 않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경찰이 시위대 전체를 폭도로 몰아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상황이 다급해 과격 시위자를 현장에서 체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경주 김승훈기자 kdlrudwn@seoul.co.kr
  • 與 국회정상화 동참 거듭 촉구

    “빨리 국회로 돌아오라.” 한나라당은 9일 민생국회를 명목으로 야당의 등원을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정부가 민생종합대책을 발표한 만큼 국회가 법적 뒷받침을 하기 위해 시급히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는 게 한나라당의 입장이다.●“민생대책 법적 뒷받침해야” 한나라당은 여당이 할 수 있는 것은 다했으니 야당도 조속히 국회를 여는 데 협조해 달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10일 예정된 ‘100만 촛불집회’에 대한 위기의식도 깔려 있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생 종합대책을 거론하며 “이를 뒷받침하려면 국회가 법 개정과 예산심의를 해줘야 한다.”며 “통합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쇠고기와 민생은 별도의 문제니까 하루빨리 국회에 들어와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말로는 민생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국회 밖에서 왔다갔다한다면 서민을 위한 정당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8일) 민생 안정대책을 발표했고 이번 주 내에 등록금·통신비 인하 대책과 고물가 종합 대책을 발표한다.”며 “(야당은)빨리 국회로 들어와 서민들이 당장 혜택을 받도록 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야당의 국회 등원을 강조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야당도 (민생 안정대책에)공감해 서민들이 하루빨리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면 좋겠다.”며 조속한 국회정상화를 요구했다.●“등록금·통신비 인하 주중 발표” 조윤선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국회 공전을 외면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앞으로 계속 국회에 들어오지 않고 촛불집회에 참여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본분을 망각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민주당 등 야당은 더이상 길거리가 아닌 국회에 조건 없이 들어와 민생현안을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김지훈기자 k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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