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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로그로 또 다른 삶을 ‘클릭’한 3인⑨

    블로그로 또 다른 삶을 ‘클릭’한 3인⑨

    ‘문성실닷컴’을 운영하는 요리분야 블로거 문성실씨는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토대로 4권의 요리책을 펴낼 정도의 스타가 됐다.‘테크노 김치’의 김태우씨는 삼성SDS에서 4년간 근무하다 블로그에서 가능성을 보고 사표를 낸 뒤 전업 블로거로 전향했다.이들은 한국에서 블로그로 성공한 1세대로 꼽힌다.  이같은 사례가 알려지면서 블로거도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수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다.이후 구글 애드센스 등 광고배너가 각광을 받으면서 블로그를 통해 광고 수입을 얻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 됐다.  또한 블로그를 통해 또다른 꿈을 좇는 네티즌들도 속속 등장했다.경제적인 수입을 얻는 외에 블로그 활동을 하며 명성을 얻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성공한 블로거 2세대 들이다.  맛집 관련 글을 통해 한국판 미슐랭 가이드란 평을 듣는 야후의 건다운(http://kr.blog.yahoo.com/igundown),개인 블로그에 의경생활을 다룬 만화를 올리면서 유명세를 타 프로 만화가가 된 기안84(http://kr.blog.yahoo.com/khmnim),블로그에 시사 관련 동영상을 올려 시민의 눈으로 활동하는 미디어 몽구(http://www.mongu.net/)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의 미슐랭 가이드를 꿈꾼다-야후 블로거 ‘건다운’  “강남에서 상견례하기 좋은 중국집 좀 추천해 주세요.” “어머니 생신때 갈만한 식당 알려주세요.”  건다운의 블로그 중 ‘추천해 드려요’ 코너에는 이같이 음식점을 추천해 달라는 글이 넘쳐난다.맛집에 관한 방대한 정보를 전달한다고 소문났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01년부터 인터넷 식도락동호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음식관련 글을 썼다.2003년 동호회가 문을 닫은 뒤 개인 미니홈피,타 포털사이트의 블로그를 통해 글을 올리다가 2006년 지금의 블로그를 개설했다.  이 블로거는 “내 글에 공감하는 분들이 생기고 방문자가 많아지면서 전문가라는 명성도 얻어 영광스럽지만,순수함이 변질될 우려가 있어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그가 말하는 순수함이란 ‘블로그 활동을 통해 음식문화에 관한 개인적인 관심을 해소하고 자료를 축적하는 것’이다.  맛집 관련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과 좋은 식당을 찾는 것에서 큰 즐거움을 느껴오다 ‘적극적인 취미’의 단계로 끌어올리며 더 세밀한 분석과 평가를 하게 됐다.”며 “다른 취미생활과 달리 시간과 공간 및 장비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고도 삶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건다운은 예전보다 블로깅의 재미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초기에는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글로 올리고 주관적인 평을 할 수 있었지만 방문자가 크게 늘며 그 파급력 때문에 느낌을 억제한 표현을 할 수밖에 없어 매우 답답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그의 블로그는 단순히 취미생활이라고 하기엔 그 규모가 방대하다.30일 오전 11시까지 3300여개의 글이 올라 있는 그의 블로그에는 총 1572만명이 다녀갔다.맛뿐만 아니라 위생, 친절도 등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으로 명성을 쌓아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한국의 미슐랭 가이드라는 평도 듣는다.  그가 이 같은 명성을 얻기까지는 지켜온 원칙이 있다.광고를 하지 않는다는 것과 신상정보를 숨긴다는 것 2가지다.  건다운은 신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도 40대 남성이라고만 밝혔을뿐 더 이상 대답은 삼갔다. “정보가 알려지게 되면 식당을 다니고 글을 쓰는 데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하루평균 1만명 이상 네티즌이 방문하는 건다운의 블로그에는 특별한 광고가 눈에 띄지 않는다.그는 “식당을 잘 소개해 준다는 조건으로 식사나 금품 제공은 절대 사양”이라며 “맛없는 음식을 내놓는 식당을 과대 광고해 봤자 소비자가 그 정체를 알고 나면 나를 가만두지 않을 것인데 어찌 그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내 명성은 방문자 분들이 선물해 준 것이지 스스로 만들어 낸 게 아니다.”며 “그러기에 내용이 부실해지면 순식간에 (그 명성을) 거둬갈 것이라는 점을 항상 유념하고 있다.”고 말했다.제대로 된 비평을 위해서는 익명의 비평가로 남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블로거 통해 프로 만화가가 된 기안84  “대체 다음 편은 언제 올리려는 건가요.” “정기적 연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가만히 기다립시다.”  전·의경 관련 만화를 그리던 블로거 기안84(김희민·25)의 블로그에 올라오던 글이다.출판사 혹은 포털과 계약을 맺은 것도 아닌 아마추어 웹툰 작가였을뿐인데도,일부 팬들이 작품을 늦게 올린다고 성화를 부리다 열띤 논쟁이 붙었다.이후 기안84는 코믹플러스닷컴이라는 회사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하고,포털사이트 야후(http://kr.news.yahoo.com/service/cartoon/shelllist.htm?linkid=toon_series&work_idx=75)를 통해 프로 만화가로 데뷔했다.  “식사 시간이 다가오면 100m 달리기 전 같이 떨려온다.가장 늦게 배식을 받아 제일 빨리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밥을 씹거나 음미하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먹는다기 보다는 마신다는 표현에 가깝다.(오늘 반찬으로)멸치가 나와서 시간이 걸렸다.멸치는 목이 아파서 꼭꼭 씹어삼켜야 하기 때문이다.”  기안84가 그려내는 ‘노병가’의 한 대목이다.신참 의경이 대기를 하며 식사를 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네티즌들은 이 만화에 대해 ‘완전 리얼’이라는 반응을 보내며 공감을 표시했다.특히 전·의경 생활을 한 사람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포털사이트에 올려진 이 만화에 대한 설명에도 ‘극사실주의’라는 말이 들어가 있다.  “그냥 20대 청춘을 풍경화처럼 자연스럽게 담으려고 했어요.초상화처럼 사실적으로요.”  현재 수많은 만화가가 웹툰에 둥지를 텄다.강풀·조석 등 인터넷을 통해 스타가 된 작가 외에 허영만·윤태호 등이 온라인을 통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이 외에 수많은 네티즌이 웹툰을 통해 작가로 가는 문을 두드리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안84가 프로로 데뷔할 수 있던 이유는 틈새시장을 공략했기 때문이다.그는 노병가를 연재하게 된 계기에 대해 “군대 만화는 있었지만 전·의경 생활을 다룬 작품은 없었다.”며 소재의 신선함이 마음에 들었다고 전했다.이와 함께 일본풍 그림체나 명랑만화 그림체가 대부분인 웹툰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실적인 그림체를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개인 블로거뿐만 아니라 소문이 빨리 퍼진다는 인터넷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만화를 연재한 것도 효과가 있었다.노병가가 올라가던 공간에는 “나 군생활하던 때와 똑같다.”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  작가는 “장편 만화로 연재하기 위해 이야기 줄거리를 만들다 보니 리얼함과 극적인 구성 사이에서 갈등을 할 때가 많다.”며 “이 둘을 잘 조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미디어몽구-그의 손엔 또 하나의 눈이 들려 있다  “제가 인터뷰하는 걸 기자들이 따라다니면서 취재를 하더라구요.”  미디어몽구를 운영하는 블로거 김정환(32)씨가 털어놓은 일화다.언론노조 파업 당시 방송사 노조측에서 아나운서 인터뷰를 단독으로 허락하며 ‘네티즌과 가장 가까이서 소통한다’는 이유로 그를 찾았다.개인블로거가 1인 미디어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준 것이다.  김씨는 이슈의 현장에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리며 ‘시사 블로거’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그는 2005년 12월 황우석 박사가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을 때 병원 주변 모습을 찍어 올리며 블로그 세계에 발을 들여놨다.  “평범한 시민으로 살다가 다음 날 일어나보니 댓글이 수백개가 달리고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방문자수가 엄청나게 늘어 신기했어요.”라 며 당시를 전했다.이후 자신이 올린 글로 인해 작은 변화가 생기는 데서 보람을 느껴왔다고 밝혔다.그는 서울시가 설치한 ‘응가방’이라는 명칭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무인자동화장실의 이름을 바꾼 예를 들었다.  2007년 9월 개설 이후 430개가 넘는 글이 올라가 있는 그의 블로그에는 30일 현재 1927만명의 네티즌이 다녀갔다.그는 “내 얼굴은 몰라도 미디어몽구라는 이름은 안다.”고 자신을 설명했다.  최근 김씨는 지난해 6월 촛불집회 때 한 보수단체 대표가 노인을 폭행했다는 내용을 블로그에 올렸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고소당했다.이 소송 사건은 1인 미디어로서 그가 가지는 영향력을 입증하는 얘기다.개인 브랜드로서 자리를 잡았다는 뜻이다.   지난 29일 까맣게 그을린 김씨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1인 미디어가 기존 미디어를 바라보는 관점 등에 관해 여러 얘기를 나눴다.다음은 김씨와 일문일답. ●블로그 하면서 원칙이 있다면.  -현장에 1시간 먼저 도착해 상황이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지키는 것이다.기존 언론사 기자들은 미리 “오늘 별 얘깃거리가 없다.”며 가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현장에 일찍 갔기 때문에 2006년 3월 롯데월드 무료 개장시 부상자 발생(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code=seoul&id=20060327006016)을 최초로 보도할 수 있었고,2007년 이천 시위 중 돼지도살 퍼포먼스(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code=seoul&id=20070525008011) 사진 단독 보도는 끝까지 상황을 지켜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하나의 원칙은 글을 쉽게 쓰는 것이다.인터넷이라는 공간은 나이 어린 사람도 접근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초등학생들이 댓글을 달 때가 제일 반갑다. ●기존 언론이 미디어몽구에게 배울 점은.  -어떤 사건이나 이슈를 다룰 때 그 주변 상황을 충분히 다뤄주면 네티즌들이 더 많은 관심을 보일 것이다.자극적이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주위 상황을 전달하는 것만으로 훌륭한 기사가 된다.  나의 경우엔 특정 이슈에 대해 그 안에서 소외된 부분을 얘기할 때 네티즌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태양의 서커스 퀴담이 한국에서 공연하던 날 동춘서커스도 다른 곳에서 공연을 했는데 퀴담이 매진된 반면,동춘 서커스의 관객은 7명이었다.그 이야기를 비교해서 올리니까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고 나서 동춘서커스 입장권이 매진됐다.  주최자(정보 생산자) 위주로 보도하기 보다는 독자의 입장에서 기사를 썼으면 좋겠다.  또 기자들도 블로그를 통해 소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기사로는 소통을 하지 못하니까 블로그를 통해 의견에 대한 답변도 많이 하면,독자의 입장을 더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관련기사 보러가기] 신문과 블로그의 빅뱅 ① 한국언론 첫 트위터 창업자 인터뷰 신문과 블로그의 빅뱅 ② 혁신의 상징 댈러스 모닝 뉴스 신문과 블로그의 빅뱅 ③ 스포츠 블로그 ‘데드스핀닷컴’ 신문과 블로그의 빅뱅 ④ 종이신문 없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신문과 블로그의 빅뱅⑤ 전 세계 56개 도시를 블로그로 묶다 신문과 블로그의 빅뱅 ⑥ ‘뉴욕에서 의사하기’ 고수민 “돈도 좋지만 소통의 즐거움이죠” 신문과 블로그의 빅뱅 ⑦블로그 영웅들의 공통점신문과 블로그의 빅뱅 ⑧ 한국 파워블로거의 실체 - 1
  • 美전역 한국전쟁 정전일 조기 게양

    │워싱턴 김균미특파원│한국전쟁 정전 기념일인 27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조기가 게양됐다.‘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안’이 미국 상·하 양원에서 통과된 데 이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포고문을 발표, 27일을 ‘한국전 참전용사 정전일’로 지정하고 연방정부의 모든 기관에 메모리얼데이(현충일격)와 마찬가지로 성조기를 조기로 게양하도록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개별 전쟁을 기리기 위해 조기를 다는 기념일을 따로 지정한 적이 없다. 이에 따라 ‘잊혀진 전쟁’으로 여겨졌던 한국전쟁의 의미가 미국 사회에서 새롭게 조명될 수 있게 됐다.오바마 대통령은 포고문에서 “미국인들은 판문점에서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56년이 지났지만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용기와 희생에 여전히 감사하고 있다.”면서 “이 날을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기리고 감사하는 적절한 기념식과 활동을 하는 날로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미국의 국기게양법에 따르면 성조기를 다는 기념일은 새해 첫날과 대통령 취임식, 독립기념일, 참전용사의 날 등 17개가 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안’은 내년 한국전쟁 60주년을 앞두고 한국전 참전용사인 찰스 랭글 하원 세입위원장에 의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차례 발의된 끝에 결실을 맺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안’의 의회 통과를 위해 하원의원 435명에게 통과 지지를 요청하고 미국에서 한국전쟁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데 앞장서온 ‘한국전쟁화해연합회(대표 김한나)’는 26일 워싱턴 DC 링컨기념관 계단 앞에서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전쟁 참전 희생자 추모 및 평화기원 기념행사와 촛불집회를 가졌다. 한인 청년들이 중심이 돼 결성한 ‘한국전쟁화해연합회’ 김 대표는 “정전상태를 끝내고 평화를 이룩하려면 전쟁과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 이번 행사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kmkim@seoul.co.kr
  • 힐러리 “北억류 여기자 석방 매우 희망적”

    │워싱턴 김균미특파원·서울 김정은기자│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북한에 억류 중인 여기자 문제에 대해 “매우 희망적”이라고 말해 북·미 간 접촉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인도를 방문 중인 힐러리 장관은 이날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여기자 석방 전망과 관련한 질문에 “국무장관으로서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매우 강하게 (희망적이라고) 느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이런 가운데 여기자 두명은 현재 의료보호시설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억류된 기자 중 한명인 유나 리의 남편 마이클 샐데이트는 지난 19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두 기자 석방을 위한 촛불집회에서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두 기자가 호화 호텔에 머물고 있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며, 두 사람은 현재 의료보호시설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그는 “두 여기자가 좋은 대우를 받고 있지만 가족·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북한 전문가인 조지아주립대의 박한식 교수는 평양을 방문한 뒤 최근 ”미국 여기자들이 평양의 한 초대소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초대소에는 의료보호시설이 갖춰진 것으로 알려졌다.kmkim@seoul.co.kr
  • [新아시아시대-한국의 도약] “한국의 재도약 시대이념 재창조에 달려 있어”

    [新아시아시대-한국의 도약] “한국의 재도약 시대이념 재창조에 달려 있어”

    “‘화혼양재(和魂洋才)’와 ‘중체서용(中體西用)’, ‘동도서기(東道西器)’ 중 최고의 가치는 동도서기입니다. 중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한(韓)’을 내세우지 않고도 정체성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에서 마주한 미야지마 히로시(宮嶋傳史·61) 교수는 투박한 한국어로 또렷하게 의사를 전달했다. 대학에서 동양사를 전공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은 그는 40년 넘게 한국과 동아시아에 관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지한파(知韓派)답게 “현재의 한국사회는 16세기에 형성된 500년 주기의 역사순환과 19세기 말 형성된 100~150년 주기의 순환이 모두 생을 마감하는 대전환기에 놓여 있다.”며 “동도동기(東道東器)와 같은 새로운 시대이념을 만들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사회는 지식인이 방향성을 잃으면서 더 큰 혼란을 겪고 있다.”며 “지식인과 민중의 활발한 현실참여는 유교적 전통의 하나로 한국사회의 발전동력”이라고 분석했다. →구한말 일본은 성공, 중국은 절반의 실패, 한국은 낙오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외형만 놓고 풀이한 단선적 해석이다. 조선은 중립국가 변신 등 다른 가능성도 열려 있었다. 한국은 선진문명 수용의 오랜 역사를 지녔다. 19세기 유럽문명이 왔을 때 잠시 움츠렸지만 조선 초기만 해도 당시 최첨단이던 중국문명을 200~300년간 점진적으로 꾸준히 받아들여 재창조했다. 일본은 그렇지 못했다. 이런 약점이 오히려 19세기 유럽문명을 받아들일 때 발빠른 대응을 낳았다. 오늘날 중국이나 한국을 실패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최근 한반도 정세가 19세기 말과 유사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근대 이행기를 재점검해 답을 얻어야 한다는 말도 나오는데. -일부 학자마저 역사적 유추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단선적 이해는 오히려 역사의 오용을 가져온다. 역사학은 어떻게 시대를 이해하느냐에 대해 여러 얘기를 한다. 미래의 방향을 예측하려면 사회과학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19세기 조선이 중국 중심 조공체제를 버리고 ‘만국공법적’ 질서를 수용했다. 21세기 한국은 냉전질서가 쇠퇴하며 ‘신자유주의적’ 정치·경제 질서를 수용하고 있다. -오늘날과 19세기 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19세기에는 신문명을 받아들이면 부국강병할 수 있다는 벤치마킹 모델과 희망이 존재했다. 반면 오늘날 신자유주의라는 시장만능주의는 희망이 없다. 사회가 어떻게 된다는 분명한 목표도 없고, 소수만 성취하고 다수가 패배자가 되는 무한경쟁 상황이다. 19세기 유럽문명이 가졌던 의미와 신자유주의의 비전은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비참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해법은. -새로운 시대 이념이 필요하다. 16세기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역사주기가 시작된 것은 사회혼란과 관련이 깊다. 앞서 당나라가 멸망하면서 생긴 혼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주자학이 생겼다. 원나라가 등장하며 세계 규모의 경제활동도 이뤄졌다. 고대 진·한 시대 이후 두 번째 중국문명이 탄생한 것이다. →답은 주자학의 부활인가. -(웃음) 복고는 아니다. 주자학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얘기도 아니다. 인간의 평등성을 전제로 사회질서를 잡으려던 주자학은 적어도 18세기 말까지 가장 합리적 사상이었다. 이에 입각한 국가·사회체제도 선진적이었다. 그런데 주자학은 동아시아에서 내재적으로 극복되지 않고 버려졌다.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치부됐지만 근대 이후 오히려 주자학적 뿌리가 깊게 되살아났다. 주자학의 진짜 극복은 미완의 과제이다. 주자학적 전통의 형성과정까지 소급해 선조가 이루지 못한 과제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게 21세기 동아시아의 공통된 과제이다. →신아시아적 질서는 무엇인가. -주자학은 신아시아적 질서가 될 수 없다.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 나도 새로운 차원에서 공동선이나 인간관계 재창조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주자학적 사회구조가 500년 생을 마감하는 요즘 새 이념이 나오지 않으면 사회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 일본에선 과거 생각지 못했던 끔찍한 범죄가 매년 급증하고 있다.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희망을 주는 역사적 유산을 자주 접했다. 이 유산을 제대로 인식하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한다는 방향을 잡아야 한다. 지금 한국사회는 자긍심을 갖고 발전시킬 자산을 기르지 않고, 자산이 아닌 부분을 오히려 과대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발전전략은. -구한말 일본의 화혼양재, 중국의 중체서용, 조선의 동도서기 가운데 동도서기를 최고의 가치로 본다. 이는 유연한 주체성으로, 국민국가 건설의 표어로는 다소 약하지만 매개적 정체성으로는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동도서기라는 구호를 새로운 각도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도서기가 오늘날 적용가능한가. -동도(東道)란 관념은 16세기 전환기 때 생긴 것이다. 19세기 후반 동도라는 것도 유교·주자학을 중심으로 한 국가사회 체제이다. 조선사회가 갖고 있던 이념을 기초로 국가사회체제를 유지하면서 유럽의 기술문명에 대응하자는 내용이다. 이런 면에서 21세기 한국은 새로운 단계의 동도동기라고 할까, 가장 동양적이며 한국적인 새로운 정신·기술문명을 구성해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방향성을 찾자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강점을 주변국과 비교하면. -19세기 후반까지 보편적 이념을 갖지 못한 일본과 달리 조선은 주자학 등 보편적 문명을 활용, 국가체계를 완성한 경험을 지녔다. 역사적 경험의 차이라고 할까, 한국은 문명주의적 사고방식이 일본보다 강하다. 영어교육이나 유학열풍 등 한국사회는 ‘문명화 신앙’마저 지녔다. 중국의 경우 문명의 중심에 오래 서있어 자아관이 너무 강하다. 중국이 더 팽창해 국제질서에 혼란을 초래할 때 오랜 관계를 맺어온 한국만이 이를 통제할 수 있다. →한국 사회운동을 어떻게 보나. -구한말에도 개화파와 독립협회, 동학운동까지 다양한 움직임이 있었다. 한국은 지금도 (사회운동이) 활발하다. 경험을 지닌 만큼 앞으로도 (긍정적 방향으로) 계속될 것이다. 반면 일본은 거의 사라졌다. 왜 그런 차이가 생겼을까. 한국은 광복 이후 4·19혁명부터 최근 촛불집회까지 시민 스스로 움직였고, 정치를 변화시켰다. 반면 일본은 메이지유신 직후 자유민권운동이 있었지만, 이후 100년간 경험하지 못했다. →한국 지식인의 역할은. -영향력이 예전보다 약해졌다. 자신감 자체도 상실했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헤매고 있다. 특히 뉴라이트 지식인들이 그렇다. 진보진영 연구자도 마찬가지로 근시안적 현실만 보고 있다. 이전 지식인들은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일면 유교적 전통의 영향으로, 유교적 정치제도와 과거제가 자리잡지 못한 일본에선 보기 힘든 모습이다. 또 동남아에선 지식인의 무게감과 운동의 방향성이 눈에 띄지 않는다. 동남아의 민중운동 자체가 정치적으로 이용당한 느낌마저 든다. →국내 정책결정 과정에서 바뀌어야 할 점은. -앞서 말한 대로 너무 단기적으로 보고 있다. 당면과제만 바라본다. 장기적 마스터플랜 없이 단기적 처방만 찾으면 답이 안 나온다. →역사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나. -그렇다. 역사의 사이클은 단기, 중기, 장기적으로 몇 가지 추이를 보인다. 공교롭게도 요즘은 그런 복잡한 사이클이 모두 겹치는 중대한 변화의 시기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19세기 후반은 물론 16세기도 동아시아 역사에 큰 전환기였다. 전자가 100~150년 주기라면 후자는 500~600년 주기이다. 이 생명주기 곡선이 요즘 모두 쇠퇴기에 놓였다. 단적 사례로 동아시아 친족제도를 들 수 있다. 500여년 전 주자학적 통치구조와 함께 형성된 친족제는 사회·문화적 요인과 함께 인구감소로 사라지고 있다. 인구 재생산이 불가능한 탓이다. 전쟁이나 재해를 포함해도 역사상 이처럼 장기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기는 처음이다. 사회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외부에서 노동력과 인구를 충원해야 하는 시대를 맞았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미야지마 교수는 일본 교토대에서 동양사를 전공했다. 한국사와 동아시아비교사로 교토대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도카이(東海)대, 도쿄도립대 교수를 거쳐 1983년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교수로 발탁됐다. 동양문화연구소 최초의 비도쿄대 출신 교수다. 연구소장으로 재직하다 2002년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치와 된장국을 좋아하는 지한파로, 부인도 한국인이다. 저서로 ‘양반’, ‘조선과 중국:근세 오백년을 가다’, ‘동아시아 근대 이행의 세 갈래’ 등이 있다.
  • 가석방 적용기준 알쏭달쏭

    정부가 오는 8·15 광복절을 맞아 일반 형사범의 가석방 기준을 완화하기로 한 가운데 가석방 적용 기준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지난해 가석방 신청자 대비 출소율은 87.9%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노동사범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속노동자단체와 인권단체들은 이를 두고 현행 가석방 기준이 일반사범에게는 관대한 반면 노동·시국사범에게는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두 차례의 특사를 통해 20명 가까이 사면했고 가석방에서도 특별히 예외가 적용된 사례는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현행 법률상 형기의 3분의1을 채우면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고 실제로 형기의 90% 이상을 채울 경우 대부분 가석방이 이뤄지고 있다. 12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가석방 신청자 9543명 가운데 8489명이 가석방으로 출소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측은 일반사범과 시국사범의 비율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오는 8·15 광복절에는 일반 형사범의 경우 가석방 기준을 낮춰 형기의 80%로 적용해 심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구속노동자후원회와 인권단체들은 현 정권 출범 이후 출소한 구속노동자 33명 가운데 가석방 출소자는 7명이지만 모두 2007년 12월 노무현 정부 시절 시행된 마지막 특사 때 감형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실제 현 정권 들어 가석방으로 출소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노동·시국사범의 경우 형기의 90%를 채워도 가석방 대상에서 일방적으로 배제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촛불집회 건으로 구속됐다 실형 10월을 선고받고 원주교도소에 수감중인 권모씨는 관용부(소내 허드렛일을 하는 부서)에서 3개월간 출역하는 등 모범수로 분류됐지만 지난달 말 가석방 심사에서 별다른 이유없이 제외됐다고 한다. 지난해 4월 화물연대 파업건으로 구속돼 1년6개월을 선고받은 화물연대 부산지부 소속 조합원 박모씨도 이번 가석방 심사에서 배제됐을 뿐 아니라 출소 한달을 앞두고 마산교도소로 이송되는 이례적인 조치를 받았다. 구속노동자회는 “법무부 가석방 심사위원회가 가석방 지침과 탈락사유를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노동사범도 대부분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데 현재 행형의 균등처우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구체적인 가석방 출소 기준과 대상을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 “형기와 재범 가능성, 출소후 보호자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석방 여부를 판단하지만 일반사범과 노동·시국사범간에 차이를 두진 않는다.”고 밝혔다. 박건형 이재연기자 kitsch@seoul.co.kr
  • 원산지 표시 1년… 국산 농산물 값어치 올라갔다

    원산지 표시 1년… 국산 농산물 값어치 올라갔다

    쇠고기 500g의 국내산과 수입산 간 소비자가격 차이는 지난해 5월 2만 3315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5월에는 2만 7942원으로 20% 정도 더 벌어졌다. 국산 쇠고기는 1년 새 2만 9469원에서 3만 4109원으로 4640원이 오른 반면, 수입산은 6154원에서 6167원으로 거의 변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시행 1년이 지나면서 수입 농산물에 대한 신토불이(身土不二) 우리 농산물의 우위가 더욱 확연해졌다. 음식점들이 ‘수입 밥상’을 기피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식재료를 국산으로 바꾸지 않을 수 없었던 게 결정적인 이유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농산물품질관리원은 8일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의 1년 간 시행 성과를 종합해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8일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국민들의 광우병 우려를 감안해 쇠고기와 쌀에 대해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했고 12월22일부터는 돼지고기, 닭고기, 배추김치로 이를 확대했다. 원산지 표시제는 무엇보다도 국산 농산물의 판로 확대와 이를 통한 농가소득 안정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쌀값의 격차는 쇠고기보다 더 많이 벌어졌다. 지난해 5월에는 20㎏에 국산 4만 205원, 수입산 3만 3500원으로 6705원의 차이가 났지만 올 5월에는 각각 4만 358원과 3만 600원으로 거의 1만원 가까운 격차로 커졌다. 지난해 말 원산지 표시 대상에 포함된 지 반년 남짓 된 돼지고기, 닭고기, 배추김치도 국산과 수입산 간에 상당한 가격차가 났을 것으로 농식품부는 추정했다. 수입산을 찾는 손님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수입량도 감소했다. 배추김치는 지난해 상반기 국내에 8만 5896t이 수입됐지만 올 상반기에는 3분의1인 2만 8634t만 들어 왔다. 이는 지난 4~5월을 전후로 배추값이 연초의 3배 이상으로 뛰는 주된 이유가 됐다. 닭고기 수입량도 같은 기간 3만 4288t에서 2만 2471t으로 34.5% 줄었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도 1.9%와 1.5%씩 수입이 감소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원산지 표시제 외에 환율 상승도 수입량 감소에 영향을 주었겠지만 쇠고기의 경우 미국산 수입이 재개됐는 데도 반입량이 줄었다는 점에서 원산지 표시제의 위력이 당초 예상보다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와 이후 확산된 외국산 축산물에 대한 불신이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미국산 쇠고기 파문 이후 외국산 돼지고기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의 외면이 확산됐다. 한편 농식품부는 지난 1년 간 전국 65만개 음식점을 대상으로 지도·단속을 한 결과 허위표시 1240곳, 원산지 미표시 548곳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허위표시의 경우 쇠고기가 842건으로 가장 많았고 돼지·닭·김치 388건, 쌀 10건 등이었다. 원산지 표시 위반에 대한 제재는 앞으로 더욱 강화된다. 오는 11월9일부터는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한 음식점은 상호와 주소가 농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전국플러스] 충남, 특사경제도 시·군 확대

    충남도와 대전지검은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제도를 국내 처음으로 도내 전 시·군으로 확대했다. 이완구 충남지사와 16개 시장·군수, 안창호 대전지검장과 5개 지청장은 6일 도청에서 이같은 내용의 특사경 협약 및 출범식을 가졌다. 이들은 이날 기존 쇠고기 원산지표기 위반 외에 식품·보건·위생·환경·청소년보호 등 5개 분야의 단속 활동을 추가하고, 각 시·군에 전담부서를 설치하기로 했다. 충남도는 지난해 9월 촛불집회 이후 특사경을 도입했고, 검찰은 도에 법률특별보좌관으로 검사를 파견해 원산지표기 합동단속을 총지휘하도록 했다.
  • ‘MBC 경영진 사퇴’ 정치권 논란 확산

     검찰의 ‘PD수첩’ 수사발표 이후 MBC 경영진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청와대가 경영진 사퇴를 우회적으로 주장한데 이어 한나라당 의원들도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며 강하게 압박했다.  김영우 조해진 의원 등 한나라당 소속 의원 40명은 23일 성명서를 통해 “지난 해 온 국민을 광우병 공포에 몰아넣고 사회적 대혼란을 야기한 PD수첩은 객관적 사실이 아닌 왜곡과 과장이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MBC 최고경영진은 PD수첩 사태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왜곡과 과장으로 온 나라를 광분시키고, 광우병 촛불시위로 국정을 마비시켜 놓은 PD수첩 제작진은 이제와서 ‘언론의 자유’를 들먹이며 정치적 탄압을 주장하지만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는 정치적인 선동과 조작까지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원들은 PD수첩 제작진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면서 “PD수첩의 취재와 보도과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자체 정화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MBC의 제작 책임자와 최고경영자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이어 취재 및 보도 과정에서 균형을 추구할 수 있는 ‘게이트 키핑’ 제도의 확립과 운영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광우병 파동 당시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광우병국민대책회의를 향해서도, “PD수첩에 편승,촛불시위를 주도하고 국민들을 현혹시켰다.”면서 대국민사과를 요구했다.  이날 성명에는 강명순 강석호 강성천 강승규 권택기 김금래 김성회 김소남 김영우 김용태 김태원 김효재 박보환 박준선 배은희 백성운 손숙미 신지호 안형환 안효대 원희목 유일호 유정현 이두아 이범래 이애주 이은재 이정선 이종혁 이철우 이춘식 이한성 임동규 장제원 정미경 정양석 정해걸 조전혁 조진래 조해진 의원 등이 참여했다.이들 대부분은 친이계로 분류된 초선 의원들로 친박계는 정해걸 의원이 유일하다.  앞서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19일 ‘PD수첩’ 수사결과를 언급하면서 “외국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경영진이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총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포문을 열었다.이날 이 대변인은 평소와 다르게 실명으로 MBC 경영진을 강하게 비판했는데,권력 핵심부가 사실상 공영방송 사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기자회견을 주도한 김영우 의원은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이 있었는가’란 질문에 “우리의 기자회견은 이 대변인의 발언과 전혀 별개”라면서 “우리는 이 대변인이 그런 입장을 밝히기 전부터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고 오히려 이 대변인이 엄 사장 진퇴 여부를 말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라고 답했다.   이 같은 여권의 압박과 관련,MBC 엄기영 사장은 “부적절하고 어처구니가 없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엄 사장은 22일 임원회의에서 “권력의 핵심에 있는 사람이 언론사 사장 퇴진을 어떻게 말하나.”라며 진퇴 여부는 자신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그는 또 “PD수첩 사건의 요체는 명예훼손 여부인데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검찰이) 정치적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미디어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수순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엄 사장 사퇴 공개 요구는 여야가 미디어법 처리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상황과 맞물려 언론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보잘 것 없는 개인의 글을 검찰이 짜깁기해…”

     ”내 손끝이 만들어낸 사소한 문장들이 악의와 음모를 가진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면 나를 찌르는 섬뜩한 흉기가 될 수도 있음을 알았습니다.(중략) 부끄러움을 아는 자들이라면,저보다 더 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중략) 개인 김은희가,지극히 사적인 언어로 쓴,단 한 사람에게만 읽도록 허락한 글들(중략) 검찰은 그것을 ‘작가 김은희’의 글로 세상에 공개했습니다.(중략) 그것도 수천 수만 개의 문장 중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좋은 문장들만 짜깁기해서 말이지요.”  검찰이 MBC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하면서 이메일 내용을 공개해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김은희 작가가 22일 검찰이 ‘개인 김은희’의 글을 ‘작가 김은희’의 글로 둔갑시켜,그것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좋은 문장들만 짜깁기해서 세상에 공개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김 작가는 이날 MBC구성작가협의회와 한국방송작가협회에 올린 ‘나의 죽음을 기억함’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착잡하고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또 검찰에서 그 문구들의 맥락과 취지에 대해 설명하기를 거부한 이유에 대해 “제가 메일을 읽도록 허락한 단 한 사람 외에 누구도 그에 대한 설명을 내게 요구할 권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이제는 말해야겠습니다.”라며 “검찰이 멋대로 발췌해 공개한 문구들에 대해 경위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참으로 어처구니없지만,비록 ‘개인 김은희’는 짓밟히더라도 ‘작가 김은희’가 열정을 다해 만들었던 프로그램의 정당성까지 함부로 훼손되고 공격받는 것만은 참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어 “그 문장들이 담고 있는 나의 ‘상념’은 분명히 앞뒤 맥락과 경위가 있었고 검찰은 나의 ‘진의’를 왜곡하고 거짓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범죄의 의도’ 입증 차원에서 이메일을 공개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김 작가는 “달리 말해 광우병 프로그램 자체가 하나의 ‘범죄’ 또는 ‘불법 행위’라는 것인데,그렇다면 PD수첩 보도가 범죄, 불법행위가 아닌 것으로 판명될 경우 나의 이메일 공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이겠죠? 아마도 그렇게 될 것”이라며 “김은희 개인은 보잘 것 없지만 진실과 진정의 힘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다음은 김 작가의 글 전문.  나의 죽음을 기억함.  후아-  먼저 심호흡부터 하고 시작해야겠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탁탁 막히는 나날입니다.  태어나 이렇게 많은 전화와 문자를 받은 적도 처음입니다.  통화를 하고 있는 중에도 쉴 새 없이 전화와 문자가 들어오는 경험을 하며 처음엔 그저 어리둥절했고, 나중엔 신기했습니다.  내게 현실을 실감하게 해준 것은 바로 그런 전화와 문자들이었습니다.  ‘부엉이 바위는 꿈도 꾸지 마’ 라는 문자도 있더군요. ‘딴 생각 못하시게 옆에서 잘 감시하래요.’ 후배작가가 말했습니다. ‘별일 아닌 것처럼 보낼 수 있지? 은희야. 그럴 수 있지?’ 속상해 술을 마시고 들어온 선배언니가 내 손을 붙잡고 몇 번씩 같은 말을 했습니다. ‘며칠만 지나면 과거가 될 거예요. 견디고 버티세요.’ 지인이 메일을 보내주었습니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이 두 개의 문장이었습니다. ‘밥은 꼭 챙겨먹어. 잠은 꼭 자고.’ ‘기사도 댓글도 절대 보지 마라.’  외면하려 애쓰지만 잘 안 되는 경우들이 있지요. 누군가에게 마음을 뺐기는 경우가 그렇듯.  내 손끝이 만들어낸 사소한 문장들이 악의와 음모를 가진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면 나를 찌르는 섬뜩한 흉기가 될 수도 있음을 알았습니다.  사람 하나 짓밟는 것쯤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이들을 보며 ‘살의’라는 단어 이외의 표현은 생각나지 않더군요. 글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말, 이제 나는 믿을 수 있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어쩌다. 가족들이 걱정할 만큼 일밖에 모르고 일이 끝나면 사랑하는 조카들과 노는 것을 가장 큰 행복으로 아는, 그저 말보다 글을 좋아하고 이런저런 상념을 글로 남기는 것을 지친 일상의 위안으로 삼아온 30대 평범한 대한민국의 여성이 어쩌다 졸지에 국가 전복의 음모를 가지고 국민들을 선동한 대단한 반정부적 인사로 낙인찍혔을까요. 어쩌다 촛불집회 군중들 뒤에서 음흉하게 키득거리는 마녀가 되었을까요. 부엉이 바위로 보내고 국민장을 치러야 한다는 저주를 받게 되었을까요.  그러나, 괜찮습니다.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가 받은 치욕과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치유될 것입니다. 그러나 부끄러움은 쉽게 치유되기 어려운 트라우마를 남기기 마련이지요. 부끄러움을 아는 자들이라면, 저보다 더 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지치고 힘든 하루를 보낸 밤, 나는 이런저런 상념을 글로 쓰거나 주변사람들에게 써 보내며 마음을 추스르곤 했습니다.  일상에서 겪은 소소한 일들과 살면서 겪게 되는 불만들과 만난 사람들과 훌쩍 떠난 여행기와 허무맹랑한 공상과 우스꽝스러운 농담이 있었습니다.  어떤 날은 골목길에서 마주친 파지 할머니를 두고 몇 장의 글을 썼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한 곡, 빗소리, 신문기사 하나로도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 많은 글들 중엔 남들이 봐서는 안 되는 사생활도 들어있었습니다.  누구나 상념이라는 것이 있지요.  공적인 영역에서 일하며 공적인 언어만을 써야 하는 방송작가이기에 할 수 없는 말, 쓸 수 없는 얘기들이 있습니다. 개인 김은희가, 지극히 사적인 언어로 쓴, 단 한 사람에게만 읽도록 허락한 글들이었습니다. 상대와 나의 말투, 글투, 성격, 관계가 녹아있는 글들이었고 농담도 과장도 정제되지 않은 표현들도 있었습니다. 모두 내가 잘 알고 나를 잘 아는 지인들에게 보낸 개인 서신들이었기에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문장들이었습니다.  그것을 다른 누구도 아닌 검찰이 강제로 헤집고 들여다봤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그것을 ‘작가 김은희’의 글로 세상에 공개했습니다. 그것도 수많은 메일 중, 수천 수만 개의 문장 중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좋은 문장들만 짜깁기해서 말이지요. 개인적인 상념이 대중들에게 공개된 순간, 그것은 설명하고 해명해야 할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떤 기자가 ‘필이 꽂히다’라는 표현에 대해 묻더군요.  필이 꽂히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을 만큼 힘든 게 작가의 일이고 기자들이 그렇듯 시사 프로그램 작가들 역시 우리 사회의 큰 이슈, 중대한 사안일 경우 더 필이 꽂히기 마련이라고 나는 ‘설명’해야 했습니다.  ‘광적으로’ 일을 했다는 표현을 문제 삼았더군요. 광적으로 일한다는 것이 ‘열정’의 또 다른 표현이며 사생활도 뒤로 할 만큼 프로그램에 올인하는 것이 이 거친 방송계에선 작가의 ‘미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대체 어떻게 납득시켜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최근에 배우 김명민에게 ‘필이 꽂혔고’ 그가 출연한 드라마며 영화들을 편집실에 모아두고 며칠 밤을 새워 ‘광적으로’ 수백 권의 테잎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김명민은 거기 없었다’를 구성하고 대본을 썼습니다.  메일 계정 안에 모아두었던 수백 페이지의 메일 중 시국 관련이나 정치적인 것으로 읽힐 수 있을 만한 내용은 검찰이 공개한 그것이 거의 전부였습니다. 그것도 앞뒤 맥락과 취지가 모조리 왜곡된 채로 공개됐고, 활용되고 있습니다.  검찰에서 저는 그 문구들의 맥락과 취지에 대해 설명하기를 거부했습니다. 제가 메일을 읽도록 허락한 단 한 사람 외에 누구도 그에 대한 설명을 내게 요구할 권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국가 기관과 거대 언론사로부터 일방적 ‘폭력’을 당한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의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말해야겠습니다.  검찰이 멋대로 발췌해 공개한 문구들에 대해 경위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참으로 어처구니없지만, 비록 ‘개인 김은희’는 짓밟히더라도 ‘작가 김은희’가 열정을 다해 만들었던 프로그램의 정당성까지 함부로 훼손되고 공격받는 것만은 참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공개된 메일 문구들이 훌륭하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만약 그것이 ‘작가 김은희’의 글로 어딘가에 공개되고 다른 누군가 읽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면 같은 내용이라도 그렇게 쓰지는 않았겠지요.  그러나 그 문장들이 담고 있는 나의 ‘상념’은 분명히 앞뒤 맥락과 경위가 있었고 검찰은 나의 ‘진의’를 왜곡하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설사 내용이 그보다 더한 것이라 해도 그것이 피디수첩 보도 내용의 진실성을 훼손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 상념이 무엇이든, 방송 프로그램은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 시스템과 보도방식이 있고 시사 프로그램은 ‘사실 취재’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김은희 개인을 짓밟고 죽여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과 정부의 졸속협상’이라는 진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검찰은 나의 이메일 공개가 ‘범죄의 의도’ 입증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더군요.  달리 말해 광우병 프로그램 자체가 하나의 ‘범죄’ 또는 ‘불법 행위’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피디수첩 보도가 범죄, 불법행위가 아닌 것으로 판명될 경우 나의 이메일 공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이겠지요? 아마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나의 벗이 내게 일러주었습니다.  검사가 아무리 힘이 세도, 한 인간의 진실을 모조리 부정할 만큼의 대단한 권력을 가지고 있진 않다고. 이 경우 우리가 기대야 할 것은 언제나 진실과 진정이라고.  김은희 개인은 보잘 것 없지만 진실과 진정의 힘은 그렇지 않습니다.  격려와 응원, 늘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 김연아·오바마와 ‘트위터’ 친구 돼볼까

    김연아·오바마와 ‘트위터’ 친구 돼볼까

    인터넷이 ‘트위터’로 들썩거리고 있다. 트위터(twitter.com)는 미국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인 잭 도시가 2006년 개발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로 한 번에 140자 이내의 짧은 글만 올릴 수 있고, 올린 글을 등록 수신자들이 웹과 휴대전화로 곧바로 받아볼 수 있는 마이크로블로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유명 인사들이 가입하면서 지난해 2월 기준 47만명이던 가입자가 1년 만에 1400% 급증한 700만명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피겨퀸’ 김연아가 가입해 화제를 모았다. 주민등록번호 입력을 요구하는 국내 SNS 서비스와 달리 닉네임과 패스워드만 기재하면 전세계 가입자 누구와도 ‘팔로워(친구)’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촛불집회 때 미니홈피를 폐쇄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나도 트위터에 가입하고 싶다.”고 말해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고, 김철균 청와대 국민소통담당비서관도 최근 트위터에 가입, “트위터가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을지 알아보려고 한다.”는 문장을 올리기도 했다. 이란의 시국 상황도 트위터를 통해 전세계로 전달되고 있다. 이란 정부는 CNN 방송 등 외국 언론들의 시위 현장 접근을 막고 있지만 이란 네티즌들의 ‘지저귐(twitter)’까지는 막지 못하고 있다. 친정부 민병대가 시위대에 발포해 최소 7명이 사망했다는 소식도 트위터가 처음으로 퍼뜨렸다. 트위터는 기업들의 새로운 홍보 매체가 되기도 한다. 세계 2위 PC업체인 델은 트위터를 통해 2007년 이후 약 300만달러어치의 제품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국내 미니홈피나 인터넷 카페의 열기가 식어가는 와중에 강력한 적수가 나타났다.”면서 “한국형 트위터를 빨리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웃기고 재미있어도 치열 그게 저희 세대 방식이죠”

    “웃기고 재미있어도 치열 그게 저희 세대 방식이죠”

    ‘정말 첫 소설집이야?’ 처음에는 거짓말인 줄 알았다. 그 이름을 들어온 지가 언제인데 이제야 첫 소설집이라니…. 최근 한국 SF소설은 그를 빼고 거론할 수가 없다. 이미 인터넷 상에서는 물론 ‘누군가를 만났어’, ‘U, ROBOT’ 등 공동창작집과 계간지 ‘판타스틱’ 등에 글을 발표하며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한 그. 지면으로 나온 글만도 17편 정도니 소설집 2권쯤은 묶었어야 했다. 11일 ‘진짜’ 첫 소설집 ‘타워’(오말라스 펴냄)를 낸 작가 배명훈(32)을 서울 프레스센터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첫 책보다는 혼자 낸 책이라는 감흥이 더 크죠. 이제 새로운 길을 열 진짜 이정표를 세웠다는 기분이랄까요.” 처음같지 않은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674층 지상 최대 마천루가 배경 타워는 높이 2408m, 674층의 가상공간 ‘빈스토크’라는 지상 최대 마천루를 배경으로 그 안에 사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그렸다. 건물 하나가 자체적인 법률로 움직이는 도시국가. 환상적인 배경을 설정했지만 그 안에는 ‘수평주의’ ‘수직주의’라는 이념간 갈등도 있고, 불법을 동반한 권력투쟁도 난무하는 등 우리 사는 세상과 전혀 다르지 않다. “농담처럼 발뺌을 하려 했다.”지만 결국 그도 “아무리 변명해도 배경은 우리가 사는 이 나라”라고 실토를 한다. 그러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광장을 가리킨다. “환상적인 배경이지만 그 안에 쓸 소재는 현실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어요.”라며. ●정부가 내게 무한한 영감 제공 농담처럼 던지는 “정부가 내게 무한한 영감을 제공한다.”는 말처럼 소설 곳곳에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소재로 한 게 많다. ‘타클라마칸 배달사고’ 같은 작품은 지난해 촛불집회가 배경이다. 하지만 소설은 절대 심각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현실문제를 유머러스한 알레고리로 전부 무장했기 때문. 예를 들면 ‘동원 박사 세 사람-개를 포함한 경우’ 같은 작품. 타워 내의 권력장 분포를 알아보기 위해 박사들은 태그를 붙인 선물용 고급 양주가 이동하는 경로를 추적한다. 그 결과 양주가 ‘배우P’라는 인물에게 모였다. 그런데 알고보니 ‘배우P’는 사람이 아닌 개, 결국 ‘권력의 중심에 개가 있다.’는 주제가 도출되는 식이다. 어찌 보면 너무 가볍지 않은가. 그는 “이런 이야기를 진지한 목소리로 전했다면 너무 심각해졌을 겁니다.”라고 답한다. 그리고 “치열할수록 성스럽다는 생각은 이미 낡은 겁니다. 웃기고 재미있어도 치열할 수 있죠. 그게 저희 세대의 방식인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인다. 타워라는 배경은 세계 최고층 건축물인 ‘버즈 두바이’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떠올랐다고 한다.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어놓고 보니 그 안에 집어 넣을 이야기는 계속 쏟아져 나왔다. 무서운 속도로 작업을 했다. 매일 하루 A4 한 장 분량으로 두 달 정도 알라딘에 연재를 했고, 거기에 추가로 3편과 부록까지 붙여서 이번 책을 엮었다. “글은 나도 모르게 언젠가부터 쓰고 있었다.”는 작가. 그 말처럼 그는 정말 시나브로 작가가 됐다. 하지만 정식 등단에는 큰 관심이 없다. “정식 등단을 했다면 제 글에 대한 평가가 조금은 다르겠죠. 하지만 제가 쓰는 글이 다를 리는 없습니다. 주변에서 어떤 이름을 붙이든 저는 제가 쓰는 걸 쓰는 거죠.” ●초월적 깨달음을 글로 쓰고 싶어 궁극적으로 쓰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니 “언어로 전할 수 없는 초월적 깨달음을 글로 쓰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서 “구도자처럼 그 순간을 준비하며 글을 쓰고 있다.”고 했다. 다음 작품도 배경은 환상적이지만 역시 우리 사는 세상 이야기다. 한 행성을 배경으로 종교적 문제를 빗댔다고 한다. 글 사진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이달곤 행안부장관 취임 100일 간담회

    이달곤 행안부장관 취임 100일 간담회

    지방행정구역 개편 작업이 청주·청원 등 9개 시범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통합을 목표로 속도를 낼 계획이나 국회의원 선거구는 행정구역 개편작업에서 제외된다. 또 지방소득·소비세도 이달 말 최종안을 확정·발표한다. 취임 100일을 맞은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10일 기자 간담회를 갖고 지방행정체제 개편, 지방 소득·소비세 도입, 공무원 연금법 개정 등 굵직굵직한 현안을 과감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안 모두가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이 장관의 추진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율통합 원하는 지역엔 인센티브 이 장관은 “이번 지방행정구역 개편은 자율 통폐합을 원하는 9개 지역에 대해 우선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라면서 “국회의원 선거구는 변경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자율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행안부가 꼽는 9개 시범지역은 청주·청원, 창원·마산·진해·함안, 여수·순천·광양 등이다. 이 장관은 이 9개 지역처럼 자율 통합을 원하는 지역에는 인센티브도 주고 10년 간 각종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그동안 지방자치단체가 자율 통합을 원할 경우 행·재정적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행정체제 개편의 필요성 등에 대해 각계 토론회, 공청회 등을 열어 왔다. 지난 3일 발족된 국회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위원회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 따른 촛불집회와 지난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 대형 사건들이 터지면서 내년 지방선거가 열리는 6월 이전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불가능하다는 전망도 만만찮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6개월 이내에 끝낼 계획이다.”면서 “늦어도 9월에는 법안이 통과돼야 내년 선거 이전에 통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회에서 말하듯 2013~2014년까지 미룰 이유가 없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공무원연금법 6월 통과 전망 이 장관은 또 현재 8대2의 기형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는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바로잡는 첫 단추로 ‘지방소득·소비세’를 도입키로 하고 이달 말 실행안을 확정,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방재정세제를 강화하기 위해 종합부동산세 단계적 폐지에 따른 부동산 교부세 보전, 수도권 규제합리화에 따른 지방 지원, 분권 교부세 개편 등도 추진 중이다. 이 장관은 “지역별 격차가 있기 때문에 임기 중에 지방소득·소비세 두 가지는 꼭 실행해 지방세수를 보전해 줘야 한다.”면서 “다만 지방에서도 돈이 부족하면 청사 규모나 공무원 수를 줄이는 등 노력을 해야 되는데 정부의 교부금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아울러 공무원연금법도 이번달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각오다. 최근 정부와 한나라당은 공무원연금법을 이달 중 해결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야당과 공무원노조의 반대가 거센 데다 이번 달이 지나면 사실상 선거 체제 돌입으로 연금법 논의 자체가 흐지부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톈안먼 사태 20주년…중국은 통제하고 홍콩은 촛불들고

    │베이징 박홍환특파원│톈안먼(天安門) 사태 20주년을 맞은 4일 베이징은 삼엄한 경비와 통제 속에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중국에서 유일하게 톈안먼 사태를 거론할 수 있는 홍콩에서는 희생자를 추모하고 중국 정부에 진상공개를 촉구하는 사상최대 규모의 집회가 열렸다. 비극적 사건의 현장인 톈안먼 광장에는 평소의 두 배가 넘는 공안(경찰)과 무장경찰이 배치돼 희생자 유족들의 추모 집회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쇠울타리로 둘러쳐진 광장 출입 통제도 한층 강화됐다. 공안들은 X선 보안검색대에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물건이 발견되면 신분증을 제시토록 하는 등 바짝 신경이 곤두선 모습이었다. 앞서 베이징대 주변의 유명 서점과 카페 등에는 공안들이 순찰을 돌며 양초 등 촛불시위 용품을 비치하지 말도록 지시하는가 하면 베이징대 등 시내 대학들은 ‘흰옷 착용 금지령’을 내려 추모 분위기 조성을 원천봉쇄하기도 했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의 모임인 ‘톈안먼 어머니’ 대표 딩쯔린(丁子霖) 등은 자택에 연금됐고, 자오쯔양(趙紫陽) 전 공산당 총서기의 비서로 그의 회고록 집필을 도운 바오퉁 등은 시 외곽 모처로 옮겨져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인터넷도 사정은 마찬가지. 논의가 이뤄질 만한 사이트는 모두 폐쇄됐다. 이날 현재 각 대학의 인터넷 게시판 등 6000여개의 사이트가 폐쇄됐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지난 3월부터 봉쇄됐던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는 물론 단문 메시지 송수신 서비스 ‘트위터’ 등에 대한 접속도 차단됐다. 대륙의 철저한 통제와는 달리 홍콩 등에서는 희생자 추모와 진상규명 요구가 하루종일 이어졌다. 홍콩에서는 이날 밤 빅토리아 공원에서 15만여명이 모여 촛불집회를 열었다. ‘중국의 애국주의적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홍콩 연대’ 주최로 열린 집회는 희생자 추모, 민주화시위 주역 연설, 자오쯔양 육성 녹음 청취, 청년선언 발표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톈안먼 사태 당시 학생지도자들인 슝옌과 왕단(王丹)은 각각 이날 홍콩 집회와 미국 언론을 통해 중국 정부에 진상공개와 재평가를 요구했다. 지난해 취임 이후 중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마잉주(馬英九) 타이완 총통 역시 이례적으로 “이 같은 아픈 시기의 역사는 반드시 공개해야 하고, 의도적으로 숨겨서는 안 된다.”며 진상공개를 요구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은 톈안먼 시위로 사망했거나 실종된 사람들의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내정간섭을 중단하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근거없는 주장은 국제법과 중·미 공동성명 3개항의 합의를 위반한 것일 뿐 아니라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stinger@seoul.co.kr
  • 서울대發 시국선언 확산 조짐

    서울대 교수들이 이명박 정부를 향해 소통과 연대의 정치를 강조하는 등 전면적인 국정기조 쇄신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에게 소환장이 남발되고 인터넷과 집회·시위를 통한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등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대 교수 124명은 3일 오전 11시 서울대 신양인문학술정보관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서울대 교수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이같은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가 정치보복적인 성격을 띠었다며 관련자의 사과와 수사 방식의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2004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반대 이후 5년여만이다. 이날 중앙대 교수 60여명도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염원하는 중앙대 교수 일동’이라는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현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폐기할 것과 내각 총사퇴를 주문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연세대와 성균관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 성공회대 교수들도 조만간 비슷한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서울대발 시국선언이 교수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 교수들은 “현 정부와 집권당이 국민과 소통하고 야당과 시민단체를 국정 동반자로 대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현 정부 들어 언론의 자유와 집회·시위를 통한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등 민주주의 원칙이 후퇴하고 있는 상황을 깊이 염려한다.”면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정부와 여권이 미디어법과 집회와 시위관련법의 개정을 서두르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반을 허물어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촛불집회’ 재판 개입 파문으로 불거진 사법부의 독립성 훼손, 위험에 빠진 남북관계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서울대 한정숙(서양사학과) 교수는 “대립 정국이 극명해지고 있는 이때 민주주의와 시민적 기본권을 위협하는 문제를 짚고 넘어가자는 것”이라고 시국선언문 발표배경을 밝혔다. 서울대와 중앙대에 이어 다른 대학의 교수들도 동참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연세대 최종철 교수는 “이르면 다음주 초 시국성명을 낼 예정이며 100~200명의 교수가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균관대의 한 교수도 “다음 주쯤 뜻이 맞는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성공회대 교수들은 현재 시국선언 초안을 작성하고 소속 교수들의 동참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한편 이날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최근 경찰이 서울광장을 봉쇄하고 집회를 불허한 것에 대해 우려의 뜻을 밝혔다. 박건형 이재연기자 kitsch@seoul.co.kr
  • “南은 공권력 과용… 北은 인권침해 여전”

    국제앰네스티(AI·국제사면위원회)는 2일 발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한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앰네스티측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 정부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위자들을 해산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공권력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방송, YTN, 아리랑TV 등 주요 언론사의 사장을 현 정부 지지자들로 교체했다.”며 이를 언론독립이 침해된 상황으로 규정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경찰이 서울광장을 연일 봉쇄하면서 시민 집회를 막는 것 역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주노동자의 인권에 대해서도 “지난해 11월 경기도 마석의 이주노동자 무차별 체포 등 계속되는 단속·체포 과정에서 잔혹하고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를 당하는 사건이 점점 늘고 있다.”고 개선을 당부했다. 북한의 경우 식량부족과 강제송환자들의 수감생활, 정치적 동기의 구금과 사형 등에서 드러나듯 전반적으로 광범위한 인권 침해가 계속되고 있다고 앰네스티는 밝혔다. 특히 “지난해 6월 세계 식량농업기구의 조사 결과 식량이용이 감소한 가구는 북한 가구의 4분의3 정도 된다.”면서 “경색된 남북관계 탓에 북한 정부는 한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앰네스티는 보고서를 발표한 뒤 올해 한국의 인권현실에 대해서도 “용산 참사와 미네르바 구속 사건 등 경찰력을 과용하고 표현의 자유가 침해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국민을 부엉이바위로 내몰지 말라”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2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드리는 긴급 호소문’을 냈다. ‘국민을 부엉이 바위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는 제목이다. 김 전 장관은 호소문에서 “부엉이 바위에 섰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짙은 외로움이 바로 국민의 마음”이라며 이 대통령이 유족과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해 촛불집회 상황을 거론하며 “또다시 공안정국을 조성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생긴다.”면서 “대통령님은 그때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님은 촛불이 꺼지는 순간 돌변했다. 약속을 저버리고 검찰·경찰 등을 동원해 국민의 입을 막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장관은 “대통령님 주위에 이번에도 지난 번처럼 하자고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면서 “그런 이유 때문인지 대통령님께서는 다시 공권력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대통령님께서 국민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공안통치의 유혹에 빠지면 무서운 재난이 우리를 덮칠 것이며, 나는 그것이 두렵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또 “미디어 관련법 등 다수의 힘으로 관철시키려는 이른바 MB법들이 국민의 합의로 처리되도록 결단해달라.”면서 “너무나 외로웠던 노 전 대통령의 마음, 너무나 서러운 국민의 마음을 받아줘야 하며 국민을 또다시 부엉이바위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사설] 이 대통령 공명(共鳴)의 국정 펼쳐라

    지난해 한바탕 촛불집회가 벌어진 뒤 청와대를 중심으로 여권은 소통 강화를 다짐했다. 어제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인터넷 연설도 그 일환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충격적인 사건이 생기자 이 대통령의 소통 방식에 아직도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정파가 다른 쪽은 물론,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현 정부의 진정성이 이해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지지도가 출렁이면서 안정적인 정국 운영에 금세 적신호가 켜졌다. 현 정부가 위기에 취약한 것은 이 대통령이 공명(共鳴)의 국정을 펼치지 못한 게 큰 요인이라고 본다. 소통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자신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알리는 방식이 주가 되었다. 그것이 국민과 야당에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를 정교하게 살펴야 했다. 상대가 논리적으로 공감(共感)하는 것을 넘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국정운영이 필요했다. 감동과 울림의 국정운영이 부족했던 것이다. 때문에 지금의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이 대통령의 리더십이 다시 세워져야 한다. 실용주의 슬로건을 넘어 사람 냄새가 나는 감동의 국정, 감동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국민의 감동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어떤 정책도 수행에 어려움이 생긴다. 특히 대다수 국민들이 아파할 때는 대통령도 함께 아파하는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공명의 국정이 가능하고, 화해와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쟁점화시켜 6월 임시국회 개회와 연계함으로써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야당의 요구가 무리한 측면이 있다. 대통령 사죄, 책임자 문책 및 처벌, 국회 국정조사 등을 한꺼번에 촉구하는 것은 정치공세 성격이 짙다. 그럼에도 불구, 국정쇄신의 필요성은 있다. 야당의 요구와는 별개로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담보할 수 없음을 이번 사태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 마음을 보듬는 대책이 시급하다. 대국민담화나 대화의 자리를 통해 이 대통령의 솔직한 심경을 전달해야 한다. 박연차씨 수사가 마무리되면 검찰의 문제점을 짚어본 뒤 인적·제도적 보완책이 나와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공명의 국정운영을 일구어낼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일이다. 쌍방향 소통과 대화 강화로 대통령은 특정정파가 아닌, 모든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인식을 주기 바란다.
  • [노 前대통령 국민장 이후] ‘사회통합 어떻게’ 전문가 진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어떤 형태로든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화두를 던졌다. 분열과 갈등, 대립에서 벗어나 화해와 통합의 사회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불행한 사태를 새로운 사회 변화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원인과 책임 규명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노 전 대통령이 남긴 ‘화해와 통합’의 메시지를 실천하기 위한 대안을 찾아봤다. ●정부서 진정어린 의지 보여야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한국 민주주의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는 데 뜻을 같이하면서 ‘정부의 태도변화’와 ‘소통하는 정부’를 강조했다. 전북대 설동훈 사회학과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자체가 현 정부와의 갈등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정부의 근본적인 태도변화에 해결의 열쇠가 있다.”면서 “법질서를 준수해야 한다는 말은 백번 옳지만 특정한 사람들(정치권과 정권)의 이해관계를 위한 법질서 준수라는 의심을 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의 진정어린 의지를 보여주면 시민들도 이에 화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의 1차적 원인은 정부의 법치로 포장된 권위주의적 통치 태도에 있다.”면서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정부에 소통을 요구했지만 전혀 변화가 없었던 것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는 “정부가 소통을 거부한다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후퇴한다.”면서 “현 상황이 바로 그렇다는 점을 정부가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효종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교수는 “국민통합이 화두”라고 전제하면서 “절제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주장을 해나가야 진정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통합을 위해서는 이번 사태의 본질을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화해와 통합을 위한 전제조건이란 것이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적 억압이나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눈을 감고 무조건 사회를 통합하라는 것이 노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아니다.”며 이번 사태의 원인을 먼저 짚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일각에서는 검찰의 책임을 묻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정당한 수사라고 하는데 어떻게 통합을 얘기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핵심적인 시각차를 묻어두고 손을 맞잡자는 것은 진실을 은폐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피의사실이 충분히 보도된 만큼 그것이 진실이었는지 검찰 수사기록을 살펴보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고원 상지대 연구교수는 “지금은 사과와 유감을 표명할 때”라면서 “국민통합이 궁극적인 목표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짓밟는 풍토가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적 참여민주주의 전통” 이번 사태에서 한국 사회의 희망을 봤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다. 시민들의 성숙한 추모 열기가 이를 방증한다는 주장이다. 김호기 교수는 “1987년 6월항쟁을 시작으로 2000년대 낙천운동, 탄핵반대집회, 촛불집회, 이번 추모열기까지 모두 한국적 참여민주주의의 전통으로 볼 수 있다.”면서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참여가 한국만큼 활성화된 나라도 없다.”고 분석했다. 설동훈 교수는 “폭력이 없었다는 것은 국민들이 스스로 만든 민주주의 질서를 깨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장희 교수도 “대부분의 추모행사가 자원봉사로 이뤄졌고 참여자들도 스스로 분향소에 나왔다.”면서 “민주주의의 기반이 탄탄한 만큼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민주주의의 기본’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추모 열기가 높다는 것은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는 얘기지만 그만큼 기대가 높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면서 “소통과 통합에 대해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가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박건형 유대근 오달란기자 kitsch@seoul.co.kr
  • 독립영화 축제 인디포럼 2009 29일 막오른다

    독립영화 축제 인디포럼 2009 29일 막오른다

    독립영화 축제 ‘인디포럼 2009’가 찾아온다. 29일부터 새달 5일까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와 홍대 앞 시네마 상상마당에서 모두 65편의 독립영화를 상영한다. 지난 1996년부터 시작한 ‘인디포럼’은 독립영화 감독들이 직접 영화제를 운영하며 관객들과 소통하는 영화제로 비경쟁으로 이뤄진다. 올해의 슬로건은 ‘주먹 쥐고 일어서’. 인디포럼 프로그래머 팀은 “자본과 권력에 의해 모든 것이 저울질되는 이 세태에 떠밀려가지 않고, 온전히 우리 공동의 삶을 염려·축복하는 독립영화들로 스스로 길을 찾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개막작은 서재경 감독의 ‘외출’과 김영근·김예영 감독의 ‘산책가’이다. ‘외출’은 촛불 시위가 한창이던 어느 날, 공중 화장실에서 우연히 마주친 전경과 시위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산책가’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혼합된 작품으로 시각장애인이 세계를 인지해 가는 과정을 소리와 촉감의 상상력으로 표현해 냈다. 폐막작은 박홍준 감독의 ‘소년 마부’로 사회적 약자들의 무수한 죽음 중 하나를 영화적 미학 안에서 치열하게 그려냈다. 뜨거운 독립영화 열기를 반영하는 듯 ‘국내 신작전’에 출품된 영화는 3년째 500여편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한달여의 심사과정을 통해 선정한 영화는 모두 55편(장편 7편, 단편 48편). 가장 큰 특징은 여성감독들의 약진이다. ‘봄에 피어나다’(정지연), ‘시향의 브람스’(손미) 등 신작전 상영작의 절반 정도가 여성 감독의 작품이다. 또 다큐멘터리의 성취를 보여주는 작품들도 눈에 띈다. 2007년 대선 개표방송을 보며 오가는 두 사람의 잡담을 담은 ‘바보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김경만), 뉴코아 킴스클럽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투쟁과정을 기록한 ‘평촌의 언니들’(임춘민)이 볼 만하다. 이와 함께 ‘촛불 1주년-독립영화의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촛불집회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포럼도 마련했다. 새달 2일 인디스페이스에서 이택광 경희대 교수, 고병권 ‘수유+너머’ 연구원,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이송희일 감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포럼 기획전에서는 촛불시위 주요사건을 정리한 ‘불타는 신기루’ 등이 상영된다. ‘국내 초청전’에서는 이달 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인 신동일 감독의 ‘반두비’와 디지털 옴니버스 영화 ‘숏!숏!숏! 2009:황금시대’ 등 젊은 감독들의 작품 7편을 만날 수 있다. 자세한 상영시간표는 인디포럼 공식 홈페이지(www.indieforum.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람료 5000원. 문의 (02)720-6056.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시민단체 ‘시련의 계절’

    시민단체들이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정부 지원이 대폭 축소된 가운데 기업지원금까지 줄어들면서 몇 년간 진행해온 사업도 중단될 위기다. 인력 충원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26일 환경정의의 한 관계자는 “현재 상근자가 20명이다. 지난해보다 8명 줄어든 상태”라면서 “퇴사자가 있어도 신규 인력을 뽑기 힘들다.”고 밝혔다. 녹색교통운동, 희망제작소 등 대형 시민단체들도 대부분 인력감소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시민단체는 “지자체가 발주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통한 수입이 연 1억원은 됐는데 올해는 실적이 없다.”면서 “월급을 제 날짜에 지급하지 못한 경우가 몇 번 있었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올해 비영리단체 지원예산을 50% 삭감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다. 삭감된 금액은 모두 새마을 운동에 배정됐다. 지난해 촛불집회나 정부가 규정한 불법시위에 가담해 불법폭력단체로 규정된 단체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수준이다. 환경단체들의 연합인 한 네트워크기구는 “매년 환경부에서 사업비를 지원받아 진행한 환경보호 사업이 올해 중단된 상태”라면서 “핵심사업을 못하게 됐으니 존립 근거가 사라진 상태”라며 한숨을 쉬었다. 비교적 재정구조가 탄탄했던 단체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정부, 공공기관, 공기업 등과 하던 협력사업이나 연구프로젝트 등이 중단되거나 위축된 것이 직격탄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모 정부기구 관계자가 윗선에서 당장 관계를 끊으라는 지시를 받은 이후 공동 프로젝트가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2000년 이후 정부지원을 받지 않았던 녹색연합 최승국 사무처장은 “기업 사회공헌팀 관계자들이 정부 눈치도 있으니 1~2년 가량은 좀 쉬자고 얘기하더라.”고 밝혔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얼마 전 환경운동연합에 후원했던 기업들이 검찰 조사를 받은 일 때문에 진보성향의 시민단체에는 아무래도 꺼려지게 된다.”면서 “전체 예산은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에 중도보수 단체로 지원금을 배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자구책 마련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여성운동연합 김금옥 사무처장은 “육아휴직 중인 2명을 대체할 인력을 뽑지 않았고 지난해부터는 상여금 200%를 자진반납했다.”면서 “이면지 사용, 문건 돌려보기 등을 통해 줄일 수 있는 모든 운영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무총장과 이사진까지 회원모집에 발벗고 뛰어든 단체도 많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사들이 1인당 100장씩 회원가입서를 가방에 넣고 다니는 상황”이라면서 “초청강연회에서 가입서를 나눠줄 정도로 절박하다.”고 말했다. 박건형 강국진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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