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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무관심 편견 깬 그들의 소회

    이번 6·2 지방선거는 여러 정치적 편견을 깼다. 그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2030세대는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편견을 없앤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젊은층은 트위터와 스마트폰 등을 새 소통방식으로 투표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선거가 끝난 3일에도 2030세대를 묶어주는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는 선거결과를 분석하거나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대학생 김정인(22)씨는 “처음엔 ‘바뀌지도 않는데 굳이 투표를 해야 하나.’ 했는데, 온라인상의 친구로부터 독려를 받고 나서 마감시간을 코앞에 두고 투표했다.”면서 “이 정도로 투표율이 오르고 젊은층이 지지하는 후보가 승리를 거둘 줄은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2030세대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는 ‘의외의 행동’이 아니라 ‘당연한 행동’이라는 진단이다. 기성세대에 견줘 취업난과 교육문제 등 실용적이고 현실적 문제에 보다 관심을 집중했고, 이것이 적극적인 한표를 던지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선거관리위원회 측도 “이번 선거 투표율이 54.5%로 1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젊은층의 힘’ 때문”이라면서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았으나 전체 투표자 가운데 20~30대 유권자의 비율이 역대 선거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투표일 오전만 해도 4년 전 투표율(51.6%)보다 다소 낮을 것으로 관측됐던 투표율이 온라인상에서 투표 독려 운동이 활발해진 오후 들어 급상승 추세를 보였다. 대학생 정담빈(24·여·국민대 사회학과)씨는 “또래 세대들이 이번 선거에 대단히 관심이 많았고, 후보들이 20대를 위한 공약이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특히 교육감 선거 등을 통해 20대보다 더 어린 세대의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방송작가 주나경(27·여)씨도 “이번 선거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2030세대에서 ‘투표해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메신저 대화명으로 ‘선 투표, 후 욕설’ ‘백욕이 불여일표’ ‘노 보트(vote) 노 프러포즈’가 유행했다.”면서 “현 정권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질타하고 싶으면 표심으로 보여주자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하원(24·성공회대 신방과 4학년)씨도 “2030세대가 투표에 적극 참여한 것을 이색적인 것처럼 보는 시각 자체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과거 20대의 촛불집회 참여나 MBC 파업에 동참했던 것, 네티즌으로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들을 보면 20대가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중한 시각도 적지 않다. 대학생 이길준(26·한양대 국문과)씨는 “이번 선거에서 20대들의 힘을 보여줬으나 방향성이 없다는 점에서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 것”이라면서 “이번 선거에서 2030세대의 움직임이 ‘반(反) MB’였다면 앞으로는 주체적으로 자기 중심적인 얘기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경 김양진기자 white@seoul.co.kr
  • [선택 6·2-여·야 지도부 향후 행보] 고질적 지역정치 구도 엷어졌다

    ‘민심의 반란’은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지역정치 구도까지 약화시켰다.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득표율을 분석해 볼 때 지역구도 타파는 경남과 충남이 앞장 섰다. 한나라당의 텃밭이었던 경남에서 무소속 김두관 후보가 돌풍을 일으켰다. 영·호남과는 또 다른 제3의 지역정치에 매몰됐던 충남도 ‘이방인’이나 다름없던 안희정 후보를 ‘차세대 리더’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비록 당락에는 무관했지만 부산·대구·울산·경북과 광주·전남·전북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부산에서는 민주당 김정길 후보가 3일 0시 현재 4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경남을 강타한 ‘노풍(風)’이 부산까지 번진 것으로 보인다. 울산에서도 민주노동당 김창현 후보가 3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해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한나라당의 아성인 대구·경북에 도전한 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들도 10% 이상을 얻었다. 호남도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마음을 열었다. 전남지사에 도전한 한나라당 김대식 후보의 득표율은 15%에 육박했다. 4년 전 한나라당 박재순 후보는 5.9%에 그쳤다. 광주시장에 도전한 한나라당 정용화 후보도 15% 이상을 얻었다. 광주시민들은 정 후보에게 참여정부 시절 인사수석을 지낸 국민참여당 정찬용 후보와 엇비슷한 지지를 보냈다. 4년 전 광주시장에 나섰던 한나라당 한영 후보는 4.0%였다. 촛불집회 당시 농림수산부 장관으로 성난 민심에 맨몸으로 부딪혔던 한나라당 정운천 후보도 전북지사 선거에 나서 17%에 육박하는 의미있는 득표를 기록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싹이 튼 지역구도 타파 조짐을 대세로 만들기 위해 정치권은 선거 제도 개혁을 적극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주말 총력전 관전 포인트] 野 촛불 밝힌다

    [주말 총력전 관전 포인트] 野 촛불 밝힌다

    ‘수도권 전패’의 위기에 몰린 민주당 등 야권은 주말 대회전을 기점으로 반전의 기회를 잡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야권 후보들은 ‘한명숙 무죄판결’과 ‘유시민 단일화’ 직후 반짝 고점을 찍은 뒤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와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남북의 강경대치로 주도권을 잃으면서 여당 후보와 격차가 더 벌어졌다. 28일 언론이 마지막으로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서울시장의 경우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와 민주당 한명숙 후보의 격차는 17~20%포인트이고, 경기도지사도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와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 간 차이가 12~17%포인트까지 난다. 그나마 인천에서 민주당 송영길 후보가 10%포인트 안팎의 차이로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를 추격하고 있지만, 서울·경기의 열세가 인천으로까지 번질 기세다. 민주당 관계자는 “천안함 정국으로 3~4%포인트 정도는 빠질 것으로 봤는데,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야권은 주말 동안 수도권에 총집결해 ‘투표에 참여해 이명박 정권을 견제해 달라.’고 호소할 계획이다. 당직자 및 당원을 모두 동원해 백병전도 벌일 작정이다. ‘여당을 찍으면 전쟁 위기가 커지니 평화를 생각해서라도 야당을 선택해 달라.’는 ‘전쟁·평화론’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수도권 선거 전체를 이끌어야 하는 한명숙 후보는 29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생명과 평화를 위한 서울마당’ 대규모 촛불집회를 갖는 데 이어 ‘지하철 평화 올레’를 진행한다. 서울마당 행사에는 야당 대표와 시민사회단체 대표, 종교계 인사 및 배우 문성근씨 등이 나선다. ‘지하철 평화 올레’는 시청역에서 출발해 2호선을 타고 건대, 잠실, 삼성, 강남, 사당, 신림, 신도림역 등에서 내려 집중유세를 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야권은 또 젊은층의 투표 참여가 전세를 역전시킬 마지막 희망이라고 보고 있다. 청년층의 투표 의지와 결집이 고령층 및 보수층보다 훨씬 약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젊은 여러분이 얼마나 투표를 하느냐에 따라 민주개혁이 승리하느냐, 한나라당이 또다시 승리하느냐를 판가름한다.”고 호소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안티 MB’ 사이트 후원금 횡령 조사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6일 부상자 치료비 명목으로 모은 성금을 개인 용도로 쓴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 운동본부(이하 안티MB)’ 운영진 김모(45)씨를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또 이 사이트 부대표 백모(57)씨 등 8명도 같은 혐의로 수사 중이다. 김씨 등은 2008년 9월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던 회원 3명이 흉기에 찔리자 “치료비로 쓰겠다.”며 카페 회원에게서 7580여만원을 모금한 뒤 4300여만원을 촛불집회 등 시위자금과 사무실 임대료, 술값 등으로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안티MB 산하에 꾸려진 ‘조계사 회칼테러 비상대책위원회’의 회계담당 총무로 일하면서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안티MB가 후원금과 광고비 등에 쓰겠다며 모금한 2억 6000여만원 가운데 일부가 개인 생활비와 회식비 등으로 빼돌려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오정돈)는 이날 인터넷 카페에 허위 사실이 담긴 글을 올려 보수적 시민단체 대표를 비방한 안티MB 사이트 부대표 백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김효섭 임주형기자 newworld@seoul.co.kr
  • 대한민국 20대, 희망인가 절망인가

    대한민국 20대, 희망인가 절망인가

    “분노도 열정도 연대도 모르는 20대여, 난 너희를 포기한다.” 김용민 시사평론가의 칼럼 ‘20대 포기론’의 일부다. 김 평론가의 주장은 2007년 20대 총선투표율이 24%에 불과했다는 사실과 20대 참여율이 저조했던 2008년 촛불집회에서 시작한다. 사회의 주요현안에 대해 무관심과 침묵으로 일관하며 경력쌓기에 만 몰두하는 20대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고 있다. 물론 그의 주장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다. “최악의 취업률과 신자유주의의 무한 경쟁 등 20대가 처한 현실을 전혀 모르는 음해”라는 옹호론이 그것. tvN ‘백지연의 끝장토론’은 논쟁이 끊이지 않는 20대 역할론에 대한 찬반 난상토론을 벌인다. ‘20대 절망론’, ‘20대 개XX론’ 등 다양한 말들이 나오고 있는 현실 속에서 20대는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한다. 전문가 패널에는 김 평론가가 출연한다. 그는 토론이 시작되자 “20대 비판에 나섰다가 평생 먹을 욕을 한꺼번에 다 먹었다. 그래도 할 말은 하자.”고 당당히 주장했다. 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도 김 평론가와 뜻을 함께했다. 20대를 옹호하는 패널로는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저자이자 철학자인 탁석산이 참석한다. 그는 “지금은 평화의 시대다. 20대에게 과거 방식의 투쟁을 바라지 말라.”고 20대의 입장을 강하게 대변했다. 또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씨는 “20대 비판하는 386, 자신의 세대부터 먼저 성찰하라.”고 기성 세대를 향해 따끔히 충고하기도 했다. 시민토론단으로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20대 60명을 초대해 20대의 ‘진짜 절망’과 ‘진짜 희망’은 무엇인지 뜨거운 토론을 벌인다. 토론은 ‘20대 절망인가 희망인가’, ‘20대 보수화 어떻게 볼까’, ‘386 책임론 vs 20대 책임론’으로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진행한다. 특히 마지막 주제에 대해서는 ‘20대 문제는 386의 정치, 경제적 실패가 원인’이라는 측과 ‘386은 20년간 피 흘려 민주화에 헌신했다. 언제까지 386만 나서야 하나.’로 나누어 격론을 벌인다. 25일 밤 10시 30분 방송.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지방선거 D-13]대학생 73% “투표하겠다”

    [지방선거 D-13]대학생 73% “투표하겠다”

    대학생 73.5%가 6·2 지방선거에서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밝히면서 20대 투표율이 선거에 ‘중요 변수’로 떠올랐다. 20대 선거인수는 전체 선거인수(3886만명)의 17.8%인 693만여명에 이른다. 이에 따라 각 후보들도 저마다 대학생의 목소리를 공약에 반영하며 직간접적으로 소통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1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06 지방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은 33.95%로 전체 평균 52.6%보다 현저히 낮았다. 2002 지방선거에서도 31.65%에 그쳤다. 그러나 전국 35개 총학생회가 참여한 ‘2010 대학생유권자연대 이유(2U)’가 전국 대학생 956명을 대상으로 4월5~13일까지 조사한 결과 73.5%가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2010 대학생유권자연대는 4월30일 대학생 정치참여선언대회에서 발표한 10대 요구안 중 2개 공약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인 한명숙 캠프에 관철시켰다. 한명숙 캠프는 학자금 이자지원 조례 제정과 임대주택 확대를 공약으로 채택했다. 연세대 총학생회가 제안한 ‘20대를 위한 저가 임대주택’도 서울시장 유력 후보 공약에 반영됐다. 한명숙 캠프는 17일 이들과 만나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한나라당 후보인 오세훈 캠프도 ‘유스하우징(Youth Housing)’이라는 20대 임대주택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서울 주요 대학 기숙사 수용률이 10%에도 못 미치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1월부터 ‘대학생 임대주택’을 서울시장 후보들이 공약으로 채택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와 서울대 일부 학생단체가 참여해 ‘주거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각종 토론회 등 행사를 개최했다. 정다혜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두 후보 모두 대학생 주거문제와 관련된 비슷한 공약을 갖고 있는데, 시행 의지가 강하고 계획이 구체적인 후보에게 대학생들이 손을 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그동안 촛불집회 등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이던 대학생들이 ‘대의정치’라는 제도권으로 유입되는 과정”이라면서 “유럽과 미국에서는 선거캠프에 자원봉사를 하면서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것과 다른 방식이다.”고 말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열린세상]촛불 백서에 담아야 할 것들/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촛불 백서에 담아야 할 것들/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많은 억측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 “반성이 없으면 그 사회의 발전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촛불시위에 관한 공식보고서를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한 발언이다.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석 달이 넘도록 지속된 당시 촛불집회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고, 역사의 기록으로 남길 가치가 충분하다. 공식 보고서 발간작업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문제는 백서에 담을 내용이다. 누가, 무엇을 반성하고 그리고 역사에 어떻게 남길 것인가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 보자. 우선 광우병 괴담과 억측에 대한 원인을 밝혀야 한다. 촛불기간 동안 떠돈 ‘뇌송송 구멍탁’과 같은 광우병 괴담, 여성 시위자 사망설과 성폭행설 같은 잘못된 소문이 시민들을 흥분하게 만들고 시위를 증폭시킨 것은 사실이다. 광우병 위험을 지나치게 과장하여 전달한 언론과 지식인도 반성해야 한다. 그렇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왜 시민들이 정부의 발표보다 괴담과 억측에 더 귀 기울였는가 하는 점이다. 청와대는 끊임없이 광우병 괴담의 잘못을 지적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잘못된 소문을 바로잡기 위해 청와대 블로그에 ‘미국 쇠고기 공포 알고 보면 아니죠.’ ‘광우병 괴담 10문 10답’과 같은 정보도 올렸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시민들을 이해시킬 수 없었다.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고소영 내각’, ‘강부자 인사’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를 우리들의 정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자신들과 아무런 상의 없이 턱 결정해 버린 정부를 믿지 않았다. 촛불 백서에 담을 첫 번째 교훈은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부가 괴담과 억측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점이다. 정부 신뢰가 우선이다. 신뢰가 전제되었을 때 비로소 괴담과 억측에 대한 대책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괴담과 억측을 유포한 자를 밝혀 책임을 묻고 처벌하면 문제는 해결될까? 2008년 광우병 파동에 이어 미네르바 사건까지 겪으면서 정부는 사이버 공간의 루머와 악성댓글을 법적 규제를 통해 다스리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였다. 인터넷 실명제 적용을 확대하고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고자 했다. 규제와 징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하지만 바르지 못한 것들은 그 바르지 못함을 금지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바름을 세움으로써 경계할 수 있도다.”(김탁환 ´방각본 살인사건´) 사이버 공간은 네트워크를 통해 끊임없이 연결되는 흐름의 공간이다. 애초에 잘못된 것을 다 틀어막는 것도 불가능할뿐더러, 그렇다 하여 올바른 온라인 문화가 자리잡는 것도 아니다. 촛불백서에 담을 두 번째 내용은 규제와 처벌이 아니다. 그보다는 양질의 정보를 더 확산하고 건전한 토론을 만드는 온라인 토론 모델에 대한 방안이 담겨야 한다. 괴담과 더불어 2008년 촛불에 대한 잘못된 이해도 짚어야 한다. 2008년 촛불집회는 2002년 효순·미선 추모 촛불집회나 2004년 탄핵반대 촛불집회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달랐다. 2008년 촛불은 정부와 여당뿐 아니라 진보세력과 야당도 거부하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운동이었지만 반미 시위로 번지지 않았다. 철저하게 비정치적이고 탈이념적인 성격이었다. 6월 중순 이후부터는 촛불의 성격이 정치적 집회로 변질되었지만, 적어도 그 출발은 그랬다. 진보단체가 촛불의 선도에 서는 것을 마땅치 않아 했고 80년대 운동가요와 운동구호조차도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다. 2008년 촛불의 주역은 운동권 대학생이나 진보단체가 아닌 중·고생과 주부들이었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정치적 무관심 층으로 분류되었던 집단이었다. 왜 이들이 나섰는지, 운동조직도 없이 어떻게 전국적으로 몇 달 동안 수백만명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집회가 가능했는지, 촛불백서에서 답해야 할 부분이다. 이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었고, 이념이나 정파가 아닌 생활이슈를 중시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한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의 변화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 “불법집회 단순참가자도 손배”

    불법 집회로 인해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가 중단됐다면 집회 단순 참가자도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부장 임영호)는 29일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이 민모씨 등 8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민씨 등은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에 2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는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고, 법률에 따른 제한이 있는 것”이라며 “불법시위로 인해 개막행사를 시작하지도 못하고 취소하는 등의 피해를 입은 서울시 등이 시위 주도자뿐 아니라 시위에 참가한 이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해서 집회의 자유를 억제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은 지난해 5월 서울광장과 청계천 등에서 ‘하이서울 페스티벌 2009’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인근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1주년을 기념하는 시위에 참가한 민씨 등의 방해로 인해 행사를 중단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범죄발생률 7위 서울경찰청 순직은 1위 왜

    범죄발생률 7위 서울경찰청 순직은 1위 왜

    연평균 범죄 발생률이 전국 7위인 서울지방경찰청이 경찰 순직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실제 범죄발생률과 상관없이 수도권에 금융·국가기관 등 ‘지킬 것’이 많은 데다 행사·집회 등 치안수요가 많아 서울·경기지역 경찰들의 스트레스와 과로가 심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국가기관과 경제력이 몰려 있는 곳인 만큼 경비·경호는 물론 교통 등 치안수요가 복합적으로 합쳐져서 업무 강도가 높고 이것이 순직으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6일 경찰청의 ‘경찰 순직현황’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순직경찰은 모두 84명이었으며 순직경찰관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지방경찰청으로 모두 18명이었다. 이어 경기 12명, 경남·전남 8명, 부산 7명, 전북·경북 6명, 대구·충남 4명, 강원 2명 등의 순이었다. 반면 인구 10만명당 5대 범죄 연평균 발생건수(2005~2009년 5년 기준)는 광주가 1575건으로 가장 많았다. 2위는 제주 1563건, 3위는 울산 1266건 등이었다. 서울과 경기는 각각 1067건과 1104건으로 7위와 5위에 올라 실제 범죄발생률과 순직과의 연관성은 미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도권은 문화·경제·업무 중심지인 만큼 중요한 경비 업무가 많고, 이권이 걸려 있는 집회나 시위도 잦아 경호 업무 비중도 높다. 이 때문에 같은 8시간을 근무해도 업무강도가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경찰청의 ‘경찰 순직발생 원인별 현황’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순직한 289명 중 과로사가 179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이는 순직 원인 2위인 교통사고(78건), 안전사고(11건), 시위진압 및 인명구조(2건), 기타(5건)를 다 합친 것보다도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2008년에는 휴일에도 촛불집회에 동원되는 등 격무에 시달리던 강남경찰서의 한 간부가 과로로 순직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경찰서 생활안전계장 김유신(45) 경감은 하루 평균 350여건에 이르는 112신고 사건을 처리하고 거의 매일 새벽 지구대를 점검하면서도 휴일 촛불집회에 동원되는 등 연일 주야간 근무를 한 끝에 사무실에서 쓰러져 뇌출혈로 사망했다. 고 김유신 경감의 유족인 부인 정선자씨는 “시위·집회 진압조인 1단위 중대장을 맡고 있어 일주일에 하루 들어와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옷만 갈아입고 나간 날이 부지기수였다.”며 “평소 강직한 성격이라 힘들다는 내색은 안 했지만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견디기 힘들 만큼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그렇게 자기 몸 돌보지 않고 헌신했던 양반인데 이제는 점점 잊혀져 가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울먹였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출간된 노무현 前대통령 자서전…주요 내용 보니

    “20년 정치인생을 돌아봤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꿨다고 믿었는데 돌아보니 원래 있던 그대로 돌아가 있었다. 정말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길이 다른 데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꼭 한 달 앞둔 23일 사후 자서전 ‘운명이다’가 출간됐다.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남긴 기록과 구술, 주변인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노무현재단이 펴냈다.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이야기하는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된 자서전의 주요내용을 정리했다. ●2002년 대선 정몽준씨가 유세장에 나오지 않았다. 국무총리와 국정원장 등 소위 4대 권력기관장을 포함한 내각 절반, 정부산하단체와 공기업 기관장 절반의 인사권을 요구했다. 이 요구를 거절했다. 김원기 고문이 “노무현 후보가 구두 약속했다고 정몽준씨에게 거짓말을 하고 뒷일은 내가 다 책임지고 은퇴라도 하겠다.”고 했다. 나는 화를 냈다. 거짓술수를 허락하느니 실패한 대통령 후보로 남겠다고 했다. ●탄핵 아내는 촛불집회 소리를 들으며 우리 편이 저렇게 많다고 좋아했지만 나는 겁이 났다. 저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와서 나를 구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내게 무엇을 요구할까. ●남북정상회담 김정일 위원장은 거침없이 말하고, 충분히 이야기하면 말이 통하는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다. 그는 북에서 만난 모든 사람 가운데 가장, 그리고 홀로 유연했다. ●검찰개혁 실패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이런 제도 개혁을 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 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퇴임 뒤 나와 동지들이 검찰에 당한 모욕은 그런 미련한 짓을 한 대가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열린세상]사법개혁 건전한 상식에서 출발해야/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

    [열린세상]사법개혁 건전한 상식에서 출발해야/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

    촛불집회와 교수들의 시국선언에 관한 1심 재판부의 서로 다른 판결로 국민들은 어리둥절한 상태다. 법원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면서 집권 여당인 한나당이 먼저 사법개혁안을 제시한 가운데 새삼 사법개혁 논란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법조계는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에서 좋은 학교 나와서 어려운 시험에 합격한 우리 사회의 최고 엘리트 집단이다. 그런데 그들이 사회적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여론의 표적이 된다. 한나라당의 사법개혁안을 성안한 여상규 의원이나 국회사법개혁특위 위원장을 맡은 이주영 의원 모두 법관 출신이다. 그런데 한나라당 안에 대해 박일환 법원행정처장(대법관 겸임)이 다소 거친 어조로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안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이어 대법원이 자체 법원개혁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 논란의 핵심인 대법원의 과중한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법관을 현재의 14인에서 24인으로 늘리자는 한나라당 안에 대해 대법원은 고등법원에 상고심사부를 설치하는 안을 제시했다. 작년에만 대법원에 제기된 상고사건이 3만 2000건에 달함에 따라 대법관의 업무 폭주를 어떠한 형태로든 완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에 과거에는 상고허가제를 실시하기도 했으나 국민의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에 따라 폐지되었다. 현재는 상고심리불속행(上告審理不續行) 제도라는 다소 낯선 제도가 시행되면서 연간 60% 이상의 상고사건이 기각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법원의 과중한 업무부담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상고사건이 4배나 늘어났기 때문에 대법관 수를 늘리자는 한나라당의 안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대한변협의 주장대로 대법관 수를 파격적으로 50인으로 늘리지 않는 한 대법원의 사건부담을 해소하기는 어렵다. 이에 대법원 안은 고등법원에 상고심사부를 설치해 상고사건을 미리 통제하자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법원의 사법개혁 안인 고등법원에 상고부를 설치하는 안보다는 다소 진전된 안이다. 하지만 헌법상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는 규정에 비추어 본다면 헌법에도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고등법원에서 최고법원의 재판을 받을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법원의 구성을 이원화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즉 현재 대법관만으로 구성된 대법원의 각 부를 대법관이 재판장을 맡고 대법관이 아닌 대법원 소속의 판사가 배석법관을 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를 줄이면서 대법관의 업무를 획기적으로 경감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유사한 사건에서 1심법원의 판결이 서로 상이한 형태로 나타나는 한 국민의 삼세판 인식은 불식되지 않을 것이다. 하급 법원의 강화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번째, 법관인사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한나라당은 법관 3명 외에 법무부, 변협, 법학계 관계자 각 1명씩 모두 6명으로 구성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전혀 언급도 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지금도 법관 인사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법관인사위원회에 외부 인사가 참여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법관 인사는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에서 주도하고 있다. 로스쿨이 정착되면 변호사시험합격자가 바로 법관으로 임용돼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현재 사법연수원 졸업생이 바로 법관으로 임용되는 유럽식의 장점도 많지만 미국식 로스쿨을 도입한 이상 경력법관제는 불가피하다. 경력법관제를 시행하게 되면 법관은 검사·변호사·법학교수 중에서 충원된다. 그런 점에서 법관 지원자가 근무한 조직을 대표하는 직역의 대표가 추천한 인사가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법관인사위원회의 구성을 대법원장이 추천한 법관과 다른 직역에서 추천한 인사의 비율을 동률로 하면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법관 선발의 주체가 소수에 머무는 것도 새로운 문제의 씨앗을 뿌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손예진 ‘시청률 악몽’ 떨쳐낼까

    손예진 ‘시청률 악몽’ 떨쳐낼까

    손예진이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던 전작 ‘스포트라이트’ 의 시청률 악몽을 떨쳐버릴 수 있을까. 31일 방송된 MBC 새 수목극 ‘개인의 취향’ 에서 극중 엉뚱하고 발랄한 개인으로 분한 손예진은 기존의 작품들과 확연히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청소를 전혀 안한 것 같은 어지러운 방에서 아침을 맞는가 하면, 패션 감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차림으로 등장했다. 지난 2008년 방영된 MBC ‘스포트라이트’ 에서 손예진은 극중 사회부 2진 기자로 분해 저돌적인 여기자로 분해 관심을 모았다. 이를 위해 손예진은 화장기 없는 얼굴에 기름진 머리, 단벌 의상으로 사건현장을 누비느라 바쁜 사회부 기자를 최대한 표현하려 했다. 하지만 재벌기업의 비리와 촛불집회 등 민감한 사안들을 용기있게 건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동시간대 경쟁작인 SBS ‘일지매’ 에 밀려 한 자릿수 시청률로 종영하는 비운을 겪은 바 있다. 이날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시청자 게시판에 “손예진이 있어 볼만했다.” “망가져도 귀엽기만 하다.” 는 등의 댓글을 남기며 손예진의 연기 변신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상대역인 진호로 분한 이민호 역시 까칠한 가짜 게이 역할을 무난하게 소화했다는 평이다. 사진 = MBC 서울신문NTN 백영미 기자 positive@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더러운 것 속에 숨어있는 숭고한 영역 찾아다니죠”

    “더러운 것 속에 숨어있는 숭고한 영역 찾아다니죠”

    “나는 늘 남들이 더럽다고 생각하는 것만 좇아다니네요. 하지만 더러운 것 속에 숨어 있는 숭고하고 심오한 영역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난 이것을 ‘흰 그늘’이라고 불러요.” 고희(古稀·70)를 맞은 김지하 시인이 새로운 시집 ‘시 삼백(詩 三百)1~3’(자음과모음 펴냄)을 내놓았다. 지난해 썼던 시 305편을 모았다. ●공자의 ‘시경’에 대한 오마주 그는 19일 서울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 시집이 담고 있는 것들, 2년 전 촛불을 둘러싼 인류사적 사유의 필요성 등에 대해 특유의 격정적인 말투로 풀어냈다. ‘시 삼백’은 공자가 엮었던 시경(詩經)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다. 시경도 305편이고, 시경을 엮던 시기의 공자도 꼬박 70세였다. 공자는 논어 위정(爲政)편에서 ‘시 삼백편을 정리한 이유는…사람들 생각에 사악함을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詩三白…思無邪)라고 말한 바 있다. 시인이자 사상가인 김씨도 비슷한 생각이었을까. 그는 “하나의 양식, 하나의 주제가 아닌, 여러 양식과 여러 주제를 갖고 쓴 시를 모아 천 개의 얼굴과 만 개의 목소리를 담도록 한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305편 중 200여 편은 이야기(賦), 노래(興), 교훈적인 것(比), 풍자(諷), 명상(神) 등 다섯 가지 양식으로 나눴다. 그리고 나머지 100여 편은 다시 ‘땡’, ‘똥’, ‘뚱’ 등의 이름을 붙여 재구성했다. 1970~1980년대 김지하는 저항의 상징이었다. ‘황토길’, ‘금관의 예수’, ‘타는 목마름으로’ 등은 억압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줄기 빛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1991년 초입 숱한 젊음들이 자신의 몸에 불을 댕기는, 이른바 ‘분신정국’ 한복판에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는 글을 써서 옛 동지와 적들로부터의 엇갈리는 비판과 찬사를 한꺼번에 받았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 입장에서 편리하게 취해졌던 비판과 찬사와는 별개로 그가 오랫동안 품고 있던 ‘생명 사상’의 맹아를 대외적으로 처음 확인시킨 사건이었다. ●“촛불집회는 후천개벽 알린 사건” 김씨는 2년 전 ‘촛불’에 대해서도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광대무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그는 “촛불집회는 단순한 데모가 아니었다. 때려 잡을 것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사회 새로운 주체(여성, 학생, 비조직 시민 등)의 부상과 함께 인류 문명 단계의 새 세상, 즉 후천개벽을 알리는 사건이었다.”면서 “우리가 촛불로부터 배울 것은 대의민주주의 형태 안에 어떻게 직접 민주주의의 순수한 열정을 반영한 새 구도를 짜야할지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대에 적합한 정치체계는 노자의 무위(無爲)정치이고, 이는 촛불처럼 민중이 스스로 정치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좌우 안팎에서 자신이 외면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시 삼백’을 통해 자신의 사유가 젊은 세대와 통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세간에서 ‘지가 뭔데 지를 공자에 빗대냐.’고 수군대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 것 같네요. 그래도 ‘시 삼백’을 읽고 나면 김지하가 괜히 너스레 떠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많이 아팠구나 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이에요. 뒤쪽을 읽으면 눈물도 나지 않을까 싶네요.”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발언대] 헌법불합치 집시법 조속 개정을/김옥남 안양경찰서 정보보안과장

    [발언대] 헌법불합치 집시법 조속 개정을/김옥남 안양경찰서 정보보안과장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 제10조의 규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다만 제10조의 조항은 오는 6월30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법률을 개정할 때까지 효력을 이어간다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조진형 의원은 밤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집회를 금지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야간 공공질서를 유지하고 교통방해 및 상가·지역주민이 볼 피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올해 5월 국회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교체되고 6월에는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등 빠듯한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늦어도 4월 국회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 그래야 ‘6월30일’이라는 개정 시한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시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조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지난달 17일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된 뒤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집시법은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동시에 불법적인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국민들은 2008년 여름, 광화문 광장에서 벌어진 무질서와 폭력적인 촛불집회를 기억하고 있다. 당시 광화문 광장 주변 상인들은 막대한 영업 손실을 입었다. 상인 115명은 광우병대책회의 등 촛불시위 주동세력과 국가를 상대로 17억 25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에는 4대강 살리기 사업, 노동계 하계투쟁, 지방선거, G20정상회담 등 정치적 사안이 걸린 이슈가 많아 불법·폭력 집회시위로 국가 이미지가 실추될 우려가 있다. 아울러 야간 집회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경찰력 투입으로 치안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이른 시간 안에 집시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법률 개정안이 시한 내에 통과돼야 할 것이다.
  • 김미화, 독립신문에 승소

    서울중앙지법 민사29단독 박상길 판사는 17일 방송인 김미화씨가 “허위사실과 비방성 표현으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인터넷 독립신문’ 대표 신혜식씨와 기자 2명을 상대로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박 판사는 판결문에서 “기사에서 ‘원고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반대 촛불집회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등의 부분은 허위사실이고, 칼럼에서 ‘반인륜적 독선’, ‘패륜을 즐기는 정신나간 여자’ 등으로 표현한 부분은 악의적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의견표현의 한계를 벗어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면서 “피고 가운데 신씨는 운영자로서 그런 칼럼이 게재되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는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씨를 ‘친노연예인’, ‘좌파기득권세력’, ‘친북좌익 선동가’ 등으로 표현한 대목에 대해서는 “논평이나 의견표현으로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을 나타낸 것이 아니다.”며 기각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촛불집회 학생에 가산점 교사 해임 정당”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장상균)는 촛불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수행평가 가산점을 줬다가 해임당한 교사 신모씨가 “해임 결정을 취소하라.”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수행평가를 하면서 교육청 성적관리 지침과 사전 공지된 기준에 어긋나게 특정집회에 참가했는지를 기준으로 가산점을 부여한 것은 불공정한 성적평가”라고 판시했다. 신씨가 전국학력평가시험(일제고사)을 감독하면서 문제지를 배부하지 않고 답안지만 배부한 채 답안을 작성하게 한 행위에 대해서도 “시험 감독 교사의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신 교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 참가 학생들에게 국어 과목 등의 수행평가 가산점을 임의로 부여하고, 일제고사를 감독하며 답안지만 배부한 채 답안을 작성하게 했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해 1월 대구의 한 고교에서 파면됐다. 신 교사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해 같은해 6월 최종 해임 처분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동화로 읽는 세계의 문화 1, 2, 3(한정영·임선아 지음, 김준미 그림, 가교출판 펴냄) 다른 나라를 접한다는 것은 그곳의 지리, 역사, 풍습, 음식 등 총체적인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전해온 동화에는 이 모든 것이 쏙 배어있다. 1권 아시아편, 2권 유럽편, 3권 아프리카·오세아니아·아메리카편은 각 대륙별, 나라별로 대표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모았다. 각권 9800원. ●근현대사신문 근대편, 현대편(문사철 기획, 사계절 펴냄) 교과서가 미처 가르쳐주지 못한 역사 속 진실의 토막을 신문 편집 형식으로 정리했다. 근대편은 1876년 개항 기사를 시작으로 해방 이전까지 만들었고, 현대편은 해방이후부터 2001년 9·11테러와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촛불집회 기사까지를 마지막으로 정리했다. 기존의 ‘역사신문’, ‘세계사신문’과 더불어 역사신문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각권 2만 3000원. ●지상 최대의 생일잔치(신디 누시원더 지음, 웨인 지핸 그림, 승영조 옮김, 승산 펴냄) 영재수학동화를 표방한 시리즈가 이 책 8권을 마지막으로 완결됐다. 수학의 기본 개념 이해는 물론, 생활 속에서 수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도록 도와준다. 함께 출간된 7권 ‘둘둘섬의 비밀’은 원주율(파이·π)을 몰라도 원의 넓이를 구할 수 있는 비밀을 알려준다. 각권 7800원. ●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고트프리트 A. 뷔르거 지음, 염정용 옮김, 인디북 펴냄) 200여년 동안 전세계 어린이들의 황당하고도 기발한 상상력을 자극해온 책이 독일어판 원본 완역으로 나왔다. 사냥꾼이자 여행가, 그리고 귀족 사교계의 화제 인물인 뮌히하우젠 남작의 얘기를 쭉 따라 읽다보면 마치 돈키호테와 걸리버여행기가 합쳐진 듯한 느낌이다. 9500원. ●내 말 좀 들어주세요, 제발(하인츠 야니쉬 지음, 질케 레플러 그림, 김라합 옮김, 상상스쿨 펴냄) 아이들은 소통에 익숙하지 않다. 호기심에 가득차 궁금한 것도 많아 질문을 퍼붓지만 정작 대답을 듣는 데는 도통 관심이 없는 듯 하다. 게다가 너도나도 자기 아이들을 떠받드는 세상에서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기 일쑤다. 동화는 어려움에 처한 곰의 말을 듣지도 않은 채 제멋대로 처방을 내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경청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9500원.
  • 신영철대법관 재판몰아주기 관련 “촛불집회 재판부 배당자료 공개”

    지난해 ‘신영철 대법관 파문’을 불러왔던 촛불집회 관련 형사사건 배당 자료를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서태환)는 3일 “2008년 6월11일부터 2009년 2월15일까지 형사단독사건 배당부 가운데 종결된 소송의 배당부에 관한 공개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법원공무원노조가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배당부는 배당순위번호와 사건배당 결과 등을 기록한 문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종결된 소송에 관한 배당 정보는 순수한 재판작용에 대한 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공개된다고 해서 재판이나 법관의 독립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배당부 공개 때문에 사건배당의 재량권이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은 “근래에 사건 배당 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사법행정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데다, 배당 관련 제도 개선과 배당하는 사람의 신중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유도할 수 있다.”며 기각했다. 법원공무원노조는 지난해 3월 촛불시위 재판 배당 때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이었던 신영철 대법관이 11건 가운데 8건을 보수적 성향의 판사에게 몰아줬고, 이에 단독판사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사건을 재배당한 뒤 단독판사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배당부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문화계 왜 이러나

    문화계 왜 이러나

    ■예술위 - 한 지붕 두 수장 2008년 해임된 김정헌(64)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위원장이 법원의 해임처분 취소 판결에 따라 1일 출근을 강행, ‘한 지붕 두 수장’이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 빚어졌다. 김 위원장이 앞으로 계속 정상출근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혀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도 무리한 기관장 해임으로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오전 8시55분쯤 서울 대학로 예술위에 도착해 “법원의 취소 판결과 해임 효력 집행 정지 결정에 따라 오늘부터 위원장 업무를 수행해나가겠다.”고 말문을 연 뒤 “책임은 사태를 초래한 문화부에 있다. 문화부가 이 사태를 빨리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예술위 건물 앞에서 김 위원장을 맞은 윤정국 사무처장이 “무슨 일로 오셨는가. 문화부에서 항고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결론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한 차례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예술위가 본관 옆에 별도로 마련한 사무실로 들어가, 오광수 현 위원장과 마주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두 수장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면서 예술위는 매우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업무 차질이 예상되지만 해결 수단이 없어 문화부의 조속한 ‘처분’만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현 예술위원들이 이날 오후 “김 위원장이 계속 출근하는 것은 위원회의 앞날과 예술계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 자명하다. 김 전 위원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는 ‘압박성’ 성명서를 내면서 혼란은 더해가고 있다. 심장섭 문화부 대변인은 “위원장 업무는 위원회에서 판단해 업무를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문화부가 해임 처분 효력정지 결정에 대해 지난달 26일 고등법원에 항고한 상태이기 때문에 최종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는 두 위원장 체제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교수직을 맡고 있는 공주대학교도 입장이 난처해졌다. 공주대 교무처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휴직계를 내긴 했지만, 신중하게 검토하느라 처리되지 않았다. 언제 휴직 결정이 날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직무를 계속 수행하기 위해서는 겸직을 금지하고 있는 예술위 규정에 따라 교수 휴직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문제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임기가 올해 9월까지였던 김 전 위원장은 2008년 12월 문화예술진흥기금 운용 규정 등의 위반으로 해임되자 곧바로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2월16일 해임처분을 취소했고, 1월26일 해임 효력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영진위 - 사업자 선정 ‘시끌’ 한국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도 잡음에 휩싸였다.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사업자 선정 등과 관련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영진위 측은 1일 서울 세종로 영상미디어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조희문 영진위원장은 “그동안 특정단체를 위탁 지정해왔으나 이 문제가 국정감사 때마다 지적돼 개선책의 일환으로 공모 방식을 도입했다.”며 “구성원 전문성과 사업계획 등을 놓고 전문가 5인이 공정히 심사했고, 영진위 9인 위원회가 최종 의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1차 심사에서 70점 이상을 받은 3개 단체 가운데 2차 토론을 통해 최종 사업자를 뽑았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탈락업체인 미디액트 측은 “영진위가 보수단체에게 사업을 맡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존 사업자인 미디액트를)탈락시켰다.”며 “이는 정부의 보수단체 지원 바람에 편승한 결과”라고 반발했다. 온라인 국제 탄원서도 준비 중이다. ‘한국의 미디어와 민주주의 : 미디액트를 구해주세요’라는 탄원서에는 이날 현재 28개 국 540여명이 서명했다. 미디액트 측은 “존 다우닝(미국), 디디 할렉(미국), 엘리 레니(호주), 가비 하들(일본) 등 저명한 미디어 전문가들과 교육자들도 동참했으며 네티즌들의 자발적 참여로 일본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면서 “세계 각국의 미디어 및 인권 단체들도 영진위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1~7일을 ‘미디액트 지지를 위한 국제행동 주간’으로 선포,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관련 단체들이 현지 한국대사관 항의방문을 추진 중이다. 미디액트 수강생들로 구성된 ‘영상미디어센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모임’은 공모 참여 단체들의 명단과 응모서류, 회의록 등을 공개할 것을 영진위 측에 주장했다. 이번 사태는 영진위가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의 새 운영자로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한다협)와 시민영상문화기구(시영)를 각각 선정하면서 불거졌다. 지난해까지 두 곳은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영진위 위탁을 받아 인디스페이스와 미디액트라는 이름으로 운영해왔다. 앞서 인권운동사랑방은 지난달 28일 “촛불집회 참석 등을 문제삼아 영화단체 사업지원에서 배제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영진위를 상대로 인권영화제 지원 거부에 대한 취소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인디포럼작가회의도 이르면 다음주 중 같은 소송을 낼 예정이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열린세상]뺄셈의 사회, 덧셈의 사회/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열린세상]뺄셈의 사회, 덧셈의 사회/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돌이켜 보면 우리 현대사는 뺄셈의 논리에 의해 지배되어 온 것이 아닌가 싶다. 뺄셈의 사회가 상대에 대한 배제와 소통 부재로 난장(場)의 형태를 보여준다면, 덧셈의 사회에서는 중재와 합의 도출 그리고 공론 영역이 확대된다. 해방 이후 김구와 여운형의 암살은 뺄셈의 논리가 극단적으로 표출된 사건이었다. 중도우파와 중도좌파였던 김구와 여운형은 극우와 극좌가 지배하는 해방공간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배제의 논리는 이후 한국 사회에서도 지배적 코드로 굳어져 왔다. 이승만의 국가만들기 프로젝트는 극우, 친미, 정권유지 외에 어떤 가치판단도 수용하지 않았다. 박정희의 경제건설 프로젝트에는 경제와 성장 외에 다른 생각과 이념이 들어갈 공간이 거의 없었다. 뺄셈의 논리는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에서도 이어졌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은 뺄셈의 공식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러나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정치목표가 달성된 것은 아니었다. 갈등은 더욱 더 표면화되었고, 진영과 진영 사이 논쟁은 논쟁으로 끝났으며 합의가 도출되지 못했다. 뺄셈의 논리는 소통하지 않으려는 태도다. 자신의 정당성에 대한 확신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이다. 뺄셈의 사회는 강퍅해질 수밖에 없다. 뺄셈의 논리가 지배하면 사회의 다양한 제도와 주체들 사이에 소통의 단절이 오고 공론 영역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대의 민주주의의 외양은 유지하되 본질은 사라지는 것이다. 소통되지 않는 사회, 소통하려는 의지를 잃어버린 사회에서 민주주의의 이념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민들은 다양한 사회제도들에 대하여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으려 한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논란이 되었던 것은 소통의 문제였다. 촛불집회는 소통의 부재가 낳은 산물이었다. 촛불집회는 마무리되었지만, 이후에 계속되는 정치 상황을 보면 변화된 것은 거의 없다. 용산참사, 미디어 관계법, 세종시를 둘러싼 갈등관계가 대표적인 예다. 철거민과 경찰관 등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가 부분적으로나마 타협점을 찾은 것은 345일 만이었다. 국회에서 미디어 법은 통과되었지만 정당하다고 판단되는 논리는 없었다. 세종시 문제는 더욱 더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세종시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함으로써 세종시 수정절차에 착수했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세종시법이 수정되어야 한다는 논리와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논리 사이에 접점을 찾기란 매우 힘들어 보인다. 세종시와 관련해서 어떤 절차가 합의되고 논의될지 알 수 없다.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합리적인 절차와 합의의 과정은 난망해 보인다. 사회적으로 긴요한 쟁점들과 관련된 논의와 주장이 생산되고 부딪치면서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배수의 진을 치고 맞붙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는 덧셈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다. 합리적 소통과 공론의 영역이 넓어지고 활성화되는 열린 사회다. 지양은 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과정과 상대에 대한 관용으로부터 나온다. 지양은 기계적 중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도나 지양은 둘 사이 산술적 통합이 아니라 의미와 관점의 공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양까지 나아가는 것은 아니더라도 중도가 되는 일조차 우리 사회에서는 너무 힘겨워 보인다. 서로에 대해서 관용하지 않고, 극단의 논리가 지배하기 때문이다. 때로 중도나 지양은 비굴하게 보여지기도 한다. 나의 관점을 따르면 우리 편이고 아니면 상대 편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당대의 현실 앞에서 합리적인 소통과 공론 영역을 말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회의마저 든다. 지금 우리 사회 열차의 목적지는 ‘열린’ 종착역이 아니라 ‘닫힌’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블랙홀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사회적 희생을 초래할 것인지는 모두 다 알고 있다. 우리의 현대사가 증언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 사회 열차는 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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