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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일의 아동도서/ 잃어버린 것 - 작지만 행복해지는 이야기

    세상에는 작지만 행복해지는 이야기들이 참 많답니다.이건 어떨까요?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호주의 작가 숀 탠이 글과 그림을 도맡은 ‘잃어버린 것’이 그 책인데요.“그림책은 코흘리개들이나 보는 것”이라며 철커덩 마음의 문을 닫은 어른들까지 살살 달래놓을 듯싶네요. 병뚜껑 수집이 취미인 어린 ‘나’는 몇해전 여름 바닷가에서 “너무나 기묘한 모습으로 버려진 어떤 것”을 발견합니다.집으로 데려왔지만 엄마,아빠는 더럽다며 심드렁할 뿐이죠.바쁜 어른들에게 그딴 게 무슨 관심거리나 되겠어요? 로봇 같기도,촉수 달린 연체동물 같기도 한 그것과 나는 어느새 ‘우리’가 됩니다.그래서 그것이 맨처음 놓였음직한 ‘제자리’를 찾아 헤맨답니다. 책은 복잡한 수학원서를 배경으로 꼭 선문답 같은 글자들을 심어놨습니다.‘버려진 것’의 정체는 과연 뭘까.책을 암만 뜯어봐도 정답은 나오질 않네요.어린 독자들의 상상의 날개를 꺾지 않는,무척이나 사려깊은 동화입니다. 후미진 곳에 덮여 있어도,사람들의 기억속에서 까맣게 잊혀지고 있더라도,빛바래지 않는 소중한 것들이 세상에는 참 많은데요.그게 뭔지,더이상 ‘코흘리지 않는’아이들에게 한번쯤 고민해 보게 하는 건 어떨까요.6800원. 황수정기자
  • 시인 강은교 9번째 시집 펴내, 시 속에 흐르는 ‘음악성’

    ‘한 어둠이 두 어둠의 혀일 줄이야,/작은 설움이 큰 설움의 깊은 눈일 줄이야,/얇은 한숨이 두꺼운 한숨의 피일 줄이야,/한 무덤이 두 무덤의 나부끼는 속눈썹일 줄이야,고통구름 하나 산길,무덤 옆으로 걸어간다 아야아- 짧은 눈물이 긴 눈물의/속가슴일 줄이야!’(짧은 눈물이 긴 눈물의) 강은교 시인이 아홉번째 시집 ‘시간은 주머니에 은빛 별 하나 넣고 다녔다’(문학사상사·5000원)를 냈다.‘다대포 시편’과 ‘상황 서정시편’등으로 나눠 모두 73편을 실었다. 여전히 그의 시편에서는 ‘고독한 시인의 명상’과 ‘물상 혹은 피조물의 미시성에서 추출해 낸 서정주 풍의 음악성’이 읽힌다. ‘동백꽃 한 송이가 툭-/떨어졌다.아야아- 동백꽃도 나도 바람눈/무거운,/한 세상 달려 있는 것이/부담스러운 바람눈,/오,비리데기/그 강을 건너지 마오,건너지 마오 시간은 주머니에 은빛 별 하나 넣고 다녔다.’(시간은 주머니에 은빛 별 하나 넣고 다녔다) 이 글에 보이는 시적 언어는 메시지에 짜맞춘 의도적인 말이 아니라 정서적인 이미지의 형상화이다.시인이 줄기차게 추구해 온 ‘따뜻한 세상 보듬기’가 시력(詩歷) 35년과 어우러져 빚은 완숙함이 이런 것일까 싶게 억지스러운 데가 없다. 만약 누군가가 애써 ‘완숙’을 의식했다면 이런 정도의 주제에서 어김없이 주제의 산만함이나,불협화한 파열음이 터져나왔을 터이나 시인은 이를 멋지게 조종해 낸다.그렇다고 그의 시를 기계적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심각한 오해다.오히려 그와 반대되는 운율 형식과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지금도 그의 시가 눈부신 것은,일반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시상에 그가 시적 감성의 촉수를 잇대고 있다는 것이다.이를 테면 ‘다 시든,천 원짜리 화분에 자꾸 물을 주었더니 어느 날 아침 분홍·노랑 꽃망울이 올라오기 시작했다.그만/피어버렸다.’에서 보이는 시인의 감성은 더도 말고,덜도 말고 그가 말한 색깔,분홍이거나 노랑 그대로다.그의 시가 역겨운 치장 하나 없이도 ‘이 시대의 보편적 감성과 소통하는 담백하고 투명한 서정’(평론가 이혜원)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이런 그의 ‘특별한 서정’에 있다고 여겨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특히,그가 많은 시편에 차용한 감탄사 ‘아야아’가 시상의 깊이와 향가적 운치를 더해주고 있어 재미있다.시인에게 다대포의 안부를 묻는다.“다대포에는 지금도 싱싱한 별들이 숱하게 파도에 밀려 오는가.” 심재억기자
  • [2002 길섶에서] 오프 로드

    여름,우리는 차를 타고 도시를 떠난다.산과 바다,자연을 그리며 도시를 빨리 벗어나고자 한다.도시마다 나가는 길이 시원하게 뚫려 있다.그러나 그 길의 직선은 자연을 가리키지 않는다.도시에서 나오는 곧은 길은 다른 도시를 향해 뻗어 있다.아스팔트의 검고 긴 도로는 가늘디 가늘어졌지만 체액이 흐르는 도시의 촉수와 같다.똑같이 이쪽을 향해 뻗어 있는 다른 도시의 촉수에우리가 붙잡힐 때까지 길은 눈을 부릅뜨고 있다.도시밖 직선 도로는 도시의 감시병이다. 도시에서 나와 고속도로를 한참 달리다 보면 우리는 도로 주변의 풍경에 섞여지기보다 도로의 기다란 네모 속에 점점 갇혀지는 자신을 발견한다.네모의양 변을 도시가 힘껏 끌어당기고 있다.거칠 것 없이 쭉 뻗어 있는 길을 달리다 보면 우리는 마취된다,육안에 들어오는 주변의 자연이 아니라 우리 눈에서 사라진 도시에.그래서 잘 닦여진 길,전도가 예측가능한 길에서 벗어나야 한다,진정 도시를 벗어나고자 한다면.아스팔트 도로의 감옥 벽을 깨부수고 오프 로드로 탈주하자. 김재영 논설위원
  • ‘현대시학’ 400호기념 작품상 수상 이원씨-미래를 클릭한 겁없는 시인

    어떤 시(詩)는 한사코 오래전에 지나간 시간의 뒷전을 떠돌고,또 어떤 시는 죽어라 바쁜 시간의 옷자락을 잡고 늘어진다.그런가 하면 어떤 시는 시간을 앞질러 간다. ‘쿠폰이 동백꽃잎처럼 뚝 떨어진다 나는/동백 꽃잎을 단 나를 클릭한다/검색어 나에 대한 검색 결과로/0개의 카테고리와/177개의 사이트가 나타난다/나는 그러나 어디에 있는가/나는 나를 찾아 차례대로 나를 클릭한다’(나는 클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흑백으로 찍힌 아날로그 문예지에 박힌 시의 행간에서 사이키델릭한 빛살이 뿜어져 나온다.금속성 시어에서 끼끼거리는 사이보그의 변조음이 울려 나오고 젊은 네티즌들은 키득거리며 그의 시를 탐닉한다.그의 시는 시간 앞에 있다. 적당한 속도감에 기존 시의 도식적 평면성을 극복한 입체성이 마치 FX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시.그러면서도 감성의 촉수를 뻗어 새로운 의식과 질서를 부단히 감지하는 시인 이원(34). 현대시학이 창간 33주년과 통권 400호를 기념해 선정한 현대시학상 작품상수상자인 이원 시인의 시세계는,이렇듯 그로테스크하고 사이버틱한 풍경속에 있다.이 영역은 일찍이 우리 시가 금기시한 ‘현재 이후’의 시제(時制)다.시인은 그러나 주저없이 낯선 곳의 베일을 걷고 스스로 그 시공 속을 보행한다. ‘31029403120469103012022/01죽음은기계처럼정확하다01/10207310349201940392054/눈물이 나오질 않는다/전자상가에 가서/업그레이드해야겠다/감정 칩을’(사이보그3). 한국시가 가진 시간성의 벽이 이런 그의 도발성에 여지없이 무너진다.시어 발탁에도 주저함이 없다.‘허공’‘베란다’‘침묵’‘애인’처럼 동티난 단어들이 그의 시 속에서 되살아나는가 하면 ‘사이보그’‘코드’‘식칼’‘코스닥’‘권총’ 등 다루기 어려운 말도 그의 뇌리를 거치면 말끔한 부품이 된다. 시인 성윤석은 이런 시에서 “인터넷시대의 수백만 네티즌들을 떠올린다.”고 했다.정진규 시인도 “속도가 있는 상상력의 운행과 현란한 이미지의 창출 가운데서도 갑갑하지 않은 질서로 그것들을 우주화하는 면밀한 접속의 긴장과 탄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했다. 얼핏,그의 시는 건조하다.그러나 이런 관찰은 표피적이다.그는 ‘같은 곳에서 다른 곳을 보고 있을 뿐’이다.스스로도 “사람마다 자신의 한계나 딜레마를 극복하는 방법이 다른 데서 오는 차이”라며 자신을 도회적 감성에 익숙한 사람이라고 평한다.‘실습용 재료같은 사내와 여자가/나란히 검은 주유기를 제 옆구리에 꽂고 서있다/그들은 서울의 밤이 꿈 대신에 선택한 텍스트이다’(서울의 밤 그리고 주유소).확실히 도회적이고 서울식이다. 모성회귀적이고 본태적 정체성도 그의 시 속에 숨어 있다.그의 시에 자주 나타나는 ‘사막’에 대해 그는 “항상 사막이라는 미지의 곳과 현실의 경계쯤에 내가 있으며,사막은 내 시세계의 궁극”이라고 토로한다.그렇게 자신이 구축한 시세계를 떠돌다가도 그는 저물녘의 귀가처럼 ‘일상’과 ‘현실’로 어김없이 되돌아오곤 한다.마치 모래바람을 헤치고 오아시스를 찾아드는‘낙타’처럼. 이원에게 사이버공간은 그의 마당이면서도 결코 몰입의 대상은 아니다.오히려 그의 시는 가상의 사이버세계가 아니라 철저하게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다.컴퓨터를 통해 가상의 공간을 누비는 사이버 포잇(Cyber Poet)이면서도 관찰자의 시각을 잃지 않고 비교중립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그의 현실인식 덕분이다.‘비명을 안으로 삼킨 것들만이 어둠에 관여한다/유리창으로 얼굴이 뭉개진 머리들이 떠다닌다/그들은 이미 부패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시간은 허공의 침전물같은 그들을 비켜나가고 있다/지금은 번식이 성행하는 시간이다’(심야 버스). 이런 이원의 시를 준비없이 읽는 것은 혼란스러운 일이다.그의 시가 주는 혼란이 아니라 기성 시세계의 몸통을 부수려고 대드는 그의 싱싱한 발상과 거침없이 차용하는 시어,사유의 공간을 확장하는 그의 대담함 때문에 기존 시세계에 익숙한 우리의 ‘안일’은 확실히 혼란스럽다. 우리를 혼란스럽게 흔들어 놓는 ‘경계의 시인’ 이원의 단봉낙타는 클릭음같은 발굽소리 따닥거리며 지금 사막의 어디쯤을 가고 있을까. 심재억기자 jeshim@
  • [제정러시아 외교문서 새 발굴 대한제국 秘史] (7)불꽃튀는 러,日 첩보전

    러시아 문서보관소 서고속에 묻혀있다 100년만에 햇빛을본 제정 러시아시대의 비밀문서중에는 군사첩보와 관련된전문이나 보고서들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대한제국과 만주에서의 주도권다툼에 열을 올리고 있던 러시아와 일본은 외교라인과 군부를 총동원,첩보전을 전개한 것이다.러시아는 모든 면에서 불리했지만 연해주지역에 이주해 있던 한인들을 첩보요원으로 활용하는 이점이 있었다.러시아의 대일(對日) 첩보전은 러·일전쟁(1904∼1905)을 전후한 시기에 가장 첨예했다. 일본이 대한제국을 보호국화한 이후 일본군의 동향 관찰과 대한제국군의 개편 상황을 감지하기 위한 상주 군사첩보원의 필요성이 긴박해지고 있다.이 비밀첩보 임무로 제2시베리아 보병사단 포병여단의 비류코프 대위를 일본주재 군사무관의 부관으로 임명하여 보내기로 되어 있다.비류코프는 10년간 대한제국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다.(1906년 2월13일 러시아군 총참모부장이 외무장관에게 보낸 공문) 비류코프가 군사무관 사모일오프의 부관으로 부임하게 되면 일본이 바로 의심하게 되어 첩보활동이 어렵게 될 것이다.(1906년 7월14일 도쿄주재 바흐메티예프 공사가 외무부에 보낸 비밀전문) 두 건의 비밀문서에 등장하는 비류코프는 대표적인 군사첩보원이었다.1907년 그가 서울로 오자 당시 서울주재 총영사였던 플란손은 이토(伊藤博文) 통감에게 “서울에서러시아학교교사로 일하던중 러·일전쟁이 발발하자 현역에 소집돼 근무했으며 포츠머스 평화회담후 다시 예비역으로 편입돼 정들었던 서울에 다시 와 교사직을 알아보려고 왔다.”고 소개했다.이토는 비류코프에게 동정적으로 대해주었다고 전하고 있다. 비류코프는 서울의 러시아학교 교사 신분으로 국내에서 10년동안 암약하면서 알게된 한인학생 10여명을 러시아의하사관학교 등에 국비유학생으로 입교시켰고 전쟁이 나자소집해 예하의 비밀첩보원으로 활용했다.이후 1911년까지4년동안 원산주재 영사로 근무하면서 첩보수집활동을 했다.그는 1904년 1월 “한국어를 말하고 한복으로 변장한 일본인은 전쟁이 나면 러시아군을 감시할 것이며 또 통역이나 안내원으로 봉사하겠다고 자청할 수 있다.일본인은 용모 등이 한인과 비슷하기 때문에 구별하기가 대단히 어렵다.그러나 걷는 모습을 잘 관찰하면 한인은 성큼성큼 걷는 반면 일본인은 촘촘히 걷는다.”는 첩보를 공사관에 올릴 정도로 한국과 한국인에 정통했다.또 러시아군이 만주와남우수리지방에서 대한제국으로 진격할 수 있는 3개의 길과 그에 관련된 상세한 정보를 보고하기도 했다. 그는 한인생도 출신들의 첩보활동에 대해 “생도들은 고종황제와 조국을 위해 열심히 첩보활동을 하고 있다.한군과 강군은 나와 함께 활동하고 있고 이군은 북청에서,현군은 노보키예프스크,구군은 경성(鏡城)에서 각각 정찰임무를 맡고 있다.”고 1904년 10월19일 보고했다. 서울 불어학교교사로 고종의 헤이그밀사파견 사실을 러시아 극동총독부에 알렸던 프랑스인 마르텔과 프랑스 신문‘저널’지의 도쿄특파원 발레,블라디보스토크주재 프랑스상무관 플라르 등 프랑스인들이 러시아의 비밀첩보원으로활약했던 사실도 흥미롭다. 발레가 페테르부르크에 왔다.그는 전쟁중의 일본의 정세에 관해 흥미있는 정보를 러시아에 전해 주었으며 이제 외무부에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제의해 왔다.(1905년 5월22일외무부에서 육군장관에게).발레의 정보제공 제의는 수락되었다.정보비로 그에게 매월 600루블이 책정되었다.(1905년 6월15일 육군장관이 외무장관에게). 러시아는 일본과의 첩보전에서 대단히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첩보의 통로인 우편 및 전신시설과 전달수단인 철도등 교통시설을 일본이 선점,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902년 니콜라이2세가 외무장관 람즈도르프에게 “서울주재 파블로프 대리공사의 보고서가 늦게 상신되는 이유가무엇이냐.”고 묻자 람즈도르프는 “파블로프의 보고는 비밀스런 성격이 있기 때문에 일반 우편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믿을 만한 기회(인편)나 아니면 가끔 대한제국 항구에입항하는 러시아 선박을 통해 발송해 오기 때문”이라고해명하기도 했다.다음 문건은 러시아측의 애로사항을 잘보여준다. 고종황제가 소장하고 있는 러시아 외무부와의 연락용 암호 통신문이 궁정(덕수궁)화재로소실됐다.혹시 일본이 훔쳐 보관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 미리 방비하라.(1904년 5월16일 서울주재 파블로프 공사가 외무부에 보낸 보고서) 서울에서 파블로프 공사가 보낸 전문을 받았지만 내용이훼손돼 읽을 수가 없다.일본전신국이 조직적으로 교묘하게 비밀전문을 파손시켜 배달하고 있으며 이는 우연한 왜곡이라고 볼 수 없다.일본은 통신문을 제때에 배달도 하지않는다.모든 우편,전신국은 러시아에 적대적인 일본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대한제국과의 교신도 불가능하다.배달과정에서 내용을 알 수 없도록 손상시켜 놓은 몇통의 전보문을 첨부한다(1903년 12월7일 일본 나가사키 주재 가가린영사가 도쿄주재 공사에게 보낸 보고문) 대한제국의 우편시설을 장악한 일본이 서울의 러시아공사관에서 보내는 외교행낭을 손상시키거나 배달을 지연시키는 일이 잦아지자 러시아는 임시방편으로 제물포에서 상하이노선을 운항중인 동청철도(東靑鐵道) 소속 여객선을 이용해 외교문서를 발송하고 수신하기도 했다.2주에 1회 왕복운항하는 이 여객선도 비밀문서 수발에는 지장이 많았다.두만강 인접 도시 노보키옙스크지역과 한국간의 전신선을 육상으로 연결하려고 계획했으나 일본의 끈질긴 방해로실패했다.러·일전쟁 이후 한-러간의 통신은 일본 나가사키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해저선을 통했다.러·일전쟁의승패는 통신을 장악한 일본쪽으로 이미 기울어져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앞으로 러·일간에 전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대한제국에서 러·일은 사활을 건 혈전을 벌일 것이며 영국이 가담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대한제국이 전쟁터가 될 경우 러시아의 남우수리지방은 후방작전 기지가 될 것이다.일본의 병력을 고려할 때 러시아는 10만명이상의 병력과 2만명분 이상의 식량을 확보,비축해야 한다.연해주,아무르주,자바이칼주에는 1년간 공급할 식량을 비축해야 한다.일본군의 병력현황은 다음과 같다.(1899년 3월9일 알프탄 대령이 ‘러·일충돌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작성,보고한 문서) 이 보고서는 4년후 러·일전쟁 발발을 이미 예측하는 등러시아측 정보의 정확성과 뛰어난 분석력을 보여준다.이후 육군장관에 오르는 사하로프 중장이 1902년에 작성한 보고서도 일본 수비대의 주둔지와 규모,철도 및 전신성 공사 현황,저탄장,거주자들의 취득부동산 등 세세한 항목에 이르기까지 보고하고 있다. 무기도입 및 밀수와 관련된 첩보도 자주 등장한다.일본이 대한제국을 경유해 만주로 무기를 밀수출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일본이 고물 함정을 거액에 대한제국에 팔았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일본은 사용하지 않는 구형 총기를 만주로 수출하고 있다.어느 지방을 통해 어디로 보내고 있는지 추적하라.청국에무기를 공급해 주는 사람에게서 받은 정보에 의하면 일본이 청국의 여러 성(省)에 18만정의 구식 소총을 매입하라고 제의했다고 한다.(1902년 3월29일 하바로프스크의 그로드스키 장군이 서울공사관에 보낸 비밀전문) 주한공사관 쉬테인 공사의 보고에 의하면 미쓰비시사는 8문의 함포가 장착되고 200명의 해군을 태울 수 있는 순양함을 대한제국 정부에 납품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1903년 2월3일 람즈도르프 외무장관이 도쿄주재 이즈볼스키 공사에게 보낸 전문). 순양함은 오는 4월 고종황제 즉위 40주년 기념행사때 축포를 발사할 목적으로 석탄선을 개조해 함포만 탑재시킨 것으로 외형만 해군함정으로 보일 뿐이라고 한다.일본의 고무라(小村) 외무상은 고종황제의 순양함 도입계획이 일본에 유익하지 못하다는 말을 했다.(같은해 2월9일 람즈도르프 외무장관이 서울공사관에 보낸 전문) 모스크바와 서울,도쿄를 오간 이들 비밀전문을 보면 순양함을 도입하려던 대한제국 정부가 일본의 국제무기거래 사기극에 속은 것을 알 수 있다.당시 자료에 따르면 이 순양함의 가격은 55만엔이었고 3년 분할상환 조건이었다.대구경 대포 4문과 소구경 대포 4문이 장착되고 장교 25명과해군 200명이 승선하게 돼 있었다. 일본의 첩보망도 만만찮았다.1903년 제물포 부영사 팔야오프스키의 서북지역 출장보고서에는 “평양에는 일본의첩보기관이 있다.일본인들은 시내의 모든 약국을 운영하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살피고 있다.이곳에는 약 300명의 일본인이 거주하고 있는데 지방행정권은 일본영사의 수중에 있다.”고 보고하는 등 일본첩보조직의 촉수가 대한제국의 정부는 물론 지방에 이르기까지 거미줄처럼 뻗어있음을 알리고 있다. 간도의 일본 총영사관에는 비밀첩보과가 있다.그 과에는일본인,청국인,그리고 한인이 암약할 것이다.통감부와 헌병사령부 소속의 밀정만도 약 760명에 이른다.이들의 주요 임무는 의병을 추적하는 것이다.밀정중에는 여성도 있는데 대부분 기생이다.벌써 많은 의병을 경찰에 밀고하였다.(1909년 10월23일 소모프 총영사가 외무장관에게 보낸 비밀보고서) 새로 발굴된 문서에는 이밖에 러시아 극동지방에서 일본비밀첩보원으로 활동한 한인 명단(1898년),대한제국내 비밀첩보망 구축안(1905년),흑룡강지방의 조선인 첩보원 명단(1912년) 등도 들어있다. 대한제국을 독식하기 위해 러시아와 일본이 벌인 스파이전쟁에 이용당하거나 희생된 한국사람들의 이름이다. 노주석기자 joo@ ■러 문서에 나타난 대한매일 보도 인용 전 서울 불어학교 교사 마르텔을 비밀첩보원으로 대한제국에 파견했다.그는 일어에도 능통하다.그에게 첩보임무와개인암호를 주었다.그에게 The Korea Daily News(대한매일신보의 영문판 제호)를 늘 잘 살피라고 지시했다.(1904년12월4일 중국 상하이에서 파블로프 서울주재 대리공사가그루세스키장군에게 보낸 보고서) 러·일전쟁(1904∼1905)의 패배로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대부분 상실한 러시아는 이후 2∼3년동안은 그동안 심어놓았던 첩보망과 청,일주재 외교라인 등을 통해 극동정세를 그럭저럭 파악하는 것이 가능했다.하지만 한일합병시기를 전후해서는 ‘정보부족증’에 걸렸다.그래서인지 1908년 이후에는 국내 언론과 일본 신문 기사를 발췌해 본국에 보고하고 있었다. ‘00년 00일부터 00년 00일까지의 일지’‘대한제국내 폭동에 대한 신문스크랩’ 등 러시아문서보관소에서 발굴된수백건의 정보보고가 그것이다.이중 80% 이상 인용된 신문이 당시 한국의 대표적인 항일민족지 ‘대한매일신보’(1904년 발간)였다. 서울주재 공사관이 폐쇄된 이후 만주로 건너가 극동지역첩보수집총책임자로 일한 파블로프가 프랑스인 비밀첩보원 마르텔에게 “대한매일신보를 잘 살피라.”고 지시한 것도 그때문이었다. 26일 하얼빈역에서 5명의 한인이 이토에게 권총을 발사,이토는 곧 절명했다.전 고종황제는 식사중에 이 소식을 듣고 수저를 상에 떨어뜨렸다.(1909년 10월28일자).안응칠(안중근의사의 아호)은 항일운동을 하며 이강,유동설 그리고안창호와 비밀연락을 했다.(1909년 10월30일자).오늘 관보에 지난 9월4일 청·일이 간도에 대해 체결한 조약문이 발표됐다.(1909년 11월9일자) 대한매일신보는 러시아와 중국,그리고 일본인의 간담을서늘하게 한 안중근 의사의 이토 저격사건을 “고종이 수저를 떨어뜨렸다.”는 촌철살인의 한 문장으로 전달하고있으며 고구려와 발해의 옛땅 간도를 청국에 통째로 넘긴일본의 외교술책도 간도협약 체결 기사를 통해 짚어내고있다.무엇보다 대한매일신보의 의병활동 보도는 러시아문서가 인용하고 있는 국내외 신문의 보도를 내용이나 횟수,정확도 면에서 압도하고 있다. 경기도에 군사훈련을 받은 2000명이상의 의병이 집결해 있다.(1908년 2월19일자).대한제국에는 모두 5만명의 의병이 있다고 한다.결정적인 의병소탕을 위해 일본군이 또다시상륙한다고 한다.(1909년 7월29일자).이토가 사살된 이후러시아로 한인이주가 급증하고 있다.(1909년 11월27일). 대한매일신보 1911년 2월15일자와 2월21일자에는 의병장강기동(姜基東)에 관한 매우 흥미로운 기사 2건이 실려있다. 지난 2월12일 원산의 한 일본식당에서 의병대장 강기동이체포됐다.(1911년2월15일자)그는 4년동안 경기도에서 의병 200명과 함께 항일투쟁을 했다.강기동은 여객선편으로 서울로 이송된 이후 지금까지 식음을 전폐하고 있다.체포당시 주머니에는 일본돈 2엔 밖에 없었으며 손과 발에는 태극기가 그려져 있다.(1911년2월21일자) 노주석기자
  • 벽안 젊은이가 본 한국인 초상 ‘발칙한 한국학’

    ◆ 발칙한 한국학 [스콧 버거슨 지음/이끌리오 펴냄]. 아무리 겸허하려 해도,비평의 도마에 오른다는 건 썩 유쾌한 일이 못 된다.하물며 33세 벽안(碧眼)의 젊은 이방인에게 한국과 한국인의 초상이 일방적으로 가치평가된다면어떨까. 한국문화 비평서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스콧 버거슨이란 이름을 기억할 수도 있겠다.지난 99년 촌철살인의 한국문화 비평서 ‘맥시멈 코리아’를 펴내 화제를 모았던 주인공이다.그가 다시 한국사회와 문화를 통째로 도마 위에올렸다. 새 책 ‘발칙한 한국학’(주윤정·최세희 옮김,이끌리오)에서 그는 예의 그 걸쭉한 필담으로 솔직담백한 ‘한국 바라보기’를 계속하고 있다.미국 버클리대를 졸업하고 지구촌 곳곳을 여행하다 서울에 발을 들인 지 6년째.궤변에 억설이다 싶은 대목도 더러 엿보이지만 한국문화에 대한 식견은 혀를 내두를 만큼 깊고 넓다.그동안 헌책방,고서점까지 뒤져가며 챙겨 읽은 한국학 관련 서적이 수백권도 넘는다.그래서 나올 수 있었던 글이 책 들머리의 ‘한국에 대한 이상한 책 여행’이다. 예컨대 1879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출간된 책 ‘조선과 열번째 유태족’에 대한 ‘시비’ 가리기.맥로드라는 스코틀랜드인이 한민족을 이스라엘의 열번째 종족이라 몰아간 문제의 책은,전적으로 일본 문서에만 근거한 터무니없는 내용이라고 주장한다.“조선인이 이스라엘의 마지막 종족이었다는 주장은 조선에 대한 일본 제국주의의 계획을 우회적으로 정당화해준다.”는 게 그의 주장.한국에 대한 애정이 없고서는 이같은 통찰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는 거였다. 이방인 문화관찰자의 날카로운 촉수는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한국은 참 이상한 나라”라고 몇번이나 되뇌이며보고 느낀대로의 문화행태 해부로 일관한다.열렬히 새 것만 숭배해서 출고된 지 5년 넘은 자동차는 보기 드물고,노인공경 사회라면서 정작 주요 산업은 젊은층만 겨냥하며,자연미를 한국예술의 특징이라 꼽으면서도 동대문 시장은가짜천국이고,패스트푸드점에서 식사하는 걸 ‘쿨’(Cool)하다고 여기는 젊은이들의 나라.그의 눈에 한국은 아무래도 “이상함이 넘쳐나는 나라”이다. 혼자 쓰고만들고 파는 1인 잡지 ‘버그’(Bug)를 펴내온 지은이답게 열심히 다리품을 판 글들도 눈에 띈다. 주류한국사회가 중시하는 가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태원,일요일이면 필리핀인들이 몰려 ‘리틀 마닐라’가 돼가는대학로에서 숱한 이국인들을 만났다.그들을 붙들고 꼬치꼬치 캐물어 기록해둔 한국에 대한 감상들을 손수 찍은 사진과 함께 실었다.1만원. 황수정기자 sjh@
  • 뜻밖에 꼬인 인생도 내 인생 ‘라이딩 위드 보이즈’

    스폰지에 물이 스며들듯 스크린 속 인물들의 체온이 자연스럽게 전해오는 영화가 있다.주인공의 감정을 따라 부담없이 웃다가,심각해지다 보면 어느결에 가슴 한편에 뭉클한 감동의 실타래가 풀어지는 그런 영화. ‘라이딩 위드 보이즈’(Riding in cars with boys·3월8일 개봉)가 그렇다.제목만으로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을영화의 주인공은 여자다.눈이 번쩍 뜨이게 예쁜 얼굴도 아니고 그렇다고 팔등신도 아닌 드루 베리모어.‘ET’에서외계인과 우정을 나눴던 꼬마 베리모어가 10대 소녀부터 30대 중반의 모성애 연기까지 매끈하게 소화해냈다. 그녀의 역할은 열다섯살에 얼떨결에 엄마가 되고만 숙맥같은 여고생 베브.아버지가 경찰관인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베브의 꿈은 뉴욕의 명문대로 진학해 소설가가되는 것.그런데 짝사랑한 남자에게서 딱지를 맞은 날 밤‘꿩 대신 닭’으로 중퇴생 제이슨(아담 가르시아)을 만나는 바람에 인생이 꼬여버렸다.덜컥 임신을 해버렸고 가족들의 기대를 저버린 채 엄마가 돼야겠다고 작심한다. 제목은 영화의 주제에 아주 제격인 은유다.인생을 달리는 차로 본다면 베브의 생에는 세 남자가 올라타 있다.딸의장래에 그토록 기대를 걸었던 아버지(제임스 우즈),장난처럼 끼어들어 인생의 방향을 틀어버린 남편,그런 우여곡절속에 태어나서 자라는 아들.무능한 남편 제이슨은 마약중독자가 돼가고,동생 같은 아들을 혼자 아등바등 키우느라베브에게 대학진학의 꿈은 자꾸만 멀어져 간다. 코미디의 외피를 살짝 두른 영화는 로드무비로 전개된다. 중년이 된 베브가 어느새 근사한 청년으로 자란 아들과 차를 타고 누군가를 찾아가는 길에 끊임없이 과거회상이 끼어드는 형식이다.작가의 꿈을 이루기 직전의 베브가 오래전 아들의 장래를 위해 헤어진 남편을 만나러 가고 있다는 건 영화가 끝나갈 무렵에야 관객들도 눈치채게 된다. 톰 행크스 주연의 ‘빅’으로 독특한 감수성을 자랑했던여성감독 페니 마셜이 연출했다.한 여성의 개척적 개인사를 그린 페미니즘 영화로 속단하기엔 메시지의 촉수가 너무 넓게 뻗어 있다.부성애,모성애,가족간의 신뢰,우정 등이 이리저리 솜씨좋게 범벅된 휴먼드라마다. 60년대가 배경인 베브의 청춘시절은 화면을 감상하는 재미만도 쏠쏠하다.한스 짐머가 선곡한 음악에도 귀를 기울여 봄직하다. 베브와 아버지가 고물차에 나란히 몸을 싣고 에벌리 브러더스의 ‘All I Have To Do Is Dream’을 부르며 눈길을달리며 화해하는 마지막 장면은 오래 기억될 듯하다. 황수정기자 sjh@
  • 새 장편소설 ‘멸치’펴낸 김주영

    중진 소설가 김주영(63)씨가 새 장편소설 ‘멸치’(문이당)를 내놓았다. 앞뒤없고 맥락없는 편견이 앞선다.‘홍어’에서 이번엔‘멸치’라니….그의 새 소설 제목은 4년전 상재(上梓)했던 ‘홍어’쪽으로 훌쩍 시선을 건너뛰게 만든다.그러나작가에게 어떤 의도가 있었을까 채 헤아려보기도 전에 소설은 들머리에서부터 궁금증을 풀어준다.옴니버스 소설집으로 둘을 한데 묶어도 좋았겠다 싶게 여러모로 닮은꼴의얼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년시절의 풍정(風情)이 또 한번 구체적 배경이 됐다.어린 소년인 ‘나’가 작품의 화자이며,그리움과 원망으로집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는 나와 아버지(떠나버린 아버지를 하염없이 기다렸던 ‘홍어’)의 관계설정이 또 그렇다. 작가의 얘기는 좀더 구체적이다.“‘홍어’니 ‘멸치’니 어류 등속을 작품의 중심 이미지로 끌어들인 데는 나름의 계산이 있어요.그들이 가진 통념과 고정관념들을 빌리고싶었으니까.힘없고 사소하고 볼품없는,그러나 어딘가에 꼭 있어야 할 어떤 상징으로 멸치는 더없이 안성맞춤인 오브제인 거죠.” 멸치는 소설의 기둥인물인 외삼촌의 육화된 이미지다.화자인 열네살 소년 대섭의 눈에 비친 외삼촌 달구는 기인같고 때로는 초인같다.어머니의 배다른 동생인 그는 외할아버지가 죽고 아버지가 그 집에 들어앉자 거처를 유수지의움막으로 옮겼다.작살 하나로 귀신같이 고기를 잡아오는가 하면,드러내놓고 곡기를 입에 대는 일 없이도 잘만 살아낸다.그런 외삼촌은,아버지의 불성실과 허세에 환멸을 느낀 어머니가 2년전 집을 나간 뒤 달구의 유일한 위안처이자 바람막이다. ‘나’는 외삼촌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아버지와,거기에 이상하리만치 의연한 외삼촌 사이를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힘의 균형은 늘 기우뚱 아버지쪽으로 쏠려 있다. 하지만 ‘나’의 자세는 끝까지 냉정을 잃지 않는다.외삼촌을 일방적으로 동정하지도,아버지의 은근한 폭압에 드러내놓고 적개심을 터뜨리는 법도 없다. 작가의 말대로라면 “멸치같은 존재”일 뿐인 외삼촌이세속과 동떨어진 초인처럼 묘사된 건 의도였을까.작가는“자극적이고 돌발적인 오늘 우리들의 삶이 달구의 진지함과 순수함을 기인으로 내모는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집나간 어머니는 소설이 끝나도록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작품 ‘거울속의 나’,‘홍어’가 그랬듯 한쪽 부모가 부재한 가정에 촉수를 들이미는 글쓰기 버릇은 분명 작가의 의도다.“전쟁과 사회적 격변에 휘둘린 우리들의 가족 울타리 안에는 다들 흉터가 하나씩은 있다.역사의 행간에 배제된 이들을 건져올려 그들에게 발언권을 주는 작업은 앞으로도 내 글쓰기의 숙제다.” ‘멸치’는 지면에 연재되거나 발표된 적 없는,그에게는전작으로 쓴 최초의 소설이다.유난히 애착이 큰 건 그래서이다.새 소설을 쓰느라 꼬박 1년을 묻혀산 서울 장충동의작업실에서 그는 “이번처럼 원고를 많이 고친 건 내 평생 처음”이라며 너털웃음이다. 황수정기자 sjh@
  • [공무원 Life & Culture] 서울 기마경찰대

    일진광풍,비룡,적토마,황산벌…. 성공 월드컵의 길목을 지키는 ‘마패부대’의 최첨병 비마(飛馬)들이다.월드컵 기간 동안 경기장 안팎에서 불순세력의 난동이 발생할 경우 시속 70㎞ 이상으로 내달아 난동현장을 순식간에 제압하는 특수 기동임무를 띠고 있다.서울 기마경찰대.경찰 내부에서는 ‘마패부대’로 불린다. 지난 28일 오후 2시.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기마경찰대 마장(馬場)에서는 재미있는 광경이 벌어졌다.18마리의 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느닷없이 ‘사물놀이’가 펼쳐졌다.기마경찰대원 4명이 북,징,꽹과리 등을 요란하게 두들겼다. 잠시 후 또다른 대원 한명이 화약총을 들고 허공에다 ‘탕’ ‘탕’ ‘탕’ 쏘아댔다.이어 대원 한 명은 오색 깃발을 정신없이 흔들며 말들의 눈을 계속 현혹시켰다. 하지만 말들은 전혀 놀라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놀고 있네’라며 비웃듯 먼 산만 바라볼 뿐이었다. “이놈들요.하루만 훈련을 안 하면 놀라서 펄쩍 뛰고 난리칩니다.” 기마경찰대장 이상석(55) 경위는 반복·적응훈련을 시키지 않으면 금방 망각해버리는 게 말들의 속성이라면서 “꽹과리 치고 폭죽을 터뜨리는 월드컵 경기장의 가상 상황을 매일 2차례씩 말들의 눈과 귀에 주입시키고 있다.”고설명했다. ‘마패부대’의 대원은 이 경위를 비롯,모두 18명.경찰관과 의경,기능직 공무원이 각 6명이다.이들은 각자 비마 1마리씩을 보유하고 있다.하루일과를 ‘말과의 춤’으로 시작하고 끝내는 ‘애마 남자’들이다. 이들 중 베테랑 기마대원인 경사 3인방은 기마경찰대를움직이는 ‘실세’들이다.주남식(47) 경사는 말 18마리의배뇨물과 목욕물 등을 처리하는 폐수담당이다.워낙 말을좋아해 지난 95년부터 자원 근무 중이다.그동안 승마대회심판교육을 3차례나 받았다.경찰관 최초로 국제심판 자격증을 따기 위해 틈만 나면 관련서적을 뒤지는 학구파이기도 하다. 김영보(47) 경사는 9년째 근무 중이며 직무는 응급 수의사.기마경찰대에 촉탁 전문수의사가 있긴 하지만 김 경사는 말의 눈빛과 걷는 모습만 봐도 어디에 이상이 생겼는지 정확히 알아맞힌다.그는 “말 발톱을 만져보면 몸 상태가 정상인지 아닌지 금방 알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10년째 근무 중인 최고참 박용국(49) 경사는 기마경찰대의 살림살이를 도맡고 있으며 유사시 군수지원을 책임지고 있다.의경들에게는 큰 형님이자 자상한 아버지이기도 하다.그는 “요즘 승마선수 출신들이 의경으로 자원해오는경우가 많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기마경찰대를 거쳐간 대원들은 기우회(騎友會)를 결성,분기별로 친목과 우의를 다지고 있다.기마경찰대원들은 서울경찰청 승마동호회(30명)의 주축 멤버로 활약하고 있으며 경찰대 승마부의 강사역할을 맡기도 한다. 이들과 호흡을 같이하는 말들도 ‘백전노장’들이다.과천 경마장 등에서 우승마로 이름을 떨쳤던 역전의 용사들로촉촉수,일진광풍,적토마,카로스,대승사,비룡,장군 등 경마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알 만한 이름들이다. 이들은 경마장 체질이어서 기마경찰대에 배치된 뒤 평보-속보-경속보-구보 등 최소 6개월간 반복훈련을 거쳐야 길거리 순찰에 나설 수 있다. 서울 기마경찰대는 올해로 창설 57년째.그동안 숱한 ‘전공’을 쌓은 기마경찰대가 월드컵을 맞아 어떤 명성을 추가하게 될지 주목된다. 김문기자 km@
  • [소수당 대표에게 듣는다] 김윤환 민국당 대표

    민국당 김윤환(金潤煥) 대표는 24일 대한매일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지금 구도로 대선을 치르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에게 질 수밖에 없다.”며 정계개편을 거듭 주장했다.인터뷰 중간중간 이 얘기만 10여 차례 반복했다.반(反)이회창 연대를 통한 정계개편을 구상하고 있는 김 대표는 개혁세력에도 보수세력을 아우르는 결단을 촉구했다. ◆대담=양승현 정치팀장.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의 정계개편이 필요한가. 단순한 정당간 합종연횡으로는 이제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제왕적 대통령이나 총재가 지배하는 1인 지배체제 정당을 청산하고,분권적이고 선진적인 정당을 창당하자는 것이다.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반대하거나,영남권 신당을 만들자는 단순한발상이 아니다. ■정계개편 및 신당 창당의 주도세력은. 민주당과 자민련이주가 돼야 한다.무엇보다 여당인 민주당이 나서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 된다.여기에 한나라당의 일부 세력과 재야 민주화 세력도 가세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정계개편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보나. 내가 만난 민주당내 많은 사람들은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그러면서도 당내 역학관계 때문에 선뜻 행동을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민경선제를 도입하고 본격 경선체제로 돌입해당분간 정계개편 논의가 어려워 보이는데. 지금 구도에서 민주당이 독자후보를 내는 것은 승산이 없다.만일 독자후보를낸다면,그것은 야당하자는 것이지,정권을 재창출하자는 발상이 아니다. ■정계개편이 아니더라도,나중에 각당의 후보끼리 연대하는방법도 있지 않나. 과거 ‘DJP연합’ 식으로 후보간 연대 방식은 차기 대선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지방선거 이전에정계개편을 통해 선진적인 신당을 창당한 뒤 거기서 뽑힌 후보라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만일 그런 신당에서 이인제고문이 후보로 선출된다면,그때는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6월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할 경우 그때 가서 정계개편 논의가 불거질 수도 있지 않나. 그렇게 해서 정계개편을 하는 것은 명분이 적다.하려면 각 당이 대선후보를 확정하지않은 지방선거 전에 국민의 공감을 얻는 신당을 만들어 범여권의 후보를 내야 한다. ■민주당은 이미 3월 초부터 순회경선에 돌입하는데,그전에정계개편을 해야 한다는 얘긴가. 그렇다.이런 상황에서 대선후보를 뽑아 봤자,지방선거에서 시장직 하나 건지기 힘들 것이다. ■앞으로 한달여밖에 안 남았는데,시일이 너무 촉박하지 않은가. 민주당내에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이 짙어지면,뭔가가 트일 것이다.정계개편은 어차피 안할 수 없을 것이다. 현실적인 감각에서 하는 얘기다. ■영남지역의 표를 얻으려면,어떤 후보가 적합한가.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영남 사람의 54%가 영남 출신이 대선후보로나오면 이회창 총재 대신 영남후보를 뽑겠다고 응답했다.그중 박근혜(朴槿惠) 부총재에 대한 지지가 40% 이상으로 가장 높았다. ■박 부총재의 당선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는데. 박부총재는 이미 6년간이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한 사람이다.총리 두번 한 것보다 나은 경력이다.물론 내가 박 부총재를 지지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인제·노무현 고문 등을 만난 것으로 아는데,정계개편론에 동의했나. 동의는 하지만,각자 자신을 중심으로 개편이이뤄졌으면 하는 생각을 갖는 게 문제다.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경우는 어떤가. 의지가 좀더 있어야 하는데….뜻이 있으면 창당을 하든지,입당을 하든지 해야지.여야 각 당내 개혁세력이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개혁하려면 당을 초월해서 나서야지,당내에서 목소리만 내면 뭐하나. ■정계개편 과정에서 YS(金泳三 전 대통령)와 DJ(金大中 대통령)의 역할은. JP(金鍾泌 자민련 총재)는 현역 총재니까그렇다 쳐도 DJ·YS 두 분은 나서면 안 된다.그분들이 나서면 국민들이 새로운 정치라고 생각하겠나. ■정계개편 추진과정에서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이막후 작업을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터무니없는 얘기다.권전 고문이 나서면,일이 되겠나. ■민주당과 자민련간 합당 얘기도 나오는 것 같다. 정계개편을 해야지…. ■최근 김 대표와 이회창 총재의 화해설이 나오는데.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 전 의원이 찾아와 ‘차기 대선에서 이 총재를 위해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하더라.그래서 “먼저 이 총재가내게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그랬다. 정리 김상연기자 carlos@ ■인터뷰를 마치고. 민국당 김윤환(金潤煥·호 虛舟) 대표는 역시 탁월한 현실정치 감각을 가진 정치인이었다.‘동물적인’ 감각은 여전히 촉수를 더듬거리며 정치권의 조그마한 변화도 놓치지 않고있었다.자리에 앉자마자 23일 내각제 논의를 띄운 민주당 중도개혁포럼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다만 과거에는 그 감각을 현실화할 힘의 중심에 서 있었다면 오늘은종속변수라는 점이 차이였다. 허주가 기다리는 변화의 본질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이길 수 있는 정치 시스템의 구축,정계개편,인물 그런 것들이었다.‘이대로는 이 총재와 경쟁할 수 없다.’는게 그 인식의 출발점이었다.이 총재와 경쟁구도만 갖춘다면민국당의 지분이나 스스로의 역할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겠다고 했다.총선때 당한 앙금의 골이 퍽 깊어 보였다. 허주는 그동안 여야 지도자들을 모두 만나봤다고 했다.본인과 정치적 토양이 다른 민주화 인사들과도 만나 ‘과감히 밖으로 뛰쳐나와 뭉칠 것’을 주문했다고 털어놨다.‘변화를개혁인사들이 먼저 만들어 달라.’는 훈수까지 둘 만큼 허주의 정치역정은 마지막 승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모두들 21세기 권력 분권적인 새로운 정치 시스템의 구축에는 공감하고 있어.다만 그 중심에 내가 서 있어야 한다는생각이 다르지.” 그러나 허주는 좀 더 기다리면 여권에서 뭔가 변화 조짐이생길 것이라는 감을 잡고 있는 듯했다. 양승현기자 yangbak@
  • 광고도 춤바람 났네

    광고만큼 유행에 민감한 촉수를 가진 것이 있을까.일상생활에 파고든 춤은 광고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눈요깃감의 화려하고 전문적인 춤이나 테크노음악에 맞춰 흔들어 대면서 ‘느낌’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생활 속에 녹아든 자연스런춤으로 상품이미지와 소비욕구를 극대화하고 있다. ■사랑의 순간처럼 감미로운 커피 향기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커플인한석규와 심은하가 영화 ‘프렌치 키스’의 ‘드림 어 리틀 드림’에맞추어 부드럽게 댄스 스텝을 밟는 맥심 커피 광고.소비자들이 갈망하는 향기로운 사랑의 순간을 잡아내기 위해 춤을 빌렸다.사랑하는사람의 향기에 취하는 연인의 행복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춤으로 표현하면서 향이 좋은 커피라는 제품의 성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관절염 치료제의 효능을 춤으로 표현 한 중년남자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굴린 볼링공이 스트라이크를 터뜨리자 함께 있던 친구들이 다같이 ‘볼라레’리듬에 맞추어 춤을 춘다.젊은이들이 추는 춤이 아닌만큼 매끄러운 동작은 아니지만 코믹하고 편안한 동작과춤출 때의행복한 표정으로 관절염 치료제 케토톱의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부녀간의 흥겨운 라틴댄스와 가족같은 증권사 이미지 연결 일요일한낮 무료하게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는 아버지 최불암에게 딸이 ‘차차차’음악을 틀고 춤을 청한다.시뻘건 상승 화살표로 수익율만을강조하던 딱딱하고 이성적인 기존의 증권사 광고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아버지와 딸은 즐겁게 라틴 댄스를 추면서 흥겹게 ‘부국쩜 씨오쩜케이 알’을 외친다.환갑을 바라보는 최불암이 라틴댄스를 추면서 따뜻한 가족의 정과 ‘가족같은 증권사’라는 이미지를 연결하고 있다. 동방커뮤니케이션즈의 유종숙(40) 팀장은 “춤을 취미생활로 즐기는사람들이 광범위하게 증가함에 따라 광고에도 춤이 자주 등장하고있으며,음악과 경쾌한 동작이 함께 있는 춤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의눈길을 끄는 광고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 시도 4급이상 10% 개방형 임용

    내년부터 시·도의 4급 과장급 이상 직위중 10%가 개방형 직위로 개방되고 일반직에 한해 지급되던 조기퇴직 수당이 별정직이나 고용직등 특수 경력직까지 확대 지급된다. 행정자치부는 25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을확정,오는 정기국회에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외부 위원수가 과반수 미만인 지방인사위원회의 외부위원 위촉수를 과반수 이상으로 확대,위원회의 실질 심의를강화하기로 했다.외부 위원도 법관·검사 등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자나 대학의 부교수 이상 및 초·중·고 교장 등 일정 자격을 소지한자로 자격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현재 16개 광역 시·도 기획관리실장이 맡고 있는 소청심사위원회위원장도 위원회에서 호선,구제기능의 객관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독립성이 확보된다. 또 시·도의 4급 과장급 이상 직위로 10% 이내에서 직위를 개방,유능한 민간인들이 공직에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개방형임용제는 운영결과에 따라 시·군·구로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개방형 직위를 선정할 때는 반드시 행자부와 사전협의,자치단체장의 월권을 막도록 명문화했다. 이밖에 현재 일반직에만 적용,고용직이나 별정직 공무원들이 불만이많았던 조기퇴직 수당을 이들에게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따라서 특수 경력직 공무원중 근무형태가 일반직과 같은 별정직 및고용직에도 조기퇴직 수당지급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지자체 실시후 공정성 시비 등 지방공무원들이인사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며 “인사행정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증진시키고 우수 인력을 확보,지방공직사회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지방공무원법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홍성추기자 sch8@
  • 주택업체 판촉전 알뜰 내집마련 ‘굿찬스’

    아파트 분양이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주택업체들의 판촉전이 치열하다. 중도금 대출을 확대하는가 하면 아예 중도금 이자를 분양회사가 대신 물고나중에 받는 후불제도 등장했다. 청약자에게 내거는 각종 경품도 푸짐해 견본주택 등을 찾는 주택수요자들의발걸음을 한결 즐겁게 하고 있다.같은 값,같은 입지여건이면 조건이 좋은 곳을 고르는 것도 알뜰살림의 지혜다. ◆파격적인 금융조건 제시 주택업체들의 판촉수단으로는 계약금 하향조정에서 부터 분양가 할인,중도금 조건완화 등을 꼽을 수 있다. 가장 흔한 것이 중도금 대출확대.지난주 끝난 서울 6차 동시분양에서 선보인 삼성래미안은 전 가구에 대해 분양가의 70%,계약금은 전액을 대출알선해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경기도 광주 태전리에서 분양중인 성원건설도 이산가족 계약시 5%를,사전예약접수자 및 순위내 접수자에게는 3%를 각각 할인해주고 있다.가구당 8,000만원에서 최고 1억3,000만원까지 중도금도 대출해준다. 용인 수지 상현리 금호베스트빌 3차도 계약금 1,000만원만 내면 나머지는융자해준다.특히 50평형은 계약금을 5%로 낮추고 전액대출되는 중도금의 이자도 회사가 대신낸 후 입주시 갚는 후불방식을 채택했다. 일산 가좌동 벽산블루밍도 계약금 2회 분납에 중도금이 전액 대출된다. 이밖에 대전 가정동 삼성래미안은 입주시기에 시세가 분양가를 밑돌 경우법정이자를 쳐서 분양대금을 환불해주는 분양가 환불제를 채택하고 있다. ◆경품도 푸짐 수요자를 견본주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되고 있다. 가정동 삼성래미안은 매일 견본주택 101번째 방문객에게 20만원 상당의 선물을,계약자에게는 추첨을 통해 세탁기를 각각 제공하고 있다. 주택공사도 수원 매탄지구 2차 동수원 그린빌을 분양하면서 견본주택 방문자에게 추첨을 통해 냉장고와 김치냉장고,자전거 등을 제공하고 있다. ◆품질이 우선이다 중도금 대출조건이 아무리 좋고 경품이 푸짐해도 주택은품질과 입지여건이 우선이다. 경품이나 중도금에 현혹돼서는 안된다는 얘기다.곁가지가 품질을 우선할 수는 없다. 중도금 대출이자로 잘 따져봐야한다.중도금을 잔금처리한다고 해서 공짜가아니고 이자도 업체별로 천차만별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
  • [굄돌] 남산 산책

    남산에 다녀왔다.경주 남산이 아닌 서울 남산에서 도시의 저녁나절을 내려다보았다.남산을 저희 집 정원이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다.그 친구는 20여 년동안 남산 아래서 살고 있다. 남산을 저희 집 정원이라 표현한다고 해서 그녀의 집이 으리으리한 대저택은아니다.그녀는 남산 아래 부촌이 밀집해 있는 이태원이나 한남동에서 사는것이 아니라 이북에서 월남한 실향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며 터를잡고 살게 되어 일명 해방촌이라고 불리는 행정구역 용산동의 허름한 골목안에서 살고 있다. 황사바람이 잦은 올 봄은 유난히 춥게 느껴진다.분명 마음이 느끼는 한기일것이다.남산에는 진달래와 개나리,벚꽃과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었다.어떤 나무는 이미 꽃을 다 떨어내고 푸른 잎을 틔웠다.산당화도 실눈을 뜨더니 탄성을 지르며 불길처럼 번져간다. 활짝 피어버린 꽃보다는 조심스럽게 생명의 촉수를 더듬고 있는 꽃봉우리에눈길을 주며 친구와 나는 천천히 걸었다.저녁 때라 사람들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고 주택가에서 올라오는 확성기 소리가 돌부리처럼 우리의 발길에 걸렸다.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대부분의 소리에선 알 수 없는 폭력이 느껴진다. 그 속엔 말하는 자의 생각을 내 삶 속으로 흡수하고 싶은 영양분이 없다.담론이 아니기 때문일까,푸석푸석하고 고압적이다. 친구와 저녁을 같이한 후 남산순환도로를 달려 집으로 돌아올 때 남산 아래의 도시를 유심히 내려다보았다.불을 켠 시가지가 밤바다를 연상시켰다. 어둠을 밝히고 있는 불빛들은 달빛을 신비롭게 하는 바다의 표면처럼 생명력이 느껴졌다.그 중 차도가 유난히 내 눈길을 끌었다.어둠 속에서 불을 밝힌차들이 질주하고 있는 도로들은 캄캄한 지하의 길을 헤치고 나와 환한 꽃망울을 터뜨린 자연의 생명력과 조금도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나도 그 길을 달려가고 있다는 데 순간적이나마 안심이 되었다. 조은 시인
  • [언론 문건 파문] 정형근의원‘폭로전’이력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 폭로성 정치공세 역할에 발벗고 나선 것은지난 97년 대선 직전부터다.당내 정세분석팀을 이끌던 정의원은 옛 안기부출신이라는 특이한 경력에다 개인적인 ‘비선(秘線)’을 가동,각종 의혹과설(說)을 양산(量産)했다.당시 신한국당이 ‘DJ 비자금 관리’의혹을 폭로하는 과정에서는 자료 제공자인 청와대 ‘실세’비서관과 당 지도부간 연결고리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정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金大中)후보와 관련된 음해성 첩보를 수집·관리하며 당 지도부와 선거전략팀에제공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정세분석팀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가끔 팀장인 정의원이 일반인이접근하기 힘든 고급정보나 자료를 개인적으로 구해오곤 했다”면서 “구체적인 출처나 핵심내용에 대해서는 팀내 요원들에게도 비밀로 지켜졌다”고 털어놨다. 대선 패배 이후에도 김대통령 주변을 겨냥한 정의원의 폭로전은 집요했다. 대북(對北) 햇볕정책을 걸고 넘어지며 색깔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정의원이 주요 정치공세때마다 국정감사와 본회의 대정부질문등에서 면책특권을 최대한 활용했다는 사실이다.정의원의 폭로내용 가운데사실로 확인된 사항은 거의 없으며,오히려 정치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측면에서 면책특권과 관련한 제도적 개선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또 폭로 내용의 성격으로 미루어 정의원이 옛 안기부 라인은 물론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 등 일부 언론인에게까지 ‘정보 사냥꾼’의 촉수를 뻗쳤을 것이라는 추정이다.정보기관 요원들의 관례대로 개인적인 ‘고정 정보망’을 가동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찬구기자 ckpark@
  • 서양화가 엄정순 열번째 개인전

    “나는 아직도 세상의 모든 대상을 ‘관찰’하는 데 흥미가 있습니다.관찰은 내 그림작업의 시작이에요.곤충이 더듬이를 통해 대상을 관찰하고 느끼고 이해하듯,나는 선(線)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고 해석하고 표현합니다.선이야말로 내 그림의 기본도구인 셈이죠” 곤충의 촉수나 식물의 뒤엉킨 뿌리 혹은 잔가지를 연상케하는 가는 선으로 화면을 풍성하게 채우는 서양화가 엄정순(38).10년 넘게 선의 다양한 표현가능성을 모색해온 그가 서울 종로구 팔판동 갤러리 인에서 열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97년 ‘꽃속의 선-공간’전이후 2년만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꽃과 인체,그리고 도형.작가는 사물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때리고 할퀴고 봉합하는’ 고단한 선작업을 무수히 되풀이한다.꽃이나 인체,도형 같은 구체적 대상물은 물론 소리나 그림자 같은 형상화하기어려운 대상조차 ‘선의 마술’을 통해 속성을 드러낸다.“‘전체는 부분의총합 이상이다’라고 구조주의자들은 말합니다.화면을 들여다보면 내 작품은 수많은 점과 그 점에서 잉태된 선의 유희로 이뤄져 있어요.하지만 한 발 뒤로 물러나 전체를 바라보면 선보다는 오히려 형태가 살아날 겁니다.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에게 선은 단순히 그어진 상태가 아니라 인간세계에 대한 경험담이자 작가적 실존의 반영이다. 이런 선묘작업에 대한 남다른 집착 탓인지 그는 유화물감이나 아크릴릭 대신 오일스틱을 주로 사용한다.오일스틱은 크레용과 같은 소재로 화가들이 글씨를 쓰거나 부분적으로 선을 처리할 때 흔히 사용하는 재료.품은 많이 들지만 선으로 화면에 생채기를 내고,또 그것을 다독거리기엔 안성맞춤이다.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80년대 초 독일 신표현주의 미술 분위기에 이끌려 독일로 건너갔다.뮌헨대학원을 졸업한 뒤 한국에 돌아와 4년동안건국대 교수로도 일했다.그러나 96년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전업작가의 길로 나섰다.그에게는 곤충의 더듬이와도 같은 선,우주의 에너지를 머금은 그 선의 주체할 수 없는 매력에 온전히 빠져들기 위해서다.25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는 엄정순이 어떻게 세상을읽고 해석하고 암시하고 꿈꾸는가를 생생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장(場)이다. 김종면기자
  • 용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중견작가 최범서 신작소설 3권

    ◎권력쟁탈·왕조중심 서술 지양/고려말∼태종 승하 새롭게 묘사 ‘조선건국의 마키아벨리스트’ 태종 이방원.TV드라마 ‘용의 눈물’로 세간의 친숙한 인물이 된 그를 주인공으로 한 실록역사소설 ‘용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전3권,동방미디어)가 나왔다.지은이는 ‘회색 항아리’‘화려한 연대기’‘우리시대의 데카메론’‘소설 택지리’등의 작품을 낸 중견소설가 최범서씨. 이 소설은 드라마 ‘용의 눈물’과 어떻게 다를까.이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용의 눈물’은 극적 효과만을 노려 ‘조사의의 난’에 태조를 끌어들이고,여진과 명나라의 개입을 삽화로 엮어 흥미를 한껏 극대화시키고 있다.시청자에게 역사를 잘못 알리는 정신적 독약이 아닐는지…” 반면 ‘용은 눈물을…’은 적어도 권력쟁탈이나 황음(荒淫)이 전부인것처럼 묘사되는 왕조중심의 드라마나 역사소설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고려 말에서 태종의 승하까지를 다룬다.1권에서는 고려왕조가 혼란을 겪으면서 서서히 멸망해가는 과정과 방원의 유년·청년시절을 적절히 대비시키며 이야기를 풀어간다.여기서 특히 눈길이 가는 대목은 이성계가 방원에게 보여준 혈육애의 실체다.이성계가 무관으로 오랫동안 있으면서 절실히 깨달은것은 무관이 문관과는 권위나 대접에 있어서 확연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이에 불만을 품고 있던 이성계는 방원이 기필코 학자나 문인이 되기를 원한다.그런 연유로 방원은 어린 시절 원주 치악산으로 유배아닌 유배생활을 떠나 석휴·신조 스님 아래서 학문을 익힌다.그러나 이성계의 바람과는 달리 방원은 학문에 싫증을 내고 무관의 길을 꿈꾼다.15세의 나이에 소과에 합격한 방원은 16세에 대과에 급제하고 그 해 민씨를 만나 결혼한다. 2권에서는 조선의 건국과정과 그 기초를 세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방원의 냉혹하고 단호한 모습을 그린다.고려 사직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분투하는 정몽주의 제거,두문동 72인을 불태워 몰살시킨 사건,몰락한 왕씨족들을 강화도와 거제도에 보내는 과정에서 무참히 벌이는 살육,어린 방석을 내세워 신권(臣權)정치를 꿈꾸었던 이상주의자정도전의 제거 등이 구체적으로 묘사된다.또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의 철학을 일깨워준 하륜과의 운명적인 만남도 사실감 있게 다룬다. 작가는 3권에 이르러 이른바 ‘함흥차사’의 실상을 그리는 데 많은 지면을 내준다.태종이 된 방원은 과감한 개혁정치를 편다.하지만 방원은 태조 이성계의 행동에 늘 관심의 촉수를 세운다.함흥에 있는 태조를 모셔오기 위해 태종은 박순을 보낸다.박순에 의해 조사의가 반란을 일으킨 것이 알려진다.태종은 박순에 이어 계속 문안사와 사절을 함흥에 보낸다.그때마다 그들은 조사의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그런 만큼 함흥차사는 이성계가 죽인 것이 아니라 반란군이 죽인 것이라는 게 작가의 해석이다.조사의는 이성계를 이용해 패륜아 방원을 제거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실제로는 그 자신이 왕을 꿈꾸었다는 것이다.세종 4년 1422년,태종은 마침내 “부끄럽다”는 말을 남기고 56세로 파란의 삶을 마감한다.그의 죽음과 함께 소설도 끝을 맺는다.
  •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민속마을(테마 탐방)

    ◎조선 서민의 정취 담긴 포근한 보금자리/전통가옥 70여호… 예안이씨 집성촌/기와집 10여채 충청도 양반집 전형/영암군수댁 전통정원 조형미 뛰어나/무형문화재 11호 지정 연엽주 유명 【아산=임태순 기자】 산자락에 초가와 기와집이 어깨를 맞대고 옹기종기 모여있다.그 앞으로 작은 시냇물이 마을을 휘감고 흘러 간다.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형국이다.한눈에 봐도 풍수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 느껴진다.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민속마을이다.조선 명종(1545∼1567)때 장사랑 벼슬을 지낸 이정이 낙향한뒤 예안 이씨가 집성촌을 이루며 살아온 곳이다.문중에 걸출한 인물들이 많아 큰 집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지금도 옛 모습을 간직한 집들이 많다.그래서 지난 88년에는 전통 건조물 보존지구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외암리에는 전통가옥이 70호 남짓 된다.이 가운데 10여채의 기와집은 충청도 양반가의 전통적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영암댁,참판댁,송화댁,병사댁,감찰댁 등으로 불리는 이 집들은 대개 지은지 100∼200년 정도 된다.살기에 편하도록손질이 가긴 했지만 초가집들도 옛맛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외암리의 제1경은 아마 전통 가옥보다는 돌담길일 것이다. 도로를 따라 외암리로 다가서면 멀리 송림숲 사이로 초가와 기와집이 보인다.마을앞 내를 건너면 소로를 따라 돌담길이 나타난다. 담장은 본래 외부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외부로부터 내부를 보호해주고 이쪽과 저쪽을 막아서 공간을 구분해주는 것이 바로 담장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외암리의 돌담길은 폐쇄적이고 답답하기 보다는 친근함과 정겨움으로 다가온다.보는 이로 하여금 소박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느낌은 담 높이가 그리 높지 않은 데에서 오는 것일 것이다.담장은 까치발을 해야지만 집안을 들여다 볼수 있을 정도로 왠만한 어른들의 키와 나란히 간다.안을 살짝 가리긴 했지만 외부와 완전히 차단한 것은 아니다.안과 밖을 동시에 배려한 은근함이 배어 있다. 끊어질 듯 이어진 돌담길을 따라 걸으면 어느덧 마을 한가운데에 다다르고 마음은 고향에 온듯 푸근해진다.이런 곳에 느티나무를 빼놓을수 없다.500년이 넘었다는 느티나무가 가지를 늘어 뜨리고 기품있게 서 방문객을 맞아준다. 그저 그렇고 그런 것들이 모여 있지만 구경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흡인력이 있다. 집구경으로 눈을 돌려보자. 마을 동쪽에 있는 참판댁은 충청도 양반가의 전형을 보여준다.민속자료 195호로 지정된 이 집은 참판을 지낸 퇴호 이정렬이 고종으로부터 하사받아 지은 것으로 안채와 사랑채,중문간 및 곶간채가 모여,터진 ‘ㅁ’자형의 구조를 하고 있다.집앞 대문채 앞으로 돌담을 쌓아 고샅 역할을 하게 한 것이 특이하다.중문간 앞에는 아담한 마당을 만들고 장독대 주위에는 나즈막한 돌담을 둘러 아름다운 공간의 연속을 연출한다.특히 이 집에서는 연잎,솔잎,찹쌀로 만든 연엽주가 제조돼 애주가들의 입맛을 다신다.무형문화재 11호로 지정된 이 술은 임금이 궁핍한 백성들과 함께 하겠다며 호의호식을 거절하자 진상된 약주라고 한다. 마을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는 영암댁은 전통정원이 자랑이다.전체적으로 깍고 다듬은 흔적이 많아 조경학자들중에는 일본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돌과 나무의 절묘한 배치는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초가집으로는 100여년전에 지어진 오병석씨 댁을 꼽힌다.초가집으로는 상당히 위풍이 당당한데 밤나무로 기둥을 세웠다.정면 6칸,측면은 몸채 1칸에 안팎으로 반칸퇴를 둬 한채에 모든 기능을 갖추었는데 초가집이 주는 푸근함과 아늑함이 물씬 풍긴다. 마을 중심부에서 동향해 있는 장영주씨 초가는 넓게 둘려진 돌담과 옛 모습의 사립문이 어울려 순박한 시골마을의 정취를 안겨준다. ◎개방/보존의 갈림길에 선 ‘영암군수댁’/작은폭포 연못·돌다리·정원수 환상의 조화/관광객 등쌀에 훼손 심각… 일반공개 안해 【아산=임태순 기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고 아무리 값지고 아름다운 문화유산이라도 장롱속에 숨어 있으면 그림의 떡이다. 충남 아산 외암리 민속마을의 영암군수댁은 잘 짜여진 정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작은 폭포와 연못,올망졸망한 돌다리와 징검다리,침엽수와 활엽수의 조화로운 배치 등은 한국 정원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준다.외암리를 찾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번 둘러보고 싶은 곳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정문은 물론 돌담을 끼며 돌아 있는 곁문도 굳게 닫혀 있다.이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담너머를 힐끔힐끔 훔쳐보다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아쉽기는 하지만 개인의 사생활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들어 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이 집주인은 사생활 침해보다는 다른 이유로 문을 걸어 잠그게 됐다며 다소 뜻밖의 얘기를 했다. 안주인에 따르면 관광객이 한번 왔다가면 정원이 조금씩 훼손된다고 했다.나무 또는 바위틈새에 담배꽁초,휴지조각,필름통 등을 꾸겨 넣는가 하면 형상석이 부서지거나 없어진다.철모르는 어린 아이들은 고이 가꾼 나무등걸 또는 수석에 올라가 뛰어놀기도 한다.젊은 부부들이 자녀들을 놓아 기르는 탓이다. 안주인은 “손으로 만지는 ‘촉수문화’ 때문인지 눈으로 감상하기 보다는 손으로 만지려 든다”며 “조상들이 정성 들여 가꾼 것을 보존하기 위해 문을 걸어 잠그게 됐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말해 개방와 보존의 갈림길에서 보존을 택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장롱속의 보물이 다시 모습을 보이려면 우리들의 주의가 선행돼야 할 것 같다. ◎외암리 민속마을 가는길/아산 송악면 소재지서 1㎞ 거리 위치/아산·온양서 시외버스 하루 7회 운행 아산시 송악사거리에서 공주로 가는 39번국도로 6㎞쯤 가면 송악면 소재지가 나온다.면 소재지 입구 외곽도로로 들어가 이정표대로 1㎞쯤 가면 외암리민속마을이다. 아산버스터미널 또는 온양역앞에서 외암리 강당골행 시내버스가 아침 8시부터 하오 4시10분까지 하루 7번 다닌다.40분 걸린다.외암리에 숙박시설은 없으며 아산시내에 온양관광호텔,그랜드호텔,제일호텔,도고 로얄호텔 등이 있다.
  • 중·단편으로 만나는 작가 김원일

    ◎66년이후 발표작 57편 묶어 전집발간/‘어둠의 혼’ ‘오늘부는 바람’ 등 5권 소설가 김원일씨(56)가 지난 66년 문단에 오른 이래 발표한 중단편 57편을 한 데 묶어 ‘김원일 중단편전집’(문이당)을 펴냈다.‘어둠의 혼’‘오늘 부는 바람’‘도요새에 관한 명상’‘잃어버린 시간’‘마음의 감옥’ 등 모두 5권.데뷔작 ‘1961·알제리’부터 94년작 ‘믿음의 충돌’까지 작품 발표순으로 정리해 실었다.시대와 역사의 추이에 예민한 촉수를 드리웠던 그의 작품세계는 세 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그는 개별적인 자아탐구에서 민족적 특수성으로서의 역사탐구로,다시 보편성의 추구로 소설의 내용을 심화시킨다. 1권의 표제작인 ‘어둠의 혼’은 작가가 6·25에 대한 관심을 처음으로 내비쳐보인 작품.영국 작가 올더스 헉슬리가 적절히 표현했듯이 배고픔이라는 감각적 고통은 슬픔이라는 관념적 고통보다 훨씬 더 크다.따라서 배고픔은 슬픔에 앞서는 것이다.제1기에 속하는 이 작품의 주인공은 바로 그러한 굶주림의 기억을 아프게 간직하고 있는 인물 ‘갑해’다.‘어둠의 혼’은 그 주인공의 시선으로 해방 뒤 빨갱이 짓을 하다 경찰에 잡혀 고통을 겪는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보는 이야기다.제2기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주목할만한 것은 ‘어둠의 사슬’과 ‘도요새에 관한 명상’이다.이 소설들에는 무엇보다 닫히고 어두운 현실과 보이지 않는 미래에 맞서는 작가정신의 치열함이 살아있다.특히 ‘도요새…’는 인간의 정신생태계의 오염과 자본주의 사회의 성적 타락을 비판한 전지적 작가 시점의 작품으로 환경오염과 통일문제에 대한 작가의 선구자적 의식이 돋보인다.제3기의 대표적 작품인 ‘마음의 감옥’은 보편적 인간형의 완성이라는 주제로 그의 문학세계를 확대한 1인칭 형식의 소설로,4·19세대인 작가 자신의 삶을 객관화한 흔적이 강하다.김원일 문학의 내적 풍요로움을 보여주는 이 전집은 그의 장편소설들에서 놓치기 쉬운 작가의 면모를 발견하게 한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
  • ‘김정일 시대’ 1차과제는 경제개방(해외사설)

    북한의 불투명한 정치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처럼 최근 김정일의 노동당 총비서직 공식 승계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그러나 이는 3년전 사망한 북한의 평생독재자 김일성의 아들인 그에게 권력이 순조롭게 이양됐음을 암시하는 것이다.또한 북한의 교조적인 군부지도자들이 민간 권력자로부터 명령을 받아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하지만 이러한 사태발전에도 자신들이 만든 고립주의는 큰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년간의 재앙적 악천후와 50년간의 중앙 계획경제의 실패로 심각한 기아상황에 처해 있다.믿을 만한 통계는 없지만 수만명이 이미 아사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북한은 농업분야의 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그러나 94년 이래 비공식적으로 집권해온 김정일은 시장경제의 인센티브 도입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김정일에게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의 핵원자로를 핵물질의 추출이 어려운 경수로로 대체하기 위한 미국 후원의 프로그램(대북 경수로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협력이다.김정일은또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계속 모색할 것 같다. 미국은 외교적 진전이 한국의 희생을 치르고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외교적 촉수를 고무시켜야 한다.미국은 또 갑작스럽고 위험한 북한체제의 붕괴를 예방하는데 노력해야 한다.대북 식량지원에도 관대해야 한다.대북 식량지원은 북한의 군이나 당엘리트 보다 식량이 절실히 필요한 민간인들에게 배급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감시돼야 한다. 1백만명의 군을 보유하고 일본에 도달할 수 있는 신형 중거리 미사일의 개발과 더불어 호전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북한의 군사력은 지역에 대한 위협요소다.김정일의 최우선적 두가지의 과제는 군사력에 의존하지 않고 북한의 지역적 역할을 확립하고 나아가 경제개방에 착수하는 것이다.〈뉴욕타임스 10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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