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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계 킬러’… 촉수로 함정에 먹이 척척

    ‘식물계 킬러’… 촉수로 함정에 먹이 척척

    호주 동부에 서식하는 희귀한 식충 식물은 촉수에 걸린 먹이를 중심부 함정으로 던져넣은 뒤 소화시킨다고 독일의 식물 연구진이 밝혔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 토마스 스펙 박사가 이끈 연구진은 끈끈이주걱의 일종인 ‘드로세라 글란둘리게라’(Drosera glanduligera)가 먹이를 잡는 메커니즘을 분석한 결과를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미국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원’ 저널을 통해 발표했다. 끈끈이주걱은 먹이를 잡아 소화시킬 때 두 가지 메커니즘을 갖고 있는데, 흔히 끈끈한 잎사귀를 통해 먹이를 잡는 종과 촉수에 걸린 먹이를 다시 몸의 중심부 쪽으로 던져 넣어 소화시키는 종이 있다. 연구진은 이 중 두 번째 종인 드로세라 글란둘리게라를 관찰하기 위해 고속 카메라를 사용했다. 그 결과, 이 희귀 식물은 자신의 촉수에 걸린 먹이를 순식간에 몸의 중심부로 던져넣는 모습을 보여 연구진을 놀라게 했다. 이에 대해 스펙 박사는 “이 투석기와 같은 방식은 매우 효과적이며 함정에 빠진 먹이는 거의 빠져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 식물의 촉수는 먹이를 무려 400밀리세컨드(ms)의 속도로 던져넣는다고 한다. 식물은 근육이 없지만 이 식물은 내부 물의 움직임을 이용한 기초적인 수압 장치로 이 같은 메커니즘을 보이는 것으로 학자들은 여기고 있다. 또한 각각의 촉수는 먹이가 걸렸을 때 단 한 번만 움직일 수 있지만 한해살이 식물이라서 잎은 다시 자라난다고 한다. 사진=플로스원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40년 베테랑’ 다이버가 촬영한 심해 희귀 괴물들

    ▶원문 및 사진 보러가기 한 베테랑 스쿠버 다이버가 심해에서 촬영한 희귀 생명체들의 모습을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13일 영국 데일리메일과 더 선은 베테랑 스쿠버 다이버 밥 크랜스턴(56)이 지난 40여 년 동안 심해 괴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촬영한 사진 중 일부를 소개했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생명체는 성인 남성의 키보다 두 배 이상 긴 몸길이를 가진 심해 해파리(학명:Chrysaora achlyos)다. 이들 해파리는 지난 10년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일대에서만 발견됐다고 보고됐지만 사진 속 해파리는 크랜스턴의 다이버팀이 멕시코 코로나도섬 근처에서 발견해 학계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사진에서는 다이버가 약 1.5m 크기의 커다란 훔볼트 오징어를 양손으로 잡고 있다. 특히 이 오징어는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주둥이는 물론 긴 촉수에 수많은 갈고리가 나 있는 게 여느 오징어와는 다르며, 매우 공격적이라고 한다. 실제로 지난 2009년 미국 센디에이고 해변에서는 수천 마리의 훔볼트 오징어가 나타나 인근 다이버들을 공격했으며 이 소식은 국내 언론을 통해서도 보도됐다. 이 밖에도 4m가 넘는 코끼리바다표범이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거나 희귀종인 남방긴수염고래가 유유히 유영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도 공개됐다. 한편 크랜스턴은 13세때 다이버 자격을 딴 뒤 약 43년째 다이버 생활을 해 왔다. 그는 한때 미군 특수부대원들의 다이버 교육을 지원했으며 현재는 다이버들에게 생활지원 기술을 교육하고 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천연자원의 寶庫(보고) 북극 선점하자” 강대국 치열한 각축전

    “천연자원의 寶庫(보고) 북극 선점하자” 강대국 치열한 각축전

    지구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북극의 빙하(얼음) 면적이 사상 처음으로 400만㎢대 이하로 줄어들었다. 9일(현지시간)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에 따르면 지난 5일 북극의 빙하 면적은 1979년 위성 관측 이후 최저치인 398만㎢로 좁아졌다. 직전 최저치인 2007년(419만㎢)보다 무려 21만㎢(한반도의 95% 수준)나 축소됐다. 북극 빙하 전문가인 피터 워드햄스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이런 추세라면 2016년 여름에는 북극 빙하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북극 빙하가 녹으면 그곳을 마음대로 드나드는 항로가 열리고 빙하 속에 묻혀 있던 막대한 규모의 북극 천연자원이 본격 개발된다. ‘자원의 보고(寶庫)’ 북극을 선점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 캐나다, 미국 등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1일 보도했다. 이들 국가가 북극에 관심을 보이는 데는 엄청난 양의 자원을 확보하고 북극 항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 들어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나라는 중국. 북극 탐사팀을 태운 세계 최대의 쇄빙선인 ‘쉐룽(雪龍)호’(길이 167m, 만재배수량 2만 1000t)가 지난달 2일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를 출발, 베링해를 거쳐 러시아 북쪽 북극을 통과한 뒤 같은 달 16일 처음으로 북극을 횡단했다고 인민일보 등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중국은 2014년까지 19억 5000만 위안(약 3500억원)을 들여 자체 기술로 8000t급의 새로운 쇄빙선을 진수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인 중국이 풍부한 석유 및 천연가스 자원을 염두에 두고 촉수를 북극으로 뻗쳤다.”고 비판하자 양후이건(楊惠根) 극지시찰대 대장은 “중국은 지구 온난화와 북극 극지 환경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중국이 북극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지속적인 고도 성장을 위해 무엇보다 석유 등 각종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중국 해관(세관)총서에 따르면 2010년 중국의 연간 석유소비량은 4억 5800만t으로 이중 수입 물량은 2억 3900만t으로 절반이 넘는다. 하지만 중국의 행보는 조심스럽다. 북극과는 특별한 ‘연고’가 없는 탓에 한국, 일본, 타이완 등과 공동으로 북극에 접근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북극 개발과 환경 보호를 위해 창설된 북극위원회의 영구 옵서버 자격을 획득해 북극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낼 기회를 엿보고 있다.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첸 캉 박사는 “북극 인근 해역이 러시아 영토라는 주장이 힘을 받게 되면 중국은 북극 자원에 접근할 권한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는 2007년 칠린가로프가 이끄는 잠수함이 북극 안쪽에 깃발을 꽂고 북극과 북극의 자원이 러시아의 소유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북극 중앙부가 러시아 대륙붕에 연결된 지역이라고 주장하는 보고서도 유엔에 제출했다. 배타적 경제수역(EEZ)인 200해리를 넘는 지역이라도 대륙붕으로 인정되면 해저 개발권이 부여되는 까닭에서다. 러시아는 지난해 7월 북극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2개 여단을 창설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캐나다도 발끈하고 나섰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가 지난달 20일부터 24일까지 북극 주권을 과시하기 위해 연례 북극 순방에 나섰다. 하퍼 총리는 당시 캐나다군 북극 연례 군사훈련을 참관했으며, 북극에 초계함대를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미국의 관심도 지대하다. 지난 6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북극을 시찰했다. 앞서 지난해말 미 정부는 의회에 쇄빙선 건조를 위한 예산을 별도로 요청했다. 미국 측은 클린턴 장관이 지구 온난화가 북극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북극을 시찰했다고 해명했지만 북극 원유를 둘러싼 자원 쟁탈전의 서막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지구 상에서 가장 끔찍한 벌레들

    지구 상에서 가장 끔찍한 벌레들

    지구 상에서 가장 끔찍한 벌레들이 공개돼 이목을 끌고 있다고 허핑턴포스트 등이 전했다. 3일(현지시각) 해외 유명 유머사이트인 크렉닷컴에 소개된 이들 벌레는 생김새도 물론 끔찍하지만 먹이를 잡아먹는 방법이 다양하다. 보빗웜(Bobbit Worms) 일명 보빗 벌레로 불리는 왕털갯지렁이(학명: Eunice aphroditois)의 일종으로 환형동물문 다모강에 속한다. 몸길이는 최대 3m, 몸너비는 3cm 정도되며, 체절(몸의 마디)수는 500개에 이른다. 전 세계 온대, 열대 수역 얕은 바다에 널리 분포하며 암초지역의 틈새나 죽은 산호 아래에 서식한다. 이들은 완벽한 매복형 포식자로 모래에서부터 약 10분의 1정도만 몸을 노출하는데 무언가가 감지되면 자신보다 훨씬 큰 동물들에게도 달려든다고 한다. 특히 이들의 공격은 때때로 먹이를 절반으로 잘라버릴 정도로 강력하다. 가장 위험한 갯지렁이로 알려져 있으며 교미뒤 암컷이 수컷의 생식기를 물어뜯어 먹는다고 알려져 자신을 범하고 아이를 낙태시킨 남편 존 웨인 보빗이 자고 있을때 생식기를 절단해 유명해진 아내 로레나 보빗에게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보빗웜이 얼마나 소름끼치는지 예를 들면 영국 뉴키에 있는 블루리프수족관에서는 매일 밤 모든 물고기를이 무언가에 잡아먹혔지만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낼 수 없었다고 한다. 낚싯줄과 바늘, 트랩 등을 설치해 봤지만 아침엔 줄이 끊어져 있고 낚싯바늘과 함께 미끼도 사라졌다. 이에 수족관을 분해한 뒤 조사한 결과 미처 바늘을 소화시키지 못한 거대한 보빗웜을 발견했다고. 래그웜(Rag worms) 참갯지렁이과의 일종으로 이 벌레 역시 환형동물문 다모강에 속한다. 몸길이는 약 0.9m로 보빗웜보다 작고 체절수도 120마디 밖에 안되지만 이들 벌레는 몇가지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 특히 래그웜은 인간이 만든 대부분의 합성 재료보다 단단하고 가벼운 고유의 물질로 이뤄진 턱을 갖추고 있다. 또한 이들은 얕은 물에서 거미줄처럼 끈적끈적하고 늘어지는 망을 자신이 사는 구멍 입구에 치고 산다. 거미와는 다르지만 무언가가 망에 걸리면 그 진동을 통해 먹이가 걸렸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이후 이 벌레는 먹이가 힘이 빠질 때까지 기다린 끝에 천천히 식사를 즐긴다고 한다. 율러기스카 기간티아(Eulagisca gigantea) 남극 심해 675m 지점에서 발견된 괴생명체로, 밝혀진 바가 거의 없다. 몸길이는 약 20cm 정도며 2cm 크기의 턱과 날카로운 이빨을 갖고 있으며 몸에는 무수한 빗자루털 같은 갈기가 붙어있다. 공개된 첫 번째 사진을 보면 볼록 뛰어나온 머리에 송곳니가 달린 것처럼 보이는 부분은 안으로 집어넣을 수 있는 입이다. 마치 영화 ‘에일리언’에서 나오는 페이스 허거라는 유충의 모습과 흡사하다. 또한 이들 벌레는 전신이 방탄복처럼 돼 있다고 한다. 벨벳웜(Velvet Worms) 피부가 우단 즉 벨벳처럼 생겼다하여 벨벳웜이나 우단벌레로 불린다. 이들 벌레는 발톱이 있어 유조동물문에 속하며 절지동물과 비슷한 특성을 갖고 있다. 또한 환형동물인 지렁이처럼 유연하기까지 하다. 이들은 무수히 많은 작은 다리를 갖고 있지만 관절이 없어 달팽이보다도 빠르게 이동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 벌레 역시 육식동물로 자신이 느린만큼 먹이를 잡는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 벌레는 몸의 여러 부위에 나 있는 촉수를 통해 액체를 발사하는데 그 액체는 스파이더맨의 끈끈이와 흡사하다. 메탄아이스웜(Methane Ice Worms) 일명 메탄 얼음 벌레(학명: Hesiocaeca methanicola)로 불린다. 몸길이는 약 5cm 정도이며 환형동물문 다모강에 속한다. 이들 벌레는 지난 1997년 미국의 탐사팀이 멕시코만의 수심 550m 깊이에서 발견했다. 특히 이들은 절대 생물이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겨졌던 지역에서 발견돼 이목을 끌었다. 그 지역은 과학자들이 “지옥의 방귀”로 부르는 메탄이 계속 생성되며 낮은 온도와 엄청난 수압으로 인해 물과 결합해 메탄 아이스 혹은 메탄 하이드레이트라 불리는 얼음 모양의 물질에서 자라는 세균을 먹고 산다. 남극프러바시스웜(Antarctic Proboscis Worms/Nemertean Worms) 남극 구문 벌레 혹은 끈 벌레로 불리며 심해 바닥에서 서식한다. 몸길이 1.9m 정도되며 바다의 청소부 역할을 하는 포식자다. 그 모습은 동물의 내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이빨이 없는 대신 먹이에 자신의 머리를 찔러넣는데 이때 강력한 산을 분비해 녹인 체액을 빨아먹듯이 흡수한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시론] 실효성 있는 성범죄 대책 마련하려면/이웅혁 경찰대 범죄심리학 교수

    [시론] 실효성 있는 성범죄 대책 마련하려면/이웅혁 경찰대 범죄심리학 교수

    혜진이, 예슬이, 지승이, 윤지, 유리, 그리고 최근 통영의 아름이까지…. 모두 집 근처 이웃 어른에게 성폭행당하고 잔인하게 살해된 우리의 딸들이다. 며칠 전에는 밤에 자고 있던 7세 여아가 이불째 납치되어 참혹하게 성폭행당한 후 길거리에 버려지는 사건도 생겼다. 왜 이런 일이 끊이지 않고 전국에 걸쳐 반복해 발생하는 것일까. 근본적 이유는 범죄문제를 국가의 중장기 정책 이슈로 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가정과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비슷한 유형의 성범죄는 오래 전부터 계속돼 왔다. 정부는 발생 직후에만 잠깐 관심을 가졌다가 이내 잊어 버리기를 반복해 왔다. 국가적 차원의 상세한 실태조사도 없었고, 정부대책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시도조차 없었다. 인력과 예산의 과감한 투자 대신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미봉책만 있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민생을 위한다는 미사여구는 넘쳐났지만 정작 민생의 기초가 되는 범죄로부터의 국민 안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그랬고, 얼마 전 4·11 총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성범죄 대책을 포함한 특단의 치안 공약을 제시하는 대권후보는 보이지 않는다. 끔찍한 성폭행사건이 발생하면 정치인은 경쟁하듯 일단 법부터 급조해 놓는다. 실효성 확보를 위한 사전 검증과 사후 제도적 지원은 거의 없다. 결국 현재 성범죄 대책은 ‘속 빈 강정’이 되고 말았다. 예를 들어 신상공개제도는 제도 도입 이전에 유죄판결을 받은 자들이 대상에서 빠진 탓에 성범죄자의 수 자체가 너무 적다. 재범성향이 강한 이들 중 대다수가 세상에 알려져 있지 않은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꼴이다. 소급효(遡及效) 인정을 통한 대상의 확대가 실효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 전자발찌 제도도 마찬가지다. 장치를 부착한 채 성폭행을 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현재의 보호관찰관 인원으로는 그들을 24시간 관리할 수 없다. 충분한 인력 증원이 있어야 실효성이 있다. 출소자들의 자발적 갱생의지를 북돋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함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모이는 장소 접근 금지, 음란물 시청 금지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어긴 것으로 판명되면 다시 구금을 강제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영국과 미국에서 효과를 보았다. 화학적 거세 역시 일단 해놓고 보자는 식보다는 효과에 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또다시 무늬만 있고 실효성은 없는 것으로 끝낼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형사사법기관 역시 길거리 안전 확보에 정성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경찰은 집회시위 관리나 국가적 경호경비에는 면밀한 분석과 사전준비를 하면서 여성과 아이 등 국민의 안전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비아냥거림을 받고 있다. 검찰도 조직에 주어진 제도상의 막강하고 다양한 권력을 성범죄 억제 등 국민의 체감안전을 위해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법원 역시 국민 눈높이나 정서와는 동떨어져 있었다. 성 범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양형은 국민을 자주 불안하게 했었다. 성범죄 억제의 실효성은 형사사법기관의 업무 우선순위에 달려 있다. 형사사법기관의 촉수가 임명권자를 향해 있으면 안 된다. 방향을 바꿔 국민의 일상을 향해 놓여야 한다. 그래야 성범죄로부터 국민이 안전해진다. 성범죄 대책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기초는 성에 대한 건강한 사회인식에 있다. 현재 성범죄의 싹을 발아시키는 사회 토양을 개토(開土)하여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성범죄에는 경악하면서 소위 ‘걸그룹’이라고 불리는 어린 10대 소녀의 허벅지를 ‘꿀벅지’라 칭하며 환호하는 이중적 사회태도는 지양되어야 한다. 여성의 몸이 숭고한 인격체가 아니라 상품화되고 선정적으로 물화(物化)돼서는 안 된다. 만연해 있는 음란물에 대한 정화도 지속적으로 있어야 한다. 검거된 아동 성범죄자들이 수백편의 아동 음란물을 탐닉했고, 아동 성범죄자들 3명 중 1명이 성폭행 직전 음란물을 시청했다는 연구결과는 이러한 필요성을 더해준다.
  • 제주 해수욕장 해파리 조심!

    제주 해수욕장 해파리 조심!

    제주도 해수욕장에서 잇따라 해파리가 발견돼 피서객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9일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8일 서귀포시 중문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조모(10)양 등 피서객 2명이 작은부레관해파리에 쏘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서귀포해양경찰서는 이날 중문해수욕장의 피서객 입욕을 일시 통제했다. 앞서 7일에도 협재해변에서 이모(43)씨 등 3명이 해파리에 쏘여 응급조치를 받았으며, 곽지과물해변에서는 해파리가 출몰해 해수욕장 입욕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5월 말 동중국 북부해역에 다량 출현한 맹독성 노무라입깃해파리가 조류를 타고 제주 해역에 잇따라 출현하고 있다. 제주 남쪽 바다에서는 독성이 비교적 약한 푸른우산관해파리가 나타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작은부레관해파리가 크기는 작지만 만지면 독성이 있는 촉수로 공격하는 습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無인가 파생상품 투자중개… 불법 자문·일임업무까지

    금융감독원은 당국에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자들을 모집해 영업활동을 한 무허가 금융투자업체 82곳을 적발했다. 6일 금감원에 따르면 82개 업체 가운데 63개 업체는 금융위원회 인가 없이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매매, 중개업을 버젓이 했다. 19개 업체는 금융위에 등록하지 않은 채 투자자문과 일임 업무를 해왔다. 적발된 업체들은 증권사 계좌를 개설해 코스피200지수선물 등 투자를 위한 증거금(1500만원 이상)을 납입하고 이 계좌를 통해 자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투자자들의 신청을 받았다. 이를 통해 투자자 매매주문을 실행시켜 수수료를 받아왔다. 이러한 영업방식은 증거금 대여와 선물거래 중개가 결합한 형태로, 투자자는 1계약당 50만원의 증거금을 납입하고 선물거래를 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업체는 ‘선물’이라는 문자를 이용, 인가받은 선물 회사로 가장해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불법 업체들은 소위 ‘미니선물’을 만들어 거래소 시세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하고 자체 HTS를 통해 코스피200지수 선물에 대한 가상의 매매서비스를 제공했다. 투자자 매매 손익은 불법업체가 직접 정산했다. 시세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것일 뿐 정산을 불법업체가 직접 했기 때문에 투자자가 이익을 볼 경우 자신들이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됐다. 불법업체들은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주지 않으려고 서버를 다운시키는 수법을 사용했다. 미니선물을 만든 업체는 실거래를 수반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 최소증거금을 1만원에서 3만원 정도로 운영하거나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유로선물 등으로 영업상품을 다양화했다. 아울러 적발된 업체 중에는 인가도 받지 않고 채팅창이나 전화, 문자메시지 등 개별적인 접촉수단을 통해 회원의 투자상담에 응하는 방식으로 일대일 투자자문을 했다. 이 가운데 2개 업체는 회원으로부터 금전을 입금받아 주식투자 등으로 직접 운용해 투자 일임 업을 영위했다. 금감원은 “사이버상으로 선물계좌를 대여하는 업체나 미니선물업체 등은 검찰 조사에서도 불법업체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시청각 장애인은 달팽이…섬세한 촉수로 꿈꾸며 살아요”

    “시청각 장애인은 달팽이…섬세한 촉수로 꿈꾸며 살아요”

    “시청각 중복장애인은 ‘달팽이’ 같아요. 우리는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하려면 아주 느리거든요. 손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달팽이의 촉수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30일 오후 6시 30분 서울대 문학관 대강당에서 장애와 접근성이라는 주제로 ‘달팽이의 희망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시각장애를 가진 방송인 이동우씨의 사회로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와 다큐멘터리 영화 ‘달팽이의 별’의 이승준 감독, 영화 주인공인 조영찬·김순호 부부가 함께했다. 행사는 중증 지체장애에도 열정적으로 연구에 전념하는 이 교수와 시청각 중복장애에도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영화 주인공과의 만남을 통해 장애에 대한 사회의 올바른 이해와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 마련됐다. ●“성숙한 사회일수록 배려라는 키워드 낯설지 않아” ‘달팽이의 별’은 실제 시청각 중복장애를 가진 조씨와 척추장애로 키가 작은 김씨 부부의 일상을 동화처럼 그린 영화다.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한국 최초로 장편 부문 대상을 받았다. 250여명의 관객이 조씨 부부의 따뜻하고 유쾌한 일상에 푹 빠졌다. 김씨는 “완성된 영화를 4번쯤 봤다.”면서 “영화가 자신들을 동정이나 연민의 대상으로 비추지 않아서 좋았다.”고 평가했다. 조씨는 모든 장면과 대사를 텍스트로 친 파일로 영화를 감상했다. 이 감독은 “무언가 반드시 찍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없애고 있는 그대로 일상 속의 소중한 순간들을 잡아내겠다는 원칙이 있어 서로 가족처럼 믿으면서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성숙한 사회일수록 배려라는 키워드가 낯설지 않다.”면서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배려해서 정책을 만들고 건물을 지으면 되는 일이다. 여유가 안 되면 소수자는 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참 천박하다.”고도 했다. 조씨는 “내 인생을 바꾼 첫 번째 기적이 아내와의 결혼이라면 두 번째 기적은 점자 정보 단말기와의 만남”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무관심 깨우쳐주는 작품” 이 교수는 “이 영화는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무관심을 깨우쳐주는 작품”이라면서 “우리 사회의 소수자 중 소수자인 중복 장애인을 위한 보조 공학 기술의 개발과 지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제고되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 바다 생물들의 기상천외한 사냥법

    바다 생물들의 기상천외한 사냥법

    KBS 2TV 환경스페셜은 2일 밤 10시 ‘바다의 사냥꾼’을 방영한다. 바다는 익히 알려졌다시피 지구 면적의 70%를 차지한다. 이곳에 사는 생물들은 어떤 전략으로 살아나갈까. 기상천외한 방법들을 소개한다. 갑오징어는 최면술의 대가다. 갑오징어는 반사나 굴절을 통해 빛을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는 홍채세포, 백색·은색 소포가 있다. 갑오징어는 이를 이용해 순간적으로 번쩍이는 빛을 내는 방식 등을 이용해 상대에게 환각을 불러일으킨다. 현란한 조명과도 같은 발광에 정신이 몽롱해진 상대를 잽싸게 촉수로 낚아챈다. 씬벵이는 다른 물고기를 낚시하는 물고기다. 등지느러미가 발달, 변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촉수가 이마에 달려 있다. 이 촉수를 살살 흔들면서 다른 물고기들을 유인하고, 혹해서 다가오는 물고기를 순식간에 빨아들인다. 매복과 수색의 명수도 있다. 넙치는 평평한 몸을 모래 바닥에 눕혀 숨어 있다가 먹잇감이 지나면 잽싸게 덮친다. 반대로 성게는 모래 사이에 숨는다. 천적을 피하기 위함이다. 번식기에도 모래 속에 정자를 뿌려 알의 안전을 지킨다. 그렇다고 아예 못 찾을 리는 없다. 바로 헬맷고동. 모래 사이에 꼭꼭 숨어 있는 성게를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보통 아니다. 우주뿐 아니라 바다에도 블랙홀이 있다. 정식 이름은 블루홀. 심해의 아름다운 공간이지만, 미로와도 같아서 수많은 다이버들의 목숨을 빼앗아간 공간이다. 대왕 말미잘은 살아 있는 블루홀이라 불린다. 엄청난 흡입력으로 주변을 통째로 빨아당긴다. 작전을 짜는 지략가도 있다. 놀래기는 자그마한 덩치의 물고기다. 쉽게 남에게 잡아먹히기 좋다. 그런데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 바로 6m길이에 1.5t 무게를 자랑하는 만타가오리다. 놀래기는 이 위에서 살면서 기생충을 제거해주고 상처를 치료해주는 대신, 생존을 보장받는다. 바닷속에서도 가끔 혁명은 일어난다.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거대한 포식자에게 겁없이 달려드는 게 부모 마음이다. 알을 보호하고 있던 쥐노래미는 성게가 침입하자마자 마구 물어뜯는다. 가시가 입에 박혀 너덜해질 정도로 찢어져도 어쩔 수 없다. 이 필사적인 공격에 성게는 어쩔 수 없이 물러선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BH 하명” “참여정부 인사 밀어내기” 등 명시

    “BH 하명” “참여정부 인사 밀어내기” 등 명시

    ‘리셋 KBS 뉴스9’를 통해 29일 일부 공개된 문건들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사찰을 벌였다는 의혹을 사실로 확인시켜 줬다. 공직자 및 공기업·공공기관 간부는 물론 정·재계, 언론계, 노조, 시민단체 인사 등의 동태를 무차별적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2010년 수사 때 이 같은 대대적인 사찰 정황들을 포착하고도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와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사찰만 수사했다. 사찰대상 목록을 확보하고도 재판이나 수사 결과 발표 때 공개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의 ‘부실·축소·은폐’ 수사가 또다시 도마에 오르는 이유다. 지원관실은 기업인과 노동계를 집중 사찰했다. 강정원 전 KB(국민은행) 행장, 이건희 회장과 관련있는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 등을 뒷조사했다. 화물연대와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 서울대병원 노조의 동향도 감시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임명된 공직자를 몰아내기 위한 듯한 사찰도 진행됐다. 이세웅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김문식 전 국가시험원장, 김광식 전 한국조폐공사 감사, 박규환 전 소방검정공사 감사 등으로, 이들 모두 임기를 못채우고 중도 퇴진했다. ‘충남홀대론’을 제기하며 청와대 눈 밖에 났던 이완구 당시 충남도지사도 지원관실의 촉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장·차관급뿐 아니라 중간 간부에 대한 사찰도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지방 경찰 총경급 100여명에 대한 파일은 물론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쓴 경찰대 교수에 관한 사찰 보고서도 드러났다. 경찰 내부망에 비판적인 글을 올린 하위직 경찰들에 대한 동향도 철저하게 파악했다. 전·현직 경찰들의 모임인 무궁화클럽에 대한 사찰 문건은 150건이나 나온다. KBS, YTN 등 언론도 ‘BH(청와대) 하명’으로 대대적인 사찰을 벌였다. 청와대 지시를 의미하는 BH 하명은 문건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2009년 9월 3일 1팀에서 작성한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 문건에는 ‘노조의 반발 제압’이라는 소제목 아래 ‘노종면 등 불법 파업주동자의 1심 판결은 검찰에 항소 건의’라고 기록돼 있다. 노종면 전 위원장은 당시 구본홍 전 사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는 등 업무 방해 혐의로 기소돼 1심 판결에서 벌금형을 받았는데, 이에 대해 검찰에 “항소하라.”고 건의했다는 뜻이다. ‘리셋 KBS 뉴스9’는 “독립적으로 진행돼야 할 검찰의 사건 처리 방향에 총리실 혹은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석규 YTN 사장에 대해서는 “취임 1개월 만에 좌편향 방송 시정 조치를 단행했다.”, “친노조, 좌편향 경영, 간부진을 해임 또는 보직 변경했다.” 등으로 높게 평가했다. ‘KBS 최근 동향 보고 문건’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특보 출신으로 KBS 사장에 임명된 김인규 사장과 관련, 김 사장이 가장 먼저 KBS의 색깔을 바꾸고, 인사와 조직 개편을 거쳐 조직을 장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 출신을 인사실장으로, ‘수요회’ 회장을 보도본부장으로 임명하는 등 측근들을 주요 보직에 배치해 친정체제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상세하게 적었다. 사찰 대상에 오른 사람들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했다. 2009년 5월 19일 한 사정기관의 고위 간부에 대한 사찰 문건에는 이 간부의 불륜 행적이 분(分) 단위로 적혀 있다. 이 간부가 내연녀와 함께 간 장소와 시간뿐 아니라 당시 지었던 표정, 어떤 말을 했는지까지 상세히 묘사돼 있다. 사찰 결과가 보고된 지 두 달 뒤 이 간부는 사의를 표명했다. 이와 관련, 2010년 수사팀 관계자는 “숨기려 한 것도 아니고 핵심은 권리남용 등 법적 처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면서 “기소도 안 하는 내용을 이런저런 자료가 있다고 발표할 순 없지 않으냐.”고 해명했다. 김승훈·최재헌기자 hunnam@seoul.co.kr
  • 5억500만년 전 인류의 시조는 이 ‘벌레’다?

    인류를 비롯한 척추동물의 시조로 추정되는 바다생명체의 존재가 확인돼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 캠브리지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작은 벌레를 연상케 하는 외형의 이 생명체는 몸길이 약 2인치로 바다에서 서식했으며, 인류를 포함한 현생 척추동물의 시조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캐나다 버제스 혈암(Burgess shale)에서 척추동물의 시조인 ‘피카이아’(Pikaia)를 비롯한 화석 114종을 발견했으며, 초정밀 전자현미경 등 장비를 이용해 5억 500만 년 전 생명체를 확인하는데 성공했다. 피카디아는 ‘척색’을 가진 척색동물(척삭동물·척추동물의 상위 분류군)로, 수백만 년에 걸쳐 척색이 척추로 발달하는 진화를 겪었다. 눈과 이빨이 없는 대신 머리 부분이 명확하고, 아가미로 산소를 마시며, 두 개의 작은 촉수가 물 안에서 먹이를 찾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 연구는 피카디아가 척색동물, 척추동물의 시조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함과 동시에, 인류의 시조에 대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캠프리지대학의 사이먼 콘웨이 교수는 “이번 발견은 우리가 찾고 있던 사실을 증명할 명확한 근거”라며 “우리는 이 동물의 발견으로 척색동물의 신경과 혈관계 시스템을 모두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카이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그리고 최초의 척추동물이며 인류의 시조나 마찬가지”라면서 “이 화석은 지구의 역사를 보여주는 매우 진귀한 자료”라고 덧붙였다. 피카디아의 척색이 척추로 발달한 명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피카디아가 포식자로부터 더 빨리 도망치기 위한 진화였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한편 이 연구결과는 캠브리지대학에서 발행하는 과학전문저널인 ‘생물학비평’(biological reviews)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설치작가 이불, 5월27일까지 日모리미술관 개인전

    설치작가 이불, 5월27일까지 日모리미술관 개인전

    소녀 이불(李 )은 방바닥에 드러누워 엄마와 아주머니들이 모여앉아 좁쌀 같은 빨갛고 파란 유리구슬들을 바늘로 꿰어서 뭔가 만드는 것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냈다. 시국 사건에 휘말려 생계유지를 할 수 있는 직업 선택의 폭이 몹시 적었던 그의 부모는 눈이 빠지도록 구슬을 꿰는 가내수공업으로 가난한 살림살이를 지탱해갔다. 어린 이불은 배고픔도 잊은 채 형광 불빛에서 아롱거리는 아름다운 구슬에 그저 매료돼 혼자 몽상의 시간을 오고 갔을 것이다. 강원 영월 출신으로 유리구슬 속에서 몽상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 이불(48)이 지난 4일부터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 모리타워 53층에 있는 모리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일본 작가를 제외한 아시아 작가로는 중국의 설치미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에 이어 두 번째로 이곳에서 열린 대규모 초대전이다. 신작 등 45점이 전시된다. 이불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20년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이불: 나로부터, 오직 그대에게’(From Me, Belongs to You Only) 전을 연 소감을 누에가 비단 실을 쉼 없이 풀어내듯이 시간을 잊고 격정적으로 풀어냈다. 젊은 나이에 회고전을 열게 된 데 대해 이불은 “20년 전에는 내가 뭘 하는지 잘 모르면서 그저 사회적 이슈에 포커스를 맞추며 작품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인간의 조건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해 왔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20대 젊은이들은 자신이 만들지도 않은 부조리한 세상과 맞부딪쳤을 때 받아들일 수 없어 변화를 추구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20대의 나는 세상의 무엇을 바꿔야 할 것인가에 몰두해서 작업할 수밖에 없었다. 20대의 나는 심지어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세상을 바꾸고 싶지만,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한 태도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면서 “설사 세상이 더 좋아졌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해도,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은 계속 이루어져야 하고, 노력이 실패하고 좌절한다면 그 실패와 좌절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생각은 ‘나의 거대한 서사(Mon grand recit)’ 같은 작품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 ‘유토피아와 환상풍경’이란 4번 전시 섹션 ‘거울의 방’에서 이런 생각을 반영했다. 유토피아 건설을 주장했으나 붕괴한 소비에트 연방을 상징하는 10개의 첨탑을 이어붙인 작품이나, 대형 얼음에 ‘잘살아 보세’를 약속한 박정희 대통령을 가둬둔 작품, 바이마르 건축가 브루노 타우트가 꿈꾸었던 수정도시를 연상시키는 작품들이 그것이다. 미래를 약속했으나 완성되지 않은 희망을 거두어 모아놓은 것이다. “세상을 완벽하게 파악했다고 하는 우리의 인식하는 방식이 사실은 그렇게 선명하게 인식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시실”이라고 이불은 덧붙였다. 소재 이야기를 해보자. 어린 시절의 아련한 구슬꿰기는 ‘사이보그’ 시리즈를 제외한 이불 작품 대부분에서 소재로 등장한다. ‘인간을 초월하여’라는 전시부분에서 아름다운 신부는 구슬이 촘촘히 박힌 전등 속에서 더욱 하얗게 번쩍거리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다. 다만, 그 신부는 얼굴은 없고, 팔은 한쪽만 있고, 다리는 아예 없다. 배꼽과 엉덩이, 절단된 어깨에서는 거대한 흰색 촉수와 투명혈관들이 사방으로 뻗어나와 있다. 유리구슬, 크리스털 소재는 전시장 마지막 작품 ‘더 시크릿 셰어러’(The Secret Sharer)에서 절정을 이룬다. 도쿄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53층의 거대한 창문 앞에 유리조각 같은 것이 잔뜩 뭉쳐져 놓여 있다. 자세히 잘 보면 꼬리가 아름다운 크리스털 개가 무지막지한 양의 크리스털을 토하고 있다. “16년 키우던 개가 2년 전에 죽었다. 그림을 그리다 창밖을 내다보면 그 늙은 황구가 아주 초라하게 앉아 있는데, 어느 날부터는 먹은 것을 토하고 조용히 시야에서 사라지곤 했다. 그 뒷모습을 착잡하게 바라봤다. 30~40대 내 젊은 날을 함께한 강아지라서, 나로 겹쳐서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작업을 했는데, 굉장히 잘 표현됐다.” 전시는 5월 27일까지. 9월에 아트선재를 시작으로 유럽, 중국, 미국 등으로 순회전시에 나선다. 글 사진 도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특파원 칼럼] 미국이 돌아온다는데/박홍환 베이징특파원

    [특파원 칼럼] 미국이 돌아온다는데/박홍환 베이징특파원

    미국이 거세게 중국을 몰아붙이고 있다. 올 초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극진하게 대접하며 양국 간의 갈등을 해소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웃는 얼굴은 이미 사라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에 “게임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윽박지르는가 하면 “인권을 존중하라.”고 힐난하고 있다. 중국 포위 전략도 구체화했다. 베트남전 이후 처음으로 호주의 태평양 연안 군사기지에 미 해군을 주둔시키기로 했고, 아시아에서 국방비 삭감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국, 일본과의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인도, 필리핀 등에 군사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몽골, 베트남 등과의 군사 협력도 본격화했다. 경제적으로는 또 어떤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통해 중국의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아·태 FTA) 구상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아·태지역을 미국 안보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며 ‘아시아 복귀’를 선언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비장한 얼굴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중무장한 아널드 슈워제네거를 연상시킨다. 이쯤 되면 중국도 한바탕 퍼부을 만하지만 예상외로 조용하다. 피해 가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변 지역에 대한 미국의 촉수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던 중국이다. 그 사이 도대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미국의 ‘아시아 복귀’와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를 평가하는 중국 내 시각을 한번 엿보자. “지금 미국은 전술적으로 ‘공격’하고 있지만 이는 그만큼 전략적으로 ‘열세’라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지금 내리막길인 반면 중국은 상승 국면에 있다. 경제학적으로 설명하자면 미국은 지금 갖고 있는 게 매우 많지만 중국은 매우 좋은 방향으로 갖고 있는 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진찬룽(金燦榮) 부원장의 말이다. 미국이 기세 좋게 아시아 복귀를 선언했지만 이빨 빠진 호랑이의 허장성세라는 얘기다. 시간이 갈수록 호랑이의 힘은 빠질 테고, 내버려 둬도 호랑이는 굶어죽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맞대응해 중국의 자원을 분산시키려는 미국의 노림수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국은 미국의 남중국해 개입에 대해서도 나름의 ‘필살기’를 갖고 있는 듯 속으론 여유 있는 표정이다. ‘아시아 복귀’를 선언한 미국이 이번에 동아시아정상회의에 처음 참석했지만 중국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의 20년 외교관계를 자랑하고 있다. 미국이 아세안 국가들을 흔들어 놓을 순 있겠지만 이미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차이나 머니’의 단맛을 알아버린 이들이 쉽게 미국의 의도대로 끌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국의 생각이다. 게다가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미국 입장에서 남중국해 문제는 ‘중요이익’일 뿐 ‘핵심이익’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면서까지 주변국들을 대신해 ‘칼침’을 맞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의 쇠퇴와 이에 확연히 대비되는 아시아의 중흥은 미국의 아시아 복귀, 중국의 아시아 공략 현상을 불러왔다. 아시아를 놓고 벌이는 미·중 간의 각축은 20세기 중반 미국과 옛 소련이 연출한 ‘냉전 드라마’의 21세기판인 셈이다. 시간은 흘렀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드라마의 중심무대 가운데 하나다. 20세기에 우리는 억지로 이끌려 조연으로 참여했던 아픈 과거가 있다. 그렇게 분단이 됐다. 그땐 선택의 기회조차 없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대상국이다. 우리의 중국경제 의존도는 25%를 상회하고,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대에 이른다. 북한의 핵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안보동맹은 여전히 한반도 안정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쉽게 버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지금 펼쳐지는 드라마가 ‘전부 아니면 전무’였던 전편의 복사판이 아니라는 점이다. 냉철하고도 정확한 정세 판단과 실용적 외교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젠 ‘어어’ 하다가 질곡으로 끌려들어간 아픈 과거를 재연해선 안 된다. stinger@seoul.co.kr
  • 美과학자 “전설의 바다괴물 실제 존재했다”

    美과학자 “전설의 바다괴물 실제 존재했다”

    거대한 몸집으로 고대 바다를 호령했다는 전설로 유명한 상상 속 바다괴물이 실제로도 존재했을 수 있다는 미국 고생물학자의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마운트 홀리오크 대학의 마크 맥메나민 교수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전설의 바다괴물 크라켄(Kraken)의 실제 은신처로 보이는 곳을 발견했다.”는 내용을 미국지질학회지(Geological Society of America Bulletin)의 연례회의에서 발표했다. 크라켄은 신화 속에서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해안에 살았던 것으로 전해지는 바다생물이다. 촉수가 13~15m에 이르는 거대한 몸집과 무시무시한 공격성으로 다양한 문학작품이나 영화에서 선박을 뒤집거나 인간을 공격하는 공포의 대상으로 종종 묘사된 바 있다. 맥메나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여름 네바다 사막의 화석 발굴 지점에서 이츠사이오사우루스(ichthyosaurs)들의 300m 뼈 무덤이 발견됐다.”고 밝힌 뒤 “이곳이 전설의 크라켄의 은신처이자 먹이를 먹던 장소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츠사이오사우루스는 현대의 돌고래와 비슷했던 고대해양생물로 몸길이가 50m가량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버스 한 대만한 먹잇감을 삼았을 수 있는 포식자가 크라켄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멕메나민 교수 연구팀은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발견이 크라켄 존재의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크라켄 화석이 단 한 차례도 발견되지 않은 점은 이번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이에 멕메나민 교수는 “현대의 오징어나 문어 등 두각류와 비슷했던 크라켄의 몸은 매우 부드럽기 때문에 화석으로 남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해외 언론매체들은 맥메나민 교수의 발표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면서도 주장의 신빙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디스커버리 채널은 “신화가 현실이었다는 사실로 밝혀지는 건 매우 즐거운 일이지만 그의 주장은 검증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과학자들은 맥메나민 교수의 발표가 과학적 근거가 너무 부족했다며 그의 이름에 빗대 ‘맥미니멀’(McMinimal)이라고 표현하며 비난하기도 했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라디오작가 자리는 한 명이 죽어야 생겨…”

    ‘88만원 세대’로 한국 사회에 새로운 담론을 형성한 ‘문제적 저자’ 우석훈씨가 이번에는 ‘문화로 먹고살기’(반비 펴냄)란 솔깃한 이야기를 들고나왔다. 경제학자가 문화산업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그가 처음은 아니다. 우씨는 존 스튜어트 밀을 예로 들었다. 경제학자였던 아버지를 둔 존 스튜어트 밀은 ‘정치경제학 원론’에서 미래를 상상하며 “언젠가 더는 경제성장을 할 수 없는 시절이 올 텐데,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바보같이 억지로 경제를 키우려 하기보다는 문화를 가꾸고 역사를 공부하면서 발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우씨는 밀의 발랄한 상상을 발전시켜 ‘유람선론’을 내놓았다. 화물선이나 군함이 아니라 놀기 위한 배인 유람선은 그 유용성을 측정하기 어렵다. 신간 ‘문화로 먹고살기’는 이 유람선을 크고 안전하게 만들어 많은 사람, 특히 젊은 20대가 타고 즐기는 방법을 모색한다. 방송, 출판, 영화, 음악,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저자는 예민한 촉수와 경제학자로서의 감각을 발휘한 데다 현업 종사자와 인터뷰까지 했다. 문화경제학은 자칫 재미없거나 허랑방탕한 논리쯤으로 흐르기 쉬운데 저자는 끝까지 힘을 잃지 않고 센 입심을 자랑한다. 방송 분야에서는 2008년 8월 서울 목동 SBS 본사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젊은 작가의 안타까운 현실을 먼저 언급한다. 젊은이들의 열정을 착취하고 쪽대본과 밤샘이 일상이 된 방송 현장은 급기야 ‘한예슬 사태’까지 낳았지만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다. 비록 방송 종사자들이 일반 직장인보다 평균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지만, 제도적 보완이나 안전장치가 없다면 비정규직이 많은 방송계에서 착취는 일반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팬클럽이 활성화된 한국 사회에서 우씨의 여러 제안 가운데 가장 귀가 번쩍 뜨이는 것은 배우들을 위한 생산자 협동조합(생협)이다. 팬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배우와 함께 문화생산자로 관계가 바뀌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저자의 고민은 문화생산자로 살고 싶어하는 20대는 점점 더 늘어나는데 모든 문화산업계는 “그만 좀 들어와라.”고 외치는 데서 시작했다. KBS에서 경영개선을 위해 작가를 자르자, 한 막내 작가는 라디오는 어떠냐는 질문에 “라디오 작가는, 죽어야 나와, 자리가, 알겠니?”라고 한탄한다. 결국 이 막내 작가는 KBS에서 잘리고 외주제작사로 이직했다. 우씨는 문화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동료를 한 명씩만 더 만들면 이 시장이 두 배로 커질 것이라고 제안한다. 때로는 나누고 양보도 해야겠지만 고용 규모가 두 배가 되면 산업의 안정성은 그 이상으로 높아진다. 문화생태계를 건강하게 넓히자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1만 5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우린 괴물이야 인간인 척하지 마

    우린 괴물이야 인간인 척하지 마

    “안 그래요. 안 무서워요. 제 작품 오래 본 분들은 다들 귀엽다 그러세요.” 씨익 웃으며 한 술 더 뜬다. “제 희망은, 작품을 본 분들이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제 작업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을 찾자’입니다.” 작가 말대로 될는지는 의심스럽다. 그려 놓은 것은 눈이 셋 있거나, 피를 흘리거나, 손가락이 닭 볏처럼 머리 위로 뻣뻣하게 뻗어 있는 인물이다. 불도그처럼 사나운 짐승을 그려둔 것도 있는데 말 그대로 사납기 이를 데 없다. 더구나 아크릴 물감으로 바탕색을 올린 뒤 볼펜으로 뱅글뱅글 돌려가며 명암으로 형상을 부여했다. 한층 더 그로테스크해진 느낌이다. 오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미술공간현에서 ‘괴물전:산해경(山海經)’ 전시를 여는 박승예(37) 작가다. 작가의 출발점은 악몽. 악몽의 매력은 “그 어느 것보다 나를 잘 드러내는 것”이어서다. 닮았다 싶었는데 그림에 등장하는 얼굴은 작가 자신이다. 자기 얼굴이 그리기 좋게 생겼다고, 재밌게 생겼다고 너스레를 떤다. 자신을 드러내는 게 부담이 될 법도 한데 “아예 더 드러내지 못해서 고민”이라고도 했다. 또 한 가지, 알고 보니 별게 아니어서다. “원래 무서운 영화를 전혀 못 봤는데, 우연히 한번 보니까 생각 이상으로 겁나진 않더라고요.” 공포영화처럼, 공포란 것도 실제 들여다보면 무섭지 않을는지 모른다. “국가, 종교, 각종 비즈니스 같은 것들이 공포로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키워드는 ‘손’이다. “생명공학 수업을 들었는데 기독교를 믿는 한 교수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성경은 하나의 은유라고. 선악과를 손으로 따먹는 게 바로 인류의 직립보행을 뜻한다는 거죠. 손이 자유로워지면서 두뇌가 발달하기 시작해 현재 인류가 됐다는 얘깁니다. 거기서 힌트를 얻었어요.” 손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줬지만, 그 손에 또한 피가 묻어 있다. 그래서 손은, 신의 법정에 제출된 인간 역사의 증거물이다. 이렇게 살아오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이다. 그래서 닭 볏처럼 머리에 손이 삐죽이 돋아 있는 작품에다 ‘캐스크’(Casque)라 이름 붙였다. 불어로 ‘투구’이자 ‘촉수’라는 뜻이란다. 딱 맞아떨어지는 제목이다. “야박할는지 몰라도 우린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고 봐요. 대신 그렇다면 직접 대면해 보자, 그래서 각성하자, 그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홍상수 감독이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 “우리 사람은 못 돼도 괴물은 되지 말자.”고 했다면, 작가는 “우리가 괴물임을 인정할 때 사람이 될 희망을 품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제안하는 셈이다. “난 그렇지 않아,라고 말하는 게 바로 공포예요. 그럴 바에야 차라리 공포를 직시하되 판단과 선택의 권한을 쥐는 게 인간에게 어울리는 자존감 아닐까요.” 다음 전시는 12월이다. 전시 제목은 ‘유동하는 공포’(Liquid Fear).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 제목이다. 작가는 요즘 한창 재밌게 읽고 있는 책이라 했다. 바우만은 사회 자체의 휘발성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세계가 지옥으로 변했으니 지옥이 아닌 곳을 찾기 위해 노력하라고 일렀다. 그러고 보니 작가도 한때 ‘휘발’된 적이 있다. 고등학교 졸업 뒤 바로 미국 롱아일랜드대 사우샘프턴캠퍼스로 진학했다. 이런 탓에 한국에도, 미국에도 ‘적당한’ 안면과 연줄이 없다. 미국 생활이 편했던 것만은 아니다. 늦바람이 불어 대학원 진학을 미루면서 한동안 “우주먼지”를 자청하기도 했고, 2년 정도 불법체류자로도 살아봤다. “유학생이 별로 없는 학교라 학교 측 실수로 그렇게 된 건데, 묘하게도 그렇게 한번 살아보자 싶었지요.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생활을 해본 게,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됐어요.” 덕분에 안 해본 일이 없다. 한국에서 건너온 화류계 여성과 미국인 남자 간 연애편지 대필과 프러포즈 대행 아르바이트까지 했다고 귀띔한다. “더한 것도 있는데 공개적으로 말하긴 그렇다.”며 웃는다. 이런 경험치라면, 존재의 휘발성에 대한 공포를 어떻게 녹여낼지 궁금증을 키운다. (02)732-5556.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대변인제도 어제와 오늘

    시절에 따라 대변인도 ‘진화’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변인의 명칭이나 직제가 바뀌기도 한다. 지금의 대변인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0년대에도 같은 이름으로 운용됐다. 그러다 이후 한참 동안은 ‘공보관’으로 불리기도 했다. 다시 지금의 이름을 찾은 것은 노무현 정부 들어서였다. 현 정부에서도 대변인실은 변화를 겪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정부 정책 홍보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부대변인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한마디 지시하자 부처들이 앞다퉈 4급 상당의 부대변인 자리를 만들었다. 주요 부처들이 한동안 언론인 출신 ‘모시기’ 물밑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한마디로 불붙은 부대변인 제도는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중앙부처의 관계자는 “2009년 부처들이 너나없이 부대변인 자리를 만들어 외부영입에 열을 올렸지만, 기대만큼의 소득이 없었다.”면서 “대변인실에 이미 4급 과장이 있는 상황이어서 새로 들어온 부대변인과 직급이 부딪치는 등 업무에 혼선이 컸다.”고 말했다. 그런저런 이유 때문에 부대변인에게는 ‘홍보전문관’ ‘홍보기획관’ 등의 새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다. 물론 여전히 부대변인 자리가 의미있는 부처도 있다. 외교통상부와 통일부가 대표적이다. 통일부는 최근 경쟁력 있는 인물을 발탁한다는 취지에서 부대변인을 개방형 직제로 바꿔 공모에 들어갔다. 시대흐름에 맞게 대변인 역할론이 바뀌는 것도 물론이다. 부대변인 카드가 시들해진 한편으로 지난해부터 대세는 ‘온라인 대변인’ 쪽으로 기울었다. 지난해 정부 부처들은 온라인 소통의 중요성을 내세우며 경쟁하듯 온라인 대변인 자리를 새로 만들었다. 그 역시 ‘총대’를 먼저 멨던 곳은 청와대다. 청와대 온라인 대변인제가 본격화되자 부처들이 줄줄이 뒤를 이었던 것. 기존의 부대변인을 온라인 대변인으로 이름만 바꿔 운영하는 부처도 더러 있다. (부)대변인이 언론을 상대했다면, 온라인 대변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목소리를 24시간 살피고 관리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부대변인 자리에는 언론인들이 각광받았다면 온라인 대변인에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촉수가 발달한 이가 적임자이다. 부처 홈페이지는 기본이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 ‘입과 귀’를 동시에 열어야 하는 주인공들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서울살이 지배하는 자본신화 스캔하다

    서울살이 지배하는 자본신화 스캔하다

    “을지로입구역, 영등포역, 서울역, 건대입구역, 그리고 2010년에 재개장한 청량리역까지 서울의 중요한 교통 분기점마다 롯데의 자본은 깊숙이 들어가 있다. 먹고, 자고, 입고, 놀고, 이동하는 모든 순간, 모든 환경, 모든 문화가 롯데 왕국 안에서 순환적으로 이뤄지며 소비되는, 자본이 우리의 삶을 온전히 지배하는 신화가 이렇게 형성되고 있다.” ‘이면의 도시’(정진열·김형재 글, 자음과모음 펴냄)는 두 디자인 전공자가 날카로운 촉수와 날 선 감각으로 서울을 공감각적으로 들여다본 책이다. 자음과모음에서 시리즈로 펴내는 하이브리드 총서의 다섯 번째 책. 하이브리드 총서는 ‘경계 간 글쓰기, 한국 인문학의 새 지형도’란 표제 아래 젊고 의욕 있는 학자들이 학문적 실험과 매력적인 글쓰기를 한데 보여 주고 있다. 저자들은 언론과 재벌 혼맥도, 한국 지식인의 이념 분포도, 촛불시위 행진 방향과 경찰 대치 상황, 국회의원 자리배치도 등 민감한 사안을 한 장의 그래픽 또는 지도로 요약해 낸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구별 주소, 지역구 국회의원 중 서초·강남구에 자택을 소유한 의원 지도 등은 그다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국회의원 자리배치도는 초선부터 7선까지 당선 숫자에 따라 색깔을 달리했는데 맨 뒷자리에는 이회창, 조순형, 이인제, 남경필, 박근혜, 정몽준, 이상득, 홍사덕, 황우여, 박상천, 정세균, 박지원, 천정배 등 신문 정치면에서 자주 이름을 볼 수 있는 중견 정치인들이 쭉 앉아 있다. 지역구 의원 가운데 서초·강남구에 자택을 소유한 인원은 총 47명 가운데 한나라당 30명, 민주당 11명, 자유선진당 3명이다. 지역구와 자택 주소가 다른 의원도 80명이나 된다. 저자들의 예민한 관찰자적 시선은 정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서울 잠실역 주변을 ‘롯데 왕국’이라 비꼬는 저자들은 지하 공간에 대해서도 ‘어둠의 강을 건너 하데스의 왕국’으로 변했다고 주장한다. 하데스(죽은 자들의 나라 지배자)의 공간이자 죽은 자들의 땅이었던 지하는 근대 초기에는 지상의 공습을 피하고자 숨어드는 공간이었다. 언제부턴가 지하 공간은 가장 고도화한 상업 공간으로 변모했다는 것이 저자들의 시각이다. 게다가 대형 지하 쇼핑몰의 등장과 함께 영세 지하상가에 감도는 패배감의 기운은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서울 시민이라면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당장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옆의 시청 지하철역 상가만 해도 서울시의 지하상가 정책을 타도하는 구호가 곳곳에 붙어 있다. 시청역 지하상가에서 모자 가게를 운영하는 50대의 박모씨는 촛불시위가 상가에 끼쳤던 영향에 대해 “화장실 쓰는 데 불편함 말고는 뭐, 워낙 다들 점잖은 사람들이니까 다른 문제는 전혀 없었어요. 요새는 시위 문화도 옛날 같지 않으니까요. 월드컵 때처럼 좋은 일 때문에 모인 게 아니라 어려운 상황이었던 때라 분위기가 좀 어수선했죠.”라고 저자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정치와 자본에 대해 날카로운 해부를 한 저자 중 한명은 가족의 대출 역사까지 털어놓는다. 1997년 저자의 아버지가 실직하면서 슈퍼마켓을 인수하고자 시가 10억원짜리 건물을 4억원에 구매하기로 하고 한빛은행에서 재건축한 아파트를 담보로 3억원을 빌린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모든 대출은 철회된다. 저자의 부모는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채 1년이 못 되어 슈퍼마켓을 폐업한다. 저자의 어머니는 “대출의 역사가 나의 인생, 그리고 가족의 역사와 같다.”고 말한다. 책은 모든 금융업체가 개인의 신용 정보를 공유하는 현재의 금융 시스템에 동의해야 할 이유가 뭐냐고 질문한다. ‘이면의 도시’는 익숙한 일상과 공간의 틈새를 들여다보면서 우리의 이미지와 감각이 어떻게 변했는지, 대기업과 정부의 욕망이 어떻게 우리를 잠재적으로 지배하고 있는지 새삼 일깨운다. 허술하게 가려졌던 상처와 상실을 세세하게 일러 주는 책이 편안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독자를 일깨우는 방식은 일방적인 서술이 아니라 예쁘게 잘 요약된 지도와 재치가 넘치는 문장이다. 저자들은 경험 많은 택시 운전자처럼 우리가 그동안 허투루 지나쳤던 서울이란 도시의 이면을 돋보기로 확대한 듯 보여 준다. 1만 5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해파리 독성 시약 세계 첫 개발

    여름철 해수욕장 불청객인 유해 해파리의 독성을 감별할 수 있는 시약이 세계 최초로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해파리의 촉수 일부 조각만으로도 해파리의 독성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해파리 즉석 진단 키트를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간단한 키트로 구성돼 있다. 수산과학원 측은 해파리의 독성물질 중 공통으로 함유된 것이 젤라틴 효소인데, 독성이 강할수록 키트에 떨어뜨린 이 젤라틴이 옅어지는 등 독성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단 가능한 해파리는 우리나라에 주로 서식하는 대표종인 노무라입깃해파리, 보름달물해파리, 커튼원양해파리, 유령해파리, 작은부레관해파리 등이다. 이 제품이 상용화되면 일반인들도 쉽게 해파리의 독성을 진단할 수 있어 해수욕장에서 쏘였을 때 구급요원의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져 피해 강도를 최소화할 수 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트랜스포머 3 UP & DOWN

    트랜스포머 3 UP & DOWN

    2007년 영화 ‘트랜스포머’의 출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변신·합체 로봇만으로 입이 떡 벌어질 노릇인데 풍부한 표정과 돌려차기까지 해댔으니 말이다. 국내에서 743만여명(역대 외화 3위)을 모았고, 전 세계에서 7억 970만 달러를 벌었다. 2009년 2편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은 산만한 이야기 탓에 혹평이 쏟아졌다. 그래도 추종자들의 발걸음을 막지는 못했다. 국내 관객 수 744만여명(역대 2위), 전 세계 흥행 수익은 8억 3629만 달러에 이르렀다. 시리즈 완결편 ‘트랜스포머 3’이 지난 29일 개봉했다. 700만명은 기본으로 먹고 들어간다는 이 영화의 표적은 입체영상(3D)의 새 장을 연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2009)다. 1357만여명을 불러모아 역대 외화 흥행 1위를 기록한 ‘아바타’를 뛰어넘을지가 관건이다. 명성답게 예매 점유율이 95%를 넘나든다. 주말 극장가를 싹쓸이할 태세다. ‘트랜스포머 3’의 장단점을 업(UP), 다운(DOWN)으로 짚어 봤다. ■ <UP> 화려해진 로봇-3D 날개 단 완결편 로봇의 격투장면 Yes! 불과 2년 전 마이클 베이 감독은 “3D는 관객을 끌기 위한 상술”이라고 냉소했다. 그런데 스스로 “올드스쿨 필름메이커(구식 감독)”라 부르던 그가 완결편을 3D로 찍었다. 지난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파라마운트 스튜디오에서 캐머런 감독과 3D 기술간담회를 개최한 베이는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촬영 당시, 제작사의 권유에 못 이겨 ‘아바타’ 촬영장을 방문했다. 캐머런이 ‘아바타’ 클립 영상들을 보여줬는데 솔직히 재밌어 보였다.”고 ‘변심’ 계기를 고백했다. “3D 촬영은 재미있는 새 장난감처럼 흥분되는 작업”이라는 베이의 말처럼 영화의 최대 강점은 3D 날개를 단 현란한 로봇 액션이다. 베이의 영화에 탄탄한 서사까지 요구하는 건 과욕이다. 메시지까지 전달하려는 캐머런과 베이는 다르다. ‘더 록’과 ‘아마겟돈’ 등 베이의 히트작들은 완벽하지 않은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세상을 구하고 8등신 여자 친구와 키스하는 결말 등 단순한 구조를 되풀이했다. ‘트랜스포머 3’에 대한 평가 역시 서사보다는 시각적 쾌감의 구현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얘기다. 오락 영화 장인을 만난 3D 기술은 진가를 발휘한다. 디셉티콘의 습격에서 주인공 샘 윗위키(샤이아 러버프)를 구하려고 범블비가 스포츠카에서 로봇으로, 다시 스포츠카로 순식간에 3단 변신을 하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다. 대미를 장식하는 메가트론과 옵티머스 프라임, 센티넬 프라임의 육중한 격투 장면도 혼을 빼놓는다. 특수 효과로 뒤범벅한 듯한 장면도 실제 배우와 스턴트맨을 혹사(?)시켜 찍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입이 벌어진다. 디셉티콘에 맞서려고 레녹스 중령(조시 더하멜)의 부대원이 ‘윙수트’로 불리는 날다람쥐 모양의 특수 복장을 하고 헬기에서 몸을 던지는 장면은 중력을 거스르는 놀이기구처럼 아찔하다. 베이는 시속 240㎞의 속도감을 살리려고 스카이다이버의 헬멧과 몸에 3D 카메라를 부착했다. 배경을 합성하지도 않았다. 시카고 거리를 봉쇄한 채 현존하는 미국 최고층 건물인 윌리스 타워 상공에서 촬영했다. 거대한 촉수를 지닌 쇼크웨이브의 공격으로 반토막 난 빌딩 표면에서 샘과 여자 친구 칼리(로지 헌팅턴 휘틀리)가 미끄러지는 장면은 40도로 기울어진 세트를 만들어 찍었다. 배우들은 가느다란 줄에 의지한 채 몇 시간씩 세트에 매달려 있었다.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고집쟁이 감독이기에 가능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DOWN> 허술한 스토리-겉도는 여주인공·기승전결 없는 152분 No! 과유불급. 지나침이 모자람만 못 하다는 뜻의 이 고사성어는 어쩌면 ‘트랜스포머 3’에 적합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트랜스포머’ 완결편이라는 강박 때문에 거대한 물량 공세를 펼쳤지만, 오히려 시리즈의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물론 애초에 감동적인 드라마를 기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화려한 모습이라도 허술한 서사를 참고 앉아서 보기에 152분이라는 상영 시간은 너무 길고 지루하다. 2편에서 한 차례 빈약한 이야기 내용에 대한 지적을 받은 감독은 인류의 달 착륙을 놓고 벌어진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이 달에 떨어진 외계 생명체의 존재 때문이었다는 상상력을 내용에 접목시키는 등 줄거리 선을 보강하려고 노력했지만, 짜임새 있는 영화를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트랜스포머들의 전쟁은 전편보다 다양해진 로봇들의 화려한 전시전을 보는 듯했지만 왠지 모를 헛헛함이 느껴지는 것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들의 싸움이 동어 반복적이기 때문이다. 설득력도 부족해 감정이입이 힘들다. 세상을 두 번이나 구해도 여전히 실업자 신세인 샘의 이야기도 겉돌아 연결점을 찾기 어렵다. 기승전결조차 뚜렷하지 않은 이야기를 2시간 가까이 참고 견뎌 마침내 도달한 클라이맥스. 감독은 영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30분의 액션 장면에 작정한 듯 모든 것을 쏟아붓지만, 완급 조절도 없이 펼쳐지는 로봇들의 무차별적인 액션은 쾌감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보는 이의 눈과 감정을 무디게 한다. 멋진 차에 변신 로봇, 금발의 여자 친구 등 남성들의 로망을 한자리에 모은 영화인 만큼 남성 관객들의 ‘보는 재미’는 충족시킬지 모르겠다. 하지만 로봇에 큰 관심이 없는 관객이나 서사 없이 볼거리만 강조된 영화에 지친 관객이라면 분위기에 휩쓸려 영화관을 찾았다가 소외감만 느끼고 나올 수도 있다. 소외된 것은 샘의 새 여자 친구 칼리 역의 로지 헌팅턴 휘틀리도 마찬가지다. 감독을 비난했다가 하차한 것으로 알려진 메건 폭스 대신 새로 기용된 그녀는 속옷 모델 출신답게 극 초반에 섹시미를 강조한 것을 빼고는 영화 내내 주변부를 맴돌 뿐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고성능 엔진을 장착했지만 불편한 승차감을 안겨 주는 ‘트랜스포머 3’.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동양적 여백의 미까지는 아니더라도 숨 쉴 수 있는 약간의 쉼표를 기대한 것은 지나친 욕심이었을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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