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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 차이나 리포트] (3) 중국 경제를 말하다 ③ 환율전쟁 부른 ‘위안화 매직’

    [新 차이나 리포트] (3) 중국 경제를 말하다 ③ 환율전쟁 부른 ‘위안화 매직’

    세계 경제를 양분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환율전쟁을 시작했다. 광속(光速)에 비유되는 중국 경제의 무한질주를 결코 좌시할 수 없다는 1등 경제국 미국과 중화 부흥을 통해 과거의 영화와 패권을 되찾겠다는 중국 간에 벌어지는 일종의 헤게모니 다툼이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미·중 간에 얽히고설킨 정치·경제적 갈등이 ‘위안(元)화’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경제력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된 위안화를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미국의 공세에는 위안화의 ‘농간’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1990년대 저임금을 기초로 한 ‘세계의 공장’에서 단시간 내에 일약 세계 2강(G2)으로 올라 선 중국 경제의 이면을 보면 정교하고 교묘한 ‘위안화의 매직’이 숨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밀물처럼 들어오는 세계 각국의 천문학적인 직접투자(FDI)와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국제 수출시장 석권 등은 저평가된 위안화 때문에 가능했다. 위안화의 마술이 시작된 것은 17년 전인 1993년이다. 당시 중국 경제사령관인 주룽지(朱鎔基) 부총리는 92년까지 1달러 당 5.7619위안이었던 환율을 93년 8.6187위안으로 떨어뜨렸다. 한꺼번에 33.1%의 평가절하를 한 것이다. 달러의 구매력이 3분의1이나 높아진 것이다. 물론 세계는 깜짝 놀랐지만 당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의 1.2배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에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땅덩어리만 크고 후진 개도국에 불과한 중국이 위안화를 아무리 평가절하해도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는 경제대국을 향한 중국의 심모원려(深謀遠慮)를 과소평가한 것이었다. 평가절하 이후 벌어진 결과를 놓고 세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선언한 78년부터 93년까지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연 평균 16%에 불과했다. 하지만 위안화의 평가절하가 단행된 이듬해부터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무려 30.2%에 달했다. 중국의 전면적인 수출 드라이브 정책이 시작된 것이다. 환율의 마술은 곧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가장 높은 상품으로 변했다. 외국자본의 대 중국 투자도 급속도로 늘어났다. 한국 기업들이 앞다퉈 달러를 싸들고 몰려간 것도 당시의 이런 상황과 깊은 연관이 있다. 수교(1991년) 이전부터 중국시장에 진출했던 김동진 포스코 중국법인 고문은 당시를 회상하며 “생산 기지를 옮긴 의류, 신발, 가죽 제품 분야의 한국 기업들이 짭짤한 재미를 보기 시작했고 중국 역시 이 시기에 저임금을 토대로 경제적 기초를 닦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급상승은 승승장구하던 아시아의 네마리 용(한국, 싱가포르, 홍콩, 타이완)에게는 불행의 시작이었다. 중국에 세계 수출시장이 잠식당한 이 국가들은 대규모 무역적자를 보기 시작했고 급기야 해외 차입으로 적자를 메웠다. 대외 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97년 아시아에 몰아쳤던 외환위기 역시 위안화의 평가절하로 촉발된 ‘환율게임’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근 미·중 간 ‘2차 환율전쟁’ 역시 위안화의 평가절하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무제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내용의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켜 중국을 압박했다. 미국은 무역 불균형의 원인에 대해 중국 위안화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실제보다 최대 40%까지 저평가됐으며, 중국 당국이 이를 방치하는 것은 사실상 수출보조금을 지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중국은 미국의 이런 공세에 대해 70~80년대 욱일승천하던 일본경제를 한방에 무력화시켰던 플라자 합의(1985년)를 떠올린다. 장쥔(張軍) 중국경제연구센터 주임은 “당시 미국 등 서방 선진국들은 엔화의 과도한 평가절상을 밀어붙여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끌어내렸고 이것이 근본적으로 일본경제의 장기 침체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정세판단 하에 중국의 ‘버티기 전략’도 만만치 않다. 장융창(强永昌) 푸단(復旦)대 교수(경제학)는 “중국에서 경제성장률이 1% 떨어지면 일자리가 800만 개 이상 사라진다. 중국의 중소 수출업체들의 마진율은 매우 낮기 때문에 최근 근로자 임금 인상과 맞물려 위안화가 지속적으로 평가절상되면 수만개의 중소기업들이 채산성 때문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2005~2008년 사이 이미 20% 이상 위안화 평가절하가 이뤄졌지만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는 2020억 달러에서 2680억 달러로 오히려 늘었다.”며 “미국의 최근 환율 공세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의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려는 정치적 쇼”라고 몰아쳤다. 최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최전선에서 배수진을 치고 미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공세에 맞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베이징·상하이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곽노현 “국·영·수도 수능 선택과목으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사회·과학·제2외국어 과목을 축소시키는 내용의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시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곽 교육감은 현재 공통필수과목인 국어·영어·수학을 선택과목으로 바꾸는 등 비중을 축소하고, 나머지 과목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의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1일 ‘대입제도 개편안 관련 의견 및 제안’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국·영·수 비중을 높이는 수능제도 개편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정부의 교육 정책 방향과 상충될 뿐 아니라 선행학습을 더욱 강하게 조장할 것”이라면서 “대입제도가 고교 교육에 미치는 심대한 영향력을 고려해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된 시교육청의 입장을 의견 및 제안 형태로 정리해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곽 교육감은 “여러 과목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히되 대학이 응시자 한 명에게 요구하는 최대 과목수를 제한한다면 다양화와 학습부담 경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학 전공자 입시에서 국·영·수만 필수로 하고, 물리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 형태는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대학이 해당 전공과 본질적 연관성이 있는 과목 점수만 반영하고, 나머지 과목은 최저학력기준으로만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단 곽 교육감은 문과는 사회만, 이과는 과학만 시험보는 현행 제도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으로 “국·영·수 이외 과목을 문·이과 구분 없이 치르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 교육감의 제안은 필수 공통과목이라는 인식이 확립되어 있는 국·영·수의 기득권을 무너뜨리는 방안으로 학교 현장 등에서 찬반 논란을 촉발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수능 개편시안이 발표된 뒤 ▲사회·과학탐구에서 쉬운 과목으로의 학생 쏠림 현상 ▲대학의 입맛에 맞춰 학생들의 수능 과목별 선택권이 왜곡될 가능성 ▲제2외국어 등 수능소외 과목의 침체 ▲국·영·수를 중심으로 한 과열경쟁 등이 우려되고 있었기 때문에 해결책으로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달 말까지 수능 개편시안 확정안이 나올 예정인 가운데 곽 교육감은 교과부와 대교협,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이 참여하는 3자 협의기구를 창설하자고 제안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원자바오 “위안화 절상땐 세계재앙 초래”

    중국이 다시 한번 위안화 절상 압력에 대해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번에는 유럽연합(EU)의 압력에 대해서였다.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거듭 중국에 위안화 절상에 앞장설 것을 촉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중국 대 미·EU의 위안화 대치는 8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및 서방선진7개국(G7) 각료회의에서의 일전을 예고한다. 7일 BBC에 따르면 브뤼셀을 방문 중인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6일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과의 정상회담에서 위안화 절상 요구에 거부 입장을 밝혔다. “위안화 환율 유연성의 점진적 확대”라는 기존 정책 고수를 분명히 한 것이다. 경고도 잊지 않았다. “위안화의 급속한 절상은 중국기업의 파산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사회불안을 조성할 것”이며 “이 같은 중국의 재앙은 전 세계적인 재앙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압력’에도 급격한 절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양측 정상은 회담이 끝난 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통상적인 기자회견마저 취소했다. 이례적인 ‘사태’로, 양측의 벌어진 틈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런 가운데 IMF는 이날 ‘하반기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역내 통화가치 강화에 중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허용하면 수출주도형 경제의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중국을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 국가가 저항하면 경쟁력 우려를 촉발시켜 다른 국가의 통화절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고 강조,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도 같은 날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에서 “통화 가치가 현저하게 저평가된 국가들이 통화를 절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통화 가치를 약한 상태로 유지하려는 경쟁이 벌이지고 있다.”면서 “이는 외환시장에서 서로에게 손해를 안기는 요인이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일본이 환율 마찰의 불을 댕겼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중국은 때리면서도, 일본은 감싼 셈이라고 불름버그 통신은 해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자 사설에서 “환율을 둘러싼 국가 간 갈등이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의장국 한국은 시장개입으로 불편한 논쟁에 휘말리지 않는 신중한 행보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한국은행의 시장 개입 가능성을 경계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열린세상] 국제금융의 새로운 이상기류/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열린세상] 국제금융의 새로운 이상기류/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글로벌 금융안전망(GFSN)과 같은 국제금융체제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개선책이 원론적 차원에서 거론되기도 전에 우리는 본격적인 환율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되었다. 체제적인 문제가 드러나기 전에 국익 우선의 결정들이 구체화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환율 갈등은 주변국들에 적지 않은 우려를 가져오고 있다. 수차례 겪어왔지만,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여러 요인 중에 환율 관련 위험은 가장 심각하다. 최근 주요국의 금융개혁 및 글로벌 기준의 제정으로 금융안정의 초석이 마련된 것 같지만, 현실은 여전히 신흥국들이 환율충격에 취약한 상황이다. 최근 우리나라나 일본의 화폐 강세는 과거와는 달리 교역차원의 적응과정이 아니라 중국이 대규모로 국채를 사들이게 된 데 그 이유가 있다. 첫째, 최근 중국의 다변화차원의 외환포지션 조정은 주변국들의 절상압력을 가중시켜 시장개입의 비용증가와 근린 궁핍의 보호무역주의를 자극하기 쉽다. 자본유입이 본격화할 경우 시장기반이 협소한 주변국들의 자산버블 가능성은 그만큼 커지며 독자적 통화정책 수행도 어려워진다. 둘째, 달러에 대한 위안화의 절상폭을 키우는 한편 채권시장이 발달한 주요 교역상대국의 국채를 대거 사들여 실질환율을 안정시킴으로써 중국상품에 대한 수요를 유지하려는 중국의 전략은 실로 치밀하다. 셋째, 2조 5000억달러에 육박하는 외환자산의 손실회피를 위한 다변화 전략은 위안화 절상압력에 대한 나름의 대응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통계에 따르면 보유액의 62%가 달러표시로 추정되고 있는데 다변화의 하나로 올해 7월까지 미국 국채는 거의 늘지 않았지만 일본 국채를 250억달러, 한국 국채를 34억달러나 사들였다. 넷째, 위안화의 국제화 시도로서 한국과 일본채권시장의 참여, 교역상대국에 대한 직접투자와 대출, FX 스와프를 통해 위안화 활용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통화스와프를 활용해 위안화 역외자산 풀을 키우고 해외 금융시장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도 대량으로 발행하고 있다. 또 지난 8월에는 일부 외국 은행들의 중국 내 채권시장 투자를 허용했다. 국제금융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기축통화국의 근간을 흔들면서 주변국들의 안정을 위협할 것임에 틀림없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환율체제의 신축성을 점차 허용하면서 주로 역내교역을 통해 성장모멘텀을 유지하려 하지만 국제금융체제상의 구조적인 한계를 넘어서지 않는 한 현실적 선택의 폭은 넓지 않다. 무엇보다 중국의 전략은 첫째, 주변국들의 절상압력을 가중시켜 자유무역과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환율변동위험의 일부를 다시 한번 울며 겨자 식으로 짊어지게 된다. 반면 외환보유액의 일부를 교역상대국의 부채로 다변화할 수 있다면 중국의 처지에서 수요는 유지하면서 달러위험에서 벗어나는 일거양득의 혜택을 구가할 수 있다. 둘째, 중국의 전략은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반감시키는 자본유입에 대한 주변국들의 정책적 선택을 매우 어렵게 할 가능성도 크다. 중국의 교역상대국 화폐나 국채 매입은 즉각적으로 상대방의 시장개입을 강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보호무역주의에서 출발한 갈등은 쉽게 자본통제나 환율전쟁으로 확산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중국 외환포지션의 조정은 중국과 교역상대국의 일시적 혜택에도 주변국들의 안정기조 유지에 상당한 저해요인으로 대두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자본 흐름의 급격한 변화로 초래될 수 있는 국제금융체제 차원의 마비는 실물경제의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다. 결과적으로 정치적으로 촉발된 미국의 압력과 중국의 전략구사를 통해 전개되는 환율갈등 탓에 주변 국가들은 또다시 상당한 위험에 노출되게 되었다. 어찌 보면 기축통화 위주의 외환보유액 전략의 유용성이 스스로 한계를 드러낸 상황이지만 여전히 외화유동성 공급과 관련, 체제적 해법은 원론차원에서 도외시되고 있다. 얼마나 더 어려움을 겪어야 국제금융체제는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출 수 있을까? 우리는 안정된 환경에서 활발한 교역을 원할 뿐인데 근본 해결노력은 뒤로하고 이전투구에만 나서는 것이 글로벌 환경의 엄연한 현실이다.
  • 문체반정의 배후로 지목된 열하일기

    “근자에 문풍이 이렇게 된 것은 모두 박지원의 죄다.” 정조는 당시 사대부들의 문풍을 어지럽힌 ‘배후’로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지목하고, 연암에게 순정한 고문(古文)체로 글을 지어 올리면 음직을 내리겠다고 회유한다. 그러나 졸지에 어떻게 순수하고 바른 글을 짓겠느냐며, 그것이 더 큰 죄를 짓는 것이라는 핑계(?)를 둘러대면서 연암은 끝내 어떤 반성도, 전향도 거부한다. 연암에게 글이란 남을 아프게도 하고 가렵게도 할 수 있는, 한마디로 ‘살아있는 것’이어야 했다. ‘열하일기’는 비장에게 들은 이야기, 하인들과 나눈 대화, 중국 선비들과의 필담 등 온갖 ‘잡다하고 품격 없는’ 글들로 가득하다. ‘허생전’이나 ‘호질’처럼 ‘빵빵 터지는’ 스토리들이 있는가 하면, ‘호곡장’이나 ‘일야구도하기’처럼 사유의 깊이를 가늠하게 해주는 철학적 아포리즘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영민한 정조가 몰랐을 리 없다. 연암의 문체에 함축된 사유의 반시대성을! ‘열하일기’는 정조의 시대뿐 아니라 지금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다양한 사유를 촉발하는, 대단히 위험하고 강렬한 책이다. 서울신문·수유+너머 공동기획
  • [동북아 파워지형 요동] “지구촌 ‘인종·종교·문화 동맹’ 재편중…韓 독자노선국”

    [동북아 파워지형 요동] “지구촌 ‘인종·종교·문화 동맹’ 재편중…韓 독자노선국”

    “독자노선을 걷고 있는 한국은 진정한 기술혁신의 강자가 됐고, 글로벌 경기침체에서도 훌륭하게 회복했지만 팽창하는 중국권에 흡수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동중국해 문제로 중국과 일본이 극심한 갈등을 빚고, 여기에 미국까지 가세하는 등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 인터넷판이 26일(현지시간) 한국은 새로운 세계 질서에서도 혼자만의 길을 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중국에 대한 경계를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 뉴스위크는 ‘새로운 세계 질서’라는 분석기사를 통해 지금까지는 단순히 정치적인 관점에서 국경이 형성됐지만 이제는 국경을 넘어 인종, 종교, 문화 등 다양한 측면의 연대감을 가진 새로운 글로벌 동맹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 中 ‘초강대국 부상’ 기 정사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중심의 서방진영과 옛 소련을 앞세운 공산진영으로 양분됐던 냉전시대의 종결로부터 촉발됐으며, 제3세계의 개념도 중국과 인도의 등장으로 대체됐다고 평가했다. 또 최근 국제무대에 떠오른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와 같은 개념도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로 인해 큰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일본, 프랑스, 브라질, 스위스, 인도 등과 함께 어떤 범주에도 들지 않는 독자적인(Stand alone) 국가군으로 분류하면서 40년 전 1인당 국민소득이 가나와 비슷했지만, 오늘날에는 15배 이상 많아졌으며 중상층 기준 가계소득이 일본 수준으로 뛰어올랐다고 강조하는 한편 고속 성장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금융자본과 기술로 세계 강대국으로 남아 있지만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라는 자리는 중국에 넘겨줬다고 평가했다. 2050년까지 인구의 35%가 60세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면서 첨단기술 분야도 한국과 중국, 인도, 미국 등에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함께 세계 주요 2개 국가(G2)로 불리며 세계 질서 재편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은 홍콩, 타이완과 함께 중화민국권으로 분류됐다. 뉴스위크는 중국이 세계 ‘초강대국(Super Power)’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단언하면서, 특히 민족 단결성과 역사적 우수성이 두드러진 나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한 권위주의 체제와 극심한 양극화, 환경오염은 시급히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며 급속한 인구 고령화는 앞으로 30년간 중국의 가장 큰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캐나다와 함께 북미동맹권으로 분류됐다. 두 나라는 경제와 문화적 측면에서 사실상 동일한 국가에 가까우며 뉴욕 등 세계적 수준의 도시와 세계 최첨단 기술 기반 경제, 최고의 농업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브릭스’ 큰 의미 없어 중국과 관계 강화에 나선 러시아는 아르메니아, 벨라루스, 몰도바, 우크라이나로 구성된 ‘러시아 제국(Russian Empire)’의 맹주국으로, 대규모 천연자원과 첨단과학기술능력,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옛 차르 체제와 마찬가지로 슬라브 민족 국가들을 끌어안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독일, 덴마크, 핀란드, 네덜란드 등은 고부가가치 상품 판매, 수준 높은 복지제도, 높은 저축률과 낮은 실업률, 인상적인 교육제도와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한 ‘새 한자동맹(New Hansa)’으로, 올리브와 와인의 나라인 그리스와 이탈리아, 불가리아 등은 올리브 공화국으로 분류됐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한국의 이란제재 희생감수한 결정”

    “한국의 이란제재 희생감수한 결정”

    버락 오바마(얼굴)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한국, 일본 등 이란과 상업적 거래가 있는 국가들이 대이란 제재에 동참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커다란 희생을 감수한 일”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영국 BBC 페르시아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들 국가가 제재에 동참한 것은 우리가 종용해서가 아니다.”라면서 “(이들 국가는) 이란 정권이 핵무기를 추구해 역내 군비경쟁을 촉발하면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위협을 미국과 마찬가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이란 제재는 미국만 독자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유엔 안보리의 추가 대이란제재 결의가 통과됐고, 이란이 중요한 원유 생산국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란과 거래를 않겠다는 결정을 내린 국가들이 동참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도 핵확산금지조약(NPT)의 당사국으로 평화적인 핵프로그램과 원자력을 지닐 권리가 있고, 이란 정부도 핵무기에는 관심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그런 주장은 표면적인 것이고 진정 그렇다면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포함해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점을 입증해 보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전날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미국을 9·11 테러 공격의 잠재적 배후로 지목한 데 대해 “혐오스러운 행동”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9·11 테러가 일어났던) ‘그라운드 제로’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맨해튼에서 그런 언급을 한 것은 혐오스러운 것이며,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클린디젤 稅 감면을” vs “범산업적 효용 따져야”

    정유업계가 ‘클린디젤’의 보급을 강조하면서 액화석유가스(LPG) 업계와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의 폭발사고 이후 정유업계를 대변하는 대한석유협회는 안전성을 강조하며 클린디젤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젤 하이브리드 버스’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유(디젤유)는 그동안 연비는 좋지만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정제기술과 엔진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여 청정 경유, 이른바 클린디젤로 거듭났다는 것이 지식경제부와 정유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경유의 황 함유량은 1993년 2000 수준에서 2010년 10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지난 8월 국내 정유 4사가 생산하는 경유의 환경품질등급은 국제 최고기준인 별 5개 등급을 받았다. 석유협회는 한국기계연구원, 대우버스와 공동으로 개발한 디젤 하이브리드 버스를 내년 상반기부터 대구, 부산, 인천 등 6개 지방자치단체에 보급하기로 했다. 특히 석유협회는 클린디젤 기술을 통해 경유와 LPG의 친환경성이 대등해졌는데 LPG에만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에너지 수급 불균형의 문제도 지적했다. 지난해 국내 정유업계가 생산한 경유는 국내에서 수요처를 찾지 못해 생산량의 48%를 수출하면서도 LPG는 세제혜택 덕분에 국내 총수요의 61%가 수입됐다. 이에 대해 LPG업계는 정유업계가 국제 경쟁에서 촉발된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클린디젤을 강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유업계가 아시아 석유제품 수요 증가에 맞춰 고도화시설을 확충해 놓고, 이에 따른 경유의 과잉 공급을 국내에서 해소하려 한다는 것이다. LPG수입업체 E1 관계자는 “경유가 과거에 비해 깨끗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LPG에 비해 미세먼지나 질소산화물 등의 배출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또 클린디젤 기술을 산업적으로 개발할 때 투입될 설비 및 세제지원 등의 비용과 그에 따른 효용을 국가산업 전체적인 측면에서 따져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진호기자 sayho@seoul.co.kr
  • ‘쩐戰’ 금값 부채질

    ‘쩐戰’ 금값 부채질

    1주일 새 국제 금값이 2.5%나 올랐다. 연초부터 랠리를 이끈 것은 세계경제의 ‘더블딥(경기 상승 후 재하강)’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였다. 여기에 지난 15일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이 ‘통화전쟁’을 촉발하며 금값 상승에 기름을 끼얹었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 12월물 가격은 온스당 1277.3달러로 마감됐다. 연초(1097.0원)보다는 16.4%, 1년 전(1007.2원)보다는 26.8%가 뛰었다. 국내 금값은 그나마 원·달러 환율이 낮게 형성되면서 덜 올랐다. 금시세닷컴에 따르면 18일 순금 3.75g(1돈) 가격은 19만 5800원으로 연초(1월4일 16만 9620원)보다 15.4% 올랐다. 금값이 오르는 1차 요인은 글로벌 위기 이후 경기회복이 덜 된 탓이다. 적어도 투자자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에서 부양을 언급할 때마다 금값은 움직였다. 오히려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된 셈이다. 정책당국이 달러를 푼다면 투자자들이 금에 눈길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7월 말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미국경제의 앞날은 대단히 불확실하다.”고 언급한 직후 금값은 곧바로 반응했다. 각국의 경쟁적인 환율 개입도 금값을 부채질하고 있다. 15일 일본 정부가 2조엔(추정)을 풀어 달러를 사들인 뒤로 금값은 세차례나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기축통화로서의 입지가 무너진 유로화는 물론 달러와 엔이 동반 약세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이석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값은 경기 회복이 더딘 데 따른 안전자산 선호보다 주요 통화의 가치 하락에 따른 상대적인 강세 요인이 더 크다.”면서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 이후 엔화는 물론, 달러·유로 모두 약세로 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후의 기축통화인 금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도 ‘금테크’에 뛰어들기 늦지 않은 걸까. 19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금 투자상품 골드리슈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5.98%였다. 그러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1.44%에 그쳤다. 장선호 신한은행 부부장은 “도이체방크는 4분기에 온스당 1400달러까지 갈 것으로 보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환율이 떨어진다고 볼 때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면서 “1년 이상 투자자들은 이미 20%대의 수익을 냈으니 차익을 실현하는 게 맞고, 새로 투자하려면 환율이 낮아졌을 때 조금씩 나눠 들어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쇼트트랙 선수 완장 찬 까닭?

    쇼트트랙 선수 완장 찬 까닭?

    19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빙상장. 전국 남녀 쇼트트랙 종합선수권대회 겸 2010~11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자격대회가 한창이다. 출발선에 늘어선 선수들은 왼쪽 팔에 형광색 완장을 차고 있다. 생소한 암밴드는 뭘까. 선수들은 각자 소속팀 이름이 쓰인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이 형광색 암밴드가 ‘진짜 팀’을 말해 준다. 같은 코치나 같은 링크에서 훈련한 선수들을 손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대한빙상경기연맹이 내놓은 묘안이다. 빙상연맹은 ‘보이지 않는 편’을 구별할 수 있도록 함께 훈련해 온 링크에 따라 다른 색 완장을 차게 했다. 같은 색 완장을 찬 선수들끼리 도우려는 기색이 보이면 심판들이 제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세 명의 외국인 심판도 초청, 판정시비를 미연에 방지했다. 유니폼과 완장으로 ‘이중 장치’를 한 까닭은 너무도 분명하다. 같이 훈련한 선수들끼리 도와주는 ‘짬짜미’를 뿌리 뽑기 위해서다.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정수(단국대)가 “코치에게 경기에 출전하지 말라는 외압을 받았다.”며 촉발된 쇼트트랙 사태는 폭로전을 거듭하며 짬짜미를 수면 위로 올려놨다. 같은 코치에게 지도받는 선수들끼리 ‘작전’이란 이름으로 동료의 순위를 높여 주는, 일명 ‘담합행위’를 해왔다는 것이 밝혀졌다.빙상연맹은 이런 뿌리 깊은 악행을 없애고자 선발전의 틀을 바꿨다. 일단은 기존 방식인 오픈레이스(순위를 겨루는 방식)로 남녀 상위 24명을 추렸다. 19일 끝난 1차 선발전에선 엄천호(한국체대)가 종합 1위를 차지했고, 박세영(수원경성고)-한승수(단국대)가 뒤를 이었다. 여자부에선 이은별(고려대)-김민정(용인시청)-이소연(행신고) 순이었다. ‘토리노 영웅’ 안현수(성남시청)-진선유(단국대)는 물론 성시백(용인시청)-조해리(고양시청)도 무난히 1차 관문을 통과했다. 뽑힌 선수들은 새달 2·3차 선발전을 통해 타임레이스(절대속도로 순위를 가리는 방식)로 태극마크에 도전한다. 제로베이스(1차 선발전 성적은 없어짐)에서 시작하며, 500m·1000m·1500m·3000m 네 종목의 순위를 합산해 숫자가 낮은 선수 남녀 각각 네 명이 국가대표가 된다. 올해 세계선수권 1위를 차지한 이호석(고양시청)과 박승희(수원경성고)는 자동 선발됐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한화 최소300억 차명계좌…비자금? 상속재산?

    한화 최소300억 차명계좌…비자금? 상속재산?

    검찰이 한화그룹의 차명계좌를 추가로 파악하면서 차명계좌에 조성된 돈의 규모와 사용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그룹 임직원 등의 명의로 개설된 김승연 한화 회장의 비자금으로 보고 전방위 계좌추적에 나서고 있다. 반면 한화 측은 ‘고(故) 김종희 선대회장→김승연 회장’으로 이어지는 ‘상속·증여 재산’이라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정리한 뒤 검찰 수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대기업 비자금 수사 때처럼 조세포탈 혐의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돈의 성격이 비자금이라면 정·관계 로비 등으로 수사가 확대돼 ‘한화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김 회장이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속·증여 재산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덜 낸 세금을 내고 사건은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어느 쪽으로 수사방향을 잡느냐가 관건이다. 검찰은 당초 알려진 차명계좌 5개 외에 30여개의 차명계좌를 추가로 파악했다. 차명계좌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전국 한화증권 지점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보했던 한화증권 전직 직원도 “한화증권 송파지점 외에도 차명계좌가 개설된 지점들이 많기 때문에 비자금은 수백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증권은 현재 국내에 30~40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검찰은 수십개의 차명계좌에 조성된 돈이 정·관계 로비에 사용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계좌추적에 집중하고 있다. 비자금 쪽에 무게를 둔 느낌이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미심쩍은 계좌나 입출금 내역을 샅샅이 훑어 돈의 흐름을 철저히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과거 대기업 수사는 한화 건과 마찬가지로 내부 폭로에 의해 촉발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검찰은 제보만으로 섣불리 대기업 수사에 착수하지 않는다. 대기업 수사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 의혹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이 섰을 경우 수사에 착수한다. 한화 사건은 차명계좌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한화 측은 검찰의 이런 흐름을 간파한 듯 최근 내부 논의를 거쳐 차명계좌 돈의 성격을 ‘상속·증여재산’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주인 김 전 회장이 아들인 김승연 회장에게 물려줬다는 것이다. 이 경우 상속·증여세만 내면 되기 때문에 김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이와 관련, 한화 홍보실 관계자는 “이미 밝혀진 차명계좌 5개와 다른 차명계좌에 예치돼 있는 돈의 규모는 정확히 모르지만 다른 계좌로 이체되지 않고 금액이 차명계좌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면서 “비자금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검찰이 차명계좌에서 ‘수상한 돈의 흐름’을 찾지 못한다면 과거 다른 대기업 수사와 마찬가지로 ‘조세포탈’ 사건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2008년 삼성 비자금 수사나 CJ 차명계좌 사건도 차명계좌에 있던 돈이 검찰 수사 결과 상속·증여 재산으로 밝혀져 각각 1800억원, 1700억원대 조세포탈 혐의로 끝났다. 김승훈·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재정·업무효율 위해 행정구역 통합 필요”

    “재정·업무효율 위해 행정구역 통합 필요”

    지난 7월 성남시의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으로 촉발된 지방재정에 대한 우려와 관심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한·일 지방행·재정제도 비교연구’ 세미나에 그대로 투영됐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국회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신문사, 일본자치국제화협회 서울사무소가 공동 주최한 이 세미나에는 300여명이 참석했다. 야마다 게이지 일본 교토부 지사는 기조연설을 통해 “진정한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역력(力)을 재생하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화 서울신문 사장은 축사를 통해 “한국의 지방자치에 새롭게 등장한 과제가 지방재정의 안정성 확보”라며 “이 시점에서 열리는 한일 행·재정제도 비교 연구를 위한 공동 세미나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참석자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직면한 재정 문제를 해결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치적인 합의를 통해 행정구역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자들의 발언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한국의 인구정체, 고령화와 지방재정의 과제(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 인구 구조 변화와 분배 구조 악화 속에서 지방의 사회복지 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앞으로 지방재정을 더욱 압박할 것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지방교부세 제도를 부분적으로 고치고 지방소비세를 도입한 것이다. 이 방식의 대응은 조만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현 제도하에서는 재정적으로 어려운 자치단체일수록 보다 많은 재원이 배분된다. 자치단체 인구가 줄더라도 특정 공공서비스에 대한 1인당 지출액은 증가한다. 많은 재정지출이 경직성 경비를 감당하는데 쓰이므로 재정지출의 비효율이 증가하게 된다. 보다 전략적이며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 필요하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자치단체별 재정수요 변화를 보다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재정력은 취약하고 사회복지 재정지출은 늘고 있는 기초 지자체는 광역 지자체가 주도하는 재원조정제도 강화, 또는 자치구간 통합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방소비세는 자치단체의 지역경제활성화 노력과 이를 통한 소득과 소비 증가가 지방소비세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보통교부세와 다름없는 현재 방식을 부분적으로 지방세로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일본의 지방자치제 재정건전화(기무라 요코 일본자치국제화협회 이사장) 지자체 파산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있다. 파산하지 않으면 은행 등이 무리하게 대출을 할 수 있고, 파산제도가 존재함으로써 지자체가 재정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지자체는 과세권이 있어 장래에 빚을 갚을 능력이 있고 주민에게 계속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파산제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파산의 대표적인 경우인 홋카이도 유바리시는 석탄으로 번영했으나 탄광이 폐쇄되고 관광투자가 늘지 않으면서 재정상황이 악화됐다. 인구가 줄어든 만큼 공공서비스를 줄일 수 없어서 인구 1000명당 공무원수가 11.6명이었다. 전국 평균은 7.8명이다. 2007년 3월 재정재건계획을 국가가 승인, 단체장 급여는 전국 최저이며 공무원수와 급여가 삭감됐다. 재건기간은 18년이다. 유바리시 사건으로 그해 6월22일 ‘지방재정재건촉진특별법’이 ‘지방공공단체의 재정건전화에 관한 법률’로 바뀌었다. 조기 건전화 기준을 마련, 자동적으로 대응하는 체제다. 지방재정의 건전화는 실질적자비율, 연결실질적자비율, 3개월 평균 실질공채비율, 장래부담비율 4가지로 진단한다. 유바리시에 이를 대입해보면 2008년 기준 실질적자비율은 703.6%, 연결실질적자비율은 705.7%, 실질공채비율 42.1%, 장래부담비율 1164.0% 등이다. 지방공기업의 경영건전화도 중요하다. 사업규모 대비 자금의 부족액이 20%를 넘을 경우 경영건전화계획을 세워야 한다. 유바리시의 경우 공공하수도 사업회계에 있어 자금부족비율이 156.5%에 달한다. 당분간 재정위기는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지방소비세 도입 검토 등 세제의 근본개혁을 통해 과세 자주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시군통합 사례분석과 정책과제(김병국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행정체제연구단장, 송병부 경남대 행정경찰학부 교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짜깁기식 개편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경제적 환경변화에 따라 합리적으로 지방행정체제를 개편해야 한다. 농촌 지역의 인구감소, 재정 취약성, 행정의 비효율성 등으로 인해 시군 통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통합 창원시가 자율 통합 성공모델을 만들어야만 앞으로 시군 통합이 촉진될 것이다. 통합 과정과 통합 이후 조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매뉴얼을 작성·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 시군 통합의 촉매 역할을 해야하는 정부 입장이 명확해져야 한다. 자율적 통합 기조를 유지하고 통합에 따른 인센티브에 대해 정부 내 통합관리가 필요하다. 지자체의 자율 통합은 정치적 합의 형성이 열쇠라는 점에서 국회의 책임이 강조된다. 통합 자치단체는 정부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주적인 대응책을 모색하면서 내부적 갈등 조정과 안정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본의 시·정·촌 합병으로 인한 구체적 효과(요코미치 기요다카 일본정책연구대학원 교수) 일본의 기초자치단체인 시정촌(市町村)은 1999년 3232개였으나 2010년 1727개로 줄었다. 헤세이(1989년 이후 연호) 대합병은 조직과 체제 정비로 이어졌다. 옛 시정촌 구역을 넘어서 보육원이나 유치원 입학도 가능해졌고 체육·문화시설의 이용폭도 커졌다. 주민서비스가 내실화된 것이다. 옛 시정촌간 간선도로도 보다 효율적으로 정비가 가능해졌다. 주민들이 도시정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등 주민들 스스로가 자신들이 가진 힘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통합으로 이벤트나 축제가 다채롭고 풍요로워지면서 지역도 활성화됐다. 행정 내부적으로는 기획재정·총무, 보건·복지, 산업진흥 분야의 조직이 강화됐다. 반면 직원수는 합병전 57만 9000명에서 45만 2000명으로 21.9%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인건비 등 예산은 1조 8000억엔가량 절감됐다. 2001년 다나시시와 호야시가 통합된 니시도쿄시의 경우를 보자. 합병으로 이미지가 좋아지고 마을의 인프라도 정비됐다. 아파트 등 주택개발이 진행되면서 합병 당시 예측보다 주민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헤세이 대합병 이후에도 문제는 있다. 인구가 1만명이 안되는 시정촌이 남아있다. 통합으로 큰 규모의 시정촌이 생기면서 주변 지역이 침체된다. 대도시는 특히 고령화 진전 속도를 고려한 시정촌이 필요하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사설] 北 ‘회담 공세’ 앞서 진정성부터 보여라

    북한이 어제 군사실무회담을 남측에 제안했다. 기본적으로 당국 간 대화가 잦을수록 남북 간 긴장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 등을 의제로 들고 나온 대목이 걸린다. 천안함 폭침이 NLL 남쪽 수역에서 일어났기에 북측이 이를 시인·사과하지 않는 한 생산적 결실이 나오기 어려운 탓이다. 북한은 남남갈등을 촉발하려는 구태를 접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북측은 최근 일련의 ‘회담 공세’를 벌이고 있다. 천안함 사태로 국제적 제재를 받고 있는 북측은 얼마 전 남측에 수해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게다가 추석을 앞두고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제안해 오늘 남북 적십자사 간 접촉 일정이 잡혀 있다. 그런 마당에 다시 대북 전단 살포와 NLL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협의하자는 속내는 뻔하다. 무엇보다 NLL 자체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천안함 폭침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세적 방어에 나서려는 심산이다. 이와 함께 천안함 사태 이후 남측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도 깔려 있을 게다. 한마디로 대남 유화 제스처로 남측으로부터 지원은 최대한으로 얻어내고 군사적 긴장으로 내부 결속을 꾀하려는 수순이란 얘기다. 우리는 북측의 그런 기도는 난센스라고 본다. 회담장에서 남측의 해상훈련이나 대북 전단 살포 문제를 거론하면서 공세를 취한다고 해서 천안함 사태의 진실이 가려질 순 없는 일이다. 남측의 일부 세력은 여기에 장단을 맞출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처럼 일기 시작한 남측의 대북 지원 여론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게 불을 보듯 뻔하지 않겠는가. 남북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서해상 우발적 충돌방지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올해 천안함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북측의 일방적 조치로 남북 핫라인은 먹통 상태다. 이러고도 북측이 쌍방 간 합의 이행에 따른 군사적 조치를 논의하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실무회담이 열릴 경우, 우리 측이 북측에 천안함 사태에 대한 사과는 물론이고 기존의 합의 이행을 당당히 요구해야 하는 이유다.
  • [사설] 도쿄發 환율전쟁 확산 철저히 대비해야

    도쿄발 환율전쟁이 촉발됐다.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 뒤 각국은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에 신중했다. 1929년 대공황이 각국의 경쟁적 자국통화 평가절하와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악화된 점이 경고됐기 때문이다. 최강국 미국만은 경제 회복을 위해 약달러를 통한 수출확대를 꾀했다. 중국, 유럽, 일본 등의 통화정책에 유무형의 압박을 가했다. 마침내 급격한 엔고에 고심하던 일본이 그제 대규모 시장 개입을 단행, 환율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이후 미국, 유럽이 반발하며 자국 통화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한 세계 통화전쟁이 확산될 조짐이다. 자국 통화가치를 낮춰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는 각국의 환율전쟁이 확산되면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세계경제가 다시 얼어붙게 된다. 따라서 환율전쟁은 자제되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엔고가 일본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디플레이션을 악화시킨다며 시장에 개입해 버렸다. 하지만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전 의장 등은 시장개입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실제 일본정부 개입 규모가 하루 엔·달러 거래량의 수%로 효과는 미지수다. 경험에 비춰도 일본 단독으로 엔고를 막는 것은 어려웠다. 그래도 상황은 주시해야 한다. 일본의 시장개입은 엔 약세 전환보다는 강세 수준을 약화시키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문제는 환율전쟁의 확산이다. 아시아 각국이 엔화에 대해 자국 통화가치를 낮게 유지하기 위한 시장 개입 우려가 나온다. 그러면 리먼 사태 이후 유지되어 온 국제 금융위기 공조체제가 흔들린다. “나부터 살자.”식 환율전쟁은 금융위기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일본의 도발에 미국, 중국, 유럽과 아시아 각국이 자구책으로 환율전쟁식 대응을 하면 정말 위험하다. 당국은 도쿄발 환율전쟁 확산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환율전쟁 억제는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의 책무이기도 하다.
  • 대학들 특목고생 변칙선발에 제동…입학사정관제도 ‘등급제’ 적용 우려

    고려대가 지난해 수시모집에서 ‘3불정책’에 따라 금지된 고교간 학력차를 인정했는지를 두고 일부 학부모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이 내려진 것은 법원이 파행적 입학전형에 제동을 건 것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자칫 여파가 입학사정관제로까지 비화될 태세다. 소송을 주도한 학부모들은 “법원이 대학의 전횡에 제동을 건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고려대 측은 “판결을 이해할 수 없다.”며 곧바로 항소 입장을 밝혔다. 이번 소송은 2009학년도 고려대의 수시 2-2 일반전형 당시 입시에서 떨어진 학생들이 특목고 출신 학생들이 낮은 내신 등급에도 불구하고 합격했다는 사실에 반발하면서 촉발됐다. 학생들은 학교 측이 교과영역과 비교과영역을 각각 90대10으로 반영하기로 한 원칙을 깨고, 특목고 출신들을 합격시키기 위해 비교과영역 반영률을 과도하게 높여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불합격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입시에서 탈락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고려대를 상대로 전형 결과의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고려대 측은 “성적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고 맞섰다. 게다가 당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사안이었으나 고려대가 해명조차 거부해 결국 법정 문제로 비화했다. 소송을 주도한 박종훈(경남포럼 대표) 전 경남도 교육위원은 “피해 학생과 교육단체를 중심으로 대학에 납득할 만한 해명을 요구했음에도 고려대가 묵살했다.”면서 “향후 대입 전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당시 소송이 제기된 곳은 고려대였으나 일부 대학들이 특목고 출신들을 유치하기 위해 고려대와 유사한 방법으로 ‘차별 전형’을 실시했던 정황은 곳곳에서 감지됐다. 이번 소송은 정부가 고등교육법 시행령상의 ‘고교 등급제’를 통해 학교별 학력차이를 인정할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일부 대학들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전형 방식을 동원해 사실상 특목고 학생들에게 우대 점수를 적용해온 행태를 일부 인정한 것이어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대부분 대학이 도입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교육계의 시각이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자료 심사와 면접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제 역시 이번처럼 대학 측이 특정 학교 출신을 우대하는 기준을 적용할 개연성이 큰 것이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다 상급심에서도 학부모 측이 승소할 경우 교과부 차원에서 해당 대학에 대한 지원금 삭감이나 정원 감축 등의 제재가 이어질 수 있는 데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당시 같은 전형에 참가한 학생들의 집단 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코란 소각’ 후폭풍 불붙은 반미 시위

    “코란을 모욕한 자를 죽여라.” 9·11 테러 추모식은 끝났지만 미국 복음주의교회 테리 존스 목사가 촉발한 ‘코란 화형식’의 후폭풍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정작 무슬림을 분노케 했던 존스 목사는 지난 11일 추모식 직전 미 정부 측의 압력 등에 밀려 코란 소각 계획을 철회했다. 그러나 일부 백인 남성들이 코란을 찢어 변을 닦는 시늉을 하고 불태우는 모습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면서 세계 각지 무슬림들을 자극했다. 때문에 반미 시위는 한층 격화됐다. 이란의 최고 종교지도자 직위인 ‘그랜드 아야툴라’ 2명은 13일(현지시간) “코란을 불태운 자는 피를 흘려야 한다.”고 외치며 ‘이들을 모두 죽여야 한다.’는 파트와(이슬람 율법에 따른 명령)를 내놓았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들은 구체적인 살해 대상은 명시하지는 않은 채 이 같은 결정을 내렸고,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 역시 코란 소각 계획을 ‘엄청난 범죄 행위’라고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미국 정부와 이스라엘의 배후설을 주장했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 의장도 코란 소각 계획과 관련, “전례 없는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동시에 미국 정부 개입설을 제기했다. 라리자니 의장은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가 야만적인 행동에 대한 지원을 그만두지 않는다면 전 세계 무슬림들로부터 단호한 대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도 카슈미르에서는 이날 경찰이 코란 훼손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이던 무슬림 수천여명에게 발포하는 유혈사태가 일어났다. 인도 정부 측은 경찰 1명을 포함해 최소 15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했다. 반면 CNN은 18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다쳤으며, 부상자 가운데 일부는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라고 보도, 희생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지 언론들은 “지난 6월 이후 최악의 폭력사태”라면서 “존스 목사가 추진한 코란 소각 계획이 카슈미르의 무슬림 반정부 시위대를 자극했기 때문에 이전 시위보다 훨씬 더 격렬했다.”고 전했다. 티머시 로머 인도 주재 미국대사는 반정부 시위가 반미 시위로 확산되자 “코란 신성모독은 불경스럽고, 분열적이며,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라면서 “일부의 코란 모독이 미국의 가치를 대표하지는 않는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앞서 12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반미 시위에서는 시위대 2명이 사살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9·11 테러 현장인 뉴욕 그라운드 제로 인근에 이슬람사원 건립을 추진하는 파이살 압둘 라우프 이맘(이슬람 성직자)은 “모스크 건설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일부 세력들이 이번 논란을 정치적 이득과 개인의 명성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글로벌경제 ‘뉴 노멀’ 시대로

    글로벌경제 ‘뉴 노멀’ 시대로

    ‘세계경제의 역사는 BL(Before Lehman·리먼 이전)과 AL(After Lehman·리먼 이후)로 나뉜다.’ 2008년 9월15일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진 후 나온 말이다. 예수의 탄생을 기점으로 서기가 BC(Before Christ)와 AD(Anno Domini)로 갈리는 것을 빗댄 말이다. 그만큼 리먼 사태가 세계 경제에 준 파장이 컸다는 방증이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은 익숙했던 과거의 표준을 바꿔 놨다. 미래의 새 기준을 뜻하는 ‘뉴 노멀(new-normal)’이 부각되는 이유다. ●저성장·재정적자 감축 기조 대세 금융위기 이전 세계경제는 정부나 금융기관은 물론 일반가계까지 돈을 빌려 돈을 버는 막대한 차입투자(레버리지)로 고성장을 구가했다. 미국은 과잉소비와 막대한 무역적자에도 기축통화인 달러를 기반으로 세계경제를 지배했다. 돈 버는 자(신흥국)와 지배하는 자(G7)가 달랐지만 아무도 이상히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 리먼 사태 이후 세계는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과거의 상식들과 결별 중이다. 지난 4월 LG경제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세계경제가 2000년대 중반의 평균 4% 이상 고성장세로 다시는 복귀하지 못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2%에서 4.6%로 상향조정했고 내년 전망치도 4.3%라고 밝혔지만 길게 보면 경제가 지금 속도로 발전을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과도하게 빚에 의지하는 습관도 버리는 중이다. 주요 선진국의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 가까운 수준으로 늘면서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2013년까지 자국의 재정적자를 절반으로 감축하고, 2016년까지 GDP 대비 부채비중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결론이 G7이 아닌 G20에서 이뤄졌다는 점도 또 다른 변화다. 그만큼 선진국 중심으로 몰려 있던 국제사회의 힘이 분산되고 다극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자원확보·화폐전쟁 가열 하지만 새로운 바람이 모두에게 이롭고 옳은 방향으로만 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래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대두되면서 각국은 자원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원자재가격은 물론 밀과 같은 식량자원까지 가격이 오르는 모습이다. 자국의 화폐가치를 낮춰서라도 수출을 늘려 무역수지를 회복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에 유럽과 미국, 중국이 경쟁적으로 화폐가치를 낮추는 화폐전쟁도 치열하다. 어쨌든 국제사회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이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를 피할 수 없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경제의 만성적인 저성장, 새로 개척해야 할 시장과 경쟁환경의 부상 등 위협 요인이 다가오고 있다.”면서 “변화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하는 국가나 기업은 진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신한 ‘羅 50억 비자금’ 회오리

    신한 ‘羅 50억 비자금’ 회오리

    검찰이 시민단체들이 고발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차명계좌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섬에 따라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관 속에 묻혔던 ‘박연차 게이트’가 ‘라응찬 게이트’로 되살아날 조짐이다.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에 대한 라 회장 측의 고발로 촉발된 내분이 신한금융지주 안에서 끝나지 않고 정치권까지 영향권에 포함되는 초강력 태풍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라 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등 5개 시민단체가 13일 “라 회장이 2007년 4월 차명계좌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50억원을 송금했으며, 이는 용도와 출처, 사용 목적 등에서 실명제법 위반 의혹이 있다.”면서 “여러 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이유와 그 흐름에 대한 철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한다.”며 라 회장을 검찰에 고발함으로써 촉발됐다. 특히 통상적으로 형사부에 배당되던 고소·고발사건을 금융조세조사부에 배당한 것은 이번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금조부는 거물급 인사들이 연루된 배임·횡령·주가조작 등 굵직한 사건을 주로 다루고 있다. 박연차 게이트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초대 금조부장이다. 검찰이 못질을 했던 박연차 게이트의 관 뚜껑을 다시 열어젖힘에 따라 라 회장의 차명계좌 시계는 1년여 전으로 환원됐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라 회장은 경남 김해에 있는 가야 컨트리클럽(CC) 지분을 인수해 달라며 투자 명목으로 박 전 회장에게 신한은행 수표 50억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돈은 가야CC 지분 인수에 사용되지 않고 이후에도 박 전 회장 계좌에 그대로 남아 있어 의문을 키웠다. 거기다 50억원 중 10억원을 박 전 회장이 그림 구매 등으로 사용한 뒤 다시 채워 넣기도 해 사실상 로비자금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었다. 2006년 신한금융지주의 엘지카드 인수를 두고, 이 돈이 정부 측 인사에 대한 사례비가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한 내사를 종결했고, 제기된 의혹들은 그대로 묻히게 됐다. 그러나 검찰이 라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수사를 본격 진행해 나갈 경우 당시 제기된 의혹들 역시 수사선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중단됐던 일부 의혹에 대한 수사들까지도 재개될 수 있다. 검찰도 필요에 따라서는 대검에 보관된 당시 수사기록을 들춰낼 가능성도 있다. 일단 검찰은 고발장 검토를 마치고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불러 고발인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고발 취지 등을 파악한 후 피고발인인 라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우선 고발장 범위에서 보면서 그 이후는 진행 상황에 따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면서 “수사를 꼭 어느 선까지만 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수사 확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승훈·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묻지마 살인’ 2년새 56%↑

    ‘묻지마 살인’ 2년새 56%↑

    전국에 ‘묻지마 살인’ 광풍이 불고 있다. 지난 11일 검거된 서울 신정동 살인사건 피의자처럼 뚜렷한 동기도 없이 현실에 대한 불만이나 홧김에 타인을 살해하는 ‘묻지마 살인’이 2년 새 56%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신문이 13일 경찰청의 ‘전국 살인 피의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우발적이거나 현실불만으로 인한 살인은 동기가 불분명한 이른바 ‘묻지마 범죄’로 볼 수 있다.”면서 “국가사회적 차원에서 생활밀착형 안전망을 갖추지 않으면 이 같은 범죄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분석 결과, 묻지마 범죄로 꼽히는 ‘우발적 또는 현실불만으로 인한 살인’은 2007년 366건, 2008년 454건, 지난해 572건으로 2년 새 56%나 폭증했다. 올해도 4월 기준 165건으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사회적 성향이 사소한 요인에 촉발 전문가들은 묻지마 살인이 급증한 이유로 “가족 해체와 적대적 경쟁사회 등 개인적·사회적 배경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는 보통, 범죄자의 이상심리, 사회적 스트레스, 촉발 요인 등 세 가지가 합쳐져 발생한다.”면서 “붕괴된 가정, 소외된 학교와 사회 속에서 이상심리를 갖게 된 일부 반사회적 성향의 사람들이 결국 ‘웃음소리’ 등 사소한 촉발 요인에 의해 폭발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부산이 39건에서 124건으로 2년 새 217%가 늘어 전국에서 증가폭이 가장 컸다. 대구가 17건에서 48건으로 182% 증가해 뒤를 이었다. 이어 강원(75%), 전남(73%), 인천(66%), 경기(41%) 등의 순이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특정지역에서 사회적 스트레스가 특별히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문제가 된 지역은 유동인구가 급격히 늘었다든가 경제난 등 갑작스러운 사회·경제적 지표가 변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 부산지역의 경우 대형 쇼핑몰 오픈으로 유동인구가 급증했다. 신세계백화점 측에 따르면 지난해 센텀시티가 문을 연 뒤 개점 20여일 동안 150여만명이 다녀갔다. 대구의 경우 청년실업률이 2년 연속 광역자치단체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구의 청년(15∼29세) 실업률은 지난해 9.8%(전국 평균 8.1%)로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높았다. ●사회구조적 원인해결·치안망 확립해야 전문가들은 묻지마 살인을 예방하기 위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회구조적 원인을 해결하고, 생활 속 치안망을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상현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반사회적 행동이상을 보이는 이웃을 공중보건센터에 의뢰해 상담·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재소자 관리 등 범죄 교화 및 예방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면서 “문단속이나 귀갓길 통보 등 기본적인 생활 속 치안에 신경쓰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은행, 기본자본비율 4→6% 이상으로

    은행, 기본자본비율 4→6% 이상으로

    오는 11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채택할 차세대 글로벌 금융 시스템 안정화 방안이 확정됐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계기로 촉발된 글로벌 위기 이후 금융 건전성 강화를 위해 주요 국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구상해 온 공통 과제가 최종적으로 틀을 갖추게 된 것이다. 새 규약의 이름은 ‘바젤Ⅲ’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각종 지표가 새 기준치를 이미 충족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스위스 바젤에서 최고위급회의(BCBS)를 열고 바젤Ⅲ 최종안에 합의했다. 기존 바젤Ⅱ에서는 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으로 유지하되 이 중 보통주자본비율은 2% 이상, 기본자본(티어1) 비율은 4% 이상으로 정했다. 그러나 바젤Ⅲ는 BIS 비율 기준은 그대로 두되 보통주자본비율은 4.5% 이상, 티어1 비율은 6% 이상으로 강화했다. 은행들은 2015년까지 이 비율을 맞춰야 한다. 완충자본도 신설됐다. 완충자본이란 은행이 미래의 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BIS 기준 자본과 별도로 2.5%의 보통주 자본을 추가로 쌓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은행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현재 2%에서 7~9.5%, 티어1 비율은 4%에서 8.5~11%, 총자본비율은 8%에서 10.5~13%로 대폭 강화된다. 자본을 총자산으로 나눈 레버리지 비율을 티어1 기준 3% 이상 유지토록 하는 규제도 신설됐다. 바젤Ⅲ는 지금까지 나온 금융 건전성 규제 중 가장 강력한 안을 담고 있지만 지난해 말 발표된 초안에 비해서는 크게 완화됐다. 초안을 발표할 때만 해도 올해부터 세계 경기의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남유럽 재정위기 등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남아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바젤Ⅲ가 우리나라 은행에 미칠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바젤Ⅲ가 도입한 각종 기준치를 가장 엄격하게 적용하더라도 우리나라 은행은 이미 이 수준을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최고 9.5%인 보통주자본비율의 경우 우리나라 은행은 지난 6월 말에 이미 10.5%이고 최고 11%인 티어1 비율은 11.33%, 최고 13%인 총자본비율은 14.3%를 기록하고 있다. 레버리지 비율은 기준치인 3%를 훨씬 웃돌고 있다. 독일·일본 등 일부 국가의 반대와 이에 따른 협상과 타협을 통해 최종안이 성사된 바젤Ⅲ는 오는 11월 G20 서울 정상회의에 제출되고 채택된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용어 클릭] ●바젤Ⅲ 국제결제은행(BIS) 본부가 있는 스위스 바젤에서 이름을 딴 것으로 기존 규약인 바젤Ⅱ보다 자본 및 유동성 규제의 수위를 대폭 높였다. 이전 BIS 기준 자본규제를 세분화하고 항목별 기준치를 상향 조정하는 한편 완충자본, 레버리지(차입투자) 규제를 신설한 것이 골자다. 2004년 바젤Ⅱ 발효 이후 6년 만의 수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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