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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병원도…의료계로 번지는 미투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가 교수의 성폭력을 견디다 못해 사직했다는 동료 교수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본격적으로 ‘미투’가 촉발됐다. 서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 기획인사위원회 소속 교수 12명은 “동료 A교수가 그동안 서울대 의대생, 병원 직원에게 성희롱을 하고 환자에게 마약성 진통제를 과도하게 처방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를 8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교수는 2013년 10월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워크숍에서 간호사 여러 명이 있는 가운데 장시간에 걸쳐 성희롱이 담긴 언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교수의 성희롱 대상이 된 한 간호사는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보라매병원으로 직장을 옮겼다가 결국 사직했다. 교수들은 “당시 피해 간호사와 목격자들이 병원에 신고했지만 아무런 조치 없이 흐지부지 지나갔다”면서 “피해 간호사는 지금이라도 당시 상황을 다시 진술할 의사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동료 교수들은 또 2014년 A교수가 연구원, 간호사, 전공의, 임상강사 등 여러 직종의 여성을 대상으로 부적절한 성적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는 투서가 대학본부 내 인권센터에 접수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는 A교수가 지도학생과의 모임 중 술에 취해 여학생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돼 학부모 요청으로 지도교수에서 배제되는 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교수들은 “A교수의 성폭력과 부적절한 마약류 처벌에 대해 재발 방지 차원에서 병원 의사직업윤리위원회가 강도 높게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 모든 교직원을 대상으로 성폭력 조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반면 A교수는 “병원의 조사나 조치를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이재용 상고심 주심에 조희대

    이재용 상고심 주심에 조희대

    박근혜(67)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62)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의 상고심 주심이 조희대(61·사법연수원 13기) 대법관으로 결정됐다. 이 부회장 변호인으로 합류해 전관예우 논란을 촉발시켰던 대법관 출신 차한성(64·7기) 변호사는 이날 사임했다.대법원은 7일 이 부회장 사건을 대법원 3부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주심인 조 대법관은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인 2007년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불법증여 사건 재판을 맡아 CB 발행을 통해 회사에 손실을 끼치고 이 부회장에게 이익을 준 배임 혐의로 기소된 에버랜드 전직 사장들에게 유죄 선고를 했었다. 조 대법관과 함께 김창석(62·13기), 김재형(53·18기), 민유숙(53·18기) 대법관이 이 부회장 사건을 심리한다. 한편 수뢰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0년 등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중인 최씨는 이날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조영철)에 법관 기피 신청을 냈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학사비리 사건 항소심을 심리해 최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던 조 부장판사가 최씨에 대해 예단을 갖고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1년 전, 그날의 마지막 퍼즐 혹은 실체

    1년 전, 그날의 마지막 퍼즐 혹은 실체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한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지난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지 꼭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당시 국정농단의 실체를 되돌아보는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2016년 촛불 집회가 시작된 후 위기에 봉착한 한국의 민주주의를 진단하고 통찰하는 책들을 내놓은 출판계가 대통령 파면 결정 1년을 맞아 내부고발자와 저널리스트의 목소리를 통해 국정농단 현상을 짚고 나섰다. 먼저 눈에 띄는 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내부고발자였던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출간한 ‘노승일의 정조준’(매직하우스)이다. 2014년 12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최순실 측근으로 보고 듣고 경험한 상황들을 세밀하게 복원한 ‘2년간의 일기’ 같은 책이다. 한국체대를 졸업하고 증권사에서 10년 넘게 재직해 온 저자는 2014년 최씨를 처음 만난 순간을 ‘인생을 바꾼 잔인한 만남’으로 회상한다. 시종일관 일방적 지시를 내리는 최씨의 고압적인 태도와 그 순간 노씨가 느낀 자괴감이 곳곳에 묻어난다. 노씨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내부고발자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을 2015년 8월로 꼽는다. 최씨의 집사처럼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회의감과 비인간적인 대우에서 촉발된 결심은 최씨의 국정농단 증거를 수집하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최순실과 정유라의 관계, 그가 지시한 각종 대통령 관련 행사에 대한 기억을 원형대로 복원함으로써 국정농단이라는 실체를 환기시킨다.‘이렇게 시작되었다’(개마고원)는 TV조선 ‘퍼스트 펭귄팀’을 이끈 이진동 기자의 취재기다. 저자는 최순실, 윤전추 전 행정관, 이영선 전 경호관이 등장하는 그 유명한 의상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2014년 말 입수하고도 2년이 지난 2016년 10월 보도하게 된 경위를 해명한다. 아울러 권력형 비리의 실체에 다가서는 저간의 사정을 두루 전한다. 저자는 책 말미에 아직까지 풀지 못한 국정농단의 퍼즐로 정윤회의 국정 개입 여부, 미르·K스포츠재단을 만든 진짜 이유, 세월호 7시간의 행적, 박 전 대통령과 최태민 목사의 관계 등을 꼽으며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겨뒀다. 진보적 태도를 견지해 온 학자들이 바라본 탄핵과 촛불혁명의 의미, 문재인 정부에 대한 조언을 담은 책들도 등장했다.역사학자인 이광수 부산외대 교수가 쓴 ‘정치인에게 안 속고 정치판 꿰뚫는 기술’(레디앙)은 한국 정치에 대한 통찰을 담아내고 있다. 스스로를 ‘비주류 잡놈’이라고 칭한 저자가 일찌감치 대통령 파면 등을 예언했던 근거들이 흥미롭다.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그동안 펴낸 ‘손호철의 사색’ 시리즈 중 12권째 책으로 ‘유신 공주와 촛불’(이매진)을 내놓았다. 박근혜가 가져온 ‘신(新)유신 시대’를 복기한다. ‘문제는 정치’라고 지적하는 저자는 문재인 정부의 중요한 과제로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을 강조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참정권 투쟁 이후 가장 뜨겁다… 지구촌 덮은 여성혁명 물결

    참정권 투쟁 이후 가장 뜨겁다… 지구촌 덮은 여성혁명 물결

    “때는 지금이다.”(Time is now)8일 110주년을 맞는 세계여성의날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해보다 뜨겁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을 강타한 미투(#Me Too) 캠페인이 지구촌으로 퍼져 나가면서 페미니즘이 전 세계를 휩쓰는 이슈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유엔여성기구는 110주년을 앞두고 “성평등과 정의를 위한 전례 없는 세계적인 물결 속에서 올해 세계여성의날을 맞이하게 됐다”면서 이번 세계여성의날을 관통하는 주제로 ‘때는 지금이다’를 언급했다.페미니즘 사상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8일 세계여성의날 행사도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릴 예정이다. 런던에서는 150여개의 관련 행사가 치러질 예정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워싱턴DC, 호주 멜버른에서 각각 여성 수십만명이 가두 행진을 벌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CBS는 전했다. 애플은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프랑스 파리 마르셰 생제르맹에서 성평등을 주제로 기업 채용 행사를 열 계획이다. 사전 집회 및 행사도 곳곳에서 열리는 등 분위기도 진작부터 달아올랐다. 지난달 여성 참정권 100주년을 맞은 영국은 지난 4일 런던 트래펄가광장에 시민 수천명이 모여 “임금 격차를 줄이자”, “서프러제트(참정권을 위해 싸운 여성 운동가들)를 이어 가자” 등이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인스타그램에는 페미니즘과 관련한 해시태그 타임스 업(#Time’s up·그런 시대는 끝났다), 프레스 포 프로그레스(#Press for Progress·변화를 위한 압력) 등을 붙인 게시글 수십만개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 페미니스트 ‘대모’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최근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여성운동은 내 인생을 통틀어 한번도 보지 못한 수준의 적극성을 띄고 있다”며 놀라워했다. 페미니즘 열풍은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스캔들로 촉발된 미투 캠페인이 도화선이 됐다. 미국에서는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대선 후보가 강력한 여성 정책을 예고하며 젠더 이슈가 주목을 받은 터였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에는 그의 반(反)페미니즘 기조에 깊은 반감이 형성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0월 와인스타인이 30여년간 여배우들을 성추행·폭행했다는 폭로가 터져 나오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해시태그 미투(#Me Too) 캠페인이 시작됐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영화계뿐만 아니라 언론계, 정재계 등 사회 각 분야 유력 인사들의 성추문 스캔들이 연이어 폭로되면서 연쇄 추락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해 말 앨라배마주 연방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로이 무어는 미성년자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텃밭을 민주당에 내주기도 했다. 미투 캠페인은 유럽 사회도 뒤흔들었다. 마이클 팰런 전 영국 국방장관은 15년 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와 테리사 메이 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고 물러났으며 성희롱 의혹으로 조사를 받던 웨일스 자치정부의 칼 사전트 지역사회·아동부 장관과 노동당 당직자는 자살했다. 미투 캠페인은 평소 여성인권이 높은 북유럽 스웨덴에서도 벌어져 ‘안전 지대’가 없음을 실감케 했다. 스웨덴의 유명 예술가, 언론인,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 위원 등이 성폭행 가해자로 밝혀지자 스웨덴 유력지 다겐스 뉘헤테르(DN)는 “미투 운동은 이제 ‘혁명’이며 ‘1919년 여성 참정권 운동 이후 가장 큰 여성 운동’”이라고 보도했다. 미투 캠페인이 페미니즘 확산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성추문이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있는 일상적인 소재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신하영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기존의 여성주의는 학문으로서만 다뤄져 보통 여성들에게 동의를 받지 못했지만, 미투 캠페인 이후 여성들이 페미니즘을 남의 일이 아닌 바로 내 문제로 인식하면서 일상 속의 페미니즘을 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환경 또한 미투 캠페인의 파급력을 더했다”면서 “과거 가정에만 머물렀던 여성들이 겪어 보지 못한 성추문은 오늘날 전 세계 일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굉장한 공감을 샀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미투 캠페인을 통해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은 전반적으로 높아졌지만, 페미니즘 트렌드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뿐 뿌리 깊은 구조적 성 불평등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회원국 평균 남녀 임금 격차는 2016년 기준 14.1%로 최근 10년 사이 약 1.3%밖에 줄지 않았다. 여성 의원 비율도 10년 전 25.1%에서 2017년 기준 27.9%로 큰 변화가 없다. 신 위원은 “미투 폭로 이후 가해자의 탓,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분위기가 있는데 미투 캠페인이 폭발적으로 터질 수밖에 없었던 구조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페미니즘 열풍이 실질적인 여권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여성을 대하는 방식에만 접근하지 말고 캐나다의 남녀 반수 내각처럼 정부가 공격적인 성평등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데스크 시각] 악령을 키운 우리 안의 공범들/조현석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악령을 키운 우리 안의 공범들/조현석 사회부장

    1994년 이문열 작가가 쓴 단편소설 ‘사로잡힌 악령(惡靈)’이 당시 문단을 뒤흔들었다. 한 시인의 성폭력과 기행을 고발한 이 소설은 특정 시인을 음해한다는 문단 내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출간되자마자 절판됐다. 이 소설은 ‘아우와의 만남’이라는 중단 편집의 초판에 실렸다가 빠진 뒤 세상에서 잊혀졌다. 하지만 24년이 흐른 지금 이 소설은 최영미 시인이 ‘괴물’이라는 고발시를 통해 ‘En 선생’의 성추행 문제를 폭로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한 문학평론가에게 겨우 빌려서 읽은 소설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40페이지 분량의 길지 않은 소설 속엔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오른 원로 시인의 과거 행적이라 믿기 힘든 내용이 담겨 있었다. 소설은 법조계에 종사하는 소설 속 화자가 ‘악령’이라고 지칭한 승려 출신의 한 시인을 수십년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내용이다. 단지 소설이라고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누구나 고은 시인이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서술했다. 소설에 따르면 ‘누더기 승복에 짚신을 신은’ 이 시인은 이른바 ‘명사(名士) 사냥’을 통해 자신의 지위를 높여 가고, 서른 가까이 등단해서 봇물이 터진 듯 글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는 여성을 건드리고 다니는 등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순수 문학계에서 외면받자 자신을 진보 문학인으로 포장을 한다. 가나다순으로 적는 시국 선언 등의 명단 첫 머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의 성추행에 대해서도 ‘악이 번성하는 파렴치한 엽색의 식단도 풍성했다. 자랑스레 휘젓고 다니는 색주가는 기본이었고, 손쉽게 뒷말이 없는 유부녀는 속되게 표현해 간식이었다’고 폭로했다. 최영미 시인이 ‘괴물’을 통해 ‘En 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했던 것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 물론 소설 속 내용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최소한 과거 문단 내 성추행 문제를 자성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문단은 침묵했고, 추악한 행동은 이어졌다. 모두가 공범이었거나 최소한 방관자였던 셈이다. 지난 1월 29일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도 마찬가지다. 서 검사는 2010년 한 상가(喪家)에서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 추행당했다. 그 자리에는 당시 법무부 장관은 물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서 검사 폭로 전에 임은정 검사 등이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외면을 당했다. 지난주 본사가 진행한 미투 좌담회에 참석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요즘 미투 운동에 대해 “우리 사회가 이제서야 귀를 기울였을 뿐 성폭력 문제는 오래전부터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이 지난 27년간 상담한 건수가 8만 2000여건에 달한다고 했다. 그동안 수많은 성폭력 피해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우리 사회가 귀를 닫고, 가슴을 닫았던 것이다. 유명인 중심으로 이어지던 미투 운동이 사회 각 분야로 퍼지고 있다. 미투 운동이 더 확산되려면 강력한 처벌 등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적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된 방관자 의식부터 바꿔야 한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마땅히 곁에서 도와야 한다. 아울러 성폭력 문제가 단지 한 개인만을 ‘괴물’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성평등과 차별 문제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손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번에도 성폭력 문제를 뿌리 뽑지 못한다면 후세로부터 또다시 ‘공범’이라는 이야기를 들을지도 모른다. hyun68@seoul.co.kr
  • 오스카 품은 여인, 모든 여성을 일으켜 세우다

    오스카 품은 여인, 모든 여성을 일으켜 세우다

    맥도먼드, 21년 만에 두 번째 여우주연상 ‘쓰리…’서 세상과 싸우는 엄마로 열연 ‘셰이프…’ 작품상·감독상 등 4관왕 “유리천장 사라져”… 미투 영향 강조도 ‘외모로는 오랜 기간 할리우드에서 ‘결격’ 취급을 받아 온 배우가 올해 아카데미의 주인공이 됐다.’미국 영화계의 최대 축제인 아카데미 시상식의 꽃인 여우주연상 수상자를 두고 현지 언론은 이렇게 표현했다. 4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프랜시스 맥도먼드(61)에게 생애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연기 경력 34년차의 맥도먼드는 영화, 연극, TV드라마 등 장르를 자유로이 가로지르며 비중에 상관없이 작품마다 돋보이는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 왔다.올해 예순을 넘긴 그는 특히 나이에 대한 차별에 대항하는 당당한 태도와 탁월한 연기력, 전통적인 여성상을 전복하는 맹렬한 여성 캐릭터로 다시 한번 오스카상을 거머쥐었다. 1997년 만삭의 경찰서장이라는 영화 사상 전무후무한 역할을 열연한 ‘파고’(1996)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지 21년 만이다.이날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이름이 호명되자 숏커트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무대에 오른 맥도먼드는 “클로이 킴이 동계올림픽 하프파이프를 뛰고 나서 아마 이런 느낌이었을 것”이라며 벅찬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러면서 “모든 분야 여성 후보자들은 나와 함께 일어나 달라”며 동료 배우, 제작자, 촬영 스태프, 작곡가, 디자이너 등 영화계에 몸담은 여성들을 한꺼번에 일으켜 세웠다. 그는 “우리 모두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포용은 옳은 길”이라는 등의 열정적인 언사로 객석에 큰 울림을 전하며 올해 아카데미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여성’임을 다시 확인시켰다.맥도먼드가 처음 연기에 발을 들여놓던 1980년대만 해도 그는 폭력적인 남성 사회에 액세서리로 낀 여배우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많은 여배우들이 제 역할을 못 맡으며 사라지는 것과 대조적으로 그는 인간의 복합적이고 내밀한 감정을 절묘하게 드러내는 단단한 연기와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로 찬사를 받아 왔다. 특히 그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 준 ‘쓰리 빌보드’에선 강간·살해당한 딸을 잃고 범인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엄마 밀드레드 역으로 ‘인생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분노와 슬픔, 절망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범인을 찾겠다는 투지를 끝까지 밀어붙이며 신랄한 웃음까지 주는 압도적인 연기로 그는 일찌감치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으로 예상됐다. ‘쓰리 빌보드’의 감독인 마틴 맥도나도 ‘맥도먼드 없이 영화가 가능했겠느냐’는 질문에 이런 말로 그의 독보적인 입지를 강조한 바 있다. “밀드레드 역으로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다. 누가 있겠나. 아무도 없다. 인위적이거나 할리우드 스타다운 외모의 배우는 바라지 않았다. 노동자 계급을 감성적이지 않으면서도 가르치려 들지 않게 연기해 줄 사람이어야 했다. 그녀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다름’을 만들어낸 것은 현실에 깊이 발붙인 그의 연기관이 한몫한다. 사람들이 사인을 요청하면 거절한다는 그의 이유가 대표적이다. “팬들에게 사인 요청을 받으면 ‘나는 비즈니스적인 부분에서 은퇴했다’며 ‘노’라고 말해요. 전 그저 연기를 하는 사람이거든요. 대신 전 ‘이름이 뭐예요’라고 묻고 그들과 함께 눈을 맞추고 포옹을 하죠. 전 사진이 찍히길 바라는 배우가 아니라 사람들과의 교류에 한 부분이 되고 싶어 하는 배우이기 때문입니다.”코엔 형제 감독 가운데 형인 조엘 코엔 감독의 아내이기도 한 그는 1984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데뷔했다. 자신도 1살 반 때 입양된 그는 조엘 감독과의 사이에 파라과이에서 입양한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2011년 ‘굿 피플’에서 싱글맘 역할로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2014년 HBO 미니시리즈 공동 제작과 주연을 맡은 ‘올리브 키터리지’로 에미상과 배우조합 여우주연상을 받은 그는 오스카와 에미상,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모두 휩쓴 12번째 여배우이기도 하다. 올해 아카데미는 여전히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의 강력한 자장 안에 있음을 보여 줬다. 2년 연속 사회를 맞은 지미 키멜과 시상자 및 수상자들은 여성·외국인 등 소수자들의 권리, 다양성의 가치와 포용의 정신을 일깨우며 영화계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여성·비(非)백인 차별, 트럼프 정권의 편협하고 폭력적인 행보를 날카롭고 위트 있게 꼬집었다. 키멜은 “우리는 하비 와인스타인을 축출했다”는 직설적인 언급으로 지난해 영화계에서 촉발돼 세계로 번진 미투 운동의 영향을 강조하며 “용감한 분들이 목소리를 내주셔서 이제 새로운 시대가 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특히 여성 감독과 여성 촬영 감독이 후보에 오른 것을 언급하며 “이제 더이상 영화계에 유리천장은 없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여성 영화가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주요 상을 골고루 가져간 것도 이런 흐름을 증명한다. 여우주연상 시상을 위해 무대에 선 조디 포스터와 제니퍼 로런스는 “여성들은 영화 속 캐릭터로도, 스크린 밖에서도 어려움을 이겨내며 힘을 보여 줬다. 할리우드에 새로운 날이 밝았고 우리 앞엔 새로운 도전이 있다”는 말로 이를 강조했다. 관례대로라면 지난해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케이시 애플렉이 시상자로 나와야 했지만 그는 성추문으로 나오지 않았다. 한편 13개로 최다 부문 후보에 올랐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는 작품상과 감독상 등 주요 상을 가져갔다. 델 토로 감독의 수상으로 현재 영화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멕시코 출신 감독 3인방이 모두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게 됐다. 2014년에는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이, 2015년·2016년에는 ‘버드맨’, ‘레버넌트’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2년 연속 감독상을 차지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열린세상] 얼어붙은 한반도에 봄은 올 수 있는가/김천식 우석대 초빙교수·전 통일부 차관

    [열린세상] 얼어붙은 한반도에 봄은 올 수 있는가/김천식 우석대 초빙교수·전 통일부 차관

    평창의 성화는 꺼지고 잔치는 끝났다. 잔치가 끝난 뒤에도 한반도의 빙산은 그대로다. 두 달 동안 남북한 간의 화해 분위기에 환호와 비판이 교차했지만, 우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한반도가 해빙되기를 원하고 있다. 한반도의 해빙은 과연 가능한가. 탈냉전 이후 역사의 교훈이 주는 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되면 한반도는 여지없이 해빙된다. 반면 북한 핵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한반도의 봄은 오지 않는다. 북핵 문제가 있는 한 남북관계는 진전되기 어렵고 통일은 불가능하다. 지금 남북 간 진행되고 있는 일들도 공허한 것이 되고 만다.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돼도 확실한 북핵 해법을 끌어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어진다. 이것이 지난 30년의 한반도 역사가 주는 분명한 답이다. 이 사실을 정부와 학계를 불문하고 이 문제에 관여했던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으로 촉발된 국제냉전 종식 후 우리는 한반도 해빙의 좋은 기회를 몇 차례 맞았으나 모두 북핵 문제 때문에 무산됐다. 우선 1991년 남북한은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체결했다. 북한과 미국 간의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도 있었다. 일들이 잘 진행됐다면 한반도는 해빙됐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 의혹이 해명되지 못함으로써 한반도의 봄은 오지 않았다. 한반도 냉전종식의 두 번째 기회는 1차 북핵 위기 상황에서 마련된 남북 정상회담이다. 남북한의 지도자들은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결단하고 1994년 7월 정상회담을 추진했다. 이 회담을 2주 앞두고 김일성 주석이 갑자기 사망함으로써 정상회담이 무산된 것은 한민족으로서는 불운이었다. 그때 북핵 문제는 근본적 해결 기회를 놓치고 미봉됐다. 한반도 해빙의 세 번째 기회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으로 조성됐다. 남북한 간 화해국면이 뚜렷하게 조성됐고, 미국과 북한 간 특사가 오가며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관계정상화의 길을 추진하는 단계까지 진행됐다. 그러나 그때도 핵미사일에 대한 북한의 불투명한 태도 때문에 시간을 놓쳤다. 2018년, 신냉전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가운데 우리는 30년 만에 동계올림픽을 치렀다. 한반도 정세는 대단히 차갑다. 지금 북한이 정상회담까지 제의하는 등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오는 듯하나 한반도 위기의 본질은 하나도 변한게 없다.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주장하며, 금년에 핵무기를 실전배치한다고 한다.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되지 않으면 한민족은 신냉전의 벽두에 또한번 참화를 입을 위험성이 있다. 북한의 비핵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강한 국가적 결의를 갖고 비핵화 노력에 앞장서야 한다. 북핵은 우리의 생명과 자유를 위협하는 우리의 문제이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을 비핵화시킬 의무가 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 두 나라가 북한의 핵을 해결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동아시아 국가들의 핵무장을 막을 명분이 없다. 두 나라는 실효적 노력을 해서 북한을 비핵화시켜야 한다. 우리는 그러한 방향으로 공조하는 것이 맞다. 북한에도 비핵화의 필요성은 매우 크다. 북한 김일성 주석은 핵 개발 의사가 없다고 했으며, 동족을 멸살시킬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확언한 바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비핵화가 유훈임을 거듭 강조했다. 북한은 핵개발로 인해 제재를 받고 있으며, 인민생활이 매우 어렵다. 국제제재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어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제사회는 평화로운 나라를 강점하여 정권을 바꾸지 않는다. 비핵화가 북한의 안보와 인민을 위하는 일이고, 민족의 이익에 부합한다. 해법은 분명하다. 단계적으로 해결한다고 하면서 북핵을 미봉하고 넘어가거나, 실속 없는 핵동결에 집착하는 것은 화근을 키우는 것이다. 이는 낡은 해법이고 과거에도 실패했다. 북한은 핵을 완전 폐기하고 핵사찰을 받으며, 국제사회는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안전을 보장하며 경제의 고도성장을 돕는다. 북한과 관련국들이 이러한 결단을 하고 협상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관련국의 상응조치는 초장부터 핵심 문제를 곧바로 치고 들어가 신속하게 끝내야 한다.
  • “미투는 분야별 적폐청산 과정… 피해자 중심 법·제도 필요”

    “미투는 분야별 적폐청산 과정… 피해자 중심 법·제도 필요”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을 높이고 왜곡된 성 의식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투 운동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뜨겁다. 하지만 가해자에게 도덕적 책임을 넘어 법적인 책임을 묻는 단계로 접어들면 피해자들이 견뎌내기가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피해자의 2차·3차 피해를 막기 위해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신문은 2일 우리 사회에 성평등 의식을 회복하고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전문가 좌담회를 열였다. 법무법인 명장 설현천 변호사,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단 하나의 기준, 프로그램 제작소’ 대변인 임선빈 연출가가 참여했으며 진행은 조현석 사회부장이 맡았다.→미투 운동 한 달째다. 어떻게 진단하는가. 이 소장 피해자의 용기에 감사할 뿐이다. 그들은 우리 사회에 자신과 같은 또 다른 피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강한 메시지를 안고 나온 것이다. 지난 27년 동안 성폭력 상담을 8만 2000여회 했다. 피해자의 목소리는 계속 있어 왔다. 그 모두가 심각한 사안이었다. 그땐 우리 사회가 귀와 가슴을 모두 닫았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사회가 귀와 가슴을 활짝 열었다. 이런 큰 변화를 잘 끌고 나가야 한다는 책무감은 국민 모두에게 있다. 임 연출가 대다수 성폭력 사건이 조직 문화 속에서 직위를 이용한 권력에 의한 폭력과 폭행으로 나타난다. 이런 것들이 관습적으로 내재화됐다는 의미다. 미투 운동의 촉발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다. 또 우리 사회의 굉장한 약자인 예술계에 집중되어 있다. 설 변호사 법은 성폭력 문제에 대해 상당히 진화하고 발전했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법적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아직도 조선시대, 전근대적인 가치에서 못 벗어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의 미투 운동은 분야별 부조리와 적폐청산 과정이다. 촛불혁명으로 부패한 대통령, 부패한 권력을 추방했지만 사회 곳곳의 부패한 부조리를 피해자들이 결국 참지 못하고 각론적 촛불혁명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미투 운동의 출발점은 왜 법조계가 됐을까. 설 변호사 검사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 자체가 일반인들에게는 충격적이다. 하지만 권력이 있는 곳에선 은폐 또한 쉽다. 오히려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 곳이다. 군대도 마찬가지다. 권력으로 부하를 지배하는 문화에서는 상대적으로 쉬운 먹잇감들이 있을 수 있다. 법조계에서 촉발됐지만 다른 ‘권력’이 있는 집단으로 확산된 것이 그런 이유에서다. 이 소장 검찰 내에서 성추행이 발생하고 묵인되고 불이익 조치까지 일어났다는 것은 ‘성폭력에는 성역이 없다’는 방증이다. 미투 운동에 참여하는 피해자들은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보고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서 검사가 검사이니까 더 귀를 기울인 측면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누구라도 물꼬를 터야 하는 일이었다. 사실 피해자는 검사나 문화예술계 인사가 아닌 이름 없는 일반 시민들 사이에 훨씬 더 많다. 임 연출가 사람들이 여성을 바라볼 때 한 명의 인간이 아니라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있다. 종교계에서조차 이런 문제가 벌어질 정도로 성폭력에서만큼은 성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서 검사의 용기를 적극 지지하고 응원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더 힘없는 여성이나 소수자가 이야기를 했을 때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다가 권력 기구 안에서 지위를 가진 여성이 성폭력 문제에 휘말렸다는 발언을 하니 그제야 언론과 사회가 관심을 갖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문화예술계로 확대되면서 일반인들이 더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유독 문화·예술계에서 미투 운동이 활발한 이유는. 임 연출가 연극연출가 이윤택씨의 성추행 사례에서 보면 한 극단에서 수십년 동안 함께 생활해 오는 연극 집단은 전국적으로 다섯 군데도 채 안 된다. 대부분 프로덕션 체제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마치 연극계 전반이 문제인 것처럼 바라보는데 그런 시선은 불편하다. 다시 한 번 차별받는 느낌이다. 우리 사회에서 예술가 집단은 소수이고, 그 안에서 여성은 더 소수이고, 차별을 또 겪는다는 것을 실감했다. 성폭력 문제만큼은 어떠한 사회적 타협도 있어선 안 된다. 가해자에 대해 철저한 연구와 분석을 하고 재발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사법 체계 안에서 가해자들을 처벌한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고, 이러한 치부에 대해서는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 40~50년 이후 후세들에게 역사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 설 변호사 법조계 못지않게 문화예술계, 학계 등도 절대적 권위에 기반을 둔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권위가 남용되면 사이비 교주와 신도의 관계와 같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형사정책적으로 절대적 권위 집단이 더 범죄하기 쉽다. 유독 미투 운동이 적극적으로 일어나는 이유다. 이 소장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니까 더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아직 거론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분야에 문제가 없다고 보지 않는다. 성폭력 가해자를 괴물로 취급하는 것은 문제를 보다 쉽게 해결하려는 태도다. 이들을 감옥에 가두거나 처벌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서 검사 사건에서도 옆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서 검사가 추행당하는 것을 몰랐을까. 가해자뿐 아니라 묵인했던 사람도 문제다. 괴물을 그 자리에서 빼낸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그 문화는 그대로 있다. 불평등, 차별의 문제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문화예술계가 용감하다고 말하고 싶다. →가해자가 명예훼손 등 역고소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데. 설 변호사 강간과 강제추행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공소시효가 도래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지만 끝났더라도 상징적인 미투 운동으로서 다시 가해자의 책임을 상기시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공소시효 조항을 개정하자는 것은 형법 개정을 수반하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 현행 공소시효 안에서도 미투 운동의 의의를 되살릴 수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도 공공의 이익이 있다면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또 무고죄 등 역고소 우려도 많지만 성폭력 피해 사실이 허위인지 여부는 법원과 검찰이 판단할 것이다. 이 부분은 법원과 검찰을 믿을 수밖에 없다. 또 피해자들이 공인이 아닌 사람에 대한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려면 실명을 쓰지 않아야 한다. 수사기관에 피해 사실을 고소할 때만 실명을 공개해 달라. 이 소장 피해를 당했다고 고소를 한 사람들을 분석해 보니 이 가운데 25%가 수사 재판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과 경찰이 합리적 판단 기준을 가지면 좋겠지만 이들은 피해자 경험이 없다. ‘왜 바로 고소하지 않고 뒤늦게 피해를 겪었다고 고소를 하느냐’, ‘피해를 입었다고 했는데 그럼 왜 그 사람과 밥을 먹었느냐’며 먼저 피해자부터 의심한다. 수사와 재판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성폭력 인식이나 인권 감수성이 피해자의 관점을 따라오지 못한다. 피해자들은 역고소를 당하면 나중에 무죄로 판명난다 해도 2~3년이 걸린다. 그동안 피를 말린다. 내가 피해를 입었다고 고소를 했는데 역고소로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피해자를 소위 꽃뱀으로 내모는 것에 대해 사회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도 형법에서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지금 가해자들이 대부분 잘못했다고, 책임지겠다고 하고 있지만 이후 법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어떤 일을 할지 그림이 그려진다. 지금은 잘못했다고 하지만 나중에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무의식적인 성폭력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개선책은. 설 변호사 미국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하면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바로 인사 조치부터 한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정치권도 성범죄에 있어서 피해자 입장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보다 정밀한 입법을 해야 한다. 국회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임 연출가 성폭력에 대해서는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이 아닌 차별금지법 등 보다 큰 범주에서 법리적 해석을 해야 한다. 성폭력 피해 사례가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고 해서 마치 비상사태처럼 대하는 태도도 불편하다. 예전에도 똑같았기 때문이다. 법이 피해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 소장 성평등 사회에 이어 차별 없는 사회로 가야 한다. 피해자에게 의료적, 심리적 지원을 한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그 사회가 오염된 사회라면 또다시 트라우마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일상에서 남을 존중하는 성숙된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 →미투 운동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임 연출가 문화예술인이 타깃이 됐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연대해서 원인을 규명하는 일이다. 가해자는 형사 처벌을 떠나 사회적으로 격리돼야 한다. 또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문화예술인다운 방법을 찾아낼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 설 변호사 과거 조선이 망한 것은 기득권의 착취, 관리들의 부패, 남녀 불평등 때문이었다. 여전히 뿌리 깊게 박힌 이런 부조리를 청산해야 한다. 이 소장 각자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적 접근이 필요하다. 과연 나는 성폭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두가 돌아봐야 한다. 피해자에 대해서는 나약하다고 보는 듯한 시선을 주거나 시혜적인 인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침해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불쌍한 존재라고 봐서는 안 된다. 피해자 보호가 아니라 피해자 권리를 더 강조하는 이유다. 정리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사진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 MB “영포빌딩 문건, 대통령기록관 넘겨라” 소송… 檢은 “적법 자료”

    MB “영포빌딩 문건, 대통령기록관 넘겨라” 소송… 檢은 “적법 자료”

    다스 실소유주 규명할 핵심 증거 법조계 “MB측에 불리할 건 없어” 검찰이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설립한 청계재단 소유의 영포빌딩 지하 창고 압수물을 토대로 이 전 대통령 측을 압박 중인 가운데 이 전 대통령 측이 “해당 압수물을 수사에 활용하지 말고 대통령기록관에 보내야 한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향후 진행될 재판에서 검찰이 이 압수물을 핵심 증거로 제출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료의 증거능력에 흠집을 내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풀이된다.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는 지난 1월 영포빌딩 압수수색에서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관련 VIP 보고 문건, 다스 경영상황 보고 문건, 국가위기관리센터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작성한 일일 상황보고 등을 한꺼번에 확보했다. 압수물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인지 규명할 증거로 꼽혔다. 검찰은 압수물을 토대로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과 이영배 금강 사장 등을 구속했다. 최근 이팔성(74)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금품 상납 의혹, 김소남(69) 전 한나라당 의원 공천헌금 의혹 수사도 압수물에서부터 촉발됐다. 당초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고 2월 말~3월 초까지로 전망됐던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시점이 이 압수물 관련 조사 때문에 3월 중순 이후로 늦춰질 것이란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 전 대통령 측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국가기록원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내 검찰을 압박하고 있지만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을 통해 적법하게 확보한 자료”라며 압수물 근거 수사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 퇴임 뒤 국가기록원에 있어야 할 문건이 불법적으로 영포빌딩에 있던 정황을 포착한 검찰이 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고, 수색 지점인 지하 창고를 다스가 임차해 쓰고 있던 정황이 기존의 다스 실소유주 규명 수사와 맞아떨어진 과정을 상기시킨 설명이다. 기록물관리법 관련 소송이 제기된 적이 드문 탓에 소송 결과를 놓고 전망이 엇갈리지만, 관련 논란을 키우는 게 이 전 대통령 측에 불리할 것은 없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안종범 수첩’이 그랬듯 압수물의 증거 능력을 놓고 이 전 대통령이 문제 제기를 할 여지가 생길 수 있어서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기존 정동기(65·사법연수원 8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강훈(64·14기) 전 법무비서관 외에 법무법인 아인 출신의 피영현(48·33기) 변호사를 영입하는 등 전열을 정비 중이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푸틴의 미국 핵공격 능력 자랑, 그런데 왜 하필 플로리다 겨냥했을까?

    푸틴의 미국 핵공격 능력 자랑, 그런데 왜 하필 플로리다 겨냥했을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왜 미국 플로리다주를 핵공격 타깃으로 삼았을까? 푸틴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연례 대의회 국정연설을 통해 자국의 현대화된 군사력을 과시하며 미국에 강한 경고를 보냈다. TV로 생중계된 국정연설에서 미국이 지난 1972년 옛 소련과 체결했던 ‘탄도탄요격미사일제한조약’(Anti-Ballistic Missile Treaty/ ABM 조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자국과 외국에 미사일 방어(MD)시스템을 구축한 데 대한 대응으로 첨단 전략 무기들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는 물론 동유럽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MD 시스템을 배치하고, 일본과 한국으로도 시스템을 확장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시간 55분에 걸친 연설의 45분가량을 러시아가 새로 개발한 각종 전략 무기들을 소개하는 데 할애했다. 연단 뒤 대형 스크린에 신형 무기의 외양과 비행·타격 장면 등을 역동적으로 보여주는 동영상, 컴퓨터 그래픽, 사진 등을 띄웠다. 이 가운데 프라이팬 손잡이같은 모양의 플로리다주를 향해 핵탄두가 비처럼 쏟아지는 그래픽이 단연 눈길을 붙들어맸다.영국 BBC는 디즈니 월드와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등으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유한 마르-아-라고 리조트 등 주요 타깃들이 산재한 곳이기도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주말마다 이 리조트에서 시간을 보냈다. 여러 곳의 핵 벙커가 있다. 1927년에 이곳을 지은 시리얼 재벌 후계자가 한국전쟁 때 만든 것만 3개가 있다. 웨스트팜비치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이곳 골프장의 2번홀 아래에도 벙커가 있다고 잡지 에스콰이어는 전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자주 머물던 팜비치의 저택에서 10분 밖에 안 떨어진 피넛 섬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직접 핵공격을 당하면 어떤 벙커도 남아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른 군사적 타깃은 탬파에 있는 맥딜 공군기지 사령부가 자리한 미국 중부 사령부일 수 있다. 중동과 중앙아시아, 북아프리카까지 관장하는 ‘센트콤’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핵공격 아마게돈이 벌어지면 플로리다주가 주 타깃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의 핵전략 논리(The Logic of American Nuclear Strategy)를 집필한 매튜 크로에닉은 러시아의 주 목표는 미국의 보복 능력을 무력화시키는 것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러시아가 노릴 핵무기 사일로들은 몬태나주 말스트롬 공군기지와 노스다코타주 미노트 공군기지, 오마하주와 네브라스카주에 걸쳐 있는 오푸트 공군기지에 있는 미국전략사령부, 와이오밍주와 콜로라도주, 네브래스카주 경계에 위치한 워런 공군기지 창고 등이 될 것이다. 아울러 워싱턴주 방고르와 조지아주 킹스베이에 있는 두 곳의 전략잠수함 기지와 약 70곳에 이르는 미군 군사기지일 것이라고 크로에닉은 적었다. 나아가 미군 사령부와 워싱턴 DC의 과녁 한가운데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131개 도시마다 미사일을 두 방씩만 떨어뜨리면 “산업 능력을 파괴하고 대량살상을 촉발”한다.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마크 피츠패트릭은 “플로리다주를 공격하는 비디오를 보여주는 건 전쟁을 하겠다는 전략은 아니다. 이건 하나의 메시지다. 비디오만으로는 상징일 뿐이다. 말잔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미성년자 성폭행‘ 극단 대표 구속… 미투 운동 첫 사례

    미성년자 단원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경남 김해 극단 번작이의 대표 조모(50)씨가 1일 구속됐다. 지난 1월 말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가해자 중 첫 구속 사례다. 경남지방경찰청은 이날 청소년 단원 2명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위계에 의한 간음)를 받고 있는 조씨를 구속 수감했다. 조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담당한 창원지법 강희구 판사는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앞서 조씨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깊이 사죄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조씨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극단 사무실과 승용차 등에서 당시 16세, 18세였던 청소년 단원 두 명을 여러 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피해 단원 중 한 명이 지난달 18일 서울예대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에 글을 올린 데 이어 다른 단원들의 추가 폭로가 이어지자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구체적이고 일관된 피해자 진술과 이를 뒷받침할 참고인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경찰은 의혹이 폭로된 후 조씨가 피해자 중 한 명에게 사과 문자 메세지를 보낸 점 등도 조씨의 혐의를 뒷받침한다고 보고 있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서로 호감이 있었을 뿐 강제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경찰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성폭행 당시 동영상 촬영 여부와 추가 피해자 여부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김균미 칼럼] ‘#미투’ 넘어 한국판 ‘타임스업’으로

    [김균미 칼럼] ‘#미투’ 넘어 한국판 ‘타임스업’으로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 폭로로 촉발된 한국판 ‘#미투’(Me Tooㆍ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한 달째를 맞고 있다. 서 검사가 검찰 내부 전산망인 이프로스에 ‘나는 소망한다’는 제목의 글 2건을 올리고 방송에 나와 2010년 벌어진 검찰 간부에 의한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뒤 우리 사회는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피해자들의 고통에 집단 멘붕 상태에 빠졌다.검찰에서 시작해 문화예술계로 옮겨붙은 한국판 미투 운동은 대학 등 교육계, 종교계, 법조계, 의료계, 산업계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문화예술계의 성폭력 가해자들은 출연 작품에서 하차하고, 협회에서 퇴출당하고, 교과서에 실린 작품이 빠졌다. 이들이 출연한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보이콧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검찰에서는 진상조사와 함께 수사를 진행 중이다. 급기야 대통령이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하며, 강력한 성(젠더)폭력 근절 대책을 지시했다. 피해자들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우려스러운 일들도 한둘이 아니다. 피해자들에 대한 신상정보 털기와 악성 댓글 등 2차 피해가 도를 넘어섰다. 일부 언론에서 자극적인 피해 내용을 지나칠 정도로 상세하게 전달하면서 대중의 관음증을 자극해 미투 운동의 본질을 흐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일부에서는 오래전 일이고, 증거나 목격자도 없어 ‘미투 열풍’이 가라앉으면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 있다는 말로 피해자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미투 운동을 한 차례 훑고 지나갈 ‘태풍’ 정도로 보는 이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 서 검사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용기로 어렵게 시작된 미투 운동의 동력이 지속돼 사회와 사람들 인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면 대응도 대책도 모두 이전과는 달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유명 여배우들의 실명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이 여성들의 성폭력 방지 연대운동인 ‘타임스업’(Time’s Upㆍwww.timesupnow.com)으로 이어지고 있는 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제 더이상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중단하고 남성 중심의 시대는 끝났다는 의미의 ‘타임스업’은 미투 운동을 지지했던 영화계 등 각계 여성 300명이 모여 올 1월 1일 출범했다. 미투에 대한 연대의 표시로 골든글로브 시상식 등에서 여배우들이 검은색 의상을 입자고 제안한 것도 이 단체다. 이보다 더 관심을 모으는 것은 대중문화계뿐 아니라 저소득·생산직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법적인 지원이다. 법률 상담은 물론 변호사들과 연결해 주고 소송비까지 지원해 준다. 두 달 동안 1만 9700여명이 2100만여 달러(약 227억 3250만원)를 기부했다. 목표인 2200만 달러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0여명의 변호사가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성범죄를 묵인하거나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준 기업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 지원 활동을 하는 사람들, 기업 이사회 여성 임원 수 늘리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 리더가 따로 없이 각자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미투 운동의 동력을 이어 가고 있다. 우리도 미투 운동에 그치지 않고 한국판 ‘타임스업’과 같은 연대로 이어져야 어렵게 불붙은 미투 운동이 결실을 볼 수 있다. 미국과 달리 다행히 우리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직접 모든 피해자들에 대한 법적 지원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제도를 바꾸고 사회 분위기를 변화시킬 수는 있다. 특히 검찰과 법원이 위계에 따른 성범죄를 엄하게 다스려 한 번 걸리면 끝난다는 인식을 심어 주면 바뀔 수 있다. 가정폭력·아동학대도 처벌 수위가 높아지면서 조금씩 인식이 변했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나 ‘김영란법’으로 과도한 선물이나 접대 문화도 사라지고 있다. 정부와 개인, 여성들 연대인 ‘한국판 타임스업’이 3박자가 돼 각자 제 역할을 한다면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를 바꿔 놓는 중요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참여만이 세상을 바꾼다. kmkim@seoul.co.kr
  • 공소시효에 막힌 미투… 피해자 일관된 진술이 처벌 ‘열쇠’

    성폭력 공소시효는 통상 10년 친고죄 폐지 전은 처벌 어려워 서지현 검사가 촉발한 미투 운동이 번지면서 성폭력을 당한 경험을 폭로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미투 운동은 비방 목적이 없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일인 만큼 명예훼손이나 무고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낮다고 조언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제추행, 강간 등 성폭력 사건도 일반 형사 사건과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진술과 목격자가 중요하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로 회식 자리에 참여했던 동료 직원 등 목격자 진술이 필요하다”면서도 “성범죄의 경우 목격자가 아예 없거나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아 목격자를 확보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실제 성폭력 범죄 불기소 비율은 2016년 기준 36.1%로 전체 평균(25.5%)보다 높았다.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 등이 간접 증거로 채택된다. 재경지법의 성폭력전담부 부장판사는 “가해자들이 범죄를 저지른 후 ‘미안했다’면서 연락을 하는데 이것이 당시 정황을 파악할 수 있는 증거가 된다”고 말했다. 성범죄 이후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태도 등도 중요한 판단 요소다. 성범죄를 신고한 뒤 재판까지 가는 과정은 쉽지 않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피해자의 25%가 수사 기관과 재판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는다. 경찰, 검찰, 법원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은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이다. 검사와 판사 모두 피해자 진술이 일관돼야 신뢰할 수 있다고 여긴다. 피해자들이 처음에는 피해 사실을 일부만 밝히거나 피해 사실 자체가 없다고 부인하다가 나중에 말을 바꾸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이 진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피해 사실을 부풀려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가해자가 공격하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연인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사안에 대해 법원에서 “범행의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있다. 이후 항소심은 “피해자의 진술이 일부 일관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허위 신고할 만한 동기가 없고 이후 피해자의 태도 등을 종합했을 때 유죄로 판단된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2013년 6월 친고죄가 폐지돼 이전 피해 사례는 처벌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성폭력 공소시효는 통상 10년인데, 사건 당시 피해자가 미성년자였다면 19살 성년이 된 날부터 공소시효를 계산한다.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역고소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여성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성폭력을 고소했다가 가해자가 무혐의로 처분되거나 무죄 판결을 받으면 맞고소하는 일이 잦다. 전문가들은 미투 운동의 일환으로 SNS나 인터넷에 피해 사실을 올리는 자체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는 “상대방을 비방하려는 목적이 있지 않는 이상 무고죄나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심형섭)는 이날 직장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다가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 기소된 청소용역업체 직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직원이 가해자로 지목한 현장소장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됐지만 재판부는 피해 장소와 피해 전후 상황에 대한 피해자 진술이 일관된 점 등을 들어 무죄로 판단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文 ‘성범죄와 전쟁’… 靑, 오늘 공공부문 강력조치 발표

    文대통령, 철저 수사ㆍ엄벌 주문 민간ㆍ프리랜서 대책도 내놓을 듯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사회 전반에 만연한 강압적이고 위계적인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함에 따라 공공·민간 부문의 성범죄를 뿌리 뽑을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 미투 운동이 현 정부와 진보진영의 공작에 이용될 우려를 제기했으나, 문 대통령은 ‘촛불혁명으로 성평등 여성 인권 해결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성범죄 고발 캠페인인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고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주문했다. 범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것을 지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7일 공공부문에서 성범죄의 싹을 자르는 차원의 강력한 조치를 발표하고, 민간 사업장과 사각지대인 프리랜서에 대한 대책을 차례로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대책 마련과 함께 공공부문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수사가 본격화되면 그동안 ‘사적인 일’로만 치부하고 쉬쉬해 온 성폭력 범죄의 실상이 드러나면서 더욱 공론화될 것으로 보인다. 성범죄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로 보고 전방위 수사를 예고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젠더 폭력은 강자가 약자를 성적으로 억압하거나 약자를 상대로 쉽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며 “이번 기회에 실상을 드러내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한국판 미투 운동이 촉발됐을 때도 “사실이라면, 가장 그렇지 않을 것 같은 검찰 내에서도 성희롱이 만연하고 (피해자는) 2차 피해가 두려워 참고 견딘다는 얘기”라며 “(직장 내 성폭력 근절을) 정부 혁신 과제 중 하나로 추가하라”고 지시했다. 정치권은 성폭력 피해를 지원하기 위한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비공개 당정 협의를 열어 대책 마련을 숙의했고, 야권은 성폭력 방지 법안 발의를 준비했다. 바른미래당은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 연장, 소멸시효 연장 및 정지 등을 골자로 한 ‘미투응원법’(일명 이윤택 처벌법)을 발의했다. 민주평화당도 ‘갑질 성폭력 방지법’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로 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대구 2·28 민주운동, 정부 주도 기념식으로 열린다

    1960년 대구 지역 학생들이 자유당 정권의 독재와 부정선거에 맞서 일으킨 ‘2·28 민주운동’ 기념식이 28일 오전 11시 대구 두류공원 기념탑 광장에서 거행된다고 국가보훈처가 26일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일 ‘2·28’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이번 기념식은 처음으로 정부 주관으로 열린다. 2·28 민주운동은 1960년 2월 28일 야당 부통령 후보인 장면 박사의 선거유세 참여를 막기 위해 당국이 대구시내 공립 고교의 ‘일요등교’를 종용하자 경북고를 비롯한 8개 고교 1720여명의 학생이 거리로 뛰쳐나와 부정선거 규탄 등의 시위를 벌인 사건이다. 학생 수십명이 부상당했다. 건국 이후 처음으로 국민들이 직접 민주개혁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마산 ‘3·15 의거’를 거쳐 ‘4·19 민주혁명’을 발화시킨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뿌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훈처는 ‘2·28 대구, 민주주의의 뿌리’라는 주제로 기념식을 주관할 계획이다. 보훈처는 특히 “뮤지컬의 도시인 대구시 특성에 맞춰 모든 식순을 뮤지컬 형식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애국가는 2·28 민주운동, 3·15 의거,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 주역들의 유족이 선창한다. 2·28 민주운동의 주역인 이대우 선생의 배우자 김향선씨, 3·15 의거를 촉발한 김주열 열사의 동생 김길열씨, 4·19 혁명을 이끈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의 배우자 이경의씨,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김재평씨 자녀 김소형씨, 6·10 민주항쟁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씨 등이 무대에 선다. 박홍환 선임기자 stinger@seoul.co.kr
  • 中 “‘2연임 제한’ 헌법 삭제”…시진핑 집권 15년 이상 간다

    中 “‘2연임 제한’ 헌법 삭제”…시진핑 집권 15년 이상 간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5년 이상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25일 국가주석과 부주석의 임기를 2연임(10년) 이상 초과할 수 없도록 한 헌법의 임기 규정을 삭제하는 방안을 제안해 시 주석 장기집권의 합법적인 토대를 마련했다. 지난해 10월 19차 당대회를 통해 1인 통치체제를 확고히 한 시 주석은 다음달 5일 열리는 양회(兩會)를 앞두고 경제권력의 고삐도 단단히 죄고 있다.현행 중국 헌법 79조는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주석과 부주석의 매회 임기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회기와 같으며, 그 임기는 두 회기를 초과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현행 규정대로라면 전인대 회기가 5년이므로 국가주석의 임기는 10년으로 제한되고 3연임은 금지된다. 그러나 다음달 5일 개막하는 올해 전인대에서 당 중앙위원회 제안대로 임기 규정을 삭제하면 시 주석은 10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2022년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국가주석을 맡을 수 있게 돼 장기 집권의 길이 열리게 된다. 이럴 경우 15년 이상 국가주석으로서 집권할 수 있게 된다. 공산당은 또 지난 40년 동안 10~12월에 열리던 세 번째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중전회)를 26~28일 시 주석 주재로 개최한다. 지난달 18~19일 2중전회가 열린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3중전회를 여는 것은 1978년 개혁개방의 전통을 연 3중전회 이후 처음이다. 시진핑 사상을 헌법에 삽입하는 논의를 주로 한 2중전회에 이어 이번 3중전회는 양회에서 임명될 주요 지도부 인선을 하게 된다. 차기 지도부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단연 인민은행 총재와 경제 부총리에 내정된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다. 류는 시 주석과 중학교 동창으로 10대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경제사령탑’으로 류가 부상하면 자연히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입지는 더 위축된다. 양회를 앞두고 리 총리의 측근인 양징(楊晶) 중국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가 비리 혐의로 낙마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미국에서 4년간 공부해 영어도 유창한 류는 지난 다보스포럼 중국 대표단으로 세계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 23일 공식적으로 경영권을 국가에 내준 우샤오후이(吳小暉) 안방보험 회장의 기소도 결국 류가 촉발했다. 지난해 초 류가 일본 거품경제와 장기불황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중국 당국은 지난해 6월 안방보험, HNA그룹, 푸싱인터내셔널 등 세계 인수·합병(M&A)의 큰손으로 불리던 기업들의 자금 조달 내역을 요구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부채 축소를 외치며 빚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우 전 회장은 덩샤오핑(鄧小平) 외손녀의 사위라는 혼맥을 활용해 혁명원로 2세들을 등에 업고 사업을 확장했다. 태자당으로 불리는 혁명원로의 자제들은 시 주석의 경계 대상이었으며, 결국 양회를 앞두고 1년간 안방보험의 경영은 인민은행 등 중국당국이 맡게 됐다. 시 주석이 안방보험을 통해 경쟁세력인 태자당에 흘러가던 자금줄을 끊음으로써 정치적 대항마를 차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횡령 등 다수의 법규 위반행위를 지난해 6월 시작한 안방보험 조사를 통해 발견했으며, 위탁경영을 통해 소유구조를 정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명한 사실은 경제사령탑의 교체에도 중요한 경제정책 결정은 여전히 시 주석이 한다는 것이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토요 진단] 조재현ㆍ오달수도 휘말렸다… 떨고 있는 방송ㆍ연예계

    장자연사건 등 추악한 성추문 비일비재 신인 배우ㆍ가수 스타 꿈 좌절 우려 참아 대중들 피해자와 연대… 폭로 확산될 듯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로 촉발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문화·예술계 전반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고은(85) 시인, 이윤택(66) 연극연출가, 조민기(53) 배우 등이 저지른 적나라한 성추행에 대한 잇단 폭로가 불을 댕긴 모양새다. 이 미투 운동이 성폭력의 ‘복마전’으로 불리는 방송·연예계로 옮아 붙을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 깊숙이 곪아 있던 ‘성 적폐’를 이번 기회에 완전히 솎아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23일 방송 프로듀서(PD), 연예기획사 등에 따르면 최근 예술이라는 가면 뒤에서 은밀하게 이뤄진 성추행이 잇따라 폭로되면서 방송·연예계 관계자들이 좌불안석이다. 무명 시절 연극 무대를 발판 삼아 실력을 쌓은 뒤 방송과 영화계로 진출해 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쉽게 넘기지 못하는 분위기가 짙게 형성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미투 운동의 대상이 되지 않을지 떨고 있는 관계자가 한둘이 아닐 것”이라는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성폭력 폭로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데 이어 유명 배우의 실명이 추가로 거론되면서 방송·연예계는 그야말로 ‘폭풍전야’인 상황이다. 배우 최율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가 너 언제 터지나 기다렸지. 생각보다 빨리 올 게 왔군. 이제 겨우 시작. 더 많은 쓰레기들이 남았다”라는 글과 함께 톱배우 조재현의 프로필을 캡처한 사진을 올렸다. 논란이 커지자 최율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와 함께 배우 오달수의 실명도 꾸준히 입에 오르고 있다. “여자 개그맨들이 상습적인 성희롱에 시달렸다”고 고발하는 글도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랐다. 한 방송 관계자는 “성폭력이라는 이름의 뇌관은 방송·연예계 모든 곳에 숨어 있다”고 말했다. 잇따른 성폭력 폭로에 방송·연예계가 노심초사하는 이유는 성 상납으로 대표되는 추악한 과거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배우·가수 등 연예인들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PD나 감독,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이 여배우나 여가수를 상대로 ‘술자리 갑질’이나 추행을 종종 일삼아 왔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2009년 신인배우 장자연이 소속사 대표의 강요로 유력 인사 성접대에 내몰린 끝에 우울증을 앓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유력 인사들은 죄다 법망을 피해 갔다. 방송·연예계 내 성추문이 철저히 묵인·은폐·축소돼 온 것은 이들이 철저한 갑을 관계 속에서 ‘을의 성공’을 거래해 왔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캐스팅’에 민주적인 절차나 규칙이 존재하지 않다 보니 서로의 욕망이 교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신인 배우나 가수들은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당해도 문제제기를 했다가 스타라는 꿈이 좌절될까 봐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신희주 영화감독도 “고용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폭로를 하는 일이 훨씬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의 미투 운동은 어떻게든 묻고 넘어가려 했던 장자연 사건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피해자를 ‘꽃뱀’으로 지칭하며 폭로에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물타기가 먹혀 왔지만 이제는 쉽게 무마될 수 없다”면서 “대중들이 피해자들의 폭로를 용기 있는 선택으로 바라보고 그들과 연대하고 있기 때문에 연예계 미투 운동은 계속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금요 포커스] 4차 산업혁명과 항공우주 기술/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금요 포커스] 4차 산업혁명과 항공우주 기술/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1968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아서 C 클라크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는 목성 유인탐사선과 이 탐사선의 주 컴퓨터인 인공지능 ‘HAL9000’이 등장해 전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 바야흐로 우리 일상에까지 도래한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인류는 화성 유인탐사를 추진하고,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AI)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이해’를 주요 의제로 다뤄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또 같은 해 3월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벌인 바둑 대국으로 4차 산업혁명은 순식간에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4차 산업혁명이란 컴퓨터, 인터넷 등으로 촉발된 ‘정보화’와는 구별되는 것으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산업 생태계의 변혁을 의미한다. 자동화, 데이터 교류 및 제조 기술을 포괄하는 것으로 IoT를 통해 방대한 빅데이터가 생성되고 AI가 빅데이터를 해석해 적절한 판단과 자율제어를 스스로 수행함으로써 초지능적인 제품 생산 및 서비스 제공을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 새로운 산업혁명이 발발하는 것이다. 항공우주 분야에도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거세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드론이다. 자율비행과 커넥티드 특성을 갖는 드론은 다양한 센서, 빅데이터, 머신 러닝 기술과 융합해 농업, 건설, 감시,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우주 발사체 분야 스타트업 ‘렐러티비티 스페이스’(Relativity Space)는 발사비용의 90% 절감을 목표로 발사체 전체를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위성 레이다영상 분야에서 딥러닝을 이용한 정밀 해석은 지하자원이나 유적 발굴처럼 앞으로 다양한 영상 이용을 예상할 수 있게 한다. 위성통신 분야에서는 ‘원웹’(OneWeb)이 648기의 초소형 통신위성을 발사해 2020년까지 전 세계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초고속 우주 인터넷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사용되는 위성은 에어버스에서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여 대량 생산한다. 세계 주요국들은 4차 산업혁명의 치열한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다양한 국가 전략과 정책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생산공정, 조달·물류, 서비스까지 통합관리하는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려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생산 자동화 및 엔지니어링 분야를 정보기술(IT) 기반으로 통합하려는 미국의 ‘매뉴팩처링 USA’,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노동집약적 제조방식을 지능화하려는 중국의 ‘제조 2025’, 초스마트사회를 구현하려는 일본의 ‘미래투자전략 2017’ 등이 대표적이다. 선진국에 견줘 다소 늦었지만 한국도 ‘소프트웨어 강국, ICT 르네상스로 4차 산업혁명 선도 기반 구축’을 국정과제의 하나로 선정하는 등 4차 산업혁명 전략을 추진 중이다.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지난해 12월 확정된 ‘드론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들을 적용한 ‘한국형 K드론 시스템’을 구축, 세계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2월 초 발표된 ‘제3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에도 다양한 첨단위성을 개발해 국민생활 향상과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고 AI, 빅데이터 기술과 우주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하고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으로 전 분야에서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중요한 시점이다. 항공우주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우리의 강점인 ICT와의 융합을 통해 ‘뛰어넘기 전략’을 펼쳐야 한다. 그래야 차세대 기술과 시장을 선점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체계적인 정부 전략을 바탕으로 산학연이 연계해 연구개발(R&D) 역량을 모은다면 항공우주 분야는 향후 우리의 기술혁신과 국민경제의 중심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 두려움이 낳은 두려움…총 들고 등교한 8세 소년

    두려움이 낳은 두려움…총 들고 등교한 8세 소년

    두려움이 또 다른 두려움과 위협을 낳고 있다. 총기 난사사건과 총기 규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시끄러운 미국의 이야기다. 미국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 경찰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지난 21일 스프링필드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8세 소년이 가방에 총을 소지한 채 등교했다가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이 소년은 등교할 때부터 하교하기 직전까지 가방에 총을 소지하고 있었다. 총기를 제대로 다루는 법을 알지 못하는 이 어린아이가 가방에 총을 들고 학교로 향한 것은 최근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총기난사사건으로부터 촉발된 두려움과도 연관이 있었다. 이 소년은 하교 직전, 가방에 과제물을 넣어주던 담임교사에 의해 총기를 소지한 사실이 발각된 뒤 받은 경찰 조사에서 “다른 학생이 내게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동기를 밝혔다. 이 소년이 평소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이나 폭행을 당했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행히 이번 일로 부상을 입은 학생들은 없었지만, 미국 사회는 다시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플로리다 총기난사 사건과 느슨한 총기 규제로 인한 두려움이 또 다른 위협과 두려움을 낳는다는 사실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현재 해당 소년은 경찰의 보호 아래 조사를 받고 있으며, 현지 경찰은 이 소년이 무기 불법 운송 등의 혐의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지만 8세 소년에게 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죗값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한편 17명의 무고한 학생이 희생된 총기난사 사건 발생 이후 미국 각지에서는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만약 총기에 능숙한 교사가 있다면 매우 신속하게 공격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학교들이 미치광이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교사들 중 20%를 무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여전히 총기 소지의 자유를 옹호했다. 사진=123rf.com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배우 오모씨도?…걷잡을 수 없는 ‘미투 불길’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성폭력 파문에 과거 단원이었던 유명 배우들까지 성폭력 가해자로 언급되는 등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 댓글이나 SNS를 통해 이 극단 출신 배우들의 명단도 돌아 자칫 ‘아니면 말고’식의 피해도 우려된다. 21일에는 개성 있는 코미디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배우 오모씨가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이 전 감독과 함께 과거 부산 가마골 소극장에서 공연 활동을 한 배우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이 최근 인터넷에 올린 댓글에서 촉발됐다. 이 누리꾼은 지난 15일 “1990년대 부산 ㄱ소극장에서 이(윤택) 연출가가 데리고 있던 배우 중 한 명이 여자 후배들을 은밀히,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 배우에 관해 “지금은 코믹 연기를 하는 유명한 조연 배우”라고 설명했다. 이 댓글 이후 지난 19일 또 다른 누리꾼이 “이 연출가가 데리고 있던 배우 중 한 명인 오모씨는 할 말이 없으리라 생각된다”는 댓글을 올려 논란을 증폭시켰다. 그는 “1990년대 초반 이 연출가가 소극장 자리를 비웠을 때 반바지를 입고 있던 제 바지 속으로 갑자기 손을 집어넣고 함부로 휘저었다”고 주장했다. 오씨는 이 전 감독과 함께 과거 부산 가마골 소극장에서 공연 활동을 했으며 연희단거리패에서 극단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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