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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cal] 대구백화점 새 상품권 선보여

    대구백화점은 4일 새로운 디자인의 상품권을 출시했다. 유로화 또는 신권과 같은 이미지의 새 상품권은 대구백화점의 상징물인 대형시계 그림을 주제로 해 현대적이면서도 단순하게 디자인됐다. 또 재질의 경우 기존의 무궁화 무늬에서 구름 무늬 패턴으로 바뀌어 인쇄 상태가 좋아지고 촉감이 훨씬 부드러워졌다. 새 디자인의 상품권은 5000원,1만원,3만원,5만원,10만원,50만원 등 모두 6가지 종류다.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서초 장애인정보센터 건립

    서초동 382의2 경부고속도로 서초IC 인근 1만 2539㎡ 부지에 최첨단시설을 갖춘 ‘서초장애인정보문화센터’가 내년 9월까지 들어선다. 30일 서초구에 따르면 총사업비 219억원을 들여 31일 착공하는 정보문화센터는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5130㎡ 규모로 건립된다. 장애인 재활 프로그램을 비롯해 선진국형 사회복귀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복합형 장애인복지시설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센터 지하 1층에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할 수 있는 체험관과 정보관이, 지상 1층에는 옥외 공연장과 물리·재활치료실이 들어선다. 지상 2층에는 아동재활시설과 장애인 주간보호시설이, 지상 3층에는 청소년 직업재활 및 성인재활시설과 장애인 단기보호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특히 장애인들이 향기를 즐기고 촉감을 느낄 수 있도록 식물을 심고 자연과 연계한 옥외 휴게공간도 조성한다. 지하층을 포함한 모든 층은 자연채광과 환기를 가능하게 해 쾌적하고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꾸민다. 박성중 구청장은 “선진국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공간을 개발해 우리나라 장애인복지사업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어떤 영화

    승리의 순간은 기억되고 패배는 잊혀진다.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결승전 이전까지는 그랬다.1000여개의 핸드볼팀을 보유한 덴마크와 붙은 선수들은 열아홉번의 동점, 연장 접전에 승부던지기까지 갔다. 그리고 졌다. 그 패배의 순간은 감동의 실화가 됐다.‘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제작 MK픽처스·10일 개봉)이다. ‘누구나 다 아는´ 이 이야기는 풍부한 양감과 생생한 촉감을 가진 캐릭터로 직조됐다.‘우리 생애…´는 생활전선과 경기장을 분리하지 않는다. 노장선수 미숙(문소리)은 팀이 해체되며 마트 야채코너에 선다.“양파가 1㎏에 990원”을 외치던 ‘아줌마´는 다시 국가대표로 들어가 빚에 쫓기는 남편과 아들의 생계를 책임진다. 새 국가대표팀에 감독대행으로 온 혜경(김정은)은 팀내 불화보다 이혼 경력 때문에 경질된다. 자존심 뭉개고 선수로 다시 복귀하는 그는 입술 앙다물던 과거의 독기를 풀고 동료들을 보듬는다. 평생 ‘국대´마크 한번 못 달아보다 늘그막에 익은 정란(김지영)은 화통한 사투리로 웃음을 주도하지만 호르몬제로 불임의 고통을 겪고 있다. 삶도, 경기도 순탄치 않은 이들은 새 감독 승필(엄태웅), 신진 선수와의 불화 등으로 긴장과 이완을 반복한다. 이 영화의 관건은 경기의 재현이 아니라 선수 저마다의 사연이다. 경기 장면은 기대만큼 박진감 넘치거나 정교하지 않다. 그러나 배우들의 결단 서린 맨얼굴은 ‘역투´를 만들어냈다. 김정은은 큰 눈망울의 생기를 지우고 진중한 감독과 선수로 자리잡았다. 늘 조연 역에 머물렀던 김지영은 언제 어떻게 파고들지를 정확하게 계산해 낸다. 배우 문소리는 시사회에서 “우리가 국가대표 선수가 되기에도 부족했고 한국영화 현실에서 여성영화를 만들기도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스포츠영화에 여성영화라는 마이너리티 근성은 핸드볼이라는 비인기 종목의 애끓는 경험과 맞아떨어지며 ‘감동´의 진폭을 넓힌다. 크레디트 옆으로 지나가는 실제 선수들의 망가진(?) 스틸컷은 가장 가슴 먹먹한 크레디트 중 하나로 남을 것 같다. 마지막 승부던지기. 카메라는 공 대신 선수의 얼굴에 남은 적막과 진공을 비춘다. 환희와 절망이 빠르게 뒤섞이던 순간이다. 오심과 부상의 악재가 겹치는 인생의 경기장에서 의연하게 끝을 맺는 성숙함. 지더라도 결코 울지 말자는 약속. 생애 최고의 순간은 결과가 아니라 의지가 말해 준다는 진실.‘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전체 관람가.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소설당선작] 우유의식/홍희정

    홈쇼핑 채널에서는 석류 즙에 대한 소개가 한창이었다. 쇼 호스트는 활기찬 하이 톤의 목소리로 석류의 장점을 연신 강조했다. 중년의 여자 탤런트가 과장된 몸짓으로 와인 잔에 석류 즙을 따라 부었다. 살포시 눈을 감은 채 석류 즙을 마시는 그녀의 모습이 클로즈업되며 텔레비전 화면에 가득 찼다. 고개까지 젖히며 잔을 비운 그녀는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거꾸로 든 빈 잔을 머리 위로 올리고 흔들어 보였다. 누군가가 입 꼬리를 옆으로 잡아당긴 것처럼 웃는 그녀의 얼굴은 의욕이 넘쳐 보였다. 활기찬 그녀와는 달리 나는 젖은 빨래처럼 팔, 다리를 늘어뜨린 채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판단력이 사라진 채 멍하니 텔레비전만 바라볼 뿐이었다. 내 머리는 우주를 떠받들고 있는 듯 무거웠다. 눈은 가물가물해서 자꾸만 시야가 흐려졌다. 나는 당장이라도 텔레비전을 끄고 깊은 잠을 자고 싶었다. 하지만 텔레비전을 끄고 나면 그나마 남아 있던 잠의 꼬리마저 도망쳐 버릴 것 같았다. 나는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꿈을 꾸는 것이 두려워 쉽게 잠들지 못했고, 그것이 불면증으로 이어진 케이스였다. 며칠 전에 들른 병원에서는 언제나 그랬듯이 심리적인 문제일 거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나는 적정량의 수면제로만으로는 잠이 오지 않았고 그나마 처방 받은 수면제도 다 먹어 버린 지 오래였다. 철이 들면서부터 나는 늘 같은 꿈에 시달려 왔다. 사실 그것은 꿈이기 이전에 오래전 내가 겪은 일이었다. 나와 동생은 이불도 깔리지 않은 방에 함께 누워 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낮에 비를 너무 많이 맞고 돌아다닌 우리는 온몸이 젖은 채였다. 동생은 어디가 아픈지 자꾸 기침을 했지만 나는 너무나 피곤해서 눈을 뜨지 못했다. 동생을 돌볼 사람이 나뿐이라는 사실도 버겁게만 느껴졌다. 한참 동안 계속되던 동생의 기침 소리가 갑자기 커지더니 이내 작아졌다. 그제서야 나는 불안한 마음이 들어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방안은 너무 캄캄해서 동생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더듬거리며 동생의 얼굴을 만져 보았다. 손끝에 닿는 동생의 얼굴이 얼음처럼 차가웠다. 동생이 죽은 뒤로 나는 매일 같은 꿈을 꾸었다. 방안 구석에 서 있는 지금의 내가, 동생의 얼굴을 더듬는 어린 나를 바라보는 꿈이었다. 그리고 꿈의 마지막에는 항상 어린 내가 지금의 나를 날카롭게 응시했다. 그때마다 나는 번뜩이는 어린 나의 시선에 몸이 굳어 버렸다. 잠에서 깨려고 필사적으로 움직여 보아도 온몸이 꽁꽁 묶인 듯 꼼짝할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꿈속의 장면을 떠올리던 나는 늘어뜨린 팔, 다리가 굳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급하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휴대폰을 열어 화면에 나오는 홈쇼핑 주문 전화번호를 눌렀다. 자동주문 전화는 1번, 상담주문 전화는 2번이라는 안내 멘트가 끝나기도 전에 나는 2번 버튼을 힘껏 눌렀다. 버튼을 누르는 내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상담원과 연결이 되자 나는 주저하지 않고 상품을 주문했다. 나의 신용카드 번호와 주소를 확인하는 상담원의 목소리에 나의 손은 떨림을 멈추었다. 하지만 주문을 마치고 휴대폰을 닫자 갑자기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웃음소리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리모컨을 들어 텔레비전을 껐다. 그리고 바닥에 있던 옷가지를 주워 입고 무언가에 도망치듯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새벽 3시의 주택가 골목은 고요했다. 가로등 불빛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건너편 동네의 아파트를 바라보니 드문드문 불이 켜 있는 창문들의 모양이 무표정한 이모티콘처럼 보였다. 나는 어디로 걸어가야 할지 고민하다가 평소처럼 집 근처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캄캄한 골목에 내가 신은 슬리퍼 소리가 타박타박 울렸다. 목적지도 없이, 그것도 새벽 3시란 시간에 동네를 어슬렁대는 것은 짝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나의 감정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다. 나는 문득 외롭기도 했다가 갑자기 서럽기도 했다가 느닷없이 의욕이 생기기도 했다가 결국엔 허무하기도 했다가 나중엔 내 자신이 우스워졌다. 괜히 나온 것 같아 후회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는 싫었다. 운 좋게 잠이 든다 해도 반복될 꿈이 두려웠다. 나는 항상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순간까지 가서야 눈을 뜨곤 했다. 꿈에서 깨고 나면 나는 깨어 있는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늦은 새벽까지 내 전화를 받아주던 친구들도 하나 둘 떨어져 나가 이젠 전화를 걸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홈쇼핑을 보며 상담전화를 걸어 물건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주문하는 물건이 무엇인지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깨어 있는 누군가와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었다. 열 평 남짓한 나의 원룸은 홈쇼핑으로 주문한 물건들이 뜯지도 않은 상자 채 쌓여 가고 있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저만치 불이 켜진 편의점 간판이 유난히 반짝거렸다. 갑자기 나는 깨어 있는 누군가가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슬리퍼 바닥이 땅에 부딪치며 나는 소리가 점점 빨라졌다. 결국 나는 편의점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편의점의 문을 힘주어 열자 전자음의 멜로디가 울려 퍼졌다. 높은 톤의 음악소리는 단순하지만 날카로웠다. 카운터 쪽을 바라보니 아르바이트 생인 듯한 남자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졸고 있었다. 편의점에는 그 말고 다른 사람은 없었다. 나는 냉장 코너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우유와 삼각 김밥과 오렌지주스를 차례로 한 번씩 들어 올렸다 다시 내려놓았다. 식욕이 없어서인지 머릿속이 멍하기만 했다. 나는 결국 캔 커피를 집어 들고 카운터로 갔다. 잠을 자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언제나처럼 그것밖에는 마시고 싶은 것이 없었다. 나는 계산대로 걸어가 캔 커피를 올려 놓았다. 그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캔 커피를 들었다가 조금 거칠게 카운터에 다시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는 좀처럼 깨어날 줄을 몰랐다. 그가 자는 모습에 나는 자꾸만 불안해졌다. 그를 깨우고 싶은 마음을 참느라 캔 커피만 만지작거렸다. 차가운 캔 위에 맺힌 물방울이 나의 손을 적셨다. 당장이라도 그의 어깨를 잡고 흔들고 싶었다.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의 어깨가 아닌 나의 가슴께로 젖은 손을 가져갔다. 평소에 나는 누군가가 잠든 모습을 보면 명치끝이 답답해지곤 했다. 잠을 자고 있는 사람이 숨마저 얕게 쉬고 죽은 듯이 잠을 잘 때면 동생이 떠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뚜껑을 덮어 버린 커다란 항아리에 갇힌 것처럼 두려움에 휩싸였다. 때문에 장소에 상관없이 누군가가 자는 모습을 보면 참지 못하고 깨운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지하철에서도 도서관에서도 유독 미동도 하지 않고 잠든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황급히 그들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잠에서 깬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거나 몹시 화를 냈다. 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도 해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자고 있는 사람을 보면 얼굴을 돌리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아도 어느새 상대의 어깨를 흔드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이번에도 나는 혹시 그가 숨을 쉬지 않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초조한 마음에 그를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다행이 그의 가슴은 호흡에 따라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움직임에 나는 막혔던 숨이 터지듯 안도했다. 나는 그를 조금 더 가까이서 관찰했다.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그는 몹시 피곤해 보였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면서 저절로 반쯤 벌어진 입주변이 하얗게 부르터 있었다. 하지만 유난히 힘차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그의 호흡만은 의욕이 넘치는 듯 활기차게 느껴졌다. 힘차고도 부드럽고도 성실한 호흡이었다. 나는 캔 커피 따위는 잊어버린 채 한참 동안 그의 자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심각한 꿈을 꾸는지 미간을 찌푸리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말로 잠꼬대를 하기도 했다.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활기차고 부지런한 모습으로 자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나도 모르게 카운터에 손을 집고 서서 그의 얼굴 가까이 내 얼굴을 가져갔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의 코로 공기가 듬뿍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의 코끝에 천천히 손가락을 가져갔다. 들락날락하는 공기가 나의 손끝을 부드럽게 간지럼 태웠다. 그것은 새끼 고양이가 엉킨 실타래를 풀며 장난을 치듯 따뜻하고 평온한 기분이 들게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감긴 그의 눈꺼풀 안쪽에서 눈동자가 움직이며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제서야 나는 그에게 너무 가까이 가 있던 자신에게 놀랐다. 그가 갑자기 깨기라도 한다면 곤란한 상황이 될 게 뻔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손바닥에 땀이 흥건히 고였다. 나는 황급히 편의점 문 쪽으로 걸어갔다. 편의점 문의 손잡이를 잡은 채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곤하게 자고 있는 그가 몹시 부러웠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그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잡이를 잡은 나의 손끝에 미련이 남아 있었다. 나는 최대한 천천히 문을 밀었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전자음의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갑자기 잠에서 깨어난 그가 나를 보며 말했다. -어. 어서 오세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인사말부터 한 그는 들어오는 게 아닌 나가려는 자세의 내 모습을 보고 의아스러워하는 듯했다. 나는 손잡이를 잡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의심받을 행동을 한 건 없지만 왠지 마음이 불편했다. 망설이던 나는 그를 향해 말했다. -들어오려던 게 아니라 막 나가려던 참인데…… 별로 살 게 없어서요. 새벽 3시에 일부러 편의점을 찾아온 사람이 하는 말로는 적당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나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은 듯 그는 나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불필요한 말이 자꾸 나왔다. -캔 커피를 사려고 했는데 자는 모습이 너무 피곤해 보여서요. 그는 손등으로 눈을 비비더니 웃으며 말했다. -깨우셔도 되는데 그랬네요. 지금 계산해 드릴게요. 그제서야 나는 캔 커피를 카운터에 그대로 놔둔 것이 생각났다. 할 수 없이 카운터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에게 카운터에 올려져 있던 캔 커피를 건네었다. 그러자 바코드를 찍으며 그가 말했다. -밤에 이런 거 좋지 않아요. 그는 의자에 앉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므로 나는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담담하면서도 진심이 담긴 듯한 목소리는 그가 자던 모습과 꼭 닮아 있었다. 나는 돈을 꺼낼 생각은 못하고 그의 정수리만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들어 쑥스러운 듯 웃는 그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그가 캔 커피의 바코드를 한 번 더 찍었다.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 캔 커피를 가져다 넣고 우유 두 개를 꺼내 왔다. 그는 입구를 조금 연 우유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작동 버튼을 눌렀다. 나는 그가 하는 행동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전자레인지가 멈추었고 그는 따끈해진 우유 팩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우리는 우유 팩을 손에 쥔 채 편의점에서 함께 아침을 맞았다. 그는 전에도 가끔 캔 커피를 사러 온 나를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횟수가 반복될수록 늦은 새벽에 커피를 사는 내가 의아스러웠다고도 했다. 커피를 마시며 편의점을 나가는 내 뒷모습이 이상하게 마음에 쓰였었다며 웃는 그의 얼굴이 성실해 보였다. 보통 사람들이었다면 그 웃음을 믿었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웃는 얼굴 따위야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그저 그가 힘차게 숨을 쉬며 자던 모습만 떠오를 뿐이었다. 그는 나에게 밤에 커피를 마시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궁금한 것을 순수하게 물어볼 수 있는 그의 태도도 잠든 그의 모습과 꼭 닮아 있었다. 나는 커피와 상관없이 어차피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내 말은 들은 그가 자신은 밤에 실컷 잘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밤에 일하고 낮에 잘 수밖에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그가 야간에만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햇빛 알레르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른 아침이나 저녁의 햇빛 정도야 괜찮았지만 그때를 제외한 시간에는 피부가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했다. 햇빛을 받으면 피부에 빨간 반점이 생기며 참을 수 없이 따가워져서 살갗이 찢어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나는 주변에 햇빛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을 본 적은 있었지만 그만큼 심한 사람을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살갗이 찢어지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짐작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 뒤로 나는 새벽 3시면 매일 편의점에 들렀다. 그런 시간들이 한 달쯤 지나자 우리는 함께 잠드는 사이가 되었다. 아침 6시에 그는 퇴근을 하면서 항상 우유 두 개를 들고 내가 사는 원룸으로 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편한 식사로 차가운 우유를 마시는 시간에 우리는 식탁에 마주 앉아 따뜻하게 데워진 우유를 마셨다. 매일 반복되는 행동은 우리에게 하나의 의식과도 같았다. 우리는 그것을 ‘우유 의식’이라고 부르며 웃곤 했다. 불면증이었던 나도 그와 함께 ‘우유 의식’을 하고 나면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다. 비록 보통 사람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런 건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잠시만이라도 좋으니 죽은 듯이 자고 싶었던 때와 비교하면 호사스러운 시간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잠자리에 누우면 언제나 상대보다 늦게 잠이 들었었다. 그리고 상대가 곤하게 자는 모습을 보면 애정이 생기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지곤 했다. 혼자 남겨진 것 같은 느낌에 가슴이 아려왔다. 상대도 언젠가는 사라질 사람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우울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달랐다. 그는 언제나 내가 잠들 때까지 깨어 있어 주었다. 싱글 침대 위에서 그와 꼭 붙어 있으면 힘차게 뛰는 그의 심장소리가 나에게 전해졌다. 규칙적인 그의 심장박동과 나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 나는 안도하며 잠이 들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잠에서 깬 내가 불안함에 황급히 그를 찾으면 그는 항상 씩씩한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그런 그의 곁에서는 신기하게도 나는 꿈을 꾸지 않고 잘 수 있었다. 가끔 미세한 불안함이 고개를 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호흡에 따라 힘차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그의 가슴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힘차고도 부드럽고도 성실하게 숨을 쉬며 자는 그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 그가 나의 원룸에 찾아오기 시작한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나는 백화점에 가서 두 개의 머그잔을 구입했다. 우유팩도 나쁘진 않았지만 머그잔에 담아서 데운 우유는 온기가 더 지속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머그잔에 담긴 우유를 마시며 나는 그에게 아르바이트를 줄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는 웃으며 그러겠다고 했다. 그는 일주일 중 네 번의 밤엔 아르바이트를 했고 세 번의 밤엔 나와 데이트를 했다. 그와 함께 하는 데이트는 해가 없을 때만 가능했으므로 우리가 집을 나설 때는 언제나 밤이었다. 우리는 아무도 없는 캄캄한 공원을 걷기도 했고, 모든 상점이 문을 닫은 명동거리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배가 고프면 24시간 문을 여는 기사식당에서 밥을 먹었고, 다리가 아프면 비디오 방에 가서 영화를 보았고, 때때로 PC방에서 서로에게 총을 쏘는 게임도 했고, 찜질 방에 가서 구운 계란을 먹기도 했다. 그와 데이트를 하며 나는 밤에도 깨어 있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예전에도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들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나에게 추상적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나는 밤에도 사람들이 살아 있다는 구체적인 느낌을 갖게 되었다. 밖으로 나가지 않는 밤에는 예전에 홈쇼핑에서 주문했던 물건들을 함께 뜯어보며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껍질째 넣어도 무엇이든 주스가 된다던 주서기에 파인애플을 통째로 넣고 갈아보기도 하고, 소나기가 와도 완벽한 방수가 된다던 등산화를 신고 샤워를 하기도 했다. 한번은 하루에 한 포씩 먹으면 좋다는 석류 즙을 한꺼번에 누가 더 많이 먹나 내기를 한 적도 있었다. 그는 13포째 봉지를 뜯다가 포기를 했다. 그리고 26포의 석류 즙을 마시고 27번째 봉지를 뜯는 나를 필사적으로 말렸다. 말리는 그의 모습이 우스워서 나는 일부러 3포를 더 마셨다. 여름인데도 반팔 옷을 입지 못하는 그가 나를 말리며 진땀을 뺐다. 그는 햇빛 알레르기 때문에 언제나 긴 팔과 긴 바지를 입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녔다. 심지어 잠을 잘 때도 긴 옷을 벗지 않았다. 그런 그가 안쓰러워 나는 원룸에 있는 단 하나의 창문에 까만 도화지를 꼼꼼히 붙였다. 하지만 그는 긴 옷을 입는 게 습관이 되어서 피부를 내놓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그저 그가 편하게 자는 걸 바랐으므로 그가 하고 싶어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피부끼리 닿는 부드러운 감촉도 좋을 테지만 뽀송한 면 티에서 느껴지는 감촉도 좋았다. 우리가 편히 잠들 수만 있다면 나는 어떤 감촉이라도 상관없었다. 매일매일이 한결같이 흘러갔다. 그가 퇴근을 하는 아침이면 나는 식탁 위에 두 개의 머그잔을 올려놓고 그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와 있으면 예전의 나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그에게 처음으로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우유 의식’을 하며 예전에 내가 잠들지 못했던 이유를 말해 주기로 했다. 그리고 그를 위해 더블 침대를 하나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가 편하게 자는 것을 바라면서도 미세하지만 집요하게 느껴지는 불안감에 침대 구입을 망설이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 결심을 하고 나자 그의 귀가가 더욱 기다려졌다. 그런데 평소 같으면 벌써 도착했을 그가 오지 않고 있었다. 시계는 6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기에 나는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불안했다. 그는 휴대폰이 없어서 내가 연락을 할 방법도 없었다.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이 지속되자 주변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일이 없어졌다고 했다. 나 역시 그와 지내는 동안 그에게 전화연락을 할 일 따위는 생긴 적이 없었다. 그는 성실했고 한결같았다. 그런 그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나는 편의점에 가볼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별 일 아닐 것이라고 밀려오는 불안감을 외면했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 사정이 생길 수도 있다고 나 자신을 다독거렸다. 그러나 습관이란 무서웠다.7시까지 깨어 있던 나는 불안함과 나른함에 결국 선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하지만 그것은 예전에 내가 꾸었던 꿈과는 달랐다. 그와 내가 함께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는 나에게 등을 보인 채 누워 있었다. 항상 내가 잠들 때까지 나를 안아주던 그였는데 이상했다. 나는 불안한 마음에 동그랗게 구부려진 그의 등에 몸을 꼭 붙이고 그의 겨드랑이 사이로 나의 팔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 크고 단단한 그의 등에 귀를 대었다. 나는 숨을 쉴 때마다 커다랗게 부풀었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그의 등과 가슴을 좋아했었다. 그러나 그의 등은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딱딱할 뿐이었다. 나는 팔을 좀 더 뻗어 그의 왼쪽 가슴에 손바닥을 대보았다. 힘차게 뛰어야 할 그의 심장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당황스럽고 무서워 그를 깨울 용기가 나지 않았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 눈에 눈물이 차 올라 그의 모습이 초현실주의 그림처럼 뒤틀려 보였다. 나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그의 어깨를 잡아 힘껏 내 쪽으로 돌렸다. 그러자 그의 몸이 내 쪽을 향하면서 창백하다 못해 투명해진 얼굴이 툭 하고 침대위로 떨어졌다. 아니 그것은 얼굴이 아니고 가면인 것 같기도 했다. 나는 표정이 떨어져 버린 그의 얼굴로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 그의 얼굴이 아닌 동생의 얼굴이 있었다. 나도 처음 들어보는 날카로운 괴성이 나의 뱃속 깊은 곳에서 터져 나왔다. 잠에서 깬 나는 한참 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감긴 눈이 뜨거웠고 목구멍이 찢어질 듯 아팠다. 하지만 나는 눈물을 흘릴 수도 소리를 지를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내가 겨우 눈을 떴을 때 여전히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오전 10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식탁 위의 머그잔은 아까 내가 놓아둔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몹시 불안해졌다. 편의점에 가보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났다. 물에 젖은 듯 무거워진 몸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자꾸만 다리가 휘청거려서 신발을 신는 데 한참이 걸렸다. 그때 문밖에서 누군가가 디지털 키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고 평소처럼 그가 현관으로 들어섰다. 분명히 내 앞에 서 있었지만 나는 그가 유령처럼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그를 힘껏 밀어버렸다. 무방비 상태였던 그는 휘청거리더니 넘어지고 말았다. 반은 어리둥절하고 반은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그가 몸을 일으켰다. 그는 많이 걱정했냐고 말하며 나에게 다가왔다. 아직 꿈의 잔상에서 깨지 못한 나는 그의 손길을 거칠게 쳐냈다. 교대할 아르바이트 생이 늦게 오는 바람에 편의점을 비울 수가 없어서 늦었다는 그의 말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의심의 독이 내 몸을 가득 채웠다. 나는 식탁으로 걸어가 그의 머그잔을 밀쳐 버렸다. -당신 말 따위 믿지 않아. 그의 머그잔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떨어지면서 머그잔의 손잡이가 깨져 버렸다. 몇 번이나 미안하다고 말하던 그도 주춤하는 듯했다. 그의 태도가 나를 더욱 동요하게 만들었다. 내 몸은 마비가 되는 것처럼 뻣뻣해져 왔다. -남겨진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당신이 알기나 해! 나도 모르는 말이 내게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그를 향해서 하는 말인지 오랫동안 꿈속에 나타난 동생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식탁을 집고 있는 내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때 그가 떨고 있는 나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았다. 그의 손은 가을 단풍잎처럼 빨갛게 변해 있었다. 순간 나는 햇빛 알레르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머니에 넣고 달리려니까 빨리 달릴 수가 없어서…… 느릿한 그의 말에 나는 누군가의 농담에 받아칠 말을 찾지 못하는 사람처럼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는 손 때문에 몹시 고통스러워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그에게 살갗이 찢어지는 아픔은 물론이고 더 큰 상처까지 준 것 같아 고통스러웠다. 그 일이 있은 뒤에도 그의 생활은 전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일주일의 네 번의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했고 세 번의 밤은 나와 함께 보냈다. 달라진 거라곤 아침 6시가 되어도 누워 있기만 하는 나를 대신해 그가 머그잔에 우유를 담아 데우는 일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작은 침대에 그와 몸을 붙이고 있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그의 면 티에서 더 이상 아무런 촉감도 느낄 수 없었다. 꼭 붙어 있는 우리의 몸 사이로 무언가가 비집고 들어오는 것만 같아 숨이 막혔다. 그가 나를 꼭 안을수록 내 마음은 줄을 놓쳐 버린 풍선처럼 그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그의 품에서 잠을 이룰 수 없었고 그런 나 때문에 그도 잠을 자지 못했다. 그는 점점 야위어갔다. 하지만 나는 그를 위해서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었다. 새벽 3시의 골목과 같은 침묵이 우리 사이에 계속되고 있었다. 머그잔을 앞에 놓고 마주 보고 있어도 온몸이 땀에 젖도록 서로를 붙인 채 밤을 새 보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는 아르바이트가 없을 땐 예전에 갔던 밤의 장소에 나를 데리고 가기도 했지만 나는 어디를 가도 무표정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이번에는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하며 내 앞에 석류 즙이 가득 담긴 상자를 끌고 왔다. 나는 그가 내 손에 쥐여 주는 석류 즙 봉지를 멍청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시작, 이라고 힘차게 외친 그는 정말 누군가와 경쟁이라도 하듯 빠르게 봉지를 비워 가기 시작했다. 그는 봉지를 제대로 뜯을 새도 없이 허겁지겁 석류 즙을 마시기 시작했다. 거칠게 봉지를 뜯는 그의 손에 석류 즙이 이리저리 튀었다. 그가 즐겨 입는 하얀 티 위로 석류 즙이 흘러내렸다. 주변에 쌓이는 빈 봉지가 늘어갈수록 그의 옷이 점점 더 붉어졌다. 나는 그가 쥐여 준 봉지를 손에 쥔 채 그를 지켜볼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석류 즙을 마시던 그가 갑자기 ‘컥’ 하는 소리와 함께 마신 것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석류 즙을 비운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모든 것이 쏟아져 나왔다. 방바닥은 물론이고 그의 얼굴과 몸 전체가 붉게 물들어 갔다. 그 모습은 마치 붉은 노을 앞에선 그를 연상하게 했다. 그는 언젠가 나에게 바깥에서 마지막으로 노을을 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나는 두 팔을 벌린 채 저물어 가는 햇빛을 마음껏 받고 있는 그를 상상했다. 한 번도 본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볼 수 없는 장면이 내 앞에 있는 그의 모습과 겹쳐졌다. 나는 그의 자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처럼 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의 얼굴이 달아올라 있었다. 붉게 충혈된 그의 눈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그것은 얼굴 위로 튄 석류 즙에 섞여 잔인하리만큼 아름답고 투명한 붉은색이 되어 흘렀다. 하지만 그는 눈물을 닦을 새도 없이 계속해서 석류 즙을 토해 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그는 더 이상 나를 위해 애쓰지 않았다. 며칠 뒤 출근을 한다고 나간 그는 다음 날 아침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그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당연한 듯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어쩌면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라면 그가 내미는 손을 잡았어야 하는 건지도 몰랐다. 하지만 자는 모습이 성실하기만 한 그에게 차마 내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이야기를 꺼내고 나면 이해 받고 싶어질까 봐 두려웠다. 나는 그에게 그럴 자격이 없었다. 매일 ‘우유 의식’을 함께해 준 그에게 조금도 마음을 열지 않았던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였다. 오늘도 같은 꿈이었다. 나는 그의 어깨를 잡으며 주체할 수 없이 온몸이 떨려 왔다. 할 수만 있다면 도망쳐 버리고 싶었다. 떠날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 하지만 나는 결국 머무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나는 그의 어깨를 힘껏 내 쪽으로 돌렸다. 수십 번도 넘게 반복한 행동이었지만 나는 숨이 막혀 왔다. 그러자 그의 얼굴, 동생의 얼굴 그리고 어린 나의 얼굴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나는 그것들을 껴안고 싶은 마음과는 다르게 필사적으로 피할 뿐이었다. 손을 내저으며 최대한 몸을 작게 웅크렸다. 모든 상황이 잔인했다. 하지만 그들이 잔인한 것인지 내가 잔인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땀으로 흠뻑 젖은 채 잠에서 깼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캄캄한 방안은 시간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작은 창문 위 까만 도화지는 조금의 틈도 없이 꼼꼼하게 붙어 있었다. 마치 내 자신을 보는 것 같은 생각에 나는 다시 숨이 막혀 왔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여름 바람이 훅하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시계를 보니 저녁 6시였다. 나는 방안을 둘러보았다. 한때 이곳에는 머그잔에 담긴 우유처럼 온기가 가득 찼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없는 일주일간 홈쇼핑에서 주문한 상품들이 방안을 채우고 있을 뿐이었다. 뜯지도 않은 상자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공허함은 커지기만 했다. 나는 식탁으로 걸어가 나란히 놓인 두 개의 머그잔을 감싸 쥐었다. 손잡이가 없는 그의 머그잔에 담긴 우유가 찰랑거렸다. 아침에 따라놓은 우유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나는 그가 떠난 뒤에도 매일 ‘우유 의식’을 거르지 않았다. 하지만 내 몫의 우유를 다 마신 뒤에도 여전히 잠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혼자 하는 ‘우유 의식’을 멈출 용기도 나에겐 없었다. 나는 ‘우유 의식’을 하고 나면 억지로라도 침대에 누워 잠이 오길 기다렸다. 그 기다림 끝에 잠이 들면 매일 같은 꿈을 꾸었다. 등을 보이고 누운 그를 꿈속에서 보았는데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면서도 매번 두려웠다. 그와 지내는 동안의 ‘우유 의식’은 나의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버팀목이었지만 이제 그것은 나의 삶을 조여 오는 올가미가 되어 있었다. 나는 갑자기 방안의 공기마저 쌀쌀하게 느껴졌다. 황급히 리모컨을 찾아 텔레비전을 켰다. 화면에는 두 명의 쇼 호스트와 한 명의 여자 탤런트가 하이 톤의 목소리로 석류 즙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석류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과 폴리페놀 성분이 피부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쉴 새 없이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들이 하는 말 중 몇 가지 반복되는 단어만이 띄엄띄엄 들릴 뿐이었다. 석류, 비타민C, 여성, 남성, 남녀노소, 온 가족, 활기찬, 여성,95%, 에스트로겐, 무이자 3개월, 온 가족, 활기찬, 하루 한 포, 석류, 매일 아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나는 휴대폰을 열어 홈쇼핑의 상담 전화번호를 눌렀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참을 수가 없었다. 통화버튼을 누르자 수화기 너머에서 경쾌한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음악은 내가 그의 자는 모습을 처음 보았던 날 편의점 문이 열리며 흐르던 음악소리를 떠올리게 했다. 상담원이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정성을 다하겠습니다.○○홈쇼핑입니다. 나는 가슴이 먹먹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상담원은 잠깐의 시간을 두고 나에게 다시 말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방송중인 석류 즙을 구매하시겠습니까? 나는 간신히 목소리를 짜내어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안녕하세요. 나의 인사에 그녀는 반복되는 말을 다시 건네었다. 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나는 그녀를 향해 질문했다. 석류 즙 한 포에 몇 개의 석류가 들어있나요? 네, 고객님. 한 포에 두 개 정도의 석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그녀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물었다. 석류는 국내산인가요? 그녀는 조금 당황하는 듯했지만 일관된 톤의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최고급 이란산 석류를 사용합니다. 나는 그녀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한참 동안 질문을 계속했다. 나의 질문이 계속될수록 그녀의 말투는 빨라졌고 대답은 짧아졌다. 나의 마지막 질문에 그녀는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한 상품정보를 참조한 뒤 다시 전화를 달라고 말했다. 더 이상 그녀는 나의 질문에 답을 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석류 즙을 주문하겠다고 말하자 그녀는 나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수화기 너머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매우 빠르고 강하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와 나 사이의 흐르는 침묵을 견딜 수가 없었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혹시 저 기억하세요? 여러 번 구매했었는데. 그러자 그녀가 상냥하지만 기계적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감사합니다.○○○ 고객님께서는 석류 즙 재구매 고객이시므로 만원의 할인혜택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나는 상담원의 말에 휴대폰을 놓친 채 일주일간 참아 왔던 울음을 터트렸다.
  • 현대모비스 자동차 부품 세계 톱10 야심

    현대모비스 자동차 부품 세계 톱10 야심

    돌멩이로 황금을 만들 수는 없는 법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부품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조립기술이 뛰어나도 훌륭한 차가 나올 수 없다. 국내 최대의 부품기업 현대모비스가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그래서 중요하다. 글로벌 경영과 품질 경영을 통해 세계 ‘톱10’ 자동차 부품회사로 비상을 꿈꾸는 현대모비스의 미래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현대모비스의 글로벌 생산·물류 네트워크는 국내 단일기업으로서는 가장 많은 수준이다. 국내에만도 공장이 8곳이나 있고 중국·미국·인도·슬로바키아 등 해외 4개국에서 10개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와 체코 오스트라바 공장이 완공되면 해외 생산기지는 5개국 12곳으로 늘어난다. 현대·기아차의 핵심 부품공급기지로서 두 회사가 진출하는 해외공장에는 어김없이 동반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품생산 현대모비스의 주력 생산품은 섀시·운전석·프런트엔드(FEM) 등 3대 ‘모듈(module)’이다. 모듈은 낱개의 부속을 자동차의 구성기능에 맞춰 1차로 조립한 부품 집합체로 일종의 ‘반(半)제품’이다. 현재 섀시 모듈은 국내 250만대·해외 208만대, 운전석 모듈은 국내 245만대·해외 193만대, 프런트엔드 모듈은 국내 75만대·해외 163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모비스 글로벌 경영의 첫 결실은 2002년 중국 장쑤법인(장쑤성 옌청시)의 준공으로 이뤄졌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천리마’,‘프라이드’,‘스포티지’ 등의 3대 모듈을 기아차의 중국법인 ‘둥펑웨다(東風悅達)기아’에 공급하고 있다. 최근 연산 30만대 규모의 제2공장이 설립돼 공급능력이 연 43만대로 늘었다. 특히 제2공장에는 해외공장 최초로 연산 24만대 규모의 자동차용 램프 생산라인도 만들었다. 2003년에는 현대차의 중국 진출에 맞춰 베이징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베이징모비스를 세워 현재 ‘쏘나타’,‘아반떼’,‘투싼’ 등에 들어가는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내년에 제2공장이 설립되면 3대 모듈 생산능력이 각 60만대로 늘어난다. 2004년에는 변속기를 만드는 베이징변속기와 범퍼, 캐리어 등 중소형 사출물을 생산하는 모비스중차도 각각 베이징에 세웠다. 상하이모비스에서는 에어백을 연간 100만대씩 생산하고 있다. 인도 첸나이지역에도 현대차 인도공장의 ‘겟츠’,‘베르나’용 모듈 및 범퍼를 생산하고 있다. 올 초 준공된 슬로바키아 법인은 연산 30만대 규모로 기아차 유럽공장 생산차종의 핵심모듈은 물론 범퍼·운전석 패널 등 사출품까지 공급하고 있다. 이곳에서 불과 100㎞ 떨어진 체코 오스트라바에는 현대차 공장을 위한 모듈공장이 지어지고 있다. ●부품판매 현대모비스는 애프터서비스(AS) 부품 공급을 위해서도 촘촘한 글로벌 물류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전세계 현대차·기아차 구매자들에게 신속하게 필요한 부품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를 권역별로 구분해서 핵심 지역마다 물류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유럽의 벨기에·독일·영국을 비롯해 중동 두바이, 중국 베이징·상하이·옌청, 미국 마이애미, 러시아 모스크바, 호주 시드니 등에 물류기지가 있다. 최근에는 미국 앨라배마, 슬로바키아 질리나, 인도 첸나이공장에 새로 물류거점을 짓는 등 앞으로 28개까지 물류망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2000년부터 국내 중소 부품업체들과 함께 미국 제너럴모터스(GM)·크라이슬러, 일본 도요타, 닛산, 혼다, 미쓰비시 등 대형 완성차 업체를 직접 방문해 부품전시회와 수주상담을 해 왔다. 최근에는 독일 폴크스바겐 본사에서 중소업체들과 함께 대규모 전시회를 열어 호평을 받았다. 그런 노력의 성과가 지난해 8월 크라이슬러 오하이오공장에 세워진 컴플리트섀시 모듈(차량의 뼈대를 이루는 섀시프레임에 엔진·변속기·브레이크 시스템·조향장치 등이 모두 장착된 대규모 모듈) 공장이다. 크라이슬러의 지프 ‘랭글러’용 부품을 만드는 공장으로 부품 공급처 다변화의 최초 성과로 기록됐다. 이준형 현대모비스 모듈수출 담당 상무는 “해외 완성차 업체나 부품업체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수주 활동을 펼 방침”이라면서 “에어백, 제동장치, 조향장치 등 핵심부품과 함께 모듈단위의 부품 수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세계 톱10 달성 시점을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의 전세계 부품업계 순위는 2003년 28위에서 지난해 19위로 뛰어올랐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품질로 기술로 세계가 호평 완성차 고급화의 성패는 어떤 부품이 공급되느냐에 달려 있다. 현대모비스가 첨단 부품기술 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이유다. 실제로 이런 기술개발 성과는 현대·기아차가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된 데 크게 기여했다. 대표적인 것이 ‘꿈의 제동 시스템’으로 불리는 ‘차량 자세제어 장치(ESC)’다. 세계 1위 부품업체인 독일 보슈와 함께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했다.ESC는 빙판·언덕·급회전·장애물 등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바퀴·조향 휠·차체 등에 장착된 센서를 통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자동으로 차를 통제, 미끄러짐을 막는 장치다. 현대모비스는 2003년 연산 100만대 규모의 ESC 공장을 충남 천안에 건설해 현대·기아차에 공급하고 있다. 첨단 인공지능형 에어백 시스템 ‘어드밴스드 에어백’도 현대모비스가 내세우는 기술이다. 안전벨트 착용 여부나 충돌 강도는 물론이고 탑승자의 체격, 앉은 자세까지 감안해 에어백의 팽창크기와 팽창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측면충돌 때 운전자의 머리 부분과 여성·어린이를 보호하는 ‘커튼 에어백’도 개발했다. 경량화(輕量化)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경량화는 연비 향상과 주행성능 개선에 큰 역할을 한다. 현대차 ‘그랜저TG’는 다양한 경량화 기술이 적용된 차다. 부품구성 단계를 줄여 프런트엔드모듈(FEM)의 무게를 대폭 낮췄고 운전석 모듈도 기능별로 구성단계를 통합해 부품 수를 절반(무게 8% 감소)으로 줄였다. 차의 뼈대인 섀시모듈의 경우 컨트롤암(바퀴와 프레임을 이어주는 부품)과 스티어링칼럼을 각각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소재로 바꿔 무게를 30%씩 줄였다. 쾌적한 차량 내부와 환경보호를 위해 국내 최초로 운전석 표피를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PU)’ 소재로 바꾸는 데도 성공했다. 기존 ‘폴리염화비닐(PVC)’ 소재와 달리 냄새가 전혀 없고 촉감이 부드러운데다 내구성도 우수하다. 폐차 때에는 재활용이 가능하다. 생산과정에서의 품질 관리에도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첨단 ‘바코드 시스템’이다. 하나의 모듈에 무수한 부속이 들어가기 때문에 부속들이 제대로 맞춰졌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잘못하면 차의 불량은 물론이고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바코드를 통해 특정한 부속이 해당 모듈에 맞지 않으면 자동으로 작업이 멎는 시스템이다. 운전석에는 세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에코스 시스템’이 적용된다. 각종 경고등·오디오·에어백·주차브레이크 등 60여가지의 전장부품이 제대로 기능을 내는지 자동으로 검사하는 시스템이다. 모듈이 얼마나 적당한 힘으로 조여졌는지 검사하는 ‘체결력(締結力) 관리’, 오일의 양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오일 자동주입’, 운전대와 브레이크의 배관에 새는 곳이 없는지 검사하는 ‘배관 에어리크 관리’ 등도 불량률 제로 달성을 위한 첨단 생산시스템이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추운 겨울, 따뜻한 잠자리가 너무 좋아~

    추운 겨울, 따뜻한 잠자리가 너무 좋아~

    초겨울 밤거리,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의 꿈꾸는 공간은 뭐니뭐니 해도 포근한 침실일 터. 무겁고 싸늘한 기운을 단숨에 몰아내고, 따뜻함과 포근함으로 온몸을 편안하게 감싸줄 잠자리야말로 추운 겨울 가장 신경 써주어야 할 부분이다. ●이불, 속부터 먼저 챙기세요 겨울 침구는 실상 커버의 스타일만큼이나 속의 소재가 중요하다. 자연 소재인 목화솜, 명주솜, 양모솜과 거위털이나 오리털, 저렴한 화학솜은 제각각의 장단점을 갖고 있다. 어머니들의 살림 1호인 목화솜은 보온성이 뛰어나고 인체에 가장 무해한 자연 소재이지만 너무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 귀한 집에 시집갈 때 빼놓지 않고 챙겼던 명주솜은 가볍고 부드럽지만 가격이 만만찮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이불 속은 거위털이나 오리털이다.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긴 하나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사계절 사용할 수 있어 많은 주부들이 찾고 있다. ●편안함을 꿈꾸는 전원풍이 유행 침실 분위기를 옷 갈아 입듯이 가볍게 바꾸고 싶을 때 가장 손쉬운 시도는 침구 커버의 교환이다. 이번 겨울에 어울릴 만한 다양한 소재와 무늬의 제품들이 줄줄이 쏟아져 주부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홈앤드리빙 전문 쇼핑몰인 ‘하우올린(www.hauolin.co.kr)’에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낼 수 있는 체크 문양과 전원 느낌의 제품들을 추천한다. 체크 무늬는 어떤 스타일에나 잘 어울리고 쉽게 싫증나지 않아 꾸준히 인기있는 제품이다. 순면 뿐 아니라 울, 저지 등 촉감이 부드러운 자연 소재가 많아 겨울 아토피나 피부 건조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전원풍 침구에는 리넨 소재나 섬세한 레이스 장식, 손으로 하나하나 수를 놓은 퀼트 이불 등이 있다. 하우올린에서는 퀼트 문양을 프린트해 넣은 ‘퀼트 프린트’ 이불을 저렴한 가격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가격이 비싼 퀼트 이불을 보고 군침만 흘렸던 주부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친환경 기능 추가한 극세사 열풍 극세사는 머리카락의 200분의1 굵기인 매우 가는 섬유. 촉감이 부드럽고 보온성이 뛰어나 최근 들어 겨울 침구류 중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이 됐다. 웰빙 침구 업체인 ‘이브자리(www.evezary.co.kr)’에서는 진드기 침투와 서식을 막고 통기성, 흡습성이 뛰어난 극세사 침구류를 선보이고 있다. 극세사 침구는 차렵 이불, 이불, 이불 속으로 나뉘는데 이불 속 역시 같은 소재로 선택해야 효과와 기능이 배가된다. 올겨울을 위해 새롭게 출시한 크리스마스 제품의 경우 품질은 뛰어나면서 가격 또한 저렴해 마음에 쏙 들 만하다. 가격은 이불, 패드, 베개커버 등 3점 세트가 13만 2000원, 차렵 이불은 11만 5000원이다. ●오가닉, 자연 소재로 고급스러운 웰빙 스타일 극세사의 인기에 필적할 만한 상대는 바로 오가닉(유기농) 침구류다. 깊고 편안한 수면, 즉 ‘쾌면’을 위해 스타일보다는 소재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오가닉 침구는 자연스러운 멋으로 다가온다. 유기농 면 전문 브랜드인 ‘더 오가닉 코튼(www.ocotton.co.kr)’의 침구류는 화학 비료를 3년 이상 쓰지 않은 건강한 토양에서 재배한 유기농 면화만을 사용한다. 어린아이나 아토피가 심한 가족들이 있다면 유심히 볼 만한 제품들을 많이 내놓고 있다. 인위적인 표백이나 가공 과정을 거치지 않아 베이지, 옅은 브라운, 아이보리 등 자연 느낌의 색상을 사용해 쉽게 질리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래픽 문양과 경쾌한 색상이 트레이드 마크인 ‘마리메코(www.ihdesign.co.kr)’의 면과 리넨 소재로 된 침구 역시 원단 제작 단계에서부터 유해성분을 사용하지 않아 유럽의 환경인증마크(Oko-Tex Standard 100)를 받은 제품이다. 격조 있으면서 장식적인 무늬, 기하학적인 무늬, 줄무늬 등 다채로운 문양과 색상이 즐비해 개성있는 침실을 연출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최은선 스타일 칼럼니스트 aleph@nate.com ■ 도움말 및 사진제공:더오가닉코튼, 마리메코,이브자리, 하우올린
  • [최종찬기자의 시드니 뒤집어보기] (7) 관광대국 호주 대표 아이콘들

    [최종찬기자의 시드니 뒤집어보기] (7) 관광대국 호주 대표 아이콘들

    서구의 대표적인 사상가이며 삼위일체론의 저자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단지 그 책의 한 페이지만을 읽을 뿐”이라고 말했다. 여행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남반구의 호주를 관광대국으로 만드는 대표 아이콘들을 한데 모아본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고딕 교회의 건축양식으로 바람을 가득 담은 돛을 형상화했다.1963년 착공해 실험적인 건축을 반복한 끝에 1973년 완성됐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조개껍질 모양의 건물뼈대 아래로 오페라극장과 연주회장 및 소극장이 서로 연결돼 있다. 지붕의 색채는 멀리서 보면 하얀 색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아이보리색에 가깝다. 시드니를 찾는 관광객은 모두 한번은 이곳을 찾을 정도로 유명하다. 해리슨 최(15)군은 “디자인이 세련되고 독특하고 멋있다.”며 감탄했다. 대기업 상사원 김형술(44)씨는 “한국에서 상사가 오면 으레 이곳으로 모신다.4년 동안 100번쯤은 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건물 내부에서보다 바깥의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바닷바람을 느끼고 유람선을 구경하는 것이 더 멋진 추억거리가 될 듯하다. 음식물만 보면 나눠달라고 달려드는 갈매기도 색다른 볼거리다. 이곳에서 세계 두번째로 긴 하버브리지를 바라보면 아치형 다리 상단에서 점들이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을 자세히 보면 줄에 연결돼 다리를 한 계단씩 오르는 사람들의 무리임을 알 수 있다. 인기 관광 상품인 하버브리지 클라이밍을 즐기는 관광객들이다. 이들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찍는 것도 재미를 더할 듯하다. ●울루루 호주 내륙 사막 한가운데 우뚝 솟은 거대한 적색 바위덩어리로 해발 867m, 둘레 길이는 9㎞다. 일명 에어스록. 앨리스 스프링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거리에 있으며 하늘에서 보면 가장 눈에 잘 띈다.198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원주민의 하나인 아난부족들의 성소다. 일출이나 일몰에 짙은 붉은 색을 띠었다가 비가 오고 난 뒤에는 광택이 나고 검은 색으로 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등반에 걸리는 시간은 2시간 정도이며 바람이 불거나 섭씨 36도가 넘거나 습도가 높으면 등반이 금지된다. 문제는 이곳에 파리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는 것이다. 망으로 된 모자를 쓰지 않으면 서 있기조차 힘들다. 관광객 이희경(43)씨는 “이 바위는 괴기함과 동시에 친근감을 준다.”면서 “안전장비도 없이 무릎높이의 로프를 잡고 45도 각도의 바위를 오르는 것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년 관광객 서너명이 등반 도중 추락하거나 심장마비로 죽는다. 관광가이드 이수영(39)씨는 “이곳에 오면 백두산 천지를 오를 때의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울루루 부근엔 36개 큰 바위로 이뤄진 카타주타가 있다. 이곳엔 돌 틈 사이로 바람이 부는 ‘바람의 계곡’이 유명하다. 김재훈(16)군은 “이곳에 서 있으면 오싹한 느낌이 든다.”며 “자동으로 거리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는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도 무슨 이유인지 사진이 흐릿하게 나온다.”고 털어놓았다. ●캥거루 뒤로 가지 못하고 앞으로만 가는 이 동물은 호주 돈 1달러와 50센트 동전의 모델로 쓰이며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호주 수도인 캔버라의 국회의사당에 가면 하원 본회의장 의장석 뒤편의 국회상징 문양에 에뮈와 나란히 하고 있어 캥거루의 지위를 실감케 한다. 시드니에서 캔버라로 가는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캥거루가 그려진 교통표지판을 가끔 볼 수 있다. 이 지역은 캥거루가 도로를 횡단하는 지역으로 운전자의 주의를 요한다는 표시다. 실제로 도로를 횡단하다 자동차에 치여 죽은 캥거루를 볼 수 있다. 캥거루는 대부분 내륙 사막지대에 서식하므로 도시지역에서는 보기 힘들다. 동물원에 가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동물원 자원봉사자들은 캥커루에게 먹이를 줄 때 먹이를 들고 서 있지 말라고 충고한다. 먹이를 들고 서 있으면 캥거루가 뒷발로 공격하기 때문이다. 호주 민간방송사 채널9의 인기프로그램인 ‘퍼니스트 비디오’를 보면 아이들이 캥커루에게 먹이를 주다 뒷발에 차이는 장면이 심심찮게 방영된다. 이호걸(15)군은 “코알라가 게으른 제 동생을 닮았다면 캥거루는 앞치마를 두른 아줌마를 닮았다.”고 말했다. ●코알라 호주 대륙을 지탱하는 유칼립투스나무 위에서 살며 나무타기곰으로 불리기도 한다. 새끼를 육아낭에 넣어 6개월간 기른다. 나무 위에서 하루 20시간 자며 남은 4시간 동안 나뭇잎을 먹는다. 입이 짧아 유칼립투스 가운데 5종류의 잎과 새싹만 먹고 산다. 이들 나무엔 알코올과 마약성분이 있어 늘 취해 있는 모습이다. 성격이 온순해 사람이 만져도 성질을 내지 않지만 머리를 만지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동물원에 가면 나무에 매달려 있는 코알라를 만져보게 해준다. 코알라를 만져보면 그 촉감이 아기를 만질 때와 같이 부드럽다. 그런 느낌을 간직한 채 사진 한 장 찍으면 코알라는 내 것이 된다. 호주가 낳은 세계적인 가수였던 올리비아 뉴턴 존이 코알라를 캐릭터로 한 의류를 팔아 큰 부를 이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스트우드에 사는 최정태(11)군은“코알라는 늘 잠에 취해 있는 마약중독자”라면서도 “너무 귀엽고 털이 부드러워 꼭 껴안고 자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이정희(41)씨는 “털은 부드럽지만 물컹한 살에 대한 느낌은 좋지 않다.”며 “늘 졸고 있는 모습이 보기에 안 좋다.”고 말했다. ●아웃백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형 중의 하나로 호주의 심장부다. 노던 테리토리주의 다른 이름. 매우 건조한 기후로 전혀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지역이다. 마을이라 해야 겨우 건물 몇 개만 덩그마니 놓여 있고 극히 기본적인 편의시설만 갖춰져 있을 뿐이다. 주유소는 수백 마일에 한 개씩 있다. 이곳을 대표하는 것은 붉은 모래, 외딴 단층 오두막집, 끝없이 펼쳐지는 사막이다. 원주민들이 많이 몰려 살고 있어 그들의 문화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선교사 임순영(51)씨는 “정부에서는 원주민들을 사막에서 끌어내기 위해 고속도로변에 원주민을 위한 주택을 건설해 주었지만 원주민들은 이전의 생활습관을 버리지 않으려 한다. 사막으로 들어가면 곳곳에서 반문명상태로 살아가는 원주민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원주민보호구역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고 말했다. siinjc@seoul.co.kr ■ “호주의 배꼽 울루루 강추 원주민 숨결 느껴보세요”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하면 세상의 아름다움을 다 얻을 수 있다.” 호주 시드니에서 관광가이드로 12년째 활동하고 있는 이수용(39)씨는 18일 관광 제대로 하는 법을 이렇게 귀띔해줬다. 그는 “한국 관광객이 선호하는 관광지는 시드니·멜버른·케언스이며, 하비베이 앞의 세계 최대 모래섬인 프레이저섬과 요트 타기에 아름다운 섬 74개가 있는 에얼리비치가 새로 부상하는 인기지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행전문가로 울루루를 강력 추천한다.”며 “울루루는 아웃백 투어의 백미로 세계 최대 바위산이며 호주의 배꼽으로 원주민의 문화와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의미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시간이 나면 항상 여행을 한다는 그는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어도 ‘저런 것 하와이 가도 다 있는데.’ 또는 ‘제주도가 훨 낫네.’라고 말하는 관광객들을 안내할 때가 가장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관광 가이드로서 재미있던 일에 대해 “일상생활에선 전혀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서 며칠간 같이 생활하고 새롭고 유익한 얘기를 나누며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호주를 방문하는 한국관광객은 연 20만∼22만명 정도 된다.”면서 “보통 주 2회 20명 정도를 안내해왔다.”고 말했다. 여행 관련 공간에서는 ‘호주돌기’란 닉네임으로 더 유명한 그는 “유명관광지보다 개인적으로 보고 싶은 것을 꼭 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예컨대 음식 관련 일을 한다면 시드니에 있는 세계에서 네번째로 유명한 식당인 ‘테츠야’를 방문하는 것은 당연하고, 도서관 관련 일을 한다면 서쿨러 키에 있는 세관하우스(customs house)를 꼭 봐야 하며, 커피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서리힐스에 있는 시드니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 가게를 가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관광객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해외여행의 장점은 다른 나라에 있는 좋은 시스템을 배우고 우리나라를 알릴 수 있는 것”이라며 “해외에 나가면 우리 모두 외교관이 되기 때문에 여행지에서 한국 이미지를 손상시킬 행동과 말은 자제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다른 나라의 고유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그는 “내가 살고 있는 산에 계속 머문다면 평생 내가 어떤 산에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나는 새로운 만남을 위해 여행을 떠나며 여행을 통해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siinjc@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나는 바닥에 탐닉한다/천경환 건축가

    바닥이 뜨거운 이야깃거리였던 적은 없었고, 진지한 디자인 비평의 대상이 되었던 기억도 없다. 하지만 알고 보면 바닥은 재미있고, 가끔은 일상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래서, 바닥에 많은 관심과 정성을 기울여야 하고, 또한 아주 중요한 디자인 비평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닥은 햇볕과 빗물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시시각각 다양한 표정을 짓고, 그 표정 안에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햇볕과 빗물을 받으며 수만 가지의 표정을 짓는 바닥은 우리의 마음을 윤택하게 한다. 바닥은 바닥을 차지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치열한 싸움터이기도 하다. 사람들 사이의 다양한 관계와 인연의 흔적이 바닥을 통해 은연중에 드러나는 모습은 적잖게 흥미롭다. 자동차가 다니는 바닥인 도로는 자동차 운행에 관한 각종 정보가 빼곡하게 적혀 있는 안내판이다. 건축물의 바닥은 바닥인 동시에 아래층의 천장이 된다. 아파트의 바닥은 종종 윗집과 아랫집 사이에서 소음 때문에 벌어지는 싸움 마당이 되지만, 인테리어의 느낌과 완성도를 결정짓는다. 거리의 바닥 또한, 그 거리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디자인 요소이다. 눈에 보이는 패턴이나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촉감으로,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그 거리 특유의 느낌을 머릿속에 새겨두게 된다. 무엇보다 바닥을 통해 그곳에서 벌어지는 삶의 구체적인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바닥은 타임캡슐이다. 천장이 무너지고 벽이 쓰러진 한참 뒤에도 바닥은 홀로 남아서 우리에게 예전의 기억을 전해준다. 바닥을 파헤치는 것으로 우리는 과거와의 대화를 시작한다. ‘나는 바닥에 탐닉한다’로 나의 개인적인 취향과 관점이 독자로부터 공감을 얻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 결과 독자들이 주변의 흔한 사물에 문득 한번쯤 더 눈길을 건네고, 자세히 살펴볼 수 있게 된다면 더 좋겠다. 누구나 바닥을 매개로 가슴 속에 담아 놓은 추억들을 갖고 있다. 햇볕이 따스하게 들어오던 넓은 안방의 노란 장판지. 자잘하고 울긋불긋한 타일이 서로를 의지하고 맞물려있던 욕실바닥. 왁스 향이 켜켜이 밴, 칙칙하게 번들거렸던 교실의 마룻바닥. 콩알만 한 자갈들과 뽀얀 흙먼지가 쌓여 있던, 삭막하게 넓었던 운동장 바닥이 기억난다. 또 촌스럽고 의미를 알 수 없는 패턴이 끝없이 반복되었던 보도 블록과 그 보도 블록 위에 점점이 쌓여 있던 노란 은행나무 잎사귀들. 이 책으로 잊고 지내던 옛 추억들을 되살릴 수 있게 된다면, 더더욱 좋겠다.
  • [요리전문가 김수진의 계절별미 오감만족] 다이어트·항암효과 큰 호박잎

    [요리전문가 김수진의 계절별미 오감만족] 다이어트·항암효과 큰 호박잎

    사람에게는 누구나 고향을 그리워하는 향수가 있다. 우리 남편은 어묵(그 옛날 우리가 덴뿌라라고 부르던 반찬)을 좋아한다. 식당에 가면 어김없이 밑반찬으로 나오는 어묵을 먼저 먹는다. 한번은 어묵이 그렇게 맛있고 좋으냐고 물었더니 “맛보다도 어려서 학교 다닐 때 어머니가 매일같이 어묵을 싸주셔서 옛날 생각이 나서 먹는다.”고 했다. 필자 또한 음식 중에 향수 어린 것이 하나 있다. 호박잎이다. 어려서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에 어머니가 여린 호박잎을 삶아서 된장에 싸 잡수시면서 우리에게도 맛있다고 먹으라고 하셨다. 맛도 모르고 밥에 싸서 먹은 것이 이제 나이 들고나니 그때의 추억이 새삼스러워진다. 다른 중년 여성들도 그런 향수가 있지 않을까. 호박은 박과의 일년생 만초로서 열대 아메리카가 원산지이다. 재배식품이며 잎은 넓은 심장 모양을 하고 어긋나게 나며 여름에 노오란 꽃이 핀다. 섬유소와 비타민이 풍부하고 칼로리가 낮아서 다이어트 식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또한 체내의 산화물질을 없애주며 항암작용의 효과가 있다. 호박잎은 여름철에서 10월초까지 주로 익혀서 먹는다. 겉껍질을 살짝 벗겨 낸 뒤 찜통이나 밥솥에서 살짝 쪄 내는데 물기가 많으면 축 늘어져서 촉감도 좋지 않을뿐더러 맛도 없어진다. 호박잎에는 단백질이 부족하므로 된장과 함께 먹는 것이 맛과 영양면에서 모두 좋다. 예로부터 호박잎을 먹을 때는 꽁치나 고등어조림, 고기 등을 넣고 강된장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곁들였다고 한다. 이밖에 장아찌, 국, 된장찌개 등으로도 많이 이용된다. 흔히 ‘호박이 넝쿨째로 굴러들어 왔다’는 말이 있다. 뜻밖에 좋은 물건을 얻거나 행운을 만났을 때 하는 말이다. 그런데 영양가와 맛이 좋은 호박잎의 모체인 호박이 진정한 진가를 모르는 사람들한테 헐값에 매도되기도 했다. 꿈 많은 여학생시절 남학생들한테 “호박꽃도 꽃이냐.” 하고 놀림을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행여 그 당시 우리를 놀리던 남학생들을 만나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호박꽃에 꿀이 더 많은 거 몰랐지롱?” ■ 호박잎 쌈밥 ●재료 및 분량 호박잎 100g(소금 1작은술), 밥 2공기(소금 1/2작은술, 참기름 1큰술), 쌈장 된장 3큰술, 고추장 1큰술, 고운 고춧가루 1작은술, 청양고추 3개, 홍고추 1개, 다진 마늘 1큰술, 양파즙 1큰술, 참기름 1큰술, 물엿 1큰술, 깨소금 1큰술, 견과류(잣, 땅콩, 호두, 해바라기씨 등) 1큰술 ●만드는 방법 1. 호박잎은 겉 껍질을 한번 제거한 후 끓는 물에 소금을 넣어 약 30초가량 데친다. 2. 데친 호박잎은 재빨리 얼음물에 담가 차게 한 다음 소쿠리에 넣어 물기를 뺀다. 3. 밥에 참기름 소금으로 간을 하여 비벼준다. 4. 쌈장을 만든다. 5. 호박잎을 펴서 알맞은 분량의 밥을 넣어 쌈장을 위에 얹어 예쁘게 싸서 접시에 담아낸다. ※ 데친 미나리를 이용하여 묶어 준다. 생선조림을 곁들여서 먹으면 별미. ■ 호박꽃탕 ●재료 및 분량 호박꽃 5개, 쇠고기 100g, 표고버섯 100g, 석이버섯 30g, 애호박 100g, 미나리 5줄, 녹말가루 1큰술, 달걀 2개, 소금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식용유, 깨소금 1큰술. 고기양념(간장 1큰술, 후추 1/4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다진마늘 1/2작은술 설탕 1/2작은술) 육수(쇠고기 200g, 물 3컵, 국간장 1작은술, 무 50g) ●만드는 방법 1. 활짝 피지 않은 호박꽃의 겉껍질을 벗기고 꽃술을 뺀 후 흐르는 물에 재빨리 씻어 소쿠리에 넣어 물기를 뺀다. 2. 소고기는 곱게 다져 제재료에 양념하여 팬에서 볶아낸다. 3. 표고버섯, 석이버섯은 깨끗이 손질하여 곱게 채썰어 소금 1/2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을 넣어 볶아낸다. 4. 애호박을 곱게 채썰어 소금 1/2작은술을 넣어 살짝 절여 물기를 짠 후 식용유를 두른 팬에서 재빨리 볶아낸다. 5. 소고기 100g을 찬물에 씻은 후 제재료를 넣어 맑은 장국으로 끓인다. 6. 미나리는 줄기 부분만 데쳐 찬물에 담갔다가 건져 물기를 꼭 짠다. 7.2,3,4의 재료를 모두 혼합하여 깨소금, 참기름을 넣어 무친다. 8.1의 재료에 7의 재료를 넣어 미나리 끈으로 묶어 준 다음 녹말을 묻히고 달걀물을 입혀 끓여 놓은 국물에 넣어 한번 끓으면 그릇에 담아낸다. 푸드앤컬처코리아 원장
  • 가슴성형 보형물 다양해졌다

    가슴성형 보형물 다양해졌다

    인체에 유해하다는 지적 때문에 국내 사용이 금지됐던 유방 보형물인 ‘실리콘젤’에 대해 식약청이 사용을 승인하면서 기존 생리식염수 백, 더블루멘 등과 함께 유방성형의 종류는 한층 다양해지게 됐다. 그러나 일부 의사들의 무책임한 시술에다 많은 환자들이 정확한 보형물 정보를 갖지 못해 남들이 좋다는 보형물을 선택했다가 수술 후 보형물이 터지는 등의 부작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방 성형, 어떤 보형물이 있으며, 각각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인체에 유해하다는 논란 때문에 1992년부터 국내 사용이 금지됐던 실리콘젤 유방 보형물의 사용이 승인됐다. ●259종 실리콘젤 사용 승인 식약청은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한국엘러간의 ‘이나메드’ 143종, 미국 멘토사의 ‘멘토’ 116종 등 2개사의 실리콘 젤 보형물을 유방 성형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국내 시판을 최근 허용했다. 단, 부작용 예방을 위해 이들 제품을 ‘추적관리 대상’으로 지정, 수술 3년 후부터 2년마다 자기공명영상(MRI)검사를 실시하도록 권고했다. 실리콘젤 보형물이 터질 경우 조직괴사나 관절염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학계의 보고 때문이다. 실제로 FDA는 실리콘젤이 암 또는 자가면역질환과 같이 장기적으로 여성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 지금까지 식염수 보형물이 유방 성형에 사용돼 왔다. 그러나 이후 ▲실리콘 보형물이 여성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은 점 ▲질병을 유발하지 않는 점 ▲실리콘이 자가면역 질환과 유방암 발생 빈도를 높인다는 증거가 없는 점 ▲실리콘 보형물을 삽입한 여성의 질병이 보형물과 직접 관련되었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이의 사용을 승인했다. ●‘코헤시브젤´ 유럽·日서 각광 1962년 미국에서 처음 개발된 실리콘젤은 액상으로 두껍고 투박하며 파열률이 높은 1∼2세대를 거쳐 파열률 낮춘 3세대 등 최근에 개발된 강한 응집력의 4세대 실리콘젤인 ‘코헤시브젤’까지 진화했다. 이번에 승인된 실리콘젤 보형물은 체내 조직으로 스며들지 않도록 응집력을 강화해 터져도 인체에 흡수될 가능성이 적고 제거도 용이하다. 또 형상기억 능력이 뛰어나며 보형물의 표면을 안전하게 처리해 이물감을 주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코헤시브젤은 유럽과 일본 등에서 이미 실리콘젤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유방확대 수술에 사용되는 보형물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다양한 시술 방법 유방성형 시술법은 ▲유륜 주위 절개법 ▲유방 밑 주름 절개법 ▲겨드랑이 절개법 ▲배꼽 절개법 등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유륜 주위 절개법은 수술시 시야 확보가 용이하나 흉터가 문제이고, 유방 밑 주름 절개법은 수술 시간이 짧으나 흉터가 노출될 수 있다. 겨드랑이 절개법은 유방에 흉터를 남기지 않으나 수술 후 통증이 나타나며, 배꼽 절개법은 흉터를 감출 수는 있으나 같은 방법의 재수술이 어렵다. 이런 특징을 살펴 환자들이 자신에게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름다운나라 성형외과’ 정유석 원장은 “코헤시브젤은 생리식염수 백보다 촉감이 좋고, 모양이 자연스러워 앞으로 유방확대수술의 흐름을 바꿀 것”이라며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무면허 시술 등으로 뜻밖의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쥔있는 몸끼리 무허가(無許可) 사랑 30년

    쥔있는 몸끼리 무허가(無許可) 사랑 30년

    30년전- 30고개의 유부남에게 순결을 주었던 18살의 처녀가 50고개에서 우연히 60대가 된 그 첫사랑을 다시 만났다. 이순간 이들 남녀가 다시 불태운, 맺어서는 안될 사랑은 결국 나이에 어울리지않는 죄명으로 쇠고랑을 나란히 차고 말았지만 긴 다홍치마의 멋이 「미니」세대로 변모한 세월에 이르기까지의 30년을 이어온 색다른 이 불의의 사랑 3막이 사연은-. 30년전 아내있는 사내와 이웃사는 처녀가 남몰래 [제1막] 해방이 되기 1년전인 44년봄 아내를 둔 차광희(車光熙)청년(가명·28)은 한마을에 사는 10년연하의 임복영(林福榮·가명) 처녀와 깊은 관계에 빠졌다. 대구시 칠성동 청년단장을 하면서 비교적 마을일에 밝았던 차(車)청년은 그때 지금은 없어졌지만 대구기예(技藝)중학교를 나오고 대구지방법원 교환양으로 일하던 방년18세의 임(林)양과 이웃에 살면서 청년단 일을 핑계로 잦은 접촉을 갖는동안 어느새 정이 들었고 그러다보니 어쩔수 없는 사이가 되고말았다. 그러나 10개월동안 지켜진 이 비밀은 별로 뜬소문없이 끝내 비밀로 묻혀진채 19살 되던해 임양이 대구시 삼덕동 김(金)모씨에게 시집을 가게되면서 「피날레」 간통 제1막은 이로써 무사히 끝났다. [제2막] 이런 내용을 알리없는 불행한 사나이 신랑 김씨는 6·25동란때 군에 입대했으나 교통사고로 숨지면서 결국 그는 아내의 비처녀성을 영원히 모르게 돼고, 임여인과 결혼생활 단3개월을 누렸을 뿐이었다. 「미스」아닌 19살의 「미시즈」임은 그럭저럭 짧은 결혼생활에서 얻은 아들과 단둘이 살다가 6·25 이듬해인 51년 10월 지금의 남편 김기호(金基鎬)씨(가명·46)와 재혼. 그러다 시집간 아가씨는 남편잃고 또 결혼했으니 그때 남편은 28살. 전실소생이 없고 오히려 전남편의 아들이 딸린 그녀 입장에서 재혼생활은 바로 서울로 이사해 옮기면서부터 남편에 대한 정성이 한결 더해졌고 알뜰한 주부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들딸을 낳으면서 날과 달이 흐르기 만10년…. 잔잔한 호수에 돌이 던져지는 운명의 61년 겨울이 왔다. 이해 12월 어느날 대구시 태평로3가 통운창고 옆에 있던 언니집에 다니러온 임여인은 그 옛날의 남자 차씨와 식당에서 딱 마주쳤다. 운명이란 참으로 우연한 사건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16년만에 만난 그녀는 차씨가 이끄는대로 장소를 옮겨 다방엘 갔고 저녁을 같이든 다음 극장을 거쳐 밤11시30분이 되자 자석에 끌린 사람처럼 그를 따라 나란히 여관을 찾았다. 재회가 빚은 간통 제2막은 그이튿날 그녀가 서울로 올라가기까지 서로 시간을 아쉬워하면서 불을 뿜었다. [제3막] 8년이란 세월이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또 흘렀다. 사업을 하는 남편을 따라 대구로 옮긴지도 몇년이 지났다. 무더위가 「아스팔트」를 엿판처럼 녹이는 작년 8월의 어느 하오. 모「택시」회사에 볼일이 있어 좌석「버스」를 타고 영남대학교앞을 지나던 임여인은 누군가 뒤에서 탁치는 촉감을 느끼고 돌아본 순간 까무라치게 놀랐다. 빙긋이 웃으며 서있는 차광희씨는 이제 54살의 「로맨스·그레이」-. 두사람은 「버스」를 내려 그길로 「아카데미」극장옆 A다방에서 밀어를 나누게 됐다. 5년전 아내가 집안에서 계단을 내려오다가 굴러떨어져 숨진 얼마후 지금의 아내인 권(權)모여인(46)과 재혼했다고 차씨는 말했다. 그러면서 『재혼하기전에 당신을 만나지못한게 한스럽다』고 그는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이로부터 몇시간뒤의 일이지만 이들은 어렵지않게 간통 제3막째의 1장을 근처 어느 여관에서 갖고 말았다. 노년기의 마지막 남은 정염을 몽땅 불태울듯 본격화된 제3막째의 50대와 40대의 이 남녀는 얼마전까지 꼬박 1년을 대구근교인 파계사와 동화사며 성당곱창집과 수성못등 유원지를 번갈아가며 밀회를 즐겼다. 그런데 바로 전남편 소생인 임여인의 아들 김모씨(25)가 의붓 아버지에게 귀띔해줌으로써 어머니의 부정이 탄로되고 말았다. 말하자면 임여인으로선 기막힌 업보(業報)인 셈. 시내 향촌동 C다방을 연락「아지트」로 삼은 이들은 작년12월 차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임여인이 다방 「메모」판에 꽂아달라고 어쩌다 아들에게 부탁한 일이 있었다. 이때 슬쩍 편지를 호기심에 뜯어본 아들은 그로부터 이를 미끼로 2~3천원씩 수10차례나 어머니를 괴롭혀 돈을 타냈다. 연서(戀書)심부름 부탁받은 전처 소생 아들이 별 직업없이 따로 살림을 해오던 아들 김씨는 궁할때마다 어머니를 위협했다. 아무리 아들이지만 뜯기다못한 그녀는 지쳐 자연 짜증날때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거절당할때도 많아진 아들은 어머니가 미웠다. 지난 7월. 아들은 의붓아버지인 김씨에게 넌지시 『어머니에게 딴남자가 있다』는 정도로 일러주었다. 김씨는 머리에 선뜻 지피는게 있었다. 그때마다 외박은 단한번도 없었으나 밤늦게 돌아오는 아내의 잦은 외출이 수상쩍던 남편은 그럴싸한 구실로 또 통금시간이 되어서 들어오는 아내를 불러 따졌다. 지난 11월7일의 일이었다. 아내가 부정을 부인할수록 남편의 의심은 더욱 굳어만갔다. 『재혼이라 하지만 저만을 얼마나 사랑해왔는데…』이렇게 생각하자 온몸의 피가 일시에 거꾸로 흐르는것 같은 격한 감정에 빠진 남편은 빨갛게 불에 단 연탄짚게를 임여인의 얼굴에 들이대고 자백을 재촉. 다 듣고난 김씨는 4남매를 낳은 아내와의 이혼소송과 함께 간부 차씨의 처벌을 호소하는 간통고소를 동대구경찰서에 지난 21일 냈다. 남편 김씨(46)는 종업원 4명을 데리고 흑판등 교재도구를 만들어 월5만원 수입으로 착실하게 살아온 가장이었으며, 임여인과함께 구속된 차광희씨(54)는 건축업을 하다가 지금은 C은행본점 00부장대리로 있는 외아들의 수입으로 살아가는 처지. 그는 임여인을 『책임지겠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러나 남편에게 미안하다고만 말할뿐 K검사앞에 머리를 조아린 그녀는 더할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대구(大邱)=임양은(林樑銀) 기자> [선데이서울 70년 12월 6일호 제3권 50호 통권 제 114호]
  • [新 라이벌전] (2) 첨단 IT 이끄는 휴대전화의 ‘맞수’

    ‘휴대전화 한 대 사려고 하는데요, 미니스커트폰과 샤인폰 중에 어느 것이 나은가요.’(네이버 아이디 mjkim9001)‘저라면 생각할 필요없이 샤인폰을 사겠습니다.’(parkny69),‘무조건 미니스커트폰이 더 좋습니다.’(happymsg)미니스커트폰과 샤인폰 중 어느 것이 더 좋으냐는 질문은 인터넷에 수도 없이 올라온다. 한 사람이 샤인폰이 좋다고 하면 그 뒤엔 미니스커트폰이 좋다는 답변이 달린다. 소비자들의 선택이 라이벌 상품을 만든다.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의 ‘미니스커트폰’과 LG전자의 ‘샤인폰’은 휴대전화 단말기의 양대산맥이다. ●성능과 가격대 비슷 미니스커트폰과 샤인폰은 공통점이 많다. 둘 다 슬라이드 방식이다. 화면크기(2.2인치)나 카메라 화소(200만 화소)도 똑같다. 가격대도 거의 비슷하다. 출고가를 기준으로 미니스커트폰은 55만 5000원, 샤인폰은 58만 3000원이다. 업체 관계자는 “디자인이나 기능은 물론 가격도 거의 비슷해 두 모델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샤인폰은 지상파 디지털미디어방송(DMB)을 지원한다. 소재도 종전의 플라스틱이 아닌 스테인리스다. 촉감과 스타일을 차별화했다는 평이다.LG전자는 올해 말 지상파DBM의 전국 상용화가 이뤄지면 판매량이 급신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미니스커트폰에는 홈이나 나사막음 자국 등을 최대한 없앴다. 미니멀리즘이라는 특성에 걸맞게 깔끔함이 특징이다. 또 전국 지도가 들어간 GPS 기능이 내장돼 있다. 네비게이션 역할을 한다. 판매경쟁도 치열하다. 미니스커트폰은 해외에서 ‘울트라에디션 10.9’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올 4월 유럽시장에 처음 출시됐다.2개월만에 100만대가 팔렸다. 텐밀리언셀러(1000만대)를 기록한 ‘이건희폰’‘벤츠폰’보다 판매 속도가 훨씬 빠르다. 지난해 10월에 선보인 샤인폰도 현재까지 해외에서 150만대 등 200만대가 나갔다. 두 모델은 삼성전자의 ‘울트라에디션’시리즈와 LG전자의 ‘블랙라벨’시리즈를 대표한다. 두 시리즈 모두 텐밀리언셀러 고지에 올랐다. 휴대전화 제조업체마다 해마다 150여종의 휴대전화를 쏟아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00만대 이상 팔린 제품은 시장에서 ‘메가히트’제품으로 통한다. 삼성전자에서도 텐밀리언셀러 제품은 ‘이건희폰’,‘벤츠폰’,‘블루블랙폰’등 3개 모델에 불과하다.LG전자는 ‘초콜릿폰’이 유일하다. ●프리미엄 브랜드간 경쟁도 치열 두 회사 모두 제품군을 표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울트라에디션 시리즈는 올 4월 1000만대가 팔렸다. 대표 모델이 미니스커트폰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울트라에디션 시리즈는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첨단기능을 사용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군”이라고 설명했다. 블랙라벨 시리즈는 현재 LG전자 휴대전화의 얼굴이다. 지난 4월 텐밀러언셀러로 등극했다. 시리즈엔 샤인폰이 중심에 서 있다.LG전자 관계자는 “블랙라벨 특히 초콜릿폰이 LG전자의 위상과 수익성을 올리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면 샤인폰은 초콜릿폰의 후광으로 글로벌 히트 기세를 이어가는 명품”이라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의사 한송이의 요리짱건강짱] 초여름 보양식 전복 요리

    [의사 한송이의 요리짱건강짱] 초여름 보양식 전복 요리

    집에 계신 어르신이 몸이 불편하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면 아마 ‘전복죽’일 것이다. 영양 면에서도 뛰어나고 소화도 잘 되며 고급음식이라는 인식 때문인 것 같다. 전복요리는 예부터 궁중요리의 재료로 쓰이던 매우 귀중한 요리이고 지금도 매우 비싼 요리이다. 진시황이 불로장생에 좋다고 구했던 것 중에 우리나라 제주산 전복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전해 온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전복이 생산되지만 우리나라 전복이 가장 맛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엔 5종 서식… 수심 4~20m서 분포 전복은 복족류에 속하는 조개로 수심 4∼20m까지 종에 따라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다섯 종이 서식하고 있다. 현재의 자연산은 대부분 참전복이고 제주 지방에 말전복, 까막전복, 오분자기 등의 전복이 서식하고 있다. 살아 있는 것은 생복(生鰒), 말린 것은 건복(乾鰒) 또는 명포(明鮑)라 하고 익힌 것을 숙포(熟鮑)라 한다. 제주도에서는 전복껍질을 ‘거평’이라 하며 ‘동의보감’에서는 석결명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전복은 ‘뇌공포회론’에서는 ‘진주모’로,‘도홍경’에서는 ‘복어갑’으로,‘본초강목’에서는 ‘천리광’ 등으로 다양한 문헌에서 발견된다. 긴 타원형의 껍데기는 두께가 얇고 표면이 울퉁불퉁하며 물이 통과하는 3∼4개의 흡수공이 있다. 전복의 일종인 오분자기는 일반적인 전복에 비해 크기가 작고, 흡수공이 바깥으로 튀어나와 있지 않아 껍질의 표면이 매끈한 것이 특징이다. 전복은 특유의 오돌오돌하게 씹히는 촉감이 좋아 회로 즐기며, 익혀 먹으면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술안주로 먹기도 하고, 죽을 쑤어 먹기도 한다. 내장은 게웃이라 하여 생으로 먹기도 하고, 젓갈을 담가 먹기도 한다. 다만 4∼5월 산란기에는 내장에 독성이 있으므로 생식은 피하고 살짝 익혀서 먹는 것이 좋다. 바위에 붙어서 갈색조류를 먹이로 하기 때문에 창자에서 해조류의 독특한 냄새가 나고 맛도 별나다. 필자도 전복의 내장을 무척 좋아하는데, 파, 마늘, 고춧가루, 풋고추 등을 넣고 무친 게웃무침은 특히 일식집에 가면 꼭 청해 먹는 메뉴이다. ●간 해독작용과 심장기능 향상시켜 전복에는 아미노산의 하나인 타우린이 풍부하게 들어 있고 칼슘과 철분 등의 무기질, 비타민B1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타우린은 담즙 분비를 도와 담석증을 예방하고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춰줄 뿐 아니라 심장기능을 향상시키고 간의 해독작용을 돕기 때문에 병후 원기 회복에 효과적이다. 노약자나 환자의 회복식으로 전복을 넣은 죽을 권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가장 좋은 것은 살아 있는 전복이지만 너무 비싸서 보통 냉동 전복을 쓰는데, 생전복을 쓸 때는 파란 내장인 게웃을 터뜨려 넣어서 끓이면 은은한 녹두색에 향기도 매우 좋다. 냉동품으로 만들 때는 내장을 넣으면 안 된다. 전통음식 중 하나인 전복장아찌는 마른 전복을 불리거나 생전복을 데쳐 얇게 저며서 썰어 간장과 설탕을 넣고 저민 쇠고기와 함께 조린 것이다. 전복을 데치거나 생으로 칼집을 내어 유자껍질, 배, 무, 파, 고춧가루 등을 넣고 김치를 담가 먹기도 한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참전복마을’은 값 비싸 먹기 힘들었던 전복을 대중화한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다. 전남 완도 노화도에 직영 양식장을 차려 직접 전복을 생산, 공급하고 유통단계를 줄여 가격을 낮춘 탓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전복 메뉴를 실컷 맛볼 수 있다. 모두 활전복으로만 요리하는데 전복회, 전복죽, 전복찜 외에 전복초밥, 전복구이, 전복삼계탕(해신탕), 전복해물찜 등의 메뉴가 있으며 여러 가지 전복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참전복특정식을 권한다. 싱싱한 생전복은 단단하게 오도독 씹히는 질감이 매력이고, 익힌 전복은 탄력있고 부드러운 질감에 혀끝에서 느껴지는 감칠맛이 매력이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는 야채를 넣고 얼음을 동동 띄운 새콤달콤한 전복물회를 청해 먹어 보는 것도 좋겠다. 전화 (02)421-5551. 참전복죽 1만원, 해신탕 1만 3000원, 참전복회. 참전복구이 3만원씩, 참전복특정식 3만 5000원.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여성전문병원 유비여성클리닉 원장
  • 비오듯 흐르는 땀 확 날려버려요

    비오듯 흐르는 땀 확 날려버려요

    날씨가 여름을 향해 달려가면서 벌써부터 많은 직장인과 학생들이 ‘땀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올해 기록적인 무더위가 찾아올 것이라는 예보도 있는 만큼 특히 땀 많이 흘리는 사람들은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야 할 시점이다. 지나치게 땀을 많이 흘리면 스스로 신체적·정신적인 위축감에 빠지게 되기 쉽다. 상대방에게 고약한 냄새를 풍기게 될 수도 있다. 바깥 활동이 많은 남성들에게 도움될 만한 제품들을 찾아봤다. ●통기성 높인 ‘프리미엄 언컨수트´ 아무래도 시원한 옷을 통한 자연스러운 통풍으로 땀 날 요인을 막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제일모직 로가디스는 기존 ‘언컨수트’를 한층 업그레이드해 통기성과 청량감을 높인 ‘프리미엄 언컨수트’를 최근 출시했다. 주머니, 안감, 어깨 솜 등 체온이 높아지는 부분에 특수소재 ‘매쉬 트리코트’를 사용해 땀으로 인한 끈적임도 줄였다. ‘언컨수트’는 신사복의 골격 역할을 하는 모심(신사복의 형태를 잡아주는 심지)을 최소화하고 어깨패드 두께도 일반 수트의 절반 이하로 줄여 일반 수트보다 100g 이상 가볍다. 통기성도 뛰어나다. 제일모직 갤럭시는 외부 기온보다 0.5∼1도 체온을 낮춰주는 ‘애니슈트’를 선보였다. 온도조절 기능이 있는 수백만개의 마이크로 캡슐이 함유된 고기능성 ‘냉감소재’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상의 중 가장 체열이 많이 발생하는 어깨 패드에 냉감소재를 적용해 체열을 방사하고 옷과 피부가 닿을 때 온도를 낮춰준다. 코오롱 맨스타의 ‘에어컨 수트’는 미국 우주항공국(NASA)이 개발한 특수물질을 사용해 쾌적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외부온도가 떨어지면 열을 보충하고 올라가면 열을 흡수해 의류 상태를 쾌적하게 유지해 준다. 학생복 브랜드 아이비클럽의 여름 교복은 하루의 대부분을 교복과 함께 생활하는 학생들의 패턴을 반영해 기능성 소재를 도입했다. 남학생 와이셔츠에는 통풍성이 뛰어난 ‘쿨에버’ 소재를 썼다. 바지 소재는 ‘썸머 쿨 울’ 원단으로 모시의 시원함과 순모의 부드러운 촉감이 뛰어나다. 땀 흘려도 달라붙지 않고 손 세탁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겨드랑이와 등 부분이 땀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물조직의 ‘매쉬안감’으로 ‘에어존’을 만들어 땀 흡수율과 통풍성도 높였다. ●탈취 기능 뛰어난 속옷 ‘한지 새 모시´ 트라이브랜즈는 천연 한지를 가공한 속옷 ‘한지 새 모시’를 출시했다. 닥나무 껍질로 만든 천연 한지를 가공해 땀 흡수 기능이 일반 면보다 2.5배 이상 뛰어나고 건조 속도도 2배 이상 빠르다. 탈취 기능도 일반 면 제품보다 3배 이상 우수하다. 좋은사람들의 등산 전용 속옷 ‘맥스 와일드’는 흡습 속건 기능이 우수한 쿨맥스 소재를 사용해 면보다 평균 3배 이상 빠른 속도로 땀을 흡수하고 배출시킨다.‘녹차 속옷’은 녹차 추출물을 가공해 섬유 안에 넣은 기능성 원단으로 만들어 땀 냄새를 덜어주고 피부 트러블을 막아주며 흡수력이 뛰어나다. ●바르는 다한증 치료제 ‘드리클로´ 저절로 흐르는 땀을 화학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제품들도 나와 있다. 한국스티펠의 드리클로는 겨드랑이, 손, 발 부위에 바르면 피부 표피층의 땀을 억제해 과도한 땀의 분비를 줄이는 바르는 다한증 치료제(일반의약품)다. 니베아 데오드란트도 땀 억제 성분으로 강력한 발한 억제효과를 낸다. 코오롱패션의 제옥스 ‘로퍼 드라이즈 슈즈’는 신발 자체에 통풍 기능이 있다. 구멍 난 신발 창과 특수 막으로 걸을 때 발생하는 땀과 열을 억제해주며 신발 안의 온도를 조절하는 효과가 있다. 천연 화산석 제품 전문업체 포조리아는 순수 국내 화산석을 가공해 원단에 코팅처리를 한 청바지를 출시했다. 화산석 고유의 흡착력 및 탈취, 항균기능으로 여름에 땀이 차더라도 옷이 몸에 달라붙지 않아 시원하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관능적(官能的)인 여성(女性)이 되는 법

    관능적(官能的)인 여성(女性)이 되는 법

    8월24일자 「뉴스위크」지는 『섹스는 어떻게 배워야 하나?』란 특집을 마련, 『관능적인 여성이 되는 법』을 1천5백년전 인도의 『카마·수트라』이래의 성전(性典)이라고 밝히고 다음과 같이 평했다. 『모든 사람들의 놀라움속에 출판된 「관능적인 여성이 되는 법」은 값어치 있는 현대의 성전으로 인정되고 있었다. 수녀들에겐 필요 없겠지만 환희를 맛보고 싶은 모든 여성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관능적인 여성이 되는 법」은 사창가에서 쓰이는 용어들은 마구 쓰고 있어 얼핏 읽기에는 30대 중년의 남성이 속내의 바람으로 써갈긴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 미혼여성인 「존·개리티」양. 「개리티」양은 자주 그녀의 성불만을 친구인 「스튜어트」(이 책을 출판한 출판사의 사장)에게 털어놓았는데 그녀의 「섹스·프로그램」에 감탄한 「스튜어트」의 권유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이 책의 인기는 숱한 실례와 더불어 「당신의 육체를 훈련함으로써 섹스를 배우고 즐길 수 있다」는 주장에 있다. 「마스터즈」와 「존슨」(「인간의 성적반응」의 저자)두 박사가 운영하는 「에잘렌」연구소는 이 책의 「섹스·프로그램」을 환자들의 치료용으로 쓰고 있으며 이미 11판을 거듭, 40만부가 매진됐다.』 마음 가짐을 편히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모든 동작은 세상 태어난 뒤 배운 것들입니다. 걸음마에서 시작, 말을 배우고 읽기 쓰기 노래부르기 수영 가계부 맞추는 법「브리지」놀이하는 법 시장에서 물건값 깎는 법 등 모두가 배운 것입니다. 당신의 관제탑이라 할 수 있는 머리로. 이와 마찬가지로 당신의 관제탑은 당신을 관능적인 여성으로 만들 수 있읍니다. 당신이 하실 일은 오직 마음을 편히 가지는 것 뿐입니다. 당신이 「트럭」운전사처럼 생겼든 「튀기」처럼 말라깽이든 「베티·데이비스」처럼 뚱뚱보든 상관이 없읍니다. 당신은 당신 자신의 노력으로 남성들은 즐겁게 해 줄수 있고 남성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예민한 감수성을 관능적인 여성이 되려는데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여성잡지에선 아무것도 배울 것이 없읍니다. 새로운 화장법이 라든가, 무늬진 「스토킹」,뇌쇄적인 향수, 그런 것은 침실에선 별로 쓸모가 없읍니다. 이런 외향적인 것보다는 당신 자신의 육체가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관능적인 여성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다음의 4가지 열쇠입니다. ① 예민한 감수성 ② 갖고싶은 욕망 ③ 주고싶은 욕망 ④ 성(性)기교 이번 장(章)과 다음 장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첫 번째 열쇠인 예민한 감수성입니다. 사랑을 나눔에 있어서 당신의 육체는 곧 사랑의 기계가 됩니다. 기계는 일단 돌기 시작하면 최대한의 능률을 내야지요. 악기는 안아껴야 「아더·루빈시타인」이나 「반·클리번」같은 천재적 「피아니스트」는 그들의 재능을 발휘하기 위해 「피아노」를 아끼는 일을 없답니다. 당신은 틀림없이 1급 연인이 되고 싶으실 거예요. 그렇다면 당신의 연인이 당신의 육체를 마구 혹사하도록 만드세요. 자신이 마치 「루빈시타인」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이르게끔 말예요. 명기(名器)는 명연주자를 만들기도 한답니다. 이번 장과 다음 장에서 당신이 하게 될 훈련들은 틀림없이 당신을 「섹시」한 「스타인웨이·피아노」를 만들어 줄 것입니다. 하나 미리 알려드릴 것은 이제부터 시작할 훈련들이 장난이 아니란 점입니다. 당신은 아마 처음엔 좀 우습겠지요. 그러나 그건 당신이 아직껏 해보지 못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지나면 당신은 피곤한 발을 주무르는 일이나 당신의 얼굴에 「크림·마사지」를 하는것처럼 이 훈련들을 해낼수 있을 것입니다. 눈감고 알아내기 〈관능훈련1〉이 첫 번째 훈련은 당신의 촉각을 예민하게 하는 훈련입니다. 가죽장갑 분갑 비눗갑 털모자 머리「핀」 접시 비단목걸이 빵조각 진주목걸이 나뭇잎 등 당신 주변에 있는 잡동사니들을 모두 모아 탁자위에 놓으셔요. 그 다음 전등을 끄고 안락의자에 앉아 당신의 눈을 수건으로 동여매세요. 그 다음 천천히 차례차례로 손가락을 움직여 탁자위의 물건이 무엇인지를 알아맞혀 보세요. 하나하나의 구조가 당신 손가락에 익도록. 촉감·기억력 훈련 자, 이번엔 손을 탁자에서 떼고 지금 당신이 만진 물건이 무엇이었던가를 천천히 음미해 보세요. 진주목걸이의 차고 딱딱한 맛, 분갑의 얄팍함, 털모자의 부드러운 촉감등 당신은 당신의 촉감의 기억력에 아마도 놀라실거예요. 다시 한번 탁자위의 물건들을 만져 볼까요? 됐어요. 이젠 쉬세요. 상체에 차례차례 〈관능훈련2〉 눈을 감고 탁자옆에 다시 앉을까요? 이번엔 상의를 올리세요. 그런 다음 털, 가죽, 수건등을 차례로 집어 당신상체에 부드럽게 대어보세요. 조심조심 그리고 천천히 상체 이곳 저곳을 건드려 보세요. 오른손에 잡고 왼손의 손가락끝부터 왼쪽 팔의 안쪽 겨드랑 목덜미 뺨 머리 눈썹위 코 오른쪽 뺨 입술 목 어깨 그 다음 가슴 아래 위로 건너가 보세요. 다음, 다시 탁자위에 물건을 놓고 지금 느낀 감촉을 되살려 보세요. 물론 눈은 여전히 감은 채로입니다. 다음은 가죽 차례. 그리곤 손수건으로, 「코스」로 돕니다. 당신의 상체 곳곳은 지금 받고 있는 촉감을 틀림없이 기억해 둘 것입니다. 잠들기전의 훈련 〈관능훈련3〉 잠들기 직전에 하기 좋은 훈련입니다. 우선 침대에 깨끗한 「시트」를 까세요. 그위에 당신이 좋아하는 향수를 뿌려놓고 전깃불을 끄고 촛불을 켜 놓으세요. 다음 당신이 좋아하는 「레코드」를 틀거나 마음에 드는 「라디오」음악을 틀어 놓으세요. 준비가 되었으면 목욕탕에서 뜨거운 물에 오랜 목욕차례. 당신 몸의 긴장을 모두 풀어버리는데 도움이 되실거예요. 목욕이 끝나면 흡사 왕녀라도 된듯한 기분으로 수건으로 몸의 물기를 닦으세요. 그리곤 발가벗은채 그대로 침대에 뛰어드는 거예요. 로션을 바르셔요 은은한 촛불과 감미로운 음악속에 당신은 발가벗은채 운동을 시작합니다. 구르고 뻗어보고 몸을 움츠려보고 뒤로 젖혀보고 당신 발끝을 돌려 보세요. 다음, 당신이 쓰는 「로션」을 가슴부터 시작, 하복부까지 천천히 발라내려 가세요. 물론 눈을 감으셔야죠. 당신의 굴곡진 육체를 더듬어 내려가는 손길이 아주 멋있죠? 당신을 「나르시시스트」로 만들 생각이냐고요? 그럴지도 모르죠. 당신이 「라켈·웰치」같은 몸매를 갖고 있지 않은 다음에야 당신 몸에 제일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은 당신이 아녜요? 「로션」 바르기가 끝났다고요? 그럼 수건으로 닦아내세요. 이제 다 끝났죠? 촛불을 끄고 잠을 청하세요. 잠이 무척 잘 오죠? [선데이서울 70년 9월 6일호 제3권 36호 통권 제 101호]
  • [씨줄날줄] 로봇헌장/진경호 논설위원

    ‘그녀’를 사러 백화점에 들렀다. 눈처럼 희고 부드러운 피부, 육감적인 몸매, 백치를 연상케 하는 표정….(중략)사라의 육감적인 뒷모습도 더이상 자극을 주지 못했다. 언제나 같은 온도, 같은 촉감의 인조피부,…똑같은 톤으로 흘려대는 녹음된 비음 따위…. 로봇인간을 소재로 한 단편집 ‘창작기계’에 실린 작가 이상운씨의 ‘권태증후군’에 나오는 대목이다. 소설은 가까운 미래, 한 독신남자가 섹스로봇을 구입한 뒤 겪는 성 체험과 심리적 변화를 그렸다. 최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국제로봇자동화학회에서 ‘로봇 매춘이 인간 매춘부의 대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한다.‘머지않아 성인용품처럼 섹스로봇(섹스봇)이 대중화할 것’이라는 게 영국 인텔리전트 토이 대표 데이빗 레비의 주장이다. 그는 5년 안에 이 섹스봇이 보급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간을 닮은 로봇, 즉 휴머노이드 개발은 일본을 비롯해 각국이 심혈을 쏟아붓는 분야다. 지난해 일본 아이치로봇박람회에 선보인 실리콘 피부의 ‘리플리Q1’은 섹스봇 출현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예고한다. 윤리적으로 인간과 기계의 섹스를 허용하느냐 마느냐의 논쟁은 불행하게도 이미 승부가 끝난 듯하다. 지난해 유럽로봇연구네트워크가 내놓은 로봇윤리 로드맵에서도 이 섹스봇을 규제하는 항목은 배제됐다.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로봇윤리헌장’도 궤를 같이할 모양이다. 친인간적 로봇문화와 로봇산업 발전의 조화를 추구하는 만큼 이를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로봇산업 진흥을 위해 전 세계가 앞을 다투는 상황에서 윤리를 내세우는 규제장치는 설 땅이 없는 상황이다. 섹스봇 옹호론자들은 성폭력과 매춘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줄이는 데 섹스봇이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제적 능력은 접어두고라도 성욕 해소를 로봇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의 인권은 여전히 미해결의 과제로 남는다. 진화생물학자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섹스가 인간을 만들었다.”고 했다. 섹스봇이 정녕 21세기 인류의 바수밀다(婆須蜜多)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길섶에서] 맹각(盲刻)/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전재덕의 하모니카는 청승맞지 않다. 그의 재즈는 깊고, 또 현란하다. 심연의 영혼을 일깨운다. 시각장애인이다.2옥타브 반을 오가며 쏟아내는 음의 향연. 스스로 깨우치고 음을 찾아 냈다.“하모니카 입에 물면 내 가슴엔 별이 뜨고/…내 맘 속 숨겨둔 많은 얘기/떠난 그댄 알고 있겠지” ‘나의 하모니카’다. 손가락 장애의 재즈기타리스트 라인하르트에게 헌정하는 심정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세계적인 타악기 주자 이블린 그레니가 곧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갖는다고 한다. 스코틀랜드 태생의 그녀는 청각장애인이다. 소리를 듣는 게 아나라 만진다고 했다. 살갗에 전해오는 진동은 귀를 통해 듣는 것보다 더 또렷하다고 한다.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새삼 놀라게 한다. 타이베이 고궁박물관엔 콩 한 톨 크기의 조각이 있다. 눈으로 확인하며 새기기엔, 너무 작다. 하지만 확대 촬영한 그림을 보면, 정교함이 환상이다. 손의 촉감으로 조각한 것이다. 맹각(盲刻)이다. 때론 눈보다 마음으로 읽는 게 더 또렷한 모양이다. 우리네 삶속이라고 다를까.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먹을거리 산책] 표고버섯

    알뜰한 소비와 건강한 생활을 위해 매주 금요일 ‘제철 먹을거리’를 소개합니다. 제철 먹을거리를 고르는 방법과 가격 등 궁금증을 해소하시기 바랍니다. ●표고버섯은 이런 것 독특한 맛과 향, 매혹적인 씹는 촉감 등으로 흔히 버섯의 귀족이라 불린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항암효과와 항바이러스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가의 잔주름, 기미, 거친 피부에도 효과가 있다. 광택이 있고, 갓 밑 주름이 뒤집히지 않으며 난황색을 띠는 것이 좋다. ●어떤 게 있나 갓의 퍼짐과 표면 균열, 육질의 두께에 따라 화고, 동고, 향고, 향신으로 나뉜다. 화고는 갓의 퍼짐이 거의 없고, 육질이 두꺼우며 갓 모양이 거북등처럼 갈라져 있다. 향신은 갓이 가장 크게 퍼져 있고, 육질이 얇다. 이중 화고 가운데 성장기간이 길고 봄에만 수확되는 백화고를 최고로 친다. ●얼마에 어떻게 생표고를 기준으로 가락시장에서는 20∼30t이 거래된다. 이중 백화고는 하루 두 궤짝(8㎏) 정도 들어온다. 궤짝 하나에 6만∼7만원선이다. 화고는 4만∼5만원, 동고 2만∼3만원, 향고 1만∼2만원, 향신 5000∼1만원선이다. 지난겨울에는 비교적 기온이 따뜻해 표고 생산이 많아져 작년보다 가격대가 낮아졌다. 도움말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조사분석팀 이한미 대리
  • [먹을거리 산책] 표고버섯

    [먹을거리 산책] 표고버섯

    ●표고버섯은 이런 것 독특한 맛과 향, 매혹적인 씹는 촉감 등으로 흔히 버섯의 귀족이라 불린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항암효과와 항바이러스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가의 잔주름, 기미, 거친 피부에도 효과가 있다. 광택이 있고, 갓 밑 주름이 뒤집히지 않으며 난황색을 띠는 것이 좋다. ●어떤 게 있나 갓의 퍼짐과 표면 균열, 육질의 두께에 따라 화고, 동고, 향고, 향신으로 나뉜다. 화고는 갓의 퍼짐이 거의 없고, 육질이 두꺼우며 갓 모양이 거북등처럼 갈라져 있다. 향신은 갓이 가장 크게 퍼져 있고, 육질이 얇다. 이중 화고 가운데 성장기간이 길고 봄에만 수확되는 백화고를 최고로 친다. ●얼마에 어떻게 생표고를 기준으로 가락시장에서는 20∼30t이 거래된다. 이중 백화고는 하루 두 궤짝(8㎏) 정도 들어온다. 궤짝 하나에 6만∼7만원선이다. 화고는 4만∼5만원, 동고 2만∼3만원, 향고 1만∼2만원, 향신 5000∼1만원선이다. 지난겨울에는 비교적 기온이 따뜻해 표고 생산이 많아져 작년보다 가격대가 낮아졌다. 도움말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조사분석팀 이한미 대리
  • ‘아름다운 국토횡단 마라톤’

    ‘아름다운 국토횡단 마라톤’

    장애인의 날(4월20일)을 맞아 울산에서 ‘대한민국 장애인 축제’가 열린다. 경기도 동두천에서 울산까지 600㎞를 종단하는 ‘1004 릴레이 마라톤 대회’를 시작으로 1000명의 시각장애인과 시민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 전남 신안의 작은 섬 아이들로 구성된 ‘섬드리 합창단’과 정신지체 아동들이 선보이는 ‘아름다운 창작 뮤지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선보인다. 울산MBC(사장 김재철)가 지난해에 이어 주최하는 장애인의 날 행사는 4월1일부터 22일까지 열린다. ●20개구간 1500리 이어달리기 ‘우리모두 천사가 됩시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울산을 비롯해 전국에서 진행되는 장애인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1004 릴레이 마라톤 대회’.4월1일 ‘천사 운동’의 발상지인 동두천을 출발해 18일 울산종합운동장에 골인하는 코스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선수 1004명과 보조주자 2000명 등 5000여명이 참가해 20개 구간 1500리를 이어 달린다. 구간별로 주민들과 연예인, 스포츠 스타, 신부와 수녀 등이 참가해 장애인들의 역주를 돕는다. 동두천과 의정부에서는 미군 장병들이 참가하고, 충북 음성에서는 신부와 수녀, 경북 영천에서는 3사관학교 장병 등 구간마다 지역 주민과 지역 단체 등이 참가한다. 전 국가대표 마라토너 김완기씨를 비롯해 비장애(12명)·장애(7명)인 마라토너 19명은 전 구간을 완주한다. 서울을 통과하는 날짜에 맞춰 청계천광장에서 축하공연을 갖는 등 다양한 볼거리도 준비돼 있다. ●향기와 소리로 느끼는 아름다운 동행 4월18일 부산·울산·경남지역 시각장애인 1000여명을 초청해 자원봉사자 1000여명과 함께 울산 현대자동차 생산현장에서 소리·촉감으로 산업현장을 체험한다. 시각장애인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다. 이어 동구 방어진 일산해수욕장에서 파도 소리와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하고 울산대공원 나비원을 방문해 꽃향기를 맡고 나비를 만져보며 세상의 향기, 사물과 소통한다. 정신지체아들로 구성된 울산 태연재활원생 뮤지컬 팀과 전남 신안군 작은 섬마을 어린이들로 구성된 섬드리합창단은 4월17∼20일 성남 아트센터와 대전 우송예술회관, 울산 문화예술회관에서 창작 뮤지컬 공연을 갖는다. 김재철 사장은 “대한민국 장애인 축제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화합과 배려의 마음을 돈독하게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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