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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외래종, 생태계 문제만은 아니다/방상원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 연구위원

    [열린세상] 외래종, 생태계 문제만은 아니다/방상원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는 이미 외국으로부터 많은 종류의 외래종들을 들여와 일상생활에 필요한 자원들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외래종으로는 감자·고구마·화훼·과수·개량종 가축과 애완동물 등이 있다. 이들 외래종이 중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만큼 모든 외래종이 나쁘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다만 우리 생태계의 질서를 교란하고 고유의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며, 경제적인 피해도 막대하게 끼치는 악성의 위해(危害) 외래종들이 나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외래종 전문가들은 ‘10% 룰’이라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즉, 외래종 중에서 10% 정도가 자국의 생태계에서 생존할 수 있으며, 생존한 외래종 중에서 10% 정도만이 정착해 악성의 위해 외래종으로 피해를 끼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유럽 전역으로 들어온 외래종 수는 1만 1000종에 이르고 이 중 15% 정도가 악성의 위해 외래종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들 악성 외래종은 어떤 경로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걸까? 이미 피해를 끼치고 있는 야생동·식물보호법 지정 16종의 위해 외래종들을 보면, 외래식물의 경우에는 대부분이 국제무역·여행 등을 통한 히치하이킹(Hitchhiking)으로 수입자재·선박·여행객의 옷 등에 묻어서 들어온다. 반면 외래동물은 모두 산업용·애완용 등의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들여온 종들이다. 한 예로 당초 뉴트리아는 모피용 및 육용으로 들여온 뒤 농가에서 많이 사육하였으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관리소홀로 인해 생태계로 유출되었다. 그 결과 현재 남부지역에서 서식하면서 습지식물과 하천변의 비닐하우스 작물 등을 갉아먹는 등의 피해를 끼치고 있으며, 최근 습지보호지역인 경남 창녕 우포늪에까지 확산되어 그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면 위해 외래종이 끼치는 피해는 얼마나 심각하며 위중한 것일까? 위해 외래종이 끼치는 피해를 모두 나열하는 것은 현존하는 과학기술로도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생태계란 오랜 시간 동안의 진화와 생물체들 간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거치면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외형적으로 파악 가능한 피해 외에도 단기간 내에 육안이나 과학기술로는 파악할 수 없는 피해들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알려진 외형적 피해사례로는 위해 외래종이 먹이사슬을 교란하거나, 고유의 토종생물을 섭식하거나, 생태적 지위가 유사한 토종생물과 먹이·서식지·산란지 경쟁을 하면서 토종생물을 멸종에 이르게 하거나, 울창한 삼림과 습지를 잡초로 뒤덮어서 초토화시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외에도 땅굴을 파고 서식하는 외래동물종에 의해 제방이나 둑이 무너져서 홍수가 나거나 홍수에 취약하게 하고, 위해 수중외래종이 수로 또는 항구에서 번창해서 선박의 운항을 방해하는가 하면, 기생충이나 세균의 숙주로서 인간과 가축에 질병을 전파하기도 한다. 따라서 위해 외래종에 의한 피해는 매우 다양하며 위중하다고 할 수 있다. 위해 외래종의 피해액은 얼마나 될까? 유엔환경계획(UNEP)의 사무총장 아킴 슈타이너는 2010년에 전 세계적으로 위해 외래종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액이 매년 1조 4000억 달러(약 1580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올해 우리 정부예산의 약 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실제로 2006년도에 미국이 외래종 문제 해결에 약 1조 4000억원, 일본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약 328억원의 예산을 집행한 것을 감안하면 그럴 만도 하다. 따라서 외래종 문제를 단순히 먹이사슬 교란과 토종의 멸종 등으로 인식되는 생태계 피해 문제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직·간접적인 경제적 피해 문제로도 인식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국제무역 및 해외 여행객의 증가 그리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확대 등으로 과거보다 더 많은 외래종들이 국내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정부와 국회는 우리나라의 외래종 문제의 확산과 심각성을 인식하고 관련 법률의 개정과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루속히 외래종 문제의 확산과 재발 방지를 위한 과학적인 법제가 마련되어 외래종으로 인한 생태적·경제적 피해를 예방할 수 있기를 바란다.
  • 필리핀 열대폭풍우에 1500명 사망·실종

    필리핀 열대폭풍우에 1500명 사망·실종

    필리핀 남부가 16일(현지시간) 열대 폭풍우 ‘와시’에 휩쓸려 초토화됐다. 남부 민다나오섬의 카가얀데오로와 일리간, 라나오델수르 등 8개주에 집중된 피해로 18일 오후 8시(한국시간)까지 사망·실종자만 1500여명을 넘겼다. 필리핀 적십자사의 집계에 따르면 사망자는 652명에 이르고 900명이 실종됐다.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이 고립돼 있는 데다, 날이 개고 폭우가 그치면서 수면 위로 시신들이 무더기로 떠오르고 있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피 주민도 3만 5000명을 넘어섰다. 특히 폭풍우는 주민들이 잠든 16일 밤부터 17일 새벽에 발생해 피해가 더 컸다. 12시간여에 걸쳐 내린 폭우가 민다나오 지역의 산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며 잠자던 주민들을 덮쳤다. 홍수에 만조까지 겹치며 수위는 성인 남자 키 높이만큼 급작스레 불어났다. 리처드 고든 적십자사 회장은 “민다나오는 평소에 태풍이 잦은 지역이 아니라서 주민들이 재난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터라 충격이 더 컸다.”고 말했다. 태풍, 강풍 등은 필리핀 중·북부를 주로 강타하지만 북반구의 겨울 찬바람으로 인해 남쪽으로 밀려 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가장 광범위한 타격을 입은 곳은 해안도시인 카가얀데오로와 일리간이었다. 이 도시들은 순식간에 전복된 차량과 뿌리째 뽑힌 나무들이 처참하게 나뒹구는 진창으로 변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카가얀데오로에서만 한국 교민 1명을 포함, 346명이 목숨을 잃었다. 교민 김모(16)양은 침수된 자택을 빠져나오지 못해 변을 당했다. 이곳 마을 23개가 전체 또는 부분 침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가얀데오로에 거주하는 전 국회의원 아이 에르난데스는 AP와의 인터뷰에서 “1시간도 안 돼 물이 발목 높이에서 3.3m까지 불어나 천장까지 차올랐다.”고 말했다. 24개 마을이 침수된 일리간에서는 206명이 숨졌다. 이들 대부분이 어린이, 여성인 것으로 보고됐다. 콤포스텔라 밸리주(州) 몬카요에서는 산사태로 5명이 숨지고 90명이 긴급 대피했다. 필리핀 당국은 실종자 수색 및 구조작업을 위해 2만여명의 군 병력을 투입했다. 필리핀 재난대응기구는 시체 운반용 부대와 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미국, 영국 등 국제사회는 잇따라 지원 의사를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7일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필리핀의 홍수 피해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태국 남부 동쪽 해안가에도 19일까지 이틀간 호우 경보가 내려졌다. 태국 남부센터는 태국만에 최대 3m 높이의 파도가 일 것으로 예상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2011 관가 10대 뉴스] (6) 구제역 파동

    지난겨울 사상 유례가 없었던 구제역 발생으로 올해 봄까지 전국의 축산 농가는 초토화됐다. 경북 안동의 한 축산농가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4월 중순까지 150여일이나 지속되며 11개 시·도 75개 군의 6241개 축산농가를 휩쓸었다. 구제역은 방역당국은 물론, 현장에 파견된 공무원이 격무로 사망하는 등 큰 후유증을 남겼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소 15만 1000마리, 돼지 331만 8000마리, 염소 8000마리, 사슴 3000마리 등 가축 348만 마리가 매몰 처분되었다. 계속되는 방역과 매몰작업으로 8명의 공무원이 목숨을 잃었다. 구제역은 초기대응 부실로 막대한 비용과 시행착오를 겪은 다음에야 기세가 꺾였다. 정부는 초기 살처분으로 구제역 확산 저지에 나섰다. 하지만 요원의 불길처럼 전국으로 계속 번지자, 백신접종이란 극약처방에 나섰다. 따라서 재정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살처분에 따른 보상비 1조 8000억원, 방역과 백신접종비 등을 합쳐 3조원이 넘는다. 수많은 가축들이 동시다발로 살처분되다 보니 부실 매몰지에서 침출수 유출로 인한 2차 환경오염 문제까지 불거져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급기야 정부는 사태 수습을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6개 중앙부처에서 선발된 인력으로 ‘부처합동 매몰지관리 지원팀’을 꾸려 대응에 나섰다. 당시 중대본에 파견됐던 한 과장은 “구제역과 매몰지 정비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언론과 인터넷에서 ‘식수대란’, ‘침출수 비상’, ‘축산업 붕괴’, ‘대재앙’ 등 극단적인 표현들이 나와 힘들었다.”면서 “아침 일찍 나와 밤늦게 들어가다 보니 육체적·정신적 이중고에 시달려야 했다.”고 회상했다. 또 가축 살처분을 지켜봤던 지방의 한 공무원은 “동물을 처참하게 죽여야 했던 광경을 떠올리면 진저리가 쳐진다.”면서 “다시는 그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구제역과의 전쟁에 일반행정 공무원 48만명, 군인 33만명, 경찰 14만명, 소방공무원 30만명, 민간인 69만여명 등 연인원 200만명이 참여했다. 살처분된 가축 무덤이 전국적으로 4800여개나 만들어졌다. 특히 가축 매몰지 침출수 유출 등 2차 피해 우려는 아직까지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제역 때문에 국민들이 겪은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구제역이 발생한 축산농가 근처는 통행이 원천적으로 봉쇄됐고, 경조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가축들이 대규모로 살처분되다 보니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의 수입이 늘고, 가격도 올라 물가에 큰 타격을 안겼다. 엄청난 대가를 치르는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라면 방역에 대한 시스템과 축산농가의 의식을 한 단계 높였다는 점이다. 정부가 ‘가축질병 방역체계 개선 및 축산업 선진화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방역체계를 보완·개편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성과물로 해석된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北 포격에 K9 자주포 응징 → KF16 전투기 미사일로 초토화

    北 포격에 K9 자주포 응징 → KF16 전투기 미사일로 초토화

    #시나리오1# 0월 0일 오후 1시. 해병 연평부대가 K9 등 공용화기로 연평도 남동쪽 해상 사격 구역을 향해 사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도중, 오후 2시 33분 북한군이 개머리지역에서 연평도 지역으로 122㎜ 방사포 수십 발을 발사하며 도발을 감행해 왔다. #시나리오 2# 연평도 포격 도발이 시작된 직후 북한군 특수부대인 해상저격여단을 태운 공기부양정이 백령도를 기습 점령하기 위해 고속으로 기동하기 시작했다. 합동참모본부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1주년을 맞아 북한의 재도발과 백령도 기습 점령 시도 상황을 이처럼 가정하고 육·해·공군과 해병대가 모두 참가하는 합동 기동훈련을 실시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합동 기동훈련은 오후 2시 34분 북한군이 연평도 북쪽 12㎞ 거리의 개머리 지역에서 쏜 122㎜ 방사포탄 수십 발이 연평도를 포격하고, 같은 시간 북한군 해상저격여단이 고암포 기지에서 공기부양정으로 기동하는 상황에서부터 훈련이 시작된다. 지난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와 같은 시간대에 훈련을 진행함으로써 뼈아픈 상처를 다시는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이번 훈련에는 ▲도발 원점뿐 아니라 후방 지원세력에 대한 응징 ▲서북도서방위사령부에 의한 1차 대응 ▲공대지 미사일을 탑재한 전투기 동원 등 연평도 사태 이후 개편된 작전 체계가 적용된다. 1차 대응은 ‘선(先)조치-후(後)보고’ 원칙에 따라 연평도 사태 이후 3배가량 증강된 연평도 K9 자주포의 반격으로 시작된다. 신형 대포병탐지레이더인 ‘아서’와 음향탐지장비인 ‘할로’를 통해 실시간으로 파악된 북한군의 도발 원점이 반격 목표가 된다. 또 백령도에서는 새로 증강된 AH1S 코브라 헬기가 긴급 출동해 토 미사일을 발사하며 북한군의 공기부양정을 침몰시키고 저지한다. 곧바로 위기조치반이 소집된 합참에선 정승조 합참의장이 육·해·공군 및 해병 합동 전력의 투입 준비 및 경계태세 강화를 전군에 지시하게 된다. 이에 따라 초계 비행 중이던 KF16 전투기가 연평도 인근 상공으로 이동하는 한편 후방의 F15K 전투기는 사거리 278㎞의 지상공격용 미사일인 AGM84H(슬램ER)를 장착하고 출격한다. 백령도 남방 해역에서 초계 중이던 호위함(2300t급)이 북한군의 공기부양정 침투 지역으로 이동하고 서해상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던 한국형 구축함 KDX1(3800t급)도 유도탄과 함포사격을 할 수 있는 전투 대기 태세에 들어가게 된다. 육군은 수도군단 산하 K9 자주포 부대를 전개하고 적의 추가 도발과 기습 침투에 대비한 경계태세에 돌입한다. 북한군의 첫 포탄이 연평도에 떨어진 지 5분 만인 오후 2시 39분, 반격에 나선 K9 자주포탄은 북한의 개머리 포 진지를 무력화시킨다. 북한군이 무도 해안포기지에서 2차 포격을 감행하자 정승조 합참의장은 KF16과 F15K 전투기에 미사일 발사 명령을 하달한다. 전투기들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지역에서 도발 원점인 무도 갱도 속에 숨은 해안포들을 향해 직격탄을 발사해 무력화시킨 데 이어 슬램ER 미사일을 발사해 적 후방 지휘소와 지원세력까지 초토화시킨다. 이 미사일은 NLL 이남에서 발사하면 평양의 노동당사까지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또 무모한 도발을 감행한다면 우리 군은 공군을 포함한 합동전력으로 도발 원점과 지원세력까지도 단호히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합법화하면 오진 등 부작용 우려”

    “합법화하면 오진 등 부작용 우려”

    “의학적 안정성의 결여와 의료 생태계를 초토화할 원격 화상진료에 대한 의료법 개정안은 마땅히 백지화돼야 합니다.” 한동석(53·신경외과 전문의) 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 겸 대변인은 16일 “화상진료는 기존의 대면진료와 달리 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상담에 불과함으로써 오진(誤診) 등 각종 의료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런 문제로 인해 화상진료가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 없으며, 의학적 안정성도 담보되지 않았다.”면서 “따라서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의료 행위는 정부·의료계·학계 간의 논의를 통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의사와 환자 간의 화상진료의 전면 도입과 관련한 의사 회원들의 입장도 대변했다. 그는 “개원의들은 원격진료가 일반 환자로 확대될 경우 자본력과 기술력, 인지도가 떨어지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몰락하고 결국 의료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한 최대 피해는 결국 서민들이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면진료를 하는 상황에서도 일반 환자들이 대학병원과 대형병원,수도권 병원으로 쏠리는 바람에 의료원 의료기관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면서 “원격의료까지 허용하면 동네 병원은 초토화되고 말 것”이라고 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日노다 “TPP, 관련국과 협의” 공식선언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를 선언했다. 노다 총리는 11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에 즉시 참여’라는 표현 대신 ‘협상 참여를 위한 관련국과의 협의’라는 방침을 밝혔다. TPP에 신중해야 한다는 민주당 내부 의견과 야권의 반발을 감안한 조치다. 노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무역 건국으로서 오늘까지 번영을 구축해 온 풍부함을 차세대에게 계승해 활력 있는 사회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교섭 참가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TPP 교섭 참가에 대한 정치권의 신중론과 반대론을 의식해 “일본의 의료 제도, 전통 문화, 아름다운 농촌은 단호히 지켜 안정된 사회의 재구축을 실현하겠다.”고 덧붙였다. TPP는 농산물을 포함한 모든 상품의 관세를 완전히 철폐하는 높은 단계의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지난 2006년 싱가포르와 뉴질랜드, 칠레, 브루나이 등 4개국이 참여하면서 출범했다. 초기에는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미국이 지난 2009년에 참여, 이를 주도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참여국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미국이 세계 1위, 일본이 세계 3위이다. TPP 협상 참여 국가의 전체 GDP에서 미국과 일본의 비중은 90%에 이른다. TPP 협상이 사실상 미·일 FTA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미국과 일본은 TPP 참여를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FTA 선점을 통한 무역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한국에 뒤진 FTA를 한꺼번에 만회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은 세계 무역시장에서 35.8%의 FTA 체결 비율을 보이고 있지만 일본은 17.6%에 불과하다. 하지만 농업계와 농촌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들과 야권은 TPP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요구에 끌려갈 것이라며 반대해 진통을 겪었다. 미국과 호주 같은 농업대국의 수입 농산물이 무관세로 들어오면 자국 농가가 초토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일본이 TPP 협상에 참여한 이후에도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TPP는 농업은 물론 금융서비스, 의료, 정부 조달 등 모두 21개 분야에서 폭넓은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구상인 만큼 각 분야에서 10개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앞서 노다 총리는 당초 10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TPP 협상 참여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었으나 민주당 내 반발과 야권의 저항을 의식해 결정을 하루 미뤘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터키 동부 초토화… 이란까지 지진 공포

    터키 동부 초토화… 이란까지 지진 공포

    23일 오후 1시 41분(한국시간 오후 7시41분) 터키 동부 반 주(州)의 주도 반 외곽에서 리히터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했다. 터키 현지 방송은 반 주의 동부 에르지쉬에서 현재까지 30명이 숨지고 150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스탄불 칸딜리 관측소는 반 시 북동쪽에서 약 19㎞ 떨어진 타반리 마을에서 강진이 일어났다며 500~10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지진 전문가들은 지진의 강도로 미뤄 사망자 수가 1000명을 넘을 것으로 우려했다. 터키 동부 산악지대인 반 주의 주도 반시는 수도 앙카라에서 1200㎞ 떨어져 있으며 38만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지진으로 아파트, 호텔, 기숙사 등 수십 채의 고층 건물이 붕괴되면서 인명 및 재산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베시르 아탈레이 터키 부총리는 지진으로 45채의 건물이 붕괴됐다고 밝혔다. 에르지쉬에서는 30여채의 아파트 건물과 기숙사 1채가 무너져 내렸으며 반시에서도 10채의 건물이 붕괴됐다. 베키르 카야 반 시장은 “통신도 두절돼 누구하고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 주민들이 모두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도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지진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현지 방송 NTV가 전했다. 지진 직후 건물 잔해에 깔린 주민들의 신음 소리가 도시 곳곳에서 진동했다. 베이셀 케세르 반 지역 당국자는 “붕괴된 건물에서 사람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지 방송들은 혼비백산해 비명을 지르며 거리로 뛰쳐나오는 사람들과 땅이 요동치면서 처참하게 파손된 차량, 건물을 비추며 아비규환과 같은 상황을 생중계했다. 현장에는 병원이나 구조시설 등 재난 대비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줄푸카르 아라포글루 에르지쉬 시장은 “임시 텐트와 구조팀이 급히 필요하다. 구급자도 없고 병원도 하나뿐인 상황”이라고 현지 언론에 호소했다. 첫 번째 지진이 발생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같은 지역에 규모 5.6의 여진이 두 차례나 발생했다. 이날 지진은 반시에서 남쪽으로 100㎞ 떨어진 마을 하카리에서도 10초간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강력했다. 특히 반은 이란 북서부 국경 지대에 인접해 있어 이란의 주요 도시들에도 진동이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이란 주요 도시의 시민들도 지진 공포에 떨고 있다고 이란 언론들은 전했다. 터키는 지층이 매우 불안정한 단층지대에 자리해 있어 소규모 지진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당초 이 지진의 강도가 리히터 규모 7.6이라고 발표했다가 7.2로 수정했다. 1999년에는 두 차례의 강진으로 2만여명이 숨졌고 1976년에는 반 주의 칼디란 마을에 강진이 발생해 3840명이 죽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올 시즌 프로농구 ‘신 황금세대’ 4인 주목

    올 시즌 프로농구 ‘신 황금세대’ 4인 주목

    새 얼굴을 주목하시라. 올 시즌 프로농구에 ‘신 황금세대’가 뜬다. 중앙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무적 신화’를 일군 오세근(인삼공사)·김선형(SK)·함누리(전자랜드)가 홀로서기를 시작했고,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던 미국유학파 최진수(오리온스)도 한국농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08~09시즌 하승진·강병현(이상 KCC)·윤호영(동부)·김민수(SK) 등 ‘황금세대’가 머쓱할 법한 ‘대단한 아이들’의 등장이다. 지난 10일 프로농구 미디어데이에 모인 ‘루키 빅4’는 신인상 후보로 오세근을 지목했다. 드래프트 1순위로 인삼공사 유니폼을 입은 오세근은 힘과 스피드에 탄력까지 겸비해 대학 때부터 ‘탈 아마추어급’으로 평가받았다. 2008년 일찌감치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리고 ‘큰물’에서 쑥쑥 성장하며 대학무대를 초토화 시켰다. 프로선수들과 대표팀에서 플레이를 해봤기 때문에 적응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양희종-김태술과 ‘87년생 트리오’ 오세근-박찬희-이정현을 품에 안은 인삼공사가 올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른 것도 오세근의 중량감 때문이다. 비시즌에 아시아선수권대회(중국 우한)에 출전하느라 소속팀과 손발을 맞춰본 기간은 짧다. 그러나 오세근은 두 차례 시범경기에서 모두 더블더블을 작성하며 연착륙 전망을 밝혔다. 오세근은 “기대를 많이 받아서 부담스럽긴 하지만 좋은 동료들이 많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순위로 SK에 둥지를 튼 김선형도 주목할 신인이다. 빠르면서도 파워 있고 경기를 조율하는 센스도 뛰어난 ‘만능 가드’다. 같은 팀의 ‘테크노 가드’ 주희정과 비슷한 스타일. 김선형은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중앙대의 대학리그 전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범경기 평균 15점(5어시스트)으로 득점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농구인들의 시선은 ‘미완의 대기’ 최진수에게 쏠린다. 3순위로 오리온스 유니폼을 입었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농구를 배웠고 미대학스포츠협회(NCAA) 1부리그 메릴랜드대학에서 뛰었다. 큰 키(202㎝)에 스피드와 슈팅능력까지 겸비해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약속된 팀플레이로 맞춰 돌아가는 한국농구에 얼마나 적응할지가 관건. 최진수-이동준(200㎝)-크리스 윌리엄스(198㎝)가 버틸 오리온스 골밑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지난해 동부의 ‘트리플 타워’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전자랜드의 부름을 받은 4순위 함누리도 눈여겨봐야 한다. 속공에 능하고 수비도 끈질긴, 감독들이 좋아하는 성실한 유형의 선수다. 문태종의 백업으로 출전할 예정. 지난 8월 코뼈 부상을 당했지만 거뜬히 회복한 정신력도 돋보인다. 시범경기에서 26점 8리바운드로 가능성을 보였다. 정창영(LG), 이지원(모비스), 유성호(삼성), 김현민(KT), 김현호(동부), 정민수(KCC) 등 ‘빅4’ 못지않은 뜨거운 꿈을 품은 신입생 이름도 기억해 두자.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국정감사] 野 “미디어렙법 처리 지연 즐기나” 崔 “종편 광고영업 자율 보장해야”

    [국정감사] 野 “미디어렙법 처리 지연 즐기나” 崔 “종편 광고영업 자율 보장해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22일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미디어렙 관련 법안의 처리 지연을 둘러싸고 여야 간 책임 공방이 뜨겁게 펼쳐졌다. 여야 의원들은 국감 시작을 알리는 공이 울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 ‘네 탓 공방’을 펼쳤다. 이로 인해 방통위를 상대로 한 질의와 답변은 당초 예정 시간보다 1시간가량 늦게 시작됐다. 여야는 2008년 11월 방송광고 체제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만큼 조속한 미디어렙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3년 가까이 입법이 지연된 데 대해 서로 책임을 미뤘다. 민주당 김재윤 의원은 “위헌 결정이 난 지 3년째인데 주무 부처인 방통위가 미디어렙법에 대해 손을 놓고 있어 방송광고 시장이 초토화됐다.”면서 “대통령 측근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도 “미디어렙법 처리가 안 되는 것을 정부가 즐기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정부에 법안 제출권이 있는 만큼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을 담은 정부안을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미디어렙법 처리 지연을 야당 탓으로 돌리는 것은 허위날조”라면서 “여당 내 의견이 정리가 안 됐던 탓인데 여당 안이 없다면 방통위가 정부안이라도 가지고 오라.”고 따졌다. 그러나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은 “야당은 그동안 미디어렙법 심의에서 토론을 기피하면서 일방적인 주장만 되풀이했다.”면서 “이제 와서 정부·여당 책임을 말하는 것은 정치쇼”라고 맞섰다. 이에 대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미디어렙 정부안은 방통위 의견으로 국회에 전달돼 있다.”고 반박했다. 최 위원장은 미디어렙 관련 법안에 종합편성 채널의 강제 위탁 규정을 넣지 말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도 고수했다. 그는 “종편에 대해서는 늘 같은 말씀을 드렸다. 규제는 가능한 한 최소화화는 게 좋은데 현재 종편 관련 광고 영업이 자율로 보장돼 있어 규제에 넣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원론적 대답으로 일관했다. 그러면서 “종편에 대해서는 현행법대로 시행하는 것이 옳지 방송사가 출범하기 전에 종전 틀을 바꿔 새로 입법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최종원 의원은 종편 사업자들에 대한 방통위의 특혜 의혹을 따져 물었다. 최 의원은 “당초 종편 사업계획서에는 채널A를 제외한 전 채널이 모두 9~10월에 방송을 시작하도록 돼 있다.”면서 “그런데 방통위의 승인장에는 종편 개시일이 아예 공란으로 돼 있어 종편에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고 캐물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방송 개시일을 승인일로부터 1년 이내에 하도록 재량을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3분’ 후반 교체 출전 박지성 첫골 쏘는 데 걸린 시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아스널을 상대로 시즌 첫 골을 폭발시켰다. 박지성은 29일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아스널과의 경기에서 5-1로 앞선 후반 22분 교체 투입돼 팀의 여섯 번째 골을 터뜨렸다. 정규리그 두 번째 경기 출전 만에 시즌 마수걸이 골을 넣은 박지성은 아스널을 상대로 통산 5호골을 폭발시켜 ‘아스널 킬러’임을 다시 입증했다. 맨유는 전반 22분 대니 웰벡의 헤딩 선제골을 시작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웨인 루니, 2골을 넣은 ‘전입생’ 애슐리 영, 루이스 나니, 박지성이 줄지어 아스널의 골문을 초토화시키면서 무려 8-2 대승을 거뒀다. 시즌 초반 영과의 주전 경쟁에서 한 걸음 물러서 있던 박지성은 적절한 시기에 값진 골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맨유는 전반을 3-1로 앞섰고 후반 19분 루니, 22분 나니의 골이 터지면서 승리를 확신한 퍼거슨 감독은 후반 22분 나니 대신 박지성을 오른쪽 날개로 투입했다. 박지성은 그라운드에 나선 지 불과 3분 만에 영이 내준 패스를 받아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강력한 왼발슛을 시도했다. 박지성의 발끝을 떠난 공은 수비수 요한 주루의 가랑이 사이를 뚫고 아스널의 골대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영국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골 넣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며 박지성에게 평점 6을 줬다. 교체 출전 시간을 감안하면 적정한 평가다. 박지성의 포지션 경쟁자인 영은 ‘놀라운 2골’이라는 평가와 함께 8점을 받았다. 한편 아스널의 웽거 감독은 맨유와의 경기 뒤 BBC와의 인터뷰에서 “박주영이 계약서에 서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카다피 동상 ‘참수’… 공관 무차별 약탈

    카다피 동상 ‘참수’… 공관 무차별 약탈

    “오늘이 비로소 리비아인이 자유를 쟁취한 첫날이다.” 42년간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무아마르 카다피의 트리폴리 요새 ‘밥알아지지야’가 23일(현지시간) 함락되자 반군과 시민은 총을 치켜들며 해방감을 만끽했다. 파죽지세로 수도를 장악해 가면서도 “밥알아지지야 안에서 자축할 것”이라며 전의를 다져 왔었다. 여섯 달의 내전, 그 사이 수많은 가족과 친구를 잃었던 이들은 쌓인 울분을 풀듯 요새 곳곳의 시설을 부수고 닥치는 대로 전리품을 챙겼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의 공중지원을 받으며 육상저지선을 뚫은 반군은 요새에 도착, 1m 두께의 출입문과 시멘트벽을 향해 총탄을 쏟아부었다. 미스라타에서 트리폴리로 합류한 반군 최정예 부대 수백 명이 선봉에서 한참을 공격하자 대문 중 한 곳이 갈라졌다. 기세에 눌린 카다피군이 도주하면서 승부는 쉽게 갈렸다. 순식간에 알아지지야에는 반군기가 게양됐다. 요새 안에 입성한 반군은 6㎢에 이르는 경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몰락한 독재자의 흔적을 파괴하고 ‘전리품’을 수집했다. 반군과 시민 수백 명은 금빛 카다피 조형물을 찾아 머리 부분을 떼어냈고 손바닥으로 후려치다가 분이 안 풀린 듯 땅에 처박은 뒤 짓밟았다. 1986년 미군의 트리폴리 공습을 기억하려고 카다피가 세운 ‘비행기를 움켜쥔 주먹’ 조형물도 청년들의 분풀이 대상이 됐다. 요새 곳곳은 이미 5개월여에 걸친 나토군의 폭격으로 벙커 등 곳곳이 초토화된 상태였다. 카다피가 머물던 저택도 무차별 약탈당했다. 카다피를 상징했던 군모와 복장에서부터 기이한 수집품, 카다피 가족 구성원의 것으로 보이는 건강기록카드까지 남아나는 게 없었다. 반군은 금을 덧씌운 총과 트로피 등을 들고 나와 자랑하듯 외신 카메라 기자들 앞에서 흔들었다. 카다피가 TV에 등장할 때 애용하던 전동 골프 카트도 반군 차지가 됐다. 한 청년은 카다피의 희귀 모피를 몸에 두르고 집 밖으로 나왔다. 카다피가 6개월 전 반정부시위가 발생했을 때 처음 TV에 나오며 입었던 옷이다. 한 반군은 “많은 친구가 (내전 중) 숨졌다. 그들이 오늘 함께 이 자리에 있어야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밥알아지지야 요새는 1969년 카다피에게 쫓겨난 아드리스 국왕이 처음 지었다. 쿠데타 이후 카다피가 관저와 막사, 통신센터 등으로 활용해 왔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인가, 이타적인 동물인가.’  이 질문에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흔히 인간은 이기적이면서 이타적이기도 한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 현대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은 ‘순수하게’ 이기적인 동물이다. 1976년 영국에서 출간된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옥스퍼드대 교수의 이 이론은 여전히 생물학계의 주류로 각광받고 있다. 도킨스의 이론은 결코 이해하기 쉬운 내용은 아니다.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이자 기계’ 정도로 요약된다. 모든 생명체가 자기 보존의 원칙이라는 한 가지 목적만을 갖고 있으며 유전자는 이에 맞춰 프로그램돼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흔히 인간을 동물과 다르게 하는, 남을 위한 희생정신과 이타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타성은 수많은 학자들이 진화생물학을 반박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이번 주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 & What)에서는 ‘인간의 이타성’에 대한 공개재판을 열었다. 피고석에는 역사상 가장 ‘이타적인 과학자’로 꼽히는 러시아의 식물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1887~1943)가 앉았다. 인류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를 떠돌며 종자를 모았지만, 정작 본인은 감옥에서 굶어죽은 비극의 주인공이다. 인간의 근원에 대한 왕성한 탐구욕을 보여 온 영화 ‘혹성탈출’ 속 원숭이들의 영웅 시저가 검사로 나서 바빌로프의 이타적 유전자를 기소했다. 바빌로프의 변호는 그의 후계자로 평가받는 ‘녹색혁명의 아버지’ 노먼 빈센트 볼로그(1914~2009)가 맡았다. 시저 니콜라이 바빌로프. 1887년 모스크바 출생. 작물학자이자 식물유전학자, 수집가, 탐험가. 맞는가? 바빌로프그렇다. 시저법정에 섰는데도 전혀 낯설어하지 않는다. 보통 피고인석에 서게 되면 죄를 지은 사람이나 아닌 사람이나 모두 긴장한 모습이게 마련인데. 바빌로프 2년 정도 수용소와 법정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때보다는 오히려 분위기나 의자가 편하다. 시저당신이 왜 여기에 불려 왔는지 죄목을 알고 있나. 바빌로프잘 모르겠다. 시저당신은 유전자의 법칙을 거스른 혐의를 받고 있다. 현대 진화생물학의 핵심 토대인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따르면 유전자는 오로지 생존만을 생각한다. 그런데 당신의 일생은 이 이론으로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 자리의 배심원 앞에서 그걸 입증해 보이겠다. 당신의 집안은 꽤 부잣집이었다. 당신의 부모는 당신이 섬유공장을 물려받기를 원했는데 왜 따르지 않았나. 바빌로프우리 가족이 부유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난 세 명의 형제들을 어려서 병으로 잃었다. 그 때문에 나를 포함한 나머지 형제들은 당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던 과학과 의학을 통해 이 같은 불행을 없앨 수 있다고 믿었다. 누나 둘은 의사와 세균학자, 형은 물리학자, 난 식물학자가 됐다. 시저다른 형제들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런데 왜 당신은 식물학인가. 당시에는 식물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별 의미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바빌로프사실 의사가 될지 식물학자가 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학 입학 직전 러시아에 최악의 흉년이 닥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 시저당신 자신을 위해서였다면 분명 의사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 아니었나. 잘살고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식량을 걱정해서 식물학자가 됐다는 사실부터 아이러니하다. 과학적 발견으로 인류의 고통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자만에 빠져 있었던 것 아닌가. 바빌로프그게 나의 가장 큰 희망이었다. 난 새로운 발견을 할 때마다 ‘이 발견을 어떻게 농사에 활용할 수 있을까.’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또 작물의 질병과 전염병 때문에 생겨나는 기아, 사망, 이주, 사회불안을 막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시저그래서 결국 당신은 가족조차 버리고 먼 길을 떠났다. 1916년에 처음 파미르 고원으로 ‘페르시아 밀’을 찾아 떠난 이후 1933년까지 115차례나 소위 ‘종자찾기 여행’을 했다. 첫 여행을 떠날 때는 신혼이었고, 아들이 태어났는데 안아 줄 시간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게 말이 되나. 도대체 얼마나 숭고한 여행이었기에 가족도 팽개쳤던 건가. 바빌로프작물이 지닌 질병면역력을 찾기 위해 지구상에 어떤 식물이 오랫동안 살아남았는지를 알고자 했다. 농작물이 잘 자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다. 날씨의 영향도 있고, 병충해가 생겨서 순식간에 초토화되는 일도 많다. 무엇보다 인간이 생산성이 높다거나 하는 이유로 한 가지 작물에만 집착하면 그 작물에 병충해가 생길 경우 모두 굶어 죽게 마련이다. 하지만 다양한 생물을 키울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더위에 강한 작물, 추위에 강한 작물, 생산성은 낮은 대신에 병충해에 강한 작물을 적절하게 섞어서 키운다면 어떤 경우에도 기아를 면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작물의 근원을 찾아야했다. 밀, 벼, 콩 등이 처음 태어난 곳을 찾는다면 그곳에서 가장 강하게 자란 품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시저그래서 도대체 품종을 얼마나 모은 것인가. 바빌로프정확하지는 않지만 5대륙을 모두 돌면서 나와 동료들이 모은 종자와 덩이줄기가 14만 8000개에서 17만 5000개 정도 될 거다. 당연히 모두 땅에 심는 순간 자랄 수 있는 발아 가능한 종자들이었다. 시저그동안에 당신은 이혼도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인류를 구한다는 목표 아래 결국 가족을 잃은 건데, 만족하나. 바빌로프아내 에카테리나와 아들 올레그에게는 미안하지만, 난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종자여행을 위해서 말을 배울 시간도 부족했다. 시저전 세계를 돌아다녔는데, 몇 개 국어나 할 수 있나. 바빌로프러시아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라틴어는 기본이고 에티오피아 공용어인 암하라어나 페르시아어까지 배웠다. 땅과 씨앗의 진정한 주인은 농부들이고, 종자에 대해서는 그들이 가장 잘 안다. 그들의 말로 대화하는 것이 종자여행의 핵심이었다. 시저다시 말하자면 당신은 오로지 씨앗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떠돌았고, 그 결과 가족을 잃었다. 심지어 국가도 당신을 인정하지 않았다. 러시아에 식량이 부족해지자 스탈린 체제의 농업학자들은 당신이 지나치게 많은 종자를 가져와 방치했기 때문에 식량정책이 실패했다고 주장하면서 가뒀다. 재판에서 총살형을 선고받았고, 물론 다행히 집행되지는 않았지만 결국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식량을 모은 당신이 감옥에서 굶어 죽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잖은가. 당신은 뭘 위해 일한 건가.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면, 당신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것 아닌가. 심지어 당신의 제자들은 연구소의 종자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다가 세계대전 중에 봉쇄된 도시에서 굶어 죽었다. 이 또한 당신의 책임 아닌가. 바빌로프…. 볼로그바빌로프의 성과가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에 대해서는 그 뒤를 이었던 내가 좀 더 보충하고 싶다. 병충해에 강하고, 식량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것이 당신의 목표였다. 맞는가. 바빌로프그렇다. 그것만이 인류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볼로그현재 러시아의 경작지 80%에서 바빌로프가 세운 연구소의 종자에서 개발된 품종을 키우고 있다. 불과 80년이 지나지 않아 수천년을 내려온 농업의 뿌리를 바꾼 거다. 종류는 1000가지가 넘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생물다양성은 지금 이 순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화두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화학비료를 뿌리고, 병충해를 막기 위해 농약을 살포한 덕분에 땅은 피폐해졌고 새로운 병충해에 인간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결국 식물학자와 농업학자들은 80년 전 바빌로프가 주장했던 생물다양성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시저바빌로프의 노력들이 실제로 인류가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것인가. 볼로그나 역시 바빌로프의 여행에서 연구의 기본을 얻었다. 밀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가 결국 밀의 근원을 찾기 시작했고, 병충해에 강한 앉은뱅이 밀을 얻었다. 이 밀이 인도와 파키스탄의 10억명이 넘는 사람들을 기아에서 구했다. 시저그 덕분에 당신은 1970년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평생 아쉬움 없이 연구를 하고 영광을 누렸다. 그런데 바빌로프는 결국 아무것도 얻은 것 없이 희생만 한 것 아닌가. 여러 가지 정황상 바빌로프의 유전자는 유죄가 분명하다. 볼로그시저 당신은 ‘이기적 유전자’의 가장 큰 함정에 빠져 있다. 바빌로프가 이타적이냐 하는 질문에 당신은 ‘그렇다.’라고 대답하겠지만 실제로는 바빌로프야말로 가장 이기적인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이기적인 유전자를 주장하는 유전자 설계론의 핵심은 유전자가 자신이 속한 종이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유전자를 위해 행동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 행위를 하는 이타주의자들은 결국에는 생존을 위해 교묘하게 이타성으로 위장된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바빌로프는 자기 자신이나 가족의 이익을 위하는 대신 인류라는 종의 생존을 위해 철저하게 프로그램된 유전자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가족까지 버릴 수 있는 이타성이 바로 지독한 이기적 유전자의 증거다. 오히려 바빌로프야말로 ‘이기적 유전자’ 그 자체가 아닌가. 바빌로프이기적 유전자니 이타적 유전자니 하는 부분은 잘 모르겠다. 난 그냥 내 머리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했다. 죽는 순간까지 내가 모은 종자들에 대해 걱정했는데, 그 덕분에 인류가 기아에서 조금이나마 해방됐다니 기쁘다는 생각뿐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게리 폴 나브한·강경이/아카이브)  이타적 유전자(매트 리들리·신좌섭/사이언스북스)  이타적 과학자(프란츠 부케티츠·도복선/서해문집)  기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스코트 킬맨·이순주/에이지21)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이상임/을유문화사)  생각의 역사2(피터 왓슨·이광일/들녘)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WHO&WHAT] 소설 속 영국인 주인공 폴 웨스트 “파리서 1년 살아보니” [WHO&WHAT] 인류 첫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 베일 속의 그녀의 얘기 들어보니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 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러시아 식물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가 밝힌 유전자의 비밀
  • 태풍 ‘무이파’ 휩쓴 서·남해안… 인명·재산 피해 속출

    태풍 ‘무이파’ 휩쓴 서·남해안… 인명·재산 피해 속출

    서해상으로 북상하던 제9호 태풍 무이파가 8일 밤 늦게 세력이 약해진 채 한반도를 벗어났다. 하지만 한반도는 태풍의 영향 탓에 9일에도 전국적으로 흐린 날씨가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8일 “태풍은 계속 북진해 요동반도 부근에 상륙한 뒤 북북동진해 9일 오후부터 밤 사이에 태풍의 성질을 잃고 온대성 저기압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그러나 태풍은 예상보다는 약했지만 전국적으로 인명 피해와 함께 크고 작은 생채기를 남겼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광주·전남과 부산, 충북 지역의 피해가 컸다. 8일 새벽까지만 해도 중심기압 975헥토파스칼에 최대 풍속 34m를 유지하던 태풍은 약화돼 이날 오후 4시쯤 중소형 태풍으로 바뀌었다. 태풍이 서해상에 진입하면서 항공기와 여객선의 결항이 잇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전남도에 따르면 태풍으로 부산, 전남 등지서 5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전남 여수·광양·해남·신안 등에서는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광양 백운산 일대에서는 피서객 19명이 고립됐다가 2시간 만에 구조됐다. 양식장과 과수원도 초토화됐다.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로 완도, 진도, 신안, 장흥 등 서남해안 양식장이 치명상을 입었다. 순천과 보성에서는 논밭 341㏊가 침수됐으며 13㏊ 규모 논에서 키우던 조생종 벼가 쓰러졌다. 전남 곳곳에서 비닐하우스 382개 동 18만여㎡가 파손됐으며 무안에서는 2000㎡에 달하는 인삼 재배시설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시설물 파손과 침수, 정전도 잇따랐다. 지난해 태풍 곤파스와 지난 6월 태풍 메아리로 유실됐던 국토 최서남단 신안군 가거도 방파제는 64t짜리 테트라포드 2000여개가 유실됐다. 이 방파제는 밀물 때에 맞춰 불어닥친 초속 40m 이상 강풍에 480m 가운데 200여m가 파손 또는 유실돼 200억원 이상의 피해가 났다. 낙뢰로 인해 현대자동차 울산 1, 4공장의 생산라인이 10여분간 멈춰서는 등 정전 사고도 잇따랐으며 광주·전남서만 15만여 가구에서 일시적인 정전 사고가 발생했다. 전남 최종필·서울 김동현기자 choijp@seoul.co.kr
  • BERLIN-지금 여기 베를린

    BERLIN-지금 여기 베를린

    베를린은 생물체 같은 역동성이 느껴지는 도시다. 도시 전체가 풍부한 표정을 가진 사람의 얼굴같다고 할까? 파괴와 갈등, 그리고 다시 화해의 역사를 지나온 도시는 한 편의 웅장한 대서사시, 그 자체다. 거기에 베를린 사람들이 그리고 싶어한 세계, 들려주고 싶던 이야기가 엉키고 버무러져 기형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총알자국이 선명하게 박힌 흉측한 건물조차 예술로 승화시키는 이 도시는 지금, 여기, 우리 삶의 현재성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비극의 도시에서 예술의 섬으로 ‘유럽의 섬’이라 불리는 베를린은 예술가들을 흡인하는 ‘수렴의 섬’인 동시에, 새로운 문화를 생성하고 전파하는 ‘발산의 섬’으로 세계 예술계의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여긴 독일이 아니다. 유럽도 아니다. 그저 베를린이다. 공간적, 시간적으로 독일 내에 섬처럼 존재했던 베를린은 정신적, 문화적으로도 섬처럼 독특한 생태계를 지니고 있다. 베를린이 예술의 메카로 떠오른 데는 ‘분단’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열강들의 힘겨루기에 의해 동독 중심부에 위치해 있던 베를린은 차디찬 장벽에 의해 동서로 나뉘었다. 반목과 갈등의 역사를 지나 장막이 무너지자 독특한 문화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약 40년간 분리됐던 문화가 섞여 무한한 시너지를 창출했다는 말들은 피상적인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 이면에는 정부의 강력한 예술 활성화 의지가 있었다. 정부가 나선다 하면 으레 ‘생색내기’식 정책을 양산하거나 개발주의에 매몰돼 도심 한복판에 광장이나 조형물을 뚝딱 만들어내는 것이 익숙한 우리로서는 독일 정부의 세련된 예술 지원책이 여간 부러운 게 아니다. 베를린시는 “베를린이 예술의 장으로서 발전함은 물론 문화적 다양성과 혁신적인 작품활동을 펼치는 예술가들의 생계를 지원해 더욱 좋은 작품을 만들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기금 지원의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이것이 정치적 레토릭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예술가들이 정부의 도움을 피부로 느끼고 있음을 보면 알 수 있다. 1989년 통일 이후, 정부는 전쟁과 분단을 겪으면서 방치된 낡은 동베를린의 건물들을 아티스트에게 무상으로 제공해 주고, 베를린에 작가로 등록만 하면 경제적으로 지원해 주기 시작했다. 저렴한 물가, 넉넉한 예술 공간, 정부의 지원책이 조화를 이뤄 예술가들이 하나둘 운집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말하는 예술가는 미술가부터 작가, 대중음악 연주자, 연극단까지 범주도 넓고 국적도 다양하다. 베를린에는 현재 약 600개의 갤러리가 있으며, 미술가 5,000명, 작가 1,200명, 대중음악 밴드 1,500개, 300개의 연극 극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베를린시는 기금을 조성해 이들을 후원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연간 2,000만유로(약 300억원)의 기금이 27개의 지원 프로그램에 의해 예술가들에게 지급된다. 이외에도 수많은 기업과 기관이 개별적으로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있다. 베를린이 예술가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사실 베를린은 예술의 도시로서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었다. 베를린을 관통하는 슈프레강Spree River에 떠 있는 섬, 뮤지엄 아일랜드Museum Island에는 200여 년을 거치며 박물관들이 하나씩 문을 열었다. 국립회화관, 보데박물관, 구립미술관, 페르가몬미술관, 공예미술관에 대성당까지….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집중 폭격으로 초토화된 박물관, 미술관들을 동독 정부는 차례로 복원시켜냈다. 포화를 맞은 흔적이라고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기에 치밀하고도 감쪽같은 복원력이 감탄스럽다. 베를린을 새로운 아트씬으로 발전시키는 작업이 통일 독일에 의해 추진됐다면, 전쟁으로 소실된 옛것들의 가치를 원상복구하는 것은 옛 동독의 역할이었던 것. 이념과 시대를 떠나 독일인들이 간직한 예술에 대한 깊은 애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1 분단이라는 시대적, 공간적 특수성은 베를린에 독특한 예술과 문화를 꽃피운 동력이다. 베를린 장벽에 평화를 기원하는 그림을 새겨놓은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2 베를린 중심부에 위치한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 gate은 통일 독일의 상징이다 3 유럽의 대도시, 독일 주요 도시에 비해 베를린의 물가는 낮은 편이다. 예술가들과 여행자들이 최근 베를린으로 몰려드는 결정적인 이유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길에서 만난 예술, 베를리너들 혹자는 이미 세계 미술계의 축이 베를린으로 이동했다고까지 말한다.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조금이라도 덜하니 예술가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 이 점이 뉴욕, 파리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젊은 예술가들이 운집하기 시작한 1990년대 초부터 자연스레 많은 갤러리와 작품 수집가들도 베를린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베를린에서도 가장 많은 갤러리들이 밀집해 있는 곳은 미테 지구Mitte District다. 베를린 예술에 중독된 여행자가 있다면 열병처럼 그리워할 곳이 바로 여기다. 근현대 엘리트 미술과 고대 유적을 볼 수 있는 뮤지엄 아일랜드와 같은 공간은 사실 런던이나 파리에도 있다. 그러나 언더그라운드 예술가들이 폐허가 된 건물을 예술 공간으로 활용하고, 레스토랑과 카페, 기괴한 분위기의 클럽이 밀집해 있는 곳은 베를린 미테에서만 만날 수 있다. 길을 걷다 마음에 드는 갤러리를 만나면 입장료 없이 들어가 작품을 즐기고, 또 마음에 들면 구매할 수도 있는 이곳.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직접 들고 나와 여행자들과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곳이 바로 베를린이며, 뉴요커보다 파리지엥보다 더욱 신선한 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이 베를리너Berliner들이다. 여행자 입장에서도 베를린의 가장 큰 매력은 저렴한 물가다. 유럽의 대도시, 다른 독일 도시를 여행하다 베를린으로 건너온다면 저렴한 베를린의 미덕을 더욱 체감하게 된다. 실제로 저렴한 길거리 음식부터, 다국적 음식까지 근사한 맛을 자랑하면서도 값은 싼 편이다.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큰 피자조각을 2유로에 사먹고, 2유로짜리 커피 한 잔까지 즐길 수 있는 유럽의 대도시는 흔치 않다. 짧게 스쳐가는 여행자보다 베를린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체감하는 물가의 매력은 더 크다. 집값이 특히 저렴한 까닭이다. 아파트를 빌려 장기 투숙을 하는 여행자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1 미테 지구에서는 소규모 갤러리를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규모 미술관이나 전시관에서 볼 수 없는 젊은 예술가들의 참신한 작품들을 도처에서 만날 수 있다 2 유대인 박물관은 나치 시절 유대인들이 당한 고통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폴란드 태생의 유대인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설계했다 3, 4 전쟁으로 폐허가 된 건물,타켈레스는 통일 이후 예술가들의 아지트로 새롭게 태어났다. 다국적 예술가 60명이 이곳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후원금도 좋지만 나무, 철을 보내 달라” 베를린의 예술을 논함에 있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으니 바로 타켈레스Tacheles다. 20세기 초, 백화점으로 사용되다가, 전자제품 전시관으로, 나치 당원들이 머물던 건물로, 프랑스 전쟁 포로수용소로 수차례 용도가 변경된 이 건물은 2차 세계대전 중 폭격으로 운명을 다한 듯했다. 그러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이 건물은 전혀 다른 용도로 거듭났다. 정부는 타켈레스를 재개발하려 했으나, 1990년 세계에서 모여든 예술가들은 이를 반대하며 건물을 무단 점거해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이색 퍼포먼스를 개최하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결국 정부는 손을 들었고, 이제는 이곳에 상주하는 예술가들에게 지원금까지 주게 됐다. 타켈레스 내부에 들어서자 지구상의 공간이 아닌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건물은 온통 그래피티로 뒤덮혀 있고, 버려진 자동차 등 각종 폐품을 활용한 정크아트 조형물들이 널려 있다. 언뜻 보면 슬럼가 같기도 하고, 가출 청소년들의 아지트처럼 보이는 이곳에는 약 60명의 다국적 예술가들이 기거하고 있다. 자기 작품을 전시한 예술가들은 정부 보조금 외에도 작품을 팔아 생계를 영위한다고 한다. 베를린이 예술의 메카로 떠오른 중요한 대목이 여기 또 하나 있다. 작품이 팔린다는 것. 미테 지구 골목골목에는 액자나 두루마리를 들고 있는 이들이 즐비하다. 모두 현장에서 구매한 작품들이다. 집시처럼 보이는 미술가의 작품이 마음에 들어 말을 걸었다. 터키인 아드난 칼칸치Adnan Kalkanci. 그는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는 생활이 아주 만족스럽다며 달라고 하지도 않은 자신의 그림엽서를 선뜻 건넸다. 군불을 쬐고 있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다가갔다. 베를린 출신의 모리츠라는 친구가 차를 한잔 하고 가라며 먼저 말을 걸었다. 그리곤 1유로밖에 안한다며 동전이 들어 있는 종이컵을 딸랑였다. 조금 의아했다. 그저 집나온 비행 청소년처럼 보이는 이들이 이곳에서 ‘예술가’로서 지원을 받으면서 활동한다는 사실이. 모리츠에게 말했다. “난 한국에서 온 기자다. 네 얘기를 잡지에 실어줄게. 하고픈 말 있으면 무엇이든 해봐.” “하고픈 말? 좋아. 우리를 후원해 달라. 우리가 필요한 건 돈만이 아니다. 나무든 철이든, 뭐든지간에 작품에 쓸 재료들이 필요하다.” “나무? 철?” “재료가 있어야 작품을 만들지 않겠나.” 알고 보니, 보통 친구들이 아니었다. 타켈레스에서는 예술가들끼리 엄격한 기준을 세워 함량미달이면 내보내고, 새로운 아티스트를 받아들인다고 한다. 타켈레스가 배출한 세계적인 아티스트도 많다고 한다. 예술가들의 치열하고도 신성한 삶의 터전이었던 것이다. 5 타켈레스에는 폐품을 활용한 정크아트 작품들이 많다. 예술가들은 후원금도 좋지만 작품에 활용할 소재들이 필요하다가 말한다 6 유대인들은 민족적 우수성을 끊임없이 확인한다. 치욕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아인슈타인은 대표적인 유대인 과학자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반성과 속죄, 끝나지 않은 이야기 베를린의 매력은 역시 길에서 발견된다. 전세계에서 가장 긴 야외 갤러리가 있다면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East Side Gallery일 것이다. 동과 서를 차갑게 갈랐던 장벽은 이제 베를린 중심부, 1.3km 길이의 병풍으로 남아 있다. 1990년 자유와 평화를 기원하며 다국적 화가 100명이 동쪽 벽면에 그림을 그렸다. 20주년을 맞은 지난 2009년에는 옅어진 그림을 덧칠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기억을 보존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독일인들의 기억에 대한 집착은 남다르다. 많은 독일인들은 냉전과 분단을 거슬러 올라 나치 시절 조상들의 만행을 지금도 부끄러워하고 있다. 가해자가 속죄의 의미로 박물관을 운영하는 나라가 독일이며, 그 상징적인 공간이 베를린에 있다. 유대인 박물관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랍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가에 위치해 있다. 할레쉐스 토어Hallesches Tor역에서 내려 차도르를 두른 아랍계 어린이들이 뛰노는 아파트를 지나자 기괴한 모형의 건축물이 눈에 들어왔다. 박물관에 들어서기 전부터 어지러운 역사의 시공간을 가로지른 듯했다. 2001년 다니엘 리베스킨트Daniel Libeskind가 설계한 박물관은 건물 외관부터 강렬한 인상을 준다. 유대인들이 받은 상처와 고통을 공감적으로 표현한 고도의 설계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유대인들이 받은 고통을 형상화한 내부 디자인은 밖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기형적이다. 이토록 강렬한 감정이입을 일으키는 박물관이 또 있을까. 예술로 구현된 집단의 기억은 그 어떤 텍스트보다 강렬했다. 몇 해 전 방문한 예루살렘의 야드바쉠Yad Vashem 홀로코스트 박물관이 생각났다. 야드바쉠이 나치의 잔혹성과 유대인들이 겪은 시련의 역사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베를린 박물관은 유대인의 우수성과 독일과 유대인의 관계에 주목했다. 피해자와 가해자, 용서와 속죄. 그 입장의 머나먼 간극이 예술 속에 은연히 배어 있었다. Travel to Berlin ▶베를린 가는 길 한국과 베를린을 잇는 직항편은 없다. 프랑크푸르트나 뮌헨까지 간 뒤, 항공이나 기차를 이용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루프트한자항공이 프랑크푸르트에 취항 중이며, 루프트한자는 뮌헨에도 취항하고 있다. 이외에도 유럽의 주요 대도시에서 항공편이 운항되고 있다. 환율 1유로는 약 1,500원(2011년 7월 기준) 시차 우리나라보다 8시간 느리다. 서머타임이 적용되는 여름철에는 7시간 느리다. 전압 독일은 240V 전압을 사용하므로 멀티어댑터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 ▶베를린 추천 명소 뮤지엄 아일랜드Museum Island 200년 이상의 유서 깊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모여 있는 지역으로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구립미술관Old Museum에는 프로이센 왕가의 예술품이 수집되어 있으며, 고대 그리스, 로마 유물도 전시되어 있다. 이외에도 구국립 미술관, 이집트 박물관을 비롯해 고대 도시 페르가몬의 유적이 있는 페르가몬 미술관, 비잔틴 예술품들이 수집되어 있는 보데 박물관 등이 있다. U-Bahn 프리드리히슈트라세Friedrichstr역, S-Bahn 하케쉐르 마르크트Hackescher Markt역에서 가깝다. 입장료는 박물관에 따라 5~12달러 수준이며, 베를린 웰컴카드가 있으면 절반 가격에 입장할 수 있다. www.smb.museum 미테 예술 지구Mitte District 소규모 갤러리와 베를린에서 가장 힙한 클럽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타켈레스Tacheles도 이곳에 위치해 있다. U-Bahn 오라니엔부르거 토어Oranienburger tor역, S-Bahn 오라니엔부르거 스트라세Oranienburger Strasse역, 하케쉐르 마르크트Hackescher Markt역에서 가깝다.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East Side Gallery 1990년 100여 명의 화가들이 통일을 기념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뜻에서 1.3km 길이의 베를린 장벽에 그린 그림들이다. 오스트반호프Ostbahnhof역 부근에 위치해 있다. www.eastsidegallery.com 유대인 박물관Jewish Museum Berlin 1933년 설립됐으나 폐쇄와 재개장을 반복하다가 지난 2001년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박물관이다. U-Bahn 할레쉐스 토어Hallesches Tor역에서 도보로 갈 수 있다. www.jmberlin.de ▶베를린 아트 씬이 더 궁금하다면 베를린, 젊은 예술가들의 천국 왜 베를린이 예술가의 천국으로 불리는지 현실적으로 접근한 미술 에세이다. 책의 부제도 ‘베를린의 미술과 미술 환경에 관한 에세이’다. 베를린에서 미술사와 젠더학을 공부한 저자는 예술가를 만나면 단도직입적으로 ‘도대체 어떻게 먹고사는지’를 물었다. 결국 저자는 ‘조건과 예술 사이의 접점’을 찾아가기 위해 베를린이라는 도시를 현미경으로 바라본 것이다. 지정학적 위치와 굴곡 많은 역사, 정부의 예술 지원 정책의 어우러짐이 베를린이 가진 ‘천혜의 조건’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조이한 저/ 현암사 다시 베를린 여행기자 이동미 씨가 최근 몇년 새 미술, 건축 등 새로운 문화가 급부상하고 있는 베를린의 다채로운 매력을 소개한 에세이다. 베를린이 왜 파리와 뉴욕의 뒤를 잇는 힙한 도시인지 직접 거리를 누비며, 사람들을 만나며 취재했다. 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베를린의 패션, 클럽 문화, 먹거리까지 읽을거리가 수두룩하다. 저자는 1990년대부터 스트리트매거진을 통해 도시의 트렌드와 문화를 알려왔으며 <프라이데이 콤마>의 여행팀장을 지낸 이력에 걸맞게 베를린의 구석구석을 맛깔나게 소개했다. 이동미 저/ 미디어블링 베를린 코드 ‘티 나지 않게 사람을 중독시키는 매력을 지닌 도시’, ‘틈새가 많은 도시’, ‘자유롭고 가난하고 섹시한 도시’라고 베를린을 일컫는 저자가 8년간 유학생활을 하며 경험한 베를린 이야기를 전한다. 베를린 아트씬에 대한 내용, 가난한 예술가와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부터 독일의 역사와 정치까지 다양한 베를린의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다. 저자는 여행안내서보다 더 본질적인 내용들을 다루었고, 일기처럼 사소하고 내밀한 이야기까지 숨김 없이 책에 담아냈다. 이동준 저/ 가쎄 카드 한 장으로 가벼운 여행 베를린 웰컴카드Welcome Card 베를린의 모든 대중교통을 카드 한 장으로 해결하고, 150개의 주요 관광지 입장권까지 절반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웰컴카드는 베를린 여행의 필수품. 관광객 안내센터나 주요 전철역, 호텔에서 구매할 수 있다. 2일권은 16.90유로(약 2만6,000원), 3일권은 22.90유로, 5일권은 29.90유로다. 옵션으로 인근 도시인 포츠담Potsdam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패스도 있다. 베를린관광청 홈페이지(www.visitberlin.de)를 방문하면 웰컴카드를 구매할 수도 있고, 각종 유용한 여행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녹색성장·동반성장 역행 설익은 정부 기름값 정책

    녹색성장·동반성장 역행 설익은 정부 기름값 정책

    “한쪽에서는 환경 규제를 강화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합니까.” 최근 기름값 잡기에 ‘올인’한 정부가 일관성 없는 대책을 남발하면서 시장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수입 석유 제품의 환경 규제 완화와 마트주유소 확대 등은 각각 녹색성장과 동반성장이라는 현 정부의 중점 과제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의 기름값 대책 중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사안은 석유 수입 활성화를 위해 환경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소관 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지난 26일 ‘대안 주유소’ 설립 방안을 내놓으면서 “가격 인하를 위해 필요하다면 환경관련 규제를 고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환경 기준은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수준으로 높은 만큼 황 함량 허용치 등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 기조와 맞지 않는다. 더구나 EU나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은 탄소 배출 규제를 적극 실시하는 등 탄소 규제 강화라는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역행한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탄소 배출을 압박하는 환경부 따로, 녹색 성장을 하겠다는 청와대 따로, 환경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지경부 따로 목소리를 높이다 보니 밑에 있는 기업들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승인 없이 대형마트 주유소를 설립할 수 있는 대상을 현재 특별시와 광역시에서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로 확대한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반발이 거세다. 현재 대형마트가 운영하고 있는 전국 주유소는 이마트(용인, 구미, 군산, 통영, 포항점), 하나로마트(고양, 성남, 양재점), 롯데마트(용인, 구미점) 등 10곳이다. 문제는 마트주유소가 들어서면 인근 지역 주유소가 초토화된다는 것이다. 대형 마트로의 상권 쏠림이 가속화되면서 지역 중소 영세 상인들 역시 고사 위기에 처한다. 현 정부의 동반성장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셈이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마트주유소는 원가 이하의 가격에 기름을 팔아 주위 주유소업계를 황폐화시키는 만큼 마트주유소 확대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셀프주유소 확대 방안도 기름값 안정의 효과가 있지만 노년층의 주유원 취업 확대라는 기존 정부 정책과 맞지 않는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우리만 저렴하게 기름을 쓰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데다 유류세 등을 낮추면 소비가 다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설익은 정책을 남발하는 대신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석유 제품을 덜 쓰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전세계 마약조직 “한국은 유통거점”

    전세계 마약조직 “한국은 유통거점”

    루마니아인 G(24세)씨는 지난해 7월 루마니아에서 나이지리아 마약 조직원에게 필로폰 운반책으로 포섭됐다. 그는 한국 밀반입 성공 대가로 5000달러를 받기로 하고, 같은 해 8월 5일 은박지에 싼 필로폰 1978g을 여행용 가방에 숨겨 국내로 들어오다 공항에서 검찰에 적발됐다. 전 세계에 마약을 공급하고 있는 아프리카 범죄 조직들이 우리나라를 아시아 지역 마약 유통 거점국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징후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 동남아에 이어 아프리카 지역 범죄 조직들까지 한국을 마약 배포 경유지나 최종 소비처로 삼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다국적화하는 마약류 밀반입 범죄를 차단하기 위해 국내외 공조를 강화하고, 정보공유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공급책 적발 등 사후 처리에 주력해야 하는 단속의 특성 때문에 갈수록 국제화·지능화하는 마약류 단속에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3.6% 줄었지만 관련國 늘어 10일 대검찰청이 펴낸 ‘2010 마약류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외국인 마약류 사범은 31개국 총 85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의 28개국 890명과 비교해 3.6%가 줄어든 규모지만 관련 국가는 3개국이 늘어났다. 마약 유통에 관련된 국가가 그만큼 다변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적별 사범 현황은 태국(419명), 스리랑카(124명), 미국(96명), 중국(52명), 러시아(51명), 가나(25명), 캐나다(12명), 우즈베키스탄(11명) 등의 순이었다. 이들 외국인은 주로 필로폰, 대마초, 해시시, 헤로인 등을 몰래 들여왔다. 검찰 관계자는 “외국인 마약류 사범은 2007년 300여명이던 것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연 900여명으로 급증했다.”면서 “관광, 취업 등의 목적으로 국내를 방문하거나 체류하는 외국인이 늘면서 마약류 밀반입 사범의 국적이 다변화하고, 관련 범죄자도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특히 가나,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범죄 조직들의 마약(필로폰) 밀반입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에는 중국, 동남아보다 아프리카 범죄 조직이 개입하는 밀수 범죄가 늘고 있다.”면서 “아프리카 마약 조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를 마약으로 초토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도 나이지리아 조직이 개입한 마약 밀반입 사건이 2건이나 적발됐다.”면서 “국내에서 유통하는 것도 있고, 일본 등지에 유포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중간 경유지로 이용한 것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 세관 등과 합동수사 검찰은 다국적화하는 마약 범죄를 차단, 예방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 아세안 지역 마약류통제 협의체인 ‘아태지역 마약정보 조정센터’(APICC)를 창설하는 등 국제 협력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APICC가 설립되면 각국 마약통제기관과 마약류 불법거래에 대한 정보를 해당 국가들이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게 되며, 마약통제기법 등도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 검찰은 또 외국산 마약류의 국내 밀반입을 차단하기 위해 주요 공항·항만에 수사 인력을 집중 배치하고, 검찰·세관 합동수사팀을 구성하는 등 관계 기관의 공조 체제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사설] 저축銀 구조조정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경영정상화 추진 방향을 내놓았다. 어제부터 두달간 전국 85개 저축은행에 대해 일제히 경영진단을 벌여 9월 말까지 살릴 곳과 퇴출할 곳을 가려내겠다는 것이다. 자산 건전성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에 대해 집중 점검을 실시해 BIS 비율이 5% 이상인 곳은 원할 경우 금융안정기금을 통한 자본 확충을 지원하고 5%를 밑돌면 6개월에서 1년 시한으로 정상화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1% 미만에 부채가 자산을 웃돌면 영업정지 등 퇴출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예금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업정지 시 가지급금 한도를 2000만원에서 4500만원으로 높였다. 부산저축은행 사태 때 빚어졌던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을 최대한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우리는 정책당국의 판단 잘못과 일부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 등이 겹쳐 부실을 키운 저축은행 사태를 이번 조치를 통해 분명히 매듭지어야 한다고 본다. 옥석(玉石)을 제대로 가려 저축은행에 대한 불신을 잠재워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자면 경영진단 과정에서 회계 조작 등으로 가려진 부실을 샅샅이 찾아내야 한다. 부산저축은행 대주주나 임직원들처럼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불법·부도덕한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땅에 떨어진 감독당국의 권위를 되찾는 길이다. 동시에 뱅크런 사태가 발생해 구조조정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정상적인 저축은행에까지 불똥이 튀지 않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 저축은행은 여신 대상 고객은 대부업체들과 겹치고, 자산 건전성은 은행 기준으로 적용받는 샌드위치 신세이다. 대기업 계열의 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를 앞세워 고리대금업에 나서면서 영업영역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초토화되면서 먹거리도 마땅찮다. 그렇다고 서민금융과 개발사업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저축은행 기능을 없앨 수도 없다.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혈세를 쏟아붓는 이유다. 구조조정과 함께 저축은행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명칭 환원도 감정적으로 대처할 문제만은 아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철저하고도 단호한 대응을 거듭 촉구한다.
  • [주말 박스 오피스] ‘트랜스포머3’ 개봉 5일새 300만 돌파

    [주말 박스 오피스] ‘트랜스포머3’ 개봉 5일새 300만 돌파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 3’가 주말 극장가를 초토화시켰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트랜스포머 3’는 지난 1~3일 전국 1420개 관에서 210만 9999명(점유율 81.8%)을 동원했다. 누적관객은 305만 4034명. 개봉한 지 불과 4일 만에 300만명을 돌파했다. 2위는 한국영화 ‘써니’. 김기덕 사단의 ‘풍산개’는 7만 6474명(3.0%)으로 3위를 지켰다. ‘쿵푸팬더 2’는 6만 3058명(2.4%)에 그쳐 4위로 내려앉았다. 곡사 감독의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가 4만 5518명(1.8%)으로 5위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트랜스포머3’에 박스오피스 초토화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 3’가 주말 극장가를 초토화시켰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트랜스포머 3’는 지난 1~3일 전국 1420개 관에서 210만 9999명(점유율 81.8%)을 동원했다. 누적관객은 305만 4034명. 개봉한 지 불과 4일 만에 300만명을 돌파했다. 2위는 한국영화 ‘써니’. 김기덕 사단의 ‘풍산개’는 7만 6474명(3.0%)으로 3위를 지켰다. ‘쿵푸팬더 2’는 6만 3058명(2.4%)에 그쳐 4위로 내려앉았다. 곡사 감독의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가 4만 5518명(1.8%)으로 5위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돗토리시-거대한 모래조형물 돗토리 사구,바람이 나르고 시간이 빚다

    돗토리시-거대한 모래조형물 돗토리 사구,바람이 나르고 시간이 빚다

    돗토리 사구 등성이에 오르니, 시간의 알갱이가 파도에 밀려 육지에 오른다. 해풍에 날리는 그 가루는 허공을 낮게 흐르다 뭍을 감싼다. 그렇게 시간의 입자는 차곡차곡 쌓였다. 무려 10만년이다. 거대한 모래조형물 돗토리 사구 바람이 나르고 시간이 빚다 돗토리 사구 등성이에 오르니, 시간의 알갱이가 파도에 밀려 육지에 오른다. 해풍에 날리는 그 가루는 허공을 낮게 흐르다 뭍을 감싼다. 그렇게 시간의 입자는 차곡차곡 쌓였다. 무려 10만년이다. 속절없이 쓸리고 밀린 뒤에야, 날리고 나부낀 끝에야, 시간은 겨우 퇴적될 수 있었나 보다. 10만년이라는 시간은 가늠되지 않는 아득함으로 이미 소멸했지만, 그 아득함이 남긴 사구는 현존의 실체로서 불멸했다. 잿빛 하늘이었던 그날 역시 소멸하는 시간과 불멸하는 시간이 사구에서 만나는 듯 보였다. 수백만년 동안 진화해 온 인간의 발자국이 모래 위 여기저기서 재잘댔고, 그보다 더 이전부터 사막에 적응해 온 쌍봉낙타는 거기가 원래 저 살던 곳인 듯 심드렁히 제 등을 인간에게 내주었다. 그렇게 돗토리 사구에는 여러 겹의 시간이 교차했고 또 쌓였다. 글·사진 김선주 기자 취재협조 돗토리시 www.city.tottori.lg.jp, 아시아나항공 www.flyasiana.com 1 돗토리 사구의 최고 높이 등성이인‘말의 등’과그밑에생성된‘오아시스’2 작은 모래기둥인‘사츄(사주)’3 돗토리 사구 샌드보드 4 모래 위에 새겨진 바람의 살결인‘후몬(풍문)’. 풍속 5~6m일 때 가장 아름답게 그려진다고 한다 5 낙타를 타고 사구를 탐방할 수도 있다 6 각종 모래조형물들도 만날 수 있다 7 돗토리 사구 지하도 이 단층처럼 층을 이루고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0만년 세월이 켜켜이 쌓여 사구는 결집이다. 바람을 탄 모래가 모이고 모여 사구가 된다. 결집의 시간만큼 자라고 바람의 결대로 표정을 짓는다. 사구를 버무리는 시간과 바람은 끈질기고 신중해, 바위가 모래가 될 때까지 기꺼이 기다리고, 바람에 실릴 수 있는 입자만을 골라서 나른다. 그래서 사구의 모래는 가볍고 또 고르다. 돗토리 사구는 멀고 또 높은 곳에서부터 왔다. 산맥에서 발원한 센다이가와강이 돗토리 사구의 젖줄이다. 부대끼고 부서진 바위는 자갈이 되고, 으깨지고 갈라진 자갈은 사구 앞 바다에 이르러 모래가 된다. 겨울철 바다의 거친 파도와 북서풍은 그 모래를 나르고 날랐다. 10만년의 시간과 바람은 그렇게 돗토리 사구를 빚어냈다. 해변을 따라서 16km, 육지를 향해서 2.4km 펼쳐진 거대한 모래조형물이다. 10만년 전부터 모래(고사구)가 쌓이기 시작했는데 이후 화산 폭발로 분출된 화산재가 그 위를 차지했다. ‘돗토리의 후지산’인 다이센산의 화산재는 물론, 멀리 규슈의 가고시마 화산재까지 쌓여 있다고 한다. 현재의 사구는 약 1만년 전부터 화산재 위에 다시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저 아래부터 기반암-퇴적층-고사구-화산재-신사구가 켜켜이 층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사구 미술관’ 뒷산 절개지에는 그 단층의 속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어 신비롭다. 일본의 다른 곳에도 사구가 있지만 돗토리 사구만큼 제대로 보존된 곳은 없다고 한다. 돗토리 사구를 포함한 이곳 ‘산인해안(Sanin Kaigan Geopark)’이 일본 최초의 ‘지오파크(Geopark)’로 지정된 데 이어 2010년에는 세계지질공원으로 공식 인증된 이유다. 그만큼 지질, 지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돗토리 사구는 살아 있다 사구 동쪽 입구 언덕에 오르면 육지 깊숙이 파고든 사구가 저 멀리 동해 바다와 함께 한눈에 들어온다. 그 원경 속에는 아련한 무엇인가가 함께 묻혀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일정한 패턴으로 지속된 바람의 고집은 사구에 다양한 표정을 선사했다. 솟구쳤다가 가라앉고 드넓게 펼쳐지기를 반복한다. 그 굽이마다 모래산과 모래호수, 모래평야가 터를 잡았다. ‘말의 등’으로 불리는 언덕은 47m로 우뚝하고, 그 밑으로는 ‘오아시스’가 잔잔한 호수처럼 물을 머금고 있다. 너른 평야에는 사구에서만 볼 수 있는 사구식물들이 자라며 독특한 풍광을 만들고 있다. 사구 속으로 들어가면 바람과 모래의 협연이 펼쳐진다. 풍속과 풍향에 맞춰 사구 표면은 물결처럼 일렁이며 ‘후몬(풍문)’을 그려내고, 이물질을 이고 있어 바람에 휩쓸리지 않은 모래는 작은 기둥처럼 ‘사츄(사주)’로 남는다. 비탈에 아슬아슬 쌓였던 모래덩이가 일시에 무너져 내리면 모래 사면을 따라 파도 같은 ‘사렌(사렴)’이 흘러내린다. 살아있는 사구의 생동감이다. 돗토리 사구는 그렇게 사구로서 온전했다. 돗토리 사람들의 애정이 큰 버팀목이었다. 돗토리 사구는 한때 생명력을 잃었었다. 과거처럼 충분한 모래가 공급되지 않는데다가 각종 외래 식물들까지 침투해 모래의 자연스런 이동과 흐름을 막았기 때문이다. 그대로 방치했다면 돗토리 사구는 소멸됐을 것이다. 돗토리 사람들은 지금도 매년 정기적으로 외래식물종 제초 활동을 벌이는 등 돗토리 사구에 갖은 애정을 쏟고 있다. 그 애정은 돗토리 사구의 불멸에 대한 희구와 맞닿아 있을 것이다. ▶ Travie info. 돗토리 사구를 색다르게 즐기는 법┃돗토리 사구는 마차나 낙타를 타고도 탐방할 수 있다. 마차 유람 프로그램은 약 15분 정도 소요되며 어른 1,000엔, 어린이 600엔이다. 낙타에 올라 사막 한가운데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낙타를 타고 사구를 거니는 ‘낙타유람’은 1인 1,800엔, 2인 3,000엔이다. 기념촬영용 낙타 타기는 1인당 500엔. www.rakudaya.info 여름에는 사구 레저를 만끽할 수 있다. 샌드보드 2시간 코스는 지도비 및 장비렌탈비용 등을 포함해 2,500엔. 4월부터 11월 사이에는 행글라이딩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하루 코스 비용은 1만1,000엔부터다. 3~12월 사이에는 패러글라이딩도 운영된다. 반일 코스 요금은 6,500엔부터다. 돗토리 사구 지오파크 센터┃돗토리 사구 동쪽 입구에 있으며 안내센터 역할을 한다. 사구의 지층 구조를 표본과 영상을 이용해 소개하고 있어 탐방 전에 들르면 사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입장료 무료. www.bes.or.jp 인근의 돗토리 사구 미술관에 들르면 각종 모래 조형물을 볼 수 있다. 내년에는 별도의 모래 조형물 전시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1 돗토리 성에 오르면 시내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1907년에 건축된 서양식 건물‘진푸카쿠’도 내려다보인다 2, 3 남녀 주인공이 산책했던 하쿠토 해안과 하쿠토 신사 참배객들이 걸어 놓은 각종 소망들 4 드라마 <아테나>의 남녀 주인공이 정겹게 식사를 했던‘카페 소스’ 드라마 <아테나>의 자취를 찾아서 종영된 지 꽤 됐지만 일본 돗토리현에는 아직도 드라마 <아테나>의 여운이 짙다. 남녀 주인공(정우성, 수애)이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 등이 돗토리현 곳곳에서 촬영됐는데 돗토리시도 그중 하나다. 정우성과 보아의 데이트 장면이 촬영된 돗토리 사구 이외에도 돗토리시의 촬영지는 산재해 있다. 하쿠토(Hakuto) 해안과 하쿠토 신사는 남녀 주인공이 산책하며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장면으로 아름답게 비쳐졌다. 하쿠토 신사는 옛 이야기 속의 토끼를 모시는 신사인데 올해 토끼해를 맞아서 참배객이 부쩍 늘었다고. 신사 입구에서 파는 ‘토끼빵’도 먹어 보길 권한다. 1개 150엔. JR돗토리역에서 버스로 40분 정도 소요되며 하쿠토 신사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카페 소스(Cafe Source)’는 남녀 주인공이 정겹게 식사를 했던 장소다. <아테나> 촬영지임을 알리는 포스터가 벽에 붙어 있는 등 적극 홍보하고 있다. 남녀 주인공이 마주 보고 앉았던 계단 옆 테이블에서 그들이 먹었던 카레를 맛보길 추천한다. JR돗토리역에서 직선 도로를 8분 정도 걸으면 찾을 수 있다. 진푸카쿠(Jinpukaku)는 돗토리 성터 입구 부근 돗토리현립박물관 맞은편에 있는 서양식 건물이다. 1907년 건설됐는데 돗토리현에서 처음으로 전등을 사용한 건물로도 유명하다. 인근의 돗토리 성터에 오르면 돗토리 시내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외에도 돗토리 현청, 와라베관, 돗토리워싱턴호텔 등 <아테나> 촬영지들은 돗토리 시내투어의 재미를 키운다. 돗토리에서만 생산되는 ‘두부 어묵(치무라)’ 등 군것질 거리도 숱하니 어슬렁어슬렁 걸으며 돗토리시 시내투어를 즐겨볼 일이다. 아늑한 시골 온천마을, 시카노 돗토리 시내에서 자동차로 40여 분 거리에 자리한 시카노 마을은 아늑하고 조용한 시골 온천마을인데, 역사적으로도 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과 학익진의 전법으로 왜군을 초토화한 당포해전을 기억하는지. 그 당포해전의 희생양이 된 왜군의 수장이 바로 이곳 시카노 마을의 성주 ‘가메이 코레노리’였다. 그는 1557년 시마네현 동부에서 태어났는데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돗토리성 공격에 참가해 그 공을 인정받아 시카노의 성주가 됐다. 1592년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한반도 침공, 즉 임진왜란에도 참가했는데 당포해전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에게 대패했다. 모든 전함이 파괴된 것은 물론 왜군 대부분 전사했다. 가메이 코레노리 역시 전사했다. 재미있는 것은 시카노 성터 입구에 이런 사실이 이순신 장군의 초상화와 함께 설명돼 있다는 점. 그들에게는 아픈 역사였던지라 패배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최대한 수위조절을 했지만 적장의 본거지에서 승리의 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분명 뿌듯한 경험이다. 시카노 마을에서의 점심은 메밀국수여야 적당하다. 메밀가루 반죽에서부터 삶기까지 직접 체험하는 것은 물론 자신만의 메밀국수로 식사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1 메밀국수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만든 메밀국수를 맛볼 수 있다 2 시카노 마을의 아담한 카페 3 이순신 장군에게 대패한 시카노 성주의 이야기를 담은 안내판. 시카노 성터를 오르는 길 입구에 설치돼있다 4 코제니야 온천호텔은 돗토리 시내에 있어 편리하다 5 온천호텔에서 맛볼 수 있는 가이세키 요리 6 시카노 여행시 실속 숙박지로 적합한 온천호텔‘산시엔’ ▶ Travie info. 돗토리시 가는 법┃아시아나항공(www.flyasiana.com)이 인천-요나고 노선을 매주 화·금·일요일 주 3회 단독 운항하고 있다. 화요일 및 일요일 출발편은 인천에서 오후 12시30분에 출발하고, 금요일편은 오전 9시30분 출발한다. 비행시간은 1시간30분. 요나고공항(기타로공항)에서 돗토리시 시내까지는 고속도로나 JR을 이용해 닿을 수 있다. 실속 있는 온천호텔┃‘코제니야’와 ‘산시엔’은 저렴하면서도 알차게 일본 온천호텔을 체험하기를 원하는 여행객에게 안성맞춤이다. 돗토리시 시내에 있는 ‘코제니야(Kansuitei KOZENIYA Hotel)’는 푼돈이나 잔돈 정도로 부담 없이 묵을 수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서비스나 시설까지 푼돈인 것은 아니다. 노천탕과 대욕장은 물론 가족탕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www.kozeniya.com 산시엔(Shikano Onsen Sanshien)은 시카노 마을을 여행할 때 이용할 만한 온천호텔이다. 일본식 전통 다다미방보다는 서양식 객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본관과 신관으로 구분돼 있어 비교적 규모가 크다. 1층 대욕장 및 노천탕과 함께 3층에 전망 목욕탕도 갖추고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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