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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곤 증명’ 없앤 복지망의 반전…숨은 위기 1553가구 드러났다

    ‘빈곤 증명’ 없앤 복지망의 반전…숨은 위기 1553가구 드러났다

    서류도, 소득 증빙도 요구하지 않는 ‘느슨한 복지망’을 펼쳤더니 기존 행정망이 포착하지 못했던 위기가구들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부터 ‘그냥드림’ 시범사업을 운영한 결과 총 9만 7926명이 이용했으며, 이 중 10.5%(1만 255명)가 읍면동 복지센터로 연계돼 심층 상담을 받았다고 17일 밝혔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발굴된 위기가구는 1553가구였다. 당장 먹거리가 급해 찾아온 이들 10명 중 1명을 복지 안전망 안으로 편입시킨 것이다. 그냥드림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도입해 현 정부 출범 이후 강하게 추진해 온 핵심 약자 복지 브랜드다. 생계가 어려운 국민이 거주지 인근 그냥드림 코너를 방문하면 1인당 2만원 상당의 먹거리와 생필품을 즉시 지원받는다. 기존 복지 제도는 소득·재산 증빙 서류가 필수라 신청 자체가 난제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취약계층이 기초보장급여를 신청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 ‘기준이 엄격해 신청해도 안 될 것 같아서’(35.4%)를 꼽았다. ‘절차가 복잡하고 번거로워서’(11.9%), ‘제도를 잘 몰라서’(5.6%)라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복잡한 구조와 행정 용어가 약자들을 지레 포기하게 만드는 장벽으로 작용한 셈이다. 그냥드림은 이 순서를 뒤집어 자격을 따지기 전에 먼저 먹인다. 문턱을 낮춰 숨은 위기가구를 복지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복지부는 18일부터 전국 158개 시군구·280개 그냥드림 사업장에서 본사업을 시작한다. 시범사업 시행 5개월 만이다. 연내 전국 모든 기초지자체(229개 시군구·300개소 이상)로 확대해 설치율을 10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는 전체 기초지자체의 약 69%가 우선 참여한다. 다만 전국 확대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시범사업 기간 현장에서는 ‘어렵지 않은 사람들까지 공짜 물품을 받아 간다’는 부적정 이용 논란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본사업부터는 이용자가 스스로 위기 상황을 진단하는 자가 점검표를 작성하도록 했다. 한정된 재원을 실제 위기 계층에 집중하려는 조치이지만 절차가 촘촘해질수록 행정 프로세스를 두려워하거나 낙인감을 느끼는 취약계층이 발길을 돌리는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도 있다. 상담 체계로 연결되지 못한 나머지 이용자들에 대한 사후 관리도 과제다. 단순 물품 지원을 넘어 이들을 지역사회 돌봄 체계와 연결할 연계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업 효과가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수원시, 2025년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율 4.57%… 광역·기초단체 중 ‘1위’

    수원시, 2025년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율 4.57%… 광역·기초단체 중 ‘1위’

    수원특례시가 보건복지부 주관 ‘2025년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실적 평가’에서 전국 243개 광역·기초지방정부 중 1위를 차지했다. 중증장애인 생산품 우선구매는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에 따라 총구매액(물품·용역)의 1.1% 이상을 중증장애인들이 생산한 제품으로 우선 구매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수원시의 중증장애인 생산품 구매 비율은 4.57%로 전국 공공기관의 평균 구매율(0.95%)보다 4.8배 높았다. 수원시는 중증장애인생산품 박람회를 개최하고, 부서별로 구매 실적을 관리하는 등 적극적으로 중증장애인생산품 구매를 독려해 공공 구매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왔다.
  • 광역통합 화두 속 마창진은 분리?… 경남 선거판 ‘흔들’[우리동네 선거는]

    부산·경남 행정통합과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등 지방자치단체 광역화 흐름 속에 오히려 ‘기초지자체 재분리’ 주장이 불거지면서 6·3 지방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박완수 경남지사 후보와 강기윤 창원시장 후보가 ‘통합창원시 개편론’을 꺼내 들자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와 송순호 창원시장 후보는 “선거용 갈라치기”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11일 지역 정치권 등에 따르면 박 후보와 강 후보는 지난 7일 통합창원시 행정체제 개편 공약을 발표했다. 이들은 “마산·창원·진해 통합 이후 16년이 지났지만 인구 감소와 지역 불균형, 주민 서비스 문제에 현 체제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시장이 구청장을 임명하는 현 행정 구조 탓에 행정의 지속·책임성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는 개편안으로 ▲현행 창원특례시 유지 ▲5개 행정구 자치구 전환 ▲마산·창원·진해 3개 도시 환원 ▲기타 대안 등 4개 안을 제시했다.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주민투표로 결정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부산·경남 행정통합 주민투표와 함께 창원시민을 대상으로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의견을 묻고 결과를 ‘경남부산통합특별시 설치 특별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은 즉각 반발했다. 김 후보는 “박 후보 본인이 창원시장 재임 시절 추진했던 마창진 통합의 실패를 인정하는 셈”이라며 “사과부터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비판했다. 송 후보도 “창원에 필요한 것은 분리가 아닌 마창진 균형 발전”이라고 맞섰다. 이들은 또 “통합창원시 출범 수혜를 누렸던 정치권이 다시 분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번 논란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특례시 지원 특별법’과도 맞물린다. 비수도권 유일 특례시인 창원시는 특별법 통과로 공동주택 리모델링 승인 등 19개 권한을 새로 확보하게 됐다. 다만 향후 창원시가 다시 분리되면 특례시 지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주민 공감대와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했던 마창진 통합은 지금까지도 정쟁의 대상”이라며 “최근 행정통합 논의 과정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 지방선거 앞두고 혼란스러워진 행정 통합

    지방선거 앞두고 혼란스러워진 행정 통합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통합 문제가 재이슈화되고 있다. 여야, 그리고 단체장 후보들마다 행정통합에 대한 정치적 셈법이 달라 지역 내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부겸 대구시장 예비후보는 최근 같은 당 오중기 경북도지사 예비후보와 함께 행정통합 조기 추진 의지를 밝혔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문제는 지난 민선 8기 동안 내부 갈등이 이어지며 무산됐다. 여야는 그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겼다. 이철우 국민의힘 경북도지사 예비후보는 지난 10일 “대구시와 경북도의 행정통합이 무산된 것은 더불어민주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 책임론을 들며 대구경북신공항 국가 핵심사업 격상, 첨단산업벨트 공동 추진 등을 내용으로 하는 ‘대구·경북 초광역 통합과 미래산업 대전환’ 관련 공동정책 협약을 약속했다. 전북에선 전주-완주 통합 추진 여부가 관심이다. 이원택 민주당 도지사 예비후보와 조지훈 전주시장 예비후보는 통합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일방적 추진은 안 된다”며 속도보다 상생을 앞세운다. 조 후보는 “전주-완주 통합 시 통합시장직을 완주 쪽에 양보할 용의가 있다”면서 ‘통합시 비전위원회’를 구성해 통합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통합창원시는 ‘기초지자체 재분리’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박완수 경남지사 후보와 강기윤 창원시장 후보는 창원특례시를 마창진 3개 시로 해체하는 방안에 대해 시민들의 의사를 묻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마산·창원·진해 통합 이후 16년이 지났지만 인구 감소와 지역 불균형, 주민 서비스 문제에 현 체제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민주당은 “분리가 아닌 마산·창원·진해의 균형 발전이 중요하다”고 맞섰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통합을 하려면 해당 지역 단체장들 간의 협의가 필요하고 주민 여론 수렴도 필요하다”면서 “숙의와 공론화에 너무 공을 들이면 통합 문제는 예상보다 장기전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 “‘쓰봉’ 말고 일반 비닐봉투에 버려도 됩니다” 日도 ‘사재기 대란’, 결국

    “‘쓰봉’ 말고 일반 비닐봉투에 버려도 됩니다” 日도 ‘사재기 대란’, 결국

    중동 위기로 쓰레기봉투 제작에 필요한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해지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지정 쓰레기봉투(종량제 봉투)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NHK와 후지뉴스네트워크(FNN) 등 일본 언론은 최근 일부 지역에서 지정 쓰레기봉투 품귀 현상 등이 발생하며 지자체들이 대응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수도권인 지바현 이치하라시는 쓰레기봉투 사재기 현상이 발생해 일부 품절 사태가 빚어지자 지난달 29일부터 가연성 쓰레기에 한해 지정 쓰레기봉투 사용 의무를 잠정 중단했다. 이치하라시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쯤부터 이란 정세 악화로 석유화학 제품 수급에 불안을 느낀 시민들이 쓰레기봉투 사재기에 나서면서 일부 마트에서는 쓰레기봉투가 품귀를 빚거나 아예 품절됐다. 시는 “쓰레기봉투를 제조하는 여러 업체를 확인한 결과 예년과 비슷한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며 침착한 대응을 당부했으나, 쓰레기봉투가 경매 사이트에 매물로 올라오는 사례까지 확인되며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일본 최대 연휴인 ‘골든위크’(4월 29일~5월 5일) 기간 중 쓰레기봉투 출하와 배송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어 시는 가연성 쓰레기에 한해 폴리에틸렌(PE) 소재의 지정 쓰레기봉투가 아니어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임시 대응을 이달 30일까지 실시하기로 했다. 사용할 수 있는 봉투는 내용물이 보이는 투명 또는 반투명 플라스틱 봉투로, 크기는 45ℓ까지 가능하다. 불연성 쓰레기나 사업용 쓰레기봉투, 종이상자나 종이봉투 등은 불가능하다. 시는 “쓰레기봉투 물량은 충분하므로 소문이나 불확실한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냉정하게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미야기현 지역도 쓰레기 배출 규정을 완화하기로 했다. 오사키지역광역행정사무조합은 오사키시 등 5개 시·정(市·町)에 지난달 20일부터 한 달간 지정 쓰레기 봉투가 아니더라도 시중에 파는 30~45ℓ 크기의 투명 또는 반투명 봉투에 쓰레기 종류를 기재하면 배출할 수 있도록 했다. 조합 측은 “대용 봉투 사용이 가능하므로 지정 쓰레기봉투를 서둘러 사재기할 필요가 없다”며 “필요한 만큼만 구매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한 달 단위로 규정 완화 기간을 연장할 계획이다. 쓰레기봉투 문구 지우기도…“색깔로 구별”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자재인 시너의 품귀 현상으로 쓰레기봉투의 문구를 아예 지워버린 지자체도 있다. 오키나와현 요나바루정은 지정 쓰레기봉투 문구 인쇄 때 사용하는 시너의 조달이 어려워지자 이달 1일부터 쓰레기봉투에 문구를 인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요나바루정은 지정 쓰레기봉투에 ‘가연성 쓰레기’ 등의 글자를 인쇄하기 위해 시너를 사용하고 있다. 대신 봉투 자체에 색을 입혀 파란색 봉투는 가연성 쓰레기, 빨간색 봉투는 불연성 쓰레기 등으로 구별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일본은 지정 쓰레기봉투가 광범위하게 의무화돼있지 않다. 도쿄 23구의 경우에도 쓰레기 종류별로 분류 배출은 하지만 지정 쓰레기봉투는 없다. 한편 국내에서는 이미 쓰레기봉투 사재기 현상이 발생했다. 중동 사태 여파로 종량제 봉투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재고 부족 우려에 봉투를 사재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다만 기후에너지환경부 조사 결과 228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54%가 6개월 치 종량제 봉투를 가지고 있는 등 지자체 보유 재고는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종량제 봉투 18억 3000매를 만들 수 있는 재생원료도 재활용 업체들이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홍보 및 수급 관리에 나서면서 최근에는 종량제 봉투 사재기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태다.
  • 메타, 1분기 매출 33% 늘어 84조원…자본지출 예상치 최대 1450억 달러로↑

    메타, 1분기 매출 33% 늘어 84조원…자본지출 예상치 최대 1450억 달러로↑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가 전년 동기 대비 33% 늘어난 매출을 기록하고도 이용자 수 정체 우려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부담이 겹치며 주가가 급락했다. 메타는 1분기 매출이 563억 1000만 달러(약 83조 6000억원)를 기록해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예상치 554억 5000만 달러를 웃돌았다고 29일(현지시간) 공시했다.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고 등 소셜미디어(SNS) 애플리케이션(앱) 제품군 부문은 559억 1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성장했다. 광고 노출 수는 전년 대비 19%, 평균 광고 단가도 같은 기간 12% 상승하며 견고한 수익성을 입증했다. 반면 메타버스 사업과 스마트 안경 등이 포함된 리얼리티랩스 부문 매출은 4억 200만 달러로 전년(4억 1200만 달러) 대비 2.4% 역성장했다. 이 부문은 40억 3000만 달러의 영업 손실도 면치 못했다. 전체 순이익은 267억 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급증했으며, 주당순이익(EPS)은 10.44달러로 시장예상치(6.79달러) 1.5배 이상을 기록했다. 다만 1분기 순이익에는 80억 3000만 달러의 세금 혜택이 포함돼 있으며, 이를 제외할 경우 EPS는 7.31달러 수준이라고 메타는 설명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분기는 앱 전반에서 강력한 성장세를 보였고 메타초지능연구소(MSL)의 첫 모델을 출시하는 등 중요한 이정표를 세운 분기”라며 “우리는 수십억 인구에 맞춤형 초지능을 제공할 수 있을 만큼 순조롭게 전진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저커버그 CEO는 콘퍼런스콜에서 “사람들은 AI를 활용해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우리는 이런 인재를 중심으로 회사의 다음 단계를 준비 중”이라며 “우리는 팀 규모를 불필요하게 키우지 않도록 조직을 효율화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최근 단행한 구조조정 기조를 이어갈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메타는 2분기 매출액 전망치를 580억∼610억 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금융 분석가들의 예상치 595억 달러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메타는 올해 자본지출 예상치를 기존의 1150억∼1350억 달러에서 상향해 1250억∼1450억 달러로 조정했다. 메타는 부품 가격 상승과 미래 용량 확보를 위한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 증가를 이 같은 조정의 이유로 들었다. 메타는 또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 법·규제 관련 사안이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미국 내에서 추가 소송이 예정돼 있다고도 언급했다.
  • [단독] 자책으로 쌓은 감옥…아이는 스스로 갇혔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단독] 자책으로 쌓은 감옥…아이는 스스로 갇혔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지난해 5월 연휴 어느 아침이었다. 돗자리와 도시락, 들뜬 기대까지 챙긴 아버지는 일찍 일어났다. 혼자 두 딸을 키워 온 그는 엄마의 빈자리까지 메우려 애써 왔다. 아이들과 나들이 가기로 한 약속만큼은 지키고 싶었다. 열세 살인 지우(가명), 초등학생인 동생 지민(가명)과 바다를 보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 인기척을 느낀 지민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곁에 섰다. 지우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햇빛이 바닥까지 번져도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침대에 돌아누운 아이는 이불로 얼굴을 가렸다. 가족 나들이는 없던 일이 됐다. 아버지는 그저 사춘기라고 생각했다. “그때 왜 몰랐을까요.” 아버지는 아직도 그 아침을 후회한다. 연휴가 지나고 아버지는 평소처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뒤 출근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주머니 속 휴대전화의 진동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지우 학교의 상담교사라고 했다. “아버님, 지금 학교로 와주셔야 될 것 같아요.” “지금요?” “지우가 성폭행을 당한 것 같습니다.” 지하철이, 세상이 한순간 멈춰 섰다. 아버지는 “아이가 거짓말한 거 아닐까요”라고 자꾸 되물었다. TV나 소설 속 이야기로만 여겼던 일이었다. 교사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 경찰서로 향했다. 사건을 접수시키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담당 경찰관은 최대한 빨리 지원시설로 가라고 했다. 아버지는 곧장 아이 손을 잡고 해바라기센터에 들렀다가 병원으로 갔다. 그날 아이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해바라기센터에서 검사를 했지만 생리 기간과 겹쳐 증거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우는 생리를 시작한 지 몇 달 안 된 아이였다. 그날, 아이의 시간은 멈췄다. 발단은 소셜미디어(SNS)였다. 정체 모를 한 남성이 전자담배를 사 줄 테니 만나자며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열세 살 아이를 늦은 밤 불러내 자신의 차 안에서 범행했다. 경찰관은 아이에게 스마트워치를 건넸다. 가해자가 아직 잡히지 않았을 때였다. 무슨 일이 생기면 버튼만 누르면 된다고 아버지는 일러뒀다. 아이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때 제가… ‘그 시간에 뭐 하러 나갔냐’고 했어요.” 아버지는 잠시 말을 멈췄다. “나중에 들어보니까, 그 말이 애한테 되게 힘들었나 보더라고요.” 아버지는 하루가 멀다 하고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가해자는 잡혔는지, 조사는 어떻게 돼 가는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인지. 휴대전화를 붙들고 같은 질문을 거듭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 반 만에 가해자는 붙잡혔다. 어느 새벽이었다. 아버지는 이상한 기척에 잠에서 깼다. 아이 방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용기를 내 문을 열었다. 창문이 열려 있었다. 아파트 창틀 위에 아이가 서 있었다. 아버지는 아이를 끌어내려 품에 안았다. “화도 나고 소리도 지르다가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애한테 해 줄 말이 없더라고요. ‘왜 그래’ 그 말밖에….” 그날 이후 아버지는 아이 방 문 앞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동생도 언니 방 앞을 지날 때 발소리를 죽였다. 사건 이후 아이의 일상은 좁아졌다. 근처 공원 외엔 동네를 벗어나지 못하고, 어두워지면 밖에 나서지 못한다. 남자 어른을 가장 무서워한다. 비슷한 차만 지나가도 굳어버린다. 동생도 지금까지 언니 눈치를 본다. “막내가 ‘언니는 왜 저렇게 화를 내는 거냐’고 매일같이 물어봤어요. 그만큼 아이는 예민한 상태였어요.” 1심 재판이 시작됐다. 법정에는 가해자가 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그 얼굴을 보지 못했다. 보면 무너질 것이 분명했다. 가해자 측은 아이를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했다. 열세 살 아이를 다시 가해자 앞에 세우는 일이었다. “정말 다 포기하고 싶었어요.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진단서도 제출하고 별짓을 다 했죠.” 가해자 측은 재판에서 “아이를 간음한 건 맞지만 위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아이가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이 사건으로 인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매일같이 제출했다는 반성문, ‘용서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가해자 측 가족의 탄원서는 형량을 낮추기 위한 조치일 뿐이었다. 아버지와 지우는 아직 가해자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지 못했다. “왜 저 사람들은 재판부에 잘못했다고 할까요. 피해자는 따로 있는데.” 검찰은 가해자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을 적용해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고는 3년 6개월이었다. 항소심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아버지는 가해자가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것이 가장 두렵다. “처음 재판이 시작될 땐 애 나이도 어리고 워낙 죄질이 좋지 않아서 중형이 내려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대로면 가해자가 다시 아이 앞에 나타날까 무서워요.” 아이는 여전히 불안 속에 산다. “가끔 아무 이유 없이 울어요.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고…. 멀쩡한 게 더 이상한 거 아닙니까.” 요즘 아이는 조금씩 혼자 다니는 연습을 한다. 가끔은 환하게 웃기도 한다. 아버지는 아이에게 말했다. 그 남자는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그러니 안심해도 된다고. 아버지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까 봐 두렵다. “법이 너무 약한 것 같아요. 엄벌이 좀 되면 이런 일, 덜 하지 않겠습니까.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만이라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고 싶은데….” 아이 방문은 오늘도 닫혀 있다. 그 앞에 아버지가 누워 있다.
  • 정윤경 경기도의회 부의장,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사업 추진 방향 및 의회 대응 전략 도출 연구 중간점검

    정윤경 경기도의회 부의장,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사업 추진 방향 및 의회 대응 전략 도출 연구 중간점검

    경기도의회 정윤경 부의장(더불어민주당, 군포1)이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경기도의 특수성을 반영한 맞춤형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섰다. 정 부의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경기도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사업 추진 방향 및 의회 대응 전략 도출 연구」 중간보고회가 지난 29일 경기도의회 교섭단체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이번 중간보고회는 지난 3월 착수보고회 이후 연구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동시에, 당시 제기된 ▲선도지구 평가지표 가이드라인 마련 ▲선도지구 이주대책 ▲재건축 시 신도심과 구도심을 연계한 기반시설 조성 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 보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이 가운데 ‘선도지구 평가지표 가이드라인 마련’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연구 수행기관은 이날 보고에서 국토교통부의 기존 평가항목을 보완해 ▲도시기능 정합성 ▲사업성 및 재원조달 가능성 등 새로운 항목을 추가하고, 배점 체계를 조정한 ‘경기도형 선도지구 평가지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획일적인 기준이 아닌, 지역 특성과 여건을 반영한 맞춤형 평가체계 구축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정윤경 부의장은 “이번 연구는 무엇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는 것이 정책의 출발점”이라며 “선도지구로 지정된 지역은 물론 지정을 희망하는 지역 도민들의 의견까지 폭넓게 수렴해 연구에 반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윤경 부의장은 “국토부의 획일적인 선정 및 지원 기준과는 별도로, 경기도만의 차별화된 기준과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역설하며, “재건축 과정에서 정부 지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을 경기도가 선제적으로 발굴해 지원할 수 있도록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또한 정윤경 부의장은 “인구 50만 이하 기초지자체가 겪는 재정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경기도가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라며 광역 차원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하는 한편, “이주 대책을 포함하여 재건축 과정에서 지역 간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기도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군포를 포함한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추진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 방안과 제도 개선안 도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오는 5월 중으로 최종보고회를 통해 구체적인 실행 전략과 정책 대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중간보고회에는 정윤경 부의장을 비롯해 최종현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경기도청 관계 공무원 등이 참석해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의 성공을 위한 의회와 집행부의 협력 의지를 다졌다.
  • [단독]오늘도 아버지는 딸 방문 앞에서 잠든다[소녀에게]

    [단독]오늘도 아버지는 딸 방문 앞에서 잠든다[소녀에게]

    287명.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온라인 그루밍을 통해 성착취를 당한 아동·청소년의 수다. 교묘하게 꾀어내는 방식의 ‘그루밍’은 스마트폰을 쥔 모든 아이들을 노린다. 서울신문은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성착취 실태를 담은 를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소녀에게,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온라인 성착취 피해를 당한 딸을 둔 아버지인터뷰 토대로 재구성한 가족의 1년 지난해 5월 연휴 어느 아침이었다. 돗자리와 도시락, 들뜬 기대까지 챙긴 아버지는 일찍 일어났다. 혼자 두 아이를 키워온 그는 엄마의 빈자리까지 메우려 애써왔다. 아이들과 약속한 나들이만큼은 지키고 싶었다. 열세 살 지우(가명), 초등학생 여동생 지민(가명)과 바다를 보러 가기로 한 날이었다. 인기척을 느낀 지민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곁에 섰다. 지우는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햇빛이 바닥까지 번져도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침대에 돌아누운 아이는 이불로 얼굴을 가렸다. 가족 나들이는 없던 일이 됐다. 아버지는 그저 사춘기라고 생각했다. “그때 왜 몰랐을까요.” 아버지는 아직도 그 아침을 후회한다. 연휴가 지나고 아버지는 평소처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뒤 출근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주머니에 진동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지우 학교의 상담교사라고 했다. “아버님, 지금 학교로 와주셔야 될 것 같아요.” “지금요?” “지우가 성폭행을 당한 것 같습니다.” 지하철이, 세상이 한순간 멈춰 섰다. 아버지는 “아이가 거짓말한 거 아닐까요”라고 자꾸 되물었다. TV나 소설 속 이야기로만 여겼던 일이었다. 교사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 경찰서로 향했다. 사건을 접수하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담당 경찰관은 최대한 빨리 지원시설로 가라고 했다. 아버지는 곧장 아이 손을 잡고 해바라기 센터에 들렀다가 병원으로 갔다. 그날 아이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해바라기 센터에서 검사를 했지만 생리 기간과 겹쳐 증거가 남아 있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우는 생리를 시작한 지 몇 달 안 된 아이였다. 그날, 아이의 시간은 멈췄다. 발단은 소셜미디어(SNS)였다. 정체 모를 한 남성이 전자담배를 사 줄 테니 만나자며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열세 살 아이를 늦은 밤 불러내 자신의 차 안에서 범행했다. 경찰관은 아이에게 스마트워치를 건넸다. 가해자가 아직 잡히지 않았을 때였다. 무슨 일이 생기면 버튼만 누르면 된다고 아버지는 일러뒀다. 아이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때 제가… ‘그 시간에 뭐 하러 나갔냐’고 했어요.” 아버지는 잠시 말을 멈췄다. “나중에 들어보니까, 그 말이 애한테 되게 힘들었나 보더라고요.” 아버지는 하루가 멀다 하고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가해자는 잡혔는지, 조사는 어떻게 돼가는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인지. 휴대전화를 붙들고 같은 질문을 거듭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 반 만에 가해자는 붙잡혔다. 어느 새벽이었다. 아버지는 이상한 기척에 잠에서 깼다. 아이 방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용기를 내 문을 열었다. 창문이 열려 있었다. 아파트 창틀 위에 아이가 서 있었다. 아버지는 아이를 끌어내려 품에 안았다. “화도 나고 소리도 지르다가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런데 애한테 해줄 말이 없더라고요. ‘왜 그래’ 그 말밖에….” 그날 이후 아버지는 아이 방 문 앞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여동생도 언니 방 앞을 지날 때 발소리를 죽였다. 사건 이후 아이의 일상은 좁아졌다. 근처 공원 외엔 동네를 벗어나지 못하고, 어두워지면 밖에 나서지 못한다. 남자 어른을 가장 무서워한다. 비슷한 차만 지나가도 굳어버린다. 여동생도 지금까지 언니 눈치를 본다. “막내가 ‘언니는 왜 저렇게 화를 내는 거냐’고 매일같이 물어봤어요. 그만큼 아이는 예민한 상태였어요.” 1심 재판이 시작됐다. 법정에는 가해자가 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그 얼굴을 보지 못했다. 보면 무너질 것이 분명했다. 가해자 측은 아이를 증인으로 세우겠다고 했다. 열세 살 아이를 다시 가해자 앞에 세우는 일이었다. “정말 다 포기하고 싶었어요.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진단서도 제출하고 별짓을 다 했죠.” 가해자 측은 재판에서 “아이를 간음한 건 맞지만 위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아이가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이 사건으로 인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매일같이 제출했다는 반성문, ‘용서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가해자 측 가족의 탄원서는 형량을 낮추기 위한 조치일 뿐이었다. 아버지와 지우는 아직 가해자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지 못했다. “왜 저 사람들은 재판부에 잘못했다고 할까요. 피해자는 따로 있는데.” 검찰은 가해자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을 적용해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고는 3년 6개월이었다. 항소심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아버지는 가해자가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것이 가장 두렵다. “처음 재판이 시작될 땐 애 나이도 어리고 워낙 죄질이 좋지 않아서 중형이 내려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대로면 가해자가 다시 아이 앞에 나타날까 무서워요.” 아이는 여전히 불안 속에 산다. “가끔 아무 이유 없이 울어요.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고…. 멀쩡한 게 더 이상한 거 아닙니까.” 요즘 아이는 조금씩 혼자 다니는 연습을 한다. 가끔은 환하게 웃기도 한다. 아버지는 아이에게 말했다. 그 남자는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그러니 안심해도 된다고. 아버지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까 봐 두렵다. “법이 너무 약한 것 같아요…. 엄벌이 좀 되면 이런 일, 덜 하지 않겠습니까.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만이라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고 싶은데….” 아이 방 문은 오늘도 닫혀 있다. 그 앞에 아버지가 누워 있다. 우리 아이를 지키세요서울신문은 시리즈와 함께 온라인 성착취 징후와 대응법을 담은 인터랙티브 웹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아래 링크 및 QR코드를 통해 각각 10대 자녀를 둔 부모용, 청소년 당사자용 가이드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모용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 청소년용 https://seoul.co.kr/SpecialEdition/grooming_education/teen/
  • 꺼져 가는 지역 소멸의 심장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정선의 공공의료

    꺼져 가는 지역 소멸의 심장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정선의 공공의료

    강원도 정선군이 공공의료 서비스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그 중심에 정선군립병원이 있다. 군립병원은 의료 취약지인 정선에서 주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군은 군립병원을 폐광지역 의료 공백을 메우는 거점 공공의료기관으로 키워나간다는 구상이다. 최연규 군 공공의료지원팀장은 26일 “우리가 가장 먼저 시작한 군립병원은 전국적인 지역소멸 위기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공공의료 모델”이라며 “공공의료는 선택이 아닌 지역 존속을 위한 필수 기반이다”고 말했다. 2016년 5월 문을 연 정선군립병원은 ‘전국 1호 군립병원’이다. 군 단위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지방의료원이 아닌 일반병원을 운영하는 전국 첫 사례다. 현재도 군립병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정선에만 있다. 정선에 이은 2호 군립병원인 울산 울주병원은 올해 상반기 개원하고, 경기 가평군립병원은 2028년 건립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군이 군립병원을 개원한 것은 당시 사북읍에 있었던 한국병원이 경영난으로 폐업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한국병원이 문을 닫으면 사북·고한읍 주민들은 차량으로 30~40분 걸리는 정선읍에 있는 진폐전문병원인 근로복지공단 정선병원을 이용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결국 군은 한국병원을 인수한 뒤 강릉동인병원에 위탁운영을 맡겼다. 2020년 1월에는 군립병원을 운영할 재단법인 정선의료재단을 설립해 직영체제로 바꿨다. 이후부터 지속적인 투자로 의료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군은 2023년 서울 중앙대병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신경과, 비뇨의학과 방문진료를 시행했다. 방문진료는 중앙대병원 전문의가 월 1회 군립병원에서 뇌경색, 뇌혈관 등과 전립선염, 요로감염, 여성 비뇨 질환, 비뇨기종양 등의 질환을 진료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2024년 10월에는 군이 170억원을 들여 군립병원 본관동을 지상 3층 연면적 3392㎡ 규모로 신축했다. 전자내시경, 초음파진단기, DR촬영장치(X-Ray) 등 50여개의 최신 의료장비도 보강했다. 특히 산부인과를 개설해 임산부 등록관리, 여성 호르몬검사, HPV백신접종, STD검사, 웨딩검진, 요실금검사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산부인과는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산부인과 교수와 안동의료원, 거창적십자병원, 포항성모병원 산부인과장을 역임한 김주현 전문의가 총괄한다. 그는 매월 셋째 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보건소에서 임산부, 가임기 여성, 갱년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외래 진료도 하고 있다. 신축한 본관동에는 건강검진센터도 신설됐다. 양희수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센터장을 맡은 검진센터는 기본형을 비롯해 선택형, 맞춤형, 기업 맞춤형 등 다양한 종합검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민들은 검진센터가 만들어진 뒤 서울이나 춘천, 원주, 강릉 등에 있는 의료기관을 찾아 ‘원거리 검진’을 받아야 하는 불편이 사라져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검진센터가 운영에 들어간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11개월 동안 검진자 수는 9000명에 가깝다. 군은 검진센터를 활용한 여성 농업인 건강검진 사업을 추진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검진비 22만원 가운데 90%인 19만 8000원을 지원받고, 나머지 2만 2000원만 자부담한다. 지역농협 조합원은 자부담액도 농협으로부터 지원받아 무료로 검진을 받는다. 검진 대상은 51~70세 여성 농업인이고, 영농 경력과 나이순으로 선정한다. 최 팀장은 “본관동 신축으로 진료 영역을 넓히고, 검진 기능까지 갖추면서 지역 내 필수의료 전반을 책임지는 종합 의료기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산부인과가 생겨 임산부와 여성에 대한 전문적인 진료가 이뤄지는 점이 중요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군은 지난달 중앙대병원 방문진료 과목으로 순환기내과를 추가하기도 했다. 순환기내과 방문진료는 매월 두 번째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열려 김치정 전문의가 심혈관계 질환을 진료한다. 이처럼 의료서비스가 양적·질적으로 성장하자 환자들의 발길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군립병원 이용자 수는 6만 6984명으로 직영으로 전환한 첫해인 2020년(3만 2054명)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정선 인근 태백, 삼척에서도 군립병원을 찾고 있다. 곽일규 부군수는 “군립병원이 정선을 넘어 광역 공공의료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립병원은 거동이 불편한 장기요양 수급자가 요양시설이나 병원이 아닌 자택에서 치료와 돌봄을 받는 재택의료도 시행한다.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전담팀이 가가호호 방문해 건강 상태와 주거 환경, 돌봄 여건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며 맞춤형 케어플랜을 수립하고, 이후 의사는 월 1회, 간호사는 월 2회 이상 방문한다. 사회복지사는 상담과 통합사례관리를 맡는다. 또 군은 오는 6월부터 내년 2월까지 별관동을 리모델링해 의료 환경을 한층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65억원을 투입하는 리모델링을 통해 인공신장실 병상이 10개에서 14개로 늘어나고 병동과 식당, 총무과 사무실 등이 새단장한다. 곽 부군수는 “지역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은 주민이 머물 수 있는 조건, 즉 삶의 기반을 구축하는 데 있고 그 핵심은 의료”라며 “공공의료 확대를 통해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고 전했다.
  • 한라산 오름은 웨딩사진 ‘핫스폿’

    한라산 오름은 웨딩사진 ‘핫스폿’

    25일 제주시 애월읍의 한 초지에서 예비부부들이 한라산과 오름을 배경으로 웨딩 촬영을 하고 있다. 제주 연합뉴스
  • 100년 전을 봐, AI 낙관 마라

    100년 전을 봐, AI 낙관 마라

    지난해 이맘때 코스피는 2400~2500선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6000을 훌쩍 뛰어넘었다. 외부 불안 요인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지만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너도나도 주식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100여년 전 미국 월스트리트도 그랬다. ‘라디오’라는 신기술이 등장하자 기술 발전과 혁신에 대한 기대감에 사로잡혀 평범한 월급쟁이부터 자영업자까지 모두 ‘빚투’(빚을 내 투자)에 뛰어들었다. 2026년 대한민국의 풍경을 보는 듯하다. 이 책은 한 세기 전 월스트리트를 주름잡았던 거물들이 남긴 각종 문서, 미공개 사료, 1929년에 발행된 모든 신문 기사를 바탕으로 전 세계를 뒤흔든 최악의 경제 붕괴이자 대공황의 시작인 1929년 가을에 벌어진 일을 꼼꼼하게 시간 단위로 재구성했다. 비극의 자초지종을 생중계하듯 보여준 이는 ‘뉴욕 타임스’의 대표 경제 저널리스트이자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치밀하게 추적한 책 ‘대마불사’의 저자인 앤드루 로스 소킨이다. 1920년대 미국은 ‘광란의 20년대’로 불린다. 제1차 세계대전 승전국으로 세계 최대 채권국이자 생산국으로 부상하며 전례 없는 경제적 호황과 대중문화 발전을 누렸다. 자동차, 세탁기, 라디오 등 신기술의 등장으로 기술 낙관론이 팽배했다. 기술이 무한한 성장과 풍요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며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주식시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한계에 다다른 풍선은 터지기 마련이다. 저자는 장밋빛 미래를 보여주던 경제 체제가 한순간 거품으로 바뀐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누적된 모순이 복합적으로 터져 나온 결과이고 그 배경에는 ‘인간의 탐욕’이 있었다는 점을 아프게 꼬집는다. 책을 읽다 보면 100년 전과 지금이 너무 비슷하다는 기시감 때문에 소름이 끼칠 정도다. 물론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저자는 묻는다. “100년 전 라디오가 약속했던 풍요는 왜 파산의 기록이 됐을까. AI가 약속하는 유토피아는 100년 전 비극을 피해 갈 수 있을까. 그때와 지금 뭐가 다른가.”
  • 청년취업 새 둥지 ‘구로 생각공장’

    청년취업 새 둥지 ‘구로 생각공장’

    G밸리 인접… AI 융합과정 운영서비스기획·디지털마케팅 60명장인홍 구청장 “청년에 실질 도움” 청년취업사관학교 구로캠퍼스가 ‘구로 생각공장’으로 옮겨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청년취업사관학교는 청년 구직자의 디지털 역량 강화, 기업이 원하는 디지털 인재 양성,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서울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이 운영하고 자치구가 장소 제공 등 지원 업무를 맡는다. 서울 구로구는 지난해 서울시50플러스 남부캠퍼스에서 임시 운영되던 청년취업사관학교 구로캠퍼스가 최근 문을 연 지식산업센터 ‘구로 생각공장’에 새롭게 자리 잡았다고 14일 밝혔다. 구 관계자는 “교육 접근성과 운영 안정성을 높이고 현장 수요에 맞는 디지털 실무교육을 제공해 청년 취업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청년취업사관학교는 2021년 영등포를 시작으로 현재 25개 자치구에서 운영되고 있다. G밸리(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가 인접한 구로캠퍼스는 제조업과 정보기술(IT)이 공존하는 특성을 반영해 실무 중심의 인공지능(AI) 융합 과정을 운영해 왔다. 지난 10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2기 참가자를 모집한다. 교육 과정은 서비스 기획과 디지털 마케팅 분야로, 각각 30명을 선발한다. 6월 8일 개강 예정이며 해당 분야에서 기초 역량을 갖춘 만 15세 이상 시민이 대상이다. 기본 자격 확인과 기초지식 테스트, 면접을 거쳐 최종 선발한다. 신청은 청년취업사관학교 새싹 홈페이지로 하면 된다. 장인홍 구로구청장은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실무 중심 교육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디지털 분야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운영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 서초교향악단 ‘하이든 전곡 완주’ 임박

    서울 서초교향악단이 지방자치단체 오케스트라로서는 드물게 하이든 교향곡 전곡 연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서초구는 서초문화재단과 서초교향악단이 추진 중인 ‘서리풀 전곡 연주 시리즈 – 하이든 교향곡 107곡 전곡 연주 프로젝트’가 오는 7월 공연으로 7년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는다고 13일 밝혔다. 2020년 시작된 이 시리즈는 ‘교향곡의 아버지’로 불리는 요제프 하이든의 교향곡 전곡을 무대에 올리는 프로젝트다. 기초지방자치단체 오케스트라가 단일 작곡가의 교향곡 전곡을 장기간에 걸쳐 연주한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구 관계자는 “지역 공공예술단체도 정통 클래식 역량과 기획력, 지속 가능성을 바탕으로 대규모 장기 프로젝트를 완주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초교향악단은 반포심산아트홀에서 5월 14일 ‘밀리터리’, 6월 18일 ‘드럼 롤’, 7월 9일 ‘런던’ 공연으로 7년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전성수 구청장은 “하이든 교향곡 전곡 연주는 서초 문화예술 자산이 빚어낸 뜻깊은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구민의 일상 속 품격 있는 공연 문화를 넓혀가겠다”라고 밝혔다.
  • 파란 점퍼 입은 후보들 역대 최다… ‘보수의 심장’ 대구 진짜 디비지나

    파란 점퍼 입은 후보들 역대 최다… ‘보수의 심장’ 대구 진짜 디비지나

    ‘보수의 심장’ 대구의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시장 후보로 앞세워 민심 공략에 나선 가운데 국민의힘은 ‘공천 내홍’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총리가 이끄는 대세론에 파란 점퍼를 입은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들이 역대 가장 많이 나서고 있다. 13일 민주당 대구시당에 따르면 대구 기초지자체 9곳 중 8곳의 구청장·군수 후보를 확정했다. 2023년 편입된 군위군만 미정인데 현재 후보를 물색 중이다. 시의원 후보 공천을 신청한 예비 후보는 이날 기준 25명에 달한다. 각 구·군의 기초의원 공천을 신청한 경우도 100여명으로 역대 최다 수준이다. 보수의 텃밭이던 대구에서 후보를 내기도 힘들어하던 과거와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민주당은 2022년 선거에서 기초단체장 후보를 4명 내는 데 그쳤고 2014년에는 1명만 후보로 나섰다. 민주당은 남북정상회담 등의 훈풍을 타고 문재인 정부 2년 차에 치러진 2018년 선거 당시 대구에서 가장 큰 성과를 냈다. 기초단체장 당선자는 없었지만 달성군을 제외한 7곳에서 후보를 냈고 동구에서는 접전 끝에 석패했다. 시의원 선거에도 23명이 나서 비례대표 포함 5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이번에는 “8년 전보다 더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김부겸 마케팅’도 활발하다. 예비후보도 선거사무소 설치를 비롯한 공식적인 선거 운동이 가능해 김 전 총리와 함께 찍은 사진을 현수막으로 내걸거나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하며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민주당 대구시당 관계자는 “지난 선거와 비교하면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다”면서도 “다만, 국민의힘에 대한 대구 시민의 실망감이 커 그에 따른 반사 이익으로 보이는 만큼 마지막까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 21조원 들인 ‘메타 AI드림팀’… 수학·과학 전문가급 추론 ‘뮤즈 스파크’ 출시

    21조원 들인 ‘메타 AI드림팀’… 수학·과학 전문가급 추론 ‘뮤즈 스파크’ 출시

    알렉산더왕 연구팀의 첫 작품석박사 설계한 ‘인류 최종 시험’구글·오픈AI 경쟁작보다 앞서인스타그램·AI 안경 등에 적용 메타가 인공지능(AI) 생태계의 ‘개방’을 상징하던 기존의 오픈소스 전략을 버리고 기술 독점을 통한 정면 승부를 선택했다. 그동안 ‘라마(Llama)’ 시리즈를 무료로 배포하며 생태계 확장을 주도해온 것과 달리 이번엔 ‘폐쇄형’ 모델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는 글로벌 AI 경쟁의 축이 누구나 쓸 수 있는 ‘공유 자산’에서 빅테크가 기술을 점유하고 통제하는 ‘성능 중심’으로 완전히 옮겨갔음을 의미한다. 메타는 8일(현지시간) 알렉산더 왕 최고AI책임자(CAIO)가 이끄는 메타초지능연구소(MSL)의 첫 결과물인 ‘뮤즈 스파크(Muse Spark)’를 전격 출시했다. 왕 CAIO는 메타가 지난해 새 AI 모델 개발을 위해 약 21조원을 들여 영입한 데이터 플랫폼 기업 ‘스케일AI’의 창업자이자 개발자다. 이번 모델은 그가 이끄는 초지능 연구팀의 첫 성과로 작고 빠르면서도 과학·수학 등 전문 분야에서 인간 전문가 수준의 추론 능력을 갖췄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AI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고안된 ‘인류 최종 시험(HLE)’ 결과다. 석·박사급 전문가들이 AI가 풀기 어렵게 설계한 이 시험에서 뮤즈 스파크는 외부 도움 없이 스스로 답을 내는 ‘자체 사고’ 기준 50.2점을 기록했다. 이는 구글의 ‘제미나이 3.1 딥싱크(48.4)’와 오픈AI의 ‘GPT 5.4 프로(43.9)’를 앞선 수치로, 순수 지능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메타는 이처럼 향상된 추론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기술적 구조에도 변화를 줬다. 성능의 핵심은 새롭게 도입된 ‘심사숙고 모드’다. 여러 AI 에이전트가 동시에 문제를 분석하고 최적의 해답을 조율하는 기술로 사고의 깊이를 더했다. 이번 모델은 메타의 SNS 플랫폼은 물론 스마트 글래스 등에도 즉시 적용된다. AI 안경이 사용자가 보는 세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정보를 알려주고, 인스타그램 등에서 개인 비서처럼 대화를 나누는 식이다.
  • “실천 안 해”vs“이미 확약”…경남서 ‘농어촌 기본소득’ 예산 논쟁

    “실천 안 해”vs“이미 확약”…경남서 ‘농어촌 기본소득’ 예산 논쟁

    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지사 선거에 나선 여야 후보가 ‘남해군 농어촌 기본소득’ 예산을 놓고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 측은 경남도가 정부 원칙인 ‘도비 30%’를 지키지 않아 추가 공모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공세를 폈고 현직인 박완수 경남지사 측은 “이미 30% 분담 확약서를 제출했다”며 허위 주장이라고 맞받았다. 쟁점은 ‘약속’과 ‘예산’의 괴리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인구 감소 지역 주민에게 소득·자산과 관계없이 1인당 월 15만원을 2년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사업으로, 남해군을 포함한 전국 10개 군이 시범 대상지로 선정됐다. 지난 2월 첫 지급이 시작됐는데, 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국비 40%, 도비 30%, 군비 30%로 분담한다. 문제는 실제 예산 편성이다. 남해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 예산은 국비 280억 8000만원을 포함해 총 702억원이다. 이 중 올해 경남도 예산에 반영·확보한 도비는 126억 3600만원으로 약 18% 수준이다. 정부 기준인 ‘도비 30% 분담’을 충족할 때 도비는 총 210억원으로 늘게 되는데, 결국 도는 80억원 이상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제출된 경남도의 1차 추가경정예산안에 이 부족분과 관련한 예산은 담기지 않았다. 이를 두고 김경수 후보는 “정부와 국회가 정한 원칙을 깨고 재정이 열악한 군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며 “하반기 추가 지정 공모를 앞두고 ‘도비 30% 분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경남 다른 군 지역의 기회까지 막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중앙정부의 재정 보강 기조를 언급하며 “불필요한 갈등 대신 협력으로 도민 몫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라고도 했다. 반면 경남도는 공보특보 명의 입장문을 통해 “이미 농림축산식품부에 도비 30% 지원 확약서를 제출했고, 그 결과 남해군이 선정됐다”며 “김 후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애초 확약서에 ‘하반기 예산 편성’이 담겨 있고, 그 계획에 맞춰 올 하반기 관련 예산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후보 측은 재반박에 나서 “확약서는 약속일 뿐이고 예산은 실천”이라며 정부에는 서류를 제출하고 실제 예산에는 반영하지 않은 ‘이중 행정’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민선 8기 임기 마지막 추경에서도 관련 예산이 빠진 점을 들어 “실천 없는 약속”이라고 직격했다. 한편 남해군에서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사업이 시행 두 달여 만에 집행률 70%를 웃돌며 지역 경제와 공동체 전반에 선순환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군은 2월 말 군민들에게 지급된 1차 기본소득 약 51억원(1인당 15만원) 중 77%에 이르는 39억원이 지역 내에서 유통됐다고 최근 밝혔다. 정책 효과는 소상공인 매출 회복과 상권 활성화로 직결되고 있다. 일부 마을에서는 기본소득을 활용한 공동 기금 조성과 상생 활동으로 확장되는 등 기본소득이 공동체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군은 지난달 말 1월분 소급분을 포함해 1인당 30만원의 추가 지급을 완료하며 정책 동력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지방재정 부담 문제는 과제다. 지난해 전국 기초지자체 재정자립도는 평균 48%이고 이 중 군 단위는 17%에 불과했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 중에서는 이보다 더 낮은 한 자릿수에 머무는 곳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 지자체는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 예산을 충당하고자 기존 복지 예산을 삭감해 ‘제 살 깎아 먹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앞으로 사업이 전면 확대되면, 경남도는 연간 2000억원 이상의 도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 “로봇세 도입하고 주 4일 근무를”… 오픈AI ‘新사회계약’ 제안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초지능 시대’를 대비해 로봇세 신설과 주 32시간 근무제 등을 제안했다. 초고속 기술 발전으로 기존 제도를 조금씩 손보는 수준의 대응으로는 한계라며, 인류 중심의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픈AI는 6일(현지시간) 발표한 ‘지능 시대를 위한 산업 정책’에서 AI가 기업 이윤은 늘리되 노동 소득 비중은 낮춰 국가의 세수 기반을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본이득세와 법인세를 인상하고, 로봇 도입으로 수익을 낸 부분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모든 시민이 AI 성장의 과실을 직접 누릴 수 있도록 주식이나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돌려주는 ‘공공 국부 펀드’ 조성을 제안했다. 노동 분야에서는 효율성 향상을 노동자 복지로 전환하기 위해 임금 삭감 없는 ‘주 32시간·4일 근무제’의 시범 운영을 제시했다. 직장을 옮겨도 혜택이 유지되는 ‘휴대용 복지 계정’ 도입과 실직자들이 보육·돌봄 등 인간적 유대감이 필수적인 서비스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훈련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안전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AI 표준·혁신 센터’(CAISI)의 권한을 키워 고도화된 AI 모델이 초래할 사이버·생물학적 위험을 검증하는 감시 체계를 구축하자고 건의했다. 오픈AI는 이번 제안이 확정된 해답이 아닌 ‘대화의 시작점’임을 강조했다. 또 오는 5월 워싱턴DC에서 워크숍을 열고 관련 연구에 최대 10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규제 최소화를 선호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사회 안전망 강화를 중시하는 민주당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전략적 행보”라고 분석했다.
  • [씨줄날줄] 로봇세

    [씨줄날줄] 로봇세

    오픈AI가 초지능 시대를 대비해 로봇세 도입을 공개 제안했다. 인공지능(AI)이 기업 이윤을 늘리는 대신 노동 소득을 잠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본이득세·법인세 인상과 함께 자동화로 비용을 절감하고 이윤을 낸 기업에 ‘자동화 노동세’를 신설하자는 게 핵심이다. 오픈AI가 로봇세 개념의 창시자는 아니다. 2017년 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세금을 내던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으면서 로봇은 세금을 안 낸다”며 로봇세를 띄웠다. 그러자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ATM, 모바일뱅킹에도 과세해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그해 한국에서는 자동화 설비 세액공제율을 낮춰 사실상의 세금 인상 효과를 거뒀다. ‘한국형 로봇세’로 불렸지만 본격적인 공론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로봇=일자리 도둑’이라는 전제도 아직 경험적으로 확고하지 않다. 국제로봇연맹의 2023년 통계를 보면 로봇 밀도 상위국인 한국·독일·일본의 실업률은 세계적으로 낮은 편. 로봇과 고용이 함께 간다는 역설이다. 변곡점은 2022년 말 챗GPT다. 고비용 기술이던 AI 추론 비용이 이후 2년 만에 수백분의1로 떨어졌다. 이제 AI는 많은 영역에서 인건비보다 싸게 지적 업무를 처리하며 글쓰기부터 코딩, 추론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일하는 방식과 산업구조, 공장 가동 형태가 바뀌면 세금 체계도 흔들리게 마련이다. 로봇세 논의가 촉발됐던 2017년은 이재명 대통령의 첫 대선 도전 시기와 겹친다. 이 대통령은 당시 경선 토론에서 ‘로봇세’에 대해 “생산력은 늘지만 일자리는 줄고, 돈 버는 사람은 계속 부를 쌓고 가난한 사람은 점점 가난해질 것”이라며 “그래서 기본소득제”라고 했다. 대통령이 된 지금은 AI 대전환에 4조 5000억원을 쏟으며 생산성 경쟁에 여념이 없다. 자동화의 부작용을 경계하던 시대에서 기술 소외를 우려하는 시대로의 급전환이다. 가차없이 빠른 기술의 속도는 제도의 숙성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 생태도시 20년 일궈낸 순천… 그 위에 ‘미래산업 도시’ 꽃피운다

    생태도시 20년 일궈낸 순천… 그 위에 ‘미래산업 도시’ 꽃피운다

    순천만 습지 복원·국가정원박람회無자원 한계 넘어 ‘정원 경제’ 활짝문화·우주·바이오 새 3대 경제 축에 치유도시 전략과 반도체 결합 나서애니메이션·웹툰 클러스터 조성우주항공산업진흥원 등 유치전전력·용수·부지·교통 ‘반도체 최적’620억 투입, 그린바이오 거점 육성세계적 경기 둔화와 산업구조 변화로 철강, 석유화학 등 전통적인 제조업이 침체를 겪으면서 여수국가산업단지와 광양제철소가 위치한 전남 동부권의 신산업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지역 생존을 좌우하는 필수 과제가 됐다. 이런 가운데 순천시가 지난 20여년 축적해 온 생태도시 철학을 토대로 문화·우주·바이오라는 3대 경제 축과 치유도시 전략, 그리고 반도체를 결합해 산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전환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순천은 민선 8기 동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단조립장 유치, 애니메이션·웹툰 분야 선도 기업 유치, 전남 최초 코스트코 입점과 7000억원 규모의 호텔 건립 업무협약(MOU) 등 분야별로 굵직한 결실을 보기도 했다. 나아가 시는 오는 7월 출범할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대비해 반도체·우주항공 핵심 기관 등의 추가 유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고급 인재가 찾아와 머물 수 있는 정주·산업 환경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등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다. ●생태 정책, 국내 넘어 국제적 호평 불과 20년 전만 해도 순천은 대규모 산단을 기반으로 한 인근 도시들에 비해 변변한 자원 하나 없는 ‘무자원 도시’로 평가받았다. 시는 이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순천만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흑두루미를 비롯한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생태철학을 도시 전략의 중심에 세웠다. 오리농장과 식당을 옮기고 전봇대 282개를 뽑는 등 과감한 습지 복원 정책을 통해 순천만 생태계의 건강성을 되살렸고, 이는 탐조객과 생태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출발점이 됐다. 이러한 생태 기반 위에서 순천만국가정원 조성과 두 차례의 국가정원박람회 개최는 도시 경제 구조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2025년 한 해 동안 순천만국가정원 방문객은 450만명을 넘어섰고 입장료와 부대 수입 등 영업 수익은 120억원을 돌파하며 ‘정원 경제’가 안정적인 수익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정원박람회 폐막 이후에도 콘텐츠를 고도화한 결과 국가정원은 계절별 특화 프로그램과 야간 콘텐츠 등으로 사계절 관광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도시의 미래에 대한 장기 투자가 관광 수입과 세입 확충, 지역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순천의 생태 정책은 국내를 넘어 국제적으로도 호평을 얻고 있다. 국제두루미재단(ICF) 임원진이 순천만을 찾은 데 이어 시는 기초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 가입하며 세계 생태 네트워크의 주요 거점으로 부상했다. ‘생태가 곧 경제’라는 슬로건은 더 이상 수사에 그치지 않고 도시 브랜드로 이어지며 실질적인 성장 엔진이 되고 있다. ●뉴스페이스 생태계 등 신산업 전환 시는 축적된 생태도시 역량을 바탕으로 문화·우주·바이오 3대 경제 축을 새롭게 세우고, 치유도시 전략과 결합한 미래산업 도시 구상을 제시했다. 문화산업 분야에서는 국가정원과 원도심을 무대로 애니메이션·웹툰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대한민국 문화도시 지정으로 보한 재원을 발판 삼아 웹툰 아카데미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앞으로 875억원 규모의 전략 펀드를 통해 원도심 일대에 자리 잡은 36개 문화콘텐츠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추가적인 기업 유치에 나설 전망이다. 우주·방위산업은 전남 동부권의 제조업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순천 율촌산단에 자리 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발사체 제작센터는 차세대 발사체 누리호 6호기 제작의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이를 계기로 시는 우주 소재·부품·장비 기업 유치와 순천 ‘SAT’ 위성 발사를 준비하는 등 뉴스페이스 생태계 조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세계 5대 우주 강국’과 ‘4대 방산 강국’을 목표로 우주·방산 예산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순천은 전남 고흥·경남 사천·대전 등 관련 도시와의 연대를 통해 남해안 우주산업 벨트의 중요한 한 축을 맡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시는 행정통합에 따른 공공기관 이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우주항공산업진흥원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시는 우주항공청의 2028년 진흥원 설립 목표에 맞춰 연향들 일원 약 7만㎡ 부지를 후보지로 제시하고, 이곳에 주거·문화·숙박 등 정주형 지원 시설을 함께 조성해 기관의 조기 안착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순천은 발사체 제작센터를 비롯해 우주·방산 관련 소재·부품 기업이 들어설 수 있는 산단 인프라가 집적돼 있다. 우주항공산업진흥원이 들어설 경우 연구·제조·행정이 한 도시 안에서 연결되는 ‘전 주기 우주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승주읍 일원을 그린바이오 혁신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620억원을 투입, 의약품·우주·미래식품의 원료가 될 농작물을 생산하는 등 농업과 첨단산업을 결합한 새로운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린바이오 분야의 주요 기업과 생산시설 조성 협약도 성사됐다. 시는 이제 생태·정원·농업을 결합해 바이오 헬스·우주식품 산업과 연결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해 나갈 계획이다. ●‘누구나 한번 살아 보고 싶은 도시’로 전남 동부권 행정통합과 반도체, 우주항공산업진흥원 유치 논의는 향후 수십 년간 지역의 산업·인구 지형을 뒤흔들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와 우주 산업은 막대한 설비 투자와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만큼 기업과 기관 입장에서는 고급 인력이 장기 정착할 수 있는 도시 환경이 핵심 조건으로 꼽힌다. 전력, 용수, 부지, 교통 등 반도체 유치에 최적화된 조건을 갖춘 순천은 생태·치유·문화 인프라와 함께 코스트코 유치를 비롯한 정주 환경을 대폭 강화하며 ‘누구나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도시’로의 전환을 꾀하고 선제적인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노관규 시장은 “생태도시 20년은 단지 환경 친화 도시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불황에도 버틸 수 있는 새로운 경제 구조를 설계해 온 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문화·우주·바이오 3대 경제 축과 치유·정주 전략, 그리고 우주항공산업진흥원 유치를 바탕으로 반도체와 우주항공 등 미래산업의 고급 인재가 선택하는 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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