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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美 초기이행조치 큰틀 합의”

    |베이징 김미경특파원|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제5차 3단계 6자회담이 8일 막을 올린 가운데 북·미간 이미 큰 틀에서 핵폐기 초기단계 이행조치와 상응조치에 대한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져 회담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따라 의장국인 중국이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합의문 초안을 마련, 회람시키는 등 협상 진전을 위한 회담국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경수로 및 중유 등 대체에너지 지원을 골자로 한 상응조치를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이 어떻게 나눌 것인지, 특히 한국측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최종 합의과정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달 16∼18일 북·미간 베를린 회동에서 양국은 초기단계조치에 대체로 합의하고 각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하지만 지원의 양과 종류 등 세부사항은 언급되지 않아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것 같다. 힐 차관보는 이와 관련,“김계관 부상과 각서에 서명한 적이 없다.”며 각서의 존재를 부인했다. 그런데도 베를린 회동 이후 양측이 회동 결과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보인 데다 이를 바탕으로 6자회담이 재개됐다는 점에서 상당 부분 합의가 이뤄졌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실제 중국은 초기이행조치와 상응조치의 세부 내용과 이행 시기 등을 담은 초안을 마련, 참가국들에 회람시키는 등 본격적인 중재 활동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초안에는 ▲영변 5㎿ 원자로 등 5개 핵 관련 시설의 정지를 2∼3개월 등 특정시한내 이행하고 ▲이에 상응하는 대체에너지 등을 같은 기간내 제공하기 시작하는 ‘동시이행’ 원칙을 골자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시설 정지는 합의 뒤 2∼3개월내 이행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회담을 진전시켜 협상이 타결되면 ‘공동성명’ 형태의 합의문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베이징에 도착한 김계관 부상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담은 아직 해결해야 할 ‘대치점’이 많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면서 “미국은 (자기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으며, 미국이 우리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고 평화적 정책으로 나오려 하는가 안 하는가, 이것을 기본으로 판단하고 이번 회담에 임하겠다.”며 ‘공’을 미측에 넘겼다. 한편 이날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개막된 6자회담은 김계관 부상이 도착한 뒤 한·일, 북·중 등 양자협의가 진행됐으며 이어 수석대표회의와 개막식, 환영리셉션 등을 통해 활발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특히 언론의 주목을 받은 김 부상은 예정보다 20분쯤 늦게 공항에 도착, 출구를 나서며 ‘준비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중국 외교부는 수석대표회의에 앞서 6개국 수석대표들이 손을 맞잡는 장면을 취재진 앞에서 연출하려 했지만 오전부터 열린 양자 협의가 길어짐에 따라 결국 포토세션 자체를 취소했다.chaplin7@seoul.co.kr
  • [사회플러스] “FTA협정문 초안 공개대상 아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안철상)는 2일 민주노동당 강기갑·권영길 의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협정문 초안 전문을 공개하라.”며 외교통상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협정문 초안에는 양국의 구체적 주장과 대응 내용, 교섭방침 등이 들어 있어 공표될 경우 통상교섭에 있어 다른 국가들의 교섭정보로서 활용될 수 있고 양국 사이의 이해 관계의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말조심 경계령으로 관심끄는 한나라 빅3 연설스타일

    최근 들어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빅3’가 말을 아끼기 시작했다. 이명박 전 시장이 최근 ‘자녀 교육 발언’과 ‘충청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이후 각 진영의 측근들이 거의 동시에 ‘말조심’을 주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큰 경기에서 사소한 자책이 승부를 좌우하듯 선거전에선 사소한 실언이 승패를 가른다는 판단에서다. 이로 인해 한나라당의 대선주자 ‘빅3’의 연설스타일이 새삼 관심을 끈다. 그들의 삶의 궤적만큼이나 연설스타일도 극명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거침없는’ 이명박 여론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언변은 달변은 아니라 하더라도 거침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측근들은 “기성정치인들이 보여주는 매끈한 말솜씨는 찾아보기 어렵겠지만 자신이 직접 겪은 현장 경험과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얘기를 풀기 때문에 설득력은 더 강하다.”고 말한다. 이 전 시장은 연설 전에 스피치 담당자들로부터 연설문 초안을 받지만 그대로 읽는 법이 없고,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각색해서 전달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가끔 ‘본의 아닌 실수’도 나온다. 최근 박근혜 전 대표측과 공방을 벌였던 ‘자녀 교육 발언’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조심스런’ 박근혜 박 전 대표의 연설스타일은 조심스럽고도 단순하다는 것이 특징.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만을 골라서 사용한다. 그의 연설 역시 그만큼 절제돼 있다. 박 대표 스스로도 “모든 국민을 상대해야 하는 정치인의 얘기라면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묻곤 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박 전 대표는 아는 단어는 모두 합해 500단어”라고 비꼬기도 한다. 그러나 대중정치인으로서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고,‘실언’을 할 가능성도 그만큼 없어 보인다. 지난 5월 지방선거 직전 테러를 당했을 때,“대전은요?”라는 말 한마디로 승부에 쐐기를 박은데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말 한마디로 일축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논리적인’ 손학규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연설스타일은 학자풍이다. 논리적이고 다소 사변적이기 때문. 이같은 스타일은 지식인들을 상대로 한 토론이나 대담에서는 강점으로 꼽히지만 일반 국민들을 상대하는데는 약점으로 지적된다.‘100일 민생대장정’ 이후 감정적·원색적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말 “노 대통령은 거의 송장이 다 돼 있는데 비판해서 뭐 하느냐.”는 이른바 ‘시체 발언’이 대표적.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예전의 ‘논리 모드’로 바뀐 것 같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참여정부 ‘정책백서’ 초안 나왔다

    참여정부의 4년을 평가한 이른바 백서인 정책보고서가 나왔다. 주요 정책 53개 과제를 24권에 묶었다. 정책보고서를 총괄한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위원장 김병준)는 22일 정책보고서에 대한 보완 작업을 거쳐 단계적으로 일반에게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통일·외교·안보 등의 민감한 과제는 가급적 제외할 방침이다. 정책위는 지난 17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정책보고서를 보고했다. 정책보고서는 참여정부의 핵심 정책을 ▲사회·정치개혁(7개 과제) ▲정책추진(31개 〃) ▲정부혁신(13개 〃) ▲청와대 개혁(2개 〃) 등 4개 분야 53개 과제로 나눠 작성됐다. 부동산·북핵·자유무역협정(FTA)·국방개혁·균형발전·한미동맹을 비롯, 참여정부 출범 이래 4년 동안 추진해온 웬만한 국정과제는 총망라됐다. 특히 참여정부 4년 동안의 정책을 평가한 만큼 현재 진행중인 부동산·북핵·한미 FTA 등의 정책 과제는 현 단계를 기점으로 삼았다. 정책보고서별 분량은 50∼300쪽에 이른다. 더욱이 핵심 과제를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정책 수는 훨씬 더 늘어난다. 교육개혁의 경우,2008학년도 대학입시, 방과후 학교, 사립학교법 개정, 교육정보화시스템(NEIS) 구축 등을 포함하고 있다. 윤후덕 정책위 비서관은 “역대 정부에서 임기말에 부처별로 정책 성과를 담은 백서와는 달리 과제별로 보고서를 작성,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 효율성을 꾀했다.”고 설명했다. 또 “정책 보고서는 정책의 평가, 즉 성공과 오류, 실패의 여부를 떠나 객관적으로 기록했다.”면서 “정책의 입안에서부터 법제화, 예산, 실행에서의 문제점과 걸림돌 등의 정책 환경을 빠짐없이 넣었다.”고 덧붙였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법따로 현실따로 (6)끝] 생색용 입법 남발…일반형법<특별형법 ‘기형적 법체계’

    [법따로 현실따로 (6)끝] 생색용 입법 남발…일반형법<특별형법 ‘기형적 법체계’

    화폐 단위인 ‘환’이 아직도 살아 있다.1962년 통화개혁에서 ‘환’이 ‘원’으로 바뀐 지 45년이 됐지만 법에는 여전히 ‘환’이란 표현이 있다. 민법 97조는 ‘법인의 이사, 감사 또는 청산인은 다음 각호의 경우에는 5만환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법무부 박민표 법제심의관은 18일 “5만환을 500만원으로 바꾸는 등의 민법 개정안이 지난 2004년 국회에 제출됐으나,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계류중”이라고 말했다. 법제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법령은 4122개. 연도별 통계를 잡기 시작한 1978년의 2864개보다 1258개 늘었다. 한국법제연구원 전재경 박사는 “정부 수립 이후 7900여개의 법령이 생겼고, 이 가운데 10분의1가량만이 실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대적인 법령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배보다 배꼽이 큰 형법체계 우리나라 형법은 살인·절도·사기·강간·폭행·(공무원의)직무유기·낙태·뇌물수수 등의 범죄에 대해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 도로교통법, 정치자금법, 약사법, 여권법 등이 모두 특별형법에 해당한다. 특별형법은 600여개로 추정된다. 살인죄의 경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형법은 정하고 있다. 특별형법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서는 뇌물 1억원 이상을 받으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처하도록 규정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살인죄보다 뇌물죄의 형량이 높을 수도 있다. 2005년 법원의 1심 공판에서 형법으로 8만 4734명, 특별형법으로 14만 1784명에게 형벌이 내려졌다. 법제처 한영수 재정기획관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특별형법이 많이 만들어졌다.”면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문제의식을 갖고 법령심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형법을 건드리기 어렵기 때문에 특별형법을 만들고 있어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도 나온다. 건국대 법학과 홍일표 교수는 “특별형법은 제대로만 만들면 좋지만 체계를 갖추지 않고 만들어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려대 법학과 배종대 교수는 “특별형법이 필요했던 상황은 일정시간이 지나면 일상화되고 특별법의 효과는 떨어지게 마련”이라면서 “특별형법은 형법을 보완하기보다는 어미에 해당되는 일반 형법의 원칙을 해치는 살모사”라고 말했다. ●국회는 ‘법 공장’인가? 엉터리 법이 쏟아지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최근 들어 국회의원들의 생색내기용 입법이 급증하고 있다.16대 국회에서 발의된 의원입법안은 1912건으로 15대 때보다 768건 늘었다.17대 국회에서는 무려 4501건이 발의돼 16대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의원들이 활발한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내부 실정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국회는 법안을 만드는 ‘법 공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사무처 법제실 고위 관계자는 “사회 현상을 고발하는 신문기사 하나를 달랑 들고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 달라고 떼를 쓰는 의원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경우에는 ‘절대 법제실에서 만들어 줬다고 얘기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면서 법안을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이렇게 마련된 법안이 의원입법이란 이름을 달고 국회에 제출된다. 법제실의 다른 관계자는 “의원들은 지역구 민원이나 유권자 관리를 위한 생색내기 차원에서 법안을 대량 생산해 내고 있다.”면서 “이런 법안은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한 국회의원 입법보좌관 김모(39)씨는 “법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나 연구단체 설립을 국회 예산으로 지원해 주고 있기 때문에 정치자금 마련을 위해 법안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면서 “상임위에 법안을 던져 놓고 제안설명조차 하지 않는 의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한국법제연구원 장병일 입법평가연구팀장은 “입법 만능주의가 문제”라면서 “사회적 문제가 생기면 법을 만들곤 한다.”고 말했다. ■ 선진국의 ‘입법영향 평가’ 대부분의 선진국은 입법영향평가와 같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 등 대륙법 국가들은 1990년대 초부터, 영·미법계 국가들은 1980년대 정부 규제 평가를 하면서 법의 사회적 비용과 편익을 분석하고 있다. 입법영향평가제도가 가장 발달한 나라는 스위스. 연방 의회 내에 1000여명의 입법평가전문위원으로 구성된 평가기구를 두고 있다. 서울대 정종섭 교수는 “스위스는 국가 규모가 작아 법률평가 시스템 개발이 쉬웠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입법과정에서 사전·병행·사후 평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사전평가는 법률 초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사회문제를 규율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단계에서 진행된다. 병행평가 단계에서는 마련한 법률안의 효과, 비용추계, 실용성을 분석한다. 사후평가는 법령이 공표된 이후의 일정 시점에서 실효성을 점검한다. 법령의 목표달성 여부를 분석하고 수정·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법제연구원 박영도 기획실장은 “스위스의 입법영향평가는 다차원적·지속적으로 진행되는 법의 사회화 과정”이라면서 “법이 사회 현실과 따로 놀지 않고 정치·사회 문제를 조정하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법에 대한 세심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 [특별기고] 왜 법과 현실은 떨어져 있는가/김욱 배재대 정와과 교수 요사이 한국 사회에서 법과 현실의 괴리 현상이 아주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치관계법은 물론이고 교육정책, 부동산정책 등에서도 법과 현실이 따로 돌고 있다. 사실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필연적이다. 어느 사회나 늘 법을 안 지키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사람이 법을 잘 지킨다면, 많은 돈을 들여 경찰, 검찰 등과 같은 공무원 조직을 만들고 유지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경우 그 간극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법을 지키지 않아 법을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바보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 사회에서는 이처럼 법과 현실이 떨어져 있는가? 크게 두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하나는 문화적 설명이다. 법치보다는 인치를 중시하는 우리의 전통적 문화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법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설명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것이지만, 왜 우리가 이러한 문화를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또 다른 설명은 법을 만드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서, 이는 다시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이상이나 명분에 치우쳐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법을 만들 수 있다. 부동산 정책, 교육정책의 실패가 좋은 사례다. 둘째, 법 만드는 사람들이 시대의 급속한 변화를 미처 따라잡지 못할 수 있다. 정치관계법이 정치인 팬클럽,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등에 대한 정확한 규정을 마련하지 못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셋째, 법 만드는 사람들이 국민 전체의 이익보다는 자신들 소수만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치자금에 대한 규제는 풀어주면서 선거운동의 방법과 기간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현재의 정치관계법은 기성 정치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세 번째다. 앞의 두 가지는 합리적인 절차와 사고를 통해 차차 개선이 가능하다. 그러나 세 번째는 민주정치의 기본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으로서, 국민 의사의 심각한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국민들이 법을 잘 지키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사실 우리 사회에 법을 경시하는 문화가 생겨난 이유도 바로 오랜 기간 위정자들이 국민보다는 자신들만을 위한 법을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을 만드는 사람들, 즉 권력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유혹은 엄청나게 큰 것이다. 이들이 이러한 유혹을 물리치도록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견제와 감시이며, 이는 곧 민주정치의 기본 원리이기도 하다. 아무리 훌륭한 선생님도 학생의 날카로운 질문이 없으면 긴장이 풀어지면서 수업 내용이 느슨해질 때가 있다. 마찬가지로 국민의 견제와 감시가 없는 권력자는 국민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민주정치의 성패가 궁극적으로 국민의 손에 달렸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욱 배재대 정와과 교수 ●기획탐사에 대한 독자 여러분들의 제보를 받습니다. (02)2000-9261∼9263 또는 tamsa@soeul.co.kr 기획탐사부 이창구 강혜승 유지혜 박지윤기자 tamsa@seoul.co.kr
  • [법따로 현실따로] (4) “학교폭력 추방 우리손으로”…제천 의림여중 사례

    [법따로 현실따로] (4) “학교폭력 추방 우리손으로”…제천 의림여중 사례

    ‘또래상담’이 있었다면 안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거예요.”13일 충북 제천시 의림여중에서 만난 강유진(16·3학년)양은 안산 여중생폭행 사건소식을 안타까워했다. 음식점에서 점심을 함께 먹으면서 학교폭력이 왜 일어나느냐고 묻자 여중생들은 “우리끼리는 사소한 일로 싸움이 시작돼요. 기자 아저씨는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라면서 자신들만의 얘기를 꺼냈다. ■ “또래끼리 고민 상담… 폭력 40% 줄었어요” 초등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이 하루종일 지켜보지만 중학교에서 선생님은 자신들 사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자신들 끼리는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의림여중은 학생끼리 잘 통한다는 데 착안해 ‘또래상담’을 실시하는 학교. 학생들은 “지난해 9월 전국에서 최초로 자체개발한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인 또래상담을 실시한 이후 폭력이 40% 가량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또래상담은 30여명의 학급의 학생들을 10명씩 묶고,1명의 ‘또래 리더’를 뽑아 일주일에 한 차례씩 또래들과 학교폭력에 대한 고민을 상담하는 것이다. 이재희(가명·16·3학년)양은 또래상담으로 폭력을 모면한 케이스. 재희는 같은 반 친구 선영(가명)이 등 10여명과 함께 잘 어울려 다녔는데, 선영이는 장난으로 친구들 앞에서 재희를 무시했다. 재희와 선영이는 감정싸움을 벌이다 욕설과 신체적인 충돌까지 생겼다. 선영의 친구 장민경양은 “사소한 오해에서 불거진 재희와 선영이의 갈등이 자칫 폭력으로 확대될 지경에 이르자 우리는 두 친구를 각각 달래면서 서로의 입장을 대신 전달해줬어요. 이젠 재희와 선영이는 다시 친해졌답니다.”고 설명했다. 학생회장이자 또래리더인 이지영(16·중학교 3학년)양은 “상담을 원하는 친구와는 수시로 휴대전화 문자를 주고받아 약속을 잡는다.”고 말했다. 지영이는 “학교폭력뿐만 아니라 성적과 이성문제, 외모, 부모님과의 관계 등 소재도 다양하다.”면서 “대화를 해보면 폭력 사건의 원인이 친한 친구가 다른 친구와 더 친해지는 문제와 말투 같은 사소한 데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집단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는 김성희(16·중학교 3학년·가명)양은 “학교폭력이 예전보다 40%는 준 것 같다.”고 밝혔다. 또래리더 하호정(16·중학교 3학년)양은 “담임선생님은 학생들의 세세한 행동을 파악할 수 없지만 또래끼리는 친한 친구가 서로 갑자기 어울리지 않거나, 옆 친구가 책상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보면 금방 눈치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사인 이용식(30)씨는 “또래상담 프로그램으로 교사는 하루 동안 반에서 이뤄진 일을 파악할 수 있고, 미리 학교폭력에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김석호 의림여중 연구부장은 “또래리더는 교우관계가 좋아서 친구들 사이에서 영향력이 있고, 입이 무거워 민감한 사항을 함부로 말하지 않을 학생을 뽑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면서 “또래들로부터 추천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가 가장 중요하고, 학업 성적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래리더는 상담 뒤 일지를 간단하게 정리해 담임교사에게 전달한다. 교사는 학생끼리 해결하도록 가능한 모른 체하다가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개입한다. 학생끼리 자율해결이 원칙이라는 얘기다. 학교폭력 예방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 “어른 중심의 문제해결 보단 또래 친구 활용이 더 효과적” “학생은 교사나 부모보다 함께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는 주변 친구에게 고민을 잘 털어놓습니다.” 의림여중의 또래상담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연구부장 김석호(45) 교사는 “학교폭력은 친구끼리는 다 아는 일”이라면서 “하지만 교사나 학부모와는 상대적으로 폭행당한 학생과 대화가 적어 눈치를 채지 못해 학교폭력이 은폐되기 쉽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른이 나서는 것보다 또래 친구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어른이 아닌 학생이 중심이 돼 교내 폭력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중에 교육부의 학교폭력예방교육 영상물에서 또래 리더의 상담을 착안했다. 김 교사는 “어린 학생들이 속으로만 끙끙 앓지 않고 속시원히 밝히게 하는 게 사건을 미리 방지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사는 “또래상담이 시행 초기여서 여전히 미진한 점이 많다.”면서 “또래리더들이 전문 교육기관에서 1박2일간 상담기술을 배웠지만 어려서 아직은 상담에 서투르고, 학생들을 재교육시킬 만큼 전문성을 갖춘 교사도 적다.”고 말했다. ■ “진단서 등 증거 확보… 전문가와 상의를” 학교폭력 피해학생은 기 죽지 말고 가해자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가질 것을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경기도 안산경찰서 강달원 여성청소년계장은 “학교폭력은 말다툼과 친구 사이 오해 등 작은 원인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결국 폭력 사태로 번져 피해자는 큰 상처를 받게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정희 상담사는 “피해자는 속으로만 앓지 말고 가해자에게 받은 고통과 부당함을 설명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을 적극적으로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기 힘든 경우도 생긴다. 이럴 때 주변 친구 혹은 어른과 상담하거나 청소년 상담실을 찾는 게 현명하다. 그래도 처리가 안 되거나 집단 폭행과 따돌림 등을 당하는 경우 부모님과 교사의 상담이 필요하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장맹배 사업국장은 “만일 학교폭력 피해를 다시 당할 위협을 느낀다면 부모님과 친구들과 반드시 동행하고 위협의 정도가 더 심해지면 전문경호업체의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은 심한 피해가 우려되는 학생에게는 무료 경호 서비스를 해준다. 학부모는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아이가 당황하지 않고 사실을 충분히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봉혜경 사무국장은 “창피해 말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최대한 먼저 안정시켜라.”면서 “나중엔 기억을 못 할 수 있어 처음 들을 때 녹음이나 기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국민대책협의회 조성희 간사는 “외상 등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진단서나 의사소견서 등도 증거 확보 차원에서 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가족이 가해자 측과 만날 때 개인적으로 만나기보다는 ‘학교폭력 대책 자치위원회’등에서 공식적으로 만나라고 조언한다. 봉 국장은 “흥분된 상태에서 만나면 일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시행령이 법 못따라 첫 단추 잘못끼워져” 유명무실한 학교폭력예방법은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잉태됐다. 자녀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운동 등의 정부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이 심각해지자 2002년 국가청소년위원회와 시민단체가 법률 초안을 마련했고,2004년 의원 발의 형식으로 법률이 만들어졌다. 교육부가 시행령을 만들었다. 당시 법률 초안 작업을 주도한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 신순갑 정책위원장은 “교육부가 외부기관의 개입을 피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구체적으로 만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법에서는 외부기관 개입이 가능하게 했지만 시행령에 아무런 언급이 없다. 심리상담과 일시보호, 치료를 위한 요양, 학급 교체, 전학 권고 등의 법 규정이 있지만 시행령에는 시행방법이 정해지지 않아 교육현장에선 실천이 불가능했다는 게 신 위원장의 지적이다. 동국대 박병식 교수는 “2002년에 청소년위원회는 국회 정무위원회에, 청예단은 교육위원회에 각각 법률안을 제출했는데, 결국 교육위에서 일괄적으로 통합 처리키로 결정됐다.”면서 “교육부가 외부기관인 청보위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상임위 지정에 모종의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실효성을 잃은 이유에 대해 지금도 네탓 공방이 계속된다. 시민단체 등은 “학교 문제를 독점하려는 교육부의 폐쇄성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교육부는 “교육 현장과 법을 잘 모르는 시민단체가 어설프게 법을 만들었다.”고 떠넘긴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이 법을 적용한다’는 조항으로 학교폭력 사건이 경찰서로 넘어가면 법은 무의미해졌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연구관을 지낸 김학일 경기도 평촌고 교감은 “학생의 성폭력 사건을 자치위원회서 다루면 사건이 학교에 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성폭력이 제외된 배경을 설명했다. 시민단체는 현장에서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허술하게 이뤄지는 이유가 시행령에서 필수 교육시간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 “특별법 지위 부여해서 교내 모든폭력 대응을” 사문화되다시피한 학교폭력예방법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학교 폭력의 범위가 확대돼야 하고, 피해 학생에 대한 보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학교폭력이 형법·성폭력범죄처벌법 등 다른 법률과 중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학교폭력예방법 내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특별법의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교육 당국과 시민단체·정치권 등은 현행 법을 이처럼 손질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공감하면서도 각론에 들어가면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학교폭력예방법과 시행령에서는 A학생이 폭행과 협박, 집단 따돌림, 모욕 등으로 B학생에게 신체와 정신, 재산에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학생과 일반인 사이에 발생한 폭행은 포함되지 않고, 최근 급속하게 늘고 있는 성폭력·사이버폭력도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학생인 경우로 규정한 법 내용을 학생을 상대로 한 폭행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처리한 조치에 피해학생 측이 만족하지 않고 경찰에 고소하면 자치위 결정사항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정치권과 교육부, 시민단체 모두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특별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피해학생의 보호’ 규정 강화도 검토대상이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조정실 회장은 “가해학생 측에 치료비를 청구하지 못할 경우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치료비를 우선 부담하고, 나중에 가해학생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장이 자동으로 교내 자치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규정도 개정대상이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신순갑 위원장은 “학교의 관리가 소홀해 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과연 자치위원장(교장)이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겠냐.”면서 “위원들의 직선으로 위원장을 뽑는 게 옳다.”고 말했다. 교사들 사이에서 학교폭력 책임교사를 기피하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평촌고 김학일 교감은 “교육부가 수당을 자체적으로 높일 수는 없기 때문에 승진 가산점을 주면 충분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박병식 교수는 “자치위원회가 내린 조치에 대해 가해 학생이 불응할 때에 대책이 없다.”면서 “이런 경우 자치위를 다시 열어 가중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하거나 정학이나 퇴학 등의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근거를 폭력예방법에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폭력피해 체크리스트 1. 아프다거나 학교가기 싫어한다. 2.‘전학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3. 상처 혹은 멍자국이 생긴 이유를 물어보면 운동 등의 이유를 둘러대고 자세한 이야기는 피한다. 4. 소지품와 운동화, 옷 등이 자주 망가져 있거나, 잃어버렸다고 한다. 5. 노트 등에 욕설과 폭언, 협박,‘죽고 싶다.’는 낙서가 있다. 6. 용돈을 요구하는 횟수가 늘거나 몰래 돈을 가져간다. 7. 풀이 죽어 있거나, 자기 방에 틀어박혀 나오려 하지 않는다. 8. 친구나 선배한테 전화오면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9. 잘 때 식은 땀을 흘리거나 잠꼬대를 한다. 10. 갑자기 성적이 떨어진다. <출처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기획탐사부 이창구 강혜승 유지혜 박지윤기자 tamsa@seoul.co.kr ●5회에서는 범죄피해자구조법·금융기관직원 생활안정지원 법률과 자전거 이용 관련법, 임의동행의 문제점과 실태 등을 다룹니다. ●기획탐사에 대한 독자 여러분들의 제보를 받습니다.(02)2000-9261∼9263 또는 tamsa@seoul.co.kr
  • 靑·법제처 개헌실무 착수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론 제기에 따라 10일 본격적인 개헌 관련 실무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로서는 한나라당이 개헌 논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고, 열린우리당조차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국회에서 주도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개헌안을 발의하게 될 상황에 대비, 법제처와 법무부 등 관련 부처가 실무적인 뒷받침에 나섰다. 법무부는 ‘헌법개정실무추진단’을 구성해 둔 상태다.●청와대, 법제처가 개헌작업 주도 법제처는 이미 노 대통령의 지시로 청와대측과 함께 개헌 관련 준비작업을 해 왔다. 김선욱 법제처장은 이날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법제처와 청와대가 준비는 예전부터 했다.”면서 “(개헌론 제기에 대한)시기적 판단이 최근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TF팀을 구성하는 등 내부 인력을 활용해 실무 초안을 만드는 작업도 벌이겠다.”고 덧붙였다. 법제처는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여야 합의로 대통령 직선제,5년 단임제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제9차 헌법개정안 작업을 해 온 경험이 있다. 이 헌법 개정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직선제로 대통령에 당선됐다.●헌법 개정안은 국무회의 의결사항 헌법 제98조에서는 헌법개정안·국민투표안 등은 반드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김 법제처장은 개헌 절차와 관련,“대통령이 개헌안 공고를 낸 뒤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오는 3월 헌법 개정안 발의를 목표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헌 작업은 ‘급한 불 먼저 끄기’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통령제 도입이나 선거구제 개편 등 부수적인 현안을 개헌안에 포함시키는 방안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최광숙 윤설영기자 bori@seoul.co.kr
  • [4년연임제 개헌 제안 파장] 작년말 정기국회후 보안속 준비

    노무현 대통령의 9일 특별담화는 전격적이었다. 또 청와대의 극히 일부 참모들만 알았을 정도로 극도의 보안에 부쳐졌다. 언론에 알려진 것도 청와대가 방송사에 생방송 중계를 요청하는 과정에서다. 노 대통령의 ‘결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노 대통령의 취임 이래 5차례에 걸친 담화에서도 정치적 의제를 다룬 담화는 없었던 탓에 이번 담화발표 그 자체로도 정치권이 술렁였다.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지난해 12월9일 정기국회의 폐회 시점에서부터 준비됐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여름부터 올해에 나올 수 있는 묵은 과제, 미래과제, 공약 사항들을 대통령께서 정리하라는 말씀이 있었다.”면서 “정기국회에서 법안과 예산이 있었기 때문에 정기국회가 끝나는 무렵부터 집중적 검토에 들어갔다.”고 소개했다. 청와대는 정기국회 폐회 무렵 10여명의 참모들이 외국사례를 비롯한 관련 자료수집과 담화문 초안 작성에 들어갔다. 준비는 꼼꼼했다. 예컨대 담화문 발표 직후 언론에 배포된 A4 용지 32쪽 분량의 ‘개헌 설명자료’는 정리의 치밀성을 보여주고 있다. 노 대통령은 담화 준비단계에서 한명숙 총리에게 개헌 제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특별담화의 시기는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동해 표기를 ‘평화의 바다’로 제안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도 담화문 발표의 시기를 확정하는 데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또 여당내 정계개편을 둘러싼 탈당 움직임도 영향을 미쳤을 법하다. 보안도 요구됐지만 국면전환을 위해 상황이 급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담화 발표에 앞서 여권 핵심부의 의견 수렴 등 내부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 물론 2005년 7월 대연정 당시 어설픈 공론화에 따른 예기치 못한 파장을 차단하는 효과도 노렸던 것 같다. 대연정은 제안의 진정성을 의심 받는 바람에 결국 관철시키지 못했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이라크 석유, 서방 열강 전리품 되나

    ‘승자에게 석유를?’ 이라크 정부가 서방 거대 석유회사에 향후 30년간 막대한 이익을 보장하는 새 석유법을 곧 의회에 상정할 것이라고 영국 인디펜던트 일요판이 7일 보도했다.‘생산분배 협정(Producntion-Sharing Agreements)’에 따라 석유회사가 초기 수익의 75%까지 챙길 수 있도록 한 이 법안은 이라크의 석유를 사실상 사유화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세계 석유 매장량 3위인 이라크는 1972년 석유를 국유화했다. 신문이 법 초안을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생산분배 협정’은 석유의 법적 소유권은 국가가 갖지만 석유개발에 참여하는 외국 회사가 수익을 나눠갖도록 허용한다. 이는 석유 수출국 1·2위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을 비롯해 주요 중동 오일 국가에선 없었던 일이다. 신문은 “미국 정부가 새 석유법 초안을 잡는 데 참여했다.”면서 “BP, 쉘(영국)엑손, 쉐브론(미국) 등 서방 회사가 막대한 전리품을 챙길 수 있게 함으로써 이라크전이 석유 때문에 일어났다고 지적해온 비판자들이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영국은 그동안 이라크 석유를 둘러싼 이권을 강력히 부인해 왔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2003년 의회 연설에서 “우리가 이라크 석유를 원한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면서 “수익금은 유엔의 신탁기금에 기탁해 이라크를 위해 사용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콜린 파월 전 미 국무부장관도 같은해 “단 한방울의 이라크 석유도 미국을 위해 쓰지 않겠다. 이라크 석유는 이라크 국민들의 재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판자들은 딕 체니 미 부통령이 석유재벌 할리버튼의 최고경영자로 재직하던 당시 “2010년 세계는 하루 5000만배럴의 석유를 더 소비하게 된다.”면서 중동을 매력적인 석유 공급지로 꼽은 점을 들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석유산업 전문가들은 새 법이 수년간의 경제 제재와 전쟁, 전문 기술 유출등으로 뒤처진 이라크 석유산업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외국 회사가 75%의 수익을 가져가는 건 초기 투입비용을 뽑을 때까지이며, 이후엔 20%만 가져가도록 법 조항에 명시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반대자들은 석유가 전체 국가 경제의 95%를 차지하는 이라크에서 새 법은 주권의 양도를 강요받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석유산업을 감시하는 인권·환경그룹 ‘플래폼’의 그렉 머티트 연구원은 “이라크는 불안정한 현실때문에 앞으로 30년간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쉘 석유회사의 수석경제학자를 지낸 빈스 케이블 자유민주기금 대변인은 “어떤 계약도 석유산업의 수익이 이라크 발전에 사용돼야 한다는 점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라크 정부는 3월까지 법제정을 완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한·미FTA 정보공개 청구 기각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안철상)는 4일 한국낙농육우협회 등 8개 농민단체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 의제에 쌀 문제 등이 포함됐는지 공개하라.”며 외교통상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부분공개처분 취소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보공개법에서의 ‘정보’란 문서 등으로 표기된 정보를 대상으로 한다.”면서 “농민단체에서 정보공개를 청구한 지난해 6월에는 쌀 문제 등이 FTA 협상 의제에 포함되지 않아 문서 등에 기록되지 않았으므로 공개할 ‘정보’의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현재 법원에 계류중인 FTA 관련 정보공개 청구소송은 이 외에도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등이 지난해 6월 제기한 한·미 FTA 협정문 초안 공개 청구소송과 지난해 9월 민변이 청구한 소송 등이 있다. 임광욱기자 limi@seoul.co.kr
  • 남용 부회장 ‘사업현장 새바람’

    ‘LG전자 평택공장 강의, 국·영문 신년사 직접 작성….’ LG전자 남용 부회장이 취임 직후 사업 현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그는 취임후 줄곧 ‘책상머리 일’보다는 ‘현장’이 먼저란 말을 강조해 왔다. 남 부회장은 4일 노트북·MP3플레이어를 만드는 경기도 평택공장 DM사업본부를 찾아 취임 두번째 현장 강의를 했다. 무려 두시간동안 진행됐다. 첫번째 강의는 3일 휴대전화를 만드는 MC사업본부에서 했다. 그는 DM사업본부 부·차장들에게 “고객에게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활동은 낭비다. 이를 없애는 활동이 전사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위와 활동보다는 행동 결과로 나타난 가치 창출과 조직 기여로 평가하겠다.”면서 “매뉴얼 자체를 따라하기보다는 현장에서 습득한 지식을 지혜롭게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창조적 경영에 동참하라는 뜻이다. 남 부회장은 5일에는 서울 구로구 가산동의 MC연구소를 찾는다. 그가 추구하는 새로운 경영 철학을 연구원들에게 전파하기 위한 방문이다. 그는 또 8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 전시회인 CES에 참가해 세계 IT 트렌드를 찾고 해외 주요 바이어를 접견한다. 이어 국내로 돌아온 뒤 곧바로 경북 구미공장과 경남 창원공장을 잇따라 방문할 계획이다. 이같은 강행군은 남 부회장의 평소 스타일에서 예고가 됐다. 남 부회장은 “바이어와의 미팅 시간이 1시간이라면 이동시간·준비시간 등 예비 동작을 최소화하고 미팅 본연에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남 부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도 직접 작성했다. 보통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사는 바쁜 일정을 감안, 실무진이 초안을 만들고 CEO가 가다듬어 발표하는 것이 업계의 관례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영어로 직접 녹음한 신년사는 80여개 해외 지사에 방송됐다.LG전자 관계자는 “매출의 80%가 해외에서 일어나는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영어 신년사는 회사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 임직원들은 남 부회장의 구체적인 경영 전략이 미국 CES 방문 이후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제자 지도논문이 표절의혹”

    고려대 이필상(59) 신임 총장은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26일 본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연구윤리의 관점에서 보면 적절치 못한 일이지만 당시 학계 관행으로 볼 때 문제시하는 분위기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총장은 제자의 석사 논문인 ‘우리나라 채권수익률의 기간구조에 관한 실증적 분석’과 ‘외환관리에 있어서 통화선물의 경제적 이득에 관한 실증적 연구(이상 1988년 2월)’를 교내 학술지인 ‘경영논총’과 ‘경영연구’에 각각 게재한 것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장은 “직접 구상하고 구체적인 초안을 써놓았던 주제를 두 학생에게 주고 발전시켜 논문을 만들어 보라고 권했다.”면서 “당시는 재무관리 분야의 태동기여서 논문 지도 과정에서 토씨와 조사 등 세세한 부분까지 가필을 해줬다.”고 말했다.또 “10개월 뒤 교내 학술지 측에서 논문 독촉이 와서 원래 내 초안을 다듬어 내다보니 두 논문이 흡사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총장은 지난해 신모씨의 박사논문 ‘기업집단의 경영구조와 기업성과 및 기업가치의 인과관계에 대한 연구’가 학술지에 실리면서 자신이 제1저자로 등록된 의혹에 대해서도 “제자가 나를 제1저자로 넣겠다고 해서 절대로 이름을 올리지 말라고 했는데 그렇게 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논문 표절 의혹에 이어 이 총장의 저서인 ‘금융론(1985)’과 ‘개정판 금융경제론(1992)’ 등 3권의 저서도 50개 이상의 문장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폴 스미스 교수가 1978년 출간한 ‘금융기관론’에서 출처 없이 인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이 총장은 “스미스 교수의 책은 교과서와 같은 책으로 다 알려진 내용이었기 때문에 참고문헌 정도로 표시하고 그래프나 표, 내용을 참고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처장급 교수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긴급회의에 참석했던 한 교수는 “지난번 교육부총리 건처럼 현재의 잣대로 판단하면 걸리지 않을 사람이 없다. 특정인을 표적 삼기보다는 학계의 중지를 모아 합리적인 기준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이란, 원심분리기 3000대 설치 시작

    이란의 핵 개발을 둘러싼 서방세계와 이란의 대치가 결국 2007년 새해 국제사회 갈등의 강력한 불씨로 등장하게 됐다. 유엔 안보리는 23일(현지시간) 핵 활동 중단을 거부한 이란에 대해 유엔헌장 7조(제41항)를 원용한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이란은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오히려 우라늄 농축 속도를 최대한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맞섰다. 이란 의회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관계를 심각하게 재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24일 “안보리는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서방 세계가 이란과 관계개선을 할 기회를 잃은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강(强)대 강 대치를 예고했다. 그는 또 “유엔은 이란의 핵연료 생산 기술을 인정해야 할 것이며, 우리는 오는 2월 이슬람 혁명 기념일에 우리의 기술 성공을 축하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앞서 이란의 핵협상 대표인 알리 라리자니는 “우리는 나탄즈 우라늄 농축 시설에 24일 오전부터 3000대의 원심분리기 설치를 시작해 최고 속도로 농축 활동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이 이처럼 반발하고 나선 안보리 결의안은 유럽연합(EU)이 제시한 초안보다 약화됐지만 이란의 핵활동을 제어하기 위해 채택된 최초의 제재결의안이란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지난 두달여 동안 러시아는 자국이 지원하고 있는 부셰르 원전 조항 및 이란 관리의 여행제한, 미사일 관련 물질 및 기술에 대한 무역제재 조항에 반대했고, 결국 이 조항은 빠졌다. 중국·러시아가 함께 연루된 이란 국방부 산하 항공우주산업기구(AIO)도 제재 결의 단계에서 빠졌다. 제재안에는 ▲우라늄 농축과 중수로 원전계획 중단 ▲이란 원자력기구를 포함한 단체 11곳과 12명의 금융자산 동결 ▲핵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물질과 기술의 이전 금지 등이 포함됐다. 이란이 결의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외교관계 단절 등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길도 열어놓았다. 이란이 “유엔과의 관계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IAEA 사찰관 추방,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등의 조치를 의미한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란은 북한과 달리 “NPT범위내 있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며 일말의 외교적 해결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특히 아마디네자드 정권은 최근 지방선거와 국가지도자 운영위원선거에서 대패해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이다. 국민들이 대외 강경책과 경제 악화 책임을 현 지도부에 물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 봉쇄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핵 프로그램 개발 강행이 손쉬운 카드는 아니다. 서방으로서도 이란을 ‘제2의 북한’(핵실험 강행)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강력한 ‘개입정책’을 펼 것으로 관측된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CEO칼럼] 명품은 마지막 2% /김인 삼성 SDS사장

    [CEO칼럼] 명품은 마지막 2% /김인 삼성 SDS사장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김훈씨의 소설 ‘칼의 노래’는 이렇게 첫 문장을 시작한다. 불어판 출간을 기념하는 인터뷰 자리에서 저자는 소설의 첫 머리를 ‘∼ 꽃이 피었다.’로 할지,‘∼ 꽃은 피었다.’로 할지를 놓고 며칠간 고민했다는 소회를 밝혔었다.‘꽃이 피었다.’고 하면 객관적인 사실을 말하는 듯하고,‘꽃은 피었다.’고 하면 주관적인 정서를 투사하는 듯하여 조사(助詞) 하나 때문에 무척이나 고심했다는 것이다. 마치 시 한 편에 쓰일 글자 하나를 놓고 밀칠 퇴(推)로 할지, 두드릴 고(敲)로 할지를 고심하며 길을 걷다가 고을 원님의 행차와 부딪쳤다는 중국 당나라 때 ‘퇴고(推敲)’의 고사를 떠올리게 한다.‘글자 하나 가지고 뭘 그리 유난을 떠는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기울이는 작가들의 치열하고 세심한 노력은 상상을 불허한다. 헤밍웨이는 그의 대표작 ‘노인과 바다’를 수백 번도 넘게 고쳐썼다고 한다. 투르게네프는 원고 초안을 서랍에 넣어 두고 석 달에 한 번씩 꺼내 수정했다고 한다. 옛 중국의 한 시인은 자신이 지은 글을 문설주에 붙여 놓고, 들며 나며 그 글을 읽고 고치는 일을 반복했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의 관심은 크고 거창한 것만을 찾으려는 경향이 커진 듯하다. 그럴 듯한 주제에만 매달리고,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완벽하게 마무리하려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뭔가 시원스럽고 폼 나게 구도를 잡아 일을 시작하지만 제대로 끝마치지 못하고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는 경우도 많이 목격한다. 하나하나 치열하게 따져보고 세심하게 챙겨보는 것을 사소한 것에 신경쓰는 쫀쫀함으로 치부해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에서도 며칠 밤낮을 고생하며 준비한 프로젝트를 작은 실수 하나로 그르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사소한 위험 요소 하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조직 전체의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은 미리 챙기고 검토해 보았다면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던 것들이다. 오늘날 대부분 산업에서 기술의 변화 속도가 매우 빨라 어제의 경쟁우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기술 그 자체만으로 경쟁자의 진입을 저지할 장벽을 갖추는 것이 매우 어렵고, 전략 또한 금세 모방의 대상이 되고 말아 거시적인 면에서 경쟁자와 큰 차별을 느끼게 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의 승패는 결국 누가 더 고객의 요구사항을 세심하게 잘 파악하고, 꼼꼼하게 관리하며, 더 완벽한 결과물을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흔한 말로 마지막 2%의 세심함과 노력이 성패를 정하고, 결과를 가름하는 것이다. 건축 분야에서는 ‘신은 디테일 속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즉 거창한 구도와 설계, 엄청난 규모의 시공을 통해 이뤄지는 건축물을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힘은 건물 전체에 스며 있는 세심함과 마무리 노력에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위대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한 번에 한 걸음씩밖에는 움직일 수 없다. 열정은 열정대로 폭발시키면서도 ‘대충대충’ ‘적당적당’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자신이 맡은 일을 꼼꼼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그래서 세심함과 치열함으로 맡은 바 분야에서 명품(名品)을 만들어 가는 진정한 프로페셔널의 모습을 갖춰나가자. 김인 삼성 SDS사장
  • 사실상 ‘BDA회담’… 합의 못이뤄

    |베이징 김미경특파원|결국 방코델타아시아(BDA) 금융제재 문제가 6자회담 진전의 최대 암초였다. 제5차 2단계 6자회담 나흘째인 21일, 회담국들은 막바지 양자협상을 벌이며 이번 회담에서 내놓을 의장성명 초안에 담을 내용을 논의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았다. 그러나 북·미가 서로 주장해온 ‘핵폐기 초기이행조치 이행’과 ‘BDA 선(先)해제’의 간극을 좁히지 못해 어떠한 합의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2일 의장성명이 나와도 ‘행동 대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이 담기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회담국들은 이번 회담을 ‘6자회담의 긍정적인 동력을 만들어낸 과정’으로 보고, 차기 회담으로 이어가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北,BDA 선(先)해결 ‘올인’ 북측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BDA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강경한 태도를 견지했다.‘핵활동 동결-핵프로그램 신고’로 요약되는 단계별 초기이행조치에 따른 다양한 상응조치들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BDA 문제 해결만 내세웠다는 것이 외교소식통들의 전언이다. 결국 이번 6자회담과 형식적으로는 별도로 열렸던 북·미간 BDA 실무회의가 전날 끝나면서 내년 1월 다시 열릴 예정이지만, 이번 BDA 회의가 이렇다할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6자회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측은 BDA 북한계좌 동결조치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에,BDA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미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은 회담 첫날 기조연설부터 일관되게 선(先) 금융해제를 주장해왔다.”면서 “그동안 수차례 양자협상 등을 거치면서 초기이행조치 일부를 받아들이거나 다른 상응조치를 주장하기도 했지만 결국 BDA 문제로 귀결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의장성명에 담길 회담 의미는? 그러나 지난 3월 뉴욕 북·미 금융회동 후 9개월 만에 양측 전문가들이 BDA 문제를 놓고 머리를 맞댄 것은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이다. 게다가 이번 BDA 회의에서는 양측간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졌고, 서로 요구사항과 대응책을 활발히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측 BDA 대표인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부차관보가 “회의는 유익했으나 이제는 불법금융 거래 사안에 대해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해 향후 BDA 문제가 어떻게 풀릴지 예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와 관련, 북측은 이번 의장성명에 BDA 관련 논의를 담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BDA는 6자회담과 별개’라는 나머지 회담국들의 입장에 따라 의장성명에서는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이번 회담에서 논의된 의제들과, 앞으로의 회담 전망 등을 담음으로써 다음 회담의 ‘징검다리’ 역할이라는 의미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chaplin7@seoul.co.kr
  • ‘그림 DJ’ 한젬마 대필 의혹

    인기 방송인이자 화가인 한젬마(37)씨의 책들이 대필작가가 쓴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을 낳고 있다. 문제의 책은 2006년 7월 출간된 ‘화가의 집을 찾아서’ ‘그 산을 넘고 싶다’(샘터사)를 비롯, 베스트셀러 ‘그림 읽어주는 여자’ ‘나는 그림에서 인생을 배웠다’(1999·2000년 명진출판) 등 모두 4권이다. 20일 출판계에 따르면 ‘화가의 집…’ ‘그 산을…’ 등의 출간에 관여한 A씨는 20일 “간단한 내용의 한씨 초고를 받아 책을 쓴 작가가 따로 있다.”며 “내용의 상당 부분이 대필작가의 경험과 감상으로 채워졌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책에 인용된 각종 문학작품과 영화도 대부분 대필작가가 첨가한 것”이라며 “‘화가의 집…’에 언급된 일부 화가들은 초고에도 없어 현장 답사에 동행한 대필 작가가 전부 썼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대필작가로 알려진 B씨는 “한씨의 책을 3년여에 걸쳐 만들었고 글을 쓰는 데만 6개월 정도 걸렸는데 ‘고쳐쓰기(rewriting)’ 수준은 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책을 낸 샘터사측은 “한씨는 구성작가가 있다는 전제 아래 기획과 구성에 좀더 힘을 쓴 까닭에 자신이 써낼 수 있는 글보다 다소 거친 원고 초안을 출판사에 넘긴 것”이라며 “대필이 아니라 고쳐쓰기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출간된 ‘그림 읽어주는 여자’와 ‘나는 그림에서 인생을 배웠다’도 여성지 편집장 등이 대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책을 펴낸 명진출판측은 대필 작가의 존재를 부인하면서도 “한씨가 전문작가가 아닌 만큼 내부적으로 도움을 많이 준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씨는 “일부 아이디어를 작가 등에게서 빌린 건 사실이지만 책 기획부터 현장답사, 초고 작성 등을 직접 했다.”고 해명했다.정지영 아나운서의 대리번역 파문에 이어 또 다시 불거진 ‘출판 스캔들’에 대해 출판계에서는 “대필은 책을 내기 위한 통과의례로 굳어진지 이미 오래”라며 “최근 들어서는 자서전 위주의 대필 관행이 자기계발서, 심지어 수필이나 동화에까지 번져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독자들의 다양한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대필작가의 존재는 ‘필요악’인지도 모른다.”며 “이번 기회에 대필 사실을 분명히 밝혀 출판 과정을 투명화해야 한다.”고 말한다.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6자회담 화두는 ‘北의 신뢰’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오는 18일 열릴 예정인 6자회담은 첫 회의 분위기가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고위 외교소식통은 11일(현지시간) 이번 회담은 의제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첫 회의가 열리면 참가국 6자 대표들이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밝히게 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입장이다. 북한이 핵 군축을 강력히 주장하거나 경수로 지원을 먼저 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서면 회담 전망은 매우 어두워진다. 외교소식통은 적어도 북한이 그런 식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란 ‘최소한의 신뢰’를 다른 참가국들이 갖고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이 그같은 신뢰에 응답을 하면 회담은 조금씩 풀려나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첫 회의가 끝나면 중국측이 6개국 입장을 종합한 ‘초안’ 형식의 합의문을 작성하게 되며, 그것이 다음 회의부터는 의제 역할을 하게 된다고 외교소식통은 말했다. 외교소식통은 그동안 제시됐던 영변의 5㎿급 원자로 가동 중단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등은 전제조건이 아니라 회담 초기에 이뤄지기를 바라는 성과들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이 영변의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면 다른 참가국들은 북한에 원유를 제공할 것이라고 외교소식통은 말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날 AFP통신 회견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09년 1월 이전에 북한 핵무기 해체라는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한 9·19 공동성명을 이행한다면 경제원조와 에너지 지원, 정치적 관계 개선 등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dawn@seoul.co.kr
  • 도봉산역 식물생태원 조성

    푸른 도봉이 더욱 푸르게 변하고 있다. 도봉구(구청장 최선길)는 최근 서울시로부터 지하철 도봉산역 일대 9000여평(2만 9267㎡) 부지에 추진되는 식물생태원 조성의 사업시행을 확정받았다고 1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달 말에 설계용역을 맡기면 내년 상반기에는 조성 공사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대에 임시로 조성된 꽃단지는 2008년이 되면 돋보이는 생태교육장으로 탈바꿈을 한다. 식물생태원에는 곳곳에 주민들이 쉬면서 즐길 수 있는 생태숲, 습지관찰지, 자전거공원, 생명과학박물관, 생태놀이터, 식물재배원 등이 만들어진다. 도봉구는 아울러 창동의 초안산근린공원도 내년 4월이면 재단장을 모두 마치고 주민들에게 전면 개방될 것으로 기대했다. 초안산공원은 2004년에 휴게광장, 풋살경기장, 생태연못, 맨발지압보드 등을 완공했고 지난해에는 인조잔디 축구장, 체력단련장 등의 문을 열었다. 최근에는 야생초화원과 주변 조경공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공사 공정률은 90%에 이른다.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이달 발표 北인권개선안 좌·우도 北도 초월할것”

    “이달 발표 北인권개선안 좌·우도 北도 초월할것”

    “북한인권 개선안은 진보와 보수, 좌·우, 북한 당국의 반응 등 이념적·정치적인 판단을 배제하고, 인권이라는 보편적 개념에 입각해 의견을 내놓을 것입니다.”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난 8일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인 인권위의 ‘북한인권 개선안’에 대해 “인권위가 법적으로나 능력면에서나 국민이 원하는 모든 내용을 담을 수는 없는 만큼 진보나 보수, 어느 쪽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현재 위원들 간에 발표의 범위와 내용 등에 대해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토론을 통해 하나의 문서로 낼 것”이라면서 “북한 인권개선안은 특정 기관을 대상으로 한 발표가 아니라 ‘성명서’ 형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대한민국 영토가 아니므로 인권위의 조사 대상이 아니다.’는 일부 언론의 초안과 관련한 보도에 대해서는 “토론을 위한 자료일 뿐, 인권위 전체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가 양심적인 병역 거부자에 대해 보상 등의 구제 조치를 취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한 것과 관련,“양심적 병역거부의 본질은 국가 안보와 관계가 없다.”며 유엔의 권고를 지지했다. 그는 “많은 나라에서 종교나 양심의 자유에 의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보장하고 있고 유엔은 국제인권법에 의해 권고한 것”이라면서 “인권위의 입장도 이와 같으며, 우리 나라가 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사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또 “양심적 병역거부는 마치 군대를 안가는 것처럼 얘기되고 있지만, 군대를 가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대체 복무를 하라는 것”이라면서 “이는 현 제도 속에 포함시키라는 뜻인데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소견을 밝혔다. 최근 인권위가 경찰청의 반FTA시위 집회 금지를 철회하라고 권고한 것에 대해 안 위원장은 “사전 금지는 옳지 않다.”는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집회 시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본질”이라고 전제한 뒤 “과거 폭력이 있었기 때문에 집회를 금지한다는 것은 과도하다고 생각했고 평화적인 집회 시위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은 보편적인 개념임에도 해석하는 쪽에서 자꾸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는데, 이는 인권위의 입장이 아니다.”면서 “요새 정치인들이나 일부 국민, 언론이 인권 문제를 이념이나 정치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인권을 개선해야 사회가 발전한다고 덧붙였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대구 4차순환도로 건설 재추진

    대구 4차순환도로 건설 재추진

    환경파괴 논란으로 3년 넘게 끌어왔던 대구 4차 순환도로(달서구 상인동∼수성구 범물동) 건설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게 됐다. 대구시의회는 6일 건설환경위원회를 열고 그동안 두 차례나 유보됐던 4차순환도로 민간 투자사업에 대한 대구시의 보고를 8일 받기로 했다. 이 사업은 대구시의회가 보고를 받지 않으면 사업추진이 불가능하다. 시의회는 의회의 지적사항이 상당부분 반영이 됐고 더 이상 사업을 지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 대구시는 시의회에 보고한 뒤 시민사회단체와 협의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실시협약을 체결하고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4차순환도로는 2011년까지 3134억원(민자 2444억원, 시비 690억원)을 투자하는 길이 10.44㎞의 도로 신설사업(교량 7곳과 터널 2곳 등 포함)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이 환경훼손 등을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사업 착공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시민단체들은 대규모 터널을 2개나 뚫는 4차순환도로는 대구앞산의 수맥을 끊고 숲이 파괴되는 등 생태계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사업시행자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는 식물의 군락에 대한 기초자료조사가 부실하게 이뤄지는 등 4개 부문에 걸쳐 60여건의 오류가 지적됐다고 밝혔다. 또 대구의 교통흐름으로 볼 때 4차순환도로의 건설은 시급하지 않으며 건설되면 매년 100억원 이상의 혈세를 건설업자에게 손실보전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앞으로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사업자와 실시협약을 맺을 때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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